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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행궁동길, 사람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수원 행궁동길, 사람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경기 수원시가 팔달구 행궁동에만 5개월간 무려 130억원을 투입한다. 지방자치단체가 1개 동에 단시간 내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6700여 가구가 거주하는 행궁동은 오는 9월 생태교통 페스티벌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이 행사를 계기로 수원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명소로 조성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환경도시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는 시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생태교통 수원 2013’으로 명명된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뒤 세계 환경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주민들이 자동차 없이 일상생활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국제프로젝트이다. 수원시는 28일 세계 환경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 행사를 위해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행궁동 일대에 130억원을 투입해 주거 및 가로 정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전하기 위한 각종 규제로 인해 도시 환경이 열악한 행궁동 지역을 수원의 대표 명소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것이다. 윤건모 팔달구청장은 “일부 주민들이 차없는 거리 시행에 따른 교통난과 생계 지장 등을 이유로 행사 개최를 반대하고 있는데, 행사가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며 “행사를 계기로 행궁동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지고 주민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종로사거리∼장안문∼화서문∼행궁으로 이어지는 특화거리 조성에 70억원, 간판정비 등 경관개선 30억원, 주택개량 등 도시르네상스 사업 28억원 등 5개 분야로 8월 말까지 추진한다. 시범지역 메인도로에 해당하는 화서문로(장안사거리∼화서문 540m)와 신풍로(제일감리교회∼신풍초교 410m) 등 간선도로 2곳은 전선을 지중화해 공간 시야를 확보하고 차도를 화강석 판석으로 포장해 도로의 품격을 높인다. 특히 화서문 옛길(화서문∼수원천), 장안문 옛길(장안문∼신풍초교), 나혜석옛길(나혜석 생가 주변) 등 화성 축성 당시부터 조성된 3개 옛길 4.5㎞ 구간을 정비한다. 도로 곳곳에 소규모 정원을 조성해 사람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조로, 화서문로, 신풍로 등의 경관도 개선하기 위해 간판 등을 정비하는 경관개선사업도 병행 추진한다. 이 밖에 행궁광장 북쪽에는 내년까지 300억원을 들여 미술관을 건립하고 장안문 주변에는 2015년까지 120억원으로 전통식생활체험관과 한옥게스트하우스가 조성된다. 행궁동 일대는 화성의 행궁, 장안문, 화서문 등 주요 시설과 성벽이 잘 보존돼 있고 화성 축성 당시부터 취락과 함께 형성된 옛길이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성과 문화성을 잘 간직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9월 행궁동에서 열리는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생태교통이 실현될 미래 도시의 일상을 미리 보여주는 세계최초의 국제 프로젝트”라며 “하지만 행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식물에너지 재활용·바닷물 연료… 인간 장기 재생·오염된 땅 복구

    지구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한 연료, 나이 들고 병든 인간의 장기를 건강한 것으로 대체해 줄 재생의학 기술, 오염된 물과 땅을 정화할 수 있는 바이오 환경복원기술 등이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등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여러 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로 선정됐다.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 산하 생명공학 글로벌 어젠다 카운슬은 25일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10대 바이오 기술’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창립된 생명공학 글로벌 어젠다 카운슬은 인류의 건강증진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생명공학 분야의 해법과 미래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생명공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제안하는 모임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가 카운슬 의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에 선정한 바이오 기술은 바이오기술 분야 전문가들이 건강보건, 식량, 에너지 등 전 분야에 걸쳐 우리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기술을 선정하고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것”이라면서 “식량, 에너지, 환경오염 등 인류가 처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대 바이오 기술에는 가장 먼저 ‘생명공학에 기반을 둔 에너지와 연료의 지속가능한 생산’이 꼽혔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 화석연료 사용 대신 화학물질이나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두 번째는 ‘지속 가능한 식량생산공학’으로 유전자 조작 작물을 적절하게 운용하면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부족하지 않게 생산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닷물을 이용한 연료 개발 및 해양농업 기술이다. 카운슬 측은 “대형조류와 미세조류 등 바닷속 식물을 활용하는 광합성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해양농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산화탄소를 에너지, 연료,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기술과 손상되고 오래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줄기세포 기술, 어떤 질병에도 치료가 가능한 약물 치료법과 질병 유발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 기술, 유용한 박테리아를 증식시켜 오염된 땅과 물을 복구하는 생물학적정화 기술 등이 10대 기술 안에 포함됐다. 이 교수는 “인류가 처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석탄·석유 대신 태양열로, 자동차 대신 두 발로”

    “석탄·석유 대신 태양열로, 자동차 대신 두 발로”

    “가뭄에 직접 물동이를 이고 집과 밭을 수십 번 왔다갔다 해보니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지더군요.” 김선호(15)군은 5년차 농부다. 현재 홈스쿨링(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에게 교육받는 것)을 하는 김군은 주말이면 부모와 함께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 있는 밭을 일군다. 그 덕에 환경 운동가가 다됐다. 지난해 찾아온 극심한 가뭄이 기후변화가 주는 폐해에 대한 관심을 일깨웠다. 김군은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를 자기 일로 여기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군처럼 기후변화에 관심이 큰 국내외 청소년(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3학년) 400여명이 13일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문화관에서 열린 ‘2013 세계청소년지구환경포럼’이다. 올해 2회인 이 행사는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제로 14일까지 열린다.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인식은 국적을 초월했다. 자신이 겪은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대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케냐 출신 나일리 네그다(17)양은 “유목을 하는 마사이 부족 아저씨가 계속된 가뭄에 풀이 자라지 않아 너무 힘들어하는 걸 봤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케냐에서도 뜨거운 태양열 등을 이용해 요리한다면 기후 변화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온 네하 수와미와탄(13)양은 “이메일이나 문자를 이용하는 작은 실천을 하면 환경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굳이 신용카드 명세서를 우편으로 받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날엔 나무 한 그루씩을 심자”고 제안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기 ▲부모에게 승용차 사용을 줄일 것을 권유하기 ▲불필요한 전등 끄기 ▲사용 안하는 전기용품 플러그 뽑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을 제안했다. 발표자 70명 중 4명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부터 상을 받는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수원시, 신풍동 등 구도심 사람중심 보행공간 조성

    오는 9월 경기 수원시에서 개최될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를 앞두고 구도심에 사람 중심의 보행공간이 조성되는 등 도심 인프라가 대폭 개선된다. 수원시는 12일 이를 위해 모두 70억원을 들여 행사가 열릴 팔달구 신풍동, 장안동 일대를 대상으로 전기·통신 지중화, 교통체계 개편, 성곽보행로 확보, 특화거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을 조성 당시부터 있던 옛길과 골목길 등 4.5㎞ 구간을 정비하고 소규모 정원을 곳곳에 조성, 사람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정조로, 화서문로, 신풍로 등의 경관도 개선하기 위해 간판 등을 정비하는 경관개선사업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부문별 설계작업을 마친 뒤 공사를 발주, 7월까지 모든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환경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수원시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국비와 시비 130억원을 들여 화성행궁 일원 등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은 화석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뒤 자전거 등 비동력과 무탄소 친환경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미래도시의 실제모습을 재현해 생태교통의 해법을 연구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신풍동, 장안동 일대에서 9월 한 달간 개최된다. 수원시, 세계 최대 지방정부 네트워크인 이클레이(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방정부)와 유엔 인간거주계획(UN HABITAT)이 공동 주최한다. 행사기간 75개국 1250개 도시가 참가하는 이클레이 생태교통 세계총회를 시작으로 생태교통연맹 워크숍, 동북아 저탄소 녹색도시 콘퍼런스, 아·태청소년 물포럼, 환경자원순환 국제워크숍 등이 열린다. 또한 세계 각국의 생태교통 연구자, 개발자들이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경험, 반응 등을 면밀하게 기록하고 데이터는 세계 관련 학자, 단체, 기업 등에 제공된다. 김병익 시 생태교통추진단장은 “생태교통은 보행과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로 도시구조를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주민들의 참여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난 2일 행궁동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커버스토리] 낚시꾼만 바라보던 추자도, 조기 가공단지 세워 굴비시장 장악

    [커버스토리] 낚시꾼만 바라보던 추자도, 조기 가공단지 세워 굴비시장 장악

    제주 섬과 뭍을 잇는 바다 한가운데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입에 물도 다닌다’는 섬이 있다. 참굴비로 대박이 난 추자도다. 남들은 추자도를 바다 낚시의 천국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찾아오는 낚시꾼들만 바라보기에는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다행히도 여러 해류가 추자도를 교차해 바다에 물고기는 넉넉했다. 열심히 고기를 잡아다 팔면 자식들 학교 보내고 밥은 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뿐, 부자가 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추자 바다는 참조기의 노다지다. 추자도에 있는 60여척의 유자망 어선은 국내 참조기 생산량의 30% 이상을 잡아들인다. 하지만 어렵사리 건져 올린 조기를 헐값으로 전남 영광 등의 굴비 주산지에 팔아야만 했다. 굴비를 만들 생각도, 기술도, 굴비 가공공장도 없었다. 굴비 주산지는 추자산 참조기를 싼값에 사들여 비싼 값의 명품 굴비로 가공해 떼돈을 벌었다. 재주는 추자도 사람이 부리고 돈은 육지 굴비업자가 버는 식이었다. ‘우리도 굴비 한번 만들어 보자.’ 2007년부터 추자 사람들은 발품을 팔며 전국의 유명 굴비 특산지를 찾아다녔다. 쉬쉬하는 굴비 가공 기술을 어깨너머로 곁눈질하며 하나둘 익혔다. 굴비를 만들기 위한 공장도 짓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고 보니 추자 바다의 청정한 해풍은 굴비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민들은 굴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굴비 축제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추자 굴비의 탄생을 전국에 알렸다. 최첨단 냉동시설을 갖춘 참조기 가공단지는 최근 완공됐다. 하루 5t을 급냉동시킬 수 있고 냉장실은 일시에 500t의 굴비를 저장할 수 있다. 연간 가공 가능한 물량만 1800t 규모다. 이정호 추자수협 조합장은 “조기를 잡아 바로 급냉동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아 당연히 굴비 맛도 뛰어나다”며 “불과 수년 사이에 굴비시장에서 추자 굴비가 명품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굴비 2100t을 생산해 285억원어치를 팔았다. 불과 몇 년 만에 전국 굴비시장의 30% 정도를 장악했다. 추자 주민 박광조씨는 “작은 섬에 외국인 근로자가 200명 이상 북적인다는 것은 그만큼 일거리도 있고 돈도 잘 돌아간다는 것 아니겠냐”라며 “제주 본섬 등에 집 한채를 더 갖고 있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추자섬은 이제 ‘바다의 황제’라는 참치 메카를 꿈꾸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추자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참치 치어가 나타나자 참치 연안 가두리 양식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조동근 어선어업 담당은 “추자도는 섬 자체의 어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시켜 부자 섬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찾던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행정의 적절한 예산 지원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팔자가 바뀐 섬 속의 섬 가파도의 변신도 놀랍다. 마라도를 이웃하고 있지만 국토 최남단이라는 마라도의 명성에 가려 가파섬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섬을 등지고 늙은 해녀들만 남아 미역이나 건져 올려 먹고사는 가난한 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민들의 손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로 가동되던 발전소는 문을 닫았고 태양열과 풍력발전기가 세워졌다. 주민들은 기름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타고, 경관을 해치던 전봇대도 모두 땅 밑으로 사라졌다.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고 환경 전문가들의 필수 답사 지역으로 변했다. 제주 국제대 김의근 교수(관광학)는 “청정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가파도의 카본 프리 모델은 그 자체로도 수출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며 “가파도는 전국의 섬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섬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가 이를 방증한다. 지도를 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아래 서해5도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 측에서 보면 이들 섬이 남의 집 안방을 훤히 들여다보는 형국이어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6·25전쟁 휴전협정 당시 우리나라 유격대가 서해5도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1·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서해5도 주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안보관은 일반 국민과는 다르다. 막상 사건이 벌어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생업에 종사한다. 사건 직후 육지로 잠시 피란 간 연평도 포격 사건만이 예외다. 그렇다고 서해5도민의 안보의식이 약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 주민은 북한 황해도 일대에서 피란 나와 정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북한을 증오한다. 대형 사건이 터져도 육지로 이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북한 관련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싫어한다. 섬에 위기가 조성될 경우 관광이 위축되고 어업이 통제되는 등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평도 면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이 첫 번째 안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일이 첫째 못지않은 안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책꽂이]

    에너지자원의 위기와 미래 (조윤수 지음, 일진사 펴냄) 지속가능한 성장, 녹색성장,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외교부 공무원인 저자는 그럼에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실적 접근을 주문한다. 1만 4000원. 나는 암이 고맙다 (홍헌표 지음, 에디터 펴냄) 저자는 2008년 마흔 넷의 나이로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 뒤 1500여일 동안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쳐 면역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자기관리법으로 암을 이겨나간 기록이다. 1만 3000원.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인들의 자아와 타자를 찾아서 (임병철 지음, 푸른역사 펴냄) 르네상스적 개인에 대한 재해석이다. 본질적 모나드로서의 개인(Individual),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주체(Subject)라는 두 극단을 부정하면서 관계적인, 혹은 수사학적인 자아(Self)를 내세운다. 이런 관점에서 ‘신곡’의 단테,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 불리는 시인 페트라르카, 만능인으로 불렸던 건축가 알베르티 등 르네상스기에 활동한 7명의 개인을 집중조명한다. 2만 5000원.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읽기 (김의기 지음, 다른세상 펴냄) 독서광을 자처하는 저자는 세계무역기구( WTO) 등에서 24년간 국제통상전문가로 활동했다. 동료들과 북클럽을 만들어 활동했는데, 한 권의 책을 놓고도 다양한 문화권에 걸맞게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뽑은 33권의 책에 대한 얘기를 담았다. 1만 4800원 촘스키 지의 향연 (앤서니 이노브 엮음, 이종인 옮김, 시대의창 펴냄) 진보적이면서도 가장 논쟁적인 지식인 촘스키의 글을 연도별로 한데 모았다. 1부는 그의 진보적 발언들을, 2부에는 언어학에 관한 글들을 모아뒀다. 4만 5000원.
  • ‘실험실 식량’ 드실래요?

    ‘실험실 식량’ 드실래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의 한 연구실. 커다란 방 가득히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다. 시험관 속에는 스테이크용 고기들이 들어 있고 한쪽에서는 뜨개질을 통해 소고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초록색과 분홍색 줄무늬가 있는 초밥용 생선 조각은 유전적으로 만들어진 ‘채식 생선 나무’에서 얻어진다. 와인은 프로그램을 통해 몬테풀치아노부터 시라까지 품종에 따라 원하는 대로 뽑아 먹을 수 있다. 어린이용 음식도 있다. 프로그래밍으로 만들어진 콜라와 ‘마법의 미트볼’도 있다. 이 모든 음식은 자연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줄기세포에서 키워졌고 오메가3와 비타민도 생산 단계부터 포함돼 있다. 이 음식들은 당장 먹을 수는 없다. 모두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식당 밖의 플라스틱 표본처럼 ‘미래의 음식’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진짜다. 연구실 책임자인 코에트 반 무스바르트 교수는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실험실 식량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무스바르트는 바이오공학자, 마케팅 전문가, 철학자 등과 함께 식량 생산을 준비하는 ‘넥스트네이처’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실험실 식량의 미래는 ‘사람들의 거부감’에 달려 있다. 극단적인 예로 ‘사람 고기를 배양해 먹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온다. 특히 음식은 기본적으로 고정관념의 장벽이 높다. 음식은 ‘자연스럽고 정직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무스바르트는 “과거 말을 이용한 교통수단이 절대적인 것으로 각광받았지만 이제 우리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다만 음식 분야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고 가장 성공을 거둔 방법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들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고 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물이 실험실을 벗어나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져야 하고 기업의 연구 개발 투자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스바르트의 연구실에 기업의 투자금은 전혀 없다. 모두 정부 예산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공’ ‘실험실’ 등의 말을 사용하는 연구에 이름이 언급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무스바르트는 “유럽 최대의 식량 회사 관계자가 연구와 관련된 어떤 발표에도 회사 이름이 포함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거부감은 세계 최대의 유전자변형작물(GMO) 기업인 몬산토 때문이다. 몬산토는 첫 유전자변형작물로 ‘제초제 저항성 작물’을 내놨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인도 정부가 별다른 대중 캠페인 없이 작물 재배와 유통을 허용하면서 유전자변형작물은 ‘음모론의 온상’이 됐고 어떤 과학적 설명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줬다. 그 결과 수많은 과학자들은 유전자변형작물을 구별해 내거나 유통을 막는 기술에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고 있기도 하다. 몬산토는 전 세계에서 떼돈을 긁어모으지만 ‘우리 시대의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하지만 과학철학자나 윤리학자들은 실험실 식량이 유전자변형작물과는 다른 길을 갈 것으로 전망한다. 코 반데 윌 바헤닝언대 교수는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기 위해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공장에서 죽이는 것과 실험실에서 키운 윤리적인 고기 중 어느 것을 먹겠느냐는 질문을 던져 보라”고 말했다. 환경적인 이득도 있다. 같은 양의 고기를 생산한다고 할 때 배양육은 축산업에 비해 1%의 땅과 2%의 물만 있으면 되고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도 10%에 불과하다. 배양육 분야의 선두 주자인 마크 포스트 박사는 “고기를 먹으면서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는 채식주의자가 허머(초대형 SUV)를 타는 것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양육의 가치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즐긴다. 적은 돈으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하고 자연적이고 건강한 음식을 원한다.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음식을 바라지만 역설적으로 이전 세대의 자연스러운 음식을 그리워한다. 이를 식품업계에서는 ‘식품 산업의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경향이 앞으로 25년 동안에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식량 공급은 변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값싼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해 식량 가격은 절대로 2000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특히 세계 3대 작물인 벼, 밀, 옥수수는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가장 먼저 옥수수가 사라진다. 옥수수는 30도가 넘으면 살 수 없다. 미래학자들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식량을 공급받고 먹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험실 식량이 중요한 이유다. 식량 증산이나 생산 방식의 혁명은 당면 과제다. 유엔식량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인류는 지금보다 40% 이상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식량이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디언은 “미래의 식량인 실험실 식량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인류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 없이 그것을 먹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교토의정서 연장’으로 지구온난화 막겠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속력을 갖고 있는 교토의정서가 엊그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진통 끝에 2020년까지 선진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효력을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폐막됐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부속 의정서인 교토의정서의 공약기간은 8년 더 연장되게 됐다. 그러나 일본·캐나다 등 주요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서 빠지는 등 제재가 약해져 지구의 기상이변은 더욱 위협받게 됐다. 195개 회의 참가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총론에는 공감했지만 선진국과 후진국 간 이해가 달라 온실가스 감축 실행이라는 각론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합의안은 심화되고 있는 기상이변에 비하면 미흡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국제 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지구 온도 상승 폭이 오는 2060년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4도가량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금세기 말 상승 폭 전망치 2도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런데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교토의정서 연장과 함께 2015년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하는 새 기후변화협약을 2020년 발효시킨다는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새 교토의정서는 일본 등의 탈퇴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만 규제할 수 있는 데다 중국이나 인도 등 온실가스 1, 3위 배출국들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침수 위기에 있는 태평양 도서국가들이 합의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반발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온난화 규제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을까. 우리나라가 사무국을 유치한 녹색기후기금(GCF) 출연에 대해 모호하게 합의한 것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 공조가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이번 합의로 당사국들은 새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문을 2015년까지 만들어야 한다. 선·후진국들이 자국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안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구 온난화는 산업화를 통해 화석연료를 배출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크다. 선진국들이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
  • 선진·개도국, 교토의정서 개정 두고 ‘수싸움’

    세계 기후변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 고위급 회의가 카타르 도하에서 4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총회에는 세계 190여개국 대표를 비롯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국제기구 대표, 비정부기구(NGO) 등 1만여명이 참석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실무협상과 부대행사 등이 열리고 있다. 고위급회담에서는 교토의정서 1차 공약기간(2008~2012)이 올해 말로 끝남에 따라 2차 공약기간 설정과 향후 기후변화체제 확립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또 폐막식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치국으로 선정된 녹색기후기금(GCF)의 공식 승인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 수석대표인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크리스티아나 피겨레스 UNFCC 사무총장 및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 등과 면담을 통해 GCF 사무국의 조속한 발족과 재원조달 방안, 사업모델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 개시를 앞두고 기간 설정(선진국은 8년, 개도국은 5년 주장), 감축목표 확정 등을 비롯한 의정서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에 동참할 국가가 유럽연합(EU) 외에 호주·스위스·리히텐슈타인·모나코·아이슬란드·노르웨이·크로아티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2차 공약기간에 대한 선진국의 참여 확대와 감축목표 상향을 촉구하고 GCF 유치국으로서 재원 분야 협상 진전을 촉구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이번 총회가 기후변화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산유국에서 개최돼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은 사전 장관급회의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한다더니… 전 세계 CO2 배출량 더 늘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이 ‘최다 배출국’ 8위에 올랐다. 2일(현지시간) AP·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각국에서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모두 382억t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이날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렸다. 온실가스 감축 등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카타르 도하에서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관련국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해 배출량 증가는 ‘최대 공해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중국이 전년보다 10%나 늘어난 100억t의 배출량을 기록, 1위를 지킨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3위를 차지한 인도도 25억t으로 7%나 늘었다. 러시아(18억t)와 일본(13억t), 이란(7억t)도 각각 3%와 0.4%, 2%씩 늘어나 4위와 5위, 7위에 올랐다. 이어 한국이 6억t으로 캐나다 등과 함께 8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의 증가율은 4%에 달해 배출량 ‘톱 10’ 가운데 중국, 인도에 이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2위에 오른 미국(59억t)과 6위인 독일(8억t)은 배출량이 각각 2%와 4%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보다 2.6% 증가한 356억t 규모로 예상된다며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중국, 인도 등의 배출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앤드루 위버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는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렌 피터스 오슬로 국제기후환경연구소(CICE)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주말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 논란을 그린 ‘21세기 골드러시 세일가스’라는 TV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았다.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알려진 세일가스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얘기였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미국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세일가스가 새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심지어 불이 붙는 장면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꼈을 충격을 실감했다. 세일가스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태양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혁신적인 대체에너지로 칭송을 받던 세일가스에 흠이 드러난 이상 달리 대안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 미국인들이 세일가스로 혼란을 겪는다면 지금 우리 앞에는 원자력에 대한 거대한 불신이 있다.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와 한수원의 내부 비리는 우리를 ‘원자력 멘붕’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인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마법의 에너지’를 희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확신을 갖기엔 요원하다. 무엇보다 원전을 대체할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적 장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화두다. 정답은 없지만, 화석연료와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되 신재생에너지를 차츰 늘리자는 게 공식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일정기간 공존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지기 전까지 30년 정도는 원전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이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산업이 짜여 있으며, 에너지 요금 체계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도 극단적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특성이 있다. 당장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원자력이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30년이 완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 이내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간에는 수명 연장 불가피론과 폐기론이 맞서 있다. 수명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새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7000억원을 투자해 전면 개보수했기 때문에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폐기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전력이 단숨에 날아간다고 한다. 전 세계 435기의 가동 원전 중 151기의 수명이 연장됐다는 그럴싸한 통계도 내놓는다. 폐기론자들의 입장은 명약관화하다. 후쿠시마 사태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재앙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변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는 단순히 월성1호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2008년에 국내 원전 중 처음으로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는 물론 가동 중인 23기 전부와 건설 중인 5기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결정에 미래 에너지 믹스의 향방이 걸려 있다.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원전정책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수명 연장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규 증설과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탈핵론자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국가의 에너지 미래를 결정지을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joo@seoul.co.kr
  • 가축 분뇨의 재발견

    전북 정읍시가 소·돼지 똥에서 나오는 메탄을 에너지로 바꿔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국제 탄소배출권도 따내 화제다.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정읍시의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으로 10년간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은 1만 6640t CO2다. 2000㏄ 승용차 100대가 서울과 부산을 1165회 왕복할 때 배출되는 양과 같다. 한 해 생산되는 전력만 2492㎿h(1㎿h=1000㎾h)인데, 이달 20일 기준(1㎾h당 158.3원)으로 한전에 팔았을 때 1년에 4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양이다. 4인 기준 649가구가 연간 쓰는 전기와 같다. 특히 농식품부는 이날 이 사업이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등록됐다고 밝혔다. CDM 사업등록 농업경영체는 화석연료를 썼을 때와 비교해 감축된 것으로 계산된 온실가스를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팔 수 있다. CDM은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제도로, 온실가스감축 비(非)의무국(개발도상국)에서 확보한 온실가스를 의무국(선진국)이 사들여 자신의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의무국이다. 농식품부는 2020년까지 이런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 100곳을 설치해 매년 365만t의 가축분뇨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오병석 녹색미래전략과장은 “지속가능한 농림어업을 위해 시설원예·육상양식장 등에 지열·목재 펠릿·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화 시설도 계속 확대·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씨줄날줄] 그린 오바마/이도운 논설위원

    미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붉은 주’(Red State)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파란 주’(Blue State) 간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가장 큰 환호를 보낸 것은 ‘녹색(Green) 세상’ 사람들이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 자체를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간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재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국가 부채, 사회적 불균형, 그리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꼽은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14일 가진 재선 후 첫 공식회견에서도 “첫 임기 4년 동안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높이는 등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두번째 임기는 기후변화에 대한 전국 규모의 토론으로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에 초록색을 입힌 ‘그린 오바마’의 모습을 곳곳에 전시하면서 그의 강력한 녹색정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환경·에너지 정책 앞에 푸른 신호등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는 ‘에너지·기후변화 정책의 변화’를 오바마 2기 정부가 직면한 10가지 경제 이슈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가뭄·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대비할 것인가, 기업이 부담할 탄소 감축 비용을 어느 선으로 정할 것인가, 혹은 탄소세를 부과할 것인가, 국가 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가운데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아예 축소할 것인가 등이 오바마 정부가 다뤄 나가야 할 녹색정책 과제들이라고 한다. 오바마는 1기 정부 때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썼다. 그러나 미 정부에서 5억 2000만 달러나 투입한 태양광 업체 솔린드라와 3900만 달러를 지원한 에너지 저장업체 ‘비콘 파워’가 파산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녹색정책은 기대만큼 효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그 성과를 수확하는 정부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차기 정부도 녹색성장 정책을 평가, 점검하는 과정에서 그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노원에코센터, 전국 제일 녹색건축물

    노원에코센터, 전국 제일 녹색건축물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환경교육장으로 쓰이는 노원에코센터가 전국에서 제일가는 녹색건축물로 인정받았다. 노원구는 지난 2월 개관한 노원에코센터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국토해양부가 공모한 ‘2012 제1회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19일 밝혔다. 녹색건축대전은 녹색건축물의 조기 정착과 국민생활 속에서 녹색건축 실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녹색건축 창출’이라는 주제로 공모를 실시했다. 대상 1점, 최우수상 3점, 우수상 8점 등 모두 12개의 건축물을 선정했다. 시상식과 전시회는 21일 오전 9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노원에코센터는 건축비 17억원을 들여 폐수영장 관리실을 리모델링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649㎡)로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해 전국 최초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하 150m 깊이에 지열관 3개를 설치하고 발생한 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 기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옥상에는 10㎾, 15㎾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다. 또 태양열 설비(16㎡)를 설치해 온수로 사용한다. 별도 기계장치 없이 에너지 절약요소 기술만으로 기존 건축물 대비 난방에너지를 88% 절감할 수 있으며, 패스브요소(에너지절약형 건축물) 기술만으로 건물에너지(난방, 냉방, 급탕, 환기, 조명)를 45% 절감하도록 했다. 그동안 초중고생, 주민 등 1만 500여명이 다녀가는 등 지역 주민들이 함께 배울 수 있는 환경교육장으로 활용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전국 30곳 火電 갈등 불붙었다

    전국 30곳 火電 갈등 불붙었다

    어느 지역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할지를 결정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당 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5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정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4개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해당 지자체와 시의회 동의를 거쳐 지난달 25일까지 화력발전소 건설 의향서를 제출토록 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이 전국 각지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내용의 의향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 접수 내용은 다음 달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될 때까지 공개할 수 없다. 다만 지난 9월 24개 민간 기업이 전국 30곳에 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는데 대부분 지역에서 의향서가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블랙아웃’ 위험 수준까지 수시로 떨어지는 등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2만 2000㎿를 새로운 화력 발전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압력이 가중되고, 석유값이 폭등하자 가격이 30% 저렴하며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자비로 건설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한전 전력거래소에 매각할 경우 20~30년 동안 투자비 회수는 물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화력발전소 건립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자체는 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수백명의 인구 유입 및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연간 수십억원의 지방세 수입이 예상돼 발전소 유치를 적극 찬성하는 편이다. 동두천시의 경우 ㈜드림파워가 광암동에 건립 중인 LNG복합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250명의 직원이 상주하게 돼 인구 유입 효과와 함께 연간 20억원의 시·도세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동두천·포천·파주·하남·양주·안양, 강원 고성·삼척, 경남 남해·통영, 인천, 울산, 제주 등 전국 30여개 지역에서 이미 착공됐거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대기오염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의 경우 SK E&S가 광적면 비암리에 LNG복합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해 왔으나 지방의회 등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지 못해 정부에 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주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동두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 소환 운동까지 추진됐다. 환경단체들은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면서 “기후변화의 최대 주범이자 생태계를 파괴하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사업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민간 기업 관계자들은 “원자력 발전도 안 되고, LNG를 이용한 화력 발전도 안 된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부족한 전력을 조달해야 하느냐.”면서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찾아가는 프론티어 연구포럼’ 개최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는 1일 ‘찾아가는 프론티어 연구포럼’을 2일부터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포럼은 2일 한양대를 시작으로 12월 말까지 고려대, 국민대에서 대학별로 2~4차례씩 총 10회 걸쳐 개최될 예정이다.  이 포럼은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과 글로벌프론티어사업에 참여하는 우수 연구자들이 전국 주요 대학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초원천기술 개발의 중요성과 국내외 기술개발 트렌드 및 전망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다.  2일 첫 포럼에서는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 사업단’의 신형철 한림대 의대 교수가 뇌와 기계와의 접속을 통해 뇌 신호로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인간이 이를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9일에는 인간과 가상세계, 로봇이 교류하고 경험하는 시스템 연구(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 권정흠 박사), 16일에는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개념의 태양 및 연료전지 연구 분야(차석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최건모 센터장은 “이번 연구포럼은 정부 주도로 차세대 유망 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장기 대형 국책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이공계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의 진로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 사업’은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기술(ET)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이 가능한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선택, 1999년부터 집중 개발해 온 교과부의 대표적인 장기 대형 국책 R&D 사업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겨울철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여름, 무더위로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넘겼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이 더 걱정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기소비량이 더 많고 전력 피크도 더 높다. 발전소 1기 건설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코앞에 닥친 전력 부족은 공장과 사무실, 상가, 가정에서 최대한 절약하고 정부가 비상대책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이번 겨울철 전력대란도 무사히 넘기기를 기원할 뿐이다. 겨울철 전력대란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매년 되풀이되는 일회성 행사로 인식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언제부터인지 겨울철 전력대란은 찬 바람이 불면 가을맞이 정기세일처럼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전력 부족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철 전력대란의 원인을 짚어보고, 궁극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온다습한 여름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겨울철 전력 수요가 여름철보다 더 높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냉방은 전기로 할 수밖에 없지만 난방을 전기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는 동절기 난방연료나 산업체의 열원(熱源)이 유류에서 전기로 바뀌고 있다. 그 이면에는 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정책, 즉 유류세제와 전기요금 문제가 숨어 있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제는 가능한 한 높게, 물가안정과 산업체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은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고유가로 발전연료비가 대폭 상승했음에도 전기요금은 지난 몇 년간 계속 원가 이하로 억제해 왔다. 일부 산업용 전기요금이나 밤 시간대 전기요금은 수십년간 원가 이하로 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유가가 진행되자 전기요금이 유류가격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고,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이 유류 대신 값싼 전기로 몰리는 ‘전력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계절 중 가장 낮았던 겨울철 전력 수요가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다른 계절을 압도하고, 최근 동절기 전력대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다. 전기요금보다 유류가격이 불리해진 것은 고유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기를 난방연료나 산업용 열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전기가 모든 에너지 중에서 가장 값비싼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원에서 전기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기쏠림 현상이 수요자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일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전기로 난방을 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손실뿐 아니라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등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즉, 발전과정에서 60% 이상의 열을 낭비하면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꾼다. 이렇게 만든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어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연료가 2배 이상 소요되고 온실가스도 그만큼 더 배출된다. 매년 찬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겨울철 전기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일부에서는 걱정을 넘어 겨울철 전력대란이 발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간만 지나면 끝이다. 관심도 우려도 사라진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겨울철 전기 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등 에너지가격정책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목소리도 없다. 겨울철 전력대란도 문제지만, 이를 다루는 사회분위기 역시 문제라고 보는 이유다. 겨울철 전기대란에 대해 ‘요란한 호들갑’으로 사전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격정책에 대한 ‘답답한 침묵’을 깨는 것이 아닐까?
  • [씨줄날줄] 한·아이슬란드 수교 50주년/이도운 논설위원

    2009년 1월 15일 저녁,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북극권의 한겨울이었는데, 창문이 열린 집들이 많았다. “왜?”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난방을 최고 온도에 맞춰놓고 더우면 창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도대체 한 달에 난방비가 얼마나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3000크로나 정도”라고 한다. 시내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와 맥주 한 병을 시켰더니 3000크로나가 나왔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고의 지열(地熱) 개발국이다. 지열이 난방의 88%, 전력의 30%를 해결한다. 전력도 지열만으로 100% 해결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자원인 수력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석유·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아이슬란드가 보여주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면적이 10만㎢로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30만명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다. 그러나 수산업 등을 발전시켜 한때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2위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 있는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9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기도 했지만, 경제 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해 가고 있다. 지열을 통해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것도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인들은 아이슬란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은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세계 최고의 지열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는 자본과 건설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또 아이슬란드 전역의 풍부한 물 자원 개발에도 한국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장 중에 올라비르 라그나 그림슨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시위대를 관저로 불러들여 커피를 대접했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정치학자 출신인 그림슨 대통령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서 경청할 만한 식견을 보여줬다. 그림슨 대통령은 인터뷰를 마친 뒤 “한국과 아이슬란드가 더 밝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친필 메시지를 써주기도 했다. 지난 50년, 두 나라는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향후 50년, 그리고 그 이후에는 두 나라가 아이슬란드의 지열처럼 뜨겁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기업 미래경영]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저에너지·친환경 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주택이란 냉난방, 조명 등에 소비되는 에너지와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토지주택공사는 보금자리주택(1~5차)지구의 에너지 절감률 목표를 현행 법 기준보다 상향된 임대 20%, 분양 30% 수준으로 조정해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서울 강남 보금자리지구를 한국형 ‘그린홈’ 시범 단지로 추진할 계획이다. 슈퍼 단열, 자연형 열 취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을 적용해 기존 주택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6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토지주택공사는 전국 76개 지구에 태양광 공동주택 4만 8000가구를 건설했다. 이들 주택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절감한 전기요금은 지난해에만 14억여원에 달했다. 가구별로는 한 달에 3400원의 전기료가 절약된 것이며 이산화탄소는 연간 3811t이 줄었다. 또 2010년에는 지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시스템과 수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연료전지 시스템 시범 사업도 추진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발언대] 300만 농민 “응답하라 정치”/전광훈 NH생명 콜센터장

    [발언대] 300만 농민 “응답하라 정치”/전광훈 NH생명 콜센터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그 정치도 대권을 향한 것이기에 국민적 관심이 팽배한 것이 요즘이다. 그런데 기후온난화시대인 지금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될 것이 식량 확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1961년 종합농협이 탄생되고 2000만 농업인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녹색혁명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업생산의 터전 위에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였고, 오늘날 한국이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현재 한국농업인은 300만명을 밑돌고 있으며 농림어업의 부가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4.1%인 51조원이다. 국내 식량 자급률은 26.7%인데, 문제는 이러한 절박한 먹거리의 생산 현실이 전 지구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그플레이선 태풍’으로 지칭되는 농산물 공급부족 사태(올해 전세계적으로 부족한 식량은 약 4000만t임)는 농업이 1차산업이란 차원에서만 볼 수 없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내포돼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18대 대선과 2013년 경제성장의 주안점이 정보혁명의 기치 아래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위주의 산업구조로 더욱 변화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다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석유의 고갈과 가격 급등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그 경제효과도 미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지성은 화석연료시대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자연순환농업’ 정착과 ‘로컬푸드화’로 지역공동체를 안정시키는 것이 지구온난화시대의 초미의 현안으로 보고 있다. 대선에 임하는 후보들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은 이제 농업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상생가치 실현과 산업부문 간 전문지식의 융합과 산학협동 속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의 테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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