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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과 벌인 인류의 투쟁 뒷얘기들

    녹과 벌인 인류의 투쟁 뒷얘기들

    녹 조나단 월드먼 지음/박병철 옮김/반니/344쪽/1만 8000원 동서 냉전이 극에 달했던 무렵, 창고에 쌓아 둔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미국의 가장 큰 송유관을 망가뜨려 오펙(OPEC)이 원유 생산량을 재조정하게 했다. F16 전투기와 헬리콥터의 공중 충돌 사고를 야기하고, 하늘을 날던 비행기를 공중분해시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일으킨 주범은 바로 녹(rust)이다. 성경에도 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2000년 전 로마 시대 한 장군이 이집트 나일강으로 진격할 때 녹이 슨 투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많은 사상자가 났다고 짜증을 낸 기록도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류는 녹 때문에 골치 아파했다. 좀처럼 쉽게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이 등장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녹에 대해 신경을 덜 쓰며 살게 된 것은 불과 100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눈에 잘 띄지 않게 됐다고 하지만 녹은 그 어떤 자연재해보다 인류에게 더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녹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액이 국내총생산(GDP)의 3%인 437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놀랄 노 자다. 연간 미군의 전투력 유지 비용의 5분의1인 210억 달러가량은 부식 방지, 그러니까 녹 때문에 사용된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의 상징으로, 90m짜리 금속 조형물인 자유의 여신상을 거의 망가뜨릴 뻔한 녹을 제거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지금 돈으로 14억 달러에 달했다. 저자는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 아래에서 문명을 위협해 온 녹에 대한 투쟁사를 다방면에서 매우 흥미롭게 조명한다. 또 녹은 탐욕과 자존심, 오만함, 성급함, 나태함 등 현대사회의 혼돈과 결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2m짜리 요트에 거주하는 동안 치렀던 녹과의 싸움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연기 향한 욕망엔 끝이 없다 ‘칠순의 누아르’…나의 다른 모습을 찾고 있다 ‘엄마의 스릴러’

    연기 향한 욕망엔 끝이 없다 ‘칠순의 누아르’…나의 다른 모습을 찾고 있다 ‘엄마의 스릴러’

    이런 영화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70대 중반 할아버지와 40대 후반 아줌마 배우의 용기와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저예산 누아르, 스릴러 영화다. 한국 영화가 조금은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느낌이다. ‘그랜드 파더’ 박근형과 ‘범죄의 여왕’ 박지영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배우 박근형 ‘그랜드 파더’에서 생애 첫 액션 “백 가지 역할이 있으면 다 해 보고 싶은 게 배우에요. 다른 사람이 빚어 놓은 캐릭터라 해도 자기만의 반론이 생기는 게 배우지요. 그래서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거지. 성공했다, 실패했다, 혹독하게 평가받지만 연기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지요.” ●평생 잊지 못할 배역…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죠 나이 들어 행복해지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데 배우는 그렇지 않나 보다. 적어도 연기에 관해서는 말이다. 배우 박근형(76)이 그렇다. 1959년 데뷔 이후 육십갑자의 내공을 쌓아 오며 200편이 넘는 연극, 영화, TV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의 절대 고수는 오는 31일 개봉하는 ‘그랜드 파더’에서 생애 처음으로 액션 누아르에 도전했다. 그가 연기한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 기광은 고엽제 후유증을 앓으며 홀로 외롭게 소멸되어 가는 인간이다. 아들의 자살 소식에 달려간 장례식장에서 손녀를 만나고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아들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을 알게 된 기광은 무자비한 응징에 나선다. “범죄 조직에 복수하는 상투적인 내용이 아니라 경쟁 사회의 이웃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마음에 들었죠. 메시지도 있고, 상업적인 부분도 있고,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어요. 이처럼 극적으로 변화하는 삶을 표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말 수많은 역할을 했는데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죠. 평생 기억에 남을 겁니다.”●대형면허 따고 근육 키우고 응급실 신세까지 주인공 직업이 버스 기사라 6주 걸려 대형 면허까지 땄다. 몸에 근육을 붙이기 위해 한 달간 트레이너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한여름에 진행된 50회차 촬영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불볕더위에 폐쇄된 공간에서 촬영하다가 어지럼증을 느껴 두 차례나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죽을 지경이었는데 말도 못 하고 어떻게 용케 살아남았는데 결과물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고 활짝 웃는 박근형은 배우에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불안함이 느는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배우가 제일 섭섭할 때는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러 주지 않을 때죠. 나이가 들면 쓰임새가 적어지고, 역할이 축소되니까 아무래도 불안하죠. 또래 배우들도 네다섯 정도만 남았어요. 다양한 역할이 개발되어서 계속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 연기가 필요 없어질 때까지 계속 현장에 후배들을 위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극본을 뒤꽁무니에 찌르고 다니는 모습이에요. 자기 직업을 귀하게 여긴다면 귀하게 들고 다녀야죠. 책을 읽고 연극도 하고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해야 하는데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리고 있는 경우도 많이 봐요. 감이 저절로 떨어지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 그에게 은퇴란, 쓰임새가 없어서 더이상 불려지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제 연기가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될 때까지는 계속할 거예요. 불려질 때를 위해 언제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나무 밑의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잖아요. 하지만 다음 생에도 배우를 하라고 하면 절대 안 할 것 같아요. 너무 고생스럽고 외롭기 한이 없으니까.”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배우 박지영 ‘범죄의 여왕’에서 상큼한 아줌마 대변신 “책을 받아들고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른 건 처음이었어요. 그냥 딱 제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었죠.” ●세련된 기존 이미지 벗고 털털한 친구처럼 배우 박지영(48)은 ‘범죄의 여왕’(25일 개봉)과의 만남을 이렇게 돌이켰다. 28년째 연기 인생에서 영화로는 처음 맛보는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다. 배역 크기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지 이미 오래다. ‘사랑스러운 오지랖 대마왕’인 아줌마 캐릭터가 너무나 상큼했다. 시골 미용실 원장 양미경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서 사시 2차를 준비하는 아들에게 한 달 수도요금으로 120만원이 부과되자 해결사로 나섰다가 수상한 사건과 맞닥뜨린다. 그간 익숙하던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강하지만 털털하고, 친구 같고, 귀엽다. 여기에 섹시함까지 얹으며 영화를 유쾌한 스릴러로 이끈다. “한 역할이 좋았다 싶으면 계속 그렇게 소진되기 쉽잖아요. 드라마가 특히 심한데, ‘범죄의 여왕’은 그간 보일 기회가 없었던 표정들을 끄집어내 준 작품이에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지 않고 술술술 그려졌어요. 그만큼 캐릭터에 제 모습이 많이 들어 있었죠. 너무 편안하게 노는 것처럼 연기해 저도 모르는 제 얼굴까지 담겨 있죠.” ●결혼 이후 작아진 포지션… 다시 신인의 자세로 20대 중반 결혼을 한 뒤에도 ‘장녹수’(1995), ‘꼭지’(2000) 등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미시 파워를 뽐냈지만, 의외로 작품 수가 많지는 않다. PD 출신 남편의 사업 때문에 베트남에서 지내며 촬영 때만 한국에 오는 탓도 있다. 한편으론 스스로 이미지가 정체되지 않게 하려고 다작을 피하는 지점도 있다. 그리고 가족까지. “연기자는 평생의 직업이지만 제 인생도 살고 싶죠. 애들 때문에 연기를 놓치고 싶지도, 연기 때문에 애들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렇게 욕심쟁이라 더디게 갈 수밖에 없네요.” 영화도 2007년 ‘우아한 세계’가 데뷔작일 정도로 늦깎이. 이후 ‘하녀’, ‘후궁’, ‘성난 변호사’에서 조연으로 나왔다. “연기를 시작했을 땐 영화 쪽으론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고 드라마에서 좋은 위치에 있다 보니 눈 돌릴 틈이 없었어요. 결혼 10년차쯤 드라마에서 포지션이 작아지더라고요. 신인의 자세로 영화에 도전하게 됐죠.” ●나이 들어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배우가 될래요 이번 시사회 때 처음으로 가족과 지인을 초대해 가슴이 울컥했다고 한다. “실제 제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각별했죠. 뒤풀이를 하고 집에 갔더니 두 딸이 장문의 편지를 써 놓고 자고 있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더라, 자기들도 (엄마에게) 그런 자식이 되겠다, 엄마 너무 멋졌다고.” 박지영은 나이 들어서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배우이길 바랐다. “배우가 되어 가는 과정에 있을 땐 제 화보 사진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낯설어졌어요. 집에 사진도 안 붙여 놔요. 불편하고 어색하다면 가짜니까요. 앞으로도 저의 다른 모습을 찾아주는 연출자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영화와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면 더 바랄 게 없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박환희, ‘질투의 화신’서 새침 아나운서 완벽 변신 ‘공효진 무시’

    박환희, ‘질투의 화신’서 새침 아나운서 완벽 변신 ‘공효진 무시’

    배우 박환희가 ‘질투의 화신’을 통해 아나운서로 완벽 변신했다. 24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박환희가 아나운서 금수정 역으로 분해 귀여우면서도 새침한 연기로 매력을 발산했다. 박환희가 맡은 금수정역은 재벌 집 딸로 현재 9시 뉴스 여자 앵커로 최고 자리에 올라있는 인물. 이날 방송에서 박환희는 공효진(표나리 역)을 기상캐스터라 우습게 보며 다른 아나운서들과 함께 견제했다. 또한 박환희(금수정 역)는 과거 공효진(표나리 역), 서유리(홍지민 역), 서지혜(홍혜원 역)과 함께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해 서지혜(홍혜원 역)와 둘만 합격해 기쁨을 표출했다. ‘태양의 후예’의 간호사 역할로 얼굴을 알리고 ‘함부로 애틋하게’에 카메오로 출연하여 이슈몰이를 했던 박환희가 이번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는 어떤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지 기대를 모은다. ‘질투의 화신’은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SBS ‘질투의 화신’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17살 나이 차 넘었어요” 배우 신하균 -김고은 열애

    “17살 나이 차 넘었어요” 배우 신하균 -김고은 열애

    배우 신하균(왼쪽·42)과 김고은(오른쪽·25)이 두 달 전부터 교제하고 있다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측이 24일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영화계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가 두 달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며 “사귀기 시작하는 단계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하균은 2011년부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했고, 김고은이 이달 새롭게 합류하며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두 사람은 스킨스쿠버 모임을 함께하며 친분이 돈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하균은 박희순, 오만석과 함께 출연한 코미디 영화 ‘올레’의 개봉을 앞두고 있고 김고은은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tvN 드라마 ‘도깨비’를 준비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17살차’ 신하균·김고은 스타 커플 탄생

    ‘17살차’ 신하균·김고은 스타 커플 탄생

     배우 신하균(42)과 김고은(25)이 두 달 전부터 교제하고 있다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측이 24일 밝혔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영화계 선후배 사이로 지내다가 두 달 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며 “사귀기 시작하는 단계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하균은 2011년부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활동했고, 김고은이 이달 새롭게 합류하며 한솥밥을 먹게 됐다. 앞서 이날 오전 한 인터넷 연예매체는 수 년 전부터 영화계 선후배로 지내던 신하균과 김고은이 스킨 스쿠버 모임을 함께하며 친분이 돈독해졌고, 2개월 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신하균은 박휘순, 오만석과 함께 출연한 코미디 영화 ‘올레’의 25일 개봉을 앞두고 홍보 활동에 한창이고, 김고은은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tvN 드라마 ‘도깨비’를 준비하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돌아온 클래식, 여전한 클래스

    돌아온 클래식, 여전한 클래스

    수십 년 묵은 할리우드 클래식이 새 옷을 입고 국내 극장가에 잇따라 상륙한다. 짧게는 30여년, 길게는 반세기 만에 새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국내 영화 팬들의 마음을 고루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고스트버스터즈’는 1984년 1탄을 기준으로 무려 32년 만의 리부트 작이다. 유령 퇴치를 코믹하게 그리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여성 버전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코미디 대세로 떠오른 멀리사 매카시를 중심으로 인기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 간판 출연자들인 크리스틴 위그, 케이트 맥키넌, 레슬리 존스가 함께한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청일점 데스크 직원으로 등장해 얼빠진 연기에 도전했다. 원작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먹깨비, 마시멜로맨 등 인기 유령 캐릭터들이 21세기식으로 재창조됐다. 2년 전 세상을 뜬 해롤드 래미스를 제외한 빌 머리, 댄 애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시거니 위버, 애니 파츠 등 원작 주역들도 카메오로 곳곳에 등장해 ‘깨알 재미’를 전달한다. 초·중반을 장식하는 미국 스탠딩 개그식 만담이 지루할 수도 있으나, 후반부에 등장하는 유령들과의 대결은 웬만한 액션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멋지게 연출됐다. 국내 영화 팬들은 다음달 14일 개봉 예정인 ‘매그니피센트 7’에 눈길이 더 쏠릴 듯. 서부영화의 고전 ‘황야의 7인’(1960)을 56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인데, 이병헌이 할리우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서 벗어나 화제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1954)를 서부극으로 재해석한 1960년 작에서 큰 틀을 가져왔지만 캐릭터 이름이나 성격 등은 새롭게 빚었다. 1960년 작 못지않은 초호화 캐스팅이다. ‘황야의 7인’을 찍을 당시에는 율 브리너만 이름이 높았고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르스트 부크홀츠 등은 이후 톱스타가 된 경우. 신작에선 덴절 워싱턴을 비롯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 피터 사스가드, 빈센트 도노프리오, 맷 보머 등 ‘이미 한가락 하는 스타들’이 선한 역과 악한 역을 가리지 않고 즐비하다. 이병헌은 암살자 빌리 록스로 나온다. 칼을 쓴다는 점에서 원작의 제임스 코번 캐릭터에 해당한다. 같은 날 개봉 예정인 2016년판 ‘벤허’는 영화 사상 최고 마스터피스 중 하나로 꼽히는 1959년 작에 견줘 캐스팅이 밀리는 편이다. 서른넷 동갑내기 잭 휴스턴과 토비 캡벨이 각각 찰턴 헤스턴의 벤허 역과 스티븐 보이드의 메살라 역을 이어받았다. 상영 시간이 212분에 달했던 1959년 작은 클래식 공연처럼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을 정도였는데, 신작은 125분으로 압축됐다.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이 장기인 티무르 베크맘베토크 감독이 해상 전투 장면과 전차 경주 장면을 재현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세 편 공히 캐릭터들의 성(性)과 피부색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스트버스터즈’의 젠더 스와프가 대표적이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는 악당 무리에 괴롭힘을 당하는 마을을 구하는 영웅들의 인종 구성이 크게 달라졌다. ‘황야의 7인’에선 7인을 연기한 배우 전원이 백인-율 브리너에게 아시아 피가 조금 섞이긴 했다-이었지만 흑인인 안톤 후쿠아 감독이 연출한 신작은 흑인 배우 덴절 워싱턴이 율 브리너의 역할을 이은 것을 비롯해 아시아 출신 이병헌, 멕시코 출신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의 마틴 센스마이어가 과반을 이룬다. ‘벤허’에서도 주인공의 복수를 거드는 아랍 족장을 맡은 배우가 백인인 휴 그리피스에서 흑인인 모건 프리먼으로 바뀌었다. ‘고스트버스터즈’, ‘황야의 7인’, ‘벤허’는 영화 음악 자체도 불멸의 작품으로 남은 영화들이다. 새 ‘고스트버스터즈’에서는 레이 파커 주니어가 불러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원작 주제가를 록밴드 워크 더 문, 노 스몰 칠드런, 폴 아웃 보이, 펜타토닉스, 마크 론슨 등이 다양하게 변주해 올드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황야의 7인’은 엘머 번스타인이 작곡한 경쾌한 테마 음악이 유명한데, 신작은 ‘타이타닉’, ‘아바타’를 담당한 제임스 호너가 바통을 이어 기대를 더한다. 호너는 지난해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 ‘매그니피센트 7’이 유작이 됐다. ‘벤허’는 오스카상을 세 번이나 품은 미크로스 로자의 웅장한 배경 음악이 일품인 작품. 신작에선 ‘설국열차’를 맡았던 마르코 벨트라미가 음악을 새로 깔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스코세이지의 시각으로 보는 뉴욕

    스코세이지의 시각으로 보는 뉴욕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시선으로 미국 뉴욕의 어제와 오늘을 구석구석 여행할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는 23일부터 새달 2일까지 기획전 ‘마틴 스코세이지 인 뉴욕’을 연다. 영상자료원은 지난해부터 영화를 통해 도시 및 공간을 그려 보는 기획전 ‘영화와 공간‘을 꾸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지난해 8월 ‘우디 앨런의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뉴욕에서 태어난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의 상당수 작품에서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려 왔다. 그가 최초로 주목받았던 ‘비열한 거리’(1973)도 실제 촬영은 대부분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뤄졌지만, 감독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포함돼 있어 뉴욕에 대한 스코세이지 감독의 인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경우다. 그는 뉴욕을 때로는 구원이 필요한 지옥 같은 곳으로, 때로는 욕망의 각축장으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냈다. ‘비열한 거리’를 비롯해 모두 12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택시 드라이버’(1976), ‘뉴욕 뉴욕’(1977), ‘성난 황소’(1980), ‘코미디의 왕’(1983),‘특근’(1985), ‘좋은 친구들’(1990),‘순수의 시대’(1993), ‘비상근무’(1999), ‘갱스 오브 뉴욕’(2002),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그리고 우디 앨런,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만든 옴니버스 ‘뉴욕 스토리’(1989)다. 각기 다른 6편을 본 관객(선착순 50명)에게 포스터를 증정한다. 각 상영작마다 상영작 이미지가 담긴 컵 코스터(선착순 입장 70명)도 증정한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영상자료원 홈페이지(www.koreafilm.or.kr)를 참고하면 된다. 무료 관람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엄태웅 “성폭행 혐의 사실 아냐…성실히 조사받겠다”

     마사지업소 여종업원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배우 엄태웅이 23일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엄태웅 소속사 키이스트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 자료에서 “고소인이 주장하는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고 알렸다. 키이스트는 이어 “엄태웅은 앞으로 경찰의 출석 요구가 있을 경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면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둘러싼 근거 없는 추측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성남 분당의 마사지업소에서 일하는 30대 여종업원 A씨는 최근 “지난 1월 업소에서 남자 연예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해당 사건을 분당경찰서로 이첩했다. A씨는 현재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돼 법정구속된 상태로 알려졌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늘의 눈] 인천상륙작전과 헬조선/홍지민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인천상륙작전과 헬조선/홍지민 문화부 기자

    영화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신작 영화를 개봉 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래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어떤 영화가 재미있느냐고, 또 어떤 영화를 봐야 하느냐고. 호기롭게 작품을 추천했다가 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이 돌아온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면 살짝 당황하면서도 각자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자위하곤 하는데, 이보다 더 황망한 순간은 여러모로 뜯어봐도 잘될 것 같지 않던 작품이 크게 흥행할 때다. 영화 보는 눈이 잘못된 것인지, 대중의 흐름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국내 대형 투자·배급사가 일주일 간격으로 비장의 흥행 카드를 내걸었던 올여름이 특히 그랬다. ‘부산행’(뉴)을 시작으로, ‘인천상륙작전’(CJ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롯데엔터테인먼트), ‘터널’(쇼박스)까지, 이른바 ‘빅4’의 시사회 뒤 기자와 평론가들은 대체로 ‘부산행’과 ‘터널’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인천상륙작전’에는 혹평을 쏟아냈다. ‘철 지난 반공 영화’라는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를 꺼내기에 앞서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여봐란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수많은 관객들은 초개와 같이 몸을 던져 자신을 희생하는 무명의 용사들의 모습에 ‘어찌됐든’ 감동했다. ‘덕혜옹주’에도 언론과 평단은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웰메이드임에는 분명하지만 소재나 (멜로에 가깝게 느껴지는) 장르 면에서 흥행감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화려한 볼거리도 부족했다. 그런데 손예진의 열연과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감정 연출에 대한 입소문이 나며 역주행했다. 물론,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며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눈물과 감동을 버무린 점도 흥행에 한몫했다. 현재 ‘인천상륙작전’은 관객 700만명을, ‘덕혜옹주’는 500만명을 넘보고 있다. 영화의 만듦새는 논외로 하고, 최근 들어 애국심 등이 흥행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은 두 영화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암살’과 ‘연평해전’이, 2년 전에는 ‘명량’과 ‘국제시장’ 등이 있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극장 안에선 나라 사랑에 뭉클한 관객들이 극장 바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헬조선이라며 아우성이다. 취업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는 연애도 포기, 결혼도 포기해야 한단다. 어찌어찌 취직하고 결혼해도 육아 포기, 내 집 마련 포기가 기다린다. 무엇을 더 포기해야 할지 몰라 N포 세대라는 자조가 횡행한다. 중장년층이라고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끝이 없다. 100세 시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는 고위 공무원의 취중 발언이나, 폭염으로 촉발된 전기료 누진제 폐지 논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헬조선이라는 인식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애국심이 흥행 공식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고 싶어도 마음 줄 구석이 변변치 않은 현실을 역설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영화에서라도 나라 사랑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싶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국민들은 ‘인천상륙작전’이나 ‘덕혜옹주’ 등을 관람하며 ‘우리나라를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icarus@seoul.co.kr
  • 6만 5000관객, 빅뱅 무대 빛냈다

    6만 5000관객, 빅뱅 무대 빛냈다

    “10년이 후딱 지나갔는데 10년 뒤에도 또 (20주년) 공연하며 오래오래 (팬 여러분을) 보고 싶어요.”(지드래곤) 월드 아이돌 그룹 빅뱅이 국내 단일 공연 사상 최다인 6만 5000명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을 치렀다. 빅뱅은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빅뱅10 더 콘서트: 0.TO.10’에서 2006년 데뷔부터 지난 10년간의 음악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념비적인 무대를 꾸몄다. 관객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 시작 5~6시간 전부터 빅뱅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며 10주년 무대를 기다렸다. 빅뱅은 첫곡 ‘천국’을 시작으로 ‘배드 보이’, ‘하루하루’,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마지막 인사’, ‘붉은 노을’, ‘거짓말’ 등 히트곡을 부르며 관객을 열광시켰다. 또 대성의 ‘날 봐 귀순’,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와 ‘삐딱하게’, 지드래곤과 탑의 ‘하이 하이’, 지드래곤과 태양의 ‘굿보이’ 등을 따로 또 같이 부르는 등 2시간 30여분 동안 모두 22곡을 선물했다. 일본과 중국, 미국 등 해외에서 온 팬들도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국내 중장년 관객들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빅뱅의 친한 형으로 소개되며 무대에 올라 ‘강남스타일’ 등을 선사한 싸이는 “가장 많은 유료 관객이 모인, 역사에 남을 공연”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티켓은 스탠딩과 좌석 모두 11만원(일부 테이블석 제외)에 팔려 티켓 매출만 71억 5000만원에 달했다. 또 개당 1만 8000원인 왕관 야광봉을 비롯해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MD)까지 합하면 매출은 1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성낙희 개인전 구상과 추상, 얇은 물감층과 두꺼운 물감층, 안정과 긴장감 등 다각적인 감성의 조화를 작품을 통해 모색하는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 작업. 자연이 가진 근본적인 조화와 균형의 양상을 담은 곡선과 색상을 이미지로 치환해 심리적 풍경을 펼쳐낸다. 25일~10월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 엠. (02)544-8145. ●윤주동 개인전 달항아리, 달그릇을 통해 추사가 말해 온 입고출신(入古出新)을 실현하고자 다양한 실험을 해 온 작가의 근작전. ‘오늘의 어제’라는 제목으로 도자와 도자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백자에 아크릴로 빛의 효과를 낸 ‘큰달’, 한지와 철사로 된 ‘뜬달’ 등은 다양한 실험의 결과물들이다.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밈. (02)733-8877. 대중음악 ●로스 아미고스 2016콘서트 ‘VAMOS’ 혼성 보컬 3명, 연주자 6명으로 구성된 로스 아미고스는, 결이 다른 음악인 브라질리안과 아프로 큐반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실력파 라틴 밴드다. 오리지널 레퍼토리와 라틴 명곡들을 새롭게 해석해 들려주는 단독 무대. 26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3만 3000원. (02)3143-5480. ●참솜과 신루트의 조인트 콘서트 멜랑콜리와 발랄함 사이를 오가는 어쿠스틱 혼성 3인조 밴드 참깨와솜사탕,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사투리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어쿠스틱 혼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가 함께 만드는 라이브 무대. 26일 오후 8시, 서울 도봉구 창동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 4만 4000원. (02)333-2083. 연극·뮤지컬 ●뮤지컬 ‘그날들’ 김광석의 노래들로 이뤄진 창작 뮤지컬.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사건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2013년 초연부터 지난해 재연까지 관객 25만명을 동원했다. 12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무술을 넘나드는 화려한 안무, 탄탄한 스토리 등이 관람 포인트. 27일~11월 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3만원. (02)541-7110. ●연극 ‘오! 마이 러브’ 서른 중반이 되었지만 미래는커녕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무명의 연극 배우 연재와 띠 동갑 스물넷 재미교포 출신의 대학원생 가영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의 사랑을 통해 맑고 깨끗한 사랑 본연의 모습을 그려낸다. 9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성아트홀 1관. 전석 2만원. 1566-5588. 클래식·무용 ●김성용 댄스컴퍼니무이 신작 공연 ‘린치’ 안무가 김성용이 ‘폭력’을 주제로 만든 작품. 물리력을 동원하는 폭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과 그 폭력에 노출된 집단, 그리고 그 속에서 피해자로 방관자로 때론 공모자로 살아가는 나와 너의 이야기를 그린다. 26일 오후 8시·2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원. (02)704-6420. ●2016 예술의전당 가곡의 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우리 가곡의 대향연. ‘가족과 고향’, ‘벗과 조국’,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 아래 선곡된 주옥같은 명곡과 창작 가곡들을 소개한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국군교향악단, 스페인밀레니엄합창단 등이 출연한다. 27·28일, 9월 3·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 무료. (02)580-1578.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 영화] ‘플로렌스’

    [새 영화] ‘플로렌스’

    미국 뉴욕에 있는 카네기홀은 1891년 문을 연 유서 깊은 공연장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평생에 한 번은 서 보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그런 무대를, 음정과 박자가 따로 노는 음치 중의 음치가 선 일이 있었다. 게다가 전석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이 음치는 일생의 꿈을 이룬 지 불과 한 달 뒤 세상을 떠난다. 노래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은 세계 최고, 실력으로는 사상 최악으로 알려진 소프라노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1868~1944) 이야기다. 이 같은 믿기 어려운 실화를 담은 영국 영화 ‘플로렌스’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올봄 프랑스 영화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을 접한 관객이라면 ‘플로렌스’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가렛트…’ 또한 젠킨스의 실화를 프랑스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 물론 데칼코마니처럼 찍어 놓은 게 아니기 때문에 두 편을 비교해 보는 맛도 있겠다. ‘마가렛트…’가 희극에서 비극으로 옮아간다면, ‘플로렌스’는 감동으로 무게를 싣는다. 닮은꼴 작품이 앞서 개봉했음에도 ‘플로렌스’를 권하고 싶은 까닭은 이 시대 최고 여배우인 메릴 스트리프 때문이다. ‘맘마미아!’(2008), ‘숲속으로’(2014), ‘어바웃 리키’(2015) 등에서 가수 못지않은 노래 솜씨를 뽐내던 그녀가 음치 연기에 도전했다. 데뷔 40년의 내공에 한때 성악을 공부한 경험이 있다는 스트리프였지만 음치 연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실제 젠킨스가 음정이 불안하고 박자를 곧잘 놓치는 음치였으나 일반인은 쉽게 낼 수 없는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밤의 여왕’, ‘종의 노래’ 등 소화하기 쉽지 않은 아리아를 불러야 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래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노래가 고조되는 순간, 음정은 비틀어지지만 스스로는 제대로 부르고 있다고 착각하는 표정과 몸짓 연기가 압권이다. 후반부에는 스트리프의 진짜 노래 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장면도 있어 흥미롭다. ‘플로렌스’로 스트리프는 생애 스무 번째로 오스카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여우주연상에 열다섯 차례, 조연상에 네 차례 노미네이트되어 주연상 2개, 조연상을 1개 수집해 놓은 상태다. 휴 그랜트가 젠킨스의 두 번째 남편 베이필드를 연기한다.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게 젠킨스의 주변을 단도리하는 역할이다. 인기 시트콤 ‘빅뱅 이론’의 사이몬 헬버그가 피아노 연주자 맥문으로 나와 심심해질 수 있는 작품에 양념을 뿌린다. 두 캐릭터 모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플로렌스의 곁을 지키는 듯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심을 다해 그녀의 꿈을 응원해 주는 조력자로 그려진다. ‘더 퀸’(2006), ‘필로미나의 기적’(2013)의 영국의 노장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이 연출했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오늘은 감독, 내일은 스태프… 자발적 품앗이 ‘광화문 시네마’

    오늘은 감독, 내일은 스태프… 자발적 품앗이 ‘광화문 시네마’

    오는 25일 ‘범죄의 여왕’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다. 오밀조밀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다.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있는 아들에게 수도 요금 120만원이 청구되자 곧바로 보따리를 싸들고 상경한다. 아들의 타박을 무릅쓰고 고시원 이곳저곳을 들쑤시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중견 배우 박지영이 원톱 주연으로 열연한다. 첫 장편 데뷔작인데 조복래, 허정도, 백수장, 김대현, 이솜이 맡은 고시원 식구들 캐릭터 하나하나를 맛깔나게 빚어낸 이요섭 감독의 연출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이 작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광화문 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30대 연출가 5명과 프로듀서 2명이 뭉친 영화 창작 집단이다. 대부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13기 동기들이다. 앞서 맏형 김태곤 감독이 ‘1999, 면회’(2013), 우문기 감독이 ‘족구왕’(2014)을 내놓으며 갈채를 받았다. ●한예종 영상원 7명 십시일반 프로젝트 한 명이 메가폰을 잡으면 다른 사람은 기획자로, 각본가로, 제작자로, 이도 아니면 허드렛일이라도 하는 품앗이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다. 이들의 ‘수평적 무브먼트’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만개했던 1990년대 후반을 재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권오광 감독이 ‘돌연변이’(2015), 김 감독이 ‘굿바이 싱글’(2016) 등 대형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광화문 시네마의 울타리를 넘나들면서도 개성이 또렷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술자리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출을, 우 감독이 미술, 전고운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찍은 게 ‘1999, 면회’예요. 그때는 이름도 없었어요. 영화제에 출품하려다 보니 제작사 명칭이 필요했죠. 마침 프리 프러덕션 작업을 했던 전 감독의 집이 광화문에 있어서 광화문 시네마가 됐지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일하는 형태가 좋았는지 나머지 멤버도 합류하게 됐죠.”(김태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중간, 청춘의 이야기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에 호평이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희가 특별히 영화를 잘 만든다거나 새로운 시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외부 간섭을 되도록 적게 받으면서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우문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중간 지점에 걸쳐 있다고 할까요. 그 어느 쪽에도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갖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 한 점을 관객이나 평단에서 높게 사는 것 같습니다.”(김태곤)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들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9, 면회’는 군대, ‘족구왕’은 복학생, ‘범죄의 여왕’은 고시생 이야기다. 전 감독이 네 번째로 준비 중인 ‘소공녀’ 또한 마찬가지. “현대판 거지 이야기예요. 담배와 위스키를 유일한 낙으로 살아가는 여성 가사 도우미가 주인공이죠. 담뱃값이 오르며 생활의 균형이 무너져요. 담배와 위스키 때문에 자신의 집을 포기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는 선택을 하죠.”(전고운) ●‘범죄의 여왕’까지 3편 찍는 동안 ‘평등’ 화두 ‘1999, 면회’는 1000만원. ‘족구왕’은 1억원, ‘범죄의 여왕’은 4억원으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만듦새를 보여준다. 가족과 같은 연대감이 7명에게만 머물지 않고 퍼져 나간 결과다. 배우들은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을 자청하고, 스태프들도 작품을 위해 희생하고 감내한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라는 일은 누군가가 소외되기 쉬운 단체 작업인데 그런 걸 덜 느끼게 하고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일하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요. 감독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스태프들이 해줬어요. 범죄의 여왕 경우엔 집에 있는 물건까지 가져와 세트를 채울 정도였어요.”(이요섭) ●5편 다 찍으면? “우리의 미래는 우리도 궁금” 광화문 시네마는 곧 반환점을 돈다. 광화문 시네마 이름으로 다섯 색깔의 작품을 내놓는 게 1차 목표였다. 일단 한 바퀴를 돌면 그 이후 행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시네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잘 안 되더라도 다시 돌아와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계속 남기를 바랍니다.”(우문기) “광화문 시네마는 이래야 한다는 게 없죠. 그래서 앞으로의 광화문 시네마가 저도 궁금하네요.”(권오광)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충무로 새바람, 광화문 시네마를 만나다

    충무로 새바람, 광화문 시네마를 만나다

     오는 25일 ‘범죄의 여왕’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다. 오밀조밀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다. 오지랖 넓은 아줌마가 주인공이다.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있는 아들에게 수도 요금 120만원이 청구되자 곧바로 보따리를 싸들고 상경한다. 아들의 타박을 무릅쓰고 고시원 이곳저곳을 들쑤시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중견 배우 박지영이 원톱 주연으로 열연한다. 첫 장편 데뷔작인데 조복래, 허정도, 백수장, 김대현, 이솜이 맡은 고시원 식구들 캐릭터 하나하나를 맛깔나게 빚어낸 이요섭 감독의 연출력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이 작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까닭은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광화문 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30대 연출가 5명과 프로듀서 2명이 뭉친 영화 창작 집단이다. 대부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13기 동기들이다. 앞서 맏형 김태곤 감독이 ‘1999, 면회’(2013), 우문기 감독이 ‘족구왕’(2014)을 내놓으며 갈채를 받았다. 한 명이 메가폰을 잡으면 다른 사람은 기획자로, 각본가로, 제작자로, 이도 아니면 허드렛일이라도 하는 품앗이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다. 이들의 ‘수평적 무브먼트’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만개했던 1990년대 후반을 재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권오광 감독이 ‘돌연변이’(2015), 김 감독이 ‘굿바이 싱글’(2016) 등 대형 투자·배급사와 손잡고 광화문 시네마의 울타리를 넘나들면서도 개성이 또렷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술자리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끼리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연출을, 우 감독이 미술, 전고운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아 찍은 게 ‘1999, 면회’예요. 그때는 이름도 없었어요. 영화제에 출품하려다 보니 제작사 명칭이 필요했죠. 마침 프리 프러덕션 작업을 했던 전 감독의 집이 광화문에 있어서 광화문 시네마가 됐지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일하는 형태가 좋았는지 나머지 멤버도 합류하게 됐죠.”(김태곤)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에 호평이 이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희가 특별히 영화를 잘 만든다거나 새로운 시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외부 간섭을 되도록 적게 받으면서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우문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중간 지점에 걸쳐 있다고 할까요. 그 어느 쪽에도 흔하지 않은 소재를 갖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 한 점을 관객이나 평단에서 높게 사는 것 같습니다.”(김태곤)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들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9, 면회’는 군대, ‘족구왕’은 복학생, ‘범죄의 여왕’은 고시생 이야기다. 전 감독이 네 번째로 준비 중인 ‘소공녀’ 또한 마찬가지. “현대판 거지 이야기예요. 담배와 위스키를 유일한 낙으로 살아가는 여성 가사 도우미가 주인공이죠. 담뱃값이 오르며 생활의 균형이 무너져요. 담배와 위스키 때문에 자신의 집을 포기하고 친구 집을 전전하는 선택을 하죠.”(전고운) ‘1999, 면회’는 1000만원. ‘족구왕’은 1억원, ‘범죄의 여왕’은 4억원으로 만들어졌는데 모두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만듦새를 보여준다. 가족과 같은 연대감이 7명에게만 머물지 않고 퍼져 나간 결과다. 배우들은 작은 역할이라도 출연을 자청하고, 스태프들도 작품을 위해 희생하고 감내한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라는 일은 누군가가 소외되기 쉬운 단체 작업인데 그런 걸 덜 느끼게 하고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일하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요. 감독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스태프들이 해줬어요. 범죄의 여왕 경우엔 집에 있는 물건까지 가져와 세트를 채울 정도였어요.”(이요섭)  광화문 시네마는 곧 반환점을 돈다. 광화문 시네마 이름으로 다섯 색깔의 작품을 내놓는 게 1차 목표였다. 일단 한 바퀴를 돌면 그 이후 행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시네마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잘 안 되더라도 다시 돌아와 작품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계속 남기를 바랍니다.”(우문기) “광화문 시네마는 이래야 한다는 게 없죠. 그래서 앞으로의 광화문 시네마가 저도 궁금하네요.”(권오광)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스타트렉 시리즈 50주년… 앞으로 50년 더 계속됐으면”

    “스타트렉 시리즈 50주년… 앞으로 50년 더 계속됐으면”

    “50주년을 맞은 스타트렉 시리즈가 앞으로 50년 더 계속됐으면 좋겠다.” 18일 국내 개봉하는 SF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를 홍보하기 위해 대만 출신 저스틴 린 감독과 배우 크리스 파인, 재커리 퀸토, 사이먼 페그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타트렉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스타워즈’와 함께 우주 판타지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스타트렉’은 1966년 TV 시리즈로 출발해 영화, 드라마, 소설,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져 마니아를 양산했다. ‘스타트렉 비욘드’는 영화로는 열세 번째, 2009년 새롭게 시작한 리부트 시리즈로는 세 번째 작품이다. 파인은 리부트 시리즈에서 우주 함선 엔터프라이즈호를 지휘하는 커크 함장 역을, 퀸토는 귀가 뾰족한 벌칸족 출신인 부함장 스팍 역을 맡았다. 페그는 수석 엔지니어 스코티를 연기한다. ●린 감독 “전체 시리즈 해체 시도” 린 감독은 “50년간 사랑받아 온 작품이라 이번엔 전체 시리즈를 해체해 보는 시도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디 감독으로 시작해 신용카드를 긁어 가며 영화를 찍었는데 ‘분노의 질주’에 이어 ‘스타트렉’까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작업을 하게 돼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어렸을 때 팬이었던 스타트렉 시리즈에 기여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작가·배우 참여… 코리아타운 가기도 공동 각본가로도 참여한 페그는 “스타트렉은 편견이 사라진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인 관용과 평등을 보여 주려 했다”며 “다양성의 가치를 추구했던 원작자 진 로덴베리도 이번 작품의 아이디어에 만족해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리부트 시리즈에 한국계 배우 존 조가 항해사 술루 역으로 출연한 것 말고도 이번 작품에는 한국계 작가 더그 정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린 감독은 이와 관련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그가 쓴 각본을 접하고는 팬이 돼 버렸다”면서 “영화 작업을 하지 않을 때 함께 코리아 타운에 놀러 가기도 했다”며 웃었다. ● 퀸토 “캐릭터 진화시키는 재미는 드문 행운”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존재하며 수많은 영향을 준 캐릭터 스팍을 연기해 운이 좋았다는 퀸토는 “(원조 스팍인) 레너드 리모이와 작업할 수 있어 더 큰 의미가 있었다”며 “안타깝게도 리모이가 지난해에 세상을 떴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추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출연하는 의미에 대해 파인은 “개인적으론 가장 친한 친구, 동료들과 작업하며 일과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페그는 “하나의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재연하며 캐릭터를 진화시키는 재미가 있다”며 “배우에겐 흔치 않은 행운”이라고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이키델릭 여제’ 김정미 헌정공연

    ‘사이키델릭 여제’ 김정미 헌정공연

    시대를 앞서간 한국 사이키델릭의 여제로 평가받는 보컬리스트 김정미(63)에 대한 헌정 공연이 열린다. 다음달 3일 오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경기 남양주 스쿨디포에서다. 김정미는 펄시스터즈, 김추자, 이정화, 장현 등과 함께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뮤즈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요즘 음악 팬들에겐 이선희의 절창으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강산’의 원래 가창자다. 신중현은 자신의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한 보컬리스트로 김정미를 꼽기도 했다. 그는 1971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중현 밴드의 객원 보컬로 발탁돼 ‘간다고 하지 마오’, ‘아니야’를 부르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신중현과 함께 국내 사이키델릭의 명반으로 꼽히는 ‘나우’(NOW)를 발표했다. 후배 뮤지션들이 꾸준히 리메이크하는 ‘바람’을 비롯해 ‘햇님’, ‘봄’ 등이 담긴 이 음반(LP)은 현재 최고가로 거래되는 희귀 앨범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 명칭도 이 음반에서 따왔다. 김정미는 이 밖에도 ‘잊어야 한다면’ 등을 불러 사랑받았다. 음역대가 그리 넓지 않지만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중저음 음색을 뽐냈던 김정미는 그러나 창법이 저속하다는 이유로 곧잘 금지곡 처분을 받기도 했다. 1977년 제니스 조플린의 ‘무브 오버’를 번안한 ‘난 정말 몰라요’를 마지막으로 대중음악계를 떠나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김정미 데뷔 45주년 기념이자 국내 사이키델릭 공동체의 반상회 격인 이번 트리뷰트 공연에서는 신중현의 둘째 아들 신윤철이 이끄는 서울전자음악단, 차승우의 모노톤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텔레플라이, 텐거, 사토 유키에(곱창전골) 등 실력파 인디 뮤지션(팀)들이 무대에 올라 한국 사이키델릭의 정수를 들려줄 예정이다. 사이키델릭 아트 전시, 마인드 테라피 등이 곁들여진다. 3만 3000원. 문의 www.facebook.com/nowkimjungmi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주말 흥행1위 ‘터널’ 300만명 돌파

    주말 흥행1위 ‘터널’ 300만명 돌파

    올여름 국내 극장가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스크린에 걸린 한국 영화 ‘빅4’ 모두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밟는 진기록이 세워졌다.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재난 영화 ‘터널’(10일 개봉)은 12∼14일 관객 182만 270명(매출 점유율 40.4%)을 불러 모아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터널에 매몰된 평범한 자동차 영업 사원이 벌이는 사투와 그의 구조를 둘러싼 터널 바깥 풍경을 그린 영화다. 이로써 좀비물 ‘부산행‘(7월 20일)을 시작으로 전쟁 첩보물 ‘인천상륙작전’(7월 27일)과 역사물 ‘덕혜옹주’(8월 3일)를 거쳐 ‘터널’까지 개봉 첫 주말 흥행 1위 바통이 차례차례 이어졌다. 경쟁작이 없었던 ‘부산행’이 개봉 첫 주말 가장 많은 321만 5748명을 동원했다. 이어 ‘터널’, ‘인천상륙작전’(179만 4808명), ‘덕혜옹주’(117만 382명) 순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인천상륙작전), 쇼박스(터널), 뉴(부산행), 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등 국내 메이저 배급사가 성수기를 겨냥해 내놓은 텐트폴 영화(흥행 기대작)가 모두 인기를 끈 것은 드문 일이다. 가장 이례적인 흥행 레이스를 보인 것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덕혜옹주’. 개봉 첫날 1위의 기세가 주말까지 이어지는 게 보통인데, 선행 주자인 ‘인천상륙작전’과 할리우드 신작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밀려 3위로 출발한 ‘덕혜옹주’는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 14일 기준 누적 관객은 ‘부산행’(1079만 1384명), ‘인천상륙작전’(622만 9731명), ‘덕혜옹주’(354만 9281명), ‘터널’(258만 553명) 순이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는 ‘부산행’이 5위를 차지하며 한국 영화 빅4 모두 톱5에 포진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이들 사이를 비집고 4위에 올랐다. 6위는 ‘터널’과 같은 날 개봉한 ‘국가대표2’가 차지했다. 한국 최초 여성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야기로, 수애와 오연수 등이 열연했으나 상대적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누적 관객 수는 40만 6502명. 홍지민 기자 icaus@seoul.co.kr
  • [부고] ‘흑산도 아가씨’ 원로 작사가 정두수씨 별세

    [부고] ‘흑산도 아가씨’ 원로 작사가 정두수씨 별세

    ‘흑산도 아가씨’, ‘가슴 아프게’, ‘마포종점’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한 원로 작사가 정두수(본명 정두채)씨가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79세. 1937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3500여곡의 가사를 쓴 국내 대표적인 원로 작사가다. 1963년 진송남의 ‘덕수궁 돌담길’을 시작으로 19세의 남진을 일약 ‘국민 스타’로 만들었던 ‘가슴 아프게’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등 주옥같은 노랫말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작곡가 고 박춘석과 콤비를 이뤄 대중가요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고인의 생전 인터뷰(서울신문 2014년 2월 12일자 22면)에 따르면 조용필, 하춘화 등 그의 노래를 부른 인기가수만 100여명에 이르고, 남진과 이미자는 각각 500곡가량 가사를 써줄 정도로 각별했다고 한다.유족으로는 부인 이영화, 딸 다혜, 지혜, 선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4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장지는 경남 하동 금오영당이다. (02)3010-2000.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위기의 순간, 18년 전으로 돌아간 남자의 누명 벗기

    [새 영화] ‘나만이 없는 거리’…위기의 순간, 18년 전으로 돌아간 남자의 누명 벗기

    단순하게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간여행하는 것은 고전적인 이야기가 됐다. 이제는 타임 슬립, 타임 리프, 타임 루프, 타임 워프 등 개념도 다양해졌다. 타임 슬립은 어떤 사고나 사건을 계기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과거로 가는 경우를 말한다. 타임 리프는 과거 특정한 시간대로 돌아가는 능력을 일컫는다. 최근 들어서는 타임 루프가 자주 등장한다. 쉽게 말해 일정 시간이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빌 머리와 앤디 맥다월의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블랙홀’(1993)이 우선 떠오른다. 악당과의 추격전이 반복되는 ‘레트로액티브’(1997)에 이어 최근 들어선 열차 테러를 막는 과정을 그린 ‘소스코드’(2011), 외계인과 무한 전투를 벌이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에 나왔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나만이 없는 거리’도 타임 루프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2006년,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29세 사토루(후지와라 다쓰야)는 만화가 지망생이다. 그에겐 시간이 반복되는 현상이 종종 일어나는 데, 스스로 ‘리바이벌’이라고 부른다. 그때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는 일을 바로잡으면 시간이 다시 흐른다. 리바이벌 현상으로 교통사고를 직감하고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식이다. 사토루는 어느 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다가 시간을 되돌리게 되는 데 눈을 떠보니 1988년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들이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올해 초까지 약 3년 반가량 연재된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서스펜스 추리물, 성장물에 아동 학대와 무관심, 소외 등 사회 문제를 녹여낸 이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빼어난 심리 묘사, 유머 감각, 파격적인 전개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1~3월 방영된 12부작 TV 애니메이션도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연출과 유려한 영상미로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흐름은 같지만 일부 설정이나 내용이 원작 만화와는 달라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영화는 애니메이션에 견줘 만화 설정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지만 러닝타임의 한계 때문에 원작 파괴가 뒤따른다. 차곡차곡 섬세하게 쌓아 가야 할 이야기들을 단 몇 줄 대사로 처리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원작 내용을 크게 바꾼 종반부가 엉성해진 점이 결정적인 패착. 원작을 빛냈던 심리 묘사와 유머 감각도 제대로 옮겨 심지 못해 만화, 애니메이션 팬들은 무척 아쉬워할 것으로 보인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박규상 지음/팜파스/280쪽/1만 4000원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어린이를 위한 세트를 판매한다. 판촉을 위해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난감을 끼워 판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난리다. 햄버거가 맛나서가 아니다.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장난감 때문이다. 당장 “애들이냐~!”하는 핀잔이 나올 수도 있겠다. 어려서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나온 프라모델 로봇이나 군함, 탱크 등 밀리터리 시리즈를 조립하고 옥도정기(요오드팅크) 용기에 꽂힌 붓을 들고 도색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듯. 요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속초로, 울산으로 쏘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피카츄를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간 공부에, 취업에, 직장 생활에 치여 멀어졌던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뒤늦게 꿈틀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인이 되어서야 덕후의 세계를 접한 인문학자인 저자는 술로, 커피로, 노래로, 운동으로, 춤으로, 대화로, 여행으로, 맛난 음식으로 얼굴을 바꿨던 욕망의 출발점은 사실 장난감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장난감과 고대 신화를 엮어서 현상을 풀이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테디베어, 베어브릭,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곰 캐릭터는 왜 언제나 인기를 끄는 것일까. 저자는 단군신화처럼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온 수많은 신화 중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어머니와 맞닿아 있는 동물 캐릭터가 곰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어머니를 늘 가까이 있고 싶어 하는 잠재의식이 곰을 변주한 장난감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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