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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자중심 경영 조속히 벗어나야”

    “공급자중심 경영 조속히 벗어나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공급자 중심의 경영과 생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지난 24∼25일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서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개선점을 지적하면서,CEO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고 LG그룹이 27일 밝혔다. 이번 ‘글로벌 CEO 전략회의’에는 구 회장과 강유식 ㈜LG 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김반석 LG화학 사장 등 LG의 CEO 40여명이 참석했다.CEO들은 고객가치 혁신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중심 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아직 내부 관점에서 공급자 중심의 생각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점이 있고, 단기실적에 연연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을 소홀히 하는 관행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고객만족을 위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하나씩 혁신해 나간다면 한층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매출이나 손익 등 당장의 재무성과는 챙기는 반면 미래의 고객가치를 위해 역량을 높이는 데는 소홀히 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연초 새해 인사말에서 고객가치를 경영 화두로 강조한 이후 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그룹내 최우선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LG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CEO들이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토론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모으는 자리였다.”면서 “최고경영진의 선도적 사고가 LG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전파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대권주자 고건 前총리 인터뷰] “국민들 이념대립 신물… 실용개혁이 희망”

    [대권주자 고건 前총리 인터뷰] “국민들 이념대립 신물… 실용개혁이 희망”

    유력한 대선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는 27일 ‘바다이야기’ 의혹과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 용산공원 문제 등 민감한 국정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고 전 총리는 이날 서울신문 구본영 정치부장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28일 출범하는 자신의 외곽 지원단체인 ‘희망한국 국민연대’를 ‘한국의 정치품질 개선 운동’이라고 강조하는 등 대권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8일 희망한국 국민연대가 출범한다. 대선을 위한 전위조직인가. -신당 창당의 모태나 정치적 결사체는 아니다. 지금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 못 주고 있다. 오히려 실망과 갈등을 준다. 이제 국민에게 희망주는 정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의 대안을 찾는 국민운동 성격의 단체다. 일종의 생활 정치운동을 통해 한국의 ‘정치 품질 개선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그리는 새 정치의 대안은 현실 정치의 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희망연대는 현실 정치의 장은 아니다. 여기서 밑그림을 그려 주면 내가 현실 정치에 들어가 실현하면 된다. ▶대선주자로서 공식선언하는 시점은. -(웃으면서)언제까지 해야 하나요.‘늦지 않은 적절한 시기’에 할 생각이다. ▶대통령이 직접 ‘외부 선장론’을 운운할 정도로 여권은 (유력 주자 부재로) 심각한 상황이다. 기존 정당에 안 들어간다고 했는데 정계개편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외부 선장론에 대해서는 어느 당인지를 떠나서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대한민국호가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은 대한민국호라는 큰 배의 안전운항이다. 국민들이 좌우 양극단 이념대립에 신물을 내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 실사구시에 입각해 중도개혁 노선에서 민생경제를 돌보고 나라를 발전시켜 달라는 주문이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중도개혁실용 세력의 연대·통합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중도실용 노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예를 들면 친미냐 반미냐라는 논란은 불필요한 이분법적 논란이다. 친미냐 친중이냐도 마찬가지다. 이분법적 획일론으로 논란할 게 아니고 국익을 위해 실용적으로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면 된다. 또 개혁한다고 해서 이념에 입각한 개혁이 아니라 규제를 개혁해 일자리를 창출했어야 한다. 어느 당에서는 개혁과 실용을 택일적 개념으로 말하는데 웃기는 이야기다. 실용적 개혁을 해야 한다. 이게 중도실용 노선이다. ▶지지도가 고공 비행중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람들은 ‘거품’이라는 지적도 하는데. -나에 대한 지지는 이벤트성 인기가 아니고 오랫동안 국정을 운영해온 경륜에 대해 국민이 신뢰를 보내준 것이다.1년 이상 가는 거품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거야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문민정부는 군정종식과 문민화, 국민의 정부는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 정부는 권위주의 청산 등이 시대정신과 맞물려 집권에 성공했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정신은 국민 사회의 통합이다. 또 시대적 과제는 10년 내 선진국 진입이다. 말하자면 시대적 과제는 선진강국, 시대정신은 통합이다. 통합의 리더십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이나 범여권 입장에서는 총선 이후 단 한번도 못 이기는 참패가 잇따르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총체적 원인을 진단해 달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국민들과 진지하게 의사 소통하면서 국가정책을 집행했어야 했는데 너무 독선으로 흘렀다. 참여정부 독선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봐야 한다. ▶용산공원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삐걱거린다. 접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민족공원을 만든다는 대원칙은 차이가 없지만 신뢰 부족이 문제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부처와 서울시의 의견을 충분히 협의·조정해야 한다.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조정력 발휘하고 서울시도 부담할 것은 해야 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사안이다. 차기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작통권 단독행사는 안보 문제이다.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국민생존 문제다. 국민 공감대 형성 하에서 논의·추진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국민 불안 해결이다. 국민 불안 요인에 대해 정부가 분명히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한다. ▶FTA도 큰 현안이다. 대통령의 추진 발표 당시만 해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역전됐다. 어떤 해법이 필요한가. -우리는 해외 의존형 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체결은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다. 다만 FTA 체결에 대해 우리가 손익계산을 충분히 세워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으로 큰 인기를 얻었는데 고 전 총리는 서울시장으로 뚜렷한 업적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 -내가 한 일은 땅밑이고 청계천은 땅위다.1989년 중앙정부를 설득,2기 지하철 5·6·7·8호선을 동시 착공했다. 내부순환도로 건설, 낙산·선유도 공원도 내가 한 것이다. 서울시 내에 오픈 시스템이라고 하는 제도를 둬 부정부패를 추방했다. ▶정치적 멘토랄까, 스승을 꼽는다면. -공인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영향을 준 사람이 아버지다. 아버지는 ‘공직 3계’를 당부했다.‘줄서지 말라, 남의 돈 받지 말라, 술 잘 먹는다고 소문내지 말라.’였다. 앞의 두 가지는 지켰다. 술 잘 먹는다고 소문내지 말랬는데 소문이 났다.(웃음) ▶요즘은 바다이야기가 화두다. 몇년 전부터 여러 군데서 경보음 울렸어야 했는데 뒤늦게 곪은 상태에서 터졌다. 뭐가 잘못됐나. -부처 차원의 정책실패 넘어서 정부의 실패라고 본다. 시장과 정부의 실패가 있는데 이건 국정시스템이 고장난 거다. 총체적인 국정 시스템의 고장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고장난 국정 시스템 고쳐야 한다. ▶국민의 정부 이후 국론분열의 큰 테마 중 하나가 북한 문제다. 중도 실용노선으로 통합할 수 있는가. -대북정책은 감상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정부가 무원칙하게 대응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안정감과 신뢰감 주는 대선주자이지만 ‘젊은 피’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대학로에 살고 있어 문 열고 나오면 젊은이 사회에 휩쓸린다. 그들과 자주 대화를 한다.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글도 가끔 올린다. 정리 오일만 구혜영기자 oilman@seoul.co.kr
  • “슈퍼스타 CEO가 군림하던 시대는 갔다”

    “슈퍼스타 CEO가 군림하던 시대는 갔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007년 세계 경영의 화두는 ‘사람’이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20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24일 ‘2007년 CEO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금부터 앞으로 3년간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지구촌 전체의 무한경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회사내의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영의 수단이라고 경영자들이 지목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슈놀트 회장은 신상품 개발에서 고객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확신을 갖게 되면 엄청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디포의 스티브 오들랜드 사장은 “슈퍼스타 CEO가 군림하던 시대는 갔다.”면서 “경영진과 직원간의 리더십을 공유하는 경영모델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에 기업의 수익 확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회사 내부의 요인으로는 ▲경영팀의 능력(76%)▲신기술(63%)▲새 상품 개발(62%)▲브랜드 강화(58%)▲외부와의 협력 및 연대(55%) 등을 꼽았다. 2007년에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관심을 집중시킬 지역으로는 미국(65%)을 들었다. 두번째 지역은 중국(45%)이었으며 인도(42%), 서유럽(35%), 동남아시아(32%), 멕시코(31%), 동유럽(30%) 순서로 이어졌다. 미국 기업의 CEO들은 내년도 미국 경제를 낙관했다.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의 매튜 로즈 사장은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매우 큰 데도 불구하고 심각해 보이지 않는 것은 미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EO들은 2007년에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의료보험(70%)▲에너지 비용(64%)▲기술 개발(61%)▲금융 비용(56%)▲원자재 구입(51%)▲인력 교육 및 유지(51%) 등을 꼽았다. 지난 3년 동안 직무를 수행하면서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했던 업무를 묻는 질문에 CEO들은 ▲관리·조정(89%)▲이사회 보고(72%)▲주주 관계(58%)▲전략(47%)▲언론 관계(31%)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CEO들은 또 자신의 성패가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또 CEO들은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두번째 잣대로 회사의 주가를 지목했다. 이 트레이드의 미첼 카플란 사장은 “3년 전보다 CEO의 직무가 훨씬 어려워졌다.”면서 “행동 하나하나, 쓰는 돈 한푼 한푼이 면밀하게 감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플란은 그러나 “그래도 나의 일을 좋아한다.”면서 “우리가 거둔 성취에서 만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CEO 보고서는 뉴욕증권거래소가 국제전략 및 시장조사 컨설팅 업체인 오피니언리서치코퍼레이션에 의뢰해 21개국 50개 산업분야의 CEO 207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dawn@seoul.co.kr
  • 2011년부터 9월에 새학년

    9월 학기제와 유치원을 정식 학제로 편입하는 방안이 이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다.6-3-3-4년인 현행 학교급간 수학연한(학제)은 이르면 2020년부터 바뀌게 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혁신위원회는 25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학제개편 1차 토론회를 열고 학제개편 방안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지식정보화의 가속화에 따라 학제 조정 등 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해서다. 교육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1226만명선인 학령인구는 2030년에는 60%선인 741만명으로 떨어져 현재의 학교제도를 유지하기가 힘들 전망이다. 교육부 등이 마련한 학제개편 추진 일정에 따르면 유아교육을 정규학제로 편성, 공교육에 포함시킬지,3월 학기를 국제추세에 맞춰 9월 학기로 바꿀지에 대한 결론은 연말에 나온다. 교육부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학생들의 이동이 갈수록 증가 추세에 있는 데다 외국 유학생의 국내 학교 유치를 위해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1951년에 확정된 6(초)-3(중)-3(고)-4(대) 학제를 개편하는 방안은 2010년까지 세부추진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연말에 나올 1차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내년 말까지 기본윤곽을 마련하게 된다. 이날 토론회에 제시된 대안은 초등을 1년 줄이고 고교를 1년 늘리는 5-3-4-4제와 중·고교를 합치는 6-6-4제 등이다. 유치원의 정규학제 편입과 9월 학기제로의 전환문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입법에다 경과기간 등이 필요해 이르면 2011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새로운 학제 적용문제는 교원수급 및 학교시설 재배치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아 이르면 2020년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태 교육혁신위의 상임위원은 학제개편 등에 대한 토론과 관련,“안 바꾸면 10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초등 수업연한을 1년 단축하는 대신 고교 수업연한을 1년 연장해 고교교육을 충실화하는 내용의 ‘5-3-4-4제’ 학제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儒林(67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3)

    儒林(677)-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3)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23) 왕양명이 이룬 유학은 후세에 ‘양명학(陽明學)’으로 불리며 크게 유행하였다. 그러나 정통 유교사상에 어긋난다는 인식 때문에 이단시되어 사학(邪學)이라고까지 파면선고를 받은 것은 ‘마음이 곧 이(心卽理)’라는 육구연으로부터 비롯된 양명학의 교의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송 대에 들어오면서 성리학이 싹트게 된 데에는 지금까지의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논리에 한계와 염증을 느끼게 됨으로써 많은 유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온 인간의 이성문제에서 한 차원 더 높은 우주의 원리 같은 것에 눈을 뜬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인간의 현실적인 존재와 현상을 규명하는 새로운 유학인 성리학이야말로 언제나 올바른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추구하는 개인의 몸가짐뿐 아니라 대인관계, 마침내는 국가통치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원리인 이(理)의 합당한 상태를 유지하는 최고의 정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유교사회에 있어서 육구연이 주장하였던 ‘마음이 곧 이’라는 사상이나 이를 발전시켜 완성한 왕양명의 ‘성인의 도는 내 본성 자체만으로도 족한 것이다. 전에는 모든 사물에 대하여 이치를 추구하려 하였는데, 이는 잘못이다.’라고 선언하고 ‘천하에 어찌 마음 밖에 일이 있고, 마음 밖에 이가 있겠느냐.’면서 ‘거리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성인’이라는 인간의 내면적인 자유를 구가하였던 왕양명의 주장은 지금까지의 정통적인 유학으로 볼 때에는 지극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사술(詐術)이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마음이 곧 이(心卽理)’라는 ‘육왕파’의 종지는 바로 불교의 선에서 주장하는 ‘마음이 곧 부처’라는 심법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심즉불(心卽佛)’, 즉 ‘마음이 곧 부처’라는 심법은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구경 중의 하나인 것이다. ‘마음이 곧 부처’는 화두의 골수로 이 말이 처음 쓰여진 것은 달마(達磨)가 양의 무제8년(520년) 9월21일, 불법을 전하기 위해서 동쪽인 중국으로 건너 온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날 면벽수도하던 달마를 찾아온 혜가(慧可)가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서 칼을 들어 자신의 왼쪽 팔을 끊어버림으로써 달마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중국에 있어 2조가 되는데,‘제 마음이 편치 못하니, 스님께서 편안케 해주소서.’하는 혜가의 질문에 ‘그 마음(心)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내가 편안케 해주리라.’라고 달마가 대답하자 혜가는 한참을 생각한 후 ‘아무리 찾아도 그 마음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에 달마는 ‘내가 이미 네 마음을 편안케 해주었다.’는 그 유명한 ‘안심법문(安心法門)’을 내린 후부터 선이란 곧 마음을 찾는 심법(心法)이란 종지가 골수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심법은 혜가의 불법이 제3조인 승찬(僧璨)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도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 동작구 자원봉사자들 민원콜백 서비스

    행정 서비스도 ‘고객 감동’ 시대다. 민간 기업의 감동 서비스를 맛본 주민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행정 기관에서도 고객 감동이 화두가 되고 있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의 ‘해피 콜 서비스’는 대표적인 감동 행정이다. 다.‘해피 콜’이란 민원인에게 서비스의 만족도와 의견을 전화로 묻는 콜백(Call Back) 서비스다. 동작구는 민원인 사후관리와 행정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행정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특히 이 서비스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상담요원 모두가 관내 주부들로 구성된 순수 자원봉사자들이다. 해피 콜 성공의 1등 공신은 동작구 주부들인 셈이다. 동작구 청사 안에 위치한 해피 콜 센터에서 만난 주부들은 ‘구청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감동 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원 서비스도 AS “전자제품을 사고 나면 서비스 센터에서 잘 쓰고 있느냐며 전화를 하잖아요. 우리도 마찮가지예요. 일일이 전화해서 민원 서비스가 만족스러웠는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봐요.” 1년 이상 활동했다는 김인순(46)씨의 설명이다. 상담요원으로 활동하는 주부 봉사자들은 모두 80여명. 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참여한다. 구청측은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은 피해서 오전 10시∼낮 12시, 오후 2∼4시 두 타임씩 주 5일제로 센터를 운영하고, 주부들도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2시간씩 활동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첫발을 뗀 해피 콜 센터는 이젠 없어서는 안 될 대민 창구로 자리를 잡았다. 단순히 만족도만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불만 사항도 여과없이 받고 있어 호응이 더욱 좋다. “민원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불만 사항도 모두 기록해서 해당 과에 전달해요. 해결이 되면 처리 상황을 다시 민원인에게 알리죠.”“그래서 만족도가 더 큰 것 같다”고 김금순(58)씨는 전했다. 예를 들어 주차장이 좁다거나 화장실을 밤에도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들어오면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을 한다는 것이다. ●구민 만족도 쑥쑥 이 서비스 덕분에 동작구 공무원들이 더 친절해졌다. 황정자(49)씨는 “전화를 하면 다 나온다.”고 말했다. 누가 친절하게 민원을 처리했는지 직접 이름이 언급되니까 공무원들도 콜백 서비스에 신경을 쓰고, 그러다 보니 서비스 질도 더 나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주부들은 자신들의 봉사활동으로 동작구가 보다 살기 좋은 구가 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황영숙(46)씨도 “콜백 서비스를 처음 실시할 때는 민원 만족도가 한 70% 정도였는데 요즘은 90% 이상”이라면서 “예전에 비해 친절도나 일처리가 많이 좋아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뿌듯해 했다. 물론 힘든 일도 많다. 전화를 뚝뚝 끊어 버리는 민원인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도 부지기수다.30분이고 1시간이고 전화를 끊지 않는 민원인도 있다. 강경숙(47)씨는 “통화가 길어지면 팔도 아프고 귀도 멍멍하고 힘들지만, 평소 불만이 많던 민원인 입장에서는 얘기할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고맙다는 전화도 오고, 밥을 사주겠다는 전화가 올 정도로 호응이 좋아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사설] ‘희망통장’, 가난 대물림 끊는 첫걸음

    정부가 내년부터 빈곤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하기로 한 ‘아동발달지원계좌(CDA)’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저소득층 지원정책은 생계유지에 초점을 맞춘 반면 빈곤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와 후견인이 각각 매월 3만원씩 적립해주는 CDA제도는 사회 진출시 필요한 종자돈 지원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공급자 위주의 시혜정책에서 수요자에게 심리적, 경제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리 사회는 참여정부 들어 분배우선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하위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날로 심화되는 등 양극화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소득격차는 바로 학력격차로 이어져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따라서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난의 대물림을 막으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이른바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한 정부 역할론이다. 특히 빈곤아동에 대한 단순 지원 차원을 넘어 민간 후견제도와 접목시킨 CDA제도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통합을 공고히 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빈곤아동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돕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그런 의미에서 후견인 참여운동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할 필요가 있다.CDA제도가 빈곤아동들에게는 지금까지 굳게 닫혔던 희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기원한다.
  • 이수훈 동북아시대 위원장“북핵등 안보문제 정쟁수단 안돼”

    ‘동북아 균형자론’을 화두로 던지며 출범한 참여 정부의 외교·안보 구상이 6자회담 교착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논쟁, 한·일 관계 경색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참여정부 외교 지향점을 담은 대통령 자문기관 동북아시대 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으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점검과 함께 후반기 외교기조 등을 들어봤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8월 행담도 사건으로 물러난 문정인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잔여임기를 채운 뒤 최근 대통령으로부터 다시 임명됐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까지 나오고 있다. 미사일 발사 전엔 사전 설득에 나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 한반도의 긴장·위기 수위는 비교할 수 없이 한층 높아진다. 동북아에 핵무기 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안보팀이 미국 등 국제적 협조 속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설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북 유엔결의안 채택 이후 남북관계가 냉랭하고 북중관계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이다. 외교안보팀이 이 일을 차분하게 할 수 있도록 언론과 국회, 시민사회 영역이 협조해 줘야 한다. 안보는 정치화하면 안 된다. ▶위원장직을 맡은 지 1년이 됐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동안 동북아시대 구상, 즉 동북아 역내 질서를 통합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총체적 정책 체계를 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는 전반적 대외전략, 남북관계 중장기 발전전략, 동북아다자안보협력 제도화,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축 전략, 동북아 사회문화교류협력 증진 전략 등이 포함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동북아 전략 핵심의 하나인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은 채 문제가 쌓여가고 한·일 관계가 갈등 대립으로 악화돼 그 장벽을 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북아 에너지협력 구상에 힘을 많이 쏟은 것으로 아는데…. -그 역시 북핵이란 장벽에 부딪힌 경우다. 물론 사할린 천연가스 도입 등 여건이 맞아 실제 추진되는 것도 있지만 동북아 에너지 협력구상은 북핵 해결과 9·19 공동성명의 이행이 맞물린 문제다. 철도의 연결, 상호 방문 등 정치적 여건이 성숙돼야 하는데 잘 안되고 있다. ▶고이즈미 시대가 끝나간다. 향후 한·일 외교 경색을 푸는 방안은. -고이즈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동북아 국민들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야스쿠니 신사엔 전범 위패는 물론 전쟁기념관 ‘류수칸’이 있다. 따라서 일본 최고 지도자의 신사참배는 전쟁에 관한 과거 역사에 대한 태도, 미래에 대한 태도를 모두 상징하는 중요한 문제다.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꼬인 한·일 외교 복원은 야스쿠니로 풀면 된다. 독도·역사·위안부 문제는 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 정치권의 결단과 행동 여하에 따라 해소할 수 있다. 공은 일본 차기 지도자에게 넘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일 정치적 관계의 악화가 민간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작권 현안 등이 있는 가운데 9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임기 후반 우리 외교 기조는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외교에서 정상회담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언론에 비치는 두 정상의 분위기는 실제 이상의 역할을 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외교 일정이다. 하반기에 정상외교 일정이 많다.APEC,‘아세안+3’회의 등 굵직한 일정이 있다. 실용주의 기조로 가고 외교적 성과를 내 국민들을 안심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어떤 국가와의 관계도 파국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도 대통령 산하 위원회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여러 생각들이 있겠지만, 이는 대통령의 뜻이고 결정 사항에 속한다. 우리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동북아 시대와 관련한 자문을 하는 엄연한 기능, 역할이 있다. 중장기 한국 외교의 미래, 즉 15∼20년 국가전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젝트를 여러 팀들이 공들여 해왔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대외 전략의 큰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 그간 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겠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불꽃 튀는 ‘순한 전쟁’

    불꽃 튀는 ‘순한 전쟁’

    ‘낮춰 더 낮춰’. 진로와 두산이 소주시장을 놓고 또다시 한판 승부에 나섰다. 화두는 ‘더 순한 소주’다. 이번에는 진로가 불을 댕겼다. 두산의 ‘처음처럼’에 대한 맞불 차원이다. 오는 24일 하진홍 사장이 20도 미만(19.8도 예상)의 신제품을 내놓기로 함에 따라 소주전쟁은 지난 2월 진로의 참이슬 리뉴얼 제품(20.1도)과 두산 ‘처음처럼’(20도)의 점유율 전쟁에 이은 2라운드의 성격이 짙다.19도대냐,20도냐의 싸움이란 얘기다. 출시 시점도 시장을 더욱 달굴 것으로 보인다. 통상 가을의 문턱인 9월부터 소주가 성수기를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질 경쟁을 넘어 가격 경쟁으로 번질 경우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진로, 더 못참겠다 진로의 위기감은 두산의 ‘처음처럼’이 출시된 이후 55%대를 유지했던 점유율이 50%대마저 위협받는 등 줄곧 곧두박질치면서 증폭됐다.‘처음처럼’은 지난 1월 5.2%였던 전국 시장 점유율이 줄곧 상승, 지난 6월에는 9.5%까지 치솟는 등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수도권 시장에서도 지난 1월 6.4%(서울 시장 7.7%)이던 것이 지난 6월에는 15.1%(17.8%)로 껑충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참이슬은 92.4%(서울 시장 90.4%)에서 83.1%(79.3%)로 곤두박질쳤다. 진로는 승부처를 마케팅쪽에 두고 있다. 지난 2월 ‘처음처럼’과 비슷한 시기에 참이슬 리뉴얼 제품을 출시했을 때 ‘천연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지 못한 반면 경쟁사는 ‘알칼리 환원수’라는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두산, 침묵속의 긴장 두산으로서는 진로의 신제품 출시 자체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존의 참이슬은 40대 이상, 신제품은 20∼30대를 겨낭하는 ‘투(Two)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도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주류BG의 홍보 관계자는 “‘처음처럼’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은 만큼 쉽게 점유율을 점령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소비자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출혈 경쟁 불가피 업계 관계자들은 품질 경쟁에 이은 가격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두산이 ‘처음처럼’을 출시할때 가격을 730원으로 참이슬(800원·360㎖ 기준)보다 싸게 내놓아 가격 경쟁의 불씨는 지펴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진로가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가격인하에 나서면 경쟁사로서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양측이 그동안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광고비 판촉비 등을 많이 쓰는 바람에 매출실적만큼 영업이익을 많이 내지 못해 출혈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진로는 상반기에 신제품 출시 등에 따른 판촉비 등으로 영업이익이 727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두산 역시 상반기에 광고비 증가 등으로 매출액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양측간의 불꽃 튀는 소주 전쟁이 품질 경쟁에서 가격 경쟁으로 번질지 여부는 소비자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에 달려있다.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 맥주 출신의 하 사장과 진로 출신으로 두산의 사령탑이 된 한기선 사장간의 전략적인 머리 싸움도 승부에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Book Review] 신영복 함께 읽기/ 돌베개 펴냄

    우리 시대의 지성 아니 스승으로 통하는 신영복(65). 감옥에서 20년 20일의 세월을 보냈다면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결딴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정반대다. 그의 사유는 더욱 투명하고 명징해졌으며, 고아한 풍채는 그야말로 선풍도골(仙風道骨)이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최근 출간된 ‘신영복 함께 읽기’(돌베개 펴냄)라는 책을 통해 ‘인간 신영복’에 다가가 보자.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직 정년퇴임(25일)을 기념하는 책이다. 정년퇴임을 기념한다면 한정된 지인이나 학계를 대상으로 의례적인 정년기념 논문집 같은 걸 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상식을 배반한다. 신 교수의 저서를 감명깊게 읽고 그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신영복 독해’를 시도하는 새로운 형식의 정년기념 문집이다. 그를 아끼는 동료 교수, 친구, 제자 등 60여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교수는 잘 알려져 있듯이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여년간 복역한 뒤 1988년 가석방돼 이듬해부터 성공회대 교수로 일해 왔다.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해온 그는 창백한 관념성을 극복, 현실과 민중 속에서 자신의 의식과 삶을 재구성한 글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줬다. 저자 가운데 한 명인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영복의 화두는 늘 사람과 사랑이었다.”며 그를 ‘사람을 거울로 삼는 구도자’로 평한다. 이어 이렇게 말한다.“신영복은 바위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늘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다.…그는 오래전에 ‘투쟁 패러다임’을 내버렸기에 자신의 메시지를 투쟁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독(誤讀)이 많아졌다. 신영복을 탓할 수는 없다. 그는 실천 없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신영복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비롯해 출소 후 8년 만에 낸 사색의 글모음 ‘나무야 나무야’, 해외 여행기 ‘더불어 숲’, 동양고전 읽기를 통해 ‘관계론의 철학’을 펼친 ‘강의’등 그의 대표적 저작들에 대한 성찰도 담겼다. 책은 신 교수의 삶과 사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핀 1부와 그와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사적 기록을 담은 2부로 이뤄졌다. 각자 나무로 살다가 선생을 만나 ‘더불어 숲’을 이룬 이들의 이야기. 그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처음처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인문학의 ‘부활’

    인문학의 ‘부활’

    얼마 전까지 어린이들의 시선을 브라운관 앞에 묶어뒀던 애니메이션 ‘포켓 몬스터’. 애니메이션 자체는 물론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도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150여종에 이르는 캐릭터들이 각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차별성’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본 특유의 정령문화에다 불·물·숲 등 음양오행설에서 차용한 개념까지 가세해 캐릭터들을 도드라지게 했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새삼 ‘문화강국’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번 반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한류 붐을 장기적으로 뒷받침해 줄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포켓몬의 사례처럼 ‘기획력’뿐 아니라 정령문화와 음양오행설 같은 ‘논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싹은 이미 있다. 광대문화에 대한 연구가 영화 ‘왕의 남자’를 낳았고, 재야사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쌓이면서 ‘주몽’이나 ‘연개소문’ 같은 드라마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같은 인문학이 문화콘텐츠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재규 명지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아예 사회교육원에다 ‘민족사문화콘텐츠’ 전공을 신설했다. 한 교수는 “그림 실력은 우수한데 스토리를 찾지 못해 일본만화를 흉내내는 후배들이 많아 개설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인문학자들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이 인문학 위기의 탈출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명문대 교육혁명] (18)뉴욕대(NYU)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는 최근 3년간 미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은 ‘꿈의 대학(Dream School)’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대학이다. 미국의 대학입시 전문기관 프린스턴리뷰는 학생들이 ‘세계의 중심지’ 뉴욕이 주는 학문·문화·경제·정치적인 기회와 도전, 다양성에 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대는 실제로 학교의 발전에 메트로폴리탄 뉴욕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뉴욕대는 학생수가 4만명이 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립대학이다. 학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 1만 2000명을 포함하면 뉴욕대의 학생 수는 어지간한 지방도시의 규모를 넘어선다. 학생 숫자도 많지만 능력있는 교수 충원도 쉬지 않고 이뤄진다.2005년 현재 학생 대 교수의 비율은 13대1. 수업 당 평균 학생수는 30명 미만이다. 뉴욕대는 규모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명성을 높이 쌓아가고 있다. 무려 14개에 이르는 단과대학에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 지금까지 2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뉴욕대 출신의 퓰리처 수상자도 12명이며, 졸업생 9명은 미국 과학자상을 받았다. 특히 예술 분야가 강한 뉴욕대는 19명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키워냈다. 아카데미상은 물론 에미상과 토니상 수상자도 세계 어느 대학보다 많이 배출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는 뉴욕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스턴스쿨(경영대학원)은 월스트리트와, 티시스쿨(예술대학)은 브로드웨이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건축학도들에게는 맨해튼의 마천루들이, 고고학 전공자들에게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양키스를 포함한 10여개의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저널리즘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뉴욕타임스와 NBC 같은 유력 언론사들이 생생한 배움의 현장을 제공한다. 뉴욕대는 학생들을 뉴욕에 자리잡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재단 등과 인턴십, 연구 프로젝트 등을 통해 연결시켜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뉴욕대의 취업상담실인 커리어센터에는 매년 4만 7000개의 일자리가 몰려온다. 또 해마다 100개 기업이 참가하는 비공식 취업 박람회를 6차례 주선한다. 또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과 정부, 사회단체 600여곳의 인사담당자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뉴욕대는 국제화 시대를 또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뉴욕대는 그동안 축적해온 ‘문화적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노하우를 해외의 분교를 설치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dawn@seoul.co.kr ■ 시라지 예술대 부학장 인터뷰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대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은 영화와 연기 분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이다. 우디 앨런과 마틴 스코시즈, 올리버 스톤, 리안, 스파이크 리 등 세계적인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 빌리 크리스털, 애덤 샌들러, 우피 골드버그 등 스타배우들이 티시 스쿨 출신이다. 티시 스쿨의 파리 시라지 부학장으로부터 이 학교 경쟁력의 원천과 향후 운영 방향 등을 들어봤다. 시라지 부학장은 한국과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티시 스쿨이 다른 예술대학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선 똑똑한 학생들이 온다. 하버드나 예일, 프린스턴에 합격하고도 우리 학교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 우리는 다른 예술대와 달리 학문적 측면을 강조한다. 티시 스쿨 졸업생들은 법대나 경영대학원(MBA)에 들어가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학문적 기반이 튼튼하다. 또 오랜 역사를 통해 다져온 커리큘럼이 탄탄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최고의 교수진을 꼽을 수 있다. 우리 교수들은 최고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의 운영이 학생 중심적이어서 필요한 장비의 구입이나 정비, 학사 문제 해결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다른 전공에 비해 비교적 수명이 짧은 무용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조기 졸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같은 경쟁력을 통해 구체적으로 얻은 성과는. -티시 스쿨은 새로운 예술학 분야를 창시해 왔다. 공연학(Performance Studies)을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동영상보존학, 뮤지컬극작 등 새로운 학과를 신설했다. ▶수업에서는 실기와 이론의 비율을 어떻게 분배하나. -기본적으로는 50대50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재능인가, 노력인가. 어느 쪽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나. -그것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던 화두이고 영원히 풀리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두가지가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입학생을 모집하는 데 남다른 기준이 있나. -이미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우리 학교에서는 영화, 연기, 사진 등을 전공하려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수업은 강도가 높고, 거기서 두각을 나타나는 학생들은 미리 뽑는다.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는 높은가. -무용과 영화, 뮤지컬극작 등 다양한 학과에서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앞으로 티시 스쿨에 오려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 학생들의 재능은 매우 우수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편이다. 언어 문제가 크고 문화적 차이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업이 팀을 짜서 작품을 만드는데, 팀원들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면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다. 영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기 바란다. ▶뉴욕의 중심에 학교가 있어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대단한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브로드웨이가 가깝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주 관람하고 예술가들과 직접 만날 기회도 많다. 현장 학습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 생각한다. 단지 단점이 있다면 협소한 캠퍼스이다. ▶앞으로 티시 스쿨은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 -특별히 중점을 두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모든 학과가 중요하다. 기존의 학과를 배제하는 대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창조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또 학문적으로 실력을 갖춘 지적인 예술가를 키워 내는 작업도 계속할 것이다. ▶훌륭한 졸업생이 많은 것이 학교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일단 학생들이 그들에게 끌려 우리 학교로 온다(웃음). 스타 졸업생들은 기부금도 많이 내지만 직접 모교를 찾아 강의를 해주기도 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 꼭 우리 학교 학생들을 몇명씩 불러서 참여시킨다. ▶한국에 티스 스쿨과 같은 예술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면. -무엇보다 훌륭한 교수진과 훌륭한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의 우수한 예술 학교들을 잘 살펴 보고, 그것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dawn@seoul.co.kr ■ 영화수업 직접 들어보니 |뉴욕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가(街) 721번지. 이곳에 뉴욕대의 예술대학인 티시 스쿨(Tisch School)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5일 화요일 오후 2시30분. 여름학기 영화학 수업이 열리는 108호 강의실로 모여드는 학생들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다양한 인종, 연령, 옷차림, 말투….30명 정도 되는 영화학 수강생들은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 조합한 집단같았다. 108호 강의실의 공식명칭은 ‘레오 제피 극장’. 컬럼비아영화사의 전 사장 이름을 따온 곳으로 100석 규모의 영화 상영관을 생각하면 된다. 앞쪽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뒤쪽에 영사실이 마련돼 있다. 스크린 옆에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과 TV모니터가 놓여 있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아널드 배스킨 교수는 ‘소프트웨어’라는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던 감독 겸 극작가, 촬영작가이다. 수업의 시작은 ‘봉숭아 학당’ 분위기. 배스킨 교수가 들어와 인사를 건네도 눈길을 주는 학생이 별로 없다. 배스킨 교수는 강의 자료를 책상 위에 정리한 뒤 뉴욕에 연고지를 둔 메이저리그 야구팀 메츠의 전날 밤 경기 얘기부터 꺼냈다.“뉴욕에 있는 동안 양키스나 메츠팀의 야간 경기를 꼭 보라.”고 권유했다. 거대한 조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2시40분. 강의실인 극장의 불이 꺼졌다. 조시라는 학생이 수업의 과제로 만든 영화가 스크린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달러화를 꺼내 태우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다른 학생들은 집중해서 스크린을 응시했다.5분짜리 흑백이었던 조시의 영화가 끝나자 극장의 불이 다시 들어오고, 조시가 스크린 옆에 놓인 연단으로 나왔다. 먼저 배스킨 교수가 주인공이 누구냐, 얼마 동안, 어디서 촬영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독일식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촌평했다. 조시는 “카메라의 속도를 통해 배우의 심리를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평가와 질문이 이어졌다. 첫 장면의 앵글을 어디서 잡았느냐, 조명은 몇 개를 사용했느냐, 담배는 몇 갑이 소요됐느냐, 짐 자무시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이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조시에 이어 두번째로 머리를 길게 기른 마케라는 학생의 영화가 상영됐다. 코카콜라와 말보로를 소재로 미국 대중문화의 속성을 이미지화한 작품이었다. 영화 내용은 매우 풍자적이어서 상영되는 동안 학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한시간이 훌쩍 지났고 15분간 쉬는 시간이 됐다. 배스킨 교수는 기자에게 “잠시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배스킨 교수는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에게 말보로 담배 한 개비를 얻어 입에 문 뒤 수업의 방식을 설명해 줬다. 학생 1명이 이번 수업을 듣는 동안 5번 영화를 만든다. 또 4명의 학생이 짝을 이뤄 공동으로 작업도 한다. 공동작업을 할 때는 학생들이 연출과 촬영, 조명, 기타 스태프 등의 역할을 번갈아 가면서 맡는다. 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생들은 모두 25편의 영화를 만들어 보게 된다고 한다.“학생들이 연기는 하지 않느냐.”고 묻자 배스킨 교수는 “그것은 전문 배우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배스킨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은 크레익스리스트(craigslist.com·무료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우를 구한다.”면서 “다만 조시 학생의 경우는 소규모 극장의 매니저로 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론 수업은 전혀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배스킨 교수는 “나의 학생들은 이미 이론적 무장이 끝난 사람들”이라면서 “이론도 가끔 다루지만 실제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수업의 중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이 재개되고 다시 네편의 영화가 더 상영됐다. 학생들의 영화가 모두 끝나자 배스킨 교수는 마야 다론이라는 감독의 전위적 영화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프랑스의 실험영화에 대해 간단히 강의했다. dawn@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국제배드민턴연맹 강영중 회장

    [스포츠 라운지] 국제배드민턴연맹 강영중 회장

    #장면1 2000년 시드니올림픽 혼합복식 8강전에서 중국의 장준-가오링조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나경민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체육관을 떠났다. 응원차 호주를 찾은 그는 시드니항의 명물인 크루즈에 나경민을 태워 어깨를 토닥여줬다. #장면2 2004년 8월 아테네 구디체육관. 관중석에 앉은 그는 두 손 모아 기도했다. 곁의 아내가 “평소 교회에도 잘 안나가는 양반이….”라며 타박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간절한 바람 덕인지 손승모는 남자 단식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복식에선 금·은을 휩쓸었다. 영광의 순간이나, 노골드’의 수모를 겪을 때나 그는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을 이끄는 ‘셔틀콕의 대부’ 강영중(57) 대교그룹 회장이다. ●한국 셔틀콕의 수장 강 회장이 배드민턴과 본격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7년. 삼성전기와 양대산맥을 이뤘던 오리리화장품이 IMF를 견디지 못하고 96년말 팀을 해체, 당대 최고의 스타 방수현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무적’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시속 332㎞의 셔틀콕 만큼이나 초 고속으로 학습지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그는 여자농구단 창단을 염두에 뒀지만, 해체 소식을 전해듣고 배드민턴단을 전격 인수했다. 셔틀콕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았을까.“취미 수준부터 선수 수준까지 맞춰 즐길 수 있는 것이 배드민턴이다. 요즘 다이어트 열풍인데 배드민턴만큼 아름답게 몸매를 가꿀 운동도 없다.”며 ‘셔틀콕 예찬론’을 펼쳤다. 강 회장이 처음 라켓을 잡은 것은 진주농고(당시 진주농전) 재학 시절. 체육교사들이 강당에서 즐기는 모습을 난생 처음 봤던 그도 배드민턴을 배우게 됐고,10분여 만에 웬만큼 칠 수 있게 되자 이내 푹 빠졌다. 요즘도 대교눈높이팀 선수들과 종종 배드민턴을 치는 강 회장은 ‘아마추어 고수’ 수준으로 알려졌다. 요즘 강 회장은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 국내 배드민턴계 최대 축제인 ‘코리아오픈’이 21일부터 열리기 때문.“그동안 저변을 넓히기 위해 지방에서 개최했지만 이젠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해 서울에서 열게 됐다. 세계 최대규모인 30만달러의 총상금에 걸맞게 톱랭커들이 몰려오는 만큼 셔틀콕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팬들을 초대했다. 올해 아마추어 스포츠의 화두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주요 국제대회에서 ‘효자종목’ 역할을 해온 배드민턴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팬들께서 긴 안목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차세대 주자들이 성큼성큼 크고 있으니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강 회장은 올림픽 금메달 보너스로 3억원을 파격 제시, 체육계를 놀라게 했다. ●테니스를 뛰어넘겠다 그가 IBF 수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5월.15개월이 지난 지금, 스스로 평가한 성적표는 몇 점 정도일까.“첨예한 국가별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1년을 보냈다. 지금까지는 C플러스 정도”라면서 인색한 잣대를 들이댔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폭넓은 저변을 자랑하는 배드민턴은 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가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염두에 두는 것도 배드민턴의 세계화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아테네올림픽 28개 정식종목 가운데 배드민턴의 시청률은 14위. 시드니올림픽 때 23위에 견주면 눈부신 도약인 셈. 강 회장은 “아네네올림픽때 인터넷 중계에선 2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뜨겁다. 테니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라켓종목으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월드컵 창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배드민턴계의 숙원인 전용체육관 건립과 관련,“이런 메달종목에 전용체육관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1만여평 정도의 부지만 지원한다면 숙박시설과 연습장을 포함,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할 정도의 배드민턴 타운을 조성하는 게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3년뒤 IBF 회장에 재선될 경우 기회가 주어지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 직에는 욕심이 없는지 살짝 떠보았다.“IBF회장이 연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IOC 위원은 의미가 없다. 일단 IBF의 회장 역할에 올인하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출생 1949년 7월27일 경남 진주 ●가족 아내 김민선(53)씨와 사이에 2남 ●학력 진주농고-서라벌고-건국대(72년) ●경력 한국공문수학연구회 창립(76년)연세대 교육학석사(87년)대교 대표이사(87년)대교그룹회장(96년∼) ●배드민턴 관련 경력 대교눈높이여자팀 창단(97년)대한협회장(03년∼)제13대 아시아협회장(03∼05년)국제연맹(IBF)회장(05년∼) ●수상 세계가정의 해 대통령표창(95년)옥관문화훈장(04년) ●취미 골프(핸디캡 12)배드민턴 ●주량 소주 1병 ●종교 기독교
  • [Form나게 Beauty나게] 가슴라인을 타고 흐르는 美&Me

    [Form나게 Beauty나게] 가슴라인을 타고 흐르는 美&Me

    흔히 여름을 노출의 계절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노출에 대한 화두가 여전히 떠오르고 있지만 어느 선까지가 노출이라고 정의 내려진 것은 없다. 점점 더 노출 수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또 ‘노출하려면 제대로 해라.’라고 하는 곳도 없다. 그래서 선택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숨김 없이 표현해 패셔니스타로서 세련된 코디를 해 보고자 한다. 속옷업계에서는 겉옷으로도 충분히 착용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속옷들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단지 여름 한철 장사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패션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현대 패션을 ‘시즌리스(seasonless)’라 칭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더운 여름에 빵빵한 냉방으로 인해 긴팔을 찾는 사람도 있고, 겨울엔 난방으로 여름 시폰 원단의 치마도 제법 팔리는 것이 그 방증이다. 따라서 가슴까지 깊게 파인 옷 속에 살짝살짝 보이는 화사한 디자인의 속옷을 겨울에 입지 말란 법 없다. 스타일컨설턴트 이혜숙(www.cyworld.com/colorism02) ■ 의상협찬: 비비안, 임프레션, 쿠스토 바르셀로나, 비즈걸, 명동 코즈니 3층 파라디소 1. 빈틈 없는, 그러나 섹시한 정장 흔히 외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커리어 우먼들의 대명사처럼, 꼭 입고 나와야 어느 것 하나 빈틈이 없는 지적인 여인으로 인정을 받는 듯한 검정색 슬림한 정장. 그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나 살짝 보이는 가슴라인을 감싸고 있는 의상의 센스는 여성의 관능미를 표현해주기 적절하다. 너무 과해 천박해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의 센스. 매력적인 이미지를 살려주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검정 정장은 어느 색상, 어느 디자인에나 잘 어울리지만, 검정이 가진 섹시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는 아무래도 단색보다는 호피무늬나 단조롭지 않은 스타일과 어울렸을 때 더욱 잘 표현된다. 2. 민소매 셔츠와 함께 캐주얼하게 끈으로 된 민소매 티셔츠나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가슴까지 파인 의상을 입었을 때 레이스가 풍성해 톱으로 착각할 만큼 속옷 같지 않은 브래지어를 입으면 센스있는 스타일을 만든다. 이런 차림이라면 브래지어를 겉옷 색상과 조화되고, 속옷 티가 나지 않는 가슴라인의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나 속옷입니다.’라고 대 놓고 보여주는 것은 바로 중앙의 리본, 캡의 망사레이스, 캡에 가로로 스티치된 라인 등. 안 봐도 ‘브래지어’라고 그려지는 것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또 바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브래지어 끈을 비닐 혹은 유치한 비즈, 체인이나 천으로 제작된 끈으로 대체해서 궁색한 패션을 보여주었지만, 올해는 좀 더 세련된 색상의 끈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듯 분명 속옷 끈임을 누구나가 알지만, 그것을 어떻게 패션으로 이끌어 내었는가가 중요하다. 3. 속이 비치는 시스루에는 이런 스타일은 정말 과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브래지어 하나만 잘 선택해 입으면, 바로 최고의 패션이 된다. 망사나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의 브래지어 선택 포인트는 화사하거나 튀는 디자인으로 겉옷과 구별되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망사 혹은 비치는 옷의 주인공은 바로 겉옷이 아닌 속옷이기 때문에 더욱 세련되고 멋스러운 연출을 할 수 있다. 일반 브래지어를 할 경우 옷을 입다 만 듯한, 심하게는 추해 보일 수 있다. 브래지어가 아니더라도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원단의 수영복을 착용해도 좋다.
  • 儒林(67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7)

    儒林(671)-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7)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17) 태극. 태극이 중국의 고대사상으로 만물이 생성, 전개되는 근원을 가리키는 것이며, 우주본질의 최고 개념인 천도(天道)를 설명하기위한 철학적 수식어지만 그것이 송대에 들어와서 성리학에 있어 우주의 기본섭리로 받아들여지게 된 데에는 태극, 즉 우주의 기본 섭리는 유학의 원리와 상통하는 것이며, 이기론(理氣論)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존재론이야말로 현실적인 모든 존재와 형상을 설명하는 방법인 동시에 우주의 궁극적인 원리인 이(理)를 의미하는 것이라 하여 성리학이 신유학(Neo-Confucianism)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태극이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크기도 무한하여 모양도 형체도 없는 우주의 본질을 가리키는 수식어일 뿐이라는 주자의 해석은 탁월한 것이다. ‘태극이면서 무극이다.’라고 주돈이가 설명한 것은 태극의 무형상성을 드러내기 위한 과장법이자 반어법(反語法)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자는 설명하였던 것이다. 성리학에 있어서 ‘태극’은 성경의 창세기, 가장 첫머리에 나오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드리워 있었다.’라는 구절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신역성경에서는 ‘한 처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옛 성경에서는 이를 ‘태초(太初)’라고 명기하고 있는데, 이는 성리학에 있어 ‘태극’사상과 흡사한 개념인 것이다. 다만 기독교에서는 천지를 창조한 하느님이라는 ‘절대신’이 있어 하느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성리학에 있어서는 창조주의 개념은 없고 오직 우주의 궁극적인 원리, 즉 ‘가장 큰 극’, 태극이 스스로 있었을 뿐으로 ‘태극이 동하면 양(陽)이 되고, 동의 상태가 지극히 정하여지면 음(陰)을 낳는다.’는 ‘절대원리(理)’만 있을 뿐인 것이다. 이러한 구약의 창세기관은 신약에 들어와 예수의 제자인 요한에 의해 다음과 같이 심화된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성리학의 실질적인 완성자라 할 수 있는 주자는 요한이 말하였던 ‘한 처음에 있었던 말씀’을 ‘이(理)’로 보고 있었다. 주자는 태극을 일종의 이(理), 특히 ‘우주의 궁극적인 원리’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주자의 우주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이(理)가 있었다.’로 결론이 내려진 것이며, 이러한 주자학, 즉 주자의 사상은 해동의 이퇴계에 의해서 매듭지어진 것이었다. 물론 세계의 3대 성인 중의 한사람이었던 부처가 창시한 불교에도 창조주(創造主)인 유일신의 개념은 없다. 다만 불교의 화두 중에 ‘부모가 태어나기 전(父母未分前)과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天地未分前)을 생각하라.’는 공안이 있는 것을 보면 천지를 창조한 하느님이라는 유일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오직 기독교뿐인 것이다.
  • 한덕수 韓·美FTA 체결지원위원장 인터뷰

    한덕수 韓·美FTA 체결지원위원장 인터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여부가 국민적 핫 이슈로 부각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57)가 바로 그다.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등 그동안의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다. 그래서 통상문제에 대한 그의 향후 역할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늦게 광화문의 외교통상부 6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영국의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에 특집(2001년 9월27일자)으로 게재된 분석 기사를 읽고 있었다.FTA와 관련해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답변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는 기사라고 설명했다. 최근 다시 꺼내 읽고 있는데, 이번이 세번째라고 했다. 부총리를 그만둔 뒤 위원장으로 임명받기전 잠깐 쉬면서 ‘칼의 노래’를 다시 읽었고,‘미스 사이공’,‘맘마미아’‘지킬 앤 하이드’ 등 뮤지컬과 영화 ‘괴물’을 봤다고 한다. “정말 대단합디다. 관람석이 꽉 차는 걸 보고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이 이렇게 높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실감나게 하고, 스토리도 재미있고, 촬영 기법도 대단하고…. 한류가 아시아에 이어 유럽쪽으로 퍼지고 있다는 게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는 순간 한·미 FTA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갖게 됐습니다. 능력 있는 민족 아닙니까. 너무 축소 지향적이고 내부 지향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패배주의적인 시각에서 탈피해 자신감을 갖고 뛰면 한·미 FTA 체결의 결실은 분명 맺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위원장은 문화 얘기로 한·미 FTA의 화두를 먼저 꺼냈다. 경제부총리에서 ‘FTA 홍보대사’로 직함이 바뀐 것 같다는 조크에 “굳이 말한다면 ‘제2의 성장동력발굴 지원팀장’ 정도로 하면 어떻겠느냐.”며 FTA 체결이 성장동력 확보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위원회의 구체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 FTA 협상은 협상을 담당하는 통상교섭본부, 해당 업종 등의 피해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경제부처 등이 있다. 위원회는 이들이 제대로 일할수 있도록 국민·국회·언론·각 이해당사자 등을 상대로 설득과 협조를 요청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 가운데 사실(fact)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게 급선무다. 잘못 알려진 게 너무 많다. 한·미 FTA를 체결하면 상당수 업종이 죽을 쑤고, 근로자 등 고용이 불안하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적어도 제조 업종은 미국에 비해 불리한 것이 없다. 다만 섬유 업종이라고 하더라도 제품·직물·원사·방적 등 부문별로 득실은 또다를 수 있다. ▶개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깊은데. -예를 들어 유통시장의 경우 이마트가 이나마 성장한 것도 선진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월마트·카르푸 등 외국 유통업체가 한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철수하지 않았는가. 1988년 우리가 물질 특허를 인정했을 때 국내 제약회사들이 다 망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지금은 국내 제약업체가 10여개의 독자적인 물질 특허를 보유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99년 수입선 다변화 제도를 통해 일본 등에서 전자제품 등의 수입을 제한하던 것을 풀었는데, 지금은 반도체 등 국내 전자부문이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개방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고 다른 곳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외국의 사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홍콩 등은 개방을 통해 지금 국가경쟁력을 톱클래스로 올려놓았다. 중국도 70년대 후반 국민들을 제대로 못먹여 살렸으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잡으면 된다)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지금은 10%대의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시장경제와 개방에 따른 결과다. ▶협상 과정에 대한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가능한 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FTA특위)와는 모든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감한 부분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비공개를 요청할 것이다. 협상이 끝난 이후 본서류는 공개하되, 구체적인 협상진행 과정 등이 담긴 자료는 3년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미국은 10년을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3년으로 주장해 관철시켰다. ▶중국이 농산물시장 양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는데, 미국과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중국이 구체적인 안(案)을 제시해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세계시장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수입 규모는 연간 1조 7000억달러 가량 된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안 국가 전체가 수입하는 규모보다 훨씬 많다. 중국보다 미국의 시장성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중국과 겨루려면 산업구조가 고도화돼야 한다. 농업은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그래서 미국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뒤 중국과 하겠다는 2단계 전략을 갖고 있다. ▶상당수 국민들이 한·미 FTA의 장점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업종 상황을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는 게 각종 자료를 통해 이미 입증된 상태다. 제조업은 우리가 비교 우위가 있는 게 분명하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해당 업체들의 수출 물량이 늘어나게 되고, 동시에 경쟁력도 향상된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가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장사가 잘되는데 왜 구조조정을 하겠는가. 서비스 부문에서는 우리쪽이 경쟁력이 뒤떨어지지만, 우리쪽에 투자가 들어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 고용창출의 효과로 이어진다. 통상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전체 직원의 95% 가량을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컨설팅·법무지원·회계 등 각 분야에서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 농업 부문도 쌀을 제외하면 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전남 함평에는 한우고기 브랜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롯데백화점 등 73개 업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경남 하동에는 연소득 1억원대의 영농 고소득자 112명을 키우겠다는 농촌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농업에도 잘만하면 ‘블루오션(Blue Ocean)’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농업경영자의 60%가 60세를 넘었다. 농산물 개방유예기간을 10∼15년으로 잡는다면 이들은 70세가 넘는다. 따라서 후계자를 키우고 본인들의 노후를 위한 복지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농업의 경쟁력 향상에 정부가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FTA가 이념적 논쟁에 휩싸여 있는데. -FT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봐야 한다. 국익을 위한 것이냐가 중요하다. 교조적인 시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체제의 우월은 이미 끝났고, 영국 노동당도 세계가 변했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미국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반대했던 민주당이 도입했던 사례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가 산업자원부 장관을 만났는데,“한국 정부의 FTA 협정문은 일류급이고 터프(공격적)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독자적인 협정문을 만들어 제출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몇나라밖에 안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의 협상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미국과의 3차 협상 등에서 개성공단 부문도 논의하나. -개성공단 부문은 역외가공의 형식으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아세안(ASEAN) 등과 FTA를 체결할때 이 부문을 모두 포함시켰다. 그러나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만으로는 풀기 어렵다.6자 회담 참가 등 북한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지 않으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측도 급한 것부터 하자고 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논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이 개방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개방을 한다고 하면 겁부터 내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덩치가 큰 미국과 하면 우리가 손해를 본다는 막연한 피해 의식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12위의 무역대국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하고, 세계와 어울려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강국과 경쟁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성공해 왔다. 민족적인 잠재력도 대단하다. 한·미 FTA를 체결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들이 잘 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고령화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2의 성장동력을 찾는 전략으로 개방을 택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의 효과를 극대화해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무역과 투자의 규모를 늘리고, 돈·사람·기술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에 대해 정책적인 배려는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사회안전망을 갖추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시장경제와 개방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프리미어리그 06~07시즌 19일 개막

    프리미어리그 06~07시즌 19일 개막

    06∼0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오는 19일 오후 8시45분(한국시간) 셰필드 유나이티드-리버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신형 엔진’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초롱이’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 새로 가세한 ‘스나이퍼’ 설기현(27·레딩FC) 등 한국인 삼총사가 최고의 무대를 누비며 한국 팬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태극 듀오’가 아니라 ‘태극 삼총사’가 된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시즌 초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처절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제는 골로 말한다 박지성에게는 첫 시즌이 ‘배우는 단계’였다면 두번째 시즌은 완벽히 리그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맨유가 걸출한 스트라이커 뤼트 판 니스텔로이(30)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넘겨줬으나, 대체 선수를 수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골 사냥에 가세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박지성의 입지를 흔들 수 있었던 동일 포지션의 디르크 카이트(26·페예노르트) 영입이 물건너 간 데다 장기계약으로 정신적 안정을 찾은 것은 기대를 부풀리는 대목이다. 팀 전체로 보면 경악스러운 상황이지만 박지성 개인으로는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호기도 왔다. 웨인 루니(21)와 폴 스콜스(32)가 암스테르담토너먼트 경기 퇴장으로 초반 3경기(개막전 제외) 출장 정지를 당했다. 또 ‘제2의 로이 킨’을 꿈꾸며 토트넘에서 데려온 중앙 미드필더 마이클 캐릭(25)이 이적 후 첫 경기서 발목 부상을 입어 당분간 출장이 힘들다. 이참에 골이든 어시스트든 확실하게 공격 포인트를 쌓으면 주전 확보는 무난할 전망이다. ●오른쪽 윙백으로 전업? 토트넘 부동의 왼쪽 수비수로 여겨졌던 이영표에게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 카메룬 출신 베누아 아소 에코토(23)다. 프랑스 리그 RC랑스에서 빼어난 경기력을 뽐낸 선수. 이영표는 최근 두 차례 프리시즌 경기서 왼쪽을 에코토에 내주고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원래 우측을 담당하던 폴 스톨테리(29)의 부상으로 당분간 이영표가 이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에코토가 왼쪽 주전으로 똬리를 튼다면 이영표는 스톨테리가 복귀하기 전, 마틴 욜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에코토가 예상외로 부진하면 이영표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에코토가 백업으로 뛰며 이영표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게 된다. ●골 감각 이어가라 설기현은 이적 후 프리시즌 9경기서 5골 3어시스트를 기록, 훨훨 날았다. 하지만 경쟁자인 레로이 리타(22), 셰인 롱(19), 데이브 킷슨(26), 케빈 도일(23) 등도 물오른 골감각을 보여 경쟁은 더욱 치열해 졌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 존 오스터(28)와 번갈아 오른쪽 날개로 뛰었지만 아직 보직이 특정된 것은 아니다.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프리미어리그는 문전 다툼이 심하기 때문에 설기현에게는 셰도 스트라이커나 윙이 어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고이즈미 8·15 도발] 盧대통령-고이즈미 총리 ‘애증의 세월’

    [고이즈미 8·15 도발] 盧대통령-고이즈미 총리 ‘애증의 세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관계는 ‘애증’으로 점철돼 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2월25일 취임식부터 다음달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와 3년 7개월간 끊임없이 ‘화해와 갈등의 곡예’를 벌였다. 그동안 가진 정상회담은 8차례나 된다. 하지만 교과서 왜곡과 독도를 둘러싼 해양조사, 북한 미사일 사태와 유엔 대북 결의문 채택 등 휘발성 높은 사안이 겹쳤고, 결국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으로 마지막까지 냉기류를 걷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17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한일간 정상외교가 사실상 중단으로 이어졌으며, 고이즈미 총리 시대의 마지막 시점까지 양국관계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우의의 상징인 셔틀 외교는 2004년 12월 이후 1년 9개월 동안 중단 상태다. 겨우 한달 남은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를 감안하면 두 정상은 ‘냉랭’한 상태로 공식 관계를 마감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두 정상 간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엔 ‘미래로 향하는 한·일 관계’에 주안점을 두었고, 고이즈미 총리 역시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을 외교적 화두로 삼았다. 미·일 동맹에 기대면서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최악의 외교 관계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진단이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는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는 시점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카드’를 활용했고 노 대통령 역시 초강경으로 대응, 갈등이 최고조로 향했다. 두 정상의 ‘입씨름’도 시간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월25일 한·일 관계 특별담화를 통해 ‘독도는 우리땅’임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공개 선포했다. 이 땅의 바다의 주권 수호를 위해 어떤 희생과 비용도 감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이 담화발표 직후 “일·한 우호관계를 대전제로 냉정히 대처하고 싶다.”면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나는 (정상회담에 응하겠다고) 언제나 말하고 있다.”고 신경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부산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와 30분간 ‘냉랭한’ 양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덕담도 생략한 채 처음부터 가시돋친 언사가 오갔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야스쿠니 신사참배나 역사교육, 독도문제 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고이즈미 총리의 응수도 간단치 않았다. 그는 지난해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한국을 겨냥,“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고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시론] 민선4기 지자체장 지역경제 살리기부터/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민선4기 지자체장 지역경제 살리기부터/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1995년 6월 4대 지방 동시 선거를 통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된 지 11년이 됐다.5·31 지방선거로 민선 4기 광역자치단체장 16명과 기초자치단체장 230명이 취임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들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막론하고 모든 단체장들이 공통으로 외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책의 최우선은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지역경제가 IMF 경제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하고,KDI 같은 국책연구기관도 경기상승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일자리와 지방경제에 직결되는 건설투자가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점 등을 반영하고 있다. 단체장들의 ‘지역경제 살리기’ 노력의 예를 살펴보면, 김완주 전북지사는 취임식 현장에서 ‘대 중국 시장개척단’을 출범시켰고,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군산항에서 자동차 수출 선박에 승선해 군산항 살리기와 대 중국 시장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와 비전을 선포했다. 대구의 김범일 시장은 ‘경제 올인’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희망경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산하 기업현장민원지원팀은 기업민원과 관련된 공장용지, 기업금융, 환경, 건축 등의 업무 협조를 위해 담당공무원들을 온라인 회의에 불러 최우선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경제국의 국·과장을 모두 40대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단체장들의 ‘지역경제 살리기´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변혁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지식정보시대에는 ‘살아 움직이는 자치단체’ 즉, 경제환경 변화에 스스로 반응·진화·발전해가는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현재를 기준으로 100% 완벽하게 보이는 시책을 기획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획안을 준비하는 데 지나치게 긴 시간이 걸려 대사를 그르쳤다면 차라리 현재 기준의 70∼80% 정도 완벽성을 갖고 기민하게 현장 대응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결국 경제환경이 엄청나게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변혁지향적이고 기민성(機敏性)을 겸비한 단체장을 요구한다. 이런 변혁적 리더십은 단체장이 전체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들이 창조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며, 그들에게 자치단체에 대한 비전과 영감을 제공함으로써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더불어 요구되는 것은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다. 완벽한 시스템이 있다면 리더가 필요 없을 것이고, 완벽한 리더가 있다면 시스템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완벽한 리더도, 완벽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리더와 시스템 모두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행정조직은 산업화 시대의 압축성장과 정보화 시대의 지식정보화를 이끄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자치단체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데도 그러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단체장의 리더십이었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조직과 시스템을 통해서 자치단체의 개혁을 이루는 것은 필수적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자치단체의 개혁을 이루는 데 단체장의 변혁지향적 리더십은 더욱 더 그 중요성을 더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변혁해라! 변혁 당하기 전에’라는 슬로건은 단체장 모두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하겠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2)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2)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

    우리는 오랫동안 ‘같다는 것’(同)과 ‘다르다는 것’(異)이 서로 대립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사회생활을 해 왔다. 이런 생각은 아주 긴 세월동안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같다는 것(同)은 다르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反-異)이 아니고,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非-異)이고, 다르다는 것(異)도 같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反-同)이 아니고, 같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非-同)이다. 이 말은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대립적 사이로 읽지 말고, 상관적 사이로 읽어야 함을 말한다. 같다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적대적 대립의 관계로 읽는 논리는 내가 이 글을 통하여 줄곧 비판해 왔던 택일적 사유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택일적 사유는 분별력을 귀하게 여겨온 지성의 논리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과거의 철학사상에서 지성보다 더 고귀한 가치로 취급받은 개념이 없었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으로 명명했던 종래의 사고방식이 지성에 최고의 예우를 우리가 전통적으로 바쳐 왔다는 증거가 아닌가? 지성의 논리는 택일적 판단에서 빛난다. 택일적 판단은 늘 정/오와 선/악의 대결양상을 띠고 나타난다. 그 대결이 자의적인 개인적 심리에 기인한 호/오 대결이 아님을 과시하기 위하여, 전통적 지성의 논리는 그 대결을 보편적 논리에 의거한 정/오 대결인 양 호도해 왔었다. 그래서 심리적 호/오 대결은 비이성적 감정적 대결이라 폄하하고, 논리적 정/오 대결은 이성적이고 품격이 높은 지성의 대결이라고 사람들은 착각해 왔다. 서양철학은 이런 지성적 판단의 정당성을 제공하기 위하여 개인의식이 아닌 ‘의식일반’(consciousness in general)인 보편의식을 논리적으로 정립했다. 그러나 의식일반은 개인의식의 심리적 호오 판단을 아주 희석시키기 위한 먼 우회의 전략을 수행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의식일반도 심리적 호오 판단을 아주 깊숙이 무의식에 감춘 논리적 명분이라는 것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융이 그의 저작 ‘심리학적 유형론’에서 이미 통찰했듯이, 논리적 정/오 판단의 가장 깊은 저변에 심리적 호/오 판단이 숨어 있다 하겠다. 심리적 호/오이든, 논리적 정/오이든, 거기에는 자기동일성(self-identity)에 대한 강한 애착이 숨어 있다. 자기 것에 대한 감정적 동일성이든 이성적 동일성이든, 자기동일성은 다른 것과 대립된 자기 것이 실재한다는 착각에 근거해 있다. 자기동일성이 자기중심주의를 낳는다. 이 자기중심의 논리는 타자중심의 논리와 반드시 대결한다. 소유론적 사회생활은 마르셀이 잘 통찰하였듯이(29회 글), 자기중심주의(heauto-centrism)와 타자중심주의(hetero-centrism)를 동시에 생산한다. 이 자/타의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한 같음과 다름의 대립적 사이는 꼭 경제적 물질적 이해관계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도덕적, 종교적, 정치이념적 차이가 대립을 자아내는 경우도 많다. 정신적 대립이 경제적 대립보다 더 극렬한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단순한 물질적 대립은 이해관계 당사자들 사이에 타협의 길을 찾게 하지만, 정신적 이념적 대립은 타협의 길을 거의 배제하는 자가성(自家性) 충족률로 채워지기 쉽다. 이런 충족률이 역사상 잔혹한 종교전쟁과 정치이념전쟁을 초래했다. 특히 종교전쟁은 늘 절대적 진리의 이름으로 싸운다. 이 말은 정신적 이념의 동일성이 자기와 다름을 상관적 차이로 보지 않고, 적대적 차이로서 여기는 공격성을 더 강하게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위험성은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립에서 오는 것보다 더 정신적 이념들이 나라를 산산이 파편화시켜 가는 데 있다 하겠다. 소유는 물질적인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신적 소유론이 더 위험하다. 정신적 소유론은 형이상학적이고 이념적이어서 소유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신적 소유론은 자가성의 사회적 지배를 위하여 같음과 다름을 적대적 차이로서 생각하도록 만인을 선동한다. 여기서 사회적 여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상 여론은 철학적으로 사유하기가 단순치 않다. 자연에는 자연적 필연성이 있듯이, 사회에도 그 사회가 어겨서는 안 되는 규범이 있다. 이미 내가 앞 글(19회)에서 그 규범을 여론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론이 곧 사회적 진리 자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진리는 여론으로 나타나지 않고 다른 곳에 외롭게 실존할 수 있다. 특히 여론이 일진광풍(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나치즘, 페로니즘)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때, 진리와 여론과의 괴리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사회적 진리가 여론과는 다른 곳에 존재하더라도, 사회적 진리는 결코 여론을 등지고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진리는 만인이 싫어하는 바를 거슬러서 결코 나타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론이 진리 자체는 아니지만, 진리가 여론의 틀을 떠나서 현실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여론이 완전지배나 점유를 위한 열광의식(fanaticism)으로 미쳐 있을 때에, 그 여론은 약성보다 독성을 더 강하게 분비한다고 생각한다. 열광적 소유의식으로서의 의견들은 자기와 다른 것을 적대감으로 대한다. 이것은 정치적 견해에서뿐만 아니라, 종교적 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이런 정치투쟁과 신앙행위를 용기있는 신념으로 존중해 왔다. 다행히 자유민주주의적 가치관의 도입으로 열광적 정치투쟁과 의견이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반대방향의 의견 개진도 가능하게끔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자기중심주의와 타자중심주의와의 상충적 소유론을 다 허용한 점에서, 그것은 대립적 내지 적대적 차이론의 상대화를 이끈 소유론적 제도이지, 같음과 다름을 상관적 차이로 엮어주는 존재론적 사유를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 더구나 종교적 세력확장의 문제에서 자가성의 절대주의가 대단히 심각하다. 초월적 절대자를 믿는 종교에서는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사고가 급한 곡선을 긋고 상승한다. 그 절대자는 사랑인데, 다른 종교를 배척하며 신도수를 확장하고 점유하려는 열광의식과 그 사랑과의 이율배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신도수의 확장점유는 정치적으로 다수의 지지를 양적으로 얻으려는 정치투쟁과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같은 것과 다른 것, 동일성(同一性)과 이타성(異他性)이 대립적 차이가 아니고, 상관적 차이로 엮어지는 그런 존재론적 사유를 구체화할 수 있을까? 이것은 꿈꾸는 또 하나의 공상적 낭만주의에 불과할 것이 아닌가? 나는 앞 글(2회)에서 세상을 헌집 수리하듯이 고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세상은 객관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세상을 보는 만인의 마음이 그리는 사이버(cyber) 시공간이므로 마음을 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 전향하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치적, 종교적 소견을 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 어떻게 바꾸나? 나는 여기서 가톨릭 철학자 마르셀이 그의 저작 ‘존재의 신비’(II)에서 한 사유를 도입한다. 그에 의하면 정치적, 종교적 소견이 소유론적인 마음에서 발동하는 것일수록, 그 소견은 남들 앞에서 선전하듯이 이 생각은 국민의 생각이나 민족의 생각이나 민중의 생각, 또는 어떤 절대자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주장한다’(pretending)는 것이다. 그런 주장은 적어도 남들 앞에서 자기 믿음의 ‘확신’(conviction)을 전파하여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자들을 ‘국민’,‘민족’,‘민중’이나 또는 ‘절대자’의 이름으로 소유하려는 ‘열광적 추상의 정신’(the spirit of fanatic abstraction,19회 글)에 다름 아니다. 그런 정치적 종교적 확신은 이미 그가 소유하고 있는 소견을 개진하여 자기 소견과 다른 소견을 확실히 적대적으로 구분하여 문을 빗장으로 잠가버린 ‘판결선고’나 ‘내적 철책’을 치는 것에 비유된다. 아무리 민족적, 정치적, 종교적 통일을 주장해도 그 주장은 겉으로 떠드는 명분이고, 속으로는 다름을 완전히 거세시켜 버린 자기들만의 끼리끼리 잔치에 불과하다. 독재를 싫어한다는 독선주의보다 더 무서운 소유주의는 없다. 결국 소유론에서 존재론적 사회를 일구는 길은 마음을 존재론적으로 전향시키는 길밖에 없겠다. 그러기 위하여 정치도 종교도 다 소유론의 수압에서 잠자는 인간본성을 일깨워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미래의 종교는 신자수의 양적 확대를 겨냥하기보다 종교건물의 벽을 넘어 오히려 인간본성의 자각을 도와주는 것으로 집약돼야겠다.(6회 글) 어떤 이가 무슨 종교신자라는 것은 전혀 부차적이다. 무종교의 종교가 최적의 종교겠다.20세기 가톨릭 성녀 테레사는 일생을 인도에서 빈자들의 간호사로 생애를 바쳤는데, 그녀는 단 한 번도 힌두교 빈자들에게 가톨릭으로 개종하라고 선교하지 않았다 한다. 성녀 테레사, 그녀는 존재론적 사유의 화신이다. 그녀는 자기 종교를 소유물 자랑하듯 타인들에게 선전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그리스도로 존재했다. 그리스도 안에서 같음과 다름은 단지 상관적 차이에 불과했으리라. 이 점에서 그녀의 사유는 중국 화엄학의 3대 조사인 법장이 그의 ‘화엄경의해백문(華嚴經義海百門)’에서 ‘지금 자타(自他)라고 말하지만, 별도로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자기는 곧 타자의 자기고(自是他自), 타자도 곧 자기의 타자다(他是自他). 자타가 한 사이(一際)에 불과하다.’고 언명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또 20세기 프랑스의 해체 철학자인 데리다가 그의 저서 ‘표지와 차이’에서 밝힌 ‘같음은 다름의 다름이고, 다름은 같음과 다르게 같은 것’이라는 사유와 맞먹지 않는가? 즉 같음은 다름의 타자고, 다름도 같음과 다르지만 같이 동거하는 사이라는 의미가 데리다의 정의이리라.7세기 중국의 법장과 20세기 프랑스의 데리다는 분명히 같은 사유를 전개하고 있다. 이 사유를 그동안 인류는 비사회과학적이라고 도외시해 왔다. 근대세계는 소유론적 사회과학이 지배적이었다. 개인주의/전체주의, 자유주의/사회주의의 대결에서 전자가 이겼다.21세기 사회과학은 전자의 소유론마저 극복하는 지혜를 모색하는 시절로 접어들 것이다. 그 지혜는 필연코 존재론적인 사유를 화두로 삼을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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