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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고 싶다면? 나이를 파괴하라

    뜨고 싶다면? 나이를 파괴하라

    요즘 대중문화계의 화두는 ‘나이 파괴’다. 70대 노인과 10대 여고생의 삼각 멜로를 다룬 영화가 개봉 대기 중인가 하면 4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연애담을 그린 작품이 잇따라 개봉된다. 서너 살 차이의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얘깃거리가 되지 않을 만큼 흔한 소재가 됐다. 흥미 끌기 위주의 자극적 접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여러 색깔의 사랑이 변주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중문화의 핵심 소비층이 2030(20~30대)에서 3040(30~40대) 여성으로 옮겨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와 흥미롭다. ●70대 노(老)시인이 10대 소녀와 삼각관계?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은교’는 70대 시인 이적요(박해일)와 17세 여고생 은교(김고은), 30대 제자 서지우(김무열)의 삼각멜로를 그린 영화다. 박범신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해피엔드’, ‘사랑니’ 등 파격적이되 섬세한 멜로에 강한 정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7일 나란히 개봉하는 ‘완벽한 파트너’와 ‘사물의 비밀’은 20대 남성에 대한 40대 여성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영화다. 남자들이 어린 여성에게 갖는 ‘롤리타콤플렉스’는 여러 번 다뤄졌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전면에 드러난 예는 드물었다. ‘완벽한 파트너’에서 40대 요리연구가 희숙(김혜선)은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아들뻘인 후배 민수(김산호)와 연애를 한다. ‘사물의 비밀’에서 마흔 살 여교수 혜정(장서희)이 스물한 살 제자 우상(정석원)과 사랑에 빠지는 것과 비슷하다. 앞서 개봉한 ‘너는 펫’(김하늘·장근석)과 ‘티끌모아 로맨스’(한예슬·송중기)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티격태격 사랑 이야기다. 안방극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8일 종영하는 MBC 일일연속극 ‘불굴의 며느리’는 남편과 사별한 오영심(신애라)과 재벌 2세 연하남 문신우(박윤재)의 로맨스로 시청률 2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극 중 나이 차이는 4살이지만, 실제로는 신애라가 띠동갑 연상이다. MBC 주말 드라마 ‘천번의 입맞춤’(서영희·지현우)과 ‘애정만만세’(이보영·이태성)는 이혼녀와 연하의 총각이 극의 중심축이다. ●넘쳐나는 ‘드메 커플’, 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세태 변화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10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14.9%로, 10년 전(10.7%)보다 크게 늘었다. 사회 현실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산물이란 얘기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3040 여성의 경제력에서 또 다른 이유를 찾았다. 강씨는 “영화 보는 비용마저 부담스럽게 느끼는 20대에 비해 어느 정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40 여성들이 대중문화의 주된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3040 여성의 이야기가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40 여성 경제력·얇은 여배우층도 한몫 한 영화사 프로듀서도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 속 여성들의 판타지 대상이 백마탄 왕자였다면, 지금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연하 남성으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배우층이 얇은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자칫 막장으로 흐를 소지가 있고 비슷한 소재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라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20대 여배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연상·연하 커플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풀이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용어 클릭] ●드메 커플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 연상의 여성만을 상대로 사랑 고백을 하는 드메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쇼팽의 연인이자 소설가인 조르주 상드에게 “사랑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상드는 “샘 속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그 말을 믿은 드메는 샘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서 유래해 연상·연하 커플을 지칭하는 사회학 용어로 자리 잡았다.
  • [지금&여기] 재벌가의 알파걸/주현진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재벌가의 알파걸/주현진 정책뉴스부 기자

    “도대체 똑똑한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이런 푸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각 분야에서 ‘알파걸’들의 활약이 화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 현장은 물론 사시·행시·외시 등 고위 공직 등용문에서도 ‘여풍’(女風)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스포츠계는 물론, 금융권이나 언론계에도 ‘알파걸’들이 넘친다. 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도 여성이며, 비록 낙선했지만 여당의 서울 시장 후보도 여성이었다. ‘알파’(α)는 그리스 문자의 첫 번째 철자로 ‘첫째 가는 것’을 뜻한다. ‘알파걸’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댄 킨들런이 2006년에 내놓은 책 ‘새로운 여자의 탄생-알파걸’에서 처음 사용했다. 저돌적인 도전정신을 지닌 야무지고 똑똑한 여성 엘리트를 의미한다. 각 분야에서 알파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처럼 재벌가 딸들의 왕성한 행보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계열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판로를 둔 베이커리, 명품 수입 등의 분야에서 사업 확대에 의욕적이다. 과거 막강한 관가 혹은 다른 재벌가로 시집가던 ‘혼맥의 역사’ 속에서 주로 조명됐던 것을 감안하면 재벌가 딸들도 일견 시대의 조류에 뒤처지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알파걸들의 활약이 부러움과 귀감의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재벌가 딸들의 활약은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사업 내용으로 볼 때 이들은 주로 안정적인 소비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 베이커리 사업의 경우, 이 정권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동반성장’ 저해 문제로 지적되면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의 특혜 및 부당지원 의혹이 있다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집안 내부의 경쟁 구도에서 봤을 때도 이들은 뒤처진 양상이다. 재벌가의 주요 사업은 여전히 이들이 침범할 수 없는 남성 자손들의 몫이다. 재벌가의 딸이라고 온실 속의 화초로 머물 필요는 없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사업가 정신을 가진 재벌가의 딸. 재벌가의 진정한 ‘알파걸’을 보고 싶다. jhj@seoul.co.kr
  • 박세일·문재인, 정계개편 제3의 진앙 직격 인터뷰

    박세일·문재인, 정계개편 제3의 진앙 직격 인터뷰

    ■보수 ‘브레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신당, 연말 가시화할 수도 총선전 결정땐 후보낼 것”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10·26 재·보선 이후 여권에선 한나라당의 쇄신 논란과 맞물려 신보수 정당의 출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야권은 민주당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재결합을 핵심 고리로 한 통합 논의에 분주하다. 정치권 개편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8일과 9일 잇따라 만나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 봤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보수 진영 브레인이자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꼽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향해 그는 ‘발전적 해체’를 요구했다. 그리고 개혁적인 보수 세력과 합리적인 진보 세력이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통폐합한 거대 국민 정당을 구축하는 것, 그게 21세기 선진 한국을 향한 그의 정치 디자인이었다. 지난 9월 안철수 바람이 막 피어오른 때부터 두 달 가까이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민은 끝났고 행동만 남았다는 뜻이다.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공동체자유주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이라는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연말까지 가시화할 수도 있다. 내년 총선 전까지 창당 여부가 결정되면 후보도 낼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당 정치가 국민들에게 거부당한 것이다. 시대가 변화를 원한다. →한나라당의 쇄신이나 야권 통합이 본질적 변화를 가져올까. -야권 통합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가치가 다른 정당들이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모인다는 것은 야합이다. 선거를 위한 야합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른데도 모인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것인가. 나눠 먹기 식으로 하겠다는 것 아닌가. 국회가 나눠 먹기 하는 곳인가. 한나라당의 쇄신도 자기들 내부의 권력투쟁이 쇄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안철수 원장이 최대 관심 인물이다.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을 많이 한 분이다. 정당이 국민과 소통하고 자기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의 어려움도 수렴해야 하는데 한국 정당은 그게 없다. 안 원장이 그것을 했다. 답은 못 내더라도 국민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대화를 해 줬다. 정당의 실패가 안철수 현상의 성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국가 전략을 가진 분인지, 정치에 참여할 경우 어떻게 국가를 끌고 갈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실질적인 오너는 박근혜 전 대표다. 실력자다. 그분이 나서서 당을 개혁해야 효과적이다. 박 전 대표가 나서서 당을 바꾸고 국민에게 ‘우리를 다시 지지해 달라.’고 말할 때가 왔다고 본다. 현 지도부가 당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고, 개혁이나 쇄신도 잘할 것 같지 않다. →박 전 대표와 화해할 생각은. - 난 박 전 대표와 싸운 적이 없다. 사적인 감정도 없다. 정책에 대한 견해가 달랐을 뿐이다. 견해가 다른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 탈당) 당시에 나는 수도 이전이 국익에 해롭다고 봤다. 화해란 말은 적절치 않다. 기본적으로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가 대권을 쥘 것으로 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는 본인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통일, 복지 등 정책 이슈는 준비하는 게 보인다. 이제 국가 비전과 목표, 그리고 국가 가치에 대해 본인이 정리된 시각과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 두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 먼저 ‘왜 박근혜이어야 하는가’, ‘왜 대한민국 미래를 박근혜가 맡아야 하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둘째, 외연을 확대하는 게 좋겠다. →박 이사장은 새 보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의 쇄신과 별개로)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드는 것은 발전이다. 신보수가 등장해 보수의 새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바람직한 것은 신보수와 신진보, 즉 개혁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대동단결, 협력해서 한국을 선진화와 통일로 이끄는 거다. 이념·지역·세대·계층에 의한 분열을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과 국민의 행복은 어렵다. 거대한 국민통합 정당이 나라를 운영하면 선진화와 통일이 가능하다. 당이 다르면 타협이 안 되지만, 당이 같으면 (이념적) 차이가 커도 타협이 된다. →너무 이상론 아닌가. -하루아침엔 안 되겠지만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생긴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가까운 장래에 성공할 수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둘 다 해체하고 국민 정당으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일당 독재가 연상되는데. -대한민국엔 1.5당이 필요하다. 국민의 75% 지지를 받는 정당이 필요하다. 양당 체제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경향이 있다. 양당제에서 동양은 서양과 달리 정당이 국민 통합에 기여하기보다 국민을 분열시킨다. 아시아에서 국가가 발전할 때는 주로 1.5당이 존재할 때였다. 우리는 공화당 때, 일본도 자민당 때 발전했다. 1.5당이 시대의 과제를 푸는 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진보와 보수가 빨리 합쳐지는 게 좋다고 본다.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은. -한나라당이 이대로는 총선도 어렵고, 대선 전망도 밝지 않다. 정권 교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야당도 국정운영 능력과 비전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치권 전체에 대해 걱정하는 바가 많다. →직접 한나라당에 들어가 개혁해 볼 생각은. -(웃으며) 그럴 생각은 없다. →내년 대선의 시대 정신은 뭔가. -통일과 선진화다. 선진화의 과제는 두 가지다. 우선 어떻게 하면 부민(富民)을 만들 것이냐, 둘째는 신복지 전략, 즉 안민(安民)이다. 그 다음은 통일이다. 통일이 내년에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박 이사장을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들어본 적도, 관심도 없다. 지금부터 5~10년은 한국 명운이 갈라지는 때다.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발전할지를 정치가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합 등을 이끄는데 서울대 교수직이 제약이 되진 않나. -한반도선진화재단을 만들어 정책 운동을 하고 있고, 국민운동 형태로 선진통일연합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으나 앞으로 일이 많아지면 가까운 장래에 학교 일을 정리해야 한다. 이춘규선임기자·주현진기자 taein@seoul.co.kr ■범야권 유력 대선후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野통합, 마냥 기다릴수야… 무산땐 제자리 돌아갈 것”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이어 현재 범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지난 6월 자전 에세이 ‘운명’을 출판하면서 정치권으로 걸음을 옮긴 지 5개월. 그는 어느 새 정치 격랑의 한복판에 들어서 있다. 그동안 언론사 인터뷰 장소로 한사코 부산 변호사 사무실을 고집했던 그가 처음으로 9일 서울 서교동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무실에서 서울신문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작지만 정치인 문재인을 웅변하는 함의를 지닌다. 연일 야권 통합을 외치는 그에게 물었다. “문 이사장 머리엔 통합밖에 없나 봅니다. 통합 안 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통합이 안 되면 제자리(인권 변호사)로 돌아가야죠.” 답변은 간결했고 강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지켜본 3명 중 1명인 그다. “참여정부 때 과오가 있다면 노 대통령 다음은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부채를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자산’까지 승계할 것인지는 공란으로 뒀다. →야권 대통합에 대한 기본 입장은. -야권 통합의 필요성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 세력까지 모두 합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수권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야권통합에 임하는) 기본 입장이다. →연합 정당이라는 개념으로 성공할 수 있나. -헤쳐 모여식 통합이나 화학적 결합까지 도모하는 통합보다 그게 오히려 현실적이고 쉬운 길이다. 진보대통합은 정체성까지 함께하자는 통합이니 쉽지 않다. 기존의 야권 정당들, 시민사회 세력이 독자성이나 정체성을 그대로 지켜 가면서 한 지붕 아래 여러 가족이 함께 사는 것 같은 통합을 하자는 것이 연합 정당이다. →야권 대통합에 대해 민주당 내 반발이 심하다. -대통합의 취지를 제대로 잘 몰라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됐던 아픔을 겪은 경험도 갖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통합이 아니다. →복당이나 입당, 영입하면 되는데 왜 복잡한 과정을 거치냐고도 하는데. -그런 정도로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충족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민주당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지역적으로 치우치고 젊은 세대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 통합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도로 열린당 아닌가. -통합의 폭, 통합에 참여하는 세력의 범위 문제다. 가급적 폭넓은 정당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지금 현재 통합에 대해 포용하고 있는 세력들만 해도 기존 민주당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중통합을 하고 이른바 개문 발차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모든 세력이 한꺼번에 통합하는 형태와 방식이 이상적인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일정한 시기까지 다 함께 가려는 노력들을 해 보고 그게 끝내 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그 시기까지 통합에 동의하는 세력들끼리 우선 통합 추진기구를 구성해 출발하고, 나머지 세력들을 설득해 다시 통합의 대열에 합류하게끔 하는, 그런 길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원장을 통합에 합류시킬 수 있는 방안은. -우선 합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결국은 안철수 원장과 안 원장이 대표하는 제3세력들까지도 함께함으로써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안 원장의 지지가 높고, 제3세력의 범위가 크다고 하더라도 역시 현실적인 정치 세력이 함께 기반이 돼야 현실에서 뜻을 펼칠 수 있다. 통합 세력과 함께하는 것이 그분에게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뜻을 전하기도 하고,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그런 것에 대한 논의나 설득을 해볼 생각이다. →안 원장이 제3의 신당을 만들 가능성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지지도를 보이는 것처럼 지지받는 정당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야권을 분열시켜 약화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문 이사장의 권력의지가 종종 회자된다. 권력의지가 있나, 없나. -제가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꼭 맡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의지가 있다면 제가 뭘 이렇게 해서 권력을 손에 쥐겠다, 그런 의지가 아니고 ‘어쨌든 이번에 정권교체는 꼭 돼야 한다. 안 되면 나라 결딴이다.’라는 의지가 더 강하다. 그래서 거기에 제가 할 수 있는 힘을 보태겠다고 생각, 통합 운동도 하고 선거 지원도 했다. →내년 4월 11일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있나. -내년 대선·총선이 중요한데 거기에 통합 정당의 후보들이 나서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어떤 식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될지는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다. →대선 출마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 처해 있는 입장 이런 것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가게 될지는 잘 모른다. 어쨌든 내년 총선·대선에서 정권 교체까지 되게끔 할 수 있는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어떤 방식이 될지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도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통합 운동에 매진해야 하고 통합이 반드시 성사돼야 그 이후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정치적 책임론이 있다. -참여정부 때 과오가 있다면 노 대통령 다음에는 내 책임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찌 보나. -대세론은 무너졌다. 대세는 요지부동 지속돼야 대세인데 한번이라도 아닌 것으로 드러나거나 흔들리면 더 이상 대세는 아니다. 우세일 뿐이다. 결국 우리가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거다. 넘어서는 방법은 우리끼리 힘을 모으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거다. 이춘규선임기자·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中주석, 오스트리아 방문 “시장경제지위 달라”

    유로존 위기 해소를 위한 중국의 지원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오스트리아를 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후 주석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럽연합(EU)이 중국에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고,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제한을 완화해 주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장경제지위 부여와 첨단기술 수출제한 완화 문제는 EU를 상대로 중국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후 주석의 발언은 일단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하지만 ‘특수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시장경제지위 부여 등에 대한 ‘지원사격’을 요청했지만 실제로는 EU에 보내는 ‘협상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참여 문제가 주요 의제로 대두될 것은 분명하지만 중국이 아무런 조건 없이 요청에 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유로존 리스크를 일부 떠안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참에 숙원이었던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받는다면 밑지지 않는 장사가 될 수도 있다. 후 주석이 속내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시장경제지위 부여 등에 대한 EU 내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럽이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정치적으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서로 간의 조건을 흥정하는 중국과 EU의 기싸움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이마트, 수익 못내는 中점포 6곳 매각

    이마트가 수익을 못 내는 중국 내 점포를 매각하는 등 중국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아마트에 따르면 중국 내 27개 점포 중 6개 점포를 매각했다. 닝보(寧波), 창저우(常州), 항저우(杭州), 타이저우(泰州) 등 4개 지역의 4개 법인 지분 100%를 현지 업체인 푸젠신화두구물광장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1억 2500만 위안(약 220억원)이다. 따라서 이들 법인이 소유한 이마트 6개 점포가 소유권이 넘어갔다. 신화두는 94개 대형할인점과 쇼핑몰,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업체다. 이마트는 이번에 매각한 4개 법인 6개 점포는 지역 내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이며 다른 복수의 점포에 대한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중국 내 상당수 점포에서 적자를 내면서 중국 사업 재편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시론] 정당들 ‘노점정치’로 방향 전환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정당들 ‘노점정치’로 방향 전환을/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0·26재·보선이 남긴 최대의 화두는 ‘안철수 현상’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도 지지율 5%대였던 박원순 후보를 너끈히 당선시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그간 대세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서고 있다. 이 심상치 않은 바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할 것인가가 지금의 한국정치 앞에 놓인 당면과제이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원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안철수 현상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안철수 대학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선거의 승자라면 패자는 당연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비록 야권연합에 한 발을 담그기는 했으나 제1야당으로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했으니 결코 승자라 할 수 없다. 선거 결과를 볼 때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린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에 손을 내민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만 승리를 거뒀을 뿐 그간 강세를 보였던 충청과 강원에서 모두 졌다. 결국 여당과 야당 모두 패배자이다. 정당에 대한 불신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유권자들은 덜 미운 정당을 선택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박원순이라는 비정당 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정당을 외면하면서 비정치권 인사의 선거 출마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정당은 이번 재·보선처럼 이들과 예비경선을 치르든지, 아니면 본선거에서 상대 정당이 아닌 시민사회와 싸움을 해야 한다. 안철수 현상에서 읽어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정치의 틀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의 정치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정당이 중심이었다. 이들 중 누가 권력을 잡을 것인지 선거를 통해 경쟁하고 유권자들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소극적 시민에 만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권력 경쟁에 직접 뛰어들었고 승리했다. 시민들도 덜 미운 정당을 선택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는 정당 제도 자체의 위기를 의미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단순히 산술적으로 이해할 상황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것은 정당이 더 이상 대표와 매개 기능을 독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그간 정당에 위임하였던 대표 기능을 이제는 회수하여 스스로 정치적 의사를 결집하고 표출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트위터와 같은 SNS 매체가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돕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정당이 정치 참여의 유일한 통로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 우리 정당이 처한 위기의 핵심이다. 유권자의 선택이 정당으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상대방을 죽이는 정쟁에 골몰하는 것만으로도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당 제도를 아예 외면해 버릴 것이다. 이미 미래정치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정당의 소멸을 전망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정당은 점포정치에서 노점정치로 방향을 전환하여야 한다. 점포 모양새만 번지르르하게 갖추거나 경쟁 점포를 비방하면서 손님을 끌던 시대는 지났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갖고 그들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한다. 그걸 갖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직접 가서 홍보하고 판매해야 한다. 그러자면 정당이 몰두해야 할 것은 선거정치가 아닌 생활정치이다. 선거정치는 이미 유권자들로부터 ‘그들만의 리그’로 외면받은 지 한참이다. 이번 재·보선은 시민단체와 유권자들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현실정치로 직접 뛰어든 이상 그 역할도 더 이상 비판자나 구경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해 조롱하고 이죽거리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몸은 이미 정치권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생각은 여전히 국외자로 남아 있다면 우리 정치를 더욱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는 정치의 당사자로서 책임과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 MRO사업 손 못떼는 LG, 왜

    MRO사업 손 못떼는 LG, 왜

    올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기업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순대와 면장갑도 대기업이 파냐.’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삼성그룹 등은 MRO 업체를 매각하거나 사회적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MRO 업계에 남아 있는 다른 대기업 계열 업체들은 사업 범위를 놓고 중소기업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쉽사리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MRO 업체들의 영업 범위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4차례에 걸친 조정회의를 가졌지만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모그룹 계열사를 제외하고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기업의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만을 대기업으로, 대형 MRO 업체들은 중견기업도 대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협상을 중재한 동반성장위의 강제조정안에 따라 사업 범위 등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RO 업계 1위인 서브원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LG그룹 관계자는 “거래가능 기업의 규모를 연매출 3000억원 이상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이견이 남아 있다.”면서 “협상을 통해 최대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 MRO 시장, 특히 서브원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서브원이 업계 1위라는 상징성과 함께 다른 대기업들은 MRO 업계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MRO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를 인터파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한화그룹은 이미 9월에 시장에서 철수했다. 포스코는 엔투비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로 삼아 영업이익 0%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 역시 계열사인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반면 LG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그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서브원이 MRO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서브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3조 8477억원, MRO 부문 매출은 2조 5269억원에 달한다. MRO 부문만 따져도 2위인 삼성 IMK 매출의 두배에 육박한다. 수익도 놓칠 수 없지만 하루아침에 정리하기에는 상당한 규모다. 서브원의 비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규모도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LG 관계자는 “비계열사 부문 매출을 포기하라는 것은 유휴 인력 양산에 따른 부담과 관련 시스템 구축에 따른 투자비 손실에 따라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LG로서는 삼성 등처럼 서브원 전체를 매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서브원은 사실상 LG의 ‘사내 건설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서브원의 건설사업 매출액은 58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나 증가했다. 서브원은 상반기 7293억원 규모의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9라인 건설을 수주한 데 이어 최근 LG 여의도 트윈타워 리모델링 공사를 계약했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구본무 LG 회장이 서브원의 공동대표이사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LG 역시 지난해 서브원의 100% 모회사 자격으로 32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서브원이 건설 등 중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LG가 서브원을 매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시민단체·정치 ‘상생’ 할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한국 사회 곳곳에 대전환의 서곡을 알렸다. 무엇보다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등극은 ‘시민 정치’라는 화두를 던졌다. 시민사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현상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박 시장의 정치 진출은 기존 시민사회 인사들의 경로와 다르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명망가들의 개별 입성이 아닌 시민사회의 정치적 욕구가 집단적으로 입성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과의 관계 설정부터 달라졌다. 수혈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의 주체가 된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출신으로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들어온 김상희 의원은 “당시 시민사회가 정치권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질적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지향했던 가치를 접목시키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시민사회의 정치 개입 방식도 달라졌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등 시민사회의 의제를 정치권이 받아안을 정도다.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의 감시와 영향력 제공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박 시장처럼 의회 권력이 아닌 행정 권력을 차지했다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하승창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향하다 보면 아무리 시민사회가 좋은 가치를 제안해도 권력에 따라 후퇴할 수 있다.”며 시민정치의 진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대표였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시민단체 활동은 문제를 해결할 때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그 문제만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정치권에서는 종합적으로 조정해서 풀어야 하는 일이 더 많다.”고 비교했다. 전례 때문에라도 시민사회와 정치의 ‘아름다운’ 결합을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 ‘박원순 변호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넘어가는 길이 정치와 시민사회의 첫 동행 길이다. 성공과 실패가 길목길목마다 놓여 있다. 정당이 시민사회 의제와 정치적 의제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시급해졌다. 정 교수는 “여의도 정치가 파행을 겪는 대다수는 정무적 사안이다. 반면 삶의 질 문제로 마찰을 빚는 경우는 10% 안팎”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민주주의를 반영하려면 지역과 당원 중심의 기존 정당 구조에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충고도 뒤따른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전문가들이 본 시민단체 과제

    [시민단체 정치속으로] 전문가들이 본 시민단체 과제

    시민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념과잉보다 실사구시’다. 진보와 보수로 나뉜 이념 싸움을 자제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비판과 감시에 나서야 한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이 된 것과 관련, 시정 비판이 아닌 시정에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일제히 나타냈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는 주문이다. 설동훈(왼쪽)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는 반드시 정치권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마치 정당인 양 밀어붙인 모습은 잘못된 것”이라고 짚었다. 또 “시민단체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판과 견제는 하되 반드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치 정당처럼 일방적인 이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펼치는 네거티브 공세가 이제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의 이념 성향에 따라 정부가 시민단체 실무자의 인건비 지원을 달리해 시민단체의 활동이 위축됐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민단체가 정부의 돈을 받을 필요는 없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잘라 말했다. 현택수(가운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 시민단체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면서 “시민단체가 이 기회를 정치권에 진출하는 발판으로 이용할까봐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 “시민단체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오히려 이미지를 깎아먹는 등 역효과만 난다.”면서 “정치참여를 자제한다는 내용의 윤리강령을 내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후보’임을 자처한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시민단체가 부각되는 것과 관련, “방향을 잘못 짚은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대화(오른쪽) 상지대 인문사회과학대 교양과(정치학) 교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박 시장의 당선은 ‘시민단체’가 아닌 ‘시민사회’의 힘이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재 시민단체가 화두이지만 시민단체보다 오히려 시민사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보궐선거 과정에서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박 시장을 크게 도와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교육·복지 분야에서 정부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준·김진아기자 apple@seoul.co.kr
  • 재계, 10·26 보선 후폭풍·FTA비준안 처리 등 “반기업정서 확산되나” 고민

    “뭐 별 영향은 없겠죠… 하지만 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른 지난해 여름 이후 재계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법인세 인하 환원에 임시투자세액공제제 폐지도 눈앞에 두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계는 최근 끝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후폭풍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인적인 성향과 상관없이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선거 체제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여권 상황을 감안하면 재계가 학수고대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통과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친서민 행보 강화땐 경영 환경 악화”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박 시장에 대해 직접적인 ‘반감’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의 성향이 시장주의 자체를 비판하는 좌파와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10대 기업 관계자는 “박 시장은 참여연대 시절부터 대기업의 투명 경영과 올바른 시장경제 확립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시장주의자는 아니다.”라면서 “경기고 출신인 박 시장은 재계에 상당한 인맥을 갖추고 있는 데다 포스코, 풀무원 등의 사외이사를 거치는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우려 또한 적잖다. 박 시장이 합리적인 인사이고 서울시 정책이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렵지만 과도한 이윤 창출에 대해서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시민단체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시민운동가 출신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데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여권이 친서민 행보를 강화하면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 여론부담에 강행 처리 주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여당은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민주당 등에 맞서 28일 본회의 등을 통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처리할 입장이었다. 하지만 10·26 재·보선으로 서울 민심이 야권과 시민단체 쪽에 쏠려 있음이 확인된 상황에서 비준안 강행 처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경제 이슈는 쏙 들어가는 분위기”라면서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기업 경영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류지영기자 douzirl@seoul.co.kr
  •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정권심판·安風·정치혐오… 뿔난 2040 ‘투표동맹’ 맺었다”

    10·26 재·보궐선거는 지금 정치판이 굳건한 바위가 아니라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 위에 있음을 보여 줬다. 그만큼 변화를 원하는 민심이 정치환경의 유동성을 한껏 키워 놓은 것이다. 재·보선이 한국 정치에 던진 화두는 무엇이고, 정치권은 무슨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정치평론가인 박상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와 김종배 시사평론가, 박호성 서강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김윤철 경희대 교수,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 등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전망을 들어봤다. ●서울시장 보선 몰표 왜 크게는 안철수 바람과 정권 심판론으로 압축된다. 김 평론가는 “박원순 승리의 일등공신은 물론 서울시민이다.”라면서 “안철수 바람도 무시할 수 없으며, 반이명박(MB) 정서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윤 실장도 “정권 심판 정서에 안철수 효과가 가세했으며,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가 겹쳐 복합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20~30대가 집단적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계층적 투표 성향을 갖는 20~30대에 40대까지 1980년대에 보여줬던 정치적 열망을 일부 복원하면서 이들이 일종의 ‘투표 동맹’을 맺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반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전 초기부터 이뤄지면서 정작 선거 막판에는 무전략 상태에 빠진 것은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숨은 표’ 또다시 위력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다.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진보 성향의 ‘숨은 표’가 또다시 등장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의 숨은 표에 대해 “3~5% 정도”, 윤 실장은 “대략 7%”라고 각각 제시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차이에 대해 “여론조사의 예측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당 지지 성향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나라는 무당층이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는 ‘제1당’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투표 무관심층이 아니라 정치 비판층이기 때문에 예측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유선전화·휴대전화를 혼용한 여론조사는 일정 부분 추이를 제대로 보여 줬다.”고 말했다. ●줄어든 강남권 보수층 신 교수는 “과거 선거 행태를 보면 보수층이 단합하면 투표율이 24% 정도는 나왔으나, 이번에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강남권 득표율 격차도 대폭 축소됐다.”면서 “이번 선거는 보수층이 결집하지 않았거나 보수층이 줄어든 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도 “안철수의 등장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인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체질 개선이, 야권은 통합 노력이 각각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 평론가는 “이념 지형이 바뀐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4·27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유사한 흐름을 띠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강남으로 대표되는 지역 중심의 계층 투표 성향은 이미 1997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번 선거에는 계층 투표 양상이 변한 것일 뿐이다.”라면서 “지역은 물론 20~40대라는 세대 중심의 계층 투표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레임덕 늦추려면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변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찍는다. 박 교수는 “(청와대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겉으로만 인적 쇄신, 말로만 하는 ‘수박 겉핥기’ 쇄신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다. 청와대와 여당 간 소통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정현안을 정치권과 협력해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레임덕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고 주문했다. 김 평론가는 “향후 정치 일정을 보면 청와대로서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도 강행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화를 보여줄 여지가 많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도 “이미 레임덕의 심리적 기초가 너무 깊숙이 진행됐다.”면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상처 난 한나라 물갈이? 한나라당 역시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김 평론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지도부 개편의 의미가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가 난 상황에서 박 전 대표 본인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면서 “보수 진영의 대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진보 진영에 비해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좌클릭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클릭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지도부 체제가 바뀌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역적으로 영남, 계층적으로 중·상층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확인한 이상 정책적 변화를 통해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도권 민심을 확인한 만큼 물갈이를 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면서 “총선·대선이 회고투표(심판)가 아닌 전망투표(인물)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 야권 통합 선택?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큰 생채기가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만큼 내부 쇄신이 아닌 야권 통합을 선택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통합 세력의 힘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대선주자로서 잠재적 능력과 기회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여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이번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민주당이다. 외연을 넓히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다만 야권 통합 차원에서 난기류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야권 통합 과정에서 안철수 원장은 배제해야 한다.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거나 창당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민주당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대권·당권 레이스가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 야권 통합이라는 외부적 압박 요인도 있다. 조정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총선 한나라 vs 反한나라 이 대표는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총선에서 야권은 단일 후보를 내야 하며, 한나라당은 최소한 40% 이상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 총선은 이번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 계파 간 갈등이 어떻게 조정되고 안철수 바람 이후 내부 갈등이 조정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는 기존 정치권 대 시민사회의 대결 구도였지만, 안철수 바람이 또다시 분다면 시민사회 바람은 묻힐 수도 있다. 안철수는 탈이념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라면서 “야권 통합 과정에서 기존 야권 인사도 구식 정치인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신생 정당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경우 야권과 달리 외부로부터의 힘이 미약하고 신당 창당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띄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선 박근혜·안철수 대세? 박 대표는 “우리 정치에서는 무당층의 저변이 넓어 늘 새로운 후보를 정치권으로 불러들이려는 ‘아웃사이더 현상’이 있어 왔다. 안철수 역시 한국 정치가 불러내고는 있지만, 정치 영역에서 실력을 쌓을 필요도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한계를 확실히 인식한 만큼 서민복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상호 작용하면 단일화 효과가 크게 날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는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선거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안철수는 파괴력을 공인받았다. 차기 대선·총선에서 상수가 됐다. 박근혜·안철수 양자 구도가 유력하다.”면서 “다만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각 진영에서 다른 후보가 나와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세훈·강주리·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SK텔레콤

    [사랑을 나누는 기업들] SK텔레콤

    SK텔레콤은 360개 협력사와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생발전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4세대(4G)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를 맞아 대기업과 중소 장비 제조사의 기술 협력을 주도하는 등 새로운 상생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하성민 SKT 사장은 지난 5월 협력사를 방문해 소통과 상생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화두로 한 ‘동반성장 3대 실천다짐’을 발표했다. SKT는 1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하던 상생펀드, 경영 생산성 제고 프로그램 등도 2차 협력사로 확대하고,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 지원에 적극 동참할 때 가산점 부여, 구매 우대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반성장 문화를 폭넓게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LTE 시대 개막으로 신규 중계기 수요가 사라져 경영난을 겪는 중소 장비업체의 성장 활로도 마련했다. 협약을 통해 대기업 제조사들이 보유한 주요 기술을 공개해 협력하고 중소 제조사가 전체 LTE기지국 장비물량의 50%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중소업체들은 향후 3년동안 700억원 규모의 LTE 통신장비를 SKT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지국 개발부터 생산, 상용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협력해 중소 제조사의 글로벌 진출 기반도 지원한다. 사회적 공생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SKT는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부터 지방대학 출신 비중을 전체의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수도권 대학 위주로 진행됐던 기업 설명회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그동안 전체 지원자의 11% 수준에 불과했던 지역 인재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올해 고졸 인력도 760명을 새로 채용하는 등 사회적 동반성장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한국정치 뒤흔드는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담긴 3대 키워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커튼은 내려졌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안철수·박원순’이라는 두 주연 배우다. 지난 두 달 동안 이들은 온 국민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분노로. 전에 없는 연기였다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이들이 무대 위에 남긴 흔적은 그만큼 깊고도 치명적이었다. 이른바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선거 승리를 넘어 새로움으로 통칭됐다.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문화였다. 기존 정치의 화법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힘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를 따라가 봤다. ●소통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소통’이다. 정치적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등장은 이전과 결을 달리한다. 유권자들은 처음엔 정당에서, 그러다 정당 밖에서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민 스스로가 자신을 대변하는 후보를 직접 정치 무대에 세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현 정권의 독단, 불통이 심해지자 어느 때보다 소통에 대한 요구가 강했던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을 시민들이 직접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여느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층의 취업, 학업, 미래 문제에 직접 개입해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점, 백신·주식 무상배분 등에서 드러난 원칙의 미덕 등이 시민들의 정치적 소통을 이끈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지지할 때도 참여, 변화, 양보 등 ‘아름다운 원칙’을 앞세우며 소통을 다졌다. 소통의 욕구는 선거 기간 내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들끓었다. 대리할 수도 없고, 알바를 쓸 수도 없는 사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은 안 원장과 박 시장을 쉴 새 없이 불러내며 정치적 소통을 시도했다. 물론 밑바닥에는 불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권심판론이 함께 작동했다. ●생활정치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생활정치의 진화로도 해석된다. 이제 시민들은 이념적 슬로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이 때문에 생활 환경에 맞지 않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두 사람을 대안으로 삼게 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특정한 이념에 기초하지 않고 시대 변화에 조응하며 살아온 점에 열광했다.”고 바라봤다. 안 원장이 막판 지지 때 박 시장을 편들지 않고, 진영 대결을 유도하지 않았던 점이 대표적이다. 대신 투표와 참여, 변화 등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시민들에게 접속했다. 이는 단순히 젊은 층이 아닌 동시대 40대층에 어필하는 매력으로 작용했다. 2000년대부터 촛불시위와 선거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시민들 자신이 스스로 통제하는 정치력을 길러온 부분도 생활 정치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심판 ‘안철수·박원순’ 현상은 분노에 대한 표출이기도 하다. 성장 위주의 사회, 중산층과 기득권층의 갈등이 깊어지는 구조가 만들어 낸 대안이다. 전형적인 세대 투표를 보였다. 계층 투표적 성격도 강했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특권과 독점체제에 대한 저항과 다시 권리를 되찾아 오려는 대중적 의지가 압축된 것”으로 해석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9) 공정거래위원회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9)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최대 화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다. 지난해 마련된 이른바 ‘9·29 종합대책’의 결실을 맺기 위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대형유통업체 수수료 인하 등을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공정위는 지난 6월 말 개정된 하도급법에 따라 서면 미교부, 부당 단가인하 등 주요 불공정행위 시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술 탈취의 경우 단기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존폐가 걸려 있는 만큼 좀 더 면밀히 살피겠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미 ‘기술자료제공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며 이를 근거로 기술 탈취가 쉬운 업종에 대해서는 아예 따로 다음 달 직권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도 공정위가 공을 들이는 주요 현안이다.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동반성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기업 내부거래 현황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분석 결과 시스템통합(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특정업종에서 문제 소지가 높은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하지만 전체 대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하기 이전부터 공정위는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SI 계열사에서 집중적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이미 6~8월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감 몰아주기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론내리게 된다. 경제개혁연대는 “2007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가 부당 지원행위의 유형으로 규정됐기 때문에 적극적인 법 집행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현안들은 공이 국회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대형유통업체의 중소납품업체 판매 수수료 인하를 놓고 연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 여야 의원 공동으로 발의된 상태다.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한 납품대금 감액 및 반품을 금지하는 이 법률은 상임위인 정무위를 통과,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지주회사를 만들면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안의 경우 대규모유통업법과 달리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금융과 산업의 분리를 완화하면서 재벌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까지 주는 일종의 합법적 세습화 법안이라는 것이 야당의 인식이다. 방문판매법 개정안도 공정위가 연내 국회 통과를 바라는 사안이다. 특히 최근 강제 합숙하면서 불법 다단계로 빚을 진 대학생들의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더욱 급해졌다. 다단계 3단계 이상 판매원 조직을 운영하면서 아래 단계 판매원의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후원방문판매’라는 범주를 새로 도입, 다단계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자칫 건전한 방문판매업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물가가 상반기에 비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은 더욱 강화된다. 최근 복제약 출시를 지연시켜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신약 특허권자들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지식재산권 남용행위에 대한 경쟁법 집행을 철저하게 한다는 게 공정위의 방침이다. 이와 관련, 연말에는 반도체 제조장비, 자동차부품, 섬유·화학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내일 재보선] ‘포스트 10·26’ 잠룡 4인방 운명은

    [내일 재보선] ‘포스트 10·26’ 잠룡 4인방 운명은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고 져도 진 것 같지 않은 선거” ‘포스트 10·26’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이번 재·보선은 유난히 복합적인 변수가 얽히고설켰다. 대선 전초전, 정당의 위기, 시민정치의 실험 같은 변수가 기저에 깔렸다. 특히 대선 전초전이라는 측면은 해석의 여지가 많아졌다. 김종욱 동국대 연구교수는 25일 “정당 정치가 약해진 선거라 표심이 여야(정당)의 균형을 맞추는 형태로 흐르진 않을 것”이라면서 “대선주자들도 이 때문에 명확한 자신들의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어떤 변수라 하더라도 차기 대선주자들에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가 맞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은 특히 그렇다. ● 패배땐 ‘박근혜 책임론’ 부상 나 후보가 이길 경우,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세론을 유지하게 된다. 친이(親李·친이명박)계가 약화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당이 갖게 되고 구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권력을 둘러싼 친이·친박(親朴) 진영의 갈등이 불거진다. 나 후보가 패할 경우, ‘박근혜 책임론’에 ‘당 쇄신론’이 동반 대두된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김문수 지사 등이 대척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복수의 정치 전문가들은 “나 후보의 패배가 내곡동 사저 문제 등 정권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정권과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유지했던 박 전 대표가 주전투수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학규, 안풍 위력땐 설 땅 좁아져 반대로 박 후보의 승패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범야권 잠룡들의 운명과 직결된다. 박 후보가 승리하면 일단 공을 나눠 갖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야권 통합 정국이란 지형 변동 과정에서 명암이 엇갈린다. 손 대표는 제1 야당을 결집해 승리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자체 후보를 내지 못한 상태라 상처뿐인 영광이다. 민주당 한계론이 불거지는 데다 안풍(安風)이 위력을 발휘하면 기회를 잡지 못한다. ●문재인, 부산 동구청장 선거 ‘시험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단일화 조정자로 나섰던 만큼 축제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손 대표와 마찬가지로 ‘안철수 독주’를 지켜봐야 한다. 오히려 부산 동구청장 선거 결과가 시험대다. 반면 안 원장은 날개를 다는 격이다. 실질적인 영향력뿐 아니라 기존 정치권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둬 새로운 정치라는 화두로 어젠다를 주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정치 행보를 하진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야권 통합 정국이 난기류에 휩싸이게 된다. ●朴 져도 ‘안철수 효과’ 기대 남을듯 물론, 박 후보가 패하면 야권은 격랑에 휩싸인다. 통합에 속도가 붙게 된다. 안 원장은 타격을 입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원순 편’임을 못박지 않았고, 참여를 통한 변화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안철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성인 남녀가 같이”…그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성인 남녀가 같이”…그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을 관통하는 화두도 단연 ‘복지’다. 경제성장과 발전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대적 요구가 된 셈이다. 복지는 거대 담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복지는 생활 곳곳에서 실현된다.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화장실에도 복지는 적용된다. 과거 냄새 나고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향기나고 청결한 화장실로 발전했다면 그 화장실을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정책 목표다. 하지만 그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정부는 공중화장실에 대한 정책 수립과 함께 2006년 공중화장실 설치 기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어린이용 대·소변기 및 세면대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뒤 지난해 2월에는 남성 및 여성 화장실에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앞서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용 대변기 남성·여성용을 각 1개 이상 설치하도록 했고, 여성용 화장실에는 영·유아용 거치대 등 임산부 및 영·유아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비·설치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이후 지속적인 개선 사업을 추진, 현재 전국 5만 8432개 공중 화장실에 장애인용 화장실 1만 9448개, 어린이용 대소변기 7만 5283개 등이 설치됐다. 행정안전부는 이 밖에 국민이 공중 화장실을 제대로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6~7월 ‘장애인 화장실 이용 표시 개선’ 사업도 시행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하면 장애인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아는 국민이 많다.”면서 “장애인 화장실은 장애인은 물론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계층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와 함께 전국 1만 9448개 장애인 화장실 가운데 9589곳에 출입 가능 안내 표지인 ‘픽토그램’(그림·그림문자)을 부착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장애인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거나 장애인용 화장실 규격이 전동 휠체어 사용 시에는 맞지 않는 등 장애인의 생활에 맞는 화장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다니다 보면 남녀 사용 구분이 없는 장애인 화장실이 많다.”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남성과 여성이 같은 화장실을 쓰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며, 남녀가 함께 쓰게 되기 때문에 여성 안전에도 위험이 뒤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전동 휠체어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화장실 입구가 좁아 출입 자체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명배우들과 6년만에 돌아온 거장의 수작

    명배우들과 6년만에 돌아온 거장의 수작

    미국 할리우드에서 ‘은둔자’의 삶을 산다는 게 가능할까. 철저히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는 그에 대해 일부는 오만하다고 이죽댄다. 지인들은 그가 수줍음을 탄다고 옹호한다. 지난 5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에 돌아갔다. 정작 테런스 맬릭(68) 감독은 시상식에 오지 않았다. 평론가들의 상찬이 쏟아졌다. ‘맬릭의 어떤 작품보다도 특별하고 탁월하다.’(버라이어티) ‘이 영화의 예술적 아름다움에 대해서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것’(USA 투데이) ‘영화가 삶을 머금고 사유하며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예술임을 보여준다.’(빌리지보이스) 등등. 맬릭의 삶과 필모그래피(연출작 목록)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로즈장학생(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거친 엘리트 코스)으로 뽑혀 영국 옥스퍼드대를 다녔다. 미국으로 돌아와 MIT공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한편, 프리랜서 기자로 뉴스위크와 뉴요커, 라이프에 기고하기도 했다. 서른이 되던 1973년 연쇄 살인을 저지른 10대 남녀의 실화를 다룬 ‘황무지’로 데뷔했다. 1978년 두 번째 작품 ‘천국의 나날들’도 탁월한 영상미학과 철학적 깊이로 호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참패, 이후 현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21년 만에 복귀작 ‘신 레드 라인’(1999)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으면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2005년 ‘뉴월드’에 이어 6년 만의 신작이 ‘생명의 나무’다. 30년 동안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연출작은 단 5편뿐. 그럼에도 하나같이 걸작 반열에 올랐다. ‘생명의 나무’의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건축가 잭(숀 펜·가운데)은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19살에 죽은 동생에 대한 기억.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한 잭은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텍사스의 한 중산층 가정.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오른쪽)과 아내(제시카 채스테인·왼쪽)는 세 아들과 가정을 이룬다. 자애로운 엄마와 달리 말끝마다 ‘서’(Sir)를 붙이기를 요구하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맏아들 잭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분노가 싹트게 된다. 137분의 만만치 않은 상영시간. 특히 초반 30분은 이를 악물고 버텨내야 한다. ‘내가 땅에 기초를 놓을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욥기 38장 4절)라는 구약성경 구절로 영화는 시작한다. 둘째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들은 오브라이언의 아내는 ‘신이여, 왜인가요.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라는 물음을 던지며 절규한다. 순간 화면은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우주로 공간 이동한다. 약 15분 동안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처럼 우주의 빅뱅과, 세포분열, 화산 분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까지 생명의 역사를 담은 영상이 이어진다. 카메라의 시선은 다시 오브라이언 가족에게 돌아온다. 오브라이언과 잭의 갈등은 신과 인간의 갈등으로 대치해도 무리가 없다. 잭은 자신(인간)의 행동을 규율과 약속에 묶어두려는 아버지(신)에게 회의를 드러내고 엇나간다. 오해와 상처로 엇박자를 놓던 부자(父子)는 결국 화해하고 함께 성장한다. 언뜻 종교영화 화두를 꺼내들 듯 하던 맬릭은 인류를 지탱해온 생명의 나무가 ‘가족’과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제작비 조달이 절대 쉽지 않았을 영화가 빛을 보게 된 것은 브래드 피트의 공. 피트는 자신이 설립한 플랜B의 프로듀서 겸 제작자 데드 가드너를 영화 제작자로 참여시켰다. 맏아들 잭 역할을 맡은 숀 펜은 짧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맬릭과는 ‘신 레드 라인’에 이어 두번째. 독선적인 남편과 아들들 사이에서 가정을 지켜내는 구심점 역할을 맡은 배우는 떠오르는 별 제시카 채스테인이다. 두 아역배우의 연기력도 눈부시다. 1000대1의 경쟁률을 뚫은 3명의 아역배우 가운데 어린 잭 역할을 맡은 헌터 매크레켄은 숀 펜의 시니컬한 미소까지 닮아 10년 후를 기대하게 한다. 클래식 마니아라면 행복할 영화다. 음악감독 알렉산더 데스플랫은 말러(교향곡 1번)와 스메타나(나의 조국), 브람스(교향곡 4번)의 곡을 길목마다 절묘하게 배치했다. 27일 개봉.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북한의 역사2 : 주체사상’ 펴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저자와 차 한 잔] ‘북한의 역사2 : 주체사상’ 펴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위원

    “오늘의 북한이 왜 이런 상황에 와 있고,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려고 했다.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이 북한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북한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참여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으로서 대북정책을 주도하고 화해협력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북한의 역사2: 주체사상과 유일체제 1960~1994’(역사문제연구소 펴냄)를 냈다. 전편격인 ‘북한의 역사1:건국과 인민민주주의의 경험1945~1960’은 오랜 지기 김성보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북한 연구에 천착하며 베스트셀러 ‘새로 쓴 현대 북한의 이해’를 비롯해 ‘북한-중국관계: 1945~2000’, ‘조선로동당연구’ 등을 내놓으며 북한 연구의 지평을 열어 왔지만, 일반 대중을 위한 저서는 이례적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썼나. -북한 주민과 지도자들이 생각하고 살아 왔던 삶과 그려 왔던 미래와 전략을 1차적으로 담았다. 오늘날 북한의 위기가 어떤 역사적 진행 과정과 요소들이 쌓여온 결과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학술서와 전문가 대상의 책을 써 오면서도 일반 대중이 북한을 객관적·입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었다. →북한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했나. -북한이란 주체에 영향을 미친 대외 환경이란 변수로 북한의 행동과 변화를 설명하려고 했다. 3차원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남북관계와 미국 및 중국, 러시아 등 국제관계의 얽힘이 어떻게 북한의 정책결정과 북한 사회에 투영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풀어서 보여 주려고 했다. →현재의 북한을 진단한다면. -내부 경제 자원 고갈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핵 개발을 통해 생존 조건을 강화하려는 모순된 상황에 있다. 냉전 해체 직후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생존을 위한 의존을 분산했다면, 2009년부터는 중국에 대한 의존의 일방화를 통해 삶의 기초를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의 ‘대국 관계의 위험성’을 경계해 왔지만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겪으면서 서방으로부터 안정적인 체제유지 발전의 동력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중국과의 전통적 관계 복원이 생존을 위한 북한의 국제관계 활용 방식이다. →북한은 우리에게 이율배반적이며 복잡하고 착잡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같은 민족이고 끌어안아야 할 당위적 존재이면서 분단과 분열 속에서 적대적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이중성을 갖는다. 한국전쟁의 트라우마가 우리 공동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지만, 우리는 현실의 북한을 이끌어 나가면서 그들의 호전성을 감소시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재인식해야 한다. 통일을 통해 우리 민족이 총체적인 삶의 질적 비약을 이뤄 낼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 주면서 경제공동체, 평화공동체 건설에 대비해 나갈 때다. →현실적인 대북정책의 처방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은 이 순간에도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 혼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북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를 강화했지만 지금은 제재가 무력화됐다. 부시 정부 때에는 북핵과 관련,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던 중국이 2009년부터 대북경제 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탓이다. 우리가 북한을 압박해도 북한 상황은 전에 비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아이러니에 처해 있다. 제재 압박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란 점에서 중국과 어디까지 협력할 수 있느냐가 북한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앞으로 북한의 진로를 어떻게 보나.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체제가 해체되면서 중국이란 강대국이 자신의 삶의 모델을 개발도상국들에 확산시키고 있다. 김정일도 이를 고민하면서 새 길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중국식 모델로 갈 것으로 본다. 주관주의 노선을 고수하려는 관성보다 새로운 필요성과 반작용이 더 크다. 중국의 개혁개방 사례에서 보듯이 주체들의 결단과 결정, 조건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북·중 관계를 세밀하게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요새는 뭘 하나. -동아시아가 나의 화두가 됐다. 중국의 성장을 어떻게 우리의 기회로 만들어 나갈지와 동아시아의 화해와 협력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북한만의 현상을 설명하기보다 동아시아라는 틀 속에서 북한 그리고 북·중 관계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식품업계 미래 먹거리 영토전쟁

    식품업계 미래 먹거리 영토전쟁

    식품업계에서 새로운 수익창출원 발굴은 큰 화두다. 우유업체가 커피를 만들고, 두부 회사가 홍삼 제품을 내놓는 등 영토다툼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믹스로 부동의 1위를 점유해 오던 동서식품은 지난해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위기의식을 느낀 뒤 시장 다변화에 애쓰고 있다. 분유 매출 감소로 사업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 이어 전망 밝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동서식품은 19일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KANU)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카누는 ‘새로운(New) 커피(Coffee)’라는 뜻으로 가격은 한 봉지에 325원이다. 핵심 공략층은 커피전문점을 주로 이용하는 20~40대 젊은 소비자들이다. 1조 5000억원대 커피믹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동서식품이 원두커피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 변화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국내 원두커피 시장의 규모는 약 9000억원. 지난해 커피믹스 시장은 전년 대비 10% 정도 성장한 반면 원두커피 시장은 무려 60%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이창환 대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커피전문점이 급증하면서 소비자의 변화를 인지하고 계속해서 준비해 왔다.”며 “카누의 경쟁 상대는 커피전문점”이라고 단언했다. 카누는 커피전문점에서 원두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인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으로 뽑은 커피를 그대로 냉동 건조한 커피 파우더에 미세하게 분쇄한 볶은 커피를 코팅한 인스턴트 커피. 물에 타기만 하면 바로 커피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를 간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남양유업 앞에 이제 유가공업체라는 이름표를 넣는 것은 무색하다. 지난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 최근 2위 네슬레를 제친 남양유업은 신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남양유업은 19일 임산부를 위한 종합 비타민제인 ‘메가비트’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임산부용 비타민 시장은 동구제약, 일진제약 등 중소 제약업체들의 판이었다. 식품 대기업으로는 남양유업이 처음 뛰어들었다. 남양유업 성장경 전무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올해 안에 임산부용 비타민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넘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오페라 ‘3色 향연’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오페라 ‘3色 향연’

    오페라단의 화두는 ‘편견’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 ‘오페라는 어렵다. 그래서 그들만이 즐긴다.’는 편견이다. 공략법은 저마다 다르다. 귀에 익숙한 아리아를 모은 종합선물세트를 내세우거나, 누구나 알 만한 원작소설을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발레, 미술과의 이종교배를 통해 새로운 수용층을 만들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국오페라단은 19~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골든 오페라-오페라 갈라’를 공연한다. ‘울게하소서’로 알려진 헨델의 ‘리날도’(1711), 모차르트의 ‘마술피리’(1791), 비제의 ‘카르멘’(1875), 푸치니의 ‘라보엠’(1896) ‘투란도트’(1926),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853) 등 오페라와 담을 쌓았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아리아를 한데 모았다. 1980년대 루치아노 파바로티 콩쿠르와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를 휩쓸었던 김영미(소프라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박현재(테너) 서울대 교수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MBC 오디션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카운터 테너(여성의 소리처럼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가수) 루이스 초이도 무대에 선다. 3만~18만원. (02)587-1950. ‘여섯 살 옥희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와 사랑방 손님의 속마음은 어떤 걸까’. 이런 궁금증이 주요섭의 단편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창작오페라로 만들었다. 서울 강동지역 복합문화공간으로 생긴 상일동 강동아트센터 개관기념으로 21~22일 무대에 오른다. 창작 오페라이지만 원작의 명성 덕에 낯설지는 않다. 옥희의 시선으로 어머니와 그녀를 바라보는 사랑방 손님의 감정선을 좇는다. 여섯 살짜리에게 무대를 맡길 수는 없을 터. 초등학교 4·5학년 최예진·황시은이 옥희 역을 맡았다. 둘 다 수많은 동요제를 휩쓸고 다닌 실력파라는 게 강동아트센터 측의 설명이다. 창작오페라라고는 하지만 티켓 가격(1만~3만원)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02)440-0500. 29~30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오페라 갈라콘서트-라보체’는 미디어아트와 오페라의 결합을 시도한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박종훈이 연주와 사회를 맡는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 장면을 크로스오버 가수 카이의 목소리와 서울발레시어터 전효정·장운규의 몸놀림으로 구현한다. 2부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사회를 맡아 ‘보는 아리아, 듣는 명화’라는 컨셉트로 진행한다. 성악가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무대 뒤로 바실리 칸딘스키, 펠릭스 발로통 등의 명화가 스크린에 투사된다. 단순한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오페라의 아리아를 시각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소프라노 강혜정·서활란, 베이스 이진수, 테너 박성규, 바리톤 성승민이 선다. 1만~10만원. (02)3446-9654.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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