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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솔’ 너와 서있는 공간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숲이 있습니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은 객의 몸을 씻고 마음까지 헹궈냅니다. 충남 아산의 봉곡사 솔숲이 꼭 그랬습니다. 500여 그루의 토종 소나무들이 이리저리 얽혀 자라는 곳입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명자깨나 날리는 숲에 견주면 그저 ‘경량급’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숲이 전하는 향기는 어느 숲에 뒤지지 않을 만큼 짙고 청량합니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도 않습니다. 두 시간가량 차를 몰아가면 만날 수 있지요. 이웃한 여러 명소들에 온천까지 곁들이면 아마 겨울 나들이 코스로 제격일 겁니다.빼어난 솔숲이다. 소나무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형태는 제각각이어도 여럿이 어우러져 독특한 리듬의 풍경을 만들어 낸다. 한 세기 전쯤 이 숲을 지나 봉곡사로 들어갔던 젊은 승려 만공(1870~1946)도, 굶주리는 백성들을 위한 농사법을 궁리하며 눈 내린 새벽길을 올랐던 젊은 실학자 정약용(1762~1836)도 이 솔숲처럼 빼어났을 것이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은 이리저리 굽었다. 솔숲 사이로 난 길도 나무들처럼 구불구불하다. 휘고 구부러졌다는 건 그만큼 너그러워졌다는 뜻일 터다. 삼나무처럼 쭉쭉 뻗은 나무들이 이룬 숲에 견줘 조형미는 떨어져도 외려 편안한 느낌은 더하다. 소나무 가지 위엔 밤새 내린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눈은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들을 덮고 지운다. 그 덕에 수묵담채화 같은 담백한 풍경이 숲에 펼쳐져 있다. 숲의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둥치에 상처를 안고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동원된 항공기들의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나무가 상처 치유를 위해 분비하는 송진을 얻기 위해 일부러 깊은 상처를 낸 셈이다. 그 고된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도 필경 조선인이었을 터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나무들이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겪었는지 저 검은 상처가 일러주는 듯하다.봉곡사 솔숲은 토종 소나무들이 이룬 천연림이다. 아산시청 등에 따르면 소나무의 평균 높이는 15m가량, 수령은 100여년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소나무 500여 그루가 700m 남짓한 숲길에 빼곡하다. 우리나라 숲은 대부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파괴됐다. 현재 숲의 80%가량은 1960년대 산림녹화 사업을 거쳐 조성됐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토종 솔숲이 여태 살아남았다는 것은 드문 경우에 속한다. 솔숲은 ‘봉곡사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인근의 갈매봉, 장군봉 등으로 오르려는 등산객들은 이 솔숲을 들머리 삼아 산행에 나선다. 솔숲의 끝은 봉곡사다. 봉수산(鳳首山), 그러니까 봉황의 머리 아래 깃든 절집엔 만공 스님과 다산 정약용의 체취가 남아 있다. 조선 말기의 선승인 만공 스님은 23세 때 봉곡사로 왔다. 만법귀일 일귀하처(萬法歸一 一歸何處·만 가지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가 돌아가는 곳은 어딘가)를 화두로 참선한 스님은 2년간의 수행 뒤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그 오도송(悟道頌)이 바로 우주는 한 송이 꽃과 같다는 ‘세계일화’(世界一花)다. 솔숲을 오르다 보면 봉곡사 못 미처 만공탑과 만난다. 만공 스님을 기리는 탑이다. 만공탑 꼭대기에 음각된 ‘世界一花’는 만공 스님의 친필이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은 1795년 겨울 정3품에서 종6품으로 강등된 뒤 이 절집을 찾았다. 이때 그의 나이 서른넷. 한창 삶의 기초를 세울 나이(이립·而立)였다. 당시 그는 봉곡사 경내의 ‘ㅁ’자 요사채에서 머물며 실학자 13명을 모아 성호 이익의 문집을 정리하는 강학회를 열흘간 열었다고 한다. 모인 이들 대개가 젊은 실학자였던 만큼 새로 접한 서양의 과학을 이용해 더 많은 수확을 낼 농사법 등을 궁리하지 않았을까 싶다.이웃한 설화산 자락에도 명소가 깃들어 있다. 남서쪽엔 외암민속마을, 북동쪽엔 맹씨행단이 각각 터를 잡았다. 외암민속마을은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가옥 60여 채가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대표적인 고택으로는 건재고택과 참판댁 등이 꼽힌다. 주민들이 살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아름다운 돌담 너머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앞내’라 불리는 실개천를 건너면 곧 마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돌담이다. 돌담은 막돌을 규칙 없이 쌓은 형태다. 이를 ‘허튼층쌓기’라고 부른다. 집집이 쌓은 담장 길이를 죄다 더하면 무려 5㎞에 달한다고 한다. 마을 전체가 돌담에 쌓인 셈이다. 집집마다 울을 이룬 담장은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을 곳곳으로 객들을 이끈다. 해마다 정월대보름(올해 3월 2일) 앞뒤로 달집태우기 등의 전통 행사도 연다.맹씨행단(孟氏杏壇)은 말 그대로 ‘맹씨가 사는 은행나무 단이 있는 집’이란 뜻이다. 조선 초의 청백리였던 고불 맹사성(1360~1438)의 옛집을 일컫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살림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사적 109호다. 본래 고려 말의 최영 장군이 낙향해 살다, 자신의 손녀사위였던 맹사성에게 물려줬다고 한다. 두 칸의 대청을 두고 좌우로 세 칸씩 온돌방을 배치한 ‘H’자형의 건축 형태와 밖을 내다보는 데에만 쓰던 ‘눈꼽재기창’ 등이 인상적이다. 본채 외에도 사당으로 쓰인 세덕사, 맹사성과 황희, 권진 등 3명의 정승이 각각 3그루씩 9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구괴정 등이 남아 있다. 본채 옆의 600년 묵은 은행나무 두 그루 역시 맹사성이 심었다고 한다.이웃한 평촌리의 석조약사여래입상(보물 536호)도 찾아볼 만하다. 고려시대 세워진 석불상이다. 키가 1장 6척(4.8m)에 달해 형태상 장육불상으로 분류된다. 문화재청 누리집은 좌우대칭으로 규칙적인 옷주름, 짧은 목과 움츠린 듯한 어깨, 꼿꼿이 서 있는 자세 등의 형식미를 근거로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상은 미끈하고 말끔하다. 맵시 있는 자태도 일품이지만 잔잔한 미소 역시 방금 전에 지은 듯하다. 대체 어디서 수백년 세월을 건너온 흔적을 찾아야 할지 모를 정도다. 공세리 성당은 계절을 따지지 말고 찾아야 하는 아산의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성모상 앞에 서면 자신의 온갖 허물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여정의 마무리는 아산호다. 호수 위를 건너온 시리고 찬 바람이 헝클어진 정신을 퍼뜩 일깨운다. 엄혹한 계절을 이겨내는 철새들의 강인함을 목격하는 것도 좋고, 아산만과 서해대교 너머로 지는 붉은 해를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아산호는 평택호로도 불린다. 충북의 충주호(청풍호)와 마찬가지로 평택과 아산 등 두 지자체가 이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 사진 아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공세리성당, 아산호 등은 아산 북쪽, 봉곡사와 외암마을, 맹씨행단 등은 남쪽에 붙어 있다. 묶어서 돌아야 보다 효율적으로 볼 수 있다. 봉곡사나 외암마을 등만 보겠다면 기차로 갈 수도 있다. 아산온천역에서 봉곡사, 외암마을 등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아산은 온천 도시다. 조선 시대 온천 행궁이 있던 온양온천, 충남도 1호 보양 온천인 도고온천, 게르마늄 온천인 아산온천 등 이름난 온천 지구만 세 곳이다. 세 온천이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만큼 여정이 끝나는 지역의 온천을 찾아 피로를 풀어도 좋겠다. →맛집 : 공세뜰두부집(533-1545)은 집에서 만든 두부를 내는 집이다. 두부 요리도 맛깔스럽지만 무엇보다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칼칼하게 끓여 내는 김치찌개가 일품이다. 청국장도 별미다. 아산 공세리성당 앞에 있다. 지중해 마을은 지중해풍의 건물들이 밀집된 곳이다. 맛집 등 다양한 상가들이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먹고 사진 찍기 좋은 장소다. 아산호 주변에 해물칼국수를 내는 집들이 많다. 저물녘에 찾으면 아산만 너머로 지는 해를 볼 수 있다.
  • [자치단체장 25시] “혁신ㆍ소통으로 시작한 은평 도시재생ㆍ주민참여예산제 큰 성과”

    [자치단체장 25시] “혁신ㆍ소통으로 시작한 은평 도시재생ㆍ주민참여예산제 큰 성과”

    김우영 서울 은평구청장은 “은평구는 2011년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예산총회를 개최하는 등 직접민주주의를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했고 성공시켰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17일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마을의 주인공인 주민들이 우리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직접토론하고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이어 “은평구에서 시작한 산새마을은 도시정비사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받으면서 도시재생사업의 모델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임기 동안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해 왔다”고 말했다.▶2018년 새해 무술년 각오는. -민선 5~6기 7년 6개월 동안 도전하고 실험해 왔던 것을 차분히 가다듬고 책으로 기록할 예정이다. 은평은 한때 명품도시를 내세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는 결국 강남 따라가는 전략이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전략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도시들이 화려한 개발을 앞세울 때 과감하게 도시재생에 도전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주민들이 예산 편성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게 했다. 또 4차 산업혁명과 신재생에너지 등과 결합된 스마트시티, 은평형 테스트 베드도 시도했다. 더 나아가 이런 기술들을 안전문제를 해결하는 예측행정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 왔다. 남은 민선 6기 동안은 이러한 시도들을 잘 다듬고 정리해서 다음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참고할 수 있게 남겨 놓으려고 한다. ▶민선 6기를 돌아볼 때 성과를 꼽는다면. -혁신적인 접근을 많이 했다. ‘나이가 젊다’는 게 구민들이 구청장을 선택한 이유였다. 구민들은 신선한 바람, 새로운 변화를 원했다. 다만 제가 한 것은 이벤트성은 아니었다. 보여 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주민 스스로 시민의식을 갖고 토론회 주체로 참여하도록 했다. 마을 관계망을 회복하는 교량자로서 주민 활동가들을 많이 만들었다. 구산도서관마을은 주민참여의 상징이 됐다. 도시재생사업은 은평구에서 시작한 산새마을의 모범사례가 서울시 정책이 되고 중앙정부의 정책으로까지 확장됐다. ?어르신들을 위한 바둑교실, 택배, 꽈배기 나라 등 많은 일자리도 만들었다. 전국에서 5년 연속 어르신 일자리를 최고로 잘 만드는 동네로 인정받기도 했다. 올 한 해 서울시와 중앙부처를 비롯한 외부기관의 평가와 공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총 124개 사업에서 253억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확보했다. 특히 구정 최우선 가치인 구민안전과 직결되는 ‘민방위비상업무분야 평가’와 ‘전국 지자체 재난관리 평가’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됐다.▶민선 6기 아쉬운 점은. -은평구 수색역은 경의선의 출발점이자 중앙철도가 만나는 요충지이다. 남북 평화 국면이 형성됐을 때 우리의 미래 비전을 확고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지리적 특성이 있다. 이명박(MB) 정부가 실용외교를 내세워 북한과 잘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급격히 수구화됐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이라는 이벤트성 정책으로 결국 큰 실패를 반복했다. 우리의 비전을 국가적인 의제로 만들어내는 데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는 수색역을 중심으로 한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다. 부산으로 천리, 의주로 천리 양 천리인 녹번동이 축이 돼 통일로 나아가고, 통일을 이룬 이후에는 수색역에서 출발하는 대광역철도가 중국을 지나 유라시아로 뻗어 나가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수색역 관련 개발도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민간사업자 개발방식으로 국한했던 게 후회된다. 좀더 공공주도 개발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는 어떻게 전망하나. -은평구는 많은 언론인과 언론출신의 문학인이 배출된 문학의 요람이다. 대한민국 분단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이호철, 최인훈이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곳이다. 은평구는 2015년부터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유치가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용산공원이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잠정 결정됐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를 반대하면서 다시 은평구에 가능성이 생겼다. 결국 문체부가 서울시에 용산 외에 문학관 대안부지에 대한 검토를 포함해서 협상하자고 한 것으로 안다. 은평구는 포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부지는 문학의 주체인 문학인과 독자, 국민의 총의가 반영돼야 한다. 진행절차 역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 ▶은평구는 참여와 소통을 중시해 왔는데. -은평구는 예산 편성뿐만 아니라 집행, 평가 등 전 과정에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컸다. 공무원들도 경험이 없었던지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지역 간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패를 발판으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주민참여로 탄생한 은평공유센터 운영 사례는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구산동도서관 마을은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서울시 건축상 대상과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방분권이 화두가 되는데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야당의 주요 파트너들이 원론적으로는 개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 투표 동시 시행이라는 시기적인 문제를 가지고 문제 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지방정부 수장들도 지방분권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보다 많은 국민들과 함께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정치적인 상부 구조, 대통령 하나 뽑아 놓고 세상이 바뀌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삶의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직장 민주주의, 마을 민주주의, 그게 자치분권이다. 꿀벌의 세계를 연구한 데 따르면 여왕벌은 지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벌들이 상호 작용하면서 작은 단위에서 큰 단위로 연결되며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분권이 생태계의 원칙인 것이다. 마을 단위, 골목 단위에서 주민 간 상호 작용을 통한 의사 결정 구조가 가장 생산적이고, 안정적이고, 회복력이 강한 생태계이다. 반드시 분권을 해야 한다. ▶서울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서울이라는 도시는 천만의 도시로서 다양성과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 성장을 위한 활로가 없다. 성장을 하려면 대륙으로 뻗어 올라가야 한다. 이러한 의지를 끊임없이 정책적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북으로 나가는 입구인 수색역을 공공개발로 키워야 한다. 제2의 통일로 프로젝트 등 과감한 평화 협력 미래 구상을 실행해야 한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구민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청장을 지내면서 구민들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보람이 있었다. 은평은 예전에는 타지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낙오자로 돌아온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는 바뀌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 청춘과 산과 강, 역사·문화 속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가 됐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조화로운 동네를 추구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긍심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남은 기간에도 구민들과 알뜰하게 만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끝까지 듣도록 하겠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김우영 구청장은 누구 강원 강릉 출신이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졸업 후 대학시절 은사인 장을병 국회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이미경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입법보좌관으로 활동하며 정치 경력을 쌓았다. 2010년 민선 5기 전국 최연소(당시 만 41세) 자치단체장으로 은평구청장에 당선됐다. 민선 5기, 6기 내내 ‘북한산 큰 숲, 사람의 마을 은평’이라는 슬로건 아래 마을 속 주민 중심의 구정을 펼쳐 오고 있다. 특히 민선 6기에는 ‘민본과 실용’이라는 구정 철학으로 ‘사람 우선’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현장행정을 실천하고 있다.
  • 빨간날엔 ‘휴일 + 연장 수당’ 받나… 휴일근로 중복할증 법원서 판가름

    과로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인 노동시간 단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동계 최대 화두다. 하지만 주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에 이견을 보이면서 노동시간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의 폐지 및 축소, 근로시간 단축 내용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정해진 시간을 모두 일한 뒤 휴일에도 근무하면 ‘휴일근로 수당’과 ‘연장근로 수당’을 모두 받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정해진 근로시간을 모두 일한 뒤 휴일에 일해도 통상임금의 1.5배만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04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1주의 근로시간’에서 1주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행정해석하면서 토·일요일은 52시간과 별개로 16시간까지 추가 일을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복할증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소속 환경미화원 강모(72)씨 등이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성남시가 월~금요일 40시간 일한 환경미화원에게 토·일요일 4시간씩 잔업을 시키면서 휴일근무 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했고, 환경미화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1주간’을 7일로 보면 40시간 일한 뒤 주말 잔업은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수당을 동시에 적용받아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앞서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2012년 11월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히든트랙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히든트랙

    입사 초 제일 닮고 싶던 동기는 회식에서 고기를 적당하게 구워 내던 녀석이었다. ‘바싹’부터 ‘육즙 많이’까지 천차만별 젓가락들의 요구를 따르느라 이도저도 아닌 삼겹살을 만드는 여느 신입과 다르게 그놈은 절도 있게 ‘집게권’을 행사했다. 이후에도 어떤 불판에서든 그놈과 먹는 고기맛은 좋았다. 한참 뒤 알았다. 그놈은 고기를 잘 굽는 기술자 이상이었다. 굽는 동안 지루함을 잊게 할 너스레, 고기를 삼킬 때 터뜨리는 유쾌함, 배를 채운 뒤 술잔이 돌 때의 진솔함. 그는 고기맛을 넘어 고깃집의 경험 전부를 기획했다. 유행하는 불판이 바뀌는 속도 못지않게 4차 산업혁명 범주에 드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알파고 여파로 인공지능(AI) 담론이 뜨는가 싶더니 요즘 화두는 블록체인이다. 2030세대 중심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블록체인을 올해 키워드로 밀어 올렸다. 가상화폐 거래에 참전할지가 모두의 고민이 됐다. 정부 부처마저 가상화폐 앞에서 ‘투기로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냉소를 보내는 측과 ‘옛날처럼 살다 뒤처질 것’이라고 조바심 내는 측으로 나눠졌다. 법무부가 규정한 대로 지금 가상화폐 거래는 투기다. 실물경제의 생산성과 별개로 기대심리에 부응해 급등락장에 내기 걸듯 이뤄지는 거래, 투기가 확실하다. 다만 현재 금융·통신·물류사들이 주도하는 블록체인 컨소시엄들의 기술 상용화 단계가 되면 시세는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편에선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하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리 있다. 거래를 중단한다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마치 임상연구 단계를 건너뛰고 신약 개발을 하는 것처럼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시간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 대신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작은 오류에도 신뢰를 잃을 수 있는데, 과열된 가상화폐 거래들이 예기치 않게 블록체인 기술의 여러 버전을 겨루게 하고 기술 오류를 찾아 주는 시험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작은 오류도 허락되지 않는 기술이란 점은 자율주행차, 드론, 3D프린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전반에 나타나는 특성이다. 미미한 확률이라도 해킹과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자율주행차에게 운전대를 넘기기 싫은 게 사람 심리다. 결국 미래는 기술뿐 아니라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까지 열릴 때 시작될 것이다. 당국이 “투기”라는데 “마지막 남은 공정한 기회”라며 달려드는 청년들을 비판하기 전 그 처지와 집단심리에 담긴 함의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3포세대, 흙수저라고 자조하다 “미친 세상, 리셋되면 좋겠어”라고 성내던 청년들이 가상화폐 열풍에 올라탔다. “가상화폐는 투기”라는 질책은 “양극화를 부르는 소득·과세 체계, 대마불사 자산 거래 시장은 ‘투기적 정책’이 아니란 말이냐”는 반론 앞에 무색해졌다. 당면한 기술을 추종할지 쳐부술지 결정에 앞서 긴 안목에서 우리가 어떤 기술을 채택해 어떤 미래를 기획하는 데 합의할 것인지, 지금의 만족을 깨뜨리는 ‘히든트랙’부터 숙고해 볼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saloo@seoul.co.kr
  • “대기업도 망한다… 뉴SK 만들자”

    “대기업도 망한다… 뉴SK 만들자”

    “패기와 ‘틀을 깨는 사고’ 중요 공유 인프라 전략 적극 실천을” “대기업도 망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이 변화를 통해 회사를 바꿀 때입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올해 그룹 신입사원들에게 “패기와 틀을 깨는 사고로 새로운 SK를 만들자”고 주문했다.1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청운체육관에서 열린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기존의 기준과 규칙으로 굴러가지 않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영 좌표인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언급한 뒤 “여러분은 ‘사회적 가치’와 ‘공유 인프라’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갈 첫 세대인 만큼 소명의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최 회장은 유독 ‘생존을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도 힘들고 망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서는 생명력을 가져야 하는데 공유 인프라와 같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유 인프라 범위 등에 관한 신입사원의 질문에는 “우리 인프라를 외부와 공유하면 손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면서 “그러나 공유할 가치가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공유 인프라 전략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유전자 수술 시대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유전자 수술 시대

    A, C, G, T. 이것은 일종의 암호다. DNA가 전하는 신호다. 서로 짝을 이뤄 이중으로 배열된 이 암호에는 생명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생화학반응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DNA 염기에는 4가지 종류가 있으며 아데닌(A), 시토신(C), 구아닌(G) 그리고 티아민(T)이 그것이다. 이 염기 배열이 만드는 신호로 방대한 양의 유전정보가 전해진다. 20세기 중반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과 같은 과학자들의 경쟁적 연구로 DNA의 나선형 구조가 밝혀진 이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서열에 대한 분자구조적, 생화학적 연구의 길이 활짝 열렸다. 생명의 비밀이 어떤 정보 안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정보인 유전자 염기서열이 생물의 종을 막론하고 서로 호환한다는 것은 커다란 발견이었다. 이런 DNA를 자르거나 잇고 전달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 대답을 찾아냈다. DNA를 이어 주는 ‘중합효소’, DNA를 잘라 주는 ‘분해효소’가 발견됐고 특정 염기서열 조각을 만드는 ‘제한효소’도 밝혀냈다. 1970년대에 유전자의 재조합에 성공했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클로닝기법’이 나왔다. 최근에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혁명’이 생명공학계의 뜨거운 화두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과학자들에게는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위력적인 기술이다. ‘유전자 마법지팡이’라고도 불린다. ‘유전자 가위’는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붙인 이름인데, 이 효소 기능을 매우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유전자 가위 기술 중 3세대는 ‘크리스퍼’다. 크리스퍼는 세균에서 유래한 ‘Cas9’라는 단백질에 RNA를 붙여 만든 유전자 가위다. 이전 세대 유전자 가위보다 건당 비용이 30달러 정도로 싸고 빠르며 오류가 적어 비약적인 성과를 보였다. 유전자 가위로 암과 같은 질병을 정복할 수 있을까. 이제는 여러 길이 보인다. 지난해 8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간 배아에서 ‘비후성심근증’과 같은 유전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도려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김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보건과학대 교수가 주도했다.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제안을 승인했다.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에는 생명윤리 문제가 뒤따른다.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국내 연구진은 해외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서만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연구 속도를 규제와 법률이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 연구 성과와 효용에 맞춰 규제에 변화를 주는 방식은 자칫 국제적 경쟁력 약화와 개발동기 저하라는 된서리를 맞기 십상이다. 모처럼 얻을 수 있었던 원천기술의 선점에서 밀려난다면 그것이 주는 영향은 길고 강력할 것이다. 과거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이 윤리적, 학문적으로 의문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시험관 아기나 정자 보관도 초기에는 윤리적 문제로 찬반이 엇갈렸던 기술이었다. 과학문명은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망, 더 나은 삶을 원하는 인간의 소망이라는 세포들이 이루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다. 과학문명 발전은 이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보편적 정서에 따라 유전자 재조합 기술 적용에 대한 규제는 하더라도 기초 연구는 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안전한 길일 수 있다.
  • 北 “봄이 빨리 오려나봐” 南 “날씨가 많이 도와줘”

    北 “봄이 빨리 오려나봐” 南 “날씨가 많이 도와줘”

    北 “회담 잘해 공연도 성과냈으면” 南 “北예술단 공연 남북화합 계기”남북은 15일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북측 예술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접촉에서 훈훈해진 날씨를 화두로 삼으며 회담의 성과를 기원했다. 북측 대표로 모습을 드러낸 모란봉악단 단장 출신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은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반영하듯 차석대표 역할을 맡았다. 우리 측 대표단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 회담 장소인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기다리고 있던 북측 대표단을 만났다. 이후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은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함께 회담장에 입장해 착석한 후 “반갑습니다”라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북측 대표단은 모두 정장 차림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착용했고, 우리 측 대표단은 평창올림픽과 태극기 배지를 각각 착용했다. 권 국장은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렸느냐”고 물은 뒤 “지금 대한(大寒)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가 아주 훈훈하다. 올해 봄이 아주 빨리 오려는가 보다. 우리 예술단이 남측에 나가는 계절로 보면 입춘이 지나고 봄의 열기가 아주 환할 때여서 좋은 계절이다”고 말했다. 이에 이 실장은 “날씨가 며칠 전부터 계속 추웠지만 오늘 회담도 좋은 성과가 나올 걸로 예상이 된다”면서 “날씨가 많이 도와준 것 같다”고 화답했다. 권 국장은 “우리가 오늘 회담을 잘해서 예술단의 남측 공연이 성과적으로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고 이 실장은 “(북한 예술단의) 남측 공연은 남북 화합의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이 실장을 비롯해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한종욱 통일부 과장 등이 우리 측 대표로 참석했다. 북측은 권 국장을 단장으로 오른쪽에 현송월 관현악단장이 앉았고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등이 배석했다. 통상 북측의 차석대표가 수석대표의 우측에 앉는 것을 감안할 때 현 단장이 차석대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 단장은 지난해 10월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올라 이번 실무접촉 대표 중 가장 정치적 위상이 높다. 현 단장은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자마자 녹색 클러치백에서 수첩을 꺼냈는데, 2500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명품 H브랜드의 악어가죽 백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25분간 전체회의를 갖고 정회한 후 낮 12시부터 25분간 대표 접촉을 가졌으며, 저녁 7시쯤 종료회의를 마쳤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靑 ‘시민참여형 정부 혁신안’ 새달 말 발표

    청와대는 정책결정 과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려는 정부 혁신안을 2월 말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참여형 정부혁신 추진방안을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에게 보고받았다. 국민 정책제안을 국정과제에 투영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회의 때부터 이어진 기조이다. 문 대통령이 시민사회수석 등을 역임했던 참여정부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화두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없었던 데다 회의결과에 대한 서면브리핑이 생략된 탓에 논의 내용과 회의 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결정에 국민 참여를 확대시킨다는 게 근본적으로 공직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청와대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지시하거나 가닥을 잡는 것보다는 각 부처에서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과제들을 발굴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토론과정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각 부처에 적극적인 과제발굴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혁신하겠다”면서 “정부 운영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역사 속 행정] 숙종때 지독했던 지배층 당파싸움…그래도 조선이 200년 더 유지된 건 실학ㆍ탕평책 등 나라 위한 노력 덕

    [역사 속 행정] 숙종때 지독했던 지배층 당파싸움…그래도 조선이 200년 더 유지된 건 실학ㆍ탕평책 등 나라 위한 노력 덕

    우리 민족은 세계사에서 드물게 오랜 기간 ‘국가’로 대표되는 정치 공동체를 운영했다. 고조선에서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연속성을 갖고 국가가 발전한 것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이다. 조선(1392~1910)은 518년 동안 이어지다가 1910년 일본의 침략으로 멸망했는데, 지식인들 사이에서 나온 담론 가운데 하나가 ‘당쟁망국론’이다. 조선왕조는 지배층의 당파 싸움 때문에 망했다는 것이다. 당쟁은 조선 후기 정치의 특징인데, 숙종 대에 여러 차례 환국이 반복되며 가장 격렬하게 전개됐다. 당쟁망국론에 따르면 조선은 아마 이 시기를 전후해 망했어야 하지만 조선은 그 뒤에도 200년 이상 유지됐다. 격렬한 당쟁에도 조선이 장기간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16세기 말 왜란과 17세기 전반 호란은 사림의 무기력을 폭로한 사건이었고 주자학과 성리학의 현실 적합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특히 삼전도의 치욕 이후 대부분 주류 양반 지식인들은 오랑캐에게 치욕을 당한 군주를 자신의 임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지만 일부는 국가 위기를 타개하려면 양반과 지주로서의 특권을 양보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들이 주장한 것이 바로 대동법과 균역법이었다. 대동법은 지주의 부담을 늘려서 국가재정을 회복하자는 것이고, 균역법은 양반에게 군역의 대가를 지불하게 해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역사에서 대동법이나 균역법 모두 시행에 100년 넘게 걸렸다. 결국 대동법과 균역법이 대다수 양반 지주들의 반대에도 공포되고 시행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존립을 우선하는 일부 깨어 있는 신료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이들의 문제의식은 뜻있는 지식인들에게 살아남아 학문적으로 체계화됐는데, 그것이 바로 조선 후기 실학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양반 지주였지만 양반의 계급적 이익을 부정하는 새로운 국가를 추구했다. 탕평론은 17세기 말 국가가 처한 대내외적 위기로부터 벗어나고자 당시 시대적 화두였던 대동과 균역의 이념을 계승한 것이었다. 영조는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탕평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균역법을 공포하고, ‘속대전’을 편찬해 양반 지배층의 불법과 탈법을 견제했다. 19세기 이후 제국주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가가 멸망에 이른 것은 당시 우리 현실을 볼 때 필연적 귀결이었다. 이렇게 본다면 조선왕조가 멸망할 당시에 나온 당쟁망국론은 일면 타당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적 흐름을 거역하고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양반 지배층이 사사건건 제도 개혁에 제동을 걸어 나라가 멸망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쟁망국론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17세기 이래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실학과 그것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려는 탕평론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당쟁이 숙종 시기에 가장 격렬하게 이뤄졌음에도 국가 멸망이 200년이나 늦춰진 것은 바로 실학과 탕평론의 존재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어느 시대나 정치와 행정에서는 여러 계급·계층의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치기 마련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정치와 행정을 담당한 사람들은 그런 대립·갈등에서 무엇이 국가의 유지·발전에 필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업무에 임해 주기를 국민들은 바란다. 공직자들이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조선의 사례가 잘 보여 주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 ‘역사 속 행정이야기’ 요약 김용흠 교수 (연세대 국학연구원)
  • [신뢰사회로 가는 길<7·끝>] “독자 정치 입맛에 맞춰준 언론… 美 ‘불신의 시대’ 야기했다”

    [신뢰사회로 가는 길<7·끝>] “독자 정치 입맛에 맞춰준 언론… 美 ‘불신의 시대’ 야기했다”

    서울신문은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급격히 무너져 내린 정부 기관의 신뢰도를 진단하기 위해 ‘신뢰사회로 가는 길’ 기획보도를 7회에 걸쳐 연재했다. 정부 기관 신뢰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서울대 폴랩의 한규섭 언론정보학과 교수팀과 함께 ‘공공기관 신뢰지수’(SPTI)를 최초로 개발하고 기관별 신뢰도의 현주소를 평가·분석했다. 빅데이터 분석 방식을 통해 정부의 신뢰도를 측정한 것은 처음이다. 보도 이후 각 기관들은 새해를 맞아 대국민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기획보도는 미국의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 탐방 기사를 끝으로 마무리한다. 앞으로 2부에서는 SPTI를 활용해 신뢰 부족으로 야기되는 우리 사회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 보고 대책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더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찾아보고 배우는 기획도 마련할 계획이다.미국 동부에 최악의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은 새해 벽두부터 한판 설전을 벌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새해 첫 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갈등을 빚는 언론, 사법부, 정보기관, 사정기관 등 여러 기관이 부패했거나 편향됐다며 자신만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 정치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기관들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위터에 “1월 8일 오후 5시 ‘가장 부정직하고 부패한 미디어 상’을 발표하겠다”면서 “가짜 뉴스 미디어가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한 부정직하고 나쁜 보도를 다룰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언론에 날을 세웠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를 오는 17일로 미룬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에서도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3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퓨리서치센터를 방문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여론조사기관이자 싱크탱크로, 1990년 미국 미디어기업 타임스미러가 정치·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타임스미러센터’를 설립한 것이 시초다. 1996년 미국 석유기업 선오일의 회장 하워드 퓨가 설립한 퓨자선신탁(The Pew Charitable Trust)이 센터의 후원자가 되면서 퓨리서치센터로 개명했다. 미국의 다른 싱크탱크가 정파적·이념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퓨리서치센터는 비영리, 비정파를 지향하며 특정 노선이나 신념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사회과학자, 통계학자, 컴퓨터공학자 등 전문가 160여명이 미국의 정치와 정책, 저널리즘과 미디어, 인터넷, 과학과 기술, 종교와 공적 생활, 히스패닉, 미국의 인구 트렌드 등을 조사·분석하고 있다.카테리나 마사 저널리즘연구팀 부팀장은 “워싱턴포스트 기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의 흥미로운 점은 모두 ‘신뢰’를 언급했다는 것”이라면서 “실제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은 정부와 언론 모두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국인 가운데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1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000년 이래 최고치인 28%로 집계됐다. 마사 부팀장은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는 이유를 묻자 두 가지 데이터를 소개했다. 하나는 미국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얼마나 언론을 신뢰하거나 불신하는지를 보여 주는 데이터였다.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해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공화당원은 42%였고, 민주당원은 89%에 달했다. 퓨리서치센터가 198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격차라는 마사 부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울러 언론이 특정 정파 편을 든다고 답한 비율은 공화당원이 87%인 반면, 민주당원은 53%였다. 집권 여당을 지지할수록 언론을 불신하는 추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언론이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논조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데이터였다. 퓨리서치센터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24개 언론이 생산한 3000여개의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정부와 관련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우파 성향의 독자를 보유한 언론이 생산한 기사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기사의 비율은 31%로 나타났다. 중도나 좌파 성향의 언론에 비해 약 다섯 배 많은 수치였다.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독자를 타깃으로 하는 언론이 게재한 기사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는 56%로, 우파 성향의 언론(14%)에 비해 네 배가량 많았다. 특히 좌파 성향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정부가 발표한 성명을 직접 논박한 기사의 비율은 15%인 반면, 우파 언론은 2%에 불과했다. 마사 부팀장은 “두 데이터는 국민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언론 보도를 편식하고 있고, 언론은 독자의 성향에 맞춰 특정 논조의 보도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면서 “이런 결과는 지난 30년간 미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점점 양극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민이 자신의 정치 성향과 다른 정권과 언론을 무조건 불신하고 정부와 언론은 이에 부응해 정파적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에 따라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사 부팀장은 “불신의 시대에 여론조사기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퓨리서치센터는 시민이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확한 데이터와 팩트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시민이 언론 보도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언론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를 조사·분석하고, 여기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신뢰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사진 워싱턴 특별기획팀 kisukpark@seoul.co.kr 특별기획팀 - 이영준·박기석·이정수·기민도 이혜리·이경주 기자
  • 인천공항 2터미널 엔진 달고 ‘글로벌 허브’로

    인천공항 2터미널 엔진 달고 ‘글로벌 허브’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이 오는 18일 개장해 운영에 들어간다. 새 터미널 개장으로 인천공항은 연간 7200만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아시아 대표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2일 제2터미널에서 ‘세계를 열다, 사람을 잇다’를 주제로 개장식을 열었다. 제2터미널은 체크인·보안검색·세관검사·검역·탑승 등 출입국을 위한 모든 절차가 제1터미널과 별도로 이뤄진다.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항공, KLM네덜란드항공 등 4개 항공사가 운항한다.국토교통부는 2터미널 개장을 계기로 인천공항 여객 수송 규모가 세계 7위에서 5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공항은 올해부터 연간 총 7200만명의 여객과 500만t의 화물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제1터미널의 여객 수송 규모는 5400만여명이었다. 이날 열린 개장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 인천공항 명예홍보대사인 김연아·송중기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개장식에서 “개방통상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에게 물류 허브는 국가적 과제”라면서 “인천공항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이 2023년까지 연간 1억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 확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이틀 만의 첫 현장 행보로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화두를 던졌던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들었다”면서 “노사가 힘을 모아 차질 없이 이행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제2터미널은 18일 오전 4시 20분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여객기(KE624편)의 도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18일부터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이용하는 항공사에 따라 어느 터미널로 가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신해철, 택시운전사 그리고 1987… 80년대에 바침

    “박 대통령께서는 총탄을 맞으신 직후 김계원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해서 급거 군서울병원에 이송되었으나, 병원에 도착하시기 직전에 운명하신 것으로 원장의 진단이 내려졌습니다.”2014년 10월 의료사고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가수 고(故) 신해철씨가 1996년 내놓은 노래 ‘70년대에 바침’은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사망 소식을 전하는 당시 정부 발표 내용으로 시작된다. ● 한발의 총성으로 막 내린 1970년대,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10월 26일 저녁 7시 40분 서울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등을 불러 술자리를 즐기던 중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을 거뒀다. 김재규는 이후 법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나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저격한 것이다”라고 외쳤다.당시 11살이던 신해철은 훗날 노래를 통해 이렇게 회상했다.“한발의 총성으로 그가 사라져간 그날 이후로 70년대는 그렇게 막을 내렸지. 수많은 사연과 할 말은 남긴 채. 남겨진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마다에 하나씩 꿈을 꾸었지. 숨겨왔던 오랜 꿈을.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가...” 신씨의 회상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의 몰락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민주화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그러나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친애하는 민주정의당 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각계 귀빈 여러분. 새역사, 새시대, 새정치를 개척해 나가자는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부름을 받고 나는 오늘 심심한 사유와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 정당의 총재라는 위치,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라는 위치가 얼마나...”국민들은 민주화를 꿈꿨지만 그 결과는 신군부 전두환 정권 등장이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은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기 위해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를 발동하고, 이튿날인 18일 민주화운동이 들끓었던 광주에 계엄군과 공수특전여단을 투입해 국민을 향한 잔혹한 학살까지 자행했다. ● 전두환과 1980년 5월 광주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보다는 영화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졌다. 1987년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를 시작으로 이후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26년’ 등 영화인들은 저마다의 관점과 방식으로 정권의 폭압성과 민중의 저항을 그렸다. 영화 관객,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는 단연 2017년 8월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꼽힌다.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큰돈을 벌기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1980년 5월 광주로 향했다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국가의 폭압과 학살을 목격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극장에서만 누적 관객 1218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개봉 영화 관객수 9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광주 5·18’이라는 시대적 배경 외에도 상당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소속 일본 도쿄 특파원이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1980년 5월 19일 오전 ‘계엄령이 내려진 광주에서 시민과 계엄군 충돌’이라는 짤막한 내용의 일본 언론보도를 보고 당일 오후 서울로 향했다.서울에 도착한 힌츠페터는 이튿날인 20일 오전 자신이 묵었던 호텔의 택시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영화 속 ‘만섭’은 이후 실존인물 김사복으로 확인됐다. 김사복씨의 도움으로 광주 현지 취재에 성공한 힌츠페터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광주의 참혹한 진실을 세계에 고발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진실은 한국에만 알려지지 않았고, 당시 한국에서는 국가의 감시를 피해 대학가와 성당 등에서만 힌츠페터의 다큐멘터리가 비밀스럽게 상영됐다. 부산에서는 1987년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이 영상이 상영됐는데, 당시 이를 주도한 인물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다. ● ‘탁’ 치니 ‘억’하고 죽어야만 했던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하면서 정치권의 화두로도 떠오른 영화 ‘1987’ 속 대사다. 이 영화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 사망까지 실제 1987년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1987년 1월 13일 밤 12시 무렵.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은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수배 중이던 박종철의 선배 박종운을 잡기 위해서였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박종철은 경찰의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에도 선배 박종운에 대해 진술하지 않고 저항하다 의식을 잃었고 14일 오전 11시 45분쯤 중앙대 용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경찰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으나 중앙일보 기자가 검찰을 통해 ‘서울대생 사망 사건’의 단서를 포착했고, 15일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16일 강민창 당시 치안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냉수를 몇 컵 마신 후 심문을 시작했고, 박종철군의 친구 소재를 묻던 중 책상을 ‘탁’ 치니 갑자기 ‘억’ 소리를 지르면서 쓰러져 중앙대 부속 병원으로 옮겼으나 12시경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망 당일 밤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박종철의 시신을 화장하려 했으나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최환 검사는 부검을 지시하며 ‘사체보존명령’을 내렸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 변호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딱 보는 순간 ‘이건 고문이다’는 직감이 왔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신부는 그해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7주기 추모미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전모를 폭로했다.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등 대공간부 3명이 이 사건을 축소·조작했고, 고문 가담 경관은 2명이 아닌 5명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고문 살인 규탄 및 전두환 정권 퇴진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부산에서는 노무현·문재인 당시 변호사가 이끄는 부산 국본(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서울에서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광장과 거리로 뛰쳐나왔다.6월 9일 서울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던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한 학생이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이한열이다. 이한열은 한 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7월 5일 숨을 거뒀다. 당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이한열이 부축당한 채 피 흘리는 사진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리며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세계에 고발했다.전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군부정권은 결국 6월 29일 백기를 들었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이날 국민이 요구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6·29 선언에 따라 1987년 12월 16일 직선제 대선이 이뤄지면서 길었던 군사정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화가 오는 듯 했으나, 당시 대선에서 민주화 세력의 두 거목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각각 출마하며 여당 후보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라는 역대 대선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다. ‘실질적 민주화’ 역시 5년 뒤로 유예됐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말하다 대한민국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형식적·실질적 민주 국가로 거듭났으나 이후 경제성장과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 과거 박정희 향수와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에 힘입어 탄생한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훼손됐다. 결국 헌법까지 유린하며 국정을 흔들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뒤 구속됐고, 국민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2018년 국민들은 다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옳았었고, 무엇이 틀렸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모두 지난 후에는 누구나 말하긴 쉽지만 그때는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신해철씨는 노래에서 1970년대를 ‘옳고 틀림을 말할 수 없었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8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대답은 무엇일까. 70~80년대 독재권력과 맞서 싸웠던, 이제는 국가 최고 통수권자가 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이렇다.“6월 항쟁, 또 그 앞에 아주 엄혹했던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이, 독재권력 이게 힘들었지만 못지않게 부모님들이나 주변 친지들이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느냐’, 그런 말이었다. 지금도 ‘정권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렇게들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다. 이 영화(1987)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최태원의 ‘공유 인프라 실험’ 종착역은

    최태원의 ‘공유 인프라 실험’ 종착역은

    “사회적 가치 내재 기업만이 생존 SK 3600여개 주유소망 공개” 국민과 상생하는 사업 모델 검토 구체 밑그림 안 나와 궁금증 증폭미국에는 세계적인 제약업체인 ‘존슨앤드존슨’이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신약 후보 물질을 만드는 스타트업의 발전이 제약의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바이오벤처를 육성하기 위한 ‘제이랩스’ 연구소를 열었다. 신생 스타트업체가 사무실, 연구시설, 기자재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라는 취지에서다. 사용료는 사무실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100만원. 일부 입주 기업에는 지분도 투자했다. 배려는 성과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악튜러스다. 아이디어만 있었던 악튜러스는 제이랩스의 인프라와 자산을 활용해 유전자 치료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악튜러스와 20억 달러 규모의 임상 개발 및 마케팅 공유 계약을 맺었다. 최근 ‘공유 인프라’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해외 사례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사회적 가치가 내재된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2016년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때 처음 꺼내 들었던 공유 인프라 아이디어를 본격적인 경영 화두로 던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존슨앤드존슨처럼 대기업의 혁신 생태계를 활용해 중기 아이디어를 배양하는 공유 생태계 구축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도 SK가 주시하는 모델이다. 아마존닷컴은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대목마다 폭주하는 인터넷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서버 용량을 대폭 증설했다. 하지만 비수기에 서버들이 ‘놀게 되자’ 이를 외부에서도 쓸 수 있게 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보안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 운영 시스템까지 모두 개방했다. 최 회장이 SK에너지의 3600여개 주유소 망 등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은 드러난 게 없다. SK 측은 “국민 공모도 진행 중인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확실한 것은 SK의 자산을 공개해 기업과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위험관리 플랫폼인 ‘알라딘’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블랙록은 각국의 금융정보와 리스크를 분석하는 알라딘 시스템을 통해 위기를 사전 감지하고 관련 자산을 모두 정리했다. 금융위기가 끝난 뒤엔 알라딘 시스템을 다른 투자자들과 공유했다. 최 회장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정권 코드 맞추기’ 등 일회성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고객만족’이라는 기본적인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고 기업 활동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서 “SK가 정치적 측면을 떠나 진정성 있게 공유경제를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활용의 경우 업주의 자발적인 동참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유소에 중소기업의 가성비 높은 차량 용품을 전시해 운전자가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한다든지 지역민들을 위한 직판장으로 활용한다든지 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설] ‘한반도 평화 원년의 해’ 선언한 문 대통령 신년사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라는 신년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국민 삶의 질과 남북 관계 개선,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최우선 순위는 ‘사람 중심 경제’, 특히 이번에는 ‘삶의 질’에 있었다. 하지만 그제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물꼬가 트인 남북 대화와 북핵 문제, 한·일 관계 등 외교·안보 정책에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 이어 60여분간 각본 없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와 개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밝혀 소모적 논쟁을 불식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남북 대화와 함께 국제제재 공조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먼저 남북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올해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복원된 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것은 맞는 방향이다. 더욱이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재확인한 것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했다. 임기 중 성과에 매달려 무리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서둘러 대화 국면으로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한 것도 긍정적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대북 제재 한시적 유예 가능성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없다”고 못박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예상대로 국가 간 공식적 합의이고 일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일본에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한·일 관계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다. 국회가 3월 중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으면 정부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고 국회를 압박했다. 문제는 야당의 반발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뺀 국민의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한 개헌을 먼저 추진하는 ‘단계적 개헌’을 예고한 것인데,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히 진행하기 바란다. 미국·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소리가 거의 없었던 것은 다행이나,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선순환을 현실화하려면 정교한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로사리오는 죽었다’/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체육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인데 뜬금없이 책 얘기냐고 지청구할지 모른다. 그럴 줄 뻔히 알면서도, 지난 며칠 곰곰이 평창을 주제로 떠올려 보다가 결국 이 책을 화두로 잡은 것은 그만큼 이 책이 던진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지난 연말 대학 후배인 출판사 사장이 조심스럽게 이 책을 건넸다. “필리핀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던 20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접한 책인데 누군가 옮기겠지 싶어 미뤄 뒀다. 그런데 누구도 한글로 옮기지 않더라. 해서 앞부분을 거칠게 번역해 놓은 원고를 출판사 몇 군데에 보냈는데 아니나 다를까 퇴짜 맞았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내가 옮겼다.” 척박한 출판시장 풍토에도 꿋꿋이 한 길을 걸어온 후배가 손수 번역해 자기 출판사 이름으로 책을 냈다. 다른 출판사들이 간행을 거절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떠봤더니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서일 겁니다”라고 했다. 보통 신간을 내면 “잘 좀 홍보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상례인데 그런 얘기도 없었다. 불편해서다. 정말 이렇듯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또 있었던가 싶다. 필리핀 수비크만 미군기지 근처 올롱가포 거리에서 살아가던 로사리오 발루요트가 1987년 5월 20일 죽음을 맞은 얘기를 담았다. 비루한 거리를 떠돌다 오스트리아 의사에게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비극을 당하기까지 11년 5개월의 짧은 삶이 담겨 있다. 스웨덴의 탐사 저널리스트 마이굴 악셀손이 로사리오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 스웨덴어로 먼저 냈다가 7년 뒤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영어판을 냈다. 약자와 공동체의 시선으로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책들을 써 온 악셀손은 고발문학과 기록문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경지를 보여 준다. 문체도 영롱하고 내러티브도 훌륭하다. 특히 필리핀을 찾았을 때 악셀손이 직접 취재하고 확인한 내용과 스웨덴에 돌아와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세부 취재한 내용이 정말 매끄럽게 연결돼 있다. 한글로 옮긴 이는 “필리핀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은 책을 올바르게 옮길 수 없다”고 말했던 터였다. 기자는 지난해 마지막 토요일에 손에 잡자마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로 다음 쪽을 넘겨 5시간 만에 읽어 냈다. 그 뒤 어두운 밤거리를 거닐 때면 또 다른 로사리오를 만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 내야 했다. 그리고 내내 책의 결론이자 저자가 던진 궁극적인 질문인 ‘제게 일어난 일이 되풀이되는 세상이라면,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요?’를 묻고 또 묻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번역자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20년 동안 이 책의 화인(火印)으로부터 멀어지지 못했느냐고? 그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은 지난날의 낙인처럼 내 곁에 남아 있다. 필리핀에 대한 묘한 부채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 빚의 많은 부분을 해소한 느낌’이라고 적었다. 젊은 날 필리핀과 베트남, 또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어느 음습한 골목에서 말도 안 통하는 현지 여성과 술잔을 부딪친 기억이 있는 한국 남정네라면 비슷한 죄책감을 강요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bsn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경제 망신창이된 브라질…리우 카니발 직격탄

    [여기는 남미] 경제 망신창이된 브라질…리우 카니발 직격탄

    긴축이 2018년 리우 카니발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 깊은 브라질의 삼바스쿨 망게이라는 올해 리우 카니발에 출전하면서 '돈이 있건 없건 나는 카니발을 즐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카니발을 즐기지 않는 건 죄'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살짝 덧붙여 사용하기로 했다. 개막을 앞두고 한껏 고조돼야 할 축제 분위기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약간은 어색한 문구다. 망게이라는 왜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까? 카니발이 긴축모드로 치러지게 된 때문이다. 보조금 삭감이 가장 큰 이유다. 리우데자네이루시(市)는 매년 삼바학교에 카니발 출전비를 보조한다. 화려한 의상과 카니발 차량을 준비하는 데 보조금은 핵심 재원 역할을 한다. 시가 각 삼바스쿨에 지원하는 보조금은 연 200만 헤알(약 6억6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2018년 카니발을 앞두고 시는 보조금을 절반으로 대폭 줄였다. 리우올림픽으로 경제가 만신창이가 돼 재정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삼바스쿨들이 강력히 반발했지만 지난해 취임한 시장 마르셀로 크리벨라는 끝내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크리벨라는 "병원에 약도 공급하지 못하는데 삼바스쿨에 줄 돈이 있겠느냐"며 결국 보조금을 절반만 지급했다. 삼바스쿨들은 그러나 그의 주장을 반신반의한다. 보조금을 줄인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것이다. 크리벨라는 기독교 종교인 출신이다. 삼바스쿨들은 보조금 삭감의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익명을 원한 망게이라 삼바스쿨 관계자는 "기독교리로 보면 삼바 카니발은 악마의 축제"라며 "시장이 보조금을 줄인 건 종교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삼바 관계자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바스쿨 포르텔라의 관계자는 "2018년 카니발은 준비하기가 정말 힘들었다"며 "카니발을 좋아하는 시장이었다면 훨씬 일이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 카니발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로 꼽힌다. 세계 각국으로 중계되고, 리우 현지에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외화벌이 효자 문화상품이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뭉치니 뜨네!

    뭉치니 뜨네!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백남기 농민 사건 다룬 ‘무엇이…’유명작가 공동 작업… 판매 ‘쑥’ 출판계에 공동 집필 바람이 불고 있다. 여러 명이 글을 쓰기 때문에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고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판매에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이런 책은 특별한 사건이나 사회적 현상 이후 출판사가 알맞은 저자를 섭외해 만드는 사례가 주를 이룬다.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북스)가 대표적이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으로 주목받은 조남주 작가를 비롯한 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9일 다산북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간한 뒤 두 달여 만에 3만부를 넘겼다. 책을 기획한 다산북스 정민교 편집자는 “페미니즘 관련한 소설집을 구상하다 지난해 5월 강남역 근처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를 구체화했다. 당시 막 인기를 끌던 ‘82년생 김지영’의 조 작가를 비롯해 여러 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가 장편소설을 내려면 평균 1년 이상 걸리지만, 여러 작가가 짧은 소설을 쓰면서 집필 기간이 3개월 남짓이어서 기획부터 출간까지 1년도 안 걸렸다. 정 편집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사회 화두여서 당분간 인기를 끌 것”이라 내다봤다.이번 달 출간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낮은산) 역시 주목받는 협업물이다. 강남순 교수, 인권활동가 류은숙, 작가 홍세화를 비롯해 비정규직 강사, 문화평론가, 활동가, 학자, 정치인 등 8명의 글을 모았다. 필자들이 워낙 유명한 까닭에 출간 직후부터 언론사 논평을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책은 강설애 낮은산 편집자가 2015년 11월 발생한 백남기 농민 사건을 계기로 기획했다. 강 편집자는 “사건 이후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이를 깊이 있게 써줄 작가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다만 여러 작가를 섭외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강 편집자는 “문학 작품에 비해 인문·사회 쪽 작가들은 워낙 바빠 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면서 “작가들 협업물이 쉬워 보이지만, 위험 요인도 많고 실패하는 사례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의 자발적인 연대 움직임도 거세다. 국내 공상과학(SF) 작가들로 구성된 첫 공식 단체인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지난 4일 창립한 것도 이런 흐름이다. 김창규·듀나·정보라 등 현재 작가 31명이 합류했다. 정소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대표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SF 작가들의 교류를 활발히 하고 SF 장르 저변을 넓히는 게 우선 목표”라면서 “앞으로 워크숍을 비롯해 여러 활동을 해 나갈 예정이다. 작가들의 연대를 통한 공동 작업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모든 IoT기기 연결한 ‘삼성 빅스비’…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한 ‘LG 씽큐’

    모든 IoT기기 연결한 ‘삼성 빅스비’… 개방형 AI 생태계 구축한 ‘LG 씽큐’

    “인공지능(AI) 기업 중 디바이스(장비)까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동진 삼성전자 인터넷모바일 부문 사장) “LG전자 AI 브랜드 ‘씽큐’가 폭넓은 개방성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 사장)CES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기자회견 화두는 AI와 ‘지능화된 사물인터넷’을 통한 ‘일상의 연결성 확대’였다. 삼성전자는 자사 AI 비서 ‘빅스비’를, LG전자는 AI 브랜드 ‘씽큐’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CES가 개별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가전, 차량끼리 ‘생각해서 서로 연동’되는 확장형으로 진화했다. 이날 두 행사에는 글로벌 미디어, 업계 관계자 등 1000여명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AI 대중화를 선언했다.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사물인터넷 연결 기기를 통합하고, 2020년까지 자사 전체 스마트기기에 AI 기능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까지 빅스비로 연결할 계획이다. 재작년 삼성전자가 인수한 자동차 전자장비 그룹 하만의 플랫폼 ‘이그나이트’까지 연동한다. 김현석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스마트싱스앱 하나만 설치하면 삼성의 모든 IoT 기기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40여개 파트너사, 370여개 기기가 연결된 업계 최고 수준의 협력 생태계를 발판으로 삼았다. 2018년형 삼성 스마트 TV는 빅스비가 탑재돼 음성 명령만으로 특정 배우 주연의 영화를 검색하거나 말 한마디로 실내 조명을 조정할 수 있다. 화자 인식 기능을 적용한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가족 각각의 목소리를 구분해 맞춤형 답변을 준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가전끼리 서로 연동도 된다. TV로 냉장고 안 식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AI 브랜드 ‘씽큐’ 알리기에 나선 LG전자의 이날 회견에는 스콧 허프만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가 연사로 나서 두 회사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구글 AI 비서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씽큐 스피커를 공개한 그는 “LG전자의 다양한 제품들이 구글 어시스턴트와 만나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평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씽큐를 통해 개방형 AI 생태계 전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AI 가전과 함께하는 일상생활’도 소개했다. 거실에서 음성인식 에어컨, 공기청정기가 실내 공기질을 알아서 관리하고, 주방에서는 음성인식 냉장고, 오븐이 냉장고 속 재료에 맞춰 요리를 추천하고 해당 조리 기능을 자동 선택해 줬다. 한편 LG전자 콘퍼런스에서는 최근 선보인 신개념 AI 로봇 ‘클로이’가 음성인식 시연 중 세 차례 대답을 하지 않는 해프닝을 빚었다. LG전자 측은 “와이파이 기반인 클로이가 행사장에 사람들이 몰려 인식에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달라진 北 “얼음장 밑 흐르는 물”… 5차례 접촉 ‘속전속결 합의’

    달라진 北 “얼음장 밑 흐르는 물”… 5차례 접촉 ‘속전속결 합의’

    남북 첫 화두는 겨울 추위·눈 조명균 “시작이 반” 속담 인용리선권 “둘이 가는 게 오래간다”2년여 만에 9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의 첫 화두는 꽁꽁 얼어 있는 한반도 상황과도 같은 추위와 눈이었다. 하지만 북측은 ‘그 밑에 더 거세게 흐르는 물’로 대화 의지를 강조했고, 우리 측은 ‘평화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좋은 조건’이라고 화답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회담이 성사된 만큼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큰 틀에서 의견 차가 크지 않은’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할 정도로 빠르게 진도를 뺐다. 2차례 수석대표 접촉, 3차례 대표 접촉, 종결회의 등을 포함해 약 11시간이 걸려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에 합의했다. 밤샘 회의까지 각오했던 것을 감안하면 대체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된 셈이다. 다만 북측이 회의 막판에 우리 측의 비핵화 언급과 지난 3일 북측이 단행한 서해 군 통신선 복원 사실을 이날 뒤늦게 공개한 것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종결회의가 다소 길어졌다. 이른 아침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집결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5명의 남측 대표단은 출발 준비로 분주했다. 조 장관은 250여명의 취재진에게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평화 축제로 치러지게 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좋은 첫걸음이 되도록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회담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7시 30분쯤 판문점으로 출발한 대표단은 1시간 뒤인 8시 37분 아직 눈이 전부 녹지 않은 비무장지대에 진입했고, 9분 뒤 평화의집에 도착했다.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정장 차림의 북측 대표단 5명은 오전 9시 3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평화의집에 도착했다. 파란색 바탕의 흰 줄 넥타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양복 가슴에 단 리 위원장은 소감과 회담전망을 묻자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오늘 회담을 진지하게 하자는 겁니다. 잘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평화의집 로비에서 첫 인사를 나눈 양측은 오전 10시 2층 회담장에 입장했다. 회담장 벽에는 평안북도 철산 출생의 서양화가이자 서예가인 김서봉의 서양화 ‘탐라계곡’이 걸렸고, 회담 테이블에는 평창수와 홍삼차가 준비됐다. 리 위원장은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폭설도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계속되는 게 그 특징으로 온 강산이 꽁꽁 얼어붙었다”며 “다만 자연이 춥든 어떻든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민심의 열망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서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이에 조 장관은 “오늘의 주요의제 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인데 겨울이 춥고 눈도 많이 내려서 겨울올림픽 치르는 데 좋은 조건이 됐다”고 화답했다. 남북 대표단은 속담을 인용하며 대화를 풀었다. 조 장관은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들며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 가자”고 말했고, 이어 ‘첫 숟갈에 배부르냐’고 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 가면 되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리 위원장은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라고 답했다.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북측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희망했다. 11시 5분까지 계속된 전체회의에서 양측은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했고 11시 30분부터 50분간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수석대표 접촉을 진행했다. 이후 북측 대표단은 점심식사를 위해 북측지역 통일각으로 이동했고, 남측 대표단은 평화의집에 남아 식사를 했다. 이후 수석대표가 빠지고 각각 4명씩 참석한 ‘1차 대표 접촉’이 오후 2시 30분쯤 시작해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우리 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 등 4명이 참석했다. 북측은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테이블에 앉았다. 이후 양측은 2차 대표 접촉(오후 4시 33분~4시 50분), 3차 대표 접촉(오후 6시 25분~6시 40분), 오전에 이은 2차 수석대표 접촉(오후 7시 5분~7시 25분)을 진행하며 이견을 좁혔고, 오후 8시 5분부터 8시 42분까지 종결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회담장에는 북측 기자 6명 등 남북 취재진도 함께했다. 조선중앙통신 소속이라고 밝힌 북측의 한 기자는 “분위기가 오늘 특히 좋다”고 말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판문점 공동취재단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염태영 시장 3선 도전 선언…“더 큰 수원 완성 소명”

    염태영 시장 3선 도전 선언…“더 큰 수원 완성 소명”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이 9일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염 시장은 이날 시청 중회의실에서 신년브리핑을 열어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수원의 도시경쟁력을 통해 한국사회 리모델링의 촉매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저는 오랜 고민 끝에 수원에서 ‘더 큰 수원’을 완성하는 것이 소명이고 과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분권개헌을 통해 시민의 정부를 완성해야하고, 새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지방분권개헌을 이룰 호기”라며 3선 시장이 돼 지방분권개헌 실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염 시장은 또 “수원시는 이제 인구 120만명이 아닌 130만명을 눈앞에 둔, 광역지자체보다 더 큰 (기초)지자체가 됐고, 이렇게 커진 ‘수원호’라는 배를 이끌려면 뱃길을 잘 아는 선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7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원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 후보군인 이기우 전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도 이날 수원시장 민주당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이 전 부지사는 수원시의회 세미나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시대의 화두는 적폐청산이며, 이 목표를 위해 1700만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바꿨다”면서 “촛불이 중앙정부를 바꿨듯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지방정부를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같은 당 염태영 시장이 이끈 수원시에 청산해야 할 적폐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방적폐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희망의 새살을 돋게 해 새로운 수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지사는 “저는 수원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경기도의 부지사를 거치며 중앙정치의 넓은 시야와 행정을 경험했다”면서 “수원시장이 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과 정치개혁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영규 전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염상훈 수원시의회 부의장, 국민의당은 노영관 수원시의원·김재귀 수원갑 지역위원장, 바른정당은 김상민 전 국회의원·이승철 전 경기도의원 등의 출마가 점쳐진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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