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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뽀로로 빼고 다 죽겠네

    뽀로로 빼고 다 죽겠네

    “전에도 나빴고, 지금도 나쁘다.” 올겨울 장편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의 개봉을 준비 중인 장형윤 감독은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례적으로 관객 220만명을 동원했지만 부족한 투자에 따른 제작 편수 감소와 인력 유출은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그동안 성공한 작품보다는 실패한 작품이 많다 보니 애니메이션은 잘 될 리 없다는 인식이 쌓인 것 같다”면서 “투자자가 없어 시작조차 못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현실은 밝지 않다. 여름방학을 맞으면서 이달 들어서만 ‘토니 스토리: 깡통 제국의 비밀’과 ‘터보’ 등이 개봉했고 다음 달에도 ‘개구쟁이 스머프 2’와 ‘에픽: 숲 속의 전설’ 등 굵직한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스튜디오 지브리나 드림웍스, 픽사 같은 대형 제작사의 선전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일단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 편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 극장 개봉한 국내 애니메이션은 ‘뽀로로의 슈퍼썰매 대모험’ 한 편에 그쳤다. 지난해 1~7월 ‘파닥파닥’, ‘은실이’ 등 5편이 개봉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극장 개봉한 전체 애니메이션이 같은 기간 32편에서 올해 57편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위축된 수준이다. 제작 편수가 적다 보니 기술이 축적되지 않는 문제도 생긴다. ‘돼지의 왕’을 제작한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속적인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인력이 TV용 작품을 만드는 회사나 게임업체 쪽에 속해 있다”면서 “기존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들이 실력을 쌓고 감독이 되는 구조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투자와 지원을 통해 작은 규모의 작품이라도 꾸준히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족한 투자와 지원은 캐릭터 상품과 연계된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에 몰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은 “지원금이 많다고 하지만 체감은 되지 않는다”면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산업적 가치가 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온다는 이유로 유아용 작품만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뽀로로’처럼 돈이 되는 작품에 지원이 몰리면서 일본처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국의 문화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힘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유아용 외에도 다양한 작품에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족용 장편 ‘언더독’을 작업 중인 오 감독은 “현재 작품 시장은 유아용과 성인용으로 양극화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가족용 작품을 확대시키는 것이 문화적으로도 산업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수출에 좋은 영유아용 작품에 지원이 한정되지만 한류의 예에서 보듯 수출로만 콘텐츠를 바라보면 작품의 질이 떨어지기 쉽다”면서 “여러 작품 중에서 해외에도 팔리는 작품이 나와야지 해외에 팔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시장의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원과 투자를 마냥 기다리는 대신 투자자의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 하반기 ‘사이비’를 개봉할 예정인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은 “당장 할리우드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겠지만 투자자의 여력도 관객의 층위도 그런 작품에는 미치지 못한다”면서 “투자, 배급사와의 소통을 통해 시장 상황에 맞는 작품 제작을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잉카 미라 소녀, 마약과 술에 취해 죽었다”

    지난 1999년 4월 아르헨티나의 유야이야코 화산(해발 6,739m) 정상 부근에서 3구의 미라가 발견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미라는 모두 어린아이들로 솜털과 머리카락이 보일 정도로 마치 잠이 든 듯 완벽한 상태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을 관심을 끌었다. 최근 이 미라를 법의학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브래드퍼드 대학 고고학과 엠마 브라운 박사 연구팀은 이들 미라의 비밀을 밝힌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the journal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약 500여년 전 남미를 지배했던 잉카인들이 종교 제례를 위한 인신공양으로 바친 이 어린이들은 모두 3명으로 13살 소녀와 4~5살의 소년, 소녀다. 이들은 제물로 바쳐졌지만 폭설과 강풍이 부는 상 정상에 남겨진 후 그대로 얼어죽어 극히 양호한 상태로 보존됐다. 이번 논문에서 드러난 새 연구결과는 이 어린이들이 죽기직전 마약과 술에 취해 있었다는 것. 연구를 이끈 브라운 박사는 “미라의 머리카락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은 코카잎으로 만든 마약과 술에 취해 있었다” 면서 “아마 당시 잉카인들이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종교 행사에 순응시키기 위해 먹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유야이야코 처녀’(Llullaillaco maiden)로 불린 13세 미라 소녀에 대한 추가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브라운 박사는 “13세 미라 소녀는 처녀로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아 제물로서 더욱 높은 가치가 있었다” 면서 “소녀는 죽기 몇 주 전까지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으며 입 안에서 코카잎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녀는 건강한 몸매에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면서 “소녀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듯 조용히 고통없이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한편 역대 발견된 미라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것으로 평가받는 이 미라들은 아르헨티나 살타에 위치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슈 & 이슈] “지역경제 활성화 직간접 효과 생산유발 7000억원 이를 것”

    [이슈 & 이슈] “지역경제 활성화 직간접 효과 생산유발 7000억원 이를 것”

    “팔만대장경의 우수한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 관람객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 조직위원회 김이수 집행위원장은 “올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은 2011년 행사 때와 차별화되고 더욱 향상된 다양한 콘텐츠로 꾸몄다”면서 “올해 ‘부·울·경 방문의 해’와 ‘경남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국내외에서 많은 관광객이 대장경문화축전이 열리는 가야산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보 32호이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고려대장경은 불교 유물을 넘어 인류의 기록문화와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면서 “대장경축전이 대한민국 문화가 세계와 만나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구경거리도 넘쳐난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 행사장 주변은 가야산과 매화산이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데다 대한민국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해인사를 비롯해 곳곳에 세계문화유산과 국보, 보물 등 귀한 유물이 많다”고 자랑했다. 이 행사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직간접적으로 엄청나다고 한다. 그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이번 대장경축전 행사의 타당성을 분석한 결과 지역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 7000억원, 소득 유발 효과 16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3000억원에 이르고 1만 4150명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조직위는 온 힘을 쏟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국내외 언론과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10차례 넘게 팸 투어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불교계와 전국 공공기관, 단체 등도 입장권 예매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진자. 이 지역 지방공무원 키웸바(56)의 시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로고가 빛을 발하며 6시간 빠른 한국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작년 6월 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한국에 초청돼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때의 인상과 감격을 한국 시간 유지로 지속하고 있었다. 교육 동기생 20여명과 함께 우간다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원조가 일으킨 작은 한류였다. 한국은 원조 관련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供與國)이 된 세계 유일의 국가다. 세계 유일이라는 점을 살려 ODA와 결부해 홍보한다면 ODA는 한국의 좋은 상징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2015년까지 국민소득의 0.25% 수준만큼 ODA 규모 확대를 약속했다. 국민소득의 0.14%로 약 15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인 현재도 국내 ODA 사업은 폭발적이다. 여러 대학은 전공을 설치하고 많은 공공·민간 조직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ODA 중심 전후방 연관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후방 산업의 효과적 활성화는 원조 이상의 국익을 낳을 수 있다. ODA는 수원국의 역사, 정치, 문화, 지리, 자연, 산업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요구하는 지식·정보 기반 사업이다. 그래서 소수에 의한 개별 사업의 칸막이식 수행보다는 다양한 참여자 간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많은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칸막이식이어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관계 강화가 예상되는 우간다에서도 가나안농군학교, 국제협력단, 농촌진흥청, 농협중앙회, 새마을운동본부, 연구재단 등이 협력 중이거나 협력을 모색 중이다. 같은 수원국에서 다수의 기관이 활동할 때는 전략적 접근으로 연계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소통의 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ODA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OECD 개발원조위원회 24개 회원국이 약 1300억 달러(약 143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어떤 기관이 어느 나라 어떤 대상을 위해 어떤 사업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수원국과 공여국의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 제안과 아이디어 교환, 성공과 실패 사례 교류 등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하나의 대안으로 ‘ODA제(祭)’를 생각해 본다. 물론 비밀주의가 팽배한 환경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비밀주의 극복 주장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우선 국내 차원에서 가능한 부문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잘 기획된 영화제가 영화의 전후방 연관산업 종사자 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영화산업을 견인하고 주체국 혹은 도시의 이미지를 고양하는 것을 종종 본다. ‘ODA제’도 적절한 주체에 의해 잘 조직된다면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첫째, 청년들이 글로벌 활동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축제 형식을 통한 열기 제고는 젊은이들의 관심 증가, 국제 활동에 대한 이해 증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ODA 연관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 영화제가 완성된 영화의 거래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배급, 투자 등 영화 연관 산업 종사자들의 소통을 통해 전후방 산업이 확장되는 기회가 되는 것과 같다. 셋째, 국가 이미지와 관련한 ODA의 정착 효과다. 유명 영화제로 국가의 예술적 이미지를 세계에 부각하듯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한국이 국제ODA제전을 주관할 때 한국과 ODA는 불가분의 관계가 돼 세계에 각인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 이미지가 가져올 부수 효과는 크다. 넷째, 점진적 국내외 참가 확대를 통해 글로벌 ODA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세계 ODA 사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한국은 이 제전을 누구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국가다.
  • 朴대통령 “뉴질랜드 참전용사 헌신 잊지 않을 것”

    朴대통령 “뉴질랜드 참전용사 헌신 잊지 않을 것”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비핵화 등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와 양국 간 교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비핵화 등 북한 문제 공조 방안,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양 정상은 아울러 양국이 1962년 수교 이래 이어온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두 정상은 또 2009년 협상을 개시한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진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박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국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지난 5월 말과 지난달 초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세 번째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의 협력 동반자로서 전략적 가치가 크며 자원개발, 과학기술, 남극협력 및 영화 등 문화산업 분야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상당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키 총리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참석 등을 위해 100명에 달하는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키 총리에게 “정전 6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줘 대단히 감사하다”며 “뉴질랜드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가 있었고, 오늘의 한국도 가능했다”고 사의를 표했다. 뉴질랜드는 6·25 때 6000여명을 파병했으며 이 가운데 40여명이 숨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국 국민은 뉴질랜드 참전용사 여러분의 그런 헌신과 사랑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내일 정전 6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의 감사한 마음이 뉴질랜드 국민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며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3년새 4번째 압수수색… 우울한 빛고을 광주

    광주시청이 1년에 한 번꼴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도덕적 비난과 함께 보다 치밀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사건과 관련, 검찰이 본청 등의 서류를 가져가는 등 최근 3년 새 네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25분쯤 광주시청 본청 체육U대회지원국장실과 2019 세계수영대회 유치위원회 사무총장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 6명이 각각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직원들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지만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신들의 ‘속살’을 수사기관에 드러내 보여야 했다. 검찰의 광주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은 민선 5기 들어 네 번째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3D컨버팅(입체영상변환) 분야 한·미 합작사업(법인명 갬코·GAMCO)와 관련해 문화관광정책실장과 문화산업과를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해 6월 광주시 ‘상품권 깡’ 의혹과 관련해, 같은 해 4월엔 총인시설 입찰비리에 관련해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사안별로 관련 공무원 10여명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광주시 모 공무원은 “부끄럽다”며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울 뿐”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열린세상]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 교수

    요즘 상상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세나 경영을 다룬 서적에서 특히 창조적 아이디어를 강조할 때 꼭 빠뜨리지 않는 언급이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동 교육에서는 상상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당부가 필수적이라 할 정도이다. 모두 지당한 의견들이라 하겠다. 그러나 ‘상상하는 동물’로서의 인간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력보다는 냉철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이제 바야흐로 이성보다는 감성, 논리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 맞추어 ‘상상하는 동물’이 되고자 할 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흔히들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마음대로 머릿속에서 그리고 꿈꾸는 것이 자유롭지 않으면 무엇이 자유롭단 말인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면 내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으니 바로 이것이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순진한 생각이다. 상상력에도 정치학과 경제학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이제 중요한 산업적 자원이 되었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을 담은 스토리를 가공하여 게임·영화·애니메이션·만화·드라마 등을 만들어 내는 산업, 이른바 문화산업은 오늘날 유망한 국가 성장동력 산업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 문화산업은 상상력에 대한 우리의 순진한 생각을 뒤집어 놓는다. 가령, 세계를 지배하는 할리우드 문화산업은 글로벌 시대에 접어들면서 백인 소녀의 우상인 백설공주만으로 더 이상 전 세계 소녀의 환심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해서 내놓은 작품이 ‘뮬란’이다. 뮬란은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남장하고 종군했다는 중국의 효녀이다. 디즈니사는 이 작품을 만들어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뮬란’에서 디즈니사는 신령스러운 용을 하찮은 도마뱀 정도로 묘사하고 중국처녀 뮬란을 백인 남성들이 좋아하는 일본 게이샤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동양의 상상력을 자신들 서양의 스타일로 재가공해서 역수출한 것이다. 이렇게 변조된 상상력은 막강한 할리우드 문화산업의 영향력에 의해 우리에게 저항 없이 주입된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서양 상상력의 대작들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신화나 전설에서 용은 줄곧 사악하거나 별 볼일 없는 동물인데, 이러한 인기 높은 대작들 속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용에 대한 이미지는 가뜩이나 일찍부터 그리스 신화와 안데르센 동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뇌리에 여지없이 각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중 일부는 용이 나쁜 동물이라고 상상하게끔 되었다. 상상력의 전도라 할 이 현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이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구나 하는 깨달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차제에 상상력의 정체성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문학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상이 드러난다. 상상력의 결정이라 할 판타지에도 민족별 정체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뚜렷할수록 문화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즉, 서양 판타지에서는 마법이나 기사에 대한 상상력이, 동양 판타지에서는 중국의 경우 도술이나 무협에 대한 상상력이, 일본의 경우 요괴에 대한 상상력이 각기 독특한 내용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고유한 특성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다. 대부분 서양 마법담이나 중국 무협담, 일본 요괴담의 내용과 분위기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은 우리의 상상력이 문화산업에서 우위에 있는 서양이나 일본, 그리고 엄청난 전통문화의 자원을 지닌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용을 나쁜 동물로 상상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어른들은 용꿈을 꾸기라도 하면 당장 복권을 사러 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상력이 자유롭다는 미신에 사로잡혀 우리 상상력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용꿈을 꿀 때 복권을 사러 가기는커녕 “재수 없다”고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깔깔깔]

    ●스팸전화 박멸을 위한 선서 1. ‘너와 사귀고 싶어’라는 자극적인 문자메시지의 URL을 절대로 클릭하지 않는다. 2. ‘당첨되셨으니 200억원 가져가세요’라는 문자는 과감히 삭제 처리한다. 3. ‘여기 xx은행인데요’라는 통화는 빚 독촉 전화로 간주해 과감히 끊어버린다. 4. ‘오빠, 나 오늘 한가해’로 시작되는 문자는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무시한다. 5. 억양이 이상한 한국어로 시작되는 통화는 가슴속 깊은 지역감정을 들춰내 과감히 끊어버린다. 6. 모르는 번호, 부재중 번호로는 한국에 화산 폭발 주의보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다시 걸지 않는다. 7. ‘여기 경찰서인데요’로 시작되는 통화는 무서우니까 과감히 끊어버린다.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창조경제 원조국 英 정부 역할은 ‘팔걸이’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창조경제 원조국 英 정부 역할은 ‘팔걸이’

    “정부는 기업이 고기를 낚을 장소를 물색하거나 무대를 차려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직접 잡아 주거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닙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는 일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개인의 몫입니다.” 세계적 디자인 기업 ‘탠저린’의 마틴 다비셔 대표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탠저린 본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창조산업에서 거둔 성공을 ‘팔걸이 원칙’(지원하되 창조성을 보장하기 위해 간섭하지 않는 원칙)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제한적 역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비셔 대표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불리는 조너선 아이브 애플 수석부사장이 1989년 공동창업한 탠저린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넘버 1’이다. 토요타·니콘·애플 등의 주요 제품이 다비셔 대표의 손을 거쳤다.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도 탠저린의 주요 고객이다. 다비셔 대표는 “영국의 해외 대사관이나 문화원들은 창조경제의 산물들을 각국의 문화와 시장에 특화시켜 접근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다”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각 나라의 특이점이나 문화적 주의점, 경쟁자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정보들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년간 탠저린이 한국이라는 생소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서울사무소 개소식과 축하연을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개최하도록 해 주고 대사관이 직접 고객 초청까지 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사관이나 정부 기관의 문턱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 돈을 지원하거나 물건을 팔아 준 것이 아니다. 모든 비용은 우리가 부담했다”면서 “정부는 ‘여기 믿을 만한 영국의 디자인 기업이 있다’고 한국에 소개하는 보증인 역할을 했고, 그 이후의 영업은 온전히 우리 몫이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원조국’으로 꼽히는 영국의 창조문화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흔히 1997년 노동당 정부가 창조경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영국이 창조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이라며 “30년 넘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젠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디자인이나 문화산업만이 창조경제의 영역이냐”고 묻자 “삼성이나 LG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 더욱 잘 팔리게 되면 디자인만 창조산업이고 나머지 부분은 제조업으로 따로 떼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창조의 영역을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답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부산시 신전략산업 10개→5개 개편

    부산시가 1999년부터 육성해 온 10대 전략산업을 5개의 신전략산업으로 개편한다. 시는 신전략산업 개편과 지역특화산업 육성으로 창조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개편하게 됐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부산테크노파크, 부산발전연구원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수차례 산·학·연·관 전문가 회의, 공개 워크숍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해양산업·융합부품소재산업·창조문화산업·바이오 헬스산업·지식 인프라산업 등이 포함된 5대 전략산업 최종 개편안을 마련했다. 이번 전략산업 개편은 세계적 추세인 융복합 트렌드와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기존 전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시행됐다. 신전략산업은 부산형 창조경제 구축을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도시 건설로 202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만 5000달러, 고용률은 65%, 수출액은 3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시는 이번 전략산업 개편으로 예산의 효율적 활용, 지역혁신 역량 제고, 지역기업 경쟁력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 시는 구체적 실행방안의 하나로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한 기업 지원을 위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지역기업의 실질적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이미 지역 내 주력산업이자 발전 잠재력이 확보된 산업인 초정밀융합부품, 산업섬유소재, 바이오헬스, 금형 열처리, 영상콘텐츠산업 등 5개 산업을 지역특화산업으로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6개 기업지원사업을 공모와 평가를 통해 결정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③창조경제 원조국 영국 - 세계 디자인의 아이콘 ‘탠저린’·출판협회를 가다

    영국 런던의 대표적 서민 거주지역인 버러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템스강 건너편의 금융지구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지면서, 사무지구가 이곳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의 빌딩 상당수에는 ‘임대’ 또는 ‘매매’ 간판이 붙어 있고 건물 신축 현장도 곳곳에 보였다. 이 중 탠저린이 자리 잡은 빌딩은 일종의 ‘미디어아트 센터’다. 디자인 기업과 건축설계 사무소 등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창조형 기업들이 모여 있다. 조이 글로버 탠저린 마케팅총괄이사는 “비슷한 생활 패턴과 성향을 가진 기업들이 이웃에 있어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런던에만 이런 센터가 200여개, 회사수는 4000개가 넘는다. 디자이너들의 작업장은 좁았지만 열기가 넘쳤다. 사무실 벽에는 디자인 시안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고 목업(실물모형) 제품들도 쌓여 있었다. 특히 서울 광화문의 ‘KT 무한상상실’이나 신도의 새 복사기와 로고 등 한국 고객의 작업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25년간 탠저린은 ‘제품 디자인’의 역사를 바꿔 왔다. 히스로 공항과 런던 시내를 연결하는 ‘히스로익스프레스’, 토요타의 콘셉트카, LG전자와 삼성전자 냉장고, 래미안아파트 주방과 욕조, 니콘 카메라,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지게차와 굴착기 등이 탠저린에서 탄생했다. 특히 2000년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좌석은 탠저린을 디자인 업계의 최고로 끌어올린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마틴 다비셔 대표는 “당시 항공기 좌석은 무조건 박스형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S자로 마주 보게 만들면 탑승객들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석을 교체한 뒤 영국항공의 영업이익은 연간 8000억원씩 증가했다. ‘디자인의 경제적 효과’가 실제 숫자로 입증된 사례다. 산업계 전반에 걸친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탠저린의 전체 직원은 30명에 불과하다. 글로버 이사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회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사람을 뽑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닌 ‘생각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산업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가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창조적 영국)의 최대 수혜 분야로 꼽힌다. 당시 영국 정부는 창조산업을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에 기원을 두는 산업들과 지적 재산의 형성과 이용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산업들’로 정의했다. 광고, 건축, 디자인, 영화, 방송 등 모두 13개 산업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육성정책이 시작됐다. 다비셔 대표는 “당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창출한 것이 아니라, 시장의 핵심적인 흐름을 오히려 늦게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이 완전히 망가진 영국에서 유일한 활로가 ‘창조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늦은 결정조차 다른 나라보다 앞선 선택이었고, 창조산업 정책은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영국 창조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3년 2.6%에서 2008년 4.5%로 증가했고, 1997~2006년 영국 창조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영국 전체 경제성장률(3%)의 두 배를 웃도는 6.9%에 이르렀다. 김병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영국은 창조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 아래 지원책을 펼쳤고, 실제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본보기가 됐다”면서 “이후 다른 국가들은 물론 유엔도 창조산업과 창조경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으로 창조경제의 개념을 도입했던 영국산 문화는 이제 ‘해가 지지 않는 문화제국’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영국의 창조산업이 ‘영어로 쓰인 콘텐츠’라는 특화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창조경제는 문화기반이 아닌, 창조적 아이디어를 전 산업에 심는 새로운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비셔 대표는 “한국은 창조산업을 성장시킬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 등 영국형 창조산업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기술에 새로운 가치를 심어 주는 것”이라며 “기술이 없다면 디자인도 의미가 없지만 경험상 한국의 기업과 한국인들은 전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심는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01년 저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창조경제)에서 창조경제의 개념을 정립한 존 호킨스 호킨스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가치를 심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중점을 뒀던 ‘문화산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사회적 전통의 산물이다. 리처드 몰렛 영국 출판협회 사무총장은 19일(현지시간) 런던 홀본 협회 본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양산업이라고 모두가 지목하던 출판업 역시 크리에이티브 브리튼 정책으로 부흥을 이뤘다”면서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는 수백년간 영국에서 출간된 책과 다를 것 없는 모양새였지만, 해리포터가 이룬 결과물이 창조경제가 아니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360억 파운드(약 61조 8500억원)에 이르는 영국 창조산업 중 출판은 50억 파운드를 차지하고, 이는 영화나 음악산업보다 크다. 몰렛 총장은 “출판시장에서는 과거처럼 개인의 창작 욕구를 고취시키는 정책과 인터넷 등 디지털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이 동시에 추진됐다”면서 “전통적인 출판시장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밝혔다. 전자는 무명 작가였던 롤링에게 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해리포터를 낳았고, 후자는 출판 콘텐츠의 영화 비디오화와 전자책 등 출판산업의 저변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출판시장의 4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후 생길 수 있는 저작권이나 디지털 플랫폼 등 중요한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간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몰렛 총장은 ‘영어로 된 영국 콘텐츠여서 문화수출이 가능하다’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시장에서 수요자들은 익숙한 것보다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내년 런던도서전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예정돼 있는데, 한국 출판이 뻗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故 김종학 PD와 드라마 ‘신의’의 악연

    故 김종학 PD와 드라마 ‘신의’의 악연

    김종학 PD가 23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최근 출연료 미지급 논란의 중심에 있던 드라마 ‘신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의’는 고려시대 무사 최영(이민호)과 여의사 은수(김희선)의 시공을 초월한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액션 멜로드라마로 지난해 방송됐다. 김종학 PD는 오랜 콤비였던 송지나 작가와 5년 만에 ‘신의’로 힘을 합쳤지만 MBC ‘마의’와 KBS ‘울랄라부부’의 벽을 넘지 못하고 10% 초반 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는 제작 단계부터 표절 의혹에 시달렸다. MBC에 방영할 예정이었던 ‘닥터진’ 제작사 측은 ‘신의’의 주요 설정이 닥터진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SBS는 저작권 침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정작 드라마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결국 드라마 방영 중반부터 배우들이 출연료 미지급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2월 일부 출연자와 스태프들은 ‘신의’ 제작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김종학 PD는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에 따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배우 김희선의 소속사인 한지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신의’ 제작사인 신의문화산업전문회사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김종학 PD는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은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김종학 PD는 이런 상황에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학 PD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 출범… 초대위원장에 김동호씨 임명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 출범… 초대위원장에 김동호씨 임명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통령 소속 정책자문위원회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에 김동호(76)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민간위원 19명을 위촉했다. 당연직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된 문화융성위원회는 인선 완료와 함께 이날 출범했다. 문화융성위는 새 정부 4대 국정기조의 하나인 ‘문화융성’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전략 수립과 정책의 수립·시행, 범정부·민간단체 협력, 국민공감대 형성 및 사회 확산 등에 대한 대통령 자문에 응하게 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민간위원들은 문화융성을 위한 기본방향, 국가전략, 제도개선에 대한 대통령 자문에 응해 문화현장과의 정책소통 창구가 되는 한편 문화융성에 대한 시대적 공감대 확산 역할도 적극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화융성 시대를 열려면 무엇보다 문화, 예술, 한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충분히 들으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또 역량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부분을 열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면서 ‘소통의 장’을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은 이날 발표된 초대 민간위원 면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문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망라됐다. 김 초대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비경쟁 부문의 세계적 영화제로 키우며 우리나라 영화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해 온 대표적인 영화계 원로다. 민간위원으로는 영화배우 안성기(61)씨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5)씨, 피터 바톨로뮤(68) 영국왕립아시아학회 이사, 연극배우 박정자(71)씨, 송승환(56) 성신여대 문화예술대학장, 김영주(67) 토지문학관 대표, 김성녀(63)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등이 위촉됐다. 박 대통령은 임기 1년(연임 가능)의 민간위원들에게 오는 25일 위촉장을 수여하고 ‘문화융성 실현과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공감대 확산 방안’을 주제로 1차 회의를 주재한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新 대한민국 24시] (1)제주 신풍속도

    대한민국의 하루는 바삐 돌아간다. 24시간이 모자란다. 누구라 할 것도 없다.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매우 역동적이다. 새로운 풍경은 사회 트렌드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바꾼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다. 이를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 ‘신 대한민국 24시’를 주 1회 게재한다. #풍경 하나 “이 더위에 왜 길을 나서느냐고요?” “당신도 한번 걸어 보세요 스스로 행복해진답니다.” 요지경이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인데 4~5시간 걸어 보란다. 그러면 행복해진다니. 태양이 작렬하는 7월의 제주섬에는 올레꾼들이 넘쳐난다. 오직 걷기 위해서 돈 써 가며 비행기 타고 제주에 온 사람들이다. 이해불가다. 하지만 무작정 간세다리(게으름뱅이를 뜻하는 제주어)처럼 걸어 보란다. 그것도 혼자서. 그러면 왜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길인지를 스스로 알게 된다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고 다들 행복해했다. 불 같은 7월. 사람들은 연신 땀을 훔치며 기꺼이 올레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오름, 곶자왈 숲을 따라 살포시 펼쳐지는 제주의 속살에 모두들 열광한다. 걸음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쌓이고 쌓였던 무언인가가 눈녹듯 사라져 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치유’라고 불렀다. 내 안의 상처를 걷어내자 내면은 깊이를 더해 갔다. 어디 올레꾼들만 행복할까. 올레길 마을 제주섬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았던 올레길 주변 동네 구멍가게는 다시 문을 열었다. 소박한 시골집은 ‘할망민박’이란 이름을 달았고 할망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절정으로 치닫는 여름. 올레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올레길에서 만나 서귀포 작은 포구에 신혼집을 차린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지….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올레길을 찾았던 어머니의 허한 가슴은 아직도 여전할까. 실연의 아픔으로 올레길에서 눈물을 떨구었던 젊은 도시 여자는 다시 사랑하게 됐을까. 직장을 잃은 막막한 마음을 올레길에 쏟아냈던 50대 가장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에서, 광주에서 한 해 200만명이 자신들의 사연을 올레길에 쏟아낸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올레길은 세상사에 상처받아 치유받고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친구 같은 존재”라며 “올레길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제주는 올레가 대세다. 아직도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한번 걸어 보질 않았나요? #풍경 둘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신하 서복에게 동방의 나라에 있다는 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불로초를 찾아 한라산까지 왔다가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복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서복과지’(徐福過之)라는 글귀를 남겼다. 진시황이 불로초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제주섬. 제주는 요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의 세상이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항저우, 하얼빈, 광저우…. 중국 전역에서 쉴 새 없이 비행기들이 유커를 제주로 실어 나른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은 거미줄이 다 돼 간다. 저녁 무렵 제주시내는 우루루 길거리 쇼핑에 나선 유커들로 만원이다. 가게마다 빨간 중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필수가 됐다. 지난해 1만 2000여명의 대규모 인센티브 여행단(기업의 포상휴가)을 제주로 보낸 것에 대한 화답으로 신제주에는 중국기업 바오젠의 이름을 붙힌 거리도 등장했다. 중국어가 거리를 지배하고 중국 화폐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바오젠거리는 흡사 중국 어느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하다. 혹시나 잃어버릴까 봐 여권과 지갑을 넣은 작은 전대를 허리춤에 꽉 조여 맨 유커들. 좌변기를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기도 하고 해수탕에서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풍덩 탕 속에 뛰어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떼를 지어 우루루 도로를 가로지르기도 하고 호텔이고 식당이고 아무 곳에서나 독한 중국산 담배 연기를 뿜어댄다. 유명 관광지 화장실과 일부 식당가에는 친절한 좌변기 사용 안내문도 등장했다. 아마도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 이후 우루루 동남아로, 중국으로, 일본으로 난생 처음 해외관광을 떠났던 우리의 모습도 그러했으리라. ‘닥치고 쇼핑.’ 저녁이 되면 제주시내 쇼핑거리는 유커들 차지다. 중국에선 명품 대접을 받는다는 중저가 국산 화장품은 단연 유커들의 최고 인기상품. 인삼과 꿀, 담배, 술을 닥치고 쇼핑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여야만 지갑을 연다. 제주 오일장 할망들도 중국어 한마디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유명 면세점은 매일 즐거운 비명이다. 하루 내내 유커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줄을 잇고 매장 안은 밀려드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유명 면세점 한 곳의 한 달 매출액만 1610만 달러 수준이다. 유커들이 제주에서 자고 먹고 쇼핑하는 데 쓰는 돈은 1인당 157만원 정도(2013년 5월 제주관광공사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다. 큰손들도 수두룩하다. 전세기를 타고 제주의 특급호텔 카지노에 머물며 수억원을 베팅하거나 면세점 명품 가방과 고급 시계를 싹쓸이하기도 한다. 싸구려 중국 여행 가서 중국 사람들이 해주는 발마사지 한 번 안 받아본 한국 사람 어디 있을까. 제주에서는 전세 역전이다. 밤이 되면 관광에 쇼핑에 지친 유커들의 발마사지는 이제 한국 사람의 몫이다. 영주권을 주는 5억원짜리 고급 콘도도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제주에는 중국 영사관도 들어섰다. 다들 이구동성이다. 중국의 해외여행 바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1~3시간 비행의 뛰어난 접근성에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한류 바람, 세계자연유산 신비의 화산섬 제주로 유커들이 계속 몰려들 거라고. 중국인들이 뽑은 신혼여행지 1위 제주섬.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설레는 여행을 제주에서 하고 싶단다. 과연 그럴까? 한때 엔화를 팍팍 뿌렸던 일본인들의 모습은 이제 제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김의근 제주 국제대 교수(관광학)는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고 아울러 중국인의 해외여행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불 것”이라며 “동북아에서 접근성이 우수한 제주가 이들의 휴양 관광지로 계속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풍경 셋 여행만 가지 말고 아예 제주에서 눌러살아 볼까. 먹고살기 팍팍했던 배고픈 시절 섬 사람들은 하나둘 섬을 등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뭍으로 뭍으로 떠났다. 예전에 제주섬도 그랬다. 땅은 척박했고 거센 바다는 아버지를 삼켜버리곤 했다. 믿거나 말거나,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시절, 제주섬 여성들의 일등 신랑감은 철도 기관사였다. 기차가 없는 제주섬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터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 했던가. 제주섬은 요즘 뭍에서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지난해 인구가 무려 6000여명이나 늘어났다. 모두 뭍에서 제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아니 이민 온 사람들이다. 제주는 이주가 아니라 이민이라 불러야 한다. 외국어 수준의 제주 사투리와 낯선 풍습들. 어딜 가든 텃세가 없으리라만은 ‘육지것들이’ 하는 제주섬의 텃세는 등급이 다르다. 예전에는 정 붙이고 살지 못하고 다시 떠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도시 사람들은 과감하게 제주 이민에 나선다. 수두룩하던 제주 변두리 시골 빈집은 이제 모두 그들이 차지했다. 5분이면 탁 트인 푸른 바다고 5분이면 한라산 울창한 숲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는 서울에서 역유학 온 도시 아이들로 가득하다. 옛말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이젠 말도 사람도 모두 제주로 보내는 시대다. “어디 제주 한적한 시골 마을에 빈집을 구할 수 있나요?” 제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이민자를 위해 시골 빈집 구하기 바쁘다. 제주에서 ‘안단테 안단테’ 느린 삶을 즐겨 보겠다는 이민자들이다. 바야흐르 르네상스 제주다. 수년 전 대구에서 이주, 섬 속의 섬 우도에 카페를 차린 이상국(48)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제주로 이주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시간에 쫓기지 않는 한 박자 느린 일상 등은 도시에서는 누리지 못한 큰 즐거움”이라고 자랑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제주를 방문할 때면 늘 가봐야겠다고 곱씹던 섬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앞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는 섬, 비양도입니다. 섬은 멀지 않습니다. 협재나 금능 해수욕장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입니다. 한데 섬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도선은 바람 많은 날이면 결항되기 일쑤지요. 뭍의 사람들이 제주 한번 가기가 어디 쉬운가요. 어쩌다 제주를 찾더라도 날씨가 ‘비협조적’이면 비양도의 겉모습만 보다 돌아와야 합니다. 이런저런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비양도는 한 번쯤 다녀올 만한 섬입니다. 크기도 작아 세 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지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제주 여행길에 비양도행 도선에 몸을 싣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운수 좋은 날’ 만난 겁니다. 붉은 등대 너머 한라산이 이채롭다. 너른 치마 펼쳐 제주 전체를 감싼 듯하다. 한림항을 나선 도선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처럼 제주 밖에서 제주를 볼 때면 여기저기 바삐 제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강박이 가슴에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비양도에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 예쁜 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 제주 사람들이 ‘꽃멜’이라 부르는 바로 그 녀석이다. 꽃멸치의 공식 이름은 샛줄멸이다. 몸통에 은백색 가로띠가 있어서다. 주민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몸통 옆에 코발트빛 측선이 있어서 ‘꽃멸치’라 부른다는 거다. 이 측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랏빛을 띠기도 한다. 사람이 정한 이름이 무엇이건 꽃멸치가 여느 멸치에 견줘 훨씬 화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건 분명하다. 꽃멸치는 출몰 양태가 빙어와 닮았다. 단지 들고 나는 계절이 다를 뿐이다. 빙어가 겨울철 아주 잠깐 제 몸맛을 일러주고 홀연히 사라지듯 꽃멸치도 6월 말께 비양도 연안에 나타나서는 8월 초순께 홀연히 사라진다. 맛 또한 이때가 최고다. 산란기에 접어들어 몸에 기름이 오르기 때문이다. 꽃멸치 포획은 지난 30년 동안 금지됐었다. 어족자원 보호와 해녀조업 안전사고 예방 등이 취지다. 그게 지난해 한시적으로 풀렸다. 영세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다. 꽃멸치는 일반 멸치에 견줘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 수요에 견줘 잡히는 양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 ‘금’멸치가 알을 낳기 위해 비양도 연안으로 올라오는 여름철에만 허가받은 어민들에게 조업이 허용된다. 꽃멸치는 주로 ‘멜젓’ 담글 때 요긴하게 쓰인다. 회무침이나 조림, 국 등으로도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비릿한 향이 입 안에 파란을 일으킨다. 꽃멸치를 길러 낸 바다의 향이다. 꽃멸치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비양도는 해저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 아니다. 제주 본섬의 여러 오름들처럼 뭍에서 형성됐다. 그러다 수천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본토와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 드문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화산섬’ 제주의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일주도로 길이는 채 3㎞가 못 된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비양도엔 화산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주도로 곳곳에 화산탄과 분석구, 화산송이 등이 널렸다. 섬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검거나 붉은 암석들뿐이다. 그 화산쇄설물들을 뿜어낸 곳이 비양도 쌍분화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 가운데 분화구가 두 개인 곳은 비양도가 유일하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게 고려 목종 때인 1002년과 1007년이다. 2002년부터 비양도를 ‘천년의 섬’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산활동은 비양도에 여러 가지 독특한 풍경들을 선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게 용암기종(천연기념물 제 439호)이다. 높이 3m짜리 ‘애기 업은 돌’(負兒石)을 중심으로 반경 20m 안에 형성된 현무암군을 일컫는다. ‘애기 업은 돌’은 현무암 굴뚝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용암 내부의 가스와 수증기 등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 이 돌을 처음 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앞에 가서 절을 해야 한다거나, 아기 갖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등의 전설도 전해 온다. 용암기종 인근의 펄랑못도 특이하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든 염습지다. 작은 섬의 습지치고는 제법 규모가 크다. 내친 걸음 비양봉(114m)까지는 다녀오시라.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사방에 거칠 게 없어 제법 장쾌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상엔 낡은 등대가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등대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빛깔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오랜 세월 눈, 비 맞은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게다. 예서 맞는 풍경이 빼어나다. 에메랄드 물빛을 가진 협재 해수욕장이며, 한라산과 그 아래 늘어선 오름들이 절경을 펼쳐낸다. 비양봉까지는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에 뱀이 가끔 출몰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다 짜릿한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 지난 14일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결 진화된 체험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퍼뜩 눈에 띄는 것은 씨워크(Sea-walk)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이 전문 아쿠아리스트처럼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노니는 프로그램이다. 3680㎥ 크기의 거대한 수조에서 50여종 5000여 마리의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을 한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다. 수조 밖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는데, 꼭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체험자와 강사는 1대1로 잠수 체험에 나선다. 잠수 관련 기본 교육은 입수 전 전담 강사에게 받는다. 산소통과 마스크, 다이빙복 등 전문 장비도 업체 측에서 제공한다. 체험은 교육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이뤄진다. 최대 8.5m까지 잠수할 수 있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이뤄지는 잠수 체험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체험 뒤엔 반드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체험은 하루 네 차례 진행된다. 가격은 13만 9000원이다. ‘VIP 투어’도 마련됐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큰돌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다. 먹이를 주거나 몸을 쓰다듬는 등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험시간은 2시간이다. 오전 10시 10분, 낮 12시 25분, 오후 2시 25분과 4시 25분에 각각 진행된다. 참가비는 6만원이다. 두 체험 프로그램 모두 입장권이 포함된 가격이다. 홈페이지(www.aquaplaner.co.kr/jeju)와 전화(064-780-0900)로 예약해야 한다. 메인 수조에선 매일 네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열린다. 현역 해녀들이 출연해 해산물 채취 과정 등을 재연하며 제주 해녀의 삶과 애환을 그려 낸다. 한화 메디컬 센터도 문을 열었다. 해양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다. 수의사와 어류질병관리사 등이 해양생물구조TFT팀과 함께 해양생물의 구조와 치료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개관 1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동남아왕복항공권 등 푸짐한 경품을 준비했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하루 세 차례 도선이 오간다.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다. 비양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도선은 비양도에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선비는 어른 왕복 6000원이다. (064) 796-7522. 비양도 선착장 초입의 구멍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1시간 5000원. ▶맛집:비양도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이 유명하다. 다만 맛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주변 식당에서도 보말죽을 맛볼 수 있다. 꽃멸치 회무침은 2만원, 국은 7000원 정도 받는다. ▶잘 곳:섬 내 몇몇 집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3만~7만원까지 다양하다. 고순애 어촌계장 (064)796-0460.
  • 호주 퀸스랜드 주 재무장관 방한 “에너지 및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교류 확대”

    호주 퀸스랜드 주 재무장관 방한 “에너지 및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교류 확대”

    호주 퀸스랜드 주는 한국과 사업 기회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팀 니콜스 재무통상 장관이 20~24일 방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팀 니콜스 장관은 이번 방한을 통해 퀸스랜드 주의 교역과 투자 기회를 촉진하기 위해 퀸스랜드 비즈니스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 주요 기업과 정부 관계자를 만난다. 특히 호주 퀸스랜드 주와 한국과의 투자 협력 증진을 위해 호주 퀸스랜드 주의 에너지 및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및 투자 기회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출입은행과 MOU를 체결한다. 니콜스 장관은 “퀸스랜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상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라면서 “이번 세미나는 한국의 주요 건설사 및 금융기관에 호주 퀸스랜드의 에너지 및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프로젝트 및 투자 기회에 대해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퀸스랜드에 대한 관심과 투자하는 한국기업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출입과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등 대외경제 협력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하는 수출입은행과의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면서 “퀸스랜드 천연자원,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의 투자 환경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호주 퀸스랜드 주로 사업 진출을 확대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스 장관은 지난해 4월 퀸스랜드 주에 새롭게 들어선 자유당 내각 정부를 대표해 재무통상장관으로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그는 투자협력 증진 이외에도 천연자원 및 에너지, 건설, 금융, 농식품, 교육, 말 산업, 관광, ICT 및 문화산업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 지역 간 비즈니스 협력 관계도 재확인할 예정이다. 에너지 및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및 투자 기회 세미나는 오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산은 폭발직전 괴물같은 ‘비명’ 지른다”

    인간과 주변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안기는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비명’을 지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 특정 주파수가 급격히 변한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화산학 관련 유명 학술잡지(Journal of Volcanology and Geothermal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지난 2009년 3월 폭발한 알래스카 리다우트 화산을 분석해 얻어졌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소위 화산의 ‘비명’(scream)을 사전에 인지한다면 폭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이 공개한 화산의 비명은 한마디로 괴물이 소리를 지르는 듯한 갈라지는 소리로 공포의 화산만큼이나 오싹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엘리시아 호토벡-엘리스 박사는 “화산이 비명을 지르는 것은 폭발 직전 미진(微震) 때문”이라면서 “화산 폭발 후 마그마가 솟구치며 나오는 소리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산은 폭발 직전 비명을 지르다 갑자기 침묵에 빠지며 1분 내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같은 화산의 비명이 모든 화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 서부서 만난 아름답고 신비로운 협곡·화산지형

    美 서부서 만난 아름답고 신비로운 협곡·화산지형

    미국 서부에는 카우보이와 총잡이만 있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마지막 미개척지로 여겨졌던 이곳에는 지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거대한 규모의 대자연이 펼쳐져 있다. 오랜 세월 비와 바람이 만든 캐니언랜즈의 협곡들과 여전히 뜨거운 숨을 내뿜고 있는 옐로스톤의 화산 지형은 서부를 ‘지질학 교과서’라 불리게 만들었다. EBS ‘세계테마기행’은 15~18일 밤 8시 50분 지질학자 김영석 교수와 함께 미국 서부로 떠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자연이 형형색색 사암을 빚어 만든 캐니언랜즈다. 수십만년 전 지각운동으로 서서히 땅이 융기한 뒤 강에 조금씩 침식당하며 다채로운 협곡이 형성된 곳이다. 지형이 험악하고 규모가 방대하지만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데드 호스 포인트’, 일몰과 일출이 장관인 ‘메사 아치’, 아치의 길이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긴 ‘모닝글로리 아치’ 등을 찾아간다. 16일에는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방문한다. 수십만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이 화산 고원지대에는 300여개의 크고 작은 간헐천과 온천이 있다.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올드페이스풀 간헐천’은 평균 65분에 한 번씩 1만ℓ의 물을 지상 55m까지 뿜어내는 장관을 보여준다. 사막 풍광으로 유명한 애리조나는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한 인디언과 서부 개척 시대 백인들의 문화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건조하지만 연중 따뜻하고 쾌적한 기후로, 사막은 황량하다는 상식을 깬다. 제작진은 사막의 오아시스인 피닉스의 ‘캐니언 레이크’와 거인 선인장이라 불리는 ‘사와로 선인장’이 지천에 있는 ‘사와로 국립공원’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죽음의 계곡’이라는 뜻의 데스밸리다. 사람이 살기 힘든 극한의 기후를 가지고 있지만 안에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풍경이 숨겨져 있다. 해수면보다 85.5m 낮은 거대한 소금물 호수 ‘배드워터’, 데스밸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으로 꼽히는 ‘움직이는 돌’ 등이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사이드 이펙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사이드 이펙트’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s·11일 개봉)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과거의 작가들을 불러내 벌이는 일종의 게임 같은 영화다. 옛 영화의 리스트가 떠오르는 건 드라마가 끝나고 카메라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부터다. 멀리 브루클린 브리지가 보이는 순간, 시간을 거꾸로 돌려 ‘사이드 이펙트’와 옛 영화들의 상황을 짜 맞출 때에야 영화의 본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이드 이펙트’는 우울증 환자 에밀리(루니 마라)와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의 이야기다. 두 사람 사이로 에밀리의 남편 마틴(채닝 테이텀)과 또 다른 의사 빅토리아(캐서린 제타 존스)가 끼어든다. 영화는 출옥한 마틴과 에밀리의 재회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부부의 행복한 생활이 아내의 우울증으로 파괴된다는 이야기와 그녀가 처방받은 약이 비극을 낳았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니컬러스 레이의 ‘실물보다 큰’(1956)과 닮았다. ‘실물보다 큰’의 주인공 에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본업인 교직을 비롯한 돈벌이에 매진하다 마침내 약물 부작용이 겹쳐 괴물로 변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밀리로 인해 뱅크스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다는 부분에선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이 떠오른다. ‘현기증’은 전직 경찰과 의문의 여자가 죽음, 매혹, 환상 위로 각기 덫을 놓다 덫에 걸리는 불온한 관계의 이야기다. 여기에 프랑수아 트뤼포가 남긴 장르영화이자 결혼으로 인한 원한을 복수하려는 여자의 이야기인 ‘비련의 신부’(1968)를 더하면 근사한 조합이 완성된다. 고전영화를 단순히 섞는다고 해서 좋은 영화로 연결되진 않는다. 옛 영화의 설정과 몇몇 인상을 따오기는 했으나, ‘사이드 이펙트’의 매력은 그것을 비틀고 뒤집는 데 있다. 영화의 중심에 선 에밀리는 그 과정에서 희생자와 가해자, 가련한 여자와 악녀라는 양극단을 미끄러지듯이 오간다. 손길이 닿을 때마다 형상이 급변하는 인물인 에밀리는 기실 환영의 결과물이다. 영화의 본질 중 하나이지만 현대영화가 가치를 놓치고 있는 대상인 환영을 ‘사이드 이펙트’는 복원해 낸다. 관객은 진실과 하등 상관이 없는 인물을 쉽사리 규정하거나 인물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사이드 이펙트’는 되새기게 한다. ‘사이드 이펙트’는 선배의 영화가 지닌 의도의 바깥에 있다. 일례로 ‘실물보다 큰’처럼 현대인의 무력감과 현대의학의 착오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마음 따위는 없다. 착하고 순진할수록 실패하고 더 약삭빠르고 악한 인물이 이기는 경기가 ‘사이드 이펙트’다. 지지할 수 없는 인물들이 대결하는 놀이터, 이것이야말로 장르영화의 진정한 재미다. 교훈과 덕목이 제거된 ‘사이드 이펙트’는 꿈의 장르영화다. 얼마 전 소더버그는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된 신작이 TV에서 먼저 선보였으니, 이 작품은 스크린으로 만나는 마지막 소더버그 영화일지도 모른다. 어설픈 장르영화에 매서운 조롱을 던지는 ‘사이드 이펙트’에는 소더버그가 영화산업에서 느낀 거대한 피곤이 담겨 있다. 그의 피곤으로 영화계는 재앙을 맞게 된 셈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평론가
  • [기고] 공예 문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기고] 공예 문화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

    옛 서울역사(驛舍)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문화역 서울 284’에서는 지금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3’전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려 전 세계 미술인들로부터 감탄사를 이끌어 내면서 우리 공예 문화의 수준을 보여준 전시회의 귀국전이다. 밀라노 전시회를 돌아본 세계적인 평론가 크리스티나 모로치는 당시 한국 공예품이 “그냥 모던한 것이 아니라 슈퍼 모던하다”고 극찬했다. 세계 최고의 첨단 정보기술 및 전자 제품을 만들어 내는 한국인들의 솜씨가 어디에 원천을 두고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는 전시회라는 평가도 있었다. 5월 영국에서 열린 프리미엄 공예 상품전 ‘컬렉트’(Collect)에서는 옻칠공예가 정병조 선생의 작품이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과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 소장품으로 팔리기도 했다. 모두 유럽 여행 코스에 빠지지 않고 들어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다. 특히 영국박물관은 당초 한국 공예품을 구매할 계획이 없었으나 작품에 매료되어 긴급 위원회까지 구성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전통공예라고 하면 현대와 동떨어진 값싼 기념품이나, 과거의 유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한국 공예품은 단순한 전통공예품의 복원이나 복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한국 문화의 높은 수준을 세계인에게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현지의 전시회를 찾은 한국인들도 대다수가 우리 공예품의 수준을 보면서 외국인들과 똑같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는 데 있다. 전시된 공예품이 자신들의 것이면서도 그동안 대해본 적이 없었고, 가치를 평가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 공예 전문가들이 오히려 한국인들이 공예 문화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국내에는 공·사립 미술관도 많고 대안전시공간도 늘어나고 있으나 공예품을 위한 번듯한 전시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경복궁 옆 소격동에 새로 들어서고 있지만 전통공예 전문의 대형 전시 시설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공간이 없으니 공예품이 지닌 특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내보일 기획전시도 당연히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소격동의 서울관으로 옮겨가면서 비게 되는 덕수궁의 현대미술관 서울분관 자리는 당연히 ‘대한민국 공예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공예인들의 소망이다. 덕수궁이 어렵다면 ‘문화역 서울 284’가 공예 전문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면 한국 공예의 구심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공예문화의 예술화, 산업화, 세계화가 탄력을 받게 되면 공예인들은 수많은 제자에게 자신의 역량을 전수할 수 있다. 모르긴 해도 수만명을 즉시 전수자로 받아들여 고용 창출에도 한몫 단단히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공예문화산업진흥법도 조속히 제정 절차를 마쳐 공예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공예를 통한 또 하나의 독특한 고품격 한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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