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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으로 성공한 ‘보수’ 사회 현실 수용한 ‘진보’

    ‘위기를 극복한 세계의 리더들’(강원택 등 지음, 북하우스 펴냄)은 대선을 앞둔 한국 상황에서 한번 챙겨볼 만하다. 모두 8명의 정치인을 다뤘는데 그 가운데 벤저민 디즈레일리 영국 총리와 페르 알빈 한손 스웨덴 총리가 눈에 띈다. 디즈레일리 총리에게서 보수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한손 총리에게서 진보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각각 그려볼 수 있어서다. 영국 보수주의와 스웨덴 사민주의를 연구해 온 강원택 서울대 교수와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가 집필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선 보수주의자 디즈레일리 총리. 그의 경쟁자는 자유당의 글래드스턴이다. 글래드스턴은 4차례 총리를 역임하면서 각종 개혁 정책을 성사시킨 거물 정치인이다. 디즈레일리는 이에 맞서 어떤 전략을 썼던가. 색깔론? 지역감정? 그게 아니라 “상대보다 더욱 개혁적인 법안을 통한 당의 외연 확대”를 승부수로 택했다. 개혁적인 글래드스턴의 자유당에서조차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보류되거나 논란이 됐던 사안을 과감하게 입법화했다. 이런 디즈레일리를 두고 보수당 내부에서도 “우리 의회 역사에서 유사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적 배신”, “일개 정치적 도박꾼”이라는 극렬한 비판이 들끓었으나 지금은 ‘일국 토리주의 원칙을 확립한 보수당의 아버지’라는 평을 듣는다. 다음은 진보주의자 한손 총리. 그는 일방적 군축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봤다. 급진파의 주장에 동조하는 노동자 정당이 아니라 중산 계층의 이익까지 포괄하는 국민 정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협력이 필요했기에 이들을 되도록이면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회주의의 화신”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한손은 지금 스웨덴 사람들에게 ‘국부’라 불린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보수는 더 많은 개혁성을, 진보는 더 많은 현실적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진보 이분법에 갇힌 사람에게는 회색분자 같은 소리겠지만 현실 정치는 언제나 회색의 영역에 있는 법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구당권파 찌그러져 있으란 말이냐” “기득권 내려놔야 더 큰 행복 온다”

    “구당권파는 속된 말로 찌그러져 조용히 있으란 말이냐.”(구당권파 오병윤 의원) “기득권 내려놔야 더 큰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강기갑 대표)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원색적인 말을 쏟아내며 격돌했다. 다음 달 2일 중앙위원회에 구당권파의 ‘백의종군’을 전제로 한 분당 없는 혁신재창당 안건을 상정하기 이전 터놓고 토론하자며 모인 자리였지만 양측은 깊게 파인 감정의 골만 확인했다. 중앙위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강기갑 대표가 회의에 앞서 당연직 중앙위원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외하고 중앙위원 재적 인원을 84명으로 보고하자 구당권파는 “지도부가 임의로 두 의원의 중앙위원 자격을 박탈하려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중앙당기위가 제명 결정을 내렸어도 의원총회에서 제명안이 부결됐기 때문에 중앙위원 자격 또한 유효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시작부터 슬슬 꼬이기 시작한다.”며 한숨을 내쉬고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항의가 빗발쳐 성원보고 이후 30여분이 지나서야 개회를 선언할 수 있었다. 구당권파는 토론에 들어가 더욱더 날을 세웠다. 오병윤 의원은 “공공연하게 구당권파의 백의종군을 요구하고 이를 받지 않으면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데, 내가 악의 화신인가.”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신당권파의 이정미 최고위원은 “우리도 기뻐서 당을 나가겠다는 게 아니다. 대중화의 실패는 결국 진보정치의 실패”라고 반격했다. 중립 성향의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연합은 구당권파처럼 탈당·분당 반대, 신당 창당 기구인 혁신진보모임 해체를 요구하면서도 혁신재창당에는 동의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중재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당권파는 두 의원의 자진 사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혁신재창당안 통과는 신당권파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앙위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데 구당권파 중앙위원이 신당권파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음 달 2일 혁신재창당안이 부결되면 신당권파는 당 해산 안건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바그너 다시 보니 순수예술의 거장

    독일 철학자 니체는 책 ‘바그너의 경우’에서 음악가 바그너를 두고 “바그너가 도대체 인간이란 말인가. 그는 오히려 질병이 아닌가. 그는 음악을 병들게 했다.”면서 독설을 쏴댔다. 20대 청년 니체가 50대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탁월하고 신성한 존재”라 추앙했던 것을 생각하면 니체의 변심은 엄청난 반전이다. 명확하지 않은 신의 존재와 가치판단의 혼동을 겪으며 급기야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에게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신화적 요소가 가득 담긴 오페라를 내놓는 바그너가 체질에 맞았을 리 없다. 새로운 독일의 시대정신을 만들려는 이상에 젖은 니체에게 바그너의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반유대주의 사상은 실망스러운 행보였다. 니체는 “내가 혐오하는 모든 것을 향해 바그너는 한 발짝씩 내려가고 있다. 반유대주의까지도.”(‘니체 대 바그너’ 중)라면서 바그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후 새롭게 바그너를 숭배한 인물, 히틀러가 등장했다. 바그너가 반유대주의자였던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민중들이 열렬히 신봉하는 바그너의 음악은 히틀러가 지향하는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데 더없이 적절했다. 히틀러가 가두행진을 할 때 경건한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을 틀어 히틀러가 순례자이며 선지자라고 믿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바그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리면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다. 위대한 거장이거나 파시즘의 화신인 것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미군이 베트남 해안마을을 폭격할 때 울려 퍼지는 ‘발퀴레의 기행’과 같은 파괴적인 제국주의적 음악이거나,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처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바그너의 음악 성향과도 비슷하다.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 철학계를 이끄는 알랭 바디우가 내놓은 ‘바그너는 위험한가’(Five Lessons on Wagner, 슬라보예 지젝 발문, 김성호 옮김, 북인더갭 펴냄)는 새로운 바그너를 꺼내든다. 바그너에게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그너는 동일성의 원리에 빠진 전형적 음악가이고, 음악적 통일성과 총체성을 강제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인식이다. 하지만 바디우는 바그너의 작품 속에서 총체성에 저항하는 표지, 완벽한 결말의 회피, 다수의 해석 가능성을 여는 경향 등이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또 바그너를 순수예술의 종말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총체성에서 분리된 순수예술로서 바그너를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바디우는 키치와 할리우드식 스펙터클이 지배하는 시대에 맞서 니체, 하이데거, 아도르노, 라쿠라바르트에 이르는 서구 사상의 이론을 살피면서 바그너 상(象)을 재정립한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한 해 앞둔 시점에서 바그너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도 좋다. 1만 65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부고]

    ●김중백 중호(동화특수강 이사)중근(주인도 대사)중범(SK케미칼 본부장 상무)씨 모친상 정재만(제임스인터내셔널 대표)씨 장모상 2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5일 오전 8시 30분 (031)787-1502 ●김거성(한국투명성기구 회장)해성(지구촌사랑나눔 대표)씨 부친상 김용중(SK E&S 심천본부장 상무)김상헌(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씨 장인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8시 (02)2227-7587 ●김기철(SK건설 부장)씨 모친상 백우기(화신문화사 대표)최한성(의정부 신곡초 교감)씨 장모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4일 오전 (02)2227-7572 ●김갑수(양산시 부시장)씨 장모상 2일 밀양 영남병원, 발인 4일 오전 9시 (055)355-8525 ●김영호(단국대 석좌교수·전 산자부 장관)영덕(유썹 사장·전 삼립식품 사장)씨 부친상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5일 오전 6시 (02)2227-7580 ●정원돈(세명대 교수)미실(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씨 모친상 이희숙(대구가톨릭대 교수)씨 시모상 박영선(서경대 교수)씨 장모상 2일 고려대 안암병원, 발인 4일 오전 5시 (02)932-4442 ●심현수(고려신용정보 전무이사·전 KT 임원)씨 장인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6시 (02)3010-2263 ●김상수(헤럴드경제 산업부 기자)씨 조모상 1일 강북삼성병원, 발인 4일 오전 5시 (02)2001-1091 ●서광조(전 코알 대표이사)씨 별세 동원(민성회계법인)리라(테이블스푼 실장)씨 부친상 2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4일 오전 7시 (02)3010-2237
  • 신채호 글 200여편 발굴·분석

    ●신채호문학연구초(소명출판 펴냄) 단재 신채호의 작품 200여편을 새롭게 발굴한 고증학적 연구의 성과물이라고 저자인 김주현 경북대 국문과 교수는 말한다. 10년 가까이 단재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황성신문’ ‘권업신문’ ‘중화보’ ‘독립신문’ 등 신문과 잡지에 기고된 단재의 글을 찾아서 확보했고, 특히 ‘중화신보’ ‘북경중화신보’ 등에서 119편의 논설을 찾아내 고스란히 복원해 냈다. ‘월남망국사’ ‘의대리건국삼걸전’의 최초 번역을 단재가 했고, 애국계몽기 연극개량론의 주요 논설도 단재의 것이라고 밝혔다.
  • ‘성폭행 33건·살인미수 33건’ 저지른 ‘범죄의 화신’

    성폭행만 무려 33건, 살인미수도 33건이나 저지른 ‘범죄의 화신’이 법정에 섰다. 지난 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주 앨버턴 법원에 수많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남자(40)가 재판에 출석했다. 현지 검찰이 이 남자를 기소한 건수만 무려 66건으로 남아공 역사상 최고 신기록. 그러나 남자의 DNA와 일치하는 범죄기록이 추가로 발견돼 이 기록도 곧 갈아치워질 전망이다. 남자가 저지른 범죄도 흉악하다. 남자는 33건의 성폭행 모두 10세~14세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남자의 극악한 범죄는 올해 1월 피해자 중 한사람의 신고로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에 나선 조이스 사카자 검사는 “현재 기소한 66건의 사건 외에 증거가 확보된 31건을 추가로 기소할 예정” 이라면서 “추가 범죄 역시 대부분 성폭행 및 살인미수”라고 밝혔다. 이어 “남자가 저지른 범죄가 너무 방대해 정확한 조사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면서 “범행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정에 출석한 남자는 조용히 피고석에 앉아 재판을 받았으며 재판부는 남자에게 정신감정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인터넷뉴스팀     
  • 응봉산 팔각정 올가을엔 오를 수 있겠네

    응봉산 팔각정 올가을엔 오를 수 있겠네

    성동구의 대표 명소인 ‘응봉산 팔각정’이 전면 개·보수된다. 구는 2010년 태풍 피해를 입어 심하게 훼손된 응봉산 팔각정을 전면적으로 보수·정비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이번 공사는 건축물 전체를 해체한 뒤 재조립하는 대규모 공사로 다음 달 공사를 시작해 8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다. 이를 위해 구는 서울시로부터 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팔각정은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크게 훼손돼 지금껏 주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팔각정이 있는 응봉산 정상은 서울시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별 보기 좋은 명당’으로 선정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한강과 시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또 응봉산은 봄이 오면 노란 개나리꽃이 산 전체를 물들여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화신(花信)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이번 팔각정 개·보수는 한강과 중랑천의 합류점으로 바람과 기온변화가 심한 응봉산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전문가의 자문, 설계, 심의를 거쳐 최종 설계안을 마련했다고 구는 설명했다. 특히 지붕재와 기둥재 등은 자재를 재활용하는 전통 목조건축의 특성에 따라 가급적 재활용했다. 이참에 처마 구조는 바람을 우회시키도록 고쳤고, 배수가 원활하도록 지붕 구조도 보강했다. 고재득 구청장은 “이번 개·보수 기간이 길지만 응봉산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공사를 마치면 가을에 응봉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밤하늘의 별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영화프리뷰] ‘후궁:제왕의 첩’

    신 참판의 딸 화연(조여정)은 어린 시절 한집에서 자란 권유(김민준)와 사랑하는 사이다. 이복형이 집권하는 궁을 떠나 바깥으로 돌던 성원대군(김동욱)은 우연히 화연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성원대군의 생모인 대비(박지영)는 공석인 중전에 화연을 천거한다. 며느리로 삼기엔 집안이 탐탁지 않았던 탓. 화연은 권유와 야반도주를 하지만 하루 만에 붙잡힌다. 결국 화연은 궁으로 들어가고 권유는 거세를 당한다. 5년 뒤 병약한 임금이 세상을 등지고 성원대군이 보위를 이어받는다. 다섯 살짜리 어린 왕자를 지켜내기 위한 화연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김대승 감독의 4번째 장편영화 ‘후궁:제왕의 첩’(이하 ‘후궁’)은 구중궁궐에서 펼쳐지는 여인의 욕망에 관한 영화다. 등장인물 사이에 권력과 사랑, 복수, 섹스, 질투, 음모가 얽히고설켜 있지만 이는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다. 원치 않게 궁에 들어온 화연은 본래 ‘사랑밖엔 난 몰라’형의 인물. 하지만 궁중 안에 피바람이 불고 아들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지자 생존을 위해 ‘정치적 근육’을 키워간다. 육감적인 육체를 슬픈 눈빛으로 봉인해 놓은 화연이 흘리는 거짓 눈물, 그리고 슬쩍 흘리는 웃음에 사내들은 모든 것을 내던진다. 어느 순간, 화연의 행보가 아들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호해진다. 화연의 정적(政敵)인 대비는 엇나간 욕망의 화신처럼 비친다. 하지만 그 또한 화연과 다를 것 없다. 어린 시절 정적의 음모로 아들과 함께 불에 타 죽을 뻔했지만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하고 권력을 쟁취했다. 닮은 꼴이기에 더욱 화연을 짓밟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화연의 몸종으로 입궐해 우연히 승은을 입은 금옥(조은지)마저도 감춰진 본능에 눈을 뜨면서 음모를 꾸민다. ‘후궁’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욕망에 충실하다. 데뷔작 ‘번지점프를 하다’(2000)와 ‘혈의 누’(2005)에서 김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연출부 출신답게 긴 호흡의 드라마를 능숙하게 엮어내는 능력을 뽐냈다. 뻔하지 않은 멜로(‘번지점프를 하다’), 진부하지 않은 사극 스릴러(‘혈의 누’)를 통해 관객의 호응은 물론 평단의 지지도 얻었다. 2~3명의 관계에 집중했던 전작과 달리 김 감독은 ‘후궁’에 사연 있는 조연을 곳곳에 배치했다. 발현된 혹은 거세당한 욕망의 집합인 궁궐의 공간적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무게감이 덜한 주연배우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조연의 대거 등장은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왕의 사랑 혹은 권력을 쟁취하려고 여인들이 암투를 벌이는 천편일률적인 TV 사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반 이후 극의 긴장감과 흡인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방자전’(2010)의 파격 노출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조여정은 ‘후궁’에서도 전작 못지않은 노출을 감행한다. 가혹한 운명에 휩쓸린 화연의 심리 묘사 또한 인상적이다. 특히 충격적이면서도 슬픈 결말에서 조여정의 눈빛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6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대선주자 인터뷰] (1) 새누리당 이재오·추영례 부부

    [대선주자 인터뷰] (1) 새누리당 이재오·추영례 부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왜 당신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고. 부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남편의 직업은 정치인이라고 했던가. 손님 대접을 준비하던 부인 추영례(63)씨를 서둘러 앉히니, 이내 그 이유가 쏟아진다. 민망해서일까.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멍하니 종종 천장을 응시하곤 했다.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단독주택의 작은 정원에는 벌써 여름이 가득 찼다. 은행에 담보로 잡힌 채. 이 부부는 기탁금 등 대선 경선 자금을 마련하느라 30년 거처를 맡겨 놓은 터였다. →언젠가 “우리 남편은 대통령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추영례) 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었다. 살아온 길 때문이었다. 자신보다는 대의, 가족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한 게 한결같았다. 내 남편은 대통령을 할 정도의 양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대통령의 덕목 중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청렴, 그리고 국민들과의 소통이 아닐까. →이 의원이 소통을 잘한다는 근거가 있나. -(이재오) 소통을 잘하니까 서울에서 5선(選) 하지 않았을까. 은평은 강북인 데다 야성이 강한 곳이다. 소통만큼은 잘하니까 당선됐을 거다. 아니면 주민들이 바꾸지 않았을까. →그럼, 한번 낙선한 것은 소통이 안 돼서인가. -(이) 내적 요인보다 외적 요인이 많았다고 본다. 대통령 취임하고 두 달도 안 된 시기라 야당 공세도 있었고 4대강 반대하는 사람들이 다 몰려왔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지역에 소홀했기 때문일 거다. 대통령 당선됐으니 나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제 권력이 있으니까 주민들도 힘을 실어 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정치하는 동안 남편은 뭐가 변했나. -(추) 많이 편안해졌다. 지난 보궐 선거부터 바뀌기 시작했고 이번 선거에 많이 바뀌었다. 인상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요즘은 남의 말도 잘 듣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편안하게 답한다. 안사람이 제일 빨리 느끼지 않겠나. →남편이 정말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가 됐다고 보나. -(추) 내가 아는 한 남편은 정말 투철한 자기 무장 속에 살아왔다. 매순간 나라 생각이었다. 은평에서 43년 살았다. 흐트러질 수도, 바뀔 수도 있는데 남편은 그런 적이 없었다. 가족을 잘 먹여살리고 좋은 집으로 이사가겠다는 등 일신을 생각하는 것을 못 봤다. 눈만 뜨면 하는 생각들은 국가, 정의와 연결돼 있다. 얼마나 살다 죽는다고 저런 것만 생각하나, 여자로서 답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일관됐다. 국가를 운영하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남편이 공부는 많이 하던가. -(추) 뭐든 열심히 쓰고 본다. 유난히 역사책이나 고전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이) 특히 논어 같은 고전 서적을 많이 본다. 감옥에 있을 때 많이 봤는데 언제나 정치의 고전으로 삼는다. →요즘엔 성경도 많이 인용하던데. -(이) 처음에는 표가 된다고 해서 교회에 나갔다(웃음). 그래도 18대 총선에서 떨어졌는데, 떨어져도 나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고 나갔다. 그러다 보니 신앙이 생기더라. 7·28 재·보선 때 정말, 정말 어려웠다. 한번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나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인간 의지만 갖고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신앙의 힘 아니었나 생각한다. →‘의지의 화신’으로 불리는데, 신앙의 힘을 언급할 만큼 힘들었나. -(이) 그저 힘든 정도가 아니었다. 떨어지면 정치 접고 시골로 내려가려고 했었다. 사실 이번에도 5선이 안 됐으면 낙향하려고 했다. 주민들이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역할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선되고, 내가 더 할 일이 무얼까를 생각했다. →남편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는 걸 언제부터 알았나. -(추) 평소에는 정치 얘기 잘 안 하니까 잘 모른다. 내 느낌이지만 한 번 낙선을 하고 본인을 성찰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워싱턴에 있을 때 ‘대통령을 만드는 것으로는 안되고, 정권을 잡아야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할 때 막연히 느꼈다. 2010년 재·보선(18대)에 이어 이번에 또 당선되면서 주변에서 출마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립서비스로 받아들였는데….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 출마하지 왜 이렇게 늦어졌나. 저울질이나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나. -(이) 지난봄 지방 16개 시·도를 돌고 와서 나름의 확신은 있었지만 바닥 민심도 살펴보고 사람들이 이재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견도 듣고 싶었다. 전국 40여개 시·군·구를 돌고 대학생 토론도 하고 1000여명의 지역구 지지자들 얘기도 듣다 보니 출마가 늦어졌다. →(부인에게)반대 안 했나. -(추) 남편 일에 반대한 적이 없다. -(이) 아, 생활 가운데는 많이 있지. 왜 없어. →어떤 게 불만인가. -(추) 정치가 스케일이 커 보이지만 집안에서는 다르다. (공기청정기를 가리키며) 언젠가 저걸 끄더라. 전기 아깝다고. 뭘 버리는 일이 없다. 집안 일에 의외로 세세하다. →대통령 후보로 무엇이 강점이라고 보나. -(이)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추진력 얘기를 많이 한다. ‘이재오라면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권력 잡고 나면 부패 척결이 쉽지 않아도 이재오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공감대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당내 강력한 후보가 있지 않나. 그 벽을 뚫기가 쉽지 않을 텐데. -(추)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맞다. 그러나 남편이 내놓은 공약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는 게 인식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MB) 정권 때에는 시대 정신이 경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비리가 너무 많아 청렴이 화두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남편은 지금의 시대 정신에 맞는 사람이다. 다만 시대 정신은 계속 바뀌는데, 이번에 만일 안 된다고 다음 대선 때 또 나가는 대통령병에는 안 걸렸으면 좋겠다. →지지율이 낮다. MB 정권의 과오가 투영된 건가. -(이) 정치적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MB 정권을 만든 사람이니 결별할 수는 없다. 공과를 안고 가겠다. 하지만 사람들이 MB 권력의 실세 중 비리 사건에 오르내리지 않은 사람은 이재오밖에 없다고들 한다. →정권의 잘못에 경종을 못 울린 것 아닌가. -(이) 중요한 고비마다 민심의 향방은 직접적으로 다 전달했다. 인사 문제도 국민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다 전했다. 그러나 인사권에 개입하거나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는 얘기는 못 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훈수두기가 실제로는 말처럼 쉽지 않다. 특임장관, 국민권익위원장 등 맡은 일에서는 권한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책임진 자리를 간섭하기는 어렵다. 논어에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정사를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않나. →소극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이) 권력형 비리나 부패는 초기에 생기고 말기에 터진다. 집권 2년 차까지 나는 (미국에 쫓겨나) 권력과 상관없는 자리에 있었다. → 완전국민경선제 관련해 중대 사태 시 결단하겠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 와전됐다. 완전국민경선제가 안 되면 중도 표가 포섭되지 않고 표의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본선에서 이길 수 없는, 중대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얘기였다. →청렴과 추진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겹치는 면이 있지 않나. -(이) 내면의 스토리가 다르지 않나. 서로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겹친다고 해서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박 전 위원장은 어려서부터 18년간 권력을 누리고 행사하며 살았다. 이재오를 두고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박 전 위원장에게 그럴 수는 없는 이치 아닌가. →경쟁자가 미울 때도 있지 않나. -(추) 우리 남편이 저랬으면 좋겠다는 것은 있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어떤 사람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를 미워한다면 정치인의 안사람으로서의 덕목이 아닐 것이다. -(이) 상대 후보들에게 인간적으로 밉다거나 서운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그러나 저들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한다. →예를 들면. -(이) 사람을 거론할 수는 없고…,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은 마음 속에 복잡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절대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다.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언성을 높이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 지도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난 저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인사하는데도 앉아서 고개만 돌리거나 못 본 척하는 사람이 있다. 또 친한 사이인데도 자리가 바뀌면 태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가장 부러운 덕목은. -(이) 자기 속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속이 드러나서 좋을 것이 없더라. 노력은 많이 하는데 그런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 한정된 시간에 내 전부를 걸어볼 것이다. 이지운·최지숙기자 jj@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2)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

    그러고 보면 두꺼비는 늘 우리네 삶과 함께해 왔다. 아들을 업고 있는 아낙을 만나면 흔히 “아이고, 그놈, 떡두꺼비처럼 생겼네.”라는 덕담을 건넸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넣어 흙무덤을 만들고 두드리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노래불렀다. 뿐인가. 멀지 않던 어느날, TV가 툭 끊기면 아버지는 플래시를 들고 집 뒤로 돌아가 ‘두꺼비집’을 열어 끊어져버린 전기 퓨즈를 다시 연결하곤 했다. 또한 오래된 주당(酒黨)들이라면 ‘두꺼비’라는 말에 이미 조건반사적으로 입가를 스윽 훔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뿐만 아니다. 고전작품 속에서 못된 계모의 심술에 곤혹스러워하는 콩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도 두꺼비였다. 비록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생명의) 샘을 더러운 두꺼비가 알을 까는 웅덩이로 만들어 버리다니!’(‘오셀로’ 중 독백)라며 추악함의 화신인 듯 표현하기도 했지만, 우리네 사회에서만큼은 두꺼비는 아주 오랫동안 울퉁불퉁 못생긴 외모와 달리 길복(吉福)의 상징이었다. 두꺼비는 충북 청주시에 이르러 ‘생태의 상징’이자 ‘주민자치의 상징’으로 우뚝 섰다. 느릿하지만 끈질긴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개발과 건설의 논리와 어우러져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마을 공동체와 시민사회의 참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청주시 흥덕구 두꺼비로와 원흥로 주변은 2007년 새롭게 만들어진 택지 지구다. 6800여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그 안팎으로 상가가 무수히 생겨났고, 청주지검과 청주지법 등 새로운 공공청사 건물이 자리잡았다. 일종의 신도시인 셈이다. 그 한가운데 두 개의 연못이 있다. 3만 6000㎡ 규모의 원흥이 방죽이다. 원흥이 방죽 뒤편으로는 병풍처렁 구룡산이 늘어서 있다. 해마다 2월 말, 3월 초 즈음이면 구룡산에 사는 두꺼비들이 엉금엉금 기어 내려와 알을 무더기로 낳고 올라간다. 두꺼비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것은 2006년이었다. ●어린 두꺼비, 생태통로 따라 구룡산으로 때 이른 여름 날씨 속에 원흥이 방죽을 찾았다. 연못가에는 국수나무, 생강나무, 우산나무, 노랑꽃창포 등이 푸릇푸릇하게 우거져 있었다. 또 연못 위에는 물개구리밥, 마름, 생이가래, 연잎 등으로 뒤덮여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한풀 꺾이는 듯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연못 속에서는 두꺼비 올챙이들이 무리지어 신나게 꼬물거리고 있을 것이다. 청주시 도로명주소를 담당하는 김대석 계장은 “3월 초쯤 알을 낳았으니 아마도 지금쯤 뒷다리가 나와 있을 것이고 5월 초쯤 어린 두꺼비들이 생태 통로를 따라 구룡산으로 줄지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에는 대모잠자리가 처음으로 발견됐고, 흰뺨검둥오리가 찾아오고, 두꺼비뿐 아니라 금개구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들이 가득하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맹꽁이, 가재, 고라니, 새매, 황조롱이 등 20여종의 희귀 조류와 수생 생물들도 서식하고 있다는 자랑도 이어졌다. 원흥이 방죽 옆 원흥로 22번길에 있는 두꺼비생태관은 2009년 개관했다가 지금 한창 내부공사 중이다. 조만간 문을 열면 구룡산과 원흥이 방죽 등의 생태를 더욱 풍성하게 담게 된다. ●주민들 서로 대화하며 ‘2년 투쟁’ 지금이야 이처럼 근사한 곳이 됐지만 많은 곡절을 거쳐야 했다. 원흥이 방죽은 당초 흙으로 메워질 뻔 한 곳이었다. 2003년 3월 한국토지공사가 청주시 산남지구 택지개발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알을 낳기 위해 원흥이 방죽으로 가는 모습이 지역 주민의 눈에 띄었고, 이곳이 두꺼비 집단 산란지임이 확인되면서 지난한 싸움도 함께 시작됐다.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돼 시민대책위원회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듬해 학계, 종교계 등 전문가와 충북지역 시민사회가 함께 결합해 ‘원흥이생명평화회의’를 만들었다. 또한 운동 초기에는 ‘두꺼비가 중요하냐, 사람이 중요하지.’, ‘두꺼비가 밥먹여주냐.’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들은 서로 대화하고 논의하는 법을 스스로 깨쳐갔다. 평범한 주민들의 참여가 뜨거웠기에 시위 방법도 창조적이었다. 도청 앞 60만배, 3보 1배, 원흥이 방죽 인간 사슬로 껴안기, 국정감사 사절단 보내기, 충북도청 껴안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펼쳤다. 처음에는 토지공사와의 다툼이 중심이었던 것이 차츰 즐겁고 유쾌한 운동으로 변화한 것이다. 결국 2004년 11월 원흥이 방죽 원형 보전 등 조성에 합의하며, 토지공사가 택지개발 이익금 중 82억원을 공사비로 책정하는 것으로 갈무리됐다. 폭 20~50m, 길이 200여m의 두꺼비길 4개를 원흥이 방죽과 구룡산 사이에 만들었다. ●‘두꺼비 신문’·100인 원탁회의 만들어 원흥이 방죽이 보전되면서 이로워진 것은 두꺼비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아파트별 다양한 협의체를 만들어 나갔고, 2007년에는 ‘산남두꺼비생태마을 아파트협의회’를 만들었다. 아파트 이웃끼리는 물론 단지를 넘어서까지 협의체를 만든 것이다. 2009년 1월부터는 ‘산남 두꺼비 마을신문’을 창간했다. 지난해 한 아파트는 도색 작업을 새로 하면서 벽면에 아예 자랑스럽게 두꺼비 마을이라고 써붙이고 두꺼비가 이동하는 모습을 디자인해 놓기도 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100인 원탁회의’를 열어 주민참여자치의 깊이를 더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자연생태복원 우수마을’로 지정했고, 건설교통부는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사업지구’로 선정하기도 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 있기도 하다. ‘두꺼비 친구들’ 박완희 사무처장은 “단순한 두꺼비 지키기를 뛰어넘어 도시 내 마을 공동체의 복원, 주민자치의 확대 발전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면서 “올 초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 이상이 이 마을에 계속 살고 싶으며 80% 가까이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태공동체마을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두꺼비로, 원흥로에 있는 식당, 부동산 등 가게 앞에는 ‘두꺼비 생태기금 마련’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여 놓은 곳들이 많았다. 진짜 길복은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과정, 그리고 성과와 책임을 나누는 데 있음을 청주시 두꺼비로가 느릿느릿 보여주고 있다. 청주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3회는 전남 여수 돌산읍 ‘방답길’을 소개합니다.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1637년 1월 18일 청군에게 포위되어 있던 남한산성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산성으로 쫓겨 들어온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병사들은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쓰러지고, 얼마 남지 않은 군량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구원병이 끊겨 버린 점이었다.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확신했던 청군 지휘부는 연일 출성과 항복을 독촉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조선 조정은 결국 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조판서 최명길(1586~1647)이 청군 진영에 보낼 문서의 초를 잡았다. 문서는 ‘조선국왕은 절하고 대청국 관온인성 황제께 글을 올립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었다. 조선이 처음으로 ‘오랑캐’ 청을 황제국으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헌(1570~1652)은 글을 보고 통곡했다. 그는 항복 문서를 빼앗아 찢어버린다. 그러자 최명길은 흩어진 종이 쪽을 주워 모아 풀로 붙인다. 처참하고도 희극적인 장면이었다. 왜 한 사람은 찢어버리고, 다른 한 사람은 도로 붙인 것일까? ●원칙을 위협했던 현실 17세기 초반,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는 심하게 요동쳤다. 15세기 이래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명의 몰락이 뚜렷해지고, 만주에서 급속히 떠오른 후금이 명에 도전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조선의 처지는 괴로웠다.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대륙 패권의 변동이라는 격변 속으로 휘말렸기 때문이다. 명은 조선을 끌어들여 후금과 싸움을 붙이려 했고, 후금은 후금대로 조선에 중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명과 후금에 치여 ‘샌드위치’가 된 처지에서 1627년 조선은 정묘호란을 겪는다. 명과의 결전을 앞두고 조선을 묶어 두려 했던 후금의 침략을 받았던 것이다. 후금군 철기(鐵騎)의 돌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조선은 후금과 형제(兄弟) 관계에 입각한 화약을 맺는다. 조선 지식인들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지닌 세계관으로 보자면 만주족 후금은 분명히 ‘오랑캐’이자 ‘금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금을 형으로 섬기는 것은 도무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엄혹해졌다. 조선이 ‘임금’이자 ‘부모’로 섬기던 명은 후금에 계속 밀리기만 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은 명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하면서 기세가 높아졌다. 급기야 1636년 후금의 홍타이지 칸(汗)은 황제가 되기로 하고 ‘아우’ 조선에 그 사실을 통고한다. 칭제 사실을 알리려 후금 사신 용골대 일행이 입국하자 조선 조야는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중화국 명의 천자(天子)만이 천지간에 군림하는 유일한 황제’라는 조선 지식인들의 믿음과 원칙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 조정은 격앙되었다. ●주화냐? 척화냐?의 선택 대다수 신료는 “명은 부모의 나라이고 후금은 부모의 원수인 데다, 명은 왜란 때 조선을 도왔으므로 절대로 배신할 수 없다.”며 용골대 일행의 상경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용골대 일행의 목을 베어 명으로 보내고 전쟁을 불사하자.”는 초강경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상헌은 그 같은 주장을 폈던 척화파(斥和派)의 맏형 격인 인물이었다. 천자국 명을 섬겨온 예의와 명분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후금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결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명을 위해서라면 종사가 망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소수파였던 주화파(主和派)의 의견은 달랐다. 주화파의 대표자 최명길 또한 ‘오랑캐와 척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론이자 원칙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현실에서 ‘원칙’을 관철하려 할 경우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최명길은 ‘임금의 의리는 필부의 그것과 다르다.’며 ‘조선의 임금이 명을 위해 종사를 망하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묘년에 맺은 후금과의 형제관계를 유지하도록 끝까지 노력하되, 후금의 칭제에 대해 호오(好惡)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강조했다. 최명길은 ‘오랑캐가 칭제했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하여 기존의 관계를 무조건 파기하자고 했던 척화파들을 비판했던 것이다. 인조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는 결국 다수파인 척화파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후금과 맺은 형제관계를 파기하고 절교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절교 ‘이후’에 대한 군사적 대책은 미흡했다. 청이 침략할 경우 서울을 떠나 강화도로 들어가 맞선다는 것이 주된 방책이었다. 1636년 12월 9일 압록강이 얼어붙자 청군 철기는 서울을 향해 내달렸다. 12월 14일 청군 선봉은 지금의 녹번동 부근까지 도달했다. 청군은 의주에서 서울로 이르는 대로 주변의 산성에 들어가 청야작전(淸野作戰·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폈던 조선군을 무시하고 돌격을 감행했다. 허를 찔린 조선 조정은 강화도로 피난할 시간적 여유를 상실했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 4000여 명의 병력과 그들이 45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군량밖에는 없었다. ‘춥고 배고픈’ 산성은 청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고 남·북방의 구원병들은 산성으로 접근하는 족족 청군에게 궤멸하였다. 청은 처음에는 왕세자를 내보내야 항복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고, 나중에는 척화신들을 묶어 보내야 한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포위된 산성에서도 ‘선택’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었다. 김상헌 등은 인조에게 “오랑캐의 신하가 되느니 최후의 결전을 벌여 깨끗이 망하자.”는 주장을 폈고 최명길 등은 “종사와 백성을 생각해야 할 임금은 은인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성을 지키던 병사들도 동요했다. 추위와 굶주림, 공포에 지친 병사들 가운데는 항복하자고 시위를 벌이는 자들도 나타났다.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인조는 결국 최명길 등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선택’의 역사적 의의 인조는 1637년 1월 30일 삼전포(三田浦)로 내려와 항복했다. ‘오랑캐 추장’ 홍타이지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적인 항복이었다. 인조가 겪은 치욕보다 더 처참한 것은 수십만의 백성이 청군에게 포로가 되었던 사실이다. 조선 포로들은 심양으로 끌려가 노비로 사역되었다. 많은 포로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는가 하면 도로 붙잡힌 포로들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받았다. 포로가 된 많은 여인이 끌려가는 도중 청군의 첩으로 전락했고, 심양에 도착해서는 질투심에 눈이 먼 만주족 본처로부터 끓는 물 세례를 받은 여인도 있었다. 어렵사리 종사와 국체를 보전했지만, 전란 때문에 백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조선은 과연 이 처참한 국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조야를 막론하고 당시 조선 지식인들 대다수가 “명은 중화이고 청은 오랑캐”라는 것을 원칙으로 견지하는 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칙’과 ‘현실’이 부딪칠 때 무엇을 가장 우선적이고 소중한 목표로 삼을 것인지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남한산성의 함락이 임박했을 때, 김상헌 등이 제기한 주장은 “조선의 신료는 물론 임금도 명을 위해 ‘옥쇄’(玉碎·명예나 충절을 위하여 깨끗이 죽는다는 의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최명길 등은 “조선 임금은 명보다는 조선 백성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자가 ‘무차별적 원칙론’이라면 후자는 ‘선택적 원칙론’이었다. 병자호란의 발생부터 종결까지 인조는 양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병자호란 무렵의 국제질서 변동 과정에서 조선은 ‘독립변수’가 아니었다. 명과 청 사이에 낀 조선은 두 나라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전화에 휘말리고 말았다. 양국과의 관계를 모두 원만히 유지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명과 청이 계속 싸우는 상황에서 ‘종속변수’ 조선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처한 이 같은 엄혹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던 최명길은 병자호란 직전 인조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청과의 화친을 강조하면서도 “척화파들의 주장처럼 청과 맞서 싸우려는 것이 ‘진심’이라면 강화도를 포기하고 압록강까지 전진해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인조가 거부하여 무산되었지만, 이 주장이 갖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국경에서 결전을 벌이면 승패 또한 그곳에서 조기에 결판날 것이고, 청군이 깊숙이 남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포로가 청군에게 사로잡히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최명길의 주장이야말로 ‘종속변수’ 조선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명청 교체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었을까. 17세기 초반 조선이 명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던 사실은 미국과 중국이 맞선 오늘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패권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강국이 떠올라 그에 도전하는 사태가 빚어질 때 한반도는 예외 없이 위기를 맞았다. 명청 교체를 비롯하여 14세기 후반의 원명 교체, 16세기 후반의 일본 굴기, 19세기 후반의 청일전쟁이 한반도로 몰고 왔던 결과들이 그 생생한 실례다. 다가오는 미·중 대결의 시대, 이른바 G2시대를 맞아 우리는 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을 피하고자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명기(명지대 사학과 교수)
  • ‘어린이 주식부자’ 1위는 GS전무 장남

    허용수 ㈜GS 전무의 장남(11)이 총 450억원이 넘는 주식 지분을 보유해 최고의 ‘어린이 주식 부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2세 이하 주식 보유자 중 허 전무의 장남이 453억원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 전무는 LG그룹 공동 창업자인 고 허만정씨의 5남이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작은아버지인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이다. 허 전무의 차남(8) 역시 163억원의 주식 지분 보유로 3위를 차지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12)은 170억원으로 2위에 올랐다. 허 사장은 허만정씨의 3남인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이어 한국형 SPA 브랜드 코데즈컴바인 등이 속해 있는 예신그룹의 박상돈 회장의 딸(9)이 47억원, 벤처캐피탈 전문업체 LB인베스트먼트의 구본천 사장의 아들(11)과 조카(9)가 각각 40억원과 36억원, 자동차부품업체 화신의 정호 회장 손녀(12)가 27억원 등으로 4~7위를 차지했다. 정상돈 한국철강 회장 손자(12)가 22억원, 권철현 세명전기 대표이사의 차남(12)이 20억원, 정우연 미스터피자 회장의 손녀(18)가 18억원 등으로 10위 안에 들었다.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친인척인 이모군은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LS주식 1만 2000여주를 증여받아 9억원대 주식 갑부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장녀(9)와 장남(6)도 각각 9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난 4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의 주식 지분을 보유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7명보다 15명 늘어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혀 빼꼼’ 외모 화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혀 빼꼼’ 외모 화제

    인형 혹은 ‘장화신은 고양이’와 닮은 러시아의 한 집고양이가 인터넷상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수많은 네티즌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고양이’로 불리는 크세니아를 소개했다. 현재 러시아에 사는 크세니아(암컷)는 짙은 암회색의 모피에 오렌지빛 눈, 그리고 강아지처럼 내민 혀가 인상적이다. 이 고양이는 귀 끝이 앞쪽으로 꺾인 외형이 특징인 ‘스코틀랜드폴드’(스코티시폴드)라는 품종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이 영상은 지난해 12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지만 최근 다시 화제가 됐고 현재 전 세계 43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감상하고 있다. 네티즌 대부분이 “귀엽다”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이 고양이가 실제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정교하게 만든 인형이나 로봇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을 보면 크세니아의 움직임을 통해 실제 살아있는 고양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수많은 네티즌의 관심 속에 고양이의 실제 주인이 이날 일부 네티즌의 댓글에 답글을 달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크세니아가 픽사의 ‘장화신은 고양이’와 닮았다면서 고양이를 110만원 정도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고양이 주인은 관심만으로도 고맙다면서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고전 발레의 정수를 뽐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고전 발레의 정수를 뽐내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의 3대 발레 걸작 중 하나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4월 5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6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아름다운 플로레스탄 왕궁에서 탄생한 오로라 공주가 그녀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 카라보스의 저주로 100년간 잠들어 있다가 데지레 왕자의 달콤한 키스로 다시 깨어난다는 샤를 페로의 동화가 원작인 작품이다. 고전 발레의 교과서라고도 부를 만큼 형식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기초에 충실하면서도 고전무용다운 우아함과 높은 기교를 선보이는 주역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3막에 등장하는 페로의 또 다른 캐릭터(파랑새와 플로리나 공주, 장화신은 고양이와 앙증맞은 흰 고양이, 빨간 두건 소녀와 늑대)와 여섯 요정의 바리에이션으로 이뤄진 결혼 축하연 장면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얼마나 뛰어난 무용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10년의 파트너십을 자랑하는 황혜민-엄재용, 강예나-이현준 외에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김나은, 손유희-이동탁, 김채리-이승현 등이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특히 올 3월 수석무용수 타이틀을 달고 첫 무대를 펼친 데지레 왕자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뛰어난 기량으로 무대를 압도, 오로라 공주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매 장면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또 김채리-이승현은 간판급 주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탁월한 실력을 선보여 유니버설발레단의 세대교체에 밝은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화 속 인물을 현실로 데려온 듯한 라일락 요정의 아름다운 몸짓과 주역무용수를 능가하는 뛰어난 기량 역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3막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앙증맞은 결혼 축하연 장면은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인형’의 멜로디가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식상하다고 느끼는 관객 또는 발레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관객 등에게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다.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선율은 익숙하지 않아 새롭고, 귀족적이며 화려한 유럽풍 무대와 무용수들의 우아한 몸짓은 발레를 전혀 모르는 관객 역시 동화 속 세상으로 이끈다. 문훈숙 단장과 오로라 공주 역을 맡은 강예나의 해설로 진행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빚진 가구 78%가 다중채무자

    빚진 가구 78%가 다중채무자

    빚을 지고 있는 가구들의 살림살이는 빚 갚느라 더 쪼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사는 다중채무자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 ‘가계빚 대란’의 뇌관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80만명의 다중채무자들에게 시급히 채무 재조정 등의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2일 서울신문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공동으로 캠코의 대출·신용회복 서비스 이용 대출자 6322명을 처음 분석한 결과 2건 이상 다중채무자는 77.7%(4920명)로 나타났다. 3건 이상 다중채무자도 절반(49.9%)에 육박했고, 5건 이상 대출자는 8.29%였다. 단일채무자 중 1억원 이상의 고액채무자는 3.5%에 불과하지만 5건 이상 다중채무자 중 1억원이 넘는 빚을 안고 사는 채무자는 18.2%였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채무 변제를 위해 쓰는 비율도 단일채무자는 5.2%였지만 5건 이상 다중채무자는 12.9%로 2배를 넘었다. 다중채무자 4920명 중 월소득이 2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은 69.7%로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은 까다로운 시중은행(16.7%)보다 손쉽게 대출이 이뤄지는 제2금융권(저축은행+캐피털+상호금융·28.3%)과 카드회사(19.1%)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대부 업체에서 빌린 경우도 9.3%였다. 다중채무자의 대출 이유는 생활비 마련(21.9%)과 부채상환(18.5%)이 가장 많았다. 단일채무자의 대출 이유 중 생활비 마련이 25.5%, 부채상환이 13.6%인 점을 감안할 때, 다중채무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에 빠지는 것이다. 이어 교육비(11.1%), 전·월세(10.5%), 의료비(7.4%) 등이 주요 대출 원인이었다. ‘에듀 푸어’(Edu Poor), ‘렌트 푸어’(Rent Poor), ‘헬스 푸어’(Health Poor) 등의 신조어가 바로 이런 데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부채가구 가운데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부담률(DSR)이 2010년 11.4%에서 2011년 12.9%로 상승했다. 최고 부자 계층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DSR이 2~3% 포인트씩 상승해 가계빚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오스카 품은 ‘철의 여인’ 뜨거운 눈물

    ‘철의 여인’의 메릴 스트리프가 제8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생애 3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하이랜드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녀는 수상 직후 “앞으로 여기서 다시 수상을 못 할 것 같으니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 내겐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트리프 “세 번째이자 마지막 오스카” 무려 17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연기파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내게 가치 있는 기쁨을 주고 믿어준 남편 톤과 37년간 함께 일한 스타일리스트에게 감사한다.”면서 “함께 영화를 만들면서 누렸던 것에 대해 나의 친구분들 모두에게 가슴 깊이 우러나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철의 여인’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대처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리프는 외모도 대처와 흡사할 뿐만 아니라 완벽한 연기를 선보여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일찌감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男조연상’ 82세 플러머 최고령 수상자에 ‘비기너스’의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각각 남녀 조연상을 안았다. 이는 한달 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결과와도 일치했다. 두 명의 수상자가 발표되자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올해 82세인 플러머는 역대 아카데미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비기너스’에서 뒤늦게 게이임을 고백한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호평받았던 그는 수상 직후 “오스카가 나보다 2살 많을 뿐”이라며 “내 평생 오스카를 찾아다녔는데 이제야 나타나느냐.”며 감격적인 수상 소감을 밝혔다. 생애 첫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스펜서는 “동료와 가족들에게 감사한다.”면서 눈물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헬프’를 함께 찍었던 동료와 감독, 특히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화 ‘헬프’에서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역을 맡아 열연한 그녀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출연도 확정지어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본상 부문에서 16번이나 후보에 올랐던 우디 앨런 감독은 ‘미드나잇 인 파리’로 또다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애니홀’(1977) ‘한나와 그 자매들’(1986)에 이어 세 번째다. 테런스 맬릭 감독과 더불어 아카데미 측과는 데면데면한 것으로 유명한 앨런은 이번에도 시상식에 불참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머니볼’ ‘휴고’ ‘디 아이즈 오브 마치’ 등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둔 영화들이 어느 해보다 많아 올 아카데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각색상이 꼽혔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2005년 ‘사이드웨이’에 이어 ‘디센던트’로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각색상’ 알렉산더 페인 감독 두 번째 영예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석권했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란 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고어 버빈스키의 ‘랭고’가 ‘쿵푸팬더 2’ ‘장화신은 고양이’ ‘치코와 리타’를 따돌렸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 영광의 얼굴 ▲작품상 아티스트 ▲감독상 미셸 하자나비시우스(아티스트) ▲남우주연상 장 뒤자르댕(아티스트) ▲여우주연상 메릴 스트리프(철의 여인) ▲각본상 우디 앨런(미드나잇 인 파리) ▲각색상 알렉산더 페인 외 2명(디센던트) ▲여우조연상 옥타비아 스펜서(헬프) ▲남우조연상 크리스토퍼 플러머(비기너스) ▲촬영상 로버트 리처드슨(휴고) ▲미술상 단테 페레티 외 1명(휴고) ▲의상상 마크 브리지스(아티스트) ▲분장상 마크 쿨리어 외 1명(철의 여인) ▲외국어영화상 아스가르 파르하디(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단편영화작품상 더 쇼어(테리 조지 외 1명) ▲편집상 커크 백스터 외 1명(밀레니엄) ▲음향편집상 필립 스톡턴 외 1명(휴고) ▲음향상 톰 플레이시먼 외 1명(휴고) ▲시각효과상 롭 레가토 외 3명(휴고) ▲장편다큐멘터리상 언디피티드(대니얼 린지 외 2명) ▲단편다큐멘터리상 세이빙 페이스(대니얼 준지 외 1명) ▲장편애니메이션상 랭고(고어 버빈스키) ▲단편애니메이션상 미스터 레스모어의 환상적인 책 여행(윌리엄 조이스 외 1명) ▲주제가상 브렛 메켄지(더 머펫) ▲음악상 루도빅 바우스(아티스트)
  • [일본통신] 퍼시픽리그 각 팀 4번타자의 면모는?

    [일본통신] 퍼시픽리그 각 팀 4번타자의 면모는?

    지난해 일본시리즈 챔피언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아키야마 코지(49) 감독은 삼성과의 아시아시리즈에서 꽤 의미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코지 감독은 “일본의 모든 팀들이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것은 홈런이다. 정교한 타격과 주루 플레이는 일본 선수들이 하면 된다. 이대호 역시 홈런 개수가 중요하다.” 고 말했다. 당시엔 이대호(30)의 일본진출 여부가 결정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소프트뱅크에서 뛰었던 이범호(KIA)의 퇴출 이유 역시 홈런타자가 아니였다는 간접적인 평가라 해도 무방하다. 아키야마 감독이 생각하는 외국인 타자의 조건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에서 최근 몇년 동안의 각팀 4번타자는 외국인 강타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해 오릭스에서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던 알렉스 카브레라는 원래 4번타자로 점찍었던 선수였다. 2010년 지바 롯데 역시 김태균(한화)을 영입한 것은 4번타자로서 기대 컸었고 올 시즌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한 것도 4번타자의 임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물론 2년연속 센트럴리그 최다안타 1위를 차지한 맷 머튼(한신)과 같은 똑딱이 유형의 선수도 있었지만 거액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타자들에게서 바라는 것은 단연 홈런이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때 올해도 각팀 4번타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4번타자의 상징성을 유달리 강조하는 일본야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각팀의 전력보강의 우선 순위는 4번타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대호가 활약 할 올해 퍼시픽리그의 각팀 4번타자의 면모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정규시즌 성적 순> ◆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3년연속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소프트뱅크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대어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올해 소프트뱅크의 4번타자로 나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윌리 모 페냐(30)를 붙잡는데 성공한 것. 2002년 신시네티 레즈에서 데뷔 한 페냐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50의 타율과 84홈런, 24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한 페냐는 소프트뱅크로 이적해 와 메이저리그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줄 태세다. 이미 페냐는 스프링캠프에서 괴력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코칭스탭들마저 놀라게 하고 있다. 페냐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신시네티 시절이었던 2004년에 기록한 26개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는 베테랑 코쿠보 히로키(40)가 주로 4번 타순에서 활약했지만 이제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전성기 시절의 홈런포는 기대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 올해 니혼햄은 에이스 다르빗슈가 빠지면서 선발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4번타자다. 최근 몇년간 니혼햄은 전체적으로 고타율을 기록한 타자들은 많았지만 4번타순에서 홈런을 터뜨려 줄 슬러거 유형의 선수가 없었다. 올해 요미우리에서 오릭스로 이적해 온 타카하시 신지(33)는 2009년 니혼햄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때 4번타자였다. 그해 타카하시는 타율 .309를 기록했지만 홈런은 겨우 8개에 불과했다. 그 당시 니혼햄은 공포의 ‘똑딱이 타선’이란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로 팀 장타력은 형편이 없는 팀 중에 하나였다. 올 시즌 니혼햄이 구상하고 있는 4번타자는 나카타 쇼(22)다. 역대 고교통산 최다홈런(87개) 신기록 보유자인 나카타는 프로입단 후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군에서 18개의 홈런(리그 3위)을 홈런을 터뜨리며 ‘미완의 대기’를 벗어 던졌다. ◆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퍼시픽리그 팀들 모두 믿음직스런 4번타자 감을 찾는데 고민을 하고 있지만 세이부 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리그를 떠나 현재 일본 최고의 홈런타자가 굳건하게 4번타순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한 나카무라 타케야(28)는 의심할 필요가 없는 일본 최고의 슬러거다. 나카무라는 2011년 홈런왕-타점왕 2연패와 더불어 홈런왕을 차지했던 2008, 2009, 2011 모두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다. 야구선수로서는 작은 신장(175cm)이지만 손목 힘이 좋고 무엇보다 공을 띄워 타구를 날리는 능력이 뛰어나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해 퍼시픽리그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카무라는 ‘투고타저’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48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괴력의 사나이’란걸 유감없이 과시했다. 와타나베 히사노부(46) 세이부 감독이 올해 나카무라에게 기대하고 있는 홈런개수는 무려 60개다. ◆ 오릭스 버팔로스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한 것은 우타거포에 목마른 팀 사정이 가장 크다. 또한 좌타자 일색의 팀 타선에서 이대호가 4번타순에서 버티고 있다면 라인업을 짜는데 있어서도 한결 수월해 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대호가 오릭스의 ‘4번타자’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은 아니다. 그 역시도 경쟁을 해야 할 선수가 있다. 다름 아닌 2010년 나카무라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홈런왕(33개)에 올랐던 T-오카다를 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오카다는 지난해 타율 .260 홈런16개(리그 6위) 85타점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중 2군으로 내려간 적이 있을 정도로 부진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 중이다. 또한 요미우리에서 FA로 이적한 타카하시 신지(33)와 1루 포지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물론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이대호가 4번 자리를 꿰찰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범경기를 통해 감독의 신임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한가지 분명 한 것은 일본리그에서 이대호는 신인이란 사실이다. 결국 얼만큼 빨리 일본야구에 적응하며 눈도장을 받을지가 이대호 개인은 물론 올해 오릭스 성적을 좌우 할 키포인트가 될 전망된다. ◆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 최근 몇년간 라쿠텐의 4번타자는 ‘불굴의 화신’이였던 야마사키 타케시(43)였다. 양 리그에서 모두 홈런왕(1996년 주니치, 2007년 라쿠텐)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는 선수지만 부상으로 늘 안타까움을 줬던 선수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 라쿠텐에서 야마사키의 얼굴은 볼수가 없다. 지난해를 끝으로 라쿠텐에서 퇴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호시노 센이치(62)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마쓰이 히데키(38)를 영입하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를 데려와 4번 지명타자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호시노는 지난해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이와무라 아키노리(32)와 마쓰이 카즈오(36)를 메이저리그에서 라쿠텐으로 유턴시킨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기대했던 것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라쿠텐은 전체적으로 한방 능력을 갖춘 타자가 부족한 팀이다. 만약 라쿠텐이 마쓰이를 잡는데 성공한다면 ‘일본 제1의 슬러거’를 영입했다는 상징성만으로도 대단한 이슈의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지바 롯데 마린스 지난해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이 팀의 4번타자는 김태균(한화)이었다. 하지만 시즌 도중 김태균은 지바 롯데와 계약을 종료하면서 국내로 유턴했다. 당시 김태균의 대체 선수였던 외국인 타자 호세 카스티요는 타율 .269 홈런 5개, 34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지바 롯데는 퍼시픽리그 꼴찌와 더불어 팀 홈런 46개로 빈타의 표본을 보여준 팀이다. 지바 롯데의 팀 홈런수는 나카무라의 개인 홈런수보다 적다. 올 시즌 역시 지바 롯데는 리그 최약체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까지 뚜렷한 슬러거 보강이 없고 신구조화는 돋보이지만 4번타순에서 한방 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에서 다시 지바 롯데로 유턴한 오무라 사부로(35), 지난해 존재감이 없었던 오마츠 쇼이치(30)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 선수들은 전형적인 4번타자 감으론 부족한 선수들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씨줄날줄] 재벌稅/주병철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재벌은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재벌의 성장 과정에 불합리한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과거 재벌의 과오에 대한 감정적 반응으로 재벌이 한국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다. 재벌의 성장은 한국 경제에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1991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장 때 저술한 ‘재벌, 성장의 주역인가, 탐욕의 화신인가’라는 논문의 결론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의 정의는 독특하다. 철저하게 선(善)과 악(惡)의 개념으로 분류한다. 이분법적 논리다. 대개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1960년대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고만고만하던 기업이 수출 주도적 경제성장을 일구는 주역을 담당하면서 온갖 특혜를 받고 재벌로 성장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우리 경제에 무소불위의 지배력을 행사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정점으로 재벌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자업자득인 점이 많다. 하지만 억울한 점도 있다. 민주통합당이 그제 대기업 계열사 주식 보유분에 대한 배당금을 소득으로 봐 세금을 물리고, 대기업 계열사 투자를 위한 차입금 이자를 비용에서 제외시키는 등 ‘재벌세(稅)’를 들고나왔다. 재벌을 선보다는 악의 축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반영한 듯하다. 한명숙 대표가 재벌의 독점·독식·독주 등 ‘3독’을 재벌과 중소기업·노동자·서민의 공생공존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사실 재벌세가 뜬금없는 것 같지만 학계에서는 엇갈린 시각이 상존해 왔다. 경제학이 태동한 200여년 동안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칼 마르크스와 슘페터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르크스는 골고루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부자나 기업들에 높은 세율로 누진과세를 해야 하며,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모든 상속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운명을 비관적으로 본 슘페터는 조세제도가 기업 활동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도록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 이윤의 이중과세를 없애고 간접세의 비중을 높이며 상속세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세금은 세금 부담자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받아들여져야 하고, 세금 때문에 생산자나 소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재벌세는 공평성, 효율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러다 재벌들이 조세피난처(tax heaven)라도 찾아 나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설연휴 볼만한 영화

    설연휴 볼만한 영화

    2012년 극장가의 첫번째 대목인 설 연휴에는 어떤 영화가 웃을까. 극장가는 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MI4)의 막바지 흥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다양한 영화들로 관객 공략에 나섰다. 이번 설 연휴에 선보이는 화제작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지난 연말 MI4의 흥행 돌풍에 맥을 못 췄던 한국 영화의 대대적인 반격이 눈길을 끈다. 모두 장르와 색깔이 다른 작품들로 결과에 따라 올해 국내 영화계의 트렌드를 짚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화는 한국 영화에 비해 신작이 많지 않다. 하지만 3D 등 볼거리로 중무장한 영화들이 가족 관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물론 잔잔한 감동을 예고하는 비할리우드권 유럽 영화도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페이스 메이커:김명민의 휴먼 드라마 지난해 설 연휴에 코미디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흥행 1위를 차지했던 김명민은 이번에 휴먼 드라마로 2연패를 노린다.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가 자신만을 위한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다는 이야기. 인공 치아를 끼고 노메이컵으로 열연한 김명민의 연기 투혼이 돋보인다. 하지만 다소 의도된 감동을 유발하는 작위적인 설정은 흠이다. ●댄싱퀸:황정민, 엄정화의 찰떡 호흡 ‘댄싱퀸’은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가 남편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아내는 댄스 가수로 데뷔한다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 약간의 정치 풍자에 잃어버린 꿈을 찾아가는 주부 엄정화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중장년층 관객까지 공략한다. 다소 뻔한 캐스팅에 예상 가능한 전개가 아쉽지만, 세 번째나 커플이 된 두 배우의 찰떡 호흡이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부러진 화살:‘제2의 도가니’ 되나 5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토대로 사법 권력에 맞서 싸우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린 작품으로 13년 만에 복귀한 정지영 감독의 내공이 돋보인다. 실화의 이면을 다뤘고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도가니’ 열풍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 안성기, 박원상, 문성근, 김지호 등 출연 배우들도 호연을 펼쳤다. 하지만 명절 분위기에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네버엔딩 스토리:로맨틱 코미디 열풍 잇나 한날한시에 시한부를 선고를 받은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웨딩드레스가 아닌 수의를 고르고 결혼식장이 아닌 장례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는 일명 ‘장례 데이트’ 등 엉뚱하고 독특한 에피소드와 톡톡 튀는 인물 캐릭터는 눈길을 끌지만, 죽음을 앞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펼쳐지지 못한다. ●장화신은 고양이:깜찍하고 친숙한 캐릭터 ‘슈렉2’에 처음 등장해 슈렉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깜찍함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고양이 푸스의 매력이 한껏 돋보이는 영화다. 고양이들의 댄스 배틀 장면과 현란한 칼싸움 등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다소 단순한 이야기 전개는 아쉽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생생한 3D 효과 쥘 베른의 공상과학(SF) 소설 ‘신비의 섬’과 ‘해저 2만리’를 원작으로 하늘과 땅, 바닷속 진귀한 생물체들과 신비로운 섬의 풍경 등 소설 속 세계가 3D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할리우드 장편 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전체를 3D 카메라로 촬영해 원색적인 색채감과 공간감 등 3D 입체 효과가 볼만하다. ●자전거 탄 소년:11살 소년의 따뜻한 희망 찾기 냉정한 시선으로 유럽 사회의 문제를 일관되게 비판해온 다르덴 형제의 신작.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소년의 어두운 마음, 그리고 그 속을 뚫고 밝아 오는 작은 희망을 그렸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수작으로 ‘다르덴 형제의 가장 따뜻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요한 국면에 흘러나오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2악장이 큰 울림을 준다.
  • [기고] 학교폭력 해결할 민·관 합동기구 만들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 학술연구소장

    [기고] 학교폭력 해결할 민·관 합동기구 만들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 학술연구소장

    학교폭력이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 폭력의 대부분은 학생 간 구타나 모욕, 금품 갈취 등 주로 개인적인 반감이나 욕구 불만 등 충동에 기인한 단발성 괴롭힘이 많았다. 그러나 근래 학교폭력은 폭행·공갈·협박은 말할 것도 없고 성폭행 후 촬영, 목숨을 담보로 한 기절놀이, 물고문, 자살 유도 등 흉포화 양상을 띠며 광범위한 장소에서 상습적인 가혹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교사를 농간하거나 위협하여 교실 분위기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학교폭력이 재학생 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퇴학생과 가출학생, 나아가 학교 주변 폭력배와 손을 잡는 사회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지경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을 위해 ‘당국의 대책만을 믿고 있다가는 큰코다치겠다.’는 푸념과 함께 ‘다른 일을 접고서라도 등·하굣길을 지켜야 하는 것인지’, ‘어떤 호신용구로 무장시켜 내보내야 할지’, ‘어떤 무술을 가르쳐야 좋을지’ 궁여지책을 찾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그동안 교육 및 치안 당국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보안관 또는 청원경찰 배치, 배움터 지킴이 운영과 CCTV 설치, 학교 주변 순찰 강화 등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왔으나 인력과 권한 그리고 정보력의 한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4일 발족한 스쿨 폴리스 역시 학교폭력에 어느 정도의 장악력을 보여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렇듯 학교폭력도 이제 내성이 생겨 상징적·선언적 수준의 조치나, 최근 당국이 쏟아내는 자문기구 또는 협의기구의 원론적 대응으로는 예방이나 진압 그 어느 것도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즉, 매우 집요하고도 밀착된 추적과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경찰이 학교폭력과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경찰 주관하에 학교, 학부모, 지자체, 지역언론, 시민단체 등이 공동참여하는 시·군·구·읍·면 단위 ‘학교폭력근절대책협의회’(가칭)를 구성하여 지역별로 학교 또는 학생들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선도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참여공동체가 입수한 학교폭력 징후 및 피해 관련 첩보를 수시로 분석·점검하면서 학교가 할 일, 경찰이 취해야 할 조치, 학부모가 맡아야 할 일, 지자체가 분담해야 할 일 등 책임 소재를 실천적으로 명확히 하는 형태의 범사회적이고 체계적인 민·관 합동기구 설치를 통한 공동 치안을 강화하는 일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재 경찰이 전국의 방범 취약 장소에 설치·운영하고 있는 방범 순찰함(순찰날인함)의 명칭을 ‘학교폭력 신고함’으로 바꾸어 교사·학부모·피해자·목격자·관련자 등 시민 누구나, 전국 어디에서든 학교 폭력을 감지 또는 인지한 상황을 신분 노출 없이 자유롭게 기술하여 신고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전화신고는 신고자의 음성이 녹음·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신고된 내용을 담당 경찰서의 지역학교폭력대책협의회로 신속히 통보토록 하는 신고환경의 전국적 네트워크도 민관 합동기구의 설치와 함께 연구해 볼 만한 적극적 인 대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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