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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6) 낙산사와 해수관음

    놀라운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맙소사!’,‘아이구, 하나님!’이라거나 ‘어머나!’를 외친다. 그런데 예전 사람들은 ‘나무관세음보살….’이 입에 붙어 있었다.5일 식목일, 한국 관음도량의 진원지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화염에 휩싸인 장면을 보면서 ‘나무관세음보살’이라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관음보살은 화마도 물리친다는데…. 지난해 10월 낙산사를 답사했지만 ‘사람들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라는 생각에 막상 글은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낙산사가 잿더미로 변했다. 동해의 ‘관해 1번지’는 두 말할 것 없이 낙산사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곳이라 오히려 수학여행 코스에서 빠질 정도로 널리 알려진 낙산사가 쑥대밭이 되었으니, 고찰의 운명이란 이런 것인가. ●남해 보리암·강화 보문사와 함께 3대 관음도량 관음보살은 관세음, 또는 관자재보살이라 한다. 대자대비의 화신으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진심으로 부르기만 해도 고통과 번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관세음보문품’에 부처께서 이르기를 “선남자여! 많은 중생이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관음을 한 마음으로 부르면 그 소리를 들으시고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신다. 활활 타는 뜨거운 불길에 갇힌다 해도 타지 않으니, 관세음보살의 위력 때문이다. 큰 물길에 떠내려간다 해도 관음을 부르면 곧 안전한 땅에 이르게 될 것이다.”고 했다. 큰 일 닥쳤을 때 저절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것은 이런 관음 영력을 믿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낙산사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한국 3대 관음도량이자, 세계 8대 보타성지다. 그 중 관음신앙의 원조는 아무래도 낙산사다. 의상조사가 세운 가람이기 때문이다. 순조시절의 범해(梵海)가 찬한 동사열전(東師列傳)에 다음 같이 의상의 행장을 밝히고 있다.“귀국하는 당나라 사신의 배에 실려 입당, 화엄의 2대 조사인 종남산 지엄의 방에 들어가 함께 화엄경에 관해 문답하였다. 화엄경의 오묘한 뜻을 논함에 있어 깊숙하고 은밀한 부분까지도 철저히 해부, 분석하니 가히 청출어람 격이었다.”이렇듯 해동 화엄종의 시조라 하여 그는 의상조사로도 불린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의상은 원효와 가까웠던 도반이다. 뜻을 같이 해 중국유학길에 오르다 원효는 되돌아오고, 의상은 건너갔다.661년에 산둥반도 끝에 있는 무역항 등주로 들어갔으니 이 때 그의 나이 이미 30대 후반. 오늘날까지 불교의식에서 빼놓지 않고 애송되는 그 유명한 법성게도 바로 의상조사의 창작이다. 화엄경의 심오한 진리를 7언시 30구로 응축시켜 놓았으니 본래 이름은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이다. 의상은 일관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았으니, 철저한 신분제 계급사회인 당대에 거대한 토지와 노비를 거느린 사찰의 영화를 끝내 거부하였다. 그런 그가 세운 가람이 바로 낙산사이다. 설악산의 준수한 줄기가 양양쪽 동해로 흘러 내리다가 빚어낸 오봉산 품안에 넉넉하게 자리잡아 산은 작되 옹골지며, 산세가 수려하여 송림이 우거졌고, 동해를 벗하여 가히 해산(海山)의 격조를 말해 준다. 벼랑 때리는 파도를 벗삼아 잠들고, 다시금 파도 소리에 선잠을 깨는 가람이다. 오봉산은 본디 보타산 낙가산이었으니, 낙산이란 관음보살이 산다는 포타라카(Potalaka)의 음역으로, 낙가산 혹은 낙가로도 불린다. ●당에서 귀국한 의상, 관음 계시로 낙산사 지으니 당에서 귀국한 의상은 온 나라를 주유하며 뜻을 펼칠 마땅한 땅을 찾다가 이곳에 이른다. 해변 석굴에 관음 진신이 산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높이 100자가 넘는 해식 단애의 깎아지른 바위 틈으로 쉴 새 없이 파도가 드나드는 험한 곳. 그곳에서 관음 진신을 만나길 간구했으나 뜻을 못이루자 그대로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마침내 관음이 그 정성에 감복하여 진신은 드러내지 않은 채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건냈으며, 동해 용왕도 여의보주 한 알을 내렸다. 그러나 의상은 다시 이렛동안 진심으로 기도하여 마침내 관음을 친견한다. 관음은 의상에게 굴 위 산꼭대기에 쌍죽이 솟아날 것인즉, 그곳에 절을 짓도록 계시한다. 낙산사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 보타산을 알아야 한다. 관음도량인 보타산은 오대산 문수보살, 아미산 보현보살, 구화산 지장보살 도량과 더불어 중국 불교의 4대 성지다. 바다 가운에 꽃처럼 피어있는 보타산은 상해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반, 항주 이남의 영파에서는 4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觀音院)은 보타산의 여러 사원 가운데 중심이며, 조음동사원은 우리 낙산사와 주위 경관이나 지형이 너무도 흡사하다. 동해 일출의 관해지인 의상대와 바닷물이 절벽 아래까지 밀려들어와 절벽을 치며 동굴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홍련암 관음굴이 너무 비슷해 하나의 의문이 풀린다. 의상이 일찍이 중국 보타산을 순례하고 그곳 지형과 거의 흡사한 동해안에서 바다로 돌출한 해식 동굴을 찾아내 그 위에 건물을 올렸던 것이 다양한 연기설화로 전해진 것은 아닐까. 그동안 불긍거관음원을 세운 유래를 불조통기(佛祖統記)란 자료를 통해 일본 승려 혜악(慧鍔)선사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이 주류였으나, 신라 상인들이 지었다는 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북송 말 서긍은 고려도경(1124)에서 “석교의 산록 위에 양무제가 세운 보타원이 있고, 전각 안에는 영험한 관음상이 있다. 옛날에 신라 상인이 오대산에 갔다가 그 불상을 조성해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 바다로 나아갔으나 배가 암초에 걸려 더 나아가지 아니하므로 관음상을 바위 위에 내려 놓았다. 관음원의 승려 조악이 전각 안으로 모셨더니 해상으로 왕래하는 이들이 반드시 나아가 기도하매 감응하지 않음이 없었다.”고 적었다. 글은 보타산이 관음보살의 주도량이며, 항해를 위한 기도도량으로 조성된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 관음원 앞바다에는 신라초(新羅礁)로 불리는 조그마한 암초까지 남아 있다. 의상을 비롯한 많은 고승들의 중국유학, 보타산과 비교되는 낙산사, 그리고 보타산의 신라인 흔적은 해로를 통한 중국과의 왕성한 교류를 잘 암시한다. ●중국 보타산과 주위경관·지형 흡사 낙산사에는 관음과 얽힌 여러 설화들이 전해진다. 삼국유사를 보면 원효 역시 낙산의 관음 참배에 나선다. 낙산 근처에서 흰옷 입은 여인이 벼를 베기에 원효가 다가가 장난삼아 벼를 달라고 하니 여인은 벼가 흉작이라 줄 수 없다고 답한다. 다리에 이르니 한 여인이 서답을 빨고 있기에 마실 물 좀 달라고 청하니 서답 빨던 더러운 물을 주는지라 원효는 냇물을 새로 떠마셨다. 그랬더니 들판의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휴제호와상아”라고 말하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소나무 밑에 짚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 절에 이르러 보니 관음상 아래에 방금 전에 보았던 짚신이 한 짝 있음을 보고서야 자신이 만난 여인이 관음임을 깨닫는다. 원효가 다시 암굴에 들어가 관음 진신을 보고자 했으나 풍랑이 크게 일어나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낙산을 떠나야 했다. 원효의 관음 친견까지 더해 관음도량 낙산사의 격을 한층 높이는 설화다. 관음의 주장처이면서도 정작 낙산사는 늘 편치가 않았다.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으로 초토화되어 관음상도 부서진다. 오대산에 자주 나다니던 세조는 원통전 석탑을 7층으로 늘리고 중창 불사를 단행한다. 그로부터 20년 뒤(1485)에 낙산사를 찾은 남효온의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를 보면, 그 때까지는 의상이 만들었다는 관음소상이 관음전에 안치돼 있었고, 관음굴에는 파도가 돌을 쳐대는 전각도 있었으며, 그 시대에도 낙산 일출의 장관을 보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일출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유명세를 치렀으니 최소한 600년이 넘는 전통이다. ●여러번 화마에 휩싸였던 낙산사 또 ‘고통’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절은 다시 무너진다. 광해 11년(1619)에 관음굴을 중건하며, 인조 9년(1631)에 재건하여 어느 정도 복원된다. 그 모습은 겸재 정선이 힘찬 필치로 그린 낙산사와 관음굴에 잘 남아 있다. 이후 낙산사는 중건을 거듭하며 1925년에는 의상대까지 세워 동해 일출의 적지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삼팔선 근역에 위치, 한국전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다시금 금석물과 원통전 앞 원문을 제외한 모든 당우가 불타버린다. 불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고려시대 불상인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362호)을 모신 원통보전도 전쟁 이후 새로 세운 것이다. 연꽃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관음이니, 낙산사 홍련암이란 검푸른 동해에 떠있는 붉은 연꽃, 즉 관음의 분신이렸다. 홍련암 마루바닥에는 10㎝ 가량의 구멍이 있어 파도가 들이치는 모습이 한 여름에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해일이 몰아쳐서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쳐도 홍련암만큼은 버텨 왔다. 의상이 관음을 친견하고 동해 용왕이 여의주를 내린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이상하게도 벼랑 위에 위태롭게 세운 홍련암은 온갖 병화에도 끄떡없다. 그것 또한 관음의 원력은 아닐런지. 그러나 이 모든 게 이번 산불로 다시 잿더미가 되고 말았으니 낙산사는 본디 애초의 출발지였던 관음굴로 되돌아 간 셈이다. 원통보전은 물론이고 해수관음을 상징하던 보타루도 사라졌다. 한가롭게 바다를 굽어보며 차를 마시던 솔숲이 흉물스럽게 그을렸다. 바닷가 홍련암 요사채도 사라지고 관음굴만이 화마를 피했으니 본디 낙산사의 원점으로 회귀한 폭이다. 붉은 장송이 하늘을 가린 아름다운 솔밭길을 올라가면 해수관음상이 있는 신선봉이 나오는데, 그 솔밭도 그만 타버렸다.1977년에 700여t의 돌을 들여 높이 16m로 세운 해수관음만이 남아있어 먼 동해를 굽어보며 서있을 뿐이다. 관음보살이 중생들의 원력을 시험하려고 하심인가. ●집채만한 파도 몰아쳐도 버텨온 홍련암 죽어 자빠진 소나무의 몰골들이 귀신을 부를 것만 같은데 화마가 훑고 갔어도 낙산의 일출만은 어제와 다를 바 없으니, 그 아름다운 관해의 1번지를 모두의 공력으로 다시 세울 일이다. 관해의 명당이어서 만은아니다. 역사적으로나, 규모로나 동해안 사찰의 태두 격인 낙산사의 화마 소식에 실로 안타까운 헌사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덧없음을 갈파한 낙산사 조신설화처럼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말 못하는 문화유산도 덧없는 것이런가. 아름다운 원장(垣墻)이 처참하게 불에 그을린 채 동해를 굽어보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고 민망하다.
  • [토요일 아침에] 편히 가소서 또 만납시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 영전에/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교황 성하의 영전에 삼가 평화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솔직하다 하였는데, 교황이란 누구인가요? 제몸을 가지고도 마음대로 살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접견과 회의, 결정과 무한책임의 고독,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기조차 피곤한 육신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부르심에 응답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닌 그 희생과 헌신의 세월이 제단의 예물일진대 어찌 헛되고 무상하다고야 하겠습니까? 당신의 삶에 감사와 존경을 드릴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이른 아침 누군가 홀로 걸어간 눈길은 발자국마다 꽃이 피어난 듯합니다. 불편한 몸으로 지구촌을 돌던 당신의 순례는 발자국마다 평화의 꽃잎을 피워냈습니다. 순교자의 손에 들린 월계수처럼 꽃잎 하나마다 하늘로 향한 걸음이 될 것이매 향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렇게 중세기 성좌로부터 현대 세계를 향해 창을 열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도좌의 소명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성하의 죽음을 애도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론들이 당신께 ‘비(非)이탈리아계’란 수식어를 즐겨 붙이지요. 저는 당신의 이른바 비주류 출신성을 사랑합니다. 스승 예수께서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나셨으며 변방 갈릴레아 출신이었듯이 말입니다. 빈곤과 전란의 시대 속에 야생화처럼 성장했던 사람, 공장 노동자로 밥벌이를 하면서 연극 연습을 쫓아다니던 열정적인 청년, 환경이 그러하였으되 “예수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질문했던 사람처럼, 늘 길을 찾는 젊은이였고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청년 신도에 불과한 몸으로 임종을 앞둔 본당 사제의 고해를 들어줘야 했던 참 사제였습니다. 당신은 태생적으로 변방과 비주류의 삶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오직 ‘사람’과 ‘평화’만을 창조하셨으되 인간들은 성골-진골, 양반-상놈, 계급과 지배와 소유권을 창조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극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가던 땅을 신대륙 발견이라며 짓밟지 않았습니까? 순종치 아니한 이들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서도 침략 전쟁을 일삼고 불평등 조약으로 무역을 강제하는 강대국, 여성과 이주노동자·무능력자를 핍박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갈등과 고통이 바로 주류를 자처하는 오만과 비주류의 저항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하, “전쟁만이 해답은 아니다.”라는 당신의 충고를 비웃으며 대량 살상을 자행하고서도 “우리는 큰 별을 잃었다.” “위대한 성자를 잃은 슬픔에 빠졌다.”는 저들의 조롱과 무지를 용서하소서. “주님,…교황 요한 바오로와 우리 주교 니콜라오와…” 사제들이 미사 때마다 교황과 주교 성직자의 돌봄을 청원하는 것은 사랑의 공동체를 위해 지도자들에게 진리의 눈이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뜻하기도 하고요. 이제 미사봉헌 중에 당신의 이름은 물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당신은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고 인간의 경계를 넘게 될 것입니다. 빌라도가 묻던 진리가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명오의 눈을 당신의 형제 사제들이 지니게 해 주소서. 파견 강복이 끝나고 복사와 신자들은 돌아가고 성전의 불도 꺼진 시간, 우리는 교회를 위해 희생하신 당신의 몸에 영혼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금빛 제의도 손에 들린 십자가 지팡이도 모관도 모두 내려놓고 훨훨 날아가십시오. 그처럼 가벼운 걸음 얼마만이겠습니까? 항상 어린이처럼 미소 가득한 그 얼굴로 휘파람 불면서 가옵소서. 유독 젊은이들을 사랑하셨으니 음악소리 요란스럽거든 랩 댄싱도 함께 추시고, 주막 나타나거든 막걸리도 한잔 걸치며 편히 가소서. 우리 또 만나겠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빌딩 X 파일] 중구 ‘인권위원회’

    [빌딩 X 파일] 중구 ‘인권위원회’

    소공로에서 무교동으로 들어서면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간판이 걸린 흰색 건물이 금세 눈에 띈다.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금세기 빌딩’으로 건물 주인은 학교법인 포항공대(81%)와 부산은행(19%) 등이다. 1987년 지하 4층·지상 13층·연면적 5640평으로 지어졌으며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새 둥지를 트기 전까지 서울본사로 썼다. 이후 1994년 포항제철이 대주주인 신세계통신이 본사로 쓰다가 200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생하면서 ‘인권위 건물’로 불리게 됐다. 인권위가 있어 각종 기자회견, 장애인들의 농성 등도 자주 열린다. 8층에 위치한 인권위 자료실도 가볼 만하다. 인권 관련 단행본 1만여권, 영상자료 700종, 각종 일간지, 인권 특화신문 등을 볼 수 있다. 고도근시 등 시각 장애인을 위한 독서확대기, 점자프린터 등도 갖춰져 있다. 한 달에 100여명이 방문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1·3·5주)은 오전 9∼12시에 이용할 수 있으며 일요일은 쉰다. 문의 (02) 2125-9680. 이 건물에는 인권위(7∼13층) 외에도 부산은행 서울지점(1∼4층),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7층), 메트라이프생명(5층), 푸르덴셜생명(6층) 등이 입주해 있다.1층에는 ‘마띠마따’라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지난해부터 입주했다. 지하 공간은 원래 사무실로 썼으나 2003년 식당을 들이기로 임대전략을 바꾸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재 김명자굴국밥, 서울스낵, 신해주냉면 등이 있다. 해장국을 2000∼3000원에 팔고 있어 오전부터 인근 회사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5000원 미만의 식사를 팔고 있어 인기가 꽤 높다. 건물 임대료는 평당 66만 3000원선으로 도심 건물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입주율은 99.5%로 지하에 상가 24평을 빼고나면 모두 입주했다. 건물 관리업체인 동우사 조증환 팀장은 “서울광장이 조성된 뒤 전망이 좋아지고 주변에 건널목이 생겨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공실률이 낮은 이유”라며 “특히 1층에 커피전문점이 생긴 뒤 우중충했던 건물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건물은 올해 안전진단을 받은 뒤 3년 뒤 리모델링을 할 예정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친절한 금자씨’촬영 현장

    ‘친절한 금자씨’촬영 현장

    모든 인간에겐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 동시에 숨쉬고 있는 걸까. 착하고 순결해보이는 배우 이영애의 이미지 위에 섬뜩한 핏빛 붓질을 휘두른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의 촬영현장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과 악의 이미지들이 교차하며 기이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촬영이 진행된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아트서비스에 설치된 세트장은, 금자(이영애)가 13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뒤 나와 마련한 첫 보금자리다. 세트로 꾸며진 작은 방은 불길 같은 무늬가 이글대는 주황색 벽지에 붉은 색 이불이 시각적으로 강하게 자극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집을 구한 뒤 첫날밤 잠에 들기 전 기도를 하는 모습이 이날의 촬영분이다. 속칭 ‘미아리 드레스’라고 불리는 엠파이어 스타일의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영애는 작은 방안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는다. 빨간 촛대 위의 하얀 촛불이 흔들리고, 그 앞에서 의식을 치르는 사제처럼 두 손을 모으는 그녀.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은 더없이 맑고 천진해보여서 더 섬뜩하다. 대사 한마디 없는 짧은 장면이지만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백선생(최민식)을 향한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펼치기 전, 금자의 상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촬영 뒤 모니터를 확인하던 박찬욱 감독이 한마디한다.“처녀보살 같다.”(웃음) 과장이 아니다. 양식화된 머리스타일과 드레스, 하얀색과 붉은색과 검은색이 너울대는 이미지로 ‘성스러움과 속됨’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졌다. 박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좁은 아파트 세트일 것”이라면서 “지옥의 불꽃 같은 인상을 담아달라고 미술감독에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의 독특한 의상은 친구에게서 빌린 잠옷이고, 방안의 독특한 벽지는 무허가 미장원이었던 장소여서 그렇단다. 촬영현장에는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닛폰스포츠,NHK등 일본의 23개 매체 70명과 애플데일리,TVB TV 등 홍콩의 15개 매체 40명이 국내 취재진 80명과 함께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홍콩 취재진은 영화사의 초청 없이 자비로 입국해 드라마 ‘대장금’으로 홍콩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영애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현재 85% 정도 촬영이 진행된 영화는 4월말 크랭크업한 뒤 7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스포츠서울 김미성기자 492naya@sportsseoul.com ■천사얼굴 악마연기 이영애 산소같은 맑고 투명한 표정으로 사랑 받아온 배우 이영애(34)가 ‘친절한 금자씨’ 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폭력과 욕설을 내뱉는 모습은, 금기를 깨는 쾌락의 극대치를 선사할 듯 싶다.“여배우로서 이런 작품 만나기 힘드니까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는 게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스스로도 금자의 모습에 매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단다. 촬영 뒤 모니터를 보면서 혼잣말로 “섬뜩해.”라고 했던 그녀는 “매 장면마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에 낯설고 놀랍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찬욱 감독도 “이영애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내면 풍경을 끝까지 파고들어가는 작업이라 배우로서 보람도 있겠으나 고충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과 그녀의 만남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두번째.“‘…JSA’같은 훌륭한 작품을 함께 하면서도 감독과 교류를 많이 못해 아쉬웠다.”는 그녀는 “그 뒤 ‘복수는 나의것’‘올드보이’를 보면서 그런 감각적이고 이전에 내가 했던 작품과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던 차에 제안을 받아서 기뻤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와 다른 연기를 시도하는데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배우 이영애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같은 일이 닥쳤을 때 복수를 하겠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녀는 “그래서 감정이입이 힘들었지만, 영화의 결말에 내 생각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여운이 있는 결말이어서, 영화가 나온 뒤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이영애의 연기뿐만 아니라 한국영화계에서도 보기 드문 영화가 될 것입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부고]

    ●배인수(전 대동은행 감사)영철(신한생명 상무)씨 모친상 이임곤(LA교회 목사)씨 빙모상 14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921-3099 ●김홍득(한국증권전산 기획팀 과장)홍부(경성통신 〃)홍도(우림기술 직원)씨 모친상 15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392-0499 ●이의종(전 서울음반 사장)씨 별세 승원(미국 거주)현승(소니컴퓨터 엔터테인먼트코리아 직원)씨 부친상 15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92-0299 ●정영모(전 화신산업 전무)씨 별세 진흥(전 상업은행 상무이사)진승(전 구주통상 대표)진앙(J.A통상 사장)씨 부친상 박병철(전 성균관대 교수)양용석(하이리빙 대리점 사장)씨 빙부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2 ●이응호(법무사)응한(전 서울은행 상무)응철(자영업)씨 모친상 이현기(자영업)고종림(아주중 교사)이성희(메디언스 대표)씨 빙모상 1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6일 오전 9시 (02)3410-6906 ●문성욱(우리은행 가계여신센터 과장)성준(원주국토관리청 정선국도유지건설사무소)씨 부친상 김홍준(다정엔지니어링 대표)씨 빙부상 14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2)921-0299 ●김광기(미광부래스 대표)만기(동부건설 상무)상기(천일하이샤시 대표)장기(미국 거주)정기(사업)씨 부친상 1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6일 오전 10시 (02)3410-6917 ●최승진(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전문위원)승한(도화종합기술공사 전무이사)승호(한조엔지니어링 〃)승숙(상명약국 약사)씨 모친상 심일섭(한국철도시설공단 감사)씨 빙모상 14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2)590-2352 ●김동철(전 제일씨티리스 사장)동혁(전 경남리스 상무)동진(전 육사 교수)씨 모친상 현휘남(전 동아건설 전무)씨 빙모상 15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7일 오전 6시 (02)590-2697 ●차상일(신도리코 대리점장)상국(안건회계법인 공인회계사)씨 부친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30분 (02)3010-2265 ●강종성(원창물산 대표)준성(원양물산 〃)씨 부친상 이계환·황익순·장용호(사업)씨 빙부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10시 (02)3010-2293 ●신천수·상균(사업)씨 모친상 박동치(사업)심후식(코래드 전무)임한곤(건축업)씨 빙모상 15일 부산대동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51)550-9953 ●강신석(조선대 이사장·전 5·18 기념재단 이사장)씨 부친상 14일 광주 조선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10시 (062)231-8901
  • 儒林(304)-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304)-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퇴계의 사상은 이처럼 12살 때 깨달은 논어에 나오는 이(理)자 한 자에서 시작되었다. 이란 원래 진리(眞理)를 뜻하지만 원리(原理), 이치(理致) 등으로 말하여지는 일체의 법칙(法則)을 뜻하는 것이다. 퇴계는 12살 때 공자사상의 골수인 이(理)를 타파하여 돈오(頓悟)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옛 성현과 공자의 학문을 그리워하는 모고지심은 퇴계의 평생화두였다. 이러한 마음은 퇴계가 기고봉(奇高峰)에게 준 ‘답기명언(答奇明彦)’에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려서 바로 산림 속에서 늙어 죽을 계획을 새겨 조용한 곳에 띠옥이나 얽어 놓고 독서와 양지(養志)의 부족한 점을 더욱 구하여 나가는데, 수십 년의 공을 더 하였으면 병도 틀림없이 나았을 것이고, 학문도 틀림없이 성취되어 천하 만물이 내 즐기는 바가 되었을 것인데, 어찌하다 이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를 보고 관직에나 눈을 팔게 됨으로써 육신만을 위하였는지.…” 실제로 퇴계는 19살 되던 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학문의 길을 가려는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홀로 오두막에 앉아/만 권의 책을 읽으며/늘 같은 마음으로/십 년을 지내 오니/이제야 우주 만물의 근본을/깨달은 듯싶어/내 마음을 붙잡으니/진리가 보이더라.” ―그러나 나는 뱃전에 서서 이제는 까마득히 멀어진 두향의 무덤을 보며 생각하였다. ―이처럼 19살에 이미 ‘우주 만물의 근본을 깨달아 진리가 보이는 듯하던’ 이퇴계는 그러나 맞지 않는 벼슬을 평생을 통해 일흔아홉 번이나 치사은퇴(致仕隱退)하다가 마침내 단양군수를 끝으로 진리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단양을 찾아온 것은 바로 그러한 퇴계의 치열한 구도정신을 답사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정에서 뜻밖에도 기생 두향의 무덤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이퇴계의 감춰진 사생활이 드러나게 되었음이니, 그렇다면 두향은 퇴계에게 있어 어떤 존재였던가. 문수보살(文殊菩薩). 석가여래의 왼편에 있는 지혜의 상징으로 연화대에 앉아 오른손에는 지혜의 칼을, 왼손에는 지혜의 푸른 연꽃을 들고 있는 화신(化身)인데, 그렇다면 두향은 퇴계에게 지혜의 완성을 인도한 문수보살인 것이다.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공양미 삼백 섬에 몸이 팔려 임당수에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죽었다면 두향이도 소복을 입고 남한강 푸른 물 속에 살신공양함으로써 마침내 이퇴계의 눈을 뜨게 하였던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혼자만의 공덕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없고 그 어떤 업도 삼라만상의 인연으로 맺어지는 법이며, 수승(殊勝)한 다보탑도 크고 작은 탑돌이 쌓여져 이루어진 것이니, 두향이야말로 이퇴계를 이룬 공양탑(供養塔)인 것이다. 어느덧 배는 떠나온 선착장에 이르렀다. 선원은 엔진을 끄고 배를 천천히 부교에 접안하였다. 내리기 편하도록 널빤지를 연결한 후 나는 천천히 배를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고마운 사내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마주 잡은 손은 따뜻했다.
  • [그 영화 어때?]‘인게이지먼트’ 아멜리에 전쟁속으로

    ‘아멜리에’의 장 피에르 주네 감독과 배우 오드리 토투가 재회한 영화 ‘인게이지먼트’(A Very Long Engagement·11일 개봉)는 전쟁과 사랑이라는 매우 고전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요리법은 색다르다. 전쟁영화의 비극적인 정조를 유지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기발한 유머와 팬터지로 낭만적인 사랑영화의 매력을 한껏 살리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마틸드(오드리 토투)는 전쟁터에 끌려간 약혼자 마네크(가스파 울리엘)에 관한 비보를 전해듣는다. 자해 혐의로 군법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동료 죄수 네명과 함께 비무장 지대에 버려졌으며 생존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마틸드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수 마네크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여정에 뛰어든다. 영화는 사설 탐정을 고용해 다섯 병사들의 행적을 좇는 마틸드의 간절한 바람과 그로부터 하나씩 밝혀지는 전쟁의 참상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작은 단서들을 근거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추리영화의 잔재미를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사건을 추적할수록 정황 증거는 점점 마네크의 죽음쪽으로 기울지만 마틸드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 어딘가에 연인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만이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믿음과 열정이 마틸드의 생존방식이라면, 다른 병사들의 여인들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거나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식물처럼 살아가는 방식으로 사랑을 지킨다. 1차 대전 당시의 전선과 참호는 차가운 모노톤으로, 그리고 종전 후 파리의 시가지는 마틸드의 애틋한 사랑처럼 따뜻한 톤으로 극명하게 대비한 영상이 눈길을 끈다. 감독의 전작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와 ‘아멜리에’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가 수시로 넘나드는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그에 따른 잦은 내레이션은 관객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아멜리에’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귀여운 여인으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오드리 토투는 이 작품에서도 낙천적이고 로맨틱한 여성의 캐릭터를 십분 발휘했다. 할리우드의 지적인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깜짝 출연도 눈여겨 볼 만하다.15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정태수 前 한보회장 ‘10억대 전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서울 가회동 자택에 거주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풍수지리와 ‘철강 사업’이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8일 시사주간지 ‘한겨레 21’ 최근호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정태수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던 가회동 집에 2년 계약으로 세들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77의 1에 소재한 이 집은 대지 615평, 건평 149평의 2층 건물로, 화신백화점 창업주인 박흥식씨가 과거에 살던 곳이기도 하다. 고 정 명예회장은 42년간 살아온 청운동 자택(627평)을 2000년 3월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물려주고, 도보로 출근하기 위해 계동 현대 본사에서 200m 떨어진 가회동 집으로 이사했다. 가회동 집은 정 명예회장의 사망 몇 달 뒤인 2001년 하반기 부동산업자인 정모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으며, 정태수 회장은 2003년 10월쯤 이 집에 입주,3남 내외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은 시가 40억원으로 전세금도 1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영화 ‘피와 뼈’ 최양일 감독

    재일교포 감독이 재일 한국인의 삶을 소재로 만든 영화라고 해서,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시대상을 용기있게 담은 영화일 거라고 속단하진 말자. 영화 ‘피와 뼈(Blood&Bones·25일 개봉)’는 그보다는 시대에 등을 돌린 채 동물적 욕망만으로 살아간 한 사내의 꿈틀거림을 담아낸 영화다. 그 사내가 거쳐온 시대적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그를 그렇게 만든 원인으로서의 역사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 홍보차 한국을 찾은 최양일(56) 감독은 “특별히 사회적 의미를 넣진 않았다.”면서 “영화 ‘대부’가 이탈리아 이민사를 중심에 두지 않았듯, 내 영화도 시대상보다는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강함과 약함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1923년.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배에 오른 청년 김준평. 영화는 이내 그의 청년시절을 건너뛰고, 이미 폭력만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괴물’이 돼버린 중년의 그에게 초점을 맞춘다. 최 감독이 기타노 다케시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김준평을 연기하는 기타노 다케시는 완벽하게 비열한 욕망의 화신으로 부활했다.“원작소설의 주인공보다 체구가 작지만, 주인공의 어두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그를 캐스팅한 이유다. “괴물과 같은 삶을 산 남자를 그리는 건 오랜 희망이었다.”는 최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6년을 투자했다. 재일 한국인 소설가 양석일이 자신의 아버지를 모델로 1998년 쓴 동명소설이 원작. 최 감독은 “원작에 드러난 방대한 스케일을 영상으로 그려내기 위해 1000여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제목은 피와 뼈로 연결된 가족관계를 의미한단다. 자신의 욕망에 갇혀 스스로 불행해져 버린 김준평과,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던 아들과 딸과 부인의 처절한 몸짓을 정지된 프레임 속에 가두어 슬프게 관조하는 느낌의 영화. 일본에서는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닛칸스포츠 영화대상, 키네마 준보 영화상 등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했다. 최 감독은 거장 오시마 나기사의 조감독 출신으로,‘달은 어디 떠 있는가’‘개, 달리다’ 등 스무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지난해부터는 일본 영화감독협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부고]

    ●이동호(엔젤폴리모 대표·전 서울신문 기획심사부장)동진(자영업)씨 부친상 15일 평촌 한림대성심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30분 (031)384-4634 ●오응서(전 서울치과의사협회 회장)씨 별세 성진(예치과 원장)씨 부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3410-6920 ●장대영(한림대 성심병원 내과 부교수)혜영(가톨릭대 수학과 교수)의영(치과의원)씨 부친상 박재영(버라이젼 대표)씨 빙부상 정영옥(강남성심병원 내과 조교수)씨 시부상 1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7일 오전 9시 (02)3010-2268 ●하복동(선교문화신문 발행인)씨 별세 15일 인하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7시 (032)890-3191 ●김경호(CJ 스포츠마케팅 담당 과장)씨 부친상 14일 서대문시립병원, 발인 16일 오후 1시 (02)354-3299 ●황순종(엔지니어링공제조합 감사)순성(자영업)씨 부친상 15일 서울대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2)2072-2035 ●방두훈(한국수출입은행 팀장)두신(포룩코리아 본부장)씨 부친상 양건호(고려학원 학생주임)씨 빙부상 15일 인천적십자병원, 발인 17일 오전 8시 011-760-2988
  • 감금·폭행… 노인학대의 현주소

    감금·폭행… 노인학대의 현주소

    노인 인구 430만명에 한 해 노인 자살건수 3000여건. 뚜렷한 노인 복지정책도 없이 자식들에게 버림받거나 학대받는 노인이 늘고 있는 게, 유례없이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KBS1 ‘현장르포 제3지대’(밤 12시)는 지난해 말 개소한 노인학대예방센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노인 학대 실상을 밀착 취재해 15일 내보낸다. 2002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노인 3명 중 1명이 학대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노인학대 문제는 심각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전국 19개 시·도에 노인학대예방센터가 개설됐고, 전국 어디서든 ‘1389’번을 누르면 위급한 상황에서 노인들을 구해줄 창구가 열렸다. 경남 창원의 노인학대예방센터.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135건의 전화신고가 들어왔다.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센터 직원들은 24시간 학대신고 전화를 상담한다. 신고 사례 가운데는 노부모에게 ‘빨리 죽으라.’는 폭언을 퍼붓거나, 자신들은 따뜻한 방에서 생활하면서 부모는 불도 들지 않는 골방에 가둬두고 끼니조차 챙겨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몇 년째 부모와 연락을 두절한 채 부모가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기막힌 사례도 접수됐다. 신고가 들어온 이후에도 상담과 중재 절차가 결코 쉽지 않다.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지 말라고 행패를 부리는 가해 자식들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면서 중재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은 노인학대예방센터의 창을 통해 SOS를 보내는 노인들의 실상과, 학대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방센터 사람들의 바쁜 일상을 포착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귀성길의 덤 ‘알짜 땅 투자정보’

    고향 가는 길, 마음은 기쁘지만 몸은 여간 피곤하지 않다. 고향 땅값·개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피로도 풀리고 어느새 고향 문턱에 닿는다. ●이곳이 투자 유망지역 고향이 충청도인 사람들은 가족·친구들 모임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땅값 상승을 화제로 말문을 열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정치적 풍랑을 겪고 있는데다 서해안 부동산 열풍이 아직도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수도 후보지인 연기·공주를 비롯, 천안·아산, 당진·홍성·서산 등 서해안 일대 땅값이 크게 올랐다. 전국 땅값 상승률 순위 열 손가락 안에 6곳은 충남지역이다. 연기군은 지난해 1년 동안 평균 23.33% 상승했다.1번 국도 주변 대지·잡종지 등은 2배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금남면 용담·감성리 일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은 평당 70만원을 부른다. 길가 논도 호가 기준으로 평당 20만원을 넘는다. 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거래는 많지 않으나 행정수도 규모 등이 확정되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면서 “행정수도 후보지에서 대전·청주로 이어지는 길가 땅이 투자 유망하다.”고 말했다. 천안·아산∼공주·광주로 이어지는 길목에 고향을 둔 사람들도 치솟은 땅값에 깜짝 놀랄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고속철도 개통이라는 ‘쌍끌이’ 호재를 바탕으로 17% 올랐다. 길가 땅값은 50% 이상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파주·평택 지역 땅값 상승이 눈에 띈다. 파주는 교하신도시 개발과 파주운정지구 신도시 보상 이후 대토(代土)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땅값이 13% 이상 뛴 곳. 오름세가 주변 지역으로 옮아가고 있는 분위기다. 고향 다녀오는 길에 인근 연천지역 부동산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 추진 및 평화신도시 조성 계획, 역세권 개발과 주변 택지개발 등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 4·4분기에만 5% 가까이 올랐다. 땅값 오름세가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최찬용 용성공인중개사 사장은 “고속철도 역사 건립 여부가 확정되면 다시 한번 땅값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팽성읍·고덕면·청북면 일대 농지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경춘선복선전철 호재를 안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가평·청평, 강원도 남춘천 일대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묻어둘 만한 곳이다. 서해안을 따라 충남 당진·예산, 전남 무안·해남 일대 고향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폭등한 땅값에 입을 다물기 힘들 것이다. 평균 10% 이상 올랐다. 해남 일대는 기업도시 바람을 타고 땅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형제자매끼리 투자 펀드 조성 계획을 세워보는 기회를 가져볼 것을 권한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 개발, 경북 포항시 북구 일대는 신항만 건설 및 지방산업단지 조성, 경남 양산시는 양산 신도시 개발 호재를 안고 땅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기장은 정관 신도시 및 산업단지 조성 영향을 받아 땅값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고향길 돌아보는 요령 설 연휴가 길다. 귀향·성묘길에 조금만 신경 쓰면 투자 유망지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지도를 들고 떠나라. 최근에 발행된 3만분의 1 교통지도를 보아도 새로 뚫린 도로, 예정된 큰 도로 노선도가 나온다. 신설 고속도로 노선을 살핀 뒤 인터체인지 예정지를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로 확인하면 투자유망지역 감이 온다. 마을 이장이나 고향에서 직장을 잡고 있는 친구들에게 최근 도시계획공청회 등이 열렸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수다. 도시계획변경 공청회 때 제시된 내용으로 그 지역 개발방향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명함을 얻어둬야 한다. 해당 지역 시세를 가장 잘 꿰고 있는 사람은 그 지역 중개업자들이다. 매물도 소개받을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광진구 물 절약 “눈에 띄네”

    오는 6월이면 서울 광진구의 모든 가정이 수돗물을 절약하는 절수기를 갖추게 된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19일 올 상반기중 지역내 5만 8000여가구에 양변기용 절수기기 설치가 100% 완료된다고 밝혔다. 광진구는 지난 2000년부터 주민들이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동주택과 일반주택에 양변기용 절수기기를 무료로 설치해 주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15개동에 약 5만 5500개의 절수기를 설치한데 이어 올 상반기 중 군자동 일대 2000여가구의 일반주택과 기타 지역 민원 신청분 500여가구의 절수기 설치가 완료되면 지역내 모든 주택이 절수기기를 갖추게 된다. 일반가정에 설치된 양변기는 한 번에 13∼15ℓ 정도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양변기에 절수기를 부착하면 7∼10ℓ만으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가정용 변기에 절수기를 설치할 경우 1회 사용시 약 4∼6ℓ의 물 손실을 막아 30%정도를 절약하게 된다. 이를 지역 전체로 환산할 경우 연간 100만t의 수돗물이 절약되고, 연간 5억 7000만∼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절수기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3억여원이다.1개당 설치비용은 3000원정도에 불과한 데다 공공근로와 일용인부들이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설치, 고용창출 효과도 거뒀다. 절수기가 필요한 가정은 전화신청(450-1370∼4)을 하면 되고 고장시 수리도 해준다. 정익조 광진구 환경위생팀장은 “수돗물을 아낀 만큼 하수량도 줄어들어 하수처리장의 처리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지금그곳은] 종로 민가다헌(閔家茶軒)

    [지금그곳은] 종로 민가다헌(閔家茶軒)

    서울 종로구 경운동 ‘민익두가(家)’를 둘러싸고 ‘종로구·서울시 대 집주인·㈜민가다헌(閔家茶軒)’이 관(官)-민(民)구도로 나뉘어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문화재인 ‘민익두가’를 술 등을 파는 일반음식점으로 이용이 가능한 지 여부.1심에서는 ‘관’이 이겼지만, 지난해 12월 2심 판결에서는 ‘민’이 승부를 뒤집었다. ●민익두가의 내력 ‘민익두가’는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룡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930년대 화장실과 목욕탕을 실내에 배치한 개량 한옥이다.‘민익두가’는 지난 1977년 민속자료 15호로 지정됐었다. 시는 2000년 2월 월드컵을 앞두고 인사동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면서 ‘민익두가’를 전면 개보수하기로 결정했다. 시가 3억 1800만원, 집주인이 1억 3900만원 등 총 4억 5700만원을 들여 2001년 8월30일 개보수를 완료했다.‘㈜민가다헌’은 2001년 11월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영업을 해 오고 있다. ●서울시 “일반음식점 영업 안될 말” 서울시는 개보수 당시 전통찻집이나 전통문화 전시관으로 이용하기로 집주인과 합의했다는 이유를 들어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문화과 관계자는 “합의 내용이 문서로 남아있지 않지만 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내용 등을 보면 전통찻집으로만 가능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민익두가’를 일반음식점으로 운영하기 위해 내부 장식을 바꿀 경우 시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민가다헌은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가다헌의 신용철 지배인은 “당시 합의 과정에서 집주인과 서울시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주인은 전통찻집이나 일반음식점 모두 가능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시는 ‘문화재 보호’보다는 시 예산을 들였으니 시의 뜻대로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종로구는 왜 허가 내줬나 소송까지 가게 된 데는 서울시와 종로구 사이에 정보교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2001년 11월 ‘㈜민가다헌’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을 때 종로구는 허가를 내줬다. 이곳이 시에서 3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개보수한 곳이며 전통찻집으로만 가능하도록 됐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구에서 허가를 내줄 리 만무하다는 것이 관계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종로구가 허가를 내주고 바로 2개월 뒤에 허가취소 결정을 내린 사실은 시와 구 사이에 ‘공조’가 없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2심 결과가 뜻밖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키로 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앙코르는 ‘느낌’이다. 형언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배어 있다. 보는 순간마다, 보는 장소마다, 보는 기분에 따라 각각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유적지의 웅대함에 놀라고, 고색창연한 건축물의 신비로움과 인류의 위대함에 매료된다. 캄보디아인의 인자한 미소가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13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하던 앙코르 왕조의 몰락과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는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 유적지 곳곳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앙코르 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사전 지식없이 무작정 찾았다가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무더기’의 지루함만을 느낄 수도 있다. 신들이 사는 세계를 이땅에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왕조가 멸망된 뒤 수세기동안 역사의 어둠속에 묻혀있다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앙코르의 느낌속으로 들어가 보자. # 설렘 앙코르 유적과의 만남은 설렘으로 시작됐다.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신들의 땅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늦은 밤에 도착한 탓에 유적지 인근 호텔에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뒤척임 속에 새벽을 맞아야 했다. 호텔을 출발해 처음 찾은 곳은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 시엠레압 주변 1000여개 유적지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유적지 매표소에서 3일 동안 자유롭게 유적지를 볼 수 있는 앙코르 패스(40달러)를 끊은 뒤 앙코르톰의 관문인 남문에 도착하자 장엄한 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불교도로는 처음 왕위에 오른 자이야바르만 7세(1181∼1201)때 지은 정사각형 도성이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 사진을 찍느라 복잡했다. 각 변이 3㎞로 돌벽과 해자(성곽 주변의 못)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힌두교의 창조신화인 유해교반(乳海攪拌)이 형상화돼 있다. 다리 난간에는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몸통을 부여잡고 있는 54개의 반인반수의 나가(크메르인이 믿었던 뱀 신)상과 입구인 남문에 새겨진 관음보살의 얼굴, 코끼리 조각과 비슈누 등 화려한 장식물이 먼저 발길을 사로잡았다. #웅대함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 남문을 통과하자 본격적인 신들의 안식처가 눈앞에 펼쳐졌다. 앙코르 톰의 중심에 있는 바이욘 사원은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관음보살의 얼굴이 새겨진 사면 돌탑이 있는 곳.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수백m에 이르는 회랑 벽화에는 다른 앙코르 유적과 달리 당시의 생활상과 위대한 왕의 전투장면이 관광객을 맞는다. 벽화에는 창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크메르인과 밥을 짓느라 분주한 여성의 모습, 투견과 투계에 빠져있는 남자들의 모습 등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원 공사를 잘못해 무너져 내린 수많은 석축물들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했다. 바이욘 사원 북쪽에 있는 바푸온 사원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13세기 이 곳을 방문한 원나라 사신이 쓴 ‘진랍풍토기’에 ‘아침에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도성을 비추던 곳’으로 묘사된 힌두 사원이다. 바로 위에는 3층 피라미드 형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피미야나카스(천상의 궁전) 사원이 버티고 서있고,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열병식을 거행했던 광장과 코끼리 테라스, 라이왕 테라스를 볼수있다. 앙코르 톰 동쪽에 있는 타프롬 사원(왕의 수도원)은 복원이 어려워 발견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1861년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될 당시 ‘앙코르 유적은 거대한 나무뿌리로 뒤덮여 있었다.’는 말 그대로 스퐁(열대 무화과 일종)이라 불리는 나무가 사원 곳곳을 뒤덮고 있다. 나무 뿌리가 돌틈 사이를 파고 들어가 사원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로서는 나무를 베어낼 수도 벽돌을 다시 세우기도 어려워 유네스코에서도 복원보다는 현상을 유지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곳은 영화 ‘툼레이더’의 매력적인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가 사원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 경외로움 그동안의 앙코르 유적은 서막에 불과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짙은 어둠을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숨죽일 만큼 아름답다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해자를 지나 본당으로 들어가는 폭 12m, 길이 540m의 참배도로 주변에는 일찌감치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길은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갈림길. 죽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잠시 뒤 수미산(세계 중심에 있는 산)을 상징하는 중앙탑 등 5개의 탑 뒤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사원이 시시각각으로 붉게 물드는 장면은 마치 신들이 자신의 세계를 인간들에게 조금씩 내어주는 듯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건축과 예술이 집대성돼 있으며 앙코르의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장엄한 규모와 균형, 조화 그리고 섬세함에 있어 최고로 꼽힌다. 이 사원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 다른 사원과 달리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왕의 사후세계를 위한 고려인 듯하다. 수리야바르만 2세(1112∼1152)때 3만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3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7t짜리 돌기둥 1800개, 높이가 67m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다. 3개의 회랑 벽면과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벽화는 힌두교 2대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이야기. 라마야나 이야기는 비슈누(힌두교 3대 신 중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화신인 라마 왕자가 팔이 스무개인 악마 라바나에게 강탈당한 아내 시타 왕비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신화다. 3층으로 된 앙코르와트의 중앙탑에 오르는 길은 70도 경사도. 손과 발을 이용해 기다시피 해야 올라설 수 있다. 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찌 인간이 두발로 걸어 갈 수 있겠는가. # 아쉬움 앙코르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쿨렌산은 앙코르의 발원지. 앙코르의 건립자 자야바르만 2세(802∼850)가 최초로 도읍을 정했던 곳. 돌무더기 유적에 질린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번 다녀와 볼 만한 코스다. 정상에서 약 10m크기의 와불상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또 툼레이더가 촬영된 멋진 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반테아이스레이 사원도 볼 만하다. 이 사원은 왕들이 세운 다른 사원과 달리 고위 관료가 지은 사원. 붉은 색 사암으로 지어진 핑크빛의 사원은 규모가 작지만 다른 사원과 비교해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화려한 조각품들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은 프랑스 문화장관을 지낸 전위작가 앙드레 말로가 1923년 사원내에 있는 데비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돼 실형을 받은 일화도 있다. 앙코르 관광의 마무리는 프놈바켕의 일몰. 앙코르와트와 바이욘의 중간지점에 있는 높이 60m의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힘들고 가파르지만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길고도 짧은 앙코르 관광이 끝났지만 신들이 새겨놓은 장엄한 잔상들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원들을 돌아보느라 밀려드는 피곤함보다는 다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특히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서 번성하던 앙코르 왕조와 내전으로 피폐해진 현재의 캄보디아 모습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사원 곳곳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여행 내내 마음을 무겁고 아프게 했다. 과연 역사란, 삶이란 무엇일까. 알고가면 편해요 앙코르와트 여행은 겨울철이 가장 좋다.11∼2월이 건기로 이 기간이 가장 시원해서 유적을 둘러보기 적합하다. 고온 다습한 열대몬순 기후지만 하루에 몇번 스콜이 지나가는 정도일 뿐 금방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반면 3∼4월은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혹서기이며,5∼10월은 고온다습한 우기다.시차는 2시간으로 한국이 오전 10시면 캄보디아에서는 오전 8시다. 화폐는 리엘(Riel)이지만 시엠레압 등 대도시에서는 달러가 유통돼 환전할 필요는 없다. 소규모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하므로 1달러짜리 소액권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1달러는 약 4000리엘 정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전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거나 현지 도착후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1장, 비용 20달러가 필요하다. 종교는 상좌부불교(소승 불교)이며, 인종은 크메르족이 80%를 차지한다. 유의 사항으로는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생사정이 좋지 않다. 반드시 생수를 사먹는 편이 좋다. 관광지에서는 돌 하나도 가져가면 밀반출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하루종일 햇볕이 강하게 내려쬐므로 모자는 필수다. 전화가 거의 없으며, 호텔에서도 1분당 6달러 정도로 비싸다.전압은 220V로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유적지에 들어 가려면 앙코르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1일권 20달러,3일권 40달러,7일권 60달러이며,1일권 외에는 사진을 찍어 함께 코팅해 준다. ‘쏙 싸바이’(안녕하세요),‘쭙닙수’(반갑습니다),‘옥꾸운’(감사합니다) 등 기본적인 캄보디아어를 외워두면 편하다. 가는 길은 시엠레압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에서 방콕까지는 4시간 20분, 방콕에서 시엠레압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이르면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주 2회 직항편을 준비하고 있다. 숙박은 공항과 앙코르 유적지에서 각각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호텔’이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리조트형 5성급 호텔로 22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www.lemeridien.com, (02)794-4011. 여행 상품으로는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02)536-4200)에서 앙코르 문화유적지를 충분히 둘러보는 3∼5일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서 급행료 주지마세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는 연간 10만여명의 우리나라 관광객이 찾는 곳. 그러나 이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시엠레압 공항에서 한국 단체관광객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입국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통과하는 특권을 누린다. 공항 직원에게 일종의 ‘급행료’(?)를 지불했기 때문. 실제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에게 공항직원이 “10달러를 주면 빨리 통과시켜 주겠다.”는 요구를 했다. 거부하자 한명에 5∼10분가량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다. 급행료를 만든 것은 한국인. 좁은 공항에서 다소 오래 걸리는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이 관행화됐다는 게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설명이다.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원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물을 훼손하지 말라는 말이다. 얼마전 한국인 관광객이 유적지내 돌탑을 흔들며 심한 장난을 치다 부숴뜨려 벌금 800만원과 함께 한달간 실형을 산 뒤 영구 추방조치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인들은 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앙코르 유적지를 모독하거나 훼손, 파손할 경우 엄하게 처벌한다. 또 현지인들이 우리보다 못 산다고 무시하거나 종교적으로 모독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신들의 세계를 관광하기에 앞서 좀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시엠레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수익성 큰 주공 상가 쏟아진다

    수익성 큰 주공 상가 쏟아진다

    수익성 부동산 상품을 찾는 투자자라면 주공 상가와 단독택지를 노려라. 주택공사가 올해 전국에서 공급하는 수익성 부동산은 상가 77개 단지 709점포, 상업편익용지 17개지구 445필지, 단독주택용지 10개지구 1273필지 등이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돼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 형성이 빠르다는 장점을 지녔다. 도시기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은 청약 경쟁을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된 상권… 경쟁률 높을 듯 택지지구 안에 있어 기존 도심과 별도의 상권이 형성된다. 중·소형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택지지구인 데다 입주민의 소비 행위가 대부분 단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안정된 상권을 기대할 수 있다. 평균 100가구당 1개꼴로 점포를 배치, 민간 아파트 단지 상가에 비해 고객 유치 경쟁력이 강하다. 일반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공급한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공급된 인천 삼산, 포천 송우지구 등의 상가 분양 때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고양 풍동, 인천 논현, 춘천 퇴계, 진주 가좌지구 등에서 공급하는 상가를 분양받아 볼 만하다. 풍동지구에서는 3월부터 23개 점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일산 신도시와 인접한 25만평 7700가구 미니 신도시다. 배후에 대규모 단지가 형성돼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 동백지구에서는 5월부터 35개 점포가 공급된다. 동백지구는 100만평 규모의 1만 7000여가구가 입주하는 남부 수도권의 신흥 주거단지다. 용인 보라지구는 9월부터 34개 상가를 공급한다. 인천 논현지구 상가도 눈여겨볼 만하다.77만평의 택지지구다.4월부터 84개 상가가 공급된다. 제주 노형지구에서는 3월에 13개 점포를 내놓는다.1000가구 이상의 독립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아파트단지내 단독택지 인기 예감 각종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 단지에서 공급한다. 단독주택의 장점과 아파트의 편리성을 고루 갖춘 용지여서 인기를 끈다. 필지당 60∼80평 규모다. 연면적 40%까지 상가를 지을 수 있어 투자가치가 매우 높다.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으며, 일반공개 분양으로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관심을 끄는 단지로는 고양 일산2지구로 9월부터 130필지가 공급된다. 면적의 40% 이내에서 상가 겸용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용인 보라지구에서는 9월부터 141필지가 나온다. 경부고속도로 수원, 기흥IC를 통해 진출입이 쉽다. 전원형 주거단지로는 빠지지 않는다. 평택 이충2지구에서는 8월에 60필지를 공급한다. 용산 미군부대 이전, 국제평화신도시 조성 등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인천 논현2지구에서는 9월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다. 모두 602필지다. 역시 연면적의 40% 이내에서 상가를 지을 수 있다. 부천 소사2지구에서도 30필지가 6월에 분양된다. 경인고속도로와 소사역이 가깝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공공미술’ 환골탈태하나

    ‘공공미술’ 환골탈태하나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건축물 미술장식제도가 과연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이 제도는 도시문화환경 개선과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일정 규모(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할 때 건축비의 0.7%를 미술장식에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공공미술’제도로 전환하는 것 등을 골자로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안은 앞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기관이 건축물을 지을 경우, 미술품 투자 비율을 건축비의 1% 이상으로 해 현재의 0.7%보다 한층 강화했다. 개정안의 문면만 놓고 보면 그리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공공미술은 ‘공공’의 의미와 ‘미술’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정의가 가능한 다의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건축물 미술장식법 개정안은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어 내년에야 문광위에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내년 초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로 미술계의 여론을 모으는 공개 토론회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술계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그동안 일정 규모의 기금을 거둬 운영하는 ‘공공미술센터’의 설치를 주장해 왔다. 건축비의 0.7%를 미술장식품 설치에 사용하는 대신 건축주의 부담 비용을 0.5%로 낮춰 기금으로 납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금 납부를 주장하는 이들은 흔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1%법’을 예로 든다.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민간 건축주들에게 건축비용의 1%를 공공미술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기금제를 원칙으로 하는 이 방안은 0.4%를 도시문화신탁기금에 납부하고 나머지 0.6%로 자신의 건물에 공공미술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0.8%를 기금에 납부함으로써 공공미술 설치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공미술센터’ 혹은 기금제가 거론되는 것은 물론 미술품장식 비용의 불법적인 흐름을 막기 위해서다. 한해 500억원이 넘는 미술장식품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격담합이나 리베이트 등 부작용과 준공허가를 얻기 위한 억지춘향식 미술품 설치의 폐단을 없애자는 게 근본 취지다. 이와 관련, 조각가 오형태 교수(목원대)는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건물 밀집지역일 뿐 아니라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이 짙다.”며 “이를 우리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한다. 그동안 논란의 핵이 돼온 ‘공공미술센터’ 설립은 기금의 운영주체와 공정성, 사유재산권 침해 등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아 실현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 건축물 미술장식제도를 포함한 공공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미술위원회’(가칭)의 신설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건축물 미술장식품의 설치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들쭉날쭉이다. 예치금제도 등이 비교적 잘 돼 있는 경기도 고양시의 조례 같은 경우도 있지만, 아예 미술장식품 관련 규정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이런 현실에서 공공미술 전반에 대한 연구와 교육, 관리, 데이터베이스 작업 등을 담당할 공공미술위원회를 두는 방안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年500억 규모… 담합·저질양산 폐단-미술계 일각 “기금제로 전환” 주장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8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근거 조항이 마련된 이래 지금까지 24년 동안 시행돼 오고 있다. 서구의 ‘예술을 위한 퍼센트법(percent for art ordinance)’을 모델로 했다. 그러나 95년부터(서울시의 경우 84년부터)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뀐 이 제도는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건축규제라는 지적은 별개로 하더라도 ▲시행과정에서의 편법동원 ▲유명무실한 심의절차 ▲저질작품 양산 등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시각공해’니 ‘문패조각’이니 하는 극단적인 말까지 들어 왔다. 건축물 미술장식제도와 관련, 무엇보다 먼저 개선돼야 할 것이 심의제도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 확보. 미술장식품이 미술장식품위원회가 아니라 지방건축위원회에서 심의되는 경우도 있다. 미술계에서는 심의위원회의 구성원을 문인, 화가, 평론가 등으로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공공미술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 미대 최병식 교수는 “한국도로공사나 주택공사 같은 공공기관에서 미술장식품을 공모하고 있지만 작품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심사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화랑 등 중개업자의 참여를 양성화하는 방안도 힘을 얻고 있다. 요컨대 브로커의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비리를 막자는 것이다. 이 방안은 한편으로는 미술장식품의 제작, 설치, 사후관리 등 행정적인 과정을 관장할 수 있는 실행기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건축주의 리베이트와 화랑의 중개수수료 등으로 인해 작가는 이면계약을 맺고 법정 미술장식비용의 일부만 받고 있는 게 우리 현실. 미술평론가 박찬경씨(대안공간 풀 디렉터)는 “미술장식품을 설치하려면 화상이나 딜러가 중개하고 수수료를 떼어가는 게 관행”이라며 “중개업자를 양성화하면 건축주의 음성적인 이중계약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자 양성화 방안은 정부뿐 아니라 한국화랑협회 등 미술계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화랑협회 김태수 회장은 “미술장식품뿐 아니라 공공미술 전반을 다루는 중개업자를 에이전시로 등록하도록 해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품 설치비율을 보다 신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건설비용이 2000만 달러 이하일 때는 1%를 적용하지만 2000만 달러 이상일 때는 2000만 달러까지는 1%를, 초과액에 대해서는 0.5%를 부과한다. 한국미술협회 등 1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공공미술협의회는 우리나라도 건축비에 따라 신축적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공공미술협의회는 민간건물의 경우 300억원 이상의 건물은 0.7%를,300억원 이하의 건물은 1%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적정 금액 이상을 미술품 설치에 투자, 도시환경 개선에 기여할 경우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예처럼 초과 퍼센트만큼 건축면적을 넓혀 주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만하다는 것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NBA] 최강 원투펀치는

    [NBA] 최강 원투펀치는

    NBA 최고의 ‘원투펀치’는 누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창단 3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우승을 했던 2001년 ‘원투펀치’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빈약한 타선의 애리조나가 랜디 존슨-커트 실링이라는 최강의 ‘원투펀치’로 양키제국을 무너뜨렸기 때문. 농구에서도 확실한 ‘원투펀치’를 가진 팀의 성적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프로농구(NBA) 원투펀치의 대명사는 99∼00부터 01∼02시즌까지 3연패의 신화를 창조한 LA 레이커스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32·216㎝)-‘포스트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26·198㎝). 하지만 03∼04시즌이 끝난 뒤 오닐은 마이애미 히트로 보금자리를 옮겨 ‘차세대 공격형 가드’ 드웨인 웨이드(22·193㎝)와 새로운 콤비를 결성했다. 골밑 철옹성을 구축한 오닐에게 상대 수비 2∼3명이 달려드는 순간 3점슈터에게 공을 배달하거나, 골밑으로 쇄도하는 동료에게 노룩패스를 하는 등 특급가드 못지않은 어시스트 능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시즌 르브론 제임스(20·203㎝·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신인왕을 다퉜던 ‘투지의 화신’ 웨이드는 과감한 골밑 돌파로 마이애미의 최근 8연승을 주도했다. 경기당 43.9점 16리바운드를 합작한 ‘샤크-웨이드 콤비’의 궁합은 성적으로 직결됐다. 지난 시즌 42승 40패로 5할 승률에 턱걸이했던 마이애미는 21일 현재 19승7패로 동부콘퍼런스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동부에 ‘샤크-웨이드’가 있다면 서부콘퍼런스에는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R-R(레이 앨런-라샤드 루이스)콤비’가 있다. 지난 시즌 밀워키 벅스에서 뛴 ‘공포의 3점슈터’ 앨런(29·195㎝)이 루이스(25·210㎝)와 만나면서 경기당 100.65점(전체 6위)을 쓸어 담는 ‘공격의 팀’으로 변신했다.‘R-R콤비’는 경기당 46.3점을 책임져 걸출한 센터와 포인트가드 없는 시애틀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나 덴버 너기츠 같은 강팀들을 따돌리고 서부콘퍼런스 북서지구 1위(18승5패)를 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반면 02∼03,03∼04시즌 연속 득점왕 트레이시 맥그레이디(25·203㎝)의 이적으로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4·229㎝)과 최강의 콤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휴스턴 로키츠의 ‘맥밍 콤비’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맥그레이디는 평균 22.5점(지난시즌 28점), 야오밍은 18.1점 8.7리바운드(지난 시즌 17.5점 9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다.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한 맥그레이디의 플레이 스타일 탓에 이들의 시너지는 ‘제로’에 가깝다. 휴스턴은 평균 87.95점(28위)에 불과한 빈약한 공격력으로 21일 현재 12승13패,5할 승률에도 못 미쳐 플레이오프 진출을 낙관하기 어렵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신자들과 부대끼던 본당시절 가장 행복”

    “사랑도 풋풋한 첫사랑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성직생활 52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어오면 난 서슴없이 ‘가난한 신자들과 울고 웃었던 본당신부 시절’이라고 대답한다. 일선 본당신부 시절이라고 해봐야 안동본당과 김천본당을 합해 2년 반밖에 안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추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김수환(82) 추기경의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 펴냄)가 나왔다. 김원철 평화신문 기자가 직접 김 추기경의 구술을 글로 정리했다. 책에는 가난한 옹기장수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98년 서울대교구장직을 은퇴하고 혜화동 주교관에 머물기까지의 삶의 자취가 담겨 있다. 일본 상지대 유학 시절 한 평생 영적 스승으로 모시게 될 독일인 신부 게페르트를 만나고, 학병으로 끌려가 목숨 걸고 탈출을 감행하고, 신부가 되기 전 부산의 한 여인으로부터 청혼을 받고 갈등을 겪던 사연 등 비화도 공개돼 눈길을 끈다. “서부 활극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를 보면 총을 먼저 빼든 사람이 이기잖아요.” 1980년 정월 초하루, 김 추기경은 새해 인사차 방문한 보안사령관 전두환 소장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12·12 사태에 대한 이해를 구하러 온 모양인데 추기경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책은 1972년 서울대교구에서 발행하던 월간지 ‘창조’에 김지하의 장편 풍자시 ‘비어(蜚語)’가 실리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던 사건,“학생들을 체포하려거든 나를 밟고 지나가시오.”라며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섰던 일 등 70∼80년대 민주화 이야기도 담담하게 들려준다. 김 추기경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제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삶은 어느 날 이승의 생을 마감하고 하느님 앞에 섰을 때 온전히 드러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브나로드 운동/이기동 논설위원

    모스크바국제공항의 정식이름은 세르메체보국제공항. 세계 유수 여행사들이 서비스, 청결,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의 국제공항’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지만 그 이름만은 러시아 역사상 최고의 한량, 세르메체프백작을 딴 것이다. 모스크바 교외에 위치한 그의 저택은 일명 작은 베르사유궁이라고 불리는데, 지금도 18세기 러시아귀족들의 영화를 엿보는데 손색없는 화려함을 자랑한다. 저택 안내판에는 그가 거느린 농노가 20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농노제의 위세를 짐작케 한다. 백작인 그가 농노의 딸을 정식 아내로 맞아들였다는 기록은 그가 탐욕의 화신처럼 돼있는 다른 러시아지주들과는 자못 다른 유의 귀족이었음을 은근히 내비친다. 혁명 뒤 볼셰비키들이 모스크바국제공항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도 그가 신분, 계급을 넘어 러시아인들의 존경을 받았음을 짐작케 한다. 1917년 볼셰비키혁명 때까지 제정 러시아는 철저한 농노국가였다. 따라서 19세기 러시아의 지식인들이 농민계몽을 혁명의 첫 단계로 삼고 ‘브나로드(V Narod·민중속으로)’운동을 시작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볼셰비키혁명의 성공도 사실은 브나로드운동에 힘입어 황제 차르와 대지주의 권위를 우습게 보기 시작한 계몽된 농민들 때문에 가능했던 셈이다. 일제하 이 땅의 젊은 지식인들이 브나로드운동에 눈돌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1934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심훈의 ‘상록수’는 이광수의 ‘흙’과 함께 계몽형 브나로드 소설의 대표작이다. 다만 한국판 브나로드의 주인공들은 공산혁명가가 아니라, 농민계몽으로 식민시대의 질곡을 헤쳐보려던 젊은 남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적 또한 대지주가 아니라, 갖은 교활한 꾀로 이들을 괴롭히던 주재소 일본 순사들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석연변호사가 주도하는 헌법포럼이 헌법 브나로드운동을 주창해 화제다. 급진세력의 개혁독점을 배격하고, 헌법정신이 국민의 구체적 삶에 파고들도록 만들겠다는 결의다. 일반국민 뿐아니라, 행정수도이전 위헌판결 이후 헌법재판소 때리기에 나섰던 여권 일각의 급진세력 또한 이들의 계몽대상이다. 어지러운 세상, 사실 헌법보다 더 좋은 나침반이 또 있겠는가. 반개혁, 반노(反盧)라고 성급하게 매도하기보다는 헌법바로세우기 운동쯤으로 받아들이며 어디로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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