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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주병철 논설위원

    2005년 미국 남부의 자그마한 시골에서 연수할 때다. 어느 날 인근 도서관에 들렀더니 로비 게시판에 각종 메모지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피아노 배우기, 점심 같이 먹기, 포도밭 구경 가서 와인 시음하기, 문화재 탐방하기 등 수도 없이 많았다. 동참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이색적인 게 커뮤니티(지역사회) 모임 공지 사항이었다. 일시와 장소는 물론 저녁 메뉴, 행사 소개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시골이라 평소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아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이 몹시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참석해 보기로 했다. 모임에 나갔더니 개인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신고식(?)을 끝내고 저녁을 겸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주류다. 커뮤니티에서의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도 제기한다. 정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있지만 주간 단위로 각종 이벤트가 있다고 소개한다. 이를 계기로 커뮤니티 일원으로 등록돼 몇 차례 참석해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전출·전입자들의 동정도 이메일로 꼭 보내 준다. 한국판 반상회 같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원조는 마을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은 우리 삶의 터전이었고 마을은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친 농촌의 상징이었다. 품앗이, 전통적인 계, 공동노동체 조직인 두레 등이 생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마을은 현대적인 마을로 탈바꿈해 가고 있지만 산업화와 농촌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로 삭막해진 지 오래다. 농촌은 마을 공동화 현상에 시름하고 있고, 도시는 도시대로 공동체 의식이 식어 가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촌 지역 빈집이 20년 전인 1995년 16만 가구에서 2010년 34만 가구로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45.7%가 1년 넘게 방치됐고 19.1%는 파손된 상태라니…. 이런 터에 어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마을 살리기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죽어 가는 농촌 마을은 ‘살리고’ 도시 지역에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에서는 주민 자치 역량 강화, 사회적 자본 형성, 커뮤니티 매핑(Mapping)을 통한 마을 사랑하는 마음 갖기 운동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눈길을 끈 건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으로 ‘경제적 가치’는 달성했음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높지 않고 행복지수가 낮은 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마을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우리만의 DNA를 복구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농촌과 도시를 역동적으로 살리는 키워드라는 총평에 공감이 간다. 여기다 일과 사람을 상생시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법원 “교통사고로 떨어진 차값, 가해자 보험사가 지급해야”

    오모씨는 지난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인천 남동구의 도로를 달리다 불법으로 유턴하는 차에 받히고 말았다. 수리비만 900만원에 달하는 대형 사고였다. 더 황당한 일은 사고 뒤에 벌어졌다. 오씨는 차를 뽑은 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보험사에서 수리비 외에 사고에 따른 가치 하락분까지 물어줄 줄 알았지만 보험사에서 이를 거부했다. 과거에 접촉 사고가 난 적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오씨는 사건을 법원으로 가져갔고 결국 677만원의 손해 감정금액을 배상받게 됐다. 보험사는 과거 수리 이력이나 차령(차량 등록 이후 기간)과 상관없이 교통사고를 당한 차량의 가치가 하락한 손해(격락손해)를 감정가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윤상도 부장판사는 교통사고 피해 차량 소유자 22명이 가해 차량들의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자동차 시세 하락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 보험사가 원고 19명에게 손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윤 부장판사는 “사고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서 10~30% 정도 감액된 금액으로 거래되는 실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들 차량의 교환가치 하락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 10명의 차량 감정금액이 100% 인정됐다. 이들의 차령은 1년부터 3년 10개월까지 다양했다. 이들 중 4명은 수리비가 차량가격의 20%에 못 미쳐 보험사 약관대로라면 지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씨를 비롯해 차령 4년 9개월(주행거리 1만 2000㎞)인 SUV 차량 소유주 임모씨는 수리 이력이 2차례 있고 사고에 본인 과실이 10% 있음에도 감정금액의 80% 수준인 220만원을 손해액으로 인정받았다. 보험사 측은 이전에 교통사고로 수리 이력이 있으면 이번 사고에 의한 격락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수리비 100만원 이하의 경미한 수리 이력은 중고차 시세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인정하지 않았다. 차령 6년에 주행거리가 11만㎞에 달한 경우, 차령 3년 9개월에 주행거리가 7만㎞이고 수리 이력이 5차례나 있는 경우도 손해액이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격락손해 소송 업체인 한국자동차보상센터가 진행한 관련 소송은 2013년 500여건에서 지난해 1800여건으로 증가했다. 중고차 거래 활성화로 차량 소유주들이 격락손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오재일 한국자동차보상센터 총괄센터장은 “격락손해 배상은 대형 사고에만 국한돼 있는 데다 소비자들은 이미 비용을 보험료로 지불한 상태”라며 “보험사들이 격락손해금 약관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용어 클릭] ■격락손해(隔落損害) 차량이 파손됐을 때 수리를 해도 원상 복구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를 말한다. ‘자동차 시세 하락 손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동차 보험사들은 ▲차령(차량 등록 이후 기간)이 2년 이하이면서 ▲파손 수리비가 차값의 20%를 넘을 때 격락손해에 대해 보상해 준다. 차령 1년 이하는 수리비의 15%, 1년 초과~2년 이하는 10%를 보상한다. 이 조건을 충족해도 기존에 사고 이력이 있으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 어린이 놀이시설·소방서 위치 한눈에

    어린이 놀이시설 정보 서비스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활용한 사례가 274만여건으로 안전과 관련해 단연 앞선다. 2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자체 제작한 개방정보 가운데 어린이 놀이시설 정보 서비스에 이어 2위는 소방서 위치조회 서비스로 3만 4517건이다. 치안안전 5320건, 교통안전 4582건, 무더위 쉼터 현황 4025건, 자연재해 상황 및 복구비 지원내역 4001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안전처는 이런 정보를 재난안전 데이터 포털(data.mpss.go.kr)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모두 79종에 이른다. 갖가지 재난 때 국민행동요령, 안전 녹색길이나 스쿨존 사고다발지역 등 생활안전지도, 화재 통계, 민방위 대피·급수시설 찾는 법과 같이 국민들에게 유용한 내용들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중앙소방학교 등 관련 기관들과 손잡고 구체화한 정보들이다. 특히 어린이 놀이시설 정보는 안전점검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실시하지 않아 자칫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민간시설이 실생활 주변에 많다는 점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검사 정보 등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놀이터 안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서비스하고 있다. 안전처는 오는 12월까지 다중이용업소 관리현황 통계, 지진해일 대피소, 위험물 정보 등 19종을 추가로 개방할 계획이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펜션·민박 안전 긴급점검] 불법 증개축에 소방시설 전무… 숲 속 ‘화약고’ 수두룩

    [펜션·민박 안전 긴급점검] 불법 증개축에 소방시설 전무… 숲 속 ‘화약고’ 수두룩

    사계절 숲과 계곡을 찾아 즐기려는 레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전국에 펜션·민박·캠핑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정비와 안전의식이 따르지 못해 여전히 사고의 온상으로 남아 있다. 불법 증개축이 난무하고 국민 안전의식도 낙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귀중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지만 레저문화는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강원지역 불법 증개축 95%가 바비큐장 7일 강원도에 따르면 산간계곡이 많은 강원지역에서의 펜션과 농어촌민박 불법 증개축은 전체 6085곳 가운데 332곳(5.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 유형별로는 바비큐장 등을 무허가로 지은 건물 증축이 317곳(95.4%)으로 가장 많았고 가설건축물 10곳(3.0%), 용도변경 5곳(1.5%)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조사한 결과다. 주로 소규모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하는 바비큐장 등이 불법으로 지어졌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군 대덕면 펜션 화재사고로 동신대 학생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화상을 입는 참사도 펜션 내 바비큐장에서 발생했다. 김영조 강원도 소방안전본부 예방담당은 “불법 증개축 시설을 한 소규모 펜션과 민박 업소들이 산속과 깊은 계곡에 위치해 초동 대처에 어려움이 따르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소방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고 있어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가 안 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충북지역도 신고 없이 바비큐장을 짓는 등 불법 시설된 건축물이 196곳이었고 기본적인 소방안전시설인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곳도 69곳이나 됐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민박과 펜션의 안전시설만 전담하는 공무원이 지자체에 없어서 관리단속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지역에도 3600여개의 펜션·민박·생활용 숙박·관광 농원 등을 조사해 이 가운데 772건의 불법 운영을 적발하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건축법 적용…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안돼 경기도지역에는 등록된 농어촌 민박이 2336곳이다. 그러나 관할 시·군·구는 요건만 맞으면 규제 완화 차원에서 바로 등록해 준다. 특별한 구속력이 없어 미등록 농어촌 민박이나 일반 민박에 대한 실태 파악이나 등록된 민박을 상대로 한 규정 준수 여부는 사실상 파악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펜션도 마찬가지다. 경기 가평군에는 펜션이 3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관리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감독부서가 캠핑, 야영장은 관광부서, 농어촌 민박은 농업정책과, 펜션은 식품위생부서로 나뉘어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문제점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이 자신이 민박이나 펜션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업소 운영자들의 안전 불감증과 배짱 영업도 문제다. 담당 공무원들은 “불법 시설물이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일부 펜션·민박 업주들은 벌금을 내면서까지 배짱영업을 이어가고 있어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골짜기마다 들어선 미등록 야영장과 캠핑장들의 안전 불감증도 심각하다. 최근 조사에서 경기도 내 야영장의 93.5%는 아직도 미등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조사에서 경기지역 야영장 600곳의 안전점검 결과 등록 캠핑장은 39개에 불과했다. 미등록 야영장 561곳 가운데 418곳(75%)은 관련 인허가 절차도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원상 복구 등 폐쇄조치 대상에 포함됐다. 등록되지 않은 561개 야영장은 수질검사를 하지 않는다든지 LPG 용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비탈면 유실 대책과 절개지 안전시설 및 하천범람 대책 등 보수와 시설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395건이나 적발됐다. 39개 등록 야영장도 비상연락망·시설배치도·안전행동요령을 게시하지 않고 있었고 전기 접지불량 등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김평원 경기도 관광과장은 “지난해 537개로 파악됐던 경기지역 야영장이 안전점검 결과 600개로 늘어났고 성수기에만 야영장을 열었다가 평소에는 방치하는 영세 규모의 야영장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등록시점이 지난 후에도 관계법령(농지·산지·건축 등)을 위반해 조성한 야영장의 경우 원상 복구하도록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안전관리교육이수, 보험가입, 폐쇄회로(CC)TV 설치, 글램핑 시설 방염(난연)재 사용, 우수 야영장 인증·지원 등을 담은 ‘경기도 야영장 통합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해 시·군에 통보했다. ●캠핑장 대부분 농지·산지 불법 전용 그동안 묵시적으로 불법 영업을 해오다 새로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캠핑장 업주들도 울상이다. 상당수가 농지나 산지를 불법으로 전용해 캠핑장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캠핑장을 설치할 때는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았던 탓이다. 최근 캠핑장이 대지나 잡종지 유원지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야영장업을 등록하려면 농지 또는 산지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09년부터 가평에서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6)씨는 “캠핑장 부지가 지목상 논으로 돼 있지만 시작할 당시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면서 “야영장업을 등록하려면 현재 시설을 논으로 원상 복구한 뒤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한숨 지었다. 현행 농지법은 불법 전용 때 반드시 원 상복구를 먼저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 의식 우선 돼야” 경기도 내 야영장 561개 가운데 418곳(75%)이 관련 인허가를 거쳐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원상 복구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캠핑장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경기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지를 불법 전용해 운영 중인 캠핑장을 원상 복구 없이 양성화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지난 3월 7명의 사상자를 낸 인천 강화도 캠핑장 화재 사고 이후 정부가 안전사고를 막겠다며 적극 권고한 캠핑장 등록 마감일이 5월 말이었지만 강화군의 경우 등록을 마친 곳은 대상 캠핑장 15곳 가운데 6곳에 불과했다. 캠핑장의 토지 용도가 대부분 농림지여서 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강화에서 영업하던 캠핑장 4곳은 아예 등록을 포기하고 폐업했다. 강원도 소방안전본부 김숙자 담당은 “정부에서 오는 8월 시행을 목표로 공동시설에 대한 적법한 전기·가스 설비 구축과 분기별 안전점검 및 관리요원 안전교육 의무화 등 안전·위생에 대한 세부내용을 지난달 입법예고했지만 무엇보다 국민 안전의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파주 보물 93호 마애이불입상 인근 채석 논란

    파주 보물 93호 마애이불입상 인근 채석 논란

    국가보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쌍미륵불’ 근처 채석 허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경기 파주시에 따르면 S사는 2013년 10월 국가지정 보물 제93호인 마애이불입상(쌍미륵불, 용미리석불)으로부터 264m 떨어진 광탄면 분수리 208의 14 일대 8만 4458㎡에서도 채석을 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S사는 1994년부터 분수리 산 8 일대에서 대규모 채석장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조건부로 가결했으나 시와 쌍미륵불 관리 사찰인 용암사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시는 “채석을 위해 발파 작업을 할 경우 쌍미륵불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문화재 위원들은 “문화재와 개발 예정지는 시각적으로 직접 영향이 없다”며 해발 162m인 봉우리를 살리고 문화재와의 거리를 300m 이상 이격을 두는 단서를 달아 채석에 조건부 동의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해 1월 “현상변경 허가 내용에 오류가 있다”며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요구했다. 또 8월에는 “쌍미륵불은 2010년 정기조사에서 머리와 몸 부분 경계 상부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점검 결과가 나왔고, 2012년 정밀 안전진단 결과 균열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보고됐다”며 사실상 개발 반대 의견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당시 시 의뢰를 받아 안전진단을 맡은 서경구조안전진단은 “발파 때 진동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지 문화재 시설부서에서 매회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쌍미륵불 주변에서의 발파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가운데 삼표산업은 지난 3월 31일 소음진동환경영향평가서, 발파소음진동측정평가서, 문화재의 발파환경영향평가분석 등을 첨부해 현상변경허가를 재신청했다. 용암사는 “평소에도 마당에 서 있으면 발파 진동이 느껴질 정도라 더 가까운 곳에서 채석하게 되면 당연히 문화재에 균열 등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현재 훼손된 지역도 원상 복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채석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과 전문업체 의견을 받아 법률에서 정한 대로 (인허가)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양천, 29일 재난대응 훈련

    양천구는 대형 화재 발생을 가상한 실제 같은 상황훈련을 29일 목동 하이페리온에서 펼친다. 이곳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라 훈련효과가 기대된다. 구는 우선 이번 훈련을 대비해 지난 18일과 19일 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상소집훈련과 대피훈련을 진행했다. 또 22일에는 지휘부 기능훈련과 매뉴얼 숙달 훈련을 실시했다. 구는 실제 훈련 하루 전인 28일에는 하이페리온에서 예행연습도 진행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훈련 당일에는 양천소방서, 양천경찰서, 제5331부대뿐 아니라 민간기관인 목동이대병원, 홍익병원, 현대백화점, CGV영화관 등 총 15개 기관이 실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현장감 있게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가상 화재발생과 동시에 14개 부서와 화재발생장소에 해당되는 동 주민센터의 인력으로 구성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수습 및 복구를 위한 지원단을 급파하고 이후 현장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가 하이페리온을 훈련 현장으로 잡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구 관계자는 “일단 높이가 256m에 달해 숙달되지 않을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와 진압이 쉽지 않은 곳”이라면서 “특히 저층부에는 백화점과 영화관 등이 있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서울시 충무훈련 실시, 오늘부터…어디서 어떤 훈련?

    서울시 충무훈련 실시, 오늘부터…어디서 어떤 훈련? 서울시는 18∼21일 전쟁과 테러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충무(忠武)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8일 오전 9시20분 서울시청 충무기밀실에서 충무훈련 보고회를 주재하고 훈련 준비 상태를 확인한다. 관계기관과의 협조체제 등 지역 안보 태세도 점검한다. 훈련 3∼4일차에는 전시자원 동원훈련, 지하철 복합재난훈련, 대형건물 화재 훈련, 공공청사 복구훈련이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다. 전시자원 동원훈련은 전시에 필요한 기술 인력, 차량, 건설기계 등을 집결지로 모으는 훈련으로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 대테러 훈련은 20일 오후 2시부터 지하철 7호선 노원역과 강남구 트레이드 타워에서, 21일 오후 2시 구로구청에서 열린다. 심폐소생술 교육과 안보전시회도 25개 자치구별 지정 장소에서 운영된다. 김기운 서울시 비상기획관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시에 준하는 실제 훈련을 통해 수도 서울의 안보와 시민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녹색사업단·임업진흥원 통폐합

    산림청이 산하 공공기관인 녹색사업단과 한국임업진흥원을 통폐합한다.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 과제로 유사·중복 기관에 대한 기능 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윤곽이 드러난 첫 번째 사례다. 향후 공공기관 통폐합의 기준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7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규모화 및 업무 체계화 계획에 따라 녹색사업단을 없애고 그 기능을 임업진흥원과 신설되는 산림복지진흥원에 통폐합하기로 했다. 현재 녹색사업단은 녹색기금을 활용해 해외산림사업과 소외계층에 대한 산림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임업진흥원은 임업 소득 증대를 주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내년 3월 28일 산림복지법이 시행되면 신설되는 산림복지진흥원이 산림 치유와 교육 등을 총괄하게 된다. 또 임업진흥원도 자체 경쟁력을 보유한 산림조사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종전 녹색사업단의 해외사업본부와 산림탄소상쇄사업을 임업진흥원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산림복구 사업도 임업진흥원에서 수행한다. 산림교육과 치유 등을 담당하는 녹색사업단 국내사업본부와 숲체원을 운영하는 산림복지문화재단, 산림치유단지 등은 산림복지진흥원으로 옮겨져 일원화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녹색사업단은 현원이 36명, 임업진흥원은 80명으로 규모가 적다”면서 “통폐합을 통한 규모화로 행정비용은 줄이고 핵심 기능은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세계유산 서울 정릉 재실 복원 25일 공개

    세계유산 서울 정릉 재실 복원 25일 공개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는 1960년대 없어졌던 서울 정릉(貞陵)의 재실(齋室·제사를 준비하는 곳)을 3년에 걸쳐 복원해 25일 일반에 공개한다. 정릉은 조선왕조 태조 이성계의 계비(繼妃)인 신덕왕후 강씨(1356~1396)의 능이다. 원래는 도성 내 지금의 서울 중구 정동에 있었고 규모도 현재보다 크고 화려했다. 정동이라는 현재의 지명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성계는 신덕왕후를 극진히 아껴 그의 소생인 방석을 왕세자로 책봉(1392년)한 데 이어 왕비가 죽자 지금의 정동에 능 자리를 웅장하게 조성하고 그 옆을 자신의 묏자리로 점찍기도 했다. 하지만 태조의 정비(正妃)였던 신의왕후 한씨 아들인 이방원이 태종으로 즉위(1400년)하고 상왕으로 있던 이성계마저 승하(1408년)하면서 1409년 성북구 소재 현재의 자리로 내몰렸고,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정자각은 해체돼 중국 사신단을 영접하던 태평관을 짓는 데 쓰였고 병풍석은 홍수에 무너진 청계천 광통교 복구에 사용되는 등 온갖 수난도 겪었다. 폐허처럼 방치되던 정릉은 우암 송시열 등의 주도로 1669년(현종 10년) 비로소 정비됐다. 1899년 신덕왕후가 신덕고황후로 추존되면서 이듬해 재실도 다시 지었지만 초석만 남은 채 1960년대 멸실됐다. 문화재청은 “재실이 어떻게 없어졌다는 기록이 없어 정확한 멸실 경위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2009년 정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능제(制·능의 기본 시설) 복원 차원에서 재실을 복원키로 하고 2012년 그 터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과정에서 1788년 발간된 ‘춘관통고’(春官通考) 기록과 일치하는 6칸 규모의 재실 터와 건물 배치 등 유구(遺構·옛 건축물의 흔적)를 확인했다. 발굴조사 결과와 사료를 근거로 2012년부터 3년간 재실 본채와 제기 보관 창고인 제기고, 행랑, 협문(3곳)과 담장 등을 15억원을 들여 복원했다. 문화재청은 “재실 복원을 통해 정릉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역사성과 정체성도 확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단독] 세계유산 돈화문이 위태롭다

    [단독] 세계유산 돈화문이 위태롭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돈화문(보물 383호)의 지붕이 내려앉고 있다. 또 흥인지문(동대문·보물 1호)은 옹성 벽체가 부풀어 오르는 ‘배부름 현상’이 급속히 진행돼 곳곳에서 균열이 가속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전국 곳곳의 주요 문화재들 가운데 보존관리가 시급한 56건을 ‘중점관리 대상 문화재’로 지정했다고 4일 밝혔다. 돈화문, 흥인지문 등 우리나라 대표 문화재들의 훼손 심각성을 정부가 공식 인정해 집중 관리 대상으로 정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숭례문,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경주 첨성대,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 등 국보 21건과 흥인지문, 창덕궁 돈화문, 강릉 오죽헌 등 보물 26건, 수원화성, 한양도성, 남한산성 등 사적 9건을 중점관리 대상 문화재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개월간 진행한 문화재 특별점검의 결과이며 점검은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다. 중점관리 대상 문화재 선정 제도는 그런 개선 방안의 하나다. 문화재청은 “전국 문화재 전수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훼손 및 노후 정도가 심각해 특별관리가 시급한 문화재 56건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확정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라면서 “경사기, 진동측정기 등의 과학 기기를 동원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이 문화재 전문위원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창덕궁 돈화문의 기둥 침하 현상은 심각했다. 아래층 기둥들이 좌우 바깥 쪽으로 벌어지면서 지붕을 떠받치는 위층 기둥들이 가라앉고 있는 데다 위층의 목재들이 휘어지고 있었다. 한쪽 기둥은 밖으로 심하게 벌어져 와이어로 묶어 놨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비슷한 구조의 전남 여수 진남관의 경우 기둥 침하가 심해져 지난해 결국 해체 결정을 내렸다”고 우려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기둥들이 어느 정도나 기울어야 해체한다는 기준은 따로 없다. 지난 2년간 해마다 기둥 기울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정보유출 1년… 보험사 ‘곳간’ 다시 채웠는데 보안은?

    [경제 블로그] 정보유출 1년… 보험사 ‘곳간’ 다시 채웠는데 보안은?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금융 당국이 금융사의 전화 권유 마케팅(TM)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가 해제한 소동이 난 지 1년(2014년 1월 27일)이 넘었습니다. 정부가 스미싱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약 한 달간 텔레마케터의 전화 영업을 중단했다가 여론 반발에 접었지요. 보험사들은 당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1년이 넘은 지금 보험사들의 실적은 어떨까요. 26일 보험개발원의 ‘생보사 초회보험료 TM 실적’에 따르면 2013년 12월 1070억원에서 영업 제한 조치를 겪었던 지난해 1월 107억원으로 수익이 한 달 새 10분의1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엔 96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보험사들의 비공개 자료인 ‘대리점 TM’ 실적도 살펴봤더니 2013년 12월 237억원에서 2014년 1월 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가 10월엔 171억원으로 급증하며 역시 회복세입니다. 최초로 납입되는 보험료를 뜻하는 초회보험료는 매달 실적을 알 수 있는 지표입니다. 그럼 ‘회복된’ 곳간만큼 정보유출 대비책도 ‘복구’됐을까요.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수시 보안점검과 악성코드 침투를 가정한 모의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며 사고예방 활동을 강화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고개를 젓습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사내교육(임직원)과 사외교육(보험설계사)을 분리해 분야별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하고, 전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국내 49개 주요 금융사 가운데 삼성생명 등 16곳(32.7%)이 CISO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5일 고객 통화내용 수십만 건이 한동안 인터넷상에 노출돼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금융 당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인 핀테크 활성화 등을 위해 사전 보안심사를 없애는 등 각종 금융 관련 규제를 풀며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 정보가 새지 않을까’ 우려하는 금융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합니다. 보험사들이 ‘제2의 TM 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공격(매출)만 신경 쓰지 말고, 방어(보안)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네요.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와우! 과학] 불 끄는 터미네이터?…美 소방관로봇 나온다

    [와우! 과학] 불 끄는 터미네이터?…美 소방관로봇 나온다

    미국 해군 산하 미 해군연구소(NRL)·해군연구국(ONR)은 수년 전부터 인간형 2족 보행 로봇을 개발해 오고 있다. 사피르(Shipboard Autonomous Firefighting Robot, SAFFiR)라는 명칭의 이 로봇의 목적은 바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 속 터미네이터의 조상처럼 생긴 이 로봇은 지난 2014년 11월 3일에서 5일 사이 진행된 첫 번째 화재 진압 테스트를 통과한 후, 올해 2월에 열린 해군 과학 기술 엑스포에서 일반에 공개됐다. 미 해군이 화재 진압에 로봇을 동원하려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화재 진압은 사실 인간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다. 특히 비좁은 함선 내에서의 화재 진압은 더 어렵다. 내부는 복잡하고 유독가스가 가득하며, 함정 내부에는 각종 탄약과 무기, 연료 같은 인화성 물질이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앞장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 현대 해군 함정들이 점차 고도로 첨단화, 자동화되면서 승무원의 숫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 역시 로봇을 개발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사람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무기와 연료를 탑재할 수 있고, 평상시 유지비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화재 및 적의 공격에서의 피해 복구에 투입될 인력도 적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사피르 같은 이족 보행 로봇은 아군 함정의 피격 시 화재 진압 및 피해 복구에 매우 유리한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 키 178cm에 체중 65kg의 사피르는 두 발로 서서 걸을 수는 있지만, 아직 인간 보다 속도는 매우 느리다. 또, 영화 속 터미네이터처럼 괴물 같은 내구성과 내화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사피르는 몇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피르에 센서인 리다르(infrared stereovision and a rotating laser fo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LIDAR)는 연기가 자욱한 환경에서도 불길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피르의 투박한 손은 소방호스를 잡고 여기에 물을 뿌릴 수 있다. 물론 로봇이기 때문에 유독 가스는 아무런 위험이 될 수 없다. 미 해군연구국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토마스 맥케나 박사는 사피르 연구팀이 앞으로 사람-로봇이 서로 협력하는 화재 진압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단독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수준의 로봇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재 진압 중 위험한 임무에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면, 소방관들이 훨씬 안전해지는 것은 물론 화재 진압 임무도 훨씬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독 인화 물질이 많은 화학 공장에서 로봇을 먼저 투입할 수 있다면 분명 큰 이점이 있을 것이다. 미 해군은 사피르의 실전 배치가 언제쯤 가능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만약 성능 및 가격에서 만족할 만한 소방관 로봇이 개발된다면 미 해군만 혜택을 보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로봇이 사람을 구하는 세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K4OtS534oYU)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길섶에서] 접착제/문소영 논설위원

    고대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투탕카멘의 저주’로 유명하다. 그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나 탐험가들이 무더기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주장들 때문인데, 요즘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유명한 투탕카멘에 달린 턱수염이 떨어졌다. 이집트 카이로 국립박물관에서 청소하던 중에 말이다. 박물관 직원들은 복원실에 보내야 했지만, 전시가 눈앞에 다가온 탓에 이 역사적인 유물에 공업용 에폭시를 발라 붙여 버렸다. 에폭시가 황금 마스크의 다른 곳에도 떨어져 이를 제거하려다 추가로 흠집이 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문화재 복원 박사 과정 중인 친구는 관계자를 모두 해고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행히 독일 복구 전문가 크리스티안 에크만은 에폭시 접착제를 제거한 뒤 제대로 복구할 수 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몇 년 전 청소하다가 석고로 만든 조각품을 부쉈다. 목공용 접착제를 발랐더니 며칠 뒤 떨어졌다. 최선은 작가한테 보내 복원하는 것인데 야단맞을 것이 분명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에폭시가 강력한 접착제라는 정보를 입수하니 모르는 척 확 발라 붙여 버릴까 싶기도 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환경오염 고위험 시설, 환경책임보험 가입 의무

    2016년부터 환경오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은 환경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환경 피해 인과관계 입증을 위한 정보청구권이 신설되는 등 피해자 보호가 강화된다. 환경부는 31일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공포한다고 30일 밝혔다. 피해구제법에 따르면 환경오염 위험시설은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 피해자가 신속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책임보험과 같은 효과로 사고 기업도 도산 위험 없이 지속적으로 경영이 가능하다. 의무가입 대상은 특정 대기·수질 배출시설과 지정폐기물 처리시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해양시설 등이다. 다만 원인자 불명 등으로 보험을 통한 피해배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국가가 피해자에게 구제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화재·폭발 등과 달리 오염물질이 장기간 누적돼 발생하는 만성적 피해에 대해서도 피해 입증이 쉽도록 인과관계 추정을 규정했다. 배상청구권 및 구상을 위해 기업에 정보를 요청하는 청구권과 열람권도 부여된다. 환경부는 산업계와 학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통해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환경책임보험 상품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법은 공포 1년 후(환경책임보험은 공포 1년 6개월 후) 시행된다. 피해구제법은 2012년 9월 발생한 구미 불산 사고를 계기로 제정됐다. 당시 피해복구에 정부가 380억원을 투입했지만 사고 업체가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구상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문화마당] 복원인가 훼손인가/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문화마당] 복원인가 훼손인가/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연산군은 치세 중반 이후 왕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했다. 사치·사냥·연회·음행에 국가의 모든 자원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온갖 추행을 벌인 다음날 승지들에게 어제 실수는 없었는지 물어보았고 승지들은 입을 모아 없었다고 대답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함)의 시기였다. 연산군의 폭정 중에서도 가장 기함하게 한 것은 궁궐 주변 민가의 철거였다. 궁녀들을 벌거벗긴 채 매일 음탕한 놀이와 광란의 가무를 즐기려니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인 것이다. 재위 8~9년 이후 연산군은 창덕궁과 인접한 성균관과 정업원 주변의 민가 100채를 없애버렸다. 범위는 점차 확대돼 선왕 후궁이 거처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자수궁과 수성궁 주변 민가를 철거시켰고, 타락산 아래의 민가 100채도 추가 퇴거시켰다. 요컨대 연산군의 목표는 대궐 안이 내려다보이는 곳과 대궐 담장 아래의 민가를 모두 철거한 뒤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쫓겨난 백성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재목을 길옆에 쌓아두고 초막을 지어 살고 있으며 원망과 고통이 매우 크다”라고 진언했으나 연산군의 폭정은 민가 철거에서 더 나아가 발언하는 일의 통제로 이어졌다. 김범 선생이 세밀하게 고증한 ‘연산군’이란 책에 나오는 이러한 대목을 다시 떠올린 것은 최근 ‘사직단 복원’ 논란을 접했기 때문이다. 일제가 축소시킨 사직단을 원형 그대로 확장시켜 복원한 뒤 주변에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문화재청의 저 휘황찬란한 계획을 보라. 거기엔 지금까지 그곳에서 역사와 문화를 일궈온 사람들의 삶을 이 땅에서 영원히 퇴거시키겠다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무시하고 짓밟는 원형 복구는 오히려 역사와 문화를 죽이는 제노사이드이며, 복원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동화시키는 원형 탈모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50년의 역사를 지닌 최초의 어린이 도서관인 사직어린이도서관, 그리고 종로도서관, 매동초등학교가 차례로 사라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성곽복원사업에 걸린 집들마저 사라지면 마을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사직동 인근은 아마 숨쉬기를 멈출지도 모르겠다. 고색창연하게 사직 제사를 연출하는 모습은 관광상품으로 개발될 것이고, 그렇게 반질반질하게 만들어진 자리는 이방인들의 발길로 북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일부일 중국인 관광객은 사직(社稷)의 본고장에서 온 자부심으로 타국에 건설된 자국 문화의 미니어처를 흡족하게 음미할지도 모르겠다. 역사와 문화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주민의 삶은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는 식으로 외면하고, 그러면서 공청회에서는 “확정된 것은 없다”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이 ‘사직단 복원’ 공사 계획은 당장 중단되어야 옳다. 지금 인근 주민들은 자신들의 주거지에 대한 권리를 무시당한 것에 분노하며 일방적인 통보와도 같은 사업계획이 곧 실행될 것이라는 사실에 극심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조한혜정 교수가 지적했듯 “민족주의를 내세운 토건사업”이자 “주변 땅값만 올리는 국고 탕진 사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역사를 뭉개고 그 자리에 역사를 세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사는 쌓이는 것이지 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일 돈이 있다면,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의 번역에 나타난 오류를 바로잡는 일 등에 쓰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하) 재정위기 속 미술·박물관 생존법은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하) 재정위기 속 미술·박물관 생존법은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의 문화재 대국이란 위상을 이어 온 데는 재정 지원이 한몫했다. 금융업으로 이름을 떨쳤던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을 뜻하는 ‘메세나’도 베르길리우스 등 문화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던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누적 채무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3배에 이르면서 그리스에 이어 유로존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됐다. 재정 악화가 심화하면서 문화재 관련 연구기관과 박물관 등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도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르네상스의 시작과 절정, 그리고 바로크로 이어지는 회화작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성 가족’ 등 메디치 가문이 수세기에 걸쳐 모은 소장품들을 이곳에 기증하면서 미술관 자체가 문화유산이 됐다. 하지만 산드로 보티첼리의 역작인 ‘비너스의 탄생’과 ‘봄’이 전시된 방에 들어서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낡은 시설을 개·보수하지 못해 방 가운데 어지럽게 놓인 제습기들은 대작들의 위상까지 떨어뜨린다. 지난 8일 우피치 미술관에서 마주한 마뇰리아 스쿠디에 보수 담당 디렉터는 “최근 수년간 정부의 지원이 거의 끊기면서 기부금과 입장권·기념품 판매 등으로 연간 2000만 유로(약 274억 7500만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스스로 충당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급료 정도만 정부가 챙겨 준다는 이야기다. 40여곳의 대형 전시실과 수십만점의 작품을 아우르는 미술관의 살림살이치고는 빈약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 짊어진 부담은 더 무거웠다. 스쿠디에 디렉터는 “우피치와 아카데미아, 바르젤로 등 피렌체에 자리한 27곳의 국립미술관들은 재정이 통합돼 있다”면서 “우피치 전체 수입의 25%는 정부와 피렌체시에 세금으로 선납하고 나머지 수익으로 다른 미술관의 살림까지 도맡는다”고 설명했다. 27곳 미술관 중 흑자를 내는 미술관은 어림잡아 4곳 정도다. 우피치의 입장료도 11~14유로(약 1만 5000~1만 9000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돈 많은 나라의 미술관이나 박물관과의 협업이다. 또 다양한 재단과 기업, 개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 우피치의 경우 건물 보수나 문화재 복원을 위해 문호를 활짝 열어 놓았다. 외국 박물관이 후원하면 그 대가로 우피치가 보유한 문화재나 미술품을 해당 박물관의 전시에 빌려준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국보급 ‘머스트-시’(must-see) 문화재들은 예외다. 수장고에 보관 중인 비교적 가치 있는 작품들만 대여 목록에 기재된다. 스쿠디에 디렉터는 “피렌체의 적자 미술관 중 단 한 곳도 문을 닫지 않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근 아카데미아 미술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소장한 이곳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유화들이 즐비하다. 안젤로 타르투페리 관장은 “왜 사람들은 다비드 상에만 관심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지원금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 외국과의 협업을 통해 수장고에 묻힌 걸작들을 하루빨리 복원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메디치 가문이 세운 피렌체의 국립복원연구소(OPD)의 경우 정부 지원은 연간 예산의 30%에 못 미치는 130만 유로(약 17억 8600만원) 수준이다. 로마의 고등보존복원연구소(ISCR), 국립복원학교(SCUOLA), 문화유산보존진흥연구소(ICVBC) 등 다른 정부 산하 기관들의 형편도 같다. 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OPD는 미국 게티재단의 지원을 따냈다. 젊은 연구원 육성이란 조건만 달렸다. ISCR와 SCUOLA는 중국, 일본 등의 복원 현장에 뛰어들었다. “해외 무대에 실력을 알리겠다”며 중국의 진시황릉과 자금성 복원, 이라크의 바그다드 박물관 복구 등을 완수했다. 이들에게 아시아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ICVBC의 경우 보유한 전체 장비의 규모는 30억원대에 그친다. 한국의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비교해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무선 X선 구조분석기로 현장의 석재 문화재 상황을 수백㎞ 떨어진 ICVBC 본부에서 확인하고 15㎞에 이르는 로마의 지하 카타콤 유적을 200개의 센서로 관리한다. 정수희 프랑스 국립미술사연구소 연구원은 “각 기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재정 부족을 해결한다”면서 “최적의 복원과 운영 방향을 스스로 찾아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로마·피렌체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지진 때 벽화서 조각 30만개 떨어져… 사진자료 등 활용 대부분 꿰어 맞춰”

    [문화재 복원 伊에서 길을 찾다] “지진 때 벽화서 조각 30만개 떨어져… 사진자료 등 활용 대부분 꿰어 맞춰”

    “갑자기 땅 밑이 흔들리고 육중한 천장과 벽들이 허물어졌죠. 곧바로 밖으로 뛰어나가려는데 무언가 몸을 덮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 성당 복원 책임자인 세르조 푸세티(62)는 지금도 당시를 떠올리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1997년 9월 26일 새벽 움브리아주를 강타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성당의 내부 벽화를 살펴보기 위해 들어간 그는 이날 정오쯤 발생한 2차 지진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성당 안에 머물렀던 5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가 돼 ‘기적의 사나이’로 불린다. 규모 5.5 안팎이었지만 마치 성당 바로 아래에서 지진이 일어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고 한다. 지난달 6일 찾은 성프란체스코 성당은 여전히 당시의 상흔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었다. 푸세티는 “지금도 당시 30만여개로 산산조각 난 벽화들의 조각을 꿰어 맞추고 있다”면서 “아직 8만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성당 창고에선 손톱 크기로 흐트러진 조각들이 수백 개의 서랍에 나뉘어 보관돼 있었다. 1253년 프란치스코(1182~1226) 성인을 기리기 위해 완공한 성당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곳이다.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물뿐 아니라 조토 디본도네, 시모네 마르티니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이 남긴 벽화 덕분이다. 성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974년부터 성프란체스코 성당에서 근무했다는 그는 이곳 아시시가 고향이다. 이탈리아 문화관광부 소속 공무원으로 일하다 지진 이후에는 성당이 속한 바티칸시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진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궁금했다. “1970년대 이후 성당에서 이뤄진 복원 작업 덕분에 사진자료 등 풍성한 기록이 남아 있었죠. 2~3㎝ 크기의 조각 30만개가 떨어져 나왔지만 예전 자료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어요. 마치 퍼즐을 맞추듯 원본 사진과 조각들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작업했습니다.” 남은 8만개 조각은 육안으로 도저히 대조할 수 없어 피사 대학에서 개발한 3D 스캔 프로그램의 힘을 빌려 제자리를 찾아갈 예정이다. 기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997년 지진 이후 복원 작업도 모두 기록해 책자로 발간한 상태다. 피해 복구 과정에선 다양한 방법과 재료가 사용됐다. 처음 성당이 축조됐을 때의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예컨대 ‘21 아시시’란 애칭이 붙은 모르타르 특수 접착제는 21회나 현장 실험을 거쳐 아시시에서 사용됐다. 어느 위치에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 꼼꼼히 기록으로 남겼다. 아울러 성당 상부에는 탄소섬유를, 구조물 사이에는 충격 완화 빔을 사용했다. 곳곳에 지진 감지 센서도 설치했다. 복원 성과보다 훼손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복원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복원 작업을 옛것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다. 1980년대에 진행된 성당 내 벽화 복원 작업과 마찬가지였다. 복구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개인과 단체, 유럽과 비유럽 지역의 구분 없이 동참했다. 성당 관계자는 “복원 전문가와 자원봉사자 등 1000여명이 2800만 유로(약 385억원)의 예산을 들여 원형 그대로는 아니지만 옛 기록에 충실한 보존에 도전했다”면서 “성숙한 시민 의식이야말로 숨은 힘”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아시시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화마 덮친 화개장터… 점포 절반 41개 전소

    영호남 주민 등이 물물을 교환하며 교류했던 옛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 화재가 발생, 점포 절반가량이 전소됐다. 하동경찰서는 27일 오전 2시 30분쯤 화개장터에서 불이 나 초가지붕으로 된 건물과 전체 점포 80개 가운데 41개가 불에 탔다고 이날 밝혔다. 불이 나자 소방대가 출동해 50여분 만에 진화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점포와 대장간 등이 불에 타 1억 9000만원(경찰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 진술을 참고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남 구례군과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 화개천변 탑리에 있는 화개장터는 전통 5일장이 번성했던 곳으로 영호남 주민의 화합을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동군은 2001년 16억원을 들여 8226㎡ 부지에 화개장터 복원사업을 벌여 야외장옥 3동과 난전 12동, 대장간, 노천카페, 전망대 등을 갖춘 상설 현대시장 시설을 조성했다. 상인들은 이곳에서 300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약초와 칡즙·호떡·국수 등 먹거리를 팔았다. 대장간은 풀무질로 쇠를 녹여 농기구 등을 직접 만드는 장터의 명물이었다. 이날 불로 40여명에 이르는 영세상인들의 피해가 컸다. 약초상인들은 한 명당 1000만~5000만원어치의 약초를 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상인은 “모든 재산을 투자해 약초를 사들였는데 모두 타버려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상인은 “임대료조차 내지 못했는데 점포마저 불에 모두 타버려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부분 상인도 비슷한 처지다. 하동군은 재해복구공제에 가입했지만 건물시설물에 대한 보험이어서 불에 타버린 약초 등이 보상될지는 의문이다. 하동군은 불에 타지 않은 점포가 정리되는 대로 화개장터를 운영하고 불탄 야외장옥 등의 복원계획을 세워 최대한 빨리 장터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의에 빠진 영세상인들에게 소상공인 지원과 긴급구호 지원 등 대책도 세우고 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국민안전 새 틀 어떻게] 국민안전처 출범… 재난방재 전문가 대담

    [국민안전 새 틀 어떻게] 국민안전처 출범… 재난방재 전문가 대담

    세월호 참사라는 아픔 속에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서울신문은 재난안전관리 혁신이라는 과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진단하기 위해 재난방재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와 박두용 한성대 교수를 모시고 기획대담을 마련했다. 이들은 일상적인 재난예방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고 재난 현장대응을 안전처가 담당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소방관 국가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처가 안전예방에 치중하게 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의미를 부여한다면. -윤명오(이하 윤) 안전 관련 조직이 흩어져 있으면 상위기관에 종속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갖지 못하게 되고 충분한 자원배분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재난안전이라는 중요성에 부합하는 위상을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대통령과 가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 건 아쉽다. -박두용(이하 박) 안전만을 담당하는 독립 기관을 만들었다는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분명히 조직으로서 자가발전을 할 것이고 안전 관련 제도를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안전처를 두고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윤 전문 분야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소방, 방재, 해양 등 여러 조직을 무리하게 일체화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만들게 된다. 오히려 각 조직이 자체 특성과 존재 이유에 따라서 독립성과 연계운용, 즉 네트워크식 통합으로 ‘따로 또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한 지붕 세 가족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각자의 분야에 충실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관건은 전문성과 책임성, 독립성이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데. -박 그동안 지자체에 떠넘겨 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측면이 있다. 총괄조정 기능도 약했다. 안전처가 자기 역할을 하려면 지자체가 현장에서 손발 구실을 해줘야 한다. 안전처가 너무 주도권을 쥐려고 하면 안 된다. 안전은 ‘현장 우선’이 원칙이다. 재난안전 관리는 책상에서 하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윤 지금까지는 책임은 지자체가 지고, 중앙정부는 모든 것을 기획하고 통제하는 양상이었다. 지자체 재정이 열악해 전적으로 정부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거의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방재 역량을 좌지우지한다고 봐야 한다. 서로 특성에 맞게 역할을 나누고, 특히 지자체 자율성을 인정해 주고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걸 지원해 줘야 현장 중심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방관 국가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뤄지는 안전관리는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일상적인 안전관리가 아니라 재난상황이다. 현대 재난은 대형화와 고도화, 집적화, 복합화가 특징이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십중팔구 일개 지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소방관 국가직화가 꼭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도 사고가 대형화, 광역화되니까 지방에 흩어져 있는 소방조직을 국가 단위로 통합하는 걸 고민하는 추세다. 단순히 지방사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윤 재난이 발생하면 지자체에선 제대로 대처하고 싶어도 충분한 예산과 인력, 기술이 부족하다. 거기다 재난은 행정구역을 가리지 않는다. 대부분 재난은 전국적 차원으로 운영하던 게 대부분이다. 고리핵발전소를 부산시에, 인천국제공항을 인천시에 맡긴다면 그게 말이 되겠나.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국가는 발생 확률은 낮지만 피해는 엄청난 대규모 재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소방조직을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역할은. -박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건 지자체다. 일상적인 대비와 주민안전, 재난 발생 시 주민 대피 등은 지자체 몫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대응조직은 소방이고, 지자체는 협력기관이자 2차 복구기관이다. 그런데 현재는 1차 대응기관이 지자체에 소속돼 있다는 게 모순이다. -윤 재난대비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 국가 몫이다.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대응 분야에서는 국가의 개입 비중이 크고 예방 분야에서는 지자체의 정책적 기능이 훨씬 중시된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거꾸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상적인 대비는 비판받을 일이 적지만 직접 대응하는 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처는 어느 쪽을 주력해야 하나. -박 안전처가 출범했으니 당연히 모든 안전관리와 예방까지 담당하는 걸로 생각할 수 있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건 응급실에서 예방의학까지 맡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전처는 재난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재난관리와 안전관리는 다르다. 안전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안전을 맡듯이 정부부처별로 책임기관이 하면 된다. 재난관리의 기본은 현장 조직을 튼튼히 하고 보고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안전처 출범은 그걸 고칠 기회였는데 제대로 안 됐다. 게다가 재난관리와 안전관리가 뒤섞이면 예방총괄을 맡는 부서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안전처만 해도 소방과 해경은 그대로 옮겨갔는데 안전행정부에서 옮겨간 조직은 확대됐다. -윤 세월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사고 중 어느 것도 국민이 잘못해서 일어난 게 아니다. 국민들은 오히려 너무 순종적이어서 희생이 커졌다. 외국에선 한국인들을 매우 순종적인 국민으로 본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건만 터지면 안전불감증이라며 희생자들을 비난한다. -박 ‘안전불감증 프레임’을 깨야 한다. 안전불감증은 피해자에게 안전을 책임지라고 하는 프레임이다.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안전불감증은 영어로 번역도 안 될 정도로 정체불명 용어다. →재난안전과 관련해 꼭 필요한 개혁과제를 꼽는다면. -박 안전을 관리 측면에서 보면 첫 번째는 ‘잘 모르는’ 것, 불확실성 자체가 위험이다. 두 번째는 알고 있는 것과 실제의 괴리, 즉 서류와 현실의 괴리다. 산업안전이 딱 그렇다. 학계에서 추산하는 산업재해는 연간 100만~300만건인데 실제 정부 통계로는 8만건 안팎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산재율은 최저인데, 산재사망률은 최고다. 이런 비상식적인 지표가 정책을 왜곡시킨다. 안전처는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는 유혹을 이겨 내야 한다. 전문성과 책임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내부 정비에 초점을 맞추길 기대한다. -윤 과 단위에서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가 있다. 그걸 모두 장관이 직접 관리했으면 한다. 그래야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도 취지와 현실이 다른 일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사회·정리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두용 한성대 교수는 ▲서울대 농학과 이학사 ▲미국 미시간대 보건학박사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장 ▲현 서울시 초고층재난사전평가위원 ▲현 한국제품안전학회 회장 ▲현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 윤명오 서울시립대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 공학사 ▲일본 도쿄대 공학박사(건축방재) ▲주택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화재소방학회장 ▲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현 한국화재보험협회 기술고문 ▲현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재난과학과 교수
  • 구룡마을 화재 “주민 1명 사망” 순식간에 일어난 화마에 63세대 136명 갈 곳 잃어

    구룡마을 화재 “주민 1명 사망” 순식간에 일어난 화마에 63세대 136명 갈 곳 잃어

    구룡마을 화재 “주민 1명 사망” 순식간에 일어난 화마에 63세대 136명 갈 곳 잃어 9일 무허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불이 나 주민 1명이 숨졌다. 불은 이날 오후 1시 53분쯤 구룡마을 7-B지구 고물상에서 시작됐다. 순식간에 8지구까지 번져 약 1시간 40분 만인 오후 3시 34분에야 불길이 잡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잔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후 7시 7분쯤 주택 내부에서 주민 주모(71)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불로 구룡마을 5만 8080㎡ 중 900㎡와 391개동 1807세대 중 16개동 63세대가 탔다. 집을 잃은 주민 136명은 인근 개포중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옮겨 숙식을 해결할 예정이다. 강남구청과 소방당국, 경찰은 헬기 5대와 소방차 50여대 등 장비 69대와 인력 409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마을 진입로가 좁고 가건물 밀집지역이라 소방용수 확보가 어려웠다”며 “또 휴일을 맞아 인근 대모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주차 차량이 많았고 초속 5m에 이르는 강풍까지 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1988년 형성된 무허가 집단거주지인 구룡마을에는 판잣집 등 가건물이 밀집해있으며 저소득층 약 12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주택 대부분이 비닐과 목재, ‘떡솜’이라 불리는 단열재 등 불에 쉽게 타는 자재로 지어진 데다 송전선에서 불법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도전용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넉달 전인 지난 7월에도 3지구에서 불이 나 6가구가 집을 잃는 등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1건의 화재가 일어났다. 구룡마을의 개발방식을 두고 환지방식(토지보상) 혼용을 주장하는 서울시와 전면적인 수용·사용방식(현금보상)을 주장하는 강남구 간의 대립이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5월부터 소관청인 강남구청에 화재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구청이 추진하는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 동의할 것을 요구할 뿐 안전대책은 등한시해 이번과 같은 대형화재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주민자치회는 신속한 피해복구와 함께 화재예방 등 주민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남구청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전기안전공사, 소방서 등에 정기적으로 화재예방 훈련 및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다만 마을 전체가 화재 취약 지역이다 보니 근본적으로는 임대아파트로 이주하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밤새 잔해 수색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구룡마을 화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구룡마을 화재, 어떻게 이런 일이”, “구룡마을 화재, 바람이 많이 불어서 진화하기도 어려웠을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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