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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자와 권력/올라프 라더 지음

    사자와 권력/올라프 라더 지음

    로마의 장군 안토니우스는 친구인 카이사르의 시신을 차지한 뒤,비참하게 난도질당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슬퍼하면서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자신임을 공식화했다.또 스탈린은 레닌이 사망하자 시체를 영원히 썩지 않도록 방부 처리함으로써 ‘레닌숭배’의 초석을 세우고 자신은 그 후광을 물려받았다.그런가 하면 볼리비아 군대는 체 게바라를 총살한 뒤 손을 절단하고 공항 활주로 밑에 묻음으로써 혁명의 싹을 잘라버렸다.권력은 죽은 자로부터 나오는 것인가.사자(死者) 숭배는 권력의 영원한 유혹인가.한 시대를 주름잡은 영웅이 죽은 뒤,그 시신과 무덤을 둘러싸고 산 자들이 벌인 치열한 투쟁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안토니우스, 카이사르 시신 차지후 후계자 선언 ‘사자와 권력’(올라프 라더 지음, 김희상 옮김, 작가정신 펴냄)은 이러한 사자 숭배가 권력의 정통성 확보와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추적한다.저자는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 대학에서 문화사를 가르치고 있는 중세사의 권위자.책은 친구를 죽인 헥토르의 시체를 마차에 묶어 끌고 다니며 모욕했던 아킬레우스에서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어 로마의 황제가 되기를 꿈꾼 무솔리니,600년 전에 묻힌 세르비아 왕의 시신을 다시 찾아온 밀로셰비치에 이르기까지 죽은 자와 권력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1세기 전반 로마의 황제들은 시신을 무덤에서 빼내거나 돌덮개를 옮긴 범법자들을 사형에 처하도록 명했다.이른바 ‘황제의 칙령’이다.저자는 이 칙령은 예수부활의 역사와 결코 무관치 않다고 말한다.‘마태복음’에 따르면 유대 대제사장들은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예수의 무덤에 보초를 세워줄 것을 요청한다.예수의 제자들이 시신을 훔쳐내 부활을 꾸며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저자는 예수의 제자들이 시신을 훔쳐냈다고 대제사장들이 소문을 퍼뜨리고 총독이 로마에 진상보고서까지 써 보냈던 것을 보면 황제의 칙령은 부활의 역사와 관련이 있음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日 정치인 야스쿠니 참배… 우리 ‘과거사’ 논쟁 정적인 아우구스투스를 제치고 후계 자리를 차지한 안토니우스,레닌이 죽기 전 정치적 유서라 할 비밀편지에서 스탈린에 대한 불신을 밝혔음에도 결국 레닌의 뒤를 이은 스탈린,2000년 전의 위대한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무덤을 재건하며 옛 영광이 다시 찾아올 것을 열렬히 희망한 무솔리니.이들에게 사자 숭배는 정치권력의 정통성을 부여받고 사회의 질서를 기져다준 상징적 지주였다.이들은 사자를 숭배하고 무덤에 참배하는 것이야말로 과거를 연출해 보임으로써 미래를 장악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굳게 믿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덤은 저절로 기억을 한데 묶어주는 추모의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무덤은 어쩌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집단이 창조해내는 산물인지 모른다.결속을 다질 공동의 기억이 필요할 때 사회는 무덤을 찾는다.거룩한 무덤과 성스러운 유골은 결국 만들어지는 셈이다. ●死者숭배는 정치권력 정통성의 상징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떠올리면 그런 정황은 어렵잖게 이해된다.일본의 많은 지도자들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와 반대를 무릅쓰고 2차대전 전범들의 위패가 안치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한다.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벌거벗은 욕망이 그들을 ‘또 다른 범죄’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과거를 담보로 미래의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추악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이 책은 과거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 중구 ‘복지특구’로

    중앙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단위 사회안전망 구축 및 체계화사업에 기초자치단체가 나섰다. 서울 중구 성낙합 구청장은 17일 “1990년대말 외환위기와 최근의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중산층과 가족이 해체되는 등 위기 앞에 노출된 저소득 영세주민,노약자,장애인을 수렁에서 건져내기 위해 지역 사회안전망 구축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짜 지역단위 안전망 구축에 나선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이를 위해 저소득가구별 거주형태와 부채액수,지원현황 등에 대한 방문조사에 이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쪽방 거주자와 홀로 사는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요 대상이다.올 하반기부터 55개 사업에 모두 7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내년 말까지 40여억원의 예산이 집중 투입된다. 우선 ‘가난의 대물림을 끊자’는 슬로건 아래 구청과 15개 동별로 ‘사회안전망 협의회’를 설치키로 했다.지원 대상자들의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5015가구 1만 100여명과 개인독지가,사회복지 관계자 등 후원자가 1대1로 결연하는 ‘중구 한가족 되기’사업을 병행한다. 또 장애인복지관을 지을 계획이다.지하 1층,지상 5층규모의 연면적 350여평에 물리치료 시설과 작업장을 갖춰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재활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것이다.예산 30억원이 들어가며 완공되면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법인에 운영을 맡긴다.지역 업체와 손을 맞잡고 우선 취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노인 기금도 조성한다.1차 목표는 20억원이다.이를 통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이 생활할 ‘경로식당’을 만든다.이곳에선 연간 1억 7046만원을 들여 하루 1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한다.점심식사용으로 매월 쌀 80∼120㎏을 지원한다.동별로 노인복지관을 짓는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저소득 모·부자가정 110가구 275명에게는 자녀 수업료 및 입학금,교통비는 물론 학용품 비용을 대준다.6세 미만의 어린이에겐 월 2만원의 양육비를,보호시설 입소와 임대주택 입주 우선권을 준다.이들 가구에는 복지자금을 1500만원 한도에서 빌려준다.예산 1억여원을 책정했다. 결식아동 대책도 마련했다.245명을 심각성 정도에 따라 나누어 지원금을 준다.극빈층 71명은 하루 2000원씩,나머지 174명은 토요일·휴일과 방학 등 학교급식이 끊기는 때 굶고 지내지 않도록 돕는다.책정된 사업비는 1억 1400여만원이다.민간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대상도 현재 2세 이하에서 900여명 전원으로 넓힌다. 성 구청장은 “고루 잘 사는 여건을 만드는 일도 좋지만 소외계층이 최소한의 삶을 누리도록 거들어줘야 사회 전체가 밝아진다는 측면에서 기본계획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구는 이날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남대문시장에 이어 동대문시장에도 전자상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12개 재래시장에 2년간 155억원을 투입,환경개선 사업을 벌이는 내용의 ‘중구발전계획안’을 발표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책의 도시 리옹/미야시타 시로 지음

    책의 도시 리옹/미야시타 시로 지음

    프랑스 리옹은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찬란한 출판문화를 꽃피운 ‘책의 도시’였다.파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와 분위기로 당시 지식인들의 명소가 됐던 곳이 바로 리옹이다.언제나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찬 도시 리옹.그곳의 책 거리는 파리와 같은 대학가가 아니라 상업지구 한 가운데서 탄생했다.그리고 ‘리옹 르네상스’라 불릴 만한 독특한 책의 문화를 일궈냈다. 일본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의 미야시타 시로 교수가 쓴 ‘책의 도시 리옹’(오정환 옮김.한길사 펴냄)은 책이 주인공인,지적인 도시 리옹의 영광과 쇠퇴를 당대의 사회·경제적 배경 아래 살핀 인문교양서다. 르네상스 시기 명실상부한 프랑스 제2의 도시로 간주된 리옹의 책 문화는 파리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파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학술서와 전문서를 주로 펴낸 것과 달리, 리옹은 문제시되던 책들을 출간하던 ‘이단의 도시’였다. 프랑스 르네상스기의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외설스럽고 반종교적이라는 이유로 저자가 신학자들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던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비롯해 마로의 ‘클레망의 청춘시집’,모리스 세브의 ‘델리’,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 등이 리옹에서 출판됐다.리옹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으로 종교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는 그리스도교 개혁파 선전문서의 제작기지가 되기도 했다. 리옹이 당시 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인쇄·출판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금융인과 상인들의 경제적 뒷받침이 큰 몫을 했다.그러나 리옹은 이후 상권을 제네바에 박탈당하면서 출판업까지 송두리째 빼앗기고 출판문화도 점차 시들어갔다.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한 출판의 역사뿐만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한 도시의 문화사까지 엿볼 수 있다.2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남규철의 DVD폐인] 서편제 DVD는 일본에만 있다

    한해에 제작되는 수백편의 우리영화들이 모두 DVD로 재탄생하지는 않습니다.아무래도 흥행성적이 좋았거나,대스타가 등장한다거나,또는 수상경력이 화려했던 작품들의 경우가 주로 출시가 되겠지요.최근에는 점차 극장에 개봉된 거의 모든 우리영화들이 DVD로 출시되는 추세를 보입니다.아무래도 우리영화들의 눈부신 발전과 거기에 대한 우리들의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그러나 최근작이 아닌 2000년 이전 작품들에 대해서는 DVD로 제작된 우리영화가 무척 적습니다.특히 대단한 화제를 모았던 흥행작이거나 유명영화제 수상작 또는 문제작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서 DVD로 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더욱 안타까운 건 이들 작품이 해외에서는 이미 DVD로 출시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덕분에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우리영화 DVD를 수입해서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언젠가는 꼭 국내출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해외에서만 출시된 우리영화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서편제 국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입니다.당시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언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시대의 걸작입니다만,정작 국내에선 DVD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이 작품은 현재 일본에서 DVD로 출시가 되어 있지만 화질이 조악하고 음질도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타이틀입니다.더욱 아쉬운 건 임권택 감독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감독이며 ‘거장’이라고 평가받는 데도 불구하고,그의 대표작들을 정작 국내에선 DVD로 만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예전 작품들은 고사하고라도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장군의 아들’‘길소뜸’‘태백산맥’ 등이나 비교적 최근의 작품인 ‘춘향뎐’까지 국내에 DVD로 출시된 그의 작품이 거의 없습니다.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은 그의 DVD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니, 우리영화 팬들에겐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짓말 한때 작가의 구속사태까지 일으켰던 장정일의 문제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바탕으로 장선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원작 못지 않게 영화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두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수난을 겪기도 했습니다.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극장에 걸리기는 했지만 성애장면의 상당 부분이 편집된 상태에서 개봉되었고,DVD로도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습니다.현재 이 작품은 미국과 스페인,프랑스,일본 등에서 DVD로 발매가 되어 있으며 국내 극장판과는 다른 무삭제판으로도 출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외에도 89년 로카르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심형래 감독의 ‘용가리’,임권택 감독의 ‘춘향뎐’‘태백산맥’(일본출시)등도 국내에선 구할 수 없고 외국에서 구해야 하는 대표적인 타이틀들입니다.
  • 부산 기장군의 오영수

    부산 기장군의 오영수

    소설가 난계(蘭溪) 오영수(吳永壽 1911∼79). 평생 단편소설만을 고집했던 그는 단편작가의 전형으로 꼽힌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 동부리가 고향인 오영수는 어릴 적 집안형편이 어려웠다.언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 면사무소·우체국 등에서 심부름을 하거나 그림 솜씨를 살려 간판 그리는 일을 하기도 했다.오영수의 고향 언양은 영남의 알프스로 불리는 산세를 등지고 있어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그가 유년기에 보고 자란 고향 주변 자연은 훗날 오영수 특유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향토색 짙은 서정적 작품의 바탕이 됐다. 일찍 고향을 뜬 탓에 언양초등학교 근처에 있었다는 오영수 생가는 여러 사람들이 거쳐가고 허물어져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오영수는 일본과 만주 등을 거쳐 1943년,교사인 부인을 따라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에 3년여 머무른 것이 인생 전환점이 됐다.그는 처가동네인 이곳에서 김동리의 백씨 김범부씨를 알게 됐다.이 인연으로 만난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49년 ‘신천지’에 ‘남이와 엿장수’를 발표,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西)로 멀리 기차소리를 바람결에 들으며,어쩌면 동해 파도가 돌각담 밑을 찰삭대는 H라는 조그만 갯마을이 있었다.’ 1953년 ‘문예’ 12월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갯마을’은 오영수가 잠시 살았던 기장군 일광면 조용한 어촌마을 이천리가 배경이다.50여년이 흐른 지금,이천리는 소설속에 그려진 당시 어촌 모습과는 판이하게 변했다.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주변에 군데군데 고층 아파트도 보인다.먼바다로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가는 배는 더 이상 볼 수 없다.주민 강대영(58)씨는 “20년 전만 해도 이천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어민들이었기 때문에 소설에서처럼 태풍이 덮칠 때면 어부들이 한꺼번에 사고를 당하곤 했다.”고 말했다. 오영수의 본격적인 문학활동은 서울신문에서 비롯됐다.4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남이와 엿장수’가 입선된데 이어 다음해 ‘머루’가 당선,당당한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5년 ‘현대문학’ 창간에 참여해 11년 동안 편집장을 지낸 뒤 77년 고향 근처인 울주군 웅촌면 곡천리에 허름한 촌가를 구해 낙향했다.서울생활에 회의가 든데다 2차례 받은 위궤양 수술로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고향은 먼 발치서 보는 게 더 아름답다.”며 고향에서 멀지않은 웅촌면 소재지에 자리를 잡아 스스로 숙식을 해결하며 창작활동과 취미인 낚시를 즐겼다. 그럼에도 고향에 대한 오영수의 애착은 남달랐던 것 같다.언양읍 주민 이상문(67) 씨는 “56년 오영수 선생에게 부탁해 울산자연과학고(옛 언양농고) 교가 노랫말을 받았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당시 언양농고 학예부장이던 이씨는 언양출신 소설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영수에게 교가 가사를 지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당시 학도호국단 한해 예산 500만환 전액을 고료로 보냈다.얼마 뒤 오영수는 “내 고장에 고등교육기관이 생겼다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졸작 고료를 받겠는가.졸작이지만 교가로 활용하고,고료는 돌려보내니 작곡비로 사용하라.”는 내용과 함께 가사를 적은 답신을 보냈던 것. 오영수의 만년 낙향생활은 여유롭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그와 친분이 두터웠던 울산지역 출신 시인 최종두(65·경상일보 전 사장)씨는 “난계가 울산에 내려와 지내는 동안 생활이 쪼들렸던 것 같다.”며 “자기가 그린 그림을 주며 팔아서 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고 회고했다.울산에 머물며 제 7창작집 ‘잃어버린 도원’을 펴내는 등 작품활동에 열정을 보였던 그는 79년 1월 문학사상 1월호에 발표한 특질고(特質考)로 예기치 못한 필화사건을 겪게 된다. 여러 지방의 특질적인 성격을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관점에서 고찰한 특질고가 호남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그는 문인협회·펜클럽으로부터 제명당하고 절필선언까지 해야 했다.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돼 결국 그해 5월 15일 생을 마쳤다. 그가 만년에 머물렀던 웅촌 촌가도 지금은 헐리고 새 집이 들어서 있다.고향 언양읍 뒤편 송대리 화장산 기슭에 묻힌 오영수 무덤앞에는 울산문인협회가 ‘오영수 여기 영원히 잠들다.’라고 새겨 세운 비가 오영수의 묘임을 말해준다. 울산문인협회는 타계 10주년을 맞아 지난 89년 울산 남구 문화원 정원에 오영수 문학비를 세웠다.언양초등학교 동창회도 11회 졸업생 오영수가 우리나라 문학사에 남긴 큰 발자취를 기려 96년 학교안에 ‘오영수 문학비’를 큼직하게 세웠다. 갯마을이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유명해진 기장군도 가만 있지 않았다.기장군문인협회가 나서 갯마을 현장인 이천리 마을 성황당 앞에 96년 ‘갯마을 문학비’를 세웠다. 글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영화 여주인공 ‘모바일오디션’

    영화 주인공을 휴대전화로 뽑는 ‘모바일 오디션’이 열릴 예정이어서 화제다. 영화사 씨네2000은 올해 말 촬영에 들어가는 ‘여고괴담 4편-목소리’의 여주인공을 휴대전화 접수로 뽑는다고 15일 밝혔다.모바일 오디션으로 영화 주인공을 뽑는 것은 처음이다.주인공 1명과 조연 4명을 선발한다. 지원자는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NATE’에 접속해 후보로 추천하면 된다.자세한 것은 홈페이지(www.mstarnet.com) 참조.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30돌 맞은 예지원 강영숙 원장

    30돌 맞은 예지원 강영숙 원장

    “소음(騷音)이 많아질수록 클래식이 더욱 빛나는 법이지요.시대가 어둡고 더욱 복잡한 요즘,여성들이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남편에게 잘 하는 것입니다.이는 곧 애국하는 길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전통 예절교육의 전당으로 유명한 예지원(禮智院)이 오늘로 출범 30주년을 맞는다.강영숙(70) 원장의 감회는 그 세월만큼 각별하다. 1974년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현재는 장충동 자유센터에 위치)에 문을 연 후 지금까지 10만여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학기당 18시간의 정규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만 해도 3만여명에 이른다.줄곧 원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정치인·교수·군장성 등 사회지도층 인사의 부인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일반 주부 및 각종 단체 위탁교육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회고했다.5공화국 당시에는 해외 여행때 소양교육 장소로 지정돼 이곳에서 ‘교육필증’을 받아야만 출국이 허용된 시절도 있었다. 강 원장은 “요즘 예지원의 행동반경이 해외로 넘나들 정도로 성장해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밝게 웃었다.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직접 문화사절단을 이끌고 해외 나들이도 자주 한다는 것.10년 전 하버드와 MIT,런던대학에서 우리 전통예절을 시연했을 때의 뜨거운 호응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최근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지요.한류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그들에게 우리의 전통 차례상 풍습을 소개했더니 ‘아,한국의 제례가 저렇게 정중하구나.’하며 문화적 우월성에 감탄사를 연발하더군요.” 그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성들에게 충고 한마디를 던진다.식당에서 루주를 바르면 ‘저는 시간이 많아요.’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또 식당에서 핸드백을 식탁 위에 올려 놓으면 무척 바쁜 사람으로 보여 주위에 부담감을 주게 된다고. 그는 “정치는 다스리는 것이지만 문화는 마음을 가꾸는 것”이라면서 “우리 문화를 먼저 알려야 (외국인들도)마음의 문을 열고 뜻을 같이하게 된다.”고 평소의 철학을 피력했다.아울러 “예지원은 질서의 원리(禮),분별의 원리(智)에 의해 새로운 가정문화 창조에 주력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사회 구성원을 하나로 화합시키는 예와 즐거움(樂)의 조화,즉 화동(和同)의 원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53년부터 71년까지 KBS·MBC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하면서 ‘아나운서의 벗’ 등 3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수~트라이크…이범수 셀프카메라

    수~트라이크…이범수 셀프카메라

    ‘슈퍼스타 감사용’이 이범수에게는 첫 단독주연작이지만 그는 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그보다 “주인공만 7번째”라는 말을 더 힘주어 강조했다.지금까지 미남·미녀 톱스타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색깔있는 조연 정도로 인식돼 왔지만,실제로 그는 많은 영화에서 결코 상대주연에 뒤지지 않는 당당한 주인공이었다.‘안녕 UFO’의 소박한 사랑을 나누는 버스운전기사,‘오! 브라더스’의 순진무구한 조로증 환자,‘싱글즈’의 젊은 여자친구에게 바람맞는 노총각,‘몽정기’의 소심하면서도 정감어린 선생님,‘정글쥬스’의 귀여운 양아치,‘일단 뛰어’의 느와르풍의 성질 급한 형사 등. 그가 맡은 역할 모두 달랐지만 배우 이범수하면 ‘친근하고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이 배역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어딘지 부족한데가 있는 선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궁금했다.“영화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그래서 휴머니즘적인 내용을 좋아하고요.” 차기작도 “땀냄새나는 인간들을 그린 영화가 될 것”이란다.비슷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태양은 없다’보셨어요?”라고 되묻는다. 아줌마 단발로 이정재를 악랄하게 괴롭히던 악덕사채업자 역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악랄하고 강한 역할은 정말 자신있어요.하지만 캐릭터란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지금은 휴머니즘적인 걸 좋아해서 당분간 그렇게 갈거고요.‘카리스마’에서 ‘휴머니즘’으로 왔듯이 다시 돌아가는 건 일도 아니거든요.”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소박하고 털털한 청년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 방 맞은 느낌이다.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첫 단독주연을 맡은 배우 이범수(34).영화 속 소시민적인 이미지처럼 편안하게 술술 인터뷰가 풀리리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그는 유독 자의식이 강한 배우였고,어떤 질문에서도 기자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목소리 톤이 다양한 연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그런 말 처음 듣는데요.”“그럼 연기에 불만이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없으세요?”“다 불만이고 다 부족하죠.”“존경하거나 닮고 싶은 배우는?”“다 존경해요.나무랄 데 없는 배우가 너무 많아서…” 처음엔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다 치더라도 너무 성의가 없지 않은가 싶었다.넌지시 이유를 물었다.“사실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아요.영화 속에 저의 모든 것이 들어 있고요.꿈이 소중하지 해몽이 중요하진 않잖아요.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듯이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을 하는게 좀 그래요.짧은 시간에 나에 대해서 알 수도 없는 일이고….물론 저도 인터뷰마다 다르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있고 그렇게 못해서 안타깝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는 당당함이 어쩌면 그를 이 자리에까지 오게 한 원동력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90년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로 영화연기에 데뷔한 뒤 단역부터 하나하나 밟아 지금의 자리에 선 그다. 그를 처음 대중에게 각인시킨 ‘태양은 없다’의 병국 역을 따낼 때의 일이다.영화사에 막무가내로 찾아가 오디션을 받겠다고 했고 6시간이나 기다려 기회를 잡았다.“제 입장에선 ‘나를 선택할 기회를 너희에게 주겠다.’는 거였죠.잘 하면 날 쓰고 아니면 말라는 식으로.그걸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닌가요?” “나약하지 않은 성격인 것만은 분명하다.”는 그는 외적으로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연기자의 길을 택한 건 “배우가 멋있어 보여서”였고,연극이 아닌 영화로 진로를 정한 것도 “밝은 양지에서 주목받는 삶에 대한 동경”때문이었단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를 화려하게 단장하는 걸 좋아한다.인터뷰를 할 때도 독특한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왔는데,도수가 없는 패션용 안경이란다.더 놀라운 건 이런 안경만 100여개가 있다고 했다.“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 꾸미는 걸 좋아한다.”는 그.영화 속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그를 보니,오히려 그가 얼마나 맡은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지 잘 알 것 같다.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그는 이제껏 쌓아왔던 친근한 이미지를 집대성해서 보여준다.특히 이 작품이 특별했던 건,성격은 다를지 몰라도 긴 무명시절을 보내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와 닮은 구석이 많은 캐릭터이기 때문.최고의 투수인 박철순과 맞서면서도 결코 굽히지 않고 꿈을 던졌던 투수 감사용처럼,그도 무명시절 “우승은 안했지만 난 언제나 우승후보”라고 되뇌며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이 영화는 정말 진솔하게 해보고 싶었어요.대사 하나하나에도 진심이 담겼죠.” 영화 속에서 감사용은 배우를 꿈꾸며 몰래 오디션을 보러가는 직장동료에게 “잘 될 거예요.”라는 말을 건넨다.짧은 순간이지만 그 때 감사용의 표정에는 꿈을 꾸는 자의 행복이 담겼다.비슷하게 지금까지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무명배우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하는 대답.“‘열심히 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싶지만 그거야말로 너무 뻔한 말 아닌가요.” 그의 말이 맞다.배우는 영화로 보여줘야 하니까.“‘슈퍼스타 감사용’은 우리 인생을 값지게 보내는 것은 목표를 정해서 매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했던 앞선 그의 설명대로 그는 영화로 이미 모든 것을 말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올 가을엔 내 남친도 박신양

    올 초부터 드라마에서 접한 멋진 정장의 남성때문일까.어느때보다 남성정장의 관심도가 높다.올 가을 남성 정장은 ‘박신양 효과’를 불러일으킨 고전적인 남성 패션이 주류다.몸매를 따라 깔끔하게 떨어지면서 폭넓은 타이,화사한 색상의 포켓치프,줄무늬 등의 장식으로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돼 보인다. ●부드럽고 우아하게 알베로의 송은영 디자인실장은 “올 가을을 겨냥한 유명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고전적인 디자인에 광택,부드러운 실루엣 등이 더해진 우아한 스타일이 큰 인기였다.단추 두개나 세개,또는 두 줄 버튼(더블브레스트) 등 앞여밈이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전체적인 선은 이전의 딱딱하고 직선적인 실루엣에서 탈피했다.허리 라인도 넉넉하거나 너무 꽉 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달라붙는,부드럽고 완만하게 바뀌었다. ●캐주얼하면서 고급스럽게 전통적 가을 색상인 브라운의 강세는 이어진다.이 와중에 검정,진한 자주,남색 등 어둡지만 고급스러운 색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은은한 은빛의 실크는 고급양복 시장의 주요 소재로 자리잡았다. 골이 깊은 코듀로이와 벨벳 역시 주목할 만하다.기존의 코듀로이가 면 100%인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올시즌에는 울이나 울·나일론,캐시미어 혼방 등 변형된 옷감으로 나타났다.코듀로이 자체의 자유로운 캐주얼한 맛에 고급스럽고 고전미가 흐르는 느낌을 표현해 활용범위가 넓다. ●깔끔하고 산뜻하게 스트라이프 패턴(줄무늬)의 인기는 여전하다.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어두운 색상의 바탕에 가느다란 줄무늬,서로 다른 두께로 여러 색상이 반복되는 줄무늬로 변화를 준다. 클래식의 대표적인 문양인 영국풍의 체크 패턴도 사랑받는 스타일.선은 핑크 오렌지 블루 등 튀는 색상을 사용해 산뜻한 느낌이다. 고급스럽고 멋스러운,깔끔하면서도 화려한 멋진 남성으로 변신해보자.남성을 더욱 분위기있게 만드는 계절적 영향의 도움을 조금 받고.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소니, 美영화사 MGM인수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국 할리우드에 남아 있는 마지막 독립영화제작사인 MGM의 인수전이 소니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의 승리로 끝났다.소니 컨소시엄은 14일 미국의 타임워너가 46억달러의 매입제안을 철회함에 MGM과 48억달러(5500억엔)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산하에 소니·픽처·엔터테인먼트(옛 컬럼비아 영화)를 갖고 있는 소니는 MGM 매입으로 DVD 등 판매 사업에 가세,차세대 디지털 가전 등 복합미디어산업 판매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노리고 있다. MGM은 영화제작에서는 발을 빼고 있지만 ‘벤허’‘007시리즈’ 등 할리우드 황금기의 작품 약 4000개의 판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니로서는 거액 투자가 부담이 돼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적회복에 족쇄가 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소니 컨소시엄은 MGM의 2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계승하고 주당 12달러에 주식을 매입한다.타임워너는 주당 11달러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타임워너는 아메리카온라인에 대한 과도한 합병이 회사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 사례가 있어 무리합병은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니는 1989년 34억달러에 매입한 컬럼비아 영화가 스파이더맨 등 히트작을 다수 내면서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일본 언론들은 소니의 MGM 인수는 경영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007시리즈’ 등 MGM이 갖고 있는 풍부한 영화 소프트웨어의 판권을 획득,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사업강화를 노렸다고 분석했다. taein@seoul.co.kr
  • SK건설 “지역사회 공헌 마케팅부터”

    ‘분양에 앞서 지역사회 공헌 마케팅부터 펼치자.’ SK건설이 이번주 광주광역시 ‘SK VIEW’아파트의 분양을 앞두고 지역 문화사업과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쳐 화제다.아파트 분양에 앞서 회사를 먼저 알리겠다는 것이다. SK건설 진영헌(사진 앞줄 왼쪽) 전무는 최근 광주광역시 김종식(사진 앞줄 오른쪽) 서구청장을 방문,‘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을 전달했다.이 성금은 SK건설의 아파트 분양수익금 가운데 일부이다. 이에 앞서 SK건설은 지난달 14일에도 광주에서 열린 ‘7080 빅콘서트’ 비용을 전액 후원하고 출연자들과 함께 공동 기부 형식으로 1000만원을 모아 이 지역 노인단체에 전달했었다. 광주지역에서는 첫 사업인 ‘풍암동 SK VIEW’는 모두 391가구로 48∼66평형의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11∼15층까지 총 6개동 규모다.분양가는 560만원대.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中 출판도 ‘세계 중심’ 가능성 보였다

    中 출판도 ‘세계 중심’ 가능성 보였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베이징 국제도서전이 지난 6일 큰 호응 속에 끝나면서 중국 출판시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중국은 과연 아시아 출판시장의 리더,나아가 세계 출판의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올해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중국의 ‘출판강국’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다.중국의 도서·신문·간행물 등 출판분야의 시장규모는 600억 위안.국민 1인당 도서비 지출액이 미국·유럽의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은 세계 도서시장에서 잠재력이 가장 크고 성장이 빠른 나라로 간주된다. 중국의 출판시장은 우리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중국에서 도서출판은 일종의 ‘의도된’ 산업이다.중앙의 정책방향에 따라 총서번호관리나 출판사 구조 등이 해당 관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때문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개방압력에 직면하더라도 출판산업에서 편집출판권만큼은 쉽사리 개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출판사는 국영으로 운영되며 각 성마다 교육,아동,인민,미술,문예 출판사가 하나씩 있다.출판사의 개인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하지만 실제로는 문화사업단체나 에이전시와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국영 출판사에서 출간된 도서의 60%는 중국의 제1판매망인 국영 신화서점이나 체인을 통해 판매되며,출판사들은 신화서점이 주문하는 양에 따라 책을 출간한다.그러나 이런 경향은 최근 들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보다 많은 출판사들이 이른바 제2판매망인 개인 소유 에이전시를 통해 책을 팔고 있다. 한편 외국 출판사들은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없지만 대리점이나 협력업체를 통할 수는 있다.이같은 현실에서 한국의 중국 출판시장 진출은 저작권 수출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중국은 그동안 주로 미주와 유럽권의 책을 수입해 왔지만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책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중국이 한국 도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영미권의 책이 비싸기도 하지만 한국 도서의 디자인이나 제작 형태가 중국보다 우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2004년 8월 기준으로 570여개의 출판사가 있으며 각종 서점이 6만7000여개에 이른다.올해 한 해 동안 세계 최대 종수인 19만300여종(이중 신간은 11만800여종)의 책을 펴낸 ‘출판대국’이다.한국이 이런 중국 출판시장에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장르는 단연 아동물이다.중국 또한 아동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중국의 출판시장에서 가장 낙후돼 있는 장르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 도서.종류가 다양하지 못하고 장정이나 레이아웃의 수준,종이와 인쇄의 질이 한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그런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수많은 출판사들이 중국의 아동도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베이징 도서전에 3년째 참가하고 있는 아동도서 전문출판 예림당의 국제담당 김대원 대리는 “올해 예림당은 6만 달러의 저작권 계약 실적을 올렸지만 문제는 중국 사람들의 희박한 ‘저작권 인식’”이라며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중국은 1992년 외국인저작자의 저작권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베른조약에 서명했지만 아직도 낮은 교육수준으로 불법복제가 활개치고 있다.중국 출판사들의 책 판매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아 추가로 발생하는 인세 문제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는 게 한국 출판사로서는 늘 골칫거리다.중국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마이 라이프’가 정식 출간되기 한 두달 전부터 복제 해적판이 나돌기도 했다. 중국은 2003년 5월 외자 진출 금지 업종인 신문·도서·잡지 등 출판물의 국내 유통을 공식 개방했다.이에 따라 외국 기업들은 베이징이나 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출판유통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한국에서도 대기업인 S그룹이 중국 출판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시장의 외자진출에 대비해 상하이 등 몇몇 지역의 출판유통업체들은 이미 체인점을 추가로 개설하는 등 ‘규모의 경영’에 나서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베르낭의 그리스 신화(장 피에르 베르낭 지음,문신원 옮김,성우 펴냄) 프랑스의 세계적인 신화학자가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카오스에서 시작되는 우주의 탄생부터 가이아에서 비롯된 신들의 탄생과 전쟁,최초의 여인인 판도라의 탄생,오디세우스와 페르세우스의 모험,트로이 전쟁과 오이디푸스의 저주받은 운명 등을 다룬다.땅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가이아나 꾀 또는 계략을 뜻하는 메티스,스핑크스가 낸 수수께끼의 답이 이름 자체에 담겨 있는 오이디푸스,감추는 여자를 의미하는 칼립소 등 이름이나 낱말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 이야기가 지닌 상징성을 밝힌다.1만 3000원. ●비주얼 컬처(존 A 워커 지음,임산 옮김,루비박스 펴냄) 최근 몇 년 사이 영국과 미국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연구영역인 비주얼 컬처에 대한 입문서.회화나 건축,조각 같은 전통적인 미술뿐만 아니라 영화,포스터,만화,낙서,사진 등 시각적인 모든 이미지들이 비주얼 컬처의 연구 그물망에 들어 있다.미학,기호학,마르크스주의,포스트 구조주의,수용이론,페미니즘,미디어 스터디스(매체연구) 등 다양한 이론 틀을 연구방법으로 활용하는 만큼 상호학제성 혹은 다학제성이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1만 1800원. ●일본 근현대사(W 비즐리 지음,장인성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오늘날 일본은 비서구 국가 가운데 근대화에 가장 성공한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이 책은 전통과 근대성의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일본의 근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살핀다.부국과 강병의 문제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영·일 관계사를 전공한 저자는 부국과 강병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밀접한 관련을 갖는,근현대 일본 국가전략의 통시적 주제라고 강조한다.영미권에서 근현대 일본사의 기본 텍스트로 가장 많이 읽혀져온 책이다.1만 5000원. ●디지털 혁명,전자책(성대훈 지음,이채 펴냄) 전자책은 정보콘텐츠 산업의 핵심 분야이자 새로운 출판매체로 주목받고 있다.정부기관들은 각종 보고서를 전자책으로 펴내고,지방자치단체들과 기업은 앞다퉈 전자도서관을 열고,금융업계에선 회원들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의 하나로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소수 개인에 한정됐던 전자책 수요가 일반 기업과 정부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뉴미디어로서의 전자책의 매체적 특성,국내외 전자책 관련 소프트웨어와 단말기,전자책 수익모델 등을 다룬다.1만 5000원. ●세계화와 싸운다(폴 킹스노스 지음,김정아 옮김,창비 펴냄) 영국의 진보 잡지 ‘에콜로지스트’의 부편집자를 지낸 저자가 5대륙을 둘러보면서 세계화의 만행과 이에 맞서 싸우는 전세계 민중의 저항운동을 기록한 기행문.저자가 주목하는 새로운 대중운동의 이념은 멕시코의 치아파스에서 마련됐다.치아파스는 1994년 최초의 탈근대혁명인 사파티스타 혁명이 일어난 곳으로,그곳에선 아직도 혁명이 진행 중이다.1만 5000원. ●영어 공용화 국가의 말과 삶(박영준 등 지음,한국문화사 펴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언어 실태와 문제점을 살폈다.공용어란 한 국가나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단일언어 국가의 경우 모국어가 곧 공용어인 1국가 1공용어이지만,인도는 ‘힌디’라는 국어가 있지만 국민의 30%만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각기 방언을 사용한다.벨기에처럼 심각한 언어갈등을 빚는 나라도 적지 않다.책은 영어 공용화의 문제점을 문화적 정체성,모국어 사용능력,국가경쟁력,사회통합 등의 관점에서 짚어본다.1만원.
  • “정보화사회 DM규제는 아이러니”

    “직접마케팅(DM)을 잘 활용하면 소비자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기업도 비용을 아끼고,노동시장에선 고용도 창출됩니다.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DM을 규제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상당히 클 것입니다.” 한국마케팅학회 주최의 ‘개인정보 활용과 프라이버시 보호’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로버트 윈츤 전 미국 직접마케팅협회(DMA) 회장은 9일 “나쁜 점은 보완해서 좋은 제도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P&G에서 판촉이사를 지내는 등 37년간 마케팅 분야에 몸담아 온 그는 “DMA는 IBM,AT&T,뉴욕타임스 등 5000여개 회사를 회원으로 갖고 있다.”고 미국 DM 현황을 소개했다. DM은 우편,전화,이메일 등을 통해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 제품을 판촉하는 활동.수입,취미 등 소비자의 성향을 세분화해 접근,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마케팅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객 정보가 업계간에 임대 형식으로 전달되어 무수한 기업들과 관련 소비자가 연결된다.또 소비자가 정보를 원치 않으면 차단되며,사회보장번호나 신용카드 번호 등은 전달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2002년 전 세계 DM시장은 494조원 규모로 연평균 8%씩 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스팸메일,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의 피해로 소비자가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데다 정보보호법 등 규제도 심해 DM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윈츤 전 회장은 “DM을 활성화하면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골프 관련 정보가 자동 제공된다.”면서 “개인에게 적절한 정보만 제공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이득이라서 미국에선 DM 판촉이 각광받는다.”고 소개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EBS 미니시리즈 ‘명동백작’ 11일 첫 방송

    EBS 미니시리즈 ‘명동백작’ 11일 첫 방송

    “‘아 아 50년대!’ 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모든 논리를 등지고 불치의 감탄사로서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 고은은 그의 ‘1950년대’에서 50년대를 이렇게 정의했다. 11일 첫 전파를 타는 EBS 미니시리즈 24부작 ‘명동백작’(극본 정하연,연출 이창용·남내원)은 이 시구의 여운이 녹아 있는 드라마다.광복 이후 암울했던 시기의 대중문화사를 소재로 삼은 것이 그렇고,시간의 무한 질주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찾아 ‘어제의 삶’을 복원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하지만 과거 정권을 들먹이는 정치드라마도 아니며,당시 피폐한 사회상을 들추는 다큐멘터리도 아니다.‘명동백작’은 당시 문화 중심지였던 명동을 중심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문인과 예술인들의 분노와 절망,사랑과 청춘을 통해 ‘오늘의 삶’을 풀어보는 논픽션 다큐멘터리 형식이 가미된 시대극.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대립,신예 문인들의 기존 체제에 대한 도전 등 심각한 이야기에 예술인들 간의 로맨스가 더해져 극적인 긴장감은 물론 재미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명동백작’은 지금까지 어린이·청소년 드라마만 제작했던 EBS가 성인층을 대상으로 만든 첫번째 미니시리즈.작품 제목은 50년대 명동을 활동무대로 삼았던 소설가 이봉구의 별명에서 따왔다.이봉구 역에는 뮤지컬 배우로 잘 알려진 박철호,박인환은 차광수,김수영은 이진우,천재시인 김관식은 안정훈,비운의 여류작가 전혜린은 이재은,김수영의 부인 김현경은 김성령이 맡는 등 기존 공중파 못지않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정보석이 매회 내레이터로 등장하며,생존 인물은 물론 고인이 된 예술인들의 지인들을 만나 생생한 인터뷰도 곁들인다.철저한 시대적 고증으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이창용 프로듀서가 드라마 제작,남내원 프로듀서가 사실 확인 작업을 하는 등 역할을 양분했다. 작가와 출연자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정하연 작가는 평소 원고료의 10분의1,배우들은 평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출연료를 받고 작품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고석만 사장은 “‘명동백작’은 다른 방송사들은 결코 할 수 없는,EBS만이 만들 수 있는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패션1번지] 청담동 외국명품 숍

    [패션1번지] 청담동 외국명품 숍

    미국에 뉴욕 5번가가 있고,이탈리아에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가 있다면 서울에는 청담동 명품거리가 있다.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사거리에 이르는 이 길은 잘 나가는 수입 명품브랜드들이 단독매장을 두고 시즌 대표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이다. 매출은 백화점 매장에서 발생해도 청담동 매장은 브랜드의 자존심으로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세계의 유행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곳,청담동에서 앞선 유행을 만난다. 올 가을 청담동 거리의 수입 명품브랜드들은 고급스러움을 한껏 살린 장식으로 브랜드의 차별화를 강조한다.실루엣과 로고로 브랜드의 독특함을 강조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여성복은 잔잔한 프릴과 셔링,벨벳테이프,리본 등 장식적인 요소로 한껏 여성스러움을 살렸다.남성복은 독창적인 커팅,바지 테이핑 등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지난 시즌 파티를 위한 아이템에서,또는 블라우스,스커트 등에 부분적으로 사용되던 시폰은 영역을 더욱 넓혔다.풍성한 스커트,복고 스타일의 주름 블라우스 등도 시폰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또 보석상자를 쏟은 듯한 비즈,크리스털을 이용한 장식도 다양하게 제안한다.돌체 앤 가바나가 소개한 스와로브스키 보석이 촘촘히 박힌 벨트나 커다란 보석으로 목 둘레를 장식한 민소매 티셔츠는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실 정도. 조르조 아르마니는 앞코 부분에,페라가모는 굽에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가득히 새긴 구두를 선보여 관심을 끈다.귀여운 주름장식(프릴)이나 그보다 과감한 러플이 시폰 블라우스나 스커트는 물론 가죽 점퍼나 울 재킷에까지 장식해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엠포리오 아르마니 이탈리아어로 ‘시장’을 뜻한다는 이름(엠포리오)에 걸맞게 브랜드의 모든 라인을 소화하는 거대한 플래그십 숍.아이템별로 20∼30점을 들여오는데, 셔링이 잡힌 니트(50만원선)와 실크 통바지(40만원선),무릎 길이의 인어라인(아래로 갈수록 퍼지는) 스커트(30만원선)는 몇점 안 남았을 정도로 인기.신세계인터내셔널 양소영 대리는 “최근에는 비,강동원,윤계상 등 연예인들이 즐겨입는 디자인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다.”고 귀띔했다.‘풀하우스’에서 비가 입었던 마블링 니트는 69만원,‘매직’ 강동원의 숫자 문양 타이는 13만원.540-1115. ●캘빈 클라인 미니멀,심플의 대명사인 만큼 올 시즌도 역시 라인이 깔끔하다.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시대에 역행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개성이 마니아에게 사랑을 받는 것같다.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앙고라 니트(80만원선).브이(V)자 목선과 소매,밑단을 뻣뻣한 실크 종류인 오간자로 장식해 화사함을 더했다.속이 비치는 자줏빛 시스루(see-through) 실크 블라우스(65만원)도 기본형 정장에 포인트 아이템으로 인기.3444-3300. ●조르조 아르마니 창문 하나 없는,극도로 절제된 외관 안에 다양한 조르조 아르마니의 컬렉션이 모여 있다.윤향숙 매니저는 “이번 시즌을 이끄는 핫 아이템은 시폰 실크 등 여성스러운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한 블라우스와 독특한 디자인의 재킷”이라고 설명한다.특히 깃을 큰 플리츠(주름)로 처리해 편하게 늘어뜨리거나 머리에 덮어쓰는 등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재킷(280만원선)은 올초 2004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뒤 문의가 끊이지 않는 제품이라고. 러플을 적극 활용한 시폰 블라우스,앞여밈을 지퍼로 처리한 은은한 핑크 블라우스는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고객의 시선을 가장 잡아끈다. 13일부터는 남성 정장 오더 메이드(order-made) 서비스를 시작한다.예식을 앞둔 신랑이나 내 스타일에 맞는 아르마니 정장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눈여겨볼 만하다.정장, 코트, 조끼, 셔츠, 타이 등 아이템별로 디자인(3가지 스타일),소재를 직접 고를 수 있다.정장 300만원·셔츠 60만원·타이 20만원부터.코트 700만·1000만·1500만원.549-3355. ●돌체 앤 가바나 ‘소화하기 힘든’ 디자인이 주류였던 돌체 앤 가바나는 올 시즌 섹시함에 고급스러운 캐주얼 느낌의 빈티지를 접목했다.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독점한 양 많은 아이템에 활용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은 올초 밀라노컬렉션에서 선보인 캐릭터 티셔츠(100만원대).티셔츠 앞판에 그려진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의 라인을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해 캐주얼 아이템이지만 고급스럽다.9월중순에 2가지 스타일,4점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발빠른 마니아들에게 ‘찜’당했다. 가을인 만큼 니트류가 강세.인조진주단추,실크리본으로 장식한 니트(120만원선),실크와 코사지로 장식한 100% 울 니트(150만원선)가 특히 인기다.화려한 목걸이가 필요없을 정도로 큼직한 크리스털로 장식한 민소매티셔츠(가격 미정)도 관심끄는 아이템.3444-0077. ●페라가모 페라가모의 라인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올 봄·여름부터 선보여 들여오는 족족 주인을 찾아간 메디테라네오 라인의 가방이 이번 시즌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마케팅팀 명보영 대리는 “페라가모의 상징인 말발굽 ‘간치니’ 문양을 중심으로 한 대칭형 벨티드 장식이 젊은 느낌을 물씬 풍겨 인기”라고 소개했다.손가방 78만원선,작은 사이즈 140만원선,큰 사이즈 180만원선.이달 말에는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악어가죽 백을 들여올 예정.페라가모는 예약주문을 받지 않으니 미리 매장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최근 입고한 은빛 새틴 소재의 글래머 라인은 연예인 협찬 문의가 끊이지 않는 아이템.스와로브스키 장식이 반짝이며 소품 하나로도 확실히 튈 수 있을 듯.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클러치백은 140만원선,스트랩 샌들은 100만원선.2140-9666. ●랄프로렌 컬렉션 라인과 블랙라벨,유방암 후원 특별라인인 핑크포니를 만날 수 있는 곳.올 시즌에는 기본 디자인에 셔링·리본·레이스 등 장식을 많이 사용해 절제된 화려함을 선보였다. 두산BG 한희정씨는 “100% 캐시미어 판초(120만원선)는 뉴욕 여성 10명 중 8명은 걸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청담동에서도 핫 아이템으로 꼽힌다.”고 말했다.한 단계 아래인 블루라벨의 판초(80% 모·20% 캐시미어)는 59만원.올 봄·여름부터 들여온 핑크포니는 상반기 인기에 힘입어 더욱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반팔 13만 5000원,지퍼카디건 98만원,트레이닝바지 88만원선.3446-6283.
  • 이런 웨딩드레스 어때요

    이런 웨딩드레스 어때요

    ‘신부가 꼭 마음에 드는 웨딩드레스를 고른 순간 결혼식까지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할 정도로 결혼에 있어서 웨딩드레스는 중요하다. 생애 최고의 날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신부의 바람은 당연하다.그래서 치마폭을 부풀리고,옷이 무거울 정도로 장식을 많이 하는 디자인이 웨딩드레스의 기본틀이다.그러나 최근에는 몸매를 따라 흐르는 심플한 디자인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추세다.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칵테일드레스를 접하게 되고,드레스 고르는 안목도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돋보이는 신부가 되기 위한 첫걸음.자신에게 잘 어울리면서도 올 가을에 유행경향과도 맞아떨어지는 웨딩드레스를 알아보자. ●심플하면서 화려하게 신데렐라풍의 과장한 웨딩드레스 시대는 갔다.자연스러운 A라인이 인기.드레스 전체에 촘촘히 크리스털 비즈(beeds)장식을 해,조명을 받는 순간 돋보이게 하는 추세다.더불어 컬러가 섞인 코사지,뒷모습을 부각시키는 화려한 리본, 레이스를 적극 활용한 베일,한때 시들해졌다가 다시 크기가 커진 목걸이 등 장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특징. 심플한 디자인이라 해도 목 뒤를 묶는 홀터넥,얇은 끈만 단 튜브톱 등 어깨를 살짝 노출시켜 단정한 드레스에 포인트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벨라지아’ 임남희 원장은 “올 하반기에는 극도로 화려하거나 장식을 최소한으로 줄여 매우 심플한 ‘극과 극’의 디자인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를 가장 예쁘게 보이도록 하라 드레스를 고르면서 친구가 입은 드레스,웨딩잡지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눈에 확 띈 것으로 결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보기에 예쁜 게 아니라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패턴을 찾는 것이 최고의 날을 위한 지혜다. 맨 얼굴에 입었을 때 화사해보인 드레스도 예식 당일에 3시간 공들여 화장한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따라서 드레스를 고르는 날에는 평소보다 메이크업에 신경을 써야 한다. 목선 따로,치마라인 따로,소매 따로 조합한 디자인은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해친다. 드레스를 입고 커튼을 젖혔을 때 한눈에 쏙 들어오는 디자인,바로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르데빠르’ 박소영 원장은 “웨딩드레스는 눈으로 즐거운 것보다 입어서 예쁜 것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결혼식은 양가 어른,친지를 모신 자리이므로 너무 과감한 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런 부케가 인기 결혼식에서 신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게 무엇일까.바로 웨딩드레스의 포인트이자 결혼식 인기 이벤트(?)의 주인공인 부케다. 와이어(철사)로 꽃을 감아 만들고 길게 늘어뜨리는 부케는 한물 간지 오래.요즘은 꽃의 줄기를 그대로 살리는 ‘핸드 타이드’형, 즉 손으로 묶은 듯한 부케가 인기다.전체적인 모양은 타원형이나 물방울형으로 원형에서 조금 변형된 것이 유행하고 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부케를 원한다면 전문 플로리스트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가격대는 15만∼30만원 정도.꽃의 재료나 디자인에 따라 50만원 이상하는 것도 있다.일반 꽃집(8만~15만원)에 비해 다소 부담스럽지만 웨딩드레스나 예식장 분위기를 고려해 제작해주는 장점이 있다. 좋은 꽃을 확보하고 보다 나은 디자인을 위해 넉넉한 기간을 두고 주문하면 좋다.또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웨딩드레스 사진이나 드레스 천 샘플을 들고 가면 도움이 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박형규민주화사업회이사장 사표

    박형규(81)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임기 만료를 두달 남짓 앞두고 7일 사표를 제출했다.박 이사장은 이날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사표를 전달했다고 기념사업회측이 전했다.이에 대해 행자부는 “청와대 등과 협의를 거쳐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사임의 변’에서 “지난해 가을 송두율 교수 간첩논란에 의해 사업회가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고 최근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 철거에 참여한 직원의 재임용과 관련,사업회 설립 취지와 위상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이라면서 “책임이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고 판단,모든 것을 본인이 떠안고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지갑 안열고 못배길 마케팅 전략

    이은정(36·회사원)씨는 포드에서 나온 은색 ‘몬데오’(2000㏄)를 몰고 다닌다. 규모가 크지 않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이씨는 3160만원짜리 차를 현금 일시납으로 할부이자만큼 할인받아 2500만원선에 구입했다.이씨는 “디자인이 별로 튀지 않고 세련됐다.”면서 “웬만한 국산차와 가격도 비슷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이처럼 최근 외제차를 타는 계층은 부유층에 한정되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확대되는 추세다.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외제차를 선호하는 풍조에 우려를 표시한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최근 드라마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호화사치 풍조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외제차 등 명품 사기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산차·수입차 경계 허무는 전략 과거에는 수입차 하면 고가의 최고급차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에 비해 가격대가 크게 높지 않은 차량이 많이 나오고 있다.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도 조금 무리하면 외제차를 굴릴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외제차 매장의 지점장인 A씨는 “금액이나 성능면에서 이제 외제차냐 국산차냐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면서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사라지면서 국산차와 외제차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여전히 상류층은 외제차업체들의 중요한 고객이다.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가 수입,지난 6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6억∼7억원대의 ‘마흐바흐’도 누가 사갈까 싶지만 지난 3개월 동안 13대나 팔려나갔다.이같은 선전 덕분에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00년 0.4%에서 2004년 상반기에 2.0%로 5배로 상승했다. ●공세적인 마케팅 전략 BMW의 경우 매장에서 차를 둘러보다 마음에 들면 바로 ‘고민할 틈’을 주지 않는 판촉전략을 쓴다.고객이 선택한 차를 바로 타고 갈 수 있도록 ‘즉석 출고’를 해주기 때문이다.물류 센터를 확보해 고객들이 몇달씩,며칠씩 기다리는 시간을 없앴는데,이 전략은 적중했다.수입차들은 AS에서도 국내 자동차 업체와 차이가 난다.돈을 들인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대접’을 하기 때문에 고객들로 하여금 ‘남과 다르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해준다.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장기할부와 등록세 대납 등 파격적인 판촉 행사도 ‘지갑 열기’를 위해 동원된 전략이다.수입차 업계는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꾸준히 동참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향후 한·일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무관세 지대가 되면 외제차의 국내 시장 비중은 8∼1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20)비금도에서 생각하는 ‘야생의 사고’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20)비금도에서 생각하는 ‘야생의 사고’

    목포항 선창에서는 지금도 ‘비밀번호’같은 ‘구호’가 통한다.바로 ‘하의 장산 비금 도초’가 그것.목포 인근의 주요 섬 4곳을 지칭하는 이 비밀번호만 알면 선창 좌판에서 세발낙지를 사먹어도 바가지 쓸 일이 거의 없다.바로 그 비금도다.해수욕객이 떠난 모래사장은 쓸쓸했다.거기에 겹쳐 고기가 떠난버린 어장에서 어민의 마음은 더없이 적막하다.요즘 전남 신안군 비금도 풍경이 그렇다.비금도의 명물인 ‘강달이’도 여름이 끝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고,해넘이와 명사십리,원평해수욕장도 일찍 막을 내렸다.비금도 송치포구에는 아직도 강달이를 부려놓는 배를 심심찮게 만난다.‘강달이’는 이름이 낯설지 실상은 자주 대하는 생선이다.조기 비슷하게 생겼으되 작은 놈은 필시 강달이 아니면 ‘황새기(황석어)’다.값이 싸 조기의 대체어로 많이 쓰이는데,흔히 조기새끼로 알지만 조기와는 계통이 다르다.저렴한 백반집에서 조기랍시고 식탁에 올리는 작은 놈들,대개 강달이류다. 강달이는 강달어,혹은 깡치라 부른다.10㎝ 안팎으로 크기가 작다.황새기와 비슷한데 황새기 쪽이 훨씬 가분수다.황강달이와 눈강달이로 나뉘며,대부분 젓갈용이나 구이용 반찬감이다.황강달이는 몸과 머리가 모두 옆으로 납작하며,몸체가 황금색을 띠고,몸에는 특별한 반문이 없으나,발광기인 황금색의 과립상 선이 50∼57개 정도 박혀 있다.주로 서해 연안의 큰 하천 하구 부근 기수대에서 5∼6월에 산란한다.눈강달이는 황강달이와 거의 비슷하나 배의 과립상 선의 수가 적어 쉽게 구분된다. ●파시까지 열리게 했던 ‘강달이’ 비금도 출신으로 지금도 이곳에 살면서 목포로 출퇴근하는 김강민 신안문화원장은 “보잘 것 없어 뵈두 비금 바닷가에 이눔 때문에 파시꺼정 열렸지라우.지금은 파시 흔적을 찾을 길이 없지만….저 집들 거개가 파시 서던 모래언덕에 세운 것이오.” 한다.비금도 북쪽의 원평해수욕장에 가면 허름한 여관과 노래방 등이 들어서 외지 해수욕객을 맞이할 뿐 어업과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그런 이곳이 한때는 ‘너무나 잘 나가던’ 포구였다.일제시대에는 50여개의 막(술집)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앞바다의 우세도가 방파제 구실을 해줘 배들의 피난처로도 적합했으니,날이 궂어 출어가 어려운 날이 되레 술집 아가씨들에게는 ‘바쁜 날’이었다.아가씨들의 권주가에 얹혀 흥청거리며 돈다발이 물 흐르듯 오가 시쳇말로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그 곳. 한 해,큰 폭풍으로 원평에 정박한 목선들이 모조리 ‘깨지면서’ 원평파시도 잊혀져 갔다.특히 강달이어장이 비금도와 자은도 사이의 칠발도로 옮겨가면서 파시 역시 비금도 송치로 옮겨 앉고 말았다.흑산도에서 목포를 오가는 뱃길이 반드시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를 지나는데,이 교통의 요충인 정(正)중앙에 송치파시가 형성된 것.일제시대부터 허름한 가건물이 여름 한철 들어서곤 하다가 1950년대부터는 아예 골조를 갖춘 건물이 들어서 포구로 탈바꿈했다.한창 때는 수백,수천의 배들이 늘어서 바다를 그득 메웠다니,적막한 바닷가에서 그 장관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뱃동서’들은 이 파시촌에 배를 들이밀고 식료품과 땔감을 구하고,젊음의 욕정도 발산하였다.사실 파시의 흥망은 우리 어업의 몰락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수천 척의 배들이 몰려들 만한 연근해어장 자체가 사라졌고,굳이 한 군데에서 잡는 것보다 GPS로 쫓아가면서 잡는 ‘싹쓸이어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마크 쿨란스키가 ‘세계를 바꾼 어느 물고기의 역사’에서 대구의 멸족사를 그렸듯 단순한 생선 한 마리가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유추하는 발상은 흥미로운 일이다.강달이.비록 유명세 없는 생선이지만 남도문화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 생선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기 역사’를 남기지 못한 채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쓰여지지 아니한 민중의 생활사’란 측면에서,무지렁이 어민들과 그들이 붙잡고 씨름했던 물고기들,그리고 술집 작부로 이섬 저섬을 떠돌면서 삶을 영위했던 여인들에 관해서도 우리는 역사라는 ‘기억의 방편’을 자리내 줘야 옳다.별반 기록도 없이 사라진 무수한 섬의 역사처럼 비금도의 역사도 이렇게 인멸되고 있지 않은가. 비금도는 흡사 강화도를 판에 박은 듯한 섬이다.강화도처럼 100여년 전의 비금도도 현재 논의 60∼70%가 바다였다.지난 1세기 동안 농업인구가 급증하였으나 한 세기 전에는 어업인구가 다수였다.바닷가 사람들의 직업 역시 1세기 동안 극적 변화를 거듭해온 셈.섬의 엄청난 논들을 보면 ‘왜 인근의 암태도나 소안도 같은 섬에서 소작쟁의가 벌어졌던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섬이랄 수 없을 정도로 기름진 논들이다. ●비금도서 소금 모르면 간첩 논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비금도에서 소금을 모르면 ‘간첩’이다.남도 소금의 원류가 이 섬에서 출발한다.비금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의 고장은 수림마을.써래로 갯벌을 갈아 만든 간수를 가마솥에 붓고 장작불로 졸이는 화염(火鹽)의 원류가 바로 이곳에서 명맥을 이었다.그 후 이 섬에 천일염이란 ‘신기술’이 들어온 것이 어언 50년 전이다. “해방 이후에 평안도에 나가 살던 박성만씨가 돌아오면서 염전 기술을 배워왔지라우.” 중요한 증언이다.손봉기(73)씨는 어떻게 평안도에서 염전 기술이 전파되고 확대 발전해 나갔는가를 설명했다.근대 생산기술의 발전에서 문화적 이동과 ’신지식인‘의 기술 습득 경로가 확인되는 순간.당시만 해도 보리쌀보다 소금이 비쌌기 때문에 염전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모조리 소금밭을 일구었다. ●섬문화 잘 보여주는 돌담 ‘우실’ 짧은 시간에 비금도 소금은 전남은 물론이고 멀리 충청도와 경기도까지 유명세를 날렸다.그러나 성장속도가 빨랐던 만큼 몰락의 속도도 빨랐다.중국산 소금의 엄청난 물량 공세 속에서 비금 소금의 유명세도 밀리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남도 소금의 본향인 비금도를 제치고 하의도에 염전 전시관이 들어섰다는 점.‘소금의 원조’를 가리는데도 정치 권력이 우선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을 굽이굽이 돌아 해넘이해수욕장을 넘어가노라니 우실이 나타난다.우실도 섬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바람막이 돌담’인데 워낙 중요하여 아예 신앙화되었다.겨울철에는 서북풍이 모질게 북쪽 바다에서 몰아닥친다.해양성 기후로 평균 기온은 높으나 체감기온이 만만치 않다.특히나 골을 타고 내리 꽂히는 해풍은 감당할 길이 없다.그 골바람을 막기 위해 산 정상 부근의 골짜기에 석성처럼 우실을 쌓았다.흡사 만리장성같다.요즘엔 관광객들을 위해 무너진 우실을 보수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문풍지 대신에 유리창을 내고 기름보일러를 가동하는 ‘근대화’된 섬문화에서 우실의 전통적 역할도 예전같지 않기 때문. 강달어의 상업성이 떨어지면서 파시도 일찍이 사라졌고,수입 소금에 밀린 소금밭은 양식장으로 변모를 거듭하며,우실까지 이 섬의 관광자원으로 바뀌고 있다.그러나 ‘강달이 파시’,‘남도 소금 1번지’,‘바람막이 우실’ 등은 모두 내연의 관계다.어류의 생태,염전이 용이한 갯벌과 조간대,기후에 대한 인간의 대응책 등 인간과 자연의 투쟁과 조화가 이뤄낸 ‘야생의 문화’란 공통점을 가져서다.자연주의적 어법이 이용되던 시절에나 가능했을 파시의 낭만성 파괴,소금이라면 모두 똑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세인의 무지,‘바람길’을 감지하고 글자 그대로 풍수의 최적 조건을 마련하려 했던 지혜의 소멸 등은 야생의 사고가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 아닌가.프랑스의 석학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것처럼 ‘야생의 사고’가 한반도에서 거듭 강조되어야 할 이유는 아직도 충분하다. 파시가 사라지면서 덩달아 노동의 축제성과 공동체성이 소멸되고 개별적,고립적으로 작은 배를 이끌고 험한 물질에 나서는 ‘고난의 행군’으로 뒤바뀌었다.세상 일이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고기잡이의 질적 수준은 반대로 비인간적이다.강달이를 잡기 위해 늙은 부부가 발동선에 몸을 싣는 모습을 보노라니 근 10여년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부부 노동의 질적 수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 그대로 보존해야 하건만… 오늘의 이야기는 비금도가 중심이지만 이제는 다리로 연결되어 한 몸이 된 도초도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다리준공기념 비문에 적기를,‘여울목에 풍랑이 일때면/시집온 아낙네들/급한 소식 못 전해 애태우며/하나로 이어지기를/바랐을 나루터’라고 되어 있으니,양쪽 섬 주민들의 숙원이 해결된 셈이다.앞으로는 ‘도비도(도초도와 비금도)’라고 해야 할까,‘비도도(비금도와 도초도)’라고 해야 할까.내왕이 잦아지면서 두 섬 사이에 전혀 새로운 통합문화가 탄생될 것이 분명하다. 비금도에서 도초도로 넘어가 시목해수욕장의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풍광도 찾아볼 일이다.시목에서도 애써 ‘야생의 사고’를 배운다.본디 사구였던 곳에 불필요한 식목으로 잡목이 우거졌으니 사구도,숲도 아닌 어정쩡한 해변이 되었다.나무심기는 권장할 만한 미덕이지만,계획성 없이 심는다면 그 역시 반생태적 인위 아니겠는가.수종을 가리지 않고 모래언덕에 심어서 바다조망권이 사라지면서 답답한 바다가 되고 말았다.필요 이상으로 일본산 ‘스기나무’(杉木)를 많이 심어 답답한 풍경을 연출하는 제주도의 그릇된 식생방식과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사구는 사구답게,야생의 상태로 보존해야할 일 아닌가.결론은 하나.“오직 자연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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