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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구별 제각각인 ‘대형폐기물 배출’ 통일 나선다

    서울시, 구별 제각각인 ‘대형폐기물 배출’ 통일 나선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대형폐기물 배출 절차와 수수료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자 이를 통일할 ‘대형폐기물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13일 시에 따르면 대형폐기물 배출방식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각 자치구 조례로 정하고 있어 구별 배출방법과 수수료가 제각각이다. 종로구 등 13개 구는 배출 시 폐기물 신고필증을 발급받아 부착해야 하고, 성동구 등 5개 구는 신고필증을 부착하거나 동주민센터에 전화신고 후 신고번호를 폐기물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시는 중구 등 7개 구에서 시행하는 신고번호만 물품에 기재해 내놓는 방식을 모든 구에 적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형폐기물 배출 수수료 통일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대형 폐기물 배출 수수료도 구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피아노를 폐기물로 배출할 때 은평구는 모든 규격에 1만 5000원을 일괄 적용하지만, 강동구는 디지털피아노 1만원, 그랜드피아노 3만원 등으로 나눠 적용하는 등 수수료가 각기 다르다. 시는 올해 안에 전 자치구의 수수료를 통일하는 것을 목표로 품목별 적정한 배출수수료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무거운 대형폐기물을 혼자 옮기기 어려운 1인 가구와 노인 가구를 위해 ‘고중량 폐기물 운반 서비스’도 확대한다. 시는 강서·마포·구로·서초 등 4개 구에서 우선 시행하고 있는 모바일 앱 기반의 폐기물 운반 대행 서비스를 서울 전체로 확대하도록 각 구에 도입을 권고했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합리적인 대형폐기물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겠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먹 아닌 무기 필요” 키이우 지키는 복싱챔피언…외신 “차기 대권 후보”

    “주먹 아닌 무기 필요” 키이우 지키는 복싱챔피언…외신 “차기 대권 후보”

    “코미디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지만 바리케이드가 쳐진 키이우에서는 클리츠코가 훨씬 눈에 띄는 인물.” -워싱턴포스트(WP) 헤비급 역대 최강의 복서로 꼽히는 비탈리 클리츠코(51)는 현재 키이우 시장으로 최전선에서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2014년부터 키이우 시장직을 맡은 클리츠코는 동맹국의 더 많은 지지를 호소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형 비탈리와 세계 헤비급을 양분했던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6)도 지난달 일찌감치 예비군에 합류했다. 클리츠코는 말은 어눌하지만 세계적인 복싱선수답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에 익숙하다. 클리츠코가 이번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외신을 조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안드리 샤빈스키는 “전쟁 전에는 그를 별로 좋지 않게 봤다”며 “하지만 클리츠코는 키이우를 지켜냈고 그의 동생도 응원한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한다”고 WP에 말했다 키 2m가 넘는 클리츠코 시장의 챔피언 시절 별명은 ‘박사 아이언 피스트(무쇠 주먹)’였는데, 클리츠코 시장이 스포츠과학을 전공해 취득한 박사 학위와 접시처럼 거대한 그의 주먹을 합쳐 이 같은 별명이 만들어졌다. 클리츠코는 2012년 국회의원이 됐고 2013년 복싱계에서 공식 은퇴했다. 2013년 유로 마이단 시위 때 친 러시아 정책을 펼치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에 맞서면서 정치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2014년 우크라이나 대선에 나서려 했지만 억만장자인 페트로 포로셴코를 야권 단일 후보로 지지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해 5월 키이우 시장에 당선됐다. “주먹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클리츠코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 더 많은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며 호소하고 나섰다. 그는 연일 포격이 이어지는 키이우 곳곳을 다니는 클리츠코는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고발하는 동영상을 찍어 전 세계에 알렸고, “주먹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며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가 해방됐을 때도 길거리에 널린 민간인 시체를 가리키며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릴 것으로 전망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결전을 앞두고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무기 지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독일의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 가능성에 대해 시사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추가 지원을 위해 유럽평화신용기금에서 5억유로(약 6715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 [서울광장] 한국은행은 변화가 필요하다/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국은행은 변화가 필요하다/전경하 논설위원

    필자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신청자에게 보내 주는 이메일을 받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2020년 4월 9일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 안내였다. 연준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고용안정에 힘이 실렸지만 ‘급여보호’라는 용어는 파격적으로 생각됐다. PPP는 은행 등이 중소기업청 보증을 받아 소기업에 대출하면 일정 기간 급여, 임대료, 공과금 지출 등에 대해 상환 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연준은 12개 지역 연준을 통해 금융사에 대출을 직접 지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2020년 2월 6일 발생했는데 그해 3~4월 연준은 긴급대출제도 9개를 도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대책과 같거나 비슷한 것이 4개, 새로 도입된 대책이 5개였다. PPP는 새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새 대책을 2개 내놨다. 은행은 물론 증권·보험사가 갖고 있는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와 회사채,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 설립이다. 금융안정특별대출은 코로나19 첫 사망자(2월 19일) 발생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졌으나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그 해 7월에 세워졌다. 5개월간 한은의 회사채 매입이 한은법상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는데, 산업은행이 자회사를 세우고 여기에 한은과 산은이 대출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주도적으로 나서기보다 발빠른 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리는 모양새였다. 그즈음 한은은 중장기발전전략(BOK 2030)을 세우고 컨설팅회사(맥킨지)에 조직 자문을 맡겼다. 2020년 하반기에 이뤄진 임직원 설문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임직원 절반에게 물었는데 조직 건강도가 100점 만점에 38점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한은사’(韓銀寺),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지 않는 조직’, ‘수재의 무덤’ 등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한은은 금융공기업 중 제일 선호되는 직장이다. 영업에 내몰리지 않고 신입 초봉이 4898만원(2020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이다. 임직원은 2430명으로 금융감독원(2184명)은 물론 기획재정부(1319명)보다 많다. 한은은 현장보다는 보고서 작성 등에 공을 들인다. 보고서 내용은 뛰어나지만 공개되는 보고서는 한정돼 있고 결론은 예측 가능하거나 평범하다. 통화신용정책이 독립성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지만 현장과의 소통이 적으니 한은이란 이름의 절(寺)이 맞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정부와 대화를 안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아니다”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금감원과 다 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이렇게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인 경우가 있었던가 싶다. 중앙은행이 은행만 염두에 두고 일하던 시기는 오래전에 끝났다. 금리를 조정하면 은행은 물론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 자산시장 등이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제 상황은 계속 새로운 변수에 노출된다. 낯선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사고를 요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임 총재와 함께 한은이 변할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맞았다. ‘돌다리’를 놓는 조직이 돼야 한다. 그럴 수 있지 않은가. 관행처럼 해 왔던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라. 총재는 은행장, 경제학자뿐만 아니라 금융지주사 회장 등도 만나야 한다. 임직원 모두가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통화정책 안내) 발전 방안, 유동성 지원 방안 등에 대해 치열하게 자문자답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다른 사람이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기 위해 창설”(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됐다. 달라진 한은의 모습을 보고 싶다.
  • 새 한은총재 이창용… 文·尹 이번엔 인사 충돌

    새 한은총재 이창용… 文·尹 이번엔 인사 충돌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62)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당선인 측이 즉각 동의하지 않는 인사라고 반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폭로전 성격의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사권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둘러싼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임계점을 넘은 모양새여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 후보자는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에게 “한은 총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 의견을 들어 후보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하마평이 나온) 두 사람을 (당선인 측에) 물었고, 이창용이라고 해서 지명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위관계자는 “오늘도 대통령께서 ‘언제든지 조건 없이 (윤 당선인과 회동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하지만 20여분 뒤 당선인 대변인실은 “한은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공지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며 “저희는 ‘추천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인사’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 [세종로의 아침] 엔데믹과 다시 시작될 여행/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엔데믹과 다시 시작될 여행/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며칠 전 해외 항공권 예약률이 900% 가까이 뛰었다는 뉴스가 잠깐 화제가 됐다. 정부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의무를 해제한다는 보도 이후에 나온 관광업계의 반응이었다. 예약률이 실제 항공권 구매로 이어지는 건 물론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 수치와 비교할 만한 대조군 자체가 무의미했다는 점, 그러니까 지난해 같은 기간의 해외 항공권 예약이 실질적으로 전무했다는 점에서 보면 그저 흥미를 끌 만한 뉴스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사람들이 얼마나 해외여행에 목말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해프닝이었다.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가 해제된다. 백신 접종 완료자로 국한하는 등 몇몇 제한 요건을 두긴 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사실상 닫혔던 해외여행의 문을 여는 것과 다름없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코로나19를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간주하려는 세계적인 추세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증유의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 관광산업 생태계는 지각변동과 다름없는 격변을 겪었다. 관광업계의 무덤이라 할 만큼 무수히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는 등 타격을 받았다. 이제 조만간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고, 그에 못지않게 외국인의 국내 여행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 관광 현장은 엔데믹 시대에 잘 대비하고 있을까. 팬데믹이야 준비 없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해도 엔데믹마저 그리 할 수는 없다. 팬데믹 이후 관광업계에 몰아친 가장 뚜렷한 변화는 관광산업의 디지털 변환이다. 관광 정보 획득, 관광 상품 예약과 결제 등 대부분의 관광산업 영역이 디지털 체제로 전환됐다. 기술환경의 변화에 따라 관광산업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은 물론 쉽고 빠르고 편한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이 절대선일 수는 없다. 국가 정책이 지나치게 디지털 일변도로 추진되면 뒤처지는 국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은 기술이 발전할수록 커질 것이다. 휴머니즘이 결여된 디지털은 불통의 화신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개인 기업이 그리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그 간극을 공공기관이 앞장서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뒤처지는 국민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 국민 간 간극을 메워 주는 일이 공공기관이 할 일이다. 축제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머지않아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무수한 지역 축제들이 봇물처럼 개최될 것이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무척 높아진 지금, 예전과 같은 주민잔치 식의 축제로는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취사선택할 목록을 미리, 분명하게 정해 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콘텐츠를 늘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제 오래 사는 것을 떠나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이처럼 삶의 방식까지 변화시키면서 좀더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오래 머물려는 바람에 호응할 수 있는 중·장기 프로그램들을 지자체마다 준비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적 운동이 필요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치코밍’(해변을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줍는 것) 같은 여행 패턴들이 덩달아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데 정작 온실가스 배출의 원흉 중 하나로 꼽히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공감대는 그리 폭넓게 형성돼 있지 않은 듯하다. 여행업체들에 대한 폭넓은 지원책도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여행 관련 콘텐츠 기업들은 절멸했거나 고사 직전이다. 반면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여행업체에 거의 적대적이라 할 정도로 빈약하다.
  •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 물가에 영향 안 미쳐

    한국은행의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성장과 물가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 유동성이 넘치는 등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세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상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파급 영향이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완화적 금융 상황에서는 긴축적 금융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의 실물 경제 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는 상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은 경제활동 재개, 탄소중립 추진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큰 폭 상승했다. 세계 식량 가격도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곡물 가격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물가지표와 기대인플레이션 간 상호 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2차 효과 확산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인플레이션 리스크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고령화發 소비 절벽… “2035년까지 年0.7%씩 감소”

    고령화로 인해 2035년까지 가계소비가 해마다 0.7%씩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노후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에 ‘고령화발 가계소비 절벽’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은행의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주체 생애주기 소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의 영향으로 2020~2035년 한국의 가계 평균 소비는 연평균 약 0.7%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1995~2016년 가계소비는 고령화로 인해 연평균 약 0.9%씩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누적 가계소비 감소 폭은 18%에 이른다. 이는 통계청의 인구·사망확률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후부터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를 선택하는 ‘기간 간 대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1995~2005년에는 60대에 소비 정점에 도달했는데, 2006~2016년에는 50대 초중반에 소비 정점을 찍고 향후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웃돌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동재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과장은 “고령화가 주요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고령화의 경제적 효과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은 거시경제정책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고령화가 장기간 가계소비 감소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간 소비 흐름이 약해지지 않도록 고령화 이외 요인에 따른 소비의 추가 둔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공정위가 일등에 유독 매서운 까닭 [경제 블로그]

    공정위가 일등에 유독 매서운 까닭 [경제 블로그]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의 정원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내릴 땐 ‘불공정의 화신 같다’는 토로가 재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반기를 드는 기업을 살펴보면 ‘공룡’이라 불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위가 유독 시장 1등에게만 가혹한 제재를 내리는 이유는 뭘까요. 1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에 대한 제재 절차에 나섰습니다. 전기차 최대주행거리를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입니다. 홈페이지에 ‘날씨에 따라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구를 적지 않아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는데, 무려 100억원의 과징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플랫폼 공룡’ 구글에 대한 과징금을 2249억원으로 175억원 더 높였습니다.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 1위였던 퀄컴은 공정위로부터 무려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과징금에선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벤츠에만 202억원을 물렸고, 다른 업체는 1억~8억원에 그쳤습니다. 국내 기업도 공정위가 건 ‘1등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계열사에 급식 일감을 몰아준 삼성전자 등에는 2349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내건 ‘운수권·슬롯 반납’, ‘운임 인상 제한’ 등의 조건도 항공업계는 가혹하다고 느낍니다. 시장 1위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도 혹독하다는 불평이 쇄도하는 이유입니다. 공정위가 1등 기업에 ‘가중 제재’를 내리는 배경은 공정위 존립 근거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나옵니다. 공정거래법은 제1조 첫 문장부터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사업자에겐 공정거래법이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라는 경기에서 체격이 큰 선수가 작은 선수를 다치게 하는 것을 막으려고 심판이 개입하면 체격이 큰 선수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1등 기업에 대한 고강도 제재 수위가 곧 ‘왕관의 무게’인 셈입니다.
  • 1등에 유독 혹독한 공정위…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1등에 유독 혹독한 공정위…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의 정원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내릴 땐 ‘불공정의 화신 같다’는 토로가 재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정위에 반기를 드는 기업을 살펴보면 ‘공룡’이라 불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위가 유독 시장 1등에게만 가혹한 제재를 내리는 이유는 뭘까요. 1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에 대한 제재 절차에 나섰습니다. 전기차 최대주행거리를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입니다. 홈페이지에 ‘날씨에 따라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문구를 적지 않아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는데, 무려 100억원의 과징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탑재를 강요한 ‘플랫폼 공룡’ 구글에 대한 과징금을 2249억원으로 175억원 더 높였습니다. 스마트폰 반도체 시장 1위였던 퀄컴은 공정위로부터 무려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습니다. 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혐의에 대한 과징금에선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벤츠에만 202억원을 물렸고, 다른 업체는 1억~8억원에 그쳤습니다. 국내 기업도 공정위가 건 ‘1등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계열사에 급식 일감을 몰아준 삼성전자 등에는 2349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내건 ‘운수권·슬롯 반납’, ‘운임 인상 제한’ 등의 조건도 항공업계는 가혹하다고 느낍니다. 시장 1위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도 혹독하다는 불평이 쇄도하는 이유입니다. 공정위가 1등 기업에 ‘가중 제재’를 내리는 배경은 공정위 존립 근거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나옵니다. 공정거래법은 제1조 첫 문장부터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사업자에겐 공정거래법이 불공정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경제’라는 경기에서 체격이 큰 선수가 작은 선수를 다치게 하는 것을 막으려고 심판이 개입하면 체격이 큰 선수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1등 기업에 대한 고강도 제재 수위가 곧 ‘왕관의 무게’인 셈입니다.
  • 고령화發 소비 절벽…“2035년까지 年0.7%씩 감소”

    고령화發 소비 절벽…“2035년까지 年0.7%씩 감소”

    한은 “기대수명 늘며 씀씀이 줄여”은퇴 앞둔 50세 이후부터 ‘허리띠’고령화로 인해 2035년까지 가계소비가 해마다 0.7%씩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노후를 대비해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기 때문에 ‘고령화발 가계소비 절벽’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은행의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경제주체 생애주기 소비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의 영향으로 2020~2035년 한국의 가계 평균 소비는 연평균 약 0.7%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1995~2016년 가계소비는 고령화로 인해 연평균 약 0.9%씩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누적 가계소비 감소 폭은 18%에 이른다. 이는 통계청의 인구·사망확률 추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은퇴를 앞둔 50세 이후부터 현재 소비를 줄이고 미래 소비를 선택하는 ‘기간 간 대체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1995~2005년에는 60대에 소비 정점에 도달했는데, 2006~2016년에는 50대 초중반에 소비 정점을 찍고 향후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2025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웃돌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동재 한은 통화신용연구팀 과장은 “고령화가 주요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고령화의 경제적 효과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은 거시경제정책 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고령화가 장기간 가계소비 감소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민간 소비 흐름이 약해지지 않도록 고령화 이외 요인에 따른 소비의 추가 둔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여기는 인도] 흉포한 원숭이떼 습격…온몸 물어뜯긴 5살 소녀 사망

    [여기는 인도] 흉포한 원숭이떼 습격…온몸 물어뜯긴 5살 소녀 사망

    인도에서 원숭이떼 습격 사건이 또 발생했다. 9일(이하 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원숭이떼 습격을 받은 소녀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7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바레일시 한 마을에서 원숭이떼 습격 사건이 발생했다. 마을에 출몰한 원숭이떼는 강둑에 모여 놀던 어린이들을 위협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특히 5살 소녀 나르마다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소녀에게 달려든 원숭이떼는 소녀의 온몸을 마구잡이로 물어뜯었다. 비명을 들은 주민이 달려갔을 때 소녀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소녀의 아버지는 “딸이 다쳤다길래 가보니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원숭이에게 안 물린 데가 없더라. 딸은 살려달라고 엉엉 울었다”고 밝혔다. 이어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도 원숭이떼는 공격성을 버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살갗이 모두 뜯겨나간 소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과다출혈로 목숨을 잃었다. 관련법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거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마을 주민은 소녀를 물어 죽인 원숭이떼를 붙잡아 가둬달라고 요구한 상태다.인도는 원숭이 문제로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흉포한 원숭이떼가 민가를 습격해 난동을 부리고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뉴델리에서는 행인 한 명이 원숭이가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진 일이 있었다. 같은해 9월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국회의원 부인은 원숭이 습격을 피해 도망치다 추락사했다. 2020년 우타르프라데시주 샤자한푸르시 가정집에선 더운 날씨에 마당에 이불을 깔고 자던 일가족 5명이 원숭이떼 습격으로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2019년에는 생후 한 달 된 영아가 젖병을 훔치려고 달려든 원숭이에게 물려 죽었다.전문가들은 인도 경제발전과 함께 주택 수요가 폭증하면서 원숭이 서식지가 파괴됐고, 이 때문에 난폭해진 원숭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대부분이 힌두교 신자인 탓에 하누만(원숭이신)의 화신인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등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어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들이 원숭이 도살에 반대하는 것 역시 관리 당국에는 걸림돌이다. 2000년대 초반 인도 정부가 덩치가 크고 사나운 랑구르원숭이를 길들여 동원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 아파트·소음벽 넘어 볼 수 있을까, 태종·세종의 눈길 닿던 한강

    아파트·소음벽 넘어 볼 수 있을까, 태종·세종의 눈길 닿던 한강

    ■조선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머물렀던 이궁(離宮) ■서울 광진구 뚝섬로 58길 101 자양현대3차아파트 301동 앞 울타리의 펜스형 표석(복원한 낙천정은 인근 현대강변아파트 102동 옆)‘신선의 풍경, 사람의 소음’ 광나루는 강폭이 넓어 시야가 시원하게 열린 곳이다. 광나루, 광진의 다른 이름이 양진(楊津)이었으니 물가에 버드나무가 낭창낭창 휘늘어져 있었을 테다. 팔당에서 들어오는 물은 잘 보이고 동호로 빠져나가는 물은 보이지 않으니 명당이랬다. 뚝섬은 예부터 장안에서 인심이 가장 좋은 동네로 일컬어졌다. 저녁 무렵 굴뚝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집이 있으면 너나없이 각추렴해 굶는 사람이 없었다. 자연의 풍광이 아름답고 사람의 풍경 또한 아름다웠던 그곳, 광나루와 뚝섬 사이에 낙천정이 있었다. 하지만 앵돌아 한강을 등진 ‘낙천정 터’ 표석 자리에서는 물결 한 자락 보이지 않는다. 가지치기한 겨울나무 아래 울타리에 걸린 표석이 휑뎅그렁하다.낙천정에 맑은 가을이 다시 오고 훌륭한 임금 머무르시는 곳에 상서로운 기운이 피어오르네 부슬비 속에 흰 갈매기는 마포 어귀를 날고 지는 노을 속으로 외로운 오리 한 마리 북한산 위로 날아가네 임금의 호탕하고 어진 덕에 바람 앞의 풀처럼 백성들이 감화되어 엎드리고, 성스러운 은혜와 덕택이 강물과 함께 흐르네 정무 바쁘신 와중에 짬을 내어 풍광을 감상하니 인간 세상에 이곳을 빼면 어디가 신선의 풍경이란 말인가? 변계량이 노래한 낙천정을 깜냥껏 풀어 보다가 문득 어줍은 꾀가 떠올랐다. 낙천정 자리로 추정되는 곳에 지어진 301동 아파트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자유 출입이 가능한 현관이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잡상인은 아니지만 외부인은 분명하니 지은 죄도 없이 뒤통수가 찌릿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갈매기와 오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강 귀퉁이 한 조각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한데 그조차 욕심인가? 집 안 베란다를 통해서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구조라 23층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뒤편 쪽창을 통한 주차장뷰뿐이다. 잠긴 옥상 문 앞에서 맥없이 돌아 쪽창 너머 생뚱맞은 곳에 걸린 표석을 사진으로 담는다. 허탈하고 아쉽다. 일상적으로 완상할 수 있는 수려한 경치는 옛적에 권력이라면 지금은 금력으로 표상되는 힘의 전유물인가 보다. 그래서 다들 그토록 그 무서운 호랑이를 잡아타고 싶어 안달하는 걸까? 호랑이라는 이름이 통용된 것은 18세기 숙종 때쯤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북쪽에서는 범, 남쪽에서는 호랑이라 불렀다. ‘문제적 인간’ 이방원은 달리는 호랑이를 잡아탔다. 포수들은 호랑이 사냥을 나갈 때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호랑이 뼈와 고기로 끓인 국을 먹었단다. 이방원이 호랑이의 주인이 된 것은 호랑이를 갈아 마실 정도로 호랑이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이씨 왕가를 통틀어 과거 급제자는 이성계의 5남 방원과 6남 방연뿐이다. 방연은 건국 전에 죽었으니 조선 왕실의 급제자는 이방원이 유일하다. 타고난 명석함에다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고려 왕조를 끝장내고 조선을 창업한 경험이 더해져 그는 한층 강해졌다. 곰의 앞발은 철퇴요 발톱을 세운 호랑이 앞발은 칼이랬다. 젊은 역사 마니아들이 붙인 이방원의 별명은 ‘킬(Kill)방원’. 정몽주와 정도전부터 이복형제 방석·방번까지, 이방원은 호랑이의 앞발로 거치적거리는 정적을 모두 베었다. 방원이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욕의 화신, 역사학자 임용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 9단 술수 9단’의 이미지로 후대에 기억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 태종은 정안군 이방원과 다른 면모를 보인다. 18년 동안 호랑이를 타고 거침없이 달린 태종은,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눠 갖지 못하는 것이라는 공식을 깨고 아들 세종에게 호랑이를 양도한다. 스스로 “말과 사람을 보는 눈은 내가 옛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던 태종은 호랑이를 제대로 다룰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보았고, 호랑이의 다음 주인에게 꽃길을 깔아 주기로 결심한다. 처가인 민씨가를 숙청했던 실력으로 세종의 처가, 즉 사돈인 심씨가를 단칼에 제거한다. 외척이라는 내부의 위험을 없앤 후에는 바깥으로 눈을 돌려 왜구의 소굴이자 전진기지였던 대마도 정벌을 바로 이곳 낙천정에서 실행한다. 정벌을 마치고 보무당당히 돌아온 원정군이 승리의 술잔을 드는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태종은 껄껄껄 호탕하게 웃으며 흠뻑 취했을 것이다. 조선 창업 성공과 성군 세종 만들기 프로젝트,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2009년 정비 사업 전까지 ‘낙천정 터’ 표석은 엉뚱한 자리에 있었다. 102동 표시만 보고 가다가 뒤늦게 현대강변아파트가 반대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미있는 일은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낙천정’을 발견한 것이다. 숯불갈비를 파는 식당 낙천정. 최소한 식당 주인은 가게 이름을 지을 때 동네의 역사적 의미를 참고했을 테니 표석 자체보다 이 같은 기억의 작은 징표가 더 반가울 때가 있다.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편식쟁이 아들이 행여 건강을 해칠까 봐 자기가 죽은 뒤 상중일지라도 세종에게는 고기를 먹이라던 태종이 아니었던가? 그토록 애틋한 부자가 함께 거둥했던 낙천정을 기리는 데는 숯불갈비집이라도 무색지 않으리라!현대강변아파트 102동 옆구리에 있는 낙천정 아닌 낙천정은 1993년에 서울특별시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었다가 2009년 해제되었다. 몇몇 인터넷 자료에는 아직 이 정자가 낙천정 터 이미지에 올라 있다. 1991년 현대강변아파트를 건축할 때 땅을 기부채납 받아 건축한 듯한데, 후일 사료와 항공사진 등을 통해 원위치에서 200m 이상 차이가 나고 정자의 원형 또한 조선 전기 양식이 아님을 확인하면서 기념물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사료 발굴에 따라 역사도 변한다.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주먹구구로 기념물을 지정했던 시절을 지나 유물·유적에 접근하는 방식이 정교해져 간다는 사실은 의미 있다. 건축물의 경우 도면과 설계도가 없으면 경주 황룡사지처럼 폐허로 남겨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텅 빈 자리를 상상력으로 채울 수만 있다면 폐허라도 더없이 충만할 것이다.다만 복원물이 의미를 잃으니 고스란히 흉물이다. 주차된 차에 가로막히고 입구가 쇠사슬로 폐쇄된 낙천정 아닌 낙천정에서 보이는 것은 소음벽과 고가차도뿐이다. 방치된 정자를 대신해 조망대를 설치하면 어떨까? 그렇게라도 태종과 세종의 눈길이 닿았던 너르고 푸른 한강을 보면 좋지 않을까? 현재의 호랑이가 과연 허락할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호랑이인지 고양이인지도 모르면서 잡아타겠다는 것은 욕심이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것은 탐욕이요, 호랑이가 영원히 멈추지 않고 달리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높다란 소음벽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차량들의 소음이 내내 사위에 웅웅거린다. 호랑이에 오르는 것은 절경을 취하고 소음을 견디는 일일 테다. 한 블록만 물러나면 한강뷰는 없을지나 사방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오는 길에 지났던 자양전통시장에 들렀다 귀가하련다. 세상은 하 수상해도 호랑이 따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일상의 소음은 진진하다. 충청도식 무시루떡과 매운 닭강정이 인심 좋은 자양시장의 별미랬다.(끝)
  • CPBC 가톨릭평화방송, 설 앞두고 쪽방촌 밀키트 나눔 행사

    CPBC 가톨릭평화방송, 설 앞두고 쪽방촌 밀키트 나눔 행사

    CPBC 사랑나눔 프로젝트 ‘사랑의 다리’ 일환임직원·요셉의원, 영등포 쪽방촌에 온기 전달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사장 조정래 신부)이 설 연휴를 앞두고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쪽방촌 밀키트 나눔’ 행사를 했다.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임직원 30여명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무료진료 봉사 등을 35년 동안 실천해 온 요셉의원 소속 사회복지사와 2명씩 짝을 지어 물품을 전달했다. 임직원들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곳을 찾아 마음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로 했다.행사는 올 한해 주위의 고통 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선한 힘의 기적을 실천하는 CPBC 사랑나눔 프로젝트 ‘사랑의 다리’ 활동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깊은 데로 나가서 그물을 내려라’(루카 5.4)고 정한 새해 경영목표를 실천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은 1988년 평화신문 창간을 시작으로 1990년 라디오, 1995년 TV를 개국한 천주교의 종합 선교매체다.
  • 팔·다리 4개인 아기 탄생…‘신의 화신’ 불렸지만, 부모는 의사 고소

    팔·다리 4개인 아기 탄생…‘신의 화신’ 불렸지만, 부모는 의사 고소

    팔‧다리 4개씩인 아기 탄생주민들 “신의 화신”부모는 “의사가 속였다” 고소 인도에서 동부의 사다르 병원에서 팔과 다리가 각각 4개인 아기가 태어났다. 주민들은 “신의 화신(化身)이 태어났다”며 축복했지만, 정작 아기의 부모는 “의사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20일 현지 시티인디아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비하르주의 한 병원에서 팔과 다리가 4개씩인 아기가 태어났다. 의료진은 쌍둥이가 적절하게 발달하지 못해 함께 태어났다면서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기의 부모는 의사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담당 의사가 뱃속 아기의 상태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기는 얼굴과 배 사이에 엉덩이와 다리로 보이는 신체가 달려있었다. 그 위에 양팔은 붙어있다. 아기의 배를 보면 장기 일부도 노출된 상태다. 또 성기가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성별도 불분명하다. 현지에서는 남자아이로 추정 중이다. 아이의 부모는 출산 전 초음파 검사를 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들은 “신의 화신”이라며 병원을 찾아 사진을 촬영하거나 기도하며 축복하고 있다.‘에일리언’ 닮은 아이, 모유수유 거부한 엄마 인도에서는 장애를 종교적으로 해석해 힌두교의 신이 나타난 것으로 여겨, 축제 등에서 아이에게 축복을 빌기도 한다. 앞서 영국 일간지 미러는 인도에서 ‘에일리언’을 닮은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의 엄마가 모유수유를 거부한 사연을 보도했다. 인도 차키아 지역에 거주하는 프리앙카 쿠마리는 머리에 큰 혹과 툭 튀어나온 눈망울을 가진 기형아를 낳았다. 프리앙카는 “아이를 처음 봤을때, 충격을 먹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정상적이지 않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에 마을 주민들은 “이 아이가 ‘힌두교 신의 화신’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기심 많은 주민들은 실물을 보기 위해 그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아이는 ‘할리퀸어린선’이라 불리는 희귀한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리퀸 어린선은 영양실조로 인해 발생하며, 단단하고 두꺼운 피부를 갖게되거나 심각한 머리나 얼굴의 기형을 초래한다.
  •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 테마 둘레길 만든다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 테마 둘레길 만든다

    제주 한라산 중산간마을 교래리에 위치한 제주돌문화공원이 돌, 흙, 나무, 철, 물 등 다섯가지 테마를 이용해 세계적 문화관광지로 도약한다고 10일 밝혔다. 제주 필수 관광지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돌문화공원의 다섯 가지 테마를 제주의 역사·민속·신화와 연계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바이럴 마케팅과 SNS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지난해 관람객 10만 5000명 대비 2배 늘어난 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문화·관광 블로거 및 인플루언스 등과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교래자연휴양림을 최적의 웰니스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사색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돌문화공원과 휴양림을 잇는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이야기를 테마로 한 ‘보고, 듣고, 생각하는’ 둘레길을 만든다. 제주돌문화공원은 공원 전체가 설문대할망을 핵심주제로 오롯이 펼쳐진다. 설문대할망은 곧 제주돌의 화신(化身)이고, 제주돌 하나하나가 설문대할망의 분신이다. 오죽했으면 당신이 만든 성산일출봉을 돌 빨래구덕 삼고 우도를 돌 빨래판 삼아 빨래를 하다가 백록담을 돌베개 삼아 누워 낮잠을 잤다는 이야기가 실화 같은 신화로 생생히 전해 내려온다. 제주돌문화공원은 2006년 문화관광부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문화 생태 관광자원 평가에서 민·관의 공동작업을 통해 주제특화를 잘 살린 제주신화와 지역주민의 삶을 주제로 특색있게 표현함으로써 전국우수사례 A등급을 받은 바 있다. 좌재봉 돌문화공원관리소장은 “단계별 일상회복 시기에 발맞춰 올해는 웰니스 관광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해 제주의 명품공원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다지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관리소는 관광약자 등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친환경 힐링 전기차’ 운영으로 특색 있는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개인 및 민간단체와 협업을 통해 ‘내 나무 심기’, ‘야생화 꽃밭 가꾸기’ 등을 추진한다. 기획전시와 공연을 공모해 다양한 장르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활동의 메카로 육성하고, 10억 원을 투입해 제주의 돌문화 역사성을 접목한 실감콘텐츠를 9월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 한은 “다수 금통위원, 통화 완화 정도 조정”…내주 기준금리 올릴듯

    한은 “다수 금통위원, 통화 완화 정도 조정”…내주 기준금리 올릴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중 다수가 올해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오는 14일 한국은행 금통위회의에서 기준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이 7일 공개한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안건 논의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이 2022년에도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통화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한다는 뜻은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낮췄는데, 이를 다시 긴축적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다만 일부 위원은 통화신용정책 운영 여건과 관련해 최근 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심화함에 따라 방역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이를 해당 부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 금리를 연 0.50%에서 연 0.75%로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11월에도 0.75%에서 1%로 한 차례 추가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 수위를 조정하고 있다.
  • [서울광장] ‘처음 윤석열’과 ‘변화된 윤석열’/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처음 윤석열’과 ‘변화된 윤석열’/박록삼 논설위원

    충분히 자존심 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80대 노(老)정객은 선대위가 써 준 대로 연기나 하라고 말하질 않나, 30대 당대표는 사사건건 입바른 소리에 파워게임을 하려 하질 않나 하니 말이다. 비록 그동안 대본 없이는 말을 못 한다거나 엉뚱한 동문서답을 한다는 등 비판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대본만큼은 충실히 읽으려고 노력해 왔다. 또한 전두환 찬양, 개사과, 토론 거부, 구직 앱 출현 예언, 혐중 발언 등등 온갖 실언과 망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당선 가능성 높은 야당 대선후보다. 그런데 당 바깥도 아닌, 내부에서 자신을 괴뢰(傀儡), 즉 꼭두각시로만 취급하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테다. 지난 5일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처음 윤석열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를 내친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또 과거 정치 지망생 시절 ‘처음 윤석열’이 누렸던 영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1년 전 이맘때.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의 앞길은 장밋빛 그 자체였다. 그는 2021년 1월 신년사에서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은 ‘국민의 검찰’이며 오로지 그 권한의 원천인 국민만 바라보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직원 대상의 신년사임에도 ‘국민’이라는 표현을 14차례나 썼다.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항명하던 윤 총장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판사 불법 사찰, 대검 감찰부의 감찰 방해 등으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그 직후 청와대는 윤 총장 해임이 아닌,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이미 ‘그들만의 왕국’에서는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사동일체’의 조직 문화에서 일사불란함은 왕국을 지키는 큰 힘이었다. 게다가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까지-물론 출범 후에도 여전히-수사권과 기소권을 쥐고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검찰 권력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했다. 대통령도, 법무장관도, 여야 정치권도 모두 그들의 왕국을 통과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각종 여론조사는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와 맞설 유일 야권 후보로 꼽았다. 현직 검찰 공무원임에도 15% 안팎의 지지율로 민주당 이재명, 이낙연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 또한 여론조사에서 빼 달라는 말 또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말 없이 이 상황을 즐겼다. 이후 행보는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 퇴임, 6월 29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 7월 30일 국민의힘 입당,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확정 등 탄탄대로였다. 이때까지 정치인 윤석열은 법치와 공정의 화신이었고, 국민들의 성에 차지 않는 문재인 정부를 대신할 백마 타고 온 초인이었다. 대중의 환호 속 지지율은 20대 대선이 굳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높고 견고했다. 이것들이 그가 꿈꾸는 ‘처음 윤석열’의 모습이다. 그가 5일 함께 공언한 “변화된 윤석열” 또한 사실은 동어반복이다. ‘변화된 윤석열’은 지금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부정하고 다시 ‘처음 윤석열’로 돌아가려는 욕망의 표출일 뿐이다.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스스로 무능과 자질 부족을 드러냈다. 이제 거품은 빠졌고 ‘처음 윤석열’의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변화된 윤석열’의 방법은 있다. ‘고발사주’로 불리는 검찰 정치개입 범죄 및 판사 불법 사찰 등에 대한 총책임자로서 검찰권 사유화에 대해 스스로 단죄하고, 배우자의 각종 취업 사기 범죄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검찰 후배들에게 처벌을 청하는 것이다. 법치와 공정의 원칙에 스스로 예외가 아님을 보여 준다면 떠나간 국민의 마음, 그토록 갈구하는 2030 청년세대의 지지가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겠는가. 기왕 들어선 정치인의 길 올해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면 말이다.
  •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읍내의 백반집에 갔을 터였다.                    어쩌다가 노아와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노아는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탕비실에 찾아왔다. 언젠가,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노아에게 슬그머니 질문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었다. 노아씨는 박 주사가 안 무서워요? 노아가 물었다. “전에 일하던 곳 가시는 거예요?” 녹원이 답했다. “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 번 직접 보고 올까 싶어요.” 노아가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날, 노아의 대답을 떠올리면 언제든 웃음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뒤, 노아는 양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말했었다. 글쎄요. 녹원 주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데… 맨날 나눠 주세요. 노아가 불쑥 말했다. “주사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주말에 가실 때요.” “산에요? 왜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요.” 녹원이 웃었다. “아니, 누가 주말에 직장 상사를 만나요.” “아니, 그래두 그거랑 다른 게, 저희는 친하잖아요.”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 손짓까지, 그 모든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녹원은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예요.” 노아가 웃었다. 녹원 역시 웃어 버렸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검게 번진 산맥이 펼쳐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산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거나 노란빛으로 번득거렸지. 지지 않는 태양처럼 사흘 내내 빛났다. 녹원은 그것을 보면서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끝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했냐면, 그러니까.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그 산에서, 아직도 살고 있을까?            그해,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에서 걸려온 전화는 사무소 곳곳을 돌아 우도근 과장의 손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과장은 눈썹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곰이 왔다구 그러네요. 녹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곰이요?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곰이요. 우도근이 덧붙였다. 아마 또 그 곰이겠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원은 몇 분간 말없이 기다렸다. 곰이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동물을 뜻하는지, 혹은 일종의 암호인지.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무소 사람들 대부분이 녹원을 어려워했다. 그들은 녹원이 신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이 사무소가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양 굴었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녹원이 어느 집단에 녹아들기까지는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개 녹원을 불편해했다. 처음에는 그의 거대한 몸집에 압도당하고, 이후에는 그의 무표정이 난처하다고들 했다. 어쩔 수 없지. 녹원은 생각했다. 불편한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녹원이 손을 들자, 사무실의 눈길 모두가 그에게로 쏠렸다. 녹원은 모른 척 말했다. 과장님. 저는 곰이 뭔지 모르는데요. 아 맞네. 박 주임 들어오기 전에 생긴 일이구나. 잠깐 와 볼래요? 과장에게로 가려면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다. 통로 측 직원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의 의자를 당겼다. 녹원은 그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우도근 과장이 빈 의자를 꺼내어 툭툭 두드렸다. 녹원은 의자에 앉았다. 과장은 사무소 내에서 녹원을 꺼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위 탓인지, 경력 덕인지, 혹은 한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우도근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지위나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고, 자잘한 실수는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이지 괜찮은 상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람이 이토록 불편할까. 아니, 사실은,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도근은 불편하고… 께름칙한 존재였다. 이 곰이 그 곰이에요. 과장이 컴퓨터를 가리켰다. 화면 중앙에서 어린 곰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내보인 모습이었다. 과장이 말했다. 우리끼리는 도돌이라구 불러요. 녹원이 물었다. 도도리요? 우도근이 정정했다. 도돌이. 도돌이표 할 때 그 도돌이요. 그가 곰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이 말이에요. 매년 돌아오거든요. 아무리 내쫓아도 포기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돌이에요. 멈추지 않고 되돌아와서요.      노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차에 탔다. 어깨에 멘 가방 입구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비죽 나와 있었다. 그는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꾸벅거리며 졸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무렵에는 푹 잠들었다. 녹원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양쪽 창 너머로 산기슭이 형태를 드러냈다. 새카맣게 탄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녹원이 기사에서 찾아본 대로였다. 산은 파괴되고 소실되었다. 기사들은 특정한 단어들을 되풀이했다. 재앙, 재난, 상실. 평소에도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으나, 이번 피해는 유난히 참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불씨가 솟아올랐다.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치 누군가 사주한 양, 화마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현장의 직원들은 검은 재로 뒤덮인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까만 코피가 쏟아져요. 그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매일 목이 아픕니다. 그들의 말은 녹원을 슬쩍 스치고 사라졌을 뿐이다. 녹원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곰을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곰에 대한 질문만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괜찮을까? 살아 있을까? 산속에서, 이제는 폐허로 변한 그곳에서? 녹원은 흘끗 조수석을 보았다. 노아는 덜컹거리는 창에 이마를 댄 채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뒷좌석의 목 베개를 찾으려다가 관두었다. 괜한 배려를 해 준답시고 잠을 깨우는 건 아닐까. 상사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득 긴장하여 잠들지 못한 건 또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손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녹원은 한숨을 내쉬고서 속력을 올렸다.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조차 무엇을 해 주는 게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아는 톨게이트를 지날 즈음에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좌우를 살피고서 웅얼거렸다. “주사님. 커피 안 드셨죠. 드셔야 해요. 제가 직접 내렸는데. 맛있을 텐데.” 그는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건네고서는,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녹원은 홀로 웃다가 커피를 마셨다. 노아의 말이 맞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알맞게 따뜻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마지막 야생 반달곰은 설악산에서 죽었다. 천구백팔십삼년, 녹원이 태어난 해였다. 곰은 살해당했다. 웅담을 노린 밀렵꾼의 총알이 곰의 척추를 뚫었다. 곰은 총알이 박힌 몸으로 마등령 계곡까지 달아났다. 바위들 사이에 웅크려서 며칠을 울어댔다. 그의 죽음을 다룬 기사는 울음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으엉, 으엉. 글자로 적힌 울음은 처절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으엉, 으엉. 짐승은 보름 가까이 앓다가 죽어 버렸다. 우도근은 말했다. 그 후로 이 산에는 곰이라고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사십여 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녹원이 입사하기 삼 년쯤 전에, 곰 한 마리가 설악산에 나타났다. 아홉 살배기 암곰이었다. 백오십오 센티미터의 신장에 백 킬로그램, 날렵하다고 할 만한 덩치였다. 몇 해 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중 하나인 양 싶었다. 주말 등산회 사람들이 그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암곰은 폭포를 어슬렁거리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신고인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곰이 도토리를 먹는다니까요. 곰이 원래 도토리를 먹어요? 사무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리산에 방생한 곰들이 다른 국립공원으로 넘어간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니. 이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야생동물은 한 번도 없었다. 곧 남부보전센터에서 인력을 파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쪽에서도 직원들을 내보냈다. 모두의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곰을 생포하여 지리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계장이던 우도근을 포함하여, 현장직 몇몇이 포획 조에 가담했다. 그들은 방패와 밧줄을 지고서 산을 올랐다. 암곰은 폭포에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다닥 참나무에 올라가서 버텼다. 우도근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녹색 그물을 설치했다. 보전센터 직원이 마취총을 쐈다. 십여 분이 지나고, 정신을 잃은 곰이 그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기절한 곰은 꽁꽁 묶인 채 지리산으로 돌아갔다. 그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암곰이 새끼를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악산에서 낳은 새끼인지, 설악산까지 데리고 온 새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곰에게 어떤 발신기도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끼 곰은 폭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새끼를 잡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당시의 도돌이는 약 육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포획되는 순간에는 나무 뒤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더랬다. 촉촉한 코나 동그란 귀가 어찌나 귀엽던지, 현장에 나온 직원들 모두가 끙 소리를 냈더랬다. 붙잡힌 도돌이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으로 갔다. 현장에 간 직원들은 은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엄마랑 다시 만났겠지? 이것 참, 이산가족 상봉이네…. 그들 중 누구도, 그 곰이 귀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새끼 곰이 무수한 위험을 무릅쓰며 산맥을 넘어오다니. 우도근이 손가락을 튀겼다. 그런데 진짜로, 이 녀석이 돌아온 거예요. 이 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대피소의 직원이 먼저 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피소 부근의 물푸레나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했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발톱 같지는 않다.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깊은 자국이다. 꼭 곰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고. 무인카메라를 추적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금 보전센터의 직원들이 오고, 또 한 번 포획 조가 꾸려졌다. 우도근은 지난 포획에 참여한 경력을 인정받아 두 번째로 방패를 들었다. 곰은 나무 위 벌집을 습격하던 중에 붙잡혔다. 마취총에 맞아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전센터 직원들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몸을 밧줄로 묶어야 했다. 그들은 곰의 왼쪽 귀에서 조그만 기계를 하나 발견했다. 배터리가 닳은 발신기였다. 수의사는 말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 서식지를 탈출한 모양이네요. 곧 그들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다. 수의사는 곰이 세 살이 조금 안 된 암컷이며, 또한 두 해 전 이 산에서 퇴출당한 바로 그 새끼 곰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주었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얘가 그 곰이라고? 우리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그 아기곰 말이야? 수의사가 말했다. 뭐, 이제 아기라고 부르긴 뭐하죠. 그의 말이 맞았다. 철창에 갇힌 짐승은 일 미터하고도 오십팔 센티미터였다. 몸무게는 백사십오 킬로그램, 울부짖는 모양새는 가히 맹수라고 부를 만했다. 곰이 또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다들 찜찜한 느낌을 걷어내지 못했다. 과장이 말했다. 물론, 그 느낌이 맞았죠. 일 년 만에 지리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위치 추적을 했는데, KF-75가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요. ‘돌아갔다.’ 그쪽에서도 돌아갔다고 표현하더군요. 설악산의 직원들은 혀를 찼다. 독한 곰이다. 지독한 놈이야. 쑥덕거렸다. 곰 방사 계획 같은 거 대체 누가 짠 거냐?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나뭇가지마다 흰 서리가 열매처럼 맺혀 있었다. 다른 반달곰들은 지리산 곳곳에 웅크려 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단 한 마리의 곰만이 얼어붙은 산맥을 넘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곰을 도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며칠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곧 곰이 설악산에서 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사무소에서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어느덧 세 번째로 이곳에 방문한 보전센터의 직원들과 함께 동면포획을 준비했다. 산속의 굴 어딘가에 잠든 곰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녹원이 끼어들었다. 잠든 중에 끌어낸다고요? 네, 그래서 동면포획인 거죠. 무서운 방법이네요. 음, 사실은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데요. 곰의 입장에서는, 잠든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거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요. 우도근이 턱을 괴고서 녹원을 바라보았다. 곰의 입장이라. 과장이 중얼거렸다. 곧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그 미소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도근이 말했다. 박 주임은 곰이 불쌍한가 봐요. 나는 우리 직원들이 불쌍한데. 매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짐승 하나 때문에. 안 그래요? 녹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우도근의 앉은키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 그와 비슷한 외양의 남자들은 대체로 녹원을 불편하게 여겼다. 경계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녹원의 몸을, 그의 크기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과장은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었다. 외려 그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녹원을 대하곤 했다. 이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녹원 주임님. 이번 포획 작전에 같이 가 볼래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좋아요. 그럼 좋을 것 같습니다. 우도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좋다. 그럼 정해진 거지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사무소는 녹원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정문 양쪽에서 가지를 맞대고 있었다. 진입로 안쪽으로 목조 건물이 엿보였다. 여기까지는 화마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녹원은 정문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막 깨어난 노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녹원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씨.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먼저 드려야겠는데요.” “아, 네, 네.” “그러니까…. 여기에 곰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시작점이었다. 녹원은 가장 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개체, 포획, 복원 프로젝트, 서식지, 정부 지침. 그런 단어들이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노아는 찌푸린 얼굴로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침내 고개를 돌린 노아가 활짝 웃었다. 녹원은 물속에서 나온 사람인 양 참던 숨을 토해냈다. 노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사님. 진짜로 엄청난 사연이네요. 저라도 여기 왔을 거예요. 잘 오셨어요.” 녹원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양 뺨이 화끈거렸다. 곧 코끝까지 시큰거릴 듯했다. 녹원은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푸른 기를 머금은 하늘은 투명해 보였다. 녹원은 길을 건넜다. 사무소 정문 기둥에 기대고 서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사무소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달칵, 소리가 트였다. 곧 우도근이 소리를 쳤다. - 아니, 뭐야. 박녹원 주임이 건 거예요?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제가 지금 사무소 앞에 와서요.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우도근이 정문으로 나오기까지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녹원은 금세 그를 알아보았다. 깡마른 몸집과 산양처럼 총총거리는 걸음걸이. 과장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듯 보였다. 머리가 더 벗어지지도, 주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우도근은 어설픈 인사치레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아니, 진짜로, 뭐 때문에 왔어요?” “도돌이 말이에요. 무사한가요?” “에? 도도리?” “도, 돌, 이. 아시잖아요. 되돌아오는 곰이요.” 우도근이 아아― 길게 소리를 냈다. 탄식 같은 소리였다. 녹원은 지금껏 내내 연습한 얼굴, 가능한 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버티고 섰다. 과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박 주임, 그거, 곰 때문에 온 거예요? 그거 물어보러?” “네. 맞습니다.” “세상에… 박 주임 대단하네요. 아니지, 지금은 주임이 아니지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보통 주사라고들 불러요.” “그래요. 박녹원 주사님.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거기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굉장하네, 정말로 굉장하네요.” 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장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우도근이 한숨을 내쉬면서 웃었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요새는 산불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재난안전과고 자원보전과고 할 거 없이 다들 난리거든요. 곰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몰라요. 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발신기는요? 센터 쪽에서 확인 들어가지 않았어요?” “발신기 그거.” 과장이 수염 자국조차 없는 턱을 어루만졌다. “어디 보자…, 그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요. 지금 몇 시죠?”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삼십 분 남았어요.” 과장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우도근 쪽에서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아봐 줄게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감사합니다.”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괜찮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차 안에 있을게요.” “친구? 박 주임 친구요?” “네. 직장 동료 겸 친구요, 같이 왔어요.” 과장이 눈을 치켜떴다. 입은 헤 벌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하리만치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녹원은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과장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도근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녹원은 그의 뒷모습이 사무소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과장의 안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삼차 포획은 이른 새벽 중에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사무소 정문 앞에 모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으로, 우도근의 이야기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의사는 녹원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와 함께 온 보전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점잖은 인상으로, 말수가 적고 걸음이 빨랐다. 설악산에서도 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녹원과 우도근을 포함한 공원사무소의 직원들 외에도, 곰이 머무는 구역 근처의 분소 직원들 역시 합류했다. 보전센터 직원들은 여섯 다리가 달린 은색 안테나를 들고 왔다. 그것으로 곰을 찾아냈다고 했다. 곰은 탐방로로부터 머지않은 계곡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도돌이가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장비지원조와 마취조, 추적조로 나뉘었다. 녹원은 장비지원조에 배치되었다. 곰을 붙잡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우도근은 추적조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우도근의 조가 선두에, 녹원의 조가 후미에 섰다. 행렬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금강문을 거쳐서 산길을 올랐다. 폭포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곧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을 가로질렀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멈춰서 짐을 풀었다. 녹원은 가방을 내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꺼냈다. 녹색 안전그물과 구조용 밧줄, 헬멧과 방패 등이 손에서 손을 타고 넘어갔다. 이제 마취조와 추적조가 공터 너머의 폭포로 가서, 곰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녹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수풀 뒤에서 조끼를 걸치는 우도근이 보였다. 녹원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도근이 인사를 건넬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녹원은 그 몸짓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곰이 여기에서 살 수는 없나요? 예? 뭐라고요? 곰 말이에요. 세 번이나 돌아왔잖아요. 여기가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요.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게 불가능한가 해서요. 침묵이 흘렀다. 과장이 천천히 헬멧을 썼다. 턱에 매는 끈을 고정한 뒤 녹원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웃음기조차 없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박녹원 주임님. 네, 우도근 과장님. 저건 맹수예요. 말이 천연기념물이지, 사실은 유해조수라고요. 그리고 여기는 국립공원이에요.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요. 이해하겠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올라오는 말을 삼키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저도 안다고요. 과장님. 매일매일 사람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자연이 좋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취미 생활이라면서 산에 오르내리죠. 그런데 제 말씀은요, 과장님,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곰의 경우는 다르다고요. 쟤는 이 산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계속 되돌아오는 거겠죠.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서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녹원은 입을 다물었다. 턱이 떨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과장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거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는 녹원이 건네준 가방 안에서 보호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 위로 보호구를 주섬주섬 끼우며 말했다. 우리 박녹원 주임님은 말이야.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녹원은 그를 쳐다보았다. 질문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란 어디이며, 대체 무엇이 안 되는 거냐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론, 녹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도근은 낡은 지프를 타고 되돌아왔다. 도돌이가 사라진 지점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고도 덧붙였다. 과장은 왜인지 들뜬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과장이 따라나서 준다면, 훨씬 간편히 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 터였다. 노아와 녹원은 우도근의 지프 뒷좌석에 올라탔다. 과장이 몸을 돌려서 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 반갑습니다. 박녹원씨 직장 동료라면서요.” “네.” 노아가 그와 악수하며 답했다. “네, 동료 겸 친구예요.” 우도근이 빙긋 웃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녹원은 우도근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박녹원씨라니. 생경한 호칭이었다. 우도근 과장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저 산속에서. 우도근의 지프는 금세 산중도로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까맣게 탄 산맥이, 왼쪽으로는 잿빛 강이 이어졌다. 검은 산에서부터 흩날린 잿가루가 차창에 달라붙었다. 지프는 강의 굽이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다. 국립공원의 시작점을 알리는 아치형 입구와 함께, 강변을 따라 선 갖가지 가게들이 나타났다. 잿빛 먼지에 휩싸인 편의점과 식당, 분사무소와 등산로로 향하는 흔들다리. 우도근은 다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녹원과 노아는 창밖으로 목을 뺐다. 강 건너로 접근금지 테이프를 친 약수터가 보였다. 폭포 방향으로 입산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구간이었다. 몇 해 전 녹원이 삼차 포획 행렬에 낀 채로 지나갔던 지점이기도 했다. 우도근이 약수터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 산허리에서 발신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훼손되었다던데. 억지로 뜯어 버렸나 봐요.” “그 외 흔적은 못 찾았고요?” “네, 사체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과장이 룸미러로 녹원의 얼굴을 흘긋 보았다. 그가 시동을 끄면서 말했다. “산에 다녀오고 싶으면, 지금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녹원은 머뭇거렸다.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껏 우도근을 오해했던 것일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과장은 친절하고 온화한 남자였다. 녹원의 기억 속에서 보여 주던 적대적인 태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허탈한 웃음이나 경시하던 눈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녹원은 차에서 내렸다. 노아가 그를 뒤따라왔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고 약수터를 지났다. 숲은 고요했다. 산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바삭하게 타오른 나무들은 식물보다는 불꽃의 잔재처럼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회색 재가 휘날렸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잎사귀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돌이를 처음 만난 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추적조와 마취조는 숲 너머로 떠났다. 장비지원조는 공터에서 짐을 가지고 대기하기로 했다. 녹원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숲속을 바라보았다. 물푸레나무와 박달나무, 피나무, 소나무, 벚나무. 여름의 샛노란 볕뉘가 나뭇가지 사이를 환히 비췄다. 곧 낯선 소리가 그 풍경을 뒤흔들었다. 쿵. 높은 곳에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위에 기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산 전체가 몸을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번져 왔다. 얼마 후, 그들이 나무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행진이라도 하듯 한 줄로 선 채 숲을 가로질렀다. 수의사와 과장이 선두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들것을 붙든 남자들이 내려왔다. 녹원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들것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짐승이 있었다. 포로처럼 눈과 입, 팔다리를 묶인 채. 녹원이 지고 온 밧줄이 곰의 몸을 엑스자로 붙잡고 있었다. 수의사의 목에 둘렀던 파란 천은 곰의 눈을 가리는 데 쓰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혀가 늘어져서 달랑거렸다. 녹원은 행진을 쫓는 아이처럼 곰을 따라서 걸었다. 필사적으로 들것을 쫓아가며 곰을 보았다. 그의 귀에 새로 부착된 발신기를,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흰 반달을, 마른 땅처럼 갈라진 발바닥을 보았다. 남자들은 공터 정중앙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보호구를 주섬주섬 벗었다. 녹원은 장비들을 챙기는 일도 잊고, 내내 곰만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다가온 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 만져 봐요. 녹원은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우도근 과장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곰을 가리켰다. 쓰다듬어 보라니까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머뭇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원은 곰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털은 까슬까슬하고 서늘했다. 피부는 몹시 단단했다. 녹원과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털과 살, 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녹원은 눈을 깜빡였다. 곰의 치욕과 자존심, 곰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아온다는 뜻의 이름도 곱씹었다. 짐승이 꿈틀거린 순간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중에 과장과 수의사를 비롯한 몇 사람이 물어보았다. 왜 손을 떼지 않았어요? 왜 달아나지 않았습니까? 녹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느꼈던 소속감을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아늑하고 달콤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극복해 낼 수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곰은 소리를 질렀다. 으엉,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밧줄의 매듭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곰은 순식간에 들것에서 벗어났다. 그는 녹원이 보았던 사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드러낸 채로 일어나 섰다. 도돌이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녹원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았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현을 썼다. 끌어안았다. 곰이 그를 끌어안았다고. 녹원은 등 뒤의 바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 녹원의 목숨을 구했다. 곰의 무게는 녹원의 몸을 지나 바위 아래로까지 분산되었다. 만약 선 채로 힘겨루기를 했거나, 땅바닥에 곧바로 쓰러졌다면, 녹원의 뼈는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녹원은 그 접촉을 기억했다. 그날의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선명히 기억했다. 늑골을 짓누르는 냄새와 촉감. 곰은 녹원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작았다. 그런데도 어찌나 무거운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녹원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돌이는 저를 끌어안지 않았어요. 걔는 저한테 기대어 있었죠. 수의사도 그의 말에 증언을 보태 주었다. 곰이 박녹원씨를 고목이나 바위, 혹은 어떤 기둥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살기 위해서, 박녹원씨에게 매달린 거죠. 파란 천이 흘러내리며 초점을 잃은 눈이 드러났다. 입가에서 흰 거품이 끓었다. 남자들이 곰을 끌어냈다. 녹원은 바위벽에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흐릿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괜찮아요? 숨 쉴 수 있어요? 녹원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았다. 호흡할 때마다 갈비뼈가 조각나듯 아팠다. 결국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에서 읽은 기묘한 울음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채우고 있었다. 정말로 으엉, 으엉, 하고 우는구나. 녹원은 생각했다. 정말로 울어버리듯이 우는구나. 바로 앞에서는,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녹원씨. 박녹원씨. 녹원은 고개를 돌렸다. 우도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는 몇 해는 더 늙어버린 양,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서 일하면 안 돼요.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해. 과장은 몇 번이나 말했다. 박녹원씨. 산에서 내려가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요.              “날이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들 가요.” 우도근은 주장했다. 녹원과 노아가 연거푸 손사래를 쳤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의 집은 산기슭 끝자락에 있었다. 녹원과 노아는 빨간 지프를 따라서 시멘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새하얀 돌벽에 노란 지붕을 올린 집이 나타났다. 옅은 녹색 잔디를 깐 마당에는 흔들 그네와 스프링클러,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집의 뒤뜰은 산사면과 바로 맞닿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쪽 능선까지는 불길이 오지 않아서 피해를 면했노라고 했다. 녹원은 자신의 트럭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다. 우도근의 집은 언덕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언덕 앞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강뿐이었다. 주위에 놓인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녹슨 가로등 하나가 전부였다. 우도근이 노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란이. 나 왔어.” 녹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도근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있었다.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우도근이 부인을 부르는 광경을 보다니. 란이, 라고 부르다니. 그가 누군가를 저토록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을 부를 때만 제외하면. 저녁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아름 꺼내 녹원의 품에 안겨 주었다. 별구경하다가 자세요. 란은 오래전부터 녹원을 알아온 양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마당 평상이 별구경하기 딱 좋거든요. 맥주 곁들이면 그만 한 휴가도 없어요. 막상 부부는 평상 휴가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홉 시만 되어도 눈꺼풀이 감겨서,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도근은 평상에 담요를 깔아 주었다. 조카에게나 건넬 법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재밌게 놀고 푹 자요. 알겠지요?” 마당에는 녹원과 노아만 남았다. 두 사람은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를 죽 편 채 맥주를 홀짝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살갗을 서늘하게 적셨다. 부부의 말대로, 마당에서 보는 별은 몹시 선명했다. 허공에 멈춘 불씨처럼 반짝거렸다. 녹원은 언덕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두 갈래로 나뉜 물길이 다시 한 길로 합쳐지는 지점까지 살폈다. 강 뒤편의 산은 부드러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녹원이 불쑥 말했다. “천 킬로미터예요.”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곰이 이동한 거리 말이에요. 한 번에 삼백사십사 킬로미터, 세 번 돌아오면 천백삼십이 킬로미터 정도 돼요. 서울에서 도쿄까지가 그 정도 거리래요.” 노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지독한 곰이네요.” 녹원은 동의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곰이었다. 세 번째 귀환 이후, 이 독한 곰은 제법 유명해졌다. ‘되돌아오는 곰.’ 그런 유의 머리기사와 함께. 도돌이라는 이름 역시 앙증맞게 실렸다. 설악산 측은 이 사건을 일종의 기회로 삼았다. 설악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을 ‘되돌아오는 곰’으로 삼자. 마침내 도돌이는 설악산으로 방사되었다. 몇 가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무소 내부에도 곰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절차가 투입되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이토록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곰이 번번이 돌아오던 고향. 한 기자는 도돌이를 천구백팔십삼년에 죽은 곰의 환생인 양 묘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한이 이제야 풀렸노라고. 녹원이 말했다. “어릴 때 제 별명이 웅녀였거든요.” 노아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웃어도 돼요?” 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웃는 사이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열세 살쯤 때 이미 키가 백칠십을 넘었어요. 그때 짝꿍이 되게 웃기던 애였거든요. 저를 맨날 웅녀라고 불렀는데, 그게 못내 좋았어요. 그전에는 한 번도 별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녹원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곰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곰,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 엉엉 울어버리다가 죽은 짐승. 녹원은 곰이 죽은 날짜도 찾아보았다. 곰은 칠월 말일, 녹원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에 죽었다. 그 숫자 간의 관계를 깨달은 순간, 녹원의 머릿속으로 괴상한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녹원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야말로, 그 곰에게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노아는 웃지 않았다. 녹원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은 오래도록 그를 옭아맸다고. 누구나 이상한 믿음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런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지나치게 묵직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그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라면, 왜 이토록 사람들이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사람에게 죽은 짐승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역시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런 경우는 아닐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에서 마음을 떼어낼 수 없었다.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래서요. 도돌이와 나 사이에도 무언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녹원은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끌어안은 무릎에 턱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평상에 깐 담요를 펼쳐 노아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희고 선명한 달이었다. 두 갈래의 강 위로 두 개의 달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밤 동물의 눈동자처럼 보였다. 녹원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양팔을 죽 펼친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빳빳이 굳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눈앞으로는 밤의 어둠을 타고 흐르는 산의 능선만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등 뒤 어딘가에서, 아마도 뒤뜰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낮게 숨 쉬는 소리가 울렸다. 녹원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분명히 귀에 익었다. 다시 한번 비닐이 흔들렸다. 얇은 막이 찢어졌다. 그것이 그르렁거렸다. 나는 알아.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이 소리를 알고 있어. 녹원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아섰다. 주택은 엷은 가로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소리는 조금 더 뒤에서, 가로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녹원은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을 지나서 집의 뒤쪽으로 갔다. 뒤뜰에는 지붕을 씌운 분리수거함과 차고가 있었다. 차고의 비상등은 활짝 켜져 있었다. 안쪽의 빨간 지프가 선명히 보였다. 그 옆의 분리수거함을 뒤적거리는 물체 역시도 뚜렷하게 보였다. 녹원은 멈춰 서서 그 물체를 보았다. 검고 큼직한 뒷모습. 몇 해 전보다는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곰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검은 발이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움켜쥐었다. 비닐들이 흔들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메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마음은 한 차례 솟구치더니, 도무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녹원은 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곰의 움직임을 훑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부석거리는 털이라거나 바싹 야윈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얘.” 녹원이 말했다. “도돌아.” 곰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응답하듯이.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녹원은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 걸음은 좀더 가볍게 옮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계속 걸어갔을 터였다. 손은 녹원을 꽉 쥐고 뒤로 당겼다. 녹원은 뒤돌아보았다. 노아가 거기 있었다. 비상등의 빛에 새하얗게 질린 채, 녹원을 붙들고 속삭였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사님, 움직이지 마세요.” 녹원도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곰을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곰은 놀랍도록 명민한 동물이라 몇 해 동안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곰은 구부정하게 서서 멀뚱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흰자가 슬며시 드러난 눈은 사람의 것보다 둥글고 검었다. 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생각도 읽어 낼 수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 그것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감정 또한 없었다. 곰은 그와 전혀 다른 구역에,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했다니.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들 간에는 무엇도 교차하는 것이 없었다. 녹원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녹원이 속삭였다. “노아씨. 뒤로 가요. 등 돌리지 말고, 뒷걸음질로요.” 노아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기묘한 춤을 추듯, 일정한 리듬에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곰은 그들을 빤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트럭 옆으로 다가갔을 무렵, 녹원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 차의 앞문에 대고 몇 차례 내리쳤다. 열쇠와 문이 맞부딪치며,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곰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팍에 모으고 있던 앞발을 바닥에 내딛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산속으로, 그리하여 어둠 너머로 녹아내렸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곰이 뜯어둔 비닐들을 바라보면서. 창문 안쪽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도근 아니면 란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녹원은 잽싸게 몸을 돌렸다. 노아는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녹원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노아 씨. 여기에서 다른 거 본 거로 해요. 아무거나 좋아요. 고양이나 멧돼지, 살쾡이. 뭐 그런 게 내려왔다고 그래요. 곰을 봤다고는 하지 마요.” “왜요? 주사님. 방금 보셨잖아요. 곰이에요. 맹수라고요. 제대로 말씀드려야 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 한 쌍, 그 눈길이 불에 덴 자국처럼 머릿속에 새겨졌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동안 그를 옭아매던 감정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곰은 사람과 다르다. 곰은 사람이 아니다. 곰은 사람보다 나은 존재다. 앞뜰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원이 낮게 속삭였다. “노아씨. 나는요. 늘 곰에게 산을 주고 싶었어요. 아주 통째로 줘 버리고 싶어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고요. 그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겠어요?” 노아가 자신의 팔을 붙든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는 오래전에 과장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진 얼굴, 여전히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사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산을 줄 수 있나요? 우린 애초에 산을 가진 적도 없잖아요. 다들 그걸 알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저 곰을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찾아서 보호하고, 같이 살려고요. 다들 그걸 위해서 애쓰는 거잖아요.” 노아의 등 뒤로 우도근이 보였다. 그가 집의 벽을 따라 돌아와 가로등 아래 섰다. 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물었다. “뭐 깨지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노아가 녹원을 올려다보았다. 녹원도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노아씨. 박녹원 주사가 안 무서워? 직원들의 질문이 녹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노아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 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우도근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노아를 흘끗 보고서, 녹원에게 다가왔다. 녹원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차 안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열쇠를 떨어트렸고, 차 문에 부딪힌 열쇠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고. “죄송해요, 주무시는 걸 깨웠네요.” 우도근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녹원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도근도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과장의 눈길이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가 닿는 순간, 녹원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여기 족제비 같은 게 있던데요.” 우도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족제비요?” 녹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를 찾다가 뒤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가가니 족제비인지 오소리인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었다고. 꽤 굶주려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은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봉투를 이리저리 비쳐 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고, 이걸 하루 늦게 내놨더니…험하게도 물어뜯어 놨네.” “안에 들여놓으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녹원은 너덜너덜한 봉지를 들어 우도근에게 건넸다. 옛 과장이 그것을 받으며 빙그레 웃었다. “시골은 시골이지요?” 박녹원도 마주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의 대응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녹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벽을 향해 누웠다. 그의 옆에 누운 노아가 뒤척거렸다. 그는 녹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반대로 돌아눕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망설임이 애틋한 동시에 힘겹게 다가왔다. 녹원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노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녹원은 벽에 드리워진 그늘을 물끄러미 지긋이 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울렸다. 노아가 결국 피로에 항복한 모양이었다. 녹원은 몸을 돌려 정면으로 누웠다. 유리창으로 스민 달빛이 천장을 부드럽게 밝혔다. 녹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불타는 산을 생각했다. 잿빛 산, 폐허처럼 모두 불타버린 산, 잿더미로 뒤덮여 일견 늪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이다. 곰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그는 산맥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다. 성체로 자라난 곰들은 사십에서 육십 킬로미터의 속력을 낸다.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며 끈기의 화신이다. 바삐 위치를 바꾸는 앞발과 뒷발 너머로 회색 구름이 퍼져 나갈 것이다. 곰은 바위를 뛰어넘고, 나무를 오르고, 강을 건넌다. 어떤 방해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누구도 그를 쏘지 않는다. 잠든 채로 끌려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어디든지, 원하는 만큼 간다. 산은 모두 곰의 것이다. 그는 자유롭다. 녹원은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마치 포로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로 번져 나갔다.
  • “극강 전투력의 화신” 美네이비실 전설의 사령관 사망...오사마 빈 라덴 사살 부대

    “극강 전투력의 화신” 美네이비실 전설의 사령관 사망...오사마 빈 라덴 사살 부대

    미군 비밀특수작전 부대 초기의 전설적 군인으로 네이비 실(SEAL) 최고 정예부대의 창시자인 리처드 마신코 예비역 중령이 25일 사망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81세. 마신코의 아들 맷 마신코는 26일 트위터에서 “악당 전사(로그 워리어)로 유명한 퇴역 네이비 실 사령관이자 네이비 실 6팀 창립자인 아버지가 전날 밤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그는 “아버지의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며 그는 진정한 전설로서 사망했다”라고 적었다. 마신코는 베트남 전쟁에 종군했으며 특수부대 6팀의 첫 부대장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1980년에 창설된 6팀은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 제거를 직접 수행한 조직이다. 마신코는 1989년 해군에서 은퇴한 후 작가, 대중 연설가,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군사계약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그는 ‘로그 워리어’(악당 전사)라는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서 “한때 6팀 요원들이 사격술에 사용하는 실탄량이 미 해병대가 일년동안 사용하는 실탄량과 맞먹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네이비 실 6팀은 해상 대테러 전문부대로, 이란 인질 사태 직후인 1980년 10월 마신코의 주도하에 발족했다. 마신코 본인의 전횡과 부대 공금 유용 등 각종 파문으로 1987년 공식적으로는 해체되는 비운을 맞기도 했으나 해군특수전개발단(DevGru)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개편돼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에 이관됐다. 네이비 실 6팀은 ‘고수 중의 고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선발 과정이 엄격하고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6∼8개월의 선발 과정에서는 어떤 극한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력, 지적 능력, 심리 상태 등 다양한 심사를 거친다. 선발이 되면 자유강하, 무술, 저격술과 폭파술 등 다양한 훈련을 받고 각종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베이루트 미국 인질 구출작전, 그레나다 침공, 파나마 침공, 걸프전, 아프간전 등 전 세계에서 맹활약했지만, 6팀의 명성을 극대화했던 것은 역시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이었다.
  • 신한카드, AI 기술로 761억원어치 보이스피싱 사고 막아

    신한카드, AI 기술로 761억원어치 보이스피싱 사고 막아

    핀테크 협업·AI 기술 활용피싱 예방 건수 9배 늘어피싱 징후엔 바로 유선 통화신한카드가 핀테크와 협업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700억원대 규모의 보이스피싱 사고를 막았다. 신한카드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Fraud Detection System)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1만 1109건, 761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사고를 예방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예방 건수와 액수가 1184건, 279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각각 9.4배, 2.7배 늘어난 수치다. 신한카드는 AI 기술을 활용한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예방 솔루션을 도입해 문자 메시지와 통화 패턴, 설치된 앱 목록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의심 징후를 미리 찾아내 사기 피해를 차단했다. 신한카드 거래와 상관 없이 피싱이 감지되는 시점에 바로 고객과 유선 통화를 해 타금융사의 피싱 사고도 함께 막을 수 있었다. 예컨대 ‘저렴한 금리의 카드론으로 갈아타기 위해 현재의 대출을 상환하라’고 한 뒤 가짜 은행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하는 경우 고객과 통화를 통해 보이스피싱을 막는 것이다. 신한카드가 집계한 보이스피싱 사고예방 액수는 고객이 가짜 은행앱에 입력한 금액과 고객이 유선 통화를 통해 밝힌 액수 등을 합산한 수치다. 신한카드는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을 분석해 피싱 징후를 탐지하는 솔루션을 AI 핀테크 기업들과 공동 개발했다. 스타트업 인피니그루와 협업해 개발한 ‘피싱아이즈’ 앱을 통해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한카드는 연말연시를 맞이해 보이스피싱 예방 수칙 십계명을 제시했다. 문자·카톡으로 오는 은행앱 다운 요청은 의심하고 가족이라도 신분증과 카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아야 한다. 보이스피싱 예방앱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올해 높아진 보이스피싱 사고예방 실적은 신한카드가 그동안 쌓아온 금융사기 예방 관련 빅데이터 업력,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 노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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