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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장마…우리 동네 수방 대책은] 산사태의 한 방? 예보 체계로 ‘완벽 방어’

    [다가오는 장마…우리 동네 수방 대책은] 산사태의 한 방? 예보 체계로 ‘완벽 방어’

    강서구엔 크고 작은 산이 많지만 지난해 단 1건의 붕괴 사고도 없었다. 절개지 등 산사태 취약 지역에 예방 시설을 집중적으로 설치하고 배수로, 집수정 등 작은 부분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 덕분이다. 강서구는 2010년 4건, 2011년 3건, 2012년 1건에 이어 무재해 성과를 봤다고 23일 밝혔다. 구는 지난 2년간 예산 23억 9000만원을 들여 산사태 예방에 온 힘을 쏟았다. 특히 주택가 인근 산 7개의 36곳에 사면·계곡수로, 골막이, 낙석방지책 등 예방 공사를 이달 초 마무리했다. 산림 사면 정비와 계류 보전에 초점을 맞췄다. 까치산과 개화산, 수명산, 우장산 일대의 붕괴 우려가 높은 산지 사면 10곳엔 조경석·옹벽, 격자 블록 등을 설치했다. 또 산사태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주민들에게 상황을 실시간 통보하는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이달부터 운영한다. 제2의 우면산 사태를 막으려는 취지다. 지난 11일 예·경보 시스템을 점검하고 실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산사태 위기 대응 모의 훈련도 곁들였다. 산사태 발생에 따른 현장 대응과 상황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매뉴얼도 마련했다. 위기 발생 때 현장에서의 임무와 행동 조치 절차를 구체적으로 알려 실제 상황에서 실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매뉴얼은 수방 기간, 조사·복구, 예방 단계 등 시기별로 역할과 임무를 체계적으로 담았다. 위기 단계 상황별로 임무를 구분하고 담당자별로 구체적인 근무 방법과 역할을 나눴다. 산사태 취약 시기인 해빙기와 우기, 우기 직후 등 시기별로 자체 점검반을 편성해 꼼꼼하게 점검한다. 점검반이 자체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취약 지역을 순찰하면서 점검 항목에 따라 위험 요인을 꼼꼼히 살필 예정이다. 사면 균열, 토사 유출 여부, 절개지 낙석 및 균열 발생 여부, 배수로 설치, 적정 기능 여부 등이다. 노현송 구청장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잦은 만큼 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주민 안전을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아 · 시 · 아 미술시장에 파고들었다

    아 · 시 · 아 미술시장에 파고들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폐막한 ‘제45회 아트 바젤’의 화두는 단연 ‘아시아’였다. 이는 올해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을 알리는 지표이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280여곳의 대표 화랑들은 적어도 한두 점씩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전략적으로 내놨고 양푸둥, 아이웨이웨이, 구사마 야요이, 이우환 등 극동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쏠렸다. 독일계 갤러리인 ‘뢰를’은 일본의 대표 조각가인 후나코시 가쓰라의 기이한 조각들을 선보였고, 런던에 자리한 ‘말보러 파인 아트’는 중국 현대미술의 간판인 쩡판즈의 ‘가면 시리즈’를 내놓아 70만 유로(약 9억 7000만원)에 거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국계 ‘롱마치’ 갤러리와 뉴욕의 ‘레만 머핀’ 갤러리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류웨이의 최신작들을 각각 가져와 이 중 레만 머핀이 ‘무제’를 15만 달러(약 1억 5300만원) 넘는 가격에 팔았다. 양푸둥의 영상작품 ‘신 여성’은 2만 5000유로(약 3500만원), 이우환의 2014년작 회화인 ‘대화’는 16만 5000달러(1억 7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아트 바젤에 따르면 올해 참가한 아시아계 화랑은 모두 21곳에 이른다. 1970년 출범 이래 지금까지 매년 10곳을 넘지 않던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서구 미술시장이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틈새시장을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현지 갤러리들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뉴욕 ‘도미니크 레비’ 갤러리의 록 크레슬러 대표는 “요즘 컬렉터들은 더 이상 작가의 출신지를 따지지 않고 예술적 경향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고, 롱마치 갤러리의 테레사 리앙 대표도 “역사·정치적 맥락은 작품을 평가하는 큰 기준이 되지 않는다”며 ‘탈국경화’를 선언했다. 그 이면에는 아트 바젤에 몰린 중국과 중동계 컬렉터들의 뒷심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추후 3200여곳의 미술관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인 중국에서 특히 많은 컬렉터들이 몰려왔다”면서 “중동, 인도, 러시아 등에서도 다양한 컬렉터들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중국계 ‘샹아트’ 갤러리의 스융 대표도 “중국계 컬렉터들이 극동아시아의 현대미술 작품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아트 바젤 측은 이번 행사에서 팔린 초고가 작품들의 가격을 여태껏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미술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아트 바젤의 실체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1970년 스위스의 화상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창설한 아트 바젤은 2010년 바이엘러의 사망 이후엔 바이엘러 재단이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아트 바젤 홍콩, 마이애미 바젤 등 세계 3대 미술시장을 장악하며 중앙집권적이며 다분히 폐쇄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매그너스 렌프루 아트 바젤 아시아 디렉터는 “1명의 총괄 디렉터와 4명의 직능별 하위 디렉터, 메이저 화랑 등이 참여하는 6~7인의 위원회가 각각 아트 바젤을 움직인다”고 전했다. 또 대형 화랑 관계자는 “마크 스피겔러 총괄 디렉터는 ‘얼굴 마담’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권한은 위원회가 갖는다”고 말했다. 디렉터들과 위원회는 매년 어느 화랑이 참여하고, 어떤 작품을 내걸지에 대한 계획과 예산 등을 좌지우지한다. 갤러리들로부터 단골 VIP들의 명단을 받아 직접 초청장을 발송하기도 한다. 이런 섬세한 운영은 아트 바젤이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미국계 대형 딜러인 ‘오닐’은 “올해 뉴욕과 런던, 홍콩 등지의 아트페어를 마다하고 이곳을 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부스비와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한 곳당 최소 1억원에서 3억원을 웃도는 비용을 치른다”면서 “아트 바젤 측은 다소 제멋대로 행동하지만 누구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에서 300곳 안에 드는 화랑이란 ‘이름값’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충북 여행사 절반 폐업… 수학여행 금지는 과잉”

    “충북 여행사 절반 폐업… 수학여행 금지는 과잉”

    한국관광공사가 국내 관광 진흥의 초석이 될 지역관광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관광공사는 20, 21일 이틀간 전남 목포와 강진 등을 돌며 전남 지역관광 활성화 행사를 벌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국내 여행 심리를 회복하기 위해 여행업계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국내 관광산업 선순환론’의 기반이 지역관광 활성화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이 행사엔 변 사장을 비롯해 전국의 여행사 대표, 한국여행업협회(KATA) 임원 등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20일 전남지역 시·군·구 관광과장 22명 및 지역 관광업계 대표들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관광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목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수학여행 금지는 벼룩을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과잉 반응”(김영선 전남도 행정부지사), “관광시장이 얼어붙어 충북에서는 여행사가 절반 이상 문을 닫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축제와 지역행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이정환 KATA 국내여행업위원장)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들은 이어 현지 관광지를 돌며 다양한 홍보 활동을 벌였다. 목포의 수산시장, 근대유적지, 춤추는 음악분수와 강진의 백련사 다도 체험, 다산 초당, 다산 유물 전시관 등을 힐링 관광코스로 설정,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전개하기로 했다. 변 사장은 “올여름 ‘치유’를 화두로 차분한 국내 여행을 통해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국내 관광산업도 활성화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목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흐름출판 펴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을 직접 개발한 제이슨 머코스키가 책의 미래를 전망했다. 전자책 혁명이 일어난 이후 종이책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지, 종이책이 어떻게 전자책으로 이동할지 그 현상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미래에는 책의 형태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인류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도 디지털로 이동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래의 전자책 단말기는 USB 메모리 장치 정도의 크기에 클라우드 기능과 초소형 프로젝터가 내장돼 음성으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또 인류의 모든 책은 디지털 작업을 거쳐 한 권으로 압축돼 모든 항목이 링크됨에 따라 본문, 주석, 비평, 댓글을 자유자재로 탐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시대를 저자는 ‘리딩 2.0’이라고 명명했다. 360쪽. 1만 7000원. 엔지니어의 인문학 수업(새뮤얼 플러먼 지음, 김명남 옮김, 유유 펴냄) 현대사회의 주요 화두는 ‘통섭’과 ‘융합’이다. 제목에서부터 그 상황을 그대로 웅변해 주는 책이다. 공학자이면서 문학(영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오늘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를 입체적으로 귀띔해 준다. 사회발전의 큰 역할을 차지하는 엔지니어들은 직업의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느라 균형잡힌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 저자는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5개 항목으로 압축했다. 인문학은 개인의 지적 역량과 상상력을 향상시키고, 리더십과 경력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게 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는 것. 책 제목과 달리 엔지니어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인문학 안내서가 필요한 모든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라잡이 책이다. 482쪽. 1만 6000원.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서동욱 엮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대를 막론하고 철학자들이 문학과 회화 등 예술 전반에 기울인 애정은 각별하다. 그들은 예술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고 확장시켜 왔다. 심지어 미술을 통해 추상적 철학의 논제에 색깔을 입히기도 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여 하이데거,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들뢰즈 등 대표적인 현대 철학자들의 미술이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그들과 짝을 맺은 화가를 등장시켜 묵직하고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로 안내한다. 하이데거의 진리와 유희공간, 사르트르의 절대와 실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리오타르의 숭고, 레비나스의 얼굴과 우상, 데리다의 파레르곤과 시뮬라르크, 마리옹의 아이콘 등 철학자들이 주창한 개념과 미학적 시각들이 미술이라는 창을 통해 엄밀하고 세밀하게 드러난다. 기획부터 출간까지 8년이 소요된 책은 미술에 관한 그리고 미술을 통한 철학적 탐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532쪽. 3만원. 미술관에 간 붓다(명법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펴냄) 수행자이자 미학자인 명법 스님의 불교미학산책. 고담시의 수호자 배트맨과 불교를 지키는 호위무사 사천왕의 공통점부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불교의 ‘반가사유상’의 차이까지 새롭게 해석한 불교예술과 미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폭넓은 인물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불교미학의 핵심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미지와 실제, 가상과 진상이 교차되는 이야기들을 예술작품에 녹아든 상상력을 통해 풀어나간다. 화려하면서 숭고한 고려불화의 ‘수월관음도’, 우리민족의 따뜻한 심성과 해학적 기질이 돋보이는 운문사 석조사천왕상, 의겸이 그린 ‘선암사 서부도전 감로도’ 등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책 곳곳에 들어 있다. 296쪽. 1만 7000원.
  • “미래 인터넷 기술발전보다 삶에 어떻게 기여할지가 중요”

    “미래 인터넷 기술발전보다 삶에 어떻게 기여할지가 중요”

    “한국은 인터넷 강국입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 있게 인터넷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감히 제가 KT에 드리는 숙제입니다.”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71) 카이스트 교수는 19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KT인터넷 상용화 20주년 포럼’에서 “인터넷 자체 기술의 발전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인터넷이 어떻게 우리 삶에 기여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포럼은 1994년 6월 KT가 ‘코넷’이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뒤 20주년을 맞아 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당시 코넷은 현재 인터넷 평균 속도인 100Mbps의 1만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9.6KMbps 수준에 불과했다. KT의 초대로 무대에 선 전 교수는 “20년 전 인터넷을 개발할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속도와 혁신이 열렸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산학연이 모두 노력했지만 ‘우리 (인터넷)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물심양면 KT가 지원했던 것이 한국 인터넷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KT는 코넷 이후 별도의 회선 설치 없이 전화망으로 인터넷이 가능한 비대칭형 디지털 가입자망(ADSL)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메가패스(1999년)를 선보였고, 2002년 초고속디지털가입자망(VDSL), 2006년 댁내 광케이블(FTTH) 등 인터넷 신기술 개발에 앞장섰다. 전 교수는 이어 “인터넷 기술은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고성능의 기술 발전 못지않게 보안, 인권 측면에서 보다 안전하고 너그러운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KT가 다른 나라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전 교수는 “인터넷 보안 문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아무도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생긴 PC·모바일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KT가 SK텔레콤, 삼성 등과 협력해 국제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며 “이것이 인터넷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1982년 경북 구미 전자기술연구소와 서울대 사이를 연결하는 최초의 인터넷 네트워킹을 만들고, 전용선을 이용한 인터넷 연결 기술을 주도해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를 연 주역으로 통한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열린세상] 스티븐슨 고문과 총리 후보자/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스티븐슨 고문과 총리 후보자/김정현 소설가

    1909년 3월 21일, 대한제국 외교고문으로 있던 미국인 D W 스티븐슨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황실과 정부는 부패하고 타락했다. 관리들은 인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있다. 게다가 인민은 우매하기 그지없다. 하여 한국은 독립할 자격이 없으며, 일본이 통치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식민지가 될 것이다. 이토 통감의 시책은 조선인민에 유익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대한제국 정부로부터 봉급을 받고 있는 자로서 감히 할 수 없는 말이었는데, 배후에는 이토 히로부미의 조종이 있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교민단체는, 특히 기독교계 주도로 격렬히 반발하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지만 스티븐슨은 거절했다. 이틀 뒤인 3월 23일, 대한국인 전명운(田明雲)과 장인환(張仁煥)은 스티븐슨을 사살해 대한제국과 한국인의 의기를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 후 두 의사(義士)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安重根) 독립의군 참모중장도 스티븐슨 사살 사건에 용기를 얻어 이토 사살을 결심했다고 한다. 국가와 지사(志士)의 자세는 모름지기 그러한 것이며, 공무를 담임하는 자 역시 그러한 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국민을 기막히게 하고 있다. 당사자는 종교인으로서의 발언이었다고 일축하려 든다. 그런데 스티븐슨 발언에 대한 반발의 주축도 재미한인기독교단체였다. 대한제국 당시의 국민이었고, 나라의 위기에 가장 가슴 조리던 당사자들이었다. 그들은 기독교인이 아니었거나 그 사이 하나님이 바뀌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그분들 역시 무지했다는 것인가. 도무지 종교인으로서의 발언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의 근거를 모르겠다. 앞뒤 맥락이 잘려 왜곡되었다는 변명도 있다. 그러나 그는 유력 신문사의 주필을 지낸 비중 있는 오피니언 리더였다. 더구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었으니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앞뒤를 잘라 왜곡된 것이라 주장하더라도 그만한 지식인으로서 선택한 ‘표현’이었으니 그야말로 ‘DNA’에 잠재된 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술자리의 한담에서도 그런 표현을 했다가는 귀싸대기 맞기 딱 좋은 시절 아닌가. 일본과의 관계회복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수 없을 만큼 막 나가는 게 오늘의 일본이다. 일본의 근본적 자세 변화가 없는데 먼저 나서 관계개선을 도모했다가는 어떤 국민적 반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살얼음 판국에 자신의 말이 일본 극우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에도 총리의 직을 수행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고집이 참으로 어이없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사살한 소식이 전해지자 고종 태황제께서는 ‘이토 공작은 대한제국의 자부(慈父)와 같은데 그 흉한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탄식하시며, 이토에게 문충공(文忠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읽으면서도 어찌나 내가 구차하고 부끄럽던지! 그 생각이 왜 갑자기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위안부 청산은 이미 끝났다는 칼럼은 제목만으로도 전대미문의 압권이다. 조금이라도 민족의식과 국가관이 있다면 애당초 사양했어야 할 일이었다. 혹여 대통령의 침묵과 새누리당에 기대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르기는 하지만 설마 그런 과거 발언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을 테니 대통령도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이미 상처도 있는데, 임명한 지 며칠 만에 지명 철회를 할 수도 없는 대통령의 진퇴양난 침묵과 집권당의 어정쩡한 소명 기회에 기댄다면 그건 비겁한 정도를 넘어 엿 먹이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국가개조가 화두가 되는, 스스로도 어찌 될지 모르는 국민감정의 초비상 시국이다. 뭉개서 자리를 얻었다가 국민감정이 폭발하는 날에는…, 새누리당도 그렇지만 먼저 당사자가 내버린 염치와 양심을 되찾아 나라를 구하는 지사가 될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부디!
  • [세종로의 아침] 롯데와 바벨탑/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롯데와 바벨탑/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롯데가 지난주 잠실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신청서를 서울시에 냈다. 업계에 떠돌던 7월 임시 개장설이 현실화한 것이며, 공이 서울시로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저층부란 현재 공정률 60%인 사무동 월드타워를 제외한 백화점, 쇼핑몰, 엔터테인먼트 등 알토란 3개 동이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늦어도 이달 중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잠실은 본래 강북에 가까운 섬이었으나 1971년 강남 쪽 삼개나루(삼전도)의 물길을 막아 만든 땅이다. 병자호란 때 세운 삼전도비와 서울 유일의 호수 석촌호수가 이곳이 물길이었다는 증거로 남아 있다. 이 호수변에 단군이래 가장 높고, 제일 큰 건물이 들어선다고 하자 잠실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공사 도중 석촌호수 수위가 급격하게 줄면서 지반침하와 건물 붕괴 우려가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안전은 세월호 사건 이후 가장 뜨거운 화두다. 근거 없는 괴담은 뿌리 뽑아야겠지만 안전은 시험대상이 아니다. 제2롯데월드는 세계에서 6번째 높은 555m짜리 123층 건물이며, 유동인구는 2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 어떤 유형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최악이다. 게다가 롯데는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이후 4차례의 크고 작은 다양한 유형의 사고로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기둥 11개에 균열이 생겨 안전점검을 받았고, 수백건의 문제점이 적발됐다고 한다.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을 안전에 관한 행정적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 게임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롯데의 집념, 엄밀하게 말하면 신격호 회장의 야심은 서울시 차원을 뛰어넘었다는 얘기다. 임시사용 허가를 내주도록 2000여개 입주업체를 사전에 선정했고, 1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키로 해 서울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 등 세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서울공항의 활주로까지 옮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추진력으로 최종 건축허가를 받아낸 롯데 입장에서 임시개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박 시장 진영을 상대로 한 ‘30년 전쟁’의 화룡점정이라는 것이다. 임시사용은 롯데의 단골수법이기도 하다. 롯데는 1988년 잠실 롯데월드 호텔 동을 먼저 짓고 나서 백화점은 두 달, 쇼핑몰은 석 달, 테마파크는 일 년이 지나고 나서 개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을지로 롯데호텔과 백화점 신축도 꼼수의 연속이었다. 강북억제책으로 백화점 허가를 내기 어렵자 호텔편의시설용 쇼핑센터로 허가를 낸 것이다. 우리가 아는 롯데백화점의 법인명은 지금도 (주)롯데쇼핑이다. 신 회장은 “서울에 세계 최대의 제2롯데월드를 짓는 것이 여생의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기개장으로 번 푼 돈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예정대로 2016년 말까지 공사를 안전하게 마무리지은 뒤 문을 여는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의 결정체 바벨탑은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joo@seoul.co.kr
  • [공기업 탐방] “전기안전 법체계 정비… 20%대 누전화재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것”

    [공기업 탐방] “전기안전 법체계 정비… 20%대 누전화재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것”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실한 정부 대응을 반성한다”며 국가안전처를 신설했고,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안전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잃고서 얻은 교훈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현재 295개에 달하는 공공기관 중 안전관리 자체를 목적으로 설립된 몇 안 되는 공기업이다.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해 온 한국 사회가 안전이라는 기본기를 단단히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안전 공기업’의 역할이 대두되는 시기다. 특히 올해 전기안전공사는 40년 서울시대를 마감하고, 지방시대를 연다. 16일부터 전북혁신도시 신사옥에서 업무를 시작하며 ‘제2의 창사’를 준비 중인 이상권(59) 전기안전공사 사장을 11일 만나 봤다. →안전, 왜 중요하다고 보는가. -안전은 그 자체로 국민의 권리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행복 추구권을 정의했다. 사람은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고 생명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의 사상은 각각 미국의 버지니아권리장전 제1조와 미국 독립선언에 명시됐다. 살면서 생명을 지키고 또 그 속에서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권이다. 박 대통령도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정책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스템과 가치인식 어느 것이 먼저라고 보는지. -둘 다 중요하지만 시스템보다는 안전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가치가 먼저라고 본다. 우리는 안전보다는 개발과 효율, 생산성이 가장 앞서는 명제였다. 한 예로 경부고속도로 416㎞를 세계 최단기간에 그것도 400여억원이란 예산으로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갔나. 하지만 가난했던 역사 탓인지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인식이 세월호 침몰은 물론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로 이어졌다고 본다. →전기 사고가 잦은 여름철 전기 안전사고 예방은? -해마다 여름 장마철이면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등으로 감전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 감전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망자는 해마다 40명 안팎, 부상자는 500명에 달한다. 이 중 30~40%는 여름 장마철인 6~8월에 사고를 당한다. 조만간 특별 안전점검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의 세월호 참사 및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와 같이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다중이용시설 4만 2000여개소는 집중적인 안전진단을 할 계획이다. →송전·배전·변전설비 등에 대해 전기안전공사가 시행하는 ‘사용 전 검사’의 대상 기준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 한국전력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해묵은 논란이 최근 다시 떠오르는 것은 세월호의 교훈 때문이다. 전기 관련 시설을 만든 한전이 안전관리까지 담당하겠다는 건 선주협회가 선박안전까지 담당하는 것과 똑같다. 선수로 뛰는 사람이 심판까지 맡는 셈이다. 한전에 안전을 점검할 인력이나 기술력이 없어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선수와 심판은 달라야 공정한 게임이 된다. 단언컨대 전기안전 분야는 국가가 공인한 전기안전공사가 담당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3의 기관 설립 등을 언급하는데 이 역시 국가가 위탁한 전기안전 업무를 여기저기 나눠서 담당하는 모습이라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서두르지는 않겠다. 법령개정을 통해 천천히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안전처부터 총리실, 청와대까지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싸우겠다. 단 과거처럼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한다. →오는 16일부터 ‘완주시대’를 맞는다, 소감은? -40년 서울시대를 마감하면서 제2의 창사를 도모할 기회라고 본다. 다시금 분위기를 바꿔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전임 사장부터 준비해 온 사항을 차근차근 보완할 계획이다. 현지 기대에도 부응하겠다. 현재 진행 중인 비상발전기 자원화 사업과 무선충전 자동차 등은 전북지역 연구소와 함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무선충전 자동차 연구 등은 실증 단지와 주행도로가 필요한데 전북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상황이다. 또 공사의 신규 채용 인원 중 10%는 지역 인재를 우선 선발해 지역 일자리 창출 등에도 이바지할 계획이다. →재임 중 이루고 싶은 중장기적 목표는? -먼저 전기안전에 관한 법체계를 정비하려고 한다. 전기안전관리 분야가 법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가 전기안전에 사각지대가 생겨서는 안 된다. 전기화재 발생률을 대폭 감소시켜 선진국 수준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화재 사고 가운데 전기화재 발생률은 수년간 2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14.4%, 2010년)을 비롯해 뉴질랜드(5.0%)나 독일(13.7%), 미국(12.9%)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커다란 격차가 있다. 왜 사고가 잦은지 재점검하고 선진국 사례를 비교·분석할 계획이다. →낙하산이라는 지적이 있다. -나는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낙하산 또는 관피아는 안 돼’라는 식의 평가는 거절한다. 무조건 매도만 하지 말고 냉철하게 평가해 달라. 2~3년이 지나면 기관마다 경영성과 평가가 나올 것이고 그 결과는 모두 공개된다. 그 점수를 보면 낙하산이나 관피아 가운데 어떤 이들이 잘하고 못하는지 알 수 있다. 또 내부 승진을 한 이들과 비교해 어떤 인사가 성공적이었는지 평가할 수도 있다. 이런 자료는 향후 어떤 부서에 어떤 부류의 기관장이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매도만 할 줄 알지 평가할 줄은 모르고 비난만 할 줄 알지 비판할 줄을 모르는 듯해 안타깝다. 대담 최용규 산업부장 정리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상권 사장은 ▲1955년 출생 ▲건국대 법학과 ▲청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이상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제18대 국회의원 ▲‘2010 자랑스러운 한국인대상’ ▲새누리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현 전기안전공사 사장
  • 유연·창의적으로… 틀 깬 ‘관리의 삼성’

    유연·창의적으로… 틀 깬 ‘관리의 삼성’

    자율출퇴근제 전면 시행에서도 보듯 삼성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선언 20주년을 맞아 “모든 것을 바꾸자”며 ‘마하경영’을 화두로 던진 이후 그 결과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변화는 ‘글로벌 삼성’이라는 위상에 맞게 삼성의 특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으로도 꼽히던 ‘관리의 삼성’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강력한 시스템에 의존하던 경영방식에서 직원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북돋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삼성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87.4%(올 1분기)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매출 구조만 보면 한국 국적을 붙이기 애매할 정도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우리의 경쟁 상대를 국내가 아닌 구글·애플·인텔 등 국외에서 찾아 달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직원(9만 9794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해외 직원(19만 206명)도 조직문화의 글로벌화를 재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15일부터 해외 출장 시 가족 동반을 허용한 것도, 다음 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 제도는 경쟁사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선 이미 당연한 것이다. 지난 11일 도입한 ‘모자이크’ 제도도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닮았다. 모자이크는 직원들로 하여금 상업화 여부와 상관없이 1년간 현업을 떠나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구글에선 근무시간의 20%를 원하는 일에 쓰도록 했더니 그 결과물로 지메일과 구글어스가 탄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도 조직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는 껍데기(기기)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왔다. 총수 일가의 ‘은밀한 자금 뒷거래용’이라는 눈총을 받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를 결정한 것도 변화의 징조로 여겨진다.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기업공개는 일반 주주를 참여시키고 공공의 감시를 받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 피해에 대해 7년 만에 경영진이 공식 사과한 것 역시 일련의 변화와 맥이 닿는다. 관리보다는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자율출근제부터 해외출장 가족동반, 모자이크 등 삼성의 변화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같은 변화에는 JY(이재용)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 책꽂이]

    도깨비, 파란 불꽃을 지켜라!(윤숙희 지음, 김고은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한라산이 위험하다. 일본 도깨비 오니들이 호시탐탐 우리 도깨비들의 파란 불꽃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니들은 그 불로 한라산을 폭발시켜 우리 땅을 차지할 속셈이다. 올망졸망 어린 도깨비들과 이들을 지키는 할망은 한라산에 쳐들어온 오니들과 짜릿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창조 신화 속 설문대 할망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품은 도깨비들이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창작 동화 한 편이 만들어졌다. 9000원. 세상으로 나온 똥·죽으면 어떻게 돼요?·두들겨 패 줄 거야(페르닐라 스탈펠트 지음·그림, 이미옥 옮김, 시금치 펴냄) 아이들이 말만 꺼내도 까르륵 넘어가는 똥. 왜 동물과 달리 사람들은 다른 이들 앞에서 똥을 누지 않는지, 세상으로 나온 똥은 어떻게 쓰이는지 등 똥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아이들에게 철학적 사고의 물꼬를 터준다. 죽음과 폭력 등 무겁지만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주제들을 조목조목 짚어 보는 ‘처음 철학 그림책 시리즈’ 첫 3권이다. 각 권 9500원. 요 알통 좀 봐라(손연자 지음, 김호민 그림, 파랑새 펴냄)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간 보나는 사촌동생 형주와 소꿉장난을 하며 논다. 그런데 둘은 자꾸만 엇나간다. 조물조물 섞은 풀을 부채 소반에 담곤 피자라고 우기는 보나에게 형주는 부침개라고 맞서며 투닥거린다. 텃밭 음식에 익숙한 아이와 서구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의 작은 실랑이가 우리가 잊고 있던 ‘놀이’와 ‘건강한 음식’을 화두로 던진다. 수묵 채색의 그림이 시골 정경을 더욱 정겹게 한다. 1만 2000원.
  • ‘관리의 삼성’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관리의 삼성’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자율출퇴근제 전면 시행에서도 보듯 삼성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선언 20주년을 맞아 “모든 것을 바꾸자”며 ‘마하경영’을 화두로 던진 이후 그 결과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변화는 ‘글로벌 삼성’이라는 위상에 맞게 삼성의 특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으로도 꼽히던 ‘관리의 삼성’에서 과감히 탈피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강력한 시스템에 의존하던 경영방식에서 직원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북돋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후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삼성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체 매출의 87.4%(올 1분기)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매출 구조만 보면 한국 국적을 붙이기 애매할 정도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우리의 경쟁 상대를 국내가 아닌 구글·애플·인텔 등 국외에서 찾아 달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직원(9만 9794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해외 직원(19만 206명)도 조직문화의 글로벌화를 재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달 15일부터 해외 출장 시 가족 동반을 허용한 것도, 다음 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 제도는 경쟁사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선 이미 당연한 것이다. 지난 11일 도입한 ‘모자이크’ 제도도 구글의 ‘20% 프로젝트’와 닮았다. 모자이크는 직원들로 하여금 상업화 여부와 상관없이 1년간 현업을 떠나 관심 있는 분야를 연구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구글에선 근무시간의 20%를 원하는 일에 쓰도록 했더니 그 결과물로 지메일과 구글어스가 탄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도 조직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는 껍데기(기기)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왔다. 총수 일가의 ‘은밀한 자금 뒷거래용’이라는 눈총을 받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공개를 결정한 것도 변화의 징조로 여겨진다.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란 비판도 있지만 기업공개는 일반 주주를 참여시키고 공공의 감시를 받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원들의 백혈병 발병 피해에 대해 7년 만에 경영진이 공식 사과한 것 역시 일련의 변화와 맥이 닿는다. 관리보다는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제스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이 부회장이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삼성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언제부터라고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지금 삼성은 JY(이 부회장)가 움직이고 있다”면서 “삼성의 변화 역시 당연히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뛰어라, 좁혀라, 막아라… 홍명보 ‘질식 특명’

    뛰어라, 좁혀라, 막아라… 홍명보 ‘질식 특명’

    이틀째 훈련의 화두는 ‘다시 기본으로’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12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부터 1시간 30분 남짓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의 페드루 바수 경기장에서 공개 훈련을 소화했다. 대표팀은 40여분 동안 두 조로 나뉘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술 훈련에 땀을 쏟았다. 같은 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대회 개막전에서 브라질이 득점할 때마다 인근 이구아수폭포 쪽에서 폭죽이 터질 때 멈칫했던 태극전사들은 다시 훈련에 열중하곤 했다. 박주영(아스널)과 이근호(상주)가 조끼를 입은 조의 공격수로 나섰고 손흥민(레버쿠젠)과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좌우 측면을 맡았다. 중원에서는 기성용(스완지시티)-박종우(광저우 부리)가 호흡을 맞췄고 포백 라인에는 윤석영(QPR),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이용(울산)이 섰다. 홍 감독은 수비수는 물론 미드필더, 공격수에 이르기까지 간격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라고 쫓아다니며 지시했다. 훈련 중간에도 “공을 못 받을 타이밍이면 무조건 움직여!”라고 외치기도 했다. 손흥민은 훈련 뒤 “감독님이 수비적인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강조하셨다”면서 “무엇보다도 월드컵에서는 골을 안 먹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재차 상기시키셨다”고 전했다. 왼쪽 풀백 박주호(마인츠)도 “러시아는 공격수들의 스위칭 플레이와 위치 선정이 좋은 팀”이라며 “코칭스태프가 여기에 대비한 움직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13일 훈련은 첫 15분만 언론에 공개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14일 훈련은 완전 비공개로 소화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가 열리기 전 하루는 전면 비공개 훈련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와의 첫 경기 승리 해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홍 감독은 전날 현지에서의 첫 훈련을 앞두고 “12일부터 사흘 동안의 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이 기간 대표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바 있다. 대표팀은 15일 오전 격전지 쿠이아바로 떠난다. 포스두이구아수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부키 펴냄) 20세기의 운명을 바꾼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삶과 이론을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존 M 케인스를 중심으로 전개했다. 케인스 경제학을 받아들인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과 케인스에 반발한 경제학자들로 나누어 독창적 주장과 이론을 소개한다. 하버드대 재학 중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교수로부터 받은 차별을 멋지게 극복한 폴 새뮤얼슨, 학생 시절 겪은 대공황의 충격을 계기로 빈곤 문제를 파헤치고 새로운 사회주의론을 펼친 존 갤브레이스, 무명의 학자로 살다가 금융위기 예측으로 극적으로 부활한 하이먼 민스키, 케인스 경제학의 허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밀턴 프리드먼, 아버지의 실명과 아내의 자살 등 연이은 불행을 새로운 경제학 연구로 확장한 게리 베커 등을 소개한다. 경제 사상과 이론의 발전 과정, 천재적 경제학자들의 눈부신 활약과 실수 속에 전개된 20세기 경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16쪽. 1만 6000원. 미학사3(타타르키비츠 지음, 손효주 옮김, 미술문화 펴냄) 폴란드 출신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브와디스와프 타타르키비츠(1886~1980)가 남긴 미학 분야의 명저 ‘미학사’ 중 마지막 권. 고대와 중세 미학을 각각 다룬 1권과 2권에 이어 15~17세기 근대 미학의 역사를 다뤘다. 총 9부로 구성돼 이 시기 유럽 미학에서 의미 있는 사건과 주요 인물, 특징을 정리했다. 책은 시, 시학, 음악, 건축, 회화 등 예술 장르 대부분을 아우르면서 근대 미학의 태동기로서의 15~17세기에 집중한다. 저자는 미학이 하나의 학문 분과로 자리잡는 데 이 시기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강조한다.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를 시작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로보르텔로, 스칼리체르, 뒤러, 몽테뉴, 카라바조, 루벤스, 코르네유 등 당대 예술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역사적 의미와 이론 등을 풍부한 원문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근대 미학을 이끈 주요 인물들의 희귀한 초상화를 각 장에 삽입했고, 역사적으로 사료 가치가 증명된 희귀 도판들도 고증 자료로 제시했다. 904쪽. 3만 8000원. 한반도 나비도감(백문기·신유항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한반도에 기록된 나비 전종(280종)을 분류학적으로 정리했다. 우리나라 나비 연구의 시초가 된 석주명 박사의 ‘한반도 나비’(1939년) 이래의 한반도 나비 연구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오랜 세월 한반도 나비 연구에 대한 종합적 분류작업이 없었던 탓에 잘못된 정보를 반복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우리나라 곤충 연구사의 산증인인 80대의 신유항 박사와 열정 어린 40대의 중반의 곤충연구자 백문기 박사가 합심해 공동작업에 들어갔다. 6년에 걸쳐 참고 문헌 400여종을 꼼꼼히 살펴 한반도 나비의 분류학적 소속을 명확히 하고 옛 지명을 현재에 맞게 정리했으며 같은 종의 다른 이름도 추리고, 북한명도 밝혀내 기입했다. 수리팔랑나비, 모시나비, 호랑나비 등 무리별로 우리나라 이름의 유래와 분포, 출현 시기, 먹이식물 등을 정리한 그림 검색표를 수록해 찾기 쉽도록 했다. 생태 및 표본 사진 3200여 컷을 수록했으며 한반도 나비의 먹이식물도 정리했다. 600쪽. 5만 5000원.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다산북스 펴냄) ‘강남 좌파’의 간판 스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펼쳐 보인 자화상. 화려한 스펙, 잘생긴 외모로 소위 ‘엄친아’로 알려진 그가 어떻게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만 26세에 교수가 되고, 그리고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살게 됐는지 솔직하게 풀어 놓는다. 조 교수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시간 대부분을 7평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보낸다. 책 제목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라는 화두 아래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며,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좋은 대학, 직장에 전전긍긍하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난다. 류재운 작가가 조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조 교수가 다시 집필했다. 260쪽. 1만 5000원.
  • [사설] 교사가 시험지 뒷돈 거래하는 세태 참담하다

    서울의 현직 사립고 교사가 학부모에게 돈을 받고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50대 국어교사 A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한 학생에게 보여주고 학부모에게 2000여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진학상담 과정에서 A씨가 먼저 학부모에게 범행을 제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다른 학생 2, 3명에게도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게다가 수학·영어 과목의 시험지를 구해 주기 위해 해당 과목 교사를 연결해 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다른 교사들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충격적이고 참담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사학 현장에서는 재단 주도로 이뤄진 교사 채용 비리와 학생 입학을 대가로 한 학원 이사장의 금품수수, 교사의 성적조작 사건 등 다양한 형태의 비리 사슬이 적발된 바 있다. 그때마다 우리 사회는 비리 사학과 일부 일탈 교사의 양심과 윤리를 개탄하며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문해 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교사가 직접 시험지를 뒷돈 거래한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 재단과 이사장으로부터 일선 교사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킨 비리와 부정부패가 갈 데까지 간 징표라 할 수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난해 한 공립고 교사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 등을 학원가에 여러 차례 유출했다가 직위해제되는 등 학교 현장의 비리가 비단 사학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교사로서의 품위와 사명감, 군사부일체라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참 스승의 모습이 훼손되고 일그러진 세태가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그 근간에는 과정과 수단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성적지상주의, 윤리나 양심보다는 배금주의와 한탕주의에 물든 일부 씁쓸한 교단의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고서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무슨 염치로 인성 교육과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최근 교육 현장의 화두는 공교육 살리기로 집약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가 사교육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칙과 검은 거래가 성행하는 교육 현장의 병폐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헛된 구호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이번 교육감 선거 당선자들이 교육비리 척결과 대입체제의 변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묵은 때를 벗겨 내고 교육 현장에 쇄신과 자정의 바람이 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교육감 직선제 폐지’ 싸고 갈등 예고

    ‘교육감 직선제 폐지’ 싸고 갈등 예고

    “축구 경기에서 지니까 앞으로 경기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인) “교육감 직선을 해야만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고, 전문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교육감 직선제도가 6·4 지방선거 이후 화두로 떠올랐다. 전국 17명의 교육감 가운데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자 직선제 폐지론이 일기 시작한 데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12일 교육감 임명제를 7월 말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교육의 자주, 전문,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분리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반대편이 당선되면 없애고 우리 편이 당선되면 계속 유지하는 것은 교육 자치라는 취지에 비춰볼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은 직선으로 치러졌지만, 교육의원은 전국에서 제주도만 뽑고 나머지 지역은 폐지됐다. 교육감은 선거로 뽑았지만, 정작 교육감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교육의원은 사라진 것이다. 해직교사 출신인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2010년부터 8명의 서울시 교육의원이 활동하면서 영훈중 입시 비리, 혁신학교 문제, 학생인권조례 등 여러 교육 현안을 해결했는데 6·4 지방선거에 당선된 106명의 서울시의원 가운데 초·중·고교 교육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우려했다. 2010년 단 한 차례의 서울시 교육의원 선거가 치러진 뒤 국회는 교육의원과 시의원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교육계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대해 이미 교육의원 선거를 없앤 정치권이 교육자치마저도 차지하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선출직으로만 봤을 때 대통령, 서울시장에 이은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데다 예산도 7조원 이상 운용하기 때문에 정당에서 뺏고 싶은 욕심으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한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권은 그 근거로 교육감 견제 기능이 지방의회에 통합돼 있는 기형적 모순을 지적하는데, 결국 이 모순은 정치권 스스로 만든 것이다. 지방자치위는 현재의 교육감 선출 방법 등 교육자치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통합 방안 등 지방자치발전 과제를 논의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은 것이 전혀 아니란 입장이다. 지방자치위는 교육자치 활성화를 위한 교육감 선출 방법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감 임명제로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방자치위 관계자는 “교육감 임명제가 교육자치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며 “교육감의 인사와 예산은 철저하게 보장해 오히려 임명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교육감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전문가 의견] “임명제로 전문성 검증” vs “직선제로 민의 반영”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교육감 선거가 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이뤄지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교육감 후보들이 겉으로만 정당을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각 정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교육행정 차원에서는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만, 직선제 틀을 유지한다면 현행 방식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 교수는 “임명제로 전환한다면 시도의회에서 교육감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거나 시도 안에 후보 추천위원회를 둬 교육감 후보자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직선제를 고수한다면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지자체장의 정치적 성향과 다른 교육감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고, 만일 직선제가 아니라면 이런 민의는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어 “교육감 직선제가 폐지되면 교육 정책을 둘러싼 공론의 장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비록 교육 정책을 둘러싼 공론이 아직 지역 구도나 진보·보수 등 진영 논리에 의존하긴 하지만 과거 임명제나 간선제 시절보다는 성숙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기고] 논에 물 가두기, 도시민이 수혜자/채상헌 천안연암대 친환경원예과 교수

    [기고] 논에 물 가두기, 도시민이 수혜자/채상헌 천안연암대 친환경원예과 교수

    쌀이 무엇보다 귀하던 보릿고개는 까마득한 일이 됐다. 쌀은 이제 흔하다 못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실제 쌀은 대형마트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7.2kg에 불과하니까 80만~90만원인 최신 스마트폰 한 대로 4인 가족이 2년 먹고도 남는 쌀을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같은 중량으로 환산한 애완견 사료가격보다 못한 것이 쌀값이다. 이런 와중에 올해 농업계의 최대 화두는 ‘쌀 관세화 유예 종료’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쌀 관세를 유예하는 조건으로 쌀의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왔다. 올해 추가로 관세화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고, 유예를 조건으로 어떤 부당한 요구를 할지 몰라 정부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의무수입량 확대보다는 전면 쌀 시장 개방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쌀을 둘러싸고 농업계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한 현실 앞에 농업인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더 이상 절규할 힘조차 없어 보인다. 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농촌의 현실은 우리가 말로는 농업농촌을 우리 사회의 기반이자, 생명산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산업화와 경제 논리로 우리 생활에서 밀어낸 결과다. 우리가 쌀을 홀대하고 농업인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이 농촌에서 벼를 심는 논이 소리 없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논 면적은 96만 4000㏊로 2005년 110만 4800㏊에 비해 12.7%나 감소했다. 여의도 면적의 485배에 달하는 논이 사라졌다. 통계청은 쌀값이 떨어져 과수 등 수익성이 높은 밭작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논 면적 감소가 조만간 환경적 재앙으로 부메랑이 돼 우리 사회를 덮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지하수 부족이다. 일본 구마모토시의 경우 지하수 부족이 심각해 원인을 분석했더니 논 면적의 감소가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논은 하루 감수심(減水深)이 3㎝로 댐이나 저수지와 달리 지표면의 물을 정화해서 지하수로 내려 보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구마모토시는 시민의 막대한 세금을 들여, 논에 물만 가둬도 농가에 보조금을 지불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농업이 식량이 아닌 환경으로 도시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체 시민이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에 공감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농업과 농촌, 농업인 이른바 ‘삼농’(三農)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을까. 우리는 농촌과 도시가 분리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논이 사라지면 물 부족으로 도시에 살고 있는 바로 내가 고통을 겪는다. 정부가 농업에 투입하는 재원이 많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삼농의 가치에 우리는 얼마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삼농이 완전히 무너진 다음에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시민이 함께 아픈 농촌의 현실을 공감하고 보듬어 주기를 기대한다.
  • 올여름 아이와 가볼만한곳, 휘닉스파크 특별프로그램 선봬

    올여름 아이와 가볼만한곳, 휘닉스파크 특별프로그램 선봬

    평창 휘닉스파크는 블루캐니언, 몽블랑, 플라잉짚 등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체험시설을 비롯해 여름을 맞아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DIY 체험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매 시간마다 다른 주제의 교육이 진행돼 고객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가족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힐링 프로그램 ‘웰니스 치유의 숲’ ‘웰니스 치유의 숲’ 프로그램은 숲 전문가인 해설가의 인도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풀, 꽃, 나무 등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산림욕을 통해 울창한 숲 속의 피톤치드를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 시킴으로써 면역력을 높이고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치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밖에서 뛰어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스포츠교실’ 축구와 캐치볼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교실은 전문 강사의 지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스포츠를 즐기기 전 기초훈련부터 시작해 올바른 기본자세와 팀 대항 미니게임까지 즐길 수 있어 특히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간으로 전해졌다. 파란 잔디로 덮인 휘닉스파크의 스키슬로프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처음 본 친구들과의 친화력을 기르기에도 좋다. -안전한 여름휴가를 대비하는 안전교육 ‘심폐소생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물놀이가 급증하는 여름휴가를 대비해 마련된 교육이다. 무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해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인공호흡, 응급장비 사용법 등을 배우고 직접 실습까지 할 수 있다. 휘닉스파크는 이 밖에도 케익만들기, 팔찌만들기, 자연화분만들기, 연만들기 등 나만의 개성을 표출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스키슬로프를 산악용 오토바이를 타고 누비는 ATV체험 등 총 14개의 다양한 즐길 거리들을 운영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휘닉스파크 공식 홈페이지 또는 체험문의(033-330-6914~6)를 통해 안내 받을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CJ그룹, 지주사 대표 직속 안전경영실 신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이 화두로 부각된 가운데 CJ그룹이 그룹 차원의 안전 전담 조직인 안전경영실을 신설했다. 11일 CJ그룹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안전관리를 담당했으나 최근 안전문제가 대두되고 계열사별 협업과 통합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지주사인 CJ주식회사 대표 직속으로 안전경영실을 신설해 통합 대응체제를 갖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전경영실장인 최고안전책임자(CSO)에는 CJ제일제당 생산총괄을 담당하던 김근영 상무가 임명됐다. 안전경영실 산하에는 산업안전·식품안전·정보보안 등 각각의 담당을 둬 그룹의 안전·보안 역량 확대를 위한 로드맵, 전략 수립 등을 맡길 예정이다. 영화관, 레스토랑 등 다중이용 사업장을 보유한 그룹 사업 특성에 맞춰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통합 대응체제도 갖춘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50년간 전통장례문화 물품 수집 ‘쉼’ 박물관 박기옥 관장

    [김문이 만난사람] 50년간 전통장례문화 물품 수집 ‘쉼’ 박물관 박기옥 관장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삶’과 ‘죽음’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다시 말해 ‘웰빙’과 ‘웰 다잉’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평생 ‘삶과 죽음’의 공존 속에 숨 가쁘게 살다가 편안한 ‘쉼’의 세계로 떠난다고 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위치한 ‘쉼 박물관’은 이 같은 삶과 죽음을 동시에 보여 주는 독특한 박물관이다. 현충일 이틀 전인 지난 4일 박물관을 찾았다. 입구 벽에 걸려 있는 명문목판(銘文木板)의 한시(漢詩)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나서 백년 누리기는 어려우나 죽어서는 천추를 누리니/돌아가는 객의 낯빛 속에 청산이 어리었구나/만금의 재물은 모두 덧없는 것이니/이 몸은 어디에 들거나 청산으로 가리라’ 또 있다. 동화작가 권영상의 ‘새’에 나오는 내용이다. ‘가벼운 것일지라도 새들은/가끔씩/깃털을 버리는가 보다/버릴 것은 버리면서/가볍게/하늘을 나는가 보다’ 박물관의 내부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끼게 하는 글귀다. 주택가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2007년 10월 개관했다. 박물관장이 20대 때부터 꾸준히 모아온 상여, 상여 장식, 요여 등 전통장례 용품 100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 내부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조상들의 해학과 순수성을 엿볼 수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편안히 누워 쉬고 있다는 생각으로 안방 침실에 상여를 전시한 것을 비롯해 옷방과 식당이 꼭두와 용수판, 자개 문갑 등 여러 가지 상여장식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1층 전시실에는 물구나무를 선 꼭두 등 눈길을 끄는 많은 목조각들이 진열돼 있으며 화장실에는 심청전, 오성과 한음, 도깨비 방망이, 이수일과 심순애 등 전통 이야기에 맞춰 전시품들을 배열하고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지상과 천상을 연결한다는 용, 봉황, 새, 닭 등 날개 달린 짐승의 상여조각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거나 가지런히 벽 쪽에 진열돼 있다. 용을 타고 피리를 불면서 하늘을 오르는 상여조각, 칼을 든 도깨비 양쪽 어깨에 용의 모습이 장식된 상여조각들도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문화의 면모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죽음을 장식했기에 박물관은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북악산의 경치와 박물관 주변에 빙 둘러 서 있는 나무와 꽃 등이 더욱 그러하다. 이 박물관의 지하 특별 전시실은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이다. 그동안 이걸재 소리꾼의 서민상여 퍼포먼스(2007년),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전(2008년), 한국 보자기와 부채전(2011년), 국제 보자기포럼 특별전(2012년) 등을 비롯해 2010년부터 세계인형전을 매년 열고 있으며 지금은 독일의 미술가 게하르트 바치전, 그리고 박물관장이 직접 제작한 부채와 보자기전이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상례문화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여는 등 조선시대의 장례절차와 분묘, 묘비, 상여에 대한 논문 발표의 장소가 되기도 하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장례문화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 박물관은 개관 당시 혼자 사는 한 여인이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박기옥(75) 박물관장과 마주 앉았다. “집도 쉼이고, 만남도 쉼이고, 영면도 쉼입니다. 죽음은 분명 슬프지만 제 남편이 자는 듯 숨을 거두는 것을 보고 진정한 쉼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요. 그래서 쉼 박물관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박물관이 비록 서울 도심 복잡한 곳에 있지만 잠깐 쉬듯 관람하는 만남의 장소가 됐습니다.”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쉬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삶과 계속 이어지는 것이 죽음의 철학이 아니냐는 것이다. 전시실 한편에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들을 지나는 사진이 걸려 있다. 슬프다기보다는 웃는 모습이다. 어릴 적 시골 동네에서 들었던 소리가 얼핏 들리는 듯하다. ‘북망산천 멀다더니 대문 밖이 북망일세 에헤 에헤~’ 박 관장은 “예부터 조상들은 죽은 자와 산 자들을 가급적 연결시키도록 했다. 죽은 자의 거처를 마련하고 기념하는 것도 그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왜 살고 있는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었느냐고 물었더니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기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가졌다”고 대답한다. 박물관을 만든 계기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50년 전이다. 평소 우리의 민속품을 좋아해 서울 인사동 등 골동품 가게를 자주 찾았다. 처음에는 나막신이나 떡살, 작은 소반 같은 것을 모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소박한 상여에 부착된 여인의 목조각, 목조형물 등을 보고 우직한 오방색에 매료돼 그것을 수집했다. 보면 볼수록 옛날 서민들의 삶 등 하나하나에 특색과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계속 모으게 됐다. 결혼 후에도 상여에 부착된 여러 목조각들의 수집은 이어졌다. 남편한테 “그 빈대 나오는 것들 그만 가져오라”는 말을 들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 10년쯤 지났을 때에는 남편도 오히려 협력자가 됐으며 나중에는 미술 하는 세 딸과 아들도 박 관장의 수집을 이해하고 도와줄 정도가 됐다. 그러던 중 2005년을 전후해 시어머니와 친어머니 그리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 “죽음은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쉬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06년 10월 남편의 죽음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철학이 달라졌습니다. 삶의 과정이자 연장이고 잠자듯 쉬는 거라는 것을 느끼게 됐지요. 또한 우리의 전통장례를 찬찬히 음미해보면 북망산천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죽어서 다시 살 거처도 마련해 주거든요. 전통장례는 장엄하고 엄숙하지만 일종의 새로운 곳을 향하는 축제이기도 합니다.” 박 관장의 안방에 상여를 배치한 것도 남편이 편히 쉬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다.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인테리어는 박 관장이 직접 했으며 프랑스에서 작가로 활동하던 막내딸이 소장품 배치를 도왔다. 개관 기념으로 소리꾼들을 불러 지게놀이 등 서민 상여 퍼포먼스를 하면서 상여 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출발하게 됐다. 7년이 지난 지금은 국내 관람객뿐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도 많아졌으며 프랑스 박물관 포털사이트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지금도 전통장례문화와 관련된 물품들을 모으면서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박 관장은 남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있기에 잠시 자랑을 하겠다고 말한다. 고인이 된 남편 남방희씨는 호남정유 계열사 중역으로 일했다. “거제에서 태어났고 남몰래 학비를 도와주는 등 불우이웃들에게 많은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또한 기부문화를 몸소 실천했고 가족사랑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향 후학들에게는 덕불고(德不孤), 그러니까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는 얘기를 자주 했지요.” 잠시 침묵이 흐른다. 주변에 새들이 많다. 땡그랑, 풍경소리도 들려온다. 평소 알고 지내는 소리꾼 장사익씨가 바로 윗집에 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장씨는 즉석에서 노래 한 곡을 읊어댄다. ‘잎사귀 가지 하나 놓는다/한세상 그냥 버티다 보면/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 될 줄 알았다/기적이 운다/꿈속까지 찾아와 서성댄다~’ 다시 장례 얘기로 돌아왔다. “예전 장례는 통곡했는데 그 이유가 한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울음으로 한을 표출하잖아요. 물론 슬프지만 축제처럼 슬픔을 승화시켜 기왕 가시는 분에게, 잘 가시라고 하는 마음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박물관에는 코믹하게 물구나무 놀이하는 꼭두도 있고 장난기 있는 해학적인 조각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여꾼들도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겠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예술꾼들이 조각도 만들고 조형물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부분을 다시 얘기한다.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부터는 우리의 전통 상여는 없어지고 온통 흰 국화로 장식한 운구차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기자가 서양화가 권옥연 화백과 함께 장례식 광경을 보면서 실망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국장이나 국민장은 이제라도 우리 전통 장례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관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삶과 죽음은 공존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국장만큼은 전통장례식으로 치러야 한다. 그 운동을 펼칠 것”이라면서 뒤돌아섰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박기옥은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옛 물건에 관심이 많았고 골동품 수집을 좋아했다. 이화여대 사학과 1회 출신이다. 결혼한 뒤 지금의 박물관 자리에 집을 꾸몄다. 1968년 동아일보에서 ‘꽃꽂이’를 테마로 집이 소개됐으며 대한민국 베스트 드레서 10위 안에 선정됐다. 1986년 ‘뿌리깊은 나무’에 ‘한국의 맛집-미더덕 찜’, 1989년 ‘행복이 가득한 집’에 ‘그림이 있는 집’ 등으로 소개됐다. 1999년 예술의전당 ‘코닝페어’를 시작으로 2002년 프랑스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한국의 모시작품전에 부채와 적삼 등 여러 작품을 출품했다. 2007년 박물관을 개관한 이후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전(2008년), 한국 보자기와 부채전(2011년), 국제 보자기포럼 특별전(2012년) 등 매년 굵직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 서청원 출정 선언… 與 ‘당권 레이스’ 본격 돌입

    서청원 출정 선언… 與 ‘당권 레이스’ 본격 돌입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의 유력 주자인 서청원 의원 대 김무성 의원 간 경쟁구도가 본격 막을 올렸다. 서 의원은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주최한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사실상 전당대회 출정식을 가졌다. 김 의원은 자신의 공부모임 ‘통일경제교실’을 두 달여 만에 재개했다. 서-김 의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출신으로 한 지붕 밑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동고동락했다. 이듬해 친박(친박근혜)계 공천탈락 여파로 각각 친박연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시련도 겪었다. 그러나 이후 길을 달리하며 각각 친박계 맏형, 친박계 내 비주류로서 박근혜 정부 중반기의 집권 여당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프레임 싸움을 시작했다. 전당대회를 향한 첫발부터 대조적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100여명 가까운 의원·원외 당협위원장 등 자체 추산 20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몰리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당권 경쟁자인 이인제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 좌장 이재오 의원, 정의화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지사·유정복 인천시장·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 정대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도 자리했다. 앞서 지난 8일 김 의원이 당사 기자실에서 나홀로 출마 선언을 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누가 뭐래도 30년간 정치하면서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과거와 미래’ 프레임으로 자신을 과거 틀에 가두려는 것을 겨냥해 ‘배신과 의리’를 앞세웠다. 정치 대개조를 위한 책임대표·당정청의 수평적 긴장관계·공천개혁도 화두로 내놨다. 서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사실상 1차 부도를 맞았는데 국민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더 이상의 2차금융은 없을 것“이라면서 “통렬한 반성 속에서 정치 대개조에 즉각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은 무기력한 자세를 벗어나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자세로 집권 여당과 국회의 위상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의원의 통일경제교실에는 원내 의원 60여명이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 모임은 공부모임”이라면서 “과거의 줄세우기, 세몰이 등 나쁜 풍토를 바꾸려고 출마했기 때문에 저 혼자 출마선언을 했고 출정식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차별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캠프 측은 캐치프레이즈로 ‘연리지처럼 김무성처럼’을 내걸었다. 당과 청와대, 당과 국민을 연리지처럼 잇는 상생·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충청 대망론을 앞세운 6선 이인제 의원도 헌정기념관에서 ‘새누리당 대혁신 비전 선포식’을 열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 의원은 “당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도구가 되겠다. 이것이 나의 숙명”이라며 공천권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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