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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를 주민품에 돌려드립니다

    학교를 주민품에 돌려드립니다

    학교와 주민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에서 학생과 주민 모두를 위한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중경고등학교는 지난 15일 강당과 체육관 신축공사 기공식을 가졌다.총 공사비 30억원 중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60%를 지원하는 이번 공사가 마무리되면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서울시와 시교육청은 학교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에 문화·체육·편의 시설 등을 늘리고 동시에 주민들의 여가생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 공원화사업과 학교시설 복합화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학교 공원화는 학교운동장과 유휴공지에 나무를 심고 담장개방과 시설보완을 통해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학교를 지역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전환하는 사업이다. 이와 더불어 실시되는 학교시설 복합화사업은 학교부지와 건물을 주민들을 위한 생활체육 및 주차 공간 등으로 기능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지난 2002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초·중·고 1200여곳 2006년까지 공원화 서울시는 지난 1999년부터 학교 공원화사업을 추진해 지난해까지 840개교를 마무리 하고 올해 75개교를 새롭게 선정했다.시는 2006년까지 1209개교(초등학교 540·중학교 355·고등학교 280·기타 34)에 총 890억원을 투입,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는 올해 선정된 75개 사업 대상학교에 84억 8000만원을 들여 학교 담을 헐고 생태연못,자연학습원,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 오해영 조경과장은 “토지를 매입해 학교부지만한 공원을 만들려면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학교를 공원으로 만들어 주민에게 돌려주는 게 예산절감과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해 더욱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와 함께 학교 내에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정보센터 등을 건립하는 학교시설 복합화사업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학교 공원화사업과 병행 추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현재 복합화사업이 추진되고 있거나 마무리된 곳은 ▲영등포구 여의도 초·중·여고 ▲송파구 문정고 ▲강남구 포이초 ▲서초구 신동중 ▲마포구 아현초·중 ▲종로구 청운초 ▲용산구 중경고 등 16곳이다. ●최근 학교시설 복합화사업도 병행 학교시설 복합화사업 1호로 탄생된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의 경우 지하에 주차장은 물론 수영장과 헬스장 등이 들어서 있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금호초등학교는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 건물을 ‘열린금호교육문화관’으로 이름 붙였다.이 곳에서 운영중인 어린이 프로그램만 해도 발레,농구,인라인 교실 등 10여 가지나 된다.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에어로빅,수영,태껸,요가 등이 준비돼 있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인근 학원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서초구도 서초4동 서일중학교와 잠원동 신동중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2005년 12월까지 문화복지센터 2곳을 건립할 계획이다. 서일중학교 문화복지센터는 지하 1∼지상 3층(연면적 약 1300평) 규모로 1층에는 수영장,에어로빅실,헬스장,어린이집 등이 들어서고 2층에는 체육관,3층에는 300석 규모의 도서관이 배치될 예정이다. 신동중학교 문화복지센터는 지하 1∼지상 3층(연면적 약1180평) 규모로 지하 1층에 25m 길이 수영장,1층에는 어린이집과 헬스장 등 체육시설이,2층에는 300석 규모의 독서실과 컴퓨터실,3층에는 체육관이 각각 들어설 계획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2030, 노령화사회 스스로 대비해야”

    “지금의 20∼30대가 노인이 되는 50년후에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우선 늙은이들로 가득찬 초노령화 사회를 연상할 수 있겠지요.노령자 집단은 커다란 고객이 되며 정치인 역시 노령자 그룹을 찾아서 표를 구걸하게 될 것입니다.” 주명룡(58) 대한은퇴자협회 회장은 평소 “인생에 은퇴란 없으며 다만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준비를 할 뿐”이라는 지론으로 점점 왜소해지는 장·노년층의 ‘기살리기’운동에 앞장서왔다. 그가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콘퍼런스홀에서 ‘서기 2054년-50년후 한국의 노령화 사회/50년후 우리는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딱딱한 학문적 접근이 아닌 세대간 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풍자적’으로 접근하는 다소 이색적인 포럼이어서 눈길을 끈다.특히 참석자 중에 ‘늙은이’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더 많단다.이들이 장차 노인이 되면 오늘날의 장·노년층보다 더욱 많은 압박과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50년 후 노령화사회의 주인공은 지금 방바닥을 기고 있거나,혹은 엄마 뱃속에서 꿈틀대거나 하는 세대이지요.그러나 이들은 열심히 벌어 노령화 부담금과 자신의 노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는 노인이 되면서 고액의 세금을 내는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2004년 현재 9% 미만에서 2025년 20%, 2050년에는 34%까지 상승한다는 통계청 예상수치만 보더라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장차 우리 사회는 80세가 넘은 고령 근로자들이 바쁘게 출퇴근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입니다.” 은퇴자협회는 지난 96년 미국에서 창립됐으며 유엔에 등록된 비영리·비정부기구(NGO)로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주 회장은 5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해 오다 2002년 1월 한국에 건너와 ‘대한은퇴자협회’를 만들었다.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밀려나는 한국 장·노년층의 실상을 보고 용기를 냈다.회원수만 벌써 3만 7000여명(미국의 경우 3600만명)에 이를 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회원이 되면 간행물을 통한 정기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은퇴자협회는 출범 2년여 동안 ‘여성에게도 은퇴는 있는가’ 등 여섯차례 포럼을 개최했다.올 가을에는 ‘나이든 사람들은 왜 옷차림이 우중충하고 꾀죄죄한 것인가’라는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주 회장은 “아름다운 은퇴문화의 형성과 조기퇴직 종용 금지법 촉구 등을 비롯해 회원 권익 확장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인터넷 포르노와의 전쟁’

    중국 당국이 ‘인터넷 포르노와의 전쟁’에 착수했다. 포르노 사이트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성 범죄의 주요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중국에는 상당수 사이트들이 포르노 영화,음란 사진과 소설 등을 올리고 있고 전문 포르노 사이트만 600∼700개에 달한다.최근엔 청소년 사이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매매춘도 빈번히 발생,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는 중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국무위원은 16일 인터넷 포르노 근절을 위한 전국 화상회의를 열고 포르노 사이트 단속 착수를 지시했다.청소년 범죄 가운데 강간은 절도,강도에 이어 3위에 올랐다.포르노 사이트의 악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60만개가 넘으며 8000만명의 중국 네티즌 가운데 70%가 30대 이하이고 매년 30% 이상씩 인터넷 인구가 늘고 있다.10대의 경우 인터넷 이용자는 1500만명 안팎이다. 중국공안 당국이 지난달 ‘포르노 신고센터’ 사이트를 개설,20일만에 1만 1000여명의 신고가 접수됐다.관련 사이트 수는 240개에 달했다고 신화사가 보도했다. 공안부 바이징푸(白景富) 부부장은 “포르노의 해악은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이라며 “포르노 근절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미국에 이어 2위의 인터넷 대국인 중국은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중국 최대도시인 상하이(上海)의 경우 지난해 청소년 범죄 가운데 26%가 인터넷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하이시 검찰 주샤오핑 청소년 과장은 “포르노와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청소년 범죄가 매년 30% 이상 늘고 있다.”고 밝혔다.인터넷 비용을 위한 강도 사건이나 모방적인 성범죄도 급증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이 때문에 중국당국은 올들어 8600여개의 불법 인터넷 카페들을 전격 폐쇄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잔인·치밀한 범행수법

    희대의 살인극을 저지른 유영철(34)은 연쇄살인을 다룬 엽기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여러 면에서 흡사한 행태를 보였다.유영철은 쓰러진 피해자가 숨을 거두지 않자 둔기를 계속 머리에 내리치기도 했다.IQ 142의 높은 지능을 가진 유영철은 살인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사전 답사로 대상을 찾는 치밀한 살인계획 등으로 강력사건의 베테랑 수사관들마저 경악하게 만들었다.간질병을 앓고 있는 유영철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스스로 발작을 유도,입에 거품을 무는 등 간질 환자임을 내세워 수사망을 피해가는 등 특유의 교활함을 발휘했다. ●불심검문땐 간질발작으로 모면 유영철은 특히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살해한 11명의 여성들을 암매장하기 전 예리한 흉기로 양손의 지문을 모두 제거했다.수사 중인 인천 월미도 살인방화사건 역시 신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양 손목을 잘라 바다에 버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경찰 관계자는 인천 사건과 관련,“유영철이 ‘살해한 뒤 차에 불을 지른 것까지 좋았지만 차량 번호판을 떼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다.’고 말했다.”고 혀를 찼다. 유영철은 부유층 노인을 살해하면서 미리 현장을 돌아봤다.주로 길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내부를 볼 수 없는 고소득층 동네의 100평 이상 단독주택을 골랐다.목격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다.또 가족들이 주로 외출한 점심시간 직후,오후 시간대를 이용했다.다른 가족이 있으면 함께 살해했다. 혜화동 살인사건은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곡괭이로 금고 문을 뜯어내려 한 흔적을 남겼다.유영철은 이 과정에서 손에 난 상처로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자 경찰의 DNA 감식을 우려해 아예 불을 질렀다.구기동 사건에서는 2층에 있던 고모(35)씨를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도 숨을 거두지 않자 계속 가격해 죽음을 확인하는 잔혹함을 보였다. 명예교수 노부부를 집 안방에서 살해한 신사동 사건에서는 집에서 나온 직후 현장에 칼을 남겨둔 사실을 알고 다시 찾아가 잠긴 안방문을 발로 부수고 들어가는 대담성도 보였다.유영철은 조사관에게 “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다리털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혹시 줍지 않았느냐.그걸 찾았으면 나를 잡았을텐데….”라며 경찰수사의 허점을 조롱하기도 했다. ●추적우려, 성관계 갖지않고 살해 유영철은 추적을 피하려고 훔친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여성들을 자신의 원룸으로 불렀다.정액이 검출될 것을 감안,살해한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다.실제 성관계를 가진 여성 2∼3명은 돌려보냈다.또 여성들의 시신을 토막낸 뒤 피비린내를 감추기 위해 검정색 비닐봉지로 5∼10겹 정도 싸서 8∼9차례로 나눠 야산으로 옮겼다.땅에 묻기 전 시신이 빨리 부패하도록 비닐을 벗겨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10개월간 범인 그림자도 못밟았다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 10개월간 범인 그림자도 못밟았다

    희대의 연쇄살인마가 10개월 가까이 서울 전역을 누비며 19명의 무고한 시민을 참혹하게 살해했지만 경찰의 수사망은 범인의 용의주도함을 따르지 못했다.관할 경찰서에서는 11명의 부녀자가 실종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검거한 뒤에도 감시를 소홀히 해 범인이 12시간동안 도주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유영철이 처음 강남구 신사동에서 노교수 부부를 살해한 뒤 두 달 동안 삼성동 노파 살인사건,구기동 일가족 살인사건,혜화동 노인살해 및 방화사건 등 부유층을 노린 살인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공조체제를 구축해왔다. 처음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B상표 신발의 족적을 단서로 동일범임을 확신,신용카드에 나타난 신발 구입자들의 명단을 토대로 수사를 벌였다.유영철은 경찰에서 “족적을 남겼을까 마음에 걸려 범행 뒤 신발을 잘게 잘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경찰이 수개월동안 매달린 족적은 결국 무용지물이었다. 경찰은 또 신사동 살인사건에 쓰여진 흉기가 2가지인 점을 들어 공범을 염두에 두었으나 이 역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유영철의 단독범행이었음이 밝혀졌다.구기동 살인사건 이후에는 정신병자의 소행을 염두에 두고 최근 3년 정신병력이 있는 24만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하지만 유영철은 1995년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 역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결정적 증거였던 혜화동 살인사건 현장 근처에서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지역에서 모두 34만 회선의 통신을 검색했다.사건 지역에서 범행시간대에 통화를 한 사람들을 4배수로 추려,모두 804명을 용의선상에 올리기도 했다.그러나 유영철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을 때도 유영철은 의도적으로 간질발작을 일으켜 빠져나갔다.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유영철을 보고 경찰은 여러차례 그냥 보내주었다.유영철은 지난 15일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을 때에도 간질발작을 3차례나 일으키는 시늉을 한 끝에 경찰이 수갑을 풀어주자 3층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가 달아났다.이때 유영철은 자살할 마음을 먹고 수면제 360알을 구입하기도 했다.그가 12시간만에 다시 붙잡히지 않았으면 희대의 연쇄살인사건이 영영 미궁으로 빠져들 뻔했다. 유영철은 지난 3월부터 출장마사지업소와 전화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자신의 원룸으로 불러들여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체를 토막내 야산에 버리기를 11차례나 반복했으나 관할서는 피해자들의 실종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경찰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가족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혼자 살며 불법적인 윤락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라 주변에서도 신고를 꺼려했다.”고 설명했다.한편 지난 1일 살해된 김모(25·여)씨를 잘 아는 박모(46)씨에 따르면 김씨의 친구는 김씨의 납치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박씨는 “김씨의 어머니와 어제 통화를 했는데 지난달 말쯤 김씨의 친구가 ‘납치당했다.’는 김씨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 이시윤 경희대 교수

    #1 3년 전 친일파 후손이 땅을 되찾겠다며 소송을 냈다.분개했지만 방법이 없었다.친일파 후손이라도 사유재산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1997년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1심 재판부는 소를 각하했다.조국을 배반한 사람의 권리까지 보호해준다는 것은 신의성실에 어긋난다는 논리였다.일반 상식과 통한다는 점에서 속시원한 판결로 받아들여졌다.법률적 근거도 있었다.‘신의칙(信義則)’은 민사소송법의 일반 대원칙으로 명문화돼 있다. #2전두환 전 대통령.지난해 “내 전 재산은 29만원”이라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해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 수사로 채권시장을 뒤지다 370억원대 비자금을 찾아내면서 웃음거리가 됐지만. 만약 전씨가 비자금 조성 및 관리에 개입한 사실이 ‘법률적’으로 확인된다면 민사집행법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될 수도 있다.이 역시 민사소송법의 ‘재산명시제도’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의칙의 명문화,재산명시제도 도입 등을 주도한 민사소송법의 1인자 이시윤(李時潤·69) 경희대 교수를 만났다. ●일본도 ‘신의칙(信義則)’ 문구 그대로 사용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해야 한다는 신의칙이란 한마디로 소송의 윤리관입니다.” 이 교수는 90년 민사소송법 개정작업에 참가해 직접 이 문안을 작성했다.뿌듯한 점은 96년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던 일본이 이 문구를 그대로 번역해 넣었다는 사실.“늘 우리보다 한 발짝 앞서나간다는 일본도 이것만은 우리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신의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판사로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지금이야 나아졌지만 그 시절만 해도 법을 안다는 사람들이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그때 이런 것은 막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무를 익히고 싶어 판사의 길을 택했지만 때때로 대학 강단에 섰다.7년 동안 법대 조교수로 일한 경험도 있다.‘관료법관’에 얽매이지 않아 친정인 법원에도 마음껏 쓴소리를 한다.어느 글에서 ‘판사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나그네’라고 꼬집기도 했다.또 초대 헌법재판관으로서 헌재와 대법원간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헌재의 기형적 출발은 대법원의 기관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한다.특히 법원의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민주주의 최고기관인 국회를 통과한 법에 대해서도 위헌이라 말할 수 있는 곳이 헌재인데 판결은 왜 예외입니까.형사소송법에도 비상상고제가 있고 민사소송법에도 재심제가 있습니다.그것처럼 헌재의 결정은 4심이 아니라 비상심급입니다.”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그는 로스쿨이나 법조일원화 방안에도 적극 찬성이다.“우리는 죽어라 법전만 본 사람들을 뽑아다 1·2·3심 판사라는 승진 개념으로 묶어놨어요.이것을 없애야 합니다.다양한 전공자가 법전을 들춰봐야 하고 판사를 ‘case manager’로 인식해야 합니다.미국이나 독일에서는 외려 1심 판사를 더 선호해요.걸러지지 않은,새로운 사건을 다룰 수 있거든요.” 이 교수는 이북 출신이다.얼마 전 열차폭발 사고로 고통을 겪었던 평북 용천이 고향이다.말투에 언뜻 이북 사투리가 묻어난다.열네살 되던 해,할아버지가 지주라는 이유로 숙청을 피해 가족이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살이는 고달팠다.그나마 아버지가 하급 공무원이 된 덕에 공부는 계속할 수 있었다.성장기의 기억 때문에 북한은 여전히 강한 불신의 대상이다. ●조순형 전 대표 친분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위 참가 언뜻 81년 이 교수가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당시 법원은 정찰제 판결 때문에 ‘시국사범 공장’이라는 냉소를 받고 있었다.안기부 요원이 판사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었고,출세욕이나 조직논리에 휩싸인 공안검사가 판사실 앞에서 무언의 시위를 벌이던 시절이다.극단적 국가폭력이라는 상황에서 당시 느낌은 어땠을까.이 교수는 한토막 일화로 답을 대신했다.“집시법 위반사건이었는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면서 고문 때문에 살이 뭉개진 다리를 내보입디다.법정에 있는 사람들이 다 울더군요.안되겠다 싶어 잠깐 휴정하고는 배석판사부터 혼냈습니다.그리고는 괜히 살인 혐의 피고인 불러내서 고함치고 호통치고 그랬죠.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기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盧 탄핵 결의문 엉성… 기각 예상했었다” 이 교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깊다.요즘 근황을 묻자 이 교수는 “참 훌륭한 사람들인데 아깝다.”고만 말했다.개인적 덕과 지도자로서의 덕은 다른 것 아니냐고 묻자 “우리 사회가 격변기라 그렇습니다.난세(亂世)가 아닌 치세(治世)에 태어났다면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그렇다고 해도 두 사람 다 후회없는 인생이라고 봐요.” 조 전 의원과의 친분 때문에 이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몫으로 배정된 소추위원 변호인단에 참가했다.별로 내키지 않아 법정변론에는 나가지 않았다.“탄핵 결의문을 보니 엉성하더군요.그 때 기각을 예상했습니다.김기춘 의원에게도 말해뒀습니다.이걸로는 어렵다,그렇지만 법치의식을 주입한다는 의미가 있으니 최선은 다해보겠다고.” ●“민법개정작업 끝냈지만 성년후견제 도입 아쉬워” 이 교수는 최근 큰 일을 끝냈다.광범위한 체계에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함부로 손대기 어려웠던 민법 개정작업.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한 작업을 5년여만에 끝냈다.성년 연령 19세 조정,담보제 개선 등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몇가지 아이디어를 추가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노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성년후견제’ 도입도 검토해야 하고,등기의 공신력을 높여 등기부만 보고 거래한 사람은 보호해주는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길어지는 인터뷰가 힘들었는지 연신 입술을 축인다.괴롭혀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기자양반 덕분에 내 인생을 한번 돌아봤어요.재미있네요.”라며 넉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가 걸어온 길 ▲1935년 10월10일 평북 용천 출생 ▲서울고-서울법대-독일 뉘른베르크 법대 ▲1958년 고등고시 10회 합격 ▲1960년 서울대 등 강의 ▲1974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5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1981년 광주고법 부장판사 ▲1988년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 ▲1993년 감사원장 ▲2000년 경희대 법대교수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3)경제를 보는 두 시각

    [차이나 리포트 2004] (3)경제를 보는 두 시각

    중국은 논쟁의 나라다.역사적으로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으며 근대화 과정에서도 마르크스주의자와 자본주의자들간의 논쟁이 치열했다.마르크스주의자들이 퇴장한 지금 또 하나의 논쟁이 불 붙고 있다.아직은 서구 자본주의로 무장한 학자들간의 논쟁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중화민족’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이 태동하는 조짐도 보인다.역사학계의 ‘동북공정론’과 국제정치학계의 ‘다극화론’은 ‘중화민족주의’의 반영이다.경제학계의 ‘긴축 논쟁’도 그 뿌리는 이런 이데올로기와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 중요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학자들간에 논쟁을 유도했고 논쟁에서 정리된 결론들을 정책에 반영했다.이번 긴축 논쟁은 향후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도 지난 2001년 주식시장 논쟁과 마찬가지로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우징롄(吳敬璉)과 베이징대학의 리이닝(勵以寧) 교수가 양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이들은 모두 덩샤오핑(鄧小平)사단의 개혁파 그룹에 속하며 중국 경제학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논쟁의 핵심은 긴축의 강도와 정부의 시장개입 여부다.지난 2001년의 주식시장 논쟁에서는 중국 정부가 우징롄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우징롄이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긴축을 지지하는 관방학자들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곳은 정부 연구기관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과 사회과학원이다.사회과학원의 판강(樊綱)은 “중국경제가 이미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경기과열로 들어섰으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는 철강,에너지 등 일부 원부자재의 병목현상이 너무 심각하므로 현재의 투자과열을 진정시켜야만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징롄은 판강과 같이 정부의 시장개입에 동의하면서도 물가상승보다는 부동산,주식시장의 거품을 더 우려하고 있다.이들은 모두 “정부가 경기과열을 계속 방치하면 심각한 시장주의의 오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학계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비판적 반면,상당수의 학자들이 이번에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 생각하며,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국의 시장기능이 긴축 조치로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리이닝 베이징대 교수는 현재의 중국경제 상황을 ‘정상적인 경기순환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중국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기침체이지 경기과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해외유학파의 대표주자격인 후쭈류(胡祖六) 골드만삭스 중국 지사장 역시 “개도국인 중국경제가 9∼10% 성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현재 중국경제는 결코 과열상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다만 현재의 부동산시장과 자동차산업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들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선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홍콩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장우창(張五尙) 교수도 “현재의 상황을 결코 통화팽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에도 입장 달라 경제부처들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통화관리 주무부처인 중국인민은행은 현재 통화팽창 압력이 있으므로 이를 해소할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국가발전개혁위원회(한국의 재정경제부)와 국가통계국은 약간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국가통계국은 최근의 소비자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지나친 통화긴축이 기업에 어려움을 줘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의 거시경제연구원도 현재 거시경제지표들이 합리적인 수준내에 있으므로 지나친 긴축은 필요치 않다는 시각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처럼 경제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과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중국정부가 초강력 긴축 수단을 동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그 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mhlee@kiet.re.kr ■ 경제 움직이는 싱크탱크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을 들 수 있다.1981년 경제개혁을 담당할 인재와 정책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국무원 산하에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하였다.기관장은 장관급으로 책정되어 있다.자오쯔양(趙子陽) 전총서기의 브레인이었던 마홍이 장기간 주임으로 있었으며 현재는 왕멍쿠이(王夢奎)가 주임으로 있다. 성장,고용,지역발전,농촌,산업,국제경영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중국 개혁정책 성공의 최대 공로자중 하나이다.전체 연구원 직원은 700여명,그중에서도 박사급 연구원은 200여명이며 대표적 연구원으로 우징롄(吳敬璉)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국무원 산하 학술기관으로 사회과학원이 있다.국무원발전연구중심이 정책수단 개발을 주 임무로 맡고 있는 반면,사회과학원은 이데올로기 개발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동북공정의 주역들이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들이다.대표적 경제학자로 초창기 개혁멤버중 하나인 류궈광(劉國光)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각 부처별로 정책연구를 보좌하는 연구기관들을 내부에 두거나 또는 외부 독립기관으로 두고 있다.대표적 연구기관으로 중국 핵심 경제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거시경제연구원,상무부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1997년 설립),중국인민은행 산하의 금융연구소(1956년 설립)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와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한 고급 두뇌들이 대학으로 들어오면서 대학의 정책연구기능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중심과 칭화대학 경제연구중심 등이 대표적 대학 부설 연구기관들이다.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중심은 1994년 설립되었으며 리이닝,리이푸(林毅夫) 등이 대표적 학자이다. ■ 경제학계 주류·비주류 중국 경제학계의 주류는 극좌인 마오쩌둥 사상을 버리고 극우인 자본주의 경제학으로 무장하고 있다.지난 20여년간 개혁정책으로 인해 상하이에 천지개벽이 일어났듯 경제학계에도 버금가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부개입 최소화를 주장하는 주류 학자들 중국의 주류 경제학자들,이들은 연령층으로는 개혁 초창기 세대인 70대와해외유학파인 30대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중국내 정부나 기업 등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40대와 50대 연령층이 없다.196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문을 닫음으로써 이 기간에 학교를 다녀야 했던 40대와 50대가 정규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무원발전연구중심 등 개혁후 새로 설립되어 보수가 좋은 정부 연구기관이나 대학,증권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개혁정책의 이론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개혁정책을 만들고 그리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중국내 신흥 화이트 칼라층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평보다는 효율을 주장하며,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기능을 중시한다.규범경제학보다는 실증경제학을 선호하고 국제무역에 있어서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신봉하고 있다. 소유제에 있어서는 사유제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으며,국유기업의 ‘철밥통 근로자’들을 ‘노동귀족’으로 간주하며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서구 경제학 남용에 반대하는 비주류 학자들 대표적 비주류 경제학자로는 쭤다페이(左大培,사회과학원),리우리췬(劉力群,국무원발전연구중심),양빈(揚斌,廈門大) 등을 꼽을 수 있다.이들은 서구식 자본주의 경제학의 지나친 남용과 재벌 학자들의 부패를 반박하면서 ‘경제학 정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 지금은 상당한 세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는 중화사상과 개혁정책의 부작용에 따른 사회적 불만을 배경으로 생겨난 학파이다. 이들은 신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고,보호주의와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지지한다.다국적기업과의 협력에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민족기업을 적극 지지한다. 대체로 50대 전후의 세대로 민족관이 뚜렷하다.노동자와 농민을 지지기반으로 삼아야 하며 민생주의에 입각한 지역간,계층간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mhlee@kiet.re.kr
  • [차이나 리포트 2004] (3)경제를 보는 두 시각

    중국은 논쟁의 나라다.역사적으로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으며 근대화 과정에서도 마르크스주의자와 자본주의자들간의 논쟁이 치열했다.마르크스주의자들이 퇴장한 지금 또 하나의 논쟁이 불 붙고 있다.아직은 서구 자본주의로 무장한 학자들간의 논쟁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중화민족’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이 태동하는 조짐도 보인다.역사학계의 ‘동북공정론’과 국제정치학계의 ‘다극화론’은 ‘중화민족주의’의 반영이다.경제학계의 ‘긴축 논쟁’도 그 뿌리는 이런 이데올로기와 맞닿아 있다. 중국 정부는 과거 중요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학자들간에 논쟁을 유도했고 논쟁에서 정리된 결론들을 정책에 반영했다.이번 긴축 논쟁은 향후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도 지난 2001년 주식시장 논쟁과 마찬가지로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우징롄(吳敬璉)과 베이징대학의 리이닝(勵以寧) 교수가 양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이들은 모두 덩샤오핑(鄧小平)사단의 개혁파 그룹에 속하며 중국 경제학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논쟁의 핵심은 긴축의 강도와 정부의 시장개입 여부다.지난 2001년의 주식시장 논쟁에서는 중국 정부가 우징롄의 입장을 지지함으로써 우징롄이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긴축을 지지하는 관방학자들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곳은 정부 연구기관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과 사회과학원이다.사회과학원의 판강(樊綱)은 “중국경제가 이미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경기과열로 들어섰으므로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그는 철강,에너지 등 일부 원부자재의 병목현상이 너무 심각하므로 현재의 투자과열을 진정시켜야만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징롄은 판강과 같이 정부의 시장개입에 동의하면서도 물가상승보다는 부동산,주식시장의 거품을 더 우려하고 있다.이들은 모두 “정부가 경기과열을 계속 방치하면 심각한 시장주의의 오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학계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비판적 반면,상당수의 학자들이 이번에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고 생각하며,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국의 시장기능이 긴축 조치로 다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리이닝 베이징대 교수는 현재의 중국경제 상황을 ‘정상적인 경기순환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중국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경기침체이지 경기과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 해외유학파의 대표주자격인 후쭈류(胡祖六) 골드만삭스 중국 지사장 역시 “개도국인 중국경제가 9∼10% 성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현재 중국경제는 결코 과열상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다만 현재의 부동산시장과 자동차산업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들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선별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홍콩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장우창(張五尙) 교수도 “현재의 상황을 결코 통화팽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 부처간에도 입장 달라 경제부처들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통화관리 주무부처인 중국인민은행은 현재 통화팽창 압력이 있으므로 이를 해소할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국가발전개혁위원회(한국의 재정경제부)와 국가통계국은 약간 다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국가통계국은 최근의 소비자 물가상승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지나친 통화긴축이 기업에 어려움을 줘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의 거시경제연구원도 현재 거시경제지표들이 합리적인 수준내에 있으므로 지나친 긴축은 필요치 않다는 시각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처럼 경제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과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어 당분간 중국정부가 초강력 긴축 수단을 동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그 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mhlee@kiet.re.kr ■ 경제 움직이는 싱크탱크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을 들 수 있다.1981년 경제개혁을 담당할 인재와 정책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국무원 산하에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하였다.기관장은 장관급으로 책정되어 있다.자오쯔양(趙子陽) 전총서기의 브레인이었던 마홍이 장기간 주임으로 있었으며 현재는 왕멍쿠이(王夢奎)가 주임으로 있다. 성장,고용,지역발전,농촌,산업,국제경영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중국 개혁정책 성공의 최대 공로자중 하나이다.전체 연구원 직원은 700여명,그중에서도 박사급 연구원은 200여명이며 대표적 연구원으로 우징롄(吳敬璉)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국무원 산하 학술기관으로 사회과학원이 있다.국무원발전연구중심이 정책수단 개발을 주 임무로 맡고 있는 반면,사회과학원은 이데올로기 개발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동북공정의 주역들이 사회과학원 소속 연구원들이다.대표적 경제학자로 초창기 개혁멤버중 하나인 류궈광(劉國光)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각 부처별로 정책연구를 보좌하는 연구기관들을 내부에 두거나 또는 외부 독립기관으로 두고 있다.대표적 연구기관으로 중국 핵심 경제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거시경제연구원,상무부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1997년 설립),중국인민은행 산하의 금융연구소(1956년 설립) 등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와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한 고급 두뇌들이 대학으로 들어오면서 대학의 정책연구기능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중심과 칭화대학 경제연구중심 등이 대표적 대학 부설 연구기관들이다.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중심은 1994년 설립되었으며 리이닝,리이푸(林毅夫) 등이 대표적 학자이다. ■ 경제학계 주류·비주류 중국 경제학계의 주류는 극좌인 마오쩌둥 사상을 버리고 극우인 자본주의 경제학으로 무장하고 있다.지난 20여년간 개혁정책으로 인해 상하이에 천지개벽이 일어났듯 경제학계에도 버금가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부개입 최소화를 주장하는 주류 학자들 중국의 주류 경제학자들,이들은 연령층으로는 개혁 초창기 세대인 70대와해외유학파인 30대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중국내 정부나 기업 등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40대와 50대 연령층이 없다.196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문을 닫음으로써 이 기간에 학교를 다녀야 했던 40대와 50대가 정규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무원발전연구중심 등 개혁후 새로 설립되어 보수가 좋은 정부 연구기관이나 대학,증권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개혁정책의 이론을 제시하고 구체적 정책수단들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 개혁정책을 만들고 그리고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중국내 신흥 화이트 칼라층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공평보다는 효율을 주장하며,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기능을 중시한다.규범경제학보다는 실증경제학을 선호하고 국제무역에 있어서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신봉하고 있다. 소유제에 있어서는 사유제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으며,국유기업의 ‘철밥통 근로자’들을 ‘노동귀족’으로 간주하며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서구 경제학 남용에 반대하는 비주류 학자들 대표적 비주류 경제학자로는 쭤다페이(左大培,사회과학원),리우리췬(劉力群,국무원발전연구중심),양빈(揚斌,廈門大) 등을 꼽을 수 있다.이들은 서구식 자본주의 경제학의 지나친 남용과 재벌 학자들의 부패를 반박하면서 ‘경제학 정화론’을 주장하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 지금은 상당한 세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최근 다시 대두되고 있는 중화사상과 개혁정책의 부작용에 따른 사회적 불만을 배경으로 생겨난 학파이다. 이들은 신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고,보호주의와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지지한다.다국적기업과의 협력에는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인식하고 민족기업을 적극 지지한다. 대체로 50대 전후의 세대로 민족관이 뚜렷하다.노동자와 농민을 지지기반으로 삼아야 하며 민생주의에 입각한 지역간,계층간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mhlee@kiet.re.kr˝
  • [재래시장]5일장 대명사 성남 모란시장

    [재래시장]5일장 대명사 성남 모란시장

    ‘매달 31일은 장돌뱅이의 생일?’백화점,할인점이 하루가 다르게 속속 들어서고 5일장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가는 요즘,이런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그러나 5일장의 명맥을 잇고있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 단골들은 다 아는 얘기다. ●장돌뱅이 생일에 담긴 추억 “아 매달 31일은 장 서는 곳이 없응께 장돌뱅이들이 쉬어 생일이라고 하는 거 아녀?”모란장이 서는 날마다 고향 장터를 떠올리며 이곳을 찾는다는 이귀석(69)씨의 말이다.그의 말대로 5일장들은 5일에 한 번 돌아가며 서기 때문에 매달 31일엔 장이 서는 곳이 없다.그래서 매달 31일은 장돌림들이 갈 곳 없어 쉬는 ‘장돌뱅이의 생일’이라고 부른단다.4나 9가 들어가는 날 장이 서는 ‘모란장’은 처음 생긴 1962년쯤부터 2004년 현재까지 매달 4·9·14·19·24·29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서고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장돌림들로 꽉 찬다. ●시골장터 분위기 찾는 중년 많아 9일 오후 3시,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은 장돌림들과 손님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귀 막으세요∼뻥이요!”뻥튀기 아저씨의 큰 소리에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이 모두 귀를 막고 몸을 움츠렸다.곧이어 ‘뻥’소리가 터지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함께 터졌다.“이거 참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소리네.”50∼60대 아주머니들은 놀라기보다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 쪽에선 약장수의 공연이 막 시작되었다.북소리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뽕짝’음이 울려퍼지자 장보러 온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정순녀(58·여)씨는 “장날이면 부모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나오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가까운 곳에 이런 장터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방학맞은 아이들 교육터로도 유익 지난 시절 구수했던 장터의 정취를 찾는 사람만 이 곳에 오는 것은 아니다.“너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가 무슨 뜻인 줄 아니?저게 낫이야.정말 ㄱ자 처럼 생겼지?”주부 박미선(39·여)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데리고 ‘산 교육’을 위해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모란장에는 아이들이 책이나 TV에서나 보았을 낫,호미,엿가락 등 ‘옛 물건’이 즐비하다. “요즘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벌이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무조건 현대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모란시장 상우회장 전성배(55)씨는 시장이 갖고 있는 전통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전통공연이나 축제를 통해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지만,시장 자체적인 힘만으로 그런 것을 유치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는 무조건 현대화로 재래시장 문제를 해결하려 말고,다양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장 아끼는 관심 필요” 성남 모란시장은 현재 장날마다 찾아오는 ‘장돌뱅이’ 회원이 1500명정도 된다.1994년에 성남대로 양쪽으로 퍼져있는 모란장을 성남동 대원천 하류 복개지로 옮기면서 규모도 작아졌고 회원수도 적어졌다.그나마 이곳도 다시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모란장은 적당한 이전부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상인 이영배(55)씨는 “지저분하고 외국인들이 보기에 안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전통이 다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전통시장 그대로의 모습도 아끼는 마음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재래시장]5일장 대명사 성남 모란시장

    ‘매달 31일은 장돌뱅이의 생일?’백화점,할인점이 하루가 다르게 속속 들어서고 5일장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가는 요즘,이런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그러나 5일장의 명맥을 잇고있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 단골들은 다 아는 얘기다. ●장돌뱅이 생일에 담긴 추억 “아 매달 31일은 장 서는 곳이 없응께 장돌뱅이들이 쉬어 생일이라고 하는 거 아녀?”모란장이 서는 날마다 고향 장터를 떠올리며 이곳을 찾는다는 이귀석(69)씨의 말이다.그의 말대로 5일장들은 5일에 한 번 돌아가며 서기 때문에 매달 31일엔 장이 서는 곳이 없다.그래서 매달 31일은 장돌림들이 갈 곳 없어 쉬는 ‘장돌뱅이의 생일’이라고 부른단다.4나 9가 들어가는 날 장이 서는 ‘모란장’은 처음 생긴 1962년쯤부터 2004년 현재까지 매달 4·9·14·19·24·29일이면 어김없이 장이 서고 여기저기서 찾아오는 장돌림들로 꽉 찬다. ●시골장터 분위기 찾는 중년 많아 9일 오후 3시,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은 장돌림들과 손님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귀 막으세요∼뻥이요!”뻥튀기 아저씨의 큰 소리에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이 모두 귀를 막고 몸을 움츠렸다.곧이어 ‘뻥’소리가 터지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함께 터졌다.“이거 참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소리네.”50∼60대 아주머니들은 놀라기보다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 쪽에선 약장수의 공연이 막 시작되었다.북소리와 출처를 알 수 없는 ‘뽕짝’음이 울려퍼지자 장보러 온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정순녀(58·여)씨는 “장날이면 부모님을 졸졸 따라다니며 구경나오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며 “가까운 곳에 이런 장터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방학맞은 아이들 교육터로도 유익 지난 시절 구수했던 장터의 정취를 찾는 사람만 이 곳에 오는 것은 아니다.“너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가 무슨 뜻인 줄 아니?저게 낫이야.정말 ㄱ자 처럼 생겼지?”주부 박미선(39·여)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을 데리고 ‘산 교육’을 위해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모란장에는 아이들이 책이나 TV에서나 보았을 낫,호미,엿가락 등 ‘옛 물건’이 즐비하다. “요즘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벌이는 곳이 많다고 하지만,무조건 현대화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모란시장 상우회장 전성배(55)씨는 시장이 갖고 있는 전통성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전통공연이나 축제를 통해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얻으려 노력하고 있지만,시장 자체적인 힘만으로 그런 것을 유치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는 무조건 현대화로 재래시장 문제를 해결하려 말고,다양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장 아끼는 관심 필요” 성남 모란시장은 현재 장날마다 찾아오는 ‘장돌뱅이’ 회원이 1500명정도 된다.1994년에 성남대로 양쪽으로 퍼져있는 모란장을 성남동 대원천 하류 복개지로 옮기면서 규모도 작아졌고 회원수도 적어졌다.그나마 이곳도 다시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 모란장은 적당한 이전부지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상인 이영배(55)씨는 “지저분하고 외국인들이 보기에 안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전통이 다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전통시장 그대로의 모습도 아끼는 마음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與·野정치인 ‘우린 닮은꼴’

    15일 사실상 첫 임시회를 마감한 17대 국회를 살펴보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닮은꼴 의원들이 적지 않아 관심을 끌고 있다.선수(選數)가 달라 이른바 ‘체급’은 다르지만,외모나 성격뿐만 아니라 의정활동 방식,대외활동까지도 비슷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햄릿형 닮은꼴 정치인으로 김근태(3선)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나라당 김덕룡(5선) 원내대표가 손꼽힌다.서울대 선·후배로 학생 운동권과 재야활동을 거쳤다.둘 다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지만,때론 최종 결정까지 시간을 오래 끌어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도 받는다.김 장관은 복지부 장관 입각을 앞두고 임명 이틀 전에야 마음을 잡았고,김 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때 ‘DR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후보등록 직전까지 결심을 미뤘다. ●퍼스트 레이디형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열린우리당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부드러운 외모와 말투,단호하고 의지가 강한 점 등이 닮았다는 평가다.말수가 적은 것도 비슷하다.박 전 대표는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5년 동안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한 경험이 언행 곳곳에 배어 있다.50·60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10·20대에게도 호감의 대상이다.한 의원은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투옥돼 옥고를 치렀지만 투사적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그를 만난 사람들은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한때 박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를 누르기 위해 차기 당의장으로 한 의원을 밀자는 제안들도 있었다.두 사람은 지난 총선에서 상대방을 헐뜯는 ‘네거티브 선거전’을 거부했다. ●언론 민감형 기자들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등 언론에 민감하고,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라는 평가 때문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곧잘 비교된다.4월 총선 때 ‘민생투어’로 노란색 점퍼를 입고 시장통을 돌던 정 장관은 타고난 순발력으로 언론이 선호하는 어젠다와 그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박 의원도 총선이 끝난 뒤 다홍색 스쿠터를 타고 지역구인 종로 시장통을 누비고 다녀,대중성이 뭔지 아는 정치인이라는 평이다. ●워치독(Watch Dog)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이 손꼽힌다.원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을 ‘금품선거’라고 폭로하고,지난 14일 닻을 올린 ‘새정치 수요모임’에도 고정멤버로 참가해 ‘불법비리 정치인 비보호’를 주장하는 등 당내 보수진영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정무2비서관 출신의 김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어려울 때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과 정부측에도 ‘독한 소리’를 쏟아낸다.김 대변인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에서 국무총리실 관료가 면피성 발언을 하자 책임을 다그쳐 눈길을 끌었다. ●전략 이론가 언론계 출신인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과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손꼽힌다.민 의원은 70·80년대 ‘제헌의회파(CA)’의 중앙위원 출신.초선에도 불구하고 재선급 이상으로 평가돼,재선 이상의 중진으로 구성된 정책기획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박 의원은 대학시절 최루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위기에 빠졌던 인물로,지난 94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최연소 위원으로 발탁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구상과 전략’의 최종 집필을 맡았다.박 의원은 14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를 상대로 조목조목 따져 ‘박근혜 패러디’와 관련해 이 총리의 사과를 받아냈다. ●독설가 TV토론회 등에 나와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는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겨냥해 “손학규 경기지사의 상대는 나”라고 호기를 부렸으며 민감한 정치현안이 있을 때마다 쉴새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붓기로 유명하다. 전 대변인은 방송기자 출신답게 정곡을 찌르면서 쓴 소리를 잘해,특히 유 의원의 ‘천적’으로 통한다.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기피대상 1호다. ●패션리더형 세련된 패션감각으로 검정 양복 일색인 국회의사당을 평정한 민주당 손봉숙 의원과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의 패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멋쟁이로 소문난 손 의원은 샛노랗게 화사한 재킷에 하얀색 치마를 받쳐 입거나,진한 자주빛이 감도는 치마 정장 등으로 멋을 낸다.옷 색깔에 맞춰서 꽃모양의 장식을 달거나,브로치·스카프 등 다양한 패션 소품도 활용한다.방송인 출신으로 세련된 감각을 자랑하는 박 의원은 날마다 스케줄에 따라 옷 색깔을 코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국회 개원식 때는 눈처럼 깨끗한 흰색 정장을 입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다혈질형 고려대 선·후배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이 꼽힌다.각각 검사와 기자를 지낸 전문가 출신으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인물들.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3선이 되자마자 ‘저격수 활동 중단’을 선언,한동안 조용히 지내기도 했지만 최근 당지도부를 향해 “‘웰빙 야당’으론 안된다.우리가 여당의 2중대냐.”고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문 의원은 청와대 정무비서관 시절 지역구에서 야당 보좌관에게 소주를 끼얹는 등 괄괄한 성격.등원 이후 ‘3선급 초선’이라며 점잖게 처신을 하고 있으나 언제 특유의 다혈질이 터져 나올지 관심거리다. ●정보통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으로 각각 국정원 기조실장과 안기부 1차장을 지낸 ‘정보통’이라는 점에서 닮았다.악연도 만만치 않다.최근 안기부 자금 유용사건인 ‘안풍(安風)’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공수가 뒤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문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장을 맡은 상태에서 정 의원의 ‘비공개회의 공개화’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제통 열린우리당 정세균,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손꼽힌다.두 사람 다 민간기업에서 일한 뒤 정계에 입문해 ‘정책통’으로 인정받고 있다.정 의원은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이 의원은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정 의원은 쌍용그룹에서 18년간 근무한 뒤 95년 정계에 입문해 민주당·열린우리당의 정책위의장을 맡았었다.이 의장도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냈고,2000년 첫 등원했다. 문소영 전광삼기자 symun@seoul.co.kr˝
  • [이 책도 보고 떠나요]

    ●떠나요 제주로(FRIDAY편집팀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다들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구석구석 새로운 곳이 새록새록 알려지는 제주도.이 책은 그런 제주도를 널리 알려진 곳들부터 숨겨진 곳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바다,레포츠,산,섬,드라이브 등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눠 원하는 곳을 쉽게 골라 갈 수 있다.또 지역별 펜션·호텔 정보 각종 먹을거리 정보도 알차게 담았다.9000원. ●섬진강 여행(김정수 지음,교학사 펴냄) 진정한 남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섬진강.그 550리길 곳곳이 모두 한폭의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저자는 이런 섬진강 물줄기 주변을 광양에서 진안까지 샅샅이 훑었다.섬진강을 처음 찾는 사람도 이 책 한권으로 섬진강 명소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빼놓지 않고 둘러보고 올 수 있다.8800원. ●꿈꾸는 여유,그리스(권삼윤 지음,푸른숲 펴냄) 그리스 곳곳을 단순히 ‘아름답다’‘멋있다’라는 말로만 표현한다면 분명 2% 부족하다.그리스는 평범한 길,조그만 시장에도 문명이 스며 있는 ‘인류의 고전’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자칫 따분해 질 수 있는 그리스 문화 이야기를 여행기에 잘 비벼 맛있게 풀어냈다.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 알찬 정보도 제공한다.1만 3000원. ●유럽의 비경(이화득·이미경 지음,서울문화사 펴냄) 장기간의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그래서 숨어있는 유럽의 비경은 놓친 채 유명한 곳에만 가서 사진찍고 오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부부가 25일 동안 직접 운전해 다니면서 만난,그림보다 더 멋진 유럽의 비경을 책으로 옮겼다.여행 중 한국인만 만나기 어려웠다고 할만큼 ‘우리만’ 모르는 유럽의 좋은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1만 5500원.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3-세계편(권기왕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상에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그렇다고 전 세계를 일주하기란 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어렵다.그래서 스스로를 ‘세상을 떠도는 집시’라고 말하는 저자가 33곳을 대신 골라 손에 쥐어준다.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부터 아기자기한 옛 마을들까지 소개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설사 당장이라도 배낭을 둘러맬 수 없어도 생생한 사진만으로 위로가 된다.2만 5000원.˝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신림동 ‘교육특구’ 추진 본격화

    ‘고시촌 1번지’ 서울 신림동이 ‘교육특구’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내년부터 독서실이나 숙박업으로 전환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압박에 대한 대응책이다. 신림동 고시원 업주들은 최근 고시원발전대책위원회(위원장 손남식)를 구성해 강력하게 밀어붙일 태세다.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신림동은 다른 고시원과 다르다는 것이다.신영만 신림동고시원연합회장은 “신림동은 고시원만 400여곳,독서실이나 식당만도 60여곳이나 집중돼 있고 비고시생에 대한 자체 정화작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몇몇 고시원의 문제를 신림동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기대고 있는 것은 올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지역특구법.재정경제부가 마련한 이 법은 시·군·구 단위의 지방자치단체가 특구 지정을 요청해 오면 이를 검토,승인하면 규제완화와 함께 각종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물론 절차가 쉽지는 않다.해당 지자체는 30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공청회를 열고 해당 지방의회의 의견까지 받아야 한다.그러면 해당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특구위원회가 3개월 안에 결정을 낸다.지난 3월 법을 공포한 뒤 재경부가 예비신청을 받아본 결과 189개 지자체에서 448건의 특구지정 요청이 있었다.재경부는 법이 시행되면 곧 신청받아 이르면 올해 12월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신림동 고시원 업주들은 이 방안을 성사시키려고 골몰하고 있다.물론 고시원이 몰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구지정을 주장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교육연구지구화’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관악산∼서울대∼신림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지역문화사업까지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다.동시에 소방시설기준 등 안전성 강화 방안,유흥업소의 분리 방안도 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관할구청인 관악구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시촌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구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고시촌이 관악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법 되는데,우리도 웬만하면 특구 요청을 받아주고 싶다.”면서 “그러나 법적 형평성이나 명분을 따져보면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선 왕손들이 보던 천자문 책으로

    조선시대 왕실 문화 가운데 많은 부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엄연한 우리 민족의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왕과 왕실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 때문에 정작 왕실에서 행해졌던 삶의 모습은 또렷하게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알려지지 않은 조선왕실 문화 가운데 장서각에 소장돼 지난 2002년 처음 공개된 조선왕실 ‘천자문’을 그대로 본뜬 책이 출간돼 왕실문화의 일단을 밝혀줄 수 있게 됐다.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이 펴낸 42장짜리 ‘천자문’.왕자를 비롯한 왕손(王孫)들의 한자 학습교재로 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책은 쑥색 비단으로 표지를 만들고,붉은 테두리를 친 흰색 명주비단에 ‘천자문’이라는 제목을 붙였다.본문의 용지는 빨강,파랑,노랑,분홍,초록,하양의 물감을 들인 최고급 닥종이를 썼으며 표지와 본체 사이에는 앞면에 노랑,뒷면에 빨강의 호지(護紙·본문을 보호하기 위해 넣는 빈 종이)를 두어 천자문의 명품(名品)으로 평가된다..특히 책장과 어미까지도 붉은 먹을 쓰고 정교한 솜씨로 그려넣어 화려함을 더하였으며,종이색이 빨강과 분홍처럼 유사한 색일 경우 푸른 먹을 써 시각적으로 안배하는 치밀함도 엿보인다. 안병희 서울대 명예교수는 “천자문이 이처럼 화려한 형태를 갖춘 것은 왕실에서 쓰였던 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자나 왕자의 돌상에 올렸던 돌잡이용 책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정문연은 책이 고가(8만 2000원)이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본해야 하는 관계로 일단 1000부만 찍어 시중 대형서점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이회문화사.(02)2244-7912˝
  • [이 책도 보고 떠나요]

    ●떠나요 제주로(FRIDAY편집팀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다들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구석구석 새로운 곳이 새록새록 알려지는 제주도.이 책은 그런 제주도를 널리 알려진 곳들부터 숨겨진 곳까지 속속들이 파헤쳤다.바다,레포츠,산,섬,드라이브 등 모두 다섯 부분으로 나눠 원하는 곳을 쉽게 골라 갈 수 있다.또 지역별 펜션·호텔 정보 각종 먹을거리 정보도 알차게 담았다.9000원. ●섬진강 여행(김정수 지음,교학사 펴냄) 진정한 남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섬진강.그 550리길 곳곳이 모두 한폭의 그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저자는 이런 섬진강 물줄기 주변을 광양에서 진안까지 샅샅이 훑었다.섬진강을 처음 찾는 사람도 이 책 한권으로 섬진강 명소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빼놓지 않고 둘러보고 올 수 있다.8800원. ●꿈꾸는 여유,그리스(권삼윤 지음,푸른숲 펴냄) 그리스 곳곳을 단순히 ‘아름답다’‘멋있다’라는 말로만 표현한다면 분명 2% 부족하다.그리스는 평범한 길,조그만 시장에도 문명이 스며 있는 ‘인류의 고전’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자칫 따분해 질 수 있는 그리스 문화 이야기를 여행기에 잘 비벼 맛있게 풀어냈다.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 알찬 정보도 제공한다.1만 3000원. ●유럽의 비경(이화득·이미경 지음,서울문화사 펴냄) 장기간의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그래서 숨어있는 유럽의 비경은 놓친 채 유명한 곳에만 가서 사진찍고 오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부부가 25일 동안 직접 운전해 다니면서 만난,그림보다 더 멋진 유럽의 비경을 책으로 옮겼다.여행 중 한국인만 만나기 어려웠다고 할만큼 ‘우리만’ 모르는 유럽의 좋은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1만 5500원.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3-세계편(권기왕 지음,랜덤하우스중앙 펴냄) 세상에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그렇다고 전 세계를 일주하기란 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어렵다.그래서 스스로를 ‘세상을 떠도는 집시’라고 말하는 저자가 33곳을 대신 골라 손에 쥐어준다.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부터 아기자기한 옛 마을들까지 소개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설사 당장이라도 배낭을 둘러맬 수 없어도 생생한 사진만으로 위로가 된다.2만 5000원.
  • [15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문화읽기(MBC 낮 12시50분) 열 다섯 번째 시집 ‘영혼과 가슴’을 낸 김남조 시인을 만나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고전 동화를 다시 보는 패러디 동화.우리 주위에는 동화를 패러디한 수많은 문화들이 넘친다.현대 사회에서 동화가 지니는 문화사적 의미와 기능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과연 부패척결을 위한 바람직한 해결책인가? ‘고비처’ 신설 논란의 쟁점을 짚어본다.대검 중수부가 담당하고 있는 권력형 비리수사를 맡기도록 하는 고비처 신설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서보학 경희대 법대교수와 김주덕 변호사가 패널로 나온다. ●일과 사람들(EBS 오후 8시20분) 영화를 이끄는 영화 PD와 영화 감독들이 선사하는 색다른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두 번째 코너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위치한 경기도 소방학교를 찾아간다.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내용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 과정의 기계반과 전기반 내용을 살펴본다. ●강원래의 미스터리 헌터(iTV 오후 10시50분) 새 집으로 이사를 간 주연은 짐 정리를 하다 우연히 창고에서 낡은 일기장 하나를 발견한다. 일기는 가족들이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관심을 쏟는 것에 대해 시샘을 하는 내용.일기장을 한장 한장 넘길수록 일기의 내용은 점점 괴이해지는데….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7시5분) 식초 없이는 못 사는 식초공주 김명희씨를 만나본다.소원을 말하면 이루어지는 미용실.발명가를 꿈꾸는 미용사 서정훈씨의 별난 미용실 속으로 찾아가본다.뒷모습은 자전거,앞모습은 휠체어.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남편 최승호씨가 기상천외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풀하우스(KBS2 오후 9시 50분) 지은은 영재에게 자신이 쓴 소설도 넘겨주고,사정도 해보지만 또다시 갈 곳 없이 쫓겨난다.풀하우스 벤치에 앉아있는 영재는 지은이 안쓰러워 풀하우스로 데리고 온다.최실장을 통해 집을 사게 된 경위를 알아본 영재는 지은이 사기를 당해 풀하우스를 뺏긴 것을 알고 마음이 좋지 않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정우와 정우의 모를 만나고 내려온 금분은 만에 하나 화연이 정우와 결혼을 한다해도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 때문에 화연에게 마음을 바꾸라고 타이른다.한편 본고사 날짜가 다가오자 인경은 서울로 시험을 보러 가고,화연은 고모인 동자에게서 버스회사 안내양 자리를 소개받는다. ˝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번지는 ‘모방테러’ 협박

    13일 오전 6시40분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40대로 보이는 남자로부터 “지하 2층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지만,오전 한때 비상대피령이 내려지고 50여명의 폭발물 탐지반과 기동타격대,폭발물 탐지견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잇따르는 테러 경고 최근 공항과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한 테러 협박이 잇따르면서 시민과 경찰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이라크 추가 파병 계획에 따라 아랍권으로 추정되는 세력의 협박편지도 잇따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12일 항공교통관제소에는 “한국행 비행기에 알카에다와 연관된 테러리스트가 타고 있다.”는 이메일이 날아든 것이나,지난 9일 인천공항공사에 “7∼8월 중 인도인 테러분자가 미국행 항공기를 폭파할 것”이라는 내용의 태국발 협박편지가 배달된 것이 그렇다.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집중 단속하던 지난 1월에는 “중국 동포를 추방한 데 보복하기 위해 여의도 일대의 가스를 폭파시키겠다.”는 편지가 국무총리실에 전해지기도 했다. 한국테러리즘연구소 최진태 소장은 “국력이 늘고 전세계에 우리 기업과 교민이 많이 진출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테러의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 이라크 무장세력이 미국을 지원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간주해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화풀이용 협박 속출 테러 협박을 모방,정치권에 대한 실망감 등 홧김에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협박도 잇따르고 있다.112신고로 공공장소 등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지난 1년 동안 40여건에 달하자 최근 서울경찰청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강력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함모(42)씨는 국회 전화교환실로 “서민은 살기 어려운데 일을 하지 않고 살찐 국회의원 3명을 골라 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걸어 경찰에 붙잡혔다.지난 5일에는 서울시지하철본부 사무실에 “교도소에서 폭행을 당해 억울한데 혼자 죽기 억울하다.”며 폭파 협박 전화를 건 40대 남성이 검거됐다. 지난 5월20일에는 잠실의 호텔과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전화를 걸었다가 붙잡힌 김모(23)씨가 경찰에서 “스릴을 느끼고 싶었고,나의 협박 기사를 스크랩해 두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 아연실색케 했다.김선일씨의 피살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3일에는 흥분한 사람들로부터 한남동 이슬람성원에 20여통의 협박전화가 이어졌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정치권이 사회적 불안 요소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된 것이 이같은 일을 부추긴다.”면서 “사람들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테러라는 불만 표시 방법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범죄 모방심리로 인해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직후에는 방화 협박이,9·11테러 직후에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폭파 협박이 급증했다.”면서 “개인의 화풀이용 협박전화가 공권력의 낭비와 시민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칠산바다 지키는 수성당할머니

    ●깎아지른 절벽위 여신모신 성소가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새삼 에게해와 그리스신화가 관심을 끈다.아테네 도심의 파르테논 신전 못지않게,아티카반도 끝자락 수니온곶(串)의 포세이돈 신전도 낙조 풍경과 어울려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포세이돈 신전.에게해의 찬란한 석양이 비끼는 천애 절벽에 각인된 역사와 신화의 지문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살아 신화시대의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바다의 신 포세이돈.그의 뜻에 따라 질풍과 노도가 일어나니,바다의 모든 것이 그 앞에서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포세이돈의 황금전차가 말발굽 요란하게 바다 위를 가로지를라치면 거센 폭풍은 간데없고 잔잔한 고요가 그를 옹위했다.원형은 파괴됐으나 15개의 도리아식 원주는 고스란히 남아 에게해의 험한 바닷길을 아우르고 있다.지금도 이 신전 앞을 지나는 그리스 어부들은 고개 숙여 예를 표한다.첨단이 지배하는 오늘날에도 뱃길에 나선 사람은 누구나 포세이돈의 신화적 영력에 깊은 외경과 간절한 기원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반도국가 그리스의 끝자락에 바다의 신전이 있다면,같은 반도국가인 우리의 사정은 어떠할까? 우리라고 왜 바다신을 모신 신전이 없을까만,남의 떡만 크게 보이고,내 것은 초라하게만 여기는 문화사대주의의 병폐가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나이아가라폭포의 웅장함에 취해 박연폭포 정도는 ‘애들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필자가 줄 수 있는 최선의 해답은 ‘우리 것부터 좀 챙겨 보라.’는 충고이다.포세이돈이 중요하다면,중국의 여자 해신 마조(祖)도 알 필요가 있으며,더불어 ‘문화 종다원성’을 위해서라도 한반도 바로 이 땅의 수성당할머니를 생각해야 한다. ●서해바다 거닐며 거친 물길 다스려 해신은 세계 어느 바다에나 있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변산반도의 끝자락 격포 수성당은 우리 해신의 위엄과 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신성(神聖)의 성소(聖所) 격이다.우선,위치가 눈길을 끈다.잘록한 자루처럼 돌출한 곶의 깎아지른 절벽을 ‘성소’로 선택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수성당 길목은 해안초소를 설치해 민간인 출입을 막는 군 작전구역이었다.그 후 전주박물관에서 이곳 일대를 발굴한 결과,고대의 제사터임이 확인되었다.민간의 구술(口述)전승이 이루어진 이곳에서 확인 발굴이 이루어졌음은 우리 문화에서 구술이 지닌 실증적 힘을 웅변한다.트로이문명이 애초에 구술과 신화에서 출발했다가,훗날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입증된 것과 다를 게 없다. 수성당은 시누대가 창검처럼 밀집해 빼곡하게 들어찬 단애(斷崖)에 숨어 있다.바닷물이 밀물처럼 다가와 이 안에 들면 절벽에 서있다는 느낌을 잊게 된다.그러나 자칫 한발 잘못 내디디면 벼랑으로 곤두박질이다.오금이 저리도록 가파른 곶.벼랑 아래로는 여근처럼 갈라진 해식동굴이 있어 조수가 드나들며 보는 이의 현기증을 자아낸다.일명 용굴 혹은 여우골이라 불리는 이곳이 수성당할머니의 거처이다.서해 어업의 중심기지였던 위도가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관망대에 해당하는 곳으로,임진왜란 때 왜군이 여우골로 몰려오는 것을 할머니가 무찔렀다는 전설은 지금도 남아 전한다. ‘개양할미’라고도 불리는 수성당할머니는 딸만 여덟을 낳아 각도에 한명씩 시집보냈다고 전해진다.더러는 그녀가 딸 일곱을 낳았으며,그들이 수성당에서 굽어보이는 칠산바다의 일곱 섬 지킴이가 되었다고도 한다.수성당 할머니는 엄청나게 큰 키로 굽나무신을 신고 저벅저벅 서해바다를 걸어다녔다.위험한 곳에는 표지를 남겨 어부들이 해를 입지 않게 돌보았으며,심지어 수심까지 재어 어부들이 알도록 했다.괴력난신(怪力亂神)의 힘을 보여준 ‘서해 창건주’의 전설이므로 이 말이 맞느냐,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변산 격포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정초에 정성껏 제물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다.세상이 바뀌어 서해 여신으로서의 지위는 볼품없이 쪼그라들었지만 그때의 마을굿 양식이 여전히 잔존해 있으며,무신도도 걸려 있었으나 지금은 불타고 없다.‘1804년 상량(上樑)’이라고 적힌 상량문으로 미뤄 적어도 200여 년 전에 이 신당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신당이 어찌 사람의 신탁(神託)의식과 같은 나이일 수 있겠는가.이 상량문과 무관하게 훨씬 이전에 신당이 있었고,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의 가슴 속에 수성당할머니가 살아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수성당은 변산반도 일대를 지켜주는 ‘지역신’으로 ‘강등’되었으나,그 해양문화적 원형은 바다를 지켜주는 거녀(巨女)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제주도의 설문대나 전국에 골고루 분포한 마고할매는 수성당할머니의 문화적 원형이다.마고나 설문대가 순 토속어인 반면 수성(水星)이라는 한문투 용어가 후대에 덧 씌워졌을 뿐이다.즉,마고식의 해양문화 원형질에서 수성이란 지역적 여신이 탄생한 것이다. ●거대한 치맛자락에 가려 어둠 내리고 사실,우리의 의식에는 가부장적 남신들만 가득 차 있었다.그러나 바다만은 달라 그곳은 늘상 여신들의 무대였다.바다는 모든 생명체가 탄생한 최초의 자궁이다.그런데도 기이하게 바닷가에서 여성은 사실상 금기의 대상이다.지금은 그런 금기의식이 많이 희석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권(神權)만큼은 여신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여신을 숭앙하는 바다’의 신권과,‘여성을 배척하는 바다’의 생활이란 두 측면은 바다문화를 둘러싼 대단한 역설을 설명해 주는 단초가 된다. 수성당에서 서쪽을 굽어보니 초여름 햇살을 받은 칠산바다가 싱싱한 비늘을 반짝이며 꿈처럼 펼쳐져 있다.그곳에 서서 신화적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수성당에 기대 칠산바다를 바라보는 마음의 물길을 따라 당할머니가 들어왔다.그녀는 저물어 수평선 아래로 잠겨드는 해를 안간힘으로 붙들려고 했으며,그러다가 이른 저녁의 별밭을 거닐어 내게 이른 것이다.그 덕분에 칠산바다는 여름의 붉은 황혼에 늦도록 젖어 있었다.흡사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첫마디를 속삭였을 때처럼 그렇게 붉게. 그녀는 깊은 바닷물에 겨우 발목만 적신 채 아주 천천히 걸음을 떼고 있다.아주 천천히,우리 역사의 태고적 울림은 그렇듯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서해바다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우리와 중국이 육지로 맞붙어 있던 그 옛날의 땅을 디디고 걸었음직한 그런 발걸음이다.생각해 보면 수성할머니 같은 거녀는 한반도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중요한 존재가 아닐수 없다. 여신들은 늘 바닷가를 뚜벅뚜벅 걸어다녔다.풍랑이 일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깊었다.깊은 곳으로 발을 잘 못 내디뎌 빠지는 바람에 치맛자락이 살짝 젖었다.끝모르게 큰 여신들이었지만 치맛자락이 젖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녀는 젖은 치마를 벗어 산 위에 펼쳐 널었다.산에서는 난리가 났다.치마를 널자 지상이 온통 컴컴해졌고 동물들은 갑자기 맞은 밤이 두려웠을 것이다. 여신은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소피도 여러번 보았다.여신의 오줌이 물길을 만들어 곳곳에 강이 생겨났다.여신의 똥은 군데군데 섬으로 남았다.저녁 무렵에 찬 이슬을 맞자 마고는 기침을 했다.그러자 폭풍이 불어 풍랑이 일었고,산과 들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다.이윽고 밤이 왔다.여신은 하늘의 별을 만지고,달을 껴안고 그렇게 외로운 밤을 지냈다.참으로 외로웠다.사람이 탄생하기 전이라 그녀를 즐겁게 할 미물 인간이 아직 없었던 탓이다. ●위도 핵폐기장엔 인간사 갈등 고스란히 얼마나 컸으면 바다를 걸으며 치맛자락만 적셨을 뿐일까.참으로 막강한 여성의 위력이다.우리 신화의 들머리를 차지하는 마고,수성당할머니 등은 지모신(Great Mother,Mother Goddess)이다.수성당을 찾아온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잃어버린 여성의 힘.거녀로서 세상을 창조하는 거대담론을 이끌어 온 문화적 원형질을 당할머니에게서 발견한다.현대인들은 그만 그 거대한 신화적 힘,자연친화적 순응을 거부하고 말았으니,수성당 코앞의 새만금간척지나 위도 핵폐기장 같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한 갈등이 그것이다. 당할머니가 바다를 걷는 발자국소리를 듣노라니 상상력은 멀리 상전벽해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왜 하필이면 국가적인 큰 제사터가 수성당에 자리잡고 있었을까.우리는 그동안 ‘전북지역은 곧 백제문화권’이라는 도식적 편견에 함몰돼 있었다.전주박물관 발굴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병하는 이를 3세기 후반에서 7세기 전반의 마한,백제,가야,왜의 노천제사라고 주장했다.3세기 후반에는 마한,4세기는 마한과 백제,5세기 전반과 6세기 전반은 백제,가야,왜의 제사가 이루어진 듯하다. 마한,백제는 그렇다치고 멀리 가야와 왜의 유물이 나온 사실은 흥미롭다.백제 땅으로 들어서자면 반드시 변산반도를 돌아,고군산열도를 비집고 들어가,금강하구로 들어서야 했을 것이니,수성당의 위치는 지정학적으로 해양의 길목이다.위도나 고군산에서 바라볼 때,곶의 신비로운 장소에 신당을 세우고 해신에게 정성껏 제사를 올렸으리라.채석강과 적벽강이 펼쳐진 천혜의 절경에 자리잡고 있으니 신들조차도 비경을 선호했음이다. 근년까지도 풍어기(豊漁旗)가 올라가던 수성당 앞바다에서 역사시대의 제사가 올려졌고,더 앞선 시대에는 마고할머니가 걸어다녔다는 사실에서,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수성당 신앙의 해양문화적 지속성을 보고야 마는 것이다.이렇듯 바다에는 인간 이전에 여신들도 살고 있었던 것이니,‘바다에 살어리랏다‘에서 어찌 이들을 모른 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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