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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은행 한국투표권 상향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터키를 방문 중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로버트 졸릭 WB 총재를 면담한 자리에서 “WB 내에서 한국의 투표권이 현재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재정부가 4일 밝혔다. 윤 장관은 “WB 지배구조 개혁시 경제 규모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한국의 투표권이 상향 조정돼야 한다.”면서 “앞으로 자본증액 등 재원 확충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졸릭 총재는 경제 규모에 맞는 투표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원확충 계획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국제금융기구의 지분율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 WB 투표권의 3% 이상을 신흥 개도국에 이전하고 IMF 역시 5% 이상 쿼터를 신흥 개도국으로 이전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윤 장관은 또 저소득국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1960~70년대 WB 국제개발협회(IDA)에서 빌렸던 차관 잔액을 올해 안에 상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리나라가 1963~1974년 IDA에서 도입한 차관 가운데 오는 2022년까지 갚아야 할 잔액은 3500만달러다. 윤 장관과 졸릭 총재는 경제평화구축 신탁기금(65억원), 식량가격 위기국가 지원기금(30억원) 등 우리나라가 체제전환 국가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식량가격 폭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저소득국을 돕기 위해 WB의 2개 신탁기금에 출연하는 협정문을 체결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길섶에서] 두고 온 별/함혜리 논설위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전문경영인(CEO)이자 화가로 활동하는 강석진 작가가 그렇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한국사업을 20년간 총괄해 오면서도 여름 휴가만 되면 한달 가까이 캔버스와 화구를 챙겨 어딘가로 떠났다는 그다. 그렇게 30년.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이 화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서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주제는 ‘두고 온 별, 우리의 산하’. “우리는 지구별에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거예요. 나중에 화첩만 들고 가더라도 두고 온 지구별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그대로 기억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립니다.” 하얀 모시저고리를 차려입은 인자하신 어머니, 초록과 연둣빛이 어우러진 생명력 넘치는 5월의 들녘, 아스라이 보이는 산들을 담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다시 보였다. 두고 온 별의 추억들…. 멋지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도시와 산]부산 황령산

    [도시와 산]부산 황령산

    “옛 아낙네들은 황령산에 올라와 친정 있는 쪽을 보며 그리움을 달랬지. 그래서 반보기산이라고도 불렸지.” 부산 북쪽에 금정산이 있다면 남쪽에는 황령산이 있다. 해발 427m로 그리 높지 않다. 산꾼들은 “이게 무슨 산이냐.”고 힐난하겠지만 정상에 올라 탁 트인 동해와 동서남북으로 한눈에 펼쳐지는 부산시의 전경을 보노라면 왜 사람들이 황령산에 매료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바다가 가까워 실제로는 더 높아 보이기도 한다. 조선시대 봉수대가 설치돼 이곳이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서 봉화를 올려 왜적의 침략을 서울 조정에 알렸다. 빠르면 12시간가량 걸렸다고 한다. 또 시집간 아낙네들이 산에 올라와 저너머 친정집 동네를 보며 소맷귀를 적시며 그리움을 달랜 곳이기도 하다. 금정산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꼽히는 황령산은 도심에서 가까운 데다 빼어난 경치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심 속의 산답게 정상까지 도로와 등산로가 잘 갖춰져 있어 365일 찾는 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 중턱에는 청소년야영장과 체육시설 등이 있어 시민휴식공간으로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산 정상에서 보는, 해운대와 광안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교의 야경은 한폭의 그림처럼 길손의 가슴에 다가온다. 우리나라 야경 가운데 최고로 꼽힐 정도다. ●황령산의 ‘황’은 荒일까 黃일까 황령산은 부산 남·수영·연제·부산진구 등 4개 구에 걸쳐 있다. 동편은 남구에, 서편은 부산진구에 접하고 있으며 남구가 가장 많은 지역을 차지한다. 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설치돼 있고 북동쪽으로 황령산의 가장 큰 봉우리인 금련산과 연결돼 있다. 산의 암석은 남미대륙 안데스산맥의 화산에서 많이 발견되는 안산암으로 이뤄져 있다. 황령산이란 이름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황령산을 누를 ‘황(黃)’자를 써서 황령산(黃領山)으로 표기해 놓고 있다, 그러나 동래부읍지(1832년)에는 현재처럼 거칠 ‘황(荒)’으로 기록해 놨다. 황령산은 동래가 신라에 정복되기 전 동래지역에 있었던 부족국가인 거칠산국(居漆山國)에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거칠산국에 있는 산으로 ‘기츨뫼’라 했던 게 한자화하면서 거칠 황(荒) 고개 령(嶺)의 황령산이 된 것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거칠고 보잘 것 없는 산이라는 뜻으로 ‘황강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상호 황령산 늘샘 쉼터 회장은 “황령산 한자명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현재는 거칠 황자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마 거칠산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령산의 또 다른 이름인 ‘반보기산’에는 시집간 여인네들의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옛날 아낙네들은 출가외인이라 시집을 가면 친정나들이가 쉽지 않았다. 당시 남구 대연동 사람들은 인근의 용호동이나 기장 사람들과 주로 혼인을 했는데, 친정에 가지 못하는 그리움을 황령산에 올라 멀리 친정 쪽을 바라보며 달랬다고 한다. 가끔 친정식구들과 중간지점인 황령산에서 만나 반나절 정도 정을 나누다가 아쉬움을 안고 헤어졌는데 그런 연유로 반보기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제 강점기 때에 이곳에는 탄광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수영구 광안4동 옛 공무원교육원 자리에 있던 광산이 규모가 가장 컸는데 구리와 금을 캤다. ●사통팔달 등산로 황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야말로 사통팔달이다. 남구 쪽에서는 대연동 경성대를 들머리로 해서 오르는 임도 코스가 있다. 비교적 코스가 단조롭지만 안전한 데다 길이 넓고 부드러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 산행시간은 2시간30분쯤 걸린다. 경성대 인문관에 닿기 전 언덕길 왼쪽 산자락으로 따라 난 길을 타고 쭉 올라가면 된다. 황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넓고 편한 길은 몇 개가 더 있다. 문현동 현대2차아파트를 들머리로 오르는 임도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산길은 남구와 부산진구를 가르는 구 경계선인 돌산고개에서 남구방향으로 20m쯤 내려오면 왼쪽으로 만난다.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지정광고대 옆(산쪽) 시멘트 길이 초입이다. 산행 초입에서 바람재까지 넉넉잡아 20분이면 충분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0월 ‘황령산 봉수대 전망시설 및 주변정비사업’을 벌여 산 정상에 6604㎡ 규모의 공원을 꾸며 누구나 황령산 정상에 올라 편안하고 안전하게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부산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 정상 안 가보면 정말 후회합니데이! 부산 황령산 봉수대는 임진왜란 때 불을 피워 전쟁을 알린 중요한 사적지로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와 함께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봉수대 중 하나이다. 경상도 지리지에 따르면 조선시대인 1425년(세종 7년)에 황령산 정상에 봉수대가 설치됐다. 조선시대 동래부에서 관리했으며 임진왜란 때는 황령산 봉수대에서 봉수가 올라 북으로 이어졌다. 황령산 봉수대에서 내려다보면 부산의 앞바다가 확 트여 보이고 내륙지역을 바라보는 시계도 넓어 적의 침입을 쉽게 확인하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었다. 이 봉수대는 동쪽으로 해운대의 간비오산 봉수대, 서쪽으로는 구봉 봉수대와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범어사·계명산 봉수대 등과 연결돼 있다. 부산지역 봉수망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봉수대에는 5개의 봉화구가 있으며 1898년에 기능을 상실했다가 1976년 복원됐다. 이후 1992년과 1995년, 1996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보수 작업이 이뤄졌다. 봉수대는 고려시대부터 사용한 통신시설로 약 30리마다 산꼭대기에 봉화대를 두고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불을 올렸다. 평시에는 한 번, 적이 나타나면 두 번, 적이 접근하면 세 번, 적과 싸우면 네 번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서울 목멱산(현재 남산)의 경(京)봉수대까지 연결됐다고 한다. 해마다 산신제와 함께 봉화 재현 행사가 열린다. 각 봉수대에는 도별장 1명을 두고 이 밑으로 별장 10명, 감고(監考) 1명, 봉군(烽軍) 100명씩 배치했다. 김무조 부산시문화재위원은 “봉수대는 조선시대 군사적 목적의 중요한 통신 수단이었으며 황령산 봉수대는 부산에서는 가장 오래된 봉수대에 속한다.”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부산의 남쪽을 대표하는 황령산의 정상은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기자기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부산시는 정상 전망대에 안전하게 오를 수 있도록 목재 데크를 만들었다. 부산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엄마와 읽는 동화] 둠벙 할아버지/장수명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다. “휴, 비는 언제 온담.” 바싹 마른 바닥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기호가 타박타박 걷는다. “기호, 이제 오니?”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기호를 보자, 우물가로 가시더니 두레박에서 물을 퍼 올린다. “기호, 이리 온. 할애비가 등목 시켜줄 테니.” 할아버지는 기호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말했다. 우물에서 갓 퍼 올린 물은 얼음 같다. “아~, 차차 차가워. 할배.” 기호가 엎드렸던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며 호들갑을 떤다. “원, 녀석도 뭐가 차갑다고 호들갑이누.” 할아버지는 길러 놓은 물을 할아버지 몸에 퍼붓는다. “피, 할아버지 억지로 참는 것 다 안다 뭐.” 기호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팔딱팔딱 뛰어 툇마루로 재빨리 올라선다. 몹시도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하지만 어찌나 긴 가뭄을 겪었는지 논바닥은 쩍쩍 갈라지고 제대로 자란 벼도 그다지 없었던 농사는 가을이 되어도 별로 추수할 거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둠벙을 하나 파야겠어.” 할아버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둠벙을 파신다고요?” 작은아버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지 싶다. 저기 윗마을에 있는 우리 논에….” 할아버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작은아버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버지, 그 논에 둠벙을 판다는 게 말이 돼요. 다른 사람들 다 가만있는데 왜 번번이 아버지가 나서요. 지난 번 영식이네가 돌아왔을 때도 문중에서 모두 가만있는데 아버지가 나서서 그 위에 있던 논 한 마지기하고 밭 한마지기 털컥 떼 주더니 이번엔 또 우리 논에 둠벙을 판다고요?” 작은아버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할 참인가 보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목청을 돋우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버지 땅이니까 아버지 마음대로 하세요. 난 이제 이곳을 떠나서 살 거예요. 더는 농사짓기도 싫고, 이곳도 지긋지긋하고….” 작은아버지는 휑하니 나가버렸다. 할아버지는 한동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셨다. 그런 작은아버지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시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허참, 쟤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지으며 먼 산으로 눈길을 돌리신다. 몇 날이 지났다. 집안 분위기는 잔뜩 가라앉아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 어려울 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기호는 늦잠을 잔 탓에 허겁지겁 밥을 먹고 가방을 둘러메고 잰걸음으로 학교로 달려갔다. 일교시가 끝날 무렵이었다. “기호야.” 작은아버지가 학교로 찾아 왔다. “작은아빠, 작은아빠가 웬일이세요?” 기호는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작은아버지를 올려다 본다. “오늘, 12시 차로 작은아빠는 작은엄마하고 서울 올라가려고 한다.” “서울요?” “넌, 할아버지와 있다가 우리가 자리잡고 연락할 테니까, 그때까지 학교 잘 다니고 할아버지랑 잘 지내도록 해야 한다.” 기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느닷없이 학교에 찾아와서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의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작은아빠, 정말 갈 거예요? 정말, 나하고 할아버지만 두고, 서울로 갈 거예요?” “그리 알고 수업 마치고 집으로 곧장 가도록 해라. 알았지.” 작은아버지는 이미 마음을 굳혔나 보다. 기호의 어깨를 몇 번 도닥거리더니 총총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서울….’ 느닷없이 나타나 서울 간다는 작은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호가 작은 주먹을 움켜잡는다. 기호도 가고 싶던 서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처럼은 아니다. 기호 눈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어릴 때 부모님을 여읜 기호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를 친부모처럼 따랐는데, 덜컥 기호를 두고 간다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없는 집은 마치 빈집처럼 휑하기만 했다. 바닥 가장자리 천이 닳고 닳아서 헤져 작은 구멍이 난, 아주 오래된 낡은 배낭을 할아버지는 찾아냈다. 다 먹은 주스병에 물을 담아 배낭에 챙겨 넣고, 반찬 몇 가지며 밥도 챙겨 넣었다. 그리고 허벅지까지 오는 고무장화도 차곡차곡 접어서 배낭에 넣는다. “할아버지 어디 가요?” “그래 기호야, 할아버지 좀 늦게 올지도 모르니까 밥 알아서 챙겨 먹어라.” 헛간에 세워져 있던 삽자루를 자전거 뒤에 싣고 할아버지는 대문을 나선다. “할아버지, 윗마을 가요?” “그래.” 여름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았던 날씨 탓에 논바닥은 마치 거북이 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펌프로 물을 뽑아 올렸지만 그것도 한정이 있었다. 듬성듬성 누렇게 말라 다 타버린 나락줄기를 만지던 할아버지 얼굴은 일그러져,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배낭을 벗고, 할아버지는 삽으로 논바닥을 뒤집기 시작했다. 뿌연 흙먼지가 삽을 따라서 하얗게 일어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할아버지 손등으로 올라온 굵은 핏줄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논바닥은 거의 다 뒤집혀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몇 날이 지나고 몇 달이 흘렀다. 할아버지는 마치 곧장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바람 쌩쌩 부는 겨울이 되었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논으로 갔다. 진눈깨비가 어지럽게 날리는 날이다. “할아버지 이제 그만 쉬었다가, 날씨 풀리는 봄에 해요.” 기호가 할아버지를 말렸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처럼 사람 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할아버지를 따라 윗마을로 간 기호의 눈은 화등잔처럼 커졌다. 윗마을 논은 움푹 파인 분화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어떠냐! 기호야.” 기호는 말문이 막혔다. 아침 햇살을 받고 선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처럼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이제 저 곳에 연도 심고, 고기도 놓아 기르면서 우리 마을 농업용수로도 쓰고, 너희들이 장가를 가서 자식을 낳으면 수생생물들의 생태를 공부할 수도 있는 학습장이 되게도 할 테다.” “할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혼자서 이 넓은 땅을 팠단 말이에요!” 기호는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우며 말했다. “다행히 저 산 가까운 아래쪽에서 물이 샘솟는구나.” 시간이 지나자, 둠벙엔 물이 차기 시작했다. 봄비도 알맞게 내려주었다. 할아버지는 틈만 나면 둠벙으로 가서 연도 심고, 수초도 곳곳에 심으셨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할아버지 바람처럼 둠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잔물결도 만들었고, 그 위로 잠자리도 날아다녔으며, 어느 날부터인가 오리 몇 마리가 날아들어 둠벙 이곳저곳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해를 거듭할수록 둠벙은 아름답게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몸도 바싹 말라가고 있었다. “할아버지, 어디 편찮으신 것 아니에요. 병원에 가 봐요!” “아니다.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그러고 보니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가 집을 나간 지 여러 해가 지났다. 그동안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작은아빠 오시라고 할까요?” “끄응….” 작은아버지라는 말에 할아버지가 돌아누우시며 앓는 소리를 내신다.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자 기호는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을 찾아 뒤적인다. “작은아빠, 저 기호예요. 지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내려오셔야겠어요.” 일요일 아침이었다. 몇 날 동안 대문 앞을 기웃거리던 기호를 보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게서 며칠 동안 왜 그러누?” 그때였다. “기호야!” 작은아버지와 작은엄마다.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귀밑 볼이 불그레해졌다. “창이 왔구나! 어서 들어가자!” 할아버지는 작은아버지 손을 덥석 잡아 끈다. “아버지, 죄송해요.” 작은아버지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이제 작은아버지는 서울로 안 간단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둠벙을 가꾸겠단다. 아침부터 온종일 작은아버지는 둠벙으로 가서 일했다. 작은아버지 손길이 닿은 둠벙은 멋지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연꽃도 더 많아졌고, 부들이며 수초들도 더 많이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둠벙 가운데를 가로질러 직접 만들어 놓은 나무로 만든 구름다리는 둠벙을 찾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인기 최고였다. ‘작은 생태학습장 -둠벙 이야기-’ 작은아버지는 둠벙에 팻말을 세웠다. 둠벙 들머리 정자에 걸터앉아 작은아버지의 바쁜 손길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할아버지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고 부드러웠다. “기호야, 저 둠벙은 네 것이기도 하다.” 기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간 바람이 둠벙 가운데에 우뚝 선 부들을 살랑대며 춤추게 하고 있었다. *둠벙:둠벙은 물웅덩이의 방언으로서 우리 조상들이 가뭄에 대비해 농촌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작은 못으로, 한국형 습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든 중심이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타인에 대한 배려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기호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눠주기,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한 귀중함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그런 할아버지와는 반대로 요즘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나눠주면서 얻게 되는 행복과 기쁨, 가까운 것에 대한 귀중함과 소중함들을 한번쯤은 되짚어보며 살아가자는 생각에서 기호의 할아버지를 통해 조금은 느리게 살면서 얻게 되는 삶의 기쁨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작가 약력 아동문학평론 ‘해님이 사는 마을’, 아동문예문학상 ‘지훈이와 할아버지’ 당선으로 등단. 제24회 새벗문학상 수상, 동화 ‘호수에 갇힌 달님’. 주요작품: 동화집 ‘내 이름은 아임쏘리’ 그림동화집 ‘도깨비 대장이 된 훈장님’ ‘동백꽃’ 외 다수. 현재 한라산학교 강사, 서귀포신문 동화연재 중, 제민일보 생활칼럼 집필진 활동 중
  • 유엔 데뷔 하토야마 “국제사회 가교역할”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24일 유엔총회 본회의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의 ‘가교’ 역할을 자청했다. 또 경제위기, 지구온난화, 핵감축·비확산, 빈곤 문제, 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등 ‘가교’로서 추진할 5가지의 과제를 선정,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정권교체에 대해 “일본 민주주의의 승리”라면서 일본의 ‘변화’를 강조했다. 또 “정권교체에 의한 경제정책의 수정을 통해 일본 경제는 부활할 것이 틀림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철학인 ‘우애’를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미국·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가교’로 나설 뜻을 밝혔다. 일본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실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진출 구상도 감추지 않았다. 하토야마 총리는 총회 연설을 위해 지난 10년간의 연설문을 분석, 보다 효과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신경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 “용인할 수 없다.”며 기존의 강경 대응안을 언급하면서도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성의 있게 청산해 국교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며 북·일 관계개선에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지난 2002년 평양에서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평양선언을 계승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북핵실험 때 민주당 안에서는 평양선언을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성의 있게 행동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이 있다.”며 북한에 변화를 요구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동아시아공동체의 창설을 제안하면서 “일본은 과거 잘못된 행동에 따른 역사적 문제도 있는 탓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저했다. 새로운 일본은 역사를 뛰어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가교가 되길 희망한다.”며 역사인식을 가미, 중요성을 역설했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금융·통화, 에너지, 환경, 재해구조 등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협의해 나갈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핵문제와 관련, “일본은 핵무기 개발의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 비핵화의 길을 선택한 것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라면서 “핵보유국이든 아니든, 핵감축·비확산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모든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을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선언했다. 비핵 3원칙은 1967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국회에서 밝힌 정책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CO₂)의 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25% 삭감하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또 평화구축 차원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부흥을 위해 “직업훈련 등의 사회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kpark@seoul.co.kr
  • 화성 분화구서 순도 99% 얼음 발견

    화성 분화구서 순도 99% 얼음 발견

    화성에 있는 분화구에서 얼음이 발견돼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셰인 바이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화성 중위도 지방에 있는 분화구에서 순도 99% 얼음이 발견됐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르네상스 호가 지난해부터 과거 유성과 충돌해 생긴 분화구 안에 얼음의 모습을 촬영했다. 이 얼음의 성분이 대부분 불안정해 공기에 노출되면 바로 기화됐으나, 이번에 발견된 얼음을 분광계로 조사한 결과 순도 99% 얼음으로 밝혀졌다. 바이른 교수는 “이는 화성의 기후가 예전에는 더 습기가 많았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동안 중위도 지방에, 그것도 화성 표면에 가까운 지점에 얼음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는 분화구 단 하나에서만 얼음이 존재하는 걸로 확인됐지만 다른 분화구에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사진=NASA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북핵협상 ‘타협→파행’ 20년 전철 벗어날 근원적 처방

    북핵협상 ‘타협→파행’ 20년 전철 벗어날 근원적 처방

    │뉴욕 이종락특파원│이명박 대통령이 21일 미국 외교협회 등 3개 기관이 공동주최한 간담회에서 대북 해법으로 밝힌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방식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전제로 하는 일괄타결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일괄타결은 타협과 파행,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온 기존의 접근법을 탈피한 것이다. 북한 문제를 큰 틀로 접근한 8·15 경축사에서 밝힌 새로운 평화구상의 연장선에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국제지원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6자회담의 기본틀인 ‘행동 대(對) 행동’ 원칙에서 벗어나 논의의 시작단계에서부터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한다는 최종목표를 상정함으로써 북한의 핵포기를 원천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폐기할 경우 확실한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동시에 경제·교육·재정·인프라·생활향상 등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제지원을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핵협상에서 일정부분 이행할 경우 일정부분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와 관련한 근본적인 조치에 나설 경우 한번에 의미있는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처음부터 핵폐기라는 최종목표에 대해 합의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정치·경제적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미국과 북한 간에 물밑대화 기류가 급물살을 탈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더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양자 및 다자대화에 응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변화를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을 직접 제안함으로써 대북전략을 보다 온화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격으로 하는 ‘비핵·개방 3000’을 발표했다. 취임 이후에도 “북한이 핵폐기 과정에 들어가면”으로 전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포괄적 접근방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포괄적 접근법(Comprehensive Approach)’을 제안해 동의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그랜드 바겐’이란 말로 공감을 표했다. 포괄적 접근법은 포괄적 패키지라는 용어가 정치·경제적 보상의 ‘선물 보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에서 이의 대체용어로 정부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북원칙을 확고히 가져가고 유연한 대응을 하는 중도실용 대북정책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며 “비핵개방 3000이나 그랜드 바겐을 밝힌 지금이나 북핵해결의 전제는 북한의 핵폐기”라고 강조했다. jrlee@seoul.co.kr
  • “詩를 통한 삶의 진실 접근 고민해야”

    “詩를 통한 삶의 진실 접근 고민해야”

    “시는 어떤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인류를 위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시인들은 이 시를 가지고 ‘삶의 진실’에 얼마나 더 접근할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해야 합니다.” 제14회 김달진문학제가 한창이던 지난 19일 경남 진해 앞바다를 순항하는 크루즈선상에는 남해의 바닷바람도 식힐 수 없는 열기가 가득 찼다. 문학제 행사의 일환으로 황동규(71) 시인이 나선 선상 문학특강 현장.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은 면면 모두가 내로라하는 시인들이었지만,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노시인의 열강에 이들의 눈은 마치 ‘문학청년’들처럼 반짝거렸다. 전국에서 시인과 문학지망생 200여명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 시인은 ‘문학의 아우라’를 주제로 문학의 본령과 함께 자신이 걸어온 문학의 길을 되짚었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인 ‘즐거운 편지’를 쓸 때 일을 회상하며 “그 작품은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을 생각하며 쓴 것인데, 쓰고 나니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이별의 당위성을 노래하는 글이 돼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 생각대로가 아니라 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 거기에 삶의 진실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노시인은 특강을 마치면서 “선상에서 이런 기회는 처음”이라면서 “다음에는 우주선에서 (문학특강을)해 보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강에 이어서는 시낭송이 뜨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역대 김달진 문학상 수상자인 김명인, 조정권, 이하석, 이영춘 시인이 자작시를 낭송했고, 또 계명대 송명진 교수의 색소폰 연주, 창원대 변세원 교수의 바리톤 공연도 이어졌다 김달진문학제는 문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이 행사에는 진해시 초등학생 50여명도 함께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이들은 신현득·이서린 시인이 진행하는 ‘시야, 놀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시를 함께 읽었고, 선상 백일장에서 동심의 문장을 뽐내기도 했다. 한편 선상 행사와 별개로 문학제 기간 동안 진해 일원에서는 김달진 시인을 기리고 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행사가 개최됐다. 앞서 6일에는 월하전국백일장이 열렸고, 마산·창원·진해 어린이들이 함께하는 동화구연대회, 김달진 시인 생가·문학관 방문 행사, 역대 김달진문학상 수상 시인 특별 시화전, 문학심포지엄 등이 개최됐다. 또 김달진문학관은 문학전문지 ‘시애(詩愛)’를 김달진문학제 특집호로 꾸며 관련 자료를 수록하고 김달진문학상 및 젊은시인·평론가상, 월하지역문학상, 월하진해문학상 수상자들을 집중 조명했다. 행사 마지막날인 20일에는 진해시민회관에서 이들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이 열렸고, 소리꾼 장사익의 공연을 끝으로 김달진문학제는 내년을 기약했다. 불교와 시를 통해 평생동안 ‘삶의 진실’을 추구했던 월하 김달진(1907~1989년) 선생을 기리는 이 문학제는 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신문, 진해시, 경남대학교 등이 후원한다. 본래 문학상 시상만 하던 것이 지난 1996년부터 다양한 문화행사를 겸한 문학 테마 축제가 됐다. 선생의 고향인 진해시의 후원에 힘입어 지금은 ‘봄에는 군항제, 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라고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정도로 지역은 물론 문단의 대대적인 행사가 됐다. 시사랑문화인협의회 회장 최동호(고려대 교수) 시인은 “앞으로 더 의미있고 위상에 맞는 문학제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진해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10개권역에 마리나항 40여곳 개발

    앞으로 해양레저산업 진흥을 위해 40여개의 마리나항만이 개발된다. 상수원 지역에 대중골프장뿐 아니라 회원제 골프장도 지을 수 있게 된다. 전국 경기장에 각종 문화시설과 수익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허용되고 공공기관은 월 1회 연가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16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고소득층의 소비여건 조성과 해외 소비 국내 유도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경기 회복 및 지속성장을 위한 내수기반 확충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연안 지역의 난개발과 중복 개발을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마리나 법정 10개년 기본계획을 수립, 10개 권역별로 모두 40여개소의 대상 지역을 오는 12월까지 선정하기로 했다. 내년 말까지 연안해역에서 레저가 가능한 곳에는 ‘해양레저 관광구’를, 섬 등 해양과 육상을 포괄하는 곳에는 ‘해양레저활성화구역’을 새롭게 지정할 방침이다.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서도 대중골프장과 마찬가지로 완화된 상수원 및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입지기준이 적용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 골프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조치로 우선 대청호 주변에 2~3곳의 회원제 골프장이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월드컵경기장과 종합경기장 등에 한정됐던 공연장이나 전시장, 대형할인점 등 문화·수익시설 설치가 전국 모든 경기장에 허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제한이 완화될 경우 13개 지방자치단체와 8개 프로야구 구단에서 모두 2조 6900억원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자기계발의 날’, ‘가족과 함께하는 날’ 등을 정해 매달 하루씩 연가를 쓰도록 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휴가 실적을 부서 및 상사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지난해 13개 부처 본부직원의 평균 연가일수는 6.4일, 3급 이상은 3.4일에 불과했다. 이두걸 이경주기자 douzirl@seoul.co.kr ■용어클릭 ●마리나항 요트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위한 계류시설과 수역시설을 갖추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해양레저시설. ‘해변의 산책길’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현재 가동 중인 마리나항은 부산 수영, 통영, 진해, 사천, 제주 중문 등 8곳이다.
  • 서울 “30만가구 공급”… 숫자놀음?

    서울 “30만가구 공급”… 숫자놀음?

    서울시가 수도권 전세난 완화를 위해 최대 30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30만가구의 주택 가운데 물량이 새로 늘어난 것은 장기전세주택(시프트) 2만가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공급 계획이 확정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14일 긴급 설명회를 열고 일반 주거지역의 ‘종’별 제한을 완화하고 재개발 용적률을 올리는 등 개발 밀도를 높여 신규 주택공급 물량을 최대 30만가구 늘리는 내용의 전세 대책을 발표했다. 라진구 행정1부시장은 “10만 가구는 시프트와 보금자리 주택 확대, 정비사업구역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공급하고, 나머지 20만가구는 주차장 완화구역 확대로 인한 도시형생활주택 건설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최장 20년까지 전세로 살 수 있는 시프트 2만가구를 새로 짓기로 했다. 당초 2018년까지 11만 2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2만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1만 1600가구는 내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공급될 2만가구 가운데 1만가구는 송파구 일대 위례신도시에, 4300가구는 강서 마곡지구에 들어선다. 나머지는 서울시 자체공급 5200가구,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물량 500가구 등이다. 주차장 완화구역은 일반지역 주차장 부지의 20%만 확보하면 기숙사나 원룸형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으로, 시는 당초 지정한 5곳의 주차장 완화구역을 25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저소득 가구를 위해 시가 보유하고 있던 공공임대주택 1000가구도 조기에 풀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전세 대책이 수도권 전세난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30만가구를 새로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이미 오래전에 계획됐던 물량이다. 더욱이 새로 내놓은 물량인 시프트 2만가구마저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갈 시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연차적으로 언제쯤 해당 시프트들이 공급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정부가 직접 사업을 주관하는 데다 군부대 이전 등 산적한 현안이 남아 있어 시기는 물론 물량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마곡지구도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있어 4300가구를 어느 때 공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보금자리주택 중 세곡·우면지구의 정부시범사업분 500가구는 전체 주택건설 공정이 80% 이상 진행돼야 공급물량을 가늠할 수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가자! 20-20클럽…진화하는 메이저리거 추신수

    가자! 20-20클럽…진화하는 메이저리거 추신수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15일(한국시간) 메트로돔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터뜨렸다. 13일 캔자스시티전에서 15호 홈런을 쏘아올린지 이틀만이다. 이날 3타수 2안타(1타점 1득점)를 기록한 추신수는 다시 타율을 3할(.301)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최희섭(현 KIA)이 가지고 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시즌 최다홈런 기록도 다시 세웠다. 올시즌 추신수는 현재까지 출루율 부문 리그 9위(.393)를 기록하고 있어 남은 경기에서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을 위해 마지막 피니쉬를 해야할때다. 올시즌 추신수는 큰 기복없이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알찬 시즌을 보내고 있다. 비록 기대했던 홈런숫자는 적은편이긴 하지만 부침없이 한시즌을 보낸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기에 그가 칭찬을 받아야 할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을만 되면 폭주하는 남자, 추(秋)신수. 작년시즌 추신수는 9월에만 타율 4할에 5홈런 21득점 24타점 장타율 .659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9월 MVP를 수상했다. 14개의 홈런가운데 9월에만 5개를 터뜨린 그의 홈런수를 놓고 올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이 기대됐던 것은 당연했다. 올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러한 바람은 현실이 되는듯 했다. 6월이 끝날때 정확히 10개의 홈런을 쳐낸 추신수는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온 여름부터 홈런페이스가 급감하며 보다 정교함에 치중하는 타격스타일을 보였다. 지난 8월 15일 미네소타전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터뜨린지 28일만에 15호 홈런을 기록할때까지의 텀이 길었던게 문제. 클리블랜드의 앞으로 남은 경기수는 정확히 19경기다. 이 기간동안 4개의 홈런을 더 쏘아올린다면 3할-20홈런 타자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최근 추신수의 타격페이스를 감안할때 불가능한 홈런수가 아니다. 덧붙여 이렇게만 된다면 20도루(현재 19개)까지 확실해져 풀타임 첫해에 20-20을 달성하는 뜻깊은 한해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3할 언저리를 계속 맴도는 타율, 왜 그럴까? 추신수는 백 레그 히터(back leg hitter)다. 타격시 앞다리를 지나치게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끝까지 뒤에 남겨두는 타자라는 뜻이다. 컨택트(contact) 지점에서 상체가 뒤로 젖혀져 있는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유형의 타자들은 한시즌 동안 슬럼프가 오더라도 그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타격시 몸의 밸런스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많은 홈런수는 노림수가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정교함이 흔들릴 가능성은 여타의 타격스타일을 지닌 타자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실제로 올시즌 추신수는 단 한개의 홈런만 기록했던 8월달에 타율 .291의 최하점을 기준으로 꾸준히 .291-.300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이러한 것은 추신수가 지닌 타격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다. 반면 홈런이 터지지 않는 것은 타석에서 지나친 신중함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리는 공이 왔을때 자신있게 배트를 돌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서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을 지나치게 자신의 뒤쪽까지 끌어다 놓는것도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특히 빠른공을 공략할때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떨어지는 변화구는 잡아당겨 우측펜스로 넘기는 홈런이 나오지만 빠른공은 좌측으로 몰리고 있다. 많은 삼진갯수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싶다. 잡아당겨 홈런을 치기위한 이상적인 조건의 히팅포인트는 추신수의 배꼽근처가 아니라 앞무릎근처다. 아직 빅리그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며 우투수에 비해 좌투수를 상대로 해 타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지나친 해석은 금물이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커나가듯, 올 한해 동안 추신수 스스로 느끼면서 터득한 경험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소 기대만큼의 홈런숫자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정교함속에 홈런이 터진다는 것을 감안할때 내년시즌엔 한단계 더 올라선 추신수를 기대해도 좋을것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올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타율 3할은 유지될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원주 희망근로 다문화가정 교육

    강원 원주시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신나는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다문화가정을 찾아 결혼 이민자 및 자녀교육 사업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원주시는 희망근로 참여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 여성 실직자와 가장 21명을 강사로 채용해 다문화가정의 결혼 이민자에게 한글교육을, 아이들에게는 한글 및 수학과 동화구연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또 간호사 및 상담 치료사 자격을 가진 7명으로 ‘취약계층 건강 돌보미 기동단’을 편성, 25개 읍·면·동을 순회하면서 다문화가정과 독거노인 등을 방문해 건강진료를 비롯해 가족문제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HAPPY KOREA] 제주 한경면 에코빌리지 저지마을

    제주 오름은 화산섬 제주만의 특화된 자연자원이다. 제주섬 곳곳에 360여개나 산재한 크고 작은 오름들이 빚어내는 풍광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선사한다. 온갖 야생화가 자지러지는 봄, 초록으로 도배질하는 여름, 억새가 간들거리며 반짝이는 가을, 매서운 바람에 자신을 맡기다 하얀 눈속에 숨어버리는 겨울, 사계절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오름의 변화무쌍함은 변신의 귀재다. 누구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터벅터벅 오름 나그네가 되고 싶어 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는 지리적으로 오지로 꼽힌다. 1073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제주에 흔한 농촌 마을이다. 이곳에 요즘 갑자기 한 손에 마을지도를 펼쳐 든 오름 나그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을 차지한 저지오름. 마을 주민들이 수십년간 정성껏 나무를 심고 가꾸어 전국 최고 수준의 명품 숲으로 바꾸어 놓았다. 고도 239m, 분화구 둘레 800m, 깊이 62m의 깔때기 모양을 갖춘 화산체인 저지오름은 겉보기엔 보잘것없는 작은 오름이지만 오름속살을 파고들면 환상적인 오름 숲에 풍덩 빠져 버린다.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 오솔길을 따라 돌아돌아 정상에 오르면 멀리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다 차귀도, 비양도, 산방산 등 제주 서부지역이 한눈에 펼쳐져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돌담 올레길·약초밭·생태연못 새단장 저지마을에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이 시작되면서 아름다운 명품 숲 저지오름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요즘 이곳에는 평일 200~300명, 주말 400~500명의 탐방객이 아름다운 숲을 찾아 몰려든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외지 관광객들이 몰고 온 렌터카들이 오름 입구 마을 도로변에 줄지어 늘어서는 낯선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주민들은 탐방객들이 숲속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오름 입구에 널찍한 나무 데크 등 쉼터를 새로 설치하고 주변에는 지역 특산품인 약초를 한데 모은 올망졸망한 약초밭을 조성,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을 올레(대문에서 큰길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의 무너진 돌담도 새롭게 쌓아 제주다운 소박스러움으로 재단장했다. 오름 입구에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의 화장실을 설치하고 오름 정상에 버티고 있던 흉물스런 낡은 산불초소는 걷어 냈다. 오름 입구 도로변에는 마을 특산물 판매를 겸한 오름안내소 설치 공사도 한창이다. 저지오름은 최근 도보여행 붐을 몰고 온 제주 올레(바닷길, 들길, 산길, 골목길을 걷는 제주의 새로운 도보 관광코스) 13코스에 포함돼 앞으로 올레꾼들의 발길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마을 주민들은 옛 부녀회관을 펜션으로 리모델링해 올레꾼을 겨냥한 펜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숙박하면 저지마을에 위치한 사설관광지 요금을 30~40% 할인해 준다. 좌경진(46) 마을이장은 “주민 스스로도 마을의 변신에 놀라곤 한다.”면서 “저지감귤과 토종 약초인 석창포, 오가피 등 지역특산품도 함께 알려져 주민소득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뭇잎 가로등으로 이색 야간경관 저지마을에는 하늘로 향해 나뭇잎이 펼쳐진 모습의 친환경 태양광 가로등이 곳곳에 들어섰다. 밤마다 살포시 가로등에 불이 켜지면 마을 올레길 돌담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야간에는 암흑천지로 변하는 농촌마을에 시도된 첫 야간 경관 조성 사업이다. 농산물 절도 예방 등 방범효과는 물론 관광 전문가들은 이색 볼거리로 야간 관광상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평가한다. 제멋대로였던 마을 이정표도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해 모두 산뜻하게 바꾸었다. 평소 마을 주민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마을 정자목 주변의 콘크리트를 모두 걷어내고 삼나무 데크와 생태연못을 설치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예술인마을 자체가 예술·자연 2001년 조성을 시작한 저지예술인마을은 마을 전체가 예술이고 문화며,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다. 서양화가 박서보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창작의 둥지를 틀었다. 20여동의 예술인 창작공간은 저마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그 자체가 이색 볼거리다. 전국에서 예술인들의 단체 탐방이 줄을 잇고 있어 변화가 시작된 저지마을을 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07년 문을 연 예술인마을내 현대미술관은 지난해 3만 2000여명이 찾았다. 올해는 관람객이 4만여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우 제주현대미술관장은 “마을 전체가 산뜻하게 변모해 이곳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겠다는 예술가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저지마을은 잘 간직돼 온 자연환경이 자산인 만큼 의욕만 앞세워 지나치게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인공적인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정윤수의 종횡무진] “야구광 鄭총리님, 실투 마세요”

    “야구는 인생과 비슷하다. 9회말 2사 볼카운트 투-스리에서도 승부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불확실성이 스릴을 높여 야구에 빠져든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말이다. 오래 전부터 그는 소문난 야구광이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던 1958년 동대문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초청 경기를 가졌는데 그 현장에서 ‘신내림’을 겪은 이후로 이 천재 소년은 1972년 미국으로 유학 가기 전까지 동대문구장의 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직접 관전했다. 이 열렬한 사랑은 태평양 너머까지 이어졌다. 야구 때문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 취득이 1년 늦어진 것도 유명하고 1975년 명문 컬럼비아대 교수 임용 면접에서는 야구에 관한 가벼운 질문에 대해 무려 2시간 이상 ‘열강’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뉴욕 연고의 양키스와 메츠 경기를 200경기 이상 관전했다. 최근 이태 동안 프로야구 개막전의 특별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이 정도면 야구에 대하여 ‘9회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불확실성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경기’라는 인상 깊은 명제를 던질 만한 이력이다. 현역 지도자들 역시 ‘야구를 잘 알고 좋아하는 분’이라는 소감을 피력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대전·대구·광주 등 노후한 야구 인프라 개선에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경기장 시설 개선이 국무총리가 직접 관할할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남다른 사랑과 관심이 야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의 저변을 발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 선수’라는 바람직한 방향이 체육계 일각의 구습에 밀려 좌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인 만큼 미래의 스포츠 선수들이 지금 당장 누려야 할 학습권이나 문화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기는 해도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야구계를 대변하기 위해’ 공직에 나선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국무 행정에 임함에 있어 나름의 초지를 일관되게 펼쳐나가는 모습이다. 그는 “야구란 팀 플레이이면서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이 나오는 야릇한 묘미와 매력의 스포츠”라고 말한 적 있다. 국정 역시 그와 같다. 총리직이란 ‘중도 실용’이라는 변화된 국정의 중심에 서서 그동안의 학문적 소신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시속 160㎞의 정통파 투수에 비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양한 변화구로 나라살림의 온갖 이해와 의견을 끈기와 지혜로 조정해야 하는 마운드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는 개혁적인 중도 실용 학자로 평가받아 왔다. 중도(혹은 중용)가 적당히 중간에 선 기회주의를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운드에 올라선 투수가 공 하나에 혼신의 힘을 불어넣듯이 평소 자신의 경세관과 정치 철학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 그리하여 ‘역시 야구를 사랑한 사람이라서 확실히 다르구먼.’ 하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야구를 열렬히 사랑했던 소신 있는 학자가 노회한 정객이나 관료들에게 휘말려 제 페이스를 잃고 강판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접시·머그잔 등 ‘바늘 도둑’ 문화재 약탈 ‘큰 도둑’ 겨누다

    접시·머그잔 등 ‘바늘 도둑’ 문화재 약탈 ‘큰 도둑’ 겨누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너 그러다가 죽을 때 죄 덩어리가 발목에 묶여서 하늘에 못 올라 가는 거, 그거 아니?” 해외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음식점이나 호텔, 커피숍 등에서 접시, 후추통, 커피컵, 머그잔, 버터나이프, 촛대, 타월 등 잡동사니를 훔쳐와 작업을 하는 작가 함경아(43)에 대해 그의 어머니는 이런 걱정 어린 한마디를 건네곤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걱정은 함 작가의 손끝에서 고스란히 작품이 되고, 작품의 제목이 됐다. 하늘 높이 솟구치려는 젊은 여인의 가느다란 발목에는 발목만큼 굵은 밧줄이 꽁꽁 묶여 있고, 그 밧줄들은 다시 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훔쳤을 잡동사니들을 꽁꽁 싸매고 있다. 아무래도 함 작가도 죽어서 천당에는 못 가지 않을까 우려한 듯하다. ●佛·英·獨·美 등 여행하며 ‘슬쩍’한 것 전시 함 작가의 개인전 ‘욕망과 마취’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3층에서 열린다.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첫눈에 대형 유리 진열장 안에 전시하고 있는 접시, 나이프, 컵 등이 보인다. 할로겐 램프 아래서 반짝거리는 이들은 신상품으로 고급 물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지 낡고 깨진 구석도 있고 심지어 ‘○○매장에서만 사용합니다.’라는 글씨까지 써 있다. 이것들은 2000년부터 지난 10년간 함 작가가 한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카페와 호텔, 비행기 등에서 ‘슬쩍한’ 것들을 모아 ‘뮤지엄 디스플레이’라는 작품으로 내놓은 것 들이다. 함 작가는 어머니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작업을 했을까. 함 작가는 영국 대영박물관과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미국 뉴욕의 소위 메트로폴리탄 등 소위 대형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장소와 소장품 간의 이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67년간 이집트를 통치하며 이집트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한 파라오 람세스 2세를 왜 대영박물관에서 봐야 한다든지, 람세스 2세의 아버지 람세스 1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등이 그렇다. 대영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어떠한가. 독일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는 터키 페르가몬의 ‘제우스 신전’을 통째로 볼 수 있고, 바빌론 최고의 유산인 ‘이슈타르의 문’도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니까 혹시 중동 여행길에 이슈타르의 문을 봤다면 그것은 복제품인 셈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조선시대 ‘직지심체요절’도 사실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규모의 수장품과 미술품을 자랑하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3대 박물관은 결국 18~19세기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민지를 발굴하면서 각국의 보물을 훔쳐서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훔친 물건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전시하면서도 그것이 국가의 힘이라고 자랑하고, 문화적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대규모 관광 수입까지 벌어들이고 있으니 어찌 아이러니가 아닌가. 권력의 이름으로 이뤄진 약탈에 대응해 함 작가는 개인적·예술가적 차원에서 소소한 물건들을 훔친 뒤 그 물건들을 모아 전시함으로써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박물관을 향해 ‘당신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에서 주문한 카푸치노 잔을 훔친 뒤 프랑스에서 카프치노를 주문해 잔을 바꿔 놓고 찍은 사진, 에어프랑스에서 제공한 일회용 컵과 한국에서 가져간 금도금 잔을 바꿔 놓고 찍은 사진, 사무실 기숙사에서 엷은 노란색 잔과 기숙사 근처 사무실에 비슷한 잔을 바꿔 놓고 찍은 사진 등 이런 사진을 모아서 함 작가는 ‘뒤바뀐 훔친 물건들 시리즈’(Switched Stolen Object Series)를 작품으로 내놓았다. 훔친 물건들로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흉내낸 ‘스틸라이프(Steal life)’라는 제목의 작품도 있다. 정물화를 나타내는 영어표현 ‘스틸라이프(Still life)’에서 차음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작은 물건을 훔치고도 엄청난 죄의식으로 고통받는데 선진국의 박물관들은 왜 그렇지 않은가 묻고 있다. ●자칭 ‘문화 선진국’ 이면 고발 그는 또한 스틸라이프 연작 중에 이렇게 묻는다. ‘만약 전 세계 모든 약탈 문화재가 일시에 반환된다면?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3대 박물관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하겠지?’ 스틸라이프에서 함 작가는 그리스 정부는 1980년대부터 전 세계 8개 박물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파르테논 신전 조각을 회수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대영 박물관은 강력한 반대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한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고대 유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원상회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3층의 영상작업에서 이런 조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사기꾼과 점쟁이’는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회화 장면을 영상으로 만든 것인데,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기꾼과 부도덕한 점쟁이가 나온다. 투르의 평면은 사기와 부도덕성만 보여 주지만 함 작가의 영상은 여기서 더 나아가 피해자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 나온다. 영상에서 사기는 물론 폭력과 살인이 벌어지지만 관객들은 무표정하게 지켜보고 그 현장을 떠난다. 약탈 문화재 반환문제 등에 무관심한 우리들 역시 약탈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담겨 있다. 함 작가의 이같은 작업은 전시회를 앞두고 화구들이 도착하지 않아 평면 작업 대신 아이디어를 낸 설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설치는 이제 함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이 됐다. 10월25일까지 관람료 3000원. (02)733-8945.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스터섬 ‘모아이’ 모자 비밀 풀렸다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 후보로 꼽혔던 ‘모아이’의 미스터리 중 일부가 풀렸다. 모아이는 남태평양 이스터 섬(Easter Island, 현지어 라파 누이)에 있는 거석상. 현재 발견된 887개 석상 중 일부에 재질이 다른 ‘붉은 모자’가 얹혀있어 석상 제작 과정과 함께 미스터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수수께끼의 모자가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운반됐는지 밝혀졌다고 영국 BBC 뉴스와 AFP 통신 등 해외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과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이 붉은 모자는 화산 분화구 안에 숨어 있는 채석장에서 나왔다. 산 아래 해안지대까지는 굴려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분화구의 3분의 1이 깎여 있었으며, 모아이들이 서 있는 제단과 그 중간 길목에서 모자 70여 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또 “모자들 옆에는 돌 깎는 연장이 놓여 있었으며 돌 조각과 가루를 다져 만든 운반로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무게가 3~4t씩 나가는 이 붉은 돌이 약 700~500년 전 폴리네시아인들에 의해 운반돼 이미 해안을 따라 줄지어 서 있던 석상들의 머리에 얹혀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석상 머리 위까지 어떤 방법으로 들어 올렸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진은 “섬 주민들이 ‘푸나 파우’라고 불리는 이 채석장에서 1만3000~1만2000년 전 사이에 모아이를 조각해 세웠고, 훗날 후손들은 석상 대신 모자를 만들어 씌운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이만 80cm’ 고양이 만한 들쥐 발견

    몸길이 80cm가 넘는 들쥐 종이 파푸아 뉴기니에서 발견됐다. 보사비 울리 들쥐(Bosavi Woolly Rat)라 이름 지어진 이 종은 몸무게가 약 1.5kg에 달하고 꼬리부터 주둥이까지 길이가 90cm를 육박, 현존하는 들쥐 중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한다. 군데군데 은빛이 도는 회색털을 가진 이 들쥐는 사화산인 보사비 산(Mount Bosavi)에 있는 분화구에서 영국 방송 BBC 자연사 촬영팀에 최근 발견됐다. 생물학자와 산악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팀은 당시 ‘로스트 랜드 오브 더 볼케이노’(Lost Land Of The Volcano)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촬영 차 이 지역 생물을 조사 중이었다. 스미스소니언 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헬겐 박사는 “그동안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이 지역을 한 부족의 도움을 받아 조사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들쥐 종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포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괴물 쥐처럼 다소 섬뜩한 인상을 가졌으나 실제로는 매우 온순하다. 나무속이나 땅속에 집을 짓고 채식을 하며, 인간에게 친근하다.” 설명했다. 보사비 울리 들쥐 외에도 연구팀은 위장 도마뱀붙이, 송곳니 있는 개구리, 꿀꿀 소리내며 수영하는 물고기 등을 포함해 40여 새로운 종을 이 지역에서 발견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00안타’ 이치로가 美日서 성공한 이유는?

    ‘2000안타’ 이치로가 美日서 성공한 이유는?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가 7일(한국시간) 오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첫타석에서 2루타를 쳐내며 미국진출 이후 통산 2,000안타를 기록했다. 이치로의 2,000안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로 빠른 경기수(1,402)만에 기록한 것으로 이부분 1위는 알 시몬스(1,390)가 가지고 있다. 이치로의 2,000안타 기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즌 전 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한 후 컨디션 저하와 위궤양 등으로 개막전부터 내리 8경기를 빠지면서 출발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올시즌, 8년연속으로 이어오던 200안타-30도루 기록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후 ‘히트머신’ 답게 연일 맹타를 휘루드며 치고 올라서며 조 마우어(미네소타)와 타율 1위 경쟁을 할 정도로 완벽히 되살아났다. 8월 말에 종아리 부상으로 다시 8경기를 결장했지만 9월 1일 복귀 후 22타수 10안타를 기록하며 대망의 2,000안타를 기록했다. 올시즌 현재 타율 .362 (539타수 195안타) 24도루를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9년연속 3할-200안타-30도루에 각각 5안타와 6도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일본시절 이치로가 남긴것.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버팔로스)시절 이치로는 풀타임 첫해였던 1994년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200안타(210) 돌파와 퍼시픽리그 최고인 타율 .385가 바로 그것. 이해에 이치로는 69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일본야구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는데 시즌 후 그는 타자로서는 역대 최연소(21세) MVP 수상이란 영예까지 안았다. 일본야구 ‘신동의 출현’을 알렸던 해였다. 이듬해인 1995년 타격부분 5관왕(타율, 출루율, 타점, 도루, 최다안타)을 기록했는데 특히 ‘타점왕-도루왕’ 타이틀은 전대미문의 기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1996년 요미우리를 물리치고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이치로는 1997년에는 216타수 연속 무삼진 기록, 1998년엔 타율 .358로 사상 처음 5년연속 리그 타율 1위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다. 1999년엔 역대 최소경기(757경기) 1,000안타(4월 20일 니혼햄전)를 달성했고 일본시절 마지막해였던 2000년에는 타율 .387로 양리그 통틀어 역대 2위이자, 1994년 자신이 세웠던 퍼시픽리그 한시즌 최고타율 기록을 다시 써냈다. 풀타임 첫해였던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이치로는 7년연속 리그 타율 1위 기록을 이어갔는데 3년연속 MVP(1994-1996년)와 7년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은 앞으로도 깨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치로가 미국에서 성공할수 있었던 이유. 2000년 시즌이 끝난 후 이치로가 미국진출을 선언했을 때 많은 야구관계자들은 그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했다. 이치로처럼 특화된 타격폼은 빅리그의 빠른공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변화구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평가가 대세였기 때문. 하지만 이치로는 2001년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하자 자신이 틈틈히 연습해오던 타격폼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즌을 맞이한다. 일본시절 이치로는 일명 ‘시계추타법’으로 일본야구판을 휩쓸었는데 시범경기 동안 상대해본 빅리그 투수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걸 그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이다. 시계추타법은 자신의 어깨넓이 정도의 준비스탠스에서 스트라이드시 앞무릎을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한 이후 앞다리를 내딛으며 타격을 하는걸 말하는데, 이 타격동작이 자신의 배팅타이밍을 갉아먹고 있다는걸 시범경기를 통해 발견한 것이다. 이 타격동작으로는 배트가 최단시간에 컨택트(contact)지점까지 가는데 무리가 있었다. 당시 시범경기를 지켜본 미국 야구관계자들은 이치로의 이런 모습을 보고 동양야구의 한계라는 섣부른 예상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이미 변해있었다. 자신의 전매특허였던 기존의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지금의 타격폼으로 개조해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 후 이치로는 일본시절 자신의 어깨넓이 정도의 스탠스 보폭을 양다리 간격이 아주 협소할정도로 좁혀 놓는 자세로 바꿨고, 그 상태 그대로에서 롱-스트라이드(Long-Stride)의 체중이동으로 타격을 하는, 말그대로 타격폼을 간소화 시켜버린 것이다. 앞다리를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했던 동작을 없애버린 이치로는 미국 진출 첫해에 타율 1위(.350) 도루 1위(56개) 최다안타 1위(242개)를 기록하며 신인왕은 물론 아메리칸 리그 MVP까지 수상하며 지금까지도 안타치는 기계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36살인 이치로는 앞으로 3,000안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진출 이후 매년 200안타 이상 씩을 쳐오고 있는걸 감안할때 늦어도 2014년 말쯤엔 자신의 염원을 이룰수 있을것으로 전망된다. “내 자신과의 약속을 단 한번도 어긴적이 없다.” 던 그의 노력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지금의 이치로를 만들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rock7304@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MVP 문성현 “이 악물고 던졌다”

    “이를 악물고 던졌습니다.” 지난 17일 프로야구 내년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지난 4월 충암고를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문성현(18)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사상 첫 전면 드래프트로 열린 지명회의에서 상위 순위로 거론돼 왔기 때문에 내심 기대가 컸다. 적어도 2순위 정도는 될거라고 생각했지만 히어로즈에 4순위(전체 31번)로 뽑혀 자존심이 상했다. 이에 문성현은 “상위권에 지명된 선수들보다 내가 낫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제8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나서는 문성현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미래의 홈구장에서 지난 4월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일까. 문성현은 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타이완전에서 4와 3분의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진가를 보여줬다. 이어 28일 일본을 상대로 4와 3분의1이닝을 다시 무실점으로 역투, 2승을 달성했다. 문성현의 역투는 멈추지 않았다. 29일 타이완과의 결승전에서 7회 구원 등판한 문성현은 2와 3분의2이닝을 1안타 1실점으로 막고 한국이 6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등극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문성현은 대회 MVP로 선정됐고, 방어율상·승률상까지 휩쓸었다. 문성현은 이번 대회 3경기에 등판, 11과 3분의2이닝 동안 6안타 16탈삼진 1실점의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프로 예비신인으로서 관계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 그는 “밸런스는 좋은 편이어서 빠른 템포로 경기를 끌어갔다.”면서 “투구방식을 수정한 건 아니고 그냥 이를 악물고 던졌다.”며 웃었다. 이어 “아직 구속이 느리고 변화구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프로 가서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문성현이 2005년 대회에서 맹활약한 뒤 SK 에이스로 우뚝 선 김광현의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서울광장] 남북 정상회담 빠를수록 좋다

    [서울광장] 남북 정상회담 빠를수록 좋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사실상 실패했다. 그는 집권 중반기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는 일을 꺼렸다. 집권 2년차인 200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그해 가을 제주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상회담을 북핵 해결과 연계함으로써 ‘북핵의 덫’에 걸린 것이다. 특검으로 대북 송금을 파헤친 그로서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썩 내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은 비공식 라인을 통해 북측과 대화를 시도했던 것 같다. 그의 최측근 안희정씨와 대북사업가 권오홍씨의 접촉설 등이 무성했다. 그는 집권 말기에 가서야 비공식 라인으로는 북측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토로하면서 공식 라인을 활용해 대북 접촉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라인이 가동됐고,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2007년 10월4일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분단 사상 두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너무 늦었다. 임기를 불과 4개월여 남겨 놓았고, 18대 대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레임덕의 정점에서 실질적인 합의와 진전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했다. 김 위원장의 측근 중의 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 일행이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산삼이라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을 걱정했다. 이에 김기남 비서는 “(김 위원장의)업무량이 많고, (저희가)보좌를 잘하지 못해서….”라면서 말을 흐렸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정상회담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 건강을 걱정하고, 체제 문제를 언급했다는 사실은 정상회담의 여건을 성숙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미 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남북이 어제 적십자 회담에서 올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일정과 규모 등에 합의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다. 주변 여건과 맞물려 고위급 회담이나 장관급 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개선이 급한 듯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체제 구축도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이다. 후계체제를 흔들지 않겠다는 약속은 정상 만남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한반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유엔의 제재가 진행 중이고, 북핵 해결도 되지 않은 터에 정상회담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주장은 이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하라는 주문과 다름없다.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신평화구상의 시점을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결심’할 때로 유연하게 설정한 점은 적절하다고 할 것이다. 지금은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해야 할 때다. 김기남 비서 일행이 ‘특사 조문단’의 명칭을 달고 왔기에 답례 형식의 대북 특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북 특사는 정상회담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은 노 전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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