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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보도] 세대별로 엇갈린 지지정당-참여정부 과제

    총학 간부 출신들은 연령대별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차이를 드러냈다. 서울신문은 설문조사 응답자 101명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1992년 이전) 세대 39명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93∼98년) 세대 28명 ▲외환위기(IMF 관리체제·99년 이후) 이후 세대 34명으로 구분했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전대협 세대는 38.5%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고 28.2%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다. 반면 한총련 세대는 열린우리당 지지가 25.0%에 불과했고 민주노동당이 64.3%로 압도적이었다. 더 젊은 IMF 이후 세대는 민주노동당 지지 성향이 한층 강해 67.6%였다. IMF 이후 세대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20.6%로 열린우리당(5.9%)의 3.5배나 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전대협 세대 7.7%, 한총련 세대 3.6%였다.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 K씨는 “2000년 이후 많은 대학에 비운동권 총학이 등장한 것이 젊은 연령대에 한나라당 지지가 많은 이유”라고 추정했다. 사회적 과제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로 전대협 세대는 가장 많은 36.8%가 ‘사회전반의 화합을 통한 갈등해소’를 꼽았다. 그러나 한총련 세대와 IMF 이후 세대에서는 ‘분배정의 실현’이 각각 57.1%와 34.4%로 가장 많았다. 학생운동을 연구한 서울대 김구현 박사는 “전대협 세대의 기본목표는 민주화와 통일이었다.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총련 세대를 거치면서 통일·노동·환경·여성 등 학생운동의 주제가 다변화했다.”면서 “특히 노동문제와 분배구조 왜곡 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던 게 이들의 분배정의에 대한 신념을 확고히 만들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특별취재팀 김기용 김준석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 ‘생활 공감’ 소비자와 더 가까이

    ‘생활 공감’ 소비자와 더 가까이

    일상 생활의 단편을 소재로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극대화하려는 광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광고가 많이 나오는 것은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감성 마케팅의 하나로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심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는 생활속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광고를 엮은 것이 특징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기용한 것도 공통점이다. 광고제작사 웰콤의 이지희 부사장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면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지지만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브랜드 인지율이나 선호율에 따른 광고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의 생활 중심 광고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보생명의 ‘주의사항’편과 ‘의학용어’편이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내는 대표적인 광고. 대문 앞에 작게 써 놓은 ‘개조심’이란 문구를 미처 못보고 친구집에 들어갔다가 개에 쫓겨 놀라 뛰어나오는 여학생의 웃지 못할 사연을 전하는 것이 ‘주의사항’편이다. 또 ‘의학용어’편에서는 계단에서 앙증맞게 병원놀이를 하는 두 꼬마의 사연을 전한다. 일반인들이 보험을 계약할 때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을 빨간색으로 강조한 고객 주의사항과 쉬운 의학용어 해설로 해소하겠다는 교보생명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교보생명 광고에서 보였던 한석규·김희애·최민식과 같은 스타는 나오지 않는다.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집은 쉼이다’편에서도 기존의 스타 채시라 대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쓰고 있다.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책을 읽다가 잠든 아이의 모습, 하루의 피로를 푸는 듯 욕조에 몸을 푹 담근 남성의 모습 등 일상 소재를 소개하고 있다. 대홍기획 관계자는 “빅스타들의 격전지인 아파트 광고에서 무명 신인을 통해 스토리 중심의 광고를 전개하는 것은 아주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기존의 스타 모델이 아닌 생활속 공감대를 일으키는 소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책상 앞에 붙인 아이의 초음파 사진 때문에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예비 아빠의 모습, 부부 싸움한 남편과 화해를 위해 화장실 전등을 일부러 고장내는 센스 있는 아내의 모습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한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를 광고로 엮은 것이다. 웰컴 이지희 부사장은 “최근 광고업계에서는 인지도, 선호도와 같은 자료에 바탕을 둔 정량(定量)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공감대를 끌어내려는 정성(定性)조사가 화두”라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5·31 구원투수’ 김근태호 한달

    ‘5·31 구원투수’ 김근태호 한달

    지방선거 참패 직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9일로 취임 한달을 맞았다. 취임 당시 “독배를 피하지 않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밝혔지만 지난 한달 동안 ‘김근태 리더십’은 확고히 착근하지 못한 상태다. 선거 직후 몰아친 정계개편의 ‘회오리’에서 벗어나 어렵사리 안정 궤도에 올라섰지만 대국민 회복이나 서민경제 활성화는 여전히 ‘머나먼 길’로 보인다. 김 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임 당시 마치 늪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마른 땅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소회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김 의장이 ‘운동권 색채’를 벗어던지고 ‘서민경제’라는 화두로 당의 구심점을 찾고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시킨 점은 평가를 받을 대목이다.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대통령의 ‘탈당 뇌관’을 제거하고, 부동산 세제 문제에서 양보를 얻어내 ‘새로운 리더십’의 싹을 보여 줬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이날 “기간 당원제의 재정비 문제를 7∼8월 중에 결정하겠다.”고 밝혀 당 재건에 총력전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김 의장이 보여준 ‘정치력’은 여권의 위기를 구해내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드인사’ 논란이 일었던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당시 당내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세를 이뤘지만 김 의장은 이를 무시하고 ‘협조’를 약속했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김 의장은 교육부총리 임명과 부동산 세제 양보와의 ‘빅딜설’을 자초한 셈이다. 오는 18일 예정된 교육부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김 부총리 내정자에 대해 여당의 반발수위가 높을 경우 그는 엄청난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체제의 균열 조짐도 감지된다. 김 의장과 비대위원과의 사이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 의장이 7·26 재보선 선거에 김두관 전 최고위원의 공천 문제를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에 엄청난 폐를 끼친 김두관 전 최고위원을 공천 인사로 거론한 것은 김 의장의 정치적 판단력을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7·26 재·보선도 주요 변수다.40대 청와대 출신들을 전면 배치했지만 민심은 곱지 않다. 서민경제 회복에 대한 ‘올인 전략’ 역시 성과는 미지수다. 본격적 시험대에 오른 김 의장의 리더십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공직 초대석] 특허청 건설기술심사팀 손무락씨

    [공직 초대석] 특허청 건설기술심사팀 손무락씨

    “그동안 나름대로 전문성을 쌓았다고 자부했지만 공직에 들어와보니 배우고 느끼는 것이 정말 많네요.” 2004년 박사급 특채로 공직사회에 입문한 특허청 건설기술심사팀 손무락(38·5급) 심사관은 지난 5월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3대 인명사전의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마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위원회로부터 2007년판에 등재됐다는 통보가 그것이다. 그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웠지만 누가, 어떻게 추천했는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저 2005년 미국의 건설기술분야 저널인 ‘ASCE’ 2월호에 발표한 논문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지하철 공사를 하며 도심에서 굴착할 때 주위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한 이 논문으로 그는 최근까지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도움을 달라는 전자메일을 받는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토목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손 심사관은 2003년 귀국한 뒤 대우엔지니어링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몸담았다. 그동안 20여편의 논문도 발표했다.‘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함에도 공직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손 심사관은 “연구원은 연구비를 지원받아 성과물을 내는 것으로 역할이 끝난다.”면서 “개발한 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로 이전시키는 데는 공직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판단대로 공직에 입문한 뒤 더욱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지하철 공사 논문’이 주목받은 것도 그렇지만, 올해는 미국 기술사 자격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전문성이 있어도 사기업에서는 주어진 업무가 지나치게 많고 발전 가능성과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불안을 느껴 공직에 문을 두드리는 것 같다.”면서 “정부조직도 다양한 구성원이 사고를 공유한다면 발전의 토대가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손 심사관은 “밖에서 보는 공무원은 편하고 여유있었는데 들어와보니 정말 바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요즘 공직사회의 화두인 혁신에 대해서는 “기법은 사기업에서 벤치마킹했지만 확산속도나 강도는 훨씬 강하고 빠르다.”면서 “고위공무원단 같은 제도는 사기업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손 심사관은 “최근 건설분야에서 출원되는 특허 중 10건의 8건 정도는 놀라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면서 “잠재력이 뛰어나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특허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아쉽다고 했다. 발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인데도 여전히 연구원 등에서도 특허를 출원한다면 부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쯤 내 손으로 심사한 기술이 현장에서 쓰여진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면서 “기회와 역할이 주어진다면 정년까지 공무원으로 남고 싶다.”고 공직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기대 반 우려 반” 이르면 이번주 입장발표

    “기대 반 우려 반” 이르면 이번주 입장발표

    환경단체는 긴박한 움직임 속에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다. 환경-개발 통합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지만 참여정부가 임기 후반기 시점에서야 본격 추진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의구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 등 진위파악에 분주하면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정리돼 가는 기류다. 이르면 이번 주중 환경단체 공동명의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 석상에서 오간 발언록을 간추렸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 아직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하루빨리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서구에선 환경-개발의 통합이 10년,20년 전의 화두였다. 참여정부 임기가 1년 반 남았는데 과연 통합이 가능한지 현실성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참여정부 최초로 환경단체들과 파트너십이 이뤄질 만한 의제다. 환경과 개발의 통합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총장 참여정부는 지난 3년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국토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왔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정부는 지난한 대립을 통해 갈등과 몸살을 앓아 왔다. 정부를 상대로 환경인식 전환을 요구해 왔지만 변한 게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긴 하지만)정부가 통합 논의를 들고나와 밀월관계에 들어가야 할 듯한 느낌이 든다.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단체의 요구를 정확하게 제시하자.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거버넌스(governance·협치)를 주장하는 정부에 이용당했을뿐 실익은 얻지 못했다. 집권 후반기여서 정부의 추진력이 부족할뿐더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너무 큰 믿음은 곤란하다. 통합이 되더라도 환경논리가 우선되지 않으면 ‘가면’만 바꾼 통합이 될 소지가 크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사무처장 정부가 통합안을 공식화하지 않은 이상 (환경단체가)찬반 의사표현을 하기엔 이르다. 건교-환경 통합문제보다는 환경부가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 지, 바람직한 환경부의 모습은 어떤 지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대표 새만금과 천성산 사례 등은 미래지향적 국토종합계획이 없이 건설 마피아와 정부의지에 의해 움직여 나갔다. 토지공사가 2만∼3만원짜리 땅을 사서 주택공사에 팔면 땅값이 1300만원까지 올라간다.(이런 걸 개선하려면)국토종합계획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데, 건교부가 있는 한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이제는 정부부서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환경단체가 오래 전부터 주장했던 의제인데, 지금은 전술적 판단이 요구된다. 신중한 자세도 필요하지만 그동안 환경단체가 구체적으로 주장해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통합주장을)해야 한다. ●이정자 녹색미래 공동대표 정부내 논의 실상이 어떤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부정확한 얘기만 전해듣고 너무 성급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 사전예방적 국토관리를 위해 장기국토계획 등을 일단 환경부로 옮겨야 한다. 환경부와 건교부장관을 순환 근무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 지지율이 하락하는 집권 하반기 정권이라 시기적으로 좋지는 않다. 그렇다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수도 없다. 건교부가 환경부를 삼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데, 자신감을 갖고 해야 한다. 금년 안에 공론화를 하고 다음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논의체를 만들어 준비하자.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이 한권의 책] 열광…감격…행복한 비명

    [이 한권의 책] 열광…감격…행복한 비명

    한국어판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받아드는 순간은 한마디로 열광, 감격이다. 동시에 질겁, 그러나 행복한 비명이다.2500쪽 짜리 책도 책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발터 벤야민은, 아니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출판한 조형준과 그 출판사 새물결은 2500쪽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도대체 어떤 생각이었을까? 이미 1000쪽 짜리 프로젝트 ‘천 개의 고원’을 기획 출판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배포라고 봐야 하는가? 그렇게 보자면 그 이전의 야심작인 ‘사생활의 역사’(전3권)나 ‘여성의 역사’ 작업에서 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에서 이들의 현재 생각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이제 발터 벤야민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니 당연하게도, 이들의 것, 그러니까 조형준의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때의 의미는 19세기의 수도 파리, 나아가 자본주의 탄생기의 유럽의 수도를 단순히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완전히 분해해서 다시 조립’해가는 주체적인 작업이 된다. 한마디로 이 엄청난 도전에 의해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한국어판 그것과 다른 언어권의 그것으로 나뉘면서, 원본은 물론 다른 언어권에 귀중한 참고가 되는 희귀한 현상을 낳는다. 문제의 한국어판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어떤 책인가. 원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13년간에 걸친 벤야민의 이론적 고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체적인 사유의 작업장으로, 마르크스의 ‘자본’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광대하고도 독창적인 이론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절반은 독일어로, 또 절반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이 원본인데, 한국어판의 백미는 원본에는 없는 이 책의 탄생 과정 전체를 상세히 알려주는 여담(餘談), 그러니까 다양한 ‘부록’ 이다. 이 책의 성립사에 관한 증언들, 보유, 유고, 기사 작성, 노트와 자료들의 전거 등. 프루스트의 작품을 하나의 거대한 여담 문학으로 보는 견해를 필두로 여담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승격되는 과정에 있음을 적시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이 책을 읽는 독법 중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저자 벤야민이라는 인간의 생의 이력이다. 그가 나치 치하의 유대인 지식인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가 초기 자본주의 연구로 런던을 제치고 파리를 잡았는가를 묻는 것보다 보들레르의 독일어 번역자라는 점, 보들레르에게서 치명적인 파리의 향기, 곧 근대 자본주의의 냄새에 홀려 파리로 왔다는 점, 위태로운 유대인 지식인인 주제에 목숨을 걸고 파리에 남아 마지막까지 파리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가 비평가라는 타이틀을 거부하고 오직 문필가로 생을 마감하고자 했던 그의 예술가 정신이 아니면 그것은 하등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부질없는 일이 한 위대한 영혼을 구원하는 바,‘아케이트 프로젝트’가 그것이고, 그것은 한 영혼을 넘어서는 인류사의 기념비적인 작업인 것이다. 도대체 2500쪽 짜리 초대형 프로젝트 앞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썩 난감한 서두로 운을 떼었다. 이 책이 걸작인 것은 화두인 동시에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읽든 자유다. 나처럼 책의 이면들, 그러니까 원본에는 없는 한국어판의 부록들을 먼저 펼쳐 들어도 좋고, 이구동성 필독을 권하는 ‘파리의 아케이드’들을 꼼꼼히 읽어나가도 좋고, 아예 텍스트 대신 뭉텅뭉텅 수록된 수십 컷의 아케이드 사진 풍경들을 사진첩처럼 감상해도 좋다. 문제는 이 매혹적인 20세기 정신의 서사시를 언제라도 펼쳐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마음이든, 서가든, 심지어 밥상머리든, 어디든! 함정임 아케이드 프로젝트
  • [토요일 아침에] 생활 속에서 도(道) 공부/오훈동 천도교 종학대학원 교무처장

    가끔 도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도를 깨달을 수 있으며 도통할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도 공부하는 사람으로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라 즉답을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 성현도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씀으로 도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도는 이런 것이며 어떻게 수련하여야만 무불통지하고 활연관통할 수 있는가를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현자들이 도를 닦고 통하기 위하여 정진해왔습니다.10년,20년, 심지어는 평생을 산중 암자에서 혹은 토굴 속에서 정성을 쏟고 나름대로 크게 깨달아 혼탁한 세상을 위해 몇 마디 말씀을 던집니다. 그 말씀은 너무나 간단하고 평범하며 직설적인 것이어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자신을 속이지 말라.”,“거짓말 하지 말라.”,“상생과 나눔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라.”,“세상 모든 일이 도이며 바르게 사는 것이 곧 도의 실현이다.” 등등의 말씀은 도통에 대하여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그 기대만큼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시한 신념의 체계를 믿으며 수행방법에 따라 공부하는 우리 후학들은 일상생활을 통해서 우리의 믿음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바로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하나하나 반성하는 가운데 세상은 그 자체가 곧 우리의 마음을 다잡게 하는 거대한 수련도장인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침 산책길, 공원은 강아지들의 오물장이 됩니다. 약수터에서 물통 순서 때문에 심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침식사 중에 아이의 성적문제로 아내의 걱정과 아이의 고민을 듣게 됩니다. 언제나 반복되는 끔찍한 사건 사고 소식을 신문에서 읽게 됩니다. 전철 안에서 세상살이에 지쳐, 졸고 있는 젊은이가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단맞는 것을 보게 됩니다. 직장에서 상사와의 의견차이, 아래 직원과의 인간적인 갈등이 있습니다. 집에 들어와 모처럼 마련한 아내와의 시간도 힘든 가정경제 문제로 대화가 곧 끊어집니다. 심성 곧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살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힘겹게 보입니다. 거짓, 이기심, 탐욕, 갈등, 반목, 불신, 경제적인 박탈감, 정신적인 피폐 등 매매사사 우리를 힘들게 하고 짜증나게 하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활 속에 나타나는 고통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그 가운데 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40여년 전, 경주 사람 수운 최제우 대선생은 “도란 나를 위한 것이지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앎에 이르는 길은 한울님의 도를 깊이 깨달아 알고 그 지혜를 받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지혜란 바로 인간의 착한 본성을 회복하여 스스로 행하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지혜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베풀어 행함으로써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뜻에서, 세상을 등지고 산중에서 도를 닦아 혼자서 기뻐하기보다는 세상 속에서 세상 사람들과 일 동정 일 호흡을 함께 하는 도 공부가 실질적이며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초현실적인 화두를 부여잡고 자문자답으로 깨우치는 도 공부가 지난 시기 공부방법이었다고 하면, 우리는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성인의 말씀에 따라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하여 세상 속에서 도를 닦고 인간 세상을 올바르게 살면서 지혜를 받는 일이야말로 도 닦는 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하여 부단한 자기 성찰과 반성, 나눔과 희생, 자비와 봉사, 이해와 관용 등 도 공부하는 사람답게 덕목을 갖추는 일이 보다 중요하며 이러한 삶을 통해서 세상을 새롭게 관조하고 모든 제약과 구속에서 해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해월 최시형 선생은 “날마다 행하는 모든 일이 도 아님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대하고 물건을 접하는 일상생활이 바로 도이며 이것이 바로 실질적 의미에서의 도 공부인 것입니다. 오훈동 천도교 종학대학원 교무처장
  • [이사람]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사람]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9회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가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회의로 세계적인 과학자와 과학기술전달자들이 모여 보다 쉽게 대중에게 과학기술을 전달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는 ‘연구문화광장 2006’도 첫 선을 보였다. 과학자를 중심으로 방송프로듀서(PD), 과학기자·저술가, 전시큐레이터 등이 ‘대중의 연구이해’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과학자들이 받는 연구비는 국민들의 세금이다. 따라서 연구비를 받는 과학자들은 일반인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해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 두 행사를 공동기획한 나도선(57)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의 생각이다. 나 이사장은 지난해 3월 과학기술계의 첫 여성 기관장이 됐다. ●“과학 모르면 문맹… 책 통해 이해 높여라”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대중이 뒤처지고 소외되면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이를 해결할 사람이 바로 과학자라는 게 나 이사장의 신념이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과학도 문화의 일부로 인식되는 ‘과학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 이사장은 일반인들이 일생생활에서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에서 과학을 만날 수 있는 생활과학교실을 대폭 확대, 현재 423개의 생활과학교실을 운영중이다.2004년말 270개에 비해 1.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4월에는 과학자 94명이 100가지의 소(小)주제에 대해 쓴 ‘교양으로 읽는 과학의 모든 것’, 우리나라의 대표적 과학기술자 47인을 소개한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도 내놨다. 재단경영에는 업무과정관리시스템(BMP)과 6시그마를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들이 반영돼 지난달말 발표된 87개 정부산하기관 대상 2005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문화·국민생활유형 14개 기관중 3위를 차지했다. 전년도 9위에서 6계단이나 상승,87개 기관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꾸준한 학회활동… 여성지위 향상에도 힘써 그의 삶은 과학의 대중화와 여성의 지위 향상이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짜여진 직물 같다. 나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인 인터루킨-2를 포함, 종양 괴사인자, 아넥신 등을 만들어내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과학자다. 과학자인 나 이사장이 연구와 과학 대중화이외에 여성 과학자의 지위 향상에 관심을 가진 것이 표면화된 시기는 2001년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을 결성하면서부터다.2003년에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도 결성했다. 여성운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능력있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 나라다. 그는 국가경쟁력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일을 해야만 높아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이 화두가 될 시기를 기다리면서 지도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렀다. 우선 학회 활동에 적극 참가했다.1993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에서 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임원(편집간사)을 맡았다. 이후 학회에서 계속 다양한 직책을 맡았고 2005년에는 회장에 선출됐다. 나 이사장은 “아마 그런 학회 활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학회활동을 통해 각 분야를 이끄는 학자들과 만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고급 정보에 접할 수 있었다. 리더십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학문으로 평가받는 학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연구에도 매진했다. 나 이사장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을 통해 동료 여성 과학자들이 학회와 단체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리더십을 형성하는데 힘이 돼주고 싶었다. 포럼의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로레알코리아와 함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을 만들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과총) 초대 회장 시절에는 ‘아모레태평양 여성과학자상’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여과총에서 61명의 여성 과학자들의 삶과 꿈, 역경 등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 ‘여성, 과학을 만나다’를 펴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단체활동이 상당부분 무보수이고 모임이 대부분 일과 후 저녁시간에 있기 때문이다. 당시 “왜 힘들게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고 되묻던 후배들이 몇년이 지난 지금,“그때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 더욱 보람을 느낀다. ●“멘토가 그리웠다” 이공계 고민 상담도 나 이사장은 ‘WISE(Women Into Science & Engineering) 온라인 멘토링’을 통해 이공계 여학생의 고민을 상담해 준다. 이공계 남학생들의 이메일 문의에도 정성껏 답한다.‘21세기 여성과학자의 기회와 도전’이라는 제목의 대중 강연도 수시로 연다.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을 되돌아 볼 때마다 멘토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이유다. 조언을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너는 과학자가 될 소질이 있으니 열심히 해봐.’라는 한마디만 들었더라면 더 큰 용기를 얻었을 것 같단다. 그래서 이공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도록 돕는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과학자인 덕분에 첨단과학의 발전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모르는 문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는 흥미진진함을 만날 수 있기에 과학자가 된 것이 인생 최대 축복이라고 강조한다. 미지와 난관을 흥미진진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그는, 그래서 젊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1949년 수원 출생 ▲71년 서울대 약학과 졸업 ▲77년 서울대 약학대학원 졸업 ▲82년 미 북일리노이대학 생화학 박사, 앨라배마대 의과대학 생화학과 연구원 ▲8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유전공학센터 생화학연구실장 ▲90년 울산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2001년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03년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04년 과학기술부 ‘올해의 여성과학자상’ 수상 ▲05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 3월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 [北 미사일 발사] “쌀·돈 줬는데 돌아온건 미사일”

    북한 미사일 사태는 5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의 TV토론과 합동 연설회에서도 주요 화두로 부각됐다. 전날까진 ‘라이벌’을 향했던 공격의 화살도 한결같이 북한의 ‘도발’과 참여정부의 ‘무대응’을 겨냥하는 쪽으로 수정됐다. 특히 ‘진짜 보수’임을 자청했던 후보들은 대목을 만난 듯 여권을 성토했다. 이방호 후보는 “북한에 쌀도, 돈도, 비료도 줬는데 돌아온 것은 평화가 아닌 핵무기와 미사일뿐”이라면서 “굶주린 북한 백성을 돕는 것은 좋지만 대한민국이 김정일(국방위원장)을 도와주는 목발이 되어서야 되겠냐.”며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했다. 대북 정보력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강창희 후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 정권은 미사일이 아닌 인공위성이라고 우겼다.”며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사사건건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설전을 벌였던 전여옥 후보는 “정 전 장관은 북핵이 없을 것이라 했고, 노 대통령은 북핵이 자기방어 수단이라고 했는데 그 결과가 북한 미사일 발사”라고 비꼬았다. 진보 정당 출신인 이재오 후보도 “노 정권은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을 돕자고만 하니 미사일 발사 같은 일이 나온다.”면서 “대표가 되면 남북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미국과 공조 체제를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도성향의 소장·개혁파를 대표한 권영세 후보도 대북 강경론에 가세했다. 강재섭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문제를 거론했다. 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과거 방북은 정치적으로 급조된 회담으로 뒷돈이 들어간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방북도 노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어 의도를 잘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안 검사 출신의 정보통 정형근 후보는 “북한 편만 드는 이종석 장관, 북핵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국정원장을 모두 해임해 대북 안보라인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구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민선4기 화두는 ‘공보’

    ‘민선 4기의 테마 주는 공보’ 민선 4기를 맞아 서울시내 자치구마다 공보 및 민원서비스 기능을 확충하고 있다. 문화나 체육 등의 업무와 섞여 있던 공보 기능을 따로 떼어내거나 공보과를 구청장 직속으로 두는 곳도 있다. 새 자치단체장이 민원서비스와 공보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구 이미지 개선에는 홍보·공보기능 확충이 필수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공보 기능을 강화하라 강남구(구청장 맹정주)는 그 동안 문화공보과에서 공보업무를 담당했으나 조만간 별도로 공보과를 만들어 구청장 직속 부서로 둘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명칭도 바꾸고,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맹 청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초구(구청장 박성중)도 현행 문화공보과에서 공보 업무를 분리, 별도의 홍보정책과를 만들 계획이다. 홍보정책과는 공보기획팀과 정책팀, 홍보팀 등 3개팀으로 구성된다. 기존 조직에 비해 공보조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구청장 노재동)는 공보기능을 문화체육과에서 맡고 있었으나 지난 1일자로 전산공보과를 신설, 공보기능과 함께 인터넷 방송과 홍보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노원구(구청장 이노근)는 공보체육과에서 체육업무를 떼어내고 공보과(가칭)를 신설할 방침이다. 문화체육과에서 공보업무를 맡아왔던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지난 1일부터 기획공보과를 신설했다. 2003년 5월 자치구 가운데 가장 먼저 공보과를 신설했던 송파구(구청장 김영순)는 지난 1일부터 공보과에서 관광진흥팀을 분리해 공보업무에만 전념토록 했다. 그 동안 송파구 공보과는 홍보·언론·영상물관리팀·관광진흥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돼 있었다.●주민곁으로 좀더 가까이 서초구는 민원실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1층에서 일반민원과 여권민원을 같이 처리했으나 여권업무를 외부 시설로 옮기고 1층 전체를 민원실로 사용한다. 서초구의 민원실은 현재 200평에서 270평으로 늘어나게 된다. 서초구가 민원실을 확충하기로 한 것은 “민원인이 구청에 찾아와 민원해결을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은 해결하겠다.”는 박 구청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중구(구청장 정동일)는 구청장 집무실을 3층에서 1층 지정 민원실로 옮길 예정이다.이는 “주민들의 애로사항과 민원을 가까이에서 듣고 싶다.”는 정 구청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김성곤 조현석기자 sunggone@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7) 택일적 사고와 이중적 사고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7) 택일적 사고와 이중적 사고

    사회생활을 통하지 않고서는 인간되는 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사회생활에서 인간은 온갖 괴로움을 경험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철학사상은 이 사회생활을 큰 화두로서 취급했다. 예컨대 순자 사상은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군서생활을 하듯이 생존을 위한 사회적 규칙준수의 법을 지능적으로 잘 본받으면, 사회생활의 악인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순자는 사회성원에게 생물학적 생존을 가능케 하는 것이 최우선적 정치의 목적이라 여겼다. 그러나 맹자 사상은 이와 전혀 다르다. 사회생활에서 이기심이 모든 악의 진원지이므로 저 이기심을 도덕심으로 바꾸면, 인간은 양질의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순자의 철학은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홉스의 현실주의 사상과 유사하고, 맹자의 철학은 18세기 프랑스의 루소의 이상주의 사상과 이웃하고 있다. 이기심을 다소 인정하는 현실주의든 이기심을 부정하는 이상주의든 다 행복한 사회생활의 창조방식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좋은 사회생활의 창조를 위한 철학사상은 역사 속에서 구체화된다. 로마사에 정통한 20세기 프랑스의 역사가인 폴 벤은 그의 저술 ‘역사를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에서 현실주의적 사회철학의 경향을 ‘백성을 양떼로서’(people as flock) 생각하는 사고와 연계시키고, 이상주의적 사회철학의 경향을 ‘백성을 어린이로서’(people as child) 생각하는 사고와 유관하다고 분류했다.‘백성을 양떼로서’ 생각하는 현실주의적 정치의 유형은 백성을 배불리 먹이며 포식자로부터 양떼를 잘 지켜주는 것을 으뜸의 사명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반하여 ‘백성을 어린이로서’ 생각하는 이상주의의 정치는 아버지의 심정처럼 자식이 부도덕한 일에 탐닉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건전하게 키우는 것에 일차적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로마정치가 원로원 중심일 때에 전자가, 황제 중심일 때에 후자가 각각 유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저 두 정치이념의 성향은 강조점의 상대적 비교우위를 말하는 것이지, 흑백 논리처럼 단순한 유무의 문제가 아니겠다. 나는 로마사에 근거한 저 두 유형의 정치 스타일이 모든 역사에 거의 다 적용될 수 있는 이념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저 두 유형의 어느 쪽이 실질적 사회생활의 질적 향상에 기여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 아니다. 이 글은 저 두 유형이 공통적으로 하나의 큰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말하고, 제삼의 길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기 위함이다. 그 공통의 한계가 택일적 사고방식을 사회철학의 기본논리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주의는 늘 이/해(利/害)의 대립에서 전자를, 이상주의는 늘 선/악(善/惡)의 대결에서 역시 전자를 선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현실주의는 경제주의고, 이상주의는 도덕주의다. 이기적인 경제와 반이기적 도덕은 서로 궁합이 잘 맞지 않아 상충적이지만, 다 지성(지능의 철학적 표현)의 분별력 위에 공통적으로 서 있다. 경제적 이익은 나에게 좋은 것이고, 도덕적 선은 내가 속한 사회에 좋은 것이다. 칸트가 밝힌 사회생활의 본질로서의 ‘비사교적 사교성’(26회 글)에서 비사교성은 경제적 이익과 연관되고, 사교성은 도덕적 선과 직결된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경제와 도덕의 양자간 우선택일의 문제의식으로 일관되어 왔었다. 순자의 철학은 경제우선의 사상이고 벤이 본 ‘양떼로서의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이념과 상통하고, 맹자의 철학은 도덕우선의 사상이고 벤이 본 ‘어린이로서의 백성’의 이념을 연상시킨다. 전자는 나에게 좋은 것이고, 후자는 사회에 좋은 것이다. 다 좋은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맹자의 사상은 좀 애매한 데가 있다. 그는 이기적 이(利)와 도덕적 선(善)을 각각 다른 것처럼 분리시키기도 하였고, 그 둘을 다 좋은 것(好)으로 수렴시키기도 하였다. 이런 맹자의 모호한 입장은 이유가 있다. 분리의 이유는 이기심과 사회성의 차이를 강조하는 뜻이고, 둘 다 좋은 것으로 수렴되는 것은 이익이든 선이든 다 인간에게 ‘좋은 것’이라는 점에서 상통하기 때문이다.‘좋다’(好=good)라는 말은 경제적 실용이나 도덕적 선에 다 적용된다. 경제적이든 도덕적이든 좋은 것은 분별심의 작용에 기인한다. 나의 지성이 분별하고 판단하여 좋은 것을 선택하고 나쁜 것을 배제하는 택일의 논리를 다 공통으로 지닌다. 지성은 분별과 택일의 논리다. 그런데 인류역사가 그동안 몸바쳐 왔던 이 분별과 택일의 논리가 세상을 다 평안하게 하고 구원해 주는 희망의 사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 이익의 분별이 사회생활에 갈등을 빚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얼음장수와 우산장수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익세계의 본질이다. 도덕적 선은 이와 달리 사회적 일치의 화음을 낳는 것으로 그동안 인류는 착각해 왔다. 늘 이상주의가 그 공상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현실주의에 비하여 명분적 우위를 뽐내면서 잘난 체해 왔다. 그러나 도덕적 인(仁)의 가치는 보통 좋으나, 전쟁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어리석음으로 바뀌어 작전의 패배를 낳고, 의(義)의 가치는 원칙으로 좋으나, 깡패집단의 의리로 변하고, 직(直)의 가치도 정직하다는 점에서 옳으나, 너무 예리한 칼날처럼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주위를 숨막히게 하며, 용기의 가치는 위험을 무릅쓰고 선을 집행하는 가치나, 그 이면에 늘 거칠고 난폭한 폭력을 안고 있다. 이차대전시 중죄인의 집단으로 구성된 미 육군특공대의 혁혁한 전공의 실화는 용기의 이중성을 잘 그려준다. 사회를 떠나서 인간의 존재방식은 불가능하고, 사회생활 안에서 늘 무수한 이해관계와 도덕가치관의 갈등으로 인간은 괴롭다. 또 인간은 경제가 망가지고 도덕이 타락하면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도 없다. 어떻게 경제와 도덕이 다 건강하면서 인간이 사회적으로 괴로움을 덜 받고 살 수 있겠는가? 나는 여기서 원효가 사유한 길을 다시 음미한다. 그의 사유는 철학적으로 이중부정과 이중긍정의 길을 현시한다. 이것은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택일의 사유가 지니는 분별적 지성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택일적 경제주의는 이기적 아집을 낳고, 택일적 도덕주의는 위선적 법집을 낳는다. 위선적 법집은 순수선이 사회적으로 불가능한데, 도덕주의가 순수선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절대적 진리라고 우기는 고집이 결국 법집을 낳고, 그 법집은 아집보다 훨씬 더 고약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의와 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기심과 다른 대의명분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아집과 법집을 탈출하는 길로서 이중긍정의 사유를 원효가 제시한다. 얼음장수와 우산장수의 손익을 아주 다른 별개의 것처럼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익과 손해는 좋고 흐린 날씨처럼 교대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이익과 손해는 없으므로 이중긍정의 차원에서 내가 웃을 때에 늘 우는 사람이 동시에 이웃에 있다는 것을 배려하는 마음의 여유를 원효는 설파한다. 이익의 이면에 손해가 엎드리고 있고, 손해가 이익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이중긍정의 사고가 세상의 사실임을 자각케 한다. 도덕도 마찬가지다. 노자가 언명한 바와 같이 ‘선은 불선의 스승이고, 불선도 선의 자산’이라는 말을 원효는 동의한다. 선이 불선의 스승이라는 말은 쉽게 알 수 있는데, 불선이 어떻게 선의 자산이 되나? 그것은 불선이 선을 증장(增長)시킨다는 의미겠다. 불선이 선의 바깥에 별개의 독립적 실체로 실존하는 것이 아니고, 선의 이면에 은닉되어 있기에 불선은 선의 배설물과 같은 셈이다. 모든 선이 불선을 머금고 있으므로 선은 오만 방자해지거나 독선의 아만을 띠지 않게 된다. 자기의 선행이 절대적이 아니라 불선의 역기능을 이미 세상에 뿌렸는데, 절대선을 사회에 심어놓은 것처럼 위선자들이 설친다. 그래서 노자는 불선이 선의 자산이라고 언급했겠다. 원효는 노자처럼 선/악으로 명칭을 대립화하는 것이 아니라, 선/불선, 악/불악의 이중성처럼 상관적으로 세상보기를 종용한다. 그 양면성이 곧 상관적 차이(pertinent difference)로서 차연(差延=differance)(26회 글)이다. 차연은 차이(差異)와 연기(延期)의 인조적 합성어인데, 차이가 변증법적 모순의 관계가 아니고 상보적으로 상대방의 것이 자기에게 연기되어서 서로 이중적 잡종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는 현대 해체철학의 용어다. 이런 이중긍정이 사실상 성립되기 위하여 원효는 먼저 이중부정의 사고방식이 선결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중긍정은 세상의 사실을 보는 방식이고, 이중부정은 그 이중긍정이 이원성(duality)으로 빠지지 않고 이중성(duplicity)으로 인식되게 한다. 선/불선, 악/불악의 이중성은 각 변이 자기 동일성을 지니는 고정적 실체가 아니라, 서로 상대방이 있기에 자기도 성립하므로 각각은 다 상대방의 흔적에 불과한 셈이다. 도장의 양각과 음각의 양면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리라.(26회 글) 그러므로 양각과 음각은 다 그 자체 자기 것이 없는 공(空)이다. 모든 색(色=물질)의 이중긍정적 구조(善/不善)는 자기 것이 없는 이중부정(非善/非不善)의 공과 같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생활이 괴로움의 연속이므로 그 괴로움의 연속에서 탈피하면서 경제와 도덕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길은 세상사를 이중긍정적인 포괄법으로 읽는 길이라고 원효가 갈파했다. 포괄법은 세상사를 호/오와 선/악의 택일법으로 보지 말기를 종용한다. 그래야만 인간이 시건방지게 세상을 보면서 자기 것은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것은 절대적으로 악마적이라고 여기지 않게 된다. 그런 이중성의 긍정이 가능하기 위하여 원효는 이중부정의 초탈법을 또한 익힐 것을 종용한다. 초탈법은 세상사의 일체가 다 인연법에서 생긴 환영(幻影)이므로 이익과 선 앞에서 좋아 흥분하지 말고, 손해와 불선 앞에서 좌절하지 말 것을 제의한다. 초탈법은 허무주의나 염세주의의 사상이 아니다. 사회생활의 기준이 지성이면, 인간은 호/오의 선택에 갇힌다. 철학의 종말은 지성의 종말과 같다. 과학에 지성을 맡기고, 철학은 세상사가 다 환영임을 깨닫게 하면서 영성의 길을 떠나려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한승원 토굴살이] 죽로차 밭에서 운명 바꾸기

    [한승원 토굴살이] 죽로차 밭에서 운명 바꾸기

    이여름, 토굴 뒤란 언덕 위의 죽로차 밭 관리하기는 내 운명 길 바꾸어가기나 다름없다. 죽로차 밭 가꾸기는 여느 차밭 가꾸기보다 더 힘들다. 어린 차나무들 주위에 솜대나무의 죽순들이 아우성치며 밀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굵은 죽순들만을 건성드뭇하게 남겨 두고 다른 것들을 쳐내주는 작업을 끈질기게 하지 않으면 이 해 안에 다시 빽빽한 솜대 밭이 되어 버리고 말 터이다. 차나무는 반음지 반양지를 좋아한다. 솜대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버리면 차나무들이 호리호리해진 채 제구실을 못하기 마련이다. 초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아침 식전이나 해저물녘에 부지런히 차밭의 잡초들을 베어주어야 한다. 아내는 차나무 주위의 풀들을 낫으로 쳐내고 나는 풀 베는 기계로 그 근처의 창처럼 솟아오르는 죽순들과 육손이덩굴과 쑥대와 씀바귀 풀들을 쳐낸다. 이때 나는 ‘장자(莊子)’의 백정이 잘 벼린 칼로 소의 살과 뼈를 바르듯이 한다. 정신을 조금만 딴 데 쓰면, 풀 베는 기계의 날이 어린 차나무를 잘라버리기도 하고, 썩은 대 등걸이나 돌부리를 가르기도 하여, 대조각과 돌가루가 내 얼굴과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장마철을 전후해서는 사력을 다해 자라나는 그 풀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마치 내 운명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덮어버리려 하는 세상의 무성한 검은 숲들을 쳐내고 새 길을 열쳐 나가듯이. 풀 쳐내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한 제자가 찾아왔다. 그때, 나는 예초기 날에 잘린 풀잎이나 대나무 조각이나 돌가루 따위가 얼굴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철망 투구를 쓰고 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니, 예초기 운전하시기 힘들고 위험한데, 놉을 좀 사서 하시지 그러십니까?” 제자는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스승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아내가 그에게 말했다. “돈 주고 부리는 놉이 잡풀 속에 들어 있는 어린 차나무들을 당신처럼 아끼고 사랑해줄 리 없다고 기어이 당신이 저렇게 하신대요.” 저녁을 함께하면서 나는 한 선승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그 스님은 꼬부랑 늘그막에 들어서까지 날마다 차밭에 나가 일을 했으므로 젊은 상좌가 이제 그만 일을 하시라고 말렸지. 그런데 그 늙은 선승은 도리질을 하고 ‘나는 스승에게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고 배웠느니라.’하고 말했어.” 그 말을 하고나서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마치 그 선승의 삶을 흉내 내고 있는 듯싶어 덧붙여 말했다.“나는 사람이 우둔해서, 모든 글을 발로 쓴다. 가마를 타보기만 한 사람은 가마 타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그것을 메 본 사람이라야 그 재미를 진짜로 느낄 수 있다고 해서 늘 가마를 직접 메 보곤 한다.” 다음 해부터는 이 차밭에서 내가 마실 죽로차를 두어 통쯤 생산할 수 있을 터이고, 그 다음 해에는 네댓 통쯤 딸 것이고, 그 이듬해는 여남은 통 딸 것이다. 아, 얼마나 큰 행운인가. 부부가 함께 가꾼 죽로차 밭에서 부부의 손으로 한 잎 두 잎 따고, 아내가 덖은 것을 내가 비벼 말리고, 그 향기로운 차를 마주앉아 우려 마시게 된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뿌려주지 않은 진짜 유기농 죽로차의 맛과 향. 참선은 바람벽을 향해 고요히 앉아 화두를 들고 하는 것만이 아니다. 참새 혓바닥 같은 잎사귀 하나하나를 따 모으며, 뜨거운 불 앞에서 덖고 비비며 향기의 삼매에 빠져들고, 그 과정에서 우주 율동을 깨달을 수 있다. 여름철 차나무 우듬지의 자주색 잎사귀는 갓난아이의 고사리 손처럼 예쁘고 귀엽다.600평 죽로차 밭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에서가 아니고, 그 어린 잎사귀들의 앙증스러운 모습들 때문에 덥고 힘들어도 그 일을 즐긴다. 솜대 밭의 운명 길을 죽로차 밭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때껏 나는 그렇게 땀을 즐기면서 나의 운명 길을 바꾸어 놓곤 했고,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그리할 것이다. 소설가
  • [발언대] ‘자전거 좌·우브레이크’의 교훈/오창수 익산보훈지청

    어린시절 아버지께서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시면서 밥상머리 교육을 자주 해 주셨다. 매사에 방심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자전거 얘기를 하신 기억이 난다. 자전거가 생산되지 않던 광복전후 무렵 일제 자전거는 부의 상징이었다. 산악지대인 운봉에서 남원으로 내려오는 지리산 자락의 연재에서 어떤 사람이 내리막길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 쓰고 있던 밀짚 모자에 얼굴을 가려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며 조그마한 일이라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의 말씀을 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전거는 마을유지들이나 타고 다니는 것이지 우리들에게는 먼 얘기였다. 그러다가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자전거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때도 자전거를 만져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부 부잣집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전거 양옆 핸들이나 짐 싣는 곳에 책가방을 맡긴 채 시오리길을 자전거에 맞춰 달려야만 지각을 면할 수 있었다. 군대를 마치고 한참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사실 자전거 탈 줄을 몰랐었다. 그러던 중 함께 테니스를 하던 목사님의 가르침으로 자전거를 배웠다. 지금도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거리는 편리함 때문에 자전거를 애용한다. 이렇게 자전거를 애용하고 혹사시키다 보니 며칠 전에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 주중에는 시간이 바빠 고치지 못하고 불편하지만 조심하며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치기로 마음먹었던 오늘 아침 경사진 곳에서 조심하면서도 넘어졌다. 단순히 한쪽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니 절반만 속도를 줄이면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이 빗나갔다.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둘이 아니고 둘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자전거 앞바퀴를 제어하는 오른쪽 브레이크가 주 브레이크이고 뒷바퀴를 제어하는 왼쪽 브레이크가 보조 브레이크란다. 브레이크는 균형을 잡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는 개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적으로도 통합이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5·31지방선거가 끝나고 호국보훈의 달도 이제 막 지났다. 각 계층간 갈등을 넘어 통합과 화합이 절실하다. 그에 걸맞은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창수 익산보훈지청
  • 시중은행 하반기 영업전략 방향 못잡고 갈림길에

    시중은행 하반기 영업전략 방향 못잡고 갈림길에

    #1.“무리한 고(高)성장은 미래에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산성장률이 시장성장률을 밑돌면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하반기 영업 첫날인 3일 월례조회를 통해 ‘영업력 강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리한 고성장에 대한 부작용도 강조했다. 자산 증가와 내실 경영 사이에서 고민하는 행장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2.“주택담보대출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라는 것인지, 계속 자제하라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총량제한 규제가 풀린 이날 시중은행 지점장은 본부의 지침을 받고 “타은행 대출 상환용 대출(대환대출)을 시작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실수요자 대출만 하라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본부지침은 신규대출 제한을 푼다고만 돼 있을 뿐, 대환대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자산 증대냐, 내실 경영이냐. 시중은행들의 하반기 영업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마다 영업전략 회의를 갖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 고민은 상반기의 공격 전략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내실 경영으로 선회하느냐이다.‘은행 대전’에서 승리하려면 여전히 자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자칫 대출 자산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더욱이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올라 부실 위험성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총량 제한이 풀리며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은행들은 어느 선까지 대출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본부에서 일일이 통제해 지점별로 할당량을 정해 주거나, 아예 신규대출을 금지했던 은행들은 3일부터 이런 조치를 해제했다. 그러나 대출 경쟁의 ‘척도’인 대환대출이나 투기지역 대출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다. 우리, 하나은행 등은 계속 억제시킬 방침이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오는 고객을 되돌려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대출 확대를 놓고 은행간 눈치 작전이 치열하다.”면서 “한 은행이 ‘드라이브’를 걸면 다른 은행들이 따라가고, 다시 금감원이 제동을 거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전략, 은행마다 달라요. 하반기 영업전략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공격 경영’에 무게를 두지만 시장 상황도 고려할 예정이다. 상반기 동안 국민은행은 총수신이 2조원, 총대출금이 5조원 정도 늘었지만 자산 규모(197조원)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강 행장은 월례조회에서 “시장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면서 고객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는 탄력적인 영업방식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하느라 다소 차질을 빚은 영업력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겠지만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상반기 동안 총수신이 7조 8000억원, 총대출금이 무려 14조 6000억원 이상 증가한 우리은행은 속도 조절을 할 계획이다. 영업점 평가지표도 자산(대출)증가 항목에 대한 배점을 대폭 낮추는 대신 펀드, 보험, 신용카드 등의 교차판매 배점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조흥은행과의 합병 이후 내부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에 비해 지난 6월까지 총수신이 2조 585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무턱대고 공격 경영에 나설 수도 없다. 현재로서는 오는 10월9일로 예정된 두 은행의 전산통합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신상훈 행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늘 앞서 있다고 자부해 왔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산건전성, 생산성 등에서의 차별적 우위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직원들을 질타했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코너에 몰리는 듯했던 하나은행은 ‘중국 진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과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3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지린대에 설치한 ‘하나금융전문과정’ 개강식에 참석해 중국 진출 전략을 밝혔다. 김 회장은 “2008년까지 중국 동북 3성(省) 지역의 현지은행 인수·합작을 통한 소매금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대기업 CEO들 경영론 “독특하네”

    ‘데이트, 산책, 물지게, 쇼트트랙, 사막….’독특한 경영 이론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최근 ‘마하 경영론’을 제시해 계열사들의 창조적 경영을 강조하듯 CEO의 경영론은 그 기업의 비전과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강화 등을 위해 CEO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은 경영론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최근엔 ‘경영론=CEO’를 연상시킬 정도로 독특한 이름의 경영론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은 ‘데이트 경영’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남편인 고 설원량 회장과의 ‘남산 데이트’에서 힌트를 얻었다. 고 설 회장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항상 양 고문과 남산 산책로에서 데이트했던 경험을 되살린 것이다.양 고문은 지난해 말부터 임직원들과 수시로 남산을 함께 걸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때로는 격려하며, 회사와 세상 얘기를 주고받는다.안용찬 애경 사장은 ‘산책 경영론’으로 유명하다. 거의 매일 파트너(임직원)를 바꿔가며 1시간씩 회사 주변을 걷는다. 사실상 직원들과의 대화 창구가 되면서 각종 아이디어가 나오거나 중요한 경영 현안들이 결정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책이 일종의 경영론으로 바뀐 셈이다. 안 사장은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정담도 나누고, 건강도 좋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올해 경영 기조를 ‘물지게(균형) 경영’으로 정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직의 내부 역량을 균등하게 배분하면서 부서간 협업을 통해 조직 능력을 상향 평준화시키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김 사장은 올해 물지게 경영을 통해 사내 기초 체력을 다지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경배 태평양 사장은 기업 혁신을 위한 카드로 ‘쇼트트랙 경영론’을 꺼내들었다. 인사이드 파고들기에서 시작해 스케이트 날 휘기, 바깥 돌기 등으로 세계 최고에 오른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독창적인 전략을 기업에 적용한다면 기업 혁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한통운 이국동 사장은 “잘 나갈 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막 경영론’을 주창한다. 이 사장은 예측불가능한 위기가 어느 순간에 올 수 있어 이를 대비하는 것이 경영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사막 경영론은 그의 경험에서 나왔다.1988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던 이 사장은 사막에서 자동차 고장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지나가던 트럭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 당시의 경험이 경영론의 기초가 됐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서민경제 화두로 ‘선거 앙금’ 씻을까

    서민경제 화두로 ‘선거 앙금’ 씻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열린우리당 비상 지도부를 초청, 청와대 만찬 간담회를 갖는다.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지방선거 참패 한 달,‘김근태 체제’ 출범 이후 보름 만에 성사된 회동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15인 비상대책위원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염동연 사무총장, 이계안 의장 비서실장, 우상호 대변인 등 19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청와대에서는 이병완 비서실장, 권오규 정책실장 등 7명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의 최대 관심사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둘러싼 당청간 이견 조율이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이날 만찬에 따로 의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특별한 주제 없이 자연스러운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주로 노 대통령이 듣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공개 회동인 만큼 당청간 화합에 신경을 쓰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덕담’이나 주고받으며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상견례 차원이지만 당은 선거 때 드러난 민심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장이 취임 이후 소속의원 전원과 지방선거 낙선자들과의 연쇄 만남을 통해 수렴한 부동산 정책 및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사학법 처리 대책은 물론 향후 여권의 진로, 당·청 관계 재정립 방안, 부동산·세금 등 참여정부 주요 정책기조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의장이 화두로 던진 ‘서민경제 회복’에 당청간 일치된 지지 선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노 대통령 탈당설’과 관련, 김 의장이 노 대통령에게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과 호흡을 맞춰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청간에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부동산 대책 등에 대해서도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민심을 수용해 나갈 것’이란 원칙적 합의도 가능하다. 이날 회동에서 노 대통령이 당·청 관계를 호전시킬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화상전화 선점 경쟁 뜨겁다

    화상전화 선점 경쟁 뜨겁다

    빠른 속도로 이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HSDPA’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유비쿼터스’가 통신업계에 화두였다면, 올해 이동통신업계의 화제는 ‘HSDPA’다.HSDPA는 동영상전화 등이 가능한 3세대인 WCDMA가 한 단계 진화한 고속데이터 서비스다.SK텔레콤과 KTF가 최근 ‘HSDPA’시장 선점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SK텔레콤이 지난달 상용화를 선포하더니, 이번 주에 KTF가 서비스 상용화 일정을 발표한다. ●SKT,“세계 최초, 시장은 우리 것” SK텔레콤은 지난달 중순 휴대전화 기반의 3.5세대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서비스 브랜드는 ‘3G+’. SK텔레콤은 ‘3G+’의 출시로 기존 2세대 이동통신과 3세대 WCDMA 사업자로서 다진 노하우로 시장을 움켜쥐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최근 ‘글로벌 기업’ 표방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의 연관 효과를 바라고 있다. 세계 시장의 대세로 부상한 ‘WCDMA’ 시장에서 HSDPA로 선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방형 비즈니스총괄 부사장은 상용화 발표 때 “HSDPA는 CDMA 기반 사업 외에도 WCDMA 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사업의 노하우도 쌓을 수 있어 또다른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비스 지역은 상용화하면서 25개 주요 도시에서 시작했다. 빠른 시일 안에 84개 도시에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가입자 목표를 30만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휴대 단말기가 원활하게 공급이 안돼 서비스 확대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가 더 나오는 올해 말이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시작한 만큼 출시한 ‘W일반요금제’로 2∼3세대 이용자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KTF,“서비스 같아 선후발 차이 없다.” KTF는 이번 주에 HSDPA 서비스 상용화 내용을 발표한다.KTF는 26일 “이번 주에 전용요금제(약관)를 정통부에 신고할 예정”이라며 “전용요금은 SK텔레콤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KTF는 3종의 요금제를 신고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WCDMA 사업자여서 2∼3세대 통신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다. KTF는 “SK텔레콤이 해외로밍 국가가 많지만 지난해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로밍 제휴를 했고, 지난 4월 결성한 아시아태평양모바일연합체(8개 국가)에도 참여하고 있어 글로벌 로밍 분야에서 뒤질 게 없다.”고 맞섰다.KTF는 도코모와 함께 3세대 단말기를 공동개발한 뒤 한국과 일본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KTF는 로밍 서비스 국가도 현재 3세대간 로밍이 가능한 일본, 싱가포르, 호주, 유럽 등을 포함해 연말까지 25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의 커버리지도 SK텔레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50개 도시이면 인구 80%를 커버하고 연말이면 84개 지역까지 확대가 가능해 모든 시 단위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KTF는 최근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독일에서 독일업체인 ‘T모바일’과 WCD MA 기반의 화상로밍 등을 테스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전문성 키우기 워크숍 활발 ‘지역구 돌보기’ 수시 귀향도

    최근 열린우리당의 최대 화두는 ‘위기 탈출’이다. 일단 5·31지방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처방전의 주 내용이다. 당으로서는 수습을 통한 원심력 회복에, 의원 개인으로서는 경쟁력 고양을 통한 18대 총선에서 살아남기에 초점이 모아지는 것 같다. 의원들은 소모임 형태의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주로 전문성 제고를 기반에 둔 정치활동에 방향타를 맞추고 있다. 기존 계파단위의 조찬모임 성격에서 벗어나 초·재선 중심의 자발적인 워크숍과 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을 연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 간사로 일했던 이기우 의원의 경우 지난 2년간 상임위 경험을 살려 산업계, 학계 등의 전문가 등과 함께 다음달 7일 출범하는 ‘보건산업 최고경영자회의’의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이 의원은 “집권여당 의원이라면 전문성을 기초로 외부 네트워킹을 조직하고 확대하는 역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상호·정봉주 의원 등도 대학원에서 공공정책과 교육학을 공부하는 등 정책 진로 모색에 힘을 쏟고 있다. 수시로 지역주민 간담회와 의정보고회를 여는 등 지역구를 향하는 발길이 바빠진 것도 최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연출하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당 차원에서는 일차적으로 의사소통 기능을 회복한 뒤 이번주에 당 의장 직속기구로 서민경제회복추진본부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멀리는 범여권 통합을 위한 대장정을 고민하는 흔적도 엿보인다. 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의원이 많았다.”고 말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농업 희망을 쏜다] (12) 실내인테리어의 첨병, 화훼산업

    [농업 희망을 쏜다] (12) 실내인테리어의 첨병, 화훼산업

    “물이 담긴 화분에서 자라는 선인장을 보고는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진짜 선인장이냐고 물으면서 직접 만져보곤 하지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하이드로21’의 남궁순(45) 대표는 ‘선인장에 물을 주면 죽는다.’는 ‘통념’을 바꿔버렸다. 또한 거름을 전혀 주지 않고 물 위에서만 자란 귤나무에서 귤이 열리게 하고 있다. 잎에 손을 대면 새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는 ‘웰빙 화분’도 만들었다. 이 모두가 ‘하이드로 볼’을 이용한 ‘수경(水耕)재배’의 결과다. 하이드로 볼은 점토(찰흙)와 물을 혼합해 옥수수를 튀겨내 듯 섭씨 1200도의 고온에서 발포시킨 알갱이다. 난화분에 있는 작은 돌이나 흙과 달리 기공(氣孔)이 많아 보습성이 강하고 공기가 잘 통한다. 그동안 국내에선 불가능한 재배법으로 인식됐지만 남궁 대표는 일본에서 허드렛일을 감수하는 장인정신으로 국내 유일의 하이드로 화훼 재배자가 됐다. ●그린 인테리어의 선구자 남궁 대표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한때 서울 방배동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6년 부친이 대표로 있던 화훼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이드로 볼을 사용한 화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었다. 당시 국내에선 하이드로 개념이 전무했지만 외국에선 관엽식물을 흙 대신 하이드로 볼로 키워 실내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하이드로 문화’가 이미 각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부친의 사업은 이내 문을 닫아야 했다. 공동 사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투자자금을 모두 날렸다. 남궁 대표는 오기가 생겼다.“억울하기도 했지만 ‘하이드로 문화’가 국내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남궁 대표는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이드로 관엽식물을 수입하던 일본 나고야의 수경재배 농장에서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물을 나르고 농장을 청소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나중에 알았지만 일본인 농장주가 저를 시험하느라 힘든 허드렛일을 시켰던 것입니다. 수경재배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물과 기후, 온도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죠.”3년이 지나서야 남궁 대표는 귀국을 결심했다. 일본인 농장주도 컨테이너 2개 분량의 자재를 그냥 내줬다. ●시행착오 끝 국내 최고가 하이드로 화분 출시 89년 ‘21세기 원예’로 간판을 바꿨다.650평 규모의 온실을 차리고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적용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잘 자라던 식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선 잘 됐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됐죠. 거의 자포자기 상태였습니다.” 온실이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는 데에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얼마 뒤였다. 일본 농장에 확인한 결과 물의 수소이온농도(ph)와 전극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최초의 하이드로 화분이 나온 것은 90년대 초. 하지만 이번에는 판매가 문제였다. 남궁 대표는 최고가만 고집했고 소비자 가격을 처음부터 지정했다.“특정 가격 이하로 팔아서는 안 된다고 하자 꽃가게 주인들은 ‘미친 사람’으로 보더군요. 하지만 화훼시장도 언젠가는 공산품처럼 소비자 가격이 생산단계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설득하자 조금씩 수긍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코드를 찍어 화분의 크기에 따라 20가지 품목을 만들었고 국내에서 처음 화분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보장했다. 무엇보다 흙에서 지렁이가 나와 질겁하던 소비자들은 깨끗한 하이드로 화분에 관심을 표명했다. 물만 주면 되기 때문에 분갈이나 영양제가 필요없고 화분의 무게도 가벼웠다. 햇볕을 받지 않고도 잘 자라 책상이나 컴퓨터, 화장대 등의 실내 장식용으로 그만이었다. ●화분과 실내조명의 절묘한 조화 남궁 대표는 시장반응이 좋자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95년 일본 박람회에서 네덜란드산 ‘자기 화분’을 보고 생산업체인 ‘하이드로 휴즈만’을 찾아갔다. 사장은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며 쳐다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하이드로 전문가가 되겠다며 끝까지 매달리자 마침내 자기 화분의 지원을 약속해 줬다. 자신감을 얻은 남궁 대표는 수경재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플라스틱 화분 바닥에 전기판을 깔아 잎에 미세한 전류를 통하게 했다. 인체에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에 착안, 손을 전도체로 활용했다. 잎에 손을 대면 불이 켜지고 새소리와 아로마 향이 나오게 했다. 디자인이 뛰어난 자기 화분에다 하이드로 볼로 청결함이 더해지고 실내 조명등으로도 인테리어가 가능해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2000년 500만원에 불과하던 연간 매출이 매년 40∼50%씩 늘어나 지금은 전국 280개 화원에 3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가격도 5000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온라인 주문에 따른 직배송 체제도 갖췄다. 남궁 대표는 내년에 식물농장과 동물원, 박물관, 공연장, 승마장, 전시장 등을 갖춘 농촌체험 테마관광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남양주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웰빙붐 타고 작년 생산액 1조 돌파 국내 화훼산업이 농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웰빙 붐’에 힘입어 재배 면적과 생산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아 국제농업 무역에서 ‘수지가 맞는’ 분야 중 하나다. 농림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화훼재배 농가수는 1만 2900가구다.1971년 1806가구이던 것이 90년 8945가구,1995년 1만 2509가구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부터 다소 정체되는 추세다. 전국 화훼 재배 면적은 7952㏊ 정도. 화훼 생산액은 지난해 1조 100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9.6% 증가하면서 처음 1조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농업 생산액의 2.55%에 해당한다. 재배 면적이 전체 농경지의 0.44%밖에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은 높은 편이다. 화훼 분야는 장미 등의 가지를 꺾어 생산하는 ‘절화(折花)류’, 선인장처럼 화분에 심는 ‘분화(盆花)류’,‘난(蘭)류’,‘관상수류’,‘정원류’ 등으로 구분된다. 부문별 생산액의 비중은 절화류가 44.5%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품목으로는 장미와 국화가 각각 40.4%와 22.8%를 차지한다. 절화류에 이어 분화류와 난류의 화훼시장 점유율은 각각 24.1%와 10.5%에 이른다. 분화류는 철쭉(7.9%)과 선인장(6.5%)의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국화와 장미를 중심으로 한 ‘종자류’의 판매가 늘고 있다.‘기능성’ 화초의 등장에 힘입어 분화류 소비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유망하다. 지난해 화훼 수출은 5223만달러로 수입 2857만달러의 2배에 육박했다. 수출액은 90년 104만달러,2000년 2890만달러,2004년 485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출 효자 품목은 난류(1874만달러), 장미(108만달러), 백합(1048만달러) 등이다. 수입 역시 난류와 백합류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올해부터 국제신품종보호동맹(UPOV)이 발효되면서 ‘신품종 개발’이 화훼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장미 등 해외로 빠지는 로열티는 연간 50억원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화훼 산업을 중심으로 ‘종자전쟁’이 거세질 것”이라면서 “최첨단 재배·유통 방식으로 화훼산업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기능성 식물’의 허와 실 “식물이 보약이다?”최근 웰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파나 악취를 없애 주거나 벤젠 등 새집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해물질을 중화시키는 식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기능성 실내식물’들이다. 실험으로 입증됐다는 학계의 발표에도 일부 농가에서는 ‘상술’에 불과하며 과대평가됐다고 볼멘 목소리다. 과연 어느 쪽 말이 맞을까. ‘실내식물이 사람을 살린다’의 저자인 손기철 건국대 원예학과 교수는 “식물은 크게 두 가지 효능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 실험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첫째, 광합성과 증산작용으로 실내 공기와 온도, 습도를 개선시킨다. 둘째, 녹색식물을 보면 사람의 심리와 정서가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도 앞서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고 유독한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에코-플랜트’ 10가지를 발표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산세베리아, 아레카야자, 벤자민, 스파티필름 등이다. 하지만 국내 농가들의 시각은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 장미를 화분에 담아 파는 경기도 고양시 ‘아침농장’의 권오영 사장은 “세상에 해로운 식물이 어디 있느냐.”면서 “식물의 기능을 알리는 게 화훼산업 전체로도 나쁠 건 없지만 특정식물만 부각되면 다른 화훼농가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언론에 소개된 기능성 식물이 대부분 수입종이어서 국산 농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경기 연천에서 백합을 재배하는 정모씨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특정 식물이 잘 팔린다 싶으면 도매상들이 무조건 수입한 뒤 기능을 마구 부풀려 광고한다.”면서 “이 경우 국내 농가의 판매가 뚝 떨어져 한해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희 상명여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모든 식물이 환경에 좋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특정 식물만 선택해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NASA가 제시한 10대 식물의 실험방법도 정확하지 않으며 효능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물마다 효능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며 팔손이 화분의 경우 6평 남짓 방에 화분 3개만 설치하면 공기청정기 1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기철 교수도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등이 많은 새집증후군에는 인도고무나무나 대나무야자, 싱고니움 등을 추천했다. 로즈마리는 기억력 향상에 좋다고 덧붙였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커리어 우먼] 최연혜 철도공사 부사장

    [커리어 우먼] 최연혜 철도공사 부사장

    “철도와 인연은 ‘운명’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네요.” 정부대전청사 12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최연혜(50)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가냘프고 앳된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마초’조직으로 3만명이 넘는 직원을 이끄는 철도공사의 경영진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했다. 2004년 최 부사장이 옛 철도청의 차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여성 최고위직은 1명뿐인 사무관(5급)이었다. 그녀는 화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역설적으로 ‘철도 전문가’로 그녀의 이력은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도에 대한 식견과 자신감에 매력까지 느끼게 했다. 그녀는 호불호(好不好)가 명확하고 집념이 강하다. 독문학을 전공한 그녀가 철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남편과 함께 간 독일 유학이 발단이 됐다. 독일 대학은 한국에서 받은 석사학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학사과정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녀는 “경영 전문대학이다 보니 독문학은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공을 바꾼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독기’를 발휘해 현지인도 평균 14학기가 걸린다는 학·석사과정을 8학기만에 마쳐 최단기 이수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어려움은 계속됐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했지만 그녀가 전공한 공기업의 지배구조 연구는 국내에서 불모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부문(비영리부문) 마케팅 전공자를 공모한 철도대학과 연을 맺게 됐다. 우리 사회 전 부문에서 구조개혁이 화두로 등장하면서 그녀는 바빠졌다.1990년 통독 이후 유럽철도의 변혁을 지켜본 증인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 공사 전환을 앞두었던 철도청에서 그녀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전파할 ‘프런티어’의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녀는 “밖에서 보면 철도의 변화가 느리고 불충분하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체질을 바꿔나가는 과정”이라면서 “상반기중 성과중심의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 부사장은 고속철도가 철도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고속철도(KTX)는 개통 초기 하루 6만명 수준이던 이용객이 2년만에 10만명에 이르고 있다.20∼30년동안 현상유지에 그치던 철도에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부고속철이 완전 개통되고 호남선에 한국형 고속열차인 KTX∥가 투입되는 2010년은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로와 공정한 경쟁조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녀는 전세계의 철도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철도가 유일하고,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하기 위해 북한 철도를 개량하는 비용은 기대가치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철도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면서 직원들에게 ‘체험’을 강조한다. 독일유학 시절 1만㎞에 이르는 철도여행 경험을 토대로 철도배낭여행을 권장한다. 최 부사장은 “철도 발전에 필요한 문제제기가 이뤄진 만큼 할 일은 많다.”면서 “국민에게 다가가는 철도를 만드는 데 여성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주말과 휴일에 더욱 긴장한다고 했다. 신문도 사회면부터 펼친다. 특히 밤에 전화가 오는 것이 가장 싫다. 사건이나 사고소식을 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철도와 인생을 함께하는 ‘철도병’에 감염된 것이다. ■ 최연혜 부사장은 ▲1956년 대전 출생 ▲대전여고 ▲서울대 독문과 학사·석사 ▲독일 만하임경영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박사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 ▲한국철도대학 운수경영학과 교수 ▲철도청 업무평가위원 ▲건설교통부 철도산업구조개혁추진위원 ▲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 ▲철도청 차장(2004년 11월)▲한국철도공사 부사장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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