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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후 ‘절친 더비’ 먼저 웃었다

    이정후 ‘절친 더비’ 먼저 웃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열린 올해 첫 ‘절친 더비’에서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김혜성(로스앤젤레스 다저스)보다 먼저 웃었다. 이정후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의 맞대결에 6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시즌 7번째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 시즌 타율을 0.244에서 0.259로 끌어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1회말 무사 만루 기회에서 라파엘 데버스의 적시타와 케이시 슈미트의 희생타로 2-0을 만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초구 시속 76.8마일(약 123.6㎞)을 공략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1회 나온 3점이 결국 이날 승부를 갈랐다. 추가 안타도 야마모토를 상대로 뽑아냈다.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시속 87.8마일(약 141.3㎞) 스플리터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안타 이후 후속타 때 홈까지 적극적으로 내달렸지만 아웃으로 아쉽게 물러났다. 이정후는 경기 후 “홈으로 쇄도한 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곧바로 느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며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부상당했던 부위를 다시 다쳤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7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김혜성은 1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때렸고 4회초 1사 만루에서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올렸다. 시즌 타율은 0.333이 됐다. 다만 1회말 선두 타자의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진 공이 빗나가면서 실점의 빌미가 된 점이 아쉬웠다. 다저스 1번 지명타자 오타니 쇼헤이는 7회초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아 53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2018년 5~7월에 세운 아시아 선수 역대 최장 연속 출루 기록(52경기)을 넘어섰고, 구단 역대 2위에도 올랐다.
  • [사설] 살상무기 수출 허용 日… 더 치열해질 방산 경쟁 대비해야

    [사설] 살상무기 수출 허용 日… 더 치열해질 방산 경쟁 대비해야

    일본 정부가 그제 각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방위장비의 수출 규정을 정한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비전투 목적으로 한정됐던 기존 무기 수출 규정이 폐지되고 살상무기 수출이 전면적으로 가능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소셜미디어 X에서 “지금까지 국산 완제품의 해외 이전은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해로 한정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원칙적으로 모든 방위장비의 이전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평화헌법에 따라 억제된 일본의 방위산업이 전폭적인 성장 지원 정책으로 전환됨에 따라 군사 대국화 속도도 빨라지게 됐다. 앞서 지난 18일 일본은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호주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계약 규모 10조원대인 이번 수출은 ‘살상무기는 외국과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예외가 아니면 수출할 수 없도록’ 돼 있던 기존 제도의 틀 속에서 이뤄낸 것이다. 이번 개정으로 이 같은 제한까지 없어져 뉴질랜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으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일본 방위산업의 약진이 한국에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 신호와 다름없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10위, 일본은 51위였다. 국방 예산은 일본이 더 많지만 수출이 비살상용으로 제한돼 시장점유율은 미미했다. 일본은 2014년 아베 신조 내각부터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방위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헌법 개정 이전에라도 무기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조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 역량과 기술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방산 소재·부품·장비 측면에서도 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
  • 생물 96% 사라진 ‘3차 대멸종’ 시대… 파인애플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생물 96% 사라진 ‘3차 대멸종’ 시대… 파인애플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석송류의 특별한 ‘CAM 광합성’3차 대멸종 전후 평균기온 40도밤에 CO₂를 유기산 형태로 저장낮에 기공 닫고 CO₂활용 광합성수분 손실 획기적으로 줄여 생존 지구 탄생 이후 지금까지 5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1차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2차는 고생대 데본기 후기 대멸종, 3차는 페름기 대멸종, 4차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5차 백악기 대멸종이다. 많은 사람이 대멸종하면 떠올리는 것은 소행성 충돌로 공룡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5차 대멸종이다. 그러나 최악의 대멸종은 전체 생물종의 최대 96%가 사라진 3차였다. 사상 최악의 대멸종에도 분명히 살아남은 생물종이 있다. 그 비결은 뭘까. 영국 리즈대, 버밍엄대, 브리스톨대, 노팅엄대, 중국 지질대, 티베트고원 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 데이비스) 공동 연구팀은 2억 5200만 년 전 발생한 제3차 대멸종에 살아남은 식물을 분석해 본 결과 특수한 광합성 방식 덕분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학’ 4월 21일 자에 실렸다. 3차 대멸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대규모 화산 폭발이었다. 현재의 시베리아 지역에서 발생한 화산활동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렸고 지구 온난화, 해양 산소 고갈과 산성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웬만한 생물들은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대형종들은 소멸하고 단순한 식물 군락이 살아남아 빈자리를 채웠다. 대표적인 것이 석송류다. 소형 원시 식물인 석송류는 대멸종 직후의 중생대의 초기 트라이아스기(2억 5100만~2억 4600만 년 전) 생태계를 지배했다. 연구팀은 중국 남서부에서 발굴한 석송류 화석 285점과 이전 연구들에 활용된 화석 200점의 형태와 탄소동위원소 신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고대 식물들은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다른 식물 화석에 비해 탄소-13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크라슐라산 대사’라고 불리는 CAM 광합성이 활성화될 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일반적인 식물은 낮 동안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분도 증산되기 때문에 극한의 고온·건조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CAM 광합성 식물은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유기산 형태로 저장한 다음 낮에는 기공을 닫고 저장해 둔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진행한다. 그 덕분에 수분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광합성 효율은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인장, 파인애플, 돌나물과 식물 등이 대표적인 CAM 식물이다. 연구팀은 3차 대멸종 전후 기후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당시 일(日) 최고기온은 1년 내내 평균 40도를 넘었으며, 일부 지역은 65도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CAM 광합성 능력이 없는 식물은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고생물학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급증과 그에 따른 온난화라는 조건이 3차 대멸종 당시와 현재가 놀랍도록 닮아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젠 슈 영국 리즈대 교수(고식물학)는 “CAM 광합성이 극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진화해 온 ‘생존 전략’이라는 점은 미래의 기후 시나리오에서 어떤 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예측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입안 가득 ‘봄’ 피어오르다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식탁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외출이 잦아지는 이 계절, 춘곤증을 날리고 나들이 즐거움을 더해줄 ‘봄맞이 신상’들이 쏟아지고 있다. 치킨업계는 시간이 지나도 바삭한 ‘드라이 스타일’ 간장 치킨과 풍미 깊은 시즈닝 치킨, 소용량 맥주 조합을 제안한다. 라면 시장은 비빔면과 물밀면을 동시에 즐기는 이색 제품과 글로벌 매운 라면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음료와 건강식품도 한층 가벼워졌다. 칼로리를 낮춘 탄산음료와 저당 소스, 피로 회복을 돕는 홍삼 제품들이 일상 속 활력을 채우고 프리미엄 버거까지 가세해 미식의 폭을 넓혔다. 진화한 신상 먹거리들과 함께 활기찬 봄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순천만국가정원 올해 방문객 100만명 돌파

    순천만국가정원 올해 방문객 100만명 돌파

    순천만국가정원이 올해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순천만국가정원은 전날까지 올해 누적 방문객 101만 48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나흘 앞선 20일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단순한 꽃 관람을 넘어 정원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관람객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단체 버스 중심에서 벗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0% 증가한 9000명이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관광지로서의 위상도 강화되고 있다. 150만 송이 튤립이 만개한 네덜란드 정원에서는 ‘튤립 왔나 봄’ 행사를 통해 체험·포토·드로잉을 결합한 복합형 콘텐츠가 운영되며 “정원을 이렇게도 즐길 수 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11~12일 주말 이틀간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면서 순천 시내 식당·카페·숙박시설 등 지역 상권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국가정원 인근의 한 상인은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30% 이상 늘었고 개업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순천만국가정원은 단순히 꽃을 보는 공간을 넘어 머물고 경험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5월에는 장미와 작약, 6월에는 백합과 수국의 화훼 연출을 새롭게 해 계절 흐름에 맞춘 콘텐츠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패트리엇까지 파는 일본…K방산 독주에 균열 내나 [밀리터리+]

    패트리엇까지 파는 일본…K방산 독주에 균열 내나 [밀리터리+]

    일본이 전후 안보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치명적 무기 수출 금지를 사실상 걷어내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호주 차세대 호위함 사업을 따낸 일본이 미사일과 방공체계, 함정, 항공기까지 수출 가능한 품목을 넓히면서 한국 방산업계의 독주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21일 각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일본은 기존의 구조·수송·경계·감시·소해 중심 수출 범위를 넘어 구축함과 미사일, 드론, 항공기 등 살상 능력을 갖춘 장비까지 해외 판매 심사 대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브레이킹 디펜스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 영국, 호주, 인도 등을 포함한 방산 협정 체결 17개국에 치명적 장비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무력 분쟁 당사국에 대한 직접 수출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예외 이전도 NSC 4인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 패트리엇부터 레이더까지…일본이 팔 수 있는 무기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이번 제도 변화에 주목하며 일본이 우크라이나의 파트너 국가들에 판매할 수 있는 무기 목록을 짚었다. 매체는 일본이 패트리엇 체계 관련 요격미사일과 각종 방공체계, 함정, 항공기, 레이더 등에서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넘기지는 못하더라도 미국과 호주, 유럽 우방국의 재고를 일본산으로 메워주는 간접 효과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사일과 방공 분야가 주목된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일본이 패트리엇 계열 미사일 생산 기반과 자국 방공체계 기술을 이미 보유한 만큼 탄도미사일과 공중 위협 대응 수요가 커진 국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여지가 있다고 봤다. 브레이킹 디펜스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동맹과 우방 간 방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 군함 넘어 탑재 장비까지…호주 발판 삼아 외연 확대 일본은 이미 군함 분야에서 상징적인 실적도 냈다. 일본과 호주는 지난 18일 70억 달러(약 10조 3380억원) 규모의 차세대 호위함 사업 계약을 체결했고 미쓰비시중공업은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 11척 공급에 착수했다. 3척은 일본에서, 나머지 8척은 호주에서 건조된다. 군함 본체만 나가는 것도 아니다. 브레이킹 디펜스에 따르면 일본 전자·방산업체 NEC도 호주 미래 호위함용으로 소나와 항법, 통신장비 등 9종의 장비 수출에 나선다. 일본이 플랫폼뿐 아니라 함정 탑재 체계와 전자장비까지 묶어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일본이 더 이상 규정 개정만 외치는 나라가 아니라 실제 수출 성과를 내는 경쟁자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함정과 방공, 미사일, 항공기처럼 한국이 강점을 보여온 분야에서 일본이 제도 장벽까지 낮추면서 한일 간 수주 경쟁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한국도 이미 중동에서 천궁-II를 앞세워 방공망 수요를 선점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천궁-II 조기 인도와 추가 공급에 관심을 보였고 실전에서 드러난 높은 요격 성과와 패트리엇보다 낮은 가격, 빠른 납기 경쟁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이번 이슈의 본질은 일본의 평화주의 후퇴 논란만이 아니다. 일본이 이제 무엇을 팔 수 있고 그 무기가 누구의 재고를 채우며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지가 더 중요해졌다. 호주 군함 계약으로 첫발을 뗀 일본이 미사일과 방공체계까지 외연을 넓힌다면 K방산도 실제 입찰장에서 맞붙는 경쟁자를 하나 더 맞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얼굴, 말을 걸다 [으른들의 미술사]

    얼굴, 말을 걸다 [으른들의 미술사]

    ●돌아본 얼굴, 멈춘 시간 고개를 돌린 순간, 반쯤 열린 입, 그리고 앞을 향한 시선. 이 얼굴은 완성된 표정이 아니라 돌아본 순간의 표정이다. 보통 초상화가 실제 사람의 직업, 나이, 지위, 신분 등을 알려준다면 이 얼굴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이름도 모르고 신분도 모르고, 심지어 실존 인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그림은 초상이 아니라 ‘트로니’, 즉 얼굴과 표정, 인상을 연습하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녀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상상 속 허구의 인물이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는 인물을 그리지 않고, 얼굴이 얼마나 많은 표정을 만들 수 있는가를 시험했다. 누군가 말을 건 순간, 혹은 비밀을 들킨 순간. 호기심 많은 소녀가 뒤돌아보는 표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거짓을 말하는 영화 그러나 사실을 보여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이미지는 미술사를 넘어 문학에서 인기를 얻었는데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인터뷰에서 어렸을 적 이 그림 속 소녀가 말을 거는 것처럼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슈발리에는 이 소녀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소녀를 화가의 집에 들어온 하녀 ‘그리트’로 설정했다. 이 소설의 목적은 소녀의 모델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복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호기심 많은 소녀의 표정이 궁금했을 뿐이다. 가난한 그리트는 입 하나 덜 예정으로 남의 집 하녀 생활을 자청했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글은 물론 그림도 배우지 못한 그리트는 우연히 주인의 작업실을 정리하다 색을 나누어 배열하며 빛과 색의 관계를 직감적으로 이해한다. 이를 우연히 본 주인은 무엇을 보았는지 물었다. 소녀는 창가의 빛이 사물의 색을 바꾼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이 말을 들은 페르메이르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림을 전혀 배운 적 없는 소녀가 자신의 회화 원리를 꿰뚫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 순간 그리트의 얼굴은 더 이상 하녀가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바뀌고,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페르메이르는 처음으로 그녀를 모델이자 관람자로 인식하게 된다. 까막눈의 소녀가 화가의 그림을 본능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영화는 이 소녀와 화가의 미묘한 감정과 긴장을 보여준다. 사실 이 이야기는 슈발리에가 만들어낸 상상 속 이야기이지만 영화가 너무 그럴듯해 우린 믿어버렸다. 화가 페르메이르에 대한 기록은 너무 없었으나 영화는 17세기 중반 네덜란드를 너무도 정확히 묘사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 얼굴이 일본으로 간다 이 조용한 소녀의 스케줄이 올 여름 꽤 바쁘다. 2026년 8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이 작품은 네덜란드를 떠나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떠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인데, 이 그림이 해외로 나오는 일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다. 사실 이 그림은 원래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거의 붙박이처럼 걸려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올 8월 미술관이 한 달 간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순회전이 아니라, 소녀의 마지막 여행일 수도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름도 없고, 누구인지도 모르고, 실존했는지 조차 모르는 한 소녀의 얼굴이 350년이 지나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국 호기심 많은 소녀의 얼굴은 많은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얼굴이다. 정작 호기심 많은 쪽은 우리였다.
  • 불황형 대출 카드론 43조 ‘역대 최대’

    불황형 대출 카드론 43조 ‘역대 최대’

    카드론 잔액이 43조원에 육박하며 3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권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차주들이 카드사로 이동하면서 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겹치며 단기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 9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42조 9021억원)보다 920억원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2월 기록한 종전 최대치(42조 9888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1월(42조 5850억원), 2월(42조 9021억원)에 이어 3개월째 증가세다. 통상 분기 말에는 카드사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상각(회수 가능성이 낮아 회계상 손실처리)을 확대하면서 잔액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상각에도 카드론 잔액이 증가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를 신규 취급이 이어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은행권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일부 차주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카드론으로 이동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일부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영업 전략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연간 대출 총량 목표 대비 여력이 있어 카드론 취급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 상품 비중이 커지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현금서비스 잔액이 6조 2880억원으로 전월보다 약 4.5% 증가했다. 반면 대환대출 잔액은 1조 4947억원,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 6725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현금서비스가 늘고 대환대출과 리볼빙이 줄면서 단기 자금 수요가 커진 흐름도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카드론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세탁기·청소기 노하우… K로봇 무기가 되다[가정용 로봇, 특이점이 온다]

    세탁기·청소기 노하우… K로봇 무기가 되다[가정용 로봇, 특이점이 온다]

    한국, 가전 생태계와 소버린 AI 역량네트워크 연결된 가전 정보 공유로봇 센서 못 읽는 주거 맥락 파악미국, 원천 AI알고리즘 ‘뇌 선점’ 거대언어모델 넘어 VLA로 주도권80시간 학습으로 복잡한 가전 다뤄중국, 독보적 공급망으로 ‘몸’ 장악30분에 로봇 1대 생산 속도전 돌입원가 파격 인하… 점유율 30% 조준일본, 초정밀 부품 기술 우위감속기·모터 등 압도적 기술 활용미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정복 중’ 인류의 가사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휴머노이드’가 연구실을 넘어 안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이 독보적 지능으로 ‘뇌’를 선점하고, 중국이 거대 공급망으로 ‘몸체’를 장악했으며, 일본이 노련한 하드웨어 기술로 정밀도를 높이는 가운데 한국은 ‘가전 생태계’를 지렛대 삼아 미·중·일의 공세에 맞선 독자적 방어선 구축에 부심하고 있다. 단순한 기계 제조 경쟁을 넘어 우리 국민의 생활 양식이 담긴 행동 데이터를 자산화하여 한국만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21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경쟁의 축은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신체와 결합해 실제 환경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체화 지능’(Embodied AI)의 완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시각·언어·행동을 통합 학습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로 이 분야의 지능적 주도권을 선점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픈AI와 엔비디아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피규어 AI다. 이 회사의 3세대 휴머노이드 ‘피규어 03’에 탑재된 ‘헬릭스’(Helix) 엔진은 수만 개의 가사 동작 영상을 분석해 ‘컵을 집는다’는 언어 명령을 실제 관절의 각도와 힘이라는 물리적 수치로 즉각 치환한다. 단 80시간의 영상 학습만으로 식기세척기의 복잡한 구조를 파악해 그릇을 배치하거나 커피 머신의 작은 버튼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능력을 갖췄다. 다만 지능의 고도화가 곧 하드웨어의 자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분석에 따르면 미국산 휴머노이드조차 근육 역할을 하는 감속기와 에너지원인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상당수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지능을 구현할 ‘물리적 실체’가 중국 공급망에 묶여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는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언제든 공급 중단이나 기술 유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화려한 소프트웨어 지능도 결국 이를 실행할 하드웨어 장악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이처럼 미국조차 발목 잡힌 독보적인 공급망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몸통과 규칙을 동시에 장악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및 체화 지능 표준 체계’를 발표하며 부품 규격부터 안전 윤리까지 중국식 가이드라인을 세계 표준으로 이식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실제 광둥성 포산에서는 30분마다 로봇 1대를 찍어내는 연간 생산 1만대 규모의 자동화 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75%까지 끌어올린 중국은 미국산의 절반 이하인 2만 2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의 파격적 원가를 무기로 올해 글로벌 점유율 30% 선점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확정한 ‘AI 로봇 국가전략’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일본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감속기, 모터 등 초정밀 부품 경쟁력을 피지컬 AI 기술과 결합해 204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탈환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세븐일레븐 현장에 투입된 진열 로봇 ‘아스트라’와 가사 로봇 ‘오네로 H1’은 인간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까지 재현해내며 소프트웨어 지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손기술’의 영역을 정복 중이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를 미리 경험하며 축적해온 방대한 돌봄 행동 데이터를 정교한 하드웨어와 결합해 실질적인 가사 수행 능력에서 미·중과 차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미·중·일의 거센 기술 공세 속에서 우리나라 업계는 단일 기기의 성능 경쟁을 넘어선 ‘생태계 기반의 우회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가정 내 무수한 변수를 단독 지능만으로 극복하기엔 기술적·비용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인프라와 소버린 AI 역량을 보유한 한국이 이를 로봇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봇이 시각 센서에만 의존하는 대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전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로봇의 지각 능력을 보완하고 한국형 AI가 주거 맥락을 읽어주는 방식이다. 정밀 제조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이 같은 소프트웨어 결합 모델을 구체화할 경우, 미·중·일의 방식과는 차별화된 실질적인 가사 자동화의 해법을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전략의 성패는 우리 주거 문화에 최적화된 ‘데이터 주권’ 확보에 귀결될 전망이다. 가사 행동 데이터는 로봇 학습의 핵심 원료인 동시에 가장 민감한 사생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방 싸움은 기계 성능만큼이나 ‘누가 더 우리 집의 맥락을 잘 아느냐’와 ‘그 데이터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것”이라며 “보안 신뢰도가 낮은 해외 플랫폼이 안방의 통제권을 쥐게 될 경우, 시장 점유율 상실 이상의 프라이버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씨줄날줄] 엥겔계수 30.4%

    [씨줄날줄] 엥겔계수 30.4%

    저렴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 사이트 ‘거지맵’이 인기다. 위치 정보를 허용하면 주변 식당과 가격 정보가 뜬다. 이용자들이 직접 식당을 등록하고 후기를 남긴다. 지난달 20일 처음 소개됐는데 누적 사용자가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집단 지성을 활용해 외식비를 최대한 줄여 보려는 노력이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계수’라고 한다. 독일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1857년 저소득 가계일수록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엥겔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식료품비에 외식비를 더해 계산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엥겔계수가 높고 선진국일수록 낮다. 선진국이 된다고 계속 낮아지지는 않는다. 고령화가 되면 가구·자동차 등 다른 소비는 줄여도 식비 지출은 줄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엥겔계수가 서서히 오르더니 지난해 30.4%를 기록했다. 식료품비는 물론 외식 물가가 함께 올라서다. 밥을 사 먹거나 배달시키면 식재료 말고도 식당 인건비와 배달비 등도 식비에 포함된다. 먹거리에 미치는 물가의 영향력이 전보다 커졌다. 먹고사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나면 다른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내수 회복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은 ‘보이지 않는 도둑’이라고 불린다.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신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 간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했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인플레이션부터 진정시켜야 한다. 한번 오른 가격은 잘 떨어지지 않는 속성이 있다. 장기간에 걸친 유통 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손에 잡히는 먹거리 물가 대책도 내놓아야 할 때다. 식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누그러져야 소비도, 미래에 대한 투자도 가능해진다.
  •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신록의 푸르름과 함께 만나는 배우 안성기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신록의 푸르름과 함께 만나는 배우 안성기

    곧 오월이다. 신록의 푸름과 붉은 장미가 그득해지는 눈부신 계절이다. 일교차로 저녁엔 다소 쌀쌀하지만 아름다운 두 도시에서 날아온 영화제 소식으로 반갑다. 올해로 27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처음 개최되는 부여히스토리영화제다. 선을 넘고 경계를 무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는 것을 정체성으로 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전북 전주시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역사영화’라는 장르로 5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충남 부여군에서 열리는 부여국제히스토리영화제는 정림사지와 부여읍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영화제가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가 출연한 작품들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배우였던 고인은 지난 1월 5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생전에 필자를 ‘정 선생’이라 불러 주며 예를 다해 주셨다. 학교 선배이기도 한 그를 나는 주로 ‘선배님’이라 부르며 가까이 모시고 따랐다. 아역배우로 데뷔한 그는 청소년 시절 잠깐을 빼곤 줄곧 연기 활동을 펼쳐 출연작이 200편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선 ‘국민배우’로 칭송되며, 친근한 이미지와 똑같이 평소에도 영화인이건 일반 관객이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으로 기억된다.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지미와는 한 달가량의 시간차로 비보를 전해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 줬다. 특히 두 분은 1957년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황혼열차’에서 보육원 고아와 보모 역할로 데뷔한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필자가 고인과 직접적으로 만나 소통하게 된 것은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에서다. 당시 그는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필자는 홍보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한동안 매주 한 번씩 긴 시간 토론과 회의를 함께 하며 지냈다. 2006년 광화문에서 일인시위를 하던 날 그가 오전부터 나서겠다는 것을 겨우 만류해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하게끔 한 적도 있었다. 현장에선 많은 시민들과 대화하며 스크린쿼터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여러 영화인들을 생각하며 “영화 촬영 때보다는 쉽다. 이런 날씨에 물에 들어가라고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지금도 이 순간 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추운 날씨에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1980년 초 그와 가수 조용필이 함께 모교를 찾아 교정에서 일본 NHK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등나무 그늘 아래에서 촬영을 했는데, 마침 체육 시간이던 나는 자꾸 그쪽으로 가는 공을 주우러 가서 두 분 선배 얼굴을 훔쳐본 적이 있다. 나중에 그때 얘기를 했더니 기억난다며 “왜 자꾸 공이 올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정 선생이 나와 이어지고 싶었던 거구먼”이라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이 들어 올렸던 내 혼배 미사의 신랑 측 증인을 해 달라 요청한 적이 있다. 흔쾌히 승낙을 했는데, 마침 그날 부산에서 유니세프 행사가 잡혔다. 다른 건 몰라도 유니세프 행사만큼은 꼭 챙겨야 한다는 말에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혼식 후 아내와 나를 살뜰히 챙겨주시며 축하해 주셨다. 아내와 함께 진행했던 일본 잡지사 인터뷰나 취재에 누구보다 먼저 응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2023년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과 춘천영화제에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 상영을 마친 뒤였다. “이즈미상은?”이라며 아내가 함께 오지 않은 걸 궁금해하며 또 빙긋이 웃어 주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필자는 고인이 성인 연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의 작품들은 거의 다 스크린으로 봤다. 극장 스크린뿐 아니라 여러 행사들에서 만났다. 부산과 전주, 부천을 비롯한 국제영화제에서는 당연히 함께했다. 무엇보다 안타깝고 죄송한 것은 외국에 체류하는 바람에 빈소에 가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귀국하자마자 명동성당으로 달려가 장례미사에 겨우 참석했는데, 젊은 시절의 잔잔한 미소로 반겨 주시며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라고 하시는 것 같아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상영된다. 고인이 상업영화뿐 아니라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가까운 동료였다는 걸 알 수 있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 일곱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부여히스토리영화제에서는 ‘탄생’(2022) 등 그가 와병 초기까지 출연했던 네 편의 작품이 정림사지 야외무대 등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우리는 초여름의 푸른 녹음 속에서 펼쳐지는 두 영화제를 통해 고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땅 위에서 아름답고 멋진 모습으로 은막을 수놓았던 배우 안성기는 이제 하늘의 영원한 별이 됐다. 우리 사회에서 영화배우뿐 아니라 여러 사회활동과 정치활동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영화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금, 하늘에서 한국 영화산업의 내일을 위해 빌어주실 것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고인의 애정을 잊지 말고 더 정진해 세계 속 한국 영화가 우뚝 설 수 있도록 자세를 바로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안양교도소 현대화를 왜 의왕에서?”… 김성제 시장, 교정시설 일부 이전 반대

    “안양교도소 현대화를 왜 의왕에서?”… 김성제 시장, 교정시설 일부 이전 반대

    경기 의왕시가 ‘안양교도소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현 교정시설 일부를 의왕시 구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안양시와 법무부가 재정경제부에 제출한 사업계획 중 기존 안양시 부지의 교정시설을 의왕시 오전동 일원으로 옮겨 건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계획이 의왕시에 공식 전달된 적도 없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려진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기본적인 협의조차 없는 행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시장은 또 “이전 예정지 인근에 모락고등학교와 모락중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학습권 침해와 교육환경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교정시설 배치를 강행 처리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관련 인·허가 절차에도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 소유의 안양교도소 부지는 안양시와 의왕시 경계에 걸쳐 있다. 안양시와 법무부는 2022년 교도소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대신 의왕시 오전동 일원이 포함된 현 부지 내에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협약을 체결했다. 안양교도소 시설 이전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시설과 불과 20여m 떨어져 있는 모락중·고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집값 하락을 우려한 인근 6개 아파트 5000여 가구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 안양시는 “법무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건축계획 안이 나오면 법무부 주관 아래 의왕시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63년 현재 자리로 이전한 안양교도소는 전체 89개 동 중 34개 동이 보수 보강이 필요한 C등급으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수용 정원은 1700명이지만 실제 수용 인원은 지난 17일 기준 2284명으로, 수용률이 134.4%에 이른다. 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1%에 비해 8.3%포인트나 높다.
  • 시진핑, 빈 살만에 “호르무즈 개방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통화하며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촉구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전날 이뤄진 이번 통화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하며 이는 역내 국가들과 국제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칼레드 빈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중동 평화를 위한 4개항 제안을 제시했다.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으로부터 이란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서한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2주 휴전 협정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설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석유 공급 차질은 수출 중심의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쟁 이후 이란, 이스라엘, 러시아, 걸프 국가 등과 30차례 가까이 통화를 이어가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여파로 중국 방문 일정을 3월 말에서 5월 14~15일로 연기했으며, 중국 정부는 아직 미중 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해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 시 주석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통화가 이란과 미국 간 2차 종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하루 늘어난 휴전… 한발 다가선 협상

    하루 늘어난 휴전… 한발 다가선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시한을 22일 저녁(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23일 오전)으로 하루 늘리고 추가 연장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벌면서도 ‘데드라인’이라는 걸 부각해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란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회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이 두 번째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지 전 세계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2주 휴전 종료 시점에 대해 “워싱턴DC 시간으로 수요일(22일) 저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휴전에 합의한 터라 21일까지가 2주 휴전 시한으로 여겨졌으나 발효 시간을 8일로 적용해 하루 늘려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을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작다”면서 미군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협상 타결 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쟁이 즉각 재개되느냐는 질문에는 “합의가 없다면 분명히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회담을 위해 21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며 ‘2차 회담’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해상봉쇄를 풀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이란 쪽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란 협상단이 그간 모즈타바의 결정을 기다렸는데 20일 밤 협상 승인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모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시한을 하루 더 늘리는 ‘유연성’을 보이며 2차 회담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란이 2차 회담에 협상단을 보낼 것이라는 입장을 중재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그간 협상에 다시 응할 계획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양측이 2차 회담을 갖는다면 파키스탄 현지시간 기준으로 22일 오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회담 결렬 이후 9일 만의 대좌가 되는 것이다. 이란 측에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협상단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란 측이 여전히 협상 참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의 선박 나포로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어 실제 합의가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은 회담 개최가 급물살을 타는 중에도 설전을 이어 갔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날 엑스에 “우리는 위협의 그림자 아래에서 이뤄지는 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협정을 위반하면서 협상 테이블을 항복의 테이블로 바꾸려 하거나 다시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외교와 양립할 수 없는’ 불법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휴전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미국은 종전협상을 앞두고 공해에서 이란과 연계된 제재 선박을 재차 나포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엑스에 “밤사이 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 책임 구역 내에서 무국적 제재 선박인 유조선(MT) 티파니호에 대해 사고 없이 임검권을 행사하고 해상 차단 및 승선 수색을 실시했다”고 했다.
  • 에스원 “중소기업 10곳 중 2곳만 화재 선제 대응”

    중소기업들이 산업현장에서 화재·폭발 사고를 가장 우려하지만, 10곳 중 2곳만 선제 대응 시스템을 갖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안업체 에스원은 20일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 2만여 곳 중 응답한 1337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중소기업 산업현장 안전관리 현황과 인식에 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사고 유형은 ‘화재·폭발’(50.6%)로 집계됐다. 여기에 과열이나 정전 등 설비 이상(27.7%)을 포함하면 응답 기업의 80%가량이 화재 관련 위험을 우려했다. 그러나 과열을 포함한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화재 감지 시스템’을 운영 중인 기업은 20.60%에 불과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대부분 연기 감지기, 가스 탐지기와 같은 기본 감지 설비에 머물러 있어 화재 사고에 대한 우려 수준에 비해 대응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관리 운영 측면에서는 응답 기업의 73.4%가 ‘폐쇄회로(CC)TV 관제 요원의 채용과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야간과 휴일을 포함한 24시간 모니터링 부담(60.0%)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CCTV’를 운영한다는 응답은 4.70%였다. 안전관리 대응 체계 고도화가 어려운 이유로는 응답 기업의 42.8%가 ‘비용 부담’을 꼽았다. 에스원 관계자는 “AI CCTV와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정부 지원 사업을 현장에 적극적으로 알려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광장] 평택을 출마자들의 답이 궁금하다

    [서울광장] 평택을 출마자들의 답이 궁금하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평택을이 주요 관심지가 됐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 진보당의 김재연 대표,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 등 연고 없는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평택 출신 예비 후보에는 국민의힘 유의동 전 의원, 더불어민주당 오세호 전 경기도의원 등이 있다. 필자의 고향은 평택으로 고등학교까지 평택에서 다녔다. 어머니는 지금도 평택에 살고 있다. 평택의 위상이 높아진 듯해 반갑지만 정치적 셈법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평택시는 1995년 평택시와 송탄시, 평택군이 합쳐진 도농복합시다. 조 대표의 ‘평택군’ 표기가 비난받을 만한 시간이 흘렀다. 평택을 지역구에는 군사시설, 산업단지와 신도시, 그리고 항만까지 있다.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스는 ‘세계 최대 해외 단일 미군기지’라고 평가받는다. 일제시대 조성된 비행장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이용하면서 부대가 계속 커졌다. 미군이 붙인 비행장 번호(6)를 따서 ‘K-6’로 불리기도 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까지 더해져 지금은 여의도 면적의 5.5배다. 주한미군과 가족 등 5만명이 거주한다. 평택 오산공군기지(K-55)와 함께 주한미군의 핵심 시설이다. 오산공군기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기 때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도착했던 곳이다. 조 바이든 전 미 대통령은 이곳에 도착해 바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했다. 진보 정당들이 주장하는 한미동맹의 변화가 평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이의 대응책은 후보들 머릿속에 있는지 궁금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다. 현재 진행 중인 4공장(P4)과 5공장(P5) 건설로 전국에서 노동자 5만명이 몰리면서 건설 현장은 불야성이다. 6공장(P6)도 예정돼 있다. 김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공장 지역인 고덕동의 평균 연령이 33세”라며 “과거 창원이나 울산을 능가하는 진보 정치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23일 평택사업장에서 결기대회를 열고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파업하겠단다.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재원 할당,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이 요구 사항이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주주 배당금은 물론 한 해 연구개발(R&D) 투자비를 넘는 수십조원의 성과급에 관해서는 우려가 크다.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의 1호 공약이 ‘분배의 대전환’이다. “대기업 담장을 넘어 모든 일하는 사람의 땀방울이 정당하게 대우받는 분배의 대전환” 관점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파업을 향한 일침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한다. 지역구 최대 사업장의 파업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 표명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국가의 핵심 자산이 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평택당진항은 중국 동부 연안의 산업벨트와 가깝다. 평택시와 당진시가 해상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했는데, 대법원은 2021년 평택시 손을 들어줬다. 이제는 갈등을 넘어 항만 인프라 확충, 배후 단지 조성, 육상 교통체계 개선 등의 과제를 함께 이뤄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에는 정치가 중요하다. 경기도 끝자락이지만 수도권인 평택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수 있었던 것은 2005년 시행된 ‘미군이전평택지원법’ 덕이었다. 이 법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이다. 평택의 빠른 발전 과정에서 농촌 지역과 구도심, 삼성전자가 위치한 고덕 신도시와 원도심 간 차이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평택지원법의 유효 기간을 4년 연장하는 법안, 미군이 떠난 뒤에도 장기 미반환 공여구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동두천·의정부 등도 대상에 포함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평택을 출마자라면 한미 안보, 반도체 국가전략, 수도권 팽창과 수도권 내부 불균형 등 국가와 평택의 균형점을 고민해야 한다. 평택은 다른 지자체들처럼 중앙정부의 결정을 직접 실행해 왔다. 그 결정이 지역 주민의 삶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개선점을 마련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평택을에서 해답을 보고 싶다. 전경하 논설위원
  • ‘느린 손’ 화가 꿈나무 “그림 그릴 때 행복해요”

    ‘느린 손’ 화가 꿈나무 “그림 그릴 때 행복해요”

    500원 크기 원 그리는 데 10초 걸려“김현우 같은 예술가 되는 것이 꿈” 희귀 질환인 ‘유전성 강직성 하반신마비’를 앓는 중증장애인 권은영(18)양이 A3 도화지에 색연필로 500원 동전 크기의 원을 그리는 데는 10초가 걸렸다. 권양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 올라프에 미소를 그려 넣으며 “그림 그릴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의날인 20일 서울 마포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만난 권양은 ‘그림’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근육이 뒤틀린 손으로 붓과 펜을 쥐는 것조차 쉽지 않아 선 하나를 긋는 일도 남들보다 수십 배 느리지만, 권양은 한 자리에 세 시간씩 앉아 작품을 완성하곤 한다. 권양의 집중력은 그림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어머니 노효선(49)씨는 “은영이는 느리지만 한번 시작하면 뒤로 물리는 일 없이 원하는 선을 끝까지 잇고야 만다”며 “흔들리지만 멈춤 없는 선이 은영이의 화풍”이라고 설명했다. 권양이 처음 화가의 꿈을 품게 된 곳은 병원이다. 권양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과 푸르메재활의원에서 2013년 7월부터 최근까지 물리치료·작업치료·언어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치료를 접한 권양은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뜻해진다”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권양은 2021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어린이 그림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발달장애 김현우 작가와 같은 예술가가 되길 꿈꾼다. 성장하면서 관절은 굳어 갔지만, 권양은 붓과 펜을 놓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해 미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서다. 노씨는 “은영이는 하루를 꼬박 써야 겨우 완성하지만, 숙제를 마칠 때까지 먼저 잠드는 법이 없었다”며 “몸이 자라며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도 화가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재활과 공부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 비발디, 피카소, 마이클 잭슨… 스크린에 옮긴 ‘불꽃 같은 삶’

    비발디, 피카소, 마이클 잭슨… 스크린에 옮긴 ‘불꽃 같은 삶’

    진정한 예술에는 인생이 담기는 법이다. 예술가의 불꽃 같은 삶은 굳이 극적인 연출 없이도 한 편의 영화가 되기 충분하다. 찬란해 보이는 그들의 일상에는 어떤 희로애락이 담겨 있었을까. ●작곡가의 삶 입체적 조명 ‘비발디와 나’ 바로크 시대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삶을 조명한 영화 ‘비발디와 나’①가 오는 29일 개봉한다.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했다. 국내에도 소개된 이탈리아 작가 티치아노 스카르파의 소설 ‘어머니 왜 나를 버렸나요’를 원작으로 한다. 비발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있는 피에타 보육원에 음악 교사로 부임한다. 그곳에서 한 천재 소녀 체칠리아를 만나게 된다. 영화는 바이올린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체칠리아의 성장과 혼란을 그린다. ‘니시 도미우스’, ‘유디트의 승리’, ‘사계’ 등 비발디를 대표하는 음악을 화려한 연주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가 예술의 순간을 좇을 때, 스크린은 화폭이 되기도 한다. 영화 거장 빔 벤더스가 조명한 독일 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안젤름’이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어두운 역사를 주제로 작품 세계를 펼쳤던 키퍼의 예술적 여정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감독이 2년에 걸쳐 기록했다는 영화는 키퍼가 통과해 온 시간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기억과 예술의 관계를 성찰케 한다. ●현대무용의 거장 포착한 ‘피나’ 벤더스 감독이 포착한 또 다른 예술적 순간. 현대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피나’가 개봉 15주년을 맞아 다음 달 6일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탄츠테아터’라는 장르를 개척한 바우슈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안무가로 평가된다. 바우슈가 평생을 함께한 탄츠테아터 부퍼탈 단원들과 함께 펼쳤던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 등의 무대를 영화로 포착했다. ●화가보다 인간적 면모 집중 ‘피카소…’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피카소. 파리에서의 반란’②은 29일 개봉한다. 1881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1901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다. 가난한 이민자였던 피카소는 초기에는 난방도 되지 않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려야 했다. 성공을 거둔 뒤 점차 파리에 깊숙이 스며 들어갔던 피카소의 일상을 그의 작품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공연 실황 영화 ‘퀸 락 몬트리올’은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뜨거웠던 전성기를 현재로 소환한다. 지난 15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영화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하기 10년 전인 1981년 캐나다 몬트리올 포럼 공연장에서 펼쳐진 퀸의 콘서트 현장을 고스란히 복원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마이클’③도 다음 달 13일 개봉한다. 어린 나이에 형제들과 함께 ‘잭슨 파이브’로 데뷔하자마자 세계적 스타가 된 그의 영광과 고뇌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압도적인 무대를 스크린으로 만나 볼 수 있다.
  • 신호 끊더니 호르무즈 빠져나와…정체는 한국행 100만배럴 유조선 [핫이슈]

    신호 끊더니 호르무즈 빠져나와…정체는 한국행 100만배럴 유조선 [핫이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식별장치(AIS) 신호를 끈 100만 배럴급 유조선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목적지는 한국이었다. 몰타 선적 유조선 오데사호는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온 뒤 다음 달 8일 충남 대산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 정유시설이 이 물량을 하역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선박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오데사호가 지난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오데사호는 100만 배럴급 수에즈맥스 유조선이다. 로이터는 HD현대오일뱅크 측이 이 선박이 자사 정유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 신호 끊고 사라졌다가 다시 포착…목적지는 한국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항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오데사호는 AIS 추적기를 끈 채 항해하다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항 인근에서 다시 포착됐다. 해협 봉쇄와 역봉쇄가 맞물린 긴장 국면에서 선박은 위치 신호를 끊은 뒤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항해는 단순한 선박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통상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항로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해협 통행 불안을 키운 상황에서, 한국행 원유선이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와 국내 정유소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수급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오데사호가 실은 원유 100만 배럴은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의 약 35%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 척이 움직였을 뿐이지만, 국내 수급 측면에서 체감도가 큰 물량이다. 이 물량은 HD현대오일뱅크의 기존 장기계약에 따른 공급분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향하는 에너지 물량은 오데사호만이 아니다. 선박 추적 플랫폼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 석유제품 운반선 ‘나비그8 맥칼리스터’호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울산항으로 향하고 있다. 이 선박에는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 약 6만t이 실린 것으로 추정된다. ◆ 한 척 왔다고 끝난 건 아니다…여전히 불안한 호르무즈 다만 이 배 한 척이 곧바로 해협 정상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최근 긴장 재점화가 국제유가를 다시 흔들고 있다. 휴전 협상 이후 일부 유조선이 호르무즈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봉쇄와 충돌 우려는 여전하다. 오데사호의 이동도 불안정한 항행 환경 속에서 나온 제한적 통과 사례로 보는 게 맞다. 정유업계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 개방됐다가 곧바로 재봉쇄되는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3분기, 길게는 하반기 수급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오데사호 항해가 보여준 의미는 분명하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봉쇄와 긴장 속에서도 한국행 원유 물량이 실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데사호가 예정대로 대산항에 도착하면 국내 정유업계는 이를 해협 통행 재개의 상징적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 [임혁백 칼럼] 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업 시민권을 부여하라

    [임혁백 칼럼] 플랫폼 노동자에게 산업 시민권을 부여하라

    플랫폼 노동자의 폭증과 저임 노동자들의 과소소비로 인해 플랫폼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 숫자가 2023년 기준 88만명으로 폭증해 그들의 정치적 레버리지를 높여 주고 있고 6·3 지방선거를 계기로 표를 극대화하려는 정치인들 사이에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정규직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노동, 복지, 건강과 안전을 부여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19세기 유럽의 산업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해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정당을 결성해 정치세력화에 성공했으며, 국가를 움직여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할 수 있었고, 노사정 계급 타협을 통해 ‘산업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21세기의 플랫폼 노동자는 계급으로 조직하기 힘들고, 집단행동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방치할 경우 플랫폼 노동자들은 ‘새로운 위험한 계급’으로 변모해 21세기 플랫폼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플랫폼 노동자 및 플랫폼 기업과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가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와 보호를 받는 ‘일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도록 해 주어야 한다. 현재 인공지능(AI) 혁명은 보이지 않는 혁명으로 일자리를 뺏는 수준이 아니라 일자리를 삭제해 가고 있다. AI 혁명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세분화된 업무를 건당 보수를 받고 수행하는 ‘클라우드(Cloud) 노동’을 하게 함으로써 질 나쁘고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급증시키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를 배달노동, 대행노동, 대기노동, 임시직 노동의 형태로 고용한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필요할 때에만 인력을 고용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미래의 경제시스템으로 더욱 확산되고 구조화될 플랫폼 경제는 독립 노동자들이 일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페이를 나누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다. 플랫폼 경제화가 진행되면 노동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하향 평준화된다. 플랫폼 노동자는 직업 정체성이 없고, 고정된 작업장이 없으며, 표준 근로시간이 없고, 비임금 형태로 보상을 받는다. 유연한 스케줄에 따라 대기, 적기주문, 제로시간 계약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고, 노동시간의 불확실성으로 소득 불안정성이 높다. 플랫폼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산업화 시대에 국가가 제공했던 복지를 받을 수 없고, 사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임시직, 계약직, 독립 노동자가 주류인 플랫폼 노동자는 집단적으로 조직하기 힘들고 집단행동을 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경제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유연한 스케줄에 따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로시간 계약으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 불안정성이 높다. 결국 플랫폼 경제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불안정한 프롤레타리아트’(precarious proletariat, 프레카리아트)를 양산한다. 노동경제학자들은 AI와 자동화로 대다수의 정규직 노동자들마저 프레카리아트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플랫폼 노동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선진국에서는 로봇세와 기본소득 제공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에게 소득을 이전해 과소소비와 사회적 시민권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로봇세는 어떤 로봇에 대해 세금을 매길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 AI 로봇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위험, 전 세계적 차원에서 로봇세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 반면 기본소득은 AI 기반 경제하에서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일괄적으로 일정액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로서 로봇세보다 사회통합과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더 유효하다. 19세기 유럽의 노사정이 계급타협을 통해 산업노동자들을 장내 제도권 안으로 포용한 것처럼 21세기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도 산업 시민권을 부여하는 포용적 노동대개혁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위험한 계급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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