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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상황서 우리 인간성은 어떻게 변할까

    담배를 사러 밖에 나간 ‘남자’는 어느날 인류 멸망의 첫 순간을 목격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구(球)가 사람을 집어삼키는 장면을 본 것이다. 2m가량의 거대한 구는 시속 4㎞의 속도로 도시를 배회하며, 마치 지능을 가진 생물처럼 꼭 사람의 뒤를 노려 따른다. 총을 쏴도 포탄을 쏴도 끄덕없는 구는 어느 순간 2개로, 4개로 분화를 시작하고, 지구상 인류의 수는 순식간에 줄어든다. 소설가 김이환의 ‘절망의 구’(예담 펴냄)는 인류 전체가 죽음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의 개인들이 겪는 절망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1억원 고료의 2009멀티문학상 제1회 수상작. 소설로서의 짜임도 뛰어나지만,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표방하고 영화사·방송사·출판사가 함께 제정한 상의 수상작답게 영화·드라마·만화를 위한 원천 콘텐츠로서의 매력도 상당하다. 작품 속 장면들은 재난영화나 인류멸망을 다룬 SF만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영화·만화가 보여주는 희망적인 인간애 따위와 타협하지 않는다. ‘그는 도망친다.’로 시작한 소설은 끝내 ‘남자는 도망친다.’로 끝을 낸다. 작품에는 끝까지 철저한 절망만 있을 뿐. 주인공 ‘남자’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성의 변화를 온몸으로 실감한다. 그토록 자신에게 살갑게 굴던 사람들도 구가 나타난 뒤로는 안부전화조차 않는다. 사람들이 남쪽 지방으로 피란을 시작하자 상인들은 바가지를 씌우고, 편의점에서는 심심찮게 약탈이 일어난다. 사람들 간의 폭력은 기본이다. 작품은 여기에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변주적으로 끼워 넣는다. 산에서 강도를 만나 가족을 잃은 여인, 회사건물에 갇힌 K 등을 등장시켜 문명 이전의 인간이 가진 본연의 폭력성을 그려낸다. 거기다 주인공은 구에 빨려 들어가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설정으로 다시 한번 주제를 강화한다. 구와 접촉했으나 빨려들어가지 않은 주인공은 구의 위협에서 벗어나 철저한 관찰자가 된다. 그 관찰자의 시선으로 인간의 진정한 절망은 구가 아닌 인간들 내면에서, 인간 사이에서 나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정체불명의 검은 구에게 쫓기는 꿈을 꾸고 난 후 작품을 썼다는 작가는 “오늘날 인류는 사회·정치·경제·심리적으로 상당한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고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이런 모습 속에서 과연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탄탄한 내러티브·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큰 관심사”

    “탄탄한 내러티브·무서운 이야기가 가장 큰 관심사”

    12일 개봉한 ‘불신지옥’(감독 이용주)은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불신’을 일거에 날리는 영화다. 올해 등장한 같은 장르 영화들 가운데 만듦새와 주제의식이 가장 뛰어나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이래 최고의 공포영화라는 말도 나온다. 평단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특히,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란 점에서 지난해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에게 그랬던 것처럼 놀라움과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근 만난 이용주 감독은 “좋은 반응이 고스란히 스코어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가 종교나 믿음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흔히 ‘과도한 믿음’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굉장히 역설적인 말이다. ‘믿음’ 자체가 과도함을 내포하는 단어이지 않나. 하지만 과도한 믿음은 한편으론 지탄받는다. 믿음이 다르면, 이미 믿음 자체가 타인에게는 과도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게 공포스럽고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화하고 싶었다. 또 한 가지는 영매, 다시 말해 인간과 신 사이 중간자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이 두 가지 플롯의 대결이 영화의 시작점이 됐다. →제목 때문에 특정 종교와 관련됐거나 혹은 고발하는 영화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말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자꾸만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다. 개신교든 무속신앙이든 기존 교단을 고발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냥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뜻이 이야기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붙였을 뿐이다. 상업 공포영화인데 영화를 떠난 그런 담론에 영화가 매몰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종교 비판적 내용을 담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타인의 종교 비판은 애초에 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믿음이란 현상 자체에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믿음의 생성과정, 자기가 믿고 있다고 믿는 것의 오류 혹은 그 동기부여, 절실함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그럼에도 혹시 비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 -우리나라 사회의 믿음은 기복신앙으로 많이 흐른다. 종교는 어떤 측면에서 세계관인데, 종교 자체를 단순히 기복의 도구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기복은 바라는 것이 이뤄지길 비는 것인데, 뒤집으면 협박이 되기도 한다. “이걸 안 믿으면 안 좋아질 것이다.”라고. 기복적인 측면이 너무 강화돼 믿음으로 치환됐을 때 타인에게는 충분히 공포가 될 수 있다. →주인공 희진(남상미)의 바쁜 일상을 보여주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희진은 스스로 사는 것이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일상을 산다. 믿음이 없는 인물, 아니 상식을 믿고 있는 인물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은 신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설적이게도 상식의 광신도일 수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성이 약해진다는 비판도 있더라. -공포 영화의 장르성이 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무서움 그 자체라면, 옥상 위 엄마의 눈빛, 상황 자체가 나는 무섭다.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 등 익숙해진 플롯이 안 나와서 느낀 배신감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겠다. 난 그게 클리셰(진부한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공포를 지향하려 했다. 단, 너무 새로워서 낯설지는 않게 말이다. 공포영화 장르성에 대해서 강박을 갖지 않았다. 탄탄한 내러티브와 무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였다. →대학 전공이 건축학이라 들었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부터 꿈이 건축이었고, 재수한 끝에 건축학과에 합격했다. 대학 때는 서클인 사진부 활동을 더 열심히 했다. 졸업하고 나서 설계사무소에 4년 정도 다녔다. 그 와중에 한겨레연출학교를 1999년 중순부터 다녔는데, 단편을 한 편 찍어보니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당시 IMF 외환위기 때문에 동료들이 많이 잘렸다. 회사생활에 환멸이 느껴져서 그해 연말 그만뒀다. 이듬해 단편을 하나 더 찍었다. →이후에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연출부를 했다고 들었다. -‘플란더스의 개’를 보고 너무 좋아서 ‘저 사람 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좋게 들어갔다. 지금까지 본 테스트 중 가장 힘들게 통과한 게 ‘살인의 추억’ 연출부가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조감독님께 ‘왜 나를 뽑았냐?’고 물었더니, 컴퓨터에 능하고 스틱(수동) 운전을 할 수 있어서였다고 했다(웃음). →장편 데뷔작이다.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2003년부터 준비를 했는데, 멜로영화 두 편이 연이어 엎어졌다. 2007년 초부터 ‘불신지옥’ 시나리오를 썼고, 그해 11월 투자가 확정돼 프리 프로덕션을 시작했다. 촬영은 올해 3월부터 들어갔고. →지난 5월 별세하신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의 유작이 됐다. -영화판에서 엄청난 어른이었다. 나한텐 은인이시다. 영화촬영 중간에 돌아가셔서 너무 놀랐고 충격적이었다. 상태가 안 좋은 걸 일부러 안 알렸다. 너무 가슴 아프다. 요즘도 술 마시면 밤에 혼자 울고 그런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 바람은 두 번째 영화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웃음).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불신지옥’ 심은경 “‘신들린 소녀’ 뺏기기 싫었어요” (인터뷰)

    ‘불신지옥’ 심은경 “‘신들린 소녀’ 뺏기기 싫었어요” (인터뷰)

    “‘신들린 소녀’라는 캐릭터를 다른 아이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어요.” 15살 소녀의 야무진 대답.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역배우 심은경은 사랑스럽고 앳된 소녀였지만, 어느새 데뷔 6년차에 접어든 진짜 배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불신지옥’의 소진, 이건 내 역할이야 영화 ‘불신지옥’(감독 이용주·제작 영화사아침)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심은경은 ‘소진’이란 역할이 정말 어렵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신들린 소녀’는 보기 드문 캐릭터잖아요. 하지만 영화 속 모든 사건이 소진이로부터 일어난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심은경이 만난 소진이는 신에 들렸다기보다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소녀였다. 게다가 깊은 내면연기에 도전하고 싶었던 심은경에게 ‘불신지옥’은 하나의 기회였다. “그래서 이 역할, 내가 꼭 해내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누구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 데뷔 6년차 배우, 변한 건 책임감 12일 개봉한 ‘불신지옥’에서 보여준 심은경의 ‘신들린’ 연기에 사람들은 놀라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소진을 연기한 본인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원래 소진이는 더 슬픈 캐릭터였어요. 원하지도 않는데 어떤 능력을 갖게 됐고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아요. 그런 슬픔을 부각시켰던 부분들이 사라져서 아쉬워요.” 관객들에게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심은경. 어느새 데뷔 6년차가 된 어린 배우는 그것을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저를 캐스팅한 감독님도, 제게 출연하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제 능력을 믿고 선택하신 거잖아요.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 ‘신들린 소녀’ 다음엔 ‘사이코패스’도 해보고 싶어 15세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이 견디기에 소진이란 역할은 너무 강렬했다. ‘신들린 소녀’라는 격렬한 캐릭터를 맡은 데 부모님의 걱정은 없었을까. “접신 장면을 찍다가 기절하는 바람에 엄마가 걱정 많이 하셨어요. 제가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처럼 될까 봐요.” 하지만 뭐든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능력이라며 심은경은 밝게 웃는다. ‘불신지옥’에서 보여준 광기어린 눈빛도, 차가운 표정도 말끔히 지워버렸다. “다음엔 더 강렬한 연기도 하고 싶어요. 사이코패스처럼 오묘하고 복잡한 캐릭터도 잘 해낼 자신 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었던 만큼 앞으로도 어떤 역할에든 도전하고 싶다는 심은경. 어느새 그녀는 아역을 넘어 당당한 배우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건축가 김수근의 3대 종교건축물 불광동 성당 인근 재개발 공사로 붕괴 위기

    건축가 김수근의 3대 종교건축물 불광동 성당 인근 재개발 공사로 붕괴 위기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작품인 서울 불광동 성당이 아파트 재개발 공사로 붕괴될 우려를 낳고 있다. 성당의 담장이 무너지고 지반이 침하돼 성당 건물 내 바닥 등의 균열이 50m 이상 진행된 상태다. 성당 측은 건물 붕괴를 우려해 성체조배실(기도실)을 폐쇄했다. 성당 안 14처길(예수고난을 상징하는 묵상통로) 옆 담장엔 지지대를 설치하고 통행을 막았다. ●담장 무너지고 성당바닥 균열 1985년에 완공된 불광동 성당은 한국 100대 건축물 중 하나로 장충동 경동교회, 마산 양덕성당과 더불어 김수근의 3대 종교건축물이다. 한국 근현대 건축문화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성당이 붕괴위기에 놓인 것은 700여 가구(6만 3000㎡) 규모로 지난해 3월부터 시행 중인 불광제7구역주택재개발사업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철거작업 도중 잔해물이 떨어지면서 성당 담장이 붕괴됐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터파기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당 측은 지난 2월 서울 서부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내 4월 ‘물막이벽을 설치한 뒤에만 공사할 수 있다.’는 결정을 얻어 냈다. 하지만 건설사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흙막이 공사만 실시해 지난 6월엔 성당 지반 균열까지 발생, 침하가 심해졌다는 게 성당 측의 주장이다. ●시공사 “안전에는 문제없어” 시공사인 H건설 측은 “물막이벽 공법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성당이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정밀안전진단에 따르면 ‘담장은 당장 보강이 시급한 E급, 건물은 결함이 심각한 D급’으로 판명됐다. 근현대 건축물 보존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단체 도코모모(DOCOMOMO)의 정인하(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철거작업 땐 옆에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일지라도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게 기본”이라면서 “하물며 인문학적 의미가 큰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이병헌, 美영화사이트 검색순위 ‘폭등’

    이병헌, 美영화사이트 검색순위 ‘폭등’

    영화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으로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배우 이병헌이 해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2일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는 “이병헌이 세계적인 영화사이트 IMDB.com에서 검색순위 30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IMDB는 세계 최대의 영화 정보 사이트로 이병헌은 IMDB의 주간 배우 검색 인기순위에서 30위에 올라 한국 배우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전작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1000위에 진입했던 이병헌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지아이조’ 출연 이후 순위가 900등 넘게 급상승했다. 이병헌의 순위는 안젤리나 졸리, 메릴 스트립, 산드라 블록, 스칼렛 요한슨 등의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앞선다. 현재 영화 검색순위에서 ‘지아이조’가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이병헌에 대한 세계 관객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또한 이병헌은 지난 6일 미국 LA에서 열린 ‘지아이조’ 프리미어 행사에서 시에나 밀러, 채닝 테이텀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CJ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2)]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와 용소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32)]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와 용소

    육백산(1241m) 자락 삼척 도계읍 무건리의 꼭대기 마을인 큰말은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인적이 뜸한 이곳에 여름철이면 사진작가와 산꾼들이 쉬쉬하며 찾아오는데, 태초의 비경을 간직한 용소굴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용소굴 일대에는 아기자기한 이끼폭포와 검푸른 용소가 강렬한 대조를 이루며 보는 사람의 넋을 쏙 빼놓는다. 한때 오지여행가 사이에서만 알려진 무건리에 다시 외지인들이 찾아온 것은 2000년쯤이다. 큰말 아래에 숨어 있던 이끼폭포와 용소가 사진작가들에 의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였다. 이곳 산행 코스는 성황골을 따라 오르는 길과 산비탈을 타고 도는 옛길이 있다. 계곡은 길이 없는 험로이기에 오지전문 산꾼의 몫이고, 일반인들은 안전한 옛길이 좋겠다. 산행이 시작되는 소재말 마을에서 큰말을 거쳐 용소까지는 약 4㎞, 1시간30분쯤 걸린다. 주민들이 다니던 옛길이라 경사가 완만하고 한적하다. ●겨울철 멧돼지 사냥을 즐기던 오지마을 고사리 38번 국도변에서 현불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산기리(산터 마을)다. 여기서 왼쪽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석회암 채굴 현장이 나온다. 소란스러운 현장을 지나 500m쯤 더 오르면 소재말 마을이 나온다. 마을 이후의 길은 비포장으로 변하고, 바리케이드가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산행은 바리케이드를 지나면서 시작된다. 길은 임도처럼 넓고 잘 나 있다. 오르막을 몇 굽이 돌면 성황당 소나무가 우뚝한 국시재 고갯마루가 있다. 나무 아래 돌무덤에 작은 돌을 하나 얹고 입산의 예를 올린다. 성황당에서 큰말까지는 산등성이를 타고 도는 순한 길이다. 국시재를 떠난 지 한 시간쯤 지나면 왼쪽 산비탈에 들어앉은 민가들이 나타난다. 산비탈에 대여섯 채 집이 남아 있는 큰말이다. 집들은 텅텅 비었는데, 주민들은 삼척·태백 등에 내려와 살면서 여름철 작물 가꿀 때나 드나든다고 한다. 대문도 없는 어느 집의 툇마루에 앉으니 오지마을 특유의 한적함과 외로움이 전해온다. 겨울철이면 큰말에는 눈이 산더미처럼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 길이 끊기고 할 일 없는 주민들은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 몰이꾼패와 창꾼패로 나뉘어 창꾼패는 길목을 지키고 몰이꾼패는 길목으로 멧돼지를 몰았다. 몰이꾼들에게 쫓긴 멧돼지가 깊은 눈에 빠져 움직이지 못하면 창꾼의 우두머리인 선창잡이가 멧돼지 급소에 창을 찔렀다…. 무건리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사냥 이야기는 이미 잡풀 속에 묻힌 지 오래다. 1994년 마을에 있던 소달 초등학교 무건분교가 폐교되면서 시나브로 마을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마을을 지나 무건분교 터를 찾아보지만 큰물에 쓸리고 잡풀에 덮여 흔적조차 없다. ‘1966년 개교, 89명의 졸업생을 배출, 1994년 폐교’를 알리는 팻말과 돌무더기에 묻힌 녹슨 미끄럼틀만이 안쓰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서 이끼폭포로 가려면 분교 터 팻말 아래, 가래나무 밑 오솔길을 찾아야 한다. 잡초 무성한 비탈을 헤집고 내려가면 거센 물소리가 먼저 귀를 때리고 이어 푸른빛 도는 드넓은 소와 폭포(높이 7~8m)가 불쑥 나타난다. 폭포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10m쯤 되는 폭포가 이끼 무성한 바위들에 걸려 있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감동의 물결이 몰려온다. 그러나 진짜 비경은 소에 걸린 폭포 위쪽에 숨어 있다. ●시간과 물을 삼키는 용소의 심연 폭포 왼쪽 바위벽에 걸린 고정로프를 타고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길인 듯 어둑한 바위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첨벙첨벙 물길을 건너면 높이 10m쯤 되는 아름다운 이끼폭포가 초록 치마를 드리우고 있다. 마법에 홀린 듯 그 화사한 폭포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왼쪽에서 섬뜩한 냉기가 온몸에 엄습해 온다. 그곳에는 입을 쩍 벌린 검푸른 소가 웅크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우렁찬 비명을 지르며 여러 갈래의 작은 폭포들이 그 소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폭은 3m쯤 되지만 깊이가 10m는 족히 넘는 그곳이 바로 용소다. 산행은 용소에서 마무리된다. 강원도 지방기념물인 용소굴은 용소 위쪽에 있는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용소 앞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에 잠시 들어온 느낌이다. 하산은 계곡을 따르지 않고 올라온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야 한다. 벼랑과 폭포가 이어진 석회암 계곡은 아름답지만 매우 위험하다. 글 사진 mtswamp@naver.com ●가는 길 삼척 도계읍은 삼척보다 태백에서 가깝다. 승용차는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연결된 고속국도를 이용해 영월을 거쳐 태백에 이른다. 태백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삼척 방향으로 30분 달려 하고사리역 근처에서 고사리 방향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들어가면 산기리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사리행 버스는 1일 8회 다닌다. 문의 (033)552-3100
  • 동대문구, 옥상정원으로 녹색행정 실천

    동대문구, 옥상정원으로 녹색행정 실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서울 도심에서 잘 가꿔진 정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비싼 땅값 때문에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발품을 조금만 팔면 꽃과 관목의 생장과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초록의 세계를 만날 수도 있다. 옥상 정원이 바로 그곳이다. 동대문구는 용두동 국제요리전문학원 빌딩과 전농동 도석프라자빌딩 옥상에 초록빛 가득한 정원을 조성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옥상 정원은 회색빛 도시에 아름다운 녹색의 풍경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열섬 현상을 줄여주고 단열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1석3조의 친환경 공간이다. 건물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동대문구는 4곳의 민간 건축물을 옥상공원화 사업대상으로 선정했다. 우선 용두동과 전농동 등 2개 빌딩의 옥상에 정원을 조성했으며, 나머지 2개의 빌딩에도 조만간 아담하고 예쁜 정원이 들어선다. 건축물을 저탄소 녹색 건축물로 바꾸기 위해 내년에도 지원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옥상 면적이 99㎡ 이상으로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라면 구조안전 검사를 거친 뒤 옥상정원 사업대상자로 신청하면 된다. 동대문구는 또 전국 기초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녹색성장팀을 신설, 친환경 녹색성장을 위한 전방위 노력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센터와 공동으로 청솔우성아파트를 온실가스 줄이기 시범아파트로 지정, 탄소 마일리지제 가입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이와 함께 다중이용시설의 에너지 사용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계몽하는 ‘에너지 지킴이’ 사업과 건물에너지 합리화사업(BRP)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학술·종교플러스]

    15일 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법회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북한 조선불교도련맹 중앙위원회와 함께 15일 ‘조국통일기원 8·15 남북불교도 동시법회’를 봉행한다. 이날 오전 11시에 남측은 서울 봉은사에서 북측은 평양 광법사를 비롯, 전국 사찰에서 행사를 열며, 통일기원 타종을 하고 민족화해의 염원을 담은 남북공동발원문을 낭송한다. 원불교 재해재난 구호대 발족 ●원불교는 11일 중앙총부에서 ‘원불교 재해재난 구호대’ 발족식을 개최했다. 구호대는 봉공회, 원광대병원, 원음방송 등 원불교내 21개 단체 및 기관이 참여한 구호활동단체다. 원불교 초기 교단의 ‘무아봉공(無我奉公)’정신을 실천하며, 비상보건사업, 구호물자지급사업, 복구사업, 보육사업 등 지금껏 분산돼 있던 복지사업을 한 데 모은다. 새문안교회 다문화와 신앙 강좌 ●새문안교회는 9월5~6일 ‘다문화·다종교 사회에서 신앙’을 주제로 46회 언더우드 학술강좌를 연다. 박천응 다문화교회 담임목사가 ‘다문화사회와 신앙’을, 신국원 총신대 교수가 ‘샬롬의 비전’을, 강영안 서강대 교수가 ‘다문화·다종교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의한다. 한국개념사 총서 편찬 워크숍 ●한림대 한림과학원은 13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제1관에서 제 9회 한국개념사 총서 편찬 워크숍을 개최한다. 최창희·이삼성 한림대 교수, 이기훈 목포대 교수가 각각 ‘독립·자주’, ‘제국’, ‘청년’을 주제로 집필 구상을 발표한다. (033)248~2900~2. 27~30일 여호와의 증인 대회 ●여호와의 증인 국제대회가 27~3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깨어있으십시오!’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는 관련 심포지엄 및 연설을 통해 봉사의 직무와 영적 생활의 유지법 등을 전한다. 각국에서 온 선교인들의 선교 실태 보고도 듣는다. 참가비 무료. (031) 571-3864.
  • [서울플러스]] 노인 보이스피싱 예방교육 실시

    영등포구(구청장 김형수)노인들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범죄유형 및 대처 요령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은 8000명 남짓으로 구는 지난달 6~17일, 대한노인회와 협조해 경로당을 순회하며 전화사기 예방 교육 실시했다. 이달부터는 ‘원스톱 지원센터’를 통해 수시로 사기피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홍보한다. 사회복지과 2670-3407.
  • 600년 성곽이 117년 교회 눌렀다

    600년 성곽이 117년 교회 눌렀다

    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동대문교회를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의 공원화사업 계획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서울성곽 복원을 목표로 하는 서울시 행정계획의 공익성이 117년의 역사를 지닌 동대문교회의 보전가치보다 높다는 취지라 향후 재개발지역에 위치한 유서깊은 교회와 성당·사찰 등을 둘러싼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김종필)는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대학로~동대문~남산으로 이어지는 축을 공연문화, 패션문화, 녹지문화의 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을 고시했다. 서울시는 특히 동대문교회 부지에 서울성곽을 복원해 ‘성곽역사공원’을 조성, 동대문 일원의 옛모습을 되찾는 공원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동대문교회쪽에 업무협의 요청을 하고 설명회도 열었다. 동대문교회쪽 역시 교회 이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서울시가 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동대문교회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서울시가 동대문교회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침해되는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동대문교회가 일제시대 때 국권회복운동을 이끌고, 1970년대에는 평화시장 근로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등 한국감리교회의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다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했다. 동대문교회는 1892년 정동교회와 상동교회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감리교단 교회로 3·1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손정도 목사가 담임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적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 서울성곽의 복원 필요성을 더 우위에 놨다. 재판부는 “서울성곽은 축조된 지 600년 이상 된 것으로 범국가적이고 큰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노후한 교회 건물이 성곽 일부를 점유한 데다 교회 건물 및 주차장이 성곽을 가리고 있어 성곽의 경관을 회복하고 복원되지 않은 성곽 부분을 되살릴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판시했다. 또 “사회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공원은 공익성이 큰 반면 동대문교회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은 공원을 조성할 때 교회터 위치에 흔적 표시 등을 남기는 방법으로 보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이 종교시설 역시 일반 건물과 마찬가지로 사유재산 혹은 물건의 하나로 취급, 철거 및 이전에 있어 보상액과 소유권 등만 중점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공원 자체의 공익성, 교회 이전 뒤의 동일성 유지 여부 등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지만, 동대문교회와 서울성곽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지니는 비중 등이 크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뉴스다큐 시선] 설 자리 잃어가는 가판대 ☞면허정지 6만명 15일부터 ‘핸들’ 잡는다 ☞“웬 날벼락” 제주 으뜸저축은행 6개월 영업정지 ☞교과서값 오른다 ☞토성의 고리들이 하루 동안 사라진다 ☞해운대 1000만 누가 먼저 찍을까
  • [NOW포토] 정진영·장근석·신승환, 누구 눈빛 더 강렬할까?

    [NOW포토] 정진영·장근석·신승환, 누구 눈빛 더 강렬할까?

    11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 예홀에서 진행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감독 홍기선, 제작 선필름 (주)영화사 수박)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정진영, 장근석, 신승환.’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두명의 용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치열한 진실게임 속에 진범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현장살인극. 9월 개봉 예정이다.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장근석 “짝짝이 쌍꺼풀 매력적이죠?”

    [NOW포토] 장근석 “짝짝이 쌍꺼풀 매력적이죠?”

    11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 예홀에서 진행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감독 홍기선, 제작 선필름 (주)영화사 수박)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장근석이 미소짓고 있다.정진영, 장근석, 신승환 등이 출연하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두명의 용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치열한 진실게임 속에 진범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현장살인극. 9월 개봉 예정이다.서울신문NTN 강정화 기자 kj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NOW포토] 장근석 “올블랙으로 멋냈어요!”

    [NOW포토] 장근석 “올블랙으로 멋냈어요!”

    11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 예홀에서 진행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감독 홍기선, 제작 선필름 (주)영화사 수박)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장근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정진영, 장근석, 신승환 등이 출연하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태원 햄버거 가게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두명의 용의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치열한 진실게임 속에 진범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현장살인극. 9월 개봉 예정이다.서울신문NTN 현성준 기자 gus0403@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전시 리뷰]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

    [전시 리뷰]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

    파리-알제리-서울, 광주-광주-서울, 멜버른-홍콩-맨해튼, 서울-뉴저지-서울 등 도시 이름들이 원색으로 어우러져 검은 화면을 화려하게 적셨다. 관객들이 이렇게 부모와 자신의 출생지를 적은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를 어디론가 전송하자 화면에 떠오른 세계 지도에는 도시와 도시들이 선과 선으로 이어져 나간 것이다. 인천국제도시축제 개막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지난 7일 저녁 인천 송도의 밤하늘에 화려하게 펼쳐질 때, 같은 시간 송도 투모로우씨티 큰울림광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이렇게 세계 도시들은 서로 연결되고 있었다. 다름아닌 아트센터 나비가 주최한 미디어 아트 축제 ‘우리 함께 즐겨요, 오웰씨’(Come Join Us, Mr. Orwell!)라는 이벤트. 이날 행사는 25년 전 1984년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이 인공위성을 이용해 각국을 연결했던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호주 멜버른의 페더레이션 스퀘어와 송도를 라이브로 연결했다.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당시 백남준 선생이 비싼 인공위성을 써서 세계와 연결했다면 지금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2D·3D 비주얼 디자이너 등 5명으로 구성된 유럽의 미디어 퍼포먼스 그룹 ‘Anti VJ’의 영상 작업이었다. 투모로우씨티 건물 외벽을 흰색 영상으로 투사하며 때로는 대형 선박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뱃고동 소리를, 때로는 아름다운 흰색 빌라와 화사하게 떨어지는 꽃잎을, 또는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배관선의 빠른 움직임 등을 보여주며, 미디어 아트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이 디지털 아트 퍼포먼스는 올해 말까지 캐나다와 일본,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의 10개 도시에서 순회전시할 예정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통합KT 훨훨

    통합 KT가 2·4분기에 지난해보다 50%정도 늘어난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KT는 7일 2분기 매출 4조 8725억원, 영업이익 4834억원, 순이익 50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었다. 영업이익은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9.9% 증가했지만 이동통신의 마케팅 경쟁으로 1분기와 비교해서는 19.2% 줄었다. 또 환율안정으로 외화환산손실이 줄어들면서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245%, 1분기와 비교해서는 155% 늘었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기존 주력사업은 부진했지만 이동통신과 인터넷전화, 와이브로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유선전화의 가입자 이탈 등 수익감소 추세는 2분기에도 이어져 전화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5% 줄어든 1234억원이었다. 또 결합상품 등 할인증가로 초고속인터넷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0.6% 줄어든 4811억원이었다. 반면 무선사업은 가입자와 데이터 매출이 늘어나면서 1분기보다 14.9% 늘어난 2조 50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터넷전화(VoIP) 수익도 늘어나면서 전화매출의 부진을 대신했다. 초고속인터넷과 달리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는 저가 노트북인 넷북과 결합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1분기보다 3만 4000명이 늘어나 누적 가입자가 21만 8000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 매출도 1분기에 비해 28.9% 늘어난 353억원을 기록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70년대말 신문배달 고학생이 본 세상

    누구는 자조적으로 ‘배달의 기수’ 또는 ‘달배’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짐짓 근엄하게 ‘신문 배달 고학생’이라고도 불렀다. 1970년대 후반 격변의 한국 사회에서 신문을 배달하던 열 여덟살 고학생의 눈에 비친 신문보급소를 둘러싼 세상은 때로는 유쾌하게 희망을 담아내는 공간인가 하면, 때로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박영희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소설을 냈다. ‘대통령이 죽었다’(실천문학사 펴냄)는 청소년 성장소설을 표방하며 세상살이의 애환, 세상과 개인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을 추억의 흑백필름처럼 보여준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삶을 좀더 생생히 엿볼 수 있게 하고, 70년대 후반을 치열하게 타고 넘어 왔던 40~50대에게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아련히 반추하게 만든다. 열 여덟 살 ‘수형이’와 그 또래는 H일보 서울 신설동보급소에서 기숙하며 새벽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낮에는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한다. 가끔 신문 구독료를 챙겨 딴주머니를 차거나 여자 속옷을 몰래 훔치기도 하는 악동 무리들이지만, 폐결핵을 앓는 동료를 위해 주머니를 털어 개고기를 마련하는 끈끈한 의리-연대를 보여준다. 또한 본사의 일방적인 보급소장 교체에 배달을 거부하는 ‘파업’으로 맞서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은 바로 대학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바람에 대해 사회는 그들이 소외된 주변부 인생의 처지임을 다시금 뼛속 깊이 확인시켜줄 뿐이다. 그들의 삶에 전혀 관련 없을 법한 긴급조치, YH노조 신민당사 점거, 부마항쟁, 김지하의 ‘오적’ 필화사건, 전태일의 죽음과 독재의 상관관계, ‘학사 세계프로권투챔피언’ 박찬희 등 그 시절을 설명해주는 뉴스 키워드가 쉼없이 엇갈리며 교직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수형이 무리가 세상의 진짜 뉴스를 접하는 곳은 자신들이 매일 옆구리에 끼고 사는 신문이 아닌, ‘정체불명의 삐라’를 통해서다. 수형이는 신문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삐라’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혼란이라기보다는 진실을 말하지 못하거나 말하지 않는 신문에 대한 조롱이자 야유인 셈이다. 한편 이 소설은 신문 시장을 왜곡시키는 문제점의 한 축을 정확하게 그려낸다. 1년 무료 투입에 자전거·비데 등 경품도 모자라 백화점 상품권·10만원권 수표 등까지 등장한 최근의 불법 판촉 경쟁을 생각하면, 다른 경쟁 신문 몰래 빼와 배달 사고 일으키기 등 30년 전 신문 배달 경쟁은 차라리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40년 詩쟁이·책쟁이’ 이시영 시선집

    이시영은 1980년 창비에서 편집장으로 시작, 2003년 대표이사를 그만둘 때까지 23년 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다. 또 그 기간을 포함,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서 ‘개헌청원지지 문인 61인 선언’,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01인 선언’ 등 유신 반대운동으로 시작해 30년 넘게 민주화 운동가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어떤 삶의 모습이어도 이시영의 몫은 시인(詩人).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조), 월간문학(시)으로 등단한지 꼬박 40년이 됐다. 후배 시인들이 이를 기리며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창비 펴냄)를 냈다. 그가 40년 동안 펴낸 11권의 시집 중 김정환, 고형렬, 김사인, 하종오가 각각 20편 남짓 엄선했다. 1~3부가 각각 28편씩 담고 있다. ‘긴 노래, 짧은 시’는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좋다. 거의 모든 시를 관통하고 있는, 끈적하게 세상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가없는 애정이 우리네 편안한 입말의 옷을 입고 함빡 담겨 있다. 하지만 이시영의 시세계 40년을 쭈욱 따라가고 싶다면 첫 시 ‘만월’부터 마지막 ‘봄날’까지 한 편 한 편 꼭꼭 씹어서 읽어볼 일이다. 이시영은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쓰기 전인 1970년대부터 사람의 한 생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며 시 같은 이야기, 이야기 같은 시로 풀어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후꾸도’, ‘정님이’를 보면 개인의 삶을 꿰뚫고 지나가는 시대가 읽혀진다. 머슴 신세 벗어나려 (도시로)도망가지만 결국 거리에서 사과 좌판 처지 이상 되지 못하고(‘후꾸도’), 정 많던 정님이는 도시로 가서 부엌데기로, 여공으로, 색싯집으로 전전할 수밖에 없다.(‘정님이’) 이시영은 농경사회에서도, 산업화사회에서도 그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되고, 소외되는 형태로 반복됨을 가슴 먹먹함 감추며 애써 덤덤히 이야기한다. 이런 덤덤함은 치열함이 조금씩 걷혀지는 1990년대 시를 모은 2부에서 조금씩 변화한다. 이야기를 풀되 극단적일 정도로 짧은 시의 실험이 시작된다. ‘이 바람 지나면 동백꽃 핀다/ 바다여 하늘이여 한 사나흘 꽝꽝 추워라’(‘오동도’ 전문) 또는 ‘가로수들이 촉촉이 비에 젖는다/ 지우산을 쓰고 옛날처럼 길을 건너는 한 노인이 있었다/ 적막하다’(‘사이’ 전문) 식이다. 이시영은 시선집 앞머리에 “시여, 지난 40여년간 나를 옥죄고 있던 사슬을 풀고 너도 이젠 좀 자유로워지거라.”라고 말하며 시와 또다른 관계를 맺어나갈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LA 한복판에 ‘이병헌 광고판’ 등장한 이유

    LA 한복판에 ‘이병헌 광고판’ 등장한 이유

    영화배우 이병헌이 단독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가를 장식했다. 오는 7일(이하 현지시간)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의 현지개봉을 앞두고 이병헌이 홀로 촬영한 영화 포스터가 윌셔 블러바드에 있는 대형 빌딩 외벽에 내걸린 것. 광고판이 등장한 지역이 한인타운에 인접해 있으며, 아시아 인구가 많은 점을 미뤄 볼 때 영화사에서 한류스타인 이병헌을 영화 홍보에 적극 이용한 마케팅 전략임을 알 수 있다. 또 이병헌이 주연 배우인 시에나 밀러와 채닝 테이텀을 제치고 할리우드에서 LA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중심 거리에 대형 광고판을 홀로 장식해,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이병헌의 네임파워를 입증한 셈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지난 4일 뉴욕에서 열린 프리미어 시사회에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병헌은 오는 6일 LA에서 열리는 프리미어에 참석해 막판 영화 홍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LA 프리미어에는 ‘지.아이.조’의 출연배우 뿐 아니라, 안젤리나 졸리 등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를 높인다. 이 영화에서 이병헌은 화려한 액션과 절제된 연기로 악역 스톰 쉐도우를 연기해, 지난달 열린 국내시사회에서 호평을 얻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지.아이.조’는 세계를 지키려는 지아이조와 평화를 위협하는 코브라 군단의 대결을 그린다. 국내에서는 6일 개봉했고, 미국에서는 7일 첫 선을 보인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미국 LA)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승용차 통행시간 70%단축 ‘교통혁명’

    승용차 통행시간 70%단축 ‘교통혁명’

    서울시가 5일 만성적인 도심 교통난 해결을 위해 획기적인 대심도(大深度) 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까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서울에는 승용차 통행시간이 지금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드는 ‘교통 혁명’을 맞게 되지만 사업 실현을 가로막는 난제 역시 한둘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서울 도심의 평균 통행속도는 1996년 시속 16.4㎞에서 2002년 16.3㎞, 2005년 14.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심도 도로가 완공되면 교통체증이 심한 러시아워에도 30분 안팎이면 서울 전역을 다닐 수 있게 된다. 평소 자가용으로 39분이 걸리던 양재~광화문 구간은 13분으로 줄어들고 1시간이 넘게 소요되던 잠실~상암, 청량리~김포공항 구간 또한 각각 25분, 34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지금은 시청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 1시간20분이 걸리지만 대심도 도로를 이용하면 42분이면 충분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대심도 도로는 승합차 이하 소형차만 다닐 수 있는 복층 구조로 설계된다. 지하도로와 연계해 대형 주차장을 통해 지상 대중교통과 편리한 환승이 가능하다. 고속 엘리베이터도 설치된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대심도 도로가 본래의 기능을 다하려면 시가 사고발생 때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긴급상황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운영 및 관리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가 지하에 도로망을 구축하려는 이유는 더 이상 지상에는 도로를 만들 만한 용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다. 때문에 도로 건설에 필요한 총 11조 2000억원의 재원 마련이 사업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예상사업비 9조 2827억원 가운데 동부간선도로(남북3축) 지하화사업(3250억원 소요 예상)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나머지 도로들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해결하기로 했다. 2004년 개통한 우면산터널 등의 사례를 들며 민자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가 추진 중인 여러 사업들과 맞물려 있어 중복투자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강남순환도로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7개 경전철 노선과 5개 민자도로 건립 계획도 갖고 있다. 경기도도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대심도 급행열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고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지하 공간에서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조한선 책임연구원은 “지하터널이 지상도로보다 위험한 것은 자명한 만큼 해외의 사례들을 참고해 방재 등에 관한 안전기준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캐드’ 가 뭐야?… ‘미드’ 열풍에 도전장

    ‘캐드’ 가 뭐야?… ‘미드’ 열풍에 도전장

    ‘캐드’? ‘캐드’가 뭐야?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캐나다드라마(이하 ‘캐드’)가 대한민국에 안착한다. 현재 국내에 불고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열풍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캐드’가 오는 7일 첫 방영된다. 온미디어 영화채널 슈퍼액션과 프리미엄 영화채널 캐치온에서는 각각 ‘The Border’시즌 1, 2를 편성한다. ‘The Border’ 시즌1의 경우 ‘국경특수수사대’라는 이름으로 방영된다. 슈퍼액션에서 10일 오전 11시 첫 방송되는 ‘국경특수수사대’(‘The Border’ 시즌1)는 캐나다 국경을 경계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 범죄에 맞서는 캐나다 출입국 관리 사무소(CSIS: Canadian Security Intelligence Service)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은 범죄액션물. 이 드라마는 캐나다의 공영방송 CBC에서 지난 2008년 1월부터 3월까지 시즌1이 첫 선을 보였으며, 시즌2는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소개됐다. 인기에 힘입어 올 가을께 시즌3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캐치온에서 7일 밤 12시 첫 방송되는 ‘The Border’ 시즌2에는 한국계 여배우 그레이스 박이 당찬 미국 국토안보부 신입요원으로 출연, 국내 시청자들에게 반가운 얼굴을 내민다. 그레이스 박은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후 다수의 작품에 얼굴을 비추면서 ‘할리우드의 블루칩’으로 통하고 있다. 온미디어 영화사업부의 김현성 부장은 “탄탄한 짜임새와 독특한 소재로 ‘캐나다 최고의 시리즈’로 평가 받고 있는 만큼 국내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캐나다를 대표하는 명감독과 배우, 더불어 한국계 스타 그레이스 박의 매력을 한 번에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제공 = 온미디어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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