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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에선 콩가루…영화는 화목한 가족

    TV에선 콩가루…영화는 화목한 가족

    ‘TV에서 찢어진 가족들,영화에서 뭉쳤다?’ 요즘 TV드라마에는 ‘콩가루 가족’만 득실득실하다.이혼·불륜·동거를 넘어서 이복 형제간의 삼각사랑 싸움,남매간의 사랑 등 가족 관계를 반인륜적으로 굴절시킨다.주인공을 고아나 입양아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반면 스크린에는 ‘가족의 사랑을 되찾자.’며 가족화합의 메시지로 회귀하고 있다.형제,부자,모자 할 것 없이 눈물로 진한 가족애를 호소하고 있는 것. ●브라운관은 가족해체 바람 지난 1일 첫 전파를 탄 MBC 수목드라마 ‘아일랜드’의 여주인공은 입양아 출신.입양부모마저 모두 살해당하고 외톨이가 된 뒤 고국으로 돌아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친오빠다.SBS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자 입양아 출신인 여주인공은,계약결혼을 한 뒤 시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반인륜적인 가정사를 보여준다.MBC 일일드라마 ‘왕꽃선녀님’은 입양 자체를 비하시키면서 입양가족 단체로부터 방송중단 요구를 받기도 했다. MBC ‘황태자의 첫사랑’에서는 형제가,얼마전 종영한 SBS ‘파리의 연인’에서는 삼촌과 조카가(더 황당한 것은 나중에 알고보니 아버지가 다른 동복 형제란다.)가 한 여자를 놓고 사랑 대결을 펼친다. 오는 13일 첫 방송되는 MBC 일일극 ‘빙점’은 여주인공이 남편의 무관심속에 외도를 하게 되고,결국 딸이 유괴를 당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다. ●스크린은 가족화합 바람 미혼모를 떳떳하게 내세운 ‘싱글즈’,조각난 가족의 초상화 ‘바람난 가족’등 영화 역시 지난해에는 ‘가족해체’가 화두였다.하지만 올해는 가족애를 강조하는 영화로 급선회하고 있다. 포문을 연 영화는 전쟁 속에서 피어난 형제애를 그린 ‘태극기 휘날리며’.뒤이어 ‘효자동 이발사’는 시대상 속에 부성애를 녹여냈고,‘인어공주’에서는 딸이 어머니의 과거를 목격하면서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렸다.3일 개봉하는 ‘가족’은 반항아 딸이 무뚝뚝한 아버지와 화해하는 내용이고,‘돈텔파파’역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둥 줄기로 삼았다. 개봉을 앞둔 영화도 여럿 있다.새달초 개봉하는 원빈·신하균 주연의 ‘우리형’은 모범생 형과 말썽꾼 동생이 결국은 뜨거운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이달 크랭크인하는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은 자폐증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해내는 휴먼드라마로,김미숙이 연기할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이 중심을 이룬다.11월 개봉 예정인 고두심 주연의 ‘먼길’역시 어지럼증으로 차를 못 타는 어머니가 막내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걸어간다는 내용.현재 촬영중인 문소리 주연의 ‘사과’에서도 아버지는 사랑을 잃고 상심한 딸을 위로하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그려진다. ●진부한 포맷vs사회상 반영 전문가들은 영화가 가족애를 강조하는 것은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가족 이데올로기에 호소하는 것은 복고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렛대가 없는 사회가 원형적인 형태의 가족 팬터지에 기대는 심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반면 TV드라마는 시청률·제작비 등 제작 여건상 기존의 성공한 드라마 포맷을 따라가는 경향이 짙다. 문화평론가 변희재씨는 “경제난과 맞물려 사회의 키워드는 ‘탈 개인화’,즉 가족으로 회귀하고 있다.”면서 “여러 작가들이 모여 기획하고 수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영화와 달리,작가 한두명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드라마는 시대에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소연 이영표기자 purple@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22) 기술대국 지향

    [차이나 리포트 2004] (22) 기술대국 지향

    중국이 이른바 ‘시장을 기술과 바꾸는 전략’(市場換技術)에 따라 중국에 진출하는 세계적 기업들에 첨단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다국적 기업들도 중국시장을 확실하게 공략하기 위해 핵심기술을 제외한 첨단기술도 과감하게 이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을 둘러싼 다국적 기업들간의 치열한 경쟁도 오히려 중국의 기술력을 제고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정보기술(IT)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7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내 연구개발 거점으로 기술을 이전한 모(母)기업의 기술은 중국 내 전무한 기술이 76%,중국 내 선진기술이 24%를 기록하고 있다.아직도 중·저급 기술 위주로 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기업 中에 R&D 거점구축 붐 일본과 구미 국가의 대(對)중국 투자 패턴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일본은 1972년 수교 이후 점진적 투자 증가를 보이다가 90년대 초부터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그러나 지난 96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한다.일본 전자업체들이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투자 여력이 줄어든 데다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이 시기 구미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지속되었다.그 결과 이동통신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었다.2000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대 중국 투자는 새로운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중국 시장 내에서의 구미 기업들의 영향력 증대와 중국 현지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에 위기를 느낀 일본 기업들은 지나치게 신중했었다는 뒤늦은 후회와 비싼 ‘등록금’을 복구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 중국 공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핵심기술 유출에 민감해 첨단제품 개발이나 연구개발을 주로 국내에서 수행했던 자세에서 탈피,과감한 중국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다.일본에 있던 TV 생산라인을 모두 중국으로 옮겼던 도시바(東芝)는 디지털 방송 수신기를 내장한 디지털 TV를 다롄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소니는 장쑤성에 개인용 노트북 PC공장을 설립,생산에 들어갔다.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노트북 PC시장에 현지 생산,현지 판매의 형태로 직접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첨단 생산제조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일본이 중국 현지 연구개발(R&D)거점 구축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마쓰시타는 2001년 2월,중관춘(中關村)에 연구개발 회사를 설립했다.이 연구개발 회사는 차세대 이동통신,디지털TV 관련 소프트웨어,CRT 기초기술,중국어 음성 식별 및 합성 등 4개 부문의 연구를 담당한다.마쓰시타는 출범 당시 50명 정도였던 연구인력을 2005년까지 1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530억弗 유치 ‘세계1위’ 이러한 연구개발 거점 구축은 일본보다 미국,유럽의 다국적 기업들이 더 적극적이다.이미 90년대 중반부터 베이징,상하이를 중심으로 R&D 관련 조직을 설립하기 시작했으며,2000년대 들어 그 수는 급증하고 있다.결국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 단계부터의 중국 현지화가 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에 의하면 중국이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즉 중국이 530억달러를 유치,400억달러에 그친 미국을 제쳤는데 중국의 높은 FDI 유치 실적은 고속 성장,인구 면에서 세계 최대 시장 그리고 저렴한 생산 원가 등이 감안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즉 FDI를 통한 첨단기술 및 경영 노하우의 이전이 중국 경쟁력의 실체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특히 통신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해외합작을 통한 기술이전 및 이전 기술을 바탕으로 한 중국 현지 기업들의 추격은 눈부시다.중싱(中興·ZTE)의 3세대 모바일 솔루션과 동영상 휴대전화 기술인 CDMA2000-lx EV-DO,광대역 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장비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수준이 아니다.실제로 인도 CDMA WLL(무선가입자망)장비(35만회선 규모) 입찰에서 국내 업체들로 하여금 고배를 들게 하기도 하였다. ●지방정부 세계 500대기업 유치 가속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대응도 적극적이다.지난 2002년 4월 중국은 ‘외상투자산업지도목록’을 발표하면서 기술 없이 돈만 들여오는 해외투자는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주목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중앙정부의 제도적 규정보다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첨단기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들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베이징 중관춘 과기원구에 거대 외국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중관춘 과기원구관리위원회는 세계 500대 기업들의 유치를 가속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투자유치를 위한 필수조건 등을 검토하는 한편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당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베이징 홍성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베이징 소장 sbhong@stepi.re.kr ■ [기고] “중국은 선진기술 블랙홀” 상대적으로 우월한 투자환경과 저렴한 노동력은 갈수록 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중국으로 흡수하고 있다.중국은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집중된 세계 제조센터가 된 것이다.이는 중국의 개혁·개방이란 기본 국가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제조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1인당 평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25분의1,독일의 20분의1에 불과하다.설비투자의 60% 이상이 수입에 의한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장경제체제 개혁은 많은 중국 기업들의 독자 연구개발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특히 다국적기업이 주도하는 세계 분업화는 중국을 저(低)기술 산업 분업구조의 함정에 빠뜨릴 위험이 적지 않다. 다국적 기업의 중국 수출산업은 자신들의 세계 분업 전략에 따른 것으로 중국의 지위는 저기술·노동밀집형 산업의 생산기지에 불과한 것이다.이는 중국 기업들이 첨단 기술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 구조도 노동 밀집형 산업에 집중,기술진보를 가로막고 있다.이 때문에 중국은 ‘굴뚝’에서 첨단 기술국으로 가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 과학기술 발전 계획은 ▲비교우위 자원의 집중강화 및 첨단기술 산업의 자주창조 능력 제고 ▲과학기술과 금융 결합 강화를 통한 첨단기술 산업의 투자환경 제고 ▲첨단기술 산업의 서비스 시스템 강화 ▲경제체제 개혁을 통한 첨단기술 발전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기업은 기술 진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제한을 받고 있다.중국 기업이 연구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기업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가에 비하여 아주 낮다. 중국 기업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제도 자체에 있다. 중국은 현대기업 제도를 완성하지 못했으며 상응한 법률·법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기업의 연구 개발은 고위험 투자이다.하지만 현재 중국의 상황은 기업 관리층들이 단기 이익을 중시하고 기업의 미래 발전을 좌우하는 연구개발 활동에 열정을 갖지 못한 상태다.법률·법규 시스템도 합리적인 질서가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 규모도 아주 한정되어 있다. 개혁은 계획경제로부터 시장경제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하여 경제 자원 배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개방은 중국경제가 세계를 향해 문을 열어 비교우위를 충분히 이용,더욱 효과적으로 중국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의 거시경제 관리층은 기술진보가 중국 경제의 추진력이 되는 것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전국 범위 내에서 ‘고신기술(첨단기술) 개발구’를 통해 기술산업 발전을 격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개방 정책이 향후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고신기술 산업이 직면한 외부 경제환경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갈수록 많은 기업이 기술과 연구·발명을 중시할 것이다.중국은 저기술의 세계 제조업에서 첨단기술 대국으로 변화할 것이다. 장빈(張斌) 사회과학원 세계경제 정치연구소 연구원
  • 고지도 150여점 박물관 기증 서정철·김인환 교수

    고지도 150여점 박물관 기증 서정철·김인환 교수

    “어느 날 많이 모이다 보니 개인이 아닌 공공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중국·일본과의 역사왜곡 문제 등도 있고 해서 기증 결심을 했지요.” 한·중·일 역사왜곡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보기 드믄 서양의 고지도 150여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선뜻 내놓아 화제가 된 서정철(67·한국외국어대 불문학)·김인환(66·여·이화여대 불문학) 명예교수 부부. 이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 각국의 구석구석을 직접 뒤지며 한국 관련 고지도만을 수집해왔다.특히 고지도들은 16∼18세기 한·중국간 국경,독도와 동해 등이 명확히 표기돼 있어 역사적 사료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따라서 앞으로 한·중·일간의 영토분쟁 등을 해결할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기관이나 단체가 아닌,또 역사학자가 아닌 교수부부가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판 결과여서 더욱 값지게 받아들여진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만난 서 교수는 “150여점 가운데 박물관측이 엄선한 80여점이 이번에 전시된다.”면서 “역사왜곡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문제를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됐으면 좋겠다.”고 의미부여를 했다. 서 교수는 1966년 베르사유 궁전의 루이14세 코너에 들렀다가 ‘지구의’에 새겨진 ‘동해(Oriental Sea)’라는 글자를 문득 발견했다.당시에도 일본은 ‘동해’가 아닌 ‘일본해’를 주장하고 있었다.때문에 그는 국내 역사학자들한테 연구가치의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반응이 시원찮았다.그러던 71년 어느 날 사석에서 신문기자인 친구한테 ‘지구의’ 얘기를 꺼냈다.그의 얘기는 이튿날 곧바로 기사화됐다.그러자 다른 신문사에서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그는 다시 프랑스로 가 ‘지구의’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궁전측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한 서 교수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영국·네덜란드 등 유럽 각지의 고지도상이나 고화서(古書) 경매장 등을 찾아다니며 ‘동해’로 표기된 고지도를 뒤지기 시작했다.때마침 불문학을 전공한 부인 김 교수까지 가세했다.둘은 프랑스의 소르본대학과 파리4대학에서 각각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터여서 희귀한 고지도를 모으는데 큰 도움이 됐다.결국 이들의 고지도 수집은 오기에서 취미로,또 학자적·민족적 사명감으로 발전했다.김 교수는 “남편 부탁으로 250만원을 주고 영국에서 고지도를 사오던 중 버스에 놓고 내려 그걸 찾느라 유럽 일대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던 일도 있었다.”며 웃었다. “청나라의 강희제는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들에게 대포와 지도제작을 주문합니다.이때 중국 전역의 지도가 완성되는데 한·중국간 국경이 지금의 압록강이 아닌 만주지역으로 더 올라가 있습니다.” 이같은 경계는 1737년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제작된 최초의 ‘조선왕국전도’에 잘 나타나 있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또한 18세기 초 프랑스인 샤틀랭과 1780년 영국인 보웬이 제작한 지도에도 ‘동해’로 선명하게 표기됐다고 부연했다.전시는 다음달 1일부터 연말까지. 김문기자 km@seoul.co.kr
  • 적막 뚫고나와 꿈틀거리는 線

    ‘적막에서 변화로’.중견 작가 오수환(58·서울여대 교수) 화백이 새로운 변신을 꿈꾼다.지난 10여년간 그의 작품세계를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단연 ‘적막’이었다.그러나 이제 그의 그림은 예의 ‘화석’ 같은 적막을 걷어내고 한층 생기있는 그림으로 거듭나고 있다.적막 속의 유희적인 움직임,그 즐거운 선의 리듬이 더없이 경쾌하다.작가는 “나는 선을 놓아버렸다.”고 말한다.그런 만큼 이번에 선보이는 ‘변화’ 시리즈에서 선은 스스로 생명을 얻어 더욱 살아 꿈틀거린다. 9월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오수환­변화’전은 작가의 끝없는 창작열을 보여주는 실험정신의 한마당이다. 작가의 새로운 화두인 ‘변화’란 무엇일까.기존의 ‘적막’ 시리즈가 홀로 구도의 길을 걷는 고요한 영혼의 세계를 다뤘다면,‘변화’ 시리즈는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용솟음치는 우주의 기운을 이끌어낸다.작가는 기운 생동하는 우주의 힘을 일필휘지의 선으로 한달음에 풀어낸다.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즉흥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선사가 던지는 말 한 마디가 사실은 오랜 수행의 결정체이듯, 그의 그림은 무수한 드로잉을 통한 숙성의 산물이다.실제로 그는 매일 수십장의 스케치와 드로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조그만 스케치북에서 길이가 9m에 이르는 두루마리 종이에 이르기까지 그의 밑그림 작업은 누구보다 치열하다. 오수환의 그림은 한지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먹이 아니라 유화 물감으로 그린 서양화지만 검은 선의 흔적들은 마치 서예 작품을 보는 듯하다.그에게 “서양화를 가장 동양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가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작가 또한 “서양의 그림은 근본적으로 구조적이고 이성적인 데서 벗어날 수 없다.나는 서양의 분석적인 그림보다 동양의 감각적인 그림에 끌린다.”는 말로 동양화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오수환은 추상작가로만 알려져 있다.그러나 그에게도 월남전 참전 직후 5년 정도 구상작가 시절이 있었다.월남전의 경험은 작가에게 구상회화와 정치참여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게 했다.하지만 그는 이데올로기는 결국 ‘독’임을 발견한다.예술은 무목적의 작업이며,진정한 그림은 영혼을 위한 것임을 굳게 믿는 그는 이내 추상세계에 몰입하게 된다.특별한 형상 없이 선의 흔적들만 뚜렷한 오수환의 그림은 얼핏 보면 ‘막그림’ 같기도 하다.하지만 거기에는 작가만의 정교한 구성 감각이 깃들여 있다.중국 청나라 초기의 화승(僧) 석도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는 법이 없다.그러나 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법이 없음을 법으로 삼는 것이 으뜸가는 법이다.”라고 했다.오수환의 그림은 이미 그런 묘법의 경지에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이번 전시에서는 변화를 주제로 한 근작 100여점이 선보인다.(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네덜란드式 노사협약’ 정치권 화두로

    열린우리당이 ‘경제 살리기’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강하게 주문했다.한나라당에서도 최근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노사정 간의 활발한 논의가 예상된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23일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노사정 대타협이 절실하다.”면서 “야당에서도 사회협약 얘기가 나오는 만큼 이에 적극 화답해 노사정간 대화의 자리가 만들어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채정 국회 통일외교통일위원장도 “당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다.”면서 “핵심은 노사관계로,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사 안정을 이루지 않고는 경제 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노사정 대타협의 모델은 ‘네덜란드식 사회협약’이다.그러나 실제 내용,즉 각론에 있어서는 여야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80년대 초 네덜란드가 엄청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다시 일어섰다.”며 네덜란드 방식의 사회협약 체결을 언급했다.“노동조건과 임금 부문에서 노조가 양보하고,대신 사용자는 그 잉여재원을 비정규직이나 고용 확대에 쓰고,정부는 세금을 깎아 사용자와 노동자를 돕는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는 대신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토록 한 점도 네덜란드 방식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부영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노조의 양보를 많이 얻어내려고 네덜란드식을 얘기한 모양인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는 없고,네덜란드 방식 외에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 등을 참조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네덜란드식보다는 노조측의 입장을 좀더 반영하는 협약을 구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임 위원장도 “네덜란드식의 핵심은 노조측이 임금투쟁에서,사측이 비정규직 부분에서 양보하는 것인데,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길을 찾으면 될 것”이라며 “당이 노사정 대타협에 나서 경제회생 심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儒林(16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6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이렇듯 노자와 공자는 중국의 사상을 양분하는 양대 산맥이었으면서도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공자를 중심으로 하는 유가사상이 현실적이라면,노자의 도가사상은 초현실적이다.공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를 인(仁),의(義),예(禮),지(智)와 같은 훌륭한 덕과 올바른 예의제도로써 다스려 보려고 애를 쓰는 데 비하여 노자는 어차피 사람은 그 어떤 제도로 교화되거나 변화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현실 차원을 넘어선 도(道)라는 절대적인 원리를 추구하면서 현실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불완전한 자기의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릇된 자기 중심의 이기주의적인 판단 아래 행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하였다.곧 노자의 사상은 사람의 이성적 한계에 대한 각성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올바르다,훌륭하다고 믿는 것은 모두 절대적으로 올바르거나 훌륭한 것이 못 된다.올바른 것은 그릇된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하고,훌륭한 것은 나쁜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사람들의 모든 가치,즉 높다,낮다,길다,짧다,아름답다,추하다,행복하다,불행하다는 모든 판단이 그러한 것이다.그런데도 사람들은 이러한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불행에 빠지게 되고,사회적으로는 혼란과 분쟁이 일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자는 절대적인 원리로서의 도의 추구,인간 이성의 한계성에 따른 각성에서부터 이른바 무(無)의 사상과 자연의 사상을 발전시킨다.‘무’란 도의 본원적 상태이며,그것을 다시 인간에의 성품에 있어 무위(無爲),무지(無知),무욕(無慾),무아(無我) 등의 개념으로 발전시킨다.결국 노자는 사람들의 인위적이고 의식적인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이 인위적이고,의식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상태가 곧 ‘자연’인 것이다.‘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이며,‘저절로 그러한 것’을 의미한다.이것은 사람들을 불행케 하는 모든 가치판단이나 사회적인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상태를 뜻한다.그것은 자연의 한 구성 요소로서 인간 본연의 회복이며,인간이 타고난 모든 구속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곧 절대적인 자유의 추구인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유가사상은 필연적으로 사회 참여를 통하여 지상에서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군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초현실적인 도가사상은 필연적으로 자연 상태 속의 은둔생활을 통하여 신선이 되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므로 유가사상은 도가사상을 ‘현실도피’라고 비난하고 있으며,도가사상은 유가사상을 ‘지나친 세속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공자는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 주나라 초기의 봉건제도를 부활시키려고 애썼으나 노자는 그 시대의 혼란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제정한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주나라 초기의 봉건제도는 물론 모든 인위적인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유가와 도가사상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에서는 노자의 학문을 하는 자는 유학을 배척한다.유학자들 역시 노자를 이런 식으로 배척한다.‘길이 같지 않으면 서로 일을 꾀할 수 없다.’” 사마천의 기록처럼 공자의 유가와 노자의 도가는 두 갈래의 ‘같지 않은 길’인 것이다. ‘노자의 학문을 하는 자는 유학을 배척 한다.’라는 사마천의 기록 역시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이다. 훗날 공자가 초나라의 작은 속국 중의 하나였던 섭(葉)을 방문했을 때 길가에서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이란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는데,논어에 기록된 이 장면을 통해 당시 공자가 노자의 도가사상을 따르던 사람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를 미뤄 짐작케 하고 있다.
  • 여권 리딩그룹 바뀌나…재야출신 관심 집중

    여권 리딩그룹 바뀌나…재야출신 관심 집중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의 당권 장악 이후 이해찬 총리와 김근태 장관이 중심이 된 ‘재야그룹’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신·정’으로 불리는 당권파의 공백을 ‘이·김·이’라는 비당권파가 메워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분담론으로 ‘실세 총리’로 이미 자리매김됐고,이 의장은 과반 의석의 집권 여당을 이끄는 수장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1970,80년대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결집한 ‘국민정치연구회’의 발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최근 장영달 의원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며 조직 재정비에 들어간 국민정치연구회는 신기남 전 의장의 사퇴 과정에서 ‘이부영 승계’를 주장,관철시키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김근태(GT) 계보’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에서 최대 단일계보인 이 모임에는 이 총리와 김 장관을 비롯해 임채정·한명숙·김태홍·이호웅 의원 등 중진 의원과 최규성·문학진·우상호·오영식·이인영·정봉주·윤호중·홍미영 의원 등 386출신 초선 의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천·신·정’의 당권파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GT계가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 확산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연구회는 신 전 의장이 사퇴한 지난 19일 긴급 회동을 갖고 향후 연구회 운영방안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임시국회부터 주 1회 정기회동을 갖기로 하고,‘맨투맨’ 방식으로 회원을 늘리는 등 행보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이사장은 22일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에 반독재 민주화 세력이 핵심을 이루는 국민정치연구회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장 이사장은 또 “이 의장에게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필요한 경우에는 연구회 멤버들이 당직을 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정치연구회의 이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김 장관은 21일 이해찬 국무총리와 이부영 의장,국민정치연구회 멤버 10여명 등을 포함한 재야출신 인사 100여명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장관의 측근은 “임채정 의원이 이 회동을 추진했고,이 총리 취임 축하연으로 한달여 전부터 일정이 잡혔다.”면서 모임의 의미를 축소했다.그러나 재야 출신이지만 각기 다른 길을 선택해왔던 김 장관과 이 의장이 이날 회동을 계기로 본격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민영화 2년… 변신하는 KT

    민영화 2년… 변신하는 KT

    민영 2주년을 맞은 KT가 새로운 주력사업 찾기에 한창이다. 그룹 전체가 켜켜이 쌓였던 공기업 이미지를 없애는 등 온통 ‘변신’이 화두이고,정체된 유선통신시장을 뛰어 넘을 미래성장 전략사업 찾기에도 여념없다.자회사들의 영역 넓히기도 최근 KT 발걸음의 특징이다.통신업계는 “KT가 성장견인차가 없다고 하지만 통신기간망(네트워크)을 활용한 미래시장 장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자회사 역량 키운다 이용경 KT사장은 18일 “KT의 중요한 (미래)전략의 하나는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분배”라고 밝혔다.매출에서 유선의 음성비중을 줄이고,초고속인터넷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중인 차세대 광대역통합망(BcN)에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올해 투자할 예정인 2조 3200억원 중 대부분은 BcN과 같은 차세대 통신망 구축과 초고속서비스 가입자망 고도화,유·무선통합 등에 투입한다. KT는 이와 관련,이동통신업체인 KTF 등 자회사와의 연계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자회사의 사업확장으로 유·무선,통신·방송 융합시장에서 시너지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KTFT(상품명 EVER)도 관심 대상이다.이 사장은 “제조업은 핵심 역량이 아니다.”고 한발 뺐지만 “PDA 등 휴대단말기 제조업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며 디자인센터 설립을 공언했다.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된다. ●구체화하는 차세대 사업 KT의 신규사업은 유·무선통합과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발굴이 목적이다.홈 네트워크,휴대인터넷 등이 중심이다. 휴대인터넷 사업은 초고속인터넷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경쟁 업체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단지 현재 논의되는 2∼3개 사업자가 논란이다.이 사장은 “정부는 휴대인터넷 사업의 기대효과와 목표를 보고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업자가 많으면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홈 네트워크는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이다.최대 가전사인 삼성전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 업체에 비해 한두걸음 앞서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사업도 향후 전략 사업.SK텔레콤(TU미디어)이 추진 중인 위성DMB와 지상파DMB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2006년 위성체를 발사할 계획아래 위성체를 제작 중이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여름이 끝나가는 전남 강진만의 구강포를 굽어보며 200여년 전에 살았던 한 선비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위당 정인보 선생이 말했던가.다산 정약용은 조선 사회의 총체적 연구 과제라고.바다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예외없이 우리는 다산과 만나야 한다.200여년 전 19세기 초반의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불패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생애의 결정적 대목을 남도 바닷가의 귀양살이로 채운 이 불우한 ‘천재’의 행장(行狀)에 관하여 후인들은 깊은 경의를 표하곤 한다.그러나 그 ‘천재’가 해양정책 분야에서까지 탁월한 견해를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해양에 주목한 그의 예지를 재론하고자 강진만까지 찾아든 것이다. ●바다까지 아우른 다산의 학문 물 비린내와 개펄 냄새가 해조음에 섞여 묘한 음색을 자아내는 강진만 하구 구강포(九江浦).아홉골 물길이 모여 만든 구강포,‘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구십포(九十浦)로 기록된 곳이다.전남 3대 강의 하나인 탐진강은 보림사가 있는 장흥 유구를 거쳐 강진 읍내를 적시며 구십포로 흘러든다.워낙 뭍으로 깊게 혀를 내민 만인 데다 간척까지 이뤄져 지금은 바다인지 강인지 경계조차 애매하다.구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송하훈(51) 강진문화원 사무국장은 거침없이 읍내 고층 아파트로 이끈다.아파트 옥상에 서니 구강포가 끄트머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거듭된 간척의 결과다. 구강포는 탐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인근 대구면의 고려청자를 배로 실어내던 외길 항로였다.걸작 청자를 쏟아냈던 곳.600여년 동안 단절된 기예가 복원돼 ‘청자마을’로 기지개가 한창이다.바닷길이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왜 개성에서 천리가 넘는 궁벽진 이곳에 도요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칠량의 봉황마을을 찾아드니 감개가 무량하다.바닷가에 바짝 붙어 옹기점이 눈에 띈다.전국에서 바닷가에 있는 유일한 옹기점이다.‘봉황 옹기’로 불리는 이곳 옹기는 곧바로 배에 실려 제주도나 인근 도서로 팔려 나갔다.이렇듯 고려청자와 봉황옹기는 오로지 구강포를 둘러싼 바닷길과의 연관으로만 설명된다. ●‘삼면이 바다이나 국가에는 득이 없다’ 이런 사실을 구강포가 굽어보이는 곳에서 18년이나 살았던 정 다산이 모를 리 만무하다.그도 오늘날 횟집촌으로 변한 마량포구를 거닐었을 것이며,칠량의 청자마을과 만덕산의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호젓한 오솔길,초당 아래 귤동마을도 자주 오갔을 것이다.그러면서 갇혀 산 18년 동안 겨레를 위해 땀흘리지 않았겠는가. 역사는 더러 우연의 소산이기도 하다.하필이면 다도해 연안으로 쫓겨온 덕분에 그의 바다를 읽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알려져 있듯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은 영암에 뿌리를 둔 월출산 아래 성전쯤에서 길이 엇갈렸다.형은 남서쪽으로 내려가 우이도를 거쳐 흑산도에 유배됐으며,동생은 남동쪽 강진만의 백련사 인근에 갇혀 살았다.형은 흑산도에서 ‘장대’라는 어부를 만나 불후의 수산서 ‘자산어보’를 남겼고,동생은 강진만을 굽어보면서 쓴 ‘경세유표’ 속에 원대한 해양방책을 녹여 넣었다. 500여권의 방대한 편질(篇帙)을 남긴 다산의 저술에서 ‘경세유표’는 단연 압권이다.1표2서(一表二書) 중의 하나로,강진 유배생활(1801∼1818)의 마지막 전해(1817)에 저술하였다.다산은 유표에서 해양에 관한 원대한 뜻을 펼쳐보이며,유원사(綏遠司)라는 해양 총괄기관의 설치를 주창한다.오죽했으면 경세유표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나 어염(魚鹽)에 대한 이득은 모두 사삿집에 돌아가고 국가에는 하나도 득이 없다.’고 했을까.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 비판 이런 현실을 너무 잘 아는 그는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어민과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도서의 처지를 살펴 해양경영론을 제기하며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을 아프게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그는 ‘나라 땅이 편소하여 북은 2000여리,남은 1000여리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오직 서남쪽 바다 여러 섬,그중 큰 것은 둘레가 100리나 되고 작은 것도 40∼50리는 된다.’고 말한다.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별이나 바둑판처럼 벌려 있고,작고 큰 것이 서로 끼어 있어 수효가 대략 1000여개인데 나라의 울타리다.개벽 이래 조정에서 사신을 보내 이 강토를 다스리지 않았다.그러므로 바닷가 고을끼리 각자 자력으로 서로 부리고 붙여서,강한 자는 많이 차지하고 약한 자는 적게 얻는다.한 무더기 푸른 산이 분명 고을 앞에 있는데 그 소속을 물으면 수백리 밖의 아주 먼 고을을 말한다.또 명목은 고을에 예속되어 있으나 실상은 딴 곳에 종속되어,혹은 궁방(宮房)이 세금을 뜯어갔고,혹은 군문(軍門)이나 고을 토호가 착취했다.간사한 짓이 사방에서 나와 제멋대로 백성을 토색질한다.’ 이처럼 문란한 풍조,신라·고려 때부터 이어진 오랜 구악(舊惡)의 유래를 그는 간파하고 있었다.다산은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 있었으므로 그 실정을 익히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18년간 어민과 호흡하며 방략 구상 유원사를 세워 온 나라의 섬을 직접 관장,민중의 질곡을 없애자는 대안까지 제시한다.섬의 세금을 직접 유원사에 바치게 해 관할 고을의 간섭과 혈세의 낭비,어민들의 질곡을 피하고자 하였다.이런 앞선 국가경영의 책략이 무능한 조정에 의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나라의 재력이 빈약한데 무엇으로 관직을 증설하느냐.’는 반박을 짐작한 듯 이런 견해도 준비했다.‘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한번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그의 해양방략은 하루아침에 구상된 것이 아니라 18년여란 세월을 강진만의 어민들과 벗하면서 숙성시켜 구체화한 것이다.그가 얼마나 어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섰는가는 그가 남긴 시어(詩語)에서도 산견된다.가령 탐진어가(眈津漁歌)에 등장하는 궁선(弓船)은 활선,맥령(麥嶺)은 보릿고개,고조풍(高鳥風)은 높새바람,마아풍(馬兒風)은 마파람을 뜻하는 것들이다.한문투긴 하지만 민중의 토속언어를 끌어들였으니,당대 언어의 ‘종다원성’을 확장시켰다는 점뿐 아니라 해양방략이 민중의 삶에 근거한 이론임을 설명하는 명쾌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여기에서 탁상물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실천학문의 예증을 본다. ●다산의 정책이 받아들여졌더라면… 다산은 북방에 뒤지지 않는 변방 외번(外藩)으로서 남방의 섬을 중시했다.올바른 해양경영으로 온갖 물산이 산처럼 쌓이는 풍경을 다산은 그때 이미 예견한 것이다.그러나 옹졸한 세계관에 갇혀 살던 봉건왕조는 국방·경제·수산의 근본이 될 종합 해양정책을 망라한 다산의 해양방략을 수용하지 않았다.경세유표조차도 먼 훗날에야 일반에게 알려졌을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랴. 유럽의 경우 기록적인 항해나 대규모 약탈의 이면에는 국왕이나 자본가,심지어는 왕비나 호사가 등 든든한 후원자들이 즐비했으나 내 땅의 바다라도 잘 다스리자는 이 뜻깊은 방책에는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경세유표를 쓴 1817년으로부터 불과 26년여 뒤인 1843년 중국에서는 50여권의 방대한 ‘해국도지(海國圖志)’가 출간된다.이는 1839년 아편전쟁에서 해양제국 영국에 패한 뒤 남경조약에 따라 홍콩과 구룡반도를 영국에 할양하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제시된 대응책이다.서구 열강의 서세동점은 서구 제국주의 침략의 본격화를 의미했으니,해양제국의 침략을 예감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영토조차 장악하지 못한 슬픈 왕조의 자화상을 경세유표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돌이켜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거니와 결국 이 땅이 일본을 위시한 해양세력에게 유린당하고서야 그를 다시 생각한다는 사실이 새삼 아프게 폐부를 저민다.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지금도 ‘그때 그의 도서경영론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21세기 바다경영의 지혜 배워야 지금도 민감한 국제 해양질서의 도전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가 200여년 전에 주창한 해양방략의 경륜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곱씹어야 하리라. 따지고 보면 노르웨이령 북극에 ‘다산기지’가 존재함이 우연은 아니다.해양연구원(KORDI)에서 북극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해양학자를 파견해 본격적 북극탐사를 시작하면서 명명한 ‘다산’이라는 기지명은 탁월한 선택이다.혹자는 다산과 바다가 무슨 관계냐고 묻겠지만,수많은 실학자 중에서 그처럼 명료하게 해양방책을 제시한 사람이 또 누구인가. 필자는 그의 ‘미완의 해도경영론’을 21세기 바다경영의 기본 노선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히 주창한다.또 ‘어제 같은 옛날’을 살았던 다산에게서 과거를 거울 삼는 감고계금(鑑古戒今)의 배움을 청한다.강진만에서 다산을 만나면서 내내 보듬고 있었던 화두는 ‘이 많은 섬들을 어찌할 것인가.’하는 고민이었다.다시 공무원들이라도 먼저 ‘경세유표’를 찬찬히 되읽어 다산으로부터 변방의 섬들이 번성해 국력의 영화로 이어질 해양방략의 지혜를 얻어야 하리라.
  • 금리인하 ‘유동성 함정’ 논란

    금리인하 ‘유동성 함정’ 논란

    콜금리 인하는 ‘유동성 함정’의 전주곡인가. 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불거진 화두다.한국은행과 정부측은 콜금리 인하는 투자부문에는 자신할 수 없지만 소비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라고 말한다.콜금리 이후 주가 상승세가 뚜렷하고,채권값이 올라가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주가 상승도 은행·유통·건설 등 내수주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 채권수익률도 지난 11일 4.04%였다가 콜금리 발표 이후에는 3%대로 떨어지고 있다.17일에는 3.71%였다.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채권값이 올랐다는 의미다. 한은 주식시장팀 권태용 과장은 “시장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정책당국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메릴린치 등 외국계 투자은행 등도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금융통화위원회 김태동 위원은 “콜금리 인하에 따른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가 낮아져 이자소득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긴 하지만 돈이 있는 계층과 부채를 안고 있는 계층의 소비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소비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일각에서 금리가 내려도 소비·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놓고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유동성 함정은 화폐수요가 증가해도 금리가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지금의 금리인하는 분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교보증권 이민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5월과 7월 미국금리 인하에 따라 콜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소비와 투자위축이 지속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콜금리 인하도 실질적인 내수 경기 부양효과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콜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도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유동성의 덫’에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덩샤오핑을 알면 중국이 보인다

    덩샤오핑을 알면 중국이 보인다

    오는 22일 탄생 100주년을 앞둔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함께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중국 지도자와 언론들은 연일 과거 업적을 찬양하며 ‘덩샤오핑 띄우기’에 앞장서고 있다.과연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EBS는 18일 오후 8시50분 시사다큐멘터리 ‘중국의 미래를 설계하다-덩샤오핑 리더십’을 방영한다.제작진은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과 관련,글로벌 파워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과거 지도자 덩샤오핑을 집중 조명한다.특히 전문가와 현지 중국인의 인터뷰를 통해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유명한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의 실체와 덩샤오핑과 마오쩌둥의 관계,홍콩 반납의 확답을 얻어낸 배짱있는 외교술,톈안먼(천안문) 사태에 나타난 그의 한계까지 그의 리더십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1904년 8월22일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에서 태어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공산주의 혁명운동을 벌였다.1978년 12월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외치며 ‘죽의 장막’에 가린 중국의 개방을 주도했다. 하지만 강준영(한국외대 중국어과)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중국 국가전략과 정책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덩샤오핑”이라면서 “최근 중국에서 그에 대한 전기와 이론연구서가 쏟아지는 것은 역사 왜곡을 포함해 중국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3) 메마른 북한강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3) 메마른 북한강

    얕았다.북한강 상류인데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위였다.지난 6월11일 서울신문 탐사대가 찾은 강원도 화천군 오작교 수로침투 방지 초소.북한 금강산댐(임남댐)으로부터 10여㎞ 떨어진,남한에서 접근 가능한 북한강 최상단 지류 중 하나다.그런데 높다란 초소가 무색하게 교각 수심표에는 물이 50㎝를 넘지 않았다.김건훈 7사단 불사조연대 공보장교는 “1년 내내 평균 수심이 1∼2m로 해마다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북한 금강산댐 일부 방류시나 장마철 등 강물이 크게 불어날 때도 이를 크게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매년 줄어드는 북한강 수계 북한강이 계속 마르고 있다.서울대 이상면 교수 등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북한강 상류에서 댐으로 물길을 막고 터널을 통해 동해안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금강산댐의 존재를 든다.건설교통부도 올초 관련 자료를 발표하고 “지난해 말 금강산댐이 최종 준공됨에 따라 남한측 북한강 수계가 연간 17억t,전체 수량의 8% 정도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장기적으로는 연간 6억 2000만t 정도의 물부족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댐 폭파로 인한 이른바 ‘서울 물바다’ 위협보다는 ‘수자원 고갈’ 위협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환경변화로 인한 주변 생태계의 파괴 우려는 물론이다. 탐사대는 지난 6월 초와 7월 말,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댐 지류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오작교 초소에서부터 그 밑 평화의댐까지 10여㎞를 따라 내려오며 양 댐 사이의 생태계를 관찰했다.평화의댐 증축공사가 한창이었던 하류 쪽보다는 사람의 손을 덜 탄 상류 쪽 오작교 근처에서 수량 변화로 인한 영향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변화하는 식물 식생 현황에서 이러한 수량 감소 추세가 뚜렷히 드러났다.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은 “강폭보다 훨씬 넓게 형성된 모래톱과 습지,띠처럼 단계적으로 형성된 개망초,버드나무 군락에서 수량 감소 추세를 알 수 있다.”면서 “최근 1∼2년 동안의 짧은 변화가 아닌 장기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소중한 자산” 구불구불한 하천과 군데군데 넓게 펼쳐진 모래톱,습지와 초지.콘크리트 직강공사로 ‘현대화’된 다른 하천들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신 부장은 “하천 원형 복원시 모델로 사용될 정도로 보존이 잘 돼 있다.”며 감탄했다.그런 덕일까.줄어든 수량으로 교란되고 있는 환경에서도 강물에는 황쏘가리 등 희귀종과 재래종 어류가 종종 발견됐다.강을 따라 내려오며 투망으로 서식 어종을 파악했던 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는 “황쏘가리·쉬리·어름치 등 잡힌 물고기의 절반가량이 재래종”이라면서 “이는 평균 비율인 20%보다 월등히 높고,환경이 잘 보존되면서 재래종이 외래종과 경쟁해 살아 남을 여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식물 풍부한 생태계 보고” 인도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멧돼지·고라니 똥과 땅을 파헤친 흔적이 자주 발견될 정도로 야생동물들도 많았다.탐사대장인 서울대 김귀곤 농생대 교수의 제안으로 오작교에서 1㎞쯤 떨어진 인도에서 짐승길을 따라 강변으로 40m쯤 관목숲을 헤치고 나가자 흰 개망초가 가득 펼쳐진 초지가 나타났다.김 교수는 “평생 국내 탐사를 하면서 이렇게 넓은 개망초 군락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잠시 흰 풀꽃 들판에 넋이 나가 있는데,갑자기 바로 앞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잽싸게 스쳐 지나쳐 갔다.순식간의 일인지라,사진은커녕 관찰도 제대로 못했다.탐사대가 안타까워하자 안내하던 김건훈 중위는 “물 마시러 강가에 내려오는 야생동물들을 여기선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위로했다.안동포 중대장 김동구 대위도 “멧돼지는 피해다녀도 볼 수밖에 없을 정도”라면서 “멧돼지들이 떼를 지어 군 막사 근처까지 내려와 잔반을 내놓으라며 성질을 부리는 일에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금강산댐 터지면 우리가 제일 먼저 죽을 것” 강을 따라 평화의댐까지 내려와 공사장 인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탐사를 마무리했다.그런데 돌아서던 인부가 무심코 던진 말이 가슴에 턱 걸렸다.“먼저 사람이 살고,환경이 있는 거지….” 오작교 초소 중대장 차호동 대위 등 군인들이 했던 말과 같은 맥락이었다.“댐이 터지면 우리가 제일 먼저 죽는다.수위가 높아지면 마음이 결코 편치는 않을 것.” 결국 일정 내내 탐사대를 따라다녔던 바로 그 화두였다.똑같은 강줄기에서 어떤 이들은 생존이 달린 삶의 터전을 보고,어떤 이들은 ‘적’의 무기를 본다.다른 이들은 거기에서 연구 가치가 높은 표본들로 가득 찬 생태계의 보고를 발견하고,또 다른 이들은 물 부족 국가에서 수자원의 소중함을 얘기한다.그래서일까.평화의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 중인 탐사대의 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의 말이 뇌리를 맴돌았던 이유는.“솔직히 댐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주변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 그 부분만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요.평화의댐 문제가 환경 하나만 걸린 건 아니니까.사실 이것은 DMZ 생태계 전반의 문제입니다.다같이 고민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지요.” 화천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흐르다가 남서로 방향을 바꿔 회양을 거치면서 남으로 내려온다.이렇게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길이도 길고 유역도 넓어 모이는 물의 양도 많았지만,최근에 북측이 금강산댐을 만들고,남측도 대응 댐으로 평화의댐을 건설하면서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산림과 물길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북한강 상류에 냉수성 어종이 많은 것도 물길 위로 우거진 숲이 햇볕을 막아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숲이 우거진 곳에는 물도 고르게 흐르지만,숲이 없으면 물길의 수위가 심하게 변한다.수위가 변하면 물가에 자라는 산림도 변한다.금강산댐으로 북한강의 수위가 많이 변하면서 물가의 산림에서도 수종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고,사면의 경사도 변하고 있다.이 두 가지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앞으로 변화의 폭을 심화시킬 것이다.더구나 평화의댐이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댐에 도달한 물의 유속이 갑자기 느려지면서 퇴적물의 조성도 달라진다.이러한 물리적 변화와 생물적 변화가 앞으로 이 부근의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장기적으로 조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땅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자연 과정의 모델을 또 하나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비무장지대와 인접지역에 있는 북한강 유역에서는 자연 식생이 한참 발달하는 중이다.논농사가 멈춘 들에는 자연습지가 형성돼 버드나무·신나무·오리나무들이 그들대로 어울려 하안 습지의 발달과정을 보여주고 있다.산자락에는 가래나무가 순군락을 이루고 생태학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민통선 이남에서는 논농사와 밭농사 때문에 대부분 사라진 것들이다.이 모두 생태계가 변해 가는 과정의 모델을 보여주는 귀중한 범례다.이들을 놓치면 이 땅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킬 범례를 우리는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북한강처럼 길고 너른 서식처에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가 황쏘가리(천연기념물 190호) 같은 변이도 만들어 내는 것이다.이 너른 유역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자연의 속성은 변하는 것이고,생태계도 거기에 맞춰 살아간다.자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연의 율동 너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우리 인간은 적응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연구조사의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역사의 아픔이 준 기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조상과 후손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野4당 “머리 맞대고 경제고민”

    野4당 “머리 맞대고 경제고민”

    야(野)4당의 첫 ‘합동작품’이 오는 19일 무대에 오른다.화두는 ‘경제’다.정치적 지향점과 이념은 각각 달라도 경제 문제에 대한 화법은 공동으로 고민해보자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당 이한구,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민주당 이상렬,자민련 류근찬 의원 등은 16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야4당이 공동으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연다.”면서 “경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각 경제 주체의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고,경제 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각 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각 당 대표와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인사말로 시작되는 토론회에는 나성린 한양대 교수와 이필상 고려대 교수 등 시민단체 운동 경력이 있는 학자들이 대거 참여할 계획이다.또 토론회의 핵심이 될 ‘국민에게 듣는다.’ 코너에는 재래시장 상인과 중소기업 사장,청년실업자 등이 참석해 서민 경제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로 했다. 야4당은 열린우리당측에도 토론회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지만 불참 의사를 들었다며 불만스러운 ‘우려’를 표시했다.대신 열린우리당은 하루 앞서 ‘한국 경제 이렇게 살리자.’ 심포지엄을 독자적으로 개최한다.여야가 각각 주최하는 경제 토론회가 어떤 내용을 담아낼지에 관심도 집중되는 형편이다. 정계에서는 또 야당의 이번 공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일단 “앞으로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경우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추가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이고,이미 국회 예결위 상임위화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들의 ‘장밋빛 동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찮다.대표적인 예로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동상이몽’이 손꼽히고 있다.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민주노동당에 수도이전 문제와 관련해 ‘전국 순회 야4당 국민 대토론회’를 제안했다가 망신을 산 경험이 있다. 민노당측은 당시 “찬성이면 찬성,반대면 반대의 명확한 당론도 없이 정치 공세를 하려는 한나라당과는 ‘공조’라는 말을 쓰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녹색공간] “웰빙은 작은 것이여”/오한숙희 여성학자

    오년전만해도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진작가였던 친구가 지리산 자락에서 차농사를 짓고 산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 겸,피서 겸 섬진강가를 다녀왔다.녹차와 매실,두 가지 녹색을 먹고사는 친구부부의 모습이 신선 같았다. “적게 먹을 생각하니까 많이 벌겠다고 서울에서 아등바등 살거 없겠더라구.벌면 또 버는 만큼 쓰게 되는 게 소비사회의 속성이잖아.” 가마솥 온도 240도에 아홉 번 덖어 녹차를 만드노라면 목장갑을 겹겹이 낀 손에 화상으로 물집이 잡힌다면서도 그들 내외는 행복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나주의 농사짓는 친구들이 생각났다.곧 추석이니 배농사로 바쁠 것 같아 먼저 전화를 걸었다. “과수원일로 바쁜 건 아니고 오늘 밤 마을회관에 모이는디.튀밥 장사할라고 봉지 작업하기로 헝께,노래연습도 히야고.” 밀고 들어갈 생각으로 궁합을 맞췄다. “봉지 작업이라면 일손 필요하겠네.내 일행들은 노동명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노래연습에는 관객이 있어야 제격일 테니 우리가 가는 게 딱이다,그치.” 그들은 광복절을 맞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통일 한마당에 여성 농민노래패를 구성하여 노래자랑에 나가는 한편 우리쌀 지키기 홍보의 일환으로 쌀튀밥을 팔 작정이었다.작업대열로 앉아 사먹어본 눈어림으로 봉지마다 1000원어치씩 담아내고 보니 백여든 두 봉지였다.작업이 끝났다고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총무를 맡은 이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인건비는 관두더라도 본전도 안 나온다.” 본전에 맞추자니 1500원은 받아야 할 터였다.외할머니 떡도 싸야 사먹는 법인데 아무리 우리쌀이라 해도 1500원이면 안 팔린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이러니 가격경쟁력이 있으려면 수입쌀을 쓸 수밖에 없는 거야.” 우리쌀 지키기의 명분이 빛을 잃어가는 순간이었다.“그렇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잖아요.우리쌀이 우리 몸에 더 좋은 것이라면 경쟁력을 양만 가지고 따질 수는 없는 거 아닐까요.” 전환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나의 일행 중의 한 명이었다.그는 얼마후 가족을 따라 이민을 가는데 무엇을 생업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애들이 흔히 하는 말로 체리농사에 ‘필이 꽂혀서’ 지리산 차농사꾼 구경을 따라나섰고 나주걸음도 그로 인해 연결된 것이었다.무농약농사를 꿈꾸는 그에게 가격경쟁문제는 심각한 화두일 수밖에 없었다. “별로 안 좋은 것을 많이 먹기 보다 좋은 것을 적게 먹는다는 개념으로 바꿔가면 되잖아요.무병장수의 비결 중에 ‘적게 먹고 많이 걸어라.’가 있던데요.” 그 다음부터 우리의 이야기는 ‘소식 간증’으로 흘러갔다.진짜 미식가는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다,우리 어머니는 팔뚝만한 중국조기를 보시더니 같은 값에 조선조기 한 마리 먹지 중국 조기 세 마리 안 먹는다셨다,아흔에 등산하는 친구 할아버지가 저녁은 유기농 오곡가루 한 숟가락 드신다더라,일본의 니시건강법을 계승한 고다 박사는 상상할 수 없는 소식으로 불치병을 고치는 것으로 유명하다더라,그날 우리의 결론은 만장일치,‘웰빙은 작은 것이여’,튀밥값은 소신의 1500원. 가격과 양,숫자로만 따지는 공간에는 생명과 환경을 상징하는 녹색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제는 질이다.작더라도 생명이다. 오한숙희 여성학자
  • 서점가 올여름 화두는 ‘그리스’

    서점가 올여름 화두는 ‘그리스’

    2004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올 여름,화두가 되고 있는 책은 단연 그리스 관련서다.신화에서부터 기행,역사,생활,문학,사전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올림픽을 몇달 앞두고 나온 새 책만도 10여종.이들 신간에다 기존 서적도 적지 않아 독자로선 골라 읽는 맛이 쏠쏠하다.그리스와 그리스인을 바로 이해하고 나아가 올림픽에 대한 감동도 더해줄 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스 로마신화와 서양문화’(윤일권·김원익 지음,문예출판사) 신화에는 문명의 옷을 입기 이전의 순수하고 싱싱한 생명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그런가 하면 신화는 지식과 논리가 결여돼 무지와 편견과 왜곡으로 일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폭력성과 영웅주의에 물든 강자의 이데올로기에 현혹될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이 책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새롭게 바라본다.기독교(헤브라이즘)와 함께 서양문화의 양대 뿌리로 평가받는 그리스 로마문명(헬레니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자료다.1만5000원. ●‘신통기’(헤시오도스 지음,천병희 옮김,한길사 펴냄)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그리스 신화에 관한 고전.우주와 신들의 탄생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이야기로 꼽힌다.‘헬리콘산의 음유시인’ 헤시오도스가 말하는 신은 제우스나 아폴론 같은 인격신뿐만 아니라 대지,하늘,별,바람 같은 존재들과 승리,불화,거짓말 같은 삶의 요소들도 포함돼 있다.이때문에 신들의 탄생은 곧 ‘우주의 탄생’을 의미한다.2만 2000원. ●‘꿈꾸는 여유,그리스’(권삼윤 지음,푸른숲 펴냄) 그리스는 그리스 정교회의 나라다.국민의 95%가 그리스 정교를 믿는다.정교회 예배당은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는 장소로만 머물지 않는다.세례식·결혼식·장례식 등의 통과의례는 물론,고민거리나 고백할 일이 있으면 평소에도 찾아가 기도를 하고 해결책을 묻는 소중한 일상 공간이다.메테오라와 아토스의 정교회 수도원 이야기가 흥미롭다.역사여행가인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궁금해하는 현대 그리스인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해준다.1만 3000원. ●‘그리스,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유재원 지음,리수 펴냄) 20세기초 아테네에 머물던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는 “이 위대한 문명을 이룬 그리스인들은 어디로 가고 초라하고 역사의 무게에 찌든 저 농부들만 남았는가?”라고 했다.오늘날 그리스도 겉모습만 놓고 보면 콘크리트 건물로 뒤범벅된 도시와 돌더미가 나뒹구는 ‘폐허’에 지나지 않는다.하지만 이 유적들이 신화를 만나면 그리스는 이내 고대의 웅장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다.그리스는 상상하는 자에게 즐거움 만점의 나라다.그리스 전문가인 저자(외국어대 교수)가 들려주는 고대 그리스 문명과 그리스 신화의 편린들.1만 4500원. ●‘고대 그리스의 일상생활’(로베르 플라실리에르 지음,심현정 옮김,우물이있는집 펴냄) 페리클레스가 다스리던 고대 그리스시대의 생활상을 복원했다.이 시기는 고대 그리스의 특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최고 전성기.정치적으론 민주정이지만 사실은 1인지배라고 할 만큼 페리클레스는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하며 ‘지상의 제우스’로 군림했다.책은 ‘그리스 중의 그리스’라 불린 아테네 시민의 생활상을 중점적으로 다룬다.1만 7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DJ·朴대표, 경제·남북문제등 현안 대화

    DJ·朴대표, 경제·남북문제등 현안 대화

    지난 97년 대선 때도 ‘박근혜’의 ‘정치주가’는 높았다.당시 그는 김대중(DJ)·이회창·이인제 후보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특히 DJ는 두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구애(求愛)했다.산업화·민주화 세력의 융합과 영·호남의 화합이 골자였다.하지만 DJ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나머지 두 캠프도 마찬가지였다.한나라당 곽성문(대구 중·남)의원이 전한 후일담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2일 김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네가지 화두를 놓고 의견이 오갔다.7년전의 그 두가지에 현안인 경제문제와 남북문제가 보태졌다. 박 대표는 먼저 유신에 대한 사과를 했고,피해자인 김 전 대통령은 사과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둘째 주제인 영호남 화합과 관련해 DJ는 박 대표에게 큰 기대를 표시했다.대통령 재임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것은 자신이 ‘적임자’였기 때문이라고 했고,영·호남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제일 적임자’는 박 대표라고 강조했다.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지속적으로 관심받고 지지받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한나라당이 잘할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동서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내가 한 것 중에 가장 못한 것이 그것”이라고 털어놨다.“삼국시대부터 지역감정이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박 대표가 제일 적임자이니 수고해 달라.”고 당부도 곁들였다. DJ는 여야간의 과거사·정체성 공방을 염두에 둔 듯 “말려들지 말고 오로지 경제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DJ는 특히 “이대로 가면 경제는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국민 8할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경제가 안되고 있고,국민과 기업이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우려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박 대표가 지난 2002년 방북,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 “참 잘하셨다.”면서 “앞으로도 기회 있으면 또 가서 만나라.김 위원장은 얘기가 되는 사람”이라고 방북을 재차 권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로 전직 대통령 연쇄 면담 일정이 마무리됨에 따라,13일 긴급 민생점검회의를 갖고 ‘정쟁 중단 및 민생경제 주력’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범국가적으로 경제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정(政)·관(官)·민(民) 경제협의체’ 설치를 정부·여당에 제안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출기자 dcpark@seoul.co.kr
  • 열대야에 잠못드는 밤을 위한 밤참

    열대야에 잠못드는 밤을 위한 밤참

    다이어트가 화두인 요즘 야식은 금기시된다.하지만 밤참은 야근하는 사람들에겐 한끼의 식사와 마찬가지다.대화를 나누기 위해 마주앉은 이들에겐 교감의 식사자리가 된다. 이런 야식을 한동안은 더욱 찾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아테네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태극전사를 TV로 응원해야 하니까.서머타임을 실시 중인 아테네는 우리와 6시간의 시차가 난다.그래서 우리의 한밤중에 중계되는 경기를 보자면 야식은 필수다. 사실,야식은 오래된 식습관이다.제삿밥이 야식의 원조라는 주장도 있다.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제삿밥은 자정 넘어 제사를 마친 다음 자손들이 음복을 하고,제사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출출한 한밤,이런 제삿밥을 오죽이나 먹고 싶었으면 점잖은 선비들이 헛제사밥을 창안해냈을까. 최근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면서 야식은 급신장세를 타고 있다.도심이 불야성을 이룬 까닭이다.한밤중에 공부하고,영화보고,쇼핑하고,인터넷 게임하고,자전거 타고,마라톤까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야간 활동이 많은 올빼미족이 늘어나면서 밤늦게 혹은 다음날 아침까지 든든하게 버틸 에너지원이 바로 밤참이다. 야간 에너지원인 야식은 변해왔다.메밀묵·찹쌀떡·군고구마가 초창기의 밤참 수준이었다.김밥·떡볶이·순대 등 토종 야식의 인기에 힘입어 치킨·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위세를 떨쳤다.최근엔 전자레인지에서 간단히 돌려 먹을 수 있는 죽과 같은 즉석식품이 위에 부담이 적어 인기다.‘국민식품’ 라면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야식은 쌀국수와 삼각김밥.서울 신사동의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포호아에서 친구들과 국수를 먹던 이자영씨는 “밤늦게까지 놀다가 돌아갈 때 촐촐하면 쌀국수를 먹는다.”며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며 야채가 많이 들어가 별로 부담스럽지도 않다.”고 말했다.같이 먹던 김지은씨는 “칼로리도 낮고 배는 부르면서도 살은 찌지 않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반면 편의점 한 관계자는 “한밤중에 와서 삼각김밥을 먹고가는 사람도 무척 많다.”고 귀띔했다. 야식을 배달하는 가게도 많아졌다.죽이나 샐러드 등 가벼운 음식에서부터 탕수육·족발·보쌈·감자탕·닭갈비 등 다소 무거운 음식에 이르기까지 수십가지의 메뉴를 골라 먹을 수도 있다.대표적으로 ‘야식24시’(1544-5224)가 있다.인터넷 검색 엔진 ‘다음’ 등에서 야식,밤참을 치면 지역별로 배달업체가 줄줄이 뜬다. 푸드코디네이터 음유선(41)씨는 “야식은 안 먹는 게 좋다고 하지만 고픈 배를 붙잡고 베개와 씨름하는 것보다는 열량이 낮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열량과 칼로리가 적으면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주먹밥과 두부 샐러드,비빔라면 등을 추천했다. ■밤참 이집이 짱 성수대교 남단 LG패션 골목의 포호아(546-9330)의 쌀국수(7000원)는 불야성을 이룬다.뽀얀 쌀국수 위에 살짝 익혀 나오는 쇠고기 편육도 그만이다.숙주·앙파·매운 고추·레몬을 넣어 새콤하고 시원해 속풀이에도 좋다.새벽 5시까지 영업한다.최근 세종문화회관 뒤쪽 광화문점(722-4580)이 오픈했다. 서울 청담동 엘루이호텔 뒷골목 새벽집(546-5739)은 일대에서 음주가무를 끝낸 젊은이들이 찾는 곳.걸쭉하면서 칼칼한 국물 맛이 좋은 따로국밥과 콩나물국밥이 주요 메뉴.각 6000원.24시간 영업. 청담동 m.net건물 옆의 으악새(3442-1170)는 싱싱한 먹장어(일명 꼼장어)를 매콤달콤한 소스에 버무려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낸 꼼장어구이(2만원)가 인기다.해장용으로 잔치국수(4000원)와 계란탕(8000원)을 권한다.아침 6시까지 한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근처의 메드포갈릭(783-5296)은 밤늦게까지 일하는 여의도 금융가의 넥타이 부대들이 드라큘라 킬러(8400원)를 많이 찾는다.통마늘·멸치를 기름으로 익혀낸 치즈를 올린 것으로 밤 9시 이후엔 생맥주(3300원),하우스와인(3500원)과 함께 주문한다.홍합찜(1만 3800원)도 좋다.새벽 2시까지 한다. 동교동로터리 근처의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의 송가네 감자탕(3141-6557)은 감자탕(1만 5000원)과 보쌈(1만원)을 찾아 택시 기사들이 많이 몰린다.24시간 한다. 대학로 성균관대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있는 맛나 김밥 부산 오뎅(747-0881)의 엄지손가락 크기로 한 입에 들어가는 떡볶이(2000원)와 탄력이 넘치는 오뎅(5000원)도 특별하다.순대(2000원)도 많이 찾는다.24시간 영업. 2호선 홍대 전철역에서 주차장 골목 가는 길의 참새골(323-3656)의 날치알쌈(1만 2000원)도 좋다.큰 접시에 날치알과 굵게 채 썬 깻잎·다진 양파·버섯·무순 등이 삥 둘러져서 김과 함께 나오는데,김에 땅콩 버터를 바른 다음 원하는 재료를 올려 싸 먹는다.모둠 2만원.새벽 4시까지 영업. ■음유선씨와 밤참 요리조리 ●음유선씨는 업계에서 한창 잘나가는 푸드코디네이터.한·양식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로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푸드 스타일링과 테이블 세팅 과정을 두루 섭렵했다.푸드 스타일링과 컨설팅을 하는 푸드아트하우스(02-535-5514)를 운영하고 있다. ●과일펀치 재료 사이다 2컵,오렌지 주스 1컵,설탕 1큰술,레몬즙 50㏄(½개),얼음 적당량,키위·수박·참외·파인애플·오렌지 등등 만드는 법 (1)오렌지 주스와 사이다를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한다.(2)과일은 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3)유리컵에 (1)을 붓고 설탕과 레몬즙을 섞은 다음 (2)와 얼음을 넣어 담아낸다. 팁 과일 펀치는 새콤달콤한 맛이 포인트다.화채 그릇이 없으면 유리잔에 담아내도 좋다.과일은 종류별로 색깔을 맞춰 내면 된다. ●김치 비빔라면 재료 라면 1개,(신)김치 130g,삶은 달걀 ½개,양념(고추장·설탕 1½큰술씩,식초 1큰술,깨소금·다진 파 1작은술씩,다진 마늘 ½작은술) 만드는 법 (1)김치는 살짝 짜 물기를 제거한 다음 잘게 썬다.양념을 김치에 넣어 간이 고루 배개 조물조물 버무린다.(2)라면은 수프를 넣지 않고 덜 퍼지게 삶아 낸 다음 얼음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3)(2)를 접시에 올린 다음 (1)의 양념을 얹고 삶은 달걀을 반듯하게 잘라 고명으로 올린다. 팁 김치 맛이 집집마다 달라 양념 분량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두부 샐러드 재료 두부 1모,소금 약간,상추·양배추·당근·오이·부추 등 각종 야채,양념(양파 40g,다진 파 2작은술,마늘·참기름·마요네즈·고추장 1작은술씩,깨소금 1큰술,진간장 2큰술,검정깨 약간) 만드는 법 (1)두부는 깍둑썰기를 한 다음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 찬물에 식힌다.싱싱한 두부는 데치지 않아도 좋다.(2)양파·파·마늘을 곱게 다져서 양념 재료와 잘 섞는다.(3)야채를 알맞게 썰거나 큰 잎의 야채는 뜯어서 접시 바닥에 깔고 두부를 얹어 소스를 뿌려낸다. ●삼색 주먹밥과 오이냉국 주먹밥 재료 밥 3공기,다진 당근·다진 부추 3큰술씩,김 3장(부순것),소금·참기름 적당량,속재료 참치 150g(1캔),된장·고추장 1큰술씩,다진 마늘·다진 파·다진 양파·참깨 1작은술씩 만드는 법 (1)밥은 소금·참기름을 넣고 삼삼하게 간을 해 버무려 3개의 그릇에 나눠 각각 다진 당근·다진 부추·김가루로 골고루 섞어 놓는다.(2)참치는 물기를 제거하고 넓은 그릇에서 속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어준다.(3)(1)의 밥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 둥글넓적하게 편 다음 (2)의 속재료를 올려놓고 말아 준다.속재료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둥글게 꼭꼭 말면 된다. 팁 밥 한 공기는 보통 주먹밥 4개 정도 나온다.칼칼한 맛을 원한다면 참치 속재료에 청양고추를 다져 넣으면 된다. 오이냉국 재료 오이 1개,(멸치 또는 까나리)액젓 1큰술,식초 2큰술,소금·다진 청양고추 (@)큰술씩,깨소금·다진 파 1작은술씩,설탕 약간,육수(또는 물) 3컵,붉은 고추 1개 만드는 법 (1)오이는 어슷하게 채썰고 육수에 냉국의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2)(1)의 냉국에 채썬 오이를 넣고 어슷 썬 붉은 고추 한두 조각을 띄워낸다. 팁 오이를 밑간하면 오이가 축 퍼져 싱싱한 느낌이 없다.얼음을 띄울 때 간을 좀 강하게 하면 된다.설탕을 넣으면 주먹밥의 맛이 약해지므로 주의할 것.
  • [국방부 문민화] 실·국장 20명중 5명만이 ‘문민’

    [국방부 문민화] 실·국장 20명중 5명만이 ‘문민’

    국방부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군 문민화와 육·해·공군 3군 균형발전론이 핵심이다.윤광웅 국방장관이 취임한 이후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다.국방부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들은 머지않아 소속 부대로 모두 돌아가야 할 참이다.그 자리에는 민간 전문 인력으로 메워질 가능성이 크다.또 군내 최고 작전기구인 합동참모본부 등의 경우,육군의 독식이 크게 시정돼 주요 보직의 각 군별 점유 실태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지금이 과거 ‘하나회’ 척결 때보다 더 큰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전망한다. 17대 국회 출범 이후 국방부의 첫 국방위원회 업무보고가 이뤄진 지난달 7일 국회 국방위 회의실.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이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업무보고서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순간 회의장에 ‘배석’했던 김종환 합참의장과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비롯한 군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창군(創軍) 이래 처음으로 국방부의 국회 업무보고에 군 수뇌부의 공식적인 배석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군 수뇌부들은 신임 인사 때만 국회에 나와,그것도 얼굴만 잠시 내민 뒤 자리를 떴던 전례를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였다. ●軍수뇌부 국회업무보고 첫 배석 ‘군 문민화’가 국방 분야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참여정부 들어 거론되기 시작한 ‘국방 문민화’ 개념이 윤광웅 장관이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사실 국방 문민화는 참여정부 첫 국방장관인 조영길 전 장관 때 이미 추진 방향과 일정은 만들어졌다.그러나 현역 군인들의 비협조와 부작용 등을 우려한 탓에 문민화의 속도를 내진 못했다.. 지난달 말 윤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문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방부는 본부 소속 현역 군인은 최대한 원소속 부대로 복귀시키는 대신,이 자리에는 일반직이나 아웃소싱을 통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할 예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군을 관리해야 하는 국방부가 군인들로 채워질 경우 중립적이고 균형잡힌 정책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윤 장관도 “이제는 문민 엘리트가 국방에 대해 간섭하고 통제하는 시기가 왔다.”고 역설했다. 현재 국방부 정원 1033명 중 일반직은 582명,현역 군인은 451명이다.일반직이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국방부 내 현역 군인은 한때 80%대까지 이른 적도 있으나 꾸준히 줄어들었다. 과장급(대령)은 일반직과 현역이 비슷하다.실·국장급(20명)은 일반직이 60%를 차지하지만,일반직 12명 중 7명이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이나 이른바 ‘유신 사무관’이어서 문민화를 위한 인적 기반은 매우 취약하다.문민화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적어도 국방부의 인적 구성은 금명간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 문민화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 국방 문민화의 정점에는 문민 국방장관이 자리하고 있다.문민 장관의 탄생도 머지 않아 보인다. 윤 장관은 우리의 안보 여건상 전역한 지 5년 정도 지나면 ‘군 출신’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연장선상에서 군문을 떠난 지 5년이 넘은 자신도 군 출신이 아닌 ‘문민 장관’으로 봐달라는 희망도 피력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도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문민 장관 기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문민 장관이 현실화되기에 앞서 ‘문민차관’이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의 군사 작전·통제 등 군령권(軍令權)은 최대한 보장될 전망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군의 전문성을 거론하며,무분별한 민간 인력 영입에 우려를 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70만 대군을 거느리고 올해만 해도 국가예산의 16%(약 19조원)를 사용하는 군이 더 이상 군인들만의 성역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훨씬 많은 게 현실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아테테 통신]

    ●개·폐회식 남북한 공동입장의 북측 기수로 김성호(58) 전 북한 농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선정됐다.키 185㎝의 김성호는 ‘남녀북남’의 약속에 따라 남측의 여자배구 선수 구민정(31·182㎝)의 큰 키에 맞춰 결정됐다. 입장 대형은 ‘KOREA’의 표지판을 맨 앞에 내세우고,이어 남북한 NOC위원장,선수단장·임원,선수 순으로 정했다.복장은 남자는 파란색,여자는 빨간색 상의에다 바지와 치마는 모두 흰색.한반도기는 왼쪽 가슴에 부착하기로 했다.입장 인원은 북측 50명,남측 120여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남측은 이날 공동 단복 80벌을 전달했다. 한편 사상 첫 올림픽 현장 합동훈련 종목으로는 14일부터 시작될 탁구가 채택됐다.이에 따라 남북한 선수들은 12일 오후 갈라치 올림픽홀에서 우정을 나누는 훈련을 갖는다.남측은 앞서 남녀 각각 두 테이블을 배정받아 합동훈련에는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아테네의 기온이 한낮에는 섭씨 32∼33도에 달하지만 새벽에는 이상 저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선수들을 감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불 공수 사태가 벌어졌다. 사이클의 조건행 감독은 10일 주경기장 근처의 대형 할인점에서 이불 두 채를 샀다.조 감독은 “여자 선수들보다 남자 선수들이 더 추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걱정했다.앞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지난 9일 본부 직원에게 총동원령을 내려 담요를 긴급 구매했다. ●안전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그리스 정부가 경기장에 반입할 수 없는 물품 리스트를 발표했다. ‘블랙 리스트’에는 총,최루탄,칼,화약 등은 물론 우산,스케이트 보드,1m 이상의 현수막과 빗자루,플라스틱 원반(프리스비),유모차까지 망라됐다.깃발도 202개 참가국의 국기 외에는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남북한 간판 유도선수인 이원희(24)와 계순희(25)가 11개월여 만에 다시 만났다.두 선수는 10일 올림픽 선수촌 국기광장 옆 식당 입구에서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이후 처음으로 만나 서로의 선전을 기원했다.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같은 날(9월13일) 남자 73㎏급과 여자 57㎏급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던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오는 16일 동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그동안 한국 취재진을 피해왔던 계순희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 [토요일 아침에] 나를 찾는 휴가/여연 스님·대흥사 일지암 암주

    저녁예불이 끝나고 유천(乳泉)의 샘물을 떠서 차 한잔을 마신다. 만경 영안스님께서는 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산승의 하루를 차 한잔에 기대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금사자/ 오음굴 여기 쪼그리고 앉아있다/ 그러나 그 몸 한 조각 수경(水鏡)이/ 모공으로부터 빛 쏟아 일천강에 달빛이어라” 진흙의 푸른 돌속의 뼛속에 소나무는 늙은 용의 비늘 같은 화두를 참구하는 산승에게 시간은 마치 천강의 달빛처럼 무의미한 것이다.요사채앞에 피워놓은 모깃불이 사그라지고 귀뚜라미가 우는 듯싶더니 어느덧 창호지를 바른 창틀사이로 희멀건 달그림자가 떠오른다.벌써 늦은 저녁시간이 된 것이다.차구를 덮고 자리를 털고 일어날 즈음 가까운 산비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이른 아침 서울서 출발했다던 친근한 처사의 가족들이었다.“아이구 스님 죄송합니다.차가 막혀서요.겨우 지금 도착했습니다.” 처사를 제외한 3인의 가족들은 거의 초죽음이 되어 있었다.늦은 이유는 단 하나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 고속도로가 온통 가족을 태운 차량판이었기 때문이었다.산속에 사는 산승은 잘 알 수 없는 이유들이었다.제때 공양을 해야 하고 제때 예불을 드려야 하는 사찰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온가족이 무던히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지친 일상을 피해 전라도 남녘땅 깊은 곳까지 온 그들에게 이번 휴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는 휴가가 돼버린 것이다. 지금 전국은 휴가중이다.물 좋고 계곡 깊은 곳이나 유명한 해변은 온통 사람들의 바다다.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쳐나고 그리고 그들이 함께 토해내는 소음과 먹을거리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준다.직장에서 지친 가장들이나 가족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주부들,학업 스트레스에 쌓인 학생들에게 또하나의 스트레스가 더해진 것이다.어느때부턴가 우리나라의 여름휴가는 명절처럼 관례가 되어버렸다.마치 그 대열에 합류를 하지 못하면 떨어진 가족,무능한 가장이 돼버리기 때문이다.우리에게 연례행사처럼 다가오는 휴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과 소비로 써버린다.짧고 고생스러운 휴가에서 돌아오면 일상의 큰 굴레를 힘들게 하는 막막한 공허가 가슴속에 밀려들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이쯤되면 휴가는 휴가가 아닌 또 다른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휴가(休暇)’란 말 그대로 사람이 나무아래서 편안하게 쉰다는 뜻이다.그리고 그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생이나 일상을 되돌아보는 사고(思顧)의 시간인 것이다.‘나’를 잃고 사는 삶은 인간에게 무척이나 무의미한 것이다.어느 스님이 동산스님에게 물었다.“진리란 무엇입니까.” 동산스님께서 말씀하셨다.“마삼근.” 조주스님께서는 “뜰앞의 잣나무”,운문스님께서는 “해속의 산을 본다.”, 향림스님께서는 “ 오래 앉아 있으니 피곤하구나.”라고 대답을 하셨다.휴가란 나를 찾는 것이다.그리고 그 ‘나’속에는 우리의 삶의 모든 문제를 풀어낼 화두가 있는 것이다.삶의 휴가란 바로 여행이나 먹는 곳에 있지 않다.나를 찾고 그속에서 내가 살아가야 할 생의 길들을 천천히 음미하고 복기해보는 것이 바로 휴가인 것이다.그리고 마음의 여행을 떠난 자들에게 기다리는 행복이 있다.바로 늘 즐거운 생의 활력이다.지금이,오늘이,내일이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우리의 행복은 즐거움에 있기 때문이다.산과 계곡 해변 그리고 집에서도 우리는 ‘나’를 찾는 휴가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연습을 해야 할 때다.달빛이 산 깊은 곳으로 기울자 수런거리던 서울가족들의 달디단 숨소리가 들려온다.풀벌레 소리와 얕은 물소리가 그들을 깊은 잠으로 이끄는 교향곡인 것이다. 여연 스님·대흥사 일지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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