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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독도예산 대폭 늘린다

    정부가 ‘독도 예산’을 증액키로 했다. 독도를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전방위 공세가 진행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방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9일 “독도 영유권 공고화 사업의 2013년도 예산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며 “독도 관련 주무부처인 외교통상부와 예산 당국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독도 예산이 30억원이 넘는 것은 분명하지만 40억원이 넘을지는 더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예산안 규모는 한·일 갈등 이전인 지난 5~7월 독도 영유권 공고화 사업 예산으로 요구한 23억 2000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액수다. 독도 영유권 공고화사업은 독도 영유권 분쟁이 없다는 인식을 국내외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업이다. 외교부는 이 예산으로 일본 도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 전략 마련, 고자료·지도 수집, 영유권 근거 강화를 위한 연구, 독도 홈페이지 운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 증액분은 국제 홍보 활동에 집중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영토문제 대책비’로 당초 4억엔을 편성할 예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독도문제 국제홍보비 6억엔을 더해 10억엔(약 140억원)으로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Weekend inside] 마포나루 어제 그리고 오늘

    [Weekend inside] 마포나루 어제 그리고 오늘

    200년 전 한양 변두리 경강(지금의 한강)의 마포나루, 먼저 여기서 활동한 어물전 상인 오세만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자. 당시 마포나루는 삼남지방의 물자가 모여드는 한양의 문턱으로 대규모 도매시장이 서 있었다. 전국에서 뱃사공, 장사꾼들이 배를 타고 몰렸고, 경강 상인들은 배로 물자를 날라오거나 거간꾼 노릇을 하며 부를 축적했다. 여기서 ‘짠돌이 곰보 오 객주’라 불렸던 오세만은 처음으로 민간 상인 조직을 만든 인물이었다. 관에서 허가받은 상인인 시전상인들에게 어릴 적부터 멸시를 당했던 그는 직접 장삿길로 나선 뒤, 신분상의 특혜를 활용해 사상인(私商人)에게서 부당 이익을 취하는 시전상인들과 맞설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가 찾은 답은 ‘자본력’과 ‘로비’였다. 그는 주변 상인들을 규합해 조직화하고, 평소 알던 관리들에게도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은 경강상인들이 수원 헌릉원을 행차하는 정조를 위해 배다리를 놓아주는 기회를 얻는 데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2년, 마침내 정조는 육의전 이외의 시전의 특권을 폐지하고 사상인의 자유로운 상업을 인정하는 신해통공 정책을 발표한다. 오세만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동료들을 계속 모아 마포나루의 난전을 품목별로 정리하고 거리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상인 조직의 뜻을 모아 특정 물품의 유통 시기와 물량까지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그때부터 시전상인들은 오세만과 그 동료들을 ‘강상대고’(江商大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세만으로부터 시작된 강상대고들은 물자 유통 뿐 아니라 생산에까지 관여했고 나아가 마포나루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까지 했다. 16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 마포나루의 상권은 지금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용강동 일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물자의 집산지였던 마포나루는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육로 운송의 발달과 마포대교의 건설 등으로 조금씩 쇠퇴해 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상인들은 이곳에서 삶을 꾸리며, 200년 전 이곳을 주름잡았던 오세만과 같은 강상대고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는 도화동상점가상인회와 용강동상가번영회가 있다. 7일 서울 마포구에 따르면 강상대고의 후예를 자처하는 도화·용강동 상인들은 2011년 서울에서 유일하게 중소기업청 주관 상권 활성화사업 시범구역 지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 사업을 위해 마포나루상권활성화법인을 조직하고, 최근에는 마포의 역사와 문화, 또 지금의 마포나루를 터전으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묶어, 스토리북 ‘강상대고 활(活)’과 ‘마포나루 활(活)’을 펴내기도 했다. 이매숙 마포나루상권활성화법인 대표는 “마포나루가 조선시대 수상교통의 요충지였던 덕에 도화·용강동 상권도 발달할 수 있었다. 마포나루의 역사가 곧 우리 상인들의 문화 역사의 깊이”라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상인들만의 자부심을 곧추세우는 일이 우선이다 싶었다.”고 활동 배경을 설명했다. 마포나루의 상인들은 이곳의 역사를 짠맛의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성기 마포나루에는 곡식, 목재, 어물 등 다양한 물자들이 전국에서 올라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것이 바로 소금, 그리고 새우젓이었다. 마포나루에서 소금이 날 리도 없건만 조선시대 마포나루에서 거래되던 소금은 ‘마포염’이라고 따로 이름을 지어 부를 정도로 유명했다. 질 좋은 소금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더불어 젓갈의 명성도 높았다. 도화동 토박이인 임인식(74) 제일전파사 사장은 마포나루 일대에 새우젓 냄새가 진동하던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전차에서 내려 나루터까지 죽 다 새우젓 도가가 있었지. 서울 사람들이 새우젓 사러 여기로 왔잖아. 나루터에 나가보면 새우젓 항아리가 수백 개지 뭐. 보기는 장관인데, 냄새가 말도 못해. 공덕동 로터리에 철길 굴다리만 넘어오면 온 동네가 비릿한 바닷가 냄새로 가득했어.”(‘강상대고 활’ 152쪽) 마포나루 상인들은 새우젓이 짜지도 맵지도 않고 담백한 서울의 음식문화와 궁합이 맞아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새우젓은 짠맛을 내되 자극적이지 않으며 색깔 역시 깔끔하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이러한 새우젓의 역사를 2008년부터는 축제판으로 되살렸다. 지난해 4회를 맞은 한강마포나루새우젓 축제에는 4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3일간 열린 축제 현장에서 거래된 새우젓만 해도 충남 강경, 인천 강화, 전남 신안 등 총 5대 산지 15개 업체에서 가져온 물량 7억여원어치가 거래됐다고 하니 왕년의 전성기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올해 제5회 새우젓축제는 새달 19~21일 열릴 예정이다. 강상대고의 후예들은 지금도 함께 소금을 구입하고 있다.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그때의 짠맛을 전통으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에서다. 상인회에서 직접 전남 신안군 일대에서 사오는 소금은 새우젓 도가를 대신해 지금의 마포나루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고깃집들이 사용한다. 갈비, 껍데기, 주물럭 등 마포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메뉴판을 채운 수십년된 고깃집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퇴근하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 축제 현장에서나 재현되는 새우젓 도가의 끄트머리는 본래 마포종점과 닿아있었다. 마포나루 상인들은 소금의 맛과 함께 마포종점의 감성도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다. 1899년 청량리에서 출발한 전차는 1968년 11월 마포에서 멈췄다. 그 즈음 마포나루 설렁탕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작사가 정두수와 작곡가 박춘석은, 유학을 갔다 유해로 돌아온 남편을 잊지 못해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전차역 종점에 나온다는 바걸(bar girl)에 얽힌 이야기를 하다 명곡 ‘마포종점’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사랑했던 마포의 밤과 애달픈 이야기는 상인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마포종점 가요제’로 이어지고 있다. 도화동 상가상인회는 지난해 10월 상인들이 마련한 기금과 재능 기부로 행사를 직접 기획, 이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강상대고로 내려온 문화적 유전자가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마포종점 가요제를 기획한 김만식(60·도화동·부동산중개소 운영)씨는 “마포종점 가요제가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사이사이에 작은 공연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그게 이 지역만의 문화가 되면 더 바랄 게 없다.”고도 말했다. 마포구는 새우젓축제 외에도 다양한 행정 지원을 통해 강상대고의 부활을 돕고 있다. 구는 경관 조명을 새로 설치해 밝고 활기찬 이미지의 마포나루 길을 조성하고 상징탑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상인교육장, 커뮤니티 공간 등 상인들이 스스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이곳은 조선실학자 토정 이지함의 실사구시 정신이 깃든 곳으로 한강변 상인들을 하나로 묶고 인간 중심의 문화를 펼쳤던 강상대고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이라며 “미래의 마포나루는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와 전통의 맛이 살아있는 음식문화 상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나루는 변하고 있다. 전국의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던 강상대고의 무대였던 이곳은 이제 그 후예들의 노력으로 풍부한 역사와 문화, 또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포나루에는 세대를 이어가는 음식점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상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마포나루의 완성을 위해서는 거기에 끊이지 않은 사람들의 발길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드럼통에 둘러앉아 마포나루의 고기 굽는 냄새와 짠맛의 역사를 맛보는 건 어떨까.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北, 물가 잡으려 상업은행법 부활하나

    북한이 경제개혁의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금융개혁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물가와 원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며 결국 경제정책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 있다. 북한에서는 그동안 임금 지급 등 자금 수요가 있을 때마다 화폐를 신규로 발행했고 통화량 증가는 다시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배급을 받는 특권층과 일반 주민의 생활 격차는 더욱 커지는 양극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일 “2002년 7·1조치 이후 최근까지 10년간 북한의 명목 시장물가는 무려 4700배나 올랐다.”고 밝혔다. 임 수석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결정하는 국정 가격은 고정되어 있는데 시장물가가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니 물자와 노동력, 자금이 모두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공식경제는 계속 ‘속 빈 강정’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북한의 경제개혁은 금융개혁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7·1조치 이후 개인과 기업의 현금사용을 허용하면서 화폐유통량은 급증했는데 이를 흡수할 금융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5일 열리는 최고인민대회를 통해 2006년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잠시 실시됐던 상업은행법이 본격적으로 부활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당시 경제개혁을 이끌다가 실각된 박봉주 당시 총리가 최근 경제실세(경공업부장)로 부활하며 금융개혁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최근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지난달 1일부터 내각의 지시로 각 지방에서 중앙은행 등 재정회계부문 전문가들을 선발해 새로운 경제 검열조직의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금융개혁 움직임으로 미뤄 이번 개혁조치가 비교적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개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 효과는 경제 안정화, 양극화 해소, 외화사용 추세의 억제, 외자 유치 환경 조성 등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경제개혁 차원에서 내각 산하 발권은행인 조선중앙은행의 위상을 강화하고 군부나 노동당이 관리하던 은행의 힘을 약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시론] 위안부 문서는 일본 정부가 제시해야/강정숙 이대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

    [시론] 위안부 문서는 일본 정부가 제시해야/강정숙 이대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

    일본의 전·현직 총리까지 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갈등이 다른 현안들에 가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은 지난달 21일 “위안부가 (일본)군에게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 우익이 자주 언급해 왔던 내용이고, 아베 신조 전 총리 발언의 연장선상의 표현이기에 대응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하시모토는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감’으로 언급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기에 그의 발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에게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한다면 ‘그렇다.’이다. ‘2000년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국제법정’에서 이미 결론 난 부분이다. 한국의 피해자 증언에서 일본군 경관의 관여 등이 확인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인과 네덜란드인 여성들을 군인이 폭력적으로 끌고 간 사실을 기록한 공문서가 있다. 이 발언의 문제 핵심은 징집과정에서 군의 폭행·협박에 끌려갔다는 증거를 요구함으로써 징집뿐만 아니라 이송, 배치과정에 있었던 강제성 전체를 부정하고 외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위안부’를 징집하는 데 일본군의 직접 수행을 일반화하지는 않는다. 일상적으로는 일본군에 속하거나 명령 받은 ‘(준)군속’ 혹은 ‘군 종속자’에 해당하는 이들이 거의 전권을 가지고 다양한 강제적 방식으로 수행했다고 본다. 강제란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강제란 또한 군위안소 내 행위까지 적용되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제를 만든 것 자체가 범죄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일본정부는 미성년자 인신매매 금지를 위한 국제조약에 가입한 상태였다. 미성년 여성들의 국제적 성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조약으로, 정부가 나서서 인신매매·유괴·협박 등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국외이송을 금지시킨다는 것을 약속한 것이다. 국내법 형법 제226조에서도 국외로 이송할 목적으로 사람을 매매하거나, 유괴 혹은 매매된 자를 국외 이송하는 것에 대해서도 금지하고 어길 경우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쟁지에 있던 일본군이 조선총독부나 ‘조선군’에게 요청하여 다양한 불법적 방식으로 여성들을 동원하였음은 이미 당시 문서자료에서 확인되었다. 또 주목할 것은 1939년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인신매매에 대한 신문보도가 있었으나 조선총독부가 이들을 처벌하였다는 내용은 없다. 반면 전쟁상황이나 ‘위안부’제와 연관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육해군형법으로 엄하게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일제의 주구가 되다시피 하였지만 폐간된 동아일보나 조선일보도 1940년 이후에는 없었다. 이러한 엄혹한 사회 분위기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이었던 일본군의 필요라면 심지어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도 중지시킬 수 있었다. 그 강력한 일본군의 요구 중 하나가 바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인 동원방식은 주범인 일본군의 명령과 요구에 의해 종범인 대리인이 강제적 방식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동원하는 것이었다. 피해자 증언이 자료가 되지 못한다면 문서자료는 일본 측이 제시해야 한다. 패전 이후 조선총독부에서 체계적으로 자료를 소각정리하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중요한 자료들은 복수로 만들어 일본으로 보내기도 했으므로 일본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에게 문서자료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법무성, 경찰청, 출입국 관련 자료, 군사우편국 등의 ‘위안부’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 공개하는 것이 순서이다. 앞으로 중요한 위치로 나아갈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이러한 유사한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지 말고 눈앞의 이익을 뛰어넘어 이젠 동아시아의 인권 수준을 높이는 생산적인 논의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 달리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시내 버스

    달리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시내 버스

    “버스 승객들이 매우 신기해합니다. 가끔 운전하면서 룸 미러를 통해 볼 때 주무시는 승객보다는 그림을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면서 구경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울 우이동과 서대문역을 오가는 101번 시내 버스를 운전하는 조의준(46)씨의 말이다. 7일 오후 8시 케이블채널인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달리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101번 버스를 소개한다. 언뜻 보기엔 다른 버스들과 다를 바 없지만, 이 버스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내부에 들어서자 일반 버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판 대신 미술작품이 가득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자리에 앉아서도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출근 길의 직장인 김용완(29)씨는 “기존의 상업적이고 딱딱했던 광고판보다는 더 밝고 화사해져서 좋다.” 고 말했다. 시내 버스 미술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서울 시내버스에 팝아트 작품을 전시해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관내 한 운수업체와 다시 협력해 ‘시내버스 미술관’을 만들었다. 평소 미술과 사회 환원에 관심이 많던 동아운수 대표가 버스 광고판을 기부하고, 뜻있는 화가는 재능을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기부로 시내버스 213대에 이순구 화백의 ‘웃다’전을 열었다. 101번 버스 중 1대를 선택해 내부와 외부에 작품 20점을 전시했다. 151번 152번 등 9개 노선버스 내부에는 작품 한 점씩을 전시했다. 박경환 서울시 버스정책팀장은 “시민들이 바쁜 일상 때문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시간만이라도 문화생활을 즐기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추석 물량 배송을 시작한 지난 4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물류 센터를 찾아 추석 물량 배송 현황을 점검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40만t의 배송 물량을 소화한다. 평소 처리 물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터가 20만㎡나 되는 이마트 여주 물류센터는 시간당 4만 2000박스, 하루 최대 100만 박스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 물류센터다. 또 서울 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수용 감독의 전시회를 찾았다. 한국 문예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 감독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지자체장 릴레이 인터뷰에서는 최근 성매매 행위 장소를 제공한 서울 강남의 특급호텔(라마다서울호텔)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를 내린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만났다. ‘글로벌 세계도시 강남의 이미지에 맞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신 구청장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성민수PD globalsms@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7) 충북 단양군 삼봉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7) 충북 단양군 삼봉로

    유장한 물줄기는 길을 따라 둥그렇게 굽이쳤다. 물줄기 곁에 새로 터를 잡은 마을을 복주머니 모양으로 감싸고 돌았다. 사람들은 충주호에 잠긴 땅을 떠나 새로 만들어진 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들은 변함없이 남한강에 그물을 던져 쏘가리, 메기 등속을 잡았고, 오랫동안 그래왔듯 매년 가을마다 육쪽 마늘밭을 일궜다. 충북 단양군 이야기다. 조선 개국의 일등공신 정도전(1342~1398)이 단양에서 태어났다는 얘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와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사실(史實)로서 회자되고 있다. 또한 현대사 속 시대와 불화했던 비운의 시인이자 뛰어난 출판편집자인 신동문(1928~1993)이 문필을 꺾고 이곳으로 찾아들어 밭을 일구며 말년을 보냈다. 단양 사람들은 그의 시비를 만들어 자신들의 삶의 공간에 끼워 넣었다. 이 모든 것들은 삼봉로를 중심축 삼아 씨줄날줄로 얽혀 있다. 삼봉로에 기대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로명 주소는 꽤 친숙했다. 외지인이 흔히들 찾는 장다리식당(삼봉로 370)이며 돌집식당(중앙2로 11), 대교식당(중앙2로 9) 같은 제법 유명한 식당에 전화로 위치를 물어보니 “어디세요. 차 가지고 오시면 삼봉로 ×× 찍으시면 돼요.”라고 대뜸 도로명 주소를 얘기한다. 1985년 계획지구로 조성돼 길이 비교적 간명하게 만들어졌고 유서 깊은 옛이야기와 현대 문화사의 인물 등이 잘 버무려져 생활 속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 덕분이다. 횡으로 늘어선 삼봉로에서 수변로, 중앙로, 도전로, 별곡로, 상진로가 종으로 삐져 나와 있다. 아무튼 삼봉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식당마다 순댓국도 마늘순댓국, 갈비탕도 마늘갈비탕, 밥도 마늘밥, 떡갈비도 마늘떡갈비 등 온통 마늘 음식 천지다. 여기에 대강양조장(대강로 60)에서 만든 소백산 막걸리를 곁들이면…. 그 맛을 기억하는 이들이 입가를 스윽 훔치며 즐겨 찾을 만한 길이다. 하지만 식도락만으로 만족하기에 삼봉로가 품고 있는 문화적, 역사적 함의는 너무도 크다. ●‘신동문 시비’ 소금정 공원에 위치 신동문이라는 이름은 어지간한 문학 딜레탕트에게도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신동엽, 김수영 등과 같은 1960년대 현실 참여시인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였다.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1960년 4·19혁명을 태평로 길 위에서 직접 봤고, 사회 변혁에 대한 확신을 총칼에 맞서는 청년의 거친 숨결 속에서 품는다. 그리고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群)들’이라는 108행에 이르는 격정의 장시를 써내려갔다. 신동문은 시인이면서 또한 기획력 번뜩이는 편집자이자 문단의 마당발이기도 했다. 잡지 ‘새벽’의 편집주간이던 그는 문예지도 아닌 그 잡지에 최인훈의 중편소설 ‘광장’을 게재한다. 이후에도 신구문화사, 사상계, 창작과비평사 등 진보적 문학주간지의 토대를 닦고 당대 시인, 문인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했다. 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야 함은 남은 자의 당연한 몫. 중앙고속도로 단양나들목을 나와 5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 상진대교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삼봉로가 시작된다. 차로 5분 남짓만 가면 대명리조트(삼봉로 187-17), 청소년수련관(삼봉로 187-18) 바로 길 맞은편에 소금정 공원이 있다. 남한강 기슭과 삼봉로 사이에 좁고 길게 위치한 공원이다. 주거하는 건물이 아니기에 도로명 주소는 따로 없다. 이 공원 입구에 바로 신동문 시비가 있다. 화강암 너럭바위에 새겨 놓은 시편은 ‘내 노동으로’의 마지막 세 번째 연이다. 그가 마지막 남긴 시다. 굳이 전문을 읽지 않더라도 그의 절절했던 고뇌가 스며온다. 신동문은 문득 절필한 뒤 1975년 서울을 등지고 단양으로 낙향했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계속된 독재정권이 그를 낙담케 했음은 훗날 사람들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여기에서 포도밭을 가꿨고, 침술을 배웠다. 마지막 떠날 때까지 18년 동안 약 10만명에게 무료로 시술해 줬고, 일대에서는 그를 ‘신바이처’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경주 단양군 민원봉사과장은 “신동문 선생은 병원을 찾을 수도 없이 가난한 이들의 병을 침술로 치료해 준 뒤 치료비 걱정에 쭈뼛거리고 있으면 씩 웃으며 ‘노래나 한 자락 불러 봐라’하며 돌려보냈다고 들었다.”고 그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가 생전을 보낸 집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빈집으로만 남아 있다. 옛 중앙선 철길을 따라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 가는 길 왼쪽에 있지만 아무런 표지도 없어 쉬 찾기 어렵다. ●정도전의 지략 서린 도담삼봉 물론 단양 하면 소년 정도전의 지략과 담대함이 서린 도담삼봉을 빼놓을 수 없다. 정도전은 조선 개국 과정의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한 사상가이자 지략가였다. 그에 앞서 낡은 체제를 바꾸고자 했던 혁명가였다. 비록 훗날 태종이 되는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불운의 정도전이지만 단양땅에 와서는 민간설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그의 호가 삼봉이라는 점, 아호가 종지라는 점 등을 가운데 놓고 얘기는 살을 붙이고 몸집을 키워 간다. 지현숙 단양군문화관광해설사협회장의 얘기인즉슨, 본래 강원도 정선에 있던 도담삼봉이 홍수로 떠내려 왔단다. 정선군에서 자꾸 도담삼봉에 대한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자 그 지역 관아들이 쩔쩔 매고 있는데, 그때 소년 정도전이 나타나 “도담삼봉 때문에 오히려 물길이 막혀 홍수가 나니 도로 가져가라.”고 했단다. 모두 소년 정도전의 총명함에 고개를 주억거렸고…. 여기에 정도전의 아명인 종지(宗之)도 사실은 단양에서 가장 높은 양백산전망대인 종지봉에서 따왔다는 얘기가 덧붙여졌다. 종지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종지봉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선후관계는 알 수 없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단양 사람들의 정도전에 대한 자부심이다. 뭐래도 좋다. 도담삼봉에 가려면 삼봉로를 따라 뱀허리처럼 굽이치는 남한강을 오른쪽에 끼고 돌아 상류로 거슬러 가야 한다. 도담삼봉 터널을 지나자마자 떡하니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로 이뤄진 세 개의 봉우리에 각각 처봉, 남편봉, 첩봉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자욱한 아침 물안개가 피어 있는 모습이나 남한강이 흘러 돌아가는 풍경이 아름답다. 김홍도와 최북 등 조선 후기에 도담삼봉을 그림으로 그린 이들이나 당대의 문인들이 써내려간 한시(漢詩)가 100편이 넘는다 하니 도담삼봉 휴게소 건물(삼봉로 644-13)에 오르거나 10분 남짓의 발품을 팔아 석문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도담삼봉이 특히 멋지다. 글 사진 단양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18회는 광주 북구 민주로를 소개합니다.
  • [중국통신] 대학 원서 접수 후끈…학교서 ‘숙소’까지 해결

    9월 새학기를 앞두고 대학교 별로 신입생 모집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 내 한 대학교에서는 원서 접수를 위해 대기하는 학부모를 위해 텐트 등을 제공, 학교 내에 텐트촌이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관영통신인 신화사(新華社) 등 30일 보도에 따르면 톈진(天津)대학교는 이 날부터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등록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부모들을 위해 강의실 등을 숙소로 제공했다. 학교 측은 특히 신설한 교내 체육관에 이른바 ‘사랑의 텐트’ 200개를 조립하고, 외지에서 와 숙소를 구하기 힘든 학부모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체육관은 이 밖에도 샤워시설과 식수, 에어콘 등 시설도 구비하고 있어 임시거처로 손색이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학교 한 관계자는 “신입생 원서 접수철이 되면 교내 강의실 등을 개방해 학부모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5년 이상 편의를 제공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입생 원서 접수증을 소지한 학부모들은 학생이 지원한 부서에서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누구나 이 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새달 독도방어훈련 강행… 실탄 사용 안하기로

    새달 독도방어훈련 강행… 실탄 사용 안하기로

    정부는 다음 달 초 실시하려던 독도방어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독도방어 훈련은 다음 달 7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최근 한·일 양국이 독도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면서 실시 여부가 관심을 끌어 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독도방어 훈련은 군 자체적으로 원래 계획됐었고 하기로 한 훈련”이라면서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두 차례 해 온 정례 훈련으로, 올해도 실시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훈련은 당초 이달 중순쯤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한·일 간 독도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연기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러나 연기 사유와 관련, “9월로 독도방어 훈련이 연기된 것은 8월에 진행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겹쳤기 때문”이라면서 “한·일 관계와 상관없이 8월에는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 집중하고 그 이후에 독도방어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최근 섬의 방위를 상정한 육·해·공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군사적 맞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번 독도방어 훈련에서는 실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교통상부의 독도 예산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일본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의 2013년도 예산요구안 등에 따르면 독도 관련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공고화사업 예산으로 23억 2000만원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예산과 똑같은 액수다. 만약 이대로 내년 예산이 확정되면 외교부의 독도 예산은 사실상 3년째 동결되는 셈이다. 반면 일본의 독도 관련 예산은 우리보다 10배 이상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2008년 국정감사 당시 “일본 외무성이 올해 독도를 포함한 영토 문제에 편성한 예산(영토문제 대책비)은 8억 4000만엔으로 우리 정부 관련 예산의 12배에 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일만·하종훈기자 oilman@seoul.co.kr
  • “세상이 흉흉해서…” 다시 담장 치는 학교들

    “세상이 흉흉해서…” 다시 담장 치는 학교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54)씨는 저녁마다 부인과 함께 집앞 초등학교를 거니는 게 낙이다. 특히 몇 년 전에 이 학교가 담장과 대문을 없애고 예쁜 화단을 조성하면서 철마다 바뀌는 꽃을 보는 재미까지 보태졌다. 그런 이 학교에서 며칠 전부터 공사가 한창이다. 대문을 다시 세우고 철조망이 학교를 빙 둘러 감싸기 시작했다. 이씨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담장과 정문을 허물었다 세우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보니 행정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예산 낭비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 825곳 공원화… 각 2억 투입 학교를 공원화해 지역사회에 개방하겠다며 2000년에 서울시가 도입한 ‘학교공원화 사업’이 역주행하고 있다. 시내 초등학교 곳곳에서 애써 허문 담과 대문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내 성폭력 등으로 흉흉해진 분위기가 원인이다. 27일 서울시와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0년까지 공원화사업을 완료한 시내 초등학교는 825개교에 이른다. 한 학교당 평균 1억 8000만원이 투입됐다. 담장을 허무는 것은 물론 교정에 나무를 심고 화단을 가꿔 근린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성했다. 그러나 2010년 6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여학생이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일명 ‘김수철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은 학교 개방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학교공원화 사업이 범죄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와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연간 5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20개교, 올해 23개교가 예정돼 있다. 경찰청과 협의해 보안 취약지역 초등학교를 우선 선정했다. 시와 교육청은 최대한 취지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만든 화단이나 지역사회 개방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막힌 담 대신 안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철조망을 설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年 5억 들여 복원사업 하지만 학교접근성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정문 앞에 수위실을 설치해 일과시간 이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일부 학교만 선별적으로 시설을 복원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학교 담장 복원사업에 선정된 전체 43개 초등학교 가운데에는 노원 10곳, 도봉 5곳 등 주로 강북지역 학교가 많이 포함됐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데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이 든다.”면서 “학생 안전이 문제라면 모든 학생들의 안전이 중요한데 일부 학교만 지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어 “학교공원화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사업을 강행해 놓고 이제 와서 되돌리는 바람에 시설 확충 등 다른 곳에 쓰일 예산이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후지모토 “北, 평양 가족에 방 5개짜리 고급 아파트 줬다”

    후지모토 “北, 평양 가족에 방 5개짜리 고급 아파트 줬다”

    북한이 지난달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명)의 방북에 앞서 평양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에게 고급 아파트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졌다. 후지모토는 24일 일본 민영방송 TBS에 출연해 “아내와 딸은 방 5개짜리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며 “방 2개짜리 아파트에 세들어 살다가 내가 방북하기 직전에 이사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 집에는 아내의 부모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이 아파트에서 가족과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그의 아내와 딸은 각종 가구가 갖춰진 집에서 화사한 옷을 입은 채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또 평양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한 대씩 갖고 있었고, 자신의 딸에게 사주려고 신청한 지 이틀 만에 이집트제 휴대전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후지모토는 1989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하며 20세 차이인 아내와 재혼했다. 결혼 3년 뒤인 1992년 딸을 낳았다. 하지만 후지모토는 일본과의 접촉 사실이 발각되자 2001년 가족을 남겨둔 채 탈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시 7만 다문화가족 종합 지원

    서울시가 시립대에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입학특별전형을 마련하고 장학금 지원, 학비 일부 면제를 추진한다. 또 학습도우미를 운영해 독서, 숙제를 지도하고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자녀 1000명에게는 학습지를 지원한다. 시는 4만 8000여명에 달하는 결혼이주여성과 그들이 꾸린 가정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다(多)행복 서울플랜’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플랜은 결혼이민자 역량 강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 건강한 다문화가족 관계 강화, 건전한 다문화사회 조성 등을 4대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7대 핵심 과제, 34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됐다. 사업별로 보면 시는 5~10세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자녀의 한글 및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전문 업체와 손잡고 방문 학습지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문 교사들은 주 1회 다문화가정 자녀를 찾아가 일대일로 국어와 수학 등 기초과목을 지도한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학업 성적 부진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교육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더불어 부모 출신국의 유학생들을 활용한 별도 학습도우미를 운영하고 자녀 교육 정보 교류를 위한 ‘다행복 부모 커뮤니티’도 추진한다. 학위 취득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2014년 시립대에 관련 특별전형을 도입하고 장학금 지원과 학비 일부 면제도 추진한다. 나아가 결혼이주여성의 공직 채용 확대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건의한다. 가족 갈등, 가정 폭력 등의 위기에 놓인 다문화가정을 위한 사업도 벌인다. 다행복 상담센터를 설치해 긴급보호부터 상담, 사례 관리로 이어지는 원스톱서비스를 지원하고 가해자 교정 및 피해자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교육청, 경찰청과 연계해 가정 폭력 예방 프로그램도 강화할 방침이다. 건강한 가족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100가구를 대상으로 외갓집 방문도 추진한다. 현재 서울시 결혼이민자 수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4만 8597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7%가량 늘었다. 다문화가정 자녀는 2만 6008명으로 5년 전에 비해 416% 증가했다. 시는 다문화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미흡하고 시민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조현옥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다문화가정 모두가 행복한 서울이 될 때까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종합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스타워즈가 현실로?…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공개

    스타워즈가 현실로?…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공개

    영화 ‘스타워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에서 울창한 숲 사이를 날아다니던 ‘스피더 바이크’를 떠올리게 하는 비행장치가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있는 에어로팩스(Aerofex)사(社)가 ‘스타워즈’ 팬들의 꿈을 현실화한 호버바이크를 제작했다. 에어로팩스사의 호버바이크는 영화속 스피더바이크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는 않았으나 모하비사막에서 시행된 안전성 실험에서 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화사 설립자이자 항공우주 공학자인 마크 드로쉬에 따르면 이 호버바이크는 피치(pitch)와 요우(yaw)만 가지고 제어 가능한 순수 기계식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자세 제어가 필요 없다. 즉 이 호버바이크는 특별한 훈련 없이도 조종사는 손쉽게 높이와 방향,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이 호버바이크는 최대 시속 48km까지 낼 수 있으며 최고 높이 4.6m까지 고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호버바이크는 상용화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이노베이션 뉴스 데일리에 아직은 사람이 탈 수 있는 호버바이크를 출시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 측은 이 호버바이크의 드론 버젼 즉 무인항공기로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교과서 연계 5.2%… “사교육 없이 시험 못봐”

    교과서 연계 5.2%… “사교육 없이 시험 못봐”

    대입 논술시험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1일 ‘대입논술-공교육 연계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학의 선발권을 보장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원칙 때문에 권고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올해 입시부터 수리논술 문제에 고교 교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대학별로 고교 교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학들이 고교 교과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각 대학들이 논술시험 문제를 다음 해 3월 말까지 공개하도록 한 권고도 바꿔 의무적으로 문제해설 및 답안까지 공개하게 했다. 또 인문계 논술에 영문 등 난해한 지문을 사용하지 말 것과 대학들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모의논술이나 논술특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이를 ‘2014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학들의 논술 비중 축소를 유도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인 ‘대학교육역량 강화사업’과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에서 논술 관련 지표 비중을 늘려 논술 비중을 줄이는 대학에 지표점수를 더 많이 주는 방안이다. 문제는 이런 대책이 강제성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논술시험 수준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대입 논술의 출제방식과 난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2005년에는 대학별 논술문제를 사후심의해 가이드라인을 벗어나면 다양한 제재를 가했다. 교과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당시 가이드라인에서 ▲특정교과의 암기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을 필답고사로 규정해 출제를 금지했다. 교사와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논술고사심의위원회는 전형 후 대학별 논술시험 문제를 심의해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대학에 대해서는 학생모집 정지·감축과 예산지원액 삭감, 재정지원사업 신청자격 제외 등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제재를 가했다. 교과부는 이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2006학년도 대입 전형 이후 고려대·이화여대·서강대·한양대 등 10개 대학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논술 가이드라인이 전면 폐지된 2009년 입시 이후부터 ‘대학 교수도 풀지 못할’ 어려운 심화논술과 본고사형 논술이 봇물을 이뤘으나 법을 개정한 터라 제어할 수단이 없었다. 이후 대교협은 해마다 “사실상 지필고사 형태의 본고사처럼 너무 어렵게 출제하지 말고 고교 교육과정을 고려해 출제하라.”는 지침을 전달하곤 했지만 공염불일 뿐이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2012학년도 대입 수시 가이드]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는 2013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체 입학 정원의 64.6%인 1930명을 선발한다. 1차 모집은 일반, 이화사정관, 이화글로벌인재의 3개 전형으로 1530명을, 2차 모집은 학업능력우수자 1개 전형으로 4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500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은 학생부 40%, 논술 60%를 반영하는 우선선발과 학생부 및 논술을 50%씩 반영하는 일반선발로 나뉜다. 인문계열Ⅰ의 논술고사에는 영어 제시문이, 인문계열Ⅱ에는 통계 자료, 표 등을 활용해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이 포함될 수 있다. 자연계열은 수리논술만 출제되며 수학 분야의 제시문을 포함한다. 이화사정관 전형은 미래인재 500명과 사회기여자 30명 등 총 530명을 선발한다. 미래인재는 교과 영역 및 교내외 활동 영역에서 자신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계발한 자를 대상으로 1단계 서류 100%, 2단계 서류 80%·구술면접 20%를 반영한다. 사회기여자에는 올해 처음으로 다자녀(3인 이상) 가정 출신 자녀가 추가됐다. 자유전공으로 입학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뒤 주전공을 정하는 스크랜튼 학부는 서류 100%, 2단계 서류 80%·구술면접 20%로 선발하며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준다.
  •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자연의 웅장한 교향곡 Norway Fjord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서 시작해 두 개의 피오르fjord를 만났고, 수도인 오슬로에서 여정을 마무리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즉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통과하는 항구도시는 비 온 뒤 햇빛을 받은 풀잎처럼 싱그러웠으며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위풍을 뽐냈다.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02-777-5943, www.visitnorway.com 6년에 걸쳐 베르겐Bergen에 세 번 가봤다. 4월 말, 5월 중순, 5월 말. 세 번 모두 날씨가 좋았다. 푸른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청명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는 맵싸한 기운이 묻어났지만, 그것이 오히려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야구에서는 세 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 하나만 기록해도 갈채가 쏟아지는데, 매번 쾌청했던 베르겐의 봄은 등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홈런을 펑펑 쳐내는 전설적인 강타자 같았다. 베르겐의 봄은 3타수 3안타 노르웨이에서 12년을 살았다는 베르겐의 한국인 가이드도 날씨 이야기로 화제를 삼았다. “노르웨이의 5월은 파업이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달이예요. 일 년 중 날씨가 가장 화창하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파업을 해서 야외로 나간다는 거죠. 이즈음 베르겐의 관공서들은 일처리가 정말 더디답니다.” 설명의 진위 여부를 정밀하게 판독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나 일기日氣가 화사하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빛의 알갱이들이 산중턱에 알알이 박힌 집들에 부딪쳐 화려하게 부서졌다. 야외 활동에 최적화된 기후를 뽑는 경연 대회가 있다면 ‘5월의 베르겐’에 으뜸의 지위를 부여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인 가이드는 이런 농반진반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힘든 직업이 뭔 줄 아세요? 그건 바로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야외 수업이 워낙 많다 보니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니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장화를 신고 눈벌판을 누비는 마당에 계절의 여왕 5월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노르웨이 아이들에게 자연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놀이터이자 인간이 축조한 학문의 세계보다 훨씬 더 고귀하고 빛나는 배움의 터전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베르겐에서 보낸 시간은 노루 꼬리처럼 짧기만 했다. 오후에는 피오르 투어가 예정돼 있었다. 베르겐의 오밀조밀한 모습에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던 일행 중 한 명은 “너무 아쉽다”며 입을 한 움큼 내밀었다. 시간의 제약 속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브리겐과 플뢰엔 산이었다. 삼각 지붕의 목조 가옥들이 일렬로 늘어선 브리겐 지구는 한자동맹 시절 독일 상인들이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건물들도 13~16세기에 세워졌다. 나무로 지어진 데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탓에 화재로 인한 소실도 수차례 겪었지만 그때마다 동일한 방식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도시의 역사와 경제적 번영을 기억하는 브리겐은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320m 높이의 플뢰엔 산은 도시의 전망대였다. 푸니쿨라를 타고 비탈면을 따라 오르니 가슴이 벅차도록 장쾌한 풍경이 발아래 펼쳐졌다. 1 베르겐 출신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과 민간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트롤의 동상 2 베르겐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플뢰엔 산 전망대. 베르겐을 찾은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3 삼각 지붕을 얹은 목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베르겐의 브리겐 지구.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의 업무 공간이자 거주 지역이었다 4 베르겐의 메인 스트리트인 토르갈메닝겐의 뱃사람 기념탑. 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교과서에서 뛰쳐나온 피오르 노르웨이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노르웨이의 자연은 곧 피오르를 의미한다. 교과서에 따분하게 들어앉아 있던 피오르가 노르웨이에서는 바로 눈앞에서 생생한 표정을 짓는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피오르는 빙하의 흔적이다. 거대한 빙하가 깎아놓은 U자형 계곡에 바닷물이 흘러들어 형성됐다. 따라서 태초의 피오르에서는 짠맛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수레가 끊임없이 굴러가는 동안 빗물이 섞이고 눈 녹은 물이 보태지면서 담수화가 진행됐다. 플롬Flam 인근 마을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는 “피오르는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그냥 피오르일 뿐이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빙하가 후벼 판 탓에 피오르는 수심이 무척이나 깊다. 가장 깊은 곳은 1,300m를 상회한다. 흔히 예이랑에르Geiranger·노르Nord·송네Sogne·하르당에르Hardanger·뤼세Lyse 피오르를 합쳐 노르웨이의 5대 피오르라고 한다. 나는 운이 좋고 복이 많아 세 번의 노르웨이 여행을 통해 노르를 제외한 4개의 피오르들을 알현할 수 있었다. 규모와 길이는 제가끔 상이하지만 저마다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들이었다. 자연은 완벽했고, 그 모습을 적은 문장은 불완전했다. 이번에 만나고 돌아온 것은 송네에서 갈라져 나온 네뢰위NærØy 피오르와 목가적인 풍경이 돋보이는 하르당에르 피오르였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어 숙어 ‘인 어 넛셀’은 ‘간결하게, 단 한마디로’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자연인 피오르를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보스Voss까지 간다. 보스에서 버스로 바꿔 타고 선착장이 있는 구드방엔Gudvangen까지 내쳐 달린다. 차창 밖 풍경부터가 드라마틱하다. 주변 산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된 호수와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길들이 마음 밭에 감겨든다. 구드방엔에 도착하면 크루즈에 올라 플롬까지 나아간다. 갑판 위 의자에 앉아 네뢰위 피오르의 절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면 된다. 누구라도 글로 배운 피오르와 실제 마주한 피오르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 절감할 수밖에 없다. 구드방엔에서 출발한 배가 종내 몸을 푸는 플롬은 작은 마을이다. 상주인구라고 해봤자 500여 명에 불과하다. 유람선이 닻을 내리면 평소에 적막하던 마을이 비로소 활기를 띤다. 플롬에서는 딱히 할 것이 없다. 21가지의 하우스 비어를 생산하는 맥줏집에서 무위한 시간을 보내거나 자전거를 빌려 마을 산책에 나서면 된다. 플롬에서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라면 인근 마을인 에울란Aurland에 다녀오는 것도 좋다. ‘스테가스타인’이라는 전망 포인트가 있어 빙하와 바다가 협력해서 만들어낸 풍경의 절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플롬에서 뮈르달까지는 산악 열차가 다닌다. 기차는 20개의 터널을 지나고 아찔한 협곡 위를 달린다. 중간에 쇼스폭센 폭포 역에서 5분간 정차한다. 98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소리가 그야말로 우렁우렁하다. 1 퀼리티 호텔 보링포센 앞에서 바라본 하르당에르 피오르. 하늘과 구름과 산이 물속에 고스란히 잠겨 있다 2 플롬과 뮈르달 사이를 운행하는 산악 열차. 열차의 규모는 작지만 열차가 통과하는 자연은 웅장하다 3 플롬의 맥줏집. 21가지의 서로 다른 하우스 비어를 생산한다 4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매혹적이지만 주변 산비탈에 들어선 농가와 밭들이 그려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5 네뢰위 피오르를 흘러가는 유람선. 물새들이 배의 꽁무니를 줄기차게 쫓아온다. 관광객들이 손에 과자를 올려놓으면 잽싸게 낚아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하르당에르에서 마신 사과주 하르당에르 피오르의 길이는 180여 킬로미터에 달한다. 송네에 이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로 긴 피오르다. 가장 안쪽에는 에이드Eid 피오르가 있다. 182m의 낙차를 자랑하는 폭포 보링포센이 특히 볼 만하다. 하르당에르비다 국립공원 센터에서는 20분짜리 영화를 틀어 준다.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피오르의 가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건너편 레스토랑에서는 순록 고기도 맛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 민속 박물관도 건너뛰기 아까운 곳이다. 노르웨이의 전통 가옥과 민속 의상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하르당에르는 피오르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주변 산과 구릉지에 자리한 마을들도 탐스럽다. 이 지역에는 과일 농장을 운영하는 마을들이 유난히 많다. 농장을 방문하면 사이다를 맛볼 수 있다. 사이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사과의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사과주다. 보통 날씨가 춥거나 포도의 생장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을 갖춘 곳에서 사이다를 만든다. 프랑스어로는 시드르라고 하며, 시드르를 증류시켜 만든 것이 바로 칼바도스다. 하르당에르의 농장에서는 보통 8월 하순부터 사과를 수확한다. 사과를 압착해 얻은 과즙을 10월부터 5~6개월간 발효시킨다.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사이다에서는 노르웨이의 자연처럼 청량하고 청정한 맛이 난다. 오슬로Oslo로 건너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오페라하우스였다. 문화가 곧 권력이고 가장 중요한 국가 경쟁력으로 대접받는 시대를 맞아 각국은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배출하는 데 여념이 없다. 문화적 텍스트가 풍성한 오슬로의 선택은 오페라하우스였다. 지난 2008년 4월 개관한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는 최첨단의 기술력과 유장한 문화유산의 토대 위에서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북유럽의 디자인 감각과 발상의 전환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피오르에서 끌어올린 3척의 바이킹 선박과 왕족의 껴묻거리를 전시하고 있는 바이킹 선박 박물관, 해마다 12월이면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청사, 로댕의 영향을 받은 노르웨이의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필생의 역작 ‘모노리트’를 만나 볼 수 있는 비겔란 조각공원 등도 오슬로가 전면에 내세우는 투어 포인트다. 뭉크의 <절규>를 소장하고 있는 국립미술관은 일정상 가볼 수 없었다. 사실 뭉크의 <절규>는 판화를 제외하더라도 4가지의 회화 버전이 있다. 그중 두 점은 뭉크미술관이, 한 점은 국립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반인이 소장하고 있던 나머지 한 작품은 얼마 전 경매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절규>의 배경이 피오르라는 점이다. 뭉크의 그림 속에서 피오르는 불온하고 음울하게 묘사됐지만 실제 피오르는 활기차고 건강하다. 특히 요즘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등에 업은 피오르는 더욱 그렇다. 1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오슬로 시청사. 내부로 들어가면 노르웨이의 역사를 일러주는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2 하르당에르 과일 농장의 여주인. 자신이 만든 사과주인 시드르를 든 채 밝게 웃고 있다 3 오슬로 항구 부근에 자리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마련된 조각상의 모습이 이채롭다 4 노르웨이의 문화적 자부심을 대변하는 오슬로의 오페라하우스 Travel info 노르웨이까지 가는 직항 편은 없다. KLM 네덜란드 항공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거쳐 오슬로나 베르겐으로 들어간다. 하르당에르에서 이용한 호텔은 퀄리티 호텔 보링포센(www.voringfoss.no)이다. 고즈넉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플롬에서는 유서 깊은 프레타임 호텔(www.fretheim-hotel.no)이 돋보인다. 기차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베르겐의 그랜드 터미너스(www.grandterminus.no)도 기차역 바로 앞에 자리한다. 오슬로의 톤 호텔 오페라(www.thonhotels.com)는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있다. 노르웨이를 방문한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가장 실감나는 것은 이 나라의 으뜸가는 자랑거리인 피오르가 아니라 살인적인 물가다. 피오르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면 노르웨이의 물가는 관광객의 지갑을 눈 깜짝할 사이에 훌쭉하게 만들 정도로 직접적이면서도 치명적이다. 고율의 부가세와 비싼 인건비 탓이다. 생수 한 병이 5,000원 정도 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커버스토리] 무한경쟁 지친 한국 “나도 아프다” 치유 열풍

    [커버스토리] 무한경쟁 지친 한국 “나도 아프다” 치유 열풍

    ‘힐링’, 2012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압축 성장으로 경제는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에 속도는 광속으로 빨라졌지만, 무한 경쟁 속에 지친 한국인들은 마음의 치유와 위안을 필요로 하고 있다. 10년 전 사회 전반에 불어닥쳤던 ‘웰빙’ 열풍이 이제는 힐링 신드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들은 서점에서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읽으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힐링 열풍에 힘입어 서점가에서 시집이 7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내면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 상품이나 심리 치료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34곳에 ‘치유의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V 토크쇼도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초대 손님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캠프’ ‘이야기 두드림’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 무대에도 관객들의 치유와 위로를 목적으로 공연 이름에 힐링을 내건 ‘힐링 콘서트’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몸의 치유를 돕는 ‘힐링 푸드’도 뜨고 있다. 산업계에도 이를 이용한 힐링 마케팅을 쏟아내는 등 ‘힐링 산업’까지 등장했다. 정치권도 잇따라 소외계층을 보듬어 안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힐링 정치에 나섰다. 힐링의 시조랄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2002년 내외국인을 포함해 2558명에 불과했던 참여자가 2012년 7월 현재 8만 8896명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19만 3567명이 전국의 109개 사찰을 찾을 것으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측은 보고 있다. 10년 만에 76배 증가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를 강타한 힐링 신드롬을 무한 경쟁에서 실패하면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고립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한다. 각박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의 골은 깊어가지만 적절한 치유법을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상태를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삶이 힘들다고 자각하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힘들다고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식 사회로 진입한 이후 치열한 경쟁으로 안정성이 흔들리고 가족이나 직장의 이동성이 커지면서 행복한 삶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가 자본주의적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등 삶의 질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개념의 웰빙과 달리 힐링은 욕심을 채우기보다 조금 더 버리고 내려놓고 관계의 회복을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은주·김정은기자 erin@seoul.co.kr
  • 대구서 세계곤충학회 총회

    ‘제24차 세계 곤충학회 총회 및 정기 학술대회’(ICE 2012)가 19일 대구에서 열린다. 학술대회에는 90개국 2500여명의 내로라하는 곤충학자들이 참석한다. 국가별로는 한국(250명)을 비롯, 중국(333명), 일본(399명), 미국(277명), 독일(68명), 프랑스(55명), 영국(62명) 등 95개국 2519명이 등록했다. 학술대회에는 동반자도 100여명 이상 참석, 대구·경주시가 마련한 관광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다. 관광 프로그램으로 동화사 템플스테이, 대구약령시, 방짜유기박물관, 팔공산, 경주관광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세미나 주제가 ‘식용·약용·사료로서의 곤충’이어서 곤충학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를 주는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인사]

    ■서울신문 △감사부장 강두석<경영기획실>△시설관리부장 김성영△기획부 차장 송경섭△재경부 차장 윤상윤△전기팀장 김재두<기획사업국>△기획사업2부 차장 김철홍<독자서비스국>△서울부 차장 윤재수<제작국>△윤전부장 김창원△윤전부 차장 함훈섭 최동규△기술관리부 차장 김대혁△기술팀장 전준식△CTP운영팀장 윤영복<문화홍보국>△문화사업부 차장 고은영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 국제통화제도과장 강기룡 ■환경부 △기획조정실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성지원△녹색환경정책관실 정책총괄과장 이호중△환경보건정책관실 생활환경과장 김법정△기후대기정책관실 교통환경과장 박연재△물환경정책국 수질관리과장 박찬갑△상하수도정책관실 토양지하수과장 주대영△자연보전국 자연정책과장 김동진△〃 국토환경정책과장 정종선△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장 이동욱△원주지방환경청 기획과장 김지연◇과장급 직위승진△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 양한나△〃 환경감시단장 진원기 ■병무청 ◇서기관 승진 △입영동원국 한석희△사회복무국 김상현 ■전남도 ◇지방부이사관 △행정지원국장 이호경△관광문화〃 이승옥△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행정개발본부장 정인화△〃 투자유치본부장 주신호△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나승병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기획본부장 김현제 ■강원대 △부총장 정도영△대학원장 손병암◇처장△교무 강용옥△학생 송영한△기획 홍형득△교학 임해진◇본부장△대외협력 윤학로△정보화 김용석◇실장△운영기획 장순희 ■연합뉴스 △논설위원실 고문 이해영△논설위원 고승일 ■연합뉴스TV △정치부장 성기홍 ■일간투데이 △제2사회부 부장 장범수 ■IBK캐피탈 ◇승진 △부사장 이동령<이사대우(상무)>△시너지금융본부장 임장빈△IB〃 문주철
  • 지자체 ‘막걸리 열풍’ 되살린다

    최근 막걸리 열풍이 주춤하면서 이를 다시 재현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16일 경기도와 경기막걸리세계화사업단 등에 따르면 올해 경기 지역 막걸리 업체들의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평균 10% 이상 감소했다. 2009년 막걸리 열풍과 더불어 생산량이 급증하다가 최근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특산품을 이용한 신제품과 기술 개발을 통해 다시 열기에 불을 붙이려고 한다. 막걸리세계화사업단은 지난달 최고급 막걸리인 ‘가바막걸리’를 개발한 뒤 기술 이전을 통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고급화로 위축된 막걸리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가바는 현미 속에 포함된 물질로 뇌세포 활성화를 촉진하고 숙취 해소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지만 그동안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 소멸되는 단점이 있었다. 도와 사업단은 지난해 가바 물질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산양산삼 재배 농가들이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산양산삼을 이용한 막걸리를 출시했다. 고가의 산양산삼을 막걸리에 활용해 대중화시키겠다는 것으로, 우리술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연구진 10여명이 8개월간 연구했다. 복숭아로 유명한 이천시는 복숭아막걸리를 개발, 다음 달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색소를 첨가하지 않고 누룩을 기존의 막걸리와 다르게 사용해 복숭아색을 냈다. 신선한 복숭아를 으깨서 첨가하는 방식으로 복숭아의 영양을 최대한 담아냈다는 특징도 있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충북 괴산군에서는 구수하면서도 옥수수 특유의 향을 내는 ‘찰옥수수 막걸리’를 출시했다. 옥수수의 섬유질 성분이 발효돼 쉽게 소화되는 게 특징이다. 전남 해남에서는 대표 특산물인 고구마로 빚은 막걸리의 일본 수출을 시작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예상못한 법정구속… 지위남용 엄벌 의지

    예상못한 법정구속… 지위남용 엄벌 의지

    법원이 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시킨 것은 그동안의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과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이번 판결로 다른 재벌 총수의 재판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에 앞서 재판을 받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다른 재벌 총수들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판결은 비록 1심이지만 기업들의 관행적인 횡령 및 배임범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231쪽에 달하는 판결문에는 ‘지배주주로서 영향력과 가족의 지위’, ‘범행의 최대 수혜자’, ‘신의 경지로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 등의 표현이 눈에 띄었다. 재판부가 재벌 회장이라는 지위를 남용하고 범행에 따른 이익을 취한 점을 엄하게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판결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서경환 부장판사는 “실형 선고는 2009년 도입한 양형 기준에 따른 것”이라면서 “과거 기업 총수 재판에서처럼 경영공백이나 경제발전 기여 공로 등은 집행유예를 위한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 부장판사는 이어 “올초 실형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사례가 이 같은 양형기준이 적용된 첫 사례일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추세에도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여야 정치권은 ‘재벌총수의 집행유예 판결금지’, ‘사면권 제한’ 등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303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 내내 김승연 회장은 굳은 표정이었다. “한화그룹이 김 회장 개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의 보고 및 지휘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김 피고인이 공모한 점이 인정된다.”는 재판부의 판시가 이어지자 김 회장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김 회장은 30분 만에 선고공판이 끝나자 구속 집행에 앞서 피고인 15명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법정을 나섰다. 김 회장은 서울구치소로 이감되기 직전 변호인에게 “본인의 일로 임직원들을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나머지 사업이나 경영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이 업무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2일 재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같은 달 23일 1심 선고를 할 예정이었으나 법원 인사로 선고가 미뤄졌고 수사 개시 701일 만인 이날 징역 4년, 벌금 51억원에 김 회장을 법정구속하면서 2년간에 걸친 한화사건은 일단락됐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원범) 심리로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공판은 김승연 회장에게 실형과 법정구속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에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최 회장은 휴정 시간에 “다른 사람(김 회장) 재판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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