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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고용 있는 ‘동반성장’으로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고용 있는 ‘동반성장’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한집(새누리당)에서 태어난 이복형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을 통해 이명박 정부와 거리 두기를 시도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충이라는, 전통적인 야권 정책을 흡수해 박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나, ‘시대교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 지형도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비해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고용률을 경제정책 중심 지표로 20일 정책당국 등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연간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도약)으로 대표되는 성장중심 전략을 정권 초반부터 내걸었다. 고성장을 통해 전체 국민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 법인세 등 대규모 감세 정책도 시행했다. 집권 초기 ‘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최중경(차관)’ 라인을 중용해 고환율 정책도 밀어붙였다. 수출을 의식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이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일부 수출 대기업만의 호황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4대강 사업도 ‘일부 대형 건설사만 배불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정책세미나를 통해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중심 지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5년 안에 고용률을 유럽연합(EU) 목표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높이고, 이를 통해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고용 정책이 차기 정부 임기를 관통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소기업 집중 지원하고 내수 부양 또 현 정부가 대기업·수출·제조업 지원을 위해 투자했던 재원의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내수·서비스업 지원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대한 각종 조세감면 축소라는 최근의 흐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고용 창출효과가 큰 중소기업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내수 부양을 통해 경제 하부구조를 튼튼히 해서 경제 전체의 체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담부처 설립과 ICT 생태계 조성을 통해 새 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로 ‘창조경제’를 이끌겠다고 공약했다. 동반성장 역시 ‘근혜노믹스’에서 주목할 지점이다. 차기 정부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을 개정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중소기업·영세자영업자 등의 권익 보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균형재정 정책 기조 바뀔 듯 다만 박 당선인의 동반성장 정책의 핵심은 자율조정 촉진과 사후규제 강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규제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에도 속도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가 경제민주화와 골목 상권 보호였던 만큼 박 당선인의 경제 정책도 당분간 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초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당선인의 ‘경제과외 교사’로 불리는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은 내년에 10조원가량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 정부가 집착해 온 ‘균형재정’ 정책 기조가 바뀔 여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다만 현 정부 내에서의 특별예산 편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재완 “내년예산 지출확대 바람직안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예산안의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추경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년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朴, 승리 요인 세 가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반쪽에 그친 야권 단일화, 프레임 전쟁 우위, 네거티브전 극복이 주효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분석이다. 야권 단일화 협상은 대선 본선 국면에서 박 당선인에게 가장 큰 위협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간 협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박 당선인이 이런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복지, 경제민주화 등 전통적인 야당 이슈를 선점하며 ‘준비된 민생 대통령론’으로 맞섰다고 자평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장 우선론’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포스트 경제성장’ 화두를 앞세워 서민·중산층의 호응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새 정치를 표방하며 바람몰이에 나선 안 전 후보가 중도 사퇴하며 문 전 후보 손을 들어줬지만 문 전 후보는 안 전 후보 지지 세력을 온전히 흡수하지는 못했다. 앞서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대,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집권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엔 실패했다. 민주당으로선 ‘매끄럽지 못한 단일화’와 ‘문재인 브랜드 부재’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선거일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늪에 빠지면서 문 전 후보의 ‘통 큰 양보’, 안 전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는 빛이 바랜 것도 사실이다. 문 전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20일 “단일화 초반 시간이 지체되면서 문 후보의 경쟁력을 부각할 여유가 부족했다.”고 아쉬워했다. 새누리당은 ‘프레임전(戰)’에서 앞선 것도 승리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박 당선인을 ‘유신독재 세력의 대표’로 규정했고 이 바람에 선거 구도는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로 굳어졌으며 이는 결국 역으로 보수층에 박정희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문 전 후보 측은 뒤늦게 ‘이명박근혜’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박 당선인이 ‘원칙과 신뢰의 정치→준비된 미래 대 실패한 과거 세력의 대결→여성 대통령론→정권 교체를 넘은 시대 교체’로 그때그때 구호를 바꿨던 것도 유권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새누리당은 보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과거사 논란도 결과적으로 박 당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새누리당은 판단한다. 박 당선인은 두 차례에 걸쳐 유신과 인혁당,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했다. 야권은 박정희 시대 과오를 집요하게 들이댔지만 박 당선인은 국민 대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계와 유신 시절 재야 인사들이 국민대통합위원회에 가세한 것이다. 민주당의 네거티브전은 결과적으로 무당파, 중도층의 피로도를 높여 야권에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새누리당은 주장한다. 박 당선인의 굿판 의혹, TV 토론 아이패드 커닝 의혹,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야권 단일화의 다크호스였던 안 전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후보가 결과적으로 보수 대결집의 경고등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상 보수 진영이 진보 쪽보다 응집력이 약하지만 안 전 후보 사퇴, 이 전 후보 TV 토론 발언 등으로 보수의 위기감이 높아져 표가 최대로 결집했다.”고 말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이념·지역 갈등 치유… 경제·민생회복에 머리 맞대야

    이념·지역 갈등 치유… 경제·민생회복에 머리 맞대야

    18대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부터는 정부와 정치권, 국민들이 힘을 모아 대선 기간 깊어진 지역, 세대, 이념에 따른 분열을 치유하고 깊이 주름진 민생을 회복시켜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 승부가 막판까지 치열한 선거전이 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후유증도 크고 치유해야 할 일도 많다.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분야의 과제가 첩첩산중 격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이례적으로 ‘범보수연합’과 ‘범진보연합’이 총결집해 세 대결을 펼치면서 양측은 상대를 칭찬하고 배려하기보다는 서로 흠집 내기 위한 비난전을 선거 당일까지 치열하게 벌였다. 전문가들은 19일 서둘러 냉정을 찾고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는 심화된 양극화를 치유하고 국회와 대화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일 방안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사회적 분열상을 봉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선 후유증을 최소화해 사회 통합을 이루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만 끌어안는 좁은 의미의 통합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최대 과제다. 당선자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20~40대와 50대 이후가 대결을 펼치며 세대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이러한 세대 간 대결의 상처와 문제점에 대해서도 당선자가 서둘러 치유책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대선 기간 주요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해법 마련도 중요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중요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경쟁 세력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정치 불신이 탄생시킨 ‘안철수 현상’에서 보듯이 정치권의 신뢰 회복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에 대한 신뢰, 정권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개혁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개헌 등 정치 개혁이 임기 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사회적 과제 해결에 나서라고도 요구했다. 정치권은 새 정치 비전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대선 기간 최대 화두였던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였다. 제1당인 새누리당이나 2당인 민주통합당 양측 모두 국민의 압박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기득권 내려놓기 등의 개혁 조치를 서둘러 단행해야 할 때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정당은 공천 등 여러 가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정권이 국회를 장악하려 한 것도 문제였다. 정권이 국회를 잘 설득해 국민의 실망을 줄여 가야 한다.”고 대화 정치 복원을 강조했다.세계 경제 위기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당면 과제는 일자리 창출과 가계 부채 해결이다. 특히 대외 경제 환경이 좋지 않다. 수출 환경 악화를 잘 관리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성장 담론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저출산과 고령화는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이대로는 노동력 공급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남북 문제 등 대외 환경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 모두 올해 정권 교체가 있었기 때문에 새해에는 새 정부에 의해 펼쳐질 외교 전략이 충돌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당선자에게 바란다] “좋은 일자리 늘리고 갈라진 민심 하나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은 다양했다. 선거 기간 중 내걸었던 공약들을 성실하게 이행해 약속을 지키는 최고지도자가 되주길 바랐다. 양분된 민심을 통합하고 법과 상식이 통하는, 좋은 일자리가 많은 나라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 제공을” 박재연(36·서울·행정안전부 사무관) 낮에는 좋은 일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온가족이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주말에는 여행과 취미생활을 즐기는, 다른 여느 나라와 같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 정치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구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새 대통령이 구현해주기 바란다. 공무원도 저녁이 있는 삶을 바란다. “4대강처럼 환경에 소홀하지 말아야” 염형철(44·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지금껏 환경과 관련한 정책을 밝히지 않아 유감이 크다. 국정 출발 때부터 환경 문제를 주요 정책으로 삼아주길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가 4대강 사업이었다. 이로 인해 민심과 정국 주도권을 모두 잃었다. 이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정국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中정부와 우호적 관계 조성했으면” 황의준(28·중국 후난성 챵사·취업준비생)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영사관이 있는 우한(武漢)까지 6시간 걸려 가서 부재자 투표를 했다. 무엇보다 경제 회복에 힘써서 일자리 늘려줬으면 좋겠다. 어학 공부를 위해 중국 연수까지 왔지만 앞날이 너무 불투명하다. 또 중국에서 보니 양국 외교 관계 악화가 눈에 보인다. 중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더 관심을” 오영철(41·서울·장애우권익문제硏서울지소장) 과거 정권을 되돌아보면 선거 때 내세운 장애인 정책 공약 중 상당수를 이행하지 않았다. 통합을 화두로 앞세운 만큼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에 더 관심을 두길 바란다. 장애인의 삶과 관련해서는 특히 활동보조와 연금, 주거, 의료, 일자리 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소수자를 위한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결혼이주여성 위한 교육혜택 제공” 허영란(32·서울·中출신 다문화센터 통역지원사) 한국에 온 지 12년째다. 결혼 이주여성 대부분은 모국에서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채 한국에 온다. 공부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대학 등록금 혜택 등을 주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 그러면 이민자들의 경쟁력이 올라갈 테고 비정규직 상태에서 벗어나 당당히 취업하면서 한국 사회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학 반값등록금 빨리 현실화 되길” 임수연(22·서울·성신여대 4학년 휴학중) 서민 곁에서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대학생이다 보니 하루 빨리 반값등록금 정책을 현실화하길 바란다. 학자금 대출 탓에 고통받는 친구들이 많은데 ‘학자금 대출이자 0%’, ‘학자금 대출 1금융권 전환’과 같은 공약을 성실히 이행했으면 한다. 국민들도 대통령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하게 믿고 바라봐줬으면 한다. “철학있는 실용적 교육정책 세워야” 임현양(52·경기 성남시·숭신여고 교사) 교육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 핀란드, 독일 등 교육 선진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육 내용도 협동과 실용교육 위주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키우는 게 아니라 단 한 명도 버리지 않겠다는 철학 있는 교육 정책을 세워줬으면 한다. 교사 잔무를 줄이고 교재연구와 학생 상담 시간을 늘려 아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 “재정 조기집행으로 공무원 사기 진작” 현정택(63·서울·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예산을 확정해 내년 집행을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 내년 1분기까지 경제가 어려울 것이다. 세종시 이전 등으로 공무원들 사기가 떨어져 있다. 부처 개편 논의로 공무원 조직을 흔들 게 아니라 재정 조기 집행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 취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정 등 세계 경제가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순수예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 절실” 최태지(53·서울·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순수예술단체는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K팝과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면서 순수예술이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한류 정책을 추진할 때 순수예술의 비중을 더 높여 주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순수예술을 즐기기 위해 티켓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그러려면 극장, 오케스트라, 스태프들을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순수예술을 향한 다양한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이희범(63·서울·STX중공업건설 회장)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세계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도 감소하고 있어 대부분 기업의 내년 경영화두가 비상경영이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 근로자가 함께 성장 잠재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새 정부는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유지하고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해양수산부 부활 공약 꼭 실천해달라” 신갑년(77·전남 여수시·여수수산인협회장) 어민들은 항상 정부에게서 소외받아 왔다. 반농반어의 숫자를 전부 농민으로 집계하는 실정이다. 농민 수와 어민의 수를 반반으로 보는 것이 정확한 만큼 어민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현 정부가 폐지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킨다는 공약을 꼭 실천해주길 바란다. “맞벌이 위한 자녀돌보미 시설 확충” 조윤희(36·서울·맞벌이주부) 지난해 둘째를 낳은 지 두 달 만에 복직했는데 올해부터 만 5세 미만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어린이집 경쟁률이 높아져 아이를 맡기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다행히 시부모님이 돌봐주시지만 걱정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만들어야” 최용배(49·서울·영화사 청어람 대표) 과거사에 대한 어설픈 용서와 화해는 절대로 안 된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진정한 사죄를 하고, 법적 책임을 짊어진 뒤에야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 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초법적 상황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영화인으로서 한국 영화에 그늘을 드리운 대기업 독과점과 수직계열화, 불공정 거래를 뿌리뽑아주기를 기대한다. “시설 현대화 등 전통시장 살리기 시급” 황성호(42·충북 청주시·재래시장 상인)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할수 있도록 시설 현대화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 높은 카드수수료 때문에 상인들이 카드를 받지 못하는 것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꺼리는 이유다. 카드수수료를 내지 않는 제도를 하루 빨리 마련했으면 좋겠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전통시장 상인 저금리대출도 확대했으면 한다. 전통시장을 위한 정책이 바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현대차 비정규직모두정규직 전환을” 최병승(38·울산 중구·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법과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고하를 떠나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원 모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농민이 안심할수있는제도적장치를” 임용현(44·전북 완주군·농민) 농업은 국민의 생명 주권이다. 농업과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 시장경제 논리에 치우쳐 농산물 수입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자국 농민을 보호하고 나라도 살리려면 농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으로 농업 생산의 안정기반을 구축, 식량주권을 바로 세워주길 소망한다.
  • [첫 여성대통령 시대] CNN“문제는 경제였다” AFP“독재자의 딸 선택”

    19일 한국 대선을 주요 머리기사로 올린 세계 주요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우세한 출구조사 결과를 비롯해 개표 상황을 실시간 긴급 타전하며 “한국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내년 2월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경기 침체,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 일자리 확대, 소득불균형 등 갖가지 난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P통신은 박 당선자의 승리는 아직도 남성 문화가 지배적인 한국에서 첫 번째 여성 대통령의 탄생일 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혈연이 당선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AFP통신도 한국이 잔혹한 야권 탄압과 빈곤 타개 사이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독재자의 딸을 첫 여성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긴급 타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 집권했던 독재자의 딸이자 미혼인 박 당선자가 세계에서 가장 성별 격차가 확고한 나라를 이끌게 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박 당선자가 육영수 여사 암살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청와대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앞으로 적대적인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과 지난 50년간 연평균 5.5%에서 2%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 등의 험난한 과제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서방 언론들은 지난 12일 로켓 발사로 불거졌던 북한 변수는 대선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 반면 경제·일자리·교육 문제 등이 판세를 갈랐다고 지적했다. 홈페이지에 한국 대선을 메인 기사로 띄운 CNN은 지난 11월 미 대선과 마찬가지로 한국 대선에서도 ‘경제’가 유권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현안이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경제와 복지, 일자리 창출 이슈가 한국 대선의 주요 ‘키워드’가 됐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새 정권과 미국·북한의 관계 변화에 특히 주목했다. 박 당선자는 국가 안보와 신뢰를 바탕에 둔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조건 없는 북한 원조 재개 등을 공약으로 내건 문 후보보다 대북 정책에서 더욱 신중한 입장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외신들은 박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도 하루 종일 한국의 대선 투개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여야 후보 간의 대접전으로 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한국이 보수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면서 박 당선자가 경제 성장도 고려하면서 온건한 재벌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보수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 박 당선자의 일대기, 정책, 한·일 외교관계 전망 등의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일본 언론들은 박 당선자가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도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지통신은 ‘비극의 딸’인 박 당선자가 고도 경제성장과 민주화 운동 탄압이라는 공과 과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숙명을 짊어지고 부친이 못 이룬 국민 대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NHK는 이날 매 시간 뉴스를 통해 투개표 상황을 전하면서 ‘복지’가 선거전의 화두가 됐다고 보도했다. 고용 정책,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 이번 선거전에 쟁점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도 일제히 한국의 대선 결과를 예측·분석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오후 9시쯤 박 당선자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뉴스 채널은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부터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 대선 동향을 상세히 보도했다. CCTV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사에 파견한 특파원들을 연결해 실시간으로 대선 뉴스를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서울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첫 여성대통령 시대] 동맹기조 이어갈 듯… 대북 정책은 변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한·미 관계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데다 박 당선자 역시 이 같은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유지되고,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의 현안들도 큰 마찰 없이 협의하에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때의 한·미 관계보다는 다소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찰떡 공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워낙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앨런 롬버그 미국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국장은 지난달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명박 정부 때만큼 한·미 관계가 긴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등 일부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목소리를 키울 경우 마찰음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정부의 입장이다. 박 당선자는 그동안 대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다음 달 재선 임기에 들어서는 오바마 행정부도 임기 말로 갈수록 외교적 치적을 위해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도 임기 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하는 등 북·미 관계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전례가 있다. 임기 초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도 임기 후반에 북핵 6자회담에 나서는 등 관계개선을 시도한 바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대북 대화 추진 속도에 일치된 보조를 맞출 수 있다. 반면 대북 접근법 총론에서는 견해가 일치하더라도 대화 속도 등을 놓고 한·미 간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북대화를 서두르거나, 반대로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는 경우를 말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박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모두 오바마 대통령에 비해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내놓은 만큼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향후 한·미 양국 간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었다. 만약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거듭할 경우엔 양쪽 정부 모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게 된다.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 정권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명분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 때와 비슷하게 한반도에 긴장이 계속되면서 ‘한·미·일 대(對) 북·중’의 신(新)냉전 구도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찌 보면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朴 “새 틀 짜겠다” 親민생 강조… 文 ‘安 깜짝카드’로 여세몰이

    朴 “새 틀 짜겠다” 親민생 강조… 文 ‘安 깜짝카드’로 여세몰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을 맞아 15일 대규모 서울 지역 유세전을 펼쳤다. 두 후보 모두 대선 승리를 장담하며 마지막 한 표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친민생 정책과 반네거티브’를 화두로 부동표 흡수에 나섰고 문 후보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의 공동 유세를 통해 총력전에 나섰다. ■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꺼내 든 카드는 ‘친(親)민생’과 ‘반(反)네거티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도 주요 전략이 될 전망이다. ●朴 “흑색선전에 흔들리지 말라” 특히 박 후보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인근 피아노 분수광장 유세에서 “대한민국의 새 틀을 짰으면 좋겠다.”면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야당의 지도자들과 민생 문제, 한반도 문제, 정치 혁신, 국민 통합을 의제로 머리를 맞대겠다.”면서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구성을 약속했다. 국가지도자연석회의는 국민 대통합과 중산층 재건 등 박근혜식 공약에 대한 실천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민생을 챙기는 대통령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 유세에서는 반값 대학 등록금과 스펙(경력) 초월 취업제도 등 젊은 층을 겨냥한 공약을 알리는 데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후보는 “정부부터 젊고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청년 정책을 챙기겠다.”면서 ‘청년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박 후보는 이렇듯 민생 행보에 초점을 맞추되 야당의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에는 당 차원의 대응과 별도로 직접 유권자를 상대로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 후보가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네거티브 공방’이 막판 표심을 좌우할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피아노 분수광장 유세에서 ‘굿판’과 ‘아이패드’ ‘신천지’ ‘국정원’ 등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어휘를 소개한 뒤 “하나라도 사실이 있는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의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기관까지 선거에 이용하려는 국기 문란 행위”라면서 “야당의 네거티브로 온 나라가 갈라지는 모습을 보며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어떤 흑색선전이 몰려와도 결코 흔들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후보 간 TV 토론 준비로 16일 하루 동안 숨 고르기를 한 박 후보는 17~18일 남은 이틀의 선거 기간 동안 지지율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박 후보가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연속 서울의 대표적인 젊은 층 밀집 지역인 신촌로터리와 코엑스몰 인근에서 유세를 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도권·부산 등 ‘셔틀유세’ 계획 이에 따라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부산 등지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선거 상황에 따라 지방을 추가로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오후에는 다시 수도권을 찾아 유세를 마무리하는 ‘셔틀 유세’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文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안철수 전 대선 후보를 ‘깜짝 카드’로 등장시키며 여세몰이에 속도를 높였다. 문 후보 측은 “안 전 후보의 서울 광화문 지원 유세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역전하는 발판으로 삼아 남은 3일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내부적으로 “승기를 잡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끝까지 최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文측 ‘제2의 새정치 공동선언’ 규정 지난 15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 후보의 유세에 안 전 후보가 예고 없이 나타났다. 문 후보의 유세 연설이 끝난 뒤 사회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폭탄 발언을 하겠다.”며 안 전 후보를 소개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목도리를 두른 안 전 후보는 문 후보 지원 유세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먼저 문 후보를 끌어당겨 껴안았다. 자신의 노란색 목도리를 벗어 문 후보에게 둘러 주는 등 돈독함도 과시했다.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마이크를 든 안 전 후보는 유세 현장에 나온 시민들에게 “제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아시느냐.”고 물었다. 청중들이 “문재인.”이라고 답하자 그는 “지금 답한 대로 투표할 겁니까. 믿어도 되겠나. 여러분들을 믿겠다.”고 외쳤다. 이날 안 전 후보가 보여준 문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 표현을 두고 대선 후보 사퇴 이후 가장 강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안 전 후보가 트위터에 박 후보와 문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는 글을 올려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상황이었던 터라 안 전 후보의 광화문 유세 동참은 더욱 극적이라고 평가됐다. 안 전 후보는 이날 낮 자신의 트위터에 “과정이 이렇게 혼탁해지면 이겨도 절반의 마음이 돌아선다. 패자가 축하하고 승자가 포용할 수 있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문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마이크를 건네받아 “끝까지 네거티브 하지 않고 정정당당한 선거를 하겠다고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안 전 후보와의 광화문 공동 유세를 ‘제2의 새 정치 공동선언’으로 규정했다. 안 전 후보를 지지했다가 아직 문 후보에게로 마음을 돌리지 못한 무당파와 부동층을 모두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다. 남은 기간에는 잇따른 공약 발표 기자회견과 전략지 집중 유세를 병행할 방침이다. ●安, 대선당일 투표 직후 미국행 문 후보가 TV 토론 준비로 유세를 하지 않은 16일 안 전 후보는 홀로 서울 양천구 목동, 인천, 경기 일산 등을 돌며 시민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남은 기간에도 수도권 유세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안 전 후보는 대선일인 19일 투표를 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안 전 후보 측은 “당분간 쉬면서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우리 것’에 대한 현장의 지대한 관심

    [김병일 사람과 향기] ‘우리 것’에 대한 현장의 지대한 관심

    ‘이야기’가 화두인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매우 필요한데, 이야기가 이에 바로 가장 적합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한 공동체의 정체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담보해 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지 오래다. 근래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한류 3.0’ 정책도 이런 흐름과 멀지 않다. 전통문화의 스토리텔링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우리 문화 전체를 세계화시켜 보고자 하는 것이 이 정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선 현장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정부에서 일해 본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책 당국의 의도보다도 그 밑바탕을 흐르는 현장의 정서가 훨씬 더 중요하다. 최근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지난 11월 29일 서울 상암동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린 전통문화 콘텐츠 콘퍼런스를 통해서이다. 한국국학진흥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문화부의 지원으로 공동개최한 이 자리에는 우리 문화산업을 짊어진 콘텐츠 현장의 많은 일꾼들이 모였다. 이름만 들어도 젊은 층들이 환호하는 유명 만화작가를 비롯하여 영화감독, 출판전문가 등이 참석한 이날의 화두는 한결같이 ‘우리 이야기’에 대한 높은 관심과 활용 가능성이었다. 특히 한국국학진흥원이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발굴 사업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뜨거웠다. 선비들의 일기는 민간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토리텔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역사 속 평범한 개인들의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생생하게 녹아 있어, 중앙의 왕조실록이나 일정한 편집과정을 거치는 문집류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가 무궁하다. 예를 들면, 도망친 노비를 몇 년간 추적하다가 결혼하여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고는 가정을 보호해 주기 위해 손해배상만 청구하고 노비소유권을 포기한 사례라든가, 말을 훔친 도둑을 잡아 호송하는 과정에서 부주의로 범인이 죽자 관청에서 죽은 범인의 절도보다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엄중조사에 착수한 일화가 그런 것들이다. 이를 통해 엄격한 신분사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신분보다 ‘사람’에 더 관심을 기울였던 선현들의 가치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은 거대 담론보다 우리 정서에 와 닿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당일 콘퍼런스에 참석한 200여명의 젊은 콘텐츠 전문가들을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만든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콘퍼런스를 지켜본 소감은 한마디로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감지되는 ‘우리 것’에 대한 목마름이다. 많은 참석자들이 전통기록에서 콘텐츠 소재를 발굴하는 작업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표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일기류 스토리텔링 현장 투어의 일환으로 안동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일부 참석자들은 그때의 경험을 가히 ‘충격’이었다고까지 표현하여 한 번 더 놀라게 하였다. 당시 문화적 체험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참석자들의 소감을 종합하면, 그것은 우리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스토리텔링의 광맥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그 현장이 후손들의 삶 속에 아직도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 것에 대한 욕구가 문화정책과 학자들의 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대중과 무시로 호흡하는 문화현장 일선까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문화가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첫째 요소이자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첨병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이 같은 분위기는 확실히 고무적이다. 이런 움직임이 더 확산되어 우리 전통을 바라보는 주류적인 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로 부강한 나라를 염원했던 백범 선생의 소원처럼, 이것이 새로운 한 해를 기약하면서 우리 모두가 품어봄직한 희망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文 ‘새 정치’ 완결판… 야권 총결집 승부수

    文 ‘새 정치’ 완결판… 야권 총결집 승부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정당론’을 내세우며 ‘대통합 내각’ 구상안을 밝힌 것은 대선을 10일 앞두고 ‘새 정치’를 집대성해 야권 세력을 총결집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문 후보 측은 후보의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돼 표심으로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일주일에서 10일 정도로 보고 이날 승부수를 던졌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대선이 10일 남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사실상 이번 주가 선거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간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문 후보의 막판 승부는 변화와 혁신, 국민통합이라고 하는 키워드로 정리된다.”면서 “오늘 발표한 내용은 문 후보의 정치·민생 혁신 구상을 종합적으로 집대성해 국민들에게 발표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후보가 “새로운 정치질서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정치 혁신안은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새 정치’의 완결판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국정 운영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의 정부’를 꾸리겠다는 것 또한 정당 중심의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함으로써 새 정치에 ‘화룡점정’을 찍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가 이날 언급한 ‘국민정당론’도 같은 맥락이다. 우 공보단장은 “지역과 계층, 이념을 극복한 통합 정당을 의미하며 (문 후보가) 필요하면 신당 창당도 열어놓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한 분들과 다음 정부의 정치·정책·국정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자는 구상”이라면서 “아직은 밖에 계신 분들과 구체적인 창당 계획까지 논의한 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기자회견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 정치적 공조를 통해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시리즈를 끝내며…기획·필자 5인 좌담

    [선택! 역사를 갈랐다] 시리즈를 끝내며…기획·필자 5인 좌담

    ‘선택! 역사를 갈랐다’ 연중시리즈가 2월 20일자 제1회 ‘선덕여왕과 김춘추’를 시작해 고대국가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등을 거쳐 제37회 ‘이승만과 박용만’을 마지막으로 12월 3일자로 막을 내렸다. 역사의 라이벌을 내세워 당시 이들의 주장과 선택이 이후 한반도 역사에 미친 영향들을 평가하는 기획으로, 인물비교라는 신선한 접근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시리즈의 공동기획에 참여한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와 집필자로 참여한 주진오(55)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임기환(54) 서울교대 교수, 계승범(52) 서강대 사학과 교수, 한명기(50) 명지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 6일 서울신문에서 문소영 문화부 차장 사회로 시리즈의 의미와 성과, 오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좌담을 가졌다. 사회자 임기환 교수가 ‘선덕여왕과 김춘추’를 써주셨고, 주진오 교수가 마지막회에 실렸던 ‘이승만과 박용만’을 비롯해 4회 집필을 맡아주셨다. 계승범 교수는 정조 때의 ‘김종수와 채제공’, 한명기 교수는 인조 때의 ‘최명길과 김상헌’을 써주셨다. 참여한 학자로 이 시리즈를 평가해 달라. 임기환(이하 임) 올 2월 약간 쌀쌀할 때 글을 쓴 기억이 나는데 벌써 12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 시리즈는 애초에 한국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기획된 것이었다. 유권자들이 다음 주 대선 후보를 선택할 때 조금이나마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명기(이하 한) 무거운 주제를 갖고 장기간 독자들과 호흡하는 게 사실 어려운데, 잘 마무리된 것 같다. 독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었다. 신문사에서 좀처럼 하기 힘든 기획이었다고 본다. 기획의 성패를 떠나 사람들이 잘 몰랐던 지식을 자세히 전달했고, 자연스럽게 역사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계승범(이하 계)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얘기들을 특정 주제로 엮어냈다.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현재 한국의 역사와 관련지어 대중이 반면교사 할 수 있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주진오(이하 주) 사람은 늘 선택을 하며 사는데,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알고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이런 걸 역사 속에서 알아봄으로써 독자들이 내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앞으로 선택해야 할 때 도움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계 이 기획시리즈에 영감을 얻어서,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듣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학생들의 부모나 조부모의 개인적 선택을 당시 역사환경 등을 연결시켜서 인터뷰하고 리포트를 쓰라는 것이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박혜숙 대선이라는 가장 큰 정치적 선택이 화두가 될 것이고, 역사학자의 발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동기획을 하게 됐다. 사회적 이슈에서 역사학계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는데, 이런 방식의 작업이 그 대안이 되지 않겠나.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선덕여왕을 1번으로 하자고 했다. 사회자 역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게 생각한다.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나. 역사는 왜 중요한가. 주 세상 살기 힘들고 바쁠 때 ‘500년 전, 1000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굳이 알아서 뭐할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안다는 것이 결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계 과거에 일어난 어떤 현상이나 사건이 현재의 나와는 무관하고, 그 사건을 나의 삶과 연관시키지 못하니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역사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 완료 진행형’으로서의 역사이고 개인의 삶과 모두 연결돼 있다. 20세기는 세계사적으로 볼 때 파란만장한 시대다. 그런데 20세기 역사학이라는 것이 ‘이념의 시녀’로 전략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신입사원에게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면, 25%는 대학 교양강의 듣는 걸로 충분하다고 하고, 25%는 사극 보는 걸로 공부를 대신한다, 25%는 책을 사볼 정도로 관심 있고, 나머지 25%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라고 답한다. 고리타분한 교과서 중심의 역사교육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이걸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역사교육이 문제다. 또 한국 근현대사는 성공하지 못한 역사이기 때문에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 있다. ‘역사가 정치에 복무했다.’라는 비판도 있다. 임 해방 이후 1960~1980년대 역사 얘기할 때, 평가하기 이르다고 미룬다. 그런데 불과 10년 전의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신랄하게 이뤄지고 있다. 말이 안 된다.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지금의 맥락 속에서 평가가 가능하다. 꼭 시간이 지나야 평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가까운 시대에 대한 평가를 역사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게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 교육이었다. 시간 속 단절, 즉 화석화시키다 보니 고리타분한 것으로 인식되어온 거다. 입맛대로 역사적 진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주 이념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땐 곤란하지만, 현실에서 역사인식이 넘칠 땐 학자들이 이런 세태를 올바른 역사 접근 방식을 통해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1980년대와 비교해 요즘은 아무래도 정치적 인식, 소명의식 이런 게 사라지지 않았나 싶다. 임 요즘 고등학생 등의 역사의식이나 각성은 국민교육 시스템 때문에 불가능하다.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 국민교육 시스템이다. 국가에서 용인한 교과서대로 가르쳤는지 감시하고, 시험을 통해 평가하려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교육의 목표나 시험제도나 교과서의 발간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주 이를테면, 국사편찬위원회가 천재교육에서 나온 중등교과서 검정심사를 한 뒤 ‘이한열 사망 사진’을 저자(주진오 등)의 허락도 받지 않고 삭제할 것을 요구해 올 가을에 파동이 일었다. 사실 내년부터 교과서가 바뀌기 때문에 검정심사를 내년에 해야 하는 것인데 정부가 조급하게 앞당긴 것이다. 계 미국은 교과서라는 것이 아예 없다. 텍스트북이라 부르지만 교과서가 단순히 읽을 자료일 뿐이다. 사회자 한반도 역사에서 여러 차례 중요한 선택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나. 임 고대를 다룬 4편 중 2편이 7세기를 다뤘다. 초점은 신라는 어떻게 생존하고 살아남았느냐. 백제와 고구려는 왜 패망했는가가 중요했다. 한 삼국통일 이후 대륙 쪽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했거나 봉쇄됐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중앙으로 진출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진취적 기상이 사라졌지만, 덕분에 그나마 정체성을 갖고 살아남았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조선족 교수에게 배운 한족 학생들이 “왜 중국이 한반도를 삼키지 않았느냐.”고 질문해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청나라, 몽골, 만주, 여진, 거란 등이 중원을 차지했다가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거나 사라져버린 걸 보면 한국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뭐였는지 찾는 게 중요하다. 임 그것은 고려시대 때로 돌아가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신라가 삼국통일 했을 때 당나라 중심의 질서를 수용하겠단 의미였다. 한 허목(1595~1682)은 조선인들이 기국(器局)이 작다고 말했다. 영토의 크기는 생각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계 제국의 질서를 수용하는 대신 왕조의 안녕을 인정받았다. 조선은 16세기 말 왜란과 17세기 초 호란을 겪고서도 자구책을 만들었다기보다 오히려 과거의 기억에 묶여 있었다. 18세기 실학자나 양반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아무리 청나라가 싫어도 몽골제국 때부터 중화질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거다. 국가 경영자로서 중요한 기로인데 자구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자기 기득권에 매달렸던 선택이 한국 문명사 차원에서 볼 때 잘못되지 않았나. 결국 근대라는 쓰나미가 밀려올 때 쓸려 갔다. 주 우리 역사에서 식민지 역사는 아주 중요한 갈림길이다. 후발국가가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내부 개혁과 열강 사이에서 살아남도록 적극적인 외교 정책이 필요했다. 고종의 책임이 크지만 동시에 근대개혁론자들의 태도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너무 쉽게 일본의 프레임에 갇혀 일본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조선 문제를 봤다. 일본의 모델을 통해 근대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군사, 정치, 그리고 사상적으로까지 무장해제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저항적으로 쉽게 일본 식민통치를 받아들였다. 이런 것들이 일제 하 독립운동이 구심점 없이 많은 조직과 방식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원인일 것이다. 임 개화 이후 지식인들은 사실 일본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겉으로는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이 대비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변형일 뿐이다. 우리만의 시각, 프레임을 갖지 못한 게 아쉽다. 해방 이후 이게 더 큰 문제가 된 게 아닌가. 계 개화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바꾸자 했던 건 사실인데, 이 사람들 중엔 정말 주권이 위기에 닥쳤을때 총칼 들고 저항한 사람이 없다. 주된 핑계는 이미 늦었다는 것인데, 위정척사파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이 애국자로 칭송돼 왔다. 여기서부터 한국 근대사가 꼬이기 시작했다. 주 사실 위정척사파들 중 의병활동한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당시 유학자들의 대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가 자결이다. 둘째가 의병인데 얼마 안 된다. 세 번째는 더러운 땅 떠나서 자기 뜻 지키기 위해 섬으로 들어가는 것을 저항인 것처럼 여겼다. 우리 역사에서 의병들의 모습 을 볼 때마다 울컥한다. 의병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좀 그렇다. 안타깝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조선왕조로부터 받은 게 뭐가 있다고 저러고 있었을까. 양반과 지식인 등은 의병을 화적떼라고 손가락질하는데 말이다. 사회자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유튜브에 ‘백년전쟁’이란 동영상을 무료로 공개했다. 이승만이 미국에서 한 독립운동의 실상과 무장독립운동가인 박용만을 음해한 내용, 박정희 정권의 경제발전 배경에 미국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것을 보고 ‘멘붕’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주 이승만이 어떻게 임시정부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싶다. 특정 논리, 지역적 기반에 입각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외세를 등에 없고 실질적 지도자가 되다 보니까. 지도력에 대한 인정 여부가 약화되는 거다. 또한 이승만은 일제 말기에 VOA(미국의 소리) 전파를 탔고,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이승만은 프로파간다의 귀재로, 한국 최초의 마키아벨리적 정치 인물로 볼 수 있다. 계 중요한 자료들이 공개된 것 같은데, 지금껏 공개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역사를 볼 때 국내 시각에서만 보지 말고 미국이 깔아놓은 동아시아 무대 위의 이승만·박정희의 위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교 수업 자료로 써야겠다. 한 현대사뿐 아니라 교과서도 자료가 굉장히 제한돼 있다. 역사적 평가는 사실만 알려줘도 바뀐다. 알려져 있는 제한된 사실 자체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대통령기념관 만들 때 잘한 일, 잘못한 일을 모두 포함하면 문제는 없다. 근데 나쁜 건 다 빼버리니까 문제다. 사회자 대선 후보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이게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까. 임 유신시대가 자기가 살아온 시대였기 때문에, “그 시대가 문제가 없다.” 라고 한다면 그가 집권한 뒤에 언제든 그 시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그 시대의 공과를 얘기해줘야 하는데, 역사적 평가로 미뤄버리는 것은 과거의 과실도 재현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계 최고통수권자의 철학에 유동적인 역사인식, 즉 현재진행형으로서의 역사인식이 없고, 내 생각만 옳고 다른 생각은 틀렸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것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의식에 매몰되는 것이다. 한 최고 권력자의 역사인식을 본인이 아니면 누가 교정할 수 있겠나. 조선시대처럼 경연을 통해 국왕을 계속 개혁시키고 그렇다면 모를까 어렵다. 무엇보다 겸손이 중요하다. 인간의 삶 자체가 굉장히 다양한데 하나의 틀 안에서 다른 삶의 형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겸손이 없는 것이다. 한 의사가 “불치병을 고치려면 7년 묵은 쑥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고 치자. 그 환자는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일단 쑥을 뜯어 말리고 묵혀야 1년이 되고 7년도 되는 거 아니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나로호 문제만 봐도 그렇다. 러시아에 돈을 지불하고 의존할 텐가. 지금 좀 늦었더라도 독자적으로 로켓 개발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주 과거에 대한 인식이 곧 현재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역사인식이 중요한 거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은, 본인의 정치적 자산인데 어려울 거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박근혜 나이 스물여덟이었다. 소녀가장이라는 식으로 변호하면 안 된다. 아무리 아버지더라도 반성할 일은 반성해야 새로운 정치적 비전이 생긴다. 한 겸허의 문제다. 정권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5년 전 한 대통령 후보가 “부자됩시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얼마나 천박했나. 사회의식이 두텁고 겸허해야 하는데 한국사회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주 박정희가 언제나 선거에서 이겼고, 분명 그 시대에 박정희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선택이 이런 지도자를 정치적 지도자로 뽑을 만큼의 수준밖에 안 되는가 싶다. 계 1960, 1970년대를 절대진리로 생각하고, 시대와 역사적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절대진리를 적용하면 안된다. 사회자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반복하면서 실수했다면 무엇이 있을까. 계 역사교육의 부재, 기록 문헌을 남기지 않고 비공개했던 건 문제다. 해외 파병을 놓고 찬반이 갈렸다면 토론하고 그 결과를 남겨야 그 다음번에 파병문제를 논의할 때 한 단계 높아진 단계에서 토론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안 되기 때문에 반면교사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다. 한 망각이다. 오랜 기간 동안 험악한 역사를 겪다보니까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일본인이 한국인들에게 “옛날보다 냄비가 두꺼워졌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정권에 불리한 어떤 이슈도 두 달만 되면 덮여진다.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박경리 작가는 사망 후 유고집에 ‘해방 직후 일제에 강제 징용됐다가 고생한 사람들이 집 근처에 서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말하길 ‘저렇게 안 웃으면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 것인가’. 어떤 화두를 잡았을 때 진지하게 이끌고 나가야 하는데 언론, 지식인들의 이런 역할이 부족하다. 제주 강정마을이 논란인데 해군기지를 세우자 말자는 논의만 있고, 기지에 과연 배치할 군함은 있는 것인지는 논의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주제를 선정하고, 망각의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 부정적인 것,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살아 있다. 반복된다는 건 개선이 안 됐다는 얘기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결국엔 개선의 의지나,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목표 등이 없어서다. 대선이나 뭔가 이슈화되는 과정에서 누구의 정책이 옳은가 하고 소극적인 선택들을 하는데, 바꿔야 될 것들을 바꾸는 데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나. 주 시대적 환경에 따라 비슷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완전한 반복은 아니다. 오늘날 한반도의 국제정세가 19세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100년 전 국제정세와 어떻게 비슷한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편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반복적 현상에 대한 치열한 비판과 탐구가 필요하다. 이 정부 들어 역사 교육 비중을 약화시키고, 수업 시수도 형편없이 줄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을지 답답하다. 사회자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역사적으로 올바른 선택이 있다면. 임 선거 목표중 하나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로의 이행이다. 사실 모든 선거에서 그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선거들이 있다. 민주적 사회 질서를 확장해가는 그런 기준을 가진 후보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한 통시대적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훌륭한 나라라는 개념은 일반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다. 의병이 될 필요가 없는 나라를 만들어주고, 정치를 술자리의 안주로 안 올릴 수 있게끔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계 유권자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 역사가 어떻게 굴러왔고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후보에 대해 정확하고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니까, 민주공화국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우린 그 총수를 뽑는 것이다. 주 최근 정치인들 모습을 보면서 구시대가 부활할 위기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시대에 다양한 변화와 그 변화와 발전이 확대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은 산업화는 뒤늦었지만, 정보화 시대는 앞서갔다. 이 흐름이 민주정치 리더십과 맞물린다고 생각한다. 재벌 위주의 경제 틀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공존하는 사회, 민주정치가 기민하게 작동해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다시 재벌, 기득권 위주에 갇히면, 5년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계 올해 제대로 선택을 못하면 5년 뒤에 대통령 선거 못할지도 모른다(웃음). 정리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금호아시아나 ‘솔선수범’으로 위기 극복”

    “금호아시아나 ‘솔선수범’으로 위기 극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내년 경영의 화두를 ‘솔선수범’으로 잡았다. 인사에서도 능력이 되더라도 성실성과 태도가 좋지 않으면 승진에서 탈락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내년 대내외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회장인 나부터 앞장서겠다.”면서 “직급이 높을수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며 사장단의 동참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은 ‘솔선수범’을 임직원 인사의 중요 기준으로 삼고, 세부 지침으로 ▲능력이 뛰어나도 성실하지 않으면 중용하지 않기 ▲거짓말하는 임직원은 승진에서 탈락 ▲업무상 부정이나 윤리적 문제 엄벌 ▲조직 내 파벌 형성 금지 등으로 정했다. 박 회장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태도와 성실성을 강조해 왔다. 그룹 관계자는 “지난 8월 그룹 임원 전략세미나에서도 박 회장은 리더의 덕목으로 솔선수범, 판단력, 결단력, 추진력을 꼽았다.”면서 “모든 일이 그렇지만 기업 운영과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기본을 튼튼하게 하자는 뜻”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금호가 내년 경영 방침을 솔선수범으로 정한 것에 대해 박 회장의 군기 잡기라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기옥 사장이 옷을 벗은 데 이어 얼마전 아시아나항공의 여객담당 임원도 부실한 보고를 해 해임됐다.”면서 “전반적으로 그룹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이 임원들의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대선 정책 검증] (7·끝) 여성·보육 공약

    [대선 정책 검증] (7·끝) 여성·보육 공약

    우리나라 대선 최초로 유력한 여성 후보가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 육아, 일자리 창출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의 여성 정책은 다른 공약에 비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정책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비중 감소, 여성 경제활동 저하, 기회의 불평등, 비정규직 증가 등 사회 성숙과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하는 각종 병폐와도 맞닿아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전 세계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이지만, 한국은 특히 그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정책을 정교하게 제시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출산장려 정책이 핵심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여성경제활동에 방점을 찍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세부 실행 계획이 부족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남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는다면 여성은 61만원가량 받는다는 얘기다. 2위인 일본(29%)과 비교해도 10% 포인트 차이가 난다. 여성 임금은 2000년에도 남성 대비 40%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였다. 일본이 2000년 34%에서 2010년 29%로, 미국이 23%에서 19%로 격차를 줄이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1989년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우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명시했지만 실제 집행이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로 들어가면 심각성이 더 크다. 올해 3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3월 기준 여성 비정규직은 448만 9000여명으로 1년 전 441만 4000명보다 7만 5000명 늘어났다. 반면 남성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388만명으로 지난해 3월 389만 8000명보다 1만 8000명이 줄어들었다. 고용형태의 차이는 남녀 간 임금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미달자 중 기혼여성 비율은 51.9%로 절반이 넘는다. 여성의 고용 불안은 출산율 저하를 낳고 노동가능 인구 감소를 불러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여성이 일자리를 갖지 않고 전업주부로 지내도 출산율이 늘어난다는 논리는 일부 외벌이 고소득 가정에 해당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문제 제기에 따른 남성 역차별 논란 때문에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때마다 여성정책이 번번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두 후보 공약의 문제점으로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채 개별적인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여성 배려와 보육 지원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들을 제시했으나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여성 일자리 정책은 지엽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여성·보육 정책은 박 후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일자리 대책도 비교적 다양하게 제시했지만, 참여정부 정책의 연장선상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성일자리 정책 박 후보는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민간 부문에서 여성인재 10만명 양성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 도입 ▲여성관리자 확대 민간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여성인재 아카데미를 설립해 여성 리더 육성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공공기관에서부터 여성 일자리를 확대해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성인재를 육성, 여성의 사회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반면 문 후보는 ▲사회복지분야 서비스 여성일자리 40만개 확충 ▲성별 임금격차 해소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절반으로 축소 ▲장관직 등 고위직에 여성 30% 이상 기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성의 공공부문 진출을 확대한다는 면에선 박 후보의 공약과 유사하지만,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축소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게 다른 점으로 꼽힌다.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박 후보의 공약 중 여성 일자리 창출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으로 여성을 채용하는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꼽았다. 다만 “여성 관리직 확대보다 시급한 문제인 여성 비정규직 문제나 성별임금 격차 해소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문 후보가 여성근로자 절반 축소와 임금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남희 서울대여성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박 후보의 정책 중 적합성이 가장 높은 공약으로 공공기관 여성관리자 목표제를 꼽고 “여성인력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권한이 있는 관리직 여성 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모델을 제시하고, 민간의 변화도 견인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공공부문, 특히 돌봄 분야의 일자리 확대와 처우 개선은 중요한 과제”라며 “여성 근로자 중 돌봄 영역 종사자의 비중이 높아 적절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성일자리 대부분이 불안정한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는 산업 구조와 현실이 정책 의지로 어느 정도 변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두 후보의 여성 일자리 정책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 비정규직의 60% 이상이 10인 이하의 영세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어, 고용안정을 위해선 중소 영세업체 안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10인 이하 사업장은 정부가 4대 보험 중 고용보험을 부담해 주거나 사업장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민간기업 인센티브 공약이 이와 비슷하지만, 업체 성격에 따라 지원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공공부문에 많기에 공공부문과 공기업부터라도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면 여성은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보육 정책 여성 일자리 창출과 병행해야 할 정책이 보육 지원이다.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도록 보육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것이 두 후보의 보육 공약 핵심으로 꼽힌다. 가장 참신한 공약으로는 전문가 대부분이 두 후보의 공통 공약인 남성 출산휴가 보장을 꼽았다. 박 후보는 남성 출산휴가를 100% 유상휴가로 한달간 제도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문 후보는 남성 육아휴직 1개월간 통상임금을 100%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수는 “이 공약이 실현된다면 남성의 양육과 돌봄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젠더 관점이 강화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예산 부담, 기존 노동관행과 성역할 분담 인식에 따른 재계의 반발이 예상돼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참신하지만 대기업을 위한 것이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출산휴가 3일을 쓰는 것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인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한 달간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사표를 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보다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 100% 유상휴가를 육아휴직으로 보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두 후보는 이에 대한 대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남성의 출산휴가가 유급으로 바뀐다면 오히려 산모의 출산휴가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무상보육 전면 확대’, ‘셋째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등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으로 꼽았다. 박 후보는 0~5세 양육수당 지급, 임신 중 부분적 근로시간 단축제, 셋째 자녀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을, 문 후보는 0~5세 무상보육 전면 확대, 12세 미만 아동도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 출산장려금 지급 확대 등을 보육 정책의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예산이다. 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이를 감당할 예산 확충이 가능한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때문에 재원 마련이나 세부 실행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정책검증단 명단 김은희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이남희 서울대여성연구소 책임연구위원.
  • 2차 TV토론 화두는 ‘경제 민주화’

    2차 TV토론 화두는 ‘경제 민주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0일 2차 TV토론에서 경제·복지·노동·환경 분야를 주제로 다시 맞붙는다. 박 후보는 9일 외부 일정 없이 삼성동 자택에 머무르며 경제·복지 공약을 점검했다. 박 후보는 자신만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하우스푸어 대책, 국민행복기금 조성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 등 민생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정책·메시지 단장은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수 있는 세력과 없는 세력 간 대비가 뚜렷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와 차별화된 정책으로 자신이 경제민주화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정공법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민 미디어단장은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재벌·관료집단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고, 참여정부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경제민주화를 실제로 추진할 동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이날 토론 준비를 위해 대방동 당사에서 나와 이동하던 중 타고 가던 승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수행 차량과 추돌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휴식을 취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시론] 복지와 외교안보/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시론] 복지와 외교안보/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짓 남았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경제다. 여야의 두 후보 모두 어려운 서민의 삶을 어루만질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역설한다. 전 세계가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에 떨고 있는 가운데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민심을 사려면 당연히 경제문제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개인의 수입은 줄면서,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가계 부채가 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마당에 지도자가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사안이 민생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경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안보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것이다. 두 후보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실용적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은 과거에 비해 균형 잡힌 모습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우리 앞에 놓인 외교안보 과제의 험난한 파도를 넘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차기 정부, 아니 21세기 초 한국의 외교안보는 앞으로 세 가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북한문제이다. 지속되는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도발 가능성은 한반도 안보를 둘러싸고 항상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더욱 큰 도전은 불확실한 북한 체제의 미래이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다. 지난여름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심실세이던 이영호 총참모장의 갑작스러운 숙청은 막후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암시한다. 최근 북한이 뜬금없이 예고한 위성 발사는 예측 불가능한 북한체제의 위험성을 또다시 드러내 주었다. 미국 외교협회의 한반도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가 말한 것처럼 북한 내부에서 군부 지도자들 간에 유혈사태라도 발생할 경우 한반도는 최악의 혼돈상태에 빠질 것이다.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화평발전의 구호 속에서도 중국의 군비가 빠르게 증가하는 사실은 19세기 말 청·일전쟁 패배의 치욕을 기억하는 중국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영토를 둘러싸고 러시아, 한국, 중국과의 연이은 갈등에 놀란 일본의 민심은 만성적인 경기침체 속에 시들어 가던 보수 우익의 목소리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외교 축의 대전환을 선언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한·미동맹에 새로운 위상을 부여함과 동시에 대중국 봉쇄의 부담을 우리에게 안긴다. 어느새 한반도가 패권 경쟁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된 것이다. 셋째, 당면한 외교안보 과제는 더욱 힘들어진 반면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원 마련은 갈수록 어려운 현실이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누구나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복지와 국방을 선택하라면 슬그머니 국방은 뒷전으로 가는 것이 국민의 팍팍해진 인심으로,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게 정치권의 현실이다. 올해 약 100조원으로 국민총생산(GDP) 대비 10%에 채 못 미치는 우리의 복지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노령화를 고려하면, 정부지출에서 복지비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복지비의 3분의1밖에 안 되는 국방비가 줄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젊은 층 인구의 감소로 오는 2020년이면 현재 60만명에 달하는 국군 병력은 50여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선거기간 내내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던 미국의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자신이 안보문제를 놓고 이렇게 고심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않았다고 술회한 바 있다. 우리 차기 정부야말로 심각한 외교안보 과제의 도전을 맞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시급한 일은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안보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복지도 없다.
  • [대선 정책 검증] (4) 경제민주화

    [대선 정책 검증] (4)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화두는 이번 18대 대선에서 여야 유력 후보들에게 ‘금과옥조’의 조항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경제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야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선 공약 첫머리에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경제 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진 반면 경제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고 공정한 경쟁 기반도 무너졌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현 가능성과 참신성, 정책 효과 등으로 나눠 평가했을 때 실현 가능성 면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참신성·정책 효과 면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였다. 박 후보의 공약은 주로 공정 거래와 대기업의 부당 행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적 종합적으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경제민주화를 하면서도 기업 투자 위축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핵심인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친다’는 식으로 언급해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후보는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고 중소기업, 서민은 대폭 지원한다는 점에서 ‘과감하다’와 ‘포퓰리즘 측면이 있다’로 평가가 엇갈렸다. 재벌 개혁에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상한 축소 등 강력한 기준을 내걸었다. 중소상공부,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독립 기구 신설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4일 두 후보 공약에 대해 “국내 경제의 글로벌화와 산업 경쟁력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경제민주화 논의는 모래성 쌓기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나 외부 경제 충격이 올 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자생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 거래 질서 확립과 이른바 ‘국민정서법’의 작동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실현 가능성 실현 가능성에서는 박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 문 후보가 중소기업 보호와 재벌 개혁, 금융민주화, 노동민주화 등 전 분야에서 비교적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현실 여건을 고려해 순환출자는 신규분만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 해소에 치중했다.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호평을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구조 개혁보다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 공정성 강화, 단기 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서 “근본 개혁보다는 현재 패러다임 유지에 그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법 체계나 기득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아 법적 저항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산 분리는 다른 분야의 공약과 대비할 때 강도가 센 편이라 반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후보의 골목상권 정책 가운데 원자재 가격·납품단가 연동제, 이익공유제 등은 대기업 저항이 거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회계 정보에 대한 비밀 보장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소송처럼 법적 분쟁을 잇달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 교수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지만 실행을 위한 장치들이 더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순환출자분 3년 내 해소’ 등은 경제성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신성 박 후보의 정책은 대체로 과거 참여정부나 민주당에서 먼저 언급한 정책들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약자 보호 정책은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 정책별로 참신한 대목들은 눈에 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화물운송기사 등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게 한 부분 등은 보수 정당 후보로서는 참신한 내용이라고 평가받았다. 납품단가 협상력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한 방안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전반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 금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시장 자율 규제 시스템에 권한을 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문 후보는 경제양극화의 근본 대책인 금융 민주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금융감독 체계 혁신은 검증에 참여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후하게 평가했다. 금융소비자 전담기구 독립, 금융계열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등은 문제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발상도 새롭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정책 의도는 저축은행 사태 등에 비춰 주목받았다. 중소기업 분야에선 정부의 무조건적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신용중재센터, 지역 재투자법 등 간접 지원을 통해 신용경색을 해결토록 한 부분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상공부 신설,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 부여와 지역 단위 공공기술인력지원센터 설립 등이 신선하다.”고 밝혔다. ●정책 효과 정책 효과 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할 때 문 후보의 공약이 다소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의 재벌 개혁 정책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개혁 의지가 부족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중평이 나왔다. 현 정부에서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거나 대기업 등 기득권 세력이 수용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만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산 분리 강화가 꼽혔다. 대기업의 변형된 금융산업 지배력을 규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단기협상권 부여 역시 구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다만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액주주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이나 집중·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사전 경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의 정책 가운데 기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하향 등은 실행되면 파급력이 크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환출자 금지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이 많지 않은 데다 회피 수단도 얼마든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지주회사의 금산 분리 엄격 적용, 개별 회사의 지배 구조 기준 강화, 총수의 편법 경영권 승계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재벌 개혁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정책 실행 과정에서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처방도 제시됐다. 중소기업·서민 중심 정책이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 교수는 “근로자의 경영 참여 등은 강성노조가 많은 한국 여건을 감안하면 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비쳐 기업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진한 점 박 후보의 공약에서는 금융산업 개혁이나 조세·재정 개혁안에 대한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벌 개혁 면에서도 순환출자의 단계적 폐지를 비롯해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하 교수는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분을 모두 인정하는 것은 여러 합당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너무 봐준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해소, 의결권 제한 등 보완적 수단도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경제민주화의 한 축인 금융 정책이 사실상 빠져 있다.”면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개혁의 부작용과 재원에 대한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중소기업, 서민경제 등의 분야에서 사회 전반의 활력을 이끌어낼 구체적 전략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재벌 개혁으로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해소된 이후 이를 대체할 중소기업의 효과적인 육성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쪽 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후보는 창조 경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문 후보는 중소기업 지원을 각각 내세웠지만 모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정책검증단 명단]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도약하는 대학] ‘산학실용 명문’ 동명대학교

    [도약하는 대학] ‘산학실용 명문’ 동명대학교

    ‘산학실용 교육 명문대학’ 올해로 개교 33주년을 맞은 부산 동명대학교가 산학실용 교육 명문대학 실현을 위한 ‘2020 비전 선포식’을 갖고 또 한번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학교 측은 산학실용이란 슬로건에 걸맞게 최근 비전선포식을 통해 앞으로 산업계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신입생 동기유발 학기제 도입 등 신선 동명대의 2020 비전에는 대학경쟁력 기반 재구축을 위한 20개 핵심지표와 ▲14개 전략과제 ▲64개 실천계획과 시책 등을 담았다. 비전은 크게 교육 혁신, 조직역량 혁신, 대학문화 혁신 등 3개 분야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학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지역 사립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동명대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유일하게 10년 연속 교육과학기술부 산학협력중심대학으로 뽑혔다. 올해에는 산학협력선도대학, 선취업 후 진학 선도대학으로 지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산학협력선도대학으로 선정됨에 따라 정부로부터 향후 5년간 2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이는 오로지 산학협력 대학을 표방하며 한우물을 판 결과물이다. ●취업률 꾸준히 상승·박람회 큰 호응 부산발 교육혁명의 주역인 설동근 전 과기부 1차관이 지난 6월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대학 캠퍼스에는 또 한번 개혁과 변화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입생 동기유발학기제와 융·복합형 교육과정 확대, 외국어 집중교육 활성화 등을 통한 학생교육만족도 제고, 기숙사 자율급식 시행, 교과목 지속적 품질개선(CQI) 등을 통해 학교 발전과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 기숙사 자율급식과 부산지역 최초 신입생 동기유발 학기제 도입 등은 타 대학에는 없는 차별화된 시책으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하는 신입생 동기유발 학기제는 신입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정보보호학과, 미디어공학과, 자동차공학과 등 5개 학과와 자율전공학부가 참여한다. 이와 함께 최근 교육계의 화두인 융·복합형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교과목 CQI 등으로 교육의 품질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1200여개 가족기업(자매결연기업)을 보유한 동명대는 공부사랑공동체, 학습공동체 등 산업체 친화형 교육 등을 통해 학과 특성화를 강화하고 있다. 산학협력대학 육성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동명대의 2단계 산학협력 중심대학 육성사업은 올해 부산시 지역대학 인재양성사업 평가결과 기계부품, 항만물류, 정보기술(IT) 융·복합, 연구개발사업화 등 기술교류 활성화를 통한 산학연관 연구개발 협력네트워크 구축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지난달 부산시장 표창을 받았다. ●산업체 친화형·글로벌 마케팅 체험 실용을 표방한 학교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취업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총장 이하 교직원, 학교재단 등이 힘을 합쳐 뛰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10년 56.6%, 지난해 59%였던 취업률은 올해 64%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10월 29~30일 전국 최초로 교내에서 열린 ‘산학협력성과 종합발표회 겸 가족기업 취업 박람회’에는 8000여명의 학생과 지역 기업체 관계자가 참가했다. 학생들에게 글로벌 마케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10월 16일 학생 30여명을 태국 방콕에 보내 우리나라 제품을 현지민에게 직접 판매토록 한 ‘보부상 체험’도 그중 하나다. 당시 체재비 및 항공료를 학교에서 모두 부담했다. 설 총장은 “동명대가 취업에 강한 대학이란 취지에 맞게 앞으로 특색 있고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글로벌 시대] 글로벌 리더를 소망한다/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글로벌 시대] 글로벌 리더를 소망한다/이혜주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 상무

    우리나라처럼 정치권 뉴스가 1년 내내 주요 메뉴가 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선을 앞둔 요즘은 쏟아지는 정치 관련 뉴스에 혼란스러울 정도다. 정치에 식상하면서도 국민들의 관심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 자원 빈국의 좁은 국토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역량을 키워야 하고, 이를 이끌어낼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이번 대선과 차기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하겠다. 근대 이후 우리 정치가 국가발전에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경제계 인사들이 정치를 보는 눈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있는 정치권에서는 글로벌 리더십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기업들이 일찍부터 글로벌화를 서둘렀기 때문이다. 일본이 오랜 기간 경제적으로 고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이것 역시 대외적인 요인보다는 일본 내 ‘글로벌 에너지’의 고갈에서 찾고 싶다. 기업 운영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즉, 성장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도 당분간은 기업이 성장하는 듯 굴러간다. 착시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착시현상을 간파하지 못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글로벌화에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일본은 아날로그 시대에 단연 글로벌화의 선두에 있었다. 한때 소니의 TV와 워크맨, 도요타와 닛산의 자동차, 일본 종합상사의 세일즈맨은 글로벌화의 총아였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 자만했고, 변화와 혁신을 등한시했다. 글로벌화의 에너지가 고갈된 것이다.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 쇠멸한 이유도 세계를 향해 달리던 ‘말’이 달리기를 멈추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위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내외 여건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무역 규모가 더 늘지 못하고 지금의 1조 달러에 머문다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신시장 개척의 채찍을 높이 들고 더 넓은 곳으로 내달려야 한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反)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의 원인 제공자는 글로벌화를 막고 있던 통치권자들이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단초가 됐지만, 옛 소련이 붕괴된 것도 글로벌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중동에서 글로벌화로 성공한 나라가 있다. ‘창조 경영’의 화두를 던진 작은 도시국가 두바이다. 두바이가 최근 10여년 만에 사막의 기적을 일군 것으로 아는 이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석유 매장량이 적어 자원 고갈이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서 라시드 왕은 어촌도시로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간파하고 1970년대부터 국가발전 청사진을 만들었다. 국교(國敎)는 무슬림이지만 다종교와 다문화를 수용하고, 술을 허용했다. 이슬람 국가들의 이단이 되는 길을 택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글로벌화를 통해 물류·관광·금융의 허브를 지향한 결과, 두바이는 수많은 외국인이 오가며 돈을 쓰는 ‘중동의 뉴욕’이 됐다. 현재 두바이에는 자국민이 10%도 되지 않는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죽의 장막’을 걷어낸 이래 글로벌화를 위한 가속 페달을 쉼 없이 밟아 왔다. 세계 어디를 가도 중국인과 중국 상품이 넘친다. 낮은 가격과 물량 공세로 승부하던 중국은 이제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가 국가 발전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은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좁은 국토가 아닌 글로벌 빌리지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세계는 급변하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글로벌 리더가 우리 정치권에서도 많이 배출되기를 소망해 본다.
  • [커버스토리] 1인가구 400만명 시대… 2030마저 ‘고독사 예비군’

    [커버스토리] 1인가구 400만명 시대… 2030마저 ‘고독사 예비군’

    “형님, 형님 안에 계슈? 이 양반이 왜 또 전화를 안 받는겨.”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임대주택에 사는 김혜자(75)씨는 이틀에 한 번 아랫집 윤순금(85)씨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혹시 죽은 것 아닌가 해서다. 고령에 건강도 좋지 않아 언제 삶을 마감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할머니는 철저히 혼자다. “노인네가 이제 귀가 안 들려서 가끔 전화를 안 받아. 그럼 죽었는지 살았는지 이렇게 슬쩍 두드려 본다우. 우리들은 가족도 없고 혼자들 사니까 이렇게라도 해야지.” 임대 주택 마을의 아침은 그렇게 쓸쓸히 시작된다. 혼자 사는 인구의 급증으로 무연고 사망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0년 기준 414만 2165가구를 기록, 처음으로 400만 가구를 돌파했다. 2000년 222만 4433가구에 비해 86% 증가한 수치다. 60대 이상 홀로 사는 고령층에게 외로운 죽음은 현실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이순미(71)씨는 3년 전 서울대학병원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어차피 장례식을 치러줄 사람이 없어서다. “돈이 있어야 장례도 치르고 하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은 죽으면 짐이야 짐.”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성인이 된 자식이 셋이나 있지만 연락이 끊어진 지 5년째다. 동네 교회에서 만난 동년배들과 수다 떠는 게 낙이 돼 버린 이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주로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죽을까,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죽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중순부터 무연고 독거노인의 장례를 도울 노인돌보미와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중이다. 무연고 독거노인이 사망할 경우 노인돌보미와 자원봉사자가 독거노인의 상주가 돼 죽음을 알리고 최소한의 추모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들은 독거노인들에게 임종노트를 작성하게 하는 일도 맡는다. 임종노트란 혼자 사는 사람이 자신이 죽었을 때를 대비해 장례 절차, 유품 처리 방법, 매장장소 등을 적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그동안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관계가 단절된 독거노인이 사망하면 관할 지자체에서 별다른 의례도 없이 시신을 화장해 일정 기간 동안 봉안해 왔다. 외로운 죽음을 맞을 가능성에 있어 젊은 빈민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실제 고시촌 등 현장에서 만난 젊은이들 가운데는 외로운 죽음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2년째 취업준비 중이라는 A(29)씨는 독서실 총무에게 건네는 인사가 하루 중 유일한 대화다. A씨는 자취방과 독서실만 왔다 갔다 한다.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하고 홀로 남았다. A씨는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면 난방이 잘 들어오지 않아 싸늘한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곤 한다.”면서 “여기서 혼자 죽으면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에 가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독한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 호주는 웹사이트 등을 통해 ‘독거노인 입양’(Adopt-a-pensioner)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등록한 호주인들과 독거노인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는 지역 단위의 노인클럽 활성화를 통해 노인 스스로 자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975년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전국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션뿐만 아니라 전문 기술 습득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가족을 넘어서는 대안적 커뮤니티와 노인들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소정 남서울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무연고 사망의 잠재적 화두는 앞으로 만들어 나갈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라면서 “우리나라에도 실버타운 등이 있긴 하지만 인기가 없고 제대로 된 주거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소득뿐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과 사회 통합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한국의 젊은 층들이 삶의 안정성이 떨어져 결혼을 멀리하다 보니 만혼 또는 비혼자가 늘고 이것이 무연고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노인보다 제도적 장치가 적어 문제가 더 심각해 새롭게 젊은 층의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를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열린세상] 인생 100세 시대에서의 행복 방정식/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인생 100세 시대에서의 행복 방정식/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복지문제와 관련해 해외출장이 잦은 필자가 최근 들어 느끼는 점은 10여년 전에 비해 복지 선진국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자국 내의 복지 논란과 관련해 ‘한국 너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고 전망은 어떠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거의 무시 대상에서 관심의 대상으로 우리가 올라선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신흥국 중 유례를 찾기 어려운 높은 경제성장과 민주화 달성이 이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배경인 것 같다. 그러나 밖에서는 이처럼 우리를 부러워하며 따라오려 하는데, 정작 우리는 예전만큼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국민의 행복도가 낮다 보니 더욱더 복지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요즘 화두로 등장하는 선진국형(스칸디나비아 유형) 복지제도를 도입하면 우리 국민들의 낮은 행복도가 획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참고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0% 내외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고복지 제도를 운영하지만, 당대 세대가 그만큼 부담하면서 제도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까지 우리의 롤 모델이었던 일본은 어떠한가.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노인인구 급증으로 일본의 국가부채는 이미 GDP 대비 200%를 넘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30% 초반이던 것이 20년 사이에 6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웬만한 국가라면 이미 국가부도 위기를 여러 번 겪었을 규모지만, 일본은 그나마 전 세계 경제를 호령하면서 쌓아놓은 막대한 자산이 있어 버티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일본과 유사한 우리나라의 20년 후는 어떠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지금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인구 보너스 기간을 누리고 있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약 760만명의 양질 노동력이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시점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모두 떠나갈 때 우리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대표되는 적은 부양인구가 우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노인집단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204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3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국가의 존립 차원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역사상 최대 인구 보너스 기간인 지금도 65세 이상 노인 500여만명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3∼4배 늘어나는 미래에는 어찌할 것인가. 우리가 서구식의 복지국가 모형을 도입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일본처럼 되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세금 부담을 전제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하면 국민들의 행복도가 획기적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우리 역사상 나라의 위상은 가장 좋아 보이지만 국민의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양극화 문제가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연 국민의 낮은 행복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풍족한 사람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삶의 만족도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도가 ‘물질적 소비수준’과 ‘행복에 대한 주관적인 기대치’에 좌우된다고 할 때, 지금까지 우리는 ‘행복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달성하기 위해 물질적인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온 것 같다. 그러나 인생 100세 시대를 조만간 맞게 될 지금 행복에 대한 우리의 가치기준을 조금은 바꿔야 할 때가 된 듯하다. 물질적 소비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만큼이나 ‘행복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낮추는 쪽으로 우리의 행복방정식을 바꿔 나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있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최소한의 생활 유지조차 어려운 사람은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노력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개인이 노력한 만큼은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월성 1호기를 어찌할까/노주석 논설위원

    지난 주말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 논란을 그린 ‘21세기 골드러시 세일가스’라는 TV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보았다. 미국이 앞으로 1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로 알려진 세일가스의 어두운 그림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얘기였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미국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세일가스가 새 냄새가 날 뿐 아니라 심지어 불이 붙는 장면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느꼈을 충격을 실감했다. 세일가스에 반대하는 시민운동가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태양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혁신적인 대체에너지로 칭송을 받던 세일가스에 흠이 드러난 이상 달리 대안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 미국인들이 세일가스로 혼란을 겪는다면 지금 우리 앞에는 원자력에 대한 거대한 불신이 있다. 최근 잇따른 원전사고와 한수원의 내부 비리는 우리를 ‘원자력 멘붕’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면 시민운동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신재생에너지가 과연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인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마법의 에너지’를 희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확신을 갖기엔 요원하다. 무엇보다 원전을 대체할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적 장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미래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믹스(Energy Mix)가 화두다. 정답은 없지만, 화석연료와 원전을 점차 줄여나가되 신재생에너지를 차츰 늘리자는 게 공식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일정기간 공존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을 가지기 전까지 30년 정도는 원전이 차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6%이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로 산업이 짜여 있으며, 에너지 요금 체계가 심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도 극단적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뚜렷한 특성이 있다. 당장 전기요금이 얼마나 인상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원자력이다.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 30년이 완료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 이내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간에는 수명 연장 불가피론과 폐기론이 맞서 있다. 수명 연장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새로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7000억원을 투자해 전면 개보수했기 때문에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에 하나 폐기한다면 돈도 돈이지만 대구시 연간 전기소비량의 35%에 해당하는 전력이 단숨에 날아간다고 한다. 전 세계 435기의 가동 원전 중 151기의 수명이 연장됐다는 그럴싸한 통계도 내놓는다. 폐기론자들의 입장은 명약관화하다. 후쿠시마 사태를 반면교사로 제시하면서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국민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재앙에 몸을 맡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변한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는 단순히 월성1호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2008년에 국내 원전 중 처음으로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는 물론 가동 중인 23기 전부와 건설 중인 5기의 존폐에 영향을 미친다. 한 번의 결정에 미래 에너지 믹스의 향방이 걸려 있다.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원전정책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수명 연장에는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규 증설과 수명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탈핵론자에 가까운 공약을 내놓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국가의 에너지 미래를 결정지을 ‘솔로몬의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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