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화분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출마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삼성SDI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비하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 취재
    2025-12-3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98
  • 어느 봄날, 어느 ‘세월’ 꼭 꿈으로라도 다녀가렴

    어느 봄날, 어느 ‘세월’ 꼭 꿈으로라도 다녀가렴

    ‘너는 돌 때 실을 잡았는데/ 명주실을 새로 사서 놓을 것을 쓰던 걸 놓아서 이리 되었을까// 엄마가 다 늙어 낳아서 오래 품지도 못하고 빨리 낳았어/ 한 달이라도 더 품었으면 사주가 바뀌어 살았을까// 엄마는 모든 걸 잘못한 죄인이다./ 몇 푼 벌어 보겠다고 일하느라 마지막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엄마가 부자가 아니라서 미안해 없는 집에 너같이 예쁜 애를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엄마가 지옥 갈게 딸은 천국에 가.’(안산 합동분향소에 있던 단원고 학생 어머니의 편지 중에서)공교롭게도 아이의 백일 상에 올려 두었던 용품들과 명주실 타래를 책상 서랍에 넣어 둔 날이었다. 차일피일 정리를 미루다 결국 아이가 200일 가까이 되고 나서야 계획했던 예쁜 상자에 넣는 일은커녕 그것들을 그저 안 보이는 데로 치우기만 한 거였다. 하필 그 저녁에 저 편지를 읽고야 말았다. 처음 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음 한쪽의 실밥이 툭 터지는 느낌이었다. 다시 사월이다. 당연히 돌아가는 시계이고, 돌아오는 계절인데도 그 후로 4월이면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눅진하다. 아기를 낳고 나니 뼈 안쪽이 더 지긋해지는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나도 이럴진대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어떨까 하며 제주 쪽을, 합동분향소와 학교가 있던 안산 쪽을 굽어본다. 2014년 4월 16일. 소설 마감과 학교 수업 준비에 밤을 새우고 정신없이 등교했다. 교실에 들어섰는데 아이들의 행동이, 교실의 공기가 여느 날과 사뭇 달랐다. 마주 앉아 있는 학생 몇몇은 울고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우는소리만 돌아왔다. 학교는 단원고와는 십여㎞쯤 떨어진 곳이었다. 초조하게 뉴스를 보던 아이들과 ‘전원구조’라는 자막이 올라왔을 땐 안도했지만, 수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원이 구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퍼졌다. 학생들은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 후의 일들은 파편으로만 남아 있다. 추모를 위한 모임이나 분향소에 가지 말 것, 상복으로 느껴질 만한 색의 정장을 입고 등교하지 말 것 등의 ‘이상한’ 공문이 내려왔고 그것이 하달될 때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선생님은 탄식과 저항의 말들을 쏟아냈다.노란 리본을 달고 등교하는 것도 금지였다. 나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리본 스티커를 구해서 차에 붙였다. 꿋꿋하게 검은 옷을 입고 갔고, 방과 후 수업을 빠지고 장례식장에 다녀오겠다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1주기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갔다. 광장을 빙 둘러쌌던 그날의 차벽들과 저항하던 사람들, 그리고 경복궁 앞에 웅크리고 있던 삭발한 유가족들. 곳곳에서 터지던 비명과 고함, 그리고 차벽을 넘어갔다가 아예 차체를 쓰러뜨리던 사람들 곁에 나는 그저 서 있었다. 이리저리 사람들이 몰려다니던 한복판에 그저 서 있었다. 단지 그 한가운데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머리를 깎고, 밥을 굶고 앉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것밖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던 날이었다.세월호에 관련된 문학 작품들을 읽고 있던 대학의 강의실에서 누군가 크게 울어 이유를 물어보니 그 전날 수학여행을 마치고 자신들이 타고 왔던 배가 세월호여서 어쩌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었다는 학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의 아연함이라니. 그리고 그것을 듣는, 희생자의 친구 얼굴은 또 얼마나 어두웠던가. 7년이 지났다. 그로부터 세상은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나. 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정책의 결정자들은 얼마나 달라졌나. 7년이라는 세월을 대충 가늠하기도 전에 여전히 광장에, 청와대 앞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속해서 삭발하고 끼니를 거르며 서 있다. 어째서 저들이 여전히 저 자리에 서 있는가.정권이 바뀌고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어가는 동안에도 유가족들을 비롯해 생존자들은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 나갔다. 단원고에 4·16 기억교실을 세워 기록물 보존과 유품, 유류품들을 보존 관리하기 시작했고, 기록 유형에 상관없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고 등록하며 정리했다. 마을 공동체 등과 협업해 마을 아카이빙 양성교육, 미래세대 청소년 기록단 양성교육과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의 민주 시민 교육 등을 활성화했으며 4·16 기억 전시관의 문을 열었다. 총 100권으로 쓰인 구술 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를 출간했고, 팽목항에 ‘팽목 기억관’을 세우고 지켰다. 엄마들이 모여 뜨개질을 했고, 아빠들은 목공예 작업을 시작했다. 합창단과 연극팀을 꾸려 전국 곳곳을 다니며 공연도 했다. 명예졸업식을 치르고, 해마다 기일이 되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추모하러 다닌다. 희생자 학생들 외에 일반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 잊지 않기 위해, 참척의 아픔을 삭이려 다니던 길 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쌓은 발자취들이었다. 또 유가족들은 5·18과 선감학원, 남영호 등의 피해자들을 만나는 일도 병행했다. 상처와 상처들이 만나 참사와 안전 그리고 연대라는 말들과 함께 새로이 어깨를 견주었다. 제주에 기억 공간을 만든 것도 역시 유가족들이었다. ‘세월호 제주 기억관’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 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던 곳, 제주에 아이들을 위한 기억 공간을 만들자”는 생존학생 장애진 아빠 장동원씨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4·16 가족협의회와 평화쉼터 신동훈 대표가 협약서를 체결하고 6개월 준비 기간을 거쳐 신동욱 작가가 완성한 현판 글씨체를 강정마을을 지키던 문정현 신부께서 조각해 주셨다. 이 소식을 듣고 제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도서, 조각품, 나눔 물건 등을 전시하면서 2019년 11월 6일 제주 4·3 평화공원 아래에 ‘세월호 제주 기억관’이 탄생했다.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을 목표로 한다. 기억관 내의 세월호 리본 옆에 그달에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기리는 일도 하고 있다. 2015년에 택시기사 임영호씨의 도움으로 ‘한별이’에게 생일 케이크와 꽃 화분을 전달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그 생일 기억 공간이 무척 특별하게 보였다. 기일이나 추모 대신 생일을 기억해 주는 일이라니! 제주 기억관에서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뿐만 아니라 4·3의 아픈 기억을 새긴 동백 배지도 함께 전시하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리본과 배지를 함께 나눠 주는 일을 진행 중이다. 단장이 끊어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먼저 간 아이와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 이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 나갔고, 아직 아무런 답이 없는 정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약속은 허공에 떠 있고, 노란 리본은 나날이 빛을 잃어가는 동안에도 ‘엄마’이자 ‘아빠’인 가족들은 힘을 내었다. 7년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도 잊혀져 가던 아이들의 흔적을 혼신을 다해 기록해 두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그들에게는 노란빛의 숙명처럼 다가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안전법들은, 연대의 방식들은 유가족들이 해 낸 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엄마 아빠들이 직접 만든 목공예품들은 현란한 꾸밈이나 노련한 솜씨들은 아니지만 사포질 하나에도 아이의 모습을 담아 매만졌을 거라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애잔한 조형물들처럼 느껴진다. 그 옆에는 304개 리본 트리와 기억조형물들이 놓여 제주 기억관을 꽉 채운다. 관람객들은 물론이거니와 생존자들도 간혹 다녀가는데, 희생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생존자들 역시도 나름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견디고 또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앞길이 모쪼록 편안하기를.금요일에 돌아오기로 약속하고 수요일에 떠났던 수학여행은 여전히 진도 해상 어디쯤에서 멈춰 있다. 그들 대신 세월호 기억관이 제주에 왔다. 못다 한 수학여행을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마무리하길, 매년 다가오는 봄의 어느 금요일에는 꼭 꿈으로라도, 바람이나 이슬, 햇살로라도 다가오길. 후생에는 꼭 다시 태어나 무병장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수학여행 길에 동참했다. ‘어디까지 와시니?/ 용머리해안까지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마라도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약천사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외돌개 와수다/(중략)/ 어디까지 와시니?/ 미천굴까지 와수다/ 어디까지 와시니?/ 성산일출봉 와수다/ …이젠 어디로 갈 거고/ …엄마…/ …집에는 언제 와시니?/ …아빠…/ 아가, 어디까지 와시니?/ …못 찾겠다 꾀꼬리!/ …할아버지…// (중략) 내 소리 들어점시냐/ 이 하르방 보염시냐/ 설운 애기 어디까정 와시니/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중략) 찾았다!/ 안녕…할아버지! (소설 ‘귤목’(橘木) 중에서) 소설가 이은선
  • 가정폭력 30대 체포 도중 심정지로 숨져…경찰 수사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30대 남성이 체포 과정에서 저항을 하다가 돌연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0분께쯤 수원시 팔달구 A(30대)씨의 아파트에서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도와달라. 옆집에서 소음 신고한 것처럼 해서 출동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술 취한 남편이 집기를 부수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결과 신고자는 A씨의 아내 B씨였다. 술에 취한 A씨가 집안 집기를 부수고 B씨 얼굴에 담뱃갑을 던지는 등 폭행했다며 A씨 몰래 112에 신고를 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A씨는 “왜 경찰이 끼어드느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요청에 따라 경찰이 B씨와 아이를 보호시설로 분리 조치하려 하자 경찰관을 향해 집 안에 있던 화분을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이어갔다. 이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 저항하는 A씨의 팔을 뒤로 잡아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워 현행범 체포했다. 그런데 체포 직후 A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을 하지 못하는 등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오전 7시쯤 숨졌다. 검시 결과 A씨가 사망에 이를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를 통해 A씨가 평소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망에 이를만한 기저질환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체포 과정의 적절성 여부는 경기남부경찰청 청문 감사실에서 맡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제발 출동해달라” 신고…가정폭력 용의자 체포 도중 돌연 숨져

    “제발 출동해달라” 신고…가정폭력 용의자 체포 도중 돌연 숨져

    “가정폭력 당하고 있다” 아내가 신고30대 A씨, 경찰관에 화분 던지며 난동현행범 체포 과정서 숨져…경찰 수사 가정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된 용의자가 체포 과정에서 숨져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1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아파트에서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반발하던 30대 남성 A씨가 체포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10분쯤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도와달라. 옆집에서 소음 신고한 것처럼 해서 제발 출동해달라”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A씨의 아내 B씨였다. 술에 취한 A씨가 집안 집기류를 부수고 B씨 얼굴에 담뱃갑을 던지는 등 폭행했다며 A씨 몰래 112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경찰이 출동한 이후에도 A씨는 “왜 경찰이 끼어드느냐”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이 B씨와 아이를 보호시설로 분리 조치하려 하자 경찰관을 향해 집 안에 있던 화분을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이어갔다. 이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저항하는 A씨의 팔을 뒤로 잡아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워 현행범 체포했다. 그런데 체포 직후 A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을 하지 못하는 등 이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오전 7시쯤 숨졌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를 통해 A씨가 평소 혈압약과 고지혈증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망에 이를 만한 기저질환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체포 과정의 적절성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대구경북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전문대학 협의체 발대식 개최

    대구경북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전문대학 협의체 발대식 개최

    대구보건대 대학교육혁신단은 원격교육 허브 구축을 위한 ‘대구 경북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센터 전문대학 협의체 발대식’을 9일 연마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교육부와 한국학술정보원 주관으로 실시한 이날 행사는 대구 경북권역 20개 대학 총장과 내 외빈 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선언 후 대학교육혁신단 이희경 단장의 권역사업·운영현황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남성희 총장의 환영사와 한국학술정보원 장상현 본부장의 격려사로 이어졌다. 이날 참석한 20개 전문대학과 대구 경북권역 내 공동 활용 원격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도 거행됐다. 협약식에서는 권역 내 공동 활용 학습관리시스템 운영 ▷공동 활용 원격강의 제작 인프라 운영 ▷원격강의 콘텐츠 공동개발과 교류 ▷대학 원격혁신을 위한 지원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 행사는 원격교육지원센터 테잎 커팅식을 끝으로 권역사업 전문대학 협의회 결과 공유 회의로 마무리 지었다. 공유 회의에서는 공동 활용 원격 인프라 지원체계 구축과 공유 협력 활성화를 통한 지역혁신과 인재양성의 선순환 구현에 대한 2025년까지의 중장기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2021년 사업에 대한 운영방향과 추진계획에 대해 논의 했다. 회의에서는 ▷권역 내 LMS 미구축 대학 지원방안 ▷원격강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공동 활용 스튜디오 운영 방안 ▷공동 활용 원격강의 콘텐츠 개발과 운영 ▷권역별 특화분야 선정 콘텐츠 개발 등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원격수업의 전면도입에 따른 대학 간 연계 원격교육 체계 구축은 고효율 교육혁신의 기틀이 될 것”이라며“원격교육의 내실화와 체계 마련을 위해 대구 ? 경북권역 대학원격교육지원 거점대학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나가겠다”고 전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핀테크·프로토콜 경제 분야 예비창업자 모집

    한국핀테크지원센터, 핀테크·프로토콜 경제 분야 예비창업자 모집

    사단법인 한국핀테크지원센터(이사장 정유신)은 30일 2021년 예비창업패키지 프로토콜 경제 및 핀테크 분야 예비창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지난 3년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작년 7월 판교 본원과 서울 분원을 통합, 창업과 혁신성장의 메카인 Front1으로 이전을 통해 One Stop 핀테크 창업 및 보육 수행, 핀테크 스타트업의 활발한 성장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혁신적인 기술창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화자금, 교육, 멘토링,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서는 지난해 보다 2배 늘어난 예비창업자 40명을 프로토콜 경제* 분야로 선발할 예정이다.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지난 3년간 예비창업패키지를 통해 66개사 창업기업 보육, 17억9400만원 매출, 171명 고용, 16억500만원 투자유치, 23개사가 후속지원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으며, 핀테크 창업지원에 특화된 전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발전해왔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의 예비창업패키지는 핀테크 생태계 입문과 동시에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며,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사후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의 성공적인 사업화와 성과창출로 이끌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센터 내 사업 지원과 더불어, 창업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과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 우대보증지원(보증비율 100%, 보증료율 0.7% 고정보증료율), AWS Activate 프로그램(크레딧, 기술교육 등)을 연계지원 하는 등 다양한 성장지원과 혜택으로 선정기업으로부터 큰 만족도를 얻고 있다. 신청은 K-Startup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4월 19일 18시까지 접수를 받는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K-Startup홈페이지 또는 핀테크포털 ‘예비창업패키지 특화분야 예비창업자 모집공고’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프로토콜 경제: 블록체인 및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경제 모델을 구현하는 프로토콜, 핀테크 분야 예비창업자 발굴·육성
  • 독서 공책 만들고 동네 서점 북 콘서트… 23일 세계 책의 날 문화행사 ‘북적북적’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인 4월 23일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다양한 독서문화행사를 연다. 우선 23일을 상징해 시민 423명에게 책과 장미꽃을 선물하는 책드림 행사가 열린다. 9일까지 ‘2021 세계 책의 날’ 홈페이지(worldbookday423.modoo.at)에서 응원 메시지와 함께 도서를 신청하면 된다.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남긴 100명을 선정해 고민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과 응원편지를 주는 ‘책숲’ 행사도 11일까지 진행한다. 12~16일에는 신청자 가운데 423명을 뽑아 나만의 독서 공책을 만들거나 책 모양의 화분에 씨앗을 심으며 즐기는 체험꾸러미를 준다. 출판진흥원 유튜브에서 ‘집콕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 ‘진주문고’, 출판사 ‘마음산책’ 등 전국 50개 서점·출판사가 참여하는 ‘우리 동네 서점·출판사 라이브’를 21~25일 온라인 생중계한다. 당일인 23일에는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에서 기념식을 연다. ‘책드림’을 신청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책드림’을 비롯해 최은영 작가, 김보통 작가 책 콘서트를 출판진흥원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꿀벌 조형물 가로등 설치해 밤길 밝히고 지역특산물도 홍보

    꿀벌 조형물 가로등 설치해 밤길 밝히고 지역특산물도 홍보

    경남 산청군은 농촌지역 어두운 밤 길을 밝히고 지역 특산물인 꿀 홍보도 하기 위해 꿀벌을 형상화한 가로등 13개를 제작해 삼장면 대하삼거리 주변에 설치했다고 5일 밝혔다.군에 따르면 삼장면 대하삼거리 주변은 그동안 가로등이 없어 해가 지고 난 뒤 인근 대포숲 등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 등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따라 군은 삼장면을 비롯한 산청지역 주요 특산물인 양봉을 상징화 한 꿀벌 조형물이 설치된 가로등을 만들어 13곳에 설치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산청군 지역은 삼장면을 중심으로 양봉산업이 유명하다. 산청군 양봉은 2015년 대전에서 열린 제44회 세계양봉대회에서 품질부문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산청 아카시아꿀’은 세계 131개 나라 꿀 품질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탁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단일 아카시아에서 채밀된 우수 벌꿀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산청군에 따르면 산청 지역에서 연간 생산되는 벌꿀은 1200t으로 금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화분, 프로폴리스 등 벌꿀 부산물 생산액도 90여억원에 이른다. 삼장면 지역에서는 한해 420t(100여억원)의 벌꿀이 생산되고, 화분·프로폴리스 등 부산물로 30여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조금규 산청군 삼장면장은 “양봉을 상징화한 가로등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의 밤길 안전을 지키고 지역 특산물을 널리 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청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반려화분 만들기·꽃이 보이는 라디오… 코로나19 시대의 식목월 기념법

    반려화분 만들기·꽃이 보이는 라디오… 코로나19 시대의 식목월 기념법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얼굴을 내보이는 온화한 날씨이지만 봄을 온전히 즐기는 게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서울의 자치구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꽃길 주변을 통제하는 대신 온라인 축제를 열고 있다. 봄꽃과도 거리두기가 필요한 지금, 집에서 안전하게 식목월을 즐기는 건 어떨까.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4월의 싱그러운 공원을 즐길 수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 ‘스스로 공원탐방’을 진행한다. 보라매공원, 남산공원 등 서울 시내 5개 공원의 10개 코스를 나홀로 걸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원의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찍거나 생태 퀴즈를 풀고 동영상으로 숲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공원을 탐방할 수 있다.중구는 식목일을 맞아 초등 돌봄교실 아동 780명과 함께 ‘반려화분 만들기’ 행사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화분을 만들고 교실에서 직접 가꾸며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구는 미니 해바라기, 봉선화 등 씨앗 6종과 화분, 배양토로 구성된 반려식물 키트 800개를 돌봄센터 14곳에 전달했다. 화분은 친환경 방수 종이로 제작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직접 꾸밀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에서 봄꽃 축제를 여는 자치구도 있다. 영등포구는 오는 12일까지 여의서로(국회의사당 뒤편) 꽃길을 통제하는 대신 온라인 축제를 진행한다. ‘모두의 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선보이는 이번 축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대표 페이지(blossom.or.kr)에서 축제와 관련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오는 4일 오후 3시에는 가수 권진아·샘김, 이지애 아나운서가 함께하는 개막 공연이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된다. 시인 오은, 문학평론가 허희, 가수 자전거 탄 풍경이 함께하는 북콘서트와 영등포구 청소년챔버오케스트라의 무관중 공연 영상도 준비돼 있다.송파구는 석촌호수를 통제하는 대신 오는 11일까지 매일 오후 2~5시에 유튜브 채널 ‘송파TV’로 ‘벚꽃이 보이는 라디오’를 방송한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사연을 소개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석촌호수에서 대신 전해 봄’ 코너를 비롯해 송파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3시에 만나요 벚꽃 콘서트’, 지역의 식당을 찾아 대표 음식을 소개하는 ‘벚꽃식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송파TV를 통해 본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댓글을 남긴 참여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동대문구도 지역의 대표 봄꽃 명소인 장안 벚꽃길을 담은 영상을 동대문구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더불어 비대면 이벤트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찍은 장안 벚꽃길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진행한다.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동대문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받아 사진과 함께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재단의 심사를 거쳐 총 60명을 선정하고 추후 장안 벚꽃길 야외 갤러리에서 사진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큰 숲 하나보다 곳곳에 나무 심기, 온난화 막아요

    아침저녁으로 여전히 찬 기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가까운 공원이나 동네 한 바퀴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하기 좋은 봄입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이번 주는 심각한 중국발 황사로 인해 대기 상태가 그야말로 최악입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로 인해 평소 선명하게 보이던 산과 건물들이 뿌옇게 보일 때마다 SF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모래폭풍이 일상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중국발 오염물질이나 국내 미세먼지 모두 다양한 원인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숲 가꾸기와 식목을 통한 녹지화입니다. ●산림 공익가치 年 221조원… 1인당 428만원 대표적인 지구온난화 완화 수단으로 여겨지는 나무와 숲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다양한 형태로 인류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식량 공급원, 땔감, 건축자재처럼 직접 이용되는 것은 물론 종교나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요즘은 나무를 직접 이용해 얻는 효용보다 간접적이고 공익적인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온실가스 흡수, 대기질 개선, 산사태와 가뭄 방지, 생물다양성 확보, 열섬효과 완화, 산림휴양 등이 대표적이지요. 지난해 말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연간 221조원에 달하고, 국민 1인당 428만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과학자들은 온실가스인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나무와 숲이 하는 것만큼 효율이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보통 녹지화나 숲 가꾸기라는 말을 들으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렵게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산림학자와 조경학자들은 도심 녹지 조성을 할 때 대형 녹지공간을 덜렁 하나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도심 곳곳의 자투리땅들을 이용해 나무를 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에 중소형 녹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구온난화로 나타날 수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삭막한 삶을 사는 도시민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내 정서와 지구를 위해 식물 키워 보기를 다음주 월요일은 나무를 심는 날, ‘식목일’입니다. 올해로 76회를 맞는 식목일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념일이 됐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매년 4월 5일의 일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3월로 식목일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요. 이런저런 이유로 예전 같은 나무심기 행사를 보기는 힘듭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정원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는 저서 ‘정원의 쓸모’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다른 어떤 방법보다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고립감, 소외감,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식목일을 맞아 식물 키우기에 나서는 것도 코로나 블루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작은 나무 한 그루, 화분 하나를 가꿔 보는 행동이 크게는 온난화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edmondy@seoul.co.kr
  •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120년 역사 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찰구는 어디 있지? 표 파는 데는?” 서울의 경리단 지하보도처럼 짧은 계단을 내려가니 바로 지하철 승강장이다. 이렇게 금방 승강장이 나올 리가 없다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어딘가에 더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베를린 지하철역 안을 두리번거렸다. 역에는 표를 끊고 들어가는 개찰구도, 표를 끊는 커다란 기계도 없었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지하철이 먼저 들어와 무턱대고 탄 적도 있었다(다행히 검표원에게 걸리진 않았다). 베를린에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 중엔 이 느닷없는 지하철 타기가 있었다.●120년 역사를 담고 달려온 베를린 지하철 표를 사서 출입구에 넣고 안으로 들어간다. 승강장을 향해 지하로, 지하로 하염없이 내려간다. 환승역이 있다면 한참 걷고, 타는 데까지 시간도 꽤 걸린다. 이런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에 익숙한 여행자에게 베를린 지하철은 ‘황당’(어라? 벌써?), ‘부정’(아냐, 이게 승강장일 리 없어), ‘허무’(이렇게 금방 나오다니)의 ‘스리 콤보’ 경험을 선사한다. 물론 나중엔 ‘이보다 편할 순 없다’의 자세로 잘 이용하게 되지만, 베를린 지하철을 첫 대면한 순간에는 누구나 세상 ‘어리바리’가 되고 만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면서. 베를린의 많은 역들이 이처럼 계단을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승강장으로 이어진다. 시내 중심가에 있고 환승 노선이 많은 ‘알렉산더 플라츠’ 역 정도를 빼면 다른 역들은 단순하고 찾기도 쉽다. 지하로 다니다가 가끔 지상으로 빠져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구간이 많지는 않다. 베를린의 지하철, 우반(U-Bahn) 얘기다. 우반은 ‘운터그룬트 반’(Untergrund Bahn)의 약자로 노선의 대부분이 지하로 다닌다. 역 간 거리가 짧고 속도가 빨라서 많은 베를리너들이 이용한다. 지하로 다니는 우반과 함께 국철 전철이라 할 수 있는 에스반(S-Bahn)도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순환하는 링반과 여러 라인이 있는데, 두 열차를 적절히 이용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베를린의 지하철이 재미있는 건 역마다 생김새도, 역 이름에 쓰인 서체도, 디자인도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천장이 머리 위에 닿을 것처럼 낮은 곳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홀처럼 웅장한 기둥이 있는 승강장도 있다. 벽마다 사진을 전시한 역도 있고, 195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의 역사도 있다. 내리는 곳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역들은 지금도 생경할 때가 있다. 베를린을 처음 여행할 땐 지하철에서도 마음이 바빴다. 눈길을 끄는 역마다 사진을 `찍고, 사람들이 차고 빠지는 역 안에서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우반 특유의 노란색 지하철이 들어오고 떠날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 날은 쓸쓸한 마음으로, 어느 날은 신기한 마음으로. 베를린은 보고 경험할 게 넘치는 도시였지만, 지하철역은 이 도시를 탐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베를린의 우반은 총 9개 노선에 174개 역이 있다. 우반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1902년. 생긴 지 거의 120년이나 됐다. 당시 지하철은 부유 계층이 많이 살던 베를린 서쪽의 샤를로텐부르크, 쇠네베르크, 빌머스도르프 동네를 중심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이후 북쪽의 베딩에서 남쪽의 노이쾰른을 잇는 남북 노선,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을 잇는 노선 등으로 계속 늘어났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으로 갈라지면서 30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가 통일 후에 다시 재개됐다. 오래된 지하철역을 다니다 보면 120년간의 도시 역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눈에 띄는 건축물과 특이한 디자인의 역들은 영감을 준다. 역마다 가진 이야기 또한 가볍지 않다.●매일 타는 지하철로 베를린 시간 여행 내가 자주 타는 노선은 ‘우 츠바이’라 불리는 U2 노선이다. 베를린 북쪽의 판코 역에서부터 중심부인 알렉산더 플라츠를 지나고 서쪽 포츠다머 플라츠, 동물원, 카데베 백화점 등을 지나 서쪽 끝인 룰레벤 역에 닿는다. U2 노선은 U1, U3, U4와 함께 1914년 이전에 건설된 초기 노선 중 하나다. 그래서 어떤 역들은 유독 고풍스럽고, 샛노랗거나 짙은 오렌지색으로 꾸며진 역도 있으며, 과거로 돌아간 듯 시간이 멈춘 역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있는 에바스발더 역은 그중에서도 자주 타고 내리는 역으로, 진초록색의 철 구조물 역사가 예스러우면서도 멋지다. 에바스발더 역은 지하에 위치한 역들과 달리 단단한 석조 기둥 위에 지상철로 만들어져 있다. 조명이 들어오는 밤에는 더욱 운치가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매일 밤늦은 시간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술 취한 아저씨도 있다. 루이 암스트롱만큼 좋은 목소리로 ‘왓 어 원더풀 월드’를 부르는데, 적막한 역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쓸쓸하면서도 애달프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밤늦게까지 돌아다닌 적이 없어 그 아저씨를 본 지도 오래됐다.U2 라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역은 메르키셰 박물관 역이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서면 아치형의 천장과 캡슐처럼 생긴 조명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역은 베를린 전체 지하철역에서 유일하게 중앙 기둥이 없는 단 두 개의 역 중 하나다. 천장이 높고 창백한 조명이 늘어선 역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걸음을 멈춘다. 타원형의 알약처럼 줄줄이 매달려 있는, 단순하지만 특이한 조명을 보면 저절로 사진을 찍게 된다. 휴대폰에는 여기서 찍은 비슷한 사진이 계속 쌓이고 있다. 메르키셰 박물관 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클로스터 슈트라세 역도 특이하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의 복도에 짙은 파란색 타일과 야자수 같은 기둥 문양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고대 바빌론의 여덟 번째 성문인 이슈타르 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페르가몬 뮤지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푸른색의 벽을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가면 1910년대부터 쓰이던 트램과 기차 등의 빈티지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에서 가장 고급 백화점인 카데베를 가기 위해 내리는 U2 노선의 비텐베르크플라츠 역도 유명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 역은 1900년대 초 우반 네트워크의 많은 역을 설계한 스웨덴 건축가 알프레드 그레난더의 작품으로, 현재는 건축기념물로도 등재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폭격으로 심하게 부서진 것을 1950년대에 재건했는데, 아르누보 스타일로 디자인된 역의 현관 홀과 아기자기한 역사 안, 빈티지한 타일과 색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을 준다. 누구나 이 역사 안을 드나들 땐 사방을 구경하느라 고개가 바빠진다.●아르누보 건축물에서 대성당 분위기까지 U2 노선뿐만 아니라 다른 노선에도 사연 많고 독특한 역들이 많다.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서 지낼 때 매일 이용하던 코트부서 토어 역(U8)은 온갖 낙서에 그다지 내세울 분위기도 없지만, 오래된 유리창에 정직하게 쓰여 있는 역 이름만으로도 베를린의 상징으로 통한다. 또 바르샤우어 슈트라세 역과 슐레시스토어 역 사이를 오가는 U1을 타면 오버바움 다리를 건너는데, 이때 펼쳐지는 슈프레강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 각인된다. 현대 건축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포츠다머플라츠 역은 현재 베를린에서 가장 모던하고 번화한 역 중 하나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았던 시기에는 아무도 이용할 수 없는 ‘고스트 스테이션’ 중의 하나였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에 위치한 탓에 30년 넘게 지하철이 오가지 못했고, 이렇게 멈춰 있던 많은 ‘유령 역’ 중엔 미테의 로젠탈러플라츠 역(U8)도 끼어 있었다. 역사의 건축 자체가 빼어난 곳도 많다. 서베를린 지역의 라타하우스 쇠네베르크 역(U4)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쇠네베르크 지역의 구청역이지만, 1991년까지는 서베를린 전체의 시청역으로 쓰였다. 역 안에서는 커다란 격자창을 통해 루돌프 빌데 공원이 내다보이고, 공원에서는 우아한 역의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빠져나오면 역 위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세워진 다리로 올라갈 수도 있고 작은 호수로 둘러싸인 공원으로 갈 수도 있다. 지하철역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귀족적인 자태의 건축물로 먼저 다가올 역의 외관과 뒤로 보이는 구청사 탑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다른 지대보다 낮게 만들어진 공원은 아르누보 양식으로 만들어진 역을 감상하기에 좋은 전망 포인트다.●천장 높이 7m·육중한 중앙 기둥 ‘U7 승강장’ U8과 U7이 지나는 헤르만플라츠 역의 내부도 감탄을 자아낸다. U7의 승강장을 꼭 가봐야 하는데, 천장 높이가 무려 7m에 이르고 중앙의 육중한 기둥과 함께 웅장한 대성당의 분위기를 풍긴다. 우반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세라믹 타일과 회색의 조합도 빈티지할뿐더러 커다란 조명 아래 빛나는 승강장은 언제 내려도 놀라움을 전해준다. 9개의 우반 노선 중 가장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라인으로는 U3가 꼽힌다. 많은 역들이 아치형의 오래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은 기념비적이라 할 만하다. 두 개의 둥근 아치형 입구를 따라 승강장으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장엄한 철제 램프, 유겐트슈틸(19세기 말~20세기 초 독일에서 유행한 미술 양식으로 꽃 등 식물적 요소들을 장식화한 것이 특징) 무늬와 모자이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지하에 몰래 만들어진 대성당의 내부 같다고나 할까. 또 승강장 가운데에 늘어선 두꺼운 기둥에는 박쥐, 여우, 다람쥐, 게 등 다양한 동물 조각상이 다양한 모양새로 새겨져 있다. 차분하면서도 숙연하기까지 한, 그러면서도 화려한 디테일을 보여 주는 하이델베르거플라츠 역을 베를린 지하철 여행의 종착역으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살아 숨 쉬는 언더그라운드 문화 이처럼 베를린 우반을 타면 지난 120년의 시간을 순서 없이 여행할 수 있다. 동시에 상상을 뛰어넘는 뉴스가 만들어지는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U9 노선의 슐로스슈트라세와 라타하우스 스테글리츠 역 사이에는 뜬금없는 사무실이 생겨나 화제가 됐다.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철제 계단 통로 사이에 만들어진 이곳에는 파란 카펫 위에 구식 컴퓨터와 스탠드 조명이 놓인 책상과 의자, 화분까지 있었다. 누군가 매일 출근해 일을 해도 손색없을 분위기였는데, 불법 설치물이었으므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베를린교통공사(BVG)에 의해 바로 철거됐다.사실 이곳은 ‘코워킹 스페이스의 메카’라 불리는 베를린의 높은 사무실 임대료 현실을 비꼰 예술 현장이었다. 그라피티와 비판적인 예술 작업들을 주로 해 온 ‘로코 앤드 히즈 브라더스’ 팀이 몰래 만든 작품이었다. 이들은 4년 전에도 똑같은 공간에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 빈 공간에 하얀 벽지를 붙이고 침대와 1인용 소파를 가져다 놓았으며, 이케아의 라이스페이퍼 조명을 달고 1970년대 TV도 틀어 놓았다. 바닥에는 스타워즈 책까지 펼쳐져 있었는데, 당시 처음 이곳을 발견한 지하철 작업자들은 이곳이 버려진 영화 세트장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당시 베를린의 폭등하는 집값(지금도 문제지만)이 더이상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말하고자 한 게릴라 작업이었다. 지하철 터널 사이에 있어 발견되기까지 몇 달이 걸렸던 이곳은 작가가 사진까지 찍어 잠깐 동안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렸다 지우는 등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가디언지는 “가장 기발한 에어비앤비이거나 예술적 사회 비평 중 하나”라며 이들의 작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베를린 지하철은 언더그라운드라는 태생에 맞게, 많은 거리 예술가들의 흥미로운 작업장이자 놀이터로도 애용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모두 넘나드는 우반 지하철은 베를린이 여전히 베를린이라는 걸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장소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유상호 경기도의원, 연천역 연계 주변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 참석

    유상호 경기도의원, 연천역 연계 주변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 참석

    경기도의회 유상호 도의원(더불어민주당·연천)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 연천상담소에서 지역경제과 팀장에게 연천역 연계 주변상권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추진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용역 보고회에 참석했다. 이날 보고회는 용역사 관계자, 연천군의원, 연천읍장, 상가 주민들이 참여해 자유로운 의견 제시로 용역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고회에서 유상호 의원은 “연천역은 경원선 전철의 종착역으로서 지금 상황으로는 방문객을 맞이하기엔 열악한 상태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먹거리·볼거리를 준비해 외부인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체류형으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인위적 투자를 해나갈 수 있는 방안 연구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재석 군의원은 “연천군을 찾는 방문객들이 저렴하게 여행하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방안 마련을 해달라”고 했고 연천읍장은 “연천 이미지가 낙후되어 있다는 게 고민이고 아픔이다. 젊은 층이 들어올 수 있는 특화분야별 참여 교육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젊은 연천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용역사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기존에 있는 자원을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구성하도록 하겠다”며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 군을 통해 의견제시를 해주면 함께 협의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중국] 생후 40일 아기 때리고 던지고…中 보모 학대 감시카메라에 들통

    [여기는 중국] 생후 40일 아기 때리고 던지고…中 보모 학대 감시카메라에 들통

    중국에서 생후 40일 갓난아이를 학대한 보모가 적발됐다. 23일 펑파이신원은 중국 충칭시의 한 가정집에서 보모로 일하던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충칭시에 사는 판모씨 부부는 얼마 전 첫 아기를 품에 안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지만 맞벌이를 해야 할 형편이라 눈물을 머금고 보모를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지인 한 명이 자신의 어머니를 보모로 추천했다. 판씨는 “아내의 전 직장 동료가 어머니 왕씨를 적극 추천했다. 18살 때부터 보모 일을 시작해 경력만 수십 년이라고 했다. 만족스러울 거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고 밝혔다. 급여는 월 5000위안(약 86만 원)으로 책정했다. 경험 많은 보모인데다 지인 어머니라 예우도 극진히 했다. 13일 첫 근무 날부터 보모와 아기에게 안방을 내어주고 작은 침실로 방도 옮겼다. 딸을 두고 출근하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던 아기의 어머니도 내심 안도하며 일터로 나갔다.보모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했다. 경험 많은 보모라 다르다고 생각했다는 게 부부의 전언이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문제가 터졌다. 직장에서 틈틈이 딸 얼굴을 보고 싶어 홈카메라를 설치한 아기의 어머니는 영상 녹화분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다. 영상에는 보모가 아기를 시도때도 없이 학대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아기와 둘만 남게 된 보모는 180도 돌변했고, 아기 머리를 잡고 세차게 흔들거나 얼굴을 때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공중으로 아기를 집어던졌다가 침대로 내동댕이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고통스럽게 우는 아기의 코를 꼬집은 후 “또 울어봐라. 계속 울면 죽여버리겠다”는 폭언도 퍼부었다. 인자하던 보모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 순간이었다.아기 어머니는 “직장에서 쉬는 시간마다 아기가 보고 싶어 설치한 카메라에 학대 장면이 찍혔다. 너무 잔인해서 숨이 다 막혔다”고 호소했다. 관련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에서는 보모에 대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짐승이나 다름 없다”, “어떻게 저런 작은 아기에게 손찌검을 할 수 있느냐”, “보모에게 아기 못 맡기겠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어머니를 보모로 소개한 부부의 지인은 그러나 “아기를 학대한 게 아니다. 조금 거칠게 다루셨을 뿐”이라고 해명해 더 큰 원성을 샀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지역 공안은 문제의 보모에게 행정구류 15일과 벌금 500위안(약 8만 원)을 부과했다. 다행히 피해 영아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길섶에서] 덕수궁 산수유/김균미 대기자

    봄볕이 따뜻하다. 춘분도 지났으니 완연한 봄이다. 주말 내린 봄비로 바람이 생각보다 차다. 그래서 이맘때 거리는 겨울과 봄이 나란히 걷는다. 언제부터인가 바닥을 보고 걷는 버릇이 생겼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쓴 뒤로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 불편하다. 발을 헛디디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을 정도로만 살피며 걷는다. 그런데 봄볕이 어찌나 따뜻하고 날이 맑던지 하늘을 올려다보려다 눈이 부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순간 시청 건너편 덕수궁 돌담 위로 활짝 핀 노오란 산수유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문까지 이어지는 산수유의 노란 물결을 한참을 쳐다봤다. 덕수궁 안에서 하는 봄꽃 구경과는 또 다른 맛이다. 이 길을 얼마나 지나다녔는데 왜 이제서야 봤을까. 어쩌면 그동안은 덕수궁 돌담을 따라 걷느라 담 너머에 핀 꽃들을 눈이 아닌 코로 봤나 보다. 어쩌면 바쁜 척 앞만 보고 걷다가 덕수궁 돌담 위 꽃들을 놓쳤나 보다. 아니면 보고도 그냥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덕수궁 돌담 너머 산수유를 보고 나니 서울광장 주변 화분에 심어진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꽃을 보면 잠시나마 여유로워지고 너그러워진다. 시선을 조금만 높여도 세상이 달라 보인다. kmkim@seoul.co.kr
  • [포토] ‘대파’ 집에서 키워 드세요

    [포토] ‘대파’ 집에서 키워 드세요

    최근 대파값이 크게 오르고 코로나19로 인한 외출이 줄면서 ‘홈파밍(집+농사)’이 인기를 끌고 있다.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에서 한 시민이 화분, 배양토, 비료 등 집에서 대파를 키울 수 있는 용품을 모아놓은 ‘대파 홈파밍 용품전’ 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산업진흥원, ‘패션+테크’ 중소기업에 기술사업화 R&D 지원

    서울산업진흥원, ‘패션+테크’ 중소기업에 기술사업화 R&D 지원

    서울 소재 우수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기술사업화 지원을 통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서울산업진흥원(SBA, 대표이사 장영승)이 패션과 우수 IT 기술의 융복합 기술개발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총 16억 원 규모의 ‘패션산업 융•복합 기술사업화 지원사업’을 추진한다.지난해 선정되었으며 3대째 원단거래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A사는 사업을 통해 동대문 및 전국 원단 시장에서 약 150만 개의 원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AI기반 유통 플랫폼 서비스 운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에 따라 기존 발품 중심의 원단거래 사업 방식에 모바일 기술을 접목하여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 전환으로 우수한 성과를 이뤄냈다. 2021년에도 기존 ‘패션산업•상권’에 우수 혁신기술(IT)을 접목하는 ‘융•복합 기술개발 사업화’ 지원을 통해 ‘패션산업 경쟁력 강화’ 및 ‘동대문 패션상권 활성화’를 이루고자 지원사업을 지속한다. 본 지원사업으로 사업화를 앞둔 유망 기업들이 자금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지원기업의 시장 자생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지식재산 창출, 민간 VC 투자 연계, 온‧오프라인 판로 연계 등 SBA의 다양한 연계지원도 받을 수 있다. 과제 접수는 오는 4월 6일까지이며, SBA 서울R&D지원센터 종합관리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접수로 진행된다. 과제는 자유공모 형태로 진행되며 과제당 최대 3억 원, 6개 내외 과제를 선정‧지원한다. 지원 분야는 기술 융•복합 또는 상권활성화분야이며, 신청은 주관기관(기업)과 협력기관(대학 또는 연구소)이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만 가능하다. 기술 융•복합 분야는 패션과 혁신기술이 적용된 전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패션은 의류(소재, 완제품), 가방, 신발, (의류)액세서리가 대상이며, 혁신기술은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등이 해당된다. 단, 성능, 디자인, 공정 등의 단순 개선이나 요소기술을 활용하지 않은 가공 및 제조 아이템은 신청 자격에서 제외된다. 상권활성화 분야는 동대문 등 패션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스템과 플랫폼 구축을 대상으로 한다.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목적에 맞게 과제 선정 시 기술성 평가 외에 시장성 평가도 중점적으로 이루어 진다. 따라서 기술개발 6단계(TRL 6) 이상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종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1년 동안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인건비와 시작품/시제품 제작, 시험•인증 등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R&D자금을 지원받는다. 특히, 우수 기술개발 인력 확보를 통해 적극적인 혁신기술 도입과 기술개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현금사업비의 최대 70%까지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올해 사업화 지원사업은 정부/서울시 정책을 반영하여, 코로나19 피해기업 등에 가점을 부여한다. 자세한 모집 공고사항은 SBA 서울R&D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며, 본 사업에 대한 문의사항은 서울R&D지원센터 이메일 또는 담당자 문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뚝딱’, 플렌테리어 결합상품 출시… 식물로 꾸미는 인테리어 인기

    ‘뚝딱’, 플렌테리어 결합상품 출시… 식물로 꾸미는 인테리어 인기

    플랜테리어란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실내를 식물로 꾸밈으로 인테리어 효과뿐만 아니라 공기정화, 심리적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 홈 인테리어 및 공간 인테리어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공사 후 플랜테리어를 통해 인테리어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거실에 잎 면적 1㎡ 크기 화분 3~5개를 두면 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를 2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고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도 주목받고 있다.지난 10일 인테리어 쇼핑 플랫폼 ‘몽땅뚝딱(이하 ‘뚝딱’)은 플랜테리어 전문 회사 ‘결’과 함께 인테리어와 플랜테리어 결합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뚝딱’에서 인테리어 시공을 하는 고객은 누구나 ‘결’의 플랜테리어 서비스를 할인 받을 수 있다. ‘결’은 플랜테리어란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꾸준히 알리려 한 식물인테리어 업체로 식물, 공간,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합을 고려해 식물을 추천해주고 인테리어에 생기를 불어주는 곳이다. 식물, 조경, 조화 인테리어가 모두 가능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추천과 상담이 가능하다. ‘뚝딱’ 컨텐츠팀 문상은 선임은 “이번 결합상품을 계기로 최근 인테리어 시장에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플랜테리어’ 영역을 점점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뚝딱’은 호텔+인테리어 결합상품, 이사+인테리어 결합상품 등 인테리어 영역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인테리어 시공 상담 및 결합상품 할인은 홈페이지 및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체부, 문화분야 양성평등 정책 논의

    문체부, 문화분야 양성평등 정책 논의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대회의실에서 첫 양성평등정책위원회를 연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양성평등 정책과 성희롱·성폭력 대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정책 건의를 담당한다. 문체부가 1월 문화예술과 체육, 관광, 미디어, 여성학, 성희롱·성폭력 분야의 민간위원 15명을 위촉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문화 분야 성 인지 통계 마련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양성평등 관점 적용을 위한 양성평등 행정 안내서 발간 등 올해 문체부 주요 양성평등 정책 추진계획을 심의한다. 또 ‘미투 운동’ 이후 문체부가 수립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의 체계적인 이행과 문체부 민간보조사업 성희롱·성폭력 예방 안내서를 논의한다. 안내서에는 보조사업자선정위원회 위원 구성 시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배제, 성폭력 가해자 및 해당 단체 등에 대한 보조금 교부 취소 등의 내용을 담았다. 문체부는 이달 중 산하 공공기관 및 단체, 광역자치단체, 지역문화재단 등에 안내서를 배포한다. 문체부 담당자는 “새로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안내서 확산으로 성희롱·성폭력이 없는 양성 평등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부, 한미동맹 고려 ‘쿼드 플러스’ 참여 고심”

    “정부, 한미동맹 고려 ‘쿼드 플러스’ 참여 고심”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대중 압박용 안보협의체인 ‘쿼드 플러스’ 참여를 고심 중이라고 황지환(서울시립대 교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이 8일(현지시간) 미 언론 기고에서 밝혔다. 정책기획위 평화분과 소속인 황지환 교수는 킹스 칼리지 런던의 레먼 퍼체코 파도 부교수와 함께 이날 더힐에 기고한 ‘한국은 바이든의 북한 접근법에서 희망을 본다’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 의지를 보여 주고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자 쿼드 플러스 합류 가능성까지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구성한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참여시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구상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그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황 교수가 학자로서 의견을 밝혔을 수 있지만 ‘북 비핵화 협상을 위해 대중 압박에 동참할 수 있다’는 식으로 지금까지와는 반대의 기류를 담으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특히 이르면 오는 12일 첫 쿼드 정상회의가 열리고, 다음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쿼드 플러스 참여를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또 이들은 기고에서 “한국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조율하려 한다”며 “(대북) 정책 검토 과정이 몇 달간 질질 끌지 않길 원한다”고 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인내 전략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소위 ‘전략적 인내 2.0’을 추진할 경우 “한국에는 재앙이고 북한은 가까운 미래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꺼릴 수 있다”고 했다. 대북 접근법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남북화해 과정의 토대 마련을 자신의 의무로 믿고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려면 대북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블링컨 국무장관이 대북 비핵화 협상을 이란 핵 합의(JCPOA) 모델에 따를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을 언급한 뒤 “군축 협정”의 대가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 완화 등 경제적 당근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산학 협력으로 ‘화훼농가 수출길 열었다

    산학 협력으로 ‘화훼농가 수출길 열었다

    영남대가 산학협력을 통해 화훼농가의 해외 수출길을 열었다. 지난 2월 울산에 소재한 화훼농가 송정농원에서 재배한 호접란이 첫 미국 수출길에 오른 것이다. 올해 이 농가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호접란은 총 10만 본에 달한다. 호접란은 꽃 모양이 나비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것으로, 꽃이 화려해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다. 이번 수출은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박경일(52) 교수의 역할이 컸다. 2017년 이전, 호접란은 화분 째 미국 수출이 불가능했으나, 2017년 이후 미국과의 검역 협상 타결로 수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검역 기준을 충족하는 적격 재배 온실이 없었으며, 종묘 생산과 재배, 수송전처리, 수송, 수송후처리 등의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박 교수 연구팀은 2017년부터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여 2018년 태안(상미원영농조합)과 동두천(동천난원) 두 곳의 농가 기업에 대해 미국 농무성의 승인을 얻은 미국수출가능 온실을 구축하고 수출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수출길을 확보했다. 2019년에 최초로 호접란을 화분 째 수출했으며, 지난해 울산 송정농원에 세 번째 온실을 구축하고 올해 2월 첫 수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현재 영남대 연구팀은 건국대 및 4개의 기업농가와 함께 산학협력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가운데 제1세부과제인 ‘미국 수출용 호접란 국산품종 선발 및 고품질 배양묘 생산기술 개발’ 사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체 5개 세부과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호접란 미국 수출은 국내 화훼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화훼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창출 모델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농산물 소비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산학협력의 성과를 설명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산불로 희생된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산불로 희생된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식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온실형 식물원뿐만 아니라 온실 형태를 띤 백화점과 카페 같은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온실은 노지에서 재배하기 힘든 식물을 인위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현재 도시에서는 그 의미가 변형·확대돼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나도 한때 온실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추운 겨울 온실 문을 열면 아열대의 열대우림으로도, 건조한 사막으로도 갈 수 있다. 온실은 오래전 인류가 먼 땅의 식물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 키우기 위해 만든 것이며, 식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강력한 욕망의 공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온실에 관한 내 감정이 복합적이긴 하지만 이제 식물을 노지에서만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한 세상이 됐고, 그렇게 온실을 둘러싼 현상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 온실을 자주 찾게 됐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온실부터 소규모의 특정 식물만이 식재된 온실까지. 우리나라의 짧은 시설원예 역사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온실이 지어졌고, 지금도 계속 지어지고 있다. 나는 특히 대규모 온실보다는 특정 식물만 식재된 소규모 온실을 선호한다. 그중에는 호주 식물만 모아 둔 경기도 외곽의 ‘호주 온실’이 있다. 이곳에 들어가면 호주의 해변과 열대우림, 거대한 사막에 자생하는 식물이 눈앞에 펼쳐진다. 방크시아, 바오바브나무, 아카시아, 병솔나무…. 이 중엔 유독 시원하고 강력한 숲향이 나는 식물, 유칼립투스도 있다.유칼립투스는 우리나라 플로리스트와 원예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식물이다. 꽃다발의 꽃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소재로 자주 쓰이며, 사람들은 집안에 유칼립투스 화분을 두는 걸 선호한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봐 왔던 관엽식물과 달리 잎 색이 옅고 잎이 나는 형태도 독특하다. 오랫동안 신선한 상태로 유지돼 장식으로 선호한다. 나 역시 5년여 전 향초 회사로부터 아로마 오일 원료를 그려 달라는 제안을 받으면서 레몬향이 나는 레몬 유칼립투스를 그린 적이 있다. 유칼립투스는 절화와 분화로 각광받기 전 이미 향수와 화장품, 약에 들어가는 오일 원료로 인기가 많은 허브 식물이었다. 화사한 꽃향이나 상큼한 과일향과 달리 진한 숲향이 느껴지는 데다 두통과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유칼립투스 오일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나 역시 레몬 유칼립투스를 그리는 동안 내 손에 물든 유칼립투스의 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평소 두통이 잦아 향기에 예민한 내가 유칼립투스를 그리는 동안에는 두통을 느끼지 못했고, 그렇게 유칼립투스와 그 향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나 유칼립투스는 지난해 역사적인 시련을 겪었다. 호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때문이다. 이 산불로 호주의 유칼립투스 숲 80%가 불에 탔고, 약 5억 마리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한다.호주에는 약 100만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이 중 80% 이상이 지역 특산종이다. 유칼립투스도 호주 식생의 주를 이룬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유칼립투스속 660여종은 인도네시아와 뉴기니 그리고 필리핀까지 있지만, 대부분은 호주가 원산이다. 나무에 오일 함량이 많아 인화성이 높은 유칼립투스는 호주의 잦은 산불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나무 깊숙한 곳에서 싹이 발아하는 습성을 가진 채 진화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강력한 불길에는 속수무책이었고, 새로운 싹을 틔울 수도 없었다. 대형 산불로 그렇게 코알라의 서식지인 유칼립투스 숲 대부분이 사라졌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나라에서도 산불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경기도에서만 세 건의 산불이 났고, 이 산불은 모두 담배꽁초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날 광릉숲에서 일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했던 것은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가 아닌 산불이었다. 산불만큼 식물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없다. 주변 연구자들은 산불 소식을 들을 때마다 식물 연구에 회의가 든다고 했다. 나 역시 산불로 전소돼 버린 숲을 보고 있으면 내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되묻게 된다. 그곳에 다시 나무를 심는다고 해도 절대 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순 없으며, 나무가 자라는 데만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계절이 됐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산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도 있지만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는 풀도, 버섯도 그리고 작은 곤충과 동물도 살고 있다는 것, 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닌 이 생물들이란 점이다. 우리의 실수로 이들 삶의 터전을 망쳐선 안 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