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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전광우 前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실패에서 배운다 아차차!] 전광우 前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우리금융그룹 부회장(2001~2004년), 초대 금융위원장(2008~2009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2009~2013년) 등 민관을 아우른 전광우(66) 연세대 석좌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는 그에게 24일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물었다. 전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사장 재임 시절 본사는 옮겨도 기금운용본부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서울에 잔류시키기로 정부와 국회가 뜻을 모았다. 그때 합의된 내용을 문서로 남겨놓지 않은 게 후회된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전문적 운용을 위해 1999년 만들어졌다. 500조원을 굴리는 ‘큰손’이다. 공단을 따라 올 하반기 전북으로 이전키로 결정 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내 공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안갯속이 됐다. 전북지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그가 지방 이전에 부정적인 까닭은 명쾌하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사람들이 왜 (미국) 월가에 모여 있겠는가. 그곳에 정보가 있고 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기관투자가 사이의 실적 경쟁이 심해지고 글로벌 네트워크가 중시되는 마당에 (기금운용본부가) 지방으로 옮겨가면 핵심 인재들이 한국에 있으려 하겠는가.” 지역의 균형 발전은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판단’ 없이 덜컥 지방행을 결정하면 우수 인력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 전 위원장의 얘기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은 세계 몇 위 안에 드는 큰손이지만 아직 해외 대체 투자 부문은 약하다”면서 “이런 점 등을 감안해 서울에 남기려 한 건데 (문서로) ‘대못’을 박지 않아 갈등 소지를 만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사장 임기 중 총 74조 4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수익금을 만들어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사이익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전 이사장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대박’도 가능했었다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우리가 해외 대체투자를 대규모로 해본 경험이 얼마나 되겠나. 게다가 안전성만 과도하게 강조하는 보수적인 운용 문화 탓에 좀 더 도전적으로 하지 못하고 멈춰 선 것이 못내 아쉽다.” 요즘 화두인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금지) 규제 속에 갇혀 버린 것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이 규제를 완화해야만 다양한 핀테크 기업이나 비은행기업이 많이 들어와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큰다. (내가 금융위원장으로 있던) 2009년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4%에서 9%로 완화했는데 4년 뒤에 (국회가 법을 고쳐) 다시 4%로 되돌리더라. 개혁과 정책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는 ‘베어스턴스의 교훈’도 얘기했다. “2008년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 그때 좀 더 심각하게 들여다봤어야 했다.” 그로부터 꼭 6개월 뒤 160년 역사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사실상 글로벌 금융위기 예고편이었던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그때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폈다면 고통이 덜 하지 않았겠느냐는 반성이다. 그는 “지금도 중국 성장 둔화와 한계기업 속출 등으로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고통을 피하면 더 큰 고통이 온다는 과거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씨줄날줄] 다보스포럼의 경고/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다보스포럼의 경고/임창용 논설위원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어쩌나. 21세기 과학기술의 총아,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받는 두 ‘보석’이 다른 한편에선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자리 위협이란 측면에서 부정적 징후들이 로봇과 인공지능이 쓰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요즘 자동차산업계의 화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다. 모두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나 다름없다. 미국에서 최고 인기인 테슬라의 전기차 보닛을 열면 속이 텅 비어 있다고 한다. 복잡한 엔진과 기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엔진과 구동장치를 구성하는 수많은 부품 제조업이, 다시 말하면 노동의 대상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상용화가 임박한 자율주행차는 더 심각하다. 테슬라와 구글은 2017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수많은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들의 실직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디어 시장에선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 세계적 권위의 매체들이 앞다퉈 ‘로봇 저널리즘’을 도입하면서 기자들의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드론은 어떤가. 아마존을 선두로 시험 운용 중인 드론 활용이 보편화되면 수많은 배달업 종사자들이 거리에 나앉을 것이다. 현재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는 이 같은 징후와 우려가 결코 과장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포럼이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의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하면서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 이 기간에 새로 생겨나는 직업은 210만개에 불과하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수행이 특징인 사무·행정 직종이 475만개로 가장 많이 준다. 제조·생산(160만), 건설·채굴(49만), 예술·디자인·환경·스포츠·미디어(15만) 업종도 많이 감소한다. 23일 폐막하는 다보스포럼의 대주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개막식에서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엔 분명히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듯싶다. 그럼 노동자들은? 일부 로봇 전문가들은 단순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다루는 새로운 전문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될까. 지난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량은 20% 가까이 늘었지만, 종업원 수는 오히려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모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 줄 것이라는 슈바프 회장의 낙관적 예고를 무조건 믿어 보는 수밖에.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朴대통령 “문화라는 언어로 전 세계 연결” 영상 메시지

    朴대통령 “문화라는 언어로 전 세계 연결” 영상 메시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모로사이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한국 문화, 세계와 연결하다’라는 주제의 ‘한국의 밤’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대통령 특사 자격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국 정·재계 인사 30여명과 야코브 프렝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 등 해외 인사 800여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회장 등 글로벌 리더 800여명 참석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은 한국의 밤 행사는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인 문화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근혜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국은 5000년의 유구한 문화유산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문화 융성을 통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문화라는 언어를 통해 전 세계를 연결해 더욱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특사, 반기문 총장과 북핵 등 면담 특히 최 특사는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25분간 면담했다. 면담에 배석한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기후변화 대응, 북핵 문제 등이 화제가 됐다”면서 “강력한 대북 2차 제재를 통해 추가 핵개발은 없어야 한다고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 등에 대해서는 “얘기를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 정상들의 이날 화두는 난민 문제로 압축됐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시리아 주민 40만여명이 억류돼 아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슬람국가(IS) 소탕을 위해 무력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요한 슈나이더 암만 스위스 대통령과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등을 차례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기고] 청년 취업의 희망 사다리/강태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감사

    [기고] 청년 취업의 희망 사다리/강태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감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학력과잉’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향후 10년 동안 대졸자 79만여명이 실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른바 ‘고용절벽’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정 운영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5대 법안 통과에 최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더불어 30개 공기업을 비롯한 313개 국가 공공기관을 필두로 주요 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정년 연장으로 인해 퇴직자가 감소하게 되면 청년들의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임금피크제로 아낀 인건비를 청년 추가 채용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내년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주고, 도입 시기에 따라 내년 임금인상률에 최대 2배 차이가 나도록 하는 등 적극 독려한 결과 313개 전 공공기관에 대한 도입을 완료했다. 그 결과 모든 공공기관을 통틀어 최대 4441명의 청년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민간 부문에서도 SC은행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이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어서 취업 전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의 경우도 전체 280명의 직원 정원 중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인원인 21명(7.5%)을 내년부터 3년간 신규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코바코 전 직원의 평균 근무 연한이 18년에 이르고, 한 지방지사의 경우 입사 12년차 직원이 막내일 정도로 인사 적체와 고령화가 심각한 상태에서 이번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신규 채용은 조직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기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또 다른 희소식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도입이다. NCS란 산업 현장의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출해 표준화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이기도 하다. 코바코도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해 9월 신입 사원 채용전형 시 NCS를 처음으로 도입한 결과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낳았다. 무려 37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이번 신규 채용 전형에서 코바코는 학력, 전공, 성별, 나이 등 지원 자격 제한을 없애고, 토익 등 어학점수 제출도 폐지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은 NCS에 따라 직무와 적합한 학업 이수 및 경력을 고려했다. 그 결과 변호사 17명, 회계사 22명 등 고급 자격증을 가진 응시자들도 대거 탈락해 그중 변호사 1명, 회계사 3명만이 합격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 이는 NCS에 의한 채용이 전공 및 직무와 무관한 석·박사 학위, 유학 경력과 영어성적 등 이른바 ‘잉여 스펙’이 소용없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대학 재학 시부터 희망 취업 분야의 ‘NCS 강좌’를 착실히 수강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임금피크제와 NCS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 사다리’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조계종 달구는 ‘깨달음’ 논쟁

    조계종 달구는 ‘깨달음’ 논쟁

    조계종에 깨달음 논쟁이 뜨겁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깨달음이란 잘 이해하는 것’이란 일갈로 촉발된 간화선 문제 제기가 전국선원수좌회와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안국선원장)의 반박으로 논쟁 양상을 띠면서 지지·옹호 발언 각축과 현응·수불 스님 대담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은 성철 스님의 돈오 논쟁 이후 불교의 본질과 관련한 첫 거대 논쟁이란 차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응 스님이 지난해 9월 세미나를 통해 논쟁의 불씨를 지핀 ‘깨달음이란 잘 이해하는 것’ 지론의 핵심은 이렇다.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설법, 토론,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지 선정(禪定) 수행을 통해 이루는 몸과 마음의 높은 경지, 즉 신비로운 경지가 아니다.” 조계종단이 1700년간 수행전통을 이어와 근간으로 삼는 간화선, 즉 화두에 집중해 깨달음을 얻는 선 수행 방식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문답을 통해 가능했던 간화선이 원(元) 이후 좌선(坐禪) 위주로 바뀌면서 깨달음이 ‘이해하는 것’에서 ‘이루는 것’, 즉 신비 영역으로 변질됐다는 주장이다. 해인사 주지를 지낸 교육원장 스님의 문제 제기는 특히 “그런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에 얹혀 격한 논쟁으로 치달았다. 먼저 전국선원수좌회가 나섰다. 수좌회는 웬만한 종단 문제엔 나서지 않지만 거대 담론이나 종단 거취를 좌우하는 사안엔 한목소리로 대응해 ‘한국불교의 마지막 자존심’이란 평을 듣는 선방 스님들이다. 그런 수좌들이 성명을 통해 현응 스님에게 뿜은 일격은 이렇다. “현응 스님이 말한 ‘이해하는 것’은 부처님과 조사들이 경계한 ‘알음알이’일 뿐이다. 이해(알음알이)를 깨달음으로 삼게 되면 도둑을 자식으로 삼는 것과 같게 된다.” 이 반박 성명에 현응 스님은 “선종(禪宗) 느낌이 강한 조계종보다 더 큰 그릇의 명칭이 필요하다”며 종단 개명까지 들먹였고 이에 수불 스님이 정색하고 맞섰다. 전국 선원과 불교계에 배포한 ‘종지(宗旨)의 현대적 구현’이란 책자를 통해 수불 스님은 “(현응 스님의)‘깨달음이란 이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책상물림의 말일 뿐이고 정작 진실된 수행자라면 ‘깨달음이란 사유의 영역을 초월한다’는 부처님 말씀에 동의할 것”이라며 “간화선 부흥에 한국 불교의 미래가 달렸다”고 쐐기를 박았다. 최근 양측의 논쟁이 불교계 전체로 번지면서 지나친 대립 대신 종단, 중생을 위한 논쟁으로 물꼬를 트려는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5일 정의평화불교연대(정평불)가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지금 여기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연 학술회의 참석자들은 중재 격 발표를 통해 논쟁의 허실을 지적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깨달음이 잘 이해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유의 영역을 초월하는 것이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21세기 상황에서는 제3의 길, 즉 이해와 선정을 뛰어넘어 불법의 진여 실제에 다다르는 길을 모색하는 게 한국불교를 혁신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를 참관한 현응 스님은 “수불 스님과 양자토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어떤 자리라도 기꺼이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불 스님 역시 지난 16일 범어사 설법전에서 열린 법회를 통해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라면서 현응 스님의 공개토론 제안에 “종단에서 마련하면 나가겠다”고 응답해 두 스님의 대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은 독일 베를린의 ‘중앙역’이나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지하공간으로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은 지난 18일 3층 구청장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신 구청장은 강남 영동대로 지하에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최대의 지하철도 복합환승터미널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서울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강남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받느라 정말 힘들었다”면서 “몇 년 앞을 내다보며 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TX·고속철·도시철도 통합개발 협의체 가동 신 구청장은 지난해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공공기여금(1조 8000여억원 예상)을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에 쏟아붓겠다는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 지하공간은 KTX, GTX 3개 노선, 위례~신사선과 U-스마트웨이(Smartway)가 지나가는 대규모 개발이 예정돼 있다”며 “이 사업들을 개별적으로 추진할 경우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20년 이상 도로공사가 이어져 서울시민의 불편이 불을 보듯 뻔했지만, 서울시는 모른 척했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신 구청장은 서울시와의 갈등에도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에 우선순위를 두자고 주장한 것이다. 많은 비판에도 지역 구청장으로서 뜻을 굽히지 않았기에 지난해 11월 국토부로부터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추진계획’을 이끌어 냈다.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신 구청장은 “올해부터 통합개발 협의체가 가동되는 등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면서 “2020년 한전 부지의 현대차 통합사옥(GBC) 완공 시점까지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행정가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선거로 당선됐지만 나는 행정가”라고 답했다. 신 구청장이 걸어온 행보를 보면 사실 정치인이기보다는 서울시에 잔뼈가 굵은 행정가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1973년부터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고 이명박 시장 시절 행정국장을 지냈다. 2007년 1월 여성가족정책관(1급)을 끝으로 명예퇴직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 때 한나라당 서울시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친이계’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신 구청장은 그동안 여러 가지로 서울시와 각을 세우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한 ‘공’으로 이번 4월 총선에 출마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었다. 그는 “정치인이란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 4월 총선에 도전장을 내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분명히 지난해부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청장으로 뽑아 준 강남 주민을 위해 끝까지 구청장 임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구청장은 ‘사사건건 박 시장과 갈등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았다. 그는 ‘강하면 부러질 수 있다’는 경구를 들이댔다. 신 구청장은 “정치인은 타협하고 조정하지만, 행정가는 타협할 수 없다. 모든 것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정치인이 못 되는 듯하다”며 웃었다. ●“무허가 판자촌 정비도 행정 원칙 따라 추진” 수십 년 동안 어떤 구청장도 하지 못했던 강남구의 무허가 판자촌 정비도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인 강남구엔 모두 4곳의 무허가 판자촌이 있다. 개포동의 재건마을과 달터마을, 구룡마을, 논현로의 수정마을이다. 입주민의 거센 반발에도 이주와 재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달터마을과 수정마을의 일부 이주를 마친 곳에는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 구룡마을은 서울시와 합의를 마치고 오는 3월 도시계획 심의를 하는 등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마을도 마을 대표와 협상 중이다. 신 구청장은 “행정 원칙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있기에 타협 없이 추진하고 있다”면서 “표를 의식했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꼬인 서울시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궁금했다. 신 구청장은 “박 시장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조금도 없다”면서 “서울시 산하의 자치구라고 일방통행식 행정, 불합리한 행정만 없다면 박 시장과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저격수’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서울시의 잘못된 행정을 안다면 누구라도 나랑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서울시와 관계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 구청장은 지난 15일 ‘강남구 현안 사항 협의’를 위해 서울시에 박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서류상 면담 사유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 추진’ 등 7건에 대해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신 구청장은 “서울시가 올해 화두를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 원년’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 기초자치단체의 자치분권도 존중해 주리라 믿는다”면서 “대화하면 안 풀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강남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부지에 들어설 105층의 현대차 통합사옥인 GBC가 강남구를 넘어 대한민국 관광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 구청장은 “일본 도쿄타워나 프랑스 에펠탑, 중국 상하이의 동방명주 등보다 훨씬 높은 520m에 들어설 GBC 전망대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강남을 찾는 외국인들이 안전하게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나의 마지막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남구에 4색의 관광거점을 만들고 있다. 강남역 주변은 한류스타 콘서트와 빛의 거리 조성, 한류스타 포토존 설치 등 ‘젊은 세대 문화 중심’으로, 삼성역·코엑스 일대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 5월 C-페스티벌과 10월 강남페스티벌 등으로 ‘마이스(MICE)·비즈니스 중심’으로, 압구정·청담동 일대는 K-스타로드(Star Road), 패션쇼와 한류스타와 함께하는 이벤트 등으로 ‘패션·한류 중심’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은 한류스타 게릴라·버스킹 공연, 공공미술 프로젝트 진행과 중국 은련카드와의 공동 이벤트 추진 등 ‘푸드·뷰티·패션 중심’으로 특화에 나섰다. 그는 “올해 해외 관광객 800만명, 2020년 GBC가 완공되면 강남은 1500만 해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 인턴·노인 활동 지원 등으로 일자리 10만개” 일자리 창출도 놓치면 안 될 과제다. 신 구청장은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 등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이 일자리 창출”이라며 “민선 6기 임기 내에 희망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공공일자리와 노인 사회 활동 지원 등 직접 지원으로 2만 6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또 청년 인턴과 지역 맞춤형 인력 양성, 맞춤형 취업 지원 서비스,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등에서 3만 4000개 등 정부 부문에서 6만여명을 창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관광산업 육성과 국내외 우수 기업 유치 등 민간 부문에서는 4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는 “기초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구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청년 창업가에게 사무실부터 맞춤형 창업교육, 전문가 상담, 마케팅 홍보까지 종합적·체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선정릉역 인근에 ‘강남구 비즈니스센터’가 완공되면 청년창업지원센터·여성능력개발센터 등을 이전 입주시키는 등 청년 창업과 여성 취업의 요람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강남 주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 신 구청장은 “종합무역센터 주변 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확대 반대 서명에 모두 68만여명이 참여하는 등 강남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큰 힘이 됐다”면서 “강남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생산 인구 뚝 떨어지니… 일본 경제도 함께 늪으로

    생산 인구 뚝 떨어지니… 일본 경제도 함께 늪으로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모타니 고스케 지음/김영주 옮김/동아시아/324쪽/1만 5000원 새해 벽두의 화두는 경제활성화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디플레이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갖가지 처방이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본의 사례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절벽, 저성장 등 일본 사회의 전철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일본에서 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일본 총합연구소 조사부 주석연구원이자 일본정책투자은행의 특임고문인 저자가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근거로 주장하는 핵심은 ‘경기’가 아니라 ‘인구’다. 책은 단순히 생산성이 향상된다고, 경제가 성장한다고 내수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지적하면서 한때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현재와 같은 상황으로 추락한 원인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즉 현역 세대의 감소와 고령자의 급증에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세대는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로 이들이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주택과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린 것도 그들이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가 돼 퇴직하고 그들의 연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었다. 내수대응산업은 공급 과잉 추세를 이어 갔고 결국 내수대응산업의 상품·서비스 가격이 붕괴됐다. 이들 산업이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채용 억제와 인건비 억제가 뒤따랐다. 이로 인해 내수 감퇴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주택, 전기제품, 건설, 부동산의 침체를 함께 불러왔다. 책은 ‘노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사태의 본질을 무시하고 경기 순환으로만 설명하려 한 것이 일본의 현재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인구가 반등하지 않는 한 정부가 각종 인위적인 정책을 써도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를 둔화시키고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세대의 개인 소득 총액 유지 및 증가, 개인 소비 총액 유지 및 증가를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고령 부유층에서 젊은 세대로의 자발적인 소득 이전 실현, 여성 취업과 경영 참가 촉진, 외국인 관광객 및 단기 체류객 유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강철규 지음, 사회평론 펴냄) 경제학자 출신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낸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강한 나라=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라는 단순한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380쪽. 1만 8000원. 지구의 밥상(구정은 외, 글항아리 펴냄)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남태평양섬 나우루부터 미국 볼티모어까지 전 세계 10개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밥상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세계화가 개개인의 밥상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했다. 228쪽. 1만 4000원. EBS 공부특강(EBS공부연구팀 지음, 비아북 펴냄) 청소년들의 고민 1위인 공부법에 대해 EBS가 기존의 공부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평범하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공부법을 소개한다. 328쪽. 1만 5000원. 김광석과 철학하기(김광식 지음, 김영사 펴냄) 지난 6일로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가 된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통해 철학자 김광식이 우리 삶의 아픔과 슬픔을 비추고, 이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치유할 수 있는 화두를 보탰다. 360쪽. 1만 3800원. 서당에서 하버드까지(조계근 지음, 북인 펴냄) 집안이 너무도 가난해 마을 서당에서 공부하고 초등학교도 절반밖에 다니지 못한 저자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고 대학교수가 되기까지의 인생 역정을 담담히 풀어냈다. 223쪽. 1만 2000원. 불만이 있어요(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김정화 옮김, 봄나무 펴냄) ‘어른들은 왜 제멋대로예요?’ 잔뜩 골이 난 아이의 질문 세례에 아빠는 능청스러운 대답만 늘어놓는다. 유머로 뭉친 엉뚱한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부모는 아이의 마음 곁에 다가가게 된다. 32쪽. 1만 1000원.
  •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상도(商道). 고인이 된 최인호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고통받던 시절 200년 전 실존했던 의주 상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렸다. 2005년에는 TV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임상옥은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 같다는 뜻이다. 물과 같은 재물을 움켜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기업인은 저울과 같이 반듯해야 한다는 유훈이다. 그는 죽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한 것은 계영배(戒盈盃)의 교훈이다. 가득 채우면 텅 비어 버리고 7할만 채우면 온전한 ‘계영배’를 곁에 두고 상업지도(商業之道)를 구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를 ‘경제의 새로운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이 임상옥을 사표로 삼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를 소망했다. 최근 한 모임에서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만 보이고 가계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상도와 계영배였고, 이 땅에 ‘기업가 정신’은 살아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기업이 이(利)를 추구하면서 의(義)를 함께 구하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혁신과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봤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잘 살아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등장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업가 정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기업가 정신’을 ‘생산성 최적화와 적정 이윤’에서 찾고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이윤 극대화’가 아닌 상생의 원리가 작동하는 ‘적정 이윤’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도’와 ‘계영배’가 갖는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그 기업은 더욱 빛이 난다. 얼마 전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눠 준 것은 기업가 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좋지 않은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중국의 불안정한 금융시장,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로 시작되는 양극화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는 연초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용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한국은행과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 중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몫은 1990년 70.1%에서 2014년 61.9%로 약 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기업소득은 17%에서 25.1%로 8%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국가)소득은 13%에서 13.1%로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GNI 가운데 가계소득이 줄어든 만큼 기업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 2000년 기준으로 2014년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은 73.8%인데 제조업 평균 누적 실질임금상승률은 52.7%, 이를 전 산업으로 확대한 누적 실질임금성장률은 35.8%에 그쳤다. 이 역시 경제성장의 과실 가운데 근로자의 몫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에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이 쌓였고, 사회는 양극화와 청년 실업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제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기업은 정부와 가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적정한 이윤을 남기고 직원들의 임금과 주주 배당을 늘려야 한다. 대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대기업이 중견기업에,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적정한 용역비나 납품 값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이 각각 상위 기업의 60% 수준이라는 것은 상생 경영이 아니다. 기업이 못 하면 정부가 나서서 경제의 뿌리를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헌법 119조 2항은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정부의 조정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2016년! 기업이 ‘상도’를 회복, 실천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yunbin@seoul.co.kr
  • [씨줄날줄] 혼밥보다 ‘혼밥’/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혼밥보다 ‘혼밥’/황수정 논설위원

    “덕선아! 숟가락 좀 놔라~”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의 집 담장 너머 울려 퍼지는 엄마의 대사다. 해거름 골목길을 비출 뿐인데, 숟가락의 웅변은 대단하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두레반에 가족 수만큼 수저가 놓이고, 둘러앉은 식구들이 정수리를 비벼 가며 저녁밥 먹는 장면을. 한 밥상에서 온 가족이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는 그 자체로 ‘복고’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세태는 어제오늘 다르다. ‘혼밥’(혼자 먹는 밥)이라는 조어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벌써 익숙하다. 혼밥의 극복 여부에 따라 세대가 갈린다. 혼자 먹기가 무안해서 끼니를 건너뛴다면 꼼짝없이 구세대다. 요즘 세대라면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다. 더 맛있는 혼밥을 즐길 수 있게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많다. 그런 풍속에 스스로 ‘미식 유목민’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부른다. 혼밥용 그릇까지 인기 있다니 설명이 더 필요 없겠다. 20~30대에게 나 홀로 문화가 뿌리내리는 속도는 무섭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만의 쇼핑을 즐기는 ‘혼쇼’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이러니 나 홀로 소비를 겨냥한 시장 마케팅에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 간단히 혼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들이 무한경쟁을 벌인다. 그 와중에 나온 유행어가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 자고 나면 하나씩 나 홀로 족의 신조어가 들린다. 덕선이가 가족 수만큼 끼니마다 밥숟갈을 놓던 시간은 딴 세상 이야기다. 1~2인 가구는 재작년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주목할 대목은 현실의 나 홀로 족은 혼자 있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혼자 있거나 즐기는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직장인이 3명 중 2명이나 됐다.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수백 명이라도 실제 만나는 사람은 몇 없다는 대답이 자연스럽다. 그제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4년 국민건강 통계’도 같은 맥락이다. 가족과 저녁을 함께 먹는다는 답변은 해마다 줄고, 도시에 살수록 그 확률은 더 낮았다. 도시민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얻는 행복은 현대사회가 붙들고 놓지 못할 화두다. 도시 생활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세계적인 행복 경제학자 존 헬리웰은 우리를 대신해 주판알을 튕겨 준다. “만약 국민의 10%가 삶에서 의지할 사람이 있다고 느낀다면 국민 생활만족도는 전 국민의 임금을 50% 인상한 효과보다 더 높다”는 대차대조표다. 열심히 혼밥을 먹는 우리는 한참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하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포유류에게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한 번에 길게는 20분간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행복 호르몬이다. 옆구리 썰렁한 혼밥보다야 여럿이 숟가락을 드는 영혼의 보양식, ‘혼(魂)밥’이 낫다는 계산이다. 경제학자의 머리를 빌릴 것도 없는 얘기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8)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한국경제 CEO 2016 인터뷰] (8)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다들 은행의 위기를 말합니다. 하지만 올 한 해 우린 그 위기 속에 꽁꽁 숨은 기회를 잡을 겁니다.” 올해 마지막 임기를 맞는 권선주(60) IBK기업은행장이 12일 서울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던진 화두는 ‘위기 속 기회론’이다. 그는 “다들 위기를 걱정할 때 누군가는 숨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가 있는데 그 주인공은 기업은행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권 행장은 지난 연휴 브렛 킹이 쓴 ‘뱅크 3.0’을 탐독했다. 전통적으로 느리게 변화하는 은행이 숨 가쁘게 변하는 모바일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조언해 주는 책이다. 단, “방법론은 전략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그가 건넨 실마리는 ‘비대면 채널의 강화’다. 권 행장은 “비대면 채널을 다른 은행보다 월등히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경쟁 은행도 노력하겠지만 우리는 은행 전체 그룹이 비대면 채널 강화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하는 공동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지난 2년간 가장 보람 있는 성과로 권 행장은 2년 연속 증가한 순이익을 꼽았다. 그가 부임한 첫해(2014년) 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0.8% 늘어난 1조 3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9245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712억원) 늘었다. 하지만 그는 “당장 보이는 숫자보다 더 희망적인 것이 있다”고 자랑했다. 목표를 위해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뛰었다는 점이다. 그는 “다양한 지표에서 내실 있는 성장을 거뒀지만 창구 직원부터 행장까지 수익 기반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생각과 행동을 같이하게 된 점은 더없이 중요한 변화”라면서 “이런 조직문화는 앞으로 은행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단단한 기반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소득”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역점 사업은 수익 기반 확대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전제를 달았다. 권 행장은 “수익성을 목표로 한다고 해서 건전성(위기 대응 강화)과 성장성(미래시장 선점)이라는 다른 토끼를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세 마리 토끼(수익성, 건전성, 성장성)를 잡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뛰면서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은행이 수익성을 강조할 때면 으레 나오는 우려가 있다. 본연의 업무인 중소기업 금융을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권 행장은 “경기 회복이 더디고 경제 불확실성도 존재하지만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에 49조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공급을 더 늘릴 계획이다. 중소기업 직접투자 비중도 10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기술금융대출(기업의 재무제표 외 보유 기술력을 평가하는 대출)도 6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호시탐탐’ 노리는 여성 금융전문가다. 지난해 초 경제 부처 업무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권 행장을 본받으라”고 주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권 행장은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태 지역 여성 기업인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끊이지 않는 정계 진출설에 대해 권 행장은 조심스러워했다. 정계 진출설에 대해 그는 “저는 은행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지금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답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오늘의 눈] 감동 없는 인재 영입은 ‘정치쇼’/황비웅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감동 없는 인재 영입은 ‘정치쇼’/황비웅 정치부 기자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 전국구든 지역구든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동영 당시 MBC 앵커를 영입하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는 과정에서 DJ가 참신한 인재 영입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고심 끝에 정동영 전 의원은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함께 영입된 천정배·신기남 의원과 함께 2001년 ‘정풍운동’의 주역이 됐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15대 총선이 인재 영입의 성공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당시 김영삼(YS) 대통령과 DJ는 사활을 건 인재 영입 경쟁을 했다. 두 사람의 인재 영입 경쟁 기준은 ‘외연 확장을 위한 참신한 정치 신인의 발굴’로 압축된다. YS는 좌파 정당이었던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김문수 의원을 발탁했을 정도로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참신한 인물 발굴에 공을 들였다. DJ 역시 참신한 ‘젊은피 수혈’을 위해 천정배 의원 외에는 일면식도 없던 전문가 그룹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후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인재 영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지면을 장식한다. 지난 10일 새누리당이 1차로 영입한 ‘젊은 전문가그룹’ 6명은 참신성이 떨어지고 이념적으로도 치우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당에 입당했거나 새누리당 소속으로 선거까지 치른 경험이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인재영입=전략공천’이라는 등식을 피하고자 “자발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항변하지만, 그렇다면 그렇게 요란하게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야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가칭)의 인재 영입 역시 보여 주기식 ‘정치쇼’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당에서 영입을 발표한 5명의 인사 가운데 3명이 금품·향응 수수 등 비리 전력이 있었다. 더민주에서 지난 6일 여성 영입 인사 1호로 발표한 김선현 차의대 교수는 전공인 미술치료와 관련,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무단사용 의혹에 이어 표절 의혹까지 불거지자 입당 철회를 선언했다. 참사의 원인은 양측의 빗나간 경쟁의식 때문이다. 안 의원은 더민주의 인재 영입에 대응하기 위해 기본적인 사전 검증도 없이 토끼몰이 식으로 영입 인사를 졸속으로 발표했고, 문 대표 역시 탈당한 인사들의 국민의당 입당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벤트성 인재 영입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인재 영입이 아닌 ‘보여 주기식 정치쇼’는 국민들에게 선거 피로감만을 더해 줄 뿐이다. 15대 총선 당시와 같이 끈질긴 설득 끝에 당의 미래를 위한 참신한 정치 신인을 발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stylist@seoul.co.kr
  • [나우! 지구촌] 지하철 화장실에서 ‘물고기 죽이는’ 무개념 시민

    [나우! 지구촌] 지하철 화장실에서 ‘물고기 죽이는’ 무개념 시민

    중국의 한 지하철 공용화장실 세면대에서 버젓이 물고기를 손질하는 무개념 시민의 모습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2일, 중국 웨이보 상에서는 중년 여성을 담은 사진 한 장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속 장소는 상하이지하철 2호선의 한 역사 공동화장실이며, 사진 속 중년 여성은 세면대 앞에 서서 성인 팔뚝 크기의 커다란 물고기를 죽이고 있다. 문제의 여성이 이 과정에서 칼 등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확실하게 보이지 않지만, 당시 최초로 사진을 찍은 여성은 “세면대 전체가 물고기 피로 뒤덮였다”고 전했다. 또 사진을 찍은 여성이 화장실 밖으로 나가자, 화장실 밖에 서 있던 또 다른 남성 한명이 역시 비슷한 크기의 물고기를 들고 여성 화장실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사진은 웨이보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외국인도 자주 이용하는 상하이 지하철의 화장실 내부에서 개념없는 행동을 한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현지 언론은 지하철 공용화장실에서 물고기를 죽인 여성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이상민 권익위 부위원장이 본 ‘행심위의 나아갈 길’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이상민 권익위 부위원장이 본 ‘행심위의 나아갈 길’

    도로교통법상 신호 위반으로 똑같이 6개월간 면허정지된 운전자들 가운데 면허정지 때문에 생업이 중단돼 일가족의 생계가 막막한 운전자가 있다면 행정심판을 받아볼 만하다. 행정심판 제도는 법에 근거해 행정처분이 옳은지를 따지는 행정소송에 비해 권리구제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이상민(51·사법연수원 18기)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으로부터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친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11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정심판 제도가 만들어진 지 30주년을 맞은 지난 한 해 국민 3933명(17.4%)이 행정심판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았습니다. 지난해 중앙행심위가 처리한 행정심판 건수는 모두 2만 2560건(각하 2387건 제외)이었는데요. 10건 중 1.7건이 ‘인용’돼 권리구제가 이뤄진 셈입니다. 2014년 인용률(16.3%)에 비해 1.1% 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인용률이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행정심판 제도의 한계점도 분명합니다. 먼저 행정심판 제도와 사법부의 행정소송을 여전히 혼돈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홍보가 부족한 측면도 있는 것이죠. 한마디로 중앙행심위는 ‘행정부 안의 작은 대법원’(준사법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으려면 행정법원(1심), 서울고등법원(2심), 대법원(3심) 등 약 2년에 걸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합니다만, 행정심판은 단심제로 평균 처리기일은 70일입니다.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행정부에서 자체적으로 행정처분의 위법·부당성을 심사하는 것이기에 여전히 행정심판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초록은 동색 아니냐’는 국민들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중앙행심위의 독립성 확보가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권리구제가 긴요한 국민들이 행정심판을 적극적으로 청구하지 않으면 제도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 선입견이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은 1996년 행정심판법이 대폭 개정되면서부터입니다. 이전까지 행정심판 기능은 각 행정기관에 소속된 상급기관에서 맡았습니다. 각 부처 장·차관의 손 아래 있었던 셈이죠. 법 개정을 통해 각 부처 행정심판위원회들이 떨어져 나와 지금처럼 통합된 형태가 됐습니다. 다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있다가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 소속으로 바뀌었습니다. 독립성 강화는 중앙행심위가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믿고 이용하는 권리구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니까요. 법 개정 당시 전체 심판위원 중 민간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지금은 위원 50명 가운데 임명직은 위원장인 저와 상임위원 3명이고, 비상임위원 46명(변호사 23명, 의사 5명, 법대 교수 17명, 사회대 교수 1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행정심판의 ‘기속력’(효력·구속력) 공백에 관한 것입니다. 행정심판법상 중앙행심위는 행정기관들에 심판 결과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각 기관은 심판 결과에 불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한 행정심판의 경우 중앙행심위에서 해당 행정기관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해도 이를 따르지 않는 행정기관들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중앙행심위가 어찌할 방도가 없는 상황인데요. 정보 자체는 행정기관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판 결과에 불복하는 행정기관들에 간접적으로 결과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한 주에 평균 46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중앙행심위의 인력 확충과 심판위원들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합니다. 행정심판 절차를 보면 사건 중요도에 따라 매주 적게는 2건에서 많게는 6건에 대해 9명의 심판위원들이 구술심리를 진행합니다. 선례가 없거나 파급효과가 크며 법리적으로 난해한 사건들이 우선순위입니다. 구술심리 때는 심판 청구인은 물론, 행정기관 관계자 등을 불러 위원들이 질의응답하고 1시간 이상 토론합니다. 최근 가장 치열한 공방이 펼쳐진 행정심판 사례는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산업재해 보험요율에 관한 것인데요.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에 대한 산업재해 보험요율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 측은 보험요율이 일반 사무직 기준으로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쿠팡의 주요 서비스가 당일 배송인 만큼 운송직 기준의 산업재해 보험요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는데요. 쿠팡이라는 업체의 특징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구매율이 높은 상품 재고를 쌓아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1~2시간 이내 또는 당일 배송하는 것이어서 운송을 쿠팡 직원들의 주 업무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산업 분야와 관련한 행정심판이 청구됨에 따라 심판 위원들의 역량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중앙행심위를 지원하는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 인력 확충도 과제입니다. 현재 직원 1인당 사건 부담률이 굉장히 높은 편인데요. 행정심판을 청구해 권리구제를 받으려는 국민들이 늘어날수록 인력 확충도 이뤄져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업무가 과중하면 형식적인 심리가 이뤄질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과제들을 차례차례 해결해 나가는 한편 온라인 행정심판이나 전국 각지 청구인들을 찾아가는 행정심판 등을 통해 권리구제가 필요한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오늘 개회 1월 임시국회도 ‘암울’

    국회가 끝 모를 ‘막장’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여당은 공천 룰 문제로 내홍에 휩싸여 있고, 야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열이 진행되고 있다. 또 쟁점 법안 논의를 해야 할 의원들의 몸과 마음은 온통 지역구와 선거를 향해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특단의 조치라며 제시한 직권상정은 물 건너갔고,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은 사퇴해 버렸다. 1월 임시국회가 11일부터 열리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1일 국회에서 만나 벼랑 끝 돌파구 찾기를 시도한다. 이제 ‘여야 합의’만이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남았다. 선거구 실종 사태 해결이 급선무다. 정부와 여당이 요구하는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처리 문제도 획정안과 연계돼 있어 함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사안이 일괄 타결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마저 빈손으로 끝난다면 ‘현역 의원 심판론’이 4·13총선을 관통하는 최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열린세상] 일론 머스크와 우/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열린세상] 일론 머스크와 우/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경영학 분야의 유명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이 ‘직접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삶 속에서 정확하게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민간 우주 항공 기업 스페이스엑스와 전기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모터스, 태양광 에너지 업체 솔라시티 등을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처한 지구를 대신해 미래 인류가 거주할 만한 곳으로 화성에 주목하고, 2002년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한 인물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주선 추진 로켓을 지상에 재착륙시켜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추진체를 재활용해 로켓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오랜 숙원을 이뤄 낸 것이다. 그렇다고 머스크가 지금까지 화려한 성공만 거듭했던 것은 아니다. 로켓이 발사되지 않거나 공중에서 폭발한 적은 셀 수 없이 많고, 애초 계획보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여러 차례 겪었다. 경험이 일천한 젊은 최고경영자(CEO)가 겁 없이 제조업(자동차, 항공)에 뛰어들었다며 호사가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같이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긍정과 끈기를 자양분 삼아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자신이 직접 그려 가는 미래를 실현하는 중이다. 덕분에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겨우 창업 14년차에 불과하지만 미국 보잉과 지엠, 유럽 에어버스 등 전통적 강자의 아성을 위협하는 업체로 주목받는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우상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머스크의 뚝심을 거론한 것은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인해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마저 줄어든 데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시장조사 기관에서 올해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고, 저유가와 중국 성장 둔화가 풀리지 않는 한 수출 경쟁력 역시 단기간에 회복되진 않을 전망이라고 한다.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낙관주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냉철한 현실 판단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우리가 각자 발 딛고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정면 승부를 건다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 또한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이 분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들이 우리 경제 공동체의 희망의 불씨가 돼 주어야 한다. 사실 기업에 ‘진짜’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은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가 결코 아니다. 기존 캐시카우 분야가 가져다주는 성과에 취해 안주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연구개발(R&D)을 게을리하고 투자나 도전을 주저하는 순간 그때부터 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정말 경계하고 걱정해야 할 것은 어쩌면 만성적인 ‘저성장’ 시대의 도래가 아니라 ‘저희망’이 만연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성윤성공’(成允成功)이라는 말을 올해의 화두로 제안하고 싶다. 성윤성공은 목표로 한 일을 완수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민생 안정을 위해 황하의 범람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중국 순임금 재위 시절 치수 사업이라는 막중한 일을 맡게 된 우(禹)가 10여년에 걸쳐 현장 답사와 실측 작업을 거듭한 끝에 결국 물길을 잡는 데 성공한 것에서 유래했다. 수천 년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우직하고 끈기 있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우의 모습은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는 머스크의 뚝심과 닮았지 않은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악조건이 많아서 그런지 신년 벽두다운 신바람과 활력이 아쉬운 요즘이다. 그러하기에 요순시대 치수의 달인이 된 우, 불가능을 꿈꾸는 미래 설계자 머스크가 보여 주는 인내와 긍정의 기업가 정신은 더욱 되새겨볼 만하다. 주변의 상황에 동요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있어야 틈새시장 공략법도 보이고 역발상도 가능해진다. 2016년이라는 도화지에 꿈과 희망이라는 붓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열정과 낙관이라는 물감으로 채색해 감으로써 회색의 위기를 무지갯빛 기회로 극복해 가는 중소·중견 기업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 불안과 혼돈의 시대… 바꿔라 느껴라 품어라

    불안과 혼돈의 시대… 바꿔라 느껴라 품어라

    새해를 맞아 문화·예술계 명사들이 꼽은 우리 사회의 키워드와 그에 걸맞는 책을 소개한다. 책마다 화두가 다르고, 울림도 다르다. 대중의 정서를 읽는 데 신기를 발휘하는 영화감독 윤제균, 비판적 성찰이 깊은 시인 이문재, 명문장가로 이름 높은 소설가 김훈, 내놓는 작품마다 주목받는 소설가 장강명, 책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추천하는 이들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간택된 책들도 범상치 않다. 신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인연이 아니었다면 신년에는 읽어보면 어떨까. 저항안내서/하랄트 벨처 지음/원성철 옮김/오롯 펴냄 나는 소비자가 최악의 인간형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모여 사는 대중소비사회가 최악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동안 지구만 황폐해진 것이 아니다. 우리 내면도 삭막해졌다. 자율과 존엄으로부터, 지구 생태계로부터 가장 먼 존재가 소비자다. 전환이 절실한 시기다.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는 도래하지 않는다. 어떤 미래학자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채 50년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극지방과 고산지대의 만년설이 녹아내리고, 지표 곳곳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독일의 전환설계학자 하랄트 벨처는 ‘저항안내서’에서 미래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벨처는 소비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미래의 문을 여는 유일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소비 축소는 전적으로 정치의 문제다. 이때의 정치는 현실정치가 아니다. ‘생태정치’다. 그 첫 출발이 스스로 생각하기다. 생각하고, 표현하고, 공감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갖출 때 미래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벨처는 책 후반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상상과 실천을 참조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현재로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가 (언제나) 맨 앞이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댄 애리얼리 지음/이경식 옮김/청림출판 펴냄 모든 부문이 혼미함 속에서 타락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때 도덕적 권위를 발휘하면서 모범을 보여줘야 할 지도자나 단체, 정치 세력은 실종 상태다. 올해 총선과 신당 출현 같은 큰 정치 이벤트를 겪는 동안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사람들 각각도 안팎으로 험난한 시대에 ‘믿을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될 것 같다. 대중은 이미 지난해부터 ‘개인’의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고, 그런 개인이 되는 방법을 애타게 묻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는 ‘미움받을 용기’였고, 소설 부문에서는 ‘오베라는 남자’가 인기를 끌었다. 둘 다 외부의 압력에 쉽게 굴하지 않고 똑바로 제 갈 길 가는 개인을 다룬 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은 댄 애리얼리의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개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삐끗’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되는지, 행동경제학이라는 틀로 분석한 책이다. 내게는 올해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개인’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역설하는 책으로 읽힌다. 특히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수록 자기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져서 부정을 쉽게 저지른다거나, 사소한 부정 행위도 놀라울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는 대목을 눈여겨봐 주셨으면 한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토 히로시 지음/지비원 옮김/메멘토 펴냄 새해맞이 덕담으로 ‘대박 나세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히트 상품이 생겼을 때 사용되는 ‘대박 터졌다’는 말이, 보통 사람들에게 일상의 덕담으로 사용되는 세상이다. 대박을 권하고 바라는 마음의 이면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잠복해 있다. 가파른 내리막의 시대, 언제 낭떠러지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함. ‘대박 나세요’라는 축언 뒤에는 우리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불안의 그림자가 가득 차 있다. 우리 시대, 대박이 나지 않더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해야 하는 이상한 시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벤처 기업에 들어가 밤낮없이 일한 대가로 겨우겨우 생활하는 것에 지쳐가다, ‘작고 알차게 살아가기 위한 자신만의 생업 개발’에 나선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에게 생업이란 ‘대단한 기획, 특별한 재능 없이 소규모 자본만으로도 가능한 생활밀착형 일’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장을 그만둔 후 5년간 7개의 직업을 새로 만들어 게릴라식으로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 분투한 경험이 빼곡히 담겨 있다. 세상의 두려움과 불안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실험을 다룬 책, 새해 첫 달에 읽어보면 어떨까. 분명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탄길/이철환 지음/윤종태 그림/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현실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얘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남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게 연탄이다. 그래서 이 책 안에는 따뜻한 온기가 담긴 이야기들이 있다. 서문에 보면 당신은 누군가를 위해서 뜨거운 연탄이 되어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 자신을 희생해서 타인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탄 같은 작은 행동 하나라도 우리가 해 본 적이 있는가. 잘살고 돈이 많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가난하고 힘들고 어렵고,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 감동적인 일상들이 많다. 돈이 적고 많음을 떠나서, 사회적 지위가 높고 낮음을 떠나서 갑과 을을 떠나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온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각박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게 무엇인가. 배려와 격려, 작은 말 한마디가 이 세상을 연탄처럼 따뜻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뉴스와 우울하고 희망 없는 세상을 느끼고 있다. 이 책 안에서는 세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마음이 차가워진 시대에 살고 있는 독자들이 ‘연탄길’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따뜻한 마음과 세상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호세루이스 곤살레스 빌라도 지음/송병선 옮김/민음인 펴냄 내가 고른 책은 마더 데레사(1910~1997) 자서전이다. 저출산, 청년 취업난, 금수저·흙수저론, 헬조선, 불신, 희망의 부재 등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어떤 사람들은 불평등은 자유 경쟁, 기회 균등, 공정 거래, 법치주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이것은 불평등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논리는 상당히 지배적이다. 민주주의 힘으로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것은 우리 사회가 처한 삶과 죽음의 갈림길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사회 구조 전체를 개혁하고, 정치적 충격을 가해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의롭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는 고통과 가난에 빠진 개인을 사랑하는 일이 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로 받아들였다. 마더 데레사는 길바닥에 쓰러진 노숙자, 나병환자, 알코올 중독자, 고아 등 버려진 사람들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사랑하는 길을 택했다. 나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과 개개인을 사랑하는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바꾸지 않고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길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그래픽 김예원 기자 yean811@seoul.co.kr
  • 성균관대 ‘제1회 청소년을 위한 융복합의 날’ 행사 연다

    성균관대학교(총장 정규상) 학부대학 교양기초교육연구소는 한국철학연구원과 함께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경영관 402호에서‘제1회 청소년을 위한 융복합의 날’행사를 개최한다.이번 행사에서는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 “통합, 융합 그리고 통섭”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하며, 이후 다양한 융복합관련 9개 주제로 섹션별 강의를 진행한 후, 청소년 참가자들이 강의를 바탕으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경연을 벌인다. 행사를 주관한 학부대학 한기호 대우교수는 “21세기의 주요 화두인 ‘융복합’은 학문과 기술, 삶과 문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커다란 조류를 형성하고 있고, 특히 이러한 조류는 미래 인재인 청소년들에게 더 큰 의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융복합의 날’은 학문과 삶의 거리를 좁히고 나아가 이종적 학문들 간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첫 회 행사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신년사/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신년사/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새해 들어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들이 풍성하다. 가족끼리의 건강, 무사안녕을 비는 소원부터 직장을 비롯한 각종 사회 단체에서 번창과 성공을 염원하는 기원이 무성하고 나라의 각급 기관에서도 한 해의 야심찬 목표와 다짐 짓기에 바쁘다. 모두가 새해 벽두 나와 나의 이웃, 공동체의 복과 무해(無害)를 바라는 옹골찬 기원들이니 각별한 다짐과 소망이 아닐 수 없다. 그와 맞물려 이때쯤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신년사가 있다. 새해의 복과 발전을 향한 염원을 담아 발표하는 첫 인사 겸 다짐이다. 그중에서도 종교계 수장들의 신년사는 각별하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계 지도자들이 신도와 사회에 던지는 희망 메시지라는 점에서다. 신도, 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속력을 갖는 성명이나 선언은 아니지만 신행(信行)이나 평소 몸 가짐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요성을 갖는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이 평소 각자 종단, 교단에 국한한 것과 달리 사회 구성인 모두를 향해 내는 메시지인 만큼 신년사에 각별한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그런데 병신년 벽두에 종교 지도자들이 특별한 정성을 담아냈다는 신년사들이 입을 맞춘 것처럼 꼭 같은 화두를 품고 있다. 갈등을 씻고 평화의 길을 여는 지혜를 모으자는 것이다. 배려와 화해를 통한 평화의 공존 다짐이자 천명이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더 잘 돌보며 사랑하는 삶을 살자.”(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새롭게 선출되는 지도자들이 미래를 향한 지혜를 모아 제시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때 모두 상생과 평화의 길을 열어 갈 수 있다.”(불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갈등은 화해로, 반목은 화목으로, 증오는 이해로 바뀌어 가길 희망한다.”(개신교 김영주 NCCK 총무)…. 종교계 신년사 메시지의 특징이라면 아무래도 공동선(共同善)을 향한 노력과 희생일 것이다. 올해 그 노력과 희생의 주 목표는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는 것으로 요약되는 듯하다. 최고의 핵심 사안을 콕 집는다는 종교계 신년사이고 보면 우리의 갈등과 분열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신년사에서 심지어 이렇게까지 지적하고 있다. “1236년 병신년에 어려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팔만대장경 불사를 시작했던 것처럼 2016년에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되기를….” 자승 스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올해 나라 안팎엔 이 나라의 향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총선과 미국 대선을 비롯해 굵직한 중대사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그런데 벽두부터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상서롭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민생을 위한다는 국회의원이며 정치인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와 보신의 기웃거림에 민초들의 투덜거림과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해마다 연말이면 대학교수들이 총의를 모아 한 해를 특징짓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그런데 그 사자성어를 볼 때마다 왜 이리 어둡고 답답한 말만 골라 낼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든다. 우리 사회의 특징을 대변해 희망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종교계 신년사도 같은 맥락에서 다가온다. 내년 신년사에선 ‘화해’, ‘평화’ 이런 말들이 쏙 빠지길 기대해 본다. kimus@seoul.co.kr
  • [오늘의 눈] 새해의 화두/이은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새해의 화두/이은주 문화부 기자

    2016년을 며칠 앞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극장. 영화 ‘내부자들’ 상영관 맞은편에서 한 외국인이 영화 티켓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그가 과연 영화 속 대사들을 다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적어도 지금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영화는 한국 사회를 달구고 있는 ‘수저계급론’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대중문화는 그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노동시간이 길고 보수적인 직장 문화가 뿌리내린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심신이 지친 한국인들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TV 시청이나 영화 관람을 하면서 보낸다. 그만큼 대중문화는 지금의 사회를 가장 잘 보여 주는 틀이다. 때로 만듦새가 좀 부족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는 대중과 소통하는 공감 지수가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대중문화의 화두는 ‘분노’였다. 돈 앞에서는 인권도 사라진 비정한 시대. 안방극장에서는 재벌의 갑질과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풍자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고 스크린에서는 그들을 처절히 응징하는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SBS 드라마 ‘용팔이’의 시청률이 20%까지 치솟은 것은 돈에 눈먼 의사가 VIP 환자를 돌보느라 사랑하는 엄마의 생명을 잃은 용팔이가 음지에서 왕진 의사로 맹활약하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꼈기 때문이고, 재벌의 맷값 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 ‘베테랑’에 1200만이 넘는 관객이 호응한 것은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카타르시스를 안겼기 때문이다. 대중의 분노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절정에 달했다. 돈도 백도 없는 ‘흙수저’인 검사 우장훈은 열심히 살아 보려고 나름대로 애썼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 고꾸라지고 만다. 부장 검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날리는 ‘그러길래 잘 좀 하지 그랬어. 아니면 잘 태어나든가’라는 대사는 부의 대물림 속에 좌절감을 느끼는 대중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한 영화계 인사는 “‘베테랑’에 이은 ‘내부자들’의 흥행은 권력과 재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노조절장애’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한국 사회의 화두는 ‘위로’다.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20대부터 희망 퇴직을 권유받는 차가운 현실 속에 대중은 인정이 살아 있고 희망이 있었던 1980년대를 추억하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위로를 받고 설산(雪山)에 묻힌 동료를 끝까지 찾아나서는 끈끈한 동료애를 그린 영화 ‘히말라야’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무기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중문화를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이 있는 올해는 더 많은 이들이 사회적 화두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한번 찬찬히 볼 것을 권한다. 감성이 메마른 사람이 아니라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이 진짜 원하는 것은 더이상의 내부자들이 아니라 계층 간 차별 없이 누구도 낙오시키지 않는 ‘응팔’의 쌍문동 이웃들과 ‘히말라야’의 휴먼 원정대라는 것을.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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