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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책]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펜을 빌리지 않는다(미즈키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중앙북스 펴냄) 국내 한 항공기 1등석에서 승무원에게 추태를 부려 물의를 빚은 일명 ‘라면 상무’ 사건은 세간의 분노와 더불어 1등석 승객에 대한 호기심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일본과 외국 항공사에서 근무한 전직 일본인 스튜어디스가 전체 좌석의 3%에 해당하는 국제선 1등석 승객들을 16년간 밀착 서비스하면서 파악한 공통적인 성공 습관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입국 서류 작성 때 승무원에게 절대 펜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기록하는 습관 때문에 항상 자신만의 필기구를 지니고 다닌다는 설명이다. 기내에서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뉴스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집이나 공항 라운지에서 읽고 나오기 때문이다. 1등석 승객들이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사실도 재밌다. 228쪽. 1만 3000원. 베케트에 대하여(알랭 바디우 지음, 서용순·임수현 옮김, 민음사 펴냄) 사뮈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성공 이후 작가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부조리 연극의 대표 작가로 부각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베케트 문학의 진면모를 파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이 책에서 베케트를 절망의 작가로만 바라보는 일반적 편견에서 벗어나 베케트 작품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의 흔적을 탐색한다. 바디우는 베케트의 사유가 “긍정의 지점들을 따로 떼어 내 고양하는 사유”라고 평가하며 “베케트의 모든 재능은 거의 과격할 정도로 긍정을 지향하고 있었다”고 선언한다. 바디우의 사유 속에서 베케트는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서성이면서도 진리의 희망과 사랑의 행복을 노래하는 작가가 된다. 바디우 전공자인 서용순 영남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와 베케트 전공자인 임수현 서울여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번역했다. 280쪽. 1만 6000원. 코난 도일을 읽는 밤(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셜록 홈스를 창조한 뛰어난 스토리텔러 아서 코난 도일의 글쓰기에 대한 탐구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인 저자는 일생 동안 셜록 홈스 모험담에 열정을 바쳐 온 오랜 팬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셜록 팬들의 모임인 ‘베이커가 특공대’의 회원이기도 하다. 책은 홈스의 미스터리 소설뿐 아니라 덜 유명하지만 매혹적인 코난 도일의 다른 작품들도 소개한다. 다작 작가였던 코난 도일은 과학 및 역사소설을 비롯해 에세이와 회고록도 다수 남겼다. 저자는 모든 종류의 스토리텔링을 아우르는 이야기꾼 코난 도일의 면모를 조명하며 ‘좋은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어린 시절 ‘바스커빌 가문의 개’와 처음 맞닥뜨린 기억에서 출발해 홈스 탐정 소설의 특징과 코난 도일의 글쓰기 방법을 해설한다. 부제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은 코난 도일의 걸작 ‘추적의 모든 기술’에서 따왔다. 276쪽. 1만 3000원.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 외 지음, 유영미 옮김, 시공사 펴냄) 여성 우울증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졌지만 상대적으로 남성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남성은 여성 이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병을 키우게 된다. 남자니까 울면 안 되고 많은 돈을 벌어야 하며 늙어서도 약해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 책은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남성 우울증의 실체를 파헤친다. 독일 남성우울증 전문 정신의학자인 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 박사는 “남성 우울증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고, 정보가 부족하며, 여성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잘 살피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남성 우울증은 결코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없으며, 가족과 이웃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288쪽. 1만 3000원.
  • [씨줄날줄] 인사동 재개발/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서울 인사동이 화랑과 필방(筆房), 골동품 거리가 된 것은 연유가 있다. 조선의 왕실 그림을 그리던 화원들의 일터인 도화서는 인사동 옆 견지동에 있었다. 안국동 사거리에서 종각역 쪽으로 100m쯤 가다 보면 오른쪽에 갑신정변의 발화지인 우정총국이 있고 그 앞에 도화서 터 표지석이 있다. 도화서는 숙종 때에 중구 수하동 옛 청계국민학교 자리로 옮겨갔고, 그래서 을지로 입구에 도화서 터 표지판이 하나 더 있다. 20세기에 들어서 도화서가 폐지됐지만, 인사동이 미술 거리가 된 것은 자연스럽다. 골동품 상가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다. 인근 북촌 양반가에서 흘러나온 고서화나 골동품들을 이곳에서 일본인과 미군들이 사고팔면서 상권이 형성됐다고 한다. 종로2가에서 안국동 사거리에 이르는 길이 0.7㎞, 너비 12m인 인사동길은 1984년 11월 7일 길이름이 처음 제정되었다. 서울 시내 골동품상과 화랑 열 곳 가운데 네 곳이 이곳에 있다. 특히 필방은 90%가 인사동에 몰려 있다. 가장 오래된 서점인 통문관도 인사동에 있다. 인사동 골동품상들은 가짜 고서화사건, 금당살인사건 등으로 1970년대 말 장안동 등지로 많이 빠져나갔다. 대신 토속음식점과 전통찻집 등 유흥음식점이 들어섰다. 인사동의 명칭은 조선시대 한성부의 관인방(寬仁坊)과 대사동(大寺洞)에서 가운데 글자를 한 자씩 따서 지은 것이라 한다. 인사동에는 역사적 유산들이 많다. 태화빌딩 자리는 조선 초 태화정과 부용당이 있던 곳으로, 인조가 어릴 때 자란 잠저(潛邸,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였다. 태화정은 헌종 때 후궁 경빈 김씨의 사당으로서 순화궁(順和宮)이 되었다가 일제강점기에 매국노 이완용의 소유가 되었다. 그 후 1918년 마당에 있던 고목이 벼락을 맞아 쪼개지자 놀란 이완용이 유명한 기생집 명월관의 주인 안순환에게 팔았고 순화궁은 태화관이라는 요정으로 바뀐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곳이 바로 태화관이다. 인사동은 3·1운동의 발상지인 셈이다. 그러나 도시 재개발로 태화관은 헐려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학자인 이율곡과 조광조, 조선 말기 박영효와 지석영의 집도 인사동이나 그 근처에 있었다. 민영환 자결 터, 서북학회 터, 승동교회, 탑골공원 등 근대 문화유산들도 즐비하다. 이런 점 때문에 1978년 도심재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뒤 35년간 개발이 제한됐던 인사동의 재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발을 하더라도 유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경북道 ‘독도 해역 클린 존 사업’ 겉돈다

    경북道 ‘독도 해역 클린 존 사업’ 겉돈다

    경북도의 ‘독도 해역 클린 존’ 사업이 겉돌고 있다.22일 도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예산 200억원을 투입해 천연기념물인 독도 인근 해역 9449㏊에 대한 쓰레기 전량 수거를 목표로 해양 정화 사업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첫해에 5억원을 들여 독도 주변 수심 100m 이내 1640㏊에 이르는 해역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2008년 45억원, 2009∼2010년 150억원을 확보해 연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도는 당시 해양수산부, 울릉군, 한국어촌어항협회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실무협의회도 가졌다. 하지만 도는 이 기간 동안 예산 19억 3900만원을 투입해 독도 주변 해역 3만 2100㏊에서 어민들이 버린 폐어망과 폐그물, 폐타이어, 스티로폼 통발 등 해양 쓰레기 26t을 수거한 게 전부였다. 또 당초 독도 바닷속 오염실태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오염 범위와 쓰레기양을 파악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와 함께 1사 1연안 가꾸기, 바다 대청소의 날 등을 정해 환경단체, 주민과 함께하는 독도 보전 활동을 벌이기로 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연유 등으로 현재 독도 인근 해역에는 각종 쓰레기 30여t이 쌓인 채 방치돼 수중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도 서도 주민숙소 리모델링 등 현지에서 진행되는 크고 작은 공사 때 배출되거나 쓰다 남은 각종 건축 폐기물·자재들이 울릉도로 반출되지 않고 독도 인근 해역에 마구 버려지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독도에서 각종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다 적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독도 쓰레기 무단 투기 행위를 단속하고 있는 동해해양경찰서 울릉파출소 이현석(44) 경사는 “주로 어선들이 야간에 쓰레기를 몰래 버려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도는 뒤늦게 해양수산부와 함께 다음 달까지 독도 주변 해역에 대한 해양쓰레기 수거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예산 2억원을 들여 독도 주변 수심 30m 이내 해역을 어업지도선으로 돌며 폐그물 등 해양 쓰레기를 거둬 들일 계획이다. 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쓰레기 해양투기 방지 교육도 실시키로 했다. 푸른울릉독도가꾸기 모임 정장호(54) 회장은 “정부와 경북도의 독도 정화 사업이 이벤트성에 그쳐 정말 실망이 크다”면서 “깨끗한 독도를 만들기 위한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허필중 경북도 해양산업담당은 “이번 독도 해역 정화사업은 해양수산부에 독도 바닷속 오염 수준이 심각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해 이뤄지게 됐다”면서 “독도는 우리의 소중한 영토이자 자산인 만큼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국민이 깨끗한 독도를 가꾸는 데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바람·꽃·눈·달이 나를 반긴다

    바람·꽃·눈·달이 나를 반긴다

    풍화설월(風花雪月)이라 했습니다. 중국 윈난(雲南)의 다리(大理) 풍광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관의 바람, 늘 피고 지는 북부 상관의 꽃, 서부 창산(蒼山)의 눈, 동부 얼하이(?海) 호수에 뜬 달이 어우러져 기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낸다는 뜻이랍니다. 수천년 역사를 헤아리는 이 고도(古都)의 주인은 바이족(白族)입니다. 우리처럼 흰색을 숭상하는 민족입니다. 13세기 몽골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작고도 강한 나라, 남조와 대리국을 세워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요. 첩첩이 포개진 창산과 신화 같은 풍경의 얼하이호 사이에 그 영광의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있습니다. 고원도시 리장(麗江)에서 다리 가는 국도변. 오래전 마방(馬幇)들이 저 유명한 푸얼차(普洱茶)를 싣고 티베트까지 오가던 길이다. 길 주변 풍경은 거의 ‘고성(古城)급’이다. 개발이 더딘 중국 서남부의 오지다 보니 문화재라 불러도 좋을 낡은 풍경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다리 초입의 고도는 2000m를 웃돈다. 헐벗은 산 위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다. 바람 많은 고장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다. 다리는 다리바이족자치주의 주도다. 좋은 돌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지는 ‘대리석’이 유래한 곳이기도 하다. 이름에서 보듯 바이족은 흰색 옷을 즐기고, 흰 벽의 집을 짓고 사는 민족이다. 지금은 중국 내 여러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지만, 한때 중원의 당·송에 맞설 만큼 당당한 세력을 과시했던 남조대리국(南詔大理國)의 후예다. 그 영광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도시 전체가 국가급 풍경구로 지정된 이유다. 다리에 들면 먼저 바다처럼 너른 얼하이 호수에 시선을 빼앗긴다. 중국의 선인들이 ‘뭇 산들 사이의 티 없이 아름다운 옥’(群山間的無瑕美玉)과 같다고 표현했던 바로 그 호수다. 도시 등줄기엔 창산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산자락 아래로 드넓은 평원이 이어진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라도 단박에 알 터다. 배산임수의 도읍지란 걸 말이다. 현지 가이드 김성철씨에 따르면 얼하이호는 해발 1972m에 조성된 담수호다. 한라산(1950m)보다 높다. 길이는 43㎞, 둘레는 150㎞에 이른다. 서울~대전 간 거리(151㎞)와 거의 같다. 면적이 넓다 보니 여행자들 대부분은 유람선 여행을 즐긴다. ‘꼬치섬’이라고 불리는 샤오푸퉈(小普陀)섬과 난자오펑징도(南詔風情島)가 명소. 특히 난자오펑징도는 남조대리국의 여러 왕들이 여름 별장으로 즐겨 찾았을 만큼 정취가 빼어나다. 남조행궁 광장의 이밀(李密)과 쿠빌라이 칸 동상이 이채롭다. 이밀은 대리국을 침공했다가 20만(7만명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군과 함께 차가운 얼하이호에 수장됐던 비운의 당나라의 장수다. 쿠빌라이 칸은 창산을 넘어와 대리국을 멸망시켰던 인물. 과거에서 배우자는 뜻이라지만 적장을 기리는 까닭이 선뜻 이해되질 않는다. 이 호수에서 가마우지를 이용한 어법이 성행한다던데, 아쉽게 그 장면을 만나는 행운은 없었다. 창산은 늘 비췻빛을 띠고 있다는 산이다. 쉽게 말해 ‘늘 푸른’ 산이다. 가이드 김성철씨는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인 창산은 가장 높은 중화봉(4200m)을 중심으로 3500m가 넘는 고봉들이 19개나 이어져 있다”고 했다. 봉우리 사이 계곡은 18개다.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물은 죄다 얼하이호로 흘러 들어간다. 이를 ‘19봉 18샘’이라 부른다. 뎬창산(点蒼山)이라 불리기도 한다. 무협지를 즐기는 이라면 산 이름에서 퍼뜩 ‘점창파’가 떠오를 법하다. 이른바 ‘중원 9파1방’ 가운데 하나로 (점)창산을 근거지로 삼는다. ‘판관필’이란 무기와 사일검법(射日劍法)으로 유명하다. 쓰촨성의 점창산이 점창파의 본거지란 주장도 있다. 한데 신장성 입구의 곤륜파와 신장성 동부의 청성파, 간쑤성의 공동파 등 ‘메이저’ 무협방파들이 마방을 호위하는 대가로 돈을 벌기 위해 차마고도 언저리에 포진했던 걸 감안하면 다리의 창산 쪽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덧붙이자면 김용의 ‘사조영웅전’에 등장하는 단황야의 ‘일양지’ 또한 대리국의 단씨 일족에게 전해지는 무공이다. 일반 여행자들이 창산을 오르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다. 케이블카나 조랑말을 탄다. 창산 케이블카는 간퉁쓰(甘通寺)를 향해 오른다. 길이는 3㎞. 케이블카를 타고 얼하이호와 다리 시가지, 창산의 협곡 등을 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칭비시(?碧溪)에 내려 주변을 둘러본 뒤 내려온다. 중화사(中和寺) 코스도 비슷하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게 다를 뿐이다. 두 코스는 약 12㎞의 운유로(雲遊路)로 연결돼 있다. 절벽 중턱에 난 길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높낮이도 심하지 않아 서너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다. ‘강추’ 코스다. 조랑말 트레킹도 3200m 고지까지 오른 뒤 중화사 리프트를 타고 내려온다. 시내에선 다리고성(古城)과 충성사(崇聖寺)가 최대 볼거리다. 다리고성은 리장고성과 함께 윈난성의 2대 고성 중 하나로 꼽힌다. 13세기 창산을 넘어 온 몽골의 기마부대에 초토화된 뒤 명나라 때 재건됐다. 8m 높이의 성벽 안에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지붕을 잇대고 있다. 리장고성에 견줘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느낌은 한결 더하다. 낮보다는 해 저물녘 돌아보길 권한다. 만지면 묻어날 것 같은 윈난 특유의 파란 하늘이 저물도록 이어진다. 특히 얼하이호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는 장면은 정말 빼어나다. 휘영청 뜬 달이 고성 내 옛집 처마 위에 얹힐 때면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가 연인 제니퍼 애니스턴을 위해 ‘끌어당긴’ 거대한 달을 보는 듯하다. 충성사는 중국 남조 소성왕(재위 823~859년) 때 창건된 사찰이다. 1978~81년 중수돼 오늘에 이른다. 대표적인 볼거리는 삼탑이다. 첸쉰탑(千尋塔)이라 불리는 중앙탑은 건물 16층 높이인 69.13m의 사각탑이다. 지진으로 기울어진 좌우탑은 10층 42m다. 첸쉰탑 맨 위층에 오르면 다리 시내와 얼하이호, 숭성사 대웅전과 창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첸쉰탑 옆의 취영지(聚影池)는 반드시 들르시라. 연못 위에 비친 삼탑이 데칼코마니 기법의 유화처럼 펼쳐지는 기막힌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다리 외곽의 시저우(喜州)도 볼만하다. 바이족(白族)의 집성촌이다. 대개의 여행상품에 빠짐없이 포함될 만큼 명소로 꼽힌다. 예서 인상적인 게 옌자따위엔(嚴家大院)과 삼도차(三道茶)다. 옌자따위엔은 이 지역 최고 부자 가문으로 꼽혔던 엄씨 저택이다. 바이족의 전통 건축 양식인 삼방일조벽(三房一照壁)을 엿볼 수 있다. ‘ㄷ’자 형태의 건물 앞에 햇볕을 반사하기 위한 흰 벽을 세운 형태를 하고 있다. 전통 공연도 열린다. 공연 중간 세 번에 걸쳐 삼도차(三道茶)를 내온다. 쓰고(苦) 달고(甘), 이 두 가지 맛이 혼합된 회미(回味) 등 세 가지 맛의 차다. 전형적인 관광지 음료이긴 하나, 인생에 비유한 뜻은 음미할 만하다. 글 사진 다리(중국)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다리까지는 리장이나 쿤밍(昆明)을 통해 들어간다. 소요시간은 서너 시간으로 비슷하다. 다만 윈난을 대표하는 두 고대 도시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장 쪽이 좀 더 매력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9월 13~10월 31일 중국 리장까지 주 2회(목·일요일) 전세 직항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모두투어, 혜초여행사, 하나투어 등에서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중국의 관광지가 그렇듯, 다리 시내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예컨대 충성사의 경우 어른이 120위안(약 2만 2000원)이다. 다리고성은 무료다. 바이족들이 즐겨 먹는 ‘루산’을 사들고 자박자박 걷기 좋다. 자전거 대여소도 있다.
  • 종횡무진 광주 김치버스

    오는 10월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를 앞두고 다음 달부터 ‘김치버스’가 전국 주요 도시와 해외를 누빈다. 광주시는 21일 다음 달부터 국내 5대 도시와 일본 10대 도시를 순회하며 김치버스를 활용한 김치축제 홍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 한국의 김치와 문화를 소개한 김치버스는 햄버거, 카나페 등 다양한 ‘광주김치’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로 성년을 맞는 제20회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의 서울 경복궁 사전행사(9월 7일)와 오는 10월 본행사(5~9일)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기간 광주명품김치산업화사업단의 ‘김치 光’ 홍보 차량도 함께 참여해 사업단이 개발한 지역별 맞춤형 김치(남도식, 경기식)도 선보인다. 또 오는 10~11월에는 일본을 순회하며 현지 유명 음식점과 김치버스가 함께하는 시식행사 등을 통해 광주김치와 한국 음식문화를 알린다. 광주시 박철수 생명농업과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 온라인 홍보도 병행해 광주시와 광주김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박근혜 지지” 불법선거운동 최필립 동생 벌금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환수)는 20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최만립(79) 무궁화사랑운동본부 공동회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필립(85)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의 동생이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일간지에 ‘꽃으로 검을 베다, 박근혜 리더십’이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광고하고 이후 기념회와 연예인 초청 공연을 여는 등 법에 정해진 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쓱싹쓱싹’, ‘뚝딱뚝딱.’ 지난 17일 경기 부천시 송내동의 한 지하 공방(工房). 앳된 얼굴을 한 학생들이 망치와 톱을 손에 들고 연신 움직였다. 무서울 법도 하지만 거침없이 목재를 손질했다. 사포질도 쓱쓱 잘해 냈다. 곁에 서 있던 부모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흘렀을까. 형태가 없던 나무가 탁상시계로 다시 태어났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다. 작업에 열중하던 김서진(8)양은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재밌다”면서 활짝 웃었다. 김양의 손에는 1㎏ 정도 돼 보이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송내동이 소란스럽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부터다. 사업 타이틀을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으로 정하고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받은 지원금 3000만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아빠와 함께하는 목공교실’ 수업 역시 이 사업의 일부다. 7월 처음 시작해 벌써 세 번째 기수를 받았다. 기수당 5가족, 10여명 정도를 뽑아 매주 토요일 3회에 걸쳐 시계, 솟대, 보물함 등을 만든다. 솟대는 마을 사람들의 안정과 평화를 기리기 위해 과거부터 만들어 온 긴 장대를 일컫는다. 수업은 현재 공방 대표인 곽계원(40)씨가 도맡아 진행한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공방을 열었다. 곽씨는 “10년 전쯤 부모들끼리 마을에서 조합을 만들고 교사를 고용해 공동 육아를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경험을 통해 이웃 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목공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목공교실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취미를 찾은 학생도 있다. 지난 7월 1기 수업을 수료한 김승주(11)군이 대표적 사례다. 이날도 아버지와 함께 공방을 찾은 김군은 요즘 목재 사다리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아버지 김두영(42)씨는 “프로그램을 들은 이후로 매주 토요일이면 혼자 공방에 나가 깜깜무소식”이라면서 “대여섯 시간쯤 지나 저녁 먹을 때 돌아오는 걸 보면 재밌긴 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옆에서 오일 마감 작업을 하던 김군도 “토요일이면 집에서 게임밖에 할 게 없었는데 내 손으로 목재를 가공해 새롭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파편화된 지역사회 살리기와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다. 이윤철 마을사랑방 공동체 사무국장은 “오래 살아온 원주민들과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사람들이 혼재돼 지역사회가 개인화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주민 간에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문화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송내 2동에는 전체 인구 중 유아·청소년이 30%에 이르고 초·중·고등학교가 6개나 있지만 그에 걸맞은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목공교실에 참여한 조아영(7)양의 어머니는 “관공서 등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은 돈이 많이 들어가고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면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 모두 마음에 들고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부모와 소통하는 기회도 되고 직접 아이가 개진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도 했다. 서진양의 어머니는 “몇 년 전 부산에서 송내동으로 이사 온 후 이웃사촌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낯설음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9월에는 ‘두근두근 가족 숲길 걷기’라는 새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송내 2동에 위치한 성주산의 낮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불빛이 없는 밤에 숲길을 체험하고 마을 주변의 자연을 느끼게 된다. 김현미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사업담당자는 “앞으로도 많은 프로그램과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호흡할 것”이라면서 “동 주민센터와 협력해 연계점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 홍보 효과를 높여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北 청소년 3명 광주에 온다

    북한 청소년 3명과 인솔자 1명 등 4명이 오는 22일부터 13일간 광주에서 열리는 유엔의 청소년리더십프로그램(YLP)에 참석한다. 이번 북한 청소년의 프로그램 참여는 광주와 유엔, 세계대학스포츠연맹(FISU)이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사전 교류 행사로 계획,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19일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과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YLP에 북한 청소년 대표 등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1일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같은 날 오후 5시쯤 행사가 열리는 호남대에 도착한다. YLP는 UNOSDP가 분쟁 지역 또는 개발도상국 청소년을 스포츠 개발과 평화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YLP에는 북한, 중국, 스리랑카, 태국, 통가 등 19개국의 남녀 청소년 34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이 기간 리더십, 평화, 분쟁 해결, 남녀평등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에 참가한다. 또 전통문화관 등지에서 한복 입기, 다도, 도예 등 문화 체험 기회도 갖는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윌프리드 렘케 유엔 사무총장 스포츠 특별보좌관은 남북 스포츠 교류와 청소년 방문 등을 통해 평화와 우호 증진을 꾀할 것을 북한 관계 당국에 설득했고, 북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에 따라 내년쯤 민간단체를 내세워 광주와 평양을 오가며 각종 스포츠 교류 행사를 추진키로 했다.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장인 강 시장은 “이번 북한 청소년의 프로그램 참여가 유니버시아드 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정부와 유엔, 국제스포츠기구 등과 연대해 광주 대회를 남북이 하나 되는 스포츠 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애쉬튼커쳐, 애플 공동창업자 영화 ‘잡스’ 혹평에 반박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된 스티브 잡스 전기영화 ‘잡스’(Jobs)에 대해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혹평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워즈니악은 IT사이트 기즈모도에 올린 리뷰에서 “오늘밤 ‘잡스’를 관람했다. 전반적으로 연기는 좋았고 기분좋게 관람했다. 그러나 추천할 만한 영화는 못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는데 이는 잡스에 대한 애쉬튼 커쳐(잡스 역)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가 영화배우 애슈턴에 의해 왜곡되게 묘사되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워즈니악은 영화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잡스나 애플과 맺었던 관계가 잘못 묘사된 데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이 영화는 잡스에 대해 너무 아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를 보았던 내 친구도 ‘소설(처럼 꾸민 이야기)을 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스티브가 성공적인 상품(아이팟)을 만들어내고 우리 삶을 바꾼다는 것으로 끝난다”면서 “나는 I시대를 연 스티브의 우수함을 높이 평가하고 내가 그런 상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가 초기부터 그런 기술과 우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즈니악은 애쉬튼 커쳐가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인 다른 영화사로부터 돈을 받고 (영화 ‘잡스’를) 고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잘못된 지적이며 그의 이런 말이 그가 여전히 영화 속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주말 영화 ‘잡스’의 미국 흥행 성적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 매출이 당초 예상치인 900만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670만 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론가들도 각본과 연출이 다소 엉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가 16세였던 1971년부터 아이팟을 개발한 2001년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국 개봉일은 오는 29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슈&이슈] ‘명품 예술도시’ 꿈꾸는 대구시

    [이슈&이슈] ‘명품 예술도시’ 꿈꾸는 대구시

    대구의 문화예술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구시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테마형 명품 문화인프라들이 하나씩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미술, 공연예술,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시설들이 건립되면서 관람객이 단순히 증가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질적 변화까지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 문화르네상스를 꽃피우고, 문화예술도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문화인프라 구축의 선봉장은 대구예술발전소다. 중구 수창동 58의 2, KT&G 별관창고를 개조해 지난해 12월 개관했다. 사업비 160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1만 2150㎡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과 교육공간, 지원공간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창작 공간은 음악, 미술, 미디어, 문학, 의상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상주하면서 창작 및 전시·공연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일반인에게 공개돼 아트페어나 워크숍, 교육, 판매 등의 역할도 한다. 또 전시장은 작가들의 특별전과 상설전이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창고형 극장은 연극, 콘서트, 영화, 이벤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장으로 운영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예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도서관 개념의 미디어테크,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키즈 스페이스’와 아트숍, 레스토랑 등 상업공간이 층별로 들어서 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전시, 공연, 신진작가 육성 등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예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의 옛 도심 탈바꿈 사업도 시작됐다. 특히 올 상반기 추진한 ‘문화살롱’, ‘문화사랑방’ 등을 표방한 ‘만권당 프로젝트’는 파격적 장르에 대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하반기에는 젊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할 ‘Ten-Topic Project’와 국내외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참가할 ‘ZKM ART FACTORY’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홍성주 시 문화예술과장은 “대구예술발전소는 장르를 초월해 모든 예술가들에게 개방된 문화예술창작의 테스트 베드를 지향하고 있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민회관은 오는 10월 개관을 목표로 리노베이션 공사가 한창이다. 사업비 559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9670㎡인 건물을 지하 3층, 지상 6층에 연면적 2만 6791㎡ 규모의 복합 문화명소로 증개축하는 것이다. 연면적이 2.5배로 넓어진다. 대공연장은 건축사적 의미를 반영해 현재의 이미지와 골격을 유지하면서 외부 시설의 현대화, 내부공간의 최신화를 통해 1333석 규모의 국제적인 콘서트 전문홀로 탈바꿈한다. 기존 공연지원관(별관)은 철거 뒤 206석 규모의 소공연장과 전시실, 공연지원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갖추게 된다. 지상주차장은 지하화하고, 지상은 2개의 프라자를 설치해 만남의 장소로 제공된다. 대구시민회관에는 대구시립합창단과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옮겨오고 오는 11월 초 재개관 기념 ‘아시아 교향악축제’를 시작으로 시민들에게 다시 다가선다. 홍 과장은 “시민회관 리노베이션은 지역 문화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출신 문인들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구문학관도 내년 5월 개관한다. 시인 이상화·이장희, 소설가 현진건 등 대구 출신 문인들의 자료를 전시한다. 문학관은 중구 향촌동 옛 상업은행 부지 1300㎡에 건평 3348㎡,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다. 문화예술관, 북카페, 전후문화 체험실, 영상기기 전시관, 음악감상실 등이 들어서는 것은 물론 전후 도심 상점가도 재현돼 건물 전체가 문학과 역사, 예술의 공간이 될 전망이다. 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한 작가와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 전시한다. 각계각층의 기증 등으로 문화사적 가치가를 지닌 1만여점이 넘는 방대한 콘텐츠가 구축된다. 홍 과장은 “전국 최고의 문학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다”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대구문학관 개관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출판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달서구 남대구IC 일원에 24만 5413㎡ 규모의 출판산업단지도 개발된다. 민자 1248억원을 들이는 출판산업단지에는 문학인 전용 레지던시 공간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문인 육성과 문학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대구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대구가 배출한 유명 문인들의 전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대구시민의 오랜 숙원 사업인 대구미술관은 개관한 지 두 돌이 넘었다. 수성구 삼덕동 대구대공원 내 7만 1202㎡ 면적에 건축면적 8만 808.27㎡, 연면적 2만 1701.44㎡,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675억원이 들어간 대구미술관은 1~5전시실, 어미홀, 강당, 교육시설, 정보센터, 관람객을 위한 편의시설로 구성돼 있다. 대구미술관의 상징을 고려해 만든 어미홀(가로 15m, 세로 55m, 높이 20m)은 연간 한 차례 아티스트의 창의적인 영감을 실현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3전시장은 실내와 자연 풍경이 접점을 이루는 전시장으로 고정된 곳이 아닌 율동있고 교감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대구미술관은 국내외의 근·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는 물론, 미술 강좌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과 시민의 문화예술 욕구에 부응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는 일본이 낳은 최고의 미술가인 ‘구사마 야요이’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전국에서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우환 화백과 안도 다다오 건축연구소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5월까지 기본·실시설계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달서구 성당동 두류공원 안 2만 6705㎡ 터에 들어선다. 2016년 6월 개관할 예정이다. 현대미술의 세계적 거장인 이 화백 작품 외에도 동시대 아시아·유럽 등을 대표하는 작가 8∼9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코오롱 야외음악당, 이월드 등 기존 문화시설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권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테마형 명품 문화인프라 구축으로 지역 문화의 역동성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서울 중심의 문화인프라가 앞으로 대구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14세 남장소녀, 규방 넘어 금강산을 보다

    14세 남장소녀, 규방 넘어 금강산을 보다

    “금강산과 바다를 본 것은 천하를 다 본 것이나 다름 없다.” 14살 소녀는 금강산을 유람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를 써 ‘이제 알겠다. 하늘과 땅이 아무리 크다 해도(方知天地大)/ 내 한 가슴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客得一胸中)’이라고 했다. 소녀가 금강산을 여행한 것은 조선 후기인 1831년으로 여성의 문밖 출입이 어렵던 시절이다. 아무리 남장을 했다 하더라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강원도 원주에 살던 금원(錦園·1817~?)은 어린 시절 제천·단양 일대의 호(湖)와 동(東)쪽의 금강산·관동팔경·설악산, 조선의 낙양(洛陽)인 한양을 둘러보고 1845년쯤에는 의주 부윤 김덕희의 부실로 관서(關西)의 의주를 다녀온다. 1850년에는 여행기와 문집을 묶어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를 낸다. 일종의 자서전이자 회고록인 셈이다. 여성사를 공부한 지은이는 그녀의 책을 해부해 19세기 생활사, 문화사, 풍속사를 추적한다. 금원은 제천·단양 등을 구경한 뒤 한강 수계를 이용해 춘천으로 올라와 김화를 거쳐 금강산에 당도한다. 당시로선 가장 일반적인 금강산 여행 경로였다. 산을 봤으니 바다도 봐야 한다며 관동팔경 순례에 나선 소녀는 총석정과 낙산사 일출에 감동을 먹는다. 바닷가에 우뚝 솟은 4개의 돌기둥을 보고선 “돌 무더기가 어찌 이렇게 고르고 가지런할까”라며 감탄한다. 낙산사 해돋이엔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미친 듯 기뻐 펄쩍펄쩍 뛰며 춤을 추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 구경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땐 한결 성숙해진다. “군자는 충족한 것을 알면 그칠 줄 알지만 소인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던 숙원이 보상되었으니 여기서 그침이 마땅하다. 다시 본분으로 돌아가 여자의 일에 종사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금원에게 ‘여자의 일’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그녀가 한 해 뒤 기생으로 입적돼 기녀가 되고 그녀의 어머니 역시 기생 출신의 양반가 첩일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는 자녀 신분이 어머니를 따르는 종모법(從母法) 사회이고 서녀인 양반가 딸의 기생 대물림도 많았다. 기녀는 낮은 신분의 천한 직업이었지만 한편으론 가무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전문 직업인이었다. 평양 기생의 일상을 소개한 녹파잡기(波雜記)를 보면 기생 경패는 13살 어린 나이에 서울로 가 노래와 춤을 배울 정도로 성취욕이 강하다. 기생은 시와 문장, 가무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인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들에겐 어느 정도의 자유와 독립성이 부여돼 있다. 아마 이런 전후 사정이 그녀의 파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눈으로 산하의 넓고 큼을 보지 못하고 마음으로 온갖 세상사를 겪지 못하면 변화무쌍한 이치에 통달할 수 없어 생각과 식견이 좁아진다”고 말해 여행의 본질을 꿰뚫어 봤다. 그러면서 ‘여자라고 해서 규방에 들어앉아 여자의 길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 하고 반문한다. 금원은 말년에 삼호정시사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생 출신의 명문가 소생 4명과 문재를 주고받는다. 남자 중심의 양반 사회에서 첫 여성 시동호회다. 삼호정은 한강변 용산에 있는 정자로 지금의 용산성당 일대로 추정된다. 그녀는 호동서락기에 동호인들의 시 26수를 남기지만 더 이상의 행적은 전하지 않는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바닷속을 살리자] 갯녹음 치유 성공하려면

    갯녹음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바다숲과 바다목장 조성사업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인력 충원과 예산도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 바닷속은 함부로 건들면 되레 환경이 훼손된다. 해양생태계와 해양 시설물 전문가의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뒤 적합한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관심과 예산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 예산으로는 증가하는 갯녹음을 따라잡을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관심이 절실하다. 해양 관련 전문가들은 “많은 국민이 아름다운 바다 경치만 바라보고 더러운 바닷속은 보지 못하고 있다”며 “산림녹화사업처럼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돼야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양오염 원인은 대개 육지에서 발생한다. 바다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육상 환경오염 방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발상 전환도 요구된다. 정부가 바다숲과 바다목장을 조성, 지자체에 넘겨준 뒤에도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동안 투자한 사업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어린 물고기를 방류하면서 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정착성 어류에 국한하고 있지만 회유성 어류를 방류해 넓은 바다를 건강하게 가꿔야 한다. 종묘도 다양해야 한다. 근친교배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의 참여 또한 사업 성공 여부와 직결된다. 남획이나 어린 물고기를 잡는 당장의 이익을 접어야 한다. 김병찬 한국수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장은 “일본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게와 불가사리를 잡는 날을 따로 정했을 정도로 주민 참여가 높다”고 말했다. 여수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갯녹음 매년 1200㏊↑ 바닷속 황폐화 심각

    갯녹음 매년 1200㏊↑ 바닷속 황폐화 심각

    전국의 바닷속이 갯녹음(바다 사막화)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해마다 갯녹음 면적이 1200㏊(363만평)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과 관심 부족으로 치유면적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1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갯녹음 피해 면적은 1만 6000㏊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주요 암반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 면적은 이보다 훨씬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조사결과 갯녹음 발생 면적은 7000㏊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1만 4000㏊로 100%나 확산됐을 정도로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동·남해안과 제주해안에서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해연안은 상대적으로 암반이 적어 갯녹음 발생 면적이 158㏊에 머물고 있다. 해수부는 정상적인 어장과 비교해 갯녹음 지역의 어획 감소량은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650억원의 피해를 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갯녹음을 치유하기 위한 ‘바다숲·바다목장’ 조성 사업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갯녹음이 심각한 지역의 연안마을어장을 중심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8곳, 1946㏊에 이르는 바다숲을 조성했다. 올해에도 9곳, 1337㏊에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조성된 연평균 바다숲 면적은 487㏊로 신규 발생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바다숲 조성에 투입된 예산은 고작 183억원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갯녹음을 치유하기 위해 1960~70년대 산림녹화(치산녹화사업)에 준하는 대규모 ‘바다녹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 연안에 바다숲을 2020년까지 1만 5000㏊, 2030년까지 3만 5000㏊ 조성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현재 규모의 예산 투입으로는 40~50% 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자칫 정책이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현식 목포대 해양수산자원학과 교수는 “갯녹음 치유에는 막대한 예산과 기술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미래를 내다보고 집중 투자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현장 행정] 광진구의 안전한 보행 작전

    [현장 행정] 광진구의 안전한 보행 작전

    광진구가 보행자 중심 도시로 변신에 나선다. 늘어나는 교통량에 비해 안전시설 확충이 늦어져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구는 오는 11월 말까지 어린이를 비롯한 교통 약자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보행우선구역 조성공사’를 시작한다고 14일 밝혔다. 선진 교통문화도시를 지향하며 벌이는 교통환경 개선사업이다. 김기동 구청장은 14일 “완공 뒤 학생과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과 통학환경뿐 아니라 신호 위반과 과속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교통 약자를 비롯한 모든 주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교통문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보행우선구역으로 지정된 구의3동 구남초등학교 인근은 동서울터미널과 강변역 환승센터, 테크노마트 등으로 하루 유동인구가 32만여명이나 되는데도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안전시설은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구는 2011년 국토교통부 ‘보행우선구역 조성사업’ 공모, 공사·설계비 등으로 4억 5000만원, 지난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인센티브 11억원 등 15억 5000만원을 사업비로 확보했다. 지난 6월 기본 설계용역 발주에 이어 이달 안으로 공사에 본격 착수한다. 구는 지난 5월 두 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쳐 주민과 학부모 의견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구남초교 사거리 세양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직선으로 고치고 ▲강변역로와 아차산로의 보도포장과 가로수 제거, 횡단보도 신설 등으로 보행자와 차량 간의 충돌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다. 또 ▲차량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사고석 포장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교차로 무늬포장 ▲보행자의 무단 도로횡단을 방지하기 위한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설치 ▲학교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으로 교통 약자의 보행안전성을 높인다.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동곡삼거리와 어린이대공원역 사거리 등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공사’도 함께 벌인다. 이 밖에 상습적인 차량정체 구간인 영동대교 북단 사거리와 영화사 삼거리에 대한 도로교통소통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정성채 교통행정과장은 “이번 보행우선구역 공사와 함께 교통사고가 잦은 구역의 공사를 함께 실시하는 등 완벽하게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문선명 총재 사후 1년, 통일교의 현재는…

    문선명 총재 사후 1년, 통일교의 현재는…

    지난해 9월 92세를 일기로 성화(聖和·타계)한 문선명 총재 사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은 그 미래를 둘러싸고 많은 추측이 난무했었다. 오는 23일(음력 7월 17일) 문 총재 1주기를 맞는 통일교가 그런 우려 섞인 전망과는 달리 안정된 조직을 구축,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문 총재 사후 통일교가 다른 양상을 보인 큰 흐름은 일반의 전망과는 다른 후계 구도 마무리와 통일교단 위상의 전환이다. 우선 미망인이자 문 총재 생전에도 공동 총재 격으로 활약했던 부인 한학자(70) 총재 친정체제의 구축이 눈에 띈다. 당초 한 총재는 통일교의 양 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4남 국진(43), 7남 형진(34)씨 등 두 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형진씨는 지난해 9월 말 통일교 한국총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행을 선택했다. 형진씨는 현재 세계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국진씨도 지난 3월 통일재단 이사장 겸 통일그룹 회장직을 내놓고 미국에 살고 있다. 두 아들의 예상 밖 퇴진(?)은 아무래도 세간에서 ‘왕자의 난’으로 도마에 올랐던 아들 간의 알력이 큰 원인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로 국진 씨는 통일교단과 거리를 둔 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3남 현진(44)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여의도 소송’ 1, 2심에 패소해 통일재단 이사회로부터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장학재단을 비롯한 종교·기업·재단을 모두 이끌고 있는 한 총재는 사실상 통일교의 실질적인 교주인 셈. 통일교단은 “한학자 총재가 참어머니로서 문선명 총재를 대신하는 동시에 동격·동위로서 그 사명을 수행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한 총재의 주변에 문 총재 부부의 최측근으로 활동해온 지도자들이 포진해 돕고 있다. 형진씨의 후임으로 통일교 한국총회장에 취임한 양창식(60) 전 미국총회장과 국진씨 퇴진 후 통일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노희(72) 유니버설문화재단 부이사장이 대표적인 보좌진이다. 한 총재와 통일교단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포스트 문선명’ 위상은 역시 문 총재의 유지를 통한 사회통합과 봉사 교단으로 거듭나기다. 문 총재가 남긴 500쪽짜리 책 700권 분량의 방대한 어록을 ‘천성경’ ‘평화경’ ‘참부모경’ 등 세권으로 정리하는 ‘천일국경전’ 편찬은 최우선 사업 순위에 있다. 통일교의 공식명칭을 원래 이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환원한 뒤 추진하는 역점 사업도 종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로 국제축구대회 피스컵을 잠정보류한 데다 대북투자의 핵심 사업이랄 수 있는 북한의 평화자동차와 보통강호텔 운영권을 북한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차세대 리더의 육성과 통일교 전교의 강조가 눈에 띈다. 1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 ‘원모평애재단’과 통일교 지도자 육성기관 ‘천주평화사관학교’를 설립했다. 문 총재 사후 조용하면서도 예사롭지 않게 변모하는 통일교의 위상은 결국 아들들의 복귀와 맞물려 자리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통일교 내부에선 무성하다. “2세는 아직도 시간을 둬야 될 것 같다. 더 길러야 할 것 같다.” 올해 신년하례회에서 한 총재가 남긴 말의 시효가 언제일지 모를 일이다. 한편 통일교는 오는 17∼23일을 추모 기간으로 정해 23일 오전 10시 가평 청심평화월드에서 가족과 전 세계 통일교 관계자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문 총재 1주기 추모식을 연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독도 다큐 영화 ‘그 섬’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

    독도 다큐멘터리 영화 ‘그 섬’(The Island)가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된다. 영화사 스카이븐 픽쳐스는 “이 영화의 총제작비 5억원 중 2000만원을 펀딩 플랫폼인 굿펀딩에서 9월 3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작품은 독도의 주권에 대한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로 제작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된다. 독도 종합연구소 소장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며 객관적인 인터뷰 진행을 위해 미국인 주연배우가 출연한다. 영화는 2014년 8월 개봉 예정이다. 후원자에게는 후원 금액에 따라 시사회 티켓, 예매권, 휴대전화 아이링, 영화 DVD, 포스터, 독도팔찌 등이 제공되며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가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세한 정보는 관련 홈페이지(www.facebook.com/Dokdomovie)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지난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극장. 영화 ‘감시자들’의 주연배우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가 한자리에 모였다. 관객 500만명 돌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영화사 측은 500만명을 돌파한 날 영화 티켓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관객 중 추첨을 통해 120명을 초대했고, 정우성이 내건 공약인 일일 데이트권에 당첨된 한 20대 여성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여성은 정우성의 서울, 대구, 부산의 무대 인사에 빠짐없이 따라다니던 열성팬이었던 것. 정우성은 이날 이 여성팬과 저녁 식사에 이어 영화 ‘감기’ VIP 시사회에도 함께 참석하는 등 ‘성실하게’ 공약을 이행했다.이처럼 스타들의 공약이 유행하게 된 것은 1년 남짓.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등 행사가 빈번해지면서 “관객 ○○○만명이 넘는다면?”, “시청률 ○○%가 넘으면?”,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한다면?” 등 ‘공약 마케팅’이 덩달아 인기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풀려고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최근엔 이행 여부까지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스타들에게는 ‘고민 아닌 고민거리’지만 홍보 관계자들은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2차 화제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눈치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처음에는 곤란해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스타들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약 선언이 필수가 된 분위기여서 사전에 배우와 실천 가능한 공약 항목을 상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주연배우들은 최근 이색 흥행 공약을 내걸었다. 다니엘 헤니는 333만 관객을 돌파하면 333명과 영화 관람, 문소리는 555만명을 넘으면 555인분의 송편 대접, 설경구는 777만명을 넘으면 777명과 맥주 파티를 열겠다는 것. 홍보 관계자는 “추석 시즌의 영화인 데다 300만, 500만, 700만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재미있고 눈길도 끄는 공약을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스타들의 공약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는 있는 것일까.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는 확실히 있다. 흥행 공약은 팬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장치”라면서 “공약은 스타들의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는 척도인 데다 팬들에게 진심이 통하면 효과는 배가된다”고 분석했다.‘공약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는 청춘스타 김수현이다. 그는 ‘도둑들’ 개봉 때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면 관객을 업고 영화를 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공약 이행 이벤트를 했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1000대1. 지난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 100만명 돌파 때도 ‘귀요미송’을 부르겠다는 공약이 극장을 달궜다. 영화는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명을 넘겼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다닌 곳곳마다 ‘귀요미송’을 불러달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귀요미송’ 영상은 SNS 등으로 퍼져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줬다.제아무리 무게를 잡는 톱스타라도 공약 이행 이벤트는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한복을 입고 관객을 만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던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레드2’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관객 7000만명을 넘으면 얼굴에 빨간색 칠을 하고 인터뷰를 하겠다”는 다소 난해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병헌은 “당시 갑작스러운 질문에 해외 영화라서 수치를 좀 높게 잡긴 했지만 그에 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정우도 공약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배우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2년 연속 받으면 국토 대장정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상을 받는 바람(?)에 꼼짝없이 이를 이행했고, 그 모습은 영화 ‘577 프로젝트’에 그대로 담겼다. 최근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흥행 공약에 대해 묻자 “지난번에 국토 대장정을 했으니 이젠 대한해협 헤엄쳐 건너기 정도가 남은 것 아니냐. 그건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 홍보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하는 정직한 이미지는 스타의 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만 단지 이슈 만들기로 공약을 남발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내 방이 방긋방긋… 행복이 ‘활짝’

    내 방이 방긋방긋… 행복이 ‘활짝’

    금천구 김모(72) 할머니는 ‘쓰레기집’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혼자 어렵사리 생계를 꾸리느라 이곳저곳에서 주워 온 폐지가 방안 가득 천장까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철이면 습기가 차올라 곰팡이가 슬고 썩기도 했다. 이웃에까지 악취가 날 정도였다. 그랬던 할머니의 방이 지난해 여름 화사하게 바뀌었다. 도배·장판 교체 기술자부터 폐지 수거 자원봉사자, 방역 자원봉사자들이 창고 같던 방을 사람 냄새가 물씬 나게 만들었다. 방에선 1t 트럭 3대 분량의 폐지가 나왔다. 당시 할머니는 보랏빛 꽃무늬 벽지를 낯설어하면서도 신혼집 같다고 모처럼 밝게 웃었다. 금천구 행복수리봉사단, 사랑의 보일러 나눔 봉사단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저소득층 가정에 행복한 삶의 공간을 꾸며 주기 위해 최근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봉사단은 경제적인 이유로 집 수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찾아가 도움을 건넨다. 새로 도배를 하고, 장판을 교체하고, 차양제품을 설치하거나 보일러도 점검해 준다. 지난해에는 500여 가구의 주거 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올해는 보다 다양한 봉사단체와 후원 업체가 손을 잡았다. 특히 지역 방역 업체가 동참하는 등 여름철 쓰레기나 폐지 더미로 악취가 심한 가구를 발굴해 청소와 방역을 동시에 진행한다. 사업 대상 가구는 물론 그 주변까지 밝게 만드는 ‘희망 온돌 행복한 방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 어린이 아토피 개선 사업도 펼친다. 청결하지 못한 주거 환경이 아토피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소와 함께 펼치는 시범 사업이다. 취약 계층 가운데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는 영유아가 있는 가정의 실태를 조사하고 꾸준한 주거 환경 개선과 지속적인 연구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차성수 구청장은 “구민의 힘으로 행복한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게 희망 온돌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더불어 잘사는 금천이 되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전두환 전대통령측 “원래 재산 많아…숨긴 돈은 없어”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가운데 전씨 측이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일가 재산의 형성·증식에 재임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섞이지 않아 추징당할 돈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 전씨 본인의 재산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가족 등 제3자에게 추징하려면 자금원이 전씨의 비자금이거나 비자금에서 유래한 불법재산임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을 17년 동안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6일 최근 논란이 되는 전씨 일가 재산의 형성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공개했다. 민 전 비서관은 이례적으로 A4 용지 7쪽 분량의 ‘보도 참고 자료’를 작성, 배포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재산의 대부분은 전씨가 영관급 장교이던 1960∼1970년대 장인인 고 이규동씨가 자신이나 전 전 대통령, 장남 이창석씨 등의 명의로 취득했다. 그는 이창석씨 소유로 있던 경기 오산 일대 임야와 현재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울 서초동 땅, 성남 하산운동 일대 토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전체의 절반 가량이 차남 재용씨에게 넘어간 오산 땅 29만여평(95만㎡)의 경우 1968년, 이창석씨가 1978년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처분한 성남 땅 역시 1960년대 취득했다는 것이다. 전씨가 월남에 파병됐을 당시 부인 이순자 여사가 현재 자택을 지은 연희동 땅도 1969년 취득했다고 그는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증여와 상속 등의 절차를 거친 것은 1980∼1990년대지만 취득시기는 그보다 훨씬 전”이라며 “정치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땅의 재산가치가 1970년대 이후 도시개발 등으로 크게 불어났지만 취득 당시에는 별 볼일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산 땅은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이 산림녹화사업을 하려고 잣나무를 심은 야산이었고 연희동 자택 부지 역시 원래는 논밭이었다는 것이다. 서초동 땅 역시 당시에는 경기도 광주군에 속했다. 민 전 비서관은 “1983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전 전 대통령 내외가 각각 20억원, 40억원 정도의 재산을 신고했고 현재 가치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이라며 “대통령 취임 전에 조성됐다는 증빙 서류가 첨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전 재산은 육군 경리감을 지낸 장인 이규동씨가 “집안 살림은 나한테 맡기고 군무에만 전념하라”며 증식시켜 줬다고 그는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덕분에 전 전 대통령은 박봉이지만 봉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고 이순자 여사는 편물을 배워 부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말 검찰이 압류한 이순자 여사 명의의 연금보험 역시 네 자녀에게 고루 나눠준 이규동씨의 재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일가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되는 처남 이창석씨와 자녀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조사가 진행중인 만큼 자금은닉 여부가 조만간 판명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민 전 비서관은 “공과 사를 엄격히 가리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평생을 지켜온 생활 수칙”이라며 “공적인 용도를 위해 마련한 정치자금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다는 의심은 전 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전씨 측의 이런 주장은 비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는 동시에 일가 재산의 자금원을 비자금과 분리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일 전씨 측은 과거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하게 해달라고 검찰에 신청했다. 전씨 측은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을 정치 활동비로 다 썼고 나머지는 검찰에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이번 자료 발표가 전 전대통령의 지시나 위임에 의한 것이 아닌만큼 전 대통령의 입장과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며 “관련 내용은 민정기 개인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전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산림욕장/정기홍 논설위원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동요 ‘옹달샘’의 가사는 그대로 한 폭의 정겨운 그림이다. 깊은 산속 맑은 옹달샘 가엔 노루가 놀다 가고, 세수하러 내려온 토끼는 눈만 비비고선 이내 자리를 뜬다. 이른 아침 상큼한 샘가에 어디 노루와 토끼만 마른 입을 축이러 왔을까···. “숲과 함께 산다”는 지인의 근황을 접하고 문득 옹달샘 노랫말이 떠올랐다. 산림공무원인 그는 직장암 수술 뒤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자연휴양림 관리부서로 자리를 옮겨 일과 치료를 함께 한다고 했다. 수술 후유증은 전혀 없단다. 숲은 이처럼 누구의 상처든 넉넉한 품으로 받아낸다. 그러기에 ‘치유의 숲’이다. 전국 각지의 산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과 산림욕장이 전초기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통나무집을 갖춘 자연휴양림에서는 그저 편히 묵으며 심신을 씻으면 된다. 한낮에도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산림욕장에서는 서늘한 샛길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1960~1970년대 너도나도 나서 민둥산에 심은 어린 묘목들이 아름드리로 성장해 이렇게 보답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1988년 경기도 유명산에 자연휴양림이 첫 개장됐을 때 운영을 걱정하던 일을 기억하는 이들로서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20년동안 진행된 치산녹화사업은 많은 일화를 생산해 냈다. 총 370만㏊의 민둥산에 95억그루의 묘목이 심어졌다고 한다. ‘사방사업’으로 불린 나무심기에 국민들은 부역을 하듯 불려나가곤 했다. 이후 10~20년이 지날 무렵, 육림을 하는 ‘산림인’들은 애국주의자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산을 떠났다. 그 자리를 웰빙과 힐링세대가 차고 앉아 피톤치드라는 이름의 진한 송진 냄새를 맡으며 갖가지 병을 치료하고 있다. 산림공무원이 인기직업인 독일에서는 숲유치원을 유아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등 일찍이 숲을 질환을 치유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48곳의 산림 테라피 기지를 운영하는 일본도 숲을 산림의학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 뉴욕 중심부의 광활한 센트럴파크는 도시 숲의 전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숲을 찾는 이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 해 방문객은 산림욕장(152곳)이 3700만명, 자연휴양림(173곳)이 1200만명에 이른다. ‘치유의 숲’에도 한 해 31만명이 찾는다. 지난해 기준 19세 이상 성인의 41%가 한달에 한번은 산에 오르고, 연간 산행 인구는 4억 600만명에 달한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자연휴양림 180곳과 도시근교 산림욕장 233곳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무한에 가까운 숲의 효용이 반갑기만 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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