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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지속가능 미래도시의 청사진, ‘E+ESG’/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자치광장] 지속가능 미래도시의 청사진, ‘E+ESG’/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지속가능성이 온 세계의 화두다. 몇 년 전만 해도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면 미래에 도래할 위기에 대한 경고 정도로 느껴졌지만 최근엔 급박한 현실문제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외치며 속속 ‘ESG 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 과제를 환경(Environmene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란 틀로 잘 압축해 낸 덕분에 ESG는 이제 공공과 사회 담론으로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문제가 있다. ESG는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경제’(Economy)를 독자적 의제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경제활동의 당사자인 기업을 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 버전’의 ESG다. 반면 ‘공공정책 버전’ ESG는 조금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속가능도시를 목표로 ESG 행정을 추진하려면 막대한 재정투입은 불가피하다. 도시의 기존 구조와 행태 전반을 총체적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ESG 행정의 선결조건은 튼튼한 경제기반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 피츠버그에 답이 있다. 주력 산업인 철강업의 쇠퇴로 몰락의 길을 걷던 피츠버그는 1990년대부터 특색 있는 도시디자인을 통해 ‘황폐한 회색도시에서 첨단 그린도시로’ 탈바꿈했다. 그러자 젊은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뒤따라 구글·우버 같은 혁신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이어졌다.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자, 이것은 또다시 사람들을 모으는 원동력이 됐다. 주목할 것이 또 하나 있다. 피츠버그는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이 비교적 적은 ‘포용도시’라는 점이다. 차별을 걷어내면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인재들이 모여들고, 이들의 상호작용 안에서 도시는 혁신과 경제 번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다양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도시, 그리고 이들이 장벽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포용적 도시. 이런 도시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도시로 진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공정책 버전’ ESG는 기존의 개념에 ‘경제’를 더한, ‘E+ESG’가 돼야 한다. 앞으로 성동구는 ‘E+ESG’라는 틀에 따라 정기적으로 구정을 평가하고 혁신과제를 도출할 것이다. 또 이 내용을 성동에 사는 다양한 이들과 공유하고 협업을 모색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더욱 튼튼한 경제기반을 갖추고 지속가능성을 공고히 갖춘 도시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미래의 성동구를 향한 청사진이다.
  • 떠나기 사흘 전 “세상에 평안한 인사 전해 달라”

    떠나기 사흘 전 “세상에 평안한 인사 전해 달라”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 줘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임종 사흘 전 이런 말을 남겼다. 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지내며 오랜 기간 고인을 보필했던 윤재환 작가는 지난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흘 전 장관님을 뵀던 날, 제가 별세 소식을 알려도 좋겠냐고 여쭸더니 세상 사람들에게 평안한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 바친 인물 ” 윤 작가는 고인을 “물음표와 느낌표에 생애를 바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세상 모든 것에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고, 이를 해결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유레카’를 안겨 줘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21세기의 패관’(稗官), 이야기꾼을 자처한 고인은 말년에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집필에 몰두해 2020년 2월 첫 권 ‘너 어디에서 왔니’를 내놓기도 했다. 이 책에서 고인은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에 이 전 장관은 생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등장하는 이 말은 지난달 대화록 시리즈 첫 권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윤 작가는 “장관님께서는 자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던 6세 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왔다”며 고인이 어린 나이 때부터 죽음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문명에 관해 늘 시대 앞서가신 분” 고인과 60년 지기인 시인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은 “그저께 자택에서 임종처럼 뵈었는데, 제가 쓴 병풍을 눈앞에 두고 계셔서 많이 울었다”면서 고인과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이 전 회장은 “장관님은 마치 발명가처럼 ‘디지로그’란 새로운 용어를 쓰셨고, 문명과 관련해 늘 시대보다 앞서가셨다”며 “모든 사물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전통, 역사, 예술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셨고 이 어른만큼 모든 걸 통섭할 수 있는 분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서 태어났으면 노벨문학상을 타고 세계의 지성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6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 겸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우리 문화가 세계화하는 데 업적을 쌓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인, 학자, 교수, 문화행정가의 종합 세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시대 한류가 부흥하는 데 촉매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인문학적 화두로 대화” 20여년 인연을 쌓은 화가인 김병종 가천대 석좌교수는 이틀 뒤 고인을 뵙기로 했었다며 황망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세속적인 언급 없이 책에 대한 말씀이나 인문학적 화두를 얘기하신 철저한 인문학자”라고 회상했다. 이어 “야심한 밤에도 잠이 안 오시면 전화로 예술, 인문학, 기독교 세 개 주제를 갖고 굉장히 길게 말씀하셨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 지방소재 기업 10곳 중 7곳 “지방소멸 위협 느낀다”

    지방소재 기업 10곳 중 7곳 “지방소멸 위협 느낀다”

    지방 소재 기업 10곳 중 7곳꼴로 ‘지방소멸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현장에서도 지방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기업 513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지역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68.4%가 ‘지방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못 느낀다’는 응답은 31.6%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지방소재 기업의 지방소멸 위협 체감 배경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역 간 불균형 심화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를 꼽았다. 실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불균형이 어떠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최근 더욱 확대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57.9%로 나타나 지역 격차에 대한 문제인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소했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지방기업들이 느끼는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라면서 “이로 인한 지방기업의 불안감과 실질적 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방소재 기업으로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조사대상의 50.5%가 ‘인력 확보’를 꼽았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층마저 수도권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기업 현장의 인력문제가 한층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된 청년인구는 약 9만 3000명 수준으로 2010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외국인 노동인력이 6만명 가까이 감소하면서 인력난이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소재 A기업은 “설비는 점점 스마트화되어 가는데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고령인력만 지역에 남다 보니 공장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소재 B기업도 “코로나로 내국인은커녕 외국인 근로자 채용도 어려워 일용직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지방기업들은 ‘판로 개척’(14.0%), ‘자금 조달’(10.9%), ‘기술 개발’(7.2%), ‘사업 기회’(7.0%), ‘물류 인프라’(5.1%)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55.0%)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각 지역의 지리적·산업적 특성은 물론 최근 급변하고 있는 산업구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별 특화산업과 거점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실장은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불균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과제”라면서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협력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지역별 경제현안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지역경제포럼’을 전국 6개 권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첫 회의는 다음달 4일 부산에서 개최된다.
  • ‘한국의 이야기꾼’ 떠나다…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한국의 이야기꾼’ 떠나다…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별세

    한국 지성의 대들보인 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석좌교수가 암 투병 끝에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유족 측은 이어령 전 장관이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유족 측은 5일간 가족장으로 치를 계획이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20대 초반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한 ‘우상의 파괴’를 1956년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고인은 노태우 정부 때 문화공보부를 공보처와 문화부로 분리하면서 1990년 출범한 문화부의 초대 장관에 임명됐다. 문화부 장관 재임 시절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세계적인 예술인을 길러내는 집합소로 자리잡은 한국예술종합학교(1992년 개교)를 만든 것이다.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 설립,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 계획 등도 고인이 문화부 초대 장관으로 이뤄졌다. 고인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식전행사 기획자로도 활약했다. ‘화합과 전진’이라는 주제의식과 역동성을 모두 표현해낸 명문으로 평가받는 ‘벽을 넘어서’ 구호와 개막식에 등장한 굴렁쇠 소년 기획 모두 고인의 아이디어였다. 저술 활동도 쉬지 않았다. 1984년 발표한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고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고인은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통해 하이쿠, 분재, 트랜지스터, 쥘부채 등 일본 문화가 가진 독창적인 특징이 바로 ‘축소지향’이라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06년엔 ‘디지로그’를 통해 후기 정보화 사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 상생하는 ‘디지로그’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고인은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60여년 동안 약 130여 종의 저서를 펴냈다. 고인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고인은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해왔다. 12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지난해 2월 첫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고인은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한국 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2월 네 번째 주말 전시

    [전시] 서울갤러리 추천 2월 네 번째 주말 전시

    서울신문이 운영하는 미술전문 아트플랫폼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는 2월 네 번째 주말을 맞아 주변의 가볼 만한 미술 전시를 추천한다.이종희 작가의 개인전 ‘배달된’이 다음 달 7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아리수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리저리 수없이 이사를 다녔던 유년과 청년 시절은 작가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작업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그의 화두는 “왜 나는 계속 이주를 하는가?” 였다. 즉, 정착하고 사는 삶에 대한 애원을 작품 속에 반영했다. 어머니로부터 배달된 그, 칼 막스가 배달한 이데올로기, 강대국이 배달한 분단, 국경 너머에서 배달된 코로나19, 자본의 크기로 배달된 마을…‘일상의 모든 것은 배달된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작품의 출발이다.나나와 펠릭스의 전시 ‘모든 것은 무너진다’가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린다. 나나와 펠릭스는 2013년부터 활동해 온 한국-핀란드 국적의 부부 아티스트 듀오이다. 나나와 펠릭스는 작품들을 한국 외 스페인, 영국, 독일에서 다수의 개인전, 그룹전 및 페스티벌 등을 통해 꾸준히 선보였다. 최근 이들의 작업은 인간이 만든 테크놀로지 만능의 세상을 표현한 일종의 시각적 여행이다. 압도적인 산업화에 굴복한 인간을 묘사하고, 급격한 변화에서 느끼는 소외와 절망을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사라 안스티스의 전시 ‘번들’이 오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시 용산구 VSF에서 열린다. 작품 속 인물들은 팔로 어깨를 어루만지거나 서로를 안심시키는 손길로 포옹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인물들은 꿈같은 요소가 가득한 세상에 산다. 화려한 색상 안료로 표현된 각각의 나체는 연약함과 권위를 풍긴다. 소프트 파스텔을 사용해 관능미가 더욱 발산된다. 보살핌과 부드러움의 상징은 안스티스의 다른 세계에 인물들이 공유하는 연대감과 서로의 깊은 관계를 의미한다.정나영 작가의 개인전 ‘멈추거나 움직이거나’가 다음 달 10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씨알콜렉티브에서 열린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정나영의 국내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작가 개인이 겪은 문화적 고립과 충돌의 문제를 인류 공동의 터전인 흙이라는 매개를 통해 탐색한다. 흙은 기억을 공유한다. 각종 생명과 물질들의 유해가 오랜 기간 침식과 풍화를 거치며 누적된 흙에는 지구의 집단적 역사와 그곳을 거친 이들의 사적인 기억이 오롯이 담겨있다. 작가는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등 자신이 거쳐온 특정 장소의 흙을 사용해 그 흙에 담긴 기억과 흔적을 작품에 담았다. 더 많은 전시 소식과 자세한 전시내용은 ‘서울갤러리(www.seoulgallery.co.kr)’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시 휴관 혹은 예약제로 전시장 운영 상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방문 전, 전시장 운영정보를 확인하고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바란다.
  • ‘26년 공식’ 파괴한 포켓몬 아르세우스…닌텐도식 메타버스 기대해볼까[보편적겜뷰]

    ‘26년 공식’ 파괴한 포켓몬 아르세우스…닌텐도식 메타버스 기대해볼까[보편적겜뷰]

    보편적겜뷰 <1> 편집자주: 어릴 적부터 젤다의 전설, 슈퍼마리오, 파이널 판타지로 밤을 샜고, PC방에서 메이플스토리,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아이온을 신명나게 했습니다. 언론사에 들어오고 서초동과 세종시를 떠돌며 잠시 게임을 손에서 놨지만, 산업부 게임 출입기자가 되면서 다시금 컨트롤러와 키보드를 집어들었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게이머로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게임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다 보편적인 시선에서 쓰는 게임 리뷰, ‘보편적겜뷰’ 시작합니다. 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 (Pokemon Legends: Arceus)-플랫폼: 닌텐도 스위치-개발/유통: 게임프리크/닌텐도-출시일: 2022년 1월 28일-장르: 세미 오픈월드 액션RPG[수풀을 헤치다 갑작스럽게 특유의 배경음악과 함께 화면이 바뀌면서 ‘야생의 포켓몬’과 조우한다. 체력을 방전시켜 쓰러뜨리든 몬스터볼을 던져서 포획하든 상황을 끝내면 다시 평온한 수풀 화면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모은 포켓몬으로 전국의 관장들을 하나 둘 격파해 배지를 모은다. 어느새 악의 조직을 타파하고 챔피언을 꺾으면 엔딩이 나온다.]아마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를 최소한 하나 이상 플레이해봤다면 상당히 익숙한 구조일 것입니다. 1996년 2월 포켓몬 1세대인 ‘적·녹’ 시리즈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로 출시될 때부터 2019년 11월 닌텐도 스위치용 ‘소드·실드’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이 큰 틀은 거의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죠.물론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콘솔 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캐릭터나 배경은 점점 입체화됐고, 가장 최신 본가 작품인 소드·실드에선 지금까지의 필드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포켓몬을 만나는 ‘랜덤 인카운터’ 방식을 버리고 실제 필드를 돌아다니는 포켓몬과 부딪혀야 전투 상황에 들어가는 ‘심볼 인카운터’를 적용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죠. 매번 새로운 포켓몬과 새로운 시스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그럼에도 체감되는 혁신이 없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포켓몬 개발사인 게임프리크 측이 향상됐다고 자랑하는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동시대 타사 게임과 비교하면 모잘라도 한참 모자르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때문에 포켓몬은 강력한 팬덤 덕분에 출시될 때마다 잘 팔리긴 하지만, 동시에 커뮤니티 등지에선 밈으로 만들어져 조롱받아온 애증의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닌텐도 스위치 독점작으로 출시한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팬들이 바라던 근본적인 변화가 드디어 보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포덕’(포켓몬 덕후)이라고 자처할 수준은 안 되지만, 나름대로 1~8세대 본가 시리즈를 꼬박꼬박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대격변’이 느껴졌습니다. 대격변 이룬 26년 역사 포켓몬…‘진정한 탐험’ 아르세우스는 26년간 이어졌던 포켓몬의 기본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더 이상 수풀을 헤메이다 화면이 바뀌지 않습니다. 필드에 포켓몬들이 실시간으로 돌아다니면서 정말 탐험하는 맛이 나죠.소드·실드 시리즈도 포켓몬이 필드에서 보였지만, 결국은 캐릭터를 부딪혀서 이전처럼 전투 화면으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세우스는 전투 화면이 따로 없습니다. 들판을 돌아다니다 보면 포켓몬들이 저마다 행동을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고, 그 상태에서 바로 몬스터볼을 던져서 잡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포켓몬과 싸울 수도 있지만, 화면 전환 없이 그대로 전투가 시작됩니다. 야생의 포켓몬을 잡거나 쓰려뜨려도, 혹은 도망을 가도 화면이 바뀌는 일은 없죠.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보다 실감 나게 포켓몬 세계를 돌아다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다양하진 않지만 야생 포켓몬의 자유분방한 행동을 들여다보는 맛도 있습니다. 포켓몬에 따라 플레이어를 보면 도망가는 부류, 신경 쓰지 않는 부류, 공격해오는 부류 등이 존재합니다. 일부는 호기심에 다가오지만 공격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도망가거나 호전적인 포켓몬은 수풀에 숨어서 몰래 다가가야 하는데, 가끔씩 포켓몬이 잠에 드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버섯 포켓몬 파라섹트 근처엔 진화 전 단계인 파라스 무리가 돌아다니고, 잉어킹 떼가 있는 폭포 근처엔 진화체인 갸라도스가 날아다니는 등 나름의 생태계가 구현된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죠. 야생 포켓몬 간에 교감하는 모습도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요. 도감을 채워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단순히 포켓몬을 포획하는 것을 넘어서 도감을 채워나가는 재미도 향상됐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이전 포켓몬 시리즈에서 도감을 100% 채우는 데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진화 조건에 통신 교환이 필수한 포켓몬들도 문제고, 다른 시리즈를 반드시 구매해야 (혹은 다른 시리즈 플레이어와 서로 필요한 포켓몬을 주고받아야) 100% 채우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겨우겨우 도감을 채운다 해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넘어가는 것도 의욕을 떨어뜨렸죠.하지만 아르세우스에선 100% 채우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도감을 채워나갈 때마다 보수를 주고 레벨업도 이뤄지기 때문에 목적성이 강화됐죠. 통신교환 문제도 ‘연결의 끈’이라는 아이템을 도입해 게임외적 난이도를 떨어뜨렸고, 다른 포켓몬들도 부수적인 조치 필요 없이 게임 내에서 해결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이론적으로 아르세우스에선 전투 없이 볼만 주구장창 던지면서 포획해도 됩니다. 약한 포켓몬은 일반 몬스터볼로도 쉽게 잡히고, 우두머리 포켓몬이라 불리는 높은 레벨의 포켓몬들도 수풀에 숨어서 고위 몬스터볼로 후방을 노리면 전투 없이 잡히기도 합니다. ‘Gotta Catch ‘Em All’(전부 잡아라)이라는 포켓몬의 캐치프라이즈가 드디어 실현됐다는 생각도 듭니다.무엇보다 도감을 모두 채우면 이번 시리즈의 진주인공인 아르세우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겠죠. 아예 게임이 시작될 때부터 ‘모든 포켓몬을 잡아서 나를 만나라’고 하죠. 나아가 하드코어 플레이어들을 위해 연구레벨까지 존재하기 때문에 밸런스가 적절하게 맞춰졌다고 생각됩니다. 시원시원한 이동성…5년 전보다 못한 그래픽은 ‘옥에 티’ 필드를 돌아다닐 때 ‘탈것’ 개념이 생겼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소유한 포켓몬과 별개로 각각 환경에 맞는 포켓몬을 피리로 부르는 형식입니다. 들판을 달릴 때, 바다를 건널 때, 절벽을 오를 때, 하늘을 날 때 각기 개성 있는 포켓몬을 불러가며 속도감 있게 맵을 오갈 수 있죠.전투는 다소 어려워졌습니다. 달리 말하면 ‘전략’이 중요해졌죠. 사실 기존 포켓몬은 스토리만 클리어하고자 하면 스타팅 포켓몬 하나만 열심히 레벨을 올려서 체육관을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아르세우스에선 야생에서조차 데미지 하나하나가 크게 들어와서 철저한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스토리를 쉽게 깨지 못합니다. 특히 스포일러 때문에 상세히 쓸 수 없지만, 극후반부 전투에선 (게임프리크답지 않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한참을 고전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포덕’이 아닌 이상 고려하기 어려운 복잡한 특성 요소를 배제하고, 강공과 속공이라는 직관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를 모두 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아쉬운 점은 역시 그래픽입니다. 사실 언뜻 보기엔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전 포켓몬 시리즈와 비교하면 크게 나아졌다고 할 수 있죠. 포켓몬별 특징이 제대로 구현됐고, 기술별로 제대로 된 시각적 효과가 등장한 점도 높이 삽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게임들, 심지어 2017년에 발매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비교해보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죠. 텍스쳐 질도 낮고, 달려가면 멀리서 나무 같은 오브젝트가 하나 둘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사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전보다 나아진 게 어디냐’라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게임프리크에 자본력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죠. ‘이 정도로만 만들어도 팬들이 좋아해준다’라는 마인드라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고요. 그래픽은 시리즈가 지나갈수록 나아지리라 기대해봅니다. 아직은 ‘세미 오픈월드’지만…혹시 닌텐도식 메타버스도? 결론적으로 아르세우스는 시원시원하게 뻗어 있는 세미 오픈월드 맵에서 실시간으로 포켓몬을 잡아가는 재미가 충분합니다. ‘세미 오픈월드’라고 한 것은, 아르세우스도 당초 광고한 것마냥 진정한 의미의 오픈월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을을 거점으로 의뢰를 받고, 마을 입구에서 각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죠. 각 지역에선 오픈월드 방식으로 게임을 하지만, 마을(거점)과 각 지역 간에 유기적인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세미 오픈월드라고 칭합니다. 몬스터헌터와 비슷한 방식이라 이 게임이 ‘포켓몬스터헌터’라고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포켓몬식 오픈월드’가 앞으로 이렇게 나오리라는 점은 게임을 하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아르세우스는 본가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에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느낌도 받습니다. 전형적이지만 구조지만, 태초마을에서 출발해 전국을 누비며 관장을 깨는 ‘옛날 방식’을 포켓몬식 오픈월드로 즐기고 싶다는 기대감이 생깁니다.한 발짝 더 나아가자면, 최근 게임업계에서 화두가 되는 메타버스의 닌텐도 버전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거 없이 하는 말은 아닙니다. 닌텐도도 메타버스를 의식은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를 하면서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NFT와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분야로 관심이 있다”면서도 “이 분야에서 닌텐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어떠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아직 정의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요약하자면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메타버스를 경계하는 것이고, 아직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미죠.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닌텐도식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메타버스도 도전하겠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IP(지식재산권)와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라 생각합니다. 닌텐도는 이미 오픈월드로 승화시킬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동물의 숲’을 보유한 데다 ‘포켓몬식 오픈월드’까지 정립되면 ‘닌텐도식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다소 답답한 온라인 시스템부터 손을 보긴 해야겠죠.)포켓몬은 그 이름만으로도 판매량이 보장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포켓몬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이 기대에 못 미치는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두 달도 되지 않아 1000만장 넘게 팔아냈으니깐요. 하지만 이 상태로 수년이 지나면 팬들도 결국엔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었겠죠. 그런 점에서 아르세우스를 통해 26년 만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래픽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닌텐도 CEO 성명에 오기가 있어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동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 한국해양진흥공사, 깨끗한 해양환경·산업 조성에 앞장

    한국해양진흥공사, 깨끗한 해양환경·산업 조성에 앞장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사회적 책임 이행·투명한 윤리(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ESG 경영 노사공동 선포식을 개최해 ‘깨끗한 해양환경, 함께하는 해양산업, 소통하는 KOBC’를 비전으로 선포했다. 공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청정 해양환경 선도 ▲해운산업 동반성장 견인 ▲공정투명 지배구조 구축 등 3대 전략 방향과 환경 경영체계 구축 등 12대 전략 과제도 함께 내놨다. 공사는 또 해운업계로 ESG 경영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사가 한국해운협회, 한국선급과 체결한 ‘탄소중립을 위한 ESG경영 협약’이 대표적이다. 김양수 사장은 “그동안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금융 지원, 윤리경영위원회 운영 등 기관 운영 전반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해운산업 ESG 경영 선도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성중기 서울시의원, ‘故 김진수 의원’ 추도사 낭독

    성중기 서울시의원, ‘故 김진수 의원’ 추도사 낭독

    서울특별시의회 성중기 의원(국민의힘·강남1)은 지난 21일 개최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앞서 지난 20여년 간 서울시의회와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故 김진수 의원의 명복을 빌며 가슴 깊은 존경을 담아 추도사를 낭독했다. 지난 17일 향년 70세 나이로 별세한 故 김진수 서울시의원은 서울시의회 최다선 의원으로 오랜 시간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을 대표했다. 3선의 구의원과 제6대부터 제10대까지 서울시의회 5선 시의원을 역임한 고인은 지방자치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성 의원은 “고인이 생전에 갈망했던 협치의 정신을 우리가 가슴 깊이 새기고, 앞으로 우리 의회의 소중한 유산으로 만드는 것이 천만 서울시민의 대표인 우리 의회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대선이라는 선거국면과 경쟁과 정쟁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진정한 협치로 오직 서울시민만을 위한 의정활동, 코로나19를 조기 극복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줄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추모사를 마쳤다. 故 김진수 의원은 오늘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용인공원묘지에 영면에 들어갔다. 
  • 성철스님 ‘선문정로’ 40년 만에 다시 읽기

    성철스님 ‘선문정로’ 40년 만에 다시 읽기

    우리 시대 큰스님으로 꼽혔던 성철 스님(1912~1993)이 “부처님께 밥값 했다”고 자부한 대표 저서 ‘선문정로’(1981)를 지금에 맞게 다시 읽을 수 있는 해설서가 처음 나왔다. 강경구(63) 동의대 중국어과 교수가 성철 스님이 제시한 간화선(화두를 들어 수행하는 참선법) 지침서를 10여년간 연구해 좀더 쉽게 풀었고, 성철 스님을 시봉하고 50년째 그 뜻을 잇고 있는 제자 원택 스님이 감수해 ‘정독 선문정로’(장경각)를 펴냈다. 몇 차례 인쇄나 조판을 거치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평석이 있었지만 해설서는 40년 만에 처음 나왔다. 여기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한문 투의 번역문으로 쓰인 ‘선문정로’가 너무 어려워 학자들까지 “설명할 재주가 없다”고 불평해 성철 스님이 “유식한 학자를 찾아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선문정로’의 상당 부분은 고려 고승이자 조계종 창시자인 지눌의 ‘돈오점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불교의 주류를 이룬 수행법을 꼬집고 단박에 깨쳐 완전한 지혜에 이르면 더이상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는 그야말로 불교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원택 스님은 21일 “‘선문정로’를 제대로 연구할 학자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원택 스님과 강 교수는 이제 더이상의 논쟁보다는 “수행에 이르는 본질에 집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선문정로’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번역과 해설을 덧대면서도 지눌에 대한 비판을 줄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강 교수는 “다원화된 지금 이 시대에도 성철선(禪)으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 많다”고 말했다.
  • 디지털서비스 업고 전국구 노리는 지방은행

    지방은행들이 ‘디지털실험’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면 상품, 모바일 앱 등 디지털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암호화폐, 메타버스 등 블루오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늘리지 않고도 손쉽게 사업 영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화두인 ‘MZ세대 잡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지방은행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전북은행과 고팍스의 동맹이 제2의 케이뱅크·업비트와 같은 ‘윈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고팍스의 경우 특금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까지는 거래대금 기준으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권에 들었던 인지도가 있는 만큼 원화마켓이 재개될 경우 4대 거래소의 뒤를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실명계좌를 제공하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고객 수가 2020년 219만명에서 지난해 717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외형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아직 고팍스가 신고 수리를 진행하기 전 단계라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비대면 금융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MZ 고객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 정기 회의인 ‘기업문화발전협의회’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채용박람회를 메타버스를 활용해 개최했으며, 지난 1월에는 지구를 본떠 가상지구를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 ‘어스2’ 내에서 대구 북구 칠성동에 위치한 DGB대구은행 제2본점 건물을 약 100만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이 밖에 BNK부산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들도 핀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업체와 손잡고 신용대출, 중금리대출 등 비대면 전용 상품 판매 확대에 나서는 추세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의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인터넷전문은행들까지 출범하면서 단순히 예대마진으로만 생존을 모색하기 어려워 돌파구를 찾아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 지금에 맞게 다시 읽는 해설서로… “논쟁보단 본질을”

    성철 스님의 ‘선문정로’ 지금에 맞게 다시 읽는 해설서로… “논쟁보단 본질을”

    우리 시대 큰스님으로 꼽혔던 성철스님(1912~1993)이 “부처님께 밥값 했다”고 자부한 대표 저서 ‘선문정로’(1981)를 지금에 맞게 다시 읽을 수 있는 해설서가 처음 나왔다. 강경구(63) 동의대 중국어과 교수가 성철스님이 제시한 간화선(화두를 들어 수행하는 참선법) 지침서인 ‘선문정로’를 10여년간 연구해 좀더 쉽게 풀어썼고 성철스님을 시봉하고 50년째 그 뜻을 잇고 있는 제자 원택스님이 감수해 펴냈다. 몇 차례 인쇄나 조판을 거치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평석이 나오긴 했지만 해설서가 나온 건 40년 만에 처음이다. 원택스님은 21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불교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어렵다며 멀리한 데다 제대로 연구할 학자도 없었다”며 “어려워서 이렇게 쉽게 줄기마다, 잎새마다 결을 찾아 가며 하나도 소홀함 없이 설명해 새롭게 우리 품안에 안겨준 강 교수에게 정말 고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원택 스님이 “해설서를 받아들고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그 심정은 여기서도 다 피력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한 책”이라고 말할 만큼 뜻깊은 의미를 담은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우선 한문 투의 번역문으로 쓰인 ‘선문정로’가 너무 어려워 스님은 물론 학자들까지 “(내용을) 설명할 재주가 없다”고 불평해 성철스님이 “유식한 학자를 찾아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게다가 ‘선문정로’의 상당 부분은 고려 고승이자 조계종을 창시한 지눌의 ‘돈오점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불교의 주류를 이룬 수행법을 꼬집고 단박에 깨쳐 완전한 지혜에 이르면 더이상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 성철스님의 ‘돈오돈수’는 그야말로 불교계를 발칵 뒤집는 엄청난 논쟁을 불러왔다. 여전히 ‘비주류’를 자처한 원택스님과 강 교수는 이제 더이상의 논쟁보다는 “수행에 이르는 본질에 집중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선문정로’의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번역과 해설을 덧대면서도 지눌에 대한 비판을 확 줄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강 교수는 “성철스님을 따라 직접 실천하고 스님의 길을 걸을 때가 될 만큼 성숙하지 않았나”라며 “다원화된 지금 이 시대에도 성철선(禪)으로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이 많다”고 강조했다. 10년 넘게 ‘선문정로’를 파고들어 드디어 해설서를 낸 강 교수는 “나태와 무감각 탓에 이렇게 길어졌다”면서 “부지런하게 10년을 연구한 게 아니다”라고 겸연쩍어 했다. 그러면서 “성철 스님이 입적하기 전 직접 뵐 기회도 있었는데 그 때 부지런하게 할 걸 후회된다”며 웃기도 했다.
  • 성공 집착한 ‘답·정·연’ 한국… 실패·모험 없이 ‘최초의 기술’은 없다[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성공 집착한 ‘답·정·연’ 한국… 실패·모험 없이 ‘최초의 기술’은 없다[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대한민국 경제는 1960년대 산업화를 발판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뤄 왔다. 1964년 국민소득이 100달러 남짓이었으니 지금의 3만 달러 시대는 가히 기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선택한 선진국의 제도와 시스템, 기술을 모방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이 주효했다. 세계 1위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주머니 돈까지 탈탈 털어 후세 교육에 열정을 다한 국민들이 이 전략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선진국 기술을 흡수해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파는 방식을 국가가 주도해 나갔다. 산업화 시대의 무용담에서 단골 소재는 해외 기술을 몰래 베껴 왔다거나 출장 온 선진국 기업 직원의 자료를 몰래 빼돌렸다는 등의 이야기다. 당연히 기술 개발의 독창성은 사라지고, ‘빨리빨리’ 매뉴얼대로 집행하는 것이 오히려 미덕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막무가내로 뛰다 보니 어느덧 선두가 보이기 시작했다. 몇몇 산업은 가장 앞으로 추월해 나갈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그쯤 되자 모방의 대상이던 선진국의 견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그들 입장에선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우리가 경쟁 상대가 됐으니 당연한 변화다. 나비효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로도 번졌다. 2019년 여름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한다는 선언은 우리가 고수해 온 추격자 전략에 경종을 울렸다. 한계를 넘어 선도자로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이 가진 고유의 전략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한 것이다.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의 변신이 눈앞에 닥친 과제인데, 주변 환경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의 급부상에 놀란 미국은 견제를 본격화했고, 이른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시대가 열렸다. 미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개막하는 날 하원에서 미국경쟁력강화법(America COMPETE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반도체 분야의 520억 달러를 포함, 총 2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원에서는 지난해 6월 250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골자로 하는 미국혁신경쟁법(USICA Act)이 통과된 바 있다. 두 법 모두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중국보다 우위에 두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대응 역시 만만치 않은 가운데 한국은 양대 강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초래할 치열한 국가 간 경쟁 구도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진퇴양난의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기술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해 협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기술 주권을 가져야 하며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올 R&D 예산 30조 육박 ‘세계적 수준’ 다행인 것은 국민들의 연구개발 필요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올해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29조 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 민간 투자까지 합치면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2위다. 절대 액수로도 세계 5, 6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개발은 추격자 전략에 충실한 선진 기술 도입과 모방에 집중돼 있었다. 다행히도 반도체 등의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지만 정작 한국산 원천기술은 찾기 어렵다. 연구비 투자에 걸맞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면 과거 전략에서 과감히 벗어나 선도자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원천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어야 할까. ●원천기술 산실 DARPA, 모험에 집중 선진국들은 적어도 100년 이상의 산업화 역사를 가지고 있어 과학기술 지식과 경험이 엄청나게 축적돼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는 30여년에 불과하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의 시간이 쌓여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과제의 성공률은 90%를 훨씬 넘는다. 하는 것마다 성공이라는 뜻인데, 남들이 해 놓은 연구를 따라 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수치다. 이는 결국 연구개발 성과 잣대가 양적인 면에 치우쳐 있고, 장롱 특허가 대부분이며 논문의 임팩트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1958년 창설된 미국 고등국방연구소(DARPA)는 원천기술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인터넷, 드론부터 리보핵산(mRNA) 백신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수많은 세계 최초들이 탄생했다. 연구소의 모토는 ‘되든 안 되든 일단 우리가 최초로 하고 보자’다. 또 ‘우리가 시도한 사업이 3년 내에 실용화된다면 그것은 실패한 사업’이라는 얘기도 한다. 과제 성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그만큼 실패할 우려가 큰 모험적 과제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연구 현장은 천편일률적이다. 실패할 것 같으면 애초에 지원조차 받기 어렵고, 매 과정마다 평가가 뒤따른다. 전형적인 빠른 추격자식 관리 방법이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그 과정이 어떠하리라는 것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 목적이 포괄적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목표에 이르는 경로가 무엇인지,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시간과 방법이 동원돼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의 연구개발 관리 시스템은 시작 전부터 경로와 소요 시간 등 수많은 조건을 상세하게 적어 낼 것을 요구한다. 마치 길이 없는 아마존 정글을 탐험하면서 경부고속도로 주행 계획을 요구하는 식이다. 물론 이미 확립된 기술의 개량이나 응용은 이런 식의 관리가 적합하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원천기술 연구는 경우가 다르다. ●R&D 투자 70% 민간… 단기 성과 한계 연간 100조원이 넘는 국내 연구개발 투자의 약 70%는 민간의 몫이다. 이윤 추구가 최우선인 기업의 특성상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는 기존 기술의 개량에 더 치우칠 수밖에 없다. 또 대부분 민간은 실패를 감당하기 어렵다. 예외적으로 반도체와 같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원천기술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 기업의 경영 목표가 단기 성과에 집중되면서 장기적 성과를 위한 투자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큰(High Risk, High Payoff) 기술 개발에서의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모험적 기술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공공 문제와 관련한 기술 개발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속성의 연구에 성공하려면 과제의 선정, 관리, 성과 평가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방식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성’이다. 모험적인 연구의 모든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연구자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연구자 선정에서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 지금처럼 여러 요소를 고려해 안배하는 시스템으로는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평가도 논문이나 특허 숫자를 따지는 정량적 성과가 아닌 실질적 성과를 판단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최선을 다한 실패로부터 배우고, 경험을 축적해 간다면 가고자 했던 목표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원천기술 개발의 뿌리가 될 생태계 조성은 정부의 몫이다. 개발된 원천기술의 보호, 기술 창업 진작, 인재 양성, 기초과학 육성 등은 지속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2차전지, 5G 등을 제외하면 아직 원천기술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대전환 시대라고 말한다. 대전환은 사회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화두다. 우리 과학기술도 이제는 원천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그래서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탈바꿈하는 체제로 대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서울대 명예교수 ■ 이우일 과총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공과대학장과 연구부총장을 역임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를 지냈으며, 미국기계학회(ASME) 석학 회원이자 국제복합재료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대선 뜨거운 감자 주4일제, 벨기에가 먼저 시작…퇴근 후 ‘단절권’도 보장

    대선 뜨거운 감자 주4일제, 벨기에가 먼저 시작…퇴근 후 ‘단절권’도 보장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1호 공약으로 주 4일제 등 신노동법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신(新)노동법을 제정해 전 국민 주 4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주 4일제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맞장구를 치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 후보는 현실을 고려해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주 4일제가 대선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먼 나라 벨기에가 유연근무제 도입을 발표하고 나섰다. 유로뉴스, 브뤼셀타임스 등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정부가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 4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지금까지 벨기에 근로자는 하루 최장 8시간, 주당 38시간 근무가 원칙이었다. 필연적으로 주 5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 규정에 따라 일일 근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주당 근무일수를 4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루 9.5시간씩 4일간 주당 근무시간만 채우면 된다. 근무일수 조정은 근로자가 고용주에게 신청하면 된다. 고용주는 이런 근로자 요청을 거부할 수 있지만, 정확한 거부 사유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임금도 삭감해선 안 된다. 신청은 6개월 단위로 가능하다. 벨기에 정부 대변인은 “근로자는 6개월 후 주 4일제 연장 혹은 주 5일제 복귀를 선택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에 너무 오래 매여 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라 20인 이상 기업 재직자는 단절권, 즉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보장받는다. 근로자들은 정규 근무 시간 이후에 걸려오는 상사의 전화나 문자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는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돼야 한다. 피에르 이브 데르마뉴 벨기에 부총리겸 노동장관은 “직장과 사생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우리는 힘든 2년을 보냈다. 이번 조치를 통해 보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디지털화된 경제의 등불을 켰다. 우리는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일하게 됐다. 노동시장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르마뉴 노동장관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도 주 4일제를 벌써 시행 중이다. 영국,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도 주 4일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지난해 3월 200~400개 기업 3000~6000명 근로자에게 임금 삭감 없이 주4일 근무제를 시범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 4일제 논의는 꾸준하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관련 공약이 논의의 장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무시간은 1967시간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26시간)보다 연간 241시간이 더 길다.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OECD 가입국 근로자들보다 한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 원유선 年 450여척 오가는 한반도 길목… 대한민국 일상을 지킨다 [세상밖의 사람들, 해양경찰]

    원유선 年 450여척 오가는 한반도 길목… 대한민국 일상을 지킨다 [세상밖의 사람들, 해양경찰]

    부산·울산·경남 1.6배 면적 관할원전·가스전 등 주요 시설 밀집함정 38척·항공기 2대 등 운용 EEZ 침범 논란 日순시선과 대치다양한 산업·어민 갈등 조정 역할마약·총기 밀수 등 범죄 단속도지난달 21일 울산시 방어진 포구는 잔잔했는데 슬섬 방파제를 벗어나자 곧바로 거칠어졌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청장 윤성현) 울산해양경찰서(서장 김태균) 방어진파출소의 연안경비정을 타고 40분 정도 울산 앞바다를 돌아봤다. 고(故) 정주영 전 회장이 100원에 사들였다는 대형 컨테이너가 들어선 현대미포조선소, 현대자동차 선적장, 여러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연기를 하늘로 뿜어 올려 우리 산업의 맥동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해양 오염 차단 위한 훈련도 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들이 비좁은 항로에 입출항을 대기하며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해 19만 1028척, 하루 평균 531척이 지나가 교신량 101만 8178회, 하루 평균 2828건이 기록됐다. 물동량의 80% 이상이 원유 등 액체라고 하니 대형 화재의 위험이 상존한다. 원유 부이가 5개 떠 있다. 해마다 454척의 원유선이 입항하고 있다. 남해청은 브리핑을 통해 2019년 9월 염포부두 폭발 화재 현장을 어떻게 진화했는지 동영상을 보여 줬다. 석유화학 플랜트가 밀집된 울산 지역의 항만과 생산시설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번 바다가 오염되면 이를 복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경이 얼마나 긴장하고 상시 훈련을 해야 하는지 체감하기에 충분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와 지난해 말 생산이 완료된 동해 가스전(田), 울산뿐만 아니라 창원과 부산에도 대형 해양오염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 밀집해 있다. 남해청이 있는 부산에 중앙특수구조단 본부를 두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남해청의 관할 수역은 1만 9000여㎢로 부산·울산·경남 면적의 1.6배에 해당하며 2565명이 울산·부산·창원·통영 등 4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천경찰서가 이르면 3월 개설돼 5월쯤 정식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형 함정 6척에 중소형 함정 32척, 회전익 항공기 2대가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한반도 수역 전체를 하루에 항공기로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부산과 일본 쓰시마섬의 거리가 얼마 안 돼 놀란 기억이 또렷하다. 28해리(약 51.8㎞)밖에 안 된다고 했다. 부산 앞의 통항로는 가장 좁은 곳이 3해리(약 5.5㎞)라 매우 비좁다. 어선들이 밀집 조업하는 틈을 상선과 여객선들이 비집고 지나간다. 양식 어장도 피해야 하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통영 등 청정해역을 찾은 이들의 안전사고도 빈발한다. 지난 2005년 신풍호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한 혐의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해경 함정이 대치한 일도 있었다.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는데 이곳에서도 매년 비슷한 일이 서너 차례 일어난다고 했다. 쓰시마섬 주변에도 일본 관공선이 연간 50회 정도 나타나 해경 차원에서 대응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관공선도 나타났다고 했다.●5개 VTS 빅데이터·무인화 대두 밀수나 마약 밀매, 총기 등 범죄가 빈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선박 수리나 물류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국내 법원에 감수보존된 선박들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나는 일도 적지 않다. 2018년 8월에는 감수보존됐던 팔라디호가 달아나는 것을 2시간여 추적 끝에 우리 해역을 벗어나기 직전 따라잡아 해경 특공대가 예광탄으로 경고사격을 하는 등 위력을 동원해 제압한 일도 있었다. 라이베리아 선적의 화물선이 1050억원 상당, 11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남미발 마약을 적재한 것이 최근 적발되기도 했다. 러시아 선원 등이 종종 총기 적발이나 마약 밀반입 등 혐의로 체포되기도 한다. 서해청 산하 해상교통관제센터(VTS)들이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것을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남해청의 다섯 군데 VTS는 각기 관제 특성이 너무 달라 통합보다는 빅데이터와 무인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남해청이 다른 지방청과 구분되는 특징을 물었더니 이곳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추게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동차가 멈추고,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할 수 없으며, 식탁에서 해산물이 사라진다는 표현이 과장될 수 있지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좁은 해역에 비해 다양한 산업, 다양한 선박, 다양한 어민 등 상충하는 이해를 지닌 집단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대형 어선이 싹쓸이를 하면 중소형 어선들은 어떻게 하느냐, 해상풍력 발전소를 짓겠다면, 가스전(田)을 짓겠다면 양식업을 하는 어민이나 물질을 하는 해녀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분란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남해청의 각오는 한마디로 이랬다. “국민들의 눈물이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겠다.”
  • 安 단일화 제안 속내 두고 설왕설래…‘신경전’

    安 단일화 제안 속내 두고 설왕설래…‘신경전’

    安 “후보 단일화 방법, 尹 답하라”尹측 “安, 요행수 바라는듯” 대선 정국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시점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안 후보의 일방적 단일화 제안 방식을 두고 그의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단일화 제안에도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안 후보와 때를 기다리는 윤 후보 간 신경전은 15일 대선 선거운동 시작과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는 전날 국민의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단일화 방법에 대해선 윤 후보가 직접 답해야 한다”며 윤 후보측에 공을 넘겼다는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윤 후보측은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를 통한 방식에는 사실상 거부 의사 방식을 밝혔지만 단일화 제안 자체에는 긍정적이란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지지율 높은 尹 서두를 이유 없어” 윤 후보로서는 서두를 게 없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 목소리다. 안 후보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될수록 단일화 방식은 물론 후보 사퇴 후 차기 정부에서 권력 분점을 요구하는 안 후보의 목소리는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상 1월 10% 중반대까지 갔다가 최근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일 윤 후보의 ‘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 발언 이후 양당 후보 지지율이 일제히 소폭 상승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안 후보 측은 윤 후보 답변 시한으로 16일을 제시했다. 다만 윤 후보측에서도 단일화 논의 시점을 무작정 늦추기만 할 경우 ‘부자 몸 사리기’ 전략이 지나치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국민의힘이 안 후보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결단은 기본적으로 덩치가 큰 데서, 가진 것 좀 많은 데서 하는 것”이라며 “왜 매일 안 후보에게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양측 간 담판이 무산되더라도 어떠한 형식으로든 단일화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언론에 “안 후보가 사퇴하느니 단일화 협상을 통해 뭐라도 얻는 방향을 택할 것”이라면서도 “협상 결렬 시 선거 막판, 사전투표 직전 윤 후보 손을 들어주고 빠지는 그림을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安 단일화 제안, 진정성 없을 수도” 반면 안 후보 측이 13일 유튜브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며 “주변에서 하라고 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안 후보의 본심은 대선 레이스 완주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 본인은 대선을 완주할 의지를 거듭 표명했듯, 초심과 달라진 게 없으나 주변의 시선 탓에 윤 후보에게 제안 후 윤 후보측의 거절을 받으면 완주하는 그림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안 후보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 제의를 한 것에 대해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요구 여론이 높자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 윤 후보 탓이라며 선거비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 10%를 향한 전열 정비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에서 판단한 것이란 설명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 후보 제의를 “동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뺏을 수 있는 길은 점수 조작을 하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고 호도하며 “만약 관철시킨다면 한 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요행수를 바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단일화 화두를 꺼내 사실상 자신이 보수 후보라는 입장을 굳혔다”며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이날 TK(대구 경북)를 찾은 것도 바로 그 차원”이라고 했다. 그동안 확장성을 무기로 내세웠던 안 후보의 기존 입장은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민의당 측이 단일화 시한을 주중으로 결정한 데 대해 “다음달 9일 투표하기 직전까지만 결론이 나더라도 큰 의미가 있다”며 “그런데도 ‘시한을 둔’는 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과 단일화가 되지 않았을 때는 본선에서 10%의 득표율을 얻기 위한 전열 정비의 의미도 있다”고 진단했다. 10% 확보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선거 비용 보전의 문제(득표율 10% 이상 50%, 15% 이상 전액 고번)도 있고 대선이 끝난 뒤 독자적 정치 세력으로 살아남는 최소한의 득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투표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세력의 통합”이라며 “안 후보는 요행수로 후보를 결정하고 만약 패배하더라도 미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 저 전향적으로 생각하길 바란다”고 했다.
  • 문 대통령 “경제와 안보에는 임기 없어”

    문 대통령 “경제와 안보에는 임기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최악의 상황에도 면밀히 대비를 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전략 등을 논의하고자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처음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와 안보에는 임기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급격한 상황 악화에 대비한 예방적 조치로써 여행금지 조치를 발령했고, 만약의 경우 국민들의 안전한 대피와 철수에 만전을 기하고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도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수출 기업과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과 함께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의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수급 안정화 방안과 시장안정조치 등 비상 계획을 철저히 점검하며,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대응계획을 분야별로 철저히 세워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질서의 핵심 화두는 ‘경제안보’”라며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면서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확대되고,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를 이유로 각국 정부의 수출규제가 증가하고 기술과 자원이 무기화되는 등 상호호혜적인 국제분업체계와 평화로운 자유무역질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자유무역에 기반한 수출 주도 개방형 경제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가 신설된 이후 문 대통령이 주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제·기술·안보 등이 연계·통합된 형태의 국가 경쟁 심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을 위해 장관급 협의체인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를 신설했다. 지난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3차례(10월18일·11월7일·12월27일) 회의를 진행했다.
  • [사설] 윤·안 단일화 논의, 사표 없도록 속히 결론 내야

    [사설] 윤·안 단일화 논의, 사표 없도록 속히 결론 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어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유튜브로 생중계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던 태도를 바꿔 스스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의 막을 올린 것이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제안 자체는 크게 반기면서도 여론조사 경선 방식엔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제기한 후보 간 직접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한 것인데 그만큼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하겠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윤·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다음달 9일 대선의 향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그런 만큼 남은 20여일 대선 담론을 집어삼킬 화두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뒤집어 말하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둘러싼 공방 대신 야권 후보가 누구로 단일화되느냐 하는 눈앞의 상황에 20대 대선 선거전이 매몰될 소지가 커졌다는 얘기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웃도는데도 윤·안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단일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하겠다. 의회 권력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안 후보의 지적도 정권교체론자들에겐 충분히 수긍될 얘기다. 단일화 논의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겠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필두로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추진된 게 우리 정치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일화 논의 자체가 대선 레이스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대선 이후의 국정에 대한 담론마저도 실종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기왕 단일화 논의에 나섰다면 조속히 매듭짓기 바란다. 양측에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까지, 심지어 다음달 초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당장 23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투표는 물론 다음달 3~5일 사전투표의 많은 선택을 사표로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단일화 조건과 약속 이행 방안 등에 속히 합의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 [사설] 윤·안 단일화 논의, 사표 없도록 속히 결론 내야

    [사설] 윤·안 단일화 논의, 사표 없도록 속히 결론 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어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유튜브로 생중계한 특별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완주 의사를 거듭 밝히던 태도를 바꿔 스스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의 막을 올린 것이다. 윤 후보 측은 단일화 제안 자체는 크게 반기면서도 여론조사 경선 방식엔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 제기한 후보 간 직접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주장한 것인데 그만큼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고 하겠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윤·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다음달 9일 대선의 향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그런 만큼 남은 20여일 대선 담론을 집어삼킬 화두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뒤집어 말하면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둘러싼 공방 대신 야권 후보가 누구로 단일화되느냐 하는 눈앞의 상황에 20대 대선 선거전이 매몰될 소지가 커졌다는 얘기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웃도는데도 윤·안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들로 하여금 단일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하겠다. 의회 권력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으려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안 후보의 지적도 정권교체론자들에겐 충분히 수긍될 얘기다. 단일화 논의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겠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필두로 1987년 민주화 이후 거의 모든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거나 추진된 게 우리 정치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일화 논의 자체가 대선 레이스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대선 이후의 국정에 대한 담론마저도 실종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기왕 단일화 논의에 나섰다면 조속히 매듭짓기 바란다. 양측에선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까지, 심지어 다음달 초까지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당장 23일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투표는 물론 다음달 3~5일 사전투표의 많은 선택을 사표로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단일화 조건과 약속 이행 방안 등에 속히 합의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 “주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성동을 ‘스마트 포용도시’ 만들 것”

    “주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성동을 ‘스마트 포용도시’ 만들 것”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스마트시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첨단 기술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정 구청장은 ‘포용도시’에서 해답을 찾았다. 첨단 기술은 도시의 포용성을 증진하는 데 활용돼야 하며, 그랬을 때 기술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 구청장은 민선 7기 구정 철학으로 ‘스마트 포용도시’를 내걸고 사회적 약자부터 모든 구민이 첨단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촘촘하게 성동을 설계했다. 이렇게 탄생한 모바일 전자명부, 스마트 쉼터, 스마트 횡단보도 등의 혁신적인 정책들에는 ‘성동형’이라는 브랜드가 붙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에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정 구청장을 만나 스마트 포용도시의 주요 성과와 계획 등을 물었다.-민선 7기 임기가 5개월여 남았는데 소회는. “전반기 1년 반 정도는 구상한 아이디어와 공약을 밀어붙이다가 갑자기 코로나19가 확산돼 모든 것을 중단하고 비상체제로 들어갔다. 다양한 문화 관련 프로젝트를 짜 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로 600주년을 맞은 두모포(옥수동의 옛 이름) 출정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야외 벌룬아트 전시 행사를 준비하다가 중단했다. 세계민속춤축제도 궤도에 올렸다가 결국 개최하지 못했다. 서울숲재즈축제도 기획했는데 대폭 축소했다. 그런 아쉬움이 있는 반면, 코로나19로 주민들과 구청이 더 밀착하게 된 점도 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주민들이 ‘행정이 나한테 영향을 미치는구나’라고 느끼게 됐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스마트 포용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했는데 주요 성과는. “편리한 기술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부터 모든 구민까지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스마트포용도시국 신설, 포용정책에 대한 주민참여 등을 규정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우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최첨단 버스정류장인 ‘스마트 쉼터’는 냉난방 기능과 자외선 공기살균 등 19종의 기능을 갖췄다. 올해 소형 스마트 쉼터 20곳을 설치하고 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8종의 스마트 기능을 집약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전국 최초로 75세 이상 어르신을 직접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효사랑 주치의 사업’은 2020년 ‘유엔 공공행정상’을 받았다.”-경력보유여성 조례를 공포한 지 3달여 정도 지났다. “스마트 포용도시의 연장선상이다.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데 페널티를 받는다. 조례를 통해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했다.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해 경력인정서를 발급할 수 있다. 경력인정서 사업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경력인정서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다. 전북 전주시, 대전 유성구 등에서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해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남성의 돌봄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성별 구분 없이 돌봄 노동에 대한 경력인정서를 발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동구 양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개정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6월부터 남성에게도 경력인정서가 발급될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경쟁력 있는 산업도시로의 도약을 추진해 왔다. 성수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용적률 완화, 취득세 50%와 재산세 37.5% 감면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쳤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 현대글로비스, 무신사, 크래프톤 등이 이전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많이 유치되면서 일자리도 5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우세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나, 최근 5년간은 연구개발업, 지식재산권(IP) 중개업 등의 확장이 두드러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화두다. “지방정부는 ‘경제’를 지속 가능성 실천 과제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공공과 기업, 주민 삼자의 협치를 통해서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 구는 앞으로 비영리 민간단체, 대학, 연구기관, 환경 분야 소셜 벤처 및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성동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 사업’ 공모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공공과 기업, 주민 삼자 간의 협업을 활성화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구의 대응이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추진했다. 다른 구나 시도의 생활치료센터에서 조기 퇴소 후 추가 자가격리를 위해 방역택시를 이용한 주민을 대상으로 택시비를 지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구에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주민에게도 귀가 후 추가 자율격리가 필요할 경우 방역택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소소하지만 피부에 와닿는 행정으로 주민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임기 내 마무리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장터길과 금호로 확장’을 꼽을 수 있다. 장터길은 지난해 1단계 구간의 건물 철거를 마치고 보행로를 개방했다. 2단계 구간도 건물 철거 후 도로 임시 포장을 마치고 보행로를 임시 개통했다. 금호로 또한 현재 전체 120m 구간 중 100m는 4차로로 확장 공사를 마치고 5호선 신금호역 출구를 2개 신설했다. 나머지 구간도 곧 마무리할 것이다. 또 다른 숙원인 삼표레미콘 이전 문제가 남아 있다. 2017년 체결된 협약 및 대시민 약속에 따라 올해 6월 말까지 ‘삼표 이전’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 병역으로 청춘단절, 출산으로 경력단절… 양성평등 제도화 절실

    병역으로 청춘단절, 출산으로 경력단절… 양성평등 제도화 절실

    2000년대 후반부터 갈등 본격화정치권은 이대남·이대녀 부추겨 ‘군대·출산’ 굴레, 남녀 모두 피해 병역 남성에겐 적절한 보상하고 여성 불리한 임금차별 철폐해야 일자리·촘촘한 사회안전망 시급세상이 절반으로 갈라진 듯 대결과 갈등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남성과 여성, 청년과 기성세대,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 자본과 노동, 부동산의 부와 빈, 취업과 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당과 야당, 디지털 격차, 친원전과 탈원전 등등.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 이뤄진 양극화는 해답의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화두가 됐다.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겠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 하나가 젠더(gender·사회문화적 성) 갈등이다. 젠더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는 2022년 3월 9일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는가. 2000년대 후반 한 20대 여성이 방송에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했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제는 온갖 곳에서 예사로 쓰이고 있는 ‘○○녀’, ‘××남’ 등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된장녀’, ‘김치녀’ 등 여성 혐오의 표현이 조롱거리로 등장한 것도 그즈음이다. 여기에 맞서는 ‘한남충’이라는 혐오 표현이 여성 측에서 나왔다. 이어 ‘퐁퐁남’, ‘설겆이남’ 같은 남성 스스로를 자조하면서도 여성 혐오가 담긴 언어 또한 남성 쪽에서 생산되며 일상화됐다. 나아가 양궁선수 안산(21)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에 대해 사상 검증하듯 “너, 페미지?”라고 묻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언제부터인지 그 시작조차 아득한 남녀 대립, 그로 인한 젠더 갈등은 교육, 일자리, 소득, 주거, 자산 등 한국 사회 온갖 분야의 문제를 버무려 놓은 ‘모순의 결정체’가 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갈등의 조정과 통합의 해법은커녕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등으로 부르며 정치공학적 갈라치기에 급급했다. 남녀 갈등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을 뿐 구조적 해법을 찾는 길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달 초 페이스북에 덩그러니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는 큰 파장을 낳았다. 여가부 폐지로 끝인지, 대안의 정부조직을 만든다는 것인지 등 어떤 구체적 설명도 없었다. 하지만 그 파괴력과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일견 무책임해 보이고 남성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공약도 아니었지만 ‘이대남’은 열광했다. 발표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가부 폐지에 대해 남성의 64.0%가 찬성했고, 연령별로는 20대 남녀(60.8%)의 호응이 가장 높았다. ‘내가 낸 세금으로 남성 차별을 조장하는 정부 부처’를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들에게 절실하면서도 당연한 조치처럼 받아들여진 탓이다. 젠더 갈등이 남녀 이해관계를 가르는 몇몇 제도와 정책 때문만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구조와 문화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젠더 갈등 해결의 첫 번째 실마리는 정치권의 역할이다. 정치권부터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통합의 가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젠더 갈등의 해소는 요원하다. ●남성은 병역의무로 상대적 박탈감 남녀의 처지와 입장이 근본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각각 상대방에게는 부여되지 않은 의무인 ‘군대와 출산’이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적 우월의식 또는 상대적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20대 초반 의무적으로 군대에서 2년 가까이 있어야 하는 남성들은 무의미한 그 시간의 유의미성을 찾아야 하는 고민과 함께, 병역의무를 다해 봤자 사회적 보상이 사실상 없다시피 한 데 대한 분노를 함께 품고 있다. 이미 졸업하고 취업까지 마친, 그래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또래 여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역차별 정서는 거기에서 기인한다. 군 복무는 남성들에게 피해심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시간과 경험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담마진(가려움증), 부동시(양눈 시력차), 과체중 등 석연찮은 사유로 병역을 기피한 인사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모두 한목소리로 ‘군인 월급 200만원’ 공약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군경력 호봉 인정 의무화,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 등을 더하며 표심잡기에 안간힘이지만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 파괴력을 돌파하기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 여고에서 군인들을 놀리는 내용을 써보낸 ‘군 위문편지 사건’은 여성들이 남성 고유 영역을 희화화하고 조롱했다는 인식을 갖게 한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었다. 해당 여고생들이 위문편지 이후 SNS 등에서 남성들의 무차별 인신 공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두 번째 실마리는 군 문제다. 단기적으로는 병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며, 근본적으로는 실질적인 남북의 군사적 긴장 해소, 평화 정착 등을 통한 모병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성은 출산 부담에 성폭력 공포까지 여성의 출산과 육아, 이에 따른 경력 단절 또한 남성으로서는 체감하기 어렵고도 커다란 간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2.5%로, 26년째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남성이 100만원 벌 때 여성은 67만 5000원을 번다는 의미다. 출산 및 양육의 책임을 거의 도맡아야 하는 여성 입장에서는 뿌리 깊은 성차별의 어려움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고용 평등에 방점을 찍은 정책을 내놓는 데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 후보가 비교적 앞서 있다. 심 후보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법,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를, 이 후보는 임금평등 공시제 단계적 확대, 육아휴직 부모쿼터제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 제시보다는 “근본적으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되면 이 문제는 저절로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남성 중심 가부장제 전통과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구조적인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데이트 폭력, 몰카 등 여성의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분위기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자신들이 사회적으로 절대 약자임을 체감하며 또 다른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세 번째 실마리는 오랜 세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으로 약자의 위치에서 지내 온 여성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일이다.●차별과 혐오 넘어야 지속가능한 발전 청년 세대는 학력, 취업, 주거 등에서 이전 세대에 비해 더욱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흑인, 이주노동자, 외국인 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가 그렇듯 청년들이 상대방을 희생양 삼아 올라서려는 경향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사회적 모순과 고통에 함께 맞서고 성취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도록 연대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새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확대하고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 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등을 촘촘히 짜야 한다. 차별과 혐오가 아닌 양성평등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다양성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새 정부의 젠더 정책이 설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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