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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단독] ADHD의 습격, 학교가 아프다 [마음 성적표 F-지금 당장 아이를 구하라]

    18세 이하 코로나 이후 2배 급증… “가위로 선생님 머리카락 싹둑, 칼부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어할 훈육 수단이 사라진 교실, 이른바 ‘교실붕괴’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교사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제 새 학기부터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더이상 아동학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문제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제도일 뿐이다. 각종 갈등을 야기한 학생의 문제행동과 정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쪽으로의 변화는 첫발도 떼지 못했다. 사고 이후 대책만 있고 예방 조치는 없는 학교라면, 학생들은 사고를 치기 전까지 또다시 방치된다. 더이상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을 지닌 정서·행동 장애 학생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선 현장을 5회에 걸쳐 전한다.싹둑.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허공에 가위질을 이어 가던 1학년 아이에게 교사가 “이제 가위는 넣어두고 책을 펴 볼까”라고 말을 건네는 순간 아이가 들고 있던 가위가 교사의 눈앞으로 쭉 뻗어 나왔다. 책상 위로 떨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아이가 더 놀랐을까 봐 교사는 괜찮은 척,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뒤 옆 머리 한 움큼이 댕강 잘린 채로 나머지 수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옆 학교에서는 문구용 커터칼로, 다른 교실에서는 우산으로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소문이 최근 몇 년간 퍼지더니 초등 저학년 교실 책상 속 바구니에서 날카로운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수업에 꼭 필요할 때만 가위를 나눠 주도록 정한 학교도 생겼다. 평소 위험한 행동을 하는 몇 아이만 가위를 교실 뒤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했다가 학부모가 ‘차별’이라고 항의하자 아예 모든 학생에게서 가위를 뺏도록 규칙을 정한 것이다. 초등 저학년 교실에 가위를 두지 못하거나 안전사고가 걱정돼 학교 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나중에 이상하게 활용될지 모른다며 교사들이 졸업앨범 사진을 찍지 않을 정도로 지금 우리 학교의 질서는 깨졌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충동 범죄가 학교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던 일일 정도로 무질서한 상태다. 지난달 서울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 교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공공장소에서 시민을 향해 칼을 휘두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자동차를 돌진시킨 이상동기범죄가 일어났을 때 교사들은 분을 참지 못해 수업 중 책상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던 초등 고학년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민원 담당 공무원을 향해 무례하게 항의하는 민원인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밤에도 전화하던 학부모가 떠오르고, 정치인 피습 사건이 일어나면 보드게임 규칙을 바꿔 달라고 떼를 쓰다 돌연 옆에 있던 물건을 친구를 향해 집어던지던 아이가 생각난다. 쉬는 시간마다 짝꿍을 쫓아다녀 결국 짝꿍이 등교를 거부했던 이야기, 2~3시간이 넘게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 수업 중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더니 운동장 한편에서 색연필을 갈아 물에 타 마시려던 아이를 겨우 말린 이야기까지…. 특히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다양해지고 심해졌다고 말하던 한 교사는 25일 “교실에서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고 냉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행동을 책임지느라 쉬는 시간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말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그 징조로 29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에 빗대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강력 사건들을 설명한다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는 이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사고와 징후를 축적하는 공간이 된 듯한 모습이다. 교사들은 대형사고를 막았을지 모른다는 보람 대신 무기력과 소진, 번아웃을 호소했다. 최근 교사들이 통제해야 하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은 그저 철 모르는 아이들의 개구진 행동을 넘어서 임상적인 진단과 치료 없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이 보이는 산만함·충동성·과잉행동은 교사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10월 좋은교사운동이 유·초·중 교사 6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수업하는 교실에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87.1%였는데, 위기학생 유형을 구분하는 복수응답 조사에서 78.6%가 ADHD를 꼽았다. 정확한 진단을 근거로 답한 게 아니라 교사가 봤을 때 ADHD 성향이 보이면 ADHD로 답변한 내용이어서, ADHD를 선택한 78.6% 안에 불안장애·품행장애 등 유사 ADHD 증상들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반항(52.9%), 품행(50.5%), 무기력(49.7%) 등이 뒤를 이었다.실제로 코로나19를 전후해 ADHD 진단(초진)을 받은 18세 이하 인원은 급증했다. 2018년 연간 1만 7904명이던 18세 이하 초진인원은 2022년 3만 5973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ADHD 초진 인원은 6070명에서 3만 2323명으로 4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ADHD 진단, 치료를 받지 않는 인원까지 더하면 교사들은 ADHD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고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ADHD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는 우울·자살 등의 내재화 질환을 먼저 살핀다. 아이들의 과잉행동이나 반항행동을 ‘치료’가 아닌 ‘교육’의 영역으로 보고 있어서다. 그러나 ADHD적인 행동들은 본인이 통제하기 어렵고,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와 교육이 이뤄져야 완치될 수 있다. 역으로 아동기에 적절한 ADHD 치료와 교육을 받지 못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엔 권위를 무시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사춘기 이후에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품행장애’, 성인이 돼선 ‘약물남용’이나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발병할 여지가 커진다는 연구들이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ADHD 아동 대부분은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특수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9만 2968명이던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2년 10만 3695명으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정서·행동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된 인원은 2182명에서 1865명으로 줄었다. 정서·행동장애를 특수교육에 넣지 않은 까닭에 한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은 1.6%(2020년 기준)로 호주(18.8%·2017년), 미국(14.1%·2018~2019년), 일본(5.0%·2019년)에 크게 뒤진다. 물론 같은 특수교육이라도 시각·청각장애 교육이 장애교육이라면, ADHD 학생을 위한 교육은 학생 맞춤형 교육에 가깝다. 미국에서는 ADHD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 상담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청 담당자 등이 맞춤형 학습계획을 짜고 시험 시간을 늘려 주거나 보조교사를 배치하는 등의 수업지원을 한다. 미국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이 ADHD 학생 지도에 개입하지만 한국에서는 담임교사와 부모가 다 알아서 지도해야 한다. 특히 교사가 ADHD 맞춤형 지도를 위한 첫걸음으로 진단·상담을 하려고 해도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이때 가장 큰 피해는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ADHD 학생에게 돌아간다.
  •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동료시민’은 ‘도도독시민’을 알 수 없는 알고리즘/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내가 알면 남들도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지식을 상식이라고 이름 붙이기 쉽다. 실제로는 나도 알고 상대도 알아야 상식이다. 사전은 ‘정상적인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라고 상식을 정의하지만 애초에 정상 일반인이 누군지, 일반 지식이 무엇인지 명쾌하지 않은 시대다. 현실에서 상식의 뜻은 뉴스, 대중문화, 미디어, 법과 제도를 곁눈질하며 서로의 지식 수준을 맞추어 온 과정이자 결과로 바뀌어 가는 것 같다. 상대가 상식이라며 해 준 말을 못 알아들을 때나 나의 상식에 기반해서 던진 농담이 허공에 흩어지면 창피하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동료시민’이란 신조어를 제시했을 때에도 또 그 창피함을 느끼고 말았다. “동료시민? 도도독시민 아니고요?”라고 정성들여 던진 농담 뒤 어색한 침묵. 동료를 얘기하는데 왜 도도독이란 말이 나오는지 맥락을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 이 침묵 반응을 일으킨 주범은 알고리즘이다. 도도독이 무엇인지 틱톡과 유튜브 검색을 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 걸그룹 르세라핌이 지난해 여름 월드투어를 했다. 공연 중 김채원이 팬들을 향해 “너 내 동료가 돼라”라고 선언한다. 그런데 한 공연에서 발음이 꼬이는 바람에 “너 내 도도독”이라고 실수를 했다. 이후 실수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데 이어 동료 아이돌들이 이 실수를 언급하거나 모방하는 ‘도도독 챌린지’가 잇따랐다. 그렇게 도도독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재생되고 패러디되고 확대됐다. 반 년치가 쌓인 지금쯤이면 종일 봐도 될 만큼의 관련 콘텐츠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10대에선 1000만 조회수가 나와도 한 위원장 관련 영상 사용자들에겐 표시되지 않는 게 도도독 영상이다. 시청한 영상과 유사한 영상만 골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습득할 지식을 영리하게 분류한 덕분이다. #정치에 관심 많은 #중년인 나 역시 사춘기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긴 일이 없었다면 도도독을 알 리 없었다. 도도독 몰랐다고 알고리즘을 검열의 주범인 양 보는 건 비약일 수 있다. 원래 어른들은 10대의 유행에 무지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은 어떨까. 도도독 챌린지가 유행하던 지난해 여름 정치권에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 쪽에서 “극우 유튜버나 주장할 만한 얘기”라는 비판이 나왔고, 궁금해진 김에 극우 유튜버의 논리를 알고 싶어 검색했다. 홍범도 극우, 홍범도 반국가 등 온갖 검색어를 동원해도 우파 유튜버 채널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우리 공군이 홍범도 장군 유해를 호위하는 추천 영상을 클릭했다가 뒤늦게 감격하기도 했다. 기존 시청 영상과 다른 견해를 드러내는 영상을 배제하는 게 알고리즘의 또 다른 주요 임무임을 그때 알았다. 한 번 의심하니 끝이 없다. 최근 웹툰과 드라마를 휩쓰는 ‘회귀물의 범람’은 대중의 요구였을까, 알고리즘이 유도한 바일까. ASMR을 들어야 잠이 잘 오는 건 새로운 생체리듬의 발견일까, 알고리즘이 작정한 유행일까. 먹방부터 연애까지 영상으로 만족할 수 있게 된 건 디지털 전환 성공 조짐일까, 그저 감정까지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된 결과일까. 알고리즘이 추천한 대로 지식이 쌓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진일보하고 개인화 기기에 AI가 장착되는 온디바이스 AI 원년이 된다는 올해 알고리즘의 지배력은 더 커진다고 한다. 심화되는 알고리즘 의존의 결과는 무엇일까. 확증편향을 넘어 중독을 문제로 보기도 한다. 자크 라캉의 사위 자크알랭 밀레는 “21세기 전반적인 모델이 중독”이라며 약물뿐 아니라 일, 스마트폰, 페이스북이 모두 중독을 부추길 자극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번 본 것보다 자극적인 새 콘텐츠가 나왔다는 ‘알림’에 반가워 하다 요즘 내 지식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도시가 해답’…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 포럼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도시가 해답’…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 포럼

    ‘지방소멸 위기 극복, 교육 도시가 해답이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5~6일 이틀간 거창문화센터 등 거창군 일대에서 거창군 평생학습도시 20주년 기념식 및 정책포럼을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행사에는 구인모 거창군수, 이홍희 거창군의회 의장, 거창군 평생학습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구인모 군수는 환영사에서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평생학습을 통해 지역 정주 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초가 될 뜻깊은 포럼”이라며 “거창군의 평생학습을 재디자인하는데 큰 의미를 더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1부는 거창군 평생학습 20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교육도시와 뭐든지 가능한 더 큰 학교 거창군의 교육방향에 대한 선포식, 기념패수여,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평생학습도시 정책 ‘톱(TOP) 20’을 선정해 키워드로 보는 거창의 평생학습을 선정하여 참석자들과 성과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거창군 평생학습 발전과 문화 확산, 촘촘한 네트워크를 위해 협력한 20명의 평생학습 관계자에게 감사패를 수여해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2부에는 ‘지방소멸, 교육도시가 해답이다’을 주제로 인구소멸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과 교육도시와 평생학습의 운영 방안에 대한 정책포럼이 열렸다. 정책포럼은 이희수 중앙대 교수의 기조 강연과 허준 영남대 교수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박선경 오산대 교수, 경남도립거창대학 평생교육원 강병두 원장,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김유미 사무처장, 삶과 앎 대표 전하영 박사가 토론했으며 이원근 창신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을 이어갔다. 이희수 교수는 평생학습도시를 통해 지방시대를 여는 키워드로 교육발전특구와 지·산·학 협력의 총아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제시했다. 허준 교수는 ‘지방소멸 농촌교육 우리가 몰랐던 진실들’ 이라는 주제로 인구절벽시대에 농촌교육의 징조와 희망에 관한 발표를 했다. 한편 거창군은 2003년 경남에서 최초로 학습도시로 선정돼 연간 500여개의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과 학습동아리로 평생학습문화를 확산해 왔다. 2016년도에는 국내 최초 군단위 박람회 개최, 국제교육도시연합회 가입, 스탠퍼드 대학 협약 글로벌캠프 운영, 인문도시사업 추진, 대학평생학습 체제개편 LIFE사업 및 직업고등교육 HIVE사업 등 평생학습 고도와 사업을 추진은 물론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일반계 고등학교에 30명이 입학하는 우수사례를 기록했다. 거창군은 뭐든지 가능한 더 큰 학교라는 주제로 평생학습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방시대를 구현하고 지역교육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교육발전특구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 文정부, 공무원 표류 알고도 방치… 피살 뒤엔 “수색 중” 언론 플레이

    文정부, 공무원 표류 알고도 방치… 피살 뒤엔 “수색 중” 언론 플레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상황을 방치했고 이후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있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장성 2명과 통일부 국장 등 현직 7명에겐 문책성 징계를, 1명에게는 주의를 각각 요구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게는 기록을 남겨 공직 재취업 때 불이익을 받도록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이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지 않고 방치해 이씨는 약 38시간 동안 바다에 표류했다. 이 사이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쯤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이를 통일부 등에 알리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은 오후 7시 30분 전에 퇴근했다. 국방부는 이씨의 신변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을 발송하지 않았고 해경도 추가 정보 파악 및 국방부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통일부 담당 국장은 오후 6시쯤 관련 정황을 파악했지만 장차관 보고, 대북 통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오후 10시 넘어 퇴근했다. 합참은 통일부 주관 상황이라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22일 오후 9시 40분에서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됐다. 안보실은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다. 자료를 삭제하라는 국방부 지시로 합참은 새벽에 담당자를 불러 군사정보체계(MIMS)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고, 이후에도 관련 비밀자료 123건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이씨가 아직 실종 상태인 것처럼 기자들에게 알리고 대북 전통문까지 보냈다. 해경은 이씨의 피살 정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피하기 위해 수색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7시간 뒤로 고쳐 국회에 보고했다.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당시 이씨가 슬리퍼를 벗어 뒀고 혼자만 구명조끼를 착용했다며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실제로는 슬리퍼가 이씨의 것인지,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방부, 국정원 등은 월북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월북 판단을 기초로 한 안보실의 대응 지침을 따랐다. 이씨의 도박·이혼 등 부정적인 사생활도 부당하게 공개했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서훈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미 재판을 받고 있고 공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이 낮다며 인사자료 통보 대상에선 제외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서 전 안보실장과 박 전 국정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가 기관의 방치, 보고 누락·삭제, 각종 증거에 대한 분석 결과 왜곡, 증거의 취사선택, 조직적 은폐 시도 등 정권의 주도하에 치밀하게 조작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날의 사건을 은폐하려던 관련 책임자들은 반드시 엄중한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편향된 감사 결과라며 반발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총선 때마다 자행했던 ‘북풍 몰이’”라며 “어떤 사실관계 변화도 없이 어떻게든 전임 정부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의지와 이를 충실히 수행하는 감사원”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대통령 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니 다시 감사원이 등장했다”고 비난했다.
  •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하고 조직적 은폐·월북몰이”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하고 조직적 은폐·월북몰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직후 상황을 방치했고, 이후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는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당시 청와대 안보실과 해양경찰청,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들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있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결론냈다. 감사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장성 2명과 통일부 국장 등 현직 7명에겐 문책성 징계를, 1명에는 주의를 각각 요구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게는 공직 재취업 때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2020년 9월 21일 새벽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날 오후 3시 30분쯤 북한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한이 이씨를 구조하지 않고 표류 상태로 방치하던 사이 안보실은 오후 5시 18분쯤 북한 해역에서 이씨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았는데, 이를 통일부 등에 알리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은 오후 7시 30분 전에 퇴근했다. 해경도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 파악 및 국방부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고, 당시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을 총괄한 통일부 국장은 장·차관 보고, 대북통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합참은 통일부 주관 상황이라 군에서 대응할 게 없다며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22일 오후 9시 40분에서 10시 50분 사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소각됐다. 그러자 23일 새벽 1시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은 군사정보체계(MIMS)에 탑재된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이후에도 관련 비밀자료 123건을 삭제했다. 국방부는 이씨가 아직 실종 상태인 것처럼 알리고 대북전통문까지 보냈다. 해경은 이씨의 피살 정보를 두 차례나 받고도 언론의 의혹 제기를 피하기 위해 수색 구조 활동을 계속했다. 통일부는 사건 최초 인지 시점을 7시간 뒤로 고쳤다. 이후 안보실과 국방부 지시로 각 기관들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을 토대로 이씨가 월북했다고 몰아갔고,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로 이씨의 사생활이 부당하게 공개됐다고도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서 전 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 등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조직적 은폐·왜곡”

    감사원 “文정부,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조직적 은폐·왜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 감사결과 발표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엄중조치 통보“사망 전 발견하고도 방치, 참변 후 일제히 ‘월북몰이’”작년 중간 발표 때 20명 수사요청…서훈·박지원 등 재판 중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피격) 사건’ 최종 감사 결과가 7일 발표됐다. 감사원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지난 당시 상황을 방치하고, 사건 이후에는 관련 사실을 은폐·왜곡했다고 결론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사건이다. 감사원은 정부가 이씨 사망 전에는 손을 놓고 방치했고, 북한의 피살·시신 소각 후에는 사건을 덮으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봤다. 이에 감사원은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관계 기관들에도 별도의 주의 요구를 내렸다. 13명 중 주요 인사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주요 감사 결과’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표한 중간 감사 내용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감사보고서 원문은 국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 사망 전 발견하고도 장시간 방치…안보실 조기 퇴근, 통일부는 보고 누락 감사 결과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당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쯤 조기 퇴근했다. 서훈 안보실장도 조기에 퇴근했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서해 공무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고 이씨 무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당일 밤 퇴근했다. 합참 역시 당일 오후 4시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손을 놨다고 지적됐다. 국방부는 합참의 보고를 받고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할 필요성이나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안보실에 건의도 하지 않았다. ● 피살 후에는 은폐·왜곡…일제히 ‘월북몰이’ 이씨가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2시 30분쯤 합참에 이씨 시신 소각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가 실제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였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국방부, 국정원, 해경도 모두 ‘자진 월북’ 방침이 사실과 다르다고 파악했으나 그 방침을 따랐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점을 알고도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대국민 발표했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이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조치가 요구된 13명 중 서욱 전 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 등 퇴직자 5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이 징계 사유를 인사 기록에 남겨 향후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가도록 했다. 현직자는 징계 요구 7명, 주의 요구 1명 등 총 8명이다. 핵심 관련자인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은 인사 통보 조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사·재판을 받고 있고 공직에 재취업할 가능성이 작아 인사 기록 통보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여학생들, 포기로 세상을 바꾸다/홍희경 기획취재부장

    [데스크 시각] 그 많던 여학생들, 포기로 세상을 바꾸다/홍희경 기획취재부장

    산업화 세대든 민주화 세대든 한국 남성들이 쓴 현대사는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는 신조 아래 달성됐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1차 달성한 뒤에도 아직 더 할 일이 많다며 다른 의제들을 죄다 부수적으로 취급했다. 그 결과 1987년 민주화 이후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업화의 장남’이라고 자신하는 정당과 ‘민주화의 적자’라고 자부하는 당이 권력을 주고받는 정치가 공고하다. 정치 권력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도, 주요 그룹 사장단도, 여돌(여자 아이돌) 전국시대가 만개한 K팝 산업을 이끄는 프로듀서까지도 남성이 주류인 사회가 이어졌다. 이들이 사전에서 지운 포기는 동시대 여성들의 사전에선 빈출 단어였다. 1980년 22.2%이던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1990년 33.2%로 높아졌지만 이들이 30~40대일 때 여성 고용률은 매년 54~65%에 그쳤다. 동년배 남성이 30대(2000년대)일 때 고용률은 93% 아래로 떨어진 해가 없고, 40대(2010년대)가 돼선 매년 92% 이상이었다. 이 세대가 30대일 때 남녀 간 고용률 격차는 매해 27% 포인트 이상이었다. 이런 일을 예상이라도 한 듯 2001년 문정희 시인은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란 시를 발표했다. 1997년 나온 학술서 제목을 그대로 따온 시다.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 주고 있을까…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마치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져 ‘기록되지 않은 노동’에 헌신했던 그 많던 여학생들은 매년 이 무렵 배추의 포기를 셈했을 것이다. 새댁일 때는 시댁에 모여 몇십 포기씩 김장을 하고, 아이들이 좀 큰 뒤엔 식구 먹을 만큼 한다며 열몇 포기 김치를 담았을 게다. 그렇게 한 세대만큼을 보내고 2020년대 쉰 살 전후에 이르러 살림 주도권을 온전히 쥐게 되자 그 많던 여학생들은 포기를 다른 뜻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김장을 포기한다. 다른 먹거리가 많아져 예전만큼 김치에 젓가락이 가지도 않고, 과거처럼 가을에만 배추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닌데도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어져 온 중노동에 포기를 선언하며 김장포기족(김포족)이 됐다. 중단, 멈춤이란 뜻으로 쓴 포기는 악착같이 계속될 것 같은 세상을 단번에 바꿨다. 1인가구로 독립한 자녀의 원룸 냉장고에 이고 지고 간 김장김치를 채우는 대신 포장김치 몇 묶음과 각종 밀키트를 배달시키는 신종 엄마의 등장 이후 식품업계의 주력 품목이 교체됐다. 이들의 후배 세대는 김장을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해방됐다. 덕분에 날이 쌀쌀해지면 김장 준비를 하는 대신 김장 키트를 주문해 자녀들과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며 김장을 의례에서 놀이로 바꿀 수 있었다. 후배·자녀 세대가 이들이 포기한 덕을 보게 된 건 김장철의 일만은 아니다. 덕담으로 포장한 잔소리나 들을 게 뻔해도 명절이면 큰집에 가야 한다는 의례에 맞서 “엄마만 갈게. 너는 집에 있어도 돼”라고 해 준 여자 어른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결혼 적령기에 맞춰 시집 가라던 잔소리를 중단한 첫 세대도 대체로 이들이다. 한숨인 듯 푸념인 듯 “딸아. 너는 엄마처럼 참고 살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자신들이 가부장적 의례를 지킨 마지막 세대가 되겠다는 각오로 세상을 바꿨다. 돌이켜보면 그 많던 여학생들이 포기를 통한 소리 없는 혁신에 공모했던 것이다. 중단, 멈춤, 포기를 통한 혁신은 견고하고 아름답다. 혁신안·쇄신안·개선안으로 이름을 바꿔 가며 덧칠해 갈 뿐 ‘최종 혁신안’은 끝내 요원한 모습들과는 다르게 일단 포기가 일어나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견고하다. ‘내 세대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세상의 부당함을 자기 안에 품은 채 후배 세대에게 인출하지 않고 소멸시켰다는 점은 아름답다. 현실을 성실하게 살아내 미래를 바꾼 그 많던 여학생들에게 감사한다.
  • “R&D 예산 논란, 임계점에 이른 과학기술시스템 혁신의 계기 돼야”

    “R&D 예산 논란, 임계점에 이른 과학기술시스템 혁신의 계기 돼야”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기초과학’ ‘전략적 R&D’ 구분 지원예측 가능하고 다양한 연구 보장을AI 활용 신약 개발 기회도 잡아야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 연구소장‘단기연구중심과제’ 단기 성과 집착시대 변화 맞춰 예산 체계 바꾸고‘공공의 선’·‘미래원천 기술’ 집중해야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잦은 리더 교체 등 연구 환경 불리인구 감소에 외국인 충원 불가피반도체 등 산업별 혁신 기반 조성을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소수에게만 허용되던 신약 개발의 문이 넓어지고 제조업이 새 혁신 기회를 찾는 전기가 마련되고 있습니다.” “노벨상을 향했던 막연한 열망들이 연구의 다양성을 키우자는 인식으로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유럽에서 과학을 하려고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단기 비자 때문에 좌절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33년 만에 처음으로 차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한 정부 조치는 향후 과학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돌연한 예산 삭감에 이직 준비를 한다는 연구원이 등장하고 R&D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한탄이 나오는 와중이지만, 한편에선 국가 R&D 지원체계 변화가 당장 필요하다는 성찰이 시작됐다. 신구 산업의 발전적 조화, 기초과학 육성 전략 수정, 인구구조에 맞춘 연구인력 재배치 등 예산이 증액될 때는 시급하지 않았던 중장기 과제를 다룰 적기란 뜻이다. 생물물리학 연구로 2021년 리더 연구자로 선정돼 신약개발 연구 중인 윤태영(47)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인 권석준(44)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AI 연구를 이끄는 민옥기(58)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지능창의연구소장이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한 좌담회에서 본격적으로 혁신의 방향을 모색했다. 좌담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홍희경 기획취재부장의 진행으로 열렸다.-지난 6월 R&D 예산안 삭감이 급하게 추진돼 과학계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권 교수 최근 2년 동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원, 전염병 관련 예산 책정 등의 이유로 R&D 예산이 크게 늘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IMF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증액됐던 예산이 삭감되면서 충격이 컸다. 현장에선 학문후속세대 육성이 어려워질 것이란 걱정도 크다. 민 소장 예산이 대폭 깎인 과제 중에는 ‘연구개발 100선’에 꼽혔던 우수 연구도 있다. 이런 점이 연구자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젊은 연구원들은 이직해야 하는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윤 교수 R&D 예산이라는 과학 정책을 다룰 때 과학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R&D를 크게 ‘기초과학’과 ‘전략적 R&D’로 나눌 수 있는데,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선 적은 예산을 골고루 연구자들에게 지원하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 분야 어느 연구에서 성과가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해 저변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정책인 WCU(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는 이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대가 초빙한 석학의 수업을 들은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였다. -내년 R&D 예산이 삭감된 건 사실이지만 정부 역시 삭감보다는 예산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가 R&D 예산은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밝혔다. 민 소장 기술과 시대 변화에 맞춰 R&D 예산 체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없지는 않았다. 연구기관이 R&D 과제를 경쟁 수주하게 한 단기연구중심과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편화돼 있는 단기 과제에 맞춰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풍토가 됐다. 단기 프로젝트별로 성과를 평가하는 이런 풍토가 한국의 R&D 역량을 낮춘다고 지적해도 20여년 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권 교수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한국 연구진에게 불리한 환경들이 있다. 정부 출연 연구원을 이끄는 원장의 임기가 3년, 연임을 해도 6년에 묶여 있다. 일본과 미국에선 정치적 리더십에 관계없이 10년 이상 연구원의 리더십이 유지된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 학과장 중에는 10~20년 동안 직을 유지하기도 한다. 연구용 장비 구입 예산을 즉시 지급받지 못하는 예산 체계도 안타깝다. 장비 구입이 지체되는 2~3년 동안 해외의 경쟁 연구자가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던 본인의 연구를 수행해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윤 교수 2021년 리더 연구자로 선정된 이후 9년 동안 안정적으로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말부터 운영된 이 정책 프로그램 덕분에 예측 가능성을 갖추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기초과학을 키워 성과를 내고 싶다면 예측 가능하며 다양한 연구를 보장하는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권 교수 연구의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건 일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국립대 교수들이 많다. 국립대 교수들만 받을 수 있는 연구비 지원 제도가 있어서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제도이지만 일단 연구를 시작하면 몇십 년 정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노벨상급 연구 역량을 키워 준 것이다. 일본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다고 부러워하는데, 이는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최 이후 기초과학을 키우는 쪽으로 연구비 지원 제도를 전환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기존 주요 R&D 사업의 추진 절차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경험 때문에 R&D 예산 증액 동력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 권 교수 오랜 기간 전략적 R&D 위주로 ‘패스트 팔로어’ 정책을 펴서 국가 기술력을 끌어올린 경험을 지닌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도 크게 투자하면 성과가 날 것으로 믿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초과학의 성과를 이루기까진 복합적인 요인들이 갖춰져야 한다. 인구구조만 봐도 지금까지 연구를 수행하던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은 감소하고 외국 연구자 충원은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연구 분야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한편으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기존에 없던 연구 기회들을 빠르게 만들고 있다. 지금이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숙으로의 변화, 양질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체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얘기다. 민 소장 AI 분야에서도 한국이 새롭게 집중해야 할 연구과제들이 빠르게 쌓이고 있으며 이 과제들 속에 ‘퍼스트 무버’의 길이 있다. AI 공개모델만 해도 최근 ETRI가 적정 사이즈의 모델을 개발해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다. 기업들이 이 모델에 자체 보유 데이터를 결합해 초격차 혁신 R&D를 수행할 역량을 갖출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 교수 AI 응용을 통해 신약 개발 분야 역시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긴 시간 신약 개발 역량은 큰 연구소나 제약회사에서 소수의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노력을 해 얻을 수 있다고 여겼었는데, AI를 활용하면서 신약 개발의 기회가 한국의 연구소로도 확대될 수 있었다. 권 교수 기술적으로 새 전기를 맞이하기는 반도체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으로서는 반도체 산업에서 계속 우위를 점해야 할 과제와 동시에 반도체 산업을 제조업의 후방산업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산업 부문별로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산업별로 맞춤형 혁신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민 소장 양질 전환에 본격 착수한다면 국가 R&D에서 집중해야 할 ‘공공의 선’에 대해서도 숙고해야겠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산업을 활성화하는 분야에서 국가 R&D의 역할이 과거처럼 크지 않다. 민간 투자가 어려운 미래원천 R&D 등 공공의 선을 증진시키는 기술에 국가가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겠다.
  • 경찰, 경비함정 비리 의혹 전 해경청장 압수수색

    경찰, 경비함정 비리 의혹 전 해경청장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해양경찰이 경비 함정 도입 과정에서 고의로 성능을 낮춰 발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자택, 발주업체 대리점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해경과 발주업체 사이에 유착 관계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해양경찰청 본청, 지난 7월에는 발주업체 대리점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해경은 지난해 12월 서해 전력 증강사업의 하나로 3000t급 경비함을 도입하기로 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3000t급 함정의 평균속력이 28노트(시속 52㎞)인데 해경이 24노트(시속 44㎞)로 성능을 낮춰 발주했다’며 입찰 과정에 비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김 전 해경청장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 [인사]

    ■서울신문 ◇콘텐츠본부△정치부장 김경두△사회부장 백민경△경제부장 유영규△산업부장 주현진△문화체육부장 김미경△국제부장 최여경△세종취재본부 부장 임일영△기획취재부장 홍희경△국제부 전문기자 윤창수△뉴미디어국 수석부장(국장급) 박상숙 ■동원그룹 ◇승진△동원F&B 부회장 김재옥 ◇신규 선임△동원홈푸드 축육부문 대표이사 전무 이영상 ◇위촉업무 변경△동원시스템즈 2차전지사업부/소재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조점근 ■hy ◇신규 선임△대표이사 부사장 변경구
  • [데스크 시각] 자유와 참여를 초월하는 민주주의는 가능할까/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자유와 참여를 초월하는 민주주의는 가능할까/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서른여섯 살 대표에게 시행착오를 권한다. 그가 막히는 지점이 한국정치 과제의 지도가 될 테니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승리를 이룬 뒤 급하게 기획된 책의 저자로 참여해 썼던 글에 이런 내용을 담았었다. 30대 대표에 대한 기대는 탁월한 전략이나 유려한 발언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저 기성정치 문법과는 다른 어투, 기존 정치적 사고흐름에서 벗어난 논리가 한국 정치의 뉴노멀을 열 수 있기를 바랐다.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이라는 경쾌한 제목의 이 책은 ‘이준석 전후사의 인식’이라는 꽤 둔탁한 부제를 단 채로 출간됐다. 책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매스컴을 탔다. 아직 국민의힘 입당 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 주말 이 전 대표와의 ‘치맥 회동’에서 이 책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책에 배울 점이 많다”고 추천했고, 이 전 대표는 속표지에 ‘승리의 그 날까지’라고 쓴 뒤 사인했다. 공저자 12명이 모인 단톡방은 환호했다.경쾌한 이야기는 딱 여기까지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했고, 이 전 대표는 시행착오를 실천할 기회 없이 축출됐다. ‘이준석 현상’의 요소 중 하나였던 무당층 또는 제3지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실천적 정치의 움직임은 사라졌다. 한국정치는 ‘3김 정치’가 끝난 이후 늘 그랬던 것처럼, 양당의 적대적 공생 체계로 재편됐다. 적대적인 두 당의 관계를 왜 공생이라고 부를까. 이십여년이 넘게 두 당이 중원에서의 대결을 피하고, 자기 진영 후방관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이를테면 집권한 보수정당은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구분하기 위한 ‘이념 전쟁’에 몰두했다. 국사 교과서가 올바르게 서술됐는지가 이 진영의 단골 화두가 됐다. 경제개발 주역의 ‘승계자’로서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사투의 결과다. 집권한 민주당 계열은 ‘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비교하며 ‘쪽수 전쟁’을 불사했다. 누가 더 많이 열렬한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로 리더를 결정했다. 지지자를 많이 모으지도 못했으면서 리더의 견해에 반기를 들면 지지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모멸을 견뎌야 했다. 역으로 보편적인 국민정서에 어긋날지라도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원하는 정책이 채택되기도 했다. 이런 정치가 오랫동안 이어진 끝에 중장기 정책 과제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미뤄지고, 지연됐다. 지난 주만 해도 국민연금 개혁 시간표가 늦춰지는 일이 생겼다. ‘58년 개띠’가 은퇴한 데 이어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 687만명의 은퇴가 임박해 오는 중이지만 국회는 물론 정부도 ‘수치’가 빠진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고령화와 지역의료 위기가 임박한 다음에야 의대 정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2025학년도 대입안에 반영하려면 내년 4월까지는 논의를 끝내야 하는데 역시나 얼마나 늘릴지 수치는 각자의 예상에 맡겨 둔 상태다. 관련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나아가 의대 정원 논의의 대전제 중 하나인 의료수가 개편 관련 논의도 지지부진할 뿐이다. 이런 정치 속에서 정책은 매우 우연히 또는 긴박하게 타결돼 왔다. 예컨대 주 52시간 근로제도와 같은 정책은 사법부 판결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내신 9등급제 대신 5등급제를 채택한 ‘2028 교육과정’ 정책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재량이 보다 강화될 텐데, 교권을 강화하자는 호소가 엉뚱하게 이 정책에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중원 대결을 피하는 정치가 무엇을 놓치는지는 모호할 수도 있다. 때를 놓친 정책으로 치환하면 좀더 명확하다. 연금개혁의 적기를 놓침으로써 노후는 불안해지고 노동정책의 기준이 급작스럽게 이뤄질수록 산업 현장이 겪어 내야 할 비용은 커진다. 보수는 자유를, 민주당계는 참여를 잠시 내려놓고 중원에서 만날 길이 있을까.
  •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본지,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 수상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에 서울신문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가 선정됐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본사 세종취재본부 홍희경, 박승기, 이은주, 강주리, 이영준, 박기석, 곽소영, 유승혁 기자가 상을 받았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신문기획상, 프로그램상, 마케터상, 공로상 등 4개 분야에서 ‘2023 KAA 어워즈’ 수상작을 선정했다. 한국광고주협회 제공
  •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586은 물러나라’는 구호가 정치판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제는 낡았으니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라는 요구다. 1960년대 출생으로 6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 나이들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이라 숫자도 많다. 정치판 아니라도 이들의 퇴장은 벌써 시작된 지 오래다. 이 사람들의 팔팔한 20대 청춘 시절은 스마트폰이나 비디오 게임이 없었기에 음악이나 시(詩) 같은 예술과 인문학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즈음 삼성 마이마이, 소니 워크맨 등 라디오가 딸린 휴대용 녹음기가 나왔는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나 대중가요 테이프를 들으며 깊은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송창식, 윤형주, 조용필, 정태춘, 박은옥, 양희은, 이문세, 해바라기(이주호, 유익종) 등 586 청춘의 가슴을 뛰게 했던 가객들의 인기는 얼마나 높았으며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는 또 얼마나 청춘들의 심금을 울렸었던가! 그때 한국항공대학교 캠퍼스 밴드 활주로가 대학가요제에서 ‘탈춤’으로 떴는데 배철수 등 멤버 몇이 록밴드 ‘송골매’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노래를 불렀으니 바로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시절에 들었노라. 고락에 겨운 내 입술로 모든 얘기할 수도 있지만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였다. 구창모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으로 합류하기 전이었다. 『디어 마이 송골매』는 그 당시 송골매라면 ‘미치고 환장했던’ 청춘들, 이제는 어느덧 퇴장할 나이가 돼버린 ‘아줌마 네 명’을 주인공 삼아 이경란 작가가 쓴 장편소설이다.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이름을 알렸던 작가는 소설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다섯 개의 예각』, 장편소설 『오로라 상회의 집사들』(2022. 은행나무)을 썼다. 홍희, 은수, 미호, 기민은 송골매 ‘광팬(덕후)’으로 똘똘 뭉치는 사이였지만 결혼 후 각자의 삶에 눌리면서 또는 돈거래의 섭섭함 때문에 연락이 두절됐다. 사람 사는 일이 누구나 다 그렇다. 세계의 작가들이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집안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불행한 집은 제각각 이유로 불행하다’를 소설의 가장 뛰어난 첫 문장으로 꼽는다 했던가? 네 명 주인공 역시 제각각의 십자가를 지고 그렇게 40년 세월을 헤쳐왔다. 앗! 그런데 이게 웬일? 그 송골매가 38년 만에 재결합해 콘서트 <열망>을 연다는 것이다. ‘배철수, 구창모 아저씨’가 다시 함께 무대에 서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며 ‘탈춤’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말이다! 2022년 9월 11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의 일이었다. 식당 홀에서 일하는 베테랑 홍희 아줌마가 주문받은 음식 그릇을 손님의 바지에 쏟을 만큼 경천동지할 뉴스가 분명했다. 소설은 이 콘서트를 계기로 연락 없이 살던 옛 전우(?)들이 다시 뭉치는 과정을 훈훈한 휴먼 스토리로 풀었다. 작가 자신이 실제로 송골매에 푹 빠져 살았으니 네 명 중 어느 한 명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하여간 이 기회에 인터넷으로 송골매 재결합 콘서트 <열망>을 꼭 보고, 영화 <쎄시봉>으로 그리운 트윈 폴리오(송창식, 윤형주) 형들도 다시 만나고, <아치의 노래>로 정태춘, 박은옥 부부도 챙겨야 하겠다. 꼭 다시 만나야 할 가객이 또 누구누구가 있더라?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광고주가 뽑은 신문기획상에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광고주가 뽑은 신문기획상에

    광고주가 뽑은 올해의 신문기획상에 서울신문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 등 5편이 선정됐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신문기획상, 프로그램상, 마케터상, 공로상 등 4개 분야에서 ‘2023 KAA 어워즈’ 수상작을 선정해 5일 발표했다. 신문기획상은 서울신문의 홍희경, 박승기, 이은주, 강주리, 이영준, 박기석, 곽소영, 유승혁 기자가 ‘산업현장 발목 잡는 비자제도’ 시리즈로 수상한다. 시상식은 오는 1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되는 2023 한국광고주대회에서 열린다.
  • [데스크 시각] 원전이 박사라면 수소는 학문 후속세대/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원전이 박사라면 수소는 학문 후속세대/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산업통상자원부 내 에너지 관련 부서를 멀찍이서 보다 보면 ‘우산 장수, 부채 장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전 정권 탈원전 정책에 휩쓸려 조사·감사를 받던 공무원들에게 이제 볕 들 날 오겠구나 싶던 것도 잠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담당 공무원들이 조사·감사 대상이 됐다. 일전에 ‘나라가 잘살게 된 공의 8할은 우리 기업의 분투 덕이지만, 그 이면엔 한국전쟁 종전 이후 한 차례 끊김도 없이 산업용 전기를 공급한 에너지 정책이 있었다’고 강조하던 관료의 자긍심에 상처가 남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철강·석유화학·반도체까지 한국 주력 산업은 전기를 많이 쓰는 방향으로 재편돼 왔다.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값싸게 전력을 대량 공급하는 원전 없이는 불가능했던 산업 경로였다. 이런 경로를 무시한 채 원전 배제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권의 결정은 다양한 후과로 이어졌다. 국제 에너지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영한 국내 에너지 가격, 한국전력의 적자와 이로 인한 채권시장 불안정 등이 그것이다. 더 큰 문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된 ‘에너지의 정치화’ 양상이다. ‘원전 찬성ㆍ반대’ 또는 ‘원전이 현실적 대안ㆍ신재생에너지 지향’으로 대립을 이루는 정치 구도 속에서 절충지대가 설 곳은 사라졌다. 일단 정치화가 된 뒤에는 응당 그 분야의 핵심 기능은 사라지고 무한한 논쟁만 소비될 뿐이다. 정치화를 완화시킬 방법 중 하나가 분류를 다시 하는 일, 즉 새로운 큐레이션이다. ‘에너지의 정치화’만 본다면 새 큐레이션이 시급한 대상이 수소에너지다. 되살펴 보면 ①한국은 세계 최초로 2020년에 ‘수소경제 육성 등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만든 나라다. ②청정에너지원인 수소는 신재생에너지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③전 정부의 수소 관련 정책이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력과 자급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활용도를 높이는 데 집중됐다. 그래서 수소란 말을 들으면 수소자동차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 세 가지 특성은 수소 에너지를 원전의 대척점에 세우는 큐레이션을 유도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 격인 친환경·신재생 에너지임을 앞세워 수소 에너지 정책을 우대(①, ②)한 데다 원전을 멈추고 조금만 기다리면 수소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③)에 홍보를 집중한 탓이다. 실상 수소는 그런 게 아니다. 수소는 연료전지 발전기를 통해 탄소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원료다. LNG와 섞어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해 발전 부문의 저탄소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다. 해외에서 대량생산한 수소를 들여오거나 LNG를 개질하고 탄소를 제거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기술과 제반 시설을 구축하는 일이 문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주요국 정부는 청정 수소 생산·저장·운반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을 늘리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6월 ‘국가 청정 수소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고, 일본은 최근 ‘수소기본전략’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소한 2025년까지는 ‘미래 에너지’로 분류될 수소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도록 시장을 먼저 키우는 구상이 각국의 전략에 담겼다. 반면 지금 한국에선 연초 기대를 모았던 ‘청정수소 입찰시장’ 개설에는 속도가 나지 않는 모양새다. 청정 수소의 범위 규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규제 불확실성’ 또한 이어지고 있다. 탈원전 이전까지 에너지 정책이 정치화의 늪에 빠지지 않았던 비결은 따로 있었다. 에너지 정책이 미래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탈원전이라는 과거를 지금 되돌린 건 중장기 에너지 수급의 관점에서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나아가 수소 등 원전 다음이라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시야를 넓히지 않는다면 ‘에너지의 정치화’는 되풀이될 뿐이다.
  • [데스크 시각] 직을 거는 장관과 제로베이스 정치/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데스크 시각] 직을 거는 장관과 제로베이스 정치/홍희경 세종취재본부 부장

    4.5~5.5. 중도 매체 기자라면 기사를 균형감 있게 써야 한다며 선배들은 이 숫자를 유독 강조했다. 극보수와 극진보가 10만큼 떨어져 있다고 보고 그 중간 지점으로 5±0.5 수치에 빗댄 가르침을 받았다. 보혁 양쪽 견해를 모두 습득하고 가급적 왜곡 없이 반영해 기사를 쓰는 기술을 익히는 데 꽤 오랜 훈련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은 따로 있었다. 보수정당 계열의 국민의힘과 민주당, 0~10 스펙트럼의 기준점이 돼야 할 두 정당에 대한 이념성향 진단이 제각각이었다. 유럽 정당들에 견주면 한국 민주당은 보수당이라거나, 정의당도 진보정당이 아닐 수 있다는 견해들이 공론화된 적이 있다. 이념 지형이 단순해진 요즘 관심이 향하는 곳은 ‘방법론’이다. 정통 보수세력임을 자처하는 정권이 여러 대상을 ‘이권 카르텔’이라고 지칭하는 일이 늘고 있어서다. 카르텔을 지목한 뒤엔 기존 정책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보겠다고 공표하는 중이다. 기존 관행을 부정하고 전 정권의 오류를 타개할 목표를 ‘카르텔’이라고 지칭하며 ‘제로베이스’로 정책을 다시 짜겠다고 할 때마다 정ㆍ반ㆍ합의 과정을 거쳐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 방법론인 변증법이 떠오른다. 헤겔이 창안하고 마르크스와 마르크시스트 학자들이 확장시킨 ‘새빨간 철학’이 보수 정권의 정책 무기가 된 모습은 생소하기도 하다. 사회의 변혁을 갈등론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주로 변증법에 매혹된다. 사회를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대결하는 장으로 보고, 둘 사이 거대한 갈등이 폭발한 끝에 사회 변혁을 이룬다는 게 갈등론이다. 갈등이 만연화될수록 사회는 기능을 잃거나 해체 위기에 직면하고, 각성이나 파국의 과정을 거친 뒤 변화하게 된다. 갈등론의 대척점에 ‘기능론’이 있다. 사회 구성 요소들이 유기체처럼 얽혀 있어 서로 의존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유지시킨다고 보는 관점이다. 기능론에서도 기득권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구별 역시 사회라는 유기체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진 구조라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론이 마르크시스트의 사상이라면 기능론은 냉전시대 자유 진영인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학문이다. 기능론은 사회에서 나타나는 반작용·부작용을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로 보고 법·제도·정책을 활용해 반작용을 해소시키는 방안을 고민한다. 이 때문에 갈등론을 마르크시스트의 관점으로, 기능론을 보수의 관점으로 본다. 물론 흑묘백묘다. 보수 정권이라고 갈등론적 시각을 갖지 말란 법도 없는 데다 마르크시스트가 변증법에 대한 전속 사용권을 지닌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보수가 갈등론적 시각과 오랜 기간 조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 갈등론을 설파하고 변증법적 역사 진화를 이루기 위해선 사실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대상이 ‘거악’이어야 한다. 상대가 조커와 같은 악당이어야 배트맨이 도시 전체를 부숴 가며 타진할 명분이 생긴다. ‘조커와 같은 악당’이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사회에 오로지 해악만 끼치는 절대 악이어야 한다. 둘째, 조커 하나만 제거하면 사회 문제 전부가 해결될 수 있을 정도로 온갖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여야 한다. 사교육, 건설, 연구개발 등 ‘이권 카르텔’ 장본인으로 지목된 집단들이 사회에 끼친 해악이 이번에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을 장관마다 직을 걸 정도로 사회에 오로지 해악만 끼친 집단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참에 이 집단을 베어서 없애 버리면 축적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두 질문 모두를 선뜻 긍정할 수 없는 건 앞서 진보 정권에서 적폐청산으로 시작해 조국 사태를 거치는 동안 정·반·합이 아니라 정·반·정·반이 무한 반복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쯤 겪었으면 ‘합’의 경지는 애초에 불가능하고, 변증법적 역사의 진화란 그저 이상일 뿐이란 점을 인정해야 할 것도 같다.
  • “北 국기 태권도대회 게양할 듯… 국제제재 위반”

    “北 국기 태권도대회 게양할 듯… 국제제재 위반”

    북한이 4년 가까운 국경 봉쇄를 풀고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가운데 국제 제재를 어기고 북한 인공기를 게양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도쿄신문은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회 개·폐막식과 메달 수여식 때 북한 국기가 게양될 가능성이 높다”며 “(평양) 지도부도 크게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1년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북한이 도핑 관련 국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 게양을 금지했다. 외부감시단이 6회 이상 북한 반도핑기구를 시찰해야 제재가 풀리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제기구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번 대회에서 국기 게양을 기대하는 것은 ITF가 사실상 자국의 기구이기 때문이다. ITF는 ‘태권도 창시자’인 대한민국 장성 출신 최홍희가 세운 단체로, 한국이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별개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최홍희는 국내 태권도 파벌 싸움과 박정희 정권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뒤 북한을 오가며 태권도를 보급하다 평양에서 사망했다. 한편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하는 60~70명의 북한 선수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날 오후 6시쯤 랴오닝성 단둥에서 침대기차를 탄 이들은 14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전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린 뒤 38인승 버스 2대가 플랫폼으로 들어오자 기차에서 내려 옮겨 타고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갔다. 북한 선수들은 단둥에서 고속열차로 5시간 정도면 베이징에 올 수 있지만 14시간이 넘는 야간열차를 선택했다. 한국 언론과 외신이 북한의 선수단 이동에 앞서 예상 동선과 일정을 보도하자 고속철도 이동 계획을 취소하고 야간열차로 바꿔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들은 18일 항공편으로 베이징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 카자흐 태권도대회서 북한 국기 게양할 듯…국제기구 제재 위반

    카자흐 태권도대회서 북한 국기 게양할 듯…국제기구 제재 위반

    북한이 4년 가까운 국경 봉쇄를 풀고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수권대회에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가운데 국제기구 제재를 어기고 북한 인공기를 게양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도쿄신문은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대회 개·폐막식과 메달 수여식 때 북한 국기가 게양될 가능성이 높다”며 “(평양) 지도부도 크게 기대한다”고 전했다. 2021년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북한이 도핑 관련 국제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대회에서 북한 국기 게양을 금지했다. 외부감시단이 6회 이상 북한 반도핑기구를 시찰해야 제재가 풀리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제기구 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제재 상황에도 북한이 이번 대회에서 국기 게양을 기대하는 것은 ITF가 사실상 자국의 기구이기 때문이다. ITF는 ‘태권도 창시자’인 대한민국 장성 출신 최홍희가 세운 단체로, 한국이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T)과 별개다.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최홍희는 국내 태권도 파벌 싸움과 박정희 정권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뒤 북한을 오가며 태권도를 보급하다 평양에서 사망했다.한편,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하는 60~70명의 북한 선수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6시쯤 랴오닝성 단둥에서 침대기차를 타 14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전 베이징역에 도착했다. 선수들은 일반 승객이 모두 내린 뒤 38인승 버스 2대가 플랫폼으로 들어오자 기차에서 내려 옮겨타고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갔다. 북한 선수들은 단둥에서 고속열차로 5시간 정도면 베이징에 올 수 있지만 14시간이 넘는 야간열차를 선택했다. 한국 언론과 외신이 북한의 선수단 이동에 앞서 예상 동선과 일정을 보도하자 고속철도 이동 계획을 취소하고 야간열차로 바꿔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수들은 18일 항공편으로 베이징에서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 ‘해경청장 메일 수백차례 무단 열람’…해경 간부 구속

    ‘해경청장 메일 수백차례 무단 열람’…해경 간부 구속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고위 간부들의 인터넷 메신저 계정에 수백차례 몰래 접속해 이메일을 열람한 해경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해경 간부 A(3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2월 23일∼11월 2일 당시 김홍희 해경청장 등 해경 간부·직원 51명의 인터넷 메신저 계정에 951차례 몰래 접속해 이메일 내용 등을 열람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직원들이 같은 초기 설정 비밀번호 등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메신저에 무단으로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경 감찰계장의 전자메일에는 300회 이상 무단으로 접속해 그가 수신한 이메일 대부분을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해경 주요 보직자의 이메일에 무단 접속한 횟수는 해경청장 14회, 해경청 수사국장 133회 감사담당관 113회, 인사담당관 40회 등이다. 그는 해경 내부 소문이나 사건·사고 등 내용을 확인하려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 판사는 “피고인은 범행 기간이 길고 횟수도 많고 사건 범행에 이용한 컴퓨터를 포맷하기도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 공무원 상당수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영향 이유를 밝혔다.
  • “세계 잼버리, K컬처 알리는 기회… 위축된 청소년 활동 살아나야”

    “세계 잼버리, K컬처 알리는 기회… 위축된 청소년 활동 살아나야”

    “세계 잼버리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K팝과 K푸드로 대표되는 K컬처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오는 8월 1~12일 전북에서 열리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를 앞두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스카우트 대원복을 입고 잼버리 참가자들을 만났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신문라운지에서 열린 ‘청소년과의 대화’에서다. 158국 4만 3000명… 종교·언어 넘는 화합의 장 자연에서의 야영 활동을 통해 각국 청소년들과 문화를 교류하며 우정을 쌓을 수 있어 ‘문화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잼버리를 앞둔 청소년들만큼 김 장관도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158개 나라, 4만 3000여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잼버리를 준비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는 KTX를 수도 없이 탔다는 김 장관은 세계 청소년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교류하는 장으로서 잼버리의 성공을 확신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5일 ‘청소년이 기대하는 잼버리’라는 주제로 김 장관과 스카우트 대원들의 생각을 미리 들어 봤다. 홍희경 서울신문 세종취재본부 부장이 김 장관과 권화이·고현수 스카우트 대원, 이소현 운영요원, 정성윤 유스부장이 참여한 좌담회를 진행했다.-32년 만에 세계 잼버리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김현숙 장관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4년마다 모여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교류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 청소년 행사다. 우리는 1991년 강원도 고성 잼버리 이후 32년 만에 개최하는데, 두 번 이상 개최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여섯 번째다. 1920년부터 시작한 잼버리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이번에 4만 3000여명이 참여해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류가 또 한 번 확산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K팝과 K푸드 등 K컬처로 전 세계 청소년들이 인종·종교·언어의 벽을 넘어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 또 우리나라는 VR·AR·로봇 등 뛰어난 전자장비 기술을 갖고 있어 관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이것을 활용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스마트한 잼버리가 될 것이다. 청소년들 열린 마음으로 참여한국 문화 전도사가 되었으면 -대원들 역시 밤에 잠이 안 올 만큼 설렐 것 같다. 고현수 32년 만에 찾아온 기회인 만큼 잼버리는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 전 세계 4만명 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이는 데다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야외 활동을 한다고 해서 기대된다. 또 국내에 있을 때는 만나지 못하는 외국 대원들은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른지, 어떤 문화생활을 즐기는지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소현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을 기대하며 스카우트를 시작하는 만큼 많은 경험을 쌓고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행사 기간 동안 대원들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잼버리를 마쳤으면 좋겠다. 정성윤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대원들도 있을 텐데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잼버리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평소 알지 못했던 문화와 가치를 느끼며 ‘내가 살아온 세상이 정말 좁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시야를 넓혀 가는 것 자체가 자신의 꿈을 넓히는 과정과 유사하지 않을까 한다. 영어 잘 못해도 먼저 다가가야잼버리서 다양한 문화 경험을 -이번 잼버리를 어떤 마음으로 즐기면 좋을지 조언한다면. 김 장관 이미 열린 마음으로 오겠지만, 청소년들이 더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이번 잼버리 축제는 이슬람과 유대인 등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다.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청소년들이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여러 문화를 받아들이면 좋겠다. 특히 우리 대원들이 한국 문화의 전도사가 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나라는 문화 강국인 만큼 외국 대원들에게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알려줄 수 있다. 어른들이 미국 팝송을 들으면서 여가생활을 즐겼다면, 지금 아이들은 방탄소년단(BTS) 음악을 들으면서 자란다. 예전에 스웨덴에 간 적이 있는데, BTS 노래를 즐겨 듣던 스웨덴 복지부 차관이 내가 말하는 게 노래처럼 들린다고 하더라. 이처럼 우리는 잼버리 축제를 즐기는 동안 한국의 음식과 음악을 소개해 주고 자연과 문화유산도 알려줄 수 있을 정도로 열린 마음으로 임하면 좋겠다. 정성윤 그동안 잼버리 축제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것은, 국제행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외국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팁을 주자면, 영어가 잘 안되더라도 먼저 다가가서 말 한마디 걸어 보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셜미디어(SNS) 팔로우를 하는 등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최근에 대만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이번 잼버리를 준비하며 알게 된 스카우트 지도자께서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그리고 현지인만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도 소개해 주셨다. 누군가가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다가가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다. 권화이 MBTI(성격유형검사) 결과가 ‘I’로 조금 내성적인 편이다. 2019년 미국 잼버리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잼버리 행사에는 거리낌 없고 활발한 친구들만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나처럼 조곤조곤 말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다른 대원들과 공통점을 발견해서 친근감을 금방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과거의 나처럼 비슷한 걱정을 하는 참가자가 있다면, 그 걱정을 잠시 주머니 깊은 곳에 넣어두면 좋겠다. 전 세계 4만명 넘게 모이는 대규모 행사이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외국 대원들은 여럿 존재한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문화를 교류하면 좋겠다. 외국 대원과 좋은 추억 만들 것대원 모두 건강하게 마쳤으면 -12일간의 잼버리를 계기로 청소년의 일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 김 장관 여성가족부에 와서 현황을 살펴보니 청소년 활동이 위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청소년들이 교과 중심으로만 활동하고 코로나19 때 야외활동이 줄어든 탓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여가부는 지난해 ‘학교 안팎 청소년 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6월에는 학교 안팎에서 청소년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더 넓은 학교에서 청소년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장관의 약속 2호’를 발표했다.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국립청소년수련시설의 활동 공간과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책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학교인 것이 아니라 울타리 밖에서도 학교라 생각하고 활동하는 게 목표다. 즉 더 넓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잼버리가 그 출발점이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를 기점으로 해서 청소년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좋겠다.-다음달 잼버리에서 만날 대원들에게 당부할 말은. 이소현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더 뜻깊고 기대되며, 외국 대원들과도 아쉬움 없이 교류하고 잼버리 자체를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대원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신경을 써준 만큼 별 탈 없이 행사가 끝나기를 바란다. 고현수 내 친구들은 스카우트 활동을 잘 알지 못한다. 이번 잼버리를 계기로 내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스카우트 활동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잼버리에 참여하는 대원들이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면서 후회 없이 할 것 다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권화이 이번 기회로 한국 내에 스카우트 활동이 잘 알려지고 청소년들이 참여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선후배 스카우트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가 잼버리 행사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얻어 가길 바란다. 김 장관 앞서 ‘장관의 약속 2호’를 얘기했는데 ‘약속 1호’는 ‘청소년들의 마음과 몸이 모두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블루나 우울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하는데, 잼버리 활동을 하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다 떨쳐내길 바란다. 그리고 더 넓은 학교를 만들겠다는 약속처럼 이번 잼버리가 세상 전체를 울타리로 만드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청소년이나 스카우트 대원이 아니면 잼버리에 참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에는 일일 방문객을 받고 일정 범위 내에서는 체험활동을 하도록 했다. 전라북도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청소년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을 잘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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