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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의원 찍겠다” 20%뿐/‘오픈 코리아’… 1부:건강한 정치로

    서울신문의 새해 주제는 ‘소통(疏通·Communication)’입니다.‘Open Korea-소통하는 사회를 만들자’를 화두(話頭)로 정했습니다.소통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번째 기획은 ‘건강한 정치’ 시리즈입니다.정치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소통을 대신하는 시스템입니다.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를 통해서만 활발한 민의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오는 4월의 17대 총선에서 도덕성을 후보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도가 매우 높아 현역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이 한국선거학회,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오는 총선에서의 후보선택 기준으로 응답자의 48.4%가 이념과 정책을,30.0%가 인물을,9.5%가 소속정당을 각각 제시했다.특히 인물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유권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7%가 도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변,‘깨끗한 정치’에 대한 열망을 반영했다. ▶관련기사 6·7면 “현역의원이 다시출마하면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43.1%의 유권자가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현역의원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9.6%에 지나지 않았으며,37.3%는 응답하지 않았다. 또 유권자들은 17대 총선이 공명한 선거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유권자의 의식변화(41.1%)’를 꼽았다.이어 후보 및 정당의 선거법 준수(30.7%),선거사범의 단속과 처벌 강화(6.8%),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활발한 활동(4.9%),언론의 감시활동 강화(4.4%) 등이 공명선거의 조건으로 제시됐다.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이 15.9%로 가장 많았고,민주당 12.1%,열린우리당 11.6%,민주노동당 1.5%,자민련 1.1%의 순서였다.그러나 ‘좋아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51.3%로 절반을 넘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및 중진의원들을 대상으로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는 노 대통령이 10점 만점에 4.73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민주당 추미애(4.2)·조순형(4.19)의원,열린우리당 정동영(3.97)의원,한나라당 박근혜(3.94)·최병렬(3.74)의원,열린우리당 김원기(3.65)의원,자민련 김종필(2.86)의원의 순서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질문에는 무려 61.8%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잘하고 있다.’는 반응은 29.3%에 불과했다. 이도운기자 dawn@
  • 새해 경제운용계획 전망/서비스업 활성화로 고용 창출 주력

    정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의 화두는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요약된다.투자활성화는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그만큼 내수위축에 따른 실업난이 심각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토지규제 개혁,서비스산업 규제 등 관련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한다.이 과정에서 부처간의 이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합의도출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제회복=고용창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잡고 있다.이럴 경우 통상적으로는 3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예상되지만,실제 일자리는 4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 고착되는 것이 아닌가 당국은 긴장한다. 특히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가 소비·설비투자의 위축으로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수출 덕분에 버텨내고 있지만,내년에 신용불량자·청년실업·분배구조 등의 난제들이 풀리지 않을 경우 국내 경기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고부가치산업 육성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제조업 대신 관광 유통 등 서비스산업의 집중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992년 이후 제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78만개 없어졌지만,서비스업은 오히려 448만개 늘어난 데서 보듯 서비스업 육성은 실업문제의 돌파구이다. 서비스분야별 대책을 보면 관광호텔과 중저가 숙박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골프장에 대한 지방세 중과를 완화하고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자연보전권역의 입지규제를 개선하겠다는 것 등이 같은 맥락이다.유망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신용보증을 지원하는 대책도 세웠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노·사·정의 ‘일자리 대타협’을 추진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해고 제도의 경직성을 줄이기로 했다. ●외국인유치가 또다른 축 정부는 외국계 연구·개발기업이 이공계 졸업생을 인턴으로 채용할 경우 임금을 일정기간 정부예산으로 지원키로 했다.외국인 투자가의 영주권 취득자격 완화,외국인 임직원 등에 대한 과세체계 단순화,(총급여액에 단일세율 17%적용),외국인투자지역 감면대상 확대 등은 외국인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다.외국인 교육재단에 대한 기부금에 대해 사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조세특례법상 특례기부금으로 인정해 외국인 학부모들의 학비부담을 경감시켜 주기로 했다.또한 외국인학교를 외국인투자환경 개선시설에 포함시켜 임대료 감면 등의 입지혜택도 주기로 했다. ●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한 제반 여건을 최대한 빨리 개선하기로 했지만,고용창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투자는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 올해보다 6.1%나 감소되고,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민간투자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여기다 외국인학교 설립,토지규제개혁,서비스산업 관련 제도 정비 등을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용을 늘리는 것은 좋지만 외국인 기업에까지 예산을 지원해 가며 인턴을 장려하는 것은 문제이다.그렇지 않아도 현재 고용구조가임시직 비중이 외국보다 과중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
  • ‘문학의 눈’으로 사회주의몰락 조명 조정래 새장편 ‘수수께끼의 길’ 연재

    “20세기 최대의 실험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가운데 사회주의는 몰락했다고들 하는데 이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은 막연합니다.그래서 문학의 눈으로 ‘사회주의의 몰락’을 화두로 20세기를 조명하는 2권 정도 분량의 작품을 써보고 싶습니다.” 조정래씨가 지난 5월16일 전북 김제시 ‘아리랑 문학관’ 개관식에서 구상 중이라고 들려준 작품의 얼굴이 나타났다. 문학사상 1월호에 실린 ‘수수께끼의 길’은 작가가 사회주의 붕괴의 원인을 문학적으로 본격 조명하는 첫 걸음에 해당하는 작품. 이번 호에 실린 1회분은 운동권 출신의 시사주간지 신참기자 윤기현이 특집기사를 쓰기 위해 1990년대 초 중국사회를 취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이후 작가는 1990년대 이후 소련·동구권의 사회주의 실험,중국·베트남의 자본주의로의 변화 과정 등을 다룰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 [씨줄날줄] 물갈이

    지난 2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산하단체 고위 임원은 곁에 놓인 물잔을 들고 3분의2가량을 쏟아부었다.한정된 물컵에 새로운 물이 들어오려면 기왕에 있던 물은 상당량이 버려져야 한다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다.그는 새 정부의 인선 기준이 발표되기 직전 자진 사퇴했다.얼마 후 ‘대폭 물갈이’란 단어가 정부 부처와 산하단체의 화두가 됐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바다로 밀어내듯이 세월은 ‘물갈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앞물의 발길을 재촉한다.머물고 싶다고 계속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래서 인생무상인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물갈이 몸살을 앓고 있다.5,6공 출신과 지역 정서에 의존해 다선의 행운을 누렸던 지역구 의원,옛 실력자의 연줄로 금배지를 달았던 전국구 의원들이 주 타깃이다.좋게 표현해서 정계 은퇴이지 실은 강제 퇴출이다.당사자들로서는 하나도 귀여울 게 없는 후진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게다. 하지만 어쩌랴.과거 무수히 팽(烹)당한 선배 정치인들처럼 버틸수록 추해지는 것을.후진들은 물갈이의 명분으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 말씀을 들먹이지만 ‘너 죽고 나 살자’는 속보이는 셈법이 담겨 있다.남에게 덧칠할수록 자신은 ‘젊은 피’인 것처럼 포장된다는 계산법이다.이 때문에 정치권의 물갈이는 항상 파워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들은 그래도 떠날 때 ‘꽥’ 소리라도 질러보지만 직장인들의 운명은 더 허망하다.한해의 성적표가 나오는 연말이면 기업마다 승진 인사 풍년인 듯이 비친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3분의1에 해당하는 임원들이 보따리를 싼다.세월이 흐른 뒤에야 잘린 사실이 알려질 뿐이다.특히 올해에는 세계적인 불황 탓에 한때 잘 나가던 국내외 CEO들이 낙제 성적표만 남긴 채 무대를 떠났다. 흔히 떠나야 할 때에 맞춰 스스로 떠나는 사람에게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한다.우리 정치권에서도 ‘물갈이’‘버티기’‘뒤집기’ 등 속된 표현보다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단어가 보다 풍성했으면 좋겠다.내가 아니더라도 연극은 계속되는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 [열린세상] 민주적 틀에 대한 합의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웃음이 없어져 가고 있다.실업률은 개선되지 않고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사회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고 국민은 비전없이 표류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 정치권은 자기반성을 철저히 하기보다는 다가온 총선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민심이 흉흉하다.이러니 웃는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기적을 창출한 저력이 있다.전쟁의 폐허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정보화 시대에 무역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불과 반세기전 후진국의 반열에 서있던 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해 성공한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기적의 나라가 요즈음 휘청거리고 있다. 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지 못할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정치개혁 추진 방식에 있다.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정치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실패해 왔다.결과적으로 현재 한국의 대통령직이 통합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분열의 상징으로 전락되어가고 있다.왜 그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중요한 이유는 민주적인 기본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없이 무리하게 정치개혁을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면 기본적인 민주적 틀이란 무엇인가? 민주적인 틀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정치체계 구성요소들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다.권력은 스스로 증대하려는 경향을 갖는다.따라서 제한받지 않는 권력은 무한권력으로 치달을 수 있고,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것이다.민주주의의 출발점은 강한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장치의 마련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정치체계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제대로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정치개혁의 방향은 약한 의회를 강한 의회로 전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은 행정주도형 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정치의 영역을 고사시켜 왔다.그리고 소위 정치실세들은 만성적인 정치불신,냉소주의에 등을 대고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를 몰아왔다.권력을 소유한 자의 편에서는 아주 달콤한 여행이었다.그러나 일단 권력을 놓고 나면 엄청난 재앙을 만나게 된다.안전장치 없는 기관차를 몰아왔기 때문이다.의회를 살려내야 한다.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이다.국민대표들이 국가살림의 주역인 행정부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국민의사가 굴절없이 정치체계에 반영되어 정치체계가 최상의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최선의 방법은 정치과정에 국민참여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국민의사를 표출하고 집합하는 기능을 가진 정당이 활성화되어야 한다.허수 정당원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진성당원들에 의해 정당이 운영되어야 한다.국민참여를 통한 상향식 공천과정,진성당원의 책임과 권한강화 등이 정치개혁의 중심 화두가 되어야 한다.작지만 강한 정당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정치개혁은 성급하게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우리 국민은 항상 개혁을 지지해 왔으며,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들은 정치개혁,정당개혁,의회개혁,재벌개혁,언론개혁 등 개혁 프로그램들을 제시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아무리 좋은 약도 성급하게 많이 먹는다고 몸에 좋은 것이 아니듯이,개혁주도 세력들이 성급하게 개혁을 진행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이다.궁극적으로 국민이 변해야 정치가 변한다는 것이다.따라서 정치개혁의 완성도는 국민의식 변화에 비례한다.국민의식 변화의 속도는 결코 빠를 수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교훈이다.성급한 개혁마인드는 결국 계도민주주의나 포퓰리즘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에 기대한다.새해부터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국가를 관리해달라는 것이다.그리고 정치개혁의 문제를 원칙에 대한 합의부터 진솔하게 진행시켜 나갔으면 한다.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반대하는 사람도 없다.자신감을 가지고 순리대로 개혁의 문제를 다루어 나간다면 여야는 물론 국민 모두가 지지를 보내리라 믿는다. 이 남 영 숙명여대교수 정치학
  • 화려한 삶 추구하는 인간에 경종/SBS 신년 3부작 ‘환경의 역습’

    현대인이 추구하는 화려한 삶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내년 1월3일부터 11일까지 3부작으로 방송되는 SBS 신년대기획 ‘환경의 역습’(연출 박정훈)은 이 만만치 않은 질문을 새해 첫 화두로 던진다. 중학생 민수는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집 밖에선 아무렇지 않다가 집 안에만 들어오면 병세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에 의사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원인은 실내공기였다. 건축자재에서 나온 독성물질 포름알데히드의 수치가 기준치의 2배를 넘었던 것.실내공기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장치를 설치한 뒤 몇 개월이 지나 민수의 증상은 사라졌다.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아토피 피부염을 앓게 된 다섯살배기 형래도 관악산 근처로 이사를 하고나서야 거짓말처럼 피부가 깨끗해졌다. 1부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3일 오후 10시55분)에 소개되는 위의 두 사례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실내 공기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독성물질에 오염된 실내 공기로 인해 천식,비염,아토피 증세가 발생하는 이 병을 ‘새집증후군’으로 부른다.미국에서는 1980년대,일본에서는 90년대 중반 이후 학계에 보고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미국,일본을 현지 취재해 아주 미세한 화학물질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화학물질 과민증 환자들의 실태를 카메라에 생생히 담았다. 2부 ‘우리는 왜 이 도시를 용서하는가’(10일 오후 10시55분)에서는 주거환경에서 시야를 넓혀 도시 전체의 환경을 점검한다.숲을 밀어내고,자동차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지금의 도시 시스템이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살펴본다.하루종일 거리에서 활동하는 남성들의 정자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일반인에 비해 운동성이 월등히 떨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3부 ‘미래를 위한 행복의 조건’(11일 오후 10시55분)에서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소비해온 각종 소비재와 음식물의 안전상태를 짚는다. 이순녀기자 coral@
  • “진솔한 자기반성 통해 혼란·분열 극복을”종교계 원로·지도자 신년 메시지

    새해 화두는 ‘나로부터의 개혁’. 종교계 원로·수장들이 일제히 자기반성을 통한 화합과 상생을 촉구하고 나섰다.불교계 원로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법어를 통해 남을 향한 비판보다는 나 자신의 성찰을 강조했고 기독교 수장들은 일제히 ‘내 탓이오.’ 정신을 새롭게 촉구했다.민족종교 대표들도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리를 내세웠다. 연초부터 시작돼 한해 내내 계속된 정치권 다툼과 비리,잇따른 자살과 가정파괴 등 파행은 모두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해 빚어진 결과이며 이같은 혼란을 무엇보다 자기반성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다짐이다. ●참나(眞我)의 발견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신년법어에서 줄탁동시( 啄同時)의 미덕을 강조했다.“ 啄(줄탁)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不諍(부쟁)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것이요/말에 얽매인 사람은/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입니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고( ) 동시에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려야(啄)한다는 것으로 화합에는 나 자신의 근신이 필요함을 역설한 말이다.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우리 사회가 대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새해가 되기 위해선 자기만이 살겠다는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되새겨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신(一身)이 청정하면 법계(法界)가 청정하고 일신이 혼탁하면 법계가 혼탁하니,밝고 아름다운 한 해를 창조하기 위해선 과도한 집착과 욕망을 덜어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옆자리를 비워놓아야 한다.”(이운산 태고종 총무원장)/“새로운 마음의 눈을 열어 집착과 대립,독선의 어둠을 버리고,나의 네가 아닌,너의 나를 보아야 한다.”(김도용 천태종 종정)는 법어도 같은 맥락의 일갈이다. ●내 탓이오 기독교계 또한 자기반성과 평화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나자렛 성가정처럼 사랑 안에서 산다면 참다운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나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우리 자신이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년사를 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길자연 대표회장은 “금년에도 어렵고 암울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교회는 이런 세상적 가치에 젖어있는 열방과 민족들을 향해 희망과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세상의 소란과 분열은 인간의 욕심에 그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각자의 처소에서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상처받은 이웃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간구하자.”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순권 목사도 “우리는 엄격한 자기반성,성실한 자기개혁,원칙에 충실함 등 새로워지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근본 바로세우기 대순진리회 증산도 등 민족종교는 근본 바로세우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은 “지난해의 모든 문제들은 각자가 지켜야 할 근본을 망각한 채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한 탓”이라며 “새해에는 근본으로 돌아가 상생의 마음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증산도 안운산 종도사는 “상생의 새 문화는 바로 참 마음과 정의를 바탕으로 해서 열리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본질적인 대혁신을 통해 참마음으로 자기를 바로잡자.”고 당부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하얀 고기’ 치즈/골다공증에 좋고 숙면에도 큰 도움

    한 조각 입에 넣으면 고소하면서 때론 새콤한 맛이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치즈.이러한 ‘맛’ 덕분에 치즈가 우리네 식탁에도 점차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하지만 치즈는 고칼로리 식품.‘다이어트’가 화두인 시대에 그다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치즈는 열량이 높다는 이유로 외면하기엔 영양면에서 너무 훌륭한 식품이다.우유를 발효시켜 응고시킨 다음 숙성시킨 것이 치즈.따라서 치즈에는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칼슘·비타민 등이 응축돼 있다.숙성 과정을 거쳐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된다.우유를 10분의1로 응축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적은 양만으로도 같은 영양을 얻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게다가 ‘젖당 소화 효소’가 없어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치즈는 4000여년 전 아라비아의 한 상인이 사막을 지나던 중 발견했다고 전해진다.지니고 있던 양 우유가 여행 중 발효됐던 것이다.흔히 치즈는 서양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다.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덕분에 점차 그리스,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전파됐다.현재 전세계에 존재하는 치즈는 2000여 종이며 그 중 800여 종이 생산·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에 전래된 제호(우유에 칡뿌리 가루를 타서 쑨 죽)가 치즈의 기원으로 추측된다.우리의 음식 맛을 가늠하는 기준은 ‘장 맛’.서양에서는 치즈가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치즈는 단백질이 듬뿍 들어있는 재료를 발효시켜 만든다는 점에서 된장과 닮았다.오래 묵힐수록 냄새가 강해진다는 점도 비슷하다.‘서양의 된장’격인 치즈.그 영양도 된장에 뒤지지 않는다. ●콩보다 단백질 함유량 훨씬 높아 치즈는 ‘하얀 고기’라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다.우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미노산의 구성이 이상적이다.게다가 숙성과정에서 유산균이나 렌네트 효소와 흰 곰팡이,푸른 곰팡이로부터 생긴 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흡수율이 매우 높다.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르지만 단백질 함유량은 치즈가 콩보다 훨씬 높다. 단백질은 각종 육류에도 풍부하다.하지만 육류를 과식하면 핵산 유도체인 퓨린이나 요산등이 만들어져 신장병이나 통풍을 유발하게 된다.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에는 퓨린 함량이 26∼50㎎이 들어있으나 우유,치즈,오리알에는 0∼25㎎ 정도만 들어 있다. 치즈는 숙면에 좋은 식품이기도 하다.치즈에는 수면을 돕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만들 수 있는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뿐만 아니라 치즈에 들어있는 필수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은 간장의 활동을 돕고 알코올 분해를 촉진한다.술을 마실 때 치즈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흡수율 높은 칼슘 공급원 흔히 칼슘하면 뼈있는 생선을 떠올린다.칼슘이 아무리 많이 들어 있어도 흡수율이 낮으면 소용없는 법. 치즈에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함께 들어 있다.또 뼈를 강화하려면 양질의 단백질이 필수다.칼슘은 분자 또는 입자로서 그것을 굳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이때 단백질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덕분에 치즈는 최고의 칼슘 공급원이 되는 것이다.잔뼈 생선의 칼슘 흡수율은 10∼20%에 그치지만 치즈는 흡수율이 60∼70%에 이른다.때문에 골다공증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뼈의 성장에 칼슘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같은 비율의 인이 있어야 이상적이다.치즈에는 칼슘과 인이 엇비슷한 비율이어서 뼈의 성장에 좋다. ●적당량의 치즈는 다이어트 효과 치즈의 영양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지방을 걱정해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그러나 치즈 속 지방은 소화되기 쉬운 유화 상태이다. 또 치즈 속에는 비타민 B2가 풍부해 지방 연소가 쉽게 된다.비타민 B2는 지방을 체내에서 산화 분해하여 열량으로 바꾼다.비타민 B2가 부족하면 아무리 칼로리 섭취를 억제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따라서 적당량의 치즈는 일종의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지방이 여전히 걱정된다면 구입하기 전 제품의 지방 비율을 확인하면 된다.일반적으로 크림 치즈의 지방 비율이 높다. 치즈에는 비타민 A가 녹황색 채소보다 오히려 많이 들어 있다.비타민 A는 몸의 저항력을 키워 면역성을 높여 우리 몸을 병으로부터 보호한다.또 피부와 점막의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도 해 비타민 B와 더불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된다.비타민A와 B는 성장 촉진 인자이기도 하다. 치즈는 동물성 식품이면서도 알칼리성 식품이다.따라서 성인병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또 치즈는 골다공증 예방과 더불어 대장암 발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뇌졸중 예방 등에도 효과가 있다. ■ 도움말 김일두 계명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윤여창 건국대 축산식품생물공학과 교수,이영미 앤치즈 대표 나길회기자 kkirina@ 치즈 어떻게 먹을까 널리 알려진 것처럼 치즈와 잘 어울리는 음료는 와인이다.와인이 없거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맛이 강하지 않은 생과일 주스와 함께 먹어도 된다.또 자극성이 강한 커피를 마실 때 치즈를 곁들이면 위벽 등 소화기관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다.치즈의 복합적인 맛이 커피와 잘 어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빵과 함께 먹을 때에는 흰 빵보다는 호밀 빵이 좋다.호밀에는 지방을 배출하는 성분이 있다. 또 치즈에는 비타민 C가 부족하기 때문에 과일과 같이 먹으면 영양 균형을 찾을 수 있다.단 치즈가 저장 식품이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말린 과일이 궁합이 맞는다.치즈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은 치즈를 갈아서 스파게티나 샐러드 등에 뿌려 먹으면 된다. 치즈는 크게 자연 치즈와 가공 치즈로 나뉜다.가공 치즈는 두 가지 이상의 자연 치즈를 혼합·가열해 미생물과 효소의 작용을 정지시켜 맛을 조절하고 저장하기 쉽게 만든 것이다.통조림 과일보다 생과일이 맛있는 것처럼 맛·영양면에서 자연 치즈가 낫다고 할 수 있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치즈 맛도 다양하다.때문에 다른 사람이 권해주는 치즈가 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따라서 여러 치즈를 시도해보면서 내 입에 맞는 치즈를 찾아야 한다.나폴레옹 1세가 이름을 지었다는 ‘카망베르’나 치즈의 여왕이라 불리는 ‘브리’,톰과 제리에 나오는 ‘에멘탈’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먹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길회기자
  • 새해 경영 키워드 내실·글로벌

    “남들과 경쟁에서 이기는 ‘넘버 1’을 하든지,남들이 하지 않는 것으로 1등을 하는 ‘온리(Only) 1’을 선택하든지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그래서인지 삼성은 새해 경영키워드를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으로 설정했다.지난해와 올해의 키워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였다.2년간의 노력끝에 일류 도약을 위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에서 새해 방향타를 ‘일류 구현’으로 삼은 것이다. 대한매일은 최근 주요 그룹과 업종별 대표기업 33곳을 대상으로 새해 경영키워드와 집중 투자분야를 조사했다.그 결과,절반 이상의 그룹과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과 내실 경영을 내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LG·현대車 ‘빅3' 글로벌 목표 올해 경기 침체로 부진을 보였던 중견 그룹들은 대부분 내실 경영을 새해의 화두로 내세웠다.어떠한 외부 경영환경에도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에서다.롯데와 금호,한솔,동양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삼성과 LG,현대자동차 등 ‘빅3’는 글로벌을 목표로 내걸었다.분식회계와 불법 정치자금으로 곤욕을 치렀던 SK는 큰 그림의 초점을 경영 정상화와 신성장사업 강화에 뒀다.포스코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윤리경영을 강조했다.이밖에도 혁신과 가치,도약,선택과 집중 등이 주요 기업의 경영키워드로 꼽혔다. ●“경기 어려워도 투자는 늘린다” 새해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그룹차원의 투자가 어느 해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계열사 경영진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연구개발 현황보고회에서 “LG의 미래는 연구개발에 달렸다.”면서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훌륭한 R&D(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한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LG는 새해 R&D와 시설투자에 8조원을 쏟아붓는다.집중 투자 분야는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LCD,2차전지,PVC 등이다. 삼성은 R&D 부문에 올해보다 18% 늘어난 4조 4000억원을 투자하고 시설투자도 올해보다 12% 늘어난 11조 1000억원을 투입한다.시설투자는 반도체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PDP에 집중된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년 투자비를 10%가량 늘릴 계획이다.글로벌 R&D네트워크 구축이 최대 목표다.포스코는 내년 중국 사업과 시설 보완에 2조 20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해외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이구택 회장이 최근 “중국 철강산업의 급성장에 대비해 제품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것이 새해 최대 과제”라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동부그룹은 올해의 2.5배인 8000억여원을 반도체·철강·화학 부문에 투자한다.코오롱은 유기EL(전계발광소자) 사업 확장 등에 3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유업계는 환경 규제에 따른 시설 보완을,유통업계는 할인점 매장 확대를 집중 투자 분야로 선정했다. 산업부 golders@
  • 15명쯤은 죽어도 눈 깜빡않는 ‘人災공화국’ “도시재난 섬뜩하게 담을 작정”/새 영화 구상하는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

    영화계에선 흔히 올해를 ‘봉준호의 해’라고 말한다.그런데 정작 그의 반응은 덤덤하다.“그저 두번째 장편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고 세번째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해”라고 차분하게 말한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때 봉준호(34)감독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가지.‘살인의 추억’으로 관객 520여만명을 동원하면서 10여개의 국내외 주요 영화제 상을 휩쓸었다는 점과,한국 영화계가 그의 독특한 영상언어에 거는 기대가 계속 높다는 점이다. 그는 여느 스타 못지않게 바쁘다.언론들의 세칭 ‘연말 정산’ 코너에 불려다니느라 스케줄이 빽빽하다.게다가 새 영화 시나리오와 내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선보일 ‘디지털 삼인삼색전’준비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에 이동 중 김밥으로 식사를 때우기 일쑤다. 그가 집행위원으로 있는 영화아카데미 20돌 기념 영화제 폐막식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선재아트센터 앞에서 그를 만났다.인터뷰는 ‘올해의 추억’보다는 ‘내년의 계획’에 무게를 두었다. ●2003년 이후 첫 화제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세번째 영화.“도시 재난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아직 구체적 그림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고교 2학년 때부터 찍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유달리 사회현실에 민감한 감독인지라 담을 메시지가 궁금하다.“대구 지하철 참사,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참사가 많은 ‘인재(人災)공화국’이어서인지 한국에선 15명 정도가 죽어도 눈하나 깜빡이지 않습니다.인명에 무감각한 세태를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서 우리 사회의 히스테리를 찍는거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그의 설명을 듣노라면 벌써 호기심이 커진다.이어 이야기는 디지털 영화로 옮겨갔다.그는 최근 아카데미 영화제 출품작을 비롯, ‘디지털 삼인삼색전’ 등 디지털영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한번도 디지털로 영화를 찍은 적이 없어 욕심만 갖고 있다가 ‘살인의 추억’을 끝낸 뒤 한영애의 뮤직비디오와 ‘이공’출품작을 디지털로 만들어 봤습니다.” 논리적이고 달변인 그의 말은 내년 4월 전주에서 상영할 ‘모자이크 다큐멘터리:인간 조혁래’로 달렸다.“지하주차장,결혼식장 등 어디에서건 우리 일상이 모두 찍히고 있지 않습니까?그런 형식으로 한 인간의 5년간 행적을 연출된 다큐형식으로 담습니다.이미지가 넘치는 시대에 ‘사실적 이미지‘가 무엇인지가 새해 제 화두입니다.물론 세번째 장편에서도 탐색할 예정입니다.” ‘살인의 추억’이 가져온 명성이 그 를 억누르지 않을까? 두번째 영화라는 점과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 무거움은 더할 성 싶다. “흥행을 의식하지 않고 장편 두편을 소신껏 만들었는데 결과는 ‘하늘과 땅’입니다.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지옥을 맛봤고 ‘살인의 추억’으로 천당을 다녀왔습니다.아무도 흥행을 점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 독창적으로 작품을 만들겠습니다.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습니다.” 잠깐 영화 밖으로 나와 ‘스크린 쿼터제’로 말줄기를 틀었더니 입장이 단호하다.“한국 영화에 특혜를 주자는 게 아니라 잘 하니까 계속 보호하자는 장치입니다.우리 나라에서 베스트10에 든다고 생각하는 좋은 제도인데 왜 없애려는지 모르겠습니다.”●2003년 한해 비록 덤덤하게 반응해도 올 한해는 그에게 남달랐을 것.다시 물으니 “그렇게 크게 뜰 줄 몰랐습니다.아마 사건의 실제성이 관객을 움직였나 봅니다.”라고 살짝 미소짓는다.그러나 여전히 차분하다.숱한 상 중에서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와 영화평론가협회가 주는 상이 제일 기뻤다고 한다. “영화제 시사회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제가 강조한 웃음과 긴장 포인트에 똑같이 공감하는 걸 보고 보편성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또 흥행작을 외면하는 비평가들이 제 손을 들어준 것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습니다.” ●2003년 이전 그는 볼거리가 빈약하던 중학생 때 TV드라마나 AFKN을 즐겨보다 영화광이 됐다.할리우드 대중스타들의 비키니 차림이 범람하던 ‘로드쇼’등 영화잡지 틈새에 숨어있던 값진 글들을 스크랩하면서 할리우드 키드의 꿈을 키웠다.연세대 사회학과에 들어간 뒤 전공보다는 영화 동아리 ‘노란 문’에서 열정을 쏟았다.졸업후 영화 아카데미 11기로 그 꿈에 한걸음 다가갔고 장편 두편을 통해 ‘대표감독’으로 성큼 자랐다. 그의 꿈은 진행형이다.더 완벽한 꿈은 영원한 현역.“제작이나 교수보다는 임권택 감독처럼 끝까지 현장에 남고 싶습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경제전문가들의 내년경제 화두/“투자·고용 두 토끼 잡아라 ”

    내년도 경제의 화두는 ‘투자와 고용’이다.국책 및 민간연구소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예상하는 전제조건도 투자활성화다.투자가 이뤄져야 고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최악이다.따라서 내년도 5%대 성장 전망은 다소 기술적인 반등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고용이 증대되는 것도 아니다.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해소는 또 다른 과제다. ●설비투자 올보다 10% 늘듯 정부는 공식적으로 내년도의 경제정책운용의 틀을 ‘투자활성화’로 잡고 있다.이 일환으로 삼성전자 및 쌍용자동차의 수도권 공장 문제를 연내에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기업들도 내년도 설비투자 계획을 51조 9000억원가량으로 잡고 있는 등 제조업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3조원에 이르는 적자재정 편성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경제성장률 제고에 따른 고용창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전망은 좋은데… 일각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5%가량 되고,설비투자도 9%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전망치에 대해 다소 엇갈린 반응이다.KDI 조동철 박사는 “내년도 경제전망이 올해보다 나을 것이란 전망은 올해가 최악이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내년에는 질적인 성장에서는 그리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내에서도 투자와 고용창출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정부 관계자는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지만,최근 기업활동이 비자금수사 등으로 극도로 위축돼 있는데다 정작 고용창출을 유인할 수 있는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활동도 금융·보험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을 제외한 전통적 서비스업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 유경준 박사는 “경제성장률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효과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경향”이라며 “경제성장률이 높거나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고용이 증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서비스업 활성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삼성경제연구소 이상우 연구원은 “청년실업률은 실망실업자 비정규직 취업자 등을 고려하면 10%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마당] 중국학 방향전환 할 때

    이미 문화비평은 중요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역사학자 헤이클렌 화이트는 그의 논문집을 내면서 ‘문화비평집’이라는 부제를 붙였다.자신의 집중 연구영역이 현대사상 방면임에도 불구하고 주된 의도를 역사·문학·철학과 인류학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문화 비평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철학자 리처드 로티 역시 적지 않은 저작들이 문화 비평서인데,그는 현재 문학 비평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작품들이 철학·신학·사회이론 등 제 방면을 포괄하고 있으므로 ‘문학’이라는 범주에 가두지 말고 ‘문학 비평’보다는 ‘문화 비평’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문화라는 화두가 인문과학의 비중 있는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가? 문학가·역사가·철학가 등 전공을 막론하고 문화라는 영역에 들어오는가? 우선 사상과 관점의 다원화를 들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중국학도 60,70년대까지 주로 사상·관념 위주의 연구였으나 80년대 이후부터는 사회사 취향의 문화 연구로 전환했다.미국의 이런 연구 방향은 유물사관에 의해 무장한 중국학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으나,우연인지 필연인지 90년대 이후 중국의 중국학은 문화사 연구열로 가득 차 21세기에도 사회사 연구와 더불어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부쩍 많아진 구미 유학파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데,보수적 학문 성향이 강한 타이완에서도 미국 유학 출신의 학자들이 서서히 포진하면서 중국학의 학제적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이러한 양상은 연구의 세계적 동시성을 획득하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인다. 중국학에 관한 연구가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학과를 초월하여 종합적인 연구를 지향해야 하며,보다 범주가 넓은 ‘사상 문화’ 연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안동의 선비문화에 감탄을 토해냈던 두웨이밍(杜維明) 교수는 그와 전공이 다른 장하오(張灝),피터 버거 등 학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인류학·사회학·역사·문학·철학 등 서로 다른 각도에서 중국의 전통 유학을 문화사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학과 개념으로 중국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사실상 사상사·철학사·문학사·문화사를 막론하고,중국학은 문(文)·사(史)·철(哲)이 융화되어 관통했지,결코 분업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천편일률적이고 세부적인 학과 구분에 치우쳐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국 관련 학과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한국에서의 중국학도 문화 방면을 중심으로 연구방향을 모색할 때다.왜냐하면 학문 영역의 지나친 세분화는 학과간의 소통과 대화의 필요성을 요구하게 되었고 같은 전공이라고 해도 대화가 불가능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모든 전공의 영역을 초월하여 소통과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는 게 바로 문화인 셈이다. 학과를 초월한 학제적 연구가 이미 일반화되고 심지어 도식화된 틀을 억압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중국 이해라는 확고한 목적을 갖고 이 새로운 종류의 연구를 수행시킬 수 있는 틀을 확립할 경우,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학문적 교류의 자유는 그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김 원 중 건양대 교수 중국학
  • 최인호가 말하는 ‘소설 儒林’/ “퇴계·조광조를 招魂하리”

    ‘유림(儒林)’에 대한 구상은 12,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나는 그 무렵 경허를 주인공으로 하는 ‘길 없는 길’이란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다.인도에서 출발한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해동(海東)인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꽃을 피운 사실을 소설로 쓰면서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는 불교뿐 아니라 또 하나의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2500여 년 전 중국에서 공자로부터 비롯된 유교(儒敎)였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피 속을 흐르는 또 하나의 원형질인 유교에 대한 소설을 쓰지 않고는 우리의 민족성을 파헤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10년 전 이미 두 차례나 공자의 고향인 취푸(曲阜)와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에 올라 사전답사를 하면서 구상을 하고 있었다.공자의 무덤을 둘러보면서 소설의 제목을 미리 정해두었는데,그것이 바로 ‘유림(儒林)’이었다. ●10년전 공자유적 답사… 구상 마쳐 보통 소설을 쓰다 보면 제목을 정하기가 가장 어렵고,소설을 다 쓴 후에도 제목을 못 정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보통인데,‘상도(商道)’ ‘유림(儒林)’과 같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을 미리 점지해 두는 것처럼 제목이 미리 떠올라 오랫동안 마음 속에 화두처럼 남아 있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인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써야지 하고 구상을 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막상 소설로 형상화되는 것은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맞닿아야 한다.마치 봄이 되어야만 꽃이 피고,가을이 되어야만 열매 맺듯 소설에도 제 나름대로의 때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상도’ 역시 십여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던 소재가 마침 연재 중에 IMF 사태가 터지고 역시 12,13년 전부터 구상해 두고 있던 유림이 2004년 오늘날에야 시작되는 것을 보면 해산의 진통을 거쳐야만 아이가 태어나듯 모든 것이 다 때가 있는 모양이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원효(元曉)를 탄생시킨 것처럼 유교 역시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퇴계(退溪)를 낳았다.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다면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되었던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원효와 이퇴계라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한 유례없는 정신적 문화국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이 현실은 어떠한가. ‘동방예의지국’이란 이름의 찬란한 정신적 유산은 무례와 부도덕으로 얼룩지고 개국 이래 이처럼 정치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전 세계에서 보기 드문 청렴하고,청빈하고,나라에 충성하고,꼿꼿한 자존심으로 무장하였던 ‘선비’사상을 낳은 국가의 이념은 부정부패한 관리들과 국민보다는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어두운 공복(公僕)들에 의해서 혼동과 무질서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위대한 국민에 바보 지도자라니 아아,이처럼 위대한 국민에 어째서 이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바보,바보,바보의 지도자들이 줄줄이 태어날 수 있단 말인가.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인격이 그 사람의 인간성(人間性)을 이룬다면 이러한 국격을 가진 국민들이 그 나라의 국민성(國民性)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격은 어떠하고 우리의 국민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계적 성리학자 이퇴계의 초상은 천 원짜리 화폐 속에서만 존재하고,이율곡의 초상 역시 오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는데,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자장면을 먹고 지불하는 화폐 속에 그려져 있는 그 인물이 누구며,어떤 사람인가를 알고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에 젖어 이퇴계의 사상보다는 이퇴계의 얼굴이 그려진 그 화폐만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광조(趙光祖).성종13년(1482년)에 태어나 중종14년(1519년),37세의 젊은 나이로 사약을 받고 죽은 정치개혁자.썩어 빠진 정치를 바로잡으려다 실패하였던 이상주의자,조광조 역시 유교의 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조광조 못다이룬 정치개혁의 꿈 담을것 그의 나이 33세 때 중종은 직접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에 나아가 다음과 같은 알성문과 시험문제를 냈다. “공자께서 ‘만약 내가 등용이 된다면 단 몇 개월이라도 가하지만 적어도 3년이면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성인이 어찌 헛된 말을 하셨으리오.그러니 그대들은이를 낱낱이 헤아려 말할 수 있겠는가….” 이에 조광조는 그 유명한 답안을 쓰기 시작한다.“하늘과 사람은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하늘이 사람에 대하여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임금과 백성 역시 그 근본됨이 하나입니다.그러므로 이상적인 임금들은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우리의 지도자들이 백성들에게 도리에 맞지 않은 일을 한 적이 없는가.아아,나는 작가로서 이 혼란한 시대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처럼 나약한 손을 들어 글을 써 헌정함이니.공자여,과연 그대가 이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다시 살 수 있다 하더라도 수년 안에 우리나라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조광조여,과연 그대가 오백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국민을 위한,국민의 정치를 펼칠 수 있겠는가. 내가 굳이 박수무당이 되어 공자의 혼을 불러들이고,이퇴계와 조광조를 초혼(招魂)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니.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나폴레옹에게 패망한 독일 국민들에게 ‘독일 국민들에게 고함’이란 글을 썼다.비탄에 빠져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불행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도 감히 내 사랑하는 조선민족들에게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글을 바치려 함이니.오마니,아부지,누이야,우리 이제 오마니 등에 업고,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검둥개 앞세우고 달 마중가자.그 효(孝)와 그 충(忠),그 예(禮),그 경(敬)으로 가득 찼던 숲으로 가자,유림의 숲으로 가자.
  • “요란한 다비식도 세상의 빚인것을…”길상사 회주 ‘마지막 법회’ 주관 법정 스님

    “묵은 틀에 얽매여 있으면 안됩니다.한 생각 일으키면 훌쩍 버리고 떠나는 것이 출가정신입니다.그 맛에 중노릇하는 겁니다.” 법정(法頂·71) 스님이 2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회주(會主·법회를 주관하는 승려)로서 마지막 정기법회를 주관하면서 이같이 소회를 밝히고 무소유의 삶으로 돌아갔다.올해로 10년째 이끌던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 자리도 지난달 말 내놓았다. 스님은 길상사 창건 6주년을 맞아 신도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념법회에서 최근 잇따라 열반에 든 스님들의 입적을 화두로 삼아 번다한 영결·다비식과 사리에 집착하는 풍토를 비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들려줬다. 그는 “사리를 남기면 큰 스님이고,사리 안 남기면 큰 스님이 못되는 것이 아니라,진짜 사리는 부처님이 45년간 중생을 제도한 대장경 법문”이라고 설파하면서, 죽을 때 무슨 말을 남길 것인지 정리해볼 것을 제안했다. “내일 죽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생각해 보세요.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에요.죽음이 받쳐주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것입니다.죽음이 싫으면 살 줄 알아야 해요.사는 목적,목표가 있어야 해요.” 아울러 스님은 “생사에 거리낌없는 경지를 생애 마지막에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임종게인데,지금은 임종게가 남용되고 있다.”면서 “한 스님이 임종게를 남겨달라.’는 제자들을 꾸짖으며 ‘내가 지금까지 해온 말이 곧 임종게’라고 했듯이,어떤 말을 남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았느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월간소식지 12월호의 ‘내 그림자에게’라는 글을 통해서도 “지금까지 많은 법회와 30권에 이르는 책에서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는데 정작 내 자신은 많은 말을 쏟았다.”고 반성하고 “앞으로 꼭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밝혔었다. 길상사에서 두달에 한번씩 열던 법회도 봄 가을 두 차례만 가질 예정이다.‘맑고 향기롭게’에 글을 쓰는 것은 그대로 유지한다.“나도 언젠가 죽을텐데 갑자기 사라지면 대중이 적응하기 힘들지요.천천히 사라지는 연습을 해야지요.” 스님은 “그동안 사람들이 ‘회주’라고 부르는 것이 마치 ‘회장님’처럼 들려 거북스러웠다.”면서 “지금 나이엔 화사한 봄꽃의 아름다움보다 늦가을에 피는 국화의 향기로움처럼 남고 싶다”고 말했다.스님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면서 “다비식을 요란하게 하는 것도 시줏돈으로 지는 빚”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호기자 kimus@
  • 이회창씨 검찰출두/대선자금 수사에 어떤 영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진출두가 노무현 캠프에 대한 검찰 수사에 끼칠 영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총재의 자진출두가 사법적 판단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이같은 시각을 엿보이듯,15일 “현 단계에서 (이 전 총재에 대한) 어떤 입장이나 결론을 갖고 있지 않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수사팀 역시 이 전 총재의 개입 여부에 대한 단서나 정황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한때 자진출두를 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의 경우 지난 98년 세풍사건 당시 기업인들에게 감사전화를 걸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한동안 곤욕을 치러,지난번 대선에서는 ‘돈’에 거리를 두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검찰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총재의 자진출두에 대해 “‘법률가 이회창’이 아닌 ‘정치인 이회창’으로서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전 총재의 자진출두는 검찰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이 전 총재는 당선이 유력시됐던 대통령 후보였고 현재도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출신이다.안 그래도 편파수사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빚어진 ‘사건’이어서 검찰의 행보가 더욱 신중해질 전망이다.이 전 총재는 자진출두 전 기자회견에서 “대리인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가 청산될 수 없다.”며 검찰의 수사방향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노무현 대통령도 조사하라는 촉구로 해석되는 언급이다. 이에 대해 심재륜 변호사는 “대통령 수사 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면서도 “이 전 총재의 언급은 일종의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석연 변호사는 “대통령도 자진해 조사받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면서 “진상규명 차원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사까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따라 향후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에 대한 단서가 포착될 경우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상 소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조사를 미루는 것은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또 단서를 밝히지 못한다면 수사 내용과 무관하게 부당한 수사,봐주기 수사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는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총재의 자진출두 이후 이미 밝혀낸 안희정씨의 11억 4000만원 수수 혐의,추적 중인 강금원·선봉술·최도술씨 불법모금 혐의에 대해 더욱 강하게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 NGO/연말연시 최대화두는 ‘정치개혁’

    ‘올 겨울은 정치개혁의 계절’ 정치권의 불법 대선자금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이번 연말연시가 정치개혁을 이룰 최고의 적기라며 잔뜩 벼르고 있다. 제17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과 정치개혁 욕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를 비롯,상당수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 요구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또 각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시민단체가 정치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내용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제 궤도를 잃은 채 정치활동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개혁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나 연구소들이 초래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치개혁 촉구에 박차 경실련과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등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국민행동(국민행동)’이 대표적 정치개혁 연대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3층 강당에서 ‘3당 정치개혁안의 문제점 및 올바른 정치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등 각 당 정치개혁안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열린우리당 등이 마련한 정치자금과 정당,선거제도 개혁의 문제점을 찾아내 비판하면서 실제 개혁가능 방안의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행동은 “각 당이 내놓은 정치개혁안은 개혁이라는 포장 속에 당리당략을 반영해 놓은 수준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투성이”라고 비판했다.국민행동은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기부자 공개 반대와 민주당의 여성전용선거구제,열린우리당의 중·대선거구제 주장에 대해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또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28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정치개혁연대)도 의욕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이들은 시민들이 국회의원 272명 전원을 ‘맨투맨’식으로 마크,이 단체가 요구하는 정치개혁 과제에 찬성하도록 유도해 주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이와 별도로 지난 11일 중구 태평로 2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층 교육관에서 ‘정치개혁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정치자금과 선거제도,정당제도 등의 당면한 정치개혁 과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궁극적인 개혁 방향과 각 당의 입장,현재의 입법과정에서 미진한 점 등을 되짚었다. ●정치개혁 요구 봇물 참여연대는 지난 10월부터 ‘정치개혁 토론마당’이라는 사이버 토론의 장을 마련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지난 두 달 동안 250여건의 글이 쏟아졌다. ‘씁쓸한 시민’이라는 네티즌은 “정치권이 불법 대선자금을 건네는 수법을 보고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도둑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비판했다.네티즌 ‘국민의힘’은 “이 나라 정치를 더 이상 부패한 정치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특별 국회의원’을 선출해 국회의원을 심판하자.”는 다소 감정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실련도 ‘17대 총선,시민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토론방을 만들어 네티즌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네티즌 시민단체인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도 정치개혁 게시판을따로 만들어 의견을 나누고 있다.네티즌 ‘chgyee135’는 “부정부패한 정치인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고 소신있고 청렴한 사람만이 국회에 갈 수 있도록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네티즌 ‘여왕벌’은 16대 국회의원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 현황을 올리기도 했다. ●과도한 정치개입 경계해야 시민단체들의 지나친 정치참여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면서 지난 2일 ‘1000인 선언 기획단’이 해산됐다. 기획단의 산파역을 맡았던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 이슈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서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운동에 집중하면서 총선 후보 평가와 지지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내년에 실시될 17대 총선은 시민단체의 판이 될 것 같다.”면서 “사회 전반에 청년실업,자살급증,가정파탄,자연재해 등 시민단체들이 주력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정치와 권력주변의 일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시민단체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조현석기자 hyun68@
  • NGO/ 인권사랑방 선정 올 10大 인권뉴스 ‘NEIS 반대투쟁’ 1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투쟁’이 올 한해 국내에서 발생한 인권관련 사건 중 1위를 장식했다. ‘인권하루소식’을 발행하는 대표적 인권운동 NGO인 인권운동사랑방은 15일 ‘인권운동가들이 뽑은 2003년 10대 인권뉴스’를 선정,발표했다. 설문조사에 참가한 인권운동가는 97명이었고 10대 뉴스 후보에 오른 주요 인권관련 사건은 모두 59건이었다.조사는 1인당 10건을 답하는 복수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1위에 오른 ‘NEIS 반대투쟁’은 설문참가자 중 85.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올 한해 뜨겁게 전개됐던 NEIS 반대투쟁은 우리 사회에 정보인권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대장정의 서곡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2위는 ‘이라크전 파병’(83.5%),3위는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80.4%)가 각각 차지했다.인권운동가들은 정부가 국익과 안보논리를 앞세우며 이라크전 파병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라크인과 한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파병결정에 경고장을 보냈다.또 90년 안면도,94년 굴업도에 이어 올해 부안에서 진행된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은 반핵운동의 절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송두율 교수의 37년만의 귀국’(78.4%)이 4위,두산중공업 배일호 ▲한진중공업 김주익씨 등 노동자들이 자결로 저항했던 ‘노동탄압 항거’(74.2%) ▲‘외국인근로자 강제추방’(55.7%) ▲‘농민 이경해씨의 자결’(48.5%) ▲‘국정원의 테러방지법 입법음모’ ▲‘카드빚 등 잇단 생계형 자살’(47.4%) ▲‘집시법 개악위기’(42.3%) 등이 뒤를 이었다. 노주석기자 joo@
  • ‘참사랑 운동’ 실천한 ‘보통사람’/13일 열반한 ‘우리시대 최고의 선승’ 서옹 스님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지낸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서옹(西翁·사진) 스님이 13일 오후10시10분 전남 장성 백양사 설선당에서 입적했다.세수 92세,법랍 72세. 서옹 스님은 이날 오후 백양사 주지 스님과 시자들을 주석하고 있던 설선당으로 불러 후학들의 정진을 독려하는 법담을 나눈 뒤 열반송과 임종게를 남기고 좌탈입망(앉은 채로 열반)했다. 스님은 동국대 선학원장을 비롯해 도봉산 무문관,대구 동화사,문경 봉암사,장성 백양사 조실을 역임했으며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조계종 제5대 종정을 지냈다.영결식과 다비식은 19일 오전 11시 백양사에서 조계종단장으로 봉행될 예정이다. 스님은 중국 선불교의 대가인 임제 선사의 정맥을 이어 ‘우리시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통하는 선승이었다.특히 상하 귀천이나 성인·범부를 초월해 본래의 선한 면목에 투철한 사람으로 거듭 나자는 ‘참사람 운동’을 주창해 실천한 ‘보통사람’이기도 하다. 1912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스님은 양정고보에 재학중 무교회주의자였던 김교신 선생의 영향을 받아 ‘간디 자서전’을 읽다가 불교에 입문했다.이후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거쳐 1932년 백양사에서 만암(曼菴·1876∼1957) 스님을 은사로 출가,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 스님의 지도를 받은 뒤 일본 교토의 인제대에 유학했고 이후 해인사 동화사 파계사 봉암사 등 여러 선방에서 정진을 거듭했다.체계적인 근대식 교육을 받았던 스님은 검증되지 않은 여러 수행법에 대해 우려,무엇보다 사람들이 참선을 근본으로 서로 자비심을 갖고 사리사욕 없이 참사람으로 살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인간의 참모습을 깨달아야 한다고 늘상 강조했다.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조사선’을 강조하면서도 “깨달음은 한 번의 견성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화두참구를 통해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라며 수좌들에게 쉼없는 정진을 다그쳤다. 특히 “참선이야말로 인생문제가 다 해결되는 인간의 참모습인 만큼 공부하는 수좌들은 참선을 하면서 자기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중생까지 제도한다는 큰 원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이같은 신념에 따라 지난 98년부터는 백양사 고불총림에서 지위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승속(僧俗)이 한데 모여 서로의 경지를 묻고 답하는 무차선회(無遮禪會)를 2년마다 열어 왔다. 중생들로 하여금 불교에 대한 바른 믿음과 신심을 갖도록 하는데 힘썼던 스님은 ‘선과 현대문명’‘절대 현재의 참사람’‘임제록연의’‘참사람 결사문’‘사람’ 등의 저서를 남겼다. 김성호기자 kimus@ ●열반송 전문 雲門日永無人至/白巖山頂雪紛紛/一飛白鶴千年寂/細細松風送紫霞(운문에 해는 긴데 이르는 사람 없고/백암산정에 눈이 분분하네/한번 백학이 날으니 천년동안 고요하고/솔솔 부는 솔바람 붉은 노을을 보낸다.)
  • 사진집 ‘작은 평화’낸 가수 한대수 씨/나는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히피’

    ▲1948년 부산 출생 ▲66년 미국 뉴햄프셔대 수의학과 입학,중도 포기 ▲68년 뉴욕 사진학교 졸업후 귀국,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활동 시작 ▲70년 국전 사진부문 입선 ▲74년 군제대 후 첫 앨범 ‘멀고 먼 길’ 발표 ▲75년 2집 ‘고무신’ 발표,‘체제전복 음악’이라는 이유로 모두 금지곡 처분 받음 ▲77년 미국으로 이주,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중 한대수는 히피다.일부일처제를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쇠우리’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자.그에게 예수는 2000년 전 팔레스타인에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심은 ‘원조히피’요,자신은 “80년 존 레넌이 뉴욕에서 총맞아 죽은 뒤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히피”다. 한대수는 미니멀리스트다.혼자서 먹고 누울 작은 방 한 칸이면 대저택이 안 부럽다.삼촌이 빌려준 서울 연희동의 8평짜리 오피스텔에는 1인용 매트리스와 기타 2대,낡은 괘종시계,CNN뉴스가 나오는 액정 모니터가 전부다. 한대수는 반자본주의자다.그에게 자본주의란 ‘탐욕’과 ‘이기심’으로 움직이는 반인간적 시스템일 뿐이다.무엇보다“50세 이상을 쓰레기로 만드는 반(反)노인적 체제란 점에서” 그는 21세기의 ‘월스트리트’ 자본주의를 증오한다. ●혼자 누울 방 하나면 기쁜 미니멀리스트 연희동의 오피스텔을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배꼽을 드러낸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상반신 포스터였다. “여러 여자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솔직히 브리트니처럼 ‘동’하는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어요.무엇보다 저 배꼽이 인상적이었지요.물론 우리나라 이효리도 배꼽의 ‘도발성’에선 브리트니 못지 않지요.” 맞은 편 벽에 걸려 있는 또 하나의 여자 그림.지하도에서 20만원 주고 샀다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였다.‘마지막 히피’다운 인테리어 컨셉트였다.그의 히피적 기질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스무살 나이에 세상이 못마땅하고 사는 것이 화가 나 ‘물 좀 달라.’며 고함을 내질렀다.군인들은 ‘물 좀 주소’란 그의 노래가 정보기관의 ‘물고문’을 비꼬았다며 마이크를 뺏었다. 하지만 가수가 아닌 사진가 한대수의 이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그는 뉴욕사진학교를 졸업하고 당당히 대한민국 국전 사진부문에 입선한 ‘제도권’작가다.고통이 애인이고 고독이 정부(情婦)이던 시절,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맨해튼 거리를 헤맸다.이런 그가 35년 작가 인생을 결산하는 사진전을 지난달 서울 서교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었다.그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충격에 무감각한 ‘언쇼커블’세대 “원래 영화를 잘 안 보는 편입니다.그런데 주변에서 영화가 좋다고 성화길래 영화관에 갔어요.박 감독하고는 ‘공동경비구역’에 내 노래를 삽입한 인연으로 술도 가끔 마시는 사이지요.그런데 도저히 눈을 뜨고 못 보겠더라고요.그날 밤 무서워서 잠도 못잤어요.그런 걸 ‘엽기’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리들리 스콧 감독의 ‘한니발’을 볼 때하고 비슷했습니다.” 의외였다.1960년대 ‘반문화’의 메카 뉴욕에서 20대를 보낸 사람이라기엔 너무 여리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는 요즘 세대를 “웬만한 충격에는 좀체 반응하지 않는 ‘언쇼커블(unshockable)’세대”라고 규정했다.음악이든,영화든 자꾸 강한 충격을 주려고만 하니까 대중들의 무감각이 심해진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사회가 너무 선해서 ‘에브리보디 해피’하면 엽기도 하나의 오락거리가 될 수 있어요.하지만 어디 그렇습니까.매일 폭탄이 터지고 하루에도 수백명이 굶어죽어 갑니다.이런 때일수록 예술은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하고 인간과 자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합니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못마땅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난달 그가 펴낸 사진집의 제목도 ‘작은 평화’다.1967년부터 뉴욕과 로마,런던,모스크바,울란바토르 등 전 세계 12개의 도시를 돌며 찍은 80여개의 장면들을 크고 작은 프레임에 담았다.모델들은 뒷골목의 악사부터 지하도 노숙자,몽골 유목민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정착하지 못한’ 유랑민들이다.사진에는 제목도,설명도 없다. “어디에서 누구를 찍은 사진인지는 중요치 않아요.전세계의 인간들이 처한 보편적 상황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그것은 고통과 소외입니다.뉴욕이나 서울이나 울란바토르나 약자들은 주리고 소외되고 억압받고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 50살이 넘는 사람들을 ‘퇴물’로 전락시키는 글로벌 자본주의를 강하게 비난했다.교육받지 못하고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도 지금쯤 서울역 어딘가에 사과박스를 깔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 97년 펴낸 자서전에서 “우리에게도 히피문화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좀더 개방적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적었다.그는 히피를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도덕에,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맹목에,일부일처제라는 반(反)생물학적 관습에. “뉴욕은 이혼율이 50%가 넘고 우리나라도 세쌍중 한쌍이 이혼합니다.만약 이혼율이 80%에 육박한다면 결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낳아 함께 키우고,자연스럽게 헤어지고….이게 인간 본성에 가까운 것 아닌가요?” ●한대수는 휴머니스트다 그는 히피정신의 핵심을 ‘동의하지 않음을 동의하라.’는 말로 요약한다.그가 볼 때 살육과 전쟁은 ‘다름’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독선과 아집’에서 시작된다.이라크 전쟁도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지금 심각한 ‘오만병’에 걸려 있습니다.테러를 빌미로 오리엔트의 중심지 바그다드를 무력으로 정복했지만 보복의 악순환은 3대를 갑니다.미국은 당장 침략행위를 멈춰야 합니다.” 한대수는 어떻든 휴머니스트다.그가 음악과 사진을 업으로 삼은 것도,미니멀리스트적 삶에 집착하는 ‘마지막 히피’로 체제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고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에 대한 지독한 애정 때문이다.도대체 인간은 왜 고통당하는가.그것은 ‘행복의 나라’를 만든 열여섯살 시절부터 9장의 자작앨범을 발표한 지금까지 그가 줄곧 매달려온 ‘화두’다.그는 오늘도 기타와 카메라를 앞에 두고 일생을 매달려온 ‘인간이라는 화두’에 정직하게 대면하고자 노력한다. 글 이세영기자 sylee@ 사진 강성남기자 snk@
  • 여성을 옥죄는 매듭풀기/이경자 장편 ‘그 매듭은‘

    여성주의를 화두로 꾸준히 작품을 써온 중견작가 이경자(55)의 문제 의식은 여전하다.최근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장편 ‘그 매듭은 누가 풀까’는 여성의 눌림을 안고 가려는 작가의 시선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세밀해지고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성공한 무용가에다 대학교수인 주인공 손하영의 일상적 삶에서 여성이 지닌 여러 겹의 억눌림을 발견한다.일에 몰두하면서 아내와 엄마역을 동시에 수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야기한다.“엄마는 자기만을 위해서 살아”(202쪽)라는 딸의 투정이나 “자기 자신에 사로잡혀서 자식과 남편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모른다.”는 남편의 말은 하영을 묶고 있는 겹겹의 매듭이다. 손하영은 일차적 인간관계에서 겪는 황량함을 메워보려 일과 다른 남자와의 사랑에 눈을 돌리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본질적 해답을 구하기위해 몸부림치던 그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은 무대에 올리려고 분석하던 무가(巫歌) ‘청천각시’.첫날밤도 보내지 못하고 떠난 신랑을 찾아가는 청천각시가 겪는 엄청난 고통을 작품으로 옮기다가 그 속에 담긴 모든 여성의 삶을 짓누르는 억압 구조를 발견한다. 무용을 통해 자신을 옥죄는 운명과 그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는 하영은 공연에서 보편적 모성성을 찾는다.아울러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에 그런 심리적 눌림을 낳은 강요한 제도적 편견과 그에 길러지느라 여성 내부에서 독충처럼 자라는 ‘노예 근성’ 등을 은근한 목소리로 꼬집고 있다. 작가는 여성을 친친 감고 있는 이중삼중의 매듭을 풀 사람은 결국 여성 자신임을 은연중에 이야기한다.그러면서도 하영과 아이들을 화해시키고 이혼을 요구한 남편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모성성의 넉넉함을 함께 그리고 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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