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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저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 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중략) 저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 시 정신의 핵심은 자아와 세계에 대한 사랑이다. 핍진한 삶과 세상을 따뜻하고 우아하게 끌어안기. 세상에 이보다 힘든 화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 화두에 몰입할 수 있다면 삶은 그 자체로 부드러워질 것이다. 이원하의 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는 자신이 살아 숨 쉬는 일상의 세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수국 빛깔의 언어로 보여 준다. 제주를 찾아오는 여행자를 보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쏟아진다는 진술은 세계에 대한 연민이자 사랑이다. 즉물적인 물그릇이 아닌 내면의 물그릇이 쏟아짐을 진술한다. 시인은 소주 두세 병에 약간의 취기가 돌 정도라고 인터뷰에 적었다. 곽재구 시인
  • [문소영 칼럼] 제우스의 번개와 노회찬

    [문소영 칼럼] 제우스의 번개와 노회찬

    올림포스 신전 제우스의 무기는 번개다. 범죄자를 응징할 때 이 번개를 쓴다. 잠깐 상상해 본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받았다는 4000만원을 기준으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정치인에게 제우스가 번개를 때린다면, 서울 여의도 300명의 국회의원 중 몇 명이나 이 번개를 피할 것인가.현행 정치자금법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 부른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화두는 정치개혁이었다. 그 개혁 덕분에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 최초로 국회에 진출하고 노 의원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당투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은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차떼기’ 파문 극복용이었는데 당시 한나라당의 초선 오세훈 의원이 주도하고 본인은 불출마를 선언한 덕분에 국회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으로 개인의 소액 후원은 장려하고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제공은 금지했다. 후원 한도로 국회의원은 평년에는 1억 5000만원까지,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2004년 기준이 아니라 14년이 지난 지금도 평범한 직장인의 눈으로 1억 5000만원에서 3억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는 ‘돈 먹는 하마’ 수준이라 새 발의 피다. 한 원로 정치인은 총선에 최소 5억원 정도를 써야 했다고 한다. 2004년부터 득표율에 따라 국가가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지만, 서너 번 낙선하면 패가망신할 만한 비용이다. 또 지구당을 없앴지만, 편법으로 지역민의 민원을 들어주는 사무소를 내고 직원을 고용하면 매월 1000만~1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당내 선거도 맨입으로 할 수 없다. 기탁금을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 장소를 빌리고 행사를 하는 데 필요하다.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등록비 500만원을 내고, 당대표 입후보자는 9000만원, 최고위원 후보자는 4000만원을 추가로 냈다. 진성 당원이 크게 늘어 1회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약 1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다. 이 자금을 세비를 저금해서 마련할 수 있을까. 무리다. 그래서 “‘오세훈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검은돈 근절’과 ‘깨끗한 정치’라는 명분이 늘 여론을 얻어 좌절된다. 돌아보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들은 돈 고생을 많이 했다. 경기고·서울대(KS) 상대 출신이지만, 오랜 재야 민주화 운동으로 ‘운동권의 대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근태 전 최고위원도 그랬다. 그는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중에 ‘권노갑 고문에게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고백했다가 쏟아지는 비난에 크게 상심하고 경선을 접었다. 변호사였으나 상고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도 후원이 넉넉하지 않았다. 정치 낭인 시절 말 많고 탈 많은 물장사에 나섰던 이유는 ‘원수 같은 돈’을 마련하려 했던 탓이다. 그 가난 탓에 일부 보좌관은 한나라당에 몸을 의탁했다가 배신자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서갑원 전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지방 출장에서 운전기사까지 세 명이 한방을 썼는데 돈이 없었던 탓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렇게 혹독한 시절을 겪었기에 그는 대통령이 된 뒤 2004년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 120일 전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제60조의3(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신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평년 1억 5000만원에 묶인 한도는 그간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2억원 이상으로 올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후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예비후보 자격을 현행 6개월보다 더 길게 해야 한다. 물론 평년에 1억 5000만원도 ‘만땅’으로 못 채우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어떻게 아느냐고? 연말에 몰아서 후원을 하는데, 한도가 차면 이체가 안 된다. 12월 31일 저녁에 존경하는 정치인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넣으면서 “쯧쯧! 아직도 한도를 못 채웠구먼” 하며 구시렁거리는 재미가 있다. 정치가 좋아지려면 좋은 정치인을 후원해야 한다. 이런 정치 현실을 외면한 채 당위로 ‘깨끗한 정치’만 주장하면 제2, 제3의 ‘노회찬의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도덕성을 기반으로 올바른 정치를 해보려는 정치인일수록 돈의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게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는 윤동주의 서시를 좋은 정치인들은 이제 덜 사랑하기를 바란다. 이육사의 ‘광야의 초인’도 이젠 잊고 멀리하면 좋겠다. symun@seoul.co.kr
  • “최인훈, 문학·작가의 자리 가르쳐 주신 분”

    “최인훈, 문학·작가의 자리 가르쳐 주신 분”

    “문학공간 ‘광장’ 만들고 중립국으로 가”전쟁과 분단을 평생 문학의 화두로 삼았던 최인훈 작가가 영원한 광장으로 떠났다. 25일 오전 8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강당에서 최 작가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장례위원장인 원로 문학평론가 김병익을 비롯해 시인 정현종, 이근배, 김정환, 이진명, 이병률, 박형준, 소설가 강영숙, 하성란, 편혜영, 천운영, 정용준, 문학평론가 김주연, 정과리, 우찬제, 방민호, 권성우, 김명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병익 장례위원장은 영결사에서 “선생님은 후학을 가르치는 일 외에는 오로지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에만 온 평생을 바쳐 왔다”며 “선생님의 삶과 비범한 고결은 문학인의 사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과 오랫동안 교유한 문학평론가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등은 추모사를 낭독했다. 김 교수는 “당신은 분단 한국의 뜨거운 상징이 되었던 ‘광장’이라는 문학공간을 창작하시고 중립국으로 들어가셨다. 주인공 이명준은 바다로 침잠하였다. 많은 독자들이 정치적으로 이 일을 해석해 왔지만 저는 그 자리가 당신이 선택한 문학의 나라라고 읽고 있다. 문학의 나라는 중립국이며 작가의 자리는 바다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많은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의 자리, 작가의 자리를 가르쳐 주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방 교수는 “‘광장’에서 선생은 극과 극의 대립과 나뉨이 없는 세상, 먼 중성의 세계를 꿈꾸었다”고 고인의 문학세계를 반추했다. 참석자들의 헌화를 마지막으로 영결식이 끝난 뒤 발인이 이어졌다. 장지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자하연 일산’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연예계 금기어 된 페미니즘

    [이정수의 B-Side] 연예계 금기어 된 페미니즘

    AOA 행동·워마드 ‘남혐’ 등 논란 피하는 게 상책… 인터뷰서 입 닫아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종편 드라마의 남주인공이 여러 매체를 초청해 연 라운드인터뷰에서 기자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요지는 ‘페미니즘으로 화제가 된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느냐’였다. 방영 초반 페미니즘 서적이 소품으로 등장하는 등 페미니즘 색채가 뚜렷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로 인해 젊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드라마였기에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배우의 대답은 이랬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그 상황이 닥쳤을 때 깨우쳐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여주인공이 깨우쳐 줬고 남주인공이 바뀌게 된 것”이라고. “(촬영을 마치고) 나중에 시청자의 입장이 된 뒤에 그런 이야기를 알았다”고도 했다. 작품 내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 배우를 보면서 이런 질문에 대한 대응 요령을 사전에 교육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들은 소속사 관계자의 말은 더 놀라웠다. 관계자는 “인터뷰 중 페미니즘 부분은 기사에서 빼줬으면 좋겠다”며 기자를 단속했다. 배우가 이미 에둘러 한 답변마저도 꼬투리를 잡힐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페미니즘은 올해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지난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필두로 몰아친 문화계 페미니즘 열풍은 올 들어 더욱 거세졌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도 그런 흐름 속에서 제작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예계에서는 오히려 그런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걸그룹 AOA는 얼마 전 새 앨범 활동에 앞서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멤버가 페미니스트적인 행동을 한 게 논란이 되면서 컴백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노래를 보이콧한 반면 지지하는 측은 스트리밍을 장려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지난 3월 팬미팅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가 비난에 시달렸다. 어떤 사람은 아이린의 사진을 불태우는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페미니즘 논쟁이 소모적인 남녀 갈등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가장 격렬한 대립의 장이 되고 있다. 무섭게 퍼져나가던 페미니즘은 최근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성체 훼손 사진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고 연예인들의 페미니즘 언급도 훨씬 조심스러워진 분위기다. 대중의 관심 하나하나가 인기에 직결되는 연예인의 특성상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발언을 피하는 게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건전한 토론의 장마저 미리 차단되는 지금의 분위기는 안타깝다. tintin@seoul.co.kr
  • “산다는 건 피난다니는 것”… 평생 화두는 전쟁이었다

    최인훈은 늘 전쟁을 작품 속 화두로 삼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전쟁의 화두를 놓지 못한 이유에 대해 “평생 머릿속에서 전쟁과 피난을 계속해온 것”이라며 “결국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피난다니는 것이 아닌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시대를 보는 자신의 사유를 꾸준히 반영하기도 했다. ‘광장’의 개작이 대표적인 사례다. ‘광장’은 1960년 발표 이후 10여차례 수정됐고,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1960~70년대는 질적·양적 측면에서 도드라진 성과를 낸 시기다. 발표작마다 정치·사회적 문제를 다뤄 ‘시대적 징후를 표현한 작가’로 추앙받았다. 엄청난 독서가이기도 했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조차 다독가이고, 작품마다 책 내용을 깊게 다뤘을 정도로 그는 책을 사랑했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철학과에 다니는 독서광이고 또 하나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화두’는 책과 독서에 관한 자전적 소설이다. 한국 연극사가 기억할 희곡을 여럿 남긴 극작가이기도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광장’ 속으로 떠난 한국문학의 거장… “오직 글로 말한 예술가”

    ‘광장’ 속으로 떠난 한국문학의 거장… “오직 글로 말한 예술가”

    분단·현대사에 대해 깊이 고뇌해 온 삶 ‘회색인’부터 ‘화두’까지 작품에 오롯이 소설 ‘광장’ 205쇄 찍은 기념비적 작품남북한 체제와 이데올로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 ‘광장’으로 전후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연 소설가 최인훈이 별세했다. 네 달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작가는 23일 오전 10시 46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84세. 최 작가는 1934년(공식 기록은 1936년) 함경북도의 두만강변 국경 도시 회령에서 태어났다. 목재 상인의 4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해방과 더불어 원산으로 이주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벌어지자 가족과 함께 원산항에서 해군 상륙함을 타고 월남했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6학기를 마쳤지만 전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하는 데 갈등을 느껴 1956년 중퇴했다. 생전에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고 말했던 작가는 지난해 서울대 법학과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최 작가는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월간 ‘자유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 4·19혁명이 일어나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월간 ‘새벽’에 문제적인 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남한과 북한의 정치 현실에 모두 환멸을 느낀 주인공 이명준의 역정을 다룬 이 작품은 한국 현대문학사 최고의 고전으로 꼽힌다. 작품이 발표된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여전한 분단 현실 앞에서 작가는 낡지 않은 문제의식을 던진다. 2008년 등단 50주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 준 계기였기 때문에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최인훈 전집’을 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이광호 대표는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께서 최인훈 작가를 ‘전후 최대의 작가’라고 하셨는데, 전후 뿐 아니라 한국 문학사에서 위대한 작가 중 한 사람”이라면서 “한국이 처한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지닌 의미를 보편적이고 철학적이고 세계사적인 문맥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게 해 준 작가”라고 말했다. 고인은 그간 시대의 존재론적 고뇌를 그린 ‘회색인’,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파격적 서사 실험을 선보인 ‘서유기’, 20세기인의 운명을 조망한 ‘화두’, 실험적 패러디 기법으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남겼다.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박경리문학상, 서울시문학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등을 받았다. 이날 최 작가의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화를 보내 애도했다. 수많은 동료, 후배 문인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작가로서 영향력이 컸지만, 문학권력이라고 할 만한 건 전혀 없었다”며 “오직 글만 쓰고 문학으로만 말한 예술가”라고 말했다.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에 “책갈피를 넘기며 생각들이 떡갈나무 이파리들처럼 펄럭이게 했던 선배님 고이 잠드소서. 남은 후배들이 통일의 문학을 할 수 있게 빌어주소서”라고 애도 메시지를 올렸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씨와 아들 윤구씨, 딸 윤경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이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02)2072-2091.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광장’ 최인훈 작가 84세 일기로 타계…한국 현대문학 거목

    ‘광장’ 최인훈 작가 84세 일기로 타계…한국 현대문학 거목

    소설 ‘광장’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의 거목으로 우뚝 선 최인훈 작가가 23일 오전 10시 46분 타계했다. 84세. 최인훈 작가는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들의 임종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1934년(공식 출생기록은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국군을 따라 남쪽으로 왔다. 아버지는 목재상이었고, 집안이 제법 부유한 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 6학기를 마쳤지만 1956년 중퇴했다. 전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 갈등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58년 군에 입대해 6년간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군 복무 중인 1959년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듬해 4·19 혁명이 일어났다. 그리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광장’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정면으로 다루며 그 안에서 실존을 고뇌하는 개인을 그려내 당시 문학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고인은 자신의 대표작 ‘광장’에 대해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작품이며,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지문으로 두 번이나 출제됐다. ‘광장’ 외에도 ‘회색인’(1963), ‘서유기’(1966), ‘총독의 소리’(1967~1968) 연작, ‘화두’(199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의 작품을 냈다. 고인은 그 문학성을 인정받아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받았다. 고인은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를 끝으로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신판 ‘최인훈 전집’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 분량의 새 작품집을 낼 만한 원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듬해 자신의 희곡이 올려진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퇴임 이후에도 명예교수로 예우받았다. 대학에서 오랜 세월 후학들을 길러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학을 제대로 마치지 않았던 데 대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상의 혜택을 줬는데도 누리지 못한 그때의 내가 너무 밉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크다”고 깊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결국 2017년 2월 24일 서울대에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며 오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 여사와 아들 윤구, 윤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02-2072-2020)에 차려진다. 이날 오후부터 조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내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간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456)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왕종명 이재은 아나운서, MBC 뉴스데스크 새 앵커 ‘마리뉴’ 첫선

    왕종명 이재은 아나운서, MBC 뉴스데스크 새 앵커 ‘마리뉴’ 첫선

    ‘당신이 뉴스입니다’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돌아온 16일 왕종명-이재은 새 앵커가 진행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젊고 생동감 있는 뉴스, 심층성과 시청자와의 소통을 강화한 뉴스의 모습을 선보였다. ‘오늘의 주요뉴스’ 코너는 앵커가 보도국에서부터 ‘뉴스데스크’ 스튜디오까지 걸어오며 직접 뉴스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취재기자 현장연결 리포팅을 확대하는 등 뉴스에 더욱 생동감을 더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관련 단독 보도로 정통성 있는 심층 보도도 선보였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직접 계엄령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바로 그 내용이다. 상부의 지시도, 하부의 제안도 아닌 기무사령관이 직접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MBC의 이번 보도 내용은 계엄령 문건 작성 경위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MBC는 주요 이슈에 대한 집중 보도를 확대하기 위해 심층 취재 강화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백화점식 나열 보도처럼 뉴스를 단편적으로 보도하기 보다는 기자들의 스튜디오 출연을 통해 이슈들을 더욱 자세하게 분석할 예정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직접 선정한 뉴스를 다루는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도 첫 선을 보였다. 기존의 다소 정형화된 방송 뉴스 포맷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었던 주제들이 이날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 코너에서 다뤄졌다. 앵커 클로징 멘트에서 왕종명 앵커는 “거창한 다짐보다 어제보다 더 나은 뉴스를 하나하나 고민하고 직접 보여드리겠다”고 다짐을 밝혔으며 이재은 앵커는 “이 클로징 멘트도 시청자 여러분이 MBC 뉴스에 주시는 의견을 골라서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워보려 한다”며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생동감 있는 뉴스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새 앵커와 함께 새로운 뉴스를 선보이고 있는 ’MBC 뉴스데스크‘는 매일 저녁 8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김명수의 성장과 어른 성동일의 ‘뭉클 뒷모습’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김명수의 성장과 어른 성동일의 ‘뭉클 뒷모습’

    차원이 다른 생활밀착형 법정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역시 자체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마지막까지 빛났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가 16일 최종회로 막을 내렸다. 16회 시청률은 수도권 5.9%, 전국 5.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호평과 사랑 속에 종영했다. 이날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던졌던 무모한 선의는 정의가 되어 돌아왔다. 누군가 해야 할 질문을 던진 박차오름 덕분에 마지막 재판에서 민사44부와 배심원은 일치된 판결을 내릴 수 있었고, 박차오름의 영향을 받은 젊은 판사들은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박차오름의 징계는 모두의 노력으로 철회됐고 성공충(차순배 분)을 향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NJ그룹과 민용준(이태성 분)은 박차오름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기자 김다인(공라희 분)이 찾은 진실로 무너졌다. 박차오름이 일으킨 변화가 맺은 결실이었다. 청춘 판사 박차오름, 임바른(김명수 분)의 성장과 진짜 어른의 품격을 보여준 한세상(성동일 분)이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나는 마지막 모습까지 가장 ‘미스 함무라비’다운 결말은 뭉클한 여운을 현직 판사가 집필한 대본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미스 함무라비’는 기존의 법정 드라마와 달리 ‘사람’에 집중하는 민사재판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매회 공감과 깊이가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역대 JTBC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 하는 등 작품성과 화제성까지 인정받은 ‘미스 함무라비’는 방영 내내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미스 함무라비’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미스 함무라비’표 하이퍼 리얼리즘이 선사한 묵직한 울림 현직 판사가 집필한 대본은 ‘재판’과 그 안의 ‘사람’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미스 함무라비’의 리얼리즘은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재판인 민사 재판으로 시작해 형사 재판, 국민참여재판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핵심인 ‘사람’을 놓치지 않았던 ‘미스 함무라비’는 법과 재판을 통해 타인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했다. 현직 판사의 대본은 사건과 판결에 깊이와 리얼리티를 더했다. 재판 당사자들은 물론 그동안의 법정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법원 구성원까지 놓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의 삶은 ‘미스 함무라비’만의 공감과 감동, 재미를 만들어냈다. #깊은 통찰로 던진 묵직한 화두, 약자에게 희망을 준 현실감 200% 공감 에피소드 직장 내 성희롱부터 내부 고발자의 해고, 교수의 제자 준강간, 형제들의 재산 분할, 가정폭력을 당하던 아내의 정당방위 사건까지 민사44부가 맡은 재판은 현실의 축소판이었다. 누구나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진짜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문제를 짚어내며 깊이 있는 통찰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박차오름과 민사44부의 사람 냄새 나는 재판은 통쾌한 사이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생캐 경신 고아라X김명수의 재발견! 명불허전 성동일의 완벽한 시너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 마지막까지 빛났다! 이상주의자 박차오름, 원칙주의자 임바른, 현실주의자 한세상의 균형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미스 함무라비.’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극을 이끌어간 고아라와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 김명수, 친근한 소탈함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안정감을 준 성동일은 완벽한 싱크로율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세 사람의 시너지와 완벽한 조합은 ‘미스 함무라비’가 가진 공감의 힘에 부스터를 장착시키며 폭발력을 발휘했다. 잔망스러운 연기로 깨알 웃음 메이커였던 류덕환, 걸크러쉬 팔색조 매력을 발휘한 이엘리야를 비롯해 이원종, 안내상, 이철민, 염지영, 이예은 등이 개성있는 연기로 법정의 현실감을 더했고, 특별 출연 및 단역 배우들까지 완벽한 연기력을 더해 ‘미스 함무라비’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하이파이브·반도체의 사랑… 광고 보면 기술도 보여요

    하이파이브·반도체의 사랑… 광고 보면 기술도 보여요

    국내에서 광고 지출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정보통신기술(ICT)·컴퓨터 분야다. 닐슨 코리아가 TV, 신문 등 4대 매체 광고비를 조사한 결과 전체 광고비 5조 676억원 중 ICT·컴퓨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5025억원)로 가장 컸다. 이 분야 광고 지출이 많은 이유는 광고할 제품·서비스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ICT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신기술이 적용된 수많은 제품,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숫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분야는 기술 발전이 빨라서 소비자에겐 어렵게 느껴지기 쉽다. 광고 제작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낮추고 브랜드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골몰한다. ICT 업계 광고에 갖가지 재밌는 기법들이 나타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KT는 광고에서 손짓과 몸짓, 즉 ‘제스처’를 자주 활용한다. 요즘 통신업계에서 제일 뜨거운 화두인 5G(5세대) 이동통신 홍보에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 KT의 5G 광고 캠페인 슬로건은 ‘하이파이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손바닥을 맞부딪치는 행동을 뜻하면서 5G를 반갑게 맞이하며 하는 인사(Hi, Five)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제일기획은 배우 박서준을 모델로 기용, KT의 다양한 5G 기술을 체험한 뒤 느끼는 기쁨, 놀라움 등의 감정을 하이파이브로 표현하는 장면을 광고에 담았다. KT는 2018 러시아월드컵 캠페인에서도 하이파이브를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SK하이닉스는 ‘반도체 의인화’라는 방식으로 ‘광고대박’을 냈다. 졸업식을 맞은 반도체들이 스마트폰, AI 등 여러 첨단기기들로 보내진다는 스토리라인으로 시작, 최근엔 수출돼 해외로 팔려 나가는 반도체를 사랑 이야기에 담아 재밌게 풀었다. 광고는 최근 유튜브에서 230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LG유플러스는 실제 1급 시각장애인 엄마와 8개월 된 아들을 통해 생활 속 불편함이 인공지능(AI) 스피커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 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터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시대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보여 주면서 음성인식 AI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육아보다 악당 퇴치가 쉽다는 히어로… ‘속편 돌풍’ 잇는다

    육아보다 악당 퇴치가 쉽다는 히어로… ‘속편 돌풍’ 잇는다

    올해 극장가에서는 ‘속편 흥행 돌풍’이 유독 거세다. ‘앤트맨’의 속편인 ‘앤트맨과 와스프’가 11일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수 300만을 돌파하며 전작의 기록(284만명)을 뛰어넘었다. 알차고 짜임새 있는 속편이 전작의 흥행 성적을 깨는 이런 현상은 ‘어벤져스3’, ‘데드풀2’, ‘탐정2’ 등 올 초부터 최근작까지 유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여름에는 ‘신과 함께2’를 비롯해 ‘미션 임파서블6’, ‘맘마미아2’, ‘몬스터호텔3’ 등 시리즈물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대감을 모은다.●북미시장 역대 애니 박스오피스 1위 이런 가운데 각기 다른 초능력을 발산하는 슈퍼 히어로 가족을 다룬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2’(오는 18일 개봉)가 ‘잘 만든 속편의 힘이란 이런 것’임을 과시하며 14년 만에 돌아왔다. 먼저 개봉한 북미 시장에서는 흥행 수익 5억 달러(약 5600억원)를 넘기며 북미 지역 역대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인크레더블2’가 전작보다 강해진 것은 현실의 불합리를 짚어 내는 통찰과 인간과 삶에 대한 따뜻한 공감, 거기에 뿌리를 둔 구김살 없는 재치 덕분이다. ●호쾌한 히어로 가족… 삶의 공감·재치 정부가 슈퍼 히어로 활동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히어로 가족이 시민들을 구하러 나섰다가 외려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비난의 표적이 된다. 정부의 히어로 사회 적응 지원마저 끊기자 생계마저 막막해진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데버가 히어로 활동 금지법을 고치겠다고 제안하며 엄마 일라스티걸을 고용한다. 세 아이 육아는 자연스럽게 아빠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몫이 된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히어로들의 미래가 된 일라스티걸은 아무리 극악한 악당이라도 능수능란하게 대적하며 펄펄 난다. 하지만 17개월짜리 아기 잭잭, 초등학생 아들 대쉬, 사춘기 10대 딸 바이올렛 등 세 남매와 대적(?)해야 하는 아빠는 다크서클을 발밑까지 끌고 다닌다. 초등생 아들의 수학 문제와 딸의 첫사랑앓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아기 잭잭의 초능력 발산은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 히어로의 활약보다 육아가 더 고되고 진 빠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깨달음으로 공감 가득한 웃음을 안긴다. ●성역할 편견 깨기 등 곳곳 사유 여지 특히 아기 잭잭은 이번 편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등장하는 장면마다 폭소와 흐뭇한 엄마 미소를 교차하게 한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거나 쿠키를 주지 않으면 불덩어리 혹은 괴물로 변하는 잭잭의 예측 불가능한 변신 릴레이는 ‘인크레더블’의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하이라이트다. 이번 영화는 가장의 역할, 조력자, 악역 등을 여성에게 부여함으로써 호쾌한 액션만큼이나 성역할에 대한 편견도 통쾌하게 걷어 낸다. “악법을 바꾸기 위해 법을 어겨도 되는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떠나는 게 옳은지”, “정치인들은 왜 정의로운 이들을 두려워하는지” 등 세상의 불합리를 꿰뚫는 여러 화두를 던지며 사유의 여지도 심어 뒀다. 픽사가 작품 상영 전 앞머리에 선보이는 단편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빈 둥지 증후군’을 앓는 중년 여성의 상실과 허무, 치유를 그린 ‘바오’다. 저릿한 슬픔과 따스한 흐뭇함이 관객의 마음속에 동심원을 일으키는 수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인도에서 ‘혁신성장’ 화두 꺼낸 문재인 정부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길에 동행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에게 ‘혁신성장’을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장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설명한 것은 최근 경제정책 기조 흐름에 비춰 중요한 변곡점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정보기술( IT)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스타트업 기업인의 우상인 장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장관급인 4차산업혁명위원장에 위촉됐다. 장 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등 3축이 있는데 시기별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면서 “지금 시장은 혁신성장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가 앞에 있다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이전 정부가)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에 무심했기에 한 번은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느 타이밍에 조정해야 할지는 제가 할 것은 아닌데 고민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의 언급은 지난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빠른 시간 안에 시장과 기업, 국민이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장 위원장의 발언대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 밀려 그동안 성과가 미흡했다. 그런 탓에 일자리 상황은 갈수록 더 악화하고 소득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올 성장률도 3%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은 생존의 위험에 내몰려 있는 등 우리 경제에 비상등이 켜져 있는 상황이다. 신산업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고 각종 규제는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문 대통령마저 “혁신성장에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 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며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도입)을 추진하라”며 정부 경제팀을 비판했을 정도였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다. 모두 수요를 진작해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개념이다. 단지 소득주도성장은 분배에, 혁신성장은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역동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혁신 창업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반면 소득주도성장은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혁신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로 동시에 추진해야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경제정책 운용에서도 혁신성장에 더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혁신성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득주도성장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북한팀 WKBL 출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팀 WKBL 출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팀의 WKBL 출전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9일 취임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병완(64) 한국여자농구연맹(WKLB) 신임 총재가 북한과의 리그 교류를 화두에 올렸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이 총재는 취임식도 하기 전에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농구대회(4~5일)에 참석했는데 이때 북한 농구 관계자들과 희망섞인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아직 진지하게 논의된 것은 아니지만 남북통일농구대회,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에 이어 농구가 남북 스포츠 교류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이 총재는 “급작스럽게 평양에 가면서 여러가지를 느꼈다. (WKBL에) 평양팀을 만들어서 남북리그로 하게 되면 엄청난 농구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남북 관계 발전에도 호응을 가져올 기회가 아니겠냐는 말씀을 그쪽에서도 했다”며 “조급증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관계를 개선해 나아간다면 상상으로 머물 일이 아니라 상당히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팀 말고 함흥팀도 만들자는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 아닐까 생각한다”며 “(북한팀을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WKBL 7~8번째 구단을 만드는 게 더 힘들 것 같다. 함흥이든 평양이든 북한과 함께 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구단이 팀 운영을 포기해 WKBL이 위탁운영에 나선 KDB생명에 대해서는 “막 장가왔는데 왜 아들을 안 낳느냐는 식으로 재촉하시면 안 된다”고 농을 섞어 반박했지만 중요하게 다룰 예정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KDB생명이) 새 주인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당면 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농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 열정을 지닌 구단이 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업체가 모기업인 구단이 많은데) 이제 조금은 컬러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농알못’(농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당히 생소하고, 해왔던 분야가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영광스러웠던 역사를 조금이라도 되돌려 농구팬을 넓히는 역할을 어떻게 모색할지 열심히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나눠서 가치 키우는 기업… 공유했더니 돈이 불었다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나눠서 가치 키우는 기업… 공유했더니 돈이 불었다

    “구글이 추구하는 인공지능(AI) 비전은 모두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모두를 위한 AI’ 입니다.” 제프 딘 구글 시니어 펠로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구글 AI 2018’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AI’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과 관련해 “우선 인공지능을 활용해 세계 사용자들에게 구글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다음은 텐서플로와 같은 오픈소스를 통해 모두가 인공지능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 마지막은 인공지능 혁신을 통해 의료나 생명과학 분야 등에서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것 등”이라고 설명했다. 검색엔진에서 출발한 구글이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성공의 중심에는 플랫폼 개방이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개방형 생태계 조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텐서플로’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AI 생태계 선점에 나섰다. 메일 내용을 분석해 자동으로 답장을 추천해 주는 지메일의 ‘스마트 리플라이’, 사진 속 피사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구글 렌즈’ 등이 대표적인 ‘텐서플로가 낳은 자식들’이다.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도 텐서플로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판매자가 올린 제품 설명 중 법 규정에 어긋나거나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구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공유경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대한 자신의 기술이나 아이디어 등을 독점하려고 ‘방어’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이를 나누려는 시도가 급증하는 추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변화가 기업들이 갑작스레 ‘착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나눔이 수익 창출에 이득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점이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에 따르면 공유경제란 ‘자신이 소유한 기술이나 자산을 다른 사람과 나눔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활용되지 않고 있던 유휴 자원을 타인과 공유해 불필요한 소비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이익을 증가시키는 경제 활동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시혜적인 차원에서 기업이 가진 것을 아래로 베푸는 게 아니라 공유 행위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즉, 폐쇄적으로 문을 닫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게 외려 가치를 증폭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나 기술을 활용한 제2, 제3의 서비스나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자신들의 ‘우군’이 늘어나는 셈”이라면서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던 재화나 서비스가 기업의 유통망과 맞물려 시장에 등장할 수 있게 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 확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자 재계에서도 소유보다 나눔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역설적인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국내 대기업들도 이 같은 공유경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회사 자산을 외부와 공유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 인프라를 거듭 강조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초 그룹 신입 사원들과의 대화 자리에서 “우리 인프라를 외부와 공유하면 손해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공유할 가치가 없다면 보유할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계열사들에서도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SK에너지는 최근 물류회사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전국에 위치한 자사의 주유소를 택배 집하 등 지역의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했다. 그 일환인 ‘실시간 택배 집하 서비스’는 고객이 협력 관계를 맺은 중간 배송전문 업체에 택배 접수를 하면 1시간 안에 기사가 방문해 택배를 수거하고, 수거한 택배는 주유소에 보관해 놨다가 택배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에 수거하는 시스템이다. 석유 제품을 팔거나 세차·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던 주유소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 활동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은 시간과 비용을, 택배 회사는 집하와 배송 시간을 각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SK에너지 측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도 개방형 기술 도입을 시도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플랫폼 기업인 ‘비브랩스’를 앞세워 스마트폰과 각종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AI 비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은 개방성이다. 인위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통합하기보다 자발적인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비브랩스의 기술을 외부 업체들도 쓸 수 있게 공개해 비브랩스의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최대한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비브랩스는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각자 자신의 서비스를 쉽게 붙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향후 개방형으로 구축하기 용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 국내에서 공유경제 생태계가 뿌리 내릴 토양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이 주도하지 않는 이상, 자생적인 공유경제 모델은 규제의 벽에 부딪쳐 꽃을 피우기도 전에 좌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국내 1위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 ‘풀러스’가 택시 업계의 반발 등에 부딪쳐 경영난에 시달리던 끝에 대표가 사임하고 직원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에는 출퇴근 시간에 자가용으로 유상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출퇴근 시간’의 정의를 둘러싸고 풀러스와 택시 업계 사이에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부가 신규 사업 모델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을 중재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업체 우버도 국내에 상륙했지만 각종 규제에 부딪쳐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일대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발붙이기 힘든 상황인 데다 정부에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않은 만큼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공유 플랫폼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2006 데자뷔’ 8강… ‘판타스틱4’ 가린다

    ‘2006 데자뷔’ 8강… ‘판타스틱4’ 가린다

    잉글랜드 ‘승부차기 저주’ 깨고 막차 타 즐라탄 없는 스웨덴, 더 강한 ‘원팀’으로잉글랜드가 ‘승부차기 저주’를 풀어내고 막차에 오르면서 러시아월드컵 8강이 확정됐다. 대진은 유럽과 남미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유럽은 6개국(프랑스·벨기에·러시아·크로아티아·스웨덴·잉글랜드)이, 남미는 2개국(우루과이·브라질)이 8강에 오르면서 유럽의 우승 확률이 커졌다. 유럽과 남미 이외의 국가가 8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6년 독일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와 판박이다. 2006년에도 유럽 6개국(독일·이탈리아·우크라이나·잉글랜드·포르투갈·프랑스), 남미 2개국(아르헨티나·브라질)이 8강에 진출했다. 유럽이 모두 4강(독일·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에 올라 이탈리아가 승부차기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 8강전은 6일 오후 11시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리는 우루과이-프랑스전부터 시작된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3일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끝난 콜롬비아와의 마지막 16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잉글랜드는 이로써 역대 월드컵에서 세 차례나 울었던 승부차기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특히 1998년 프랑스대회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다시 만난 콜롬비아를 꺾은 잉글랜드는 두 차례 월드컵(2승)과 4차례 A매치(2승2무)를 합쳐 역대 전적에서 콜롬비아에 4승2무를 거두고 ‘천적’임을 증명했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은 6호골을 작성, 득점랭킹 2위 로멜루 루카쿠(벨기에·4골)와 격차를 2골로 벌리고 득점왕을 향해 순항했다. 120분의 혈투에도 승부를 내지 못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3번 키커인 조던 헨더슨이 실축하면서 위기에 빠졌지만 콜롬비아도 4번 키커 마테우스 우리베, 5번 카를로스 바카가 잇달아 실축한 덕에 3-3 동점을 만든 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에릭 다이어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8강에 합류했다.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였던 스웨덴의 화두는 ‘즐라탄 없는 월드컵’이었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2년 전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그의 이름은 월드컵 개막 이후에 줄곧 스웨덴팀에 ‘유령’처럼 드리워 있었다. 그가 월드컵을 앞둔 지난 4월 대표팀 복귀를 원한다는 ‘깜짝 발언’을 했을 때 스웨덴 국민의 3분의2가 반대했고 얀네 안데르손 대표팀 감독도 그의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번 스웨덴의 8강 진출은 그가 없어서 일궈낸 성과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즐라탄이 자신의 부재를 통해 스웨덴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美 맨해튼처럼… 강남, 앞으로 4년간 개벽 수준으로 바뀔 것”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美 맨해튼처럼… 강남, 앞으로 4년간 개벽 수준으로 바뀔 것”

    “민선 7기 4년간 강남은 개벽 수준으로 바뀔 겁니다. 대변신할 정도의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을 미국 뉴욕의 맨해튼처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의 민선 7기 취임 일성이다. 정 구청장은 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남 대변혁론’을 주장했다. 그는 “강남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며 “미래 30년, 50년 뒤의 강남 청사진을 구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강남구에서 지방선거 사상 최초로 보수 정당 후보를 누르고, 진보 정당 첫 구청장이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강남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하겠다는 건가. -건축전문가, 디자이너,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도시위원회를 만들어 그분들에게 강남을 평가하고 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할지, 그 작업을 맡기려 한다. 강남은 도시디자인 측면에선 서초구보다 뒤져 있다. 다른 구에서 잘하는 건 벤치마킹도 하고 해서 강남을 매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 찾아오고 싶은 도시, 걷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 →강남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이유는. -테헤란로는 강남의 중심축인데, 거의 죽어 있다. 강남역에서 삼성역까지 파이낸스나 동부빌딩 외엔 볼 게 없다. 영동대로 축 등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강남의 정체성은 상업지구인데, 실제 상업지구는 5% 정도밖에 안 된다. 도시계획이 오래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강남 간선도로 주변만 빌딩이 우뚝 서 있지, 건물 뒤로 돌아 들어가면 저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스카이라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업지구 지정 문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는 재건축이나 종상향 문제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재건축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강남은 19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40년이 지나면서 아파트들이 재건축·재개발을 해야 하는 국면을 맞게 됐다. 구민들 이해관계가 가장 밀접하게 얽혀 있어 민선 7기 4년간 ‘핫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구민들 의사를 정책에 반영해 구민들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 →재건축 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와 서울시, 강남구가 협력하는 ‘원 팀’(One Team)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건축 관련 국토교통부 정책은 강도가 높은데, 어떻게 조율해 가겠다는 건가. -서울시와 국토부는 강남 발전을 위해선 언제든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3년 만에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나왔기 때문에 배려할 거라고 기대도 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참여정 부 인수위 대변인으로 있을 때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국정홍보처장으로 있을 때도 같이 일했다.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이 있으면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서울시에서 건축 관련 일을 오래 하신 분을 부구청장으로 모셔 오려고 한다. →정부 정책과 구민들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다. 정부는 거시적·공익적 관점에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강남구민들은 사업성 측면에서 부동산을 바라본다.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남을 둘러싼 여건이 좋다. 전현희(강남을) 의원께서 국토위 소속이다. 국회, 서울시, 정부와 협의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로 생각한다. →강남 재건축과 관련한 초과이익을 환수해 강북에 쓰겠다고 했는데, 강남 세금을 왜 다른 자치구에 사용하느냐는 지적이 있다.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고 거둬들인 세금과 공공기여금은 우리 지역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우리보다 못한 자치구에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가 입는 피해보다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 강남도 ‘마더시티’, 즉 기초단체장 맏형으로 서울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보듬고 나누는 이미지를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심어 줄 수 있다. 단, 일방적으로 하진 않겠다. 구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동의도 구하겠다. →강남에서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처음 나왔는데, 이번 승리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변화를 바라는 구민들의 열망이 표심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전임 구청장이 기대 이하 행정을 했고, 지난 23년간 보수당 집권으로 쌓인 문제점들도 있었다. 구민들 스스로 이번엔 바꿔야 한다는 욕구가 강했다. →전임 구청장이 구민 기대 이하의 행정을 했다고 했는데. -서울시와 끊임없이 대립하면서 강남 발전과 경제를 정체시켜 버렸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 몫으로 돌아갔다. 구민들 자존감도 상처를 입었다. →어떻게 개선해 나갈 건가. -구민 우선 행정을 펼치겠다. 구정 출발점과 종착점이 구민이 되도록 하겠다. 낮은 자세로 항상 구민들과 호흡하면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하겠다. 구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 바람을 해결해 나가겠다. 주민들의 아픔, 어려움, 불편 사항을 알아야 구정을 펼쳐 나갈 그림이 나오지 않겠나. 그게 바로 열린 행정이다. 서울시와의 소통도 활발히 하겠다. →구민 우선 정책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 달라. -구민 1000명이 서명하거나 요청하면 구청장이나 간부들이 그 사안에 대해 해명하고 설명하는 ‘일천구민청원제’를 시행하려 한다. 민원중간보고제도 시행, 어떤 민원이 접수되면 그 민원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구민들에게 중간중간 결과를 보고하겠다. →열린 행정을 상징적으로 보여 줄 만한 게 있나. -신연희 전 구청장의 구정은 폐쇄적이었다. 구청장실부터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밖에서 전혀 알 수가 없다. 밖에서 구청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항시 볼 수 있도록 구청장실부터 열린 공간으로 바꾸겠다. →외부 감사도 받을 건가. -진정한 발전이나 화합을 위해선 외부의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명확히 진단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 주민, 시민단체, 언론, 구의원, 모두 다 감시자다. 제가 하는 일에 문제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지적해 달라. 구정에 바로바로 반영하겠다. →외부 감사기관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인적 청산도 하는 건가. -잘못한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유야무야 넘겨선 안 된다. ‘구청장바라기’로 구청장 비위나 맞추거나 추종해 부당하게 특진하고 호가호위한 부분들은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민선 7기 4년간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해내겠다는 것, 한 가지만 말해 달라. -구민들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 보수층에게서도 어딜 가더라도 우리 구청장 괜찮다고 자랑할 수 있는 구청장이 되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정순균 구청장은 23년 만에 민주당 소속 첫 구청장… 화두는 구민 행복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약자의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구에서 지방자치 도입 이후 23년 만에 민주당 소속 첫 구청장이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화두는 구민 행복이다. 민선 7기 4년간 구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려 한다. 그런 만큼 구청장의 일차적인 직무 목표도 구민들 삶의 질 향상으로 잡았다. 중앙일보 사회부·정치부 기자와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2002년 정계에 입문,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 특보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국정홍보처장을 역임했다. 19대 대선 땐 문재인 대통령 후보 미디어특보단 언론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연매출 2조 3000억원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 등 요직도 거쳤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코마에 빠진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실화 로맨스…‘빅 식’ 예고편

    코마에 빠진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실화 로맨스…‘빅 식’ 예고편

    ‘마음을 휘젓는 강력한 로맨스’라는 평을 받은 실화 로맨스 ‘빅 식’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빅 식’은 정략결혼에 발목 잡힌 파키스탄 남자가 코마에 빠진 전 여자친구를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14일의 기적’을 그린 이야기다. 주인공 ‘쿠마일’ 역의 코미디언 쿠마일 난지아니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공개된 예고편은 쿠마일과 에밀리의 첫 만남으로 시작한다.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 탓에 두 사람은 이별을 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면서 이후 벌어질 일들을 궁금케 한다. ‘빅 식’은 세계 유수 영화제 15회 수상 및 78회 이상 노미네이트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북미 개봉 당시 무려 17주간 장기 흥행을 했고, 2017년 로튼토마토 로맨스 부문 1위에 오른바 있다. 영화의 배급사 측은 “‘빅 식’은 파키스탄과 미국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연인에 관한 딜레마가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다문화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질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빅 식’은 오는 7월 18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120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킨토 파르티도’ 저주 못 푼 멕시코

    ‘킨토 파르티도’ 저주 못 푼 멕시코

    월드컵서 브라질 상대 무승 징크스 기록러시아월드컵을 맞이한 멕시코 축구 대표팀의 화두는 ‘킨토 파르티도’(quinto partido·스페인어로 다섯 번째 시합이란 뜻)의 저주였다. 지난 6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3경기)를 통과했지만 매번 16강에서 좌절하는 바람에 대회 4번째 경기에서 짐을 싸곤 했다.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멕시코의 주장 라파엘 마르케스(39)는 대회를 앞두고 “우리 팀은 ‘킨토 파르티도’에 대해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챔피언이 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이번에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멕시코는 3일(한국시간) 사마라 아레나에서 끝난 브라질과의 러시아월드컵 16강전에서 0-2로 패하면서 또다시 4경기 만에 대회를 마쳤다.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시작해 7회 연속으로 16강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다. 24년째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1970·1986년 모두 8강)을 제외하고 원정에서는 단 한 번도 8강을 밟아 보지 못했다. 멕시코는 1994년 대회 때 16강에서 불가리아와 만나 1-1로 팽팽하게 맞서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고개를 숙였다. ‘킨토 파르티도’ 저주의 시작이었다. 1998년에는 독일, 2002년에는 미국, 2006·2010년에는 아르헨티나, 2014년에는 네덜란드에 패했다. 2002년의 미국을 제외하고는 이번 월드컵까지 거의 매번 멕시코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팀을 만나는 불운을 겪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가 없는 징크스도 이어졌다. 멕시코는 이번까지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총 5번 만나 1무4패를 기록 중이다. 5경기에서 13골을 내주는 동안 멕시코는 한 골도 못 넣었다. A매치로 범위를 넓혀도 멕시코는 10승7무24패로 크게 밀리고 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해 F조 2위로 밀리며 E조 1위인 브라질과 만난 것이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 멕시코 감독은 경기 후 “우리 대표팀은 더욱 발전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멕시코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야 한다. 그러면 멕시코 대표팀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강렬한 눈빛, 따뜻한 심장

    강렬한 눈빛, 따뜻한 심장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판매량도 발군이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만 6만 8861대. BMW 등 경쟁자를 누르고 질주했다. 올해는 7만대를 내다보고 있다.올 비밀병기는 4년 만에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가 단행된 C클래스다. 이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 수준으로 향상된 최신 주행 보조시스템과 세련미를 더한 실내외 디자인, 첨단 전자 아키텍처 등으로 무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더 뉴 C클래스 출시와 함께 전 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한 글로벌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장인 독일과 룩셈부르크에서 벤츠 더 뉴 C 300 세단을 시승했다. 지난달 21일 낮 12시 룩셈부르크 공항. 더 뉴 C 300에 올라 공항을 출발했다. 공항에서 차를 인수해 독일 모젤 지역을 왕복하는 총 300㎞ 구간을 운전하는 것이다.더 뉴 C 300의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이 ‘얼굴’을 고급스럽게 보이게 했다. 보조석과 운전석 시트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등을 기대면 올록볼록한 쿠션감이 편한 느낌이었다. 초보 면허라 떨리는 심장에도 액셀을 살짝 밟자 ‘미끄러진다’는 표현 그대로 차가 조용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나갔다. ●시골 흙길 지나도 노면 진동 적어 특히 코너를 돌 때 쏠림 없이 꽉 잡아 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 같은 시골길 풍경을 보며 급경사 커브를 돌아야 했던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더 뉴 C 300은 땅을 움켜쥐는 듯한 유연한 코너링 능력을 발휘했다. 흙길의 노면에서 느껴지는 진동도 적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량이 안락한가 안락하지 않은가는 잔 진동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서도 판단되는데 더 뉴 C 300 세단은 고급스러운 외관만큼 바닥 소음은 물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소음마저도 잘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왜 명차인지는 타 봐야 느낄 수 있다는 얘기를 실감했다. 단, 고성능 버전에 견줘 보면 한 번에 치고 나가는 파워는 다소 부족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속도를 줄여도 정교하게 맞춰서 차가 반응했다. 또 핸들을 꺾을 때마다 민첩하게 반응했다.메르세데스 벤츠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시험해 봤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는 인류가 예전부터 꿈꿔 온 미래의 모습이다. 198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 ‘전격 Z작전’의 키트만 봐도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러한 상상을 해 왔는지 가늠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은 그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0단계의 경우 자율주행 기술이 없는 상태. 1단계는 시스템이 주행 기능의 일부에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수준을 말한다. 2단계는 주차 보조 또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 특정 상황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변속이 가능한 단계다. 3단계는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시스템이 주행 환경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다. 자동차가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한다거나 길이 막힌 경우 우회할 수 있는 정도다. 다만, 특정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4단계부터는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시스템이 전체 이동 구간을 모니터링하며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마지막 5단계는 탑승한 운전자 없이도 자신 소유의 차량을 목적지에 보낼 수 있는 단계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여기서 3단계의 자율주행 수준을 갖추고 있다. 주변에 차가 없는지 한참 살피고 나서 자율주행 모드를 설정했다. 브레이크를 뗀 상태에서 세트라고 적힌 버튼을 누르면 디지털 계기판에 녹색불이 들어오면서 자율주행 상태가 시작됐음을 알린다.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 스스로 한참을 알아서 달렸다. 시속 60㎞ 정도로 설정했는데 앞차와 차선을 감지해 차 혼자 방향을 잡아 갔다. 이리저리 운전대가 홀로 움직이는 모습이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대신 45초에 한 번씩 경고 그림이 떴다. 이때 손으로 운전대의 스위치를 건드려 줘야 한다. 이를 무시하자 90초 이상 스스로 달리다 경고음이 울렸다. 계속 반응하지 않으면 차가 스스로 속도를 줄여 멈춰 선다. 심장마비나 당뇨로 인한 쇼크 등으로 운전자가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차가 판단해서다. 하지만 자율주행 모드로 바꿀 때 초보자라면 설정 버튼을 이것저것 누르다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주의를 당부한다. ●EQ부스터 더해 민첩·연료 소비 절감 효과 메르세데스 벤츠 관계자는 “더 뉴 C클래스에는 48볼트 통합 전기 모터인 EQ 부스터가 더해졌다”며 “48볼트 시스템과 EQ 부스터의 조합으로 더 뉴 C클래스는 좀더 민첩하고 연료 소비는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과로사회 지적하다 과로로 탈 나 민망”

    “과로사회 지적하다 과로로 탈 나 민망”

    “주 52시간제로 노동시간 단축 나와 가족을 찾는 사회로 가야” 노사정 협력 등 후속대책 지시“몸살로 며칠 동안 휴식을 취하게 됐습니다.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늘 강조해 오다가 대통령이 과로로 탈이 났다는 그런 말<서울신문 6월 30일자 5면 참조>까지 듣게 됐으니 민망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하자 좌중에 잠시 웃음이 터졌다. 격무에 따른 몸살감기로 몸져누웠던 문 대통령이 이날 업무에 복귀하면서 꺼낸 화두는 ‘과로사회 탈출’이다. 전날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문제의식이 문 대통령 자신의 과로와 묘하게 맞물렸다. 지난달 27일 오후 몸살감기로 일정을 취소한 뒤 28~29일 연차를 냈던 문 대통령은 건강한 모습으로 이날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순방에서 복귀한 지 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시작됐다”면서 “과로사회에서 벗어나 나를 찾고, 가족과 함께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로로 인한 과로사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귀중한 국민의 생명과 노동자 안전권을 보장하는 그런 근본 대책”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재계를 중심으로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한 우려와 현장의 혼선과 관련, 문 대통령은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시행 초기 6개월을 계도기간으로 삼아 법 위반에 대한 처벌에 융통성을 주기로 함으로써 기업 부담을 많이 낮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 초기의 혼란과 불안을 조속히 불식시키고 현장에서 안착이 돼 긍정적 효과가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정 협력 등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문 대통령은 신임 윤종원 경제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업무·조직)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라고 물은 뒤 “두 분이 딱 전공에 맞게 오셨으니 잘하시리라 기대한다.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 갈등설이 불거졌던 만큼 청와대와 경제부처가 ‘원팀’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각별히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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