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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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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감성’다시 밀려온다

    미국 할리우드의 공세에 밀려 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홍콩영화 2편이 간판을 내건다.‘첨밀밀’에서 환상의 콤비를이뤘던 장만옥과 여명이 5년만에 다시 만난 멜로 ‘소살리토’(Sausalito·16일 개봉)와,유덕화가 모처럼 감성연기를 선보이는 액션드라마 ‘파이터 블루’(Fighter Blue·23일 개봉). 먼저 ‘소살리토’.장만옥이 ‘화양연화’ 다음으로 선택한 멜로로,부담없이 가볍다.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기사로 생계를 잇는 이혼녀와 전도유망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의사랑이야기가 수채화처럼 그려진다.그러나 ‘첨밀밀’의 애상은 기대할 수 없다.간간이 운치있는 화면이 감성을 자극하지만,TV 트렌디 드라마처럼 통속적이고 진부한 느낌이다. ‘풍운’‘극속전설’ 등의 유위강 감독이 처음 도전한 멜로.‘소살리토’란 샌프란시스코 해변에 있는 예술인 마을이름이다. 아기자기한 화면과 애절한 감정은 ‘파이터 블루’가 한수위다.지난해 데뷔 20년을 맞아 100번째 작품으로 찍은 영화에서 유덕화는 작정하고 감성연기를 했다. 그의 극중 역할은 한때 최고의 명예를 누렸으나 살인죄로십여년을 복역한 킥복싱 선수 맹호.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와 어렵게 찾은 딸과 힘겹게 화해하고,딸의 도움으로 다시 링위에 선다. 유덕화는 진지하고 따뜻한 부성애 연기를 원없이 해냈다.느린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면전개와 애잔한 배경음악이 그를잊고 있던 팬들에게 새삼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성월동화’를 연출했던 이인항 감독. 황수정기자
  • 중화권 영화가 떠오른다

    중반을 넘어서는 제5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중화권 및 동남아 영화가 눈에 띄게 선전하고 있다. 23개 경쟁부문 출품작 목록에서 아시아 영화가 5편을 차지한 가운데 현지에서의 활약이 기대 이상으로 돋보이는 쪽은 홍콩,타이완과 태국이다. 먼저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할리우드에 내주며 몇년째 침체의 늪에 허덕이던 홍콩.이번을 ‘권토중래’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표정이다.지중해변과 팔레 드 페스티벌 광장 사이에 설치된 마켓부스 집결지 ‘리비에라 구역’에서도 가장 떠들썩한 홍보공세를 펴는 쪽이 홍콩이다. 이번에는 정부기구인‘무역발전국’(Trade Development Council)까지 팔을 걷고 나섰다.차이나 스타,골든 하베스트,만다린 등 12개 영화사들을 후원하며 영화제 기간동안 20개 대표작들을 집중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일엔 쉬커(서극)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참석한 ‘홍콩영화의 밤’을 일찌거니 열어 시선을 끌었다.‘리비에라 구역’ 계단을 층층이 도배하다시피한 것도 홍콩영화 홍보문구들이다.영화제 소식지들이 홍콩영화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있는 건 그런 도전적인 홍보전술 덕이 크다. 90년대 후반들어 홍콩은 우위썬(오우삼)감독을 비롯해 쩌우룬파(주윤발),성룽(성룡) 등의 간판스타들이 할리우드로 속속 빠져나가 유래없는 슬럼프를 겪어왔었다. 중화권 영화의 선전은 영화제 후반으로 가면서 그 기세가 더할 전망이다.경쟁부문의 유력 수상후보작으로 꼽혀온 차이밍량 감독(타이완)의 ‘거기는 지금 몇시?’와 후샤오시엔(타이완)의 ‘밀레니엄 맘보’가 15일과 19일부터 공식상영에들어간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별 주목을 못 받아온 태국은 사상 최고액의 판매기록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첫날 비경쟁부문을 통해선보인 코믹액션 ‘Tears of the black tiger’는 하루아침에 영화제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촌스런 60년대 액션에 할리우드 서부극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작품.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 중에서도 잇속 밝기로 유명한 미라맥스에 5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에 팔렸다.이쯤되자 “진정한 뉴웨이브가나타났다”“미라맥스가 (영화제에서)맨먼저 사들인 영화”라는 등전문지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다뤘다.현지언론들은이들 세나라 영화의 부흥을 어느 때보다 밝게 전망하는 분위기다.영화제 일일 소식지인 ‘칸마켓 뉴스’는 “쿵푸를 소재로 한 ‘와호장룡’과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화양연화’의 세계시장 진출이 이들 나라의 영화 부흥에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칸 황수정특파원 sjh@
  • ‘미달이의‘ 북한 간다

    남한에서 제작된 유아·어린이용 교육비디오 ‘미달이의신나는 손놀이’가 북한에 첫 진출,남북교류에 새 장이 열리게 됐다. 홍콩에서 고선(高森)영화·비디오교역공사를 운영하는 장주성 사장(49)은 4일 종합엔터테인먼트사 (주)스펙트럼DVD(대표 박영삼)가 기획,제작한 교육비디오 ‘미달이…’의북한 진출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고 밝혔다. 충무로 영화인 출신으로 3년 전 홍콩에 진출,고선영화사를 설립한 장 사장은 지난해 가을 홍콩영화제 당시 조선영화수출입사(사장 최혁우) 관계자들에게 ‘미달이…’의 북한 배급을 제의한 뒤 6개월간 “밀고당기는 협상” 끝에성사시키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당초 비디오에 영어 노래 등 자본주의 냄새가짙고 남한의 고급 아파트 및 개성있는 어린이들의 차림새등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 등을 우려,반입에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영화수출입사는 그러나 “반세기의 단절로 문화적 이질감이 커진 남북한의 어린이들만이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장 사장의 끈질긴 설득에 반입 결정을 내렸으며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비디오 및 TV방송이 시작될 것으로 장 사장은 내다봤다. 홍콩연합
  • [우리 지자체 최고] (8)부산시 영상문화산업 육성

    부산에서 올 로케이션돼 대박을 터뜨린 영화 ‘친구’.이영화는 부산시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소방수들의 애환을 그린 ‘리베라메’와 ‘천사몽’도 그렇다.두 작품 모두 부산에서 촬영됐는데,부산시는 이때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에 12편이 이미 부산에서 촬영을 마쳤고,65편은 현재촬영을 신청해놓고 있는 등 부산이 우리 영화의 메카로급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 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왔다. ■의미 96년 영화제가 시작되면서 부산은 영화와 영상문화산업의 도시로 탈바꿈했다.프랑스 르몽드지의 “컨테이너·화물·신발공장의 도시인 부산이 세계 영화계의 지도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았다”는 격찬이 이를 반증해준다. 당초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처럼 성공하리라 장담한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누구나 지방이 갖는 취약점을 훤히 알고있었기 때문.하지만 출범 5년 만에 당당히 아시아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어깨를나란히 하게됐다. 이로써 부산은 단숨에 문화도시로,영화도시의 메카로 도약했다.아시안게임과 월드컵축구대회 등 굵직한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부산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데도 큰몫을했다. ■성과 96년 첫회때 31개국에서 169편의 영화가 출품됐고초청영화인 224명에 관객 18만4,000여명이 몰려 4억8,000만원의 순수 입장수입을 올렸다. 이어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 국가와 작품이 늘어 5회째인지난해에는 55개국 207편 상영에 입장수입 6억7,600여만원을 기록,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됐다. 영화제의 성공이 안겨준 파급효과는 엄청나다.우선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돼 시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높아졌고 영화·영상 관련산업의 발전가능성으로 어느 때보다 부푼 희망을 간직하게 됐다. 이미 영화제작사로 라이트하우스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헬로코리아 미디어사가 설립됐고,올 상반기중 부산영상벤처센터도 문을 연다.이곳에는 30개 업체가 입주,부산의 영상산업을 주도하게 된다. 최상의 영화촬영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해운대구 우동무역전시관에 스튜디오·분장실·작업실 등을 갖춘 2,000여평 규모의 실내 영화촬영 스튜디오와 야외 오픈세트장도들어설 예정이다. 한국 영화의 국제무대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도큰 성과며,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 점 역시 영화제가 안겨준 부산만의 축복이다. 부산시 정책개발실은 지난해 영화제가 지역경제에 미친효과를 393억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밖에 국내 최초로 영화촬영 유치 및 지원을 위한 부산영상위원회가 설립된 것도 국제영화제의 덕이다. ■성공비결은? 무엇보다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짜여진 조직위의 자율운영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 영화인들로 구성된 조직위의 집행위원과 전문가들이 자율적 운영을 맡고 부산시는 예산과 장소 제공,홍보 등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구분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상업성을 배제한 것도 주 요인이 됐다. 아시아의 유명 감독이나 재능있는 신인 감독의 수준높은 작품을 발굴하는데 주력,‘아시아영화의 세계화’라는 정체성을 확립한것. 부산시민의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과 자발적 참여에다 영화전문가 및 행정기관 등의 일체화된 의지를 잘 조화시킨점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영화제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단기간에 18만명이 넘는 고정관객을 확보한 힘의 원천이 됐다.홍콩영화제는 10만명을 동원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지난해 370명의 자원봉사자를 뽑을때 2,315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부산시민들의 봉사정신은 투철했다.그 결과 부산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지역 여성단체 대표 30명은 지난해 바자회를 열어 기금 1억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새 영화/ 순류역류

    지난달 내한했던 쉬커(徐克)감독은 “현재 홍콩영화계가 중요한 전환점에 서있으며,새로운 경향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었다.‘순류역류’(원제 Time&Tide·18일 개봉)는 할리우드로 간 홍콩의 쉬커가 할리우드 자본(콜럼비아)으로 새 화법을 모색한 하드보일드 액션이다.할리우드의 특수효과와 홍콩의 정통파 액션이 만난 덕분에 영화의 스케일은 기대만큼 선이 굵다. 무대는 홍콩.보디가드인 타일러(사정봉)와 일급 킬러인 잭은 우연히뒷골목 우정을 싹틔운다.거물급 인사들을 테러하기 위해 홍콩으로 원정온 옛 조직원들은 잭에게 동참을 강요한다.테러대상에 애인의 아버지가 끼어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잭은 목숨을 걸고 이를 막으려 하고,타일러가 얽혀든다. ‘젠 엑스캅’으로 국내에 알려진 홍콩의 인기가수 사정봉이 우정과순애보를 동시에 좇는 감성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인다.타일러는 하룻밤 사랑을 나눈 여자(서자기)에게 끈질기게 구애하는 순정파다. 감독은 액션 그 자체를 기술로써가 아니라 영화의 본격소재로 표현하려고 애썼다.그게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액션의 낭만성을 강조하는오우삼식 액션과 다른 대목이다.거친 액션의 건조함에 균형감각을 찾아주는 소재는 뜻밖에도 모성애다.쫓고 쫓기는 총격전 와중에 잭의애인이 아이를 낳는 마지막 부분에서 감독은 새삼 생의 가치를 웅변했다.러닝타임 1시간 52분. 황수정기자
  • 새 영화 ‘순류역류’ 홍보차 서울온 서 극 감독

    새 액션영화 ‘순류역류’(Time&Tide·11월18일 개봉) 홍보차 내한한 ‘홍콩의 스필버그’ 서극(徐克·50)감독이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촬영에서부터 특유의 유머감각을 발휘한 그는 1시간이 넘도록 성의있게 인터뷰에 응했다. ‘순류역류’처럼 할리우드 자본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특장을 묻는첫 질문에 그는 “세계적·보편적 문화를 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할리우드에 나란히 진출하는 등 홍콩액션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오우삼 감독과 자신의 영화세계를 비교해달라는 주문에는 “존 우(오우삼)는 남자주인공을 내세워 낭만적인 총싸움을 연출한다는 점이 내 영화와의 차이점”이라고 했다. ‘순류역류’는 홍콩의 테러사건을 소재로,사정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첩보액션.‘동방불패’ ‘천녀유혼’ ‘청사’ 등 이전의 무협물들과는 달리 모던액션으로 선회한 배경과 홍콩을 무대로 잡은 데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액션의 형태가 아니라 영화의 내용”이라면서“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지만,이미 6년전부터 홍콩무대를 염두에 두고 구상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홍콩영화의 인기가 최근 주춤하고 있는 배경을 놓고서도 한마디 덧붙였다.“97년 홍콩반환으로 홍콩영화계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운을 뗀 그는 “할리우드로 대거 진출한 영화인들이 적응과정을 거치고나면 다시 돌아와 새로운 영화적 시도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재 그는 방콕을 배경으로 ‘흑협2’를 제작중이다. 황수정기자 sjh@
  • 5회 부산국제영화제 막내려

    지난 14일 막내린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유일한 경쟁부문 ‘뉴커런츠(새로운 물결)’상의 영광을 이란의 여성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의 ‘내가 여자가 된 날’로 돌렸다.아이와 숙녀,할머니를 주축으로 한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란 여성의 억압적 현실을 그린 영화로,마르지예 감독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에는 잃어버린 사랑을 감상적으로 표현한 일본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해바라기’가 선정됐다.또 지난 1년동안제작된 한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1천만원의 기금이 주어지는 선재·운파펀드상은윤영호의 단편 ‘바르도’와 김소영의 다큐멘터리 ‘하늘색 고향’이 각각 차지했다.이번 영화제의 성과는 무엇보다 상영작들의 수준이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영화평론가 김시무씨는 “55개국의 초청작 207편 가운데 어떤 작품을 봐도 좋았을 만큼 수작이 많았다”고 평가했다.반면,두드러진 화제작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기도 했다.칸·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한작품들이 다시 나온 사례는 국제영화제 본연의 위상을 깎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외형적 성과로는 마켓기능이 강화된 점이 첫손에 꼽힌다.3회째인 프리마켓 PPP(부산프로모션플랜)가 비로소 ‘시네마트’로서의 제기능을 시작했다는 호평을 얻었다.사흘간의 행사에 참여한 국내외 제작사및 투자자는 500여명.상담은 지난해 160건보다 90건이 늘어난 250여건이 이뤄졌다.한국영화의 해외판로개척을 위해 신설된 ‘인더스트리 스크리닝’도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관계자들은 “중국과 일본에 치우쳤던 해외투자사들의 관심이 올해는 한국프로젝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파악했다. 9일동안 부산을 다녀간 관객은 18만명(유료관객 16만8,000여명),해외 게스트만 3,000여명(지난해 800여명)을 웃돌았다.관객의 성원부족으로 힘을 잃어가는 도쿄나 홍콩영화제에 견준다면,관객참여도나 해외인지도면에서는 국제영화제로서 손색없는 기반을 다진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확에도 불구하고 풀어야할 숙제들이 남았다.‘전시용’으로만 그치지않고 좀더 성의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자세가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PPP에서 일찍이 화제가 됐던 ‘삼형제’ ‘기억과 비망록’ ‘아버지’ 등이 필름수급 차질로 갑자기 상영취소된 점은 단적인 사례.지아장케의 ‘플랫폼’도 프린트가 늦게 도착해 한글자막없이 상영하다환불소동을 빚었다.뤽베송 감독의 방한이 소리소문없이 무산된 것도잔뜩 기대하던 팬들을 맥빠지게 만들기는 마찬가지. 현장운영에서의 허점 역시 적잖았다.입장권 예매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첫날부터 서버불통으로 이용자들은 애를 먹었다.매표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관객들이 상영 직전까지 매표소앞에 장사진을 치는 ‘원시적’풍경도 여전했다.해마다 반복되는 이같은 운영상의 문제점들은 주최측의 성의부족으로밖에 설명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
  • [네티즌 칼럼] 벤처는 흥행산업이 아니다

    흥행산업이라고 하면 70년대 전설같은 얘기가 떠오르곤 한다.계속된영화제작 실패로 인해 집안 재산은 물론 주변에 진 산더미같은 빚에충무로 뒷골목을 헤매고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이 피우다 버린 담배장초를 찾아 피우며 재기를 꿈꾸던 제작자 이야기들이 무성했다.어느 날 기사 딸린 벤츠나 BMW를 타고서 눈 앞에 보이는 건물을 샀다는둥 믿거나 말거나 할 전설같은 흥행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흥행산업이란 것은 한 순간의 흥행 성공으로 목돈을 쥘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지칭일 것이다. 영화산업을 폄하하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과거에는 어느 정도의 요행이나 운도 따라야 가능한 것이라 징크스나 뒷소문이 따라붙곤 했다. 예를 들면 방화 제목을 외국어로 지으면 성공할 수 없다든지,개그맨이경규 씨의 ‘복수혈전’도 같은 이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콩영화식의 작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든지,머리나 손톱을 자르면 실패한다든지 등등 흥행성공을 위한 갖가지 터부나 주문이 회자되기도 했다. 배경에는 아마도 돈벼락은 하늘이점지해주는 것이라는 심리가 있었던 것이다.한데 갑자기 벤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벤처산업이 각광받기 시작한지 어느덧 2∼3년이 되었다.각종 각광 속에서 대기업이 부러워 할 정도로 조 단위의 자산을 키운 벤처업체가 탄생하는가 하면하루아침에 억만장자가 되어버린 젊디 젊은 벤처인들을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경외심과 함께 나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기도 하고,또 신데렐라같은 이야기에 좌절을 하는 것이 요즘 일반 샐러리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특히 70년대 강남 땅투기처럼,벤처가 유행으로 퍼지면서 벤처의 정신보다는 파이낸싱을 좇아 돈이 돈을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길 없다.요즘들어 코스닥 몰락설에 닷컴 쇠락설,거품론 등이거론되면서 불과 6개월 전만 하여도 회사를 설립하면 무조건 닷컴을달아야 할 것처럼 열병이더니 어느새 점(·dot) 하나를 빼기 위해 이름까지 바꾸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파이낸싱은 자본주의의 꽃중의 하나이며 이것을 등한시하고서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벤처회사가 기술개발이나상품화·마케팅의 개척을 등한시하고 펀딩만을 한다면 심하게는 사채업이나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요즘 창투회사나 엔젤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우스갯소리로 온라인 비즈니스가 아닌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강조해야 가능하다고 한다.즉,하반기 들어서 인터넷 관련,특히 콘텐츠 관련업체에 투자된 예는 거의 없다고 한다.신소재나 바이오,장비관련으로 사업을 제출해야 출자가 용이하다는 것이다.실제로 발빠르게 벤처펀딩을 오프라인쪽으로 바꿔 움직이는 업체나 개인이 많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인터넷 콘텐츠 관련사업 운운하면 유행에 뒤떨어진,즉 흥행실패기업 취급을 받는다니 격세지감은 이를 두고 하는 말같다.뒤늦게나마 지난달 정부에서도 코스닥안정대책으로 대주주 지분이나 창투사들의 무분별한 주식매각행위 제한,대기업의 코스닥등록 강화,M&A 활성화 방안 등을 내놓았다.또 인터넷기업협회라는 곳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대상분야를 ‘생명공학,환경공학,정보공학업체’로 한정한 것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고도 한다. 내년에 또다시 인터넷 닷컴회사가 흥행에 성공하면 어떻게 바뀔지두고 볼 일이다.정책이나 벤처기업의 투기바람이 어떤 대세를 타고움직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하지만 벤처기업이 피라미드산업이나 흥행산업으로만 해석돼선 안된다는 점은 명백한사실이다. 벤처를 도전하는 기업이 유행이나 자금만을 좇기보다는 본래의 벤처정신으로 노력하는 벤처다운 벤처인을 만나보고 싶다.그래야 벤처가우리경제의 활력소로 떳떳한 대접을 받으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중심이 될수 있을 것이다. [김 문 정 ㈜카이아 기획이사]mooncv@hananet.net
  • 할리우드産 홍콩영화‘태풍’한국상륙

    ‘미션임파서블2’와 ‘글래디에이터’가 개봉관에서 내려오기가 무섭게 간판을 거는 새 영화 두편,‘샹하이 눈’(5일 개봉)과 ‘와호장룡’(12일 개봉).이래저래 관심이 쏠린다.할리우드 옹벽을 훌쩍 뛰어넘은 ‘홍콩산’ 남자들의 영화란 점에서 무엇보다 그렇다.성룡(재키 찬)과 주윤발(저우룬파).홈그라운드를 떠나 제대로 빛을 보게 된 두 남자의 ‘원정게임’이 올 여름 극장가에서 맞불을 지핀다. *내일 개봉 '샹하이 눈'. 댕기머리에 치마두른 성룡이 서부 총잡이들의 높은 코를 납작 뭉개놓는 코믹액션이다.1950년대 대표 서부극 ‘하이눈’을 패러디한 제목이 영화 내용얼개의 절반은 암시해주고 넘어간다.존 웨인에서 따온 주인공의 이름 ‘장 웨인’도 마찬가지다.‘아시아의 용’(성룡)이 구사하는 변함없는 쿵푸와 서부의 쌍권총이 스크린을 섞바꿔 누비는,‘퓨전액션’인 셈이다. 성룡의 올해 나이 마흔여섯.“언젯적 쿵푸스타냐?”고 심드렁해할 관객들을그는 정통쿵푸의 절도있는 박진감이 아니라 유머와 휴머니티 가득한 잔재미로 달래보려 했다.해서,기대만큼 액션스케일 자체가 큰 영화는 아니다. 1881년 중국 자금성의 공주(루시 리우)가 자금성에서 추방당한 전 근위병의음모로 납치된다.공주를 구하기 위해 황실은 근위대 무사 3인을 차출하는데,평소 공주를 흠모해왔던 장 웨인(성룡)이 구출단에 합류하기를 자처한다. 공주가 묶인 곳은 바다건너 미국 네바다주 카슨시티.울긋불긋한 자금성 근위병 복장을 그대로 입은 채 서부원정에 나선 장 웨인 일행은 ‘불가능한 미션’을 띠고 간다 싶을만큼 영 미더워보이질 않는다.아니나 다를까.카슨시티로 가는 열차안에서 신통찮은 총잡이 강도들에게 휘둘려 한바탕 혼줄이 빠진다.하지만 이때 만난 ‘인간적인’ 황야의 무법자 로이(오웬 윌슨)와 함께 장웨인은 엎치락뒤치락 어드벤처 버디무비를 엮어나간다. 인디언 마을에서 얼떨결에 결혼한 인디언 처녀 ‘낙엽’은 그가 불가능한 특명을 완수해내기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와준다. 할리우드에 입성한 성룡은 이 영화로 뿌리를 내릴 작정인 듯하다.할리우드가 새삼스레 손댄 서부영화에 주인공으로 등극했다는 대목만으로도 그에게 있어 이번 영화가 ‘홍번구’나 ‘러시아워’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이 감잡힌다.그는 시나리오의 원안을 직접 쓰고 제작을 총지휘했다. 영화를 만든 톰 다이 감독은 CF감독 출신으로,처음 극영화에 데뷔했다.12세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와호장룡'. 할리우드를 빛내주느라 주윤발도 바쁘다.‘애나 앤 킹’에서 조디 포스터를향해 그윽하고 근엄한 시선을 내리깔던 샴왕국의 왕은 이번엔 강호를 호령하며 보검을 휘두르는 무림의 고수다. 때는 여러 파벌의 무림들이 각축하던 청조(淸朝).전설의 보검 ‘청명검’을보유해 천하무적의 위용을 자랑해온 무당파의 수장이 자객 ‘푸른눈의 여우’에게 암살당하자,후계자인 리무바이(주윤발)는 비정한 무림세계에 회의를느껴 사랑하는 여인이자 무사인 수련(양자경)에게 보검을 맡기고 떠나려 한다.북경 세도가인 옥대인의 가문에 보관한 검이 정체모를 자객에게 도둑맞으면서 이야기는 한고비를 맞는다. 청명검을 훔친 장본인은 옥대인의 외동딸 용(장지이).정략결혼을 앞두고 방황하며 최고의 무공을 익히려 ‘푸른눈의 여우’를 스승으로 받들어온 용은무당파의 무공을 물려줄 후계자를 찾고 있던 리무바이의 눈에 띄고,보검을놓고 쫓고 쫓기면서 둘은 연정을 느낀다. 주윤발이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지만,실제로 영화는 ‘여인 무림천하’다. 시종 화면이 어지럽도록 몸을 날려대는 건 ‘리틀 공리’라 불리는 장지이와 액션스타 양자경이다.이들의 무술지도는 ‘매트릭스’로 액션마니아들을 휘어잡고 있는 원화평이 맡았다.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아이스 스톰’ 등을 연출한 이안 감독이 액션으로 눈을 돌려 자존심을 걸고 찍었다는 영화다.지난달 20일 내한한 감독은 첫 액션인 ‘라이드 위드 더 데블’(8월중 개봉 예정)을 “‘와호장룡’을 위한 워밍업이었다”고 잘라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화려한 권법에 기대 어물쩍 넘어가려한 대목이 거슬리기도 한다.어린 용이 신장사막의 도적 호(장진)와 인연을 맺던 지난날을 플래쉬백(회상)처리한 부분은 맥락없이 늘어진다. 근래 보기드물게 배경음악이 주목해볼만하다.중국출신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를 하고,‘뮬란’의 목소리 주인공 코코리가 노래한다.콜럼비아 트라이스타,소니픽처스 공동제작.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
  • 미니 시사/ 태양유이

    70∼80년대 홍콩영화의 뉴웨이브를 주도했던 엄호 감독의 ‘태양유이’(太陽有耳)는 ‘붉은 수수밭’,‘태양의 제국’,‘홍등’ 같은 대륙영화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광활한 대륙과 작열하는 붉은 태양은 이 영화에서도 그자체가 주요 오브제다.찬찬히 영화를 감상하고나면,‘태양에도 귀가 있다’라는 은유적 제목이 영화의 비극성을 잘 역설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1920년 중국의 시골마을이 무대인 영화는 한 여자와 두 남자를 내세워 가난과 사랑,그리고 권력의 함수관계를 그려보이려 한다.배고픔을 참지 못해 아내를 팔아버린 농부,팔려간 남자한테서 참사랑을 느낀 여자,사랑하는 여자대신 권력을 택하는 남자의 이야기다.96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8일개봉. 황수정 기자
  • ‘인정사정 볼것 없다’ 佛도빌 아시아영화제 대상

    [파리 연합] 이명세 감독의‘인정사정 볼것 없다’가 17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제2회 도빌아시아 영화제에서 대상을 포함,4개 부문을석권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는 19일 거행된 시상식에서 대상인‘에르메스 상’을 받았고 이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인‘강 재단 상’을,주연 박중훈이 남우주연상인‘레미 마틴 상’을 각각 수상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영상효과면에서 최우수 작품에게 주어지는‘TV5’상도 차지했다. 한편 여우주연상인‘시슬리 상’은 중국 작품‘검은 눈동자’의 주연 첸 구오-싱이,인기상인‘프르미에르 상’은 홍콩영화 크리스탈 콱의‘정부(情婦)’가 각각 받았다. 지난해부터 개최된 도빌아시아 영화제는 올해는 한국,중국,일본,인도,타이완등 아시아 영화 25편이 참가했으며 이중 9편이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영화배우 윤정희,시나리오 작가 겸 비평가 토니 레인,작가 샨 사,감독 트란 안 훈,감독 이브 부와세등이 참석했다.
  • ‘색정남녀’ 장국영 파격 에로연기

    ‘영웅본색’에서의 정의로운 이미지,‘아비정전’의 불안정한 모습,‘패왕별희’와 ‘해피투게더’의 개성있는 캐릭터,‘성월동화’에서의 로맨틱한분위기…. 출연하는 영화마다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 홍콩배우 장국영(42)이 또한번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했다.왕가위와 함께 홍콩 뉴웨이브의 선두주자로 꼽히는이동승감독의 영화 ‘색정남녀’(色情男女·18일 개봉)에서 그는 괜찮은 에로영화를 찍고자 고심하는 포르노 영화감독으로 나온다.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별 볼일 없는 감독 아성(장국영)은 경찰인 애인 메이(막문위)에게 얹혀 산다.그러던 어느날 포르노영화를 찍자는 제의를 받고 고심끝에 수락한다.아성은 신음소리 하나 제대로 못내는여배우 몽교(서기)에게 점차 빠져든다.가난한 부모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배우가 됐다고 고백하는 몽교 또한 아성에게 호감을 갖는다.영화 속 몽교는 무명시절 누드모델이던 서기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서기뿐 아니라 장국영이 화려한 누드연기를 펼쳐 화제가 된 이 영화는 홍콩영화계의 부박한 현실도 간간이 짚고 넘어간다.개봉도 안된 영화의 불법CD가 나돈다든가,할리우드 히트작을 대충 끌어다 베끼자고 채근하는 영화 제작자가 나오는 장면 등이 그 한 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브로드웨이를 쏴라’가 예술이 ‘물주(物主)의 상품’이 되는 현실을 풍자했다면,‘색정남녀’는 오락만능의 홍콩 영화계를 은근히꼬집는다.그러나 마음에 없는 포르노영화를 찍어야 하는 아성의 내적인 고민은 벌거벗은 육체의 퍼레이드에 치여 그 빛을 잃었다. 김종면기자
  • 변영주감독 연작다큐 완결편 ‘숨결’ 내일 개봉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변영주 감독(34)이 그 세번째 작품이자 완결편인 ‘숨결’(18일 개봉)을 내놓았다.93년 ‘낮은 목소리’와 97년 ‘낮은 목소리 2’에 이은 3부작으로,변감독은 이로써 7년 작업을 매듭졌다.1·2편이 ‘나눔의 집’이라는 공동체 공간을 무대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을 보여줬다면,3편은 존재의 전부를 건 그들의 증언을 들려준다. ‘숨결’에서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인터뷰어가 돼 당시의 경험과 기억을 넘나들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다.사회에서 버림받고 역사에서 추방당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매개자로 나선 것이다.이런 방식을 통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숨겨진 사연을 하나씩 필름에 담는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중국 하얼빈 위안소로 끌려간 김윤심 할머니(70).위안소에서 감염된 매독 때문에 청각장애 딸을 낳은 김씨는 과거를 한사코 비밀에부치려 했다.그러나 변감독과의 오랜 만남 끝에 김씨는 자신을 ‘커밍아웃’하기로 결심하고 딸 앞에서 진실을 밝혔다.수화를 통해 조용히 드러나는 진실.어머니의 과거를 이미 알고 있는 딸은 내내 미소를 짓고,할머니는 어찌할 바를 몰라 연신 재봉틀만 돌린다.감추어진 진실이 창졸간에 모습을 드러낼때의 울림,그 서늘한 감동이야말로 다큐멘터리만이 지니는 힘이요 매력이다. ‘낮은 목소리’3부작은 할머니들이 지난 7년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어온 ‘수요집회’의 또 다른 표현이다.감독은 ‘낮은 목소리’가 처음 극장에서 상영됐을 때 이 영화를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께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밝힌 바있다.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그토록 열정적인 연서를 띄우게 한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이것은 그의 현장중심적인 영화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변영주는 80년대 영화운동의 대표집단인 ‘장산곶매’와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출신.그곳을 거치면서 ‘작은 풀에도 이름 있으니’‘우리네 아이들’같은 영화의 촬영을 맡았다.감독 데뷔작은 제주도 기생관광의 실태를 통해매매춘 문제를 다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93년).이후 그는 여성문제와 인권문제를 일관되게 다뤄왔다. 고작 1억8,000만원 정도가 든 전형적인 저예산 독립영화인 ‘숨결’.이 영화는 현재 스위스 프리부르영화제,홍콩영화제,싱가포르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됐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세계배급은 영국의 제인 발포필름이,일본배급은판도라사가 맡았다.종군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숨결’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딱히 ‘목적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에 거는 영화계 안팎의 기대는 남다른 데가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집중취재/’거짓말’ 음란논쟁] 실태·영화계 반응

    영화 ‘거짓말’(감독 장선우) 논란이 ‘산넘어 산’이다.두차례의 등급보류끝에 가까스로 간판을 올리나 했더니 급기야는 제작자가 검찰에 소환될 위기상황에까지 내몰렸다.지난 8일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이하음대협)가 영화를 음란물 제작 및 반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에서 촉발된 음란물 시비는 연일 일반 관객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저질 음란물’과 ‘창작표현의 자유’로 팽팽히 엇갈리는 의견들은 PC통신을 열어보면 당장 확인된다.“음대협이 국민의 판단을 대변할 권리는 없다.설사 영화가 포르노그라피라 하더라도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천리안 KARSEL81) “상업성을 노린 변태영화다.정상이 아닌 변태행위들이 창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까?”(BAE1711) 그러나 영화의 주소비층이라 할 수 있는 네티즌들 가운데는 영화에 사법적잣대가 적용되는 데 대한 반대의견이 압도적인 분위기다.최근 인터넷서비스채널아이가 네티즌 9,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전체의 71%가상영 금지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들 네티즌들은 “영화의음란성 여부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창작자유에 대한 논란은 해묵은 것이지만,‘거짓말’ 파동을 지켜보는 영화계 내부의 시선은 사뭇 진지하다.이번 논란의 결과가 향후 제작현장에서 창작표현의 한계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어서다.당장,성적 묘사가 진한 영화를 제작중이거나 수입해놓고 있는 쪽에서는 납작 엎드려 눈치만 살피고있는 사정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으로 일찍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즈 와이드 셧’.진한 정사신이 화제에 오른 영화는 이미 두차례 등급판정을 유보받다 최근 심의에 들어갔으나 ‘거짓말’ 논란이 재연되면서 상영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변태적 섹스장면이 과다묘사된 영화 ‘사슬’(감독 조명화)이 개봉되기까지의 길도 멀고 험난할 게 뻔하다.현재 막바지 촬영중이지만‘거짓말’보다 노출수위가 높은 장면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영화계는 영상물등급위의 심의를 통과할수 있을 지에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충격적 정사장면들로 수입심의를 통과하는 데만 2년이 걸린 홍콩영화 ‘색정남녀’도 음란물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같지는 않다.수입사인 효능엔터테인먼트측은 “조만간 등급심의를 넣어 2월 말 개봉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지금같아서는 상영이 되더라도 원판의 일부가 삭제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더는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최근 영화 제작계의 분위기다.강도높은 성묘사에 본드 흡입 장면 등으로 두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현재 3개월 등급보류에 걸려있는 장편 독립영화 ‘둘 하나 섹스’(감독이지상)의 경우,제작자(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는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98년 제작을 마친 영화는 이미 그해 부산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고,오는 28일부터 열릴 스웨덴 괴텐보르그영화제에는 초청작으로 나간다. ‘거짓말’의 제작사 신씨네측에서도 창작의 자유에 개입한 사법적 잣대에는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의지를 보이고 있기는마찬가지.신철(申哲)대표는 “현재 극장 상영중인 필름에는 문제가 된 장면과 대사들이 대부분 삭제됐다.그럼에도 음대협이 불법 CD를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와중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관객들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필름이 극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봐둬야 할 지,아니면 싹 무시하고 돌아앉아 팔짱을 끼고 있어야 할 지.누구보다 심란한 것은 관객이란 지적들이다. 황수정 기자 sjh@ *영상물등급위 입장 “처음에는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주범으로 몰더니 이제는 로비와 돈에 넘어간 범죄자로 취급하는군요.”영화 ‘거짓말’을 두차례 등급보류 판정한 뒤 ‘18세이상 관람가’로 번복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한다며 지난 17일 영상물 등급위원 1명과 이 위원회 산하 영화심의소위 위원 1명이 검찰에 소환되자 관계자가 내뱉은 한탄이다. 지난해 6월 영상관련 법률이 개정 시행되면서 새로운 등급체제에 따른 심의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다.그러나 이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민간기구이지만 법적 기구로서의 성격 또한 가진 모순덩어리이다. 위원회는 공연법 5장18조에 따라 예술원,청소년보호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대한변호사협회,방송위원회 등이 전문경험이 있는 15인을 예술원 회장에게추천해 대통령이 이를 받아 위촉해 구성된다. 이 위원회가 ‘거짓말’에 대해 지난 해 11월 위원 표결을 거쳐 10대4로 가결한 2개월 등급보류 판정은 △예술물에 대한 규제 자체가 위헌이 아닌가△등급보류 분류외의 대안은 없는가△영화미학 및 예술적 완성도를 판단할 수있는가△장선우감독의 작가적 창작의도를 전면 배려해 줄 수 있는가△자율기관으로서 영상물 등급위원회의 판단은 어느 정도 존중되어야 하는가 등을 놓고 고심한 결과였다. 이런 고민은 여고생이 주인공인 점을 알려주는 장면과 지나친 변태묘사 등문제되는 17분 분량을 삭제한 프린트에 등급을 부여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고려된 요소들이다. 심의위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성기를 직접 드러내는 등 노골적인 하드코어포르노는 전면 금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소프트코어는 상대적으로 풀어주는 게 낫다”는 입장. 또한 음란물 규제문제에서 성인과 청소년 대상의 유통 차별화,쉽게 말해 등급외전용관 같은 대안이 하루빨리 모색되어야 ‘검열의 존속’이라는 위헌주장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민간 심의기구 성격을 띤 등급위원회가 내린 결정이 법적인 강제사항이 되는 모순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거짓말’의 음란성 여부 논란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환경 전체를 변화시키는 큰 틀에 대해 고민하는 방향으로 ‘거짓말 논쟁’의 외연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병선기자 bsnim@ *'거짓말'수사 어떻게 영화 ‘거짓말’의 음란성 여부를 수사중인 검찰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있다. 검찰은 이번 고발 사건과 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할 경우 ‘속전속결’식으로 처리를 하는게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관례였다.고발인 수사를 마친뒤 바로 피고발인 수사를 벌여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렸지만 이번 수사만큼은 지나치리 만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 영화가 음란물로 판단될 경우 영상물등급분류위원회의 위상추락은 물론이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문화계의 반발 등이 잇따를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사회·여성단체의 항의와 앞으로 음란물에 대한 법률 적용에 상당한 부담감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일부 삭제돼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거짓말’의 비디오테이프를 제작사인 ‘신씨네’로부터 제출받아 고발인이 제출한 CD와 대조작업을 벌이며 음란 판정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원판보다 17분 가량 삭제된 장면의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삭제판에도 음란하다고 보이는 장면이나 대사가 남아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밀검토를 벌이고있는 중이다. 검찰은 또 신문에 게재된 사설이나 칼럼을 참조하고 영화평론가,대학교수,변호사 등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기도 하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소설 ‘태백산맥’의 이적성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역사학회와 문학계 등 보수,진보 단체에 골고루 감정의견을 들었던 전례를 밟고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거짓말’의 음란성에 대한 검찰의 최종 판단은 이번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에야 내려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문화의 음란성 여부에 대해 섣불리 판단해 비난의빌미를 제공하기 보다는 대중들의 광범위한 여론 검증작업을 거쳐 대다수가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영화 ‘비천무’ 막바지 촬영 한창

    [중국 절강성 김종면기자] 삿갓을 눌러쓰고 뚜벅뚜벅 저자거리를 걷는 진하(신현준).날카로운 눈매에 비장함이 넘친다. 그 앞으로 늘어선 옷가게의 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진하의 얼굴은 순간 회한에 젖는다.설리(김희선)에게 옷이라도 한벌 지어 주었으면….카메라는 멀리서부터 진하의 동선을 집요하게 따라잡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420㎞ 떨어진 저장성(浙江省)횡디엔(橫店)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세트장.한국영화 ‘비천무(飛天舞)’를 찍고 있는 이곳은온통 “슛”“안찡(安靜·조용)”“액션”소리로 왁자하다. ‘비천무’는 산천을 떠도는 고려 유민의 자식 진하와,몽골 장군과 한족 첩의 딸인 설리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무협멜로. 몽골인과 한족,고려인이 뒤얽혀 숙명적인 갈등을 거듭한 14세기 중엽 중국원나라가 무대다.김혜린의 무협순정만화 ‘비천무’를 원작으로 했다. 한국 영화사상 최대인 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100% 중국 현지에서 쵤영한다.청명상하도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원나라와 건축양식이유사한 송나라 모습을그대로 재현했기 때문.모두 9구역으로 나눈 청명상하도는 저마다 북송의 문화를 대변한다. ‘비천무’팀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준광(정진영)의 거처인 남궁세가,진하의 생가인 호북유가장,호북성 무한의 소흥 저자거리 장면 등을 이곳에서 찍었다. 메가폰을 잡은 김영준감독(32)은 지난 93년 단편영화 ‘섬타임 섬웨어’로금관영화제 촬영상 등을 받으며 일찌감치 충무로의 주목을 받아온 기대주.태권도 3단·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갖춘 액션영화광이기도 하다. “홍콩영화가 현란하고 아크로바틱한 무술에 치중한다면,일본 사무라이영화는 정적이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단칼승부를 강조합니다,반면 한국검법은 문헌에 잘 나와 있지 않아 고증이 어려워요.역동성과 비장미를 갖춘 한국적 무협의 틀을 만들고 싶습니다.”‘비천무’무술지도는 ‘동방불패’‘천녀유혼’의 정소동 무술팀에서 일한마옥성감독이 맡았다.배우의 몸에 줄을 매달고 고공연기를 펼치는 ‘와이어액션’같은 고난도 장면은 거의 다 찍은 상태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무대로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6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北宋의 수도 '변경' 고스란히 재현 청명상하도는 원래 북송시대 화가인 장택단이 그린 그림 이름이다.북송의 수도인 변경의 문화와 풍속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촬영지 청명상하도는 장택단의 그림을 보고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곳으로 한국 경복궁 크기의 3배에 달하는 초대형 오픈 세트장이다. 건물이 120여채에 이르며 6군데 다리와 부두 9곳,각종 석상과 정자가 위용을자랑한다. 청명상하도에서 ‘청명’은 청명절을,‘하’는 변경성을 관통하는 가장 큰강인 변하를,‘상하’는 변하에 올랐음을 뜻한다.요컨대 청명상하도는 변경의 번창함을 나타난 그림이다. 하루 1만명이상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한 이곳에서 촬영한 대표적인 영화는 첸 카이거 감독의 ‘풍월’과 공리·장이모 주연의 ‘진용’.‘진용’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은 바로 이곳 진(秦)황궁터에서 찍었다.
  • “감동 있는 액션”홍콩 영화 변신

    ‘드라마가 없는 액션만으론 더이상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올 여름 극장가를 주도하고 있는 액션영화들이 주는 교훈이다.‘스타워즈’의 저조와 ‘매트릭스’의 돌풍은 관객이 찾는 액션영화의 스타일이 바뀌고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스타워즈’가 특수효과가 만들어내는 볼거리에 치우쳐 드라마를 소홀히 했다면,‘매트릭스’는 기존의 할리우드 SF액션물과는 달리 홍콩 무술감독 원화평이 만들어낸 액션 장면이 극적인 이야기 구조속에 녹아들어 새로운 재미를 낳았다.한국영화 ‘쉬리’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성공 또한 액션을 받쳐주는 드라마가 한 몫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볼거리와 줄거리의 균형을 이룬 액션 드라마 대열에 두 편의 홍콩영화가 뛰어 들었다.28일,9월4일 각각 개봉되는 홍콩영화 ‘성월동화(星月童話)’와 ‘중화영웅(中華英雄)’이 그것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작품은 홍콩의 만화가 마영성의 동명 만화를 토대로 한 ‘중화영웅’.‘풍운’의 감독(유위강)과 출연진(정이건·서기)이 다시 손잡고 만들었다.난세에 세상을 구하지만 천살(天煞)의 운명을 타고 나 주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 고독한 영웅의 이야기다. 영화는 때아닌 6월의 눈이 내리면서 시작된다.첫머리에서 이미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아니나다를까 중국을 병들게 한 서양인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주인공 ‘화영웅’(정이건)의 가족이 몰살된다.증오심으로 가득찬 화영웅은 가보인 ‘붉은 검’으로 불한당을 처단하지만 쫓기는 신세가 되고,마침내 뉴욕행 배에 오른다. ‘중화영웅’은 주인공의 강렬한 눈빛연기 만큼이나 강한 잔상을 남긴다.자유의 여신상에서의 일본무사와의 결투장면이 그 중 압권.100여년동안 아메리칸 드림의 선봉장 구실을 해온 자유의 여신상도 일본을 상징하는 무사의 몸도 이 영화에서는 모두 산산조각 난다.‘저항적 민족주의’의 홍콩식 표현인가. ‘중화영웅’이 선굵은 남성영화라면 ‘성월동화’(감독 이인항)는 시적인감흥을 주는 여성영화다.교통사고로 애인(다쓰야)을 잃은 청순한 여인(히토미)이 옛 애인과 똑같이 생긴 남자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사랑을 그렸다.장국영이 히토미의 옛 애인을 닮은 홍콩 비밀경찰로,일본의 인기모델 다카코 도키와가 히토미로 나온다. 홍콩 영화는 최근 멜로 장르를 새로운 탈출구로 삼고 있다.‘첨밀밀’‘유리의 성’등 서정적인 영화들을 기폭제로 한동안 홍콩영화를 외면했던 여성관객들도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성월동화’는 이러한 멜로의 감미로움과 액션의 호쾌함을 두 날개로 전개된다.그러나 그 날갯짓은 사뭇 기우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각각 따로 움직이는 멜로와 액션은 서로가 서로를 배척할 뿐 하나로 스며들지 못한다.‘영웅본색’의 화려한 액션과 왕가위 같은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동시에보여주려는 감독의 의지는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외언내언] 영화 ‘쉬리’

    잘 만들어진 국산영화 한 편이 전국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개봉된지 열흘 만에 1백만명 관객동원이라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영화제목은‘쉬리’.얼핏 보기엔 외화 제목 같지만 ‘쉬리’는 국내의 1급수 청정 하천에서만 서식하는 토종 물고기 이름이다. 우아한 자태로 헤엄치는 것 같지만아무리 빠른 물살도 끝까지 거슬러 역류하는 앙칼진 승부근성을 지니고 있다.‘쉬리’란 한 특수군단이 내건 통일작전 암호이며 아무리 거센 물살도 역류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밀첩보원들의 목숨을 건 활약상이 전편에 펼쳐진다. 영화 ‘쉬리’의 성공은 ‘서편제’이후 최대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더구나 우리의 햇볕정책 이후 남북문제를 다룬 소재의 탁월성과 무제한의 제작비 투입이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공수해온 최첨단 무기, 총기와 함께 신소재 액체폭탄인 CTX를 둘러싼 탈취와 추적은 폭파직전에 이르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여기에다 종전의 국산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종 고난도 폭파장면과 변화무쌍한 촬영의 역동성,편집·연출 기술이 완성도를 성취하여 홍콩영화나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간다는 평을 듣는다.또 상식선에 그치지 않고 영화 속에 숨겨진 역할의 이중성과 의외성을 때맞춰 돌출시킴으로써 새로운 감동과 재미,관객이 스스로생각하고 해답을 얻게 한다는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이 영화를 만든 강제규감독은 ‘은행나무 침대’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만드는 스타일리스트’로서 이번에도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관객이 외면하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영화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스크린 쿼터제의 냉엄한 시장논리는 국제기준에도 흔치 않은 제도지만 국내 팬을 사로잡고 국제시장을석권할 명작을 내놓는다면 아무리 거센 통상압력과 제도라도 맥을 못추는 법이다.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어쩌면 한국 영화부흥의 꿈을 키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던지면서 침체했던 우리 영화계가 술렁이는 분위기다.‘한 편의 영화가 한 나라의 영화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영화평론가 김종원씨의 말이 옳기를 바란다.결국은 ‘좋은 영화’는 관객이 절대로 외면하지 않고 직배영화도 자연스럽게 물리치는 힘이 된다는 교훈을 이 영화는 확인시키고 있다./이세기 논설위원
  • 스크린쿼터 축소 무엇이 문제인가

    ◎美 영화 봇물… 한국영화산업 치명적/美 시장독점 노려 스크린쿼터 철폐 압박/연간 92일로 축소 우리영화 설자리 잃어/안방 내준뒤 제작 지원 무슨 의미 있을까/시장 잃으면 어떤 자생력도 상실/‘보호’아닌 독점견제로 대응을/영화진흥 보호는 정부의 몫/극장에 맡기고 수수방관만/문화관련 다자간 협상통해 해결/美 쌍무협상 요구 국제관례 어긋나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정한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방침을 놓고 영화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영화계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곧바로 한국영화계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망선고’라는 입장이다.반면 정부는 한미투자협정 협상에서 미측이 스크린쿼터제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는 데 따라 ‘스크린쿼터 일수의 협상’이 어쩔수 없다는 자세이다. 스크린쿼터의 축소가 과연 한국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한 대안은 무엇일지 鄭智泳 영화감독(순천향대 교수)과 상명대 영화학과 趙熙文 교수의 대담을 통해 짚어본다. ●鄭智泳 감독=정부가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 25%를 감안,한국영화 상영일수를 90일로 축소하려는 것은 잘못된 계산법이다.한국영화 상영일수가 연간 126일이었을 때 시장점유율이 13%였지만 106일이었을 때 25%로 올라간 것에서 보 듯 스크린 쿼터 일수는 오히려 늘어나야 할 때이다. ●趙熙文 교수=스크린 쿼터는 제도로서의 필요성과 운영과정의 합리성에 대한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현재 미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고 있다.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영화산업을 보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스크린 쿼터는 필요하다.스크린 쿼터가 한국영화 진흥을 위한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내부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현재로서는 필요하다. ●鄭 감독=허리우드 영화는 전세계 영화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스크린 쿼터를 한국 영화보호의 개념으로 보고 있으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한국영화에 대한 보호차원을 넘어 미국 영화의 한국 시장 독점에 대한 견제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시장을 뺏기면 어떠한 자생력도 가질수 없다.스크린 쿼터제를 온실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단계를 넘었다.미국은 스크린 쿼터일수를 146일에서 90일로 줄이고 나면 다음에는 스크린 쿼터의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趙 교수=스크린 쿼터가 지켜지지 않아온 것도 사실이다.이는 우리 영화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鄭 감독=멕시코는 미국과 나프타협정을 맺으면서 지난해 스크린쿼터를 폐지했다.멕시코 영화가 기반을 잃은 것은 물론이다.최근 멕시코는 국회에서 스크린 쿼터제를 다시 만들려 하고 있다.호주 역시 스크린 쿼터제가 없다.이로 인해 호주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호주 정부는 뒤늦게 이를 깨닫고 연간 1000억원을 투자,연간 30여편이 제작되고 있다.그러나 이 가운데 호주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는 5∼6편에 불과하다. ●趙 교수=한국영화가 산업으로 육성되고 존속되기 위해서는 유통도 중요하다.유통은 상품성,즉 경쟁력을 말한다.극장측도 상품성이 있으면 당연히 스크린 쿼터를 지킬 것이다.유통과 제작은 같이 가야 한다.유통­제작­흥행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한국영화의 진흥과 보호는 사실 정부의 몫이라고 할수 있다.그러나 정부가 이것을 극장에만 맡기고 수수방관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鄭 감독=제작과 유통이 분리되서는 안된다.양자의 관계는 공동운명체다. ●趙 교수=88년 이후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높아졌다.이는 스크린 쿼터제 때문이 아니라 제작과 유통이 분리되면서 상품성이 생겼기 때문이다.즉 영화제작업자들은 과거처럼 외국영화 상영에 따른 반사적 수익이 아니라 내부 시장을 파고 들어야 했다.즉 자생적 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기획이 정교해지고 경쟁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鄭 감독=동감이다.자생력이 길러지는 싯점에서 스크린 쿼터 축소는 말도 안된다.영화인들이 아우성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 대신 제작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나 시장을 남에게 내준 다음에는 제작지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한편 이번에 미국은 쌍무협정을 통해 한국에 스크린쿼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영화 등 문화관련 부문은 다자간 협정을 통해 해결하도록 국제적으로예외규정이 있다.미국은 이번에 이것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趙 교수=영화에 대한 각국의 정책은 홍콩처럼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것과 프랑스,우리나라 처럼 정부가 개입,보호하는 것으로 대별된다.홍콩영화는 게임,멜로물,검술 등의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면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그러나 영화는 상품이라는 측면외에도 문화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바로 이점에서 스크린 쿼터제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鄭 감독=홍콩영화가 경쟁력을 가진 것은 동남아의 화교권시장이 있기 때문이다.60년대만해도 홍콩은 한국영화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한국영화는 4000만 시장이다.반면 미국영화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속된 말로 게임이 안된다.일부에서는 서편제,아름다운 시절 등을 예로 들면서 토속적인 정서가 짙은 영화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영화는 영화제에서 상을 탈 수는 있어도 흥행성하고는 거리가 멀다. ●趙 교수=맞는 말이다.1∼2편은 성공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鄭 감독=미국이 영화를 장악하면 다음은비디오,방송 등 영상매체일 것이다.결국 21세기는 미국화된다는 얘기다. ●趙 교수=한국 영화시장은 2,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미국으로 보면 큰 시장이 아니다.미국이 노리고 있는 것은 정감독이 말한대로 선례를 만들려는 것이다. ●鄭 감독=일본은 4대 메이저 제작사들이 배급망을 갖고 있다.60년대 대장성의 후원을 받아서 가능했다.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이 불가능하다.결국 스크린 쿼터가 한국영화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趙 교수=스크린 쿼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영화인들도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 추석 특집 볼멘소리/영화 대부분 재탕·삼탕물

    ◎‘시간 때우기’ 드라마 재방송/네티즌 “야구 중계하라” 빗발 추석 특집프로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매번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는 대동소이.시청자의 눈높이도 낮아질대로 낮아졌다.하지만 올 추석엔 낮아진 눈높이에도 맞지않는 편성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영화나 외화의 대부분은 역시 재탕 삼탕이었다.물론 볼만한 작품도 더러 있었지만 불만스럽다는 반응이 앞섰다.성룡과 이연걸을 빼면 홍콩영화가 없는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같은 배우의 작품을 여러번 봐야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게다가 드라마 재방송도 상당한 시간을 차지했다.상계동에 사는 한 시청자는 “경영난 상황에서의 군살빼기 측면을 고려한다 해도 너무한게 아니냐”면서 “그러면서도 특집 운운하는 것은 속임수”라고 지적했다. 푸념의 절정은 3일 PC통신에서 벌어진 프로야구중계 요청 대란.각 방송사 시청자참여 코너는 다음날 프로야구 패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인 해태­OB전 중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3일 하루 하이텔에 쏟아진 원성(?)만 하더라도 MBC 28회 SBS 26회에 KBS는 무려 45회나 됐다.이날 시청자코너의 전부를 차지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야구를 꼭 중계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만 준플레이오프 진출팀 결정전이라는 높은 관심도에 비춰볼때 방송 3사가 이 시간대를 철지난 ‘전설의 고향’이나 월화드라마 재방영만으로 채운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게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MBC의 이긍희 편성실장은 “IMF영향으로 비용문제가 제일 걸림돌인데 비싼 돈을 주고 들여온 외화를 한번만 방영하고 그만두기는 힘든게 현실이다”라고 배경을 털어놓았다.또 스포츠 제작부의 한 관계자는 “편성상의 이유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스포츠 생중계가 드라마재방송보다 시청률이 낮은 현실에서 광고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게 대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방송사도 비슷한 이유를 내세운다.나름대로의 사정은 있겠지만 시청자 주권의 관점에서는 약간 궁색하게 들린다.내년 설연휴부터는 보다 짜임새 있는 편성으로 ‘쉴만한 프로’를 준비하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 아시아영화의 활로 찾기/李順女 기자·문화생활팀(오늘의 눈)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부문으로 정식출범한 사전영화시장(프리마켓)인 PPP(Pusan Promotion Plan)가 지난 27일 오후 8시 폐막식을 끝으로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첫 행사치고는 아시아영화의 새로운 제작활로를 모색한다는 당초 취지를 비교적 잘 살린 프로그램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한국영화 5편을 포함해 총 17편의 PPP프로젝트와 해외 투자자들간의 공식·비공식 미팅은 모두 180여건으로 아시아 영화에 쏠린 그들의 높은 관심도를 읽게 했다.특히 한국영화에는 편당 12∼13건의 미팅이 이뤄져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물론 미팅이 바로 투자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PPP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아시아영화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이다.참석자들은 3일간의 행사기간동안 여러차례의 패널과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아시아영화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아시아의 영화산업은 일본과 필리핀,한국 등 몇나라를 제외하면 거의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홍콩영화의 해외수출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으며 대만은 1년에 10∼12편을 제작하는데 그치고 있다.인도네시아도 5∼6편이 고작이다. 더욱이 최근의 경제위기는 이같은 열악한 영화산업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공통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첫날 열린 ‘아시아영화의 현재와 미래’ 패널리스트인 밴쿠버영화제 아시아영화담당 프로그래머 토니 레인즈는 “아시아지역의 영화제작은 현재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말로 이같은 위기에 우려를 표했다. 세계시장에서 아시아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현 상황을 단시일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런 점에서 아시아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국 영화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공동모색하는 일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아시아 첫 프리마켓인 PPP가 아시아영화의 발전을 이끄는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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