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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캠프-박근혜 캠프, 대선조직 비교해 보니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주요 선거 조직이 27일 윤곽을 드러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박 후보는 ‘화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5년 전 이 후보의 경우 핵심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과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각각 대선준비위원회와 대선준비팀 등 2개 기구로 대선기획단을 꾸렸다. 당시 ‘위인설관’(爲人設官) 관행을 깨고 실무형 인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경쟁 상대였던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물론 당의 중진 의원들을 배제해 뒷말이 무성했다. 반면 박 후보는 대선기획단장에 계파색이 옅은 4선의 이주영 의원을 ‘깜짝’ 기용했다. 당초 박 후보의 최측근인 서병수 사무총장과 최경환 전 경선 캠프 총괄본부장이 경합할 것이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이는 당 화합 측면에서 향후 구성될 선거대책위원회에 다양한 인사들을 영입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치쇄신특위와 국민행복특위의 위원장을 외부 인사들에게 맡긴 것도 화합형 인선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양 특위는 표면적으로는 선대위 산하 기구이지만 선대위 못지않은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 쇄신과 국민 행복이 사실상 박 후보의 대선 행보를 규정하는 양대 화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별동대’처럼 운용될 가능성이 높고 대선기획단과 더불어 박 후보의 대선 가도를 이끌 주축인 셈이다. 또 대선 준비 조직을 당 밖에서 당 안으로 끌어들인 점도 5년 전과 대비된다. 이 후보 때는 안국포럼과 같은 ‘비선 라인’이 선거 운동을 뒷받침한 반면 이번에는 당내 공식 조직을 중심으로 대선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유치원·보육시설 통합 운동 펼친다

    유치원·보육시설 통합 운동 펼친다

    영유아 보육과 교육 과정의 통합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유보통합’(유치원·보육시설 통합)이 보육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발대식을 가진 유보통합운동본부(상임대표 강지원 변호사)는 국회 등을 상대로 유보통합 개념을 담은 영유아교육법 제정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어린이집·유치원도 통합해야” 현행 영유아 정책의 주무부처는 어린이집 등 보육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유치원 등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로 2원화돼 있다. 통상 유치원에 들어가는 만 5세를 기준으로 복지부에서 교과부로 정책 책임자가 바뀌는 것이다. 유보통합 지지자들은 이 같은 현실이 정책의 비효율성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어린이집에 다니던 유아가 유치원에 입학하면 정부지원카드 등 관련 서류를 다시 작성하게 돼 행정과 예산에서 낭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영유아기 발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과거와 달리 조기교육이 활발해졌고, 초등 교육과 연계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유아는 어린이집을, 유아는 유치원을 다니지만 실제 아이들의 두뇌발달 수준은 이러한 이원화 체계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만 5세 교육·보육과정을 통합한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내년에는 만 3·4세를 대상으로 한 교육통합도 이뤄진다. 유보통합 지지자들은 나아가 현재의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을 통합한 ‘영유아교육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영세 운동본부 실무간사는 “이원화된 현행 법률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아동이 아닌 시설 중심으로 돼 있다.”면서 “현행 법률은 관리행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육·교육 담당부처 일원화를”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정책부처도 일원화돼야 한다. 교육 개념이 강조되는 만큼 복지부보다는 교과부가 주무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만 3~5세의 보육과 교육이 공교육 체제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 유치원 교사의 처우를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유보통합 운동의 주체도 이들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되고 있다. 반면 보육정책은 만 0~2세의 영아를 대상으로 축소된다. 유보 통합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보육계 관계자는 “유보통합은 단계를 밟아가면서 향후 이를 보완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시민단체의 운동만으로 진전될 수 있는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지금&여기] 대통령선거, 자치·분권 놓고 경쟁하라/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대통령선거, 자치·분권 놓고 경쟁하라/박록삼 정책뉴스부 기자

    엊그제 끝난, 정권 연장을 꿈꾸는 거대 여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고작 41.2%였다. 당선된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83.9%였다. 8만 2624명이 모여 펼친 역대 최저 투표율에 역대 최고 득표율의 ‘원맨쇼’(원우먼쇼?)에 그쳤다. 경선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색하다. 야당의 국민경선 선거인단 역시 뒤늦게 참여율이 오른다고 하지만, 호기롭게 200만명을 운운할 정도는 못 된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민주주의 발전으로 쉬 이어지지 않는다. 건강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화두는 곧 자치 분권의 가치와 맞닿는다. 지방자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꼬박 2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지방자치는 여전히 제도적 불안을 안고 있다. 중앙정부에 재정적·행정적으로 사실상 예속된 자치단체, 지역 정치인의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중앙당, 시민들의 참여를 탐탁지 않아 하는 중앙집권적 행태의 자치단체 등은 자치 분권의 걸림돌이자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다. 지방자치를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거나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명하다. 직접 참여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이끄는 등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개개인을 공동체의 진정한 주인이자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세우는 수단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후보들의 많은 공약을 들여다보면 이에 대한 극복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 일부 후보의 자치 분권 정책 제안이 있지만 그다지 구체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철학의 부재인지, 무관심의 결과인지 다른 후보들의 반응 역시 시큰둥하기만 하다. 자치 분권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다.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다만 속도와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누가 어떤 자치 분권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발전을 더디게 하거나 재촉할 수 있다. 하기에 여야의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시여, 부디 자치와 분권·참여의 가치를 놓고 경쟁하시라. youngtan@seoul.co.kr
  • 새누리 실천모임 “재벌 손대야” 박근혜와 입장 달라 갈등 조짐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경제 민주화’를 놓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4·11 총선 대표공약으로 경제 민주화 이슈를 내걸었던 새누리당 내에선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재벌개혁에 직접 손대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서민경제·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경제민주화를 차별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23일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규제) 강화 방안으로 중간금융지주사 제도를 도입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로 환원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4호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할 김상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벌의 증권·보험·카드 계열사가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예컨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심사 강화 등도 함께 추진하겠다.”며 재벌 개혁을 역설했다. 모임은 노동·조세·유통 등 경제 전 분야로 방향을 확대해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개 정도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남 의원은 “당론화를 통해 대선후보 공약으로 제시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고 당론이 안 되면 국회 토론에 부칠 예정”이라며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재계 반발이 심한 데다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입장과도 미묘한 차이가 있어 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박 후보는 평소 ‘재벌 지배구조를 직접 손대기보다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면 된다.’고 피력해 왔다. 민주당은 이날 21명의 소속 의원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을 가동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새누리당에 이슈를 선점 당해 위기의식이 팽배한 민주당은 공정 분배 등 경제정의 분야에서 여당을 능가하는 정책으로 대선 전 민심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재연·이영준기자 oscal@seoul.co.kr
  • ‘우군’ 만난 MB vs ‘정적’ 찾은 朴

    ‘우군’ 만난 MB vs ‘정적’ 찾은 朴

    #장면 1. 2007년 8월 21일.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뽑힌 이명박 후보는 국립현충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화합과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녁에는 경선과정에서 이 후보를 도운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만찬 회동을 했다. #장면 2. 2012년 8월 21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국립현충원 참배 이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 참석, “정치쇄신특별기구와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조속히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5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대선 후보로서 첫날을 맞은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첫 화두와 행보는 달랐다. 이 후보가 실용을 강화하면서 당내 화합과 체질개선을 강조했다면, 박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며 외연 확대에 치중했다. 2007년 당시 이 후보는 예정에 없이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에서 “(당의) 색깔, 기능면에서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예정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 참석해 “정치 쇄신과 민생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첫날 만난 사람도 달랐다. 이 후보는 김 전 대통령과 강남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후보 캠프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경선 과정에서 도움을 준 김 전 대통령과 식사약속을 잡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이 후보가 흔쾌히 합류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났다면 박 후보는 오히려 정적(政敵)을 찾았다. 봉하마을행(行)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섰던 박 후보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후보는 1.5%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경선에서 이겼지만 박 후보는 84%라는 압도적 지지로 뽑혔다.”며 “때문에 이 후보는 본선을 앞두고 당을 추스르는 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박 후보는 이미 당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기반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보에 차이가 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시론] 한국외교의 구조적 비관론과 신뢰 회복/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진 2011년 한국 외교의 화두는 북한과 중국을 한 축으로 하고 한국-일본-미국을 다른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냉전’ 시대의 도래였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방한 불필요’ 발언, 일본 민주당 정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으로 이어진 2012년의 화두는 ‘신냉전’ 체제의 내부 균열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간의 공고한 안보공조체제가 요구되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최근의 동북아 상황은 한국외교의 비전 부재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감소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하고 이해를 구하려면 무엇보다 한국 외교에 대한 구조적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 구조적 비관론의 핵심은 한국 외교의 태생적 한계론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이 한국 외교의 발목을 잡아 한국이 국제정치에서 독창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한국 외교의 기본전제는 자국 이익 추구임을 잊지 말자는 타당한 조언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 외교에 대한 소극적· 폐쇄적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외교가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라는 큰 파도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변화의 파도를 적절히 타고 넘느냐는 외교력은 정부의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교의 구조적 비관론이 위험한 이유는 일단 자국 외교에 대한 무기력증이 퍼지기 시작하면 외교는 더이상 국익의 대외적 추구 수단이 아니라 국내 정치용 도구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시도한 ‘충격외교’는 정권의 정통성을 회복하거나 대중의 지지도를 높이는 기대효과를 달성하기보다 공들여 구축했던 대외협력관계만 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많다. 1990년대 후반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장담했던 김영삼 정부는 이후 일본 하시모토 정권과 어업협정 개정 샅바싸움에서 어선납포외교에 당하고 아시아 통화위기 때에는 일본 측에 지원을 요청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도 국민의 정책 지지가 정권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도 방문 다음 날 아산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6%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지지도는 6월 31.4%, 7월 28.2%로 떨어지다가 8월 16일 31.5%로 약간 회복했다. 하지만 58% 이상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근 한·일 간 ‘외교전쟁’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외교는 기본에 충실한 외교라는 점을 다시 부각시켰다. 외교는 내치의 수단이 아니라 바깥세상(外)과 사귀는(交) 일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사귐이 깊어지고 지속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 견지해 왔던 보편주의의 언어로 설명하던 외교정책 기조를 임기 말 들어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급선회해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와 정체성의 상실을 초래했다. 한·미동맹을 대북 억지력에 기초한 군사동맹에서 범세계안보에 기여하는 가치동맹으로 격상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인권의 보편적 틀에서 논의했다.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원리에 입각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글로벌 코리아’ 외교를 주창해온 이명박 정부는 최근 노무현 정부의 신일본독트린과 비슷한 주권외교로 선회했다. 결국 한국 외교의 지속성과 신뢰에 대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2월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건 새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편주의에 입각한 한국 외교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 “나, 가까운 것부터 개혁…1 vs 99 없는 ‘100% 한국’ 건설”

    “나, 가까운 것부터 개혁…1 vs 99 없는 ‘100% 한국’ 건설”

    ‘국민 대통합, 정치 개혁, 국민 행복.’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0일 수락 연설을 통해 밝힌 3대 핵심 키워드다.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인 수락 연설문의 서두는 ‘국민 대통합’이 장식했다. 박 후보는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면서 “100% 대한민국을 만들어 5000만 국민의 역량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5·16군사정변을 비롯한 역사관 논란, 불통 이미지 등을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통합당이 ‘1% 특권층 대 99% 서민층’이라는 대결 구도를 꺼내 든 것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도 보인다. 국민 대통합에 이어 두 번째 화두로는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박 후보와 당을 옥죄고 있는 공천 헌금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박 후보는 “진정한 개혁은 나로부터,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와 제 주변부터 더욱 엄격하게 다스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앞세웠던 ‘국민 행복’에도 다시 한번 무게가 실렸다. 박 후보는 “산업화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 민주화 시대의 분배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제3의 변화,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 가야 한다.”면서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국민 행복을 위한 핵심 과제로는 경제 민주화와 한국형 복지, 일자리 창출이 꼽혔다.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박 후보의 핵심 대선 공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락 연설의 끝 부분은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협력’이 장식했다. 유럽발 금융 위기, 북핵 위협, 영토 갈등 등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박 후보가 다른 야권 후보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하는 ‘국정 운영 능력’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후보 언급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5·16 관련 추가 발언 등은 이번 수락 연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5·16, 유신, 정수장학회, 공천헌금…혹독한 검증 ‘예고’

    5·16, 유신, 정수장학회, 공천헌금…혹독한 검증 ‘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2012년 대선 가도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5·16 쿠데타와 유신시대에 대한 역사 인식, 정수장학회 문제와 최필립 이사장 관련 논란,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공천 헌금 파문,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관련 논란 등 곳곳에 파괴력 높은 뇌관이 산재해 있다. 박 후보 측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투명하게 밝힌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미 박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 자체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고, 장준하 타살 의혹이나 정수장학회 문제, 공천 헌금 파문 등에 대해서는 사건 당사자들이 박 후보에게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어 불똥이 어디로, 얼마나 튈지는 예단할 수 없다. 야권의 혹독한 검증 공세가 박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박 후보의 5·16 발언은 지난 5년 동안 변화를 보여 왔지만,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청문회 때 그는 “5·16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단언했지만, 올해 경선 과정에선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등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아버지 스스로도 ‘불행한 군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개인적 관점에 국한된 인식도 드러냈다. 야권에서도 일련의 발언들이 박 후보의 기본 관점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캠프 주변에서도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가 아니라 좀 더 국민 눈높이에 맞춘 역사 인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5·16 발언으로 공격에 시달려 온 박 후보가 본선에선 좀 더 유연해진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공세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실질 소유론’ 의혹을 제기하면서 장학회의 사회 환원, 최필립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05년까지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소유권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에 “나 보고 해결하라면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야권 후보와의 대선 본선에서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반격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가족 문제 역시 뇌관이다. 동생인 박지만씨와 올케인 서 변호사의 저축은행 구명로비 의혹은 본선에서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악재로 꼽힌다. 당내로 눈을 돌리면 공천 헌금 파문이 도사리고 있다. 박 후보 본인이 직접 공천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11 총선 전 과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정치 개혁의 의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펼쳐 나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외연 확대를 위해선 경선 과정에서 등을 돌린 비박(비박근혜) 주자들의 포용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갈등으로 경선 불참을 선언한 이재오·정몽준 의원을 비롯, 김문수·임태희·김태호·안상수 경선 후보 등 비박 주자들이 박 후보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는 협력의 태도를 보이느냐가 대선 본선에서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쇄신 측면에서 얼마나 현실적이고 경쟁력 있는 대선 공약을 제시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박 후보는 4·11 총선을 거치며 경제민주화 등의 화두를 선점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통 지지층 내에서 ‘좌클릭’ 논란을 부르면서 야당과의 차별성이 모호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개인적으로는 불통 이미지를 벗고 20~40대·수도권 표심을 어떻게 끌어모을지도 주목된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박 후보는 이명박 당시 후보를 영남권에서 크게 앞질렀지만 수도권 지지층 확보에 실패하면서 대선 주자 자리를 내줬다. 4·11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의 수도권 정당 득표율은 야권연대보다 6%가량 낮았다. 여기에 자녀교육과 부모 부양·노후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끼인 세대’ 40대가 2030세대와 이념적으로 동질화되며 박 후보에 대한 세대별 지지율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와신상담 朴, 권력의지 확고… 줄푸세 → 경제민주화 ‘좌클릭’

    와신상담 朴, 권력의지 확고… 줄푸세 → 경제민주화 ‘좌클릭’

    2007년과 2012년, ‘재수생 박근혜’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면서 준비 상황은 물론 개인적 면모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캠프 인사들은 박 후보를 두고 ‘진화하는 정치인’이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한다. 박 후보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캠프 인사들은 ‘권력 의지’를 꼽는다. 그의 측근들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핵심 원인을 권력 의지의 부족에서 찾는다. 이들은 “지금은 승리에 대한 열정이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이 기간 박 후보의 화두는 ‘국가’에서 ‘국민’으로 옮겨졌다. 5년 전 경선 후보 출마선언 당시 박 후보는 “5년 안에 선진국이라는 기적을 다시 한 번 만들겠다.”고 했고 ‘국민’이라는 단어를 17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출마선언 때는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면서 ‘국민’을 74차례나 언급했다. 선거 슬로건도 개인의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내세웠다. 5년 전 슬로건은 ‘사람 위한 경제’였다. 정책적으로도 개인을 위한 민생과 복지에 무게를 실었다. 박 후보는 이번 출마 선언에서 “국민행복을 위해 경제 민주화·일자리·복지를 아우르는 5000만 국민행복플랜을 수립,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년 전 출마선언문에는 복지에 대한 구상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18대 국회에서 박 후보가 직접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 실현을 중심 과제로 약속했다. 자연스럽게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이 옮겨졌다. 2007년에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을 기조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우자)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지난 5년 박 후보는 정책적인 면에서 내공을 다졌다는 게 측근들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언이다. 박 후보는 2007년 경선에 함께했던 정책 참모진들과 2008년 이후에도 공부 모임을 계속 이어갔다. 2010년 12월에는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켰다. 2007년 경선에서 줄푸세위원장이었던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싱크탱크를 이끌었고 현재 박 후보 캠프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부모임을 함께해 온 안종범·이종훈·강석훈 의원 등은 19대 국회에 들어가 박 후보를 안팎에서 돕고 있다. 박 후보는 일종의 사례연구를 통해 민생 현장의 실제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연구하는 데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5년 전에 비해서 완곡한 표현을 썼다. 당시 박 후보는 5·16 군사 쿠데타를 두고 “구국의 혁명”이라고 언급했으나 최근에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5년 전 출마선언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 세대의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항상 죄송하다.”고 밝혔지만 이번 출마선언에서는 이 같은 유감 표명이 빠졌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Rock, ‘차르’에 물 먹이고 ‘자유’에 불 붙이다

    Rock, ‘차르’에 물 먹이고 ‘자유’에 불 붙이다

    ‘푸틴을 비난한 죄’로 러시아의 여성 5인조 록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게 징역2년형이 선고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50여년 만에 서구에서 러시아로 옮겨간 록의 저항정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암흑시대인 중세에서 해방의 시대인 근대로 넘어간 계기는 ‘교회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러셀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대해 ‘유럽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교회가 국가에 굴복해 버렸다.’며 이처럼 교회 등 견제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차르’가 무제한의 전제 군주가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근대 발전사에서 유럽에는 있었지만 러시아에는 없었던 견제장치로 ‘교회’를 꼽은 것이다. 러시아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2월. 러시아 정교회는 3선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60) 총리에 대해 ‘그가 12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적’이라고 찬사했다. 러시아 인구의 70%가 정교도로서 사실상 국교와 다름없는 정교회의 지지를 얻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당선 확인 도장을 받은 셈이었다. 키릴 대주교는 이전에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들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며 노골적으로 푸틴을 지지했다. 이때, 이 같은 러시아의 뿌리 깊은 악습인 ‘정교 유착’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은 한 무리의 여성들이 나타났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은 정규 앨범 하나 내지 못한 무명 그룹이었지만 살아 있는 권력(푸틴)과 자본에 무릎 꿇은 교회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의 칼을 빼든 공로로 일약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밴드로 거듭났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1일, 푸시 라이엇 멤버 5명은 복면을 한 채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의 정교회 사원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고 노래했다. 이그재미너 닷컴은 이들의 노래가 ‘성모에게 페미니스트가 되도록 간청하는 기도’라고 해석했다. 또 가사 중 ‘제길, 제길, 망할 신이여’라는 부분은 ‘정교회가 하나님 대신 푸틴을 믿는 현실을 암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소한 도발을 넘어 러시아 기득권층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게릴라 콘서트는 교회 경비원의 제지로 1분 만에 무산됐지만,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마돈나와 스팅, 폴 매카트니 등 세계적인 톱 가수들이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반(反)푸틴 시위대가 세계 각지에서 집회를 열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대중음악 비평가인 랜들 로버츠는 러시아 5인조 복면 록밴드의 등장을 ‘1970년대 실업으로 좌절한 영국 청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저항의 힘을 불어넣어 준 섹스피스톨스의 재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1976년 런던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섹스피스톨스는 당시 실업 등 벼랑 끝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자본주의, 국가관 등의 기존 가치관에 돌을 던졌다. 이들은 특히 템스강에서 퀸엘리자베스 호를 타고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여왕과 영국의 위선을 마음껏 조롱하고, 의사당 앞에서 광란의 공연을 펼쳤다. 이는 펑크록의 대표적인 저항 사례로 평가된다. 푸시 라이엇에 대한 유죄 선고는 펑크록의 정신이 세계 어디서나 언제든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펑크록이 독재정부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번 사태를 ‘푸시 라이엇 현상’으로 명명한 뒤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어젠다를 더욱 응집시키면서 결국 러시아를 완전한 자유의 나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을 계기로 러시아 중산층이 그동안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았던 푸틴 정권을 향해 억눌려 왔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더 많이 뛰쳐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충성도 아닌 성과따라 임원연봉 결정돼야”

    ‘경제민주화’ 바람이 확산되면서 재벌 총수 등 상장사 임원의 개별적인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장사들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등기임원들의 전체 보수액만 공시하고 있어 임원 개개인에게 얼마씩 지급됐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재벌총수 등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여야는 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하자는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부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등을 고려해 제도 도입을 꺼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일정도 이 제도의 연내도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재계 반발에 번번이 무산…이번은 다를까 국내에서 상장사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2003년께다. 그러나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2006년 17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당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과 열린우리당 임종인 전 의원 등 10명이 임원의 개별공시를 골자로 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국회 재정경제위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논란 끝에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였던 이정희 전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비슷한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2009년 대표 발의했으나 역시 재계와 금융계의 반발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12월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번 19대 국회는 뭔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임원의 개별보수를 공시하는 것은 재벌 총수 등 지배주주의 이사회 장악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임원들의 보수가 최고경영자나 총수일가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기업의 성과에 연동해 결정되도록 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19대 국회에서도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 등 10명이 6월 말 비슷한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에 제출해 놓았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 볼 때 이 방안은 경제민주화의 또 다른 길”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기웅 간사도 “합리성과 투명성 차원에서 임원의 보수가 공개된다면 주주로서의 피드백이 가능해 경제 민주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임원의 개별 보수공시를 경제 민주화 차원에서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선진국에서 개별 공시를 한다면 우리도 그런 방안에 대해 고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박근혜 경선캠프’의 핵심 경제 브레인 중 한 명이다. 금융당국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위화감 조성이나 (임원들이) 질시의 대상이 되는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투명성 확보란 측면에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개혁을 바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 정무위에 제출해 놓은 것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정무위가 같은 법을 대상으로 한 개정안을 병합심사하는 과정에서 임원의 개별 보수 공시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 연내처리 가능할까 경제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임원 보수 개정 내용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촉박한 정치일정이다. 8월 임시국회는 ‘방탄국회’ 논란 속에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고, 여야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범위 등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예산 결산 심사와 헌법재판관 청문회 등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내주에는 국회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9월부터는 정치권이 대선에 ‘올인’하면서 진지한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무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결국 정무위서 할 수밖에 없는데 결산심사부터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국정감사인데 법안 심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10∼11월쯤은 돼야 하는데 대선판에 심도 있게 법안을 심사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이후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재벌 총수의 횡령ㆍ배임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본선에서는 경제민주화를 폐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 총괄본부장은 이에 대해 “복지나 경제민주화라는 두 화두만 갖고 대선을 끌고 갈 수 없고 일자리 담론, 미래비전도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측에서도 크게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무위 야권 관계자는 “말로는 그런 법안까지 다 중점적으로 추진한다고 할 수 있지만 대기업ㆍ재벌 지배구조 개편 등에 비해 중요도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목희 의원이 정무위가 아닌 보건복지위 야당간사로 선임되면서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 당신의 시간을 창조한 선구자 16人 당신을 지배하네요

    장삼이사들의 일상은 대충 엇비슷하다. 소파에 누워 콜라를 마시고, 대형 마트에서 사온 바나나를 먹으며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다. 휴가차 ‘보잉 747 점보 제트기’를 타고 제주에라도 가거나, 간혹 전화 여론조사에 참여하며 정치에까지 오지랖을 넓히는 때도 있겠다. 그런데 곱씹어 보면 이런 우리의 일상들 뒤엔 ‘일상적인 일’이 되게끔 한 선구자들이 있다.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전성원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바로 그 선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 등 근대화와 세계화의 과정에서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준 인물들이 애초 어떤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고, 어떻게 일을 진행시켜 왔는지를 살피고 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명료하다. 우리의 실생활을 주무르는 건 극소수의 천재들이고, 범부들은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세운 선구자들은 모두 16명이다. 자동차로 시간을 ‘창조’한 헨리 포드와 ‘테러의 상징’ AK47 소총을 만든 칼라시니코프, 유통혁명의 근원 월마트를 세운 샘 월턴, 전쟁과 평화의 두 얼굴을 가진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창업주 윌리엄 보잉, 개인주의 혁명을 불러온 소니 워크맨의 창조주 모리타 아키오,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읽은 여론조사의 선구자 조지 갤럽, PR를 학문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에드워드 버네이스, 20세기 석유 문명을 만든 탐욕과 자선의 야누스 존 D 록펠러, 끊임없는 변신으로 200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듀폰 가문, 작은 생쥐 하나로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세운 월트 디즈니, 세계인을 고객으로 삼은 호텔의 제왕 콘래드 힐턴, 도색 잡지 ‘플레이보이’로 포르노 제국을 건설한 휴 헤프너, 행복한 가정이란 환상을 판매하는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등이 주인공이다. 책은 한명 한명의 삶을 출생부터 임종까지 연대기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한데, 거대한 인물의 삶을 깊게 파고드는 정통 평전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이들이 생전에 한 일들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는 비판적인 화두를 더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다. 예컨대 보잉747기로 유명한 보잉사는 전 세계 민항기 시장의 강자지만, 창업주 윌리엄 보잉이 만든 폭격기 B29는 1945년 50만명의 사망자와 102만명의 사상자를 낸 도쿄 대공습을 낳았다. 보잉의 첫 고객이 미 해군이었다는 사실이 시사하듯, 보잉사는 전쟁을 영양소 삼아 성장했다. 책은 이처럼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업적을 균형 있게 다루되 그들의 과오도 함께 담고 있다. 1만 8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대한민국은 힐링중] 정치·스포츠… 떠오르는 힐링 리더십

    [대한민국은 힐링중] 정치·스포츠… 떠오르는 힐링 리더십

    힐링 신드롬이 확산하면서 힐링 리더십도 주목 받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계에서 수직적으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는 수평적 자세로 대중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리더십이 주목 받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강하게 불었던 ‘소통’이라는 화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먼저 대중의 마음을 읽고 먼저 다가가며 낙오자 없이 전체를 포용하는 리더십이다. 소통뿐만 아니라 사회를 통합해낼 수 있는 능력과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치계에서 대표적인 힐링 리더십은 유력한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20대에게 멘토가 되는 힐링 리더십을 선보였다. 별다른 정치적 활동 없이도 40%를 훨씬 웃도는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이 폭발적으로 판매되는 배경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그를 두고 정치계에선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일방적으로 대선 출마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책을 통해 던지고 독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도 기존과 다르게 참신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과의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출마를 결정짓겠다는 방식은 힐링형 리더로서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통서 더 나가 마음 먼저 읽어주기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 대표팀이 64년 만에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홍명보 감독도 대표적인 힐링형 리더다. 모든 것을 선수들 자율에 맡기고 반말도 하지 않는 그는 선수들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형님 리더십’을 선보였다. 감독과 선수라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아니라 마치 형과 동생처럼 수평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로 끈끈한 신뢰를 쌓아 최강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병역논란에 시달린 박주영을 대표팀으로 선발한 뒤 “반드시 입대한다.”는 기자회견을 함께하며 불신과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리고 한·일전에서 박주영에 대해 끈질긴 믿음을 보여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대회 내내 벤치를 지키던 김기희를 경기 종료 4분 전에 투입해 병역 특례에서 소외시키지 않은 것도 홍명보식 힐링 리더십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힐링형 리더는 바로 유재석이다. 강호동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가 강호동의 잠정 은퇴 이후 국민 MC로서 독주하는 그는 상대방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힐링 리더십을 선보였다. 힐링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해피투게더 3’나 ‘무한도전’ 등을 진행하면서 유재석은 게스트를 압박해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진솔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진행 방식을 선보였다.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파악하고 먼저 다가가는 행보에 게스트들은 어느덧 긴장감을 풀고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도 힐링형 리더다.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 등 톱스타 10명을 캐스팅해 흥행의 토대를 닦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기 싸움 대신 소통을 중시한다. 최 감독은 지난달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을 통제하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충분히 사전에 이야기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들을 굳이 이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을 믿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한 덕분에 성격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김윤석은 4편, 김혜수는 2편째 최 감독과 함께 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발전 과정에서 힐링 리더십을 최고로 친다. 1단계가 리더의 지식을 주입하는 해결사형이었다면, 2단계는 리더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로 풀어가는 소통·공감형, 3단계는 상대의 경험에 대면해 자가 치유를 하는 힐링형 또는 헬퍼형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회 CEO 리더십 연구소 소장은 “해결사형은 나의 주도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고, 공감·소통형은 들어 줄 때는 좋은 것 같았는데 다시 원점회귀의 측면이 있다.”면서 “힐링형은 리더가 던져준 질문과 기회를 통해 자신의 힘으로 치유하고 변화했다는 주도성과 해결성 등 양 요소를 갖추고 있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하지만 계기와 환경 및 자극은 리더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카리스마 리더 더이상 원하지 않아 사회 문화적으로 힐링 열풍을 확산시킨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제작을 맡고 있는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인 가치가 실종된 상실의 시대에 대중은 위로를 받고 상처를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면서 “예를 들어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진정성과 믿음을 가지고 사회적인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치유를 받는 힐링형 리더십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자기 구호를 앞세우는 카리스마적인 리더보다는 겸손하고 자기 성찰적인 힐링형 리더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도 권력 의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거리를 두고 경계하고 통찰하는 것은 물론 삶의 질을 어느 쪽으로 끌고 갈 것인가를 중시하는 힐링 리더십이 주목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재계에 경종 울린 김승연회장 구속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구속돼 한화가 충격에 빠졌다. 서울서부지법은 어제 차명계좌와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와 소액주주 등에게 4855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한화 측은 내심 김 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를 기대했을 법하다. 그러나 막상 실형을 선고받자 “공동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은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히 있어 항소를 통해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히 법정구속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거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홍동옥 여천NCC 대표이사와 김관수씨 등 2명의 피고인들도 법정구속했다. 재계는 경제 민주화가 큰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총수에 대한 집행유예 관행을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냐고 분석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관여한 바 없고, 모르는 일이다.”라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든 범행의 최대 수혜자로서 반성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더는 경제·사회적 공헌도를 감안해 느슨한 심리와 판결로 대기업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 6개월의 징역형 판결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마저도 추후 대부분 사면으로 이어졌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오너들의 재판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경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기업 때리기’ 조치들이 줄을 잇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법부의 판단마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계가 외려 투명 경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계기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를 보일 때다.
  •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주자들 말투 분석해 보니…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들의 말투를 분석한 자료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공공사회학회 주최로 열리는 ‘국민이 원하는 제18대 대통령’이란 주제의 학술 행사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들의 화법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한다. 그는 이들의 성장 과정과 성격, 정치인 시절의 말투와 언어 스타일을 토대로 화법 유형을 분석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화법은 ‘응축된 단문단답(短文短答)형’이고 김문수 새누리당 경선 후보(경기도지사)는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구사한다.  박 후보는 공·사석이나 참모회의에서 “그것은 원칙에 어긋나지 않나요?”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곤 한다. ”전방은요?” “대전은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등의 간단명료한 화법을 즐겨 사용한다. 최 소장은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반문하는 ‘반어법’은 박 후보만의 독특한 화법”이라고 분석했다. 김문수 후보는 새누리당 경선 과정에서 ‘만사올통’ ‘영남 DJ‘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주목을 끈 것처럼 ‘이슈 파이팅 화법’에도 능하다.  민주당의 문재인 대선 경선 후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핵심을 찔러 묻는 ‘차분한 문제 제기형 화법’을 잘 구사한다. 경선 과정에서는 목소리의 톤을 높이고 있지만 그는 공격형 화법에 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방어형 화법에 익숙해 있다. 손학규 경선 후보는 교수 출신답게 ‘논리적인 설명형 화법’을 자주 구사하고 김두관 경선 후보는 ‘대중 친화적인 호소형 화법’을 곧잘 구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정세균 경선 후보는 경제정책통답게 ‘합리적인 설득형 화법’에 능해 TV토론 등에 강세를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경우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기회를 잡아 핵심을 말하되 제3자를 통해 곧잘 전달하는 ‘메시지 전달형 화법’을 자주 구사하고 있다. 안 교수는 또 멋있는 화두를 공개적으로 던져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일으키는 ‘감성 화법’과 ‘무지개 화법’에도 능하다.  최 소장은 “21세기 감성 정치의 시대에는 정치 지도자의 말이 곧 자질이자 리더십 자체”라면서 “여야 후보들의 화법을 통해 그들의 됨됨이를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소장은 역대 대통령의 화법도 분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각론적 제시형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정적인 선동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논리적 설득형이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감성적 호소형이다. 또 노태우 전 태통령은 부드러운 전달형이며 전두환 전 대통령 권위적 지시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행정적 교시형, 이승만 전 대통령은 수사적 연설형으로 분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위풍당당·솔직·침착 ‘V세대’ 한국 ‘스포츠 DNA’ 바꾸다

    위풍당당·솔직·침착 ‘V세대’ 한국 ‘스포츠 DNA’ 바꾸다

    88올림픽을 기억하는가. 얻어맞아 퉁퉁 부은 눈에 붕대를 휘감고, 피 철철 나는 머리는 허리띠로 동여매고…. 우리는 그걸 ‘투혼’이라 불렀다. ●88올림픽 이후 많이 변한 선수들 ‘V세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난 이들을 우리는 또 이렇게 부른다. 용감하고(Valiant), 개성 만발(Various)에, 생기발랄(Vivid)하다고. 투혼으로 올림픽을 버텨낸 아버지, 삼촌들과는 유전인자(DNA)부터 다르다 했다. 24년 뒤 런던의 열전 16일 동안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탄식하게 하다 환호하게 만든 이들이다. 24년의 간극, 그동안 한국 스포츠의 DNA는 참 많이도 변했다. DNA는 사물의 본질이다. 향후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방향성이다. 이는 런던에서 보다 구체화되고, 나아가 ‘영감’(inspiration)으로 승화됐다. ‘세대에 영감을’(inspire to generation)이란 모토 아래 펼쳐진 런던올림픽. 13일 새벽 5시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제30회 런던올림픽이 한국 스포츠에 던진 화두다. 대회 초반 유난히 대한민국의 아들, 딸들은 지독한 심판 편파 판정에 시달렸다. 펜싱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26)의 ‘멈춰 버린 1초’가 가장 아팠다. 아무리 찌르고 막아내도 1초는 흐르지 않았다. 역전패. 메달은 사라졌지만 대신 강해진 게 있었다. 끈끈한 동료 의식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튿날 최병철이 동메달을 터뜨린 이후 메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5일 내리 메달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금2·은1·동3)을 냈다. 명예메달 따위에 비굴하지 않았다. 타협하는 법도 없었다. 신아람은 마침내 에페 단체전에서 제 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내 힘으로 메달을 따고 싶었다. 나는 더 강해졌다.”며 웃었다. 실력에다 미모까지 갖춘 펜싱 여자 사브르의 김지연(24)은 깜짝 금메달 직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다.”고 털어놨다. ‘얼짱 검객’이란 찬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뒤로 빼지 않았다. “완전 고맙죠.”라며 까르르 웃어 젖혔다. ●실력에 얼짱에… 독특한 세리머니 여자사격 25m 권총의 김장미(20)는 금메달 세리머니에서 두 팔을 벌린, 독특하고 깜찍한 포즈로 화제가 됐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딴 금메달인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해 섭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충분히 뜰 수 있는 선수였는데, 감독님이 인터뷰를 제한하셔서…”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그러나 밉상이지 않았다. 첫 4강 진출을 일궈 낸 축구대표팀의 주장 구자철(23)은 영국과의 8강전 두 번째 페널티킥 판정이 내려지자 주심과 마주했다. 당당했지만 흥분하지 않았다. 바닥난 체력으로 따낸 일본전 동메달은 위기 속에 더 단단해진 대한민국 자체였다. 런던 김민희·조은지기자 haru@seoul.co.kr
  • 옛 동양 선현들의 恥철학… 내 마음이 ‘부끄러움’을 따르다

    ‘치(恥) 철학’을 아시나요. ‘치’란 다름 아닌 부끄러움이다.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요즘 세상 사람들은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정의의 실종으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말이 화두가 됐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젊은 세대 간 소통을 이뤄 내기도 했다. 만약 부끄러움이 없다면 우리는 정의를 묻지도 못했을 것이며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끄러움은 진화론 법칙을 따르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마음의 물리학이다. 다시 말해 부끄러움이 없다면 정의도 없고 양심도 없을 것이다. 마음의 구조물은 물론 사회의 구조물 또한 허물어지고 만다. 따라서 부끄러움을 기반으로 기적을 이루려는 사람은 큰 이상을 전망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옛 동양의 선현들도 이 부끄러움으로 사실상 큰 뜻을 이루었다. 신간 ‘부끄러워야 사람이다’(윤천근 지음, 글항아리 펴냄)는 바로 동양의 선현들이 자신을 향해 수없이 던졌던 ‘치’라는 질문, 즉 부끄러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권모술수가 일종의 경쟁 논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후흑학’(厚黑學)이 자기 합리화의 보루로 여겨지는 요즘 ‘부끄러움’이라는 오래된 단어를 꺼내 들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비록 부끄러움이 배면으로 밀려난 시대이긴 하지만 다시 한번 그것을 개인과 사회의 윤리로 제대로 시도해 보려 하고 있다. 저자는 ‘서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면서 부끄러움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펼친다. ‘논어’와 ‘맹자’, ‘대학·중용’부터 ‘근사록’과 ‘주자어류’, ‘삼국사기’ 그리고 매월당과 퇴계 등으로 이어지는 유가(儒家)의 치(恥) 철학을 계보적으로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다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저자는 책에서 “부끄러움은 잘못을 범한 자리에서만 기능하는 자기반성의 소극적인 기제가 아니라 아무 잘못을 범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적극적인 기제”라고 말한다. 마음에는 완성된 마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는 ‘강성한 의지’와 ‘나약한 실천’ 사이의 부끄러움을 화두로 제시한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 중에 ‘앎이 실천이 되고 먹고살 길이 되며 백성을 교화하는 것이 됨은 바로 부끄러움과 관련 있다. 마음이 부끄러움의 노선에 순응한다면 모든 행위가 적절하게 바람을 갖출 것이다.’라는 대목에 눈길이 쏠린다. 김문기자 km@seoul.co.kr
  • 주민 배려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 준비

    주민 배려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 준비

    “알을 품은 남극의 황제펭귄은 수천 마리가 몸을 밀착시켜 한겨울 세찬 눈보라를 헤치며 살아갑니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이 바람을 막아주고 나면 가운데서 몸을 데운 펭귄이 교대하는데 이것을 ‘허들링’이라고 하지요. 안으로 모두 들어오면 함께 동사할 수밖에 없어요. 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주민을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한편으로는 참여를 유도하는 허들링 정신으로 임기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충실 동작구청장은 9일 취임 2주년 인터뷰에서 ‘공동체 의식’을 강조했다. 직원들에게도 주민을 이해하는 허들링 정신을 배울 것을 주문한다. 문 구청장은 “눈에 띄는 대단한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작은 정성을 보이는 데서 주민 감동이 나온다.”며 소통과 현장행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임기 2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분야는. -현장을 누비고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하는 구청장이 되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에서 최초로 주민 갈등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했고 구청장 직소 민원실을 만들어 118개의 고충·장기민원, 주민숙원사업을 처리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계속 주민과 힘을 합쳐 성과를 내려 한다.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 열망이 뜨거운데. -국내 최대 수산시장이자 서울의 명소인 노량진 수산시장을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바꾸는 사업을 11월부터 시작한다. 2015년 준공이 목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동작구 주민을 우선 채용하도록 수협과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고구동산 서울시민천문대 유치도 숙원사업이다. 한강과 시내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노량진 민자역사 개발과 구립사당종합체육관 건립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장승배기 일대를 개발하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동작충효길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1단계 1~3코스 10.5㎞ 구간은 지난해 완료됐다. 2단계 4~7코스 14.5㎞ 사업은 지난달 첫삽을 떴고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충효의 고장답게 역사와 효의 스토리가 있는 전국 최고의 웰빙 산책로로 꾸밀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동작구민 걷기대회도 열어 이제 도심에 있는 주민들도 부담없이 걷기 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주민 복지와 청소년 교육이 화두다. -임기 후반기에는 노인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내년까지 경로당에 디지털TV와 정수기, 혈압기를 제공하는 3대 지원정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정수기는 이미 121곳에 제공했다. 지난해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노인복지문화 지원 조례’를 제정해 장수수당을 지급했다. 2009년 2곳에 불과했던 치매치료 데이케어센터를 11곳으로 늘려 노인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책임지겠다. 구립 사당공공도서관, 대방동 작은도서관, 본동 작은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어떤 청소년이라도 10분 안에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자원봉사 및 직원결연 확대를 통해 올해 준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복지 일등 구로 앞서나갈 생각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기고] 일방형 금연정책, 분리형으로 전환을/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기고] 일방형 금연정책, 분리형으로 전환을/정영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런던올림픽의 열기만큼 우리 사회의 쏠림현상이 문제다. 이러한 ‘쏠림현상’의 이면에는 이성적 성찰 대신 그 쏠림에 속한 다수의 집단이 소수를 폭압하는 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건강 열풍에 편승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금연구역지정 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혐연권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의 금연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으며, 서울시도 2014년까지 광장과 공원 등을 포함한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분의1가량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사업장 내 금연을 넘어서 채혈 등을 통한 흡연 유무를 검사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가 하면, 최근에는 사옥 반경 1㎞이내에서는 금연케 하는 기업까지 생겼다. 최근 금연정책들은 흡연자에 대한 일방적 규제로 헌법상 기본권인 흡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판결의 취지를 아전인수식으로 곡해하고 있다. 흡연권도 혐연권과 같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의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헌법 제17조에 의하여 보장되지만,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으로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흡연자의 자유로운 흡연을 보장하면서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양자 간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회사 밖에서의 흡연까지도 금지하고 흡연시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영업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 흡연자들이 매년 부담하는 담배 관련 세금은 7조원이 넘으며,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연간 1조 6000억원 규모로 기금 대부분이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조세와 다른 특별부담금으로 헌법적 정당화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일부를 활용하여 곳곳에 흡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특별부담금의 부담자인 흡연자를 위해서 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집단적 효용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방법일 것이다. 길거리를 걷다 담배연기를 맡으면 비흡연자인 필자도 불쾌하기 그지없다. 단순한 불쾌함과 짜증으로 다짜고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서로의 불쾌지수만 높아지니 상생적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길거리 흡연금지를 추진하는 미국 워싱턴DC나 뉴욕처럼 길거리 횡단보도나 광장 한 쪽에, 또는 일본과 홍콩과 같이 길거리 곳곳에 흡연공간을 따로 지정하면 될 일이다. 너무 비흡연자만을 위한, 그래서 흡연자를 마치 범죄자 취급하여 소탕하는 식의 금연정책이 볼썽사납기만 하다. 흡연과 간접흡연의 유해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개인적 판단에 따른 흡연도 보호받아야 할 헌법상 기본권이다. 정부 당국은 일방적 금연정책 추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의 유발보다는 흡연권과 혐연권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분리형 금연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 일방성보다는 다양성의 소통이 시대의 화두임을 믿는 이유에서, 또한 해화(諧和)적 상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흡연가능 구역도 함께 마련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은 당연한 귀결이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0) 서울 만리동 ‘손기정 나무’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잇단 영웅 탄생 소식이 식을 줄 모르는 폭염에 지친 몸을 달래는 날들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영웅 탄생의 신화는 76년 전의 바로 오늘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8월 9일은 청년 손기정이 베를린의 영웅으로 태어난 날이다. 그러나 청년 영웅은 기쁨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했다. 조국을 빼앗기고, 침략자의 국기를 가슴에 달아야 했던 절망과 치욕이 기쁨에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건 청년은 부상으로 받은 작은 나무로 일장기를 드러낸 가슴을 가렸다. 그 순간 나무는 애끓는 통한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와 같은 조국이었고, 그로부터 1000년을 더 살아서 이 땅에 새로 탄생할 영웅을 기다리는 신화의 상징이었다. ●손기정 품에 안겨 귀국… 모교 양정고에 자리잡아 청년 손기정의 손을 타고 고국에 돌아온 한 그루의 나무는 손기정을 영웅으로 키운 그의 모교에 심어졌고 사람들은 나무를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라고 불렀다. 나무는 청년 영웅과 그의 뒤를 이어갈 새 영웅 신화를 꿈꾸는 이 나라 모든 젊은이들의 바람을 담아 도담도담 자랐다. 서울시 기념물 제5호인 이 나무는 독재자 히틀러에게서 마라톤 우승의 기념으로 선물받은 나무라고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보아 틀린 이야기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 주최국인 독일의 통치자가 히틀러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손수 손기정에게 나무를 선물하지는 않았다. 나무 화분은 월계관을 받은 마라톤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하는 것이지, 히틀러가 특별히 선물한 나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청년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아야 했던 자신의 부끄러운 가슴을 가려 준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조국의 운명을 생각했고, 1000년을 살아갈 나무에 조국 광복의 꿈과 새 영웅 탄생의 꿈을 담았다. 40여 일에 걸쳐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화분에 담긴 어린 나무를 정성껏 보살폈다. 아침이면 물을 주고, 저녁이면 성의를 다해 온몸으로 바라보았다. 고국에 돌아온 건 10월이었다. 추위를 앞두고 어린 나무를 낯선 노지에 옮겨 심을 수 없었다. 그때 마라톤 영웅을 키워낸 그의 모교 양정고의 교사 가운데에는 무교회주의자로 잘 알려진 김교신 선생이 있었다. 나무를 잘 보호하기 위해 식물원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교신 선생은 겨울 동안 자신이 나무를 보살피고, 봄바람 따뜻해지면 교정에 심자고 주장했다. 결국 김 선생 집에서 겨울을 무사히 넘긴 손기정 나무는 이듬 해 봄, 당시 서울 만리동의 양정고 교정에 심겨졌다. ●개최국 獨, 월계수 없어 참나무 화분으로 부상 줘 1988년 들어 양정고가 새 교사로 옮겨간 뒤로, 옛 양정고 자리는 ‘손기정 체육공원’으로 다시 정비됐고, 치욕의 기억을 간직한 손기정의 나무는 조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서 영광의 순간을 상징하며 남았다. 여느 나무에 비해 훨씬 빠르고 늠름하게 자란 나무는 이제 키가 17m를 넘었고, 줄기 둘레도 2m 가까이 굵어졌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들어 온 손기정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나무다. 참나무 종류에 속하는 이 나무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자라는 ‘대왕참나무’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다. 미국인들이 흔히 ‘오크’(Oak) 즉 ‘참나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나무다. 원래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월계수로 만든 월계관을 씌워야 했고, 당연히 월계관을 만드는 월계수를 부상으로 수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월계수를 구할 수 없었던 독일에서는 대왕참나무로 월계관을 만들었고, 부상도 대왕참나무로 대신했다. 대왕참나무는 우리 참나무처럼 도토리를 맺는 나무이지만, 나뭇잎이 화려하다. 크고 길쭉한 잎사귀의 가장자리에 여러 차례로 깊이 팬 결각이 매우 독특하고 각각의 꼭짓점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돋는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핀오크(pin-oak), 즉 바늘참나무라고도 부른다. 잎이 독특하다는 것 때문에 당시 양정고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나뭇잎을 책갈피로 쓰는 게 유행이기도 했지만, 대왕참나무의 잎을 책갈피로 쓰는 건 영웅의 후예인 양정고 학생들만의 자랑이었다. 학생들은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잘생긴 잎사귀를 줍느라 법석이었다. 심지어 가을이 되기 전에도 성마른 학생들은 나뭇가지 위로 신발을 던져서 잎을 떨어내려고도 했다. 학생들의 극성이 심해지자, 학교에서는 나무에 신발을 던지는 행위에 대해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양정고 동창생들은 당시를 회고한다. ●양정고교 후배들 굽어보며 ‘영웅의 혼’ 전해 “지난해에 나무가 무척 힘들어 했어요. 잎이 시들시들하면서 생육 상태가 매우 나빴지요. 뿌리가 멀리 뻗으면서,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뿌리 호흡이나 물빠짐에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서둘러 조치를 취해 그나마 이만큼 회복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합니다.” 손기정의 외손이며, 손기정 기념재단의 사무총장인 이준승(45)씨의 이야기다.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는 단지 식물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이 땅에 오래도록 이어가야 할 조국 수호의 혼과 영웅 신화의 상징으로 오래 지켜야 할 일이라고 이씨는 덧붙인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은 한 그루의 나무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즈음 다시 또 런던에서는 금빛 영웅들의 쾌거가 연이어 온 국민의 가슴을 파고든다. 영웅의 혼으로 제 몸을 키운 손기정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지 않을 수 없다. 떠난 영웅이 남긴 나무를 바라보며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화두가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글 사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서울 중구 만리동2가 6-1번지 손기정체육공원 내. 손기정 나무는 서울역에서 1㎞ 쯤 거리에 있는 곳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역까지 가서 걸어서 찾아갈 수도 있다. 물론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손기정체육공원의 주차장도 따로 있으니 비교적 편리한 편이다. 서울역에서 만리동 고개 쪽으로 300m 쯤 오르다가 오른편으로 난 ‘만리재로 31길’을 안내하는 교통안내판을 찾을 수 있다. 이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손기정체육공원 주차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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