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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물 밝은 세상] (5) 도심하천 살리기

    [맑은 물 밝은 세상] (5) 도심하천 살리기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이 멱감을 수 있는 도심 자연 하천을 만들자.” 정부가 부르짖는 하천정비사업 구호다. 더러운 물이 잘 빠지지 않고 썩어서 질척질척해진 도랑을 버들치가 돌아올 정도로 정화해 생태계를 살리자는 ‘물 사랑’캠페인이다. 예산도 엄청나게 쏟아붓고 있다. 무모한 사업 같기도 하지만 안양천·전주천·성환천 등에서 실현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난 11일 오후 안양 비산교 진흥 아파트 옆 안양천. 은빛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면서 안양천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를 놓칠세라 백로 10여 마리가 연신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운동을 나왔던 동네 주민들도 잠시 숨을 고르며 백로들의 식사를 지켜보고 있다.20분 동안 계속된 사냥으로 백로들의 모이주머니는 금세 불룩해졌다. 수풀 속 이름 모를 작은 새들도 짝을 찾고 벌레 잡기에 분주하다. 물이 깨끗해지자 죽었던 하천이 숨을 쉬고 ‘수질 정화→물속 곤충 증가→피라미 서식→백로 서식→황조롱이 서식→포유류 이동’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질서가 서서히 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안양천(옛 군포교∼안양철교 지방하천 6.75㎞)은 더럽기로 소문난 하천이었다. 공장·생활폐수로 물 색깔은 늘 시꺼멓고 바닥은 찌꺼기가 두껍게 쌓여 있던 곳이다. 오염 찌꺼기가 둥둥 떠다니고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의 5등급 수질로 떨어져 사람들이 접근을 꺼리던 죽은 하천이나 다름없었다. 안양천이 물고기와 새들의 서식지가 되고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은 지난해 5월부터.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안양천 살리기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부분적이나마 옛 모습을 되찾았다. 찌꺼기 덩어리를 걷어내고 정화시설을 설치하면서 수질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상류 지천인 학의천은 2000년 6.3에서 지금은 1.5으로 개선됐다. 안양천 중류 수질은 인근 하천과 비교해도 우수하다. 지난해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양재천 수질은 4.8㎎/ℓ, 탄천은 7.8㎎/ℓ, 중랑천은 9.8㎎/ℓ인데 비해 안양천은 3.2㎎/ℓ를 보였다. 이명복 안양시 생태관리팀장은 “안양천은 물이 살아나 먹이사슬이 안정되고 악취 제거, 경관 확보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 김미현씨도 깨끗한 하천 공원을 자랑했다.“4년 전 이사왔을 때만 해도 악취가 진동해 개울가를 걷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물이 깨끗해진 뒤부터 아침에는 가족과 함께 조깅하고 낮에는 자전거를 즐긴다. 다른 도시가 부럽지 않다.” 안양천이 생태하천 개선 성공 사례로 꼽히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뒤따랐다. 하루 아침에 갈아엎고 콘크리트로 발라버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안양시는 1999년 안양천 살리기 기획단을 구성하고 지하철에서 나오는 물과 백운 저수지 물을 안양천으로 끌어들여 연중 물이 흐르도록 했다. 하수처리장을 설치, 하천으로 쏟아내던 오·폐수를 따로 받아내는 동시에 흐르는 물의 양을 하루 3만 6500t 규모로 늘렸다. 먼저 상류인 학의천(3.97㎞)을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현재는 안양철교 아래쪽 국가하천 부분에 대해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류 지류인 삼성천·수암천 하천조성사업도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유기적인 협력도 칭찬할 만하다. 안양천 살리기에는 유역 13개 지자체와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안양천 살리기 민간단체 네트워크, 기업·군부대 등이 참여했다. 글 사진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안양천을 살리는 사람들 “안양천은 살아나고 있습니다.” 안양천이 하천 생태복원의 성공 사례로 꼽히기까지 지방자치단체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랐다. 이에 못지않게 시민단체의 봉사와 이 지역 기업, 시민들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안양천살리기 네트워크는 1999년 환경과 공해연구회, 안양·군포·의왕 환경운동연합 등 안양천 유역의 21개 민간단체가 모여 구성된 단체다. 다른 지역과 달리 시민단체를 행정구역 단위로 만들지 않고 안양천 유역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수계별로 하천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지자체별로 하천을 관리하는 현행 행정체계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하천수계의 민간단체들이 처음으로 조직한 하천 감시네트워크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안양천 산업폐수는 대부분 안양시와 군포시에서 발생하고 있다. 안양은 상대적으로 하수관 정비가 잘된 반면 군포에서 나오는 산업폐수는 상당량이 당정천을 거쳐 안양천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안명균 운영위원장은 “환경운동도 특정 지역에 매달리기보다는 하천 유역을 모두 포함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다.”며 “여러 지역이 함께 하다 보면 때로는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단점도 있지만 일단 사업을 추진하면 두 번 손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늘 적대적인 관계를 가졌던 기업을 끌어들인 것도 성공 요인이다. 지역 기업들을 오염 배출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환경을 지키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유도했다. 유한킴벌리, 오뚜기 등 6개 기업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활동도 다양하다. 안양천을 생태 모니터 활동 구간으로 활용했다. 지역별로 30명 이상의 모니터원이 참가해 안양천 구석구석을 조사,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안양천 살리기 인터넷 신문을 발행,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안양천 살리기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교육사업도 활발하다. 많은 물고기와 새의 보금자리로 살아 있는 안양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상물로 제작하여 안양천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청소년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학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안양천 생태교육과 환경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정책제안과 오염행위 감시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정부, 생태하천 만들기 10년 사업 추진 기관마다 하천 개선 프로젝트 이름은 다르다. 환경부-자연형 하천정화사업, 건교부-자연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소방방재청-소하천정비사업, 지방자치단체-자연형 하천사업 등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오염된 하천을 되살려 물을 깨끗하게 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는 동시에 홍수 등에 강한 하천을 만들자는 취지는 같다. 현재 1등급 ‘자연하천’은 전체 하천의 20% 정도. 손을 대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고 훼손되지 않았다.35%는 2등급 ‘자연형 하천’으로, 훼손된 생태계를 일부 복원한 하천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1,2등급 하천 비율을 6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책 방향은 물 흐름을 원래 상태(사행천)로 고치고 자연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태 벨트를 조성하는 데 있다. 마구잡이 하천개선사업의 잔재물인 인공 콘크리트 시설을 제거하고 야생 동식물의 서식을 고려한 수변습지, 물고기 길 등을 만드는 사업도 들어있다. 자연친화적 시민 공간 확보도 꾀한다. 하천별로 고유 목표나 테마를 설정하고, 도심 하천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생태 관찰을 할 수 있는 경관 조성도 추진한다. 홍수 피해를 막고 가뭄철에도 하천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 늘 물이 흐르고 자연 수질오염 정화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추진 단계에서는 정부·지자체뿐 아니라 민간단체, 기업, 시민 등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다. 환경부는 2015년까지 1조 5000억원을 투자, 생태하천 만들기 10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건교부는 올해까지 경안천·오산천·성환천 등 7개 하천 시범사업을 끝낸다. 이어 2011년까지 안양천(국가하천구간), 곡릉천, 갑천 등 27개 하천,50개 지구 301㎞를 테마형 생태하천으로 조성할 계획이다.1조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지자체도 앞다투어 자연형 하천 정비 사업에 나서고 있다. 공통점은 치수 단일 목적에서 벗어나 환경을 매개로 한 가치 창출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하천 조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홍준석 환경부 수질보전국장은 “인공 구조물 덩어리를 설치하던 도심 하천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사업 성공은 하천 유역 지자체와 시민들의 유기적인 협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당신, 마음에 사랑의 꽃씨 하나

    당신, 마음에 사랑의 꽃씨 하나

    어느 날인가부터 아침에 전자우편함을 열면 낯선 편지가 한 통씩 배달되었다. 마음을 감싸는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내가 아는 이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매일 아침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이 찾아온다는 건……. 취재, 글 김동하 기자 | 사진 이정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했던가. 그래도 이즈음 거리의 풍경을 보면 한번쯤은 꽃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보다. 아침 출근길에 기지개 켜듯 툭, 툭 피어나는 봄꽃들과 눈을 맞추노라면 간밤 술에 취한 몸조차도 어느새 가뿐해진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5월에 만난 이 사람은 저 화사한 꽃들조차 승부를 피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향기를 지녔으니. 매일 아침 무려 200만 개의 꽃씨를 세상에 뿌린다는 ‘사랑밭 새벽편지’권태일 목사는, 흙이 아닌 사람의 마음밭에 농사를 짓는다. 희망과 위로, 칭찬과 격려로 함께 그려나가는 동심원…. 이메일로 띄우는 씨앗 주머니는 날마다 달라도 받는 이에게는 한결같은 사랑으로 피어난다. 콩 심으면 콩밭, 사랑을 심으면 사랑밭 사랑밭 새벽편지는 홀로 사는 노인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사랑밭회’가 나눔을 함께하는 회원들에게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글귀와 그림, 배경음악을 실어 보내온 이메일에 감동한 회원들이 친구, 직장동료, 이웃들에게 추천했다. 2003년 7월 24일 이메일을 처음 발송한 이후 6개월 만에 회원이 50만 명을 넘어섰고 지금은 200만 명을 넘기게 되었다. “어떤 씨를 뿌리느냐에 따라 그 밭은 각기 다른 이름을 갖게 됩니다. 콩 심으면 콩밭, 보리를 심으면 보리밭이 되지요. 20년 전 한 청년은 그의 마음에 작은 사랑의 씨를 뿌렸고 그것이 오늘의 ‘사랑밭’이 되었습니다.” 본인의 말을 빌면,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는 ‘사랑’에 푹 빠진 권태일 목사는 세일즈맨으로 뛰던 서른둘의 초겨울, 충무로의 육교 위에서 구걸하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어린 두 아이를 등에 업고, 품에 안은 그녀의 얼굴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충격! 세상에 이런 삶도 있구나 싶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통닭과 마실 것을 사서 그들에게 건넸고, 그 후로는 틈나는 대로 그들을 찾았다. “그 모녀를 알게 된 후 어느 누구한테도 도움받을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일즈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녔지요. 집에는 봉지쌀을 사다 주고 그날 번 돈을 탈탈 털어주다 보니 장사가 안 되는 날은 도울 수가 없잖아요. 그래, 여럿이 힘을 모아보자는 생각을 했지요.”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평범한 세일즈맨이었던 권태일 씨의 삶에도 못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갈 곳 없는 사람들, 함께 의지하자고 비닐하우스 집을 사 ‘즐거운 집’이라 이름 지었고,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목사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세상엔 그이가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편견과 오해가 있었지만, 희망으로 일궈가는 ‘사랑밭’은 다행히도 갈수록 수확량이 늘어만 갔다. 영어마을 생기는데 사랑마을도 지어야죠 현재 권 목사와 함께 ‘사랑밭 새벽편지’를 만드는 사람들 또한 따로 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귀한 시간을 품앗이하고 있다. 라은미 씨는 권 목사가 쓴 글이나 새벽편지 가족이 보내온 글을 재구성해 감동을 더해주고, 이재영 씨는 글의 내용이 가슴이 오래 남도록 세련된 위트와 일품 감각을 삽화로 보여준다. 더군다나 음악을 맡은 박윤미 씨와 웹 작업을 하는 김광일 씨는 ‘사랑밭 새벽편지’가 낳은 커플.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전달하는 일을 하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만나 결혼한 사이니 이들의 하모니는 두말하면 잔소리. 권태일 목사는 사랑밭을 더 크고 넓게 일구려 한다. 배움에 목마른 가난한 조선족 청소년을 위해 학비를 마련해주고, 동포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도 세웠다. 함께하는 작은 정성들이 산을 이루어 여기까지 왔기에 재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여 후원자들의 믿음에 보답코자 한다. “요즘엔 숲속에 지은 전원주택 마을도 있고, 아이들의 어학공부를 위한 영어마을도 생겨나고 있지요. 그러니 ‘사랑의 국민마을’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곳은 몸이 불편해서, 가진 것이 없어서, 가족에게 버림받아서, 난치병에 걸려서… 절망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즐거운 집이 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냐고요? 저희는 사랑밭 새벽편지를 통해 벌써 희망을 보았답니다.” <오늘의 새벽편지> ‘단 1초만이라도’. 오늘도 나는 학교에 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지하철을 탔다. 그때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차내에 계신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 딸이 백혈병에 걸려서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그래서…” 순간 지하철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딸을 팔아 먹냐, 돈이 그렇게 궁하냐…. 한동안 아저씨는 상기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오늘 제 딸이 수술을 받습니다. 단 1초만이라도 함께 기도해주세요.” 순간 열차 안은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 노랑자두나무 아래서

    노랑자두나무 아래서

    이사 오던 해, 꽃이 소담하고 맛이 좋다는 노랑자두나무를 사왔다. 땅을 파보니 자갈 지천이어서 어린 나무가 뿌리 내리기 수월치 않아 보였다. 스테파노 대부님과 정채봉 대형님께 드릴 자두라고 남편을 달래 무릎 깊이의 구덩이를 팠다. 밑동을 다독거리며 남편이 중얼거렸다. “대부님과 형 오실 즈음엔 자두가 열려야 할 텐데….” 우리 심정은 아랑곳없이 나무는 새잎만 두어 개 쏘옥 내밀었다가 후딱 거두어갔다. 과수 노릇이나 할지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그해엔 두 분 다 바빠서 캐나다 여행을 나서지 못했다. 다음 해에는 영양제와 거름을 듬뿍 주었다. 잎이 무성해지고 둥치가 굵어져 갔다. 그러나 열매는 달리자마자 이슬방울처럼 똑도그르 떨어져 버렸다. 남편의 걸음새가 바지런해지고 한숨이 깊어갔다. 한동안 뜸하던 대부님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위암으로 입원, 악화… 위독, 별세. 남편은 밤내 잠 못 들고 나무 밑을 서성거렸다. 3년째, 제법 어깨 떡 벌어진 청년을 방불케 하는 나무가 송알송알 흰 꽃망울을 매달았다. “대부님, 이화梨花가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보고 계시죠?” 꽃송이 진 마디가 도드라졌다가 봉긋해지면서 동그란 구슬을 토해놓자 남편이 탄성을 질렀다. 그러다 나무 밑에 수북이 떨어진, 꼭지 빠진 풋열매를 보고 실망을 했다. 여름을 나면서 열매는 숫자를 헤아릴 만큼만 남았다. 어서 볕 따가운 가을이 왔음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정채봉 씨 투병 중’이란 기사가 실렸다. 눈가가 벌그레진 남편이 매달 부쳐오는 <샘터>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채봉이 형 드릴 자두가 지금 살지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면 나무 밑에 영글지 못한 자두알이 뒹굴었다. 바다 멀리 병상에서 사투하고 있는 형을 그저 지켜보아야 하듯 나무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남편의 기도시간이 길어졌다. 자두 열다섯 알이 개미들의 침해와 바람의 심술을 견디며 노랗게 익어갔다. 어느 일요일, 성당을 다녀와 보니 자두 몇 알이 없어졌다. 제일 이쁘게 물들어가던 건데, 어느 녀석이 훔쳐갔는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남편이 팔을 걷어붙였다. 한 시간이 안 되어 나와보니 또 몇 알이 없어졌다. 아직 초록빛이 가시지 않은 다섯 알이 달려 있을 뿐이었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이미 사라진 자두를 추적할 길은 없고, 남아 있는 자두를 따서 형 몫으로 한 알을 바구니에 담아두고 이웃집에 한 알씩 나누었다. 자두알은 노오랗게, 바알갛게, 새빨갛게 기다림을 익혀갔다. 그러나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하고 새들해졌다. 그리고 ‘정채봉 씨, 엄마 만나러 하늘나라 가다’라는 신문기사가 날아들었다. 남편은 며칠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 자두나무는 남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가지도 안 치고 병충해 약도 주지 않았는데 열매가 열렸다. 제법 노릿노릿해지자 뜨락에 으깨진 열매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한 입 베어먹은 것도 눈에 띄었다. 떨어진 것 중 상처가 덜 난 걸 씻어 입에 대보니 향기가 뭉긋 풍기며 달큼한 과즙이 주루룩 흘렀다. “여보, 당신 형님 자두를 너구리가 다 따먹네. 얼른 나와봐요.” 후다닥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다람쥐며 너구리가 나무에 뛰어오르지 못하게 박스 가운데를 뚫어 나무 정강이에 끼워두고 다시 골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음날 아침, 박스는 찢겨 나뒹굴고 자두는 어제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과 동물의 지혜 겨룸이 계속되었다. 나무둥치에 끈적이풀을 바르거나 큰 비닐을 나무에 덮어도 헛수고. 심지어 철망을 베일처럼 씌웠는데도 짓밟혀 있고 나뭇가지가 두세 가지나 찢기는 대참사만 났다. ‘자두나무 사수 작전’을 철회했다. 화사한 날, 나무 아래에 의자를 내놓고 책을 읽었다. 떨리는 잎 사이로 얼핏 동그란 눈동자가 스쳐 지나갔다. 장난기 가득한 눈. 어디서 봤을까? 아! 술 한잔 얼큰해지면 남편의 얼굴에 침을 바르며 “동상, 자네는 인자 내 것이여, 잉” 하던 채봉 형. 차돌처럼 윤기 나던 그 눈동자! 그가 다녀간 걸까. 이제 다람쥐가 발치에 와서 자두를 한 입 베어먹고 내던지는 장난을 해도 쫓지 않는다. 의뭉한 너구리 가족이 나무 둥치를 할퀴고 잎줄기를 주루룩 훑어놓아도, 곰이 나무를 통째로 흔들어 자두를 다 떨어뜨려도 속이 상하지 않는다. 매년 이맘 때면 대부님과 대형이 곰과 새가 되어, 혹은 다람쥐와 너구리가 되어 노랑자두를 맛보러 먼 길을 다녀가시는 것이리라.
  • ‘마리’ 17일, ‘황진이’ 새달 6일 첫선

    ‘마리’ 17일, ‘황진이’ 새달 6일 첫선

    ‘끝나지 않은 그녀를 둘러싼 거짓과 진실’ ‘모두가 그녀의 이름을 알지만 그녀를 알지 못한다.’ 이달 17일과 새달 6일 잇따라 관객을 찾을 외화 ‘마리 앙투아네트’와 한국영화 ‘황진이’의 홍보문구다.16세기 조선과 18세기 프랑스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역사책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온갖 장르의 예술작품에 등장했던 그녀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귀가 닳도록 들어온 두 여성에 관한 영화는 그래서 ‘파격’을 시도했다. 정치적 역학관계에 휘말린 마리 앙투아네트는 현실도피를 위해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를 둘렀다. 현실에 저항하는 황진이는 질식할 것 같은 유교적 엄숙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블랙을 사용한 과감한 배색으로 저항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익숙한 인물을 낯설게 보게 만드는 영화예술의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18세기에 캔버스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제치고 의상상을 수상했다. 의상감독을 맡은 밀레나 카노네로는 이로써 세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귀여운 소녀 같으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은 우아한 ‘베르사유의 장미’를 원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과자 ‘마카롱’의 색을 따 만든 마리 앙투아네트(커스트 던스트)의 드레스들은 깜찍, 발랄, 경쾌한 느낌이다. 구두는 ‘섹스 앤드 더 시티’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마놀로 블라닉이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요즘 신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캔버스화도 등장한다. 인터넷 강국답게 네티즌들 사이에서 ‘옥에 티가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벌써 캡처 사진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10대들과 소통하게 만들고 싶었던 코폴라 감독의 귀여운 장난이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선보인 영화는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비판하는 쪽은 역사적 배경묘사에 소홀했다는 것. 영화는 “빵을 달라!”는 성난 군중들을 향해 “케이크나 먹지 그래.”라고 던진 한마디로 사치와 허영에 찌든 ‘골빈 여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앙투아네트를 위한 ‘변명´이다. 그녀는 14세 어린 나이에 혈혈단신 프랑스로 시집을 왔다. 영화는 이국 땅에서 겪었을 법한 심적인 고통과 외로움 등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남편의 무관심, 주변의 뒷담화에 시달리다 임신을 못하면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친정어머니의 걱정 가득한 편지를 받아들고 오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사랑에 굶주린 그녀가 현실도피의 방책으로 파티와 사치, 도박, 불륜에 빠져들 수밖에 더 있었을까. 전개는 다소 지루하다. 하지만 화려한 의상과 소품, 실제 베르사유궁을 들여다보노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하다. ●한복에도 블랙 &화이트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북한작가 홍석중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 ‘황진이’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황진이와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알던 황진이는 뛰어난 미모와 재능으로 뭇 남성들을 치마폭 안에서 가지고 놀았다 하는 정도. 하지만 영화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놈이(유지태)’에게만 순정을 바치는 지고지순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여기에다 그녀는 마치 여성·사회 운동가 같은 모습이다. 양반으로 태어났지만 계급사회의 모순에 대항해 스스로 천민인 기생의 길을 택한 주체적인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렇듯 자유롭고 당당한 황진이를 표현하는 데 의상과 메이크업, 장신구가 한몫 단단히 한다. 디자이너 정구호는 예상을 뛰어넘는 한복 스타일을 창조해 냈다. 분홍, 빨강 등 화사한 색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검은색을 주로 하고 여기에 초록과 보라, 청색 등 현재 유행하고 있는 색상을 과감하게 섞어 놓았다. 전에 볼 수 없었던 ‘모던한 황진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에 블랙 시스루 한복을 입은 황진이의 강렬한 자태에서 넘보기 힘든 위엄이 엿보인다. 특별한 감각을 입고 태어난 의상은 몸에 걸치는 순간 그 힘을 발휘하는가 보다. 송혜교는 거동과 표정에서 차갑고 도도한 16세기 여장부를 제대로 연기해 그녀를 다시 보게 만들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G마켓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앨범

    G마켓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앨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우리들의 앨범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www.gmarket.co.kr)과 함께 진행합니다. 우리들의 앨범 상품이 상품권으로 지급됩니다.1등 15만원,2등 10만원,3등 5만원 등 G마켓 선물권을 ‘나의 쇼핑정보란’에서 G통장 현금잔고로 충전한 뒤,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용방법은 G마켓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당첨자 정보는 매주 G마켓으로 전달됩니다. ●접수: 디지털 사진은 이메일(album@seoul.co.kr), 인화사진(크기 10×15 이상)은 서울신문 편집국 사진부(우편번호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번지) ●문의: 서울신문 편집국 사진부 (02)2000-9242 ●선물 받으실 분 : 1등 안승영 2등 정원옥 3등 박진백 (G마켓 회원으로 등록해야 상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협찬 GMARKET
  • 茶의 시배지 하동 화개

    茶의 시배지 하동 화개

    학승(學僧) 두 명이 조주선사를 찾아왔다. 한 학승에게 묻는다.“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가?” “없습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또 다른 학승에게 묻는다.“자네는 와 본 적이 있는가?” “있습니다.” “차나 한 잔 마시게.” 옆에 있던 원주가 이상해서 묻는다.“온 적이 있는 이나 없는 이나 어찌 차 한 잔 하라고 하십니까?” 물끄러미 원주를 바라보고는 “자네도 차나 한 잔 마시게.” 중국 당나라시대 선승 조주선사의 선문답, 끽다거(喫茶去)다. 우리말로 풀자면 “차 한 잔 하시지요.”쯤 될까.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심오한 의미를 담은 선문답이라고 하나, 범부(凡夫)의 재량으로는 깊은 뜻을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말 그대로 차나 한 잔 마실 일이다.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始培地)로 알려진 경남 하동의 화개면을 찾았다. 영·호남의 젖줄, 섬진강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듯 넓게 펼쳐진 야생차 재배지가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요즘은 우전차를 지나 세작이 한창 출하되는 시기다.‘한국 최고(最古·最高) 차나무’인 천년차나무가 있는 정금리 도심마을을 비롯, 지리산에 기댄 마을마다 여린 찻잎을 따는 일손들로 분주하다. 하동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섬진강 따라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 벚꽃길. 초봄을 화사하게 장식했던 벚꽃이 지고, 그 자리에 자라난 초록잎은 터널이 되어 초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화개면 등을 중심으로 한 하동지역은 전남 보성권, 제주권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차 생산권역을 이룬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배면적은 많지만, 단위면적당 찻잎의 수확량과 총생산량은 적다. 기계화된 대량생산보다 가내 수작업 형태의 고급 잎차 생산에 치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명산에 명차 난다.’는 말이 있듯, 지리산 화개지역은 ‘명차’가 날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동군 녹차클러스터기획단 이종국 단장의 설명이다. “지리산 남쪽의 화개, 악양 등 지역은 호리병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공기가 오래 머물지요. 연간 1800㎜에 달하는 강수량과 적당한 일조량도 차가 성장하는 데 적합한 조건을 제공해 줍니다. 장년층 풍화토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차의 높이는 20∼30㎝에 불과하지만 뿌리는 2∼3m에 달합니다. 토지의 영양성분을 고르게 흡수해 특정 영양소 결핍현상 등이 없죠.” 천혜의 자연환경 외에도 가가호호 대(代)를 이어 전해져온 덖음기술(제다법·製茶法) 또한 하동을 차 명산지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매화와 벚꽃향기가 자취를 감춘 하동엔 지금 그윽한 다향(茶香)이 절정이다. 글 사진 하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이곳·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 길성도예 이도다완(井戶茶碗)을 완벽하게 부활해냈다고 평가받는 길성(64)씨가 운영하는 도예공방이다. 이도다완은 은은한 비파색(붉은 황토색)에 매화피(굽에 생기는 결정체)가 특징인 고려시대 다기(茶器).‘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려지는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는 단 한 점의 사금파리도 남아 있지 않지만, 수많은 도공과 함께 이도다완을 약탈해간 일본은 이를 국보로 지정해 놓았다. 400여년 동안 재현에 공을 들였으나, 실패했다. 길씨가 빚은 찻사발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간 이도다완 진품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055)883-8486. # 맛집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스님들이 1년에 한두번씩 별미로 먹었다는 사찰국수(5000원)로 유명한 집.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들깨가루와 버섯 등을 재료로 만든다. 지리산 자락에서 캔 나물들로 만든 각종 요리들도 미각에 신선한 선물을 안겨준다. # 잘 곳 화개면 용강리 쉬어가는 누각(055-884-0151∼2)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굿 스테이’ 숙박업소. 읍내에서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한적하다. 건물 앞쪽으로 섬진강 상류의 계곡물이 흐르고, 맞은편 산자락에는 야생차밭이 펼쳐져 있다.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도로→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하동 나들목
  • 서울 洞 내년 100개 줄인다

    서울시가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518개인 서울시 동사무소를 내년까지 100개가량 줄인다. 통·폐합을 통해 생긴 빈 동사무소는 공공 보육센터·도서관 등 주민을 위한 복지·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여유 인력은 도시디자인 등 새로운 행정 수요 부서에 재배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9일 25개 자치구 행정관리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자치구 연석회의’를 열어 동 통·폐합을 통한 ‘대동제(大洞制)’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자치구의 협조를 당부했다. 회의에서는 최근 20개의 동을 5개씩 4개동으로 통·폐합하기로 한 마포구가 사례 발표를 한 데 이어 서대문구가 향후 동 통·폐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시의 동 통·폐합 방안에 따르면 현재 518개인 서울시 자치구의 각 동 가운데 인구 2만명을 밑도는 100여개 동사무소를 2008년까지 다른 동사무소와 통·폐합하기로 했다. 시는 각 자치구와 공동협약을 맺어 자율적으로 동 통·폐합을 추진하고, 통·폐합을 추진하는 자치구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치구마다 폐지되는 동 하나당 10억원을 지원하고, 통·폐합한 동에는 동사무소 리모델링 비용 2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는 공청회, 주민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내년 초 동사무소 설치 조례를 개정해 하반기부터 통·폐합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각 자치구는 대동제 원칙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현재 21개인 동사무소를 16개로 5개 줄이기로 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성북구도 30개인 동사무소를 20개로 10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서초구와 강동구는 현재 인구 3만명마다 1개동을 두던 것을 5만명마다 1개동을 두도록 기준을 상향조정해 동사무소 수를 3분의2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서울시의 동사무소 통·폐합은 소규모 동사무소를 통·폐합해 행정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시 동사무소의 정원은 14명 이하(13.5명)로 돼 있다. 따라서 두 개 동을 하나로 묶으면 정원(가정) 27명 가운데 필수요원 5∼6명을 제외한 20여명은 주민을 위한 복지나 문화사업에 투입할 수 있다고 시는 판단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아름다운 기업들] 한국토지공사

    [아름다운 기업들] 한국토지공사

    한국토지공사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어린이가 설계한 어린이 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을 선보이면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의 강, 호수, 공원 등 생태환경시설이나 도서관, 미술관, 음악당 등 문화시설 건립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토공은 지난 2005년 4월 창립 30주년을 맞아 ‘신사회 공헌’을 선포하고 경영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환경사랑 ▲이웃사랑▲문화사랑 등 3대 원칙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토공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친환경 어린이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은 낡은 놀이터를 리모델링해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도시연대, 환경재단 등 환경 시민단체와 함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과 서울 강동구 성내동 지역의 어린이놀이터 2개소를 새 것으로 만들어줬다. 올해에도 2∼3개 놀이터를 리모델링해줄 계획이다. 올해에는 빈곤아동이 사는 100여가구의 집을 수리해주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전년의 두배 수준이다.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아동 독립공간 확보 등 ‘수혜자 맞춤형’으로 특화한다는 게 토공의 사회공헌 원칙이다. 토공이 지난 2005년 본·지사 26개 지부 1200여명의 직원으로 결성한 ‘토공 온누리 봉사단’은 지부별로 사회복지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활동하고 있다. 토공은 지난해부터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사회공헌 파트너십 구축협약’을 맺고 ‘한반도 푸르고 아름답게 가꾸기’ 생태환경 보전 사업을 펴고 있다. 김재현 사장은 9일 “두꺼비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업착수 후 설계 변경을 통해 청주 산남 3지구의 두꺼비 생태계를 보전했던 사례처럼 토지공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개발을 통해 국토의 지속가능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지방시대] 세계육상대회 성공은 시민의 손에/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요즘 대구 사람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그동안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닥치고 불미스러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저마다 수심 가득했던 얼굴이 근래 부쩍 달라 보인다는 것이다.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는 이러한 표정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육상대회를 유치한 시민들이 모처럼 화사한 게 당연하다. 더욱이 육상 불모지에다 중앙정부의 지원조차 충분히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선수와 두터운 마니아 층을 가진 모스크바를 눌러 이겼으니 감격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여겨지던 대구가 글로벌 차원의 도시 경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둔 것은 여전히 상당한 저력과 외교력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치위원회는 세계 곳곳에 개최 의지를 알렸고, 한 치 오차 없이 상세한 부분까지 준비를 마친 가운데 국제육상경기연맹 현지실사단을 맞았다. 여기에다 대구시장은 세련된 감각, 유창한 외국어 실력, 놀라운 스포츠 이해력으로 위원회 활동을 뒷받침했으며, 시민들은 자발적인 참여 속에 엄청난 유치 열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수년 후 대규모 육상 잔치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대구의 미래를 바꾸거나 상황 반전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결과는 오로지 지역의 열린 자세와 자원동원 능력에 달렸다. 우선 경제적이고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육상대회 개최 도시는 대구라 하더라도 경북과 한데 어울릴 때 고장의 역사와 다양성이 더 빛난다. 일류 도시, 희망의 도시 대구가 간직한 역동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구미·포항의 산업시설, 경주·안동의 관광자원을 동반 홍보한다면 그야말로 상생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최근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대구경북 경제통합의 구체적인 실천이기도 하다. 시민 참여의욕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찍이 로스앤젤레스는 자원 봉사자들의 노력에 힘 입어 올림픽을 무사히 마쳤고, 서울 올림픽 당시에도 시민 수만 명이 봉사정신을 발휘했다. 특히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2만 5000여 시민 서포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순조로운 행사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만일 이번 스포츠 제전에서 또 다시 열광적인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낸다면, 대구는 국내 육상 붐을 조성하고 이웃에 전파하는 전초기지로 재탄생할 게 분명하다. 아울러 시급한 과제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글로벌 기준에 어울리도록 바꿔 나가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오늘날 대구사람들의 인식은 세계 수준과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비록 대구는 나라의 관문 구실을 한다거나 정치·경제적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지 않기에 다소 한계가 따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일 경우 세계와 소통이 가능해진다. 멀리서 찾아 온 손님을 세계 수준에서 대접하는 자세, 국제적 시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안목이 곧 시민의 능력이자 지역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자칫 빠지기 쉬운 독점의 욕망을 견뎌내야 한다. 일단 대회 유치가 결정되었으니 우쭐해져 그저 내부의 인적·물적 자원에 의존한 채 모든 것을 준비하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 세계육상대회를 계기로 대구가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마련하고 각 부문에 걸쳐 도약을 이뤄내자면 외부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유연성 발휘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삼아 알찬 성과로 이어가는 것도 대구시민의 몫이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 [이색거리 탐방] (14) 서대문 북아현동 가구거리

    [이색거리 탐방] (14) 서대문 북아현동 가구거리

    아현 가구거리는 사당, 왕십리와 함께 서울시내 가구거리의 원조로 꼽힌다.1950년대에 가구공장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아현고가도로를 따라 서대문구 북아현동, 마포구 아현동에 걸쳐 100여개의 크고 작은 가구점들이 모양새를 갖췄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가구거리는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역부터 이어지는 웨딩숍과 연결돼 있어 예비 신혼부부가 혼수 준비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건너편 마포구 아현동쪽 가구거리에 브랜드 매장과 고가 수입가구 전문점들이 몰려 있다면, 북아현동쪽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가구가 포진해 있다. 가격은 시중가보다 10∼20% 저렴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충정로삼거리에서 아현역 방향 쪽 입구에 주차장이 있다.(02)364-0094,www.ahyeongagu.com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서울시내의 가구거리는 수십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큰 쇼룸, 많은 제품,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한 서울 외곽의 가구거리로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승부수를 걸어야 하지만 마냥 가격을 낮출 수만은 없다. 무엇인가 ‘남다른 것’으로 고객을 유입해야 한다. 독특한 디자인, 개성 넘치는 제품, 가격 경쟁력, 전통 가구의 매력으로 아현 가구거리의 명성을 이어가는 매장을 소개한다. ●가구 사면 인테리어까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공주풍의 방을 보고 ‘아, 예쁘다.’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더 집’에 주목하는 게 좋다. 하얗고 화사한 장롱과 화장대, 캐노피에 하얀색 커튼을 드리운 침대를 찾는다면 이 집이 딱이다. 드라마 ‘마이걸’이나 ‘헬로 애기씨’, 영화 ‘B형 남자친구’ 등에 제품을 협찬하기도 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구를 구입하면 집의 구조와 분위기에 맞는 인테리어까지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비싼 값을 치러야 인테리어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꾸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인테리어를 전공한 김종남 상무가 직접 디자인을 한다. 디자인 비용은 무료.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자재비만 생각하면 된다. 침대는 130만원, 양문형 장롱, 화장대는 80만원선이다. 하얀색 가구가 부담스러운 것은 쉽게 때가 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 더 집에서 만드는 가구는 자동차 도색에 들어가는 도료를 섞어 사용하고, 가구에 쉽게 얼룩이 지지 않도록 코팅을 하기 때문에 변색의 걱정이 없다.2층에는 앤티크 수입가구 매장을 함께 운영한다. ●천연 느낌을 원한다면 최근 인테리어 경향이라면 자체제작(DIY·Do It Yourself)과 ‘자연주의’를 꼽을 수 있다. 버리기 아까운 가구를 새단장하거나 작은 소품을 직접 만들고, 친환경 재료를 이용해 꾸미는 경향에 들어맞는 매장이 바로 ‘네모디자인’이다. 다양한 가구를 주문제작하는 곳으로, 원하는 디자인에 친환경도료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어준다. 원색의 깔끔한 색상보다는 나무의 결을 한껏 살린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도색을 해 전원 느낌이 물씬 풍긴다. 최길섭 실장은 “거실이나 방 하나를 서재로 꾸미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책상, 책장 등 서재가구에 관심이 많다.”면서 “오래 머무르는 곳이니만큼 건강에 해롭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가구가 인기를 끈다.”고 트렌드를 소개했다.2m 높이의 5단 책장은 18만원선,110×60㎝ 책상은 나무, 서랍장 구성 등에 따라 10만∼30만원선, 침대는 싱글 사이즈가 50만∼60만원선이다. ●강남의 3분의1 가격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에서 아현역쪽 방향으로 아현가구거리 초입에 있는 ‘박진희 갤러리’는 고급 가구 전문점이다. 가구 디자이너 박진희씨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가 절반, 나머지는 수입가구로 구성돼 있다. 아현가구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장으로, 침대와 소파 등이 주류를 이룬다. 해외의 유행 경향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디자인해 내놓은 가구가 많다. 의장등록된 고유 디자인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점이 이곳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강남 지역의 가구거리에서 파는 수입가구에 비해 가격이 최고 3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매장 관계자는 “강남은 비싸야 잘 팔리는 이상한 소비 성향이 퍼져 있지만, 이곳을 찾는 소비자는 실용성을 더욱 높이 친다.”고 말했다. 하얀색 소가죽의 5인용 소파는 350만원선이지만 강남의 가구거리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이 800만원선에 팔린다고 소개했다. ●고가구의 운치 아현 가구거리에 있는 커다란 매장을 중심으로 쇼핑하다 보면 한국전통 가구가 가득한 ‘마님방(마님고전가구)’을 놓칠 수 있다. 입구만 겨우 보이는 마님방으로 들어서면 좁고 긴 복도를 따라 장롱부터 낮은 경대까지 고가구가 다양하게 늘어서 있다. 직접 무늬를 새겨넣은 것부터 겉에 그림만 그린 것까지 장식 디자인도 다양하다. 죽3층짝은 65만원, 반닫이는 13만∼25만원선, 오래된 듯한 빈티지 느낌의 전화기는 7만원선이다. 최근 콘솔용으로 인기있는 약장은 2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값비싼 국산에서부터 낮은 가격대의 중국산이 뒤섞여 있으니 설명을 잘 듣고 고르는게 좋다.
  •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거꾸로 된 그림과 소나무 그림으로 독보적 입지를 이룬 서양화와 한국화의 두 대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다.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전´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69)는 ‘잊을 수 없는 기억: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전을 오는 11일부터 7월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다. 바젤리츠는 힘있는 붓터치와 거대한 화면, 강렬한 원색으로 대변되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이다. 지난해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6위에 선정될 정도로 그림값이 비싼 생존 작가다.1위는 역시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특히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해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거꾸로 된 그림은 회화의 주제를 해석하려는 의도를 좌절시켜, 전통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이번 ‘러시안 페인팅’전은 동독 출신인 바젤리츠가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의 미술과 사진을 원작으로 한 작품 41점을 선보인다. 1998∼2002년 제작된 것들로 두껍게 물감을 쓴 전작들과 달리, 유화이지만 화면은 투명하게 표현돼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젤리츠는 베를린 미술아카데미에서 교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 작가 세오(서수경)와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 노베르트 비스키도 그의 제자다. 그동안 궁금했던 바젤리츠의 작품세계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시간도 11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련된다.(02)2188-6302. ●허건 ‘20주기전´ 6월1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 한국 산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 인기를 끌었던 남농 허건(1908∼1987)의 작고 20주기전이 지난 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허건은 전남 진도에서 소치 허련의 손자로 태어났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손자까지 이어진 호남지방 화맥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예향(藝鄕)으로 일컬어지는 호남지방이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구축한 위상에는 허련·허형·허건으로 3대째 이어진 화맥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과 맞물려 주거문화의 주류로 아파트가 자리잡으면서 한국 미술계는 서양화가 주름잡게 됐다. 아파트에 거는 그림은 서양화란 단견이 한국화의 가격 폭락과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허건은 목포 등 남도의 실재하는 아름다움을 그려낸 ‘신남화’ 이론을 정립하면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했다. 흔히 한국화의 미학으로 불리는 여백없이, 두껍지 않은 색점을 지속적으로 그려넣어 남도의 습윤한 기후와 향토색을 담아냈다. 38살에 아버지 허형을 여읜 뒤 화가로서 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난방이 안되는 전셋집에서 그림만 그리다 왼쪽 다리가 썩어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전쟁 뒤 물자부족으로 작가는 의족도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1956년 부산 개인전이 큰 성황을 이루면서 이후 작가는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특히 말년에 그렸던 소나무 그림은 세월의 풍상을 견뎌 낸 노화가와 노송의 단단한 이미지가 맞물려 대표작이 됐다.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으로 그려낸 소나무는 중국 산수를 본뜨지 않고, 우리 주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한 그의 노력을 대변한다. 전시는 6월10일까지.(02)2022-062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기고] 소프트웨어가 산업의 ‘블루오션’이다/임차식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

    소프트웨어(SW)는 지식정보사회와 유비쿼터스·디지털 융합(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모든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모세혈관과 같은 기능을 한다.SW산업은 2006년 기준으로 약 22조원의 생산에 12억 5000만달러를 수출하는 산업의 한 축이 됐다. 그러나 SW분야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해 사업환경이 무척 열악하다.‘울며 겨자먹기식’의 덤핑 수주도 많아 품질보다 가격에 매달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일에 비해 처우가 미흡하다 보니 우수인력이 SW 업종을 기피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이같은 상황을 감안,SW업계의 경쟁력 키우기정책을 역점시책으로 삼고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소프트웨어 공공구매 혁신방안을 마련, 시행중이다. 중소 SW기업의 사업환경을 개선해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내용의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SW시장에서 공공부문의 비율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제도개선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통부는 최근 10억원 이상의 공공기관 정보화사업 중 5000만원 이상인 SW를 분리 발주토록 하는 ‘SW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SW사업에서 하드웨어, 시스템통합(SI) 등과 SW를 분리해 발주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공공기관 SW사업 중 10억원 이상 사업은 건수 기준으로 5%, 금액 기준으로는 59%다. 전체 SW 중 5000만원 이상 SW사업이 건수로는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행정부담 증가, 하자·유지보수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형 SI기업들이 일감을 일괄 수주하고 중소 SW기업은 하도급 형태로 대기업에서 일감을 찾는 기존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통부는 또 대기업 SW사업 참여 하한제도를 개정, 매출액별 대기업 참여 범위를 조정했다.SW업계의 숙원이던 개발SW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상업적 활용도 가능토록 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략분야도 키워나가고 있다. 임베디드SW와 공개SW가 대표적인 것들이다. 임베디드SW란 전자제품에 내장돼 제품의 기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임베디드SW는 휴대전화, 항공기,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기기 개발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임베디드SW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정부는 관련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고가의 제품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고, 시제품 제작도 지원하고 있다. PC 운영체제(OS)인 ‘리눅스’ 등 국산 공개SW도 육성해야 할 분야이다. 공개SW는 SW를 구성하는 소스코드가 공개돼 선진기술 습득이 쉽고, 해외 기업의 특정 제품에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 외국으로 나가는 로열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일반이용자의 공개SW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응용프로그램도 부족해 이용에 불편이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공개SW 기반으로 바꿔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일반 PC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도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또 정품SW 사용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정책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SW 무료 복제를 막기 위한 ‘부정복제물신고센터’ 설치, 모니터링 강화 등이 그 방안이다. 무엇보다도 올해말 완공되는 서울 상암동 IT클러스터인 ‘누리꿈 스퀘어’는 SW 전문인력 양성과 SW세계화에서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산업과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숨은 엔진이다.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것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최고의 ‘블루오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임차식 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진흥단장
  • [문화 시론] 할리우드 영화와 베토벤, 바그너, 모차르트 음악

    [문화 시론] 할리우드 영화와 베토벤, 바그너, 모차르트 음악

    글 최정호 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박사, 《CEO여, 문화코드를 읽어라》의 저자 인류 문화사에서 불멸의 악성(樂聖)으로 불리는 작곡가 베토벤에게 지금부터 180년 전쯤 한 예언자가 나타나 당신이 지금 작곡하는 음악들이 불과 100년 뒤부터 유성영화라는 활동사진에 원음대로 녹음이 되어 이것이 그가 태어났던 독일의 본이나 그가 작곡활동을 벌였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물론 전 세계 구석구석에 똑같이 퍼져나가 매일같이 인류에게 감동과 환희의 눈물을 선사할 것이라고 예언해 주었다면 그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거짓말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할리우드를 비롯한 구미 선진국의 명작영화에는 그의 선율들이 주요한 모티프를 던지면서 광범위하고 심도 깊게 활용되고 있다. 그의 그 유명한 ‘운명 교향곡(5번)’은 여러 영화에서 황홀경을 선사하고 있다. 10대의 우상 제레미 섬터 주연으로 이런저런 영화상을 수상한 <피터 팬>(2003), 그리고 엠마 톰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하워즈엔드>(1992), 아카데미외국어영화작품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과 그의 부인 줄리에타 마시나 주연의 <카비리아의 밤>(1957), 94세까지 현역으로 뛰며 20세기의 가장 현란한 지휘자로 불리던 백발의 지휘봉 없는 지휘자, 그리하여 필라델피아교향악단을 26년 간 지휘한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가 직접 등장하는 영화 <카네기홀>(1947) 등에서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영화화하여 안젤라 랜즈베리가 아카데미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주목을 끈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 1945)에서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Moonlight Sonata)’의 선율이 흐르고 있다. 그 후 베토벤의 월광곡은 흑인배우 제이미 폭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이>(Ray, 2004)와 유태인 아드리엔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반나치영화 <피아니스트>(Pianist, 2002)에서 또한 캐시 베이츠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저리>(Misery, 1990)에서 각기 구사되고 있다. 그의 전원 교향악의 ‘양치기의 노래(Shepherd’s Hymn)’ 멜로디는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올랐던 <빅피시>(Big Fish, 2003)에 나온다. 베토벤의 제9교향곡은 죠프리 러쉬가 주연상을 수상한 <샤인>(shine, 1996)과 테러영화 <다이하드>(Die Hard, 2002)에 그리고 아카데미 감독, 각본, 작품상을 한꺼번에 수상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고전 폭력영화 <오렌지 시계공장>(A Clockwork Orange, 1971)에 쓰이고 있다. 또한 로빈 윌리암즈가 주연상 후보로 오른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에도 등장한다.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1997)과 <비포어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 그리고 <뉴른베르그의 재판>(Judgment at Nuremberg, 1961)에는 그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Pathetique’)의 멜로디가 각각 배어 있다. 흑인 웨슬리 스나입스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 것과 흑인과 백인의 부부 스와핑이라는 기묘한 설정으로 화제가 되었던 <원나이트 스탠드>(One Night Stand, 1997)에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카바티나 (Cavatina’)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의 멜로디를 차용한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는 무려 430편이 집계되어 있다. 그에 필적하는 또 다른 작곡가는 바로 리하르트 바그너이다. 지금까지 바그너의 선율을 삽입한 할리우드와 유럽의 각종 영화가 무려 428편에 달한다는 것이다(IMDB통계). 몇 가지 특기사항만 들면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를 빌려 쓴 할리우드의 대표작은 다음 세 작품이 있을 것이다. 1941년 영화사에 불멸의 금자탑을 쌓은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에는 탄호이저의 선율이 삽입되어 나온다. 1948년 존 폰테인 주연의 불후의 순애보인 <미지의 여성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n Unknown Woman)>에는 바그너의 탄호이저에서의 ‘오 그대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O, du mein holder Abendstern)’가 삽입되어 있다. 1968년 찰튼 헤스턴 주연의 나치를 다룬 영화 <카운터포인트>에는 탄호이저 서곡이 라이트 모티프로 쓰이고 있다. 1996년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바그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리베스토드(Liebestod)의 선율을 이용하여 무겁고 애절한 죽음의 사랑을 기리고 있다. 최신작 2006년의 <클림트>에서는 로엔그린의 멜로디를 차용하고 있다. 이 영화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아트 누보의 거장 화가 오스트리아의 구스타프 클림트의 애정행각을 다룬 것으로서 존 말코비치가 주연을 맞고 있다. 1939년 할리우드의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신부의 합창이 나온다. 모차르트 음악의 쓰임새도 대단한 바가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무려 552편의 영화와 TV드라마에 나온다. 상당수가 그의 뮤직 비디오에 쓰이기도 했지만 예컨대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 위대한 정복자(2003)>에서는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의 멜로디가 흐른다. TV드라마로 히트한 헬렌 미렌 주연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1998)>에서는 모차르트의 진혼곡 레퀴엠의 장중한 선율이 흐르고 있다. 짐 캐리의 출세작 <트루먼 쇼>(1998)에서는 모차르트의 호른 콘체르토 작품 1번의 1악장이 흐른다.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에서는 클라리넷 협주곡A장조와 바이올린과 비올라 협주곡 E장조가 흐른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등을 휩쓴 대작 영화이다. 요한 바흐의 선율은 각종 영화 401편에 기여하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278편의 영화 작품에 기여하고 있다. 멘델스존의 멜로디는 258편의 작품에 쓰이고 있다. 슈베르트의 멜로디는 247편의 영화에 깔려 있다. 브람스의 음악은 173편의 영화에 나온다. 유네스코가 천명한 대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이다. 문화의 세기라는 말은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DMB가 지지부진하는 것도 콘텐츠 개발이 병행되지 않기 때문이라면 이들 클래식 음악이야말로 끊임없이 인류 영혼을 풍부하게 하는 불멸의 예술 콘텐츠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월간 <삶과꿈> 2007.03 구독문의:02-319-3791
  • 다가온 어버이날…감사 선물 키워드

    오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현금이나 상품권이 언제나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꼽히지만 주머니 사정이 그리 좋지 않다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정성 어린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다. 어떤 게 좋을까.●부모님 선물…요즘 트렌드는? 엠플(www.mple.com)은 어버이날 ‘孝건강용품 대전’을 열고 각종 건강용품을 30∼50% 할인해준다. 집에서 손쉽게 혈당과 혈압을 체크할 수 있는 뉴 아큐-첵 액티브 혈당기(3만 5000원)와 삼성 헬시 디지털 혈압계(3만 9000원)가 사용법이 간편해 인기 좋은 편이다. 김수자 쿨스파 족탕기는 50% 할인된 6만 5000원.CJ홍삼 식스플러스 60포는 50% 할인된 8만 4580원. GS이숍(www.gseshop.co.kr)은 10일까지 ‘어버이날 감사 선물전’을 열고 건강식품, 건강용품, 효도가전, 꽃다발, 관광 등 상품을 최고 18% 할인 판매한다.‘정관장 신 홍삼천국 3박스 세트’(28만원)를 주문하면 홍삼원 10포를 더 준다. 카네이션 세트는 2만원대부터 5만원대 상품까지 다양하다. G마켓(www.gmarket.co.kr)은 ‘부모님의 마음을 읽어라’기획전을 통해 어버이날 추천 선물을 최고 4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인다. 숙면을 위한 메모리폼 베개는 7900원, 김수자 발마사지기는 7만 4900원이다. 종근당 홍삼골드는 1만 9900원, 하트모양 떡케이크는 1만 8900원. 기획전 건강식품을 주문하면 카네이션도 배송해준다.●마음은 청춘(?), 체형 보정 속옷 인기 속옷은 실용성이 높은 게 장점. 겉옷처럼 화려한 디자인과 고급 소재로 만든 속옷들도 많아 선물용으로 좋다.특히 젊은 몸매를 간직하고 싶은 어머님들에게는 체형 보정(補正) 속옷이나 평소 직접 구입하기에는 다소 꺼려할 수 있는 화사한 디자인이 괜찮다. 비비안의 ‘올인원(15만 6000원)’은 원피스 수영복 같은 디자인으로 가슴 볼륨업부터 배 보정 기능까지 한번에 해결해준다. 가슴부터 골반뼈까지만 감싸주는 보디셰이퍼는 14만 5000원. 트라이엄프의 올인원 제품은 21만원. 와코루는 화려한 레드 컬러의 자수로 장식된 섹시한 스타일의 홑겹 속옷을 내놨다. 가슴 윗부분의 자수와 앞 중심의 술 장식이 화려하다. 상하 세트는 18만원. 비비안 디자인실 우연실 실장은 “어버이날 선물용 속옷이나 잠옷은 고급스러우면서도 특별한 느낌이 나는 디자인으로 골라야 한다.”면서 “장년층의 체형에 맞게 디자인된 속옷인지 등을 잘 따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올해도 더욱 예뻐지세요∼” 어머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품목 중 하나가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고급 한방 화장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명품 한방 화장품인 설화수 보은 자음수(125㎖)와 자음유액(125㎖) 2종 세트는 10만 5000원. 윤조에센스(8㎖), 수 에센스(8㎖), 섬리안크림(3.5㎖), 탄력크림(5㎖)을 덤으로 준다. 윤조 에센스 60㎖가 추가된 설화수 보은 3종 세트 가격은 18만 5000원. 세트를 사면 섬리안 크림(3.5㎖), 자음생크림(5㎖), 옥용팩(30㎖), 윤조에센스(8㎖), 수 에센스(8㎖), 상백크림(5㎖)을 증정한다.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인 ‘후’에서는 ‘후 진율 2종’(13만 5000원)이 나온다. 밸런서(150㎖)와 로션(110㎖)이 기본 구성. 세트를 사면 진율고(13㎖), 진율 연수(10㎖), 진율 진액(7㎖), 공진향 해윤고(4㎖) 등을 준다. 코리아나 ‘자인 생기 3종 세트’(20만 7000원)는 생기 토너(125㎖), 생기 에멀션(125㎖), 생기 크림(50㎖)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기 진 에센스(5㎖), 생기 진 크림(5㎖), 생기 아이 크림(5㎖), 생기 진 앰플(2㎖×2)이 덤으로 따라 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님에 대한 가장 큰 선물은 관심”이라면서 “부모님이 어디가 불편하지 않으신지 항상 관심을 갖고 그에 맞는 선물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G마켓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앨범

    G마켓과 함께하는 우리들의 앨범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우리들의 앨범을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G마켓(www.gmarket.co.kr)과 함께 진행합니다. 우리들의 앨범 상품이 상품권으로 지급됩니다.1등 15만원,2등 10만원,3등 5만원 등 G마켓 선물권을 ‘나의 쇼핑정보란’에서 G통장 현금잔고로 충전한 뒤,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용방법은 G마켓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당첨자 정보는 매주 G마켓으로 전달됩니다. ●접수: 디지털 사진은 이메일(album@seoul.co.kr), 인화사진(크기 10×15 이상)은 서울신문 편집국 사진부(우편번호 100-745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25번지) ●문의: 서울신문 편집국 사진부 (02)2000-9242 ●선물 받으실 분 : 1등 김효정 2등 오혜수 3등 김필문 (G마켓 회원으로 등록해야 상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 ‘으랏차차’ 한국만화

    ‘으랏차차’ 한국만화

    ‘쩐의 전쟁’(SBS 16일 방영 예정),‘키드갱’(OCN 18일 방영 예정),‘위대한 캣츠비’(tvN 7월4일 방영 예정)….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영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본 만화 “세분화된 소재·탄탄한 스토리 매력”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가 한 초밥집을 400번 넘게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일본 만화의 철저한 취재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때문에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은 자연스레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손에 쥐게 되는 장점을 갖는다. 영화 ‘올드보이’(박찬욱 감독),‘미녀는 괴로워’(김용화 감독)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2002년 SBS 드라마 ‘라이벌’,‘명랑소녀 성공기’(2002년작)도 일본 만화가 바탕이었다. 만화평론가 김낙호(32)씨는 “일본은 만화 대국답게 만화가 문화콘텐츠의 중심에 위치해 소재가 다양하고 작품성도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 때문에 세계 콘텐츠 제작자들이 자연스레 일본 만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작만화 “우리만의 독특한 소재가 경쟁력”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지난해 6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최동훈 감독)가 대표적이다. 한국 만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소재로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적 소재로 무장한 우리 만화들은 아시아 배급을 목표로 속속 드라마와 영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은 2007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 제작에 들어갔으며,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한 박인권의 만화 ‘대물’도 12월 개봉을 목표로 현재 주요 배역에 대한 캐스팅을 끝마친 상태다. 특히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연출한 미국 샘 레이미 감독이 국내 만화사상 처음으로 형민우의 ‘프리스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2008년 개봉)를 제작하기로 해 달라진 한국 만화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원작의 창조적 변형이 필수 하지만 원작의 국적과 상관없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에서 한국적 현실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원작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방송·영화계의 중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적 유치함’이 용납되지 않는다.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한 ‘게으른 각색’으로는 작품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키드갱’에 출연중인 연기자 손창민은 “만화 원작 작품은 캐릭터나 극중 상황이 희화화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현실감있게 만드는 세심한 연출력과 연기자의 창의적 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미드·일드 부흥의 주역 자막맨의 세계

    6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우리말 자막을 만들어 온 회사원 박범용(32)씨는 이 분야의 ‘대가’이다. 대학 휴학 중이던 2001년 영어공부를 위해 취미삼아 시작한 일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삶의 일부’가 됐다. 처음에는 2시간짜리 영화 한편을 번역하는 데 한달도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2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를 못 알아들어 영어 스크립트에 의존해 해석하던 때도 옛 일이다. 지금은 영화 속 대사의 80% 정도는 듣는 즉시 해석이 되는 ‘준 동시통역사’ 수준이 됐다. 박씨는 “나만의 독특한 글자체로 인코딩된 ‘미드’(미국 드라마) 자막이 P2P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는 일본어 공부 차원에서 ‘일드’(일본 드라마) 자막 만들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전역에 한류 열풍이 몰아치고 있지만 국내 안방극장에는 ‘미드·일드’ 열풍이 거세다. 케이블TV에서는 미드·일드가 넘쳐나고 지상파 방송에서도 어렵지 않게 미드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미드·일드 신드롬에는 자발적으로 해외 동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자막맨’의 활약이 크다. 지금까지 소비자의 입장에 머물러 있던 시청자가 자막작업을 통해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로 변신한 셈이다. ●개인이나 팀 단위로 자막작업 그러면 자막맨들은 어떻게 자막을 만들까?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앞서 박씨처럼 혼자서 한편의 동영상 전체에 자막작업을 한 뒤 P2P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이다. 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문체의 자막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는 동호회에서 자막팀을 꾸려 철저한 분업을 통해 삭제 자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신속하게 번역된 자막을 수집하고 수차례의 교정작업을 통해 정확한 자막을 만들어 낸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현지에서 드라마가 방영되면 자막팀의 일원이 P2P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린다. 나머지 팀원은 영상을 내려받아 각자 맡은 동영상 부분에 자막을 집어넣는 ‘싱크 넣기’를 한다. 이런 식으로 1시간짜리 드라마의 경우, 짧으면 하루 만에도 완성된 자막이 나온다. 이러한 동호회는 네이트의 ‘드라마 24’ ‘NSC’, 다음의 ‘미국 드라마 24시’ 등 상당수에 이른다. 네이트 드라마 24의 경우 동호인 수만 13만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NSC는 자막팀만 무려 50여명에 달한다. 채널CGV의 한 관계자는 “방송용 자막의 경우 번역회사가 영문 스크립트만 보고 번역하기 때문에 극중 특수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동영상을 직접 보고 번역하는 자막동호회의 자막이 생동감이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억지 늘리기 없는 탄탄한 이야기에 매료 그렇다면 자막맨들은 왜 이런 고된 작업을 즐기는 것일까? ‘미드’나 ‘일드’가 보여주는 높은 완성도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오르면 분량을 늘려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미드와 일드는 철저한 사전제작과 시즌제로 일관된 줄거리를 유지한다. 일드의 경우 하나의 소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일본 특유의 문화도 강점. 이 때문에 포털사이트의 다음에는 약 1000여개의 일드 동호회가 활동해 숫자만 놓고 보면 400여개의 미드 동호회를 능가한다. 다음카페 ‘E.R. 사랑과 감동의 메디컬드라마’(2004년 9월 개설)를 운영하는 황민하(31)씨는 “미드들이 극적 수준이 높은 데도 한국에서는 드라마로 잘 소개되지 않아 직접 자막을 만들게 됐다.”며 “한사람이 45분짜리 미드 한편의 자막을 만드는 데 한달 가까이 걸리지만 그래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회원들의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 강화로 열풍 지속여부는 미지수 그럼에도 인터넷의 미드·일드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저작권이 강화되면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미드를 불법 유통시키는 네티즌의 개인정보도 수집할 수 있게 돼 자막맨들은 그야말로 ‘철퇴’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몇몇 자막동호회들이 저작권을 이유로 속속 커뮤니티를 폐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한 자막동호회 관계자는 “DVD로 발매된 작품에 대해서는 업로드를 하지 않는다는 게 각 클럽간 암묵적 원칙”이라며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 단속이 강해질 경우 커뮤니티에서 동영상이 아닌 자막만을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재경부 선정 8개 지역특구 탐방] (8) 경북 영양 고추산업 특구

    [재경부 선정 8개 지역특구 탐방] (8) 경북 영양 고추산업 특구

    경북 ‘영양 고추’가 명품으로 육성된다. 영양군은 3일 청정지역이자 영양 고추 친환경 재배단지인 일월·수비면 일원 57만 2310㎡(17만 3123평)가 ‘고추산업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고추 명품화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은 2011년까지 5년에 걸쳐 모두 351억 1000만원을 투입,▲고추산업 기반시설(181억 3000만원) 확충 ▲영양고추 및 전통문화 체험관광지 조성(93억 4000만원) ▲영양고추 명품 브랜드화(8억 1000만원) ▲토종고추 복원사업(68억 3000만원) 등의 사업을 펼친다. 우선 농가로부터 수매한 생고추를 세척·절단·건조·가공·저장하는 일괄 처리 시스템을 갖춘 일월면 가곡리 고추종합처리장을 증축해 처리용량을 현재 연간 6000t에서 1만t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또 일월산 등지에서 자생하는 각종 산나물과 영양 고추를 원료로 김치를 생산하는 김치공장과 전통장류생산단지를 조성한다. 영양고추의 소비촉진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영양고추와 연계한 체험관광 상품도 개발한다. 특구지역과 인접한 전통마을인 주실마을과 반딧불이 생태마을 특구(수비면 수하리), 고추박물관이 관광벨트로 이어진다. 특히 고추 체험관광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고추 심기 및 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황토방과 야영장 등 숙박시설과 수질정화 습지 공원, 야영 교육장 등이 함께 들어선다. 군은 또 영양고추 명품 브랜드화 사업을 위해 공동 브랜드 및 CI(이미지 통합)를 개발하고 품질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토종고추 복원사업에 나선다. 지금은 소멸된 고추 재래종인 ‘칠성초’를 복원해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 고추는 1970년대 후반 다수확을 목적으로 보급된 육종회사의 시판종에 밀려났다. 일월면 일대에서 재배된 칠성초는 과육이 두껍고 색깔이 좋으며 높은 고춧가루 수율(제분율) 등으로 명성이 높았다. 군은 특구사업이 마무리되면 연간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액이 487억원에 달하고 58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양군은 전체 농가의 81%인 3020여가구가 2134㏊에서 5719t의 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비타민 A와 C, 캡사이신 함량과 색도가 높고 맛이 뛰어난 영양고추는 전국 단위 각종 농산물 품평대회에서 으뜸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특구지정을 계기로 영양의 생명산업인 고추산업을 더욱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영양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고양, 노점상 근절때까지 단속

    강현석 고양시장이 노점상이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3일 ‘시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최근 노점상들이 마두역 광장의 공원화사업을 방해하고 단속공무원을 폭행하거나 시 청사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기까지 했다.”면서 “불법노점상과 노상적치물·불법광고물·불법주정차가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 단속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노점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시민들도 노점상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내가 바로 공무원] 서초구청 토목과 ‘아이디어맨’ 이재홍 과장

    서울 양재역에서 사당 쪽으로 남부순환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푸른잔디 옷을 입은 연두색 전신주와 가로등을 볼 수 있다. 주변 가로수들과도 제법 어울리는 모습에 녹색이 주는 시각적인 안정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이 기둥은 사실 불법광고물을 막기 위한 구청의 고육지책이다. 전신주와 가로등 기둥에 인조잔디를 하나씩 붙인 것. 가로시설물에 덕지덕지 붙은 불법광고물은 어느 구청이나 고질적인 문제다. 오죽하면 ‘광고물을 떼는 것이 공공근로사업의 주 업무’라는 말이 나올까. 아무튼 인조잔디 부착물 덕분에 인근도로에서 미간을 찌푸리게 했던 불법 부착광고물은 사라졌다. 인조잔디 활용법은 서초구청 이재홍(51) 토목과장의 아이디어다.‘접합면이 줄어들면 뭔가를 붙이기 어렵다.’는 간단한 과학적 원리를 이용했지만 실제로 이런 반짝 아이디어를 내놓기란 쉽지 않다. 이 과장의 아이디어는 결국 지난해 서울시 행정혁신 우수사례로 뽑혔다. 게다가 인조잔디는 도심의 먼지, 소음까지 흡수하는 효과까지 있어 공사장 가림막으로도 사용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79년 공무원이 된 이래 30년 가까이 토목전문 공무원으로 근무한 이 과장은 아이디어맨으로 통한다. 이 과장은 난지도 안정화 공사 당시 하수 슬러지 처리공법을 개선해 공사비 100억원을 절감했다. 또 폐타이어를 이용한 보도블록을 개발, 신지식공무원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최근 그는 도시 전선들을 땅 밑으로 정리하는 ‘전선 지중화사업’에서도 공사주체를 개인이 아닌 구가 맡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내 호응을 받았다. 그동안은 개인이 지중화 비용을 모두 부담했으나 이런 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한국전력이 공사비 50%를 부담해 주민들의 부담이 크게 준다. 그는 최근 후배들로부터 전화를 받는 일이 잦다. 아이디어거리 좀 달라는 읍소다. 아이디어 구(區)를 표방하는 서초구가 지난해 9월부터 직원에게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과장은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아이디어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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