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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 꾸려 위기학생 관리…저학년 ADHD 아동 도울 방법은 미흡[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팀 꾸려 위기학생 관리…저학년 ADHD 아동 도울 방법은 미흡[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교장·교사·복지사 등 함께 개입수혜자 한정… 큰 변화는 어려워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정서·행동 문제 학생은 느는 역설이 학교 현장에 파열음을 만들자 정부도 제도 개편에 힘쏟고 있다. 기관별로 쪼개진 교육복지 체계를 바꿔 학생별 상황에 맞춰 지원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교육부 구상이 실현되려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4일 현재 21대 국회 종료까지 87일밖에 남지 않아 회기 내 법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법안은 학교 단위로 관리되는 개별 학생의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위기 학생의 문제를 담임교사 1명이 떠안는 게 아니라 교장과 교감, 상담교사, 교육복지사 등이 팀을 꾸려 맞춤형 개입을 할 수 있게 했다. 자해·자살 위험이 있을 때엔 선 지원 후 부모에게 통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설사 법이 회기 내 통과되더라도 교육복지 체계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면도 보인다. 법 통과 시 주요 수혜자로 저소득층이나 학대 아동 등 이미 교육복지 혜택을 받는 그룹들이 꼽혀서다. 반면 초등 저학년에 주로 포진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등에게 도움을 줄 청사진은 새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다만 ADHD를 방치할수록 반항·품행장애나 자살충동과 같은 공존장애 여지가 커진다는 현장의 우려가 이어지자, 대안 법안 마련 과정에서 저학년 ADHD 아동 지원에 대한 논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내부통제·준법경영 생태계 확대 계기”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 국제 협회와 손 잡았다

    “내부통제·준법경영 생태계 확대 계기”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 국제 협회와 손 잡았다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가 국제 컴플라이언스 대표 기구인 국제컴플라이언스협회(ICA)와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사업 추진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법규준수·준법감시·내부통제 등의 의미를 담은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의 ESG경영의 핵심 요소로 ICA는 컴플라이언스 경영을 위한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MOU는 지난달 28일 ICA의 아시아·태평양 본사가 위치한 싱가포르에서 이뤄졌다. 김은성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 이사장과 림 메이메이 ICA 아·태 본사 디렉터가 제휴 조인식을 진행했다. 김 이사장은 “ICA와의 업무협약 체결이 대한민국 컴플라이언스 생태계 확장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 확산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 측은 MOU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고도화를 위해 각 협회가 보유한 교육 솔루션을 제공하고, 제휴 네트워크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컴플라이언스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 [데스크 시각] 21세기 학교를 움직이는 20세기 매뉴얼

    [데스크 시각] 21세기 학교를 움직이는 20세기 매뉴얼

    나랑 엄마는 생애 첫 햄버거를 같은 날 먹었다. 서울 압구정에 맥도널드라는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다는 뉴스가 나왔고, 그걸 따라서 동네에 생긴 훼미리버거라는 가게에 아홉 살인 내가 30대인 엄마랑 같이 가 햄버거라는 것의 맛을 보았다. 한참 큰 뒤 내 인생이라며 부린 고집을 엄마가 끝까지 꺾지 않은 건 나의 아홉 살이 엄마의 아홉 살과 달랐듯 딸은 생판 다른 시대를 산다는 걸 감안해 엄마가 크게 양보했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나의 딸들은 내가 그 나이 때 했던 것들을 크게 다르지 않게 즐긴다. 아홉 살이 되자 햄버거를 좋아했고, 열한 살이 되자 게임에 눈을 떴다. 열두 살의 내가 그랬듯 친구들끼리만 놀이공원이나 눈썰매장을 가보겠다며 미리 찾아 둔 지하철 노선도를 자신 있게 내밀었다. 미놀타 사진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전을 챙기는 대신 버스카드를 챙기는 변화야 있지만 고만고만한 경험을 한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인생이 더 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함부로 볼 게 아니다. 좋아진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특히 그렇다. 예를 들면 나 때는 한 반이 53명씩이었는데, 이렇게 교사당 학생수가 많은 건 후진 교육이란 얘기를 너무 자주 들었다. 그래서 학급당 학생수가 줄면 한국 교육 대부분의 문제가 사라질 것처럼 생각됐다. 딸들이 학교에 들어갔는데 한 반에 25명이라 꽤 과밀학급에 속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엔 한국 교육이 이렇게 좋아졌구나 쾌재를 불렀다. 53명 들어가던 공간에 25명이 있으니 뒤쪽엔 사물함이 있는데도 교실이 운동장처럼 넓어 보였다. 늘 굳은 표정이던 우리 때 선생님과 다르게 아이들의 선생님은 또 왜 이렇게 잘 웃어 주시는지 안심이 됐다. 학교가 꼭 좋아지기만 한 게 아니란 건 곧 알게 됐다. 우선 막상 학생수가 줄자 학기 초 눈치싸움이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학급당 53명일 때 여학생수는 26명, 이쪽 무리와 조금 틀어져도 다른 쪽 무리와 어울리면 그만이었다. 요즘 한 반의 여자아이는 12명, 주류 무리에 들지 못하면 친구 없이 지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학기 초 긴장감이 돈다. 한편에선 53명을 총괄한다는 명목 아래 허용됐던 교사의 각종 통제수단이 무력해졌다. 체벌이 사라지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관한 존중이 커진 것은 분명 가야 했던 방향이다. 교사와 부모 간 소통 채널이 늘어난 것도, 참여형 수업이 많이 도입된 일도 새로운 변화다. 이렇게 과거에 학생이던 내가 바뀌었으면 생각했던 일들이 차근차근 개선되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미처 몰랐던 일, 진짜로 없었던 일이거나 있다고 해도 무시했던 대목에서 문제가 터졌다. 학생들의 정서·행동 문제가 그것이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가 예전이라고 왜 없었을까. 과거엔 50여명 사이에 끼어 있어서 교사의 체벌이 무서워 움츠러들어 있다가 넘어갔을 뿐이다. 최근에 와서야 치료가 활성화된 성인ADHD로 진단을 받고는 “미리 알았더라면 제 삶이 달랐을 텐데요”라며 한탄하는 어른들이 많다는데, 어릴 적 유난스럽다고 학교에서 무시당했던 기억이 그들의 회한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회한이 무색하게 그해 어떤 담임교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1년이 바뀔 뿐 ADHD 학생을 위한 큰 틀의 정책은 지금도 부재하다. 우등생 선별을 위한 대입 제도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전환되고, 학교폭력 정책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바뀌었지만 과거 무시됐던 정책 의제는 지금도 방치되고 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없었다가 지금 다시 생긴 문제들이 한둘일까. 이미 시작된 학령인구 감소부터 다문화 학생의 증가까지 새로 관찰하지 않는다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과거엔 없었던 문제 앞에 겸손해져야만 지금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홍희경 기획취재부장
  • ADHD 친구 포용법 배우는 美… 韓선 학폭 연루 일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ADHD 친구 포용법 배우는 美… 韓선 학폭 연루 일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툭하면 누워서 떼를 써 눈총을 받는 피터. 어떻게 피터와 어울릴지 논의하는 학생 자치회에서 교사는 “피터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지녀 행동 조절이 어렵지만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큰 아이”라고 일러준다. 회의 끝에 이 반에선 ‘문제행동은 못 본 척하고, 옳은 일을 할 때는 칭찬하기’란 규칙을 세운다. 한 번, 두 번 작은 칭찬이 쌓이며 피터는 다정한 아이로 변한다. ●美 ‘피터 이야기’ 영상 통해 증상 이해 중등교사 출신 송형호 교사 컨설턴트가 ADHD 아동 교육법을 강의하기 전 상영하는 ‘피터 이야기’의 내용이다. 송씨는 28일 “피터 이야기는 정서·행동 문제를 지닌 아이를 어떻게 포용할지를 제시하는 교재”라면서 “교사뿐 아니라 또래 아이들에게도 ADHD와 함께하는 법을 일러준다”고 설명했다. 미국 학교가 배경인 피터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등장인물의 다양성이다. 상담교사, 사회복지사, 방과후 교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등장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국가별 학교 구성원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학교만 이런 게 아니다. 핀란드 학교에는 교사와 특수교사,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보조교사, 방과후클럽 활동 강사, 상담가인 큐레이터 등이 배치된다. KEDI가 조사한 독일의 학교에는 학교 사회복지사, 예체능 강사, 자원봉사자 등이 투입돼 있다. ●미국에선 자녀 치료 거부하면 처벌 2022년 기준 전문상담(순회)교사 배치율이 46.3%에 이르는 등 한국에서도 교내 구성인원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학교 검사에서 정서·행동 위기 관심군이 됐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 등으로 2차기관으로 연계되지 않는 초중고교생이 27.3%(4만 3000명)에 이른다. 교사는 아동학대(정서적 학대)로 고소당할까 봐 진단을 강권하지 못한다. 정서·행동 장애 진단을 회피하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부모를 아동학대(방임)로 처벌하는 미국과는 정반대다. 부모가 치료에 임하지 않는 한 정서·행동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학교부적응은 학년이 오를수록 심해진다. 사회적 친밀성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는 ADHD 아이가 학교폭력 가·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폭 가·피해 때 과잉행동 고려 안 해 교육지원청에서 4년 동안 근무했던 박종민 변호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가 열렸을 때 피해 학생이 ADHD를 지니고 있거나 가해 학생이 심의 과정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학폭 가해 이후 진단받는 경우는 ‘ADHD가 있으니 공격성을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정상참작을 바라는 게 아니라 ‘이제라도 ADHD 치료에 임하겠다’고 약속하며 선처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 판례 역시 ADHD를 지닌 걸 심신미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ADHD 학생이 학폭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가해자가 다수일 때가 많다. 이른바 은따(은밀한 따돌림)가 되는 경우다. 엄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세종·충청센터 지부장은 “조별 발표 수업을 할 때 ADHD 아이를 끼워 주지 않는 등 따돌림을 하거나 게임 중독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ADHD 학생은 자존감이 떨어진 채로 상담을 받으러 오지만, 관심 분야에 있어선 남들보다 집중력이 높고 창의성도 남다르다는 ADHD의 장점을 반복해서 설명하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금세 해맑아지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 못 따라오는 학생… 배제시키는 韓, 맞춤 교육하는 美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못 따라오는 학생… 배제시키는 韓, 맞춤 교육하는 美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한미 ‘특수교육’ 차이나는 클래스美, ADHD도 특수교육 대상 포함그냥 ‘앉혀놓기’보다 ‘성장’ 집중“학생 요구 충족 위해 전문가 협업” 국가는 일반학교를 다니는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해야 할까. 미국 연방대법원은 ‘학년이 올라도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정도의 개선’이 아니라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2017년 앤드루 F 사건을 심리하면서 나온 기준이다. 2세 때 자폐 진단을 받은 앤드루는 초등 4학년까지 공립학교를 다녔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까지 지닌 그는 가구 위를 타고 넘거나 소리를 지르며 다른 학생들을 귀찮게 했다. 5학년에 올라갈 때 학교에서 제시한 개별 학습화 계획(IEP)이 4학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자 부모는 앤드루를 자폐 교육에 특화된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이곳에서 새 IEP대로 교육을 실시한 지 몇 달 만에 앤드루의 행동과 학업이 향상됐다. 부모는 앤드루가 다니던 공립학교로 다시 가서 사립학교의 IEP를 보여 주었다. 사립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해 달라는 요청이 거부되자 부모는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 등록금 차액 등을 배상하라”며 지역교육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무상 공교육은 국가의 의무로, 학교는 특정 학생이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앤드루 부모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에서 비슷한 판결이 나오긴 쉽지 않다는 게 교육 행정가들의 견해다. 특수교육의 범위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서선진 건양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27일 “특수교육의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난독으로 인한 심각한 읽기 문제나 학습에 방해가 되는 정서·행동 문제 등은 아직 한국에서 특수교육 범주에 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의 특수교육 통계가 실태를 드러낸다. 전체 학생 중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을 보면 미국은 14% 안팎인 데 비해 한국은 1.5% 정도에 그친다. 한국에서는 영속적인 신체적·지적 능력 차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특수교육 대상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반면에 미국의 경우는 학생이 학업이나 학교생활에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특수교육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 학생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난독·난산 등을 포함한 학습장애나 의사소통장애 진단을 받은 학생들이 특수교육 대상의 과반이다. 서 교수는 “개별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장 전문가와 연구자, 학교 행정 관리자, 지역사회 전문가들이 협업하면서 어떻게 무상의 적절한 공교육을 구현할지 다각도로 노력하는 게 미국의 특수교육”이라고 설명했다.
  • ADHD 등 병원 찾은 아이들 12만명… 진료비도 661억에 달해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ADHD 등 병원 찾은 아이들 12만명… 진료비도 661억에 달해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팬데믹 전후 3년 만에 60% ‘껑충’인프라·정책은 우울·불안 등 중점“충동성·산만함 등 대책도 마련을”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실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확인됐다.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4년 동안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로 진료받은 19세 이하 인원과 총진료비가 연평균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던 추세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반전된 것이다. 심평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활용해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질병코드 F90~F98) 6개 질환에 대한 심사결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8만 2571명이던 진료인은 2022년 12만 167명으로 3년 만에 45.5% 늘어난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같은 기간 총진료비는 411억 8379만원에서 661억 2626만원으로 60.6% 증가했다.‘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F90) ▲행동장애(F91) ▲행동 및 정서의 혼합된 장애(F92) ▲소아기에만 발병하는 정서장애(F93) ▲소아기 및 청년기에만 발병하는 사회적 기능수행장애(F94) ▲틱장애(F95) ▲소아기나 청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기타행동 및 정서장애(F98) 등 7가지 세부 상병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틱장애의 경우 정서적 이상 때문에 발병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분석에서 제외했다. 다만 틱장애 총진료비 역시 4년 동안 약 78억원에서 약 113억원으로 증가했다. F90~F98 질환들은 대부분 외현화 질환으로 분류된다. 정신질환 중 불안·우울 등의 마음 상태를 내재화 질환으로, 과도한 충동성·산만함·반항 등의 태도를 외현화 질환으로 분류하는데 아동·청소년 시기에 주로 발현되고 성인이 되면 자제하게 되는 외현화 질환들이 ‘소아기 및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하는 행동 및 정서장애’로 분류된 것이다. 내재화 질환이라는 불안·우울은 편안한 마음과 ‘질’(質)적으로 다른 상태다. 그러나 충동성이나 산만함은 사람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이상행동이 과도하게 잦을 때, 즉 증상의 ‘양’(量)이 많을 때 질환이 된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잃어버린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자신도 모르게 무례한 말을 뱉고 뒤돌아 후회하는 실수를 일생 한 번도 안 한 사람이 없지만 이런 일이 자주, 어떤 상황에서든, 안 하려고 노력해 봐도 안 되는 게 ‘양’이 문제가 되는 경우다. 우울한 마음에 대해선 공감하고 걱정하는 게 예의인 데 비해 충동성이나 산만함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엔 “(신경쓰면 실수가 줄 텐데) 너도 정신 좀 차리고 살라”는 식의 훈계를 일삼는 사회적 태도는 그간 정책 흐름에 반영돼 왔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공공 영역 상담 인프라 대부분이 우울·불안·자살충동과 같은 내재화 질환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통계는 ADHD를 비롯한 외현화 질환 증가와 관련된 대책 마련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
  • ‘조용한 ADHD’ 등 증상 다양… 초등 저학년 치료 땐 완치 가능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조용한 ADHD’ 등 증상 다양… 초등 저학년 치료 땐 완치 가능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집중 못하는 게 아닌 조절 어려움충동성은 ‘편견’… 나이 따라 달라약물·행동치료로 통제 가능한 질병 ‘첫 번째 질문, ADHD 중엔 집중을 잘하는 사람이 영 없을까. 두 번째, ADHD는 평생 낫지 않는 병인가. 세 번째로 안면인식장애나 민감한 청각, 다양한 부위의 통증, 열감 등도 ADHD 증상일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고 하면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부산스럽고 산만하게, 때로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ADHD라고 다 그렇지는 않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드러나는 데다 나이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충동성이 ADHD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 반면 최근에는 돌출 행동이 동반되지 않는 주의력결핍장애(ADD)가 ‘조용한 ADHD’라는 별칭을 얻으며 더 주목받고 있다.앞서 3가지로 제시한 문제에 대한 답만 들어도 ADHD에 대한 편견을 깨달을 수 있다. 당장 ‘ADHD=집중력 빵점’이란 생각부터가 사실과 다르다. ADHD는 집중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 집중 능력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증상에 가깝다. ADHD를 지닌 채 의사가 된 경험을 ‘아무도 모르는 나의 ADHD’라는 책을 통해 풀어낸 황희성 맑음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누구나 흥미 있는 것, 다급한 것, 이해가 잘 가는 것에는 잘 집중하고 지루한 것, 시간 여유가 많은 것, 어려운 것에는 잘 집중하지 못한다”면서 “다만 ADHD 확진을 받은 사람이라면 집중이 잘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간 편차가 보다 크게 드러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ADHD 진단을 받아 보려 하다가도 “우리 아이는 독서든 게임이든 좋아하는 일에 빠지면 밥도, 잠도 잊고 집중을 잘하니 ADHD일 리 없어”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ADHD를 제대로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의사들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불균형을 이루면 ADHD가 나타난다고 본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브레인 포그’ 상태뿐 아니라 안면인식장애나 예민한 청각처럼 소수의 ADHD 질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도 약물치료나 행동치료로 통제되는 건 ADHD를 질병으로 편입시킨 50여년 전 결정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사실은 적절한 시기, 이를테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한 치료를 받았을 때 ADHD가 낫는 일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1일 “저학년 때 치료받은 ADHD 아동 가운데 3분의1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머지 가운데 3분의1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약을 완전히 끊는다”고 설명했다.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불안장애 등 공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성인이 된 뒤에도 ADHD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지만, 제때 치료하면 독특하면서 멋진 삶의 기회와도 맞닿아 있는 질환이다.
  •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18세 이하 코로나 이후 2배 급증… “가위로 선생님 머리카락 싹둑, 칼부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치료’ 아닌 ‘교육’에 떠넘긴 질병… “부모 동의 없인 상담도 못해요”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훈육 수단이 사라진 교실, 이른바 ‘교실붕괴’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제 새 학기부터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더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제도일 뿐이다. 각종 갈등을 야기한 학생의 문제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고 이후 대책만 있고 예방 조치는 없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사고를 치기 전까지 또다시 방치된다.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을 지닌 정서·행동 장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선 현장을 5회에 걸쳐 전한다.싹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허공에 가위질을 이어 가던 1학년 아이에게 교사가 “이제 가위는 넣어두고 책을 펴 볼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이가 들고 있던 가위가 교사의 눈앞으로 쭉 뻗어 나왔다. 책상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아이가 더 놀랐을까 봐 교사는 괜찮은 척,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뒤 옆 머리 한 움큼이 댕강 잘린 채로 나머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옆 학교에서는 문구용 커터칼로, 다른 교실에서는 우산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몇 년간 퍼지더니 초등 저학년 교실 책상 속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꼭 필요할 때만 가위를 나눠 주도록 정한 학교도 생겼다. 평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몇 아이만 가위를 교실 뒤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했다가 학부모가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아예 모든 학생에게서 가위를 뺏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초등 저학년 교실에 가위를 두지 못하거나 안전사고가 걱정돼 학교 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교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 학교의 질서는 깨졌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충동 범죄가 학교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일 정도로 무질서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자동차를 돌진시킨 이상동기범죄가 일어났을 때 교사들은 분을 참지 못해 수업 중 책상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던 초등 고학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원 담당 공무원을 향해 무례하게 항의하는 민원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밤에도 전화하던 학부모가 떠오르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일어나면 보드게임 규칙을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 돌연 옆에 있던 물건을 친구를 향해 집어던지던 아이가 생각난다.쉬는 시간마다 짝꿍을 쫓아다녀 결국 짝꿍이 등교를 거부했던 이야기, 2~3시간이 넘게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더니 운동장 한편에서 색연필을 갈아 물에 타 마시려던 아이를 겨우 말린 이야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다양해지고 심해졌다고 말하던 한 교사는 25일 “교실에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냉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행동을 책임지느라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 징조로 29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빗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강력 사건들을 설명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와 징후를 축적하는 공간이 된 듯한 모습이다. 교사들은 대형사고를 막았을지 모른다는 보람 대신 무기력과 소진, 번아웃을 호소했다. 최근 교사들이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의 개구진 행동을 넘어서 임상적인 진단과 치료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이 보이는 산만함·충동성·과잉행동은 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이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수업하는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였는데, 위기학생 유형을 구분하는 복수응답 조사에서 78.6%가 ADHD를 꼽았다.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답한 게 아니라 교사가 봤을 때 ADHD 성향이 보이면 ADHD로 답변한 내용이어서, ADHD를 선택한 78.6% 안에 불안장애·품행장애 등 유사 ADHD 증상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 등이 뒤를 이었다.실제로 코로나19를 전후해 ADHD 진단(초진)을 받은 18세 이하 인원은 급증했다. 2018년 연간 1만 7904명이던 18세 이하 초진인원은 2022년 3만 59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ADHD 초진 인원은 6070명에서 3만 2323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ADHD 진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인원까지 더하면 교사들은 ADHD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고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우울·자살 등의 내재화 질환을 먼저 살핀다. 아이들의 과잉행동이나 반항행동을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ADHD적인 행동들은 본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이뤄져야 완치될 수 있다. 역으로 아동기에 적절한 ADHD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엔 권위를 무시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사춘기 이후에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품행장애’, 성인이 돼선 ‘약물남용’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병할 여지가 커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ADHD 아동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특수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9만 2968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인원은 2182명에서 1865명으로 줄었다. 정서·행동장애를 특수교육에 넣지 않은 까닭에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은 1.6%(2020년 기준)로 호주(18.8%·2017년), 미국(14.1%·2018~2019년), 일본(5.0%·2019년)에 크게 뒤진다.물론 같은 특수교육이라도 시각·청각장애 교육이 장애교육이라면, ADHD 학생을 위한 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ADHD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 상담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청 담당자 등이 맞춤형 학습계획을 짜고 시험 시간을 늘려 주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수업지원을 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ADHD 학생 지도에 개입하지만 한국에서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다 알아서 지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ADHD 맞춤형 지도를 위한 첫걸음으로 진단·상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ADHD 학생에게 돌아간다.
  •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18세 이하 코로나 이후 2배 급증… “가위로 선생님 머리카락 싹둑, 칼부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훈육 수단이 사라진 교실, 이른바 ‘교실붕괴’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제 새 학기부터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더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제도일 뿐이다. 각종 갈등을 야기한 학생의 문제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고 이후 대책만 있고 예방 조치는 없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사고를 치기 전까지 또다시 방치된다.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을 지닌 정서·행동 장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선 현장을 5회에 걸쳐 전한다.싹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허공에 가위질을 이어 가던 1학년 아이에게 교사가 “이제 가위는 넣어두고 책을 펴 볼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이가 들고 있던 가위가 교사의 눈앞으로 쭉 뻗어 나왔다. 책상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아이가 더 놀랐을까 봐 교사는 괜찮은 척,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뒤 옆 머리 한 움큼이 댕강 잘린 채로 나머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옆 학교에서는 문구용 커터칼로, 다른 교실에서는 우산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몇 년간 퍼지더니 초등 저학년 교실 책상 속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꼭 필요할 때만 가위를 나눠 주도록 정한 학교도 생겼다. 평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몇 아이만 가위를 교실 뒤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했다가 학부모가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아예 모든 학생에게서 가위를 뺏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초등 저학년 교실에 가위를 두지 못하거나 안전사고가 걱정돼 학교 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교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 학교의 질서는 깨졌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충동 범죄가 학교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일 정도로 무질서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자동차를 돌진시킨 이상동기범죄가 일어났을 때 교사들은 분을 참지 못해 수업 중 책상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던 초등 고학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원 담당 공무원을 향해 무례하게 항의하는 민원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밤에도 전화하던 학부모가 떠오르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일어나면 보드게임 규칙을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 돌연 옆에 있던 물건을 친구를 향해 집어던지던 아이가 생각난다. 쉬는 시간마다 짝꿍을 쫓아다녀 결국 짝꿍이 등교를 거부했던 이야기, 2~3시간이 넘게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더니 운동장 한편에서 색연필을 갈아 물에 타 마시려던 아이를 겨우 말린 이야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다양해지고 심해졌다고 말하던 한 교사는 25일 “교실에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냉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행동을 책임지느라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 징조로 29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빗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강력 사건들을 설명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와 징후를 축적하는 공간이 된 듯한 모습이다. 교사들은 대형사고를 막았을지 모른다는 보람 대신 무기력과 소진, 번아웃을 호소했다. 최근 교사들이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의 개구진 행동을 넘어서 임상적인 진단과 치료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이 보이는 산만함·충동성·과잉행동은 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이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수업하는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였는데, 위기학생 유형을 구분하는 복수응답 조사에서 78.6%가 ADHD를 꼽았다.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답한 게 아니라 교사가 봤을 때 ADHD 성향이 보이면 ADHD로 답변한 내용이어서, ADHD를 선택한 78.6% 안에 불안장애·품행장애 등 유사 ADHD 증상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 등이 뒤를 이었다.실제로 코로나19를 전후해 ADHD 진단(초진)을 받은 18세 이하 인원은 급증했다. 2018년 연간 1만 7904명이던 18세 이하 초진인원은 2022년 3만 59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ADHD 초진 인원은 6070명에서 3만 2323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ADHD 진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인원까지 더하면 교사들은 ADHD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고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우울·자살 등의 내재화 질환을 먼저 살핀다. 아이들의 과잉행동이나 반항행동을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ADHD적인 행동들은 본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이뤄져야 완치될 수 있다. 역으로 아동기에 적절한 ADHD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엔 권위를 무시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사춘기 이후에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품행장애’, 성인이 돼선 ‘약물남용’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병할 여지가 커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ADHD 아동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특수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9만 2968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인원은 2182명에서 1865명으로 줄었다. 정서·행동장애를 특수교육에 넣지 않은 까닭에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은 1.6%(2020년 기준)로 호주(18.8%·2017년), 미국(14.1%·2018~2019년), 일본(5.0%·2019년)에 크게 뒤진다. 물론 같은 특수교육이라도 시각·청각장애 교육이 장애교육이라면, ADHD 학생을 위한 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ADHD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 상담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청 담당자 등이 맞춤형 학습계획을 짜고 시험 시간을 늘려 주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수업지원을 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ADHD 학생 지도에 개입하지만 한국에서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다 알아서 지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ADHD 맞춤형 지도를 위한 첫걸음으로 진단·상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ADHD 학생에게 돌아간다.
  •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내가 알면 남들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지식을 상식이라고 이름 붙이기 쉽다. 실제로는 나도 알고 상대도 알아야 상식이다. 사전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라고 상식을 정의하지만 애초에 정상 일반인이 누군지, 일반 지식이 무엇인지 명쾌하지 않은 시대다. 현실에서 상식의 뜻은 뉴스, 대중문화, 미디어, 법과 제도를 곁눈질하며 서로의 지식 수준을 맞추어 온 과정이자 결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상대가 상식이라며 해 준 말을 못 알아들을 때나 나의 상식에 기반해서 던진 농담이 허공에 흩어지면 창피하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료시민’이란 신조어를 제시했을 때에도 또 그 창피함을 느끼고 말았다. “동료시민? 도도독시민 아니고요?”라고 정성들여 던진 농담 뒤 어색한 침묵. 동료를 얘기하는데 왜 도도독이란 말이 나오는지 맥락을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 이 침묵 반응을 일으킨 주범은 알고리즘이다. 도도독이 무엇인지 틱톡과 유튜브 검색을 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걸그룹 르세라핌이 지난해 여름 월드투어를 했다. 공연 중 김채원이 팬들을 향해 “너 내 동료가 돼라”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한 공연에서 발음이 꼬이는 바람에 “너 내 도도독”이라고 실수를 했다. 이후 실수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데 이어 동료 아이돌들이 이 실수를 언급하거나 모방하는 ‘도도독 챌린지’가 잇따랐다. 그렇게 도도독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재생되고 패러디되고 확대됐다. 반 년치가 쌓인 지금쯤이면 종일 봐도 될 만큼의 관련 콘텐츠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10대에선 1000만 조회수가 나와도 한 위원장 관련 영상 사용자들에겐 표시되지 않는 게 도도독 영상이다. 시청한 영상과 유사한 영상만 골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습득할 지식을 영리하게 분류한 덕분이다. #정치에 관심 많은 #중년인 나 역시 사춘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긴 일이 없었다면 도도독을 알 리 없었다. 도도독 몰랐다고 알고리즘을 검열의 주범인 양 보는 건 비약일 수 있다. 원래 어른들은 10대의 유행에 무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은 어떨까. 도도독 챌린지가 유행하던 지난해 여름 정치권에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 쪽에서 “극우 유튜버나 주장할 만한 얘기”라는 비판이 나왔고, 궁금해진 김에 극우 유튜버의 논리를 알고 싶어 검색했다. 홍범도 극우, 홍범도 반국가 등 온갖 검색어를 동원해도 우파 유튜버 채널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우리 공군이 홍범도 장군 유해를 호위하는 추천 영상을 클릭했다가 뒤늦게 감격하기도 했다. 기존 시청 영상과 다른 견해를 드러내는 영상을 배제하는 게 알고리즘의 또 다른 주요 임무임을 그때 알았다. 한 번 의심하니 끝이 없다. 최근 웹툰과 드라마를 휩쓰는 ‘회귀물의 범람’은 대중의 요구였을까, 알고리즘이 유도한 바일까. ASMR을 들어야 잠이 잘 오는 건 새로운 생체리듬의 발견일까, 알고리즘이 작정한 유행일까. 먹방부터 연애까지 영상으로 만족할 수 있게 된 건 디지털 전환 성공 조짐일까, 그저 감정까지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 결과일까. 알고리즘이 추천한 대로 지식이 쌓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진일보하고 개인화 기기에 AI가 장착되는 온디바이스 AI 원년이 된다는 올해 알고리즘의 지배력은 더 커진다고 한다. 심화되는 알고리즘 의존의 결과는 무엇일까. 확증편향을 넘어 중독을 문제로 보기도 한다. 자크 라캉의 사위 자크알랭 밀레는 “21세기 전반적인 모델이 중독”이라며 약물뿐 아니라 일, 스마트폰, 페이스북이 모두 중독을 부추길 자극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번 본 것보다 자극적인 새 콘텐츠가 나왔다는 ‘알림’에 반가워 하다 요즘 내 지식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도시가 해답’…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 포럼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도시가 해답’…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 포럼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 도시가 해답이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5~6일 이틀간 거창문화센터 등 거창군 일대에서 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식 및 정책포럼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행사에는 구인모 거창군수, 이홍희 거창군의회 의장, 거창군 평생학습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구인모 군수는 환영사에서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평생학습을 통해 지역 정주 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초가 될 뜻깊은 포럼”이라며 “거창군의 평생학습을 재디자인하는데 큰 의미를 더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1부는 거창군 평생학습 20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교육도시와 뭐든지 가능한 더 큰 학교 거창군의 교육방향에 대한 선포식, 기념패수여,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평생학습도시 정책 ‘톱(TOP) 20’을 선정해 키워드로 보는 거창의 평생학습을 선정하여 참석자들과 성과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거창군 평생학습 발전과 문화 확산, 촘촘한 네트워크를 위해 협력한 20명의 평생학습 관계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해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2부에는 ‘지방소멸, 교육도시가 해답이다’을 주제로 인구소멸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과 교육도시와 평생학습의 운영 방안에 대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정책포럼은 이희수 중앙대 교수의 기조 강연과 허준 영남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박선경 오산대 교수, 경남도립거창대학 평생교육원 강병두 원장,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김유미 사무처장, 삶과 앎 대표 전하영 박사가 토론했으며 이원근 창신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을 이어갔다. 이희수 교수는 평생학습도시를 통해 지방시대를 여는 키워드로 교육발전특구와 지·산·학 협력의 총아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제시했다. 허준 교수는 ‘지방소멸 농촌교육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 이라는 주제로 인구절벽시대에 농촌교육의 징조와 희망에 관한 발표를 했다. 한편 거창군은 2003년 경남에서 최초로 학습도시로 선정돼 연간 500여개의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과 학습동아리로 평생학습문화를 확산해 왔다. 2016년도에는 국내 최초 군단위 박람회 개최, 국제교육도시연합회 가입, 스탠퍼드 대학 협약 글로벌캠프 운영, 인문도시사업 추진, 대학평생학습 체제개편 LIFE사업 및 직업고등교육 HIVE사업 등 평생학습 고도와 사업을 추진은 물론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일반계 고등학교에 30명이 입학하는 우수사례를 기록했다. 거창군은 뭐든지 가능한 더 큰 학교라는 주제로 평생학습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시대를 구현하고 지역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교육발전특구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 文정부, 공무원 표류 알고도 방치… 피살 뒤엔 “수색 중” 언론 플레이

    文정부, 공무원 표류 알고도 방치… 피살 뒤엔 “수색 중” 언론 플레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상황을 방치했고 이후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있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장성 2명과 통일부 국장 등 현직 7명에겐 문책성 징계를, 1명에게는 주의를 각각 요구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게는 기록을 남겨 공직 재취업 때 불이익을 받도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이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지 않고 방치해 이씨는 약 38시간 동안 바다에 표류했다. 이 사이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쯤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이를 통일부 등에 알리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은 오후 7시 30분 전에 퇴근했다.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을 발송하지 않았고 해경도 추가 정보 파악 및 국방부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통일부 담당 국장은 오후 6시쯤 관련 정황을 파악했지만 장차관 보고, 대북 통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오후 10시 넘어 퇴근했다. 합참은 통일부 주관 상황이라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22일 오후 9시 40분에서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됐다. 안보실은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다. 자료를 삭제하라는 국방부 지시로 합참은 새벽에 담당자를 불러 군사정보체계(MIMS)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고, 이후에도 관련 비밀자료 123건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이씨가 아직 실종 상태인 것처럼 기자들에게 알리고 대북 전통문까지 보냈다. 해경은 이씨의 피살 정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피하기 위해 수색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7시간 뒤로 고쳐 국회에 보고했다.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당시 이씨가 슬리퍼를 벗어 뒀고 혼자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며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실제로는 슬리퍼가 이씨의 것인지,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 국정원 등은 월북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월북 판단을 기초로 한 안보실의 대응 지침을 따랐다. 이씨의 도박·이혼 등 부정적인 사생활도 부당하게 공개했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서훈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고 공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이 낮다며 인사자료 통보 대상에선 제외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 전 안보실장과 박 전 국정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가 기관의 방치, 보고 누락·삭제, 각종 증거에 대한 분석 결과 왜곡, 증거의 취사선택, 조직적 은폐 시도 등 정권의 주도하에 치밀하게 조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날의 사건을 은폐하려던 관련 책임자들은 반드시 엄중한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편향된 감사 결과라며 반발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총선 때마다 자행했던 ‘북풍 몰이’”라며 “어떤 사실관계 변화도 없이 어떻게든 전임 정부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의지와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감사원”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니 다시 감사원이 등장했다”고 비난했다.
  •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하고 조직적 은폐·월북몰이”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하고 조직적 은폐·월북몰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상황을 방치했고, 이후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당시 청와대 안보실과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있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결론냈다. 감사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장성 2명과 통일부 국장 등 현직 7명에겐 문책성 징계를, 1명에는 주의를 각각 요구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게는 공직 재취업 때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지 않고 표류 상태로 방치하던 사이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쯤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이를 통일부 등에 알리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은 오후 7시 30분 전에 퇴근했다. 해경도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 파악 및 국방부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고, 당시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을 총괄한 통일부 국장은 장·차관 보고, 대북통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합참은 통일부 주관 상황이라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며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22일 오후 9시 40분에서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됐다. 그러자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은 군사정보체계(MIMS)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이후에도 관련 비밀자료 123건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이씨가 아직 실종 상태인 것처럼 알리고 대북전통문까지 보냈다. 해경은 이씨의 피살 정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피하기 위해 수색 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7시간 뒤로 고쳤다. 이후 안보실과 국방부 지시로 각 기관들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토대로 이씨가 월북했다고 몰아갔고,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이씨의 사생활이 부당하게 공개됐다고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서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조직적 은폐·왜곡”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조직적 은폐·왜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 감사결과 발표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엄중조치 통보“사망 전 발견하고도 방치, 참변 후 일제히 ‘월북몰이’”작년 중간 발표 때 20명 수사요청…서훈·박지원 등 재판 중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피격) 사건’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감사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지난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고 결론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사건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이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방치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봤다. 이에 감사원은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관계 기관들에도 별도의 주의 요구를 내렸다. 13명 중 주요 인사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주요 감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표한 중간 감사 내용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감사보고서 원문은 국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 사망 전 발견하고도 장시간 방치…안보실 조기 퇴근, 통일부는 보고 누락 감사 결과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당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쯤 조기 퇴근했다. 서훈 안보실장도 조기에 퇴근했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서해 공무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고 이씨 무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당일 밤 퇴근했다. 합참 역시 당일 오후 4시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손을 놨다고 지적됐다. 국방부는 합참의 보고를 받고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할 필요성이나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안보실에 건의도 하지 않았다. ● 피살 후에는 은폐·왜곡…일제히 ‘월북몰이’ 이씨가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쯤 합참에 이씨 시신 소각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가 실제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였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국방부, 국정원, 해경도 모두 ‘자진 월북’ 방침이 사실과 다르다고 파악했으나 그 방침을 따랐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점을 알고도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대국민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이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조치가 요구된 13명 중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징계 사유를 인사 기록에 남겨 향후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가도록 했다. 현직자는 징계 요구 7명, 주의 요구 1명 등 총 8명이다. 핵심 관련자인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은 인사 통보 조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사·재판을 받고 있고 공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이 작아 인사 기록 통보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여학생들, 포기로 세상을 바꾸다/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여학생들, 포기로 세상을 바꾸다/홍희경 기획취재부장

    산업화 세대든 민주화 세대든 한국 남성들이 쓴 현대사는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는 신조 아래 달성됐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1차 달성한 뒤에도 아직 더 할 일이 많다며 다른 의제들을 죄다 부수적으로 취급했다.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이후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업화의 장남’이라고 자신하는 정당과 ‘민주화의 적자’라고 자부하는 당이 권력을 주고받는 정치가 공고하다. 정치 권력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도, 주요 그룹 사장단도, 여돌(여자 아이돌) 전국시대가 만개한 K팝 산업을 이끄는 프로듀서까지도 남성이 주류인 사회가 이어졌다. 이들이 사전에서 지운 포기는 동시대 여성들의 사전에선 빈출 단어였다. 1980년 22.2%이던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1990년 33.2%로 높아졌지만 이들이 30~40대일 때 여성 고용률은 매년 54~65%에 그쳤다. 동년배 남성이 30대(2000년대)일 때 고용률은 93% 아래로 떨어진 해가 없고, 40대(2010년대)가 돼선 매년 92% 이상이었다. 이 세대가 30대일 때 남녀 간 고용률 격차는 매해 27% 포인트 이상이었다.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2001년 문정희 시인은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란 시를 발표했다. 1997년 나온 학술서 제목을 그대로 따온 시다.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 주고 있을까…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기록되지 않은 노동’에 헌신했던 그 많던 여학생들은 매년 이 무렵 배추의 포기를 셈했을 것이다. 새댁일 때는 시댁에 모여 몇십 포기씩 김장을 하고, 아이들이 좀 큰 뒤엔 식구 먹을 만큼 한다며 열몇 포기 김치를 담았을 게다. 그렇게 한 세대만큼을 보내고 2020년대 쉰 살 전후에 이르러 살림 주도권을 온전히 쥐게 되자 그 많던 여학생들은 포기를 다른 뜻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김장을 포기한다. 다른 먹거리가 많아져 예전만큼 김치에 젓가락이 가지도 않고, 과거처럼 가을에만 배추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데도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어져 온 중노동에 포기를 선언하며 김장포기족(김포족)이 됐다. 중단, 멈춤이란 뜻으로 쓴 포기는 악착같이 계속될 것 같은 세상을 단번에 바꿨다. 1인가구로 독립한 자녀의 원룸 냉장고에 이고 지고 간 김장김치를 채우는 대신 포장김치 몇 묶음과 각종 밀키트를 배달시키는 신종 엄마의 등장 이후 식품업계의 주력 품목이 교체됐다. 이들의 후배 세대는 김장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해방됐다. 덕분에 날이 쌀쌀해지면 김장 준비를 하는 대신 김장 키트를 주문해 자녀들과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며 김장을 의례에서 놀이로 바꿀 수 있었다. 후배·자녀 세대가 이들이 포기한 덕을 보게 된 건 김장철의 일만은 아니다. 덕담으로 포장한 잔소리나 들을 게 뻔해도 명절이면 큰집에 가야 한다는 의례에 맞서 “엄마만 갈게. 너는 집에 있어도 돼”라고 해 준 여자 어른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맞춰 시집 가라던 잔소리를 중단한 첫 세대도 대체로 이들이다. 한숨인 듯 푸념인 듯 “딸아. 너는 엄마처럼 참고 살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가부장적 의례를 지킨 마지막 세대가 되겠다는 각오로 세상을 바꿨다. 돌이켜보면 그 많던 여학생들이 포기를 통한 소리 없는 혁신에 공모했던 것이다. 중단, 멈춤, 포기를 통한 혁신은 견고하고 아름답다. 혁신안·쇄신안·개선안으로 이름을 바꿔 가며 덧칠해 갈 뿐 ‘최종 혁신안’은 끝내 요원한 모습들과는 다르게 일단 포기가 일어나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견고하다. ‘내 세대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세상의 부당함을 자기 안에 품은 채 후배 세대에게 인출하지 않고 소멸시켰다는 점은 아름답다.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내 미래를 바꾼 그 많던 여학생들에게 감사한다.
  • “R&D 예산 논란, 임계점에 이른 과학기술시스템 혁신의 계기 돼야”

    “R&D 예산 논란, 임계점에 이른 과학기술시스템 혁신의 계기 돼야”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기초과학’ ‘전략적 R&D’ 구분 지원예측 가능하고 다양한 연구 보장을AI 활용 신약 개발 기회도 잡아야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 연구소장‘단기연구중심과제’ 단기 성과 집착시대 변화 맞춰 예산 체계 바꾸고‘공공의 선’·‘미래원천 기술’ 집중해야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잦은 리더 교체 등 연구 환경 불리인구 감소에 외국인 충원 불가피반도체 등 산업별 혁신 기반 조성을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소수에게만 허용되던 신약 개발의 문이 넓어지고 제조업이 새 혁신 기회를 찾는 전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향했던 막연한 열망들이 연구의 다양성을 키우자는 인식으로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유럽에서 과학을 하려고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단기 비자 때문에 좌절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33년 만에 처음으로 차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정부 조치는 향후 과학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돌연한 예산 삭감에 이직 준비를 한다는 연구원이 등장하고 R&D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한탄이 나오는 와중이지만, 한편에선 국가 R&D 지원체계 변화가 당장 필요하다는 성찰이 시작됐다. 신구 산업의 발전적 조화, 기초과학 육성 전략 수정, 인구구조에 맞춘 연구인력 재배치 등 예산이 증액될 때는 시급하지 않았던 중장기 과제를 다룰 적기란 뜻이다. 생물물리학 연구로 2021년 리더 연구자로 선정돼 신약개발 연구 중인 윤태영(47)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인 권석준(44)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AI 연구를 이끄는 민옥기(58)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지능창의연구소장이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좌담회에서 본격적으로 혁신의 방향을 모색했다. 좌담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홍희경 기획취재부장의 진행으로 열렸다.-지난 6월 R&D 예산안 삭감이 급하게 추진돼 과학계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권 교수 최근 2년 동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 전염병 관련 예산 책정 등의 이유로 R&D 예산이 크게 늘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IMF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증액됐던 예산이 삭감되면서 충격이 컸다. 현장에선 학문후속세대 육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도 크다. 민 소장 예산이 대폭 깎인 과제 중에는 ‘연구개발 100선’에 꼽혔던 우수 연구도 있다. 이런 점이 연구자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젊은 연구원들은 이직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윤 교수 R&D 예산이라는 과학 정책을 다룰 때 과학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R&D를 크게 ‘기초과학’과 ‘전략적 R&D’로 나눌 수 있는데,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선 적은 예산을 골고루 연구자들에게 지원하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 분야 어느 연구에서 성과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해 저변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정책인 WCU(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는 이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대가 초빙한 석학의 수업을 들은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였다. -내년 R&D 예산이 삭감된 건 사실이지만 정부 역시 삭감보다는 예산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가 R&D 예산은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밝혔다. 민 소장 기술과 시대 변화에 맞춰 R&D 예산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없지는 않았다. 연구기관이 R&D 과제를 경쟁 수주하게 한 단기연구중심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편화돼 있는 단기 과제에 맞춰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풍토가 됐다. 단기 프로젝트별로 성과를 평가하는 이런 풍토가 한국의 R&D 역량을 낮춘다고 지적해도 20여년 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권 교수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 연구진에게 불리한 환경들이 있다. 정부 출연 연구원을 이끄는 원장의 임기가 3년, 연임을 해도 6년에 묶여 있다. 일본과 미국에선 정치적 리더십에 관계없이 10년 이상 연구원의 리더십이 유지된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 학과장 중에는 10~20년 동안 직을 유지하기도 한다. 연구용 장비 구입 예산을 즉시 지급받지 못하는 예산 체계도 안타깝다. 장비 구입이 지체되는 2~3년 동안 해외의 경쟁 연구자가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던 본인의 연구를 수행해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윤 교수 2021년 리더 연구자로 선정된 이후 9년 동안 안정적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말부터 운영된 이 정책 프로그램 덕분에 예측 가능성을 갖추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기초과학을 키워 성과를 내고 싶다면 예측 가능하며 다양한 연구를 보장하는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권 교수 연구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건 일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국립대 교수들이 많다. 국립대 교수들만 받을 수 있는 연구비 지원 제도가 있어서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제도이지만 일단 연구를 시작하면 몇십 년 정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노벨상급 연구 역량을 키워 준 것이다.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고 부러워하는데, 이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최 이후 기초과학을 키우는 쪽으로 연구비 지원 제도를 전환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기존 주요 R&D 사업의 추진 절차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경험 때문에 R&D 예산 증액 동력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 권 교수 오랜 기간 전략적 R&D 위주로 ‘패스트 팔로어’ 정책을 펴서 국가 기술력을 끌어올린 경험을 지닌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도 크게 투자하면 성과가 날 것으로 믿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초과학의 성과를 이루기까진 복합적인 요인들이 갖춰져야 한다. 인구구조만 봐도 지금까지 연구를 수행하던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은 감소하고 외국 연구자 충원은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연구 분야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한편으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기존에 없던 연구 기회들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숙으로의 변화, 양질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체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민 소장 AI 분야에서도 한국이 새롭게 집중해야 할 연구과제들이 빠르게 쌓이고 있으며 이 과제들 속에 ‘퍼스트 무버’의 길이 있다. AI 공개모델만 해도 최근 ETRI가 적정 사이즈의 모델을 개발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 모델에 자체 보유 데이터를 결합해 초격차 혁신 R&D를 수행할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 교수 AI 응용을 통해 신약 개발 분야 역시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긴 시간 신약 개발 역량은 큰 연구소나 제약회사에서 소수의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노력을 해 얻을 수 있다고 여겼었는데, AI를 활용하면서 신약 개발의 기회가 한국의 연구소로도 확대될 수 있었다. 권 교수 기술적으로 새 전기를 맞이하기는 반도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으로서는 반도체 산업에서 계속 우위를 점해야 할 과제와 동시에 반도체 산업을 제조업의 후방산업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부문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산업별로 맞춤형 혁신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민 소장 양질 전환에 본격 착수한다면 국가 R&D에서 집중해야 할 ‘공공의 선’에 대해서도 숙고해야겠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산업을 활성화하는 분야에서 국가 R&D의 역할이 과거처럼 크지 않다. 민간 투자가 어려운 미래원천 R&D 등 공공의 선을 증진시키는 기술에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
  • 경찰, 경비함정 비리 의혹 전 해경청장 압수수색

    경찰, 경비함정 비리 의혹 전 해경청장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해양경찰이 경비 함정 도입 과정에서 고의로 성능을 낮춰 발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자택, 발주업체 대리점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해경과 발주업체 사이에 유착 관계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해양경찰청 본청, 지난 7월에는 발주업체 대리점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서해 전력 증강사업의 하나로 3000t급 경비함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3000t급 함정의 평균속력이 28노트(시속 52㎞)인데 해경이 24노트(시속 44㎞)로 성능을 낮춰 발주했다’며 입찰 과정에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김 전 해경청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 [인사]

    ■서울신문 ◇콘텐츠본부△정치부장 김경두△사회부장 백민경△경제부장 유영규△산업부장 주현진△문화체육부장 김미경△국제부장 최여경△세종취재본부 부장 임일영△기획취재부장 홍희경△국제부 전문기자 윤창수△뉴미디어국 수석부장(국장급) 박상숙 ■동원그룹 ◇승진△동원F&B 부회장 김재옥 ◇신규 선임△동원홈푸드 축육부문 대표이사 전무 이영상 ◇위촉업무 변경△동원시스템즈 2차전지사업부/소재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조점근 ■hy ◇신규 선임△대표이사 부사장 변경구
  • [데스크 시각] 자유와 참여를 초월하는 민주주의는 가능할까/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자유와 참여를 초월하는 민주주의는 가능할까/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서른여섯 살 대표에게 시행착오를 권한다. 그가 막히는 지점이 한국정치 과제의 지도가 될 테니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승리를 이룬 뒤 급하게 기획된 책의 저자로 참여해 썼던 글에 이런 내용을 담았었다. 30대 대표에 대한 기대는 탁월한 전략이나 유려한 발언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저 기성정치 문법과는 다른 어투, 기존 정치적 사고흐름에서 벗어난 논리가 한국 정치의 뉴노멀을 열 수 있기를 바랐다.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이라는 경쾌한 제목의 이 책은 ‘이준석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꽤 둔탁한 부제를 단 채로 출간됐다. 책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매스컴을 탔다. 아직 국민의힘 입당 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 주말 이 전 대표와의 ‘치맥 회동’에서 이 책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책에 배울 점이 많다”고 추천했고, 이 전 대표는 속표지에 ‘승리의 그 날까지’라고 쓴 뒤 사인했다. 공저자 12명이 모인 단톡방은 환호했다.경쾌한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했고, 이 전 대표는 시행착오를 실천할 기회 없이 축출됐다. ‘이준석 현상’의 요소 중 하나였던 무당층 또는 제3지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실천적 정치의 움직임은 사라졌다. 한국정치는 ‘3김 정치’가 끝난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계로 재편됐다. 적대적인 두 당의 관계를 왜 공생이라고 부를까. 이십여년이 넘게 두 당이 중원에서의 대결을 피하고, 자기 진영 후방관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이를테면 집권한 보수정당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구분하기 위한 ‘이념 전쟁’에 몰두했다. 국사 교과서가 올바르게 서술됐는지가 이 진영의 단골 화두가 됐다. 경제개발 주역의 ‘승계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사투의 결과다. 집권한 민주당 계열은 ‘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비교하며 ‘쪽수 전쟁’을 불사했다. 누가 더 많이 열렬한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로 리더를 결정했다. 지지자를 많이 모으지도 못했으면서 리더의 견해에 반기를 들면 지지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모멸을 견뎌야 했다. 역으로 보편적인 국민정서에 어긋날지라도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원하는 정책이 채택되기도 했다. 이런 정치가 오랫동안 이어진 끝에 중장기 정책 과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뤄지고, 지연됐다. 지난 주만 해도 국민연금 개혁 시간표가 늦춰지는 일이 생겼다. ‘58년 개띠’가 은퇴한 데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 687만명의 은퇴가 임박해 오는 중이지만 국회는 물론 정부도 ‘수치’가 빠진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고령화와 지역의료 위기가 임박한 다음에야 의대 정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2025학년도 대입안에 반영하려면 내년 4월까지는 논의를 끝내야 하는데 역시나 얼마나 늘릴지 수치는 각자의 예상에 맡겨 둔 상태다. 관련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의대 정원 논의의 대전제 중 하나인 의료수가 개편 관련 논의도 지지부진할 뿐이다. 이런 정치 속에서 정책은 매우 우연히 또는 긴박하게 타결돼 왔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로제도와 같은 정책은 사법부 판결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내신 9등급제 대신 5등급제를 채택한 ‘2028 교육과정’ 정책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재량이 보다 강화될 텐데, 교권을 강화하자는 호소가 엉뚱하게 이 정책에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중원 대결을 피하는 정치가 무엇을 놓치는지는 모호할 수도 있다. 때를 놓친 정책으로 치환하면 좀더 명확하다. 연금개혁의 적기를 놓침으로써 노후는 불안해지고 노동정책의 기준이 급작스럽게 이뤄질수록 산업 현장이 겪어 내야 할 비용은 커진다. 보수는 자유를, 민주당계는 참여를 잠시 내려놓고 중원에서 만날 길이 있을까.
  •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에 서울신문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가 선정됐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본사 세종취재본부 홍희경, 박승기, 이은주, 강주리, 이영준, 박기석, 곽소영, 유승혁 기자가 상을 받았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신문기획상, 프로그램상, 마케터상, 공로상 등 4개 분야에서 ‘2023 KAA 어워즈’ 수상작을 선정했다. 한국광고주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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