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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 아파트’ 대선 화두 부상

    ‘반값 아파트’등 부동산 대책이 내년 대통령선거 길목의 중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하는 서민층의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값을 잡지 못하면 어느 정당도 대선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는 주택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반값 아파트)법안 등 부동산 정책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선수는 한나라당이 쳤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반값 아파트 공급을 위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반값 아파트 공급방안에 대한 여론에 상당히 고무된 듯 이를 구체화하는 후속 정책 개발을 다짐하고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위 중심으로 경제회생의 일환책으로 반값 아파트 법을 추진중에 있다.”면서 “이런 것을 모두 포함해 한나라당은 서민경제 회생 정책, 기업활동 지원 정책 등 전반에 대한 정책을 점검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구체적 대안 정책을 계속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선수를 한나라당에 빼앗긴 열린우리당은 부작용없는 부동산 대책마련에 치중하고 있다. 반값 아파트 공급방안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이미경 열린우리당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반값 아파트는 하나의 방안으로 저희 당도 검토하고 있으나 환매조건부 분양제도에 대해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이 제도는 건물과 토지를 모두 분양하되 민간 분양가의 60∼70%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대신 전매를 원천 금지하자는 것이다. 입주자가 불가피하게 팔아야 할 경우에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가격으로 정부가 되사는 방식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반값 아파트 공급안에 대해 “과녁에 화살을 쏜다고 다 꽂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야당은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지만 정부는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민주노동당은 불법적인 부동산투기로 얻은 수익을 전액 몰수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이해하고 성장하기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이해하고 성장하기

    찬 바람의 기운에 외로움이 물밀 듯이 몰아붙여 오버된 감정으로 찾는 이 하나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은 벽을 긁으며 홀로 늙어 갈 거라 하던 친구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사람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만 ‘필요’라는 조건이 사라지고 나면 관계는 금세 소멸되고, 습관적이거나 의례적인 인사성 만남과 수다만 남는다고. 돌아온 말은 이랬다.“음, 너 다운 말이야.” 차갑고 냉소적인 표현이 나답다고? 순식간에 그것은 나의 화두가 되었다. 육체적 성장은 정신적 성장과 비례하지 않으며, 이해의 넓이는 지식과 별개의 존재라는 것. 아니, 어떻게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에게 그렇게 차갑고 ‘싹퉁바가지’ 없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것은 언제쯤에나 가능해지는 걸까. 영화 ‘크래쉬’(Crash,2004년)는 LA 교외의 밤으로부터 시작된다. 현장에 도착해 시체를 본 흑인형사의 표정은 일순간 당혹과 슬픔으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영화는 36시간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제 그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게 되는 걸까. 그러나, 영화는 길을 헤매다 그 죽음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15명,8커플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분노, 소외, 편견, 집착, 두려움과 외로움…. 도시에서 만난 다양한 모양의 상처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헤집는다. 그리고 관객은 이들이 서로 주고받는 8가지 색깔의 상처에 동화되며 각 인물들의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함께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픔의 밑바닥에서 묻는다.“어떻게 해야,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이 질문이 반대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포르노그래픽 어페어’(A Pornographic Affair,1999년)는 본능에 가장 가까운 언어,‘섹스’로 시작된 두 남녀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그들은 성적 판타지만을 위한 욕망에서 벗어나 호텔 밖의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유혹과 섹스가 필요하지 않은 순수한 사랑으로 접근하기 시작한다. 포르노적 관계에서는 없었던 서로를 느끼게 되는 순간,‘긴장’이 사라진 자리에 ‘편안함’이 젖어든다. 상대방의 아름다움이나 단점은 사라지고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그’와 ‘그녀’. 그제서야 카메라는 성적 판타지를 비추던 핏빛의 붉은 복도를 지나 푸른빛이 흐르는 호텔 방안의 그들을 보여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니, 이유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찌 필요충분조건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냐며 반기를 들 이도 적잖을 터. 하지만 알고는 있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또는 이방인)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우리들 사이에 가로 놓여 있다. 그 공포와 단절, 몰이해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상처가 되기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 하며 이해를 방해하고 성장을 저지한다. 하지만 내가 아직 덜 성장한 미완의 존재이나 침착한 시선은 잃지 않겠다. 그리고 화해의 손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 난 당신의 마음에(또는 자신의)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되묻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 영화들을 통해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게 될 기회가 2006년 겨울, 당신과 내게 찾아 왔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작가
  • ‘단순함 & 여성 파워’

    ‘단순함 & 여성 파워’

    ‘단순함, 원대함, 여성 파워, 낙관적 사고, 그리고 믿음….’ 세계적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2007년 사업 성공의 요소로 이같은 ‘키워드’를 제시했다. 언뜻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 같지만 하나같이 체험에서 비롯된 깊은 뜻이 담긴 화두다.CNN의 경영 전문지인 ‘비즈니스 2.0´이 세계의 최고경영자 50명으로부터 들어본 내년도 성공의 핵심 개념을 소개한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서비스의 단순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품과 서비스를 너무 복잡하게 만드는 경향도 있었다는 것이다. 컴퓨터도, 전자 제품도, 인터넷 기술도 이제는 더욱 단순해져야 한다고 브린은 주장했다. 구글은 출발부터 검색에 집중했고, 홈페이지부터 단순함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의 종류가 많이 늘어났다. 브린은 특성이 비슷한 서비스를 선정해 그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크게 사고하라 델 컴퓨터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델은 “크게 생각하라(Think Big).”고 제안했다. 현재 세계에서 10억명 정도가 컴퓨터와 인터넷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세계인이 60억명이나 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고 세계를 더욱 풍요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델 회장은 말했다. 따라서 60억명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제공하는 것은 시장을 확대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미국판 싸이월드에 해당하는 마이스페이스의 창업자인 크리스 드울프는 사업이 이뤄지는 커뮤니티 내부의 규범과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에게 원하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제품도 마찬가지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규범과 가치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드울프는 말했다. 대형 전자제품 판매 체인인 베스트바이의 브래드 앤더슨 최고경영자는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제품 구매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여성이라는 소비자 그룹에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법은 회사 내의 여성 직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여성 직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앤더슨의 논리다. ●신뢰가 성공의 열쇠 버진항공의 창업자이며 모험가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은 ‘노’라는 대답을 확실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외부에서 공동의 비즈니스를 제안해 오거나, 직원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했을 때, 혹은 소비자로부터 이메일이 왔을 때에도 할 수 없는 일은 반드시 ‘노’라고 회신하라는 것이다. 특히 면전에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입장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비디오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의 창업자 채드 헐리는 내년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했다. 첫째는 투자자금을 모으기 전에 직접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시연해 보라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 팔릴 수 있는가를 점검해 보라는 얘기다. 둘째는 외부의 반응을 구하라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회장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직원의 신뢰, 고객의 신뢰가 성공의 열쇠라는 설명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품의 폭발에 대비하는 수단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dawn@seoul.co.kr
  • 盧·GT ‘계급장 뗀 결투’ 정계개편 시작?

    盧·GT ‘계급장 뗀 결투’ 정계개편 시작?

    ‘왜’ 그랬을까.28일 정치권의 화두는 의문부호로 시작됐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정치협상회의 제기, 여당의 반발, 대통령의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 철회와 중대발언까지 급박한 흐름은 정치적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당청간이나 여야간 극적 반전을 위한 사전교감설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적어 보인다. 그보다는 결별을 각오한 각자도생의 셈법이 격랑의 ‘미필적 고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노대통령·김근태 불화 속내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충돌은 무한 질주의 ‘치킨 게임’을 연상케 한다.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정치권에서는 정치협상회의 카드의 무산이 한나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역설이 제기된다. 이미 등을 돌린 당·청 모두에게 현 상황이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며칠 사이 정국의 흐름은 청와대를 중심축으로 움직였다. 지지층의 결집 효과도 노릴 법하다. 김 의장으로서는 ‘미스터 햄릿’의 유약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계기가 됐다. 여당 의장으로서는 마이너스가 될지 몰라도,‘정치인 김근태’에게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계산법이다. 오히려 최대의 손실은 협상의 손을 ‘속좁게’ 뿌리친 한나라당의 몫일 수 있다. 한나라당이 ‘6자회담’을 적절히 활용했다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역설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계급장 뗀 결투’는 근본적으로 상호 불신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시나리오를 예고한다. 김 의장은 “대연정 구상, 국회의원 배지 몇 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발언, 부산·영남 정권 인식 때문에 노 대통령에게서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해왔던 터다. 노 대통령의 정계개편 개입 움직임도 통합신당을 추진하려는 김 의장에겐 편치 않은 상황이다. 김 의장은 지난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계파 보스냐. 위기 상황에서 직계 의원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따졌다. 노 대통령으로서도 물러설 이유는 보이지 않는다. 특유의 싸움꾼 기질은 둘째치고라도 퇴임 후 ‘정치 공간’을 염두에 둔다면, 스스로 보폭을 제약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남 출신 정치엘리트라는 최소한의 정치지분을 안고 있다는 점도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를 이해하는 단초일 수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 별 반응없는 친노세력 왜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만들자.”,“당 지도부 만찬간담회에 들어와라.”(노무현 대통령)▶“끌려다니지 않겠다.”,“일방독주에 응하지 않겠다.”(김근태 의장) 숨가쁜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 여권의 소용돌이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친노그룹이다. 평상시라면 최소한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동조하는 입장이라도 밝힐 법한데 이번만큼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왜일까. 오히려 일련의 파문에 대해 “청와대가 당에 소홀한 것은 문제가 있었고, 당이 섭섭함을 표현한 것은 정당하다.”(김형주 의원),“청와대도, 당도 모두가 서투른 것 같다.”(김혁규 의원)는 식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물론 참정연 소속의 한 의원은 “꼬인 정국에 청와대가 아무런 노력도 안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점을 불안해한 것 같다. 도와달라는 호소 아니겠느냐.”며 노 대통령의 의중을 짚었다. 친노그룹 입장에서는 연속되는 여권의 격랑이 딜레마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28일 친노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일 의총 당시 당내 밥그릇 싸움에 동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음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비대위가 정계개편 초안을 내놓으면 입을 열겠다는 것이다. 벼르고 있다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정계개편 초안이 나오는 대로 열린우리당의 공과를 짚는 일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 있는 정계개편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친노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당적 언급을 한 것은 여당을 향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신호”라면서 “당연히 친노그룹도 같은 배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침묵의 배경을 전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3. ‘전효숙 빠진 국회’ 앞날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등이 요구해온 대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함에 따라 여야 대치로 사실상 ‘마비 상황´에 있던 국회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6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대로 사법개혁관련 법안 등의 주요 법안을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일부 상임위는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일부 상임위에서는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약속대로 사법개혁 관련 법안과 노사관계선진화 법안,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부적격 인사’로 규정한 이재정 통일부·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정연주 KBS사장 등 3명에 대한 인사 철회를 요구하면서도, 국방개혁법안과 노사관계법안 등은 합의·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상임위 합의를 전제로) 30일 본회의에서 국방개혁법안과 노사관계법안을 처리해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주요 쟁점법안을 연계 처리할 방침이어서 사법개혁 관련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 과정 등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사학법은 이 법안(국방개혁법안·노사관계법안)들을 처리하고 난 다음에 본격 추진하려고 한다. 여당에서 사학법은 절대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다른 법안들과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핵심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법안의 경우 여당 내에서조차 소관 상임위인 교육위와 법사위 위원들 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박지연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씨줄날줄] 사법시험 면접/황성기 논설위원

    어제 합격자 발표가 난 제48회 사법시험의 면접을 놓고 뒷말이 많다.3차 시험인 면접까지 올라가면 대부분 통과했던 이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심층면접 제도를 두어 법조인 부적격자 7명을 걸러냈다. 과거 10년간 면접시험 탈락자가 1명에 불과했다니 ‘죽음의 면접’이라는 말이 붙게 생겼다. 공부만 잘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운용이 시원찮아서는 곤란하다. 일부 면접관들이 북핵이나 주적에 대한 수험생들의 생각을 물었던 것을 놓고 사상검증이냐, 아니냐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면접관이 댓바람에 주적을 물었던 건 아니라지만 금강산관광을 화두로 던져놓고 주적을 떠봤다니 사상검증이라는 화살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먼저 면접을 치른 수험생들은 “면접관들이 보수적이니 진보적인 생각이나 대립되는 의견을 피하라.”는 도움말까지 다른 수험생에게 줬다고 한다. 소신이나 양심과는 관계없이 면접관과의 코드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었을 것이다. “주적은 미국”이라는 답변으로 심층면접까지 간 사례를 놓고 어느 법조인은 “코드를 너무 맞추다가 잘못 맞췄을 수 있다.”고 웃었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검찰총장 인선에서 목격한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 보수·진보 어느 한쪽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정답을 미국으로 골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법조인은 “소신 답변일 수 있다.”고 했다. 면접관들이 바라는 대답을 몰랐을 리 없는 수험생이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수험생은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대답을 바꿔 합격했다고 한다. 그나마 국가관을 묻는 항목에서 탈락한 수험생이 없다니 다행이다. 사법시험은 자격시험에 불과하다. 국가공무원인 판·검사가 되려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기 전 한차례 면접을 더 본다. 굳이 국가관을, 그것도 예민한 북핵이나 주적문제를 보수·진보를 가르는 리트머스 종이처럼 자격시험에서 들이댈 일은 아닌 것 같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與 “남북정상회담 건의”

    여야 정치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여권 고위인사, 한나라당 의원들이 잇따라 정상회담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만간 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남북 정상이 조건없이 만나 한반도 비핵화의 결실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면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특사 파견과 인도적 대북지원의 재개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한반도 주변정세가 변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첫번째 당사자인 남북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의 측근과 당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 의장이 정부·청와대와 사전에 구체적인 논의나 조율을 거친 흔적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김 의장이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를 감지하고, 목소리를 보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측근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남북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면서 “국회가 송민순·이재정 외교·통일 장관 후보자의 발목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측근은 “김 의장의 발언은 여당이 조력자로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 의장이 일련의 흐름을 감지하고, 대권 주자로서 나름대로 ‘협조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최근 ‘여권이 정국 반전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깜짝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박찬구 구혜영기자ckpark@seoul.co.kr
  • [女談餘談] 여성의원들의 ‘소신’과 ‘현실’ 사이/구혜영 정치부 기자

    ‘정치의 계절’을 실감케 하는 서울 여의도.‘정계개편’을 앞두고 여권에서는 당 사수파니 통합신당파니 벌써부터 편가르기 싸움이 한창이다. 이쯤되면 ‘정점’에 있는 권력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현실 속에 냉가슴을 앓는 의원들이 많다. 여성 의원들은 더더욱 그렇다. 남성 의원들에 비해 비례대표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여성의원들은 일찌감치 ‘다음 번’을 위해 지역구를 정해 놓고 텃밭을 다져왔다. 그러나 중앙정치판이 하루가 다르게 팽팽 돌아가는 통에 지역정치에만 올인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여권 새판짜기의 화두는 ‘기득권 포기’다. 지역구를 정해 두고 활동해온 게 기득권이라면 기득권인데, 만에 하나 여당의 개편 결과가 통합신당이 될 경우 그간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여성의원들의 정보 소외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당의 한 여성의원은 “다들 불안하고 초조해한다. 중앙정치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시기인데 그러자니 소신껏 의정활동 하겠다던 의지가 사그라드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누구는 어느 지역모임에, 누구는 어느 계파모임에 갔다는 말만 무성하다고 한다. 다른 여성의원은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려면 상황을 부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어느새 ‘이합집산’과 ‘줄서기’로 상징되는 기존 정치권의 구태에 젖었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최근 의원회관에서 ‘여성 의제’가 사라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 여성의원실 관계자는 “성희롱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남성의원이 다시 돌아왔는데도 ‘공공의 적’을 향한 여성의원들의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KTX 여승무원 사건만 해도 여성의원들이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안타깝다.17대 초반 여성 의원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컸던가. 깨끗한 정치로 승부하겠다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럴 때일수록 당장의 이익만을 좇지 않고 소신껏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여성의원의 살길이자 빅뱅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가는 해답이 아닐까? 구혜영 정치부 기자 koohy@seoul.co.kr
  • 與 ‘기간당원제 폐지’ 여진 커진다

    열린우리당이 22일 기간당원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기초당원제로 변경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확정하자 반발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참정연과 신진보연대 등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정당정치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던 화두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다.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전당대회의 권한행사 주체인 대의원과 당원 구성문제를 뒤흔든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초당원제 도입으로 당원조직이 대폭 물갈이되면서 전당대회에서 당 진로 논쟁을 둘러싼 표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참정연 권태홍 사무처장은 “공로당원을 정하는 기준이 자의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비대위의 명백한 권한남용이다. 시행할 경우 법적 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별렀다. 일각에서는 과거 민주당 시절부터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공로당원으로 중용되면서 통합신당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가 확정한 기초당원제의 골자는 ▲전체 당원의 15% 범위 내에서 당원협의회가 공로를 인정한 자 ▲권리행사 1개월 전을 기준으로 연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자(현재는 6개월) ▲당원연수와 행사에 연2회 이상 참석한 자로 기초당원 자격이 대폭 완화됐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7) 성욕과 에로티시즘

    20세기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 푸코는 역사에서 성욕의 영역이 어떻게 이성과 지식의 권력에 의하여 억압되어 왔는지 그의 저서 ‘성욕의 역사’ 3부작에서 분석했다. 한국에서 이 책을 ‘성의 역사’라고 옮겼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성(sex)과 성욕(sexuality)은 다르다. 전자는 중성적 의미를 띠고 있고, 후자는 성을 통한 인간 욕망의 분출을 뜻한다. 그는 성욕의 고고학적 계보를 추적하면서 서양이 추구해온 이성주의의 학문이 성욕을 광기와 유사한, 위험한 비이성적 대상으로만 취급해온 이성적 사회의 권력을 비판하면서, 이성과 비이성의 분리 이전의 인간의 진실을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는 고대 그리스가 그런 분리 이전의 인간이해를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 로고스(logos=이성)와 히브리스(hybris=몰이성)가 대립과 모순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원초적인 통합의 인간을 찾으려 하였다. 푸코의 이 요청은 철학적으로 중요한 아포리아(aporia=풀리지 않는 난제)를 던졌다. 사실상 의식의 표면에서 인간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것 같은데, 무의식의 심층에서 인간은 성욕의 용암을 폭발시키고 있고, 미칠 수 있는 광란의 가능성을 그의 몸 깊은 곳에 은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인간은 저 이성적 훈련에 의한 억압보다 폭발하는 몰이성의 말에 의하여 더 거짓없는 진실을 토해낸다. 그러나 성욕의 말은 진실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푸코가 남다른 혜안으로 성욕과 비이성의 숨은 지하세계를 구조적인 인식론으로 밝혀 냈지만, 그는 동성애에 의한 에이즈에 걸려 50대에 일찍 죽었다.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후로 20세기의 서양 철학자들은 대개 이 성욕을 주요한 테마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20세기 후기 철학의 큰 화두는 몸과 그 욕망이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가장 심도있게 다룬 철학자가 프랑스의 메를로퐁티다. 인간의 의식이 타자의 의식과의 상호관계에서 구체화되듯이, 인간의 몸도 타자의 몸과의 관계에서 잠을 깬다. 잠을 깨는 순간이 바로 에로틱한 느낌을 갖는 순간이다. 에로틱한 느낌은 꼭 성인 남녀의 몸 사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아기의 몸에 대한 가족의 사랑에서도 일어난다.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발가락이나 뺨을 어루만지고 깨물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인간의 몸은 타인과 관계를 맺음에서 객관적 대상이 아니고 살(肉)로서 나타난다. 내 몸과 타자의 몸과의 사이에 주관도 아니고 객관도 아닌 그런 애매모호한 사이세계를 공유하고픈 욕망을 몸이 각각 느낀다. 이 사이세계가 ‘살’(flesh)이라고 메를로퐁티가 말했다(24회 글 참조). 이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나의 몸이 타자의 몸과 일체를 이루어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의 발로다. 모든 인간관계가 다 성욕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성욕을 제외하고 인간관계가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가 그의 ‘지각의 현상학’에 든 보기를 취한다. 어떤 처녀가 애인과 사귀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금지당한 이후에, 그녀의 몸은 스스로 먹고 잠자기를 거부하고 외출도 마다하고 드디어 실성하여 말도 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욕의 금지는 모든 다른 일반적 관계마저 스스로 차단시키는 결과를 빚는다. 성욕의 에로티시즘은 단지 좁은 의미의 성관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타자지향적 운동의 거부를 초래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적어도 성욕이 인간관계의 모든 성취감을 가능케 하는 가장 저변의 원동력이라는 것이 메를로퐁티의 견해다. 그것이 없다면, 모든 인간관계가 사라진 목석이나 얼음과 같다는 것이다. 몸의 성욕은 모든 것을 의미화한다. 그것이 없어지면, 인간에게 의미마저 사라진다고 메를로퐁티는 생각한다. 모든 종교와 도덕은 다 성욕의 억압을 요구해 왔다. 푸코는 특히 서양의 기독교 율법이 성욕의 억압을 정상상태의 척도로 세워놓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종교와 도덕은 에로티시즘의 적이었다. 어느 종교적 수행자가 성욕이 자꾸 발동되어서 마음이 에로틱한 생각으로 덮이기 때문에 성기를 잘라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자가 되려는 욕망도 차단되면서 오히려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성욕은 성기를 잘라낸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무의식의 원동력으로서의 성욕은 성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성기는 그 성욕의 실현도구일 뿐이다. 성자나 현자는 이 성욕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욕은 물건처럼 어떤 창고에 가두어 둘 수 없고, 그것을 영원히 무화(無化)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성욕은 몸을 지닌 마음이 영구히 벗어나지 못하는 욕망이겠다. 몸을 떠난 마음은 혹시 성욕을 갖고 있을까? 불교적으로 마음은 습관화된 업(業)으로 보기 때문에 탈육(脫肉)의 마음도 그 인습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업을 바꾸지 않으면, 윤회의 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교도가 아닌 메를로퐁티도 그 성욕이 우리 몸의 것도 아니고, 우리 자신의 의식의 것도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고 ‘지각의 현상학’에서 불교도처럼 짐작하기도 한다. 좌우간 성자와 현자도 성욕을 지우지 못하고, 그 성욕을 다른 방식으로 변용시켰을 뿐이라고 추측한다. 그가 성욕의 살을 철학적으로 언명하면서, 성욕은 몸이 타자의 몸과 일치하고픈 관여의 욕망이라고 표현했다. 이 일치의 욕망이 소유론적인가, 존재론적인가? 그는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그의 특유의 애매모호성(ambiguity)의 이론으로 성욕의 본질을 기술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였던 라캉은 성욕을 소유론적으로 해석했다. 아기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그의 어머니의 남근(Phallus)으로 존재한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아기가 이미 어머니의 자궁에서 탯줄로 연결되어 존재했었는데, 부득이 세상에 나오면서 그 탯줄을 자르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그와 동시에 아기는 자기 몸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져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치유 불가능한 정신병자는 자기 몸이 갈가리 찢겨져 있다는 환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평생 괴로움에서 지낸다는 것이다. 예컨대 15~16세기 벨기에의 프랑드르 지방의 화가인 보슈의 그림인 ‘성 안토니오의 유혹’은 지옥의 고통과 에로틱한 분위기가 뒤섞인 분위기인데, 거기에 사지가 절단된 광인들의 환상이 그려져 있다. 라캉은 이 그림이 인간의 원초적 괴로움의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 아기는 거울을 통하여 자기 몸이 온전함을 보고 매우 기뻐한다고 한다. 정신병자는 거울을 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다. 좌우간 정상적 아기는 자기가 그 어머니와 일치상태에 있게 하는 남근이라고 착각하면서 남근으로서 어머니를 소유하고픈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남녀의 구분은 여기서 별로 의미가 없다. 이 착각을 깨는 것은 아기가 사회생활로 들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 착각을 깨고 아기의 사회생활의 입문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버지의 법’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서운 상징적 법이 아기가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욕망을 금지하기에, 아기는 직접적 소유를 포기하고 간접적인 우회의 길을 밟아 언어를 배우면서 상징적인 에로틱한 소유적 합일을 늘 꿈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스스로 ‘이상적 자아’가 되기를 그치고, 아버지의 상징이 허용하는 ‘자아의 이상’을 찾아 자아실현의 길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커서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모두 원초적 어머니와의 소유를 먼 우회의 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려는 욕망에 불과한 셈이다. 에로티시즘에 대한 라캉의 소유론과 상징론은 이성의 노동으로서 일체의 모든 것을 의미와 지식으로 구성하려는 헤겔 철학과 유사한 데가 있다. 실제로 라캉은 철학적으로 헤겔을 좋아했다. 그러나 헤겔적인 일체의미와 그 논리의 사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프랑스의 20세기 해체철학자로서 바타이유가 있다. 바타이유는 그의 저서 ‘에로티시즘’에서 심신의 모든 에로티시즘은 존재의 격리와 단절에 대하여 깊은 연속의 감정을 대체시키는 것으로 읽었다. 옷을 벗는 나체는 자기 폐쇄의 단절을 살아가는 인간이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교환의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의 성욕은 바다의 파도가 서로서로 주고받듯이 혼융의 새로움으로 합일하고자 하는 자기부정의 황홀과 같다는 것이다. 이 황홀감의 욕망은 곧 죽음에의 몰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에로티시즘은 죽음에게 문을 열어준다.” 여기서 말한 죽음은 자기 폐쇄적 고집의 소멸을 일컫는다. 성욕은 자기를 무화시키는 황홀과 직결된다. 자기 무화로서의 죽음은 곧 모든 분별력을 넘어 가려는 욕망을 말한다. 여기서 바타이유는 성욕을 황홀감의 종교적 신비주의와 비교한다. 다 같이 자기를 잊는 황홀감에서 성욕과 신학적 신비주의는 유사하나, 후자는 자기를 잃으면서 더 큰 것을 신으로부터 획득하려는 지배권(mastership)의 소유론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그는 이런 신학적 신비주의를 부정하면서, 에로티시즘과 자기의 비(非)신학적 신비주의(atheological mysticism)를 모든 지성의 파멸과 논리의 와해를 상징하는 무지(無知)와 무아(無我)와 비어 있는 하늘을 닮은 자유의 지상권(sovereignty)에 비유했다. 바깥에 대하여 ‘오직 모를 뿐’이라는 20세기 한국의 고승 숭산대사의 가르침은 곧 자아의 주체의식을 해체시키고, 이 해체가 자유로운 해탈의 지상권으로 마음을 이끈다는 바타이유의 사유와 일맥상통한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성자는 육체의 성욕에서 일체 존재와 교환하는 마음의 황홀로 욕망의 자리를 단지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에로티시즘이 죽음으로 이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하여 잘난 체하는 자아의 모든 분별적 지식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그가 ‘무(無)의 사유는 사유의 무’라고 말한 것은 결국 모든 지성적 사고의 포기를 유도하는 허심(虛心)이 ‘비신학적 황홀’(atheological ecstacy)이라는 말과 같겠다. 허심의 비신학적 황홀은 세상을 인간이 부과하는 의미로 채우려는 의지의 철학이 아니라, 놀이로서 자기를 잊고 만물과 교감하려는 자기 죽음의 사유와 동의어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웃으며 삽시다] 웃음은 최고의 화장술이다

    [웃으며 삽시다] 웃음은 최고의 화장술이다

    요즘 모임의 대화의 최고 화두는 역시 성형수술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이 차고 넘침에 따라서 산부인과 의사도, 내과 의사도 성형수술의 난전에 끼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형과 관련된 유머가 유행입니다. 탤런트 최불암 선생도 너무 오랫동안 최불암으로 살아서 갑자기 성형수술이 하고 싶더랍니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원하는 사람으로 성형수술을 해줄 수 있다면서 최고의 미남들을 보여줬습니다. 이준기 스타일을 원했지만 자신의 체격과 맞지 않아 한류열풍의 주역인 배용준으로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 배용준과 똑 닮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최불암 선생은 너무나 흡족해 했습니다. 거리를 나갔는데 온통 10대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오랜만에 인기 절정에 신바람 나는 기분으로 걸어가는데 저쪽에서 최진실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진실이 묻습니다. “어머 최불암 씨. 어디가세요?” 깜짝 놀란 최불암 씨가 물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제가 최불암인 줄 아셨어요?” 그러자 “저예요 혜~자~ 김혜자. 나도 최진실로 성형수술했지!” 개인적으로 필자 또한 어릴 적부터 성형수술이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세수를 하고 밥상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넌 세수 좀 하고 밥 먹어라” 하여 오랫동안 그 말이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얼굴이 까맣기 때문에 씻으나 안 씻으나 오십 보 백 보였기 때문이지요. 학교에 가서도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시커먼스‘라는 별명으로 나를 부를 때면 마음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누나들에게 돈 많이 벌어서 제발 얼굴 성형수술해 주라고 언제나 부탁했지요. 한마디로 까만 얼굴은 제 열등감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까만 피부가 생물학적으로 우성이라는 사실, 즉 생물학적으로 뛰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 순간 성형수술이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내 얼굴 피부색이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얼굴 피부가 하얀 사람이 참 안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모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순식간이었던 것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 신체에 있는 단점들을 다 긍정적으로 바꾸기 시작했지요. 제 얼굴에는 정확하게 28개의 점들이 제각각 널려 있습니다. 그 때문에 얼굴이 더 까맣게 보였지요. 하지만 이 점들에 대한 생각도 이렇게 바꿨습니다. “이 점들은 어릴 적에 수많은 여자들이 내 얼굴에 대고 ‘넌 내꺼야??라고 점찍어서 생긴 것들이야” 로 말입니다. 지금은 내 얼굴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잘생기고 못생긴 얼굴은 원래 없고 단지 그렇게 믿는 생각만이 있는 거라고요. 사실 얼굴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이런 자신의 외모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일 것입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표정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래서 얼굴이라는 말이 사람의 생각을 뜻하는 얼과 그 얼을 담는 꼴의 합성어인 얼꼴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좋은 생각을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얼굴의 표정과 인상인 꼴이 바뀐다는 말이지요. 얼굴보다 마음을 성형수술하면 평생 지속됩니다.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은 꼴을 바꾸면 얼이 바뀌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의 틀인 꼴, 즉 얼굴 표정을 밝게 하고 웃는 표정으로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얼굴 표정을 바꾸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는 것을 안면 피드백 효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웃음은 최고의 화장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웃게 되면 얼굴 피부 하나하나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어 더 살아 있는 피부가 되며 인자하고 인덕 있는 얼굴이 됩니다. 대한민국이 성형수술 대국이 아니라 웃음 대국으로 모두가 멋지고 즐거운 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글 최규상 한국웃음행복연구소 소장(cutechoi@dreamwiz.com)     월간 <삶과꿈> 2006.11 구독문의:02-319-3791
  • “해외출장 바빠요 바빠”

    ‘글로벌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대기업 임원의 해외출장도 잦아지고 있다. 사업 성격에 따라 어떤 이는 한번 출장에 장기간 해외에 머무르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이는 이웃집 ‘마실’ 가듯 외국을 수시로 오가기도 했다. 올해 4대 그룹 ‘출장왕’을 살펴보았다.●기간은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횟수는 김용환 현대차 부사장이 으뜸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는 ‘미스터 모바일’(Mr.Mobile)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이 1위였다.160여일에 걸쳐 35개국을 누볐다.2위는 ‘황의 법칙’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 출장 나라는 35개국으로 이 사장과 같았지만 출장일수(130일)가 한달 가량 짧았다.3위는 최지성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100일에 걸쳐 20개국을 찾았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에서는 올해 14회 이상 해외출장을 다녀온 임원만도 5명이나 됐다. 해외영업본부장인 김용환 부사장이 18회로 그룹 내 출장왕을 차지했다. 미국, 인도, 중국 등을 누비며 차를 팔았다. 기아차에서는 정몽구 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사장이 단연 1위였다.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 현황과 미국 공장 부지 점검 등을 위해 올해 일곱차례나 국제선 비행기에 올랐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에서는 가종현 상무가 1위를 차지했다. 업무(글로벌 사업본부장) 영향이 컸다. 미국, 스페인, 태국 등 15개국을 150일간 다녔다. 역시 해외사업 개척이 주된 업무인 서진우 전무도 미국·중국·베트남 등 5개국을 120일간 누비고 다녔다.3위는 김신배 사장으로,9개국을 90일간 돌았다. LG그룹에서는 금병주 LG상사 사장이 단연 비행기 기내식을 가장 많이 먹었다. 무려 열네차례나 국제선을 탔다. 출장 국가도 카자흐스탄, 오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제3국이 대부분이다. 주된 임무가 ‘자원개발사업 확대’이기 때문이다.●4대 그룹 총수는? 4대 그룹 총수 가운데는 40대인 최태원(46) SK그룹 회장이 가장 해외출장이 많았다. 무려 열여섯번이나 다녀왔다. 총 80일 동안 중국, 쿠웨이트, 미국, 베트남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을 챙겼다. 그룹의 내년 화두도 ‘세계화 제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미국·중국·슬로바키아·인도 등 여덟차례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우리 나이로 예순아홉이지만 “현대·기아차를 세계 속의 명차 반열에 올려놓겠다.”며 현장경영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각각 한차례씩 해외를 다녀왔다. 이 회장은 올 2월 오랜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뒤 지난달에 미국∼영국∼아랍에미리트연합∼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장기 출장(20일)을 다녀왔다. 구 회장은 지난 9월 국내 기업 최초로 설립한 러시아 디지털가전 공장 준공식을 둘러보고 시장개척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독서광’ 장정일의 깊은 사유

    장정일(44)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비록 고등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써 만만찮은 지적 내공을 갖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가 됐다. 독학으로 일군 그의 성공 스토리는 학력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뭐든 알고 싶어 글을 읽어온 그는 가히 우리 시대의 ‘문화 프로메테우스’라 할 만하다. 그가 기존의 인문 교양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문학 에세이집을 내놓았다.‘장정일의 공부’(랜덤하우스)가 바로 그것이다. 작가로서 장정일은 늘 일반의 기대를 배반한다. 하지만 그 낯설고 독특한 글쓰기 형식과 내용에 독자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이 책 또한 그만의 독특한 관점이 살아 있다. 사유를 잃어버린 세대에 대한 도발적 비판으로 가득하다. 책은 모두 23개의 화두로 엮어져 있다.‘이광수를 위한 변명’‘철학의 오만’‘엘리자베스 1세:영국사의 한 장면’‘2007년, 아마겟돈’등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주제들이다. 책은 한국 근대문학의 거장 춘원 이광수가 변절하게 된 역설을 꼼꼼히 살핀다. 저자도 지적하듯, 춘원이 민족개조론을 들고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뒤에서 안창호가 복화술을 하는 것으로 여겼을 만큼 민족개조론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친일논리로 매도되는 민족개조론이 춘원의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춘원으로 하여금 그토록 민족개조론에 기울도록 한 내면의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우리는 마침내 남과 같이 번적하게 될 것이로다. 그러할수록에 우리는 더욱 힘을 써야 하겠고, 더욱 큰 인물, 큰 학자, 큰 교육가, 큰 실업가, 큰 예술가, 큰 종교가가 나와야 할 터인데…”라고 부르짖는 춘원의 소설 ‘무정’의 한 대목에서 해답을 찾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춘원식’의 나라사랑, 다시 말해 ‘변절’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춘원이 자신의 일상과 가족에 국한된 사소설을 썼다면, 훗날 공소한 계몽과 친일이라는 변절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저자는 일본 영화 ‘배틀 로얄’, 폴 뉴먼 주연의 ‘영광의 탈출’등 영화를 종종 책읽기의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원작의 영화화란 ‘돈키호테’나 ‘삼국지’‘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길고 복잡한 대작을 청소년용 저작으로 축약하는 작업처럼 책을 읽기 싫어하는 대중을 위한 이유식”이라는 게 그의 말. 요컨대 ‘독서꾼’ 장정일이 말하는 진정한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키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엘리아스 카네티 지음, 조원규 옮김, 민음사 펴냄) 불가리아 출신으로 198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의 모로코 여행 에세이. 고도 마라케시의 역동적인 장터와 고즈넉한 구시가지 골목들을 돌아보며 느낀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작가는 도살을 앞둔 낙타를 바라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체험하고, 뼈만 앙상한 늙은 나귀의 강렬한 욕정에서 힘없는 자의 생명력에 새삼 눈뜬다. 카네티는 ‘군중의 광기’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작가다.9800원.●데카메론(박상진 지음, 살림 펴냄) 조반니 보카치오를 단테, 페트라르카와 더불어 불멸의 지성으로 만든 ‘데카메론’ 해설서.‘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완전한 의미에서 문학적 창작은 아니다. 당시 떠돌던 이야기와 보카치오 자신이 이미 써놓았던 소설들을 모은 것이다.1348년 페스트를 피해 피렌체 교외의 별장으로 옮겨온 10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이야기하는 100편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중세의 그늘에서 싹튼 새로운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7900원.●고려에 시집온 칭기즈칸의 딸들(이한수 지음, 김영사 펴냄) 고려 왕비가 된 몽골 여인의 삶으로 읽는 여몽관계사. 고려 제25대 충렬왕부터 제31대 공민왕까지 100년간 고려의 왕들은 모두 몽골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였다. 충선왕은 두 명, 충숙왕은 세 명의 몽골 여인과 혼인했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이 유독 고려에만 공주들을 시집보낸 것은 항몽전쟁에서 보여준 고려인의 투지와 저력 때문. 충렬왕비 홀도로게리미실, 충선왕비 보탑실련, 충숙왕비 역련진팔라, 공민왕비 보탑실리 등 8인8색 몽골 공주들의 다양한 면모를 살폈다.9900원.●개념어 사전(남경태 지음, 들녘 펴냄) 인간의 기억은 나무와 같다. 삶의 작은 상처는 나무가 자라면서 껍질에 난 생채기가 아물 듯이 쉽게 잊힌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을 경험하면 마치 깊게 파인 도끼 자국이 나무에 영구적인 상처로 남듯 당사자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된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런 설명을 붙인다. 트라우마는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비롯된 말로 상처라는 뜻. 트라우마의 정식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1만 3000원.●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김용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부조리극의 대명사 ‘고도를 기다리며’는 변치 않는 시공간과 성격 없는 인물을 내세워 ‘권태’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이며 왜 그를 기다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하이데거는 권태의 의미를 짚으며 ‘시간 죽이기’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실존의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세계문학 작품 속에 담긴 철학 담론을 꺼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책. 1만 2000원.●기독교신앙(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 지음, 최신한 옮김, 한길사 펴냄) 교부신학의 전통을 계승, 프로테스탄트 신학을 집대성한 근대 신학의 아버지 슐라이어마허 신학사상의 결정판. 저자의 초기 사상을 대변하는 작품이 종교를 멸시하는 교양인을 위한 강연인 ‘종교론’이라면, 이 책은 완숙기에 들어선 신학자의 진면모가 드러난 대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의학과 신앙론의 종합을 시도한다.2만 5000원.
  • 벌써 FTA협상 재검토 목소리

    벌써 FTA협상 재검토 목소리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으로 미국의 자유무역주의 기조가 보호주의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벌써 진행 중인 한국, 파나마, 말레이시아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자유무역 회의론자들이 16명이나 공화당 현역 의원을 밀어내고 하원에 진입, 정부의 FTA 추진에 타격을 가할 채비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와 일자리 보호에 무게를 둬왔다. 이번에 상원에 합류한 5명의 민주당 의원 당선자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은 오하이오주에서 공화당의 마이크 데윈 상원의원을 꺾은 민주당의 시로드 브라운 당선자. 그는 텔레비전 선거광고에서 데윈이 지지한 FTA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공화당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당장 민주당은 무역협정을 빨리 체결하도록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특별조치권을 없애는 쪽으로 나아갈 것 같다. 내년 6월 종료되는 ‘패스트 트랙(fast-track·무역촉진권)’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래 전부터 부시 대통령의 이 권한을 약화시키려고 별러왔다. 부시 대통령에겐 남은 2년 임기에 정치·외교뿐 아니라 경제적 레임덕까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베트남,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단 베트남의 WTO 편입은 무리없이 승인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가 첫번째 힘겨루기를 하는 무대는 미·페루 FTA 비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지난 4월 협정이 체결됐지만 그동안 재협상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새 의회의 임기 시작 전인 연내에 가급적 처리하길 희망하고 있다. 이달 말 체결 예정인 콜롬비아와의 FTA 비준도 순탄치 않다. 협상 때 노동과 환경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농업보조금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회생시켜야 하는 백악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라며 민주당이 무역보복법안을 계류해놓은 데 대해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관세 인하와 세계화를 화두로 세계 무역을 이끌어온 부시 행정부는 민주당 견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변신 성공한 그룹들] (3) 한화

    [변신 성공한 그룹들] (3) 한화

    대한생명 2차 입찰신청 마감일인 지난 1999년 6월7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위원회 사무실에 나타났다. 손에는 입찰제안서를 담은 두툼한 봉투가 쥐어 있었다. 당시 김 회장의 출현은 빅 뉴스였다. 그룹 총수가 입찰서류를 직접 들고 나타난 것은 통념을 깨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에 ‘올인’했다. 그리고 3년여 뒤 김 회장은 열망하던 대한생명을 품에 넣었다. 제조업, 유통·레저에 머물던 한화그룹이 금융이란 신성장엔진을 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처음 인수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임원들은 인수에 회의적이었다.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 반대의 요지였다. 그렇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시너지가 있다고 믿었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부실기업이었던 대한생명은 3년만에 정상화됐다. 이를 통해 재도약의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그룹 규모도 2배로 커졌다. 다행히 대한생명 인수로 그룹은 보다 짜임새를 갖추고 외형도 커졌지만, 덩치가 컸던 대한생명 경영에 실패했다면 그룹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한화그룹은 승부사 기질이 있는 김 회장의 취임(1981년 8월) 이후 급성장의 물결을 타고 있다. 한화그룹의 모태는 1952년에 설립된 한국화약㈜이다. 고(故) 김종희 회장이 한국경제 복구를 기치로 내걸고 인천에서 창업했다.30년동안 화약장사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중견기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장남인 김 회장이 2대 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한화그룹은 달라졌다. 김 회장은 취임과 함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인수·합병(M&A)에서 수완을 발휘했다. 김 회장이 취임 뒤 한양화학을 인수하면서 중견그룹이었던 한화는 10대 그룹에 진입했다. 탄탄대로를 걷던 한화그룹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시련을 맞았다. 상당수의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덕분에 체질은 강화됐다. 이때 비축된 체력이 금융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한화그룹은 현재 ‘3각(角) 편대’로 움직이고 있다. 화약과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유통 및 레저, 금융업이다. 지난해 대한생명·증권·손해보험 등 금융쪽의 매출액은 전체 계열사의 61%나 된다. 화약·화학중심에서 금융쪽 강화로 탈바꿈한 셈이다. 선대 회장이 기간산업 중심이었다면 현재 김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강조한다. 이에 걸맞게 해외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에 이어 올해 상하이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완공했다. 콘도 사업을 위해 베트남에도 나갔다. 대한생명은 금융시장 선점을 위해 상하이에 사무실을 냈다. 이런 변신은 그룹 사풍도 바꿨다. 과거에는 안정적, 유지관리 성향이었다. 지금은 변신, 개혁, 역동성으로 대체됐다. 지난해 경영 화두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 먹는다.’는 속도경영이었다. 올해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강조한다. 다분히 공격경영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창립 54돌을 맞아 또 한번 완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인재 확보와 양성’을 부쩍 강조한다. 그는 “인재는 곧 그룹의 미래 자산”이라면서 “각사의 성장동력이 될 핵심인재들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데려오고, 데려온 뒤에는 반드시 우리 한화사람으로 만들어라.”라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영과 각사간 시너지 창출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해외에서 통하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김 회장은 강조한다. 각사의 미래를 책임질 ‘일류 성장 동력의 발굴’도 김 회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그는 “곧 뉴 CI 선포를 통해 한화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열겠다.”면서 “인류, 사회, 고객과 더불어 성장하는 미래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김명곤 문화부장관에 듣는다

    김명곤 문화부장관에 듣는다

    “언론이 화두를 제시했지만 정부가 앞장서 나갈 것입니다.” 취임 8개월째를 맞은 김명곤(54) 문화관광부 장관이 서울신문이 벌이고 있는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것을 천명했다. 김 장관은 12일 장관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특히 모든 운동의 근간이 되는 기초종목 육성과 투자가 더 이상 늦춰져선 안 된다.”면서 “한때 ‘말잔치’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장기 로드맵과 육성 시스템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명곤 장관과의 일문일답. ▶기초종목 육성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면서도 그 실천은 미흡했습니다. 해당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우수선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은 있었습니까. -정부는 이미 지난 1993년부터 모든 운동의 기본인 육상, 수영, 체조 등 3종목에서 잠재력 있는 신인선수 200여명을 조기에 발굴해 향후 국가대표로 육성시켜 왔습니다. 우수한 경기력이란 선수의 신체적인 조건과 그 기능에 달려 있습니다. 신체적 조건을 선천적이라고 하고 기능을 후천적이라고 할 때, 그중 후천적인 기능은 훈련에 의해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선천적 신체조건이 좋은 사람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유년기 때부터 선천적인 요인이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들 기초종목과 인재 양성에 대한 지원 노력을 배가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의미에서 현재 서울신문이 벌이고 있는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캠페인을 대단히 시기적절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언론이 먼저 화두를 제시했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기초종목 살리기에 동참해 나갈 것입니다. ▶부족한 예산이 관건입니다. 또 형평성 문제로 기초종목만을 우대하기는 힘듭니다. 기초종목 육성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은 무엇입니까. -문화관광부는 2004년 119억,05년 174억, 그리고 올해에는 220억원 등 국가대표 훈련비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을 중점지원 종목으로 선정해 타 종목에 견줘 많은 지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또 기초종목 육성에 대한 특별 지원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투자와 성적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특히 기초종목의 경우 닭(투자)이 먼저냐 달걀(성적)이 먼저냐의 논란도 있습니다. 장관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사실 기초종목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그것에 견줘 즉각 성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튼튼한 기초종목의 토대 위에서 스포츠 강국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먼저입니다. 스포츠 경쟁력이 기초종목의 토대 위에서 비롯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특히 기초종목의 저변 확대를 위해선 생활 속에 이들 종목의 습관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문화관광부는 주 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늘어난 여가시간을 건강하게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 7330’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휴일에 늦잠 자고 하루 종일 TV만 시청하는 등 단순휴식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습니다. 생활체육 쪽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관건은 ‘저비용 고효율’인데 기초종목만큼 그 목적과 맞아 떨어지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달리고 물장구를 치고 뜀틀 위에서 구르는, 보다 건전한 생활체육이 확산돼야 합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30분 운동하자는 ‘스포츠 7330’ 운동의 취지가 한국체육의 뿌리를 다지는 기본 개념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아테네올림픽 이후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2008베이징올림픽 준비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는지요.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종합 10위권 재진입이라는 소기의 성적을 달성했습니다만 기본 종목에서 세계수준과의 격차를 또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이후 ‘119 프로젝트’와 일본의 ‘골드플랜’에 견줄 만한 선수들에 대한 훈련비 지원 확대는 물론 훈련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진천에 국가대표선수 종합훈련원을 건립중에 있습니다. 특히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11개 메달 가능 종목과 육상·수영 등 기초종목 지원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초종목의 내실 있는 육성을 위한 전문인력 육성 계획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맞습니다.88올림픽 이후 우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스포츠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은 미진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차세대 스포츠인재 육성사업인 NEST(NExt generation Sport Talent)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세부 계획을 구상 중입니다. 이 계획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NEST 프로젝트’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체육인재 육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를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운동선수와 경기지도자, 스포츠 외교인력 등 대상별 지원 프로그램과 스포츠영재 선발 프로그램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원프로그램의 경우 자질과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정, 최소 2년 최대 8∼10년간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선발프로그램 개발의 경우에는 스포츠 영재 발굴을 위한 평가도구 개발 및 이를 프로그램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체육은 단순히 신체적 기능의 의미를 넘어 문화·경제 등과 접목돼 무한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한국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은 무엇입니까. -오늘날 체육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의 필수 요건인 건강한 생활을 영위케 하는 필수 활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체육은 세계 각국이 저마다 정책적 관심을 크게 기울여가고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 역시 중장기적인 체육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기초체력 향상을 위한 기본종목의 양성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빼놓는다면 한국체육은 ‘사상누각’과 다를 바 없습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체육재정 현실과 해법은 정부의 체육분야 지원에서 가장 큰 자금줄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수익금이다. 그러나 최근 ‘바다이야기 사건’ 등 각종 악재 속에 기금 조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게 현실. 경륜 경정 등 공단 주 수입원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에 견줘 약 4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게 공단 측의 하소연이다.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부족한 국고예산을 충당해 온 체육진흥기금 조성 여건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경륜, 경정 등의 ‘건전한’ 운영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면 장외매장 영업 축소 등 체육진흥기금 조성 계획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전체 수익금인)파이 전체가 더 작아질 게 분명한 만큼 지금까지 체육계 쪽에 불균형하게 이뤄진 수익금 배분 문제를 재검토해 이를 체육 분야에 더 쓰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박 이사장은 강조했다. 공단 산하 경륜운영본부가 지난해 벌어들인 순수익금은 총 477억 5000만원. 이 가운데 체육진흥 분야에 쓰인 돈은 전체 40%에 불과한 191억원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소기업발전기금과 지방재정지원금 등을 포함, 비체육 분야에 쓰였다. 경정의 한 해 매출 규모가 경륜의 약 3분의1인 것을 감안하면 경정·경륜에서 세금과 환급금 등을 제외한 순수익금 600여억원 가운데 370여억원이 체육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 쓰인 셈이다. 특히 주요국제대회 유치와 개최 사업비로 활용돼 온 고속도로 옥외광고 수익금은 대구하계유니버시아대회지원법 효력이 금년말로 만료되면서 ‘제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체육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선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공단의 옥외광고사업 재추진 의원입법안이 정기국회 회기내에 원만히 처리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실정. 공단이 벌어들인 돈은 일정 부분 공단 스스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정부의 기금관리기본법은 공단의 수익금 집행을 전적으로 예산처에 맡기고 있어 체육기금의 자율 집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체육계의 목소리도 높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與서 던진 ‘거국내각 불씨’ 논란 초점

    與서 던진 ‘거국내각 불씨’ 논란 초점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거국 내각’이 뜻밖의 화두로 부각됐다. 여당측이 불씨를 던지면서 청와대와 야당으로 논란의 불길이 번졌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대승적 결단”이라면서 “야당이 부정적이라면 중립 내각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최규식 의원도 “국무총리가 먼저 대통령에게 거국 내각 구성을 건의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에 협조를 요청할 수는 없느냐.”고 가세했다. 그러나 전날 ‘관리 내각’을 제안했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내각에 참여하거나 인선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대통령은 민의를 존중하고 국익을 위할 중립적인 전문가를 기용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나경원 대변인도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제안을 왜곡하고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논평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정권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중차대한 선언을 내팽개치듯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색 주장 ‘미스터 쓴소리’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서는 “좋다.(새로운 아침을)다시 시작하라. 그러나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하라.”고 호통을 친 뒤 “(여권의 정계개편은)17대 총선에서 밀어줬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무책임, 무소신, 무원칙의 극치”라고 목청을 높였다. 여야 대선 후보의 정치 자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열린우리당 원혜영 의원은 “대선 후보자가 범법자가 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선 후보의 개인 후원회와 정당 후원회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등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같은 당 서갑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벌써부터 사무실을 열고 지방으로, 해외로 돌아다니는 돈이 어디서 나오냐. 개인 비용으로 하거나 제3자가 됐거나 모두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면서 “법무부가 수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선의 ‘몽니’ 한편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당초 대정부질문에 나설 예정이었다가 돌연 불참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제일 처음 질문할 것으로 생각해 준비했는데 당이 사전통보없이 두번째 순서로 바꿔 당황했고, 질문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다른 한 의원은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정부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3선 의원의 처사라고 하기엔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與 개헌빌미 정계개편 정당화 의도”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7일 공식 제기한 ‘개헌론’에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또다른 화두로 던진 ‘통합신당론’은 노무현 대통령 배제 논란과 맞물려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파탄에 대한 참회와 반성은커녕 책임 미루기에 급급했다.”고 김 원내대표의 연설내용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면서 개헌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에서 정계개편론도 모자라 개헌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며 “현정권 내에서 개헌 논의는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개헌론 반대 이유로는 “첫째, 개헌을 빌미로 정계개편을 정당화하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 둘째, 안보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론을 양분시켜 개헌논의 자체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권력을 내놓기 싫은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내는 것은 여당의 책임자로서 격이 없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은 “여당이 정권연장 음모를 포기하지 않고 국민기만용 선거법 개정을 강행하면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여당은 통절한 반성 위에서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담당 부대표는 “고비용 정치를 중단하자는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인위적인 정계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성 원내 전략담당 부대표는 “자성의 차원에서 집권여당의 책임감을 무게감있게 강조했다.”고 평가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진보 싱크탱크 ‘공공성’ 파고든다

    “YS정부가 처음엔 이런저런 사회단체들을 관변단체라면서 전부 다 없애려 했어요. 그런데 그걸 없애려니까 하다못해 초등학교 등굣길에서 교통지도라도 해주려는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결국 포기했지요.” 지금도 장관직에 있는 한 고위공무원의 경험담이다. 민중운동의 대체재로 1990년대 급속히 팽창했던 시민운동이 낙천·낙선운동 형태로 구체적 행동에 돌입하자,‘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지금도 시민단체가 정부 지원금은 왜 받느냐는 비난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게 꼭 시민단체만의 책임일까. 물론, 공적인 이익에 대해 설득력있는 대안과 실천을 내놓지 못한 책임도 크다. 그러나 노조지도부나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공적인 이익을 고민하는 시민’은 존재하는 것일까. 바로 이 ‘공적인 이익’에 대해 진보진영이 새로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민주정부 이후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적인 이익, 공공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가 지난달 창립10주년 심포지엄에서 공공성을 화두로 던진 이래 진보의 싱크탱크들이 잇따라 이 문제를 다룬다. 상지대·성공회대·한신대 등 3대 대학이 뭉쳐 결성한 민주사회정책연구원도 10일 오후2시부터 열리는 결성 6주년 기념 심포지엄 주제를 ‘공공성과 민주주의’로 정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가 ‘민주화 이후 사회체제 변동과 공공성’을, 김윤자 민사연 원장이 ‘공공성과 21세기 한국 경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학술단체협의회도 11일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한국의 대안적 발전전략’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가장 잘못된 대응은 파편화돼서 각자의 이익만 좇는 행태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에다 산별노조, 사회적 타협 문제를 두고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노조는 이미 거대한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심포지엄은 이를 ‘시장의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카드로 ‘연대’를 내걸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06일 TV 하이라이트]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회사에서 만년 영업사원인 남자. 어느 날 잘 나가는 사업가인 동창으로부터 2억원을 빌려주면 매달 300만원의 이자를 주겠다며 동업 제의를 받는다. 동창의 말을 믿고 남자는 퇴직금과 대출금을 합쳐 현금 2억원을 마련해 차용증을 받고 동창에게 주게 된다. 그러나 동창의 사업은 부도가 나는데….   ●사이언스+(YTN 오후 1시40분) 사람들 대부분은 뇌의 약 10%도 사용하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친다고 한다. 그만큼 뇌가 가진 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뇌가 가진 잠재성을 일깨우는 ‘뇌교육’이 요즘 전 세계 교육계의 화두다. 두뇌발달교육과 잠재성개발에 관한 ‘뇌교육’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뇌 교육 심포지엄을 찾아가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미술, 연극, 춤이 어우러지는 복합 예술관의 대중화에 힘써 온 화가 박의순.50세를 넘겨서 떠난 독일 유학, 서양화가로 예술경영인으로 주부로 바쁘게 살아 온 지난 50여년의 삶 이야기. 예술에 대한 끼와 집념으로 한 평생을 살아온 문화계 여장부, 박의순의 그림같은 인생이야기가 공개된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국화는 큰 병으로 입원한 줄 알고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온다. 윤후는 감추려고 해도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국화의 마음이 보여서 뿌듯하다. 윤정은 혼수를 사러갔다가 욕심에 이것저것 맘에 드는 것은 다 사버린다. 한편, 우숙은 병장 말년인 석준에게 연락이 뜸한 것이 신경 쓰인다.   ●있을때 잘해(MBC 오전 7시50분) 순애는 자신의 가게에 들른 동규에게 영조의 유산 소식을 들었다며 영조를 잘 위로해 주라고 한다. 예전에 유산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울먹거리는 순애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을 폭발한다. 이에 순애와 같이 울음을 터뜨린 동규는 감정을 주체 못하고 식당에 있는 비품들을 걷어차고 던진다.   ●긴급구조대(EBS 오후 11시55분) 와이어트는 그의 상담가이자 여자 친구가 된 카렌과 함께 낭만적인 밤을 보내길 기대한다. 와이어트와 색은 절망에 빠진 두 형제를 구해주지만 그들은 마약을 노리고 앰뷸런스를 탄 채 와이어트와 색을 납치한다. 그날 밤엔 기이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와이어트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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