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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전·박 누드 패러디’ 사과

    KBS ‘전·박 누드 패러디’ 사과

    KBS ‘시사투나잇’의 누드그림 패러디에 격분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18일 가까스로 화를 풀었다.KBS의 정연주 사장이 공식적 사과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한나라당 전재희·박세일 의원이 벌거벗은 모습을 ‘낙원상실’이라는 패러디로 소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된 그림은 두 의원의 얼굴이 손으로 성기를 가린 나신 위에 합성된 형태였다. 정 사장의 사과 이전에 한나라당 인사들의 분노는 극으로 치달았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해 청와대 홈페이지가 박근혜 대표를 성적으로 패러디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뒤끝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은 평소 프로그램의 편집방향을 지적하며, 취재거부를 공표한 터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는 “장난에도 분수가 있다.”,“저질 프로그램”,“사장의 퇴진을 요구하자.”는 격앙된 말이 오갔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경악할 일”이라고 논평했고, 김무성 사무총장은 “못된 짓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야당을 상대로 한 공영방송의 병적인 음란성 놀음과 편파성을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면서 “KBS는 관계자를 병원으로 보내든지 추방하라.”고 성토했을 정도다. 이후 김 사무총장과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 등 7명은 KBS로 찾아가 “공영방송이 풍자를 넘어, 음란한 내용으로 정치 세력을 비하했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정 사장은 “저도 취임 이후 이번처럼 분노한 적이 없었다.”며 한나라당 사람들을 달랬다. 정 사장은 특히 “패러디 부분은 내부적으로도 문제제기가 있어 봄에 개편하려고 했는데 더 기다릴 수 없게 됐다.”며 코너 자체를 폐지할 뜻을 내비쳐 한나라당 사람들의 마음을 녹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日네티즌 야습… 숨막힌 독도大戰

    국정홍보처가 국내외 네티즌들을 상대로 홈페이지에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설문홍보를 벌이다 한·일 양국 네티즌들의 응답이 폭주하면서 설문코너를 폐쇄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은 지난 16일 대한민국 정부대표 영문 홈페이지 코리아넷(Korea.net) 홈페이지에 ‘동해에 있는 바위섬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느 나라의 영토인가.’라는 질문의 사이버 설문조사를 올렸다. 한·일간 독도 논란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두 나라 네티즌들은 이후 경쟁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고, 한때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나오기도 하는 등 일대 소동을 벌였다. 결국 홍보처는 국내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 속에 21일까지로 예정했던 설문조사를 18일 오전 부랴부랴 중단하고야 말았다. 설문투표는 17일 밤까지만 해도 ‘독도와 한국땅’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90%를 넘었다. 그러나 18일 새벽 3시를 넘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다케시마와 일본땅’이라는 응답이 80%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이 대거 설문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국내 네티즌들이 반격에 나섰고, 오전 7시를 넘기면서 다시 ‘독도와 한국땅’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웃돌기 시작했고,9시엔 62%를 회복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들은 “정부가 말도 안되는 투표를 한다.”며 격렬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투표를 하긴 했지만 정부가 엄연한 우리 땅을 놓고 투표에 부치다니 말이 되느냐.”고 격분했다. 다른 네티즌은 “정부가 대표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적으로 나라망신시키는 데 앞장선 꼴”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본 인구가 우리의 3배인데 어떤 결과를 얻자고 이런 투표를 한거냐.”고 혀를 찼다. 홍보처 관계자는 파문이 확산되자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알리는 설문 형태의 홍보활동일 뿐 일반적인 설문조사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면서 “독도가 한국땅임을 입증하는 각종 역사자료와 지도, 기사 등을 함께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①-창업주 故정주영회장 일가

    보는 이마다 다르겠지만 현대를 삼성보다 앞세우는 사람들은 현대의 창업 정신을 강조한다. 현대는 남이 일궈놓은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밑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 주춧돌을 올렸다. 건설이 그랬고, 자동차가 그랬으며, 중공업이 그랬다.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회장은 이를 평생의 긍지요, 자랑으로 여겼다.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끌려가서도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인천제철만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 내 손으로 말뚝을 박고 길을 닦아 시작하지 않은 공장이 없다.”며 기업 강제 통·폐합에 맞섰을 정도였다. 1947년 5월25일 서울 중구 초동의 허름한 자동차 수리공장 한 귀퉁이에 ‘현대토건사’라는 간판을 내건 지 60여년. 삼성보다 10년 가까이 늦은 출발이었지만 현대는 이내 1위 기업으로 우뚝 섰고,‘경영권 다툼’이 일어났던 2000년까지 그 지위는 차돌만큼이나 단단했다. 이때 현대그룹의 자산규모가 87조여원. 계열사 수만 40개가 넘었다. 비록 그룹이 쪼개지면서 외형상의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현대차그룹), 유통(현대백화점), 해운·제조(현대그룹), 조선(현대중공업), 금융(현대해상·현대기업금융) 등 각자 전문그룹의 길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더 강화되고 동반 부실의 위험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그룹들이 이제서야 계열분리 등으로 홍역을 앓는 동안 현대의 대표주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KCC, 한라, 성우 등 창업주의 형제들이 이끄는 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언뜻 봐도 느껴질 만큼 현대에 뿌리를 대고 있는 기업들은 유난히 굴뚝업종이 많다. 고용된 인원과 딸린 부품·협력업체가 많다는 얘기다. 국민경제 기여도로 따지면 현대가 여전히 1위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또 한 가지, 현대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현대정신’이다. 현대에는 일단 해보자며 덤비는 정신,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때로는 비합리성을 낳기도 하지만 현대맨들은 이를 “맨바닥에서부터 기업을 일군 현대만의 저력”이라고 자부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이를 “진정한 기업가(起業家) 정신”이라고 불렀다. 제각각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현대가를 묶는 보이지 않는 끈이기도 하다. ●담(淡)한 혼맥… 후한 연애결혼 다른 재벌가에 비해 현대의 혼맥은 의외로 소박하다. 낭만을 즐겼던 고 정 회장이 자식들의 연애에도 너그러웠던 영향이 가장 크다.‘왕 회장’이라는 별칭으로 더 자주 불렸던 그 자신, 강원도 통천의 평범한 고향처녀(변중석)와 결혼해 평생을 함께했다. 슬하에 9남매(8남1녀)를 두고 동생이 일곱(한명은 어려서 사망)이나 됐지만 눈에 띄는 혼사는 손가락을 꼽는다. 직계가족 중에 굳이 꼽자면 다섯째아들 고 몽헌(MH)씨와 여섯째아들 몽준(MJ)씨를 들 수 있다. 몽헌씨는 신한해운 현영원 회장의 딸 정은씨와, 몽준씨는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막내딸 영명씨와 각각 결혼했다. 오랜 세월 재계를 주름잡았던 현대의 위상에 견줘 혼맥이 조촐한 데는 창업주의 성공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을 거쳐 대기업 총수에 오른 그는 살아생전 “세상에 공짜란 없다.”며 담(淡)한 마음을 갖자고 입버릇처럼 강조하곤 했다. 권력이나 부(富)를 결코 싫어하지 않았지만 굳이 혼사줄까지 대가며 공짜를 탐할 이유 또한 없었던 것이다. 정략결혼의 흔적이 적은 대신에 유난히 많은 손(孫)과 맞닥뜨리는 게 현대라는 집안이다. 이런 현대가 대(代)를 건너뛰면서 LG, 롯데, 한진, 이건, 비비안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과 사돈을 맺은 점은 흥미롭다. 현대가의 2세들이 ‘몽(夢)’자 돌림이라면 3세들은 딸이 ‘이(伊)’, 아들은 ‘선(宣)’자 돌림을 쓴다.4세는 ‘진’자(딸),‘창’자(아들) 돌림이다. ■ 현대의 핵심축 아들들 ●장남 몽필… 쌍용가와 인연 큰아들 몽필씨는 나이 50도 안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국영 적자기업 인천제철을 인수해 정상화에 여념이 없던 1982년 4월 어느날,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고속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때가 마흔아홉살. 수도여대 출신의 부인 이양자씨와 두 딸 은희·유희씨는 망연자실했다. 몽필씨가 떠난 지 한달 뒤, 정주영 회장은 동서산업 공장장이던 이영복씨를 사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이씨는 몽필씨의 처남, 즉 이양자씨의 친동생. 졸지에 가장을 잃은 장남 가족에 대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양자씨마저 91년 위암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큰딸 은희씨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했다. 둘째딸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결혼해 두 아들(진석·진하)을 두었다. 지용씨는 현재 용평리조트 상무를 맡고 있다. ●2남 몽구… 글로벌 현대차그룹 리더 몽필씨의 죽음으로 사실상 집안의 장남 역할을 도맡아 한 이는 둘째아들 몽구(MK)씨였다. 유희씨가 결혼할 때 부모 역할을 대신 한 사람도 몽구씨 부부였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 시절,‘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낸 그는 기아차마저 인수해 지금의 현대·기아차 그룹을 이끌고 있다.2000년 자동차전문 그룹으로 출범한 지 몇 년도 안돼 그룹을 세계 6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출범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다. 그룹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85조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현대차의 뉴쏘나타를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했다. 갤로퍼 신화 때부터 MK가 강조해온 ‘품질 경영’의 힘이다. MK는 평범한 집안의 딸 이정화씨와 결혼해 3녀1남을 두었다. 큰딸 성이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의사이자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고 선호영 박사의 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둘째딸 명이씨는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 태영씨와, 셋째딸 윤이씨는 미국 MBA(경영학석사) 출신인 신성재씨와 결혼했다. 둘째사위와 셋째사위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 막내이자 외아들인 의선씨는 지난 11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내 직함은 현대·기아차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으로 기아차의 기획, 재무, 수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일찍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부인은 정도원 강원산업 부회장의 큰딸 지선씨다. ●3남 몽근… 소리없이 유통명가 키워 셋째아들 몽근씨는 일찌감치 유통을 넘겨받아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빅3’(MK·MH·MJ)에 가려 조명은 덜 받았지만, 묵묵히 외길을 걸으면서 소리없이 유통 명가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현대백화점, 현대H&S(非 백화점 계열), 현대홈쇼핑 등 주력 계열사를 토대로 지난해 5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문 최고경영자(CEO)들이 소신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면서도 거의 매일같이 매장을 둘러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위 형 몽구씨와는 고등학교(경복고)-대학교(한양대) 동문인 데다 선굵은 외모까지 비슷하다. 옛 현대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우호식씨의 딸 경숙씨가 부인이다. 두 아들은 각각 부회장,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큰아들 지선씨는 고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인 서림씨와 결혼했다. 둘째아들 교선씨는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큰딸 승원씨와 지난해 말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교선씨의 결혼식에는 큰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집안 어른들이 대거 참석해 모처럼 우애를 다지기도 했다. 현대가는 한때 딸만 남기고 떠난 몽필씨의 대를 잇기 위해 지선씨를 양자로 입양하는 방안을 의논했었다. 유교식 법도대로라면 바로 아래 동생인 몽구씨의 아들을 입양해야 했으나 의선씨가 외아들인 탓에 지선씨가 선택된 것.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입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때 의선씨가 ‘종손’ 자격으로 고인의 영정을 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외사위 희영… 천마산스키장 운영, 이건·비비안과 사돈 현대가는 자손이 많은데도 딸은 귀한 편이다. 외동딸 경희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 그러나 바깥 활동은 없다. 대신 남편(정희영)이 선진종합㈜ 회장이다. 공교롭게 고 정주영 회장의 여동생 희영씨와 이름이 똑같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1965년 현대건설 공채로 입사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입사 동기다. 조선 수주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 창업주의 눈에 들어 사위가 됐다. 정주영 회장은 딸 경희씨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자 희영씨를 도쿄법인 이사로 발령내 자연스러운 교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이후 희영씨는 조그만 해운회사(선진해운) 하나를 갖고 독립,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천마산 스키장은 오롯이 그가 독립해 만든 회사다. 외아들 재윤씨가 선진종합㈜ 상무다. 두 딸은 각각 이건그룹과 비비안그룹으로 시집갔다. 큰딸 윤미씨의 남편이 이건창호 박승준 상무, 둘째딸 윤선씨의 남편이 비비안 남석우 부회장이다. ●4남 몽우… BNG스틸 통해 부활 넷째아들 몽우씨는 숙명여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인’ 이행자씨와 연애결혼했다.40대에 현대알루미늄 회장을 맡은 그는 그러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1990년 4월 45세의 젊은 나이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유족을 돌보는 일도 사실상의 장남 몽구씨의 몫이었다. 조카 셋을 모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BNG스틸(전 삼미특수강)에 입사시켰다. 큰조카, 즉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BNG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씨에 이르러 비로소 현대는 내로라하는 재벌가와 사돈관계를 맺는다. 일선씨의 부인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 은희씨다. 구 부회장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조카이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씨는 김영무 김&장 법무법인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다. ●5남 몽헌… 못다 이룬 꿈, 현 회장이 힘찬 날갯짓 ‘비운의 황태자’ 몽헌씨는 1998년 그룹 공동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1983년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를 설립해 4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끌어냈다.2000년에는 형들을 제치고 그룹 단독 회장에 추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03년 8월4일 서울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부인 현정은씨가 경영에 뛰어들었다. 급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황망히 그룹을 물려받았지만 사업가 집안의 딸답게 배포와 합리적 리더십으로 1년 만에 그룹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상선, 올해 첫 흑자를 넘보고 있는 현대아산, 주가 1000시대의 수혜주 현대증권 등을 축으로 재계 10위권 진입(현재 19위)을 눈앞에 두고 있다.201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10위권에 진입한다는 ‘2010’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점지한’ 며느리로도 유명하다. 현 회장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결혼 뒷얘기는 이렇다.“당시 현대상선 회장이던 아버지(현원영)를 따라 선박 명명식차 울산에 내려갔다가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명예회장(정주영)께서 나를 선보러 미리 내려오셨었다. 명예회장께서 중매를 서신 셈이다.” 큰딸 지이씨는 현대상선 재정부 대리로 근무 중이다. 아버지를 잃었을 때 고3 수험생이었던 외아들 영선씨는 졸업후 미국 유학을 준비중이다. ●6남 몽준… 세계1위 현대중공업 ‘건조’ 지금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세계 일류 현대중공업의 뒤에는 기업인 몽준씨가 있다. 형제중에 학벌(서울대-미국 MIT 경영대학원)이 가장 좋아 ‘신문대학’(소학교만 졸업한 정주영 회장은 신문을 통해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며 자신을 신문대학 출신이라고 소개하곤 했다) 출신인 왕 회장이 유난히 예뻐했다는 몽준씨는 31세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1988년 금배지를 처음 달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시도했다. 경영은 CEO에게 맡기고 자신은 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지금도 현대중공업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 공식 직함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축구협회 회장.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 목표액은 10조원. 웬만한 그룹과 맞먹는다. 부인 김영명씨와는 미국 유학시절에 만나 결혼했다. 큰아들 기선씨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올해 학사장교(ROTC)로 임관했다. 이로써 부자(父子)가 ROTC 선후배가 됐다. 두 딸 남이씨와 선이씨는 미국 유학 중이다.‘월드컵 베이비’로 유명한 늦둥이 아들 예선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우리나라가 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을 최종 통과한 것을 기념해 이름을 ‘예선’으로 지었다고 한다. ●7남 몽윤… 현대해상으로 컴백 몽윤씨는 지난해 말 업계 2위의 손해보험회사인 현대해상의 등기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왔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의 전격 복귀였다. 방카슈랑스(은행상품과 보험상품의 교차판매) 확대 시행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1981년 김진형 부국물산 회장의 딸 혜영씨와 연애결혼해 정이양과 경선군을 두었다. ●8남 몽일… 할부금융으로 내실 막내아들인 몽일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친 뒤 현대상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0년 현대기업금융을 차려 독립했다. 기업대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다. 권영찬 현대파이낸스 회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해 고등학생인 현선(영국 유학중)군과 중학생인 문이양을 두고 있다. ■ 현대의 또 다른 축 형제들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은 동생이기 이전에 창업 동지요, 사업 동료였다.6·25전쟁 직후 고령교(대구와 거창을 잇는 교량) 복구 공사를 덜컥 떠맡았다가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을 때, 내남없이 살던 집을 팔아 돈을 내놓은 것도 동생들과 매제였다. 이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한 집(돈암동)에 모여 살아야 했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독립해 각자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옛 영화 꿈꾸는 한라·성우 동아일보 외신부 기자로 활동하던 첫째 동생 인영씨는 1953년 현대건설 전무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본격 합류했다.75년 말 중동 진출 때 신중론을 펴 형과 이견을 빚을 때까지 그룹의 초석을 닦았다. 당시 독립해 만든 한라그룹은 한라건설·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만도기계 등을 거느리며 재계 서열 12위로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그룹이 부도나는 시련을 겪었다. 지금은 둘째 아들 몽원씨가 한라건설 회장을 맡아 재기를 꿈꾸고 있다. 큰 아들 몽국씨는 94년 아버지가 동생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하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배달학원 이사장을 맡았으나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부인 이광희씨는 배달학원 계열인 한라대 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대시멘트·성우종합건설·성우리조트·현대종합금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은 둘째 동생 순영씨 일가가 이끌고 있다. 순영씨는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고 2세 경영을 정착시켰다. 큰아들 몽선씨가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둘째아들 몽석씨가 현대종합금속, 셋째아들 몽훈씨가 성우전자, 넷째아들 몽용씨가 성우오토모티브를 각각 맡고 있다. 몽선씨는 사촌인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부검을 임관하기도 했다. ●‘기계박사’가 일군 한국프랜지 자동차부품회사인 한국프랜지공업의 김영주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의 유일한 매제다. 정주영 회장은 ‘이 땅에 태어나서’라는 두 번째 자서전에서 “그가 다가가기만 해도 기계가 저절로 고쳐졌다.”며 매제를 ‘기계박사’라고 불렀다.1946년 정주영 회장이 미 군정에서 불하받은 토지에 ‘현대’(현대자동차공업사)라는 상호를 처음 내걸었을 때, 감격적으로 지켜본 이도 영주씨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로부터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직종이던 운전기사 출신의 영주씨는 황해도 홀동광산에서 역시 운수업을 하던 정주영 회장과 뜻이 맞아 사업을 같이 도모했고, 매제까지 됐다. 부인 정희영씨는 2001년 정주영 회장이 노환으로 세상을 떴을 때 “대통령 한번 못해보고… 우리 오빠 불쌍해서 어쩔거나.”하며 가장 서글프게 울었던 동생이다. 장남 윤수씨가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프랜지공업 회장으로 있다. 둘째아들 근수씨는 독립해 울산화학·퍼스텍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후성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윤수씨의 장남 용석씨가 프랜지공업 계열사인 서한산업(자동차부품회사) 대표이사 사장이어서 3세 경영체제를 갖춰 가고 있다. 둘째아들 용범씨는 이름을 용태로 바꿨다. ●‘포니 정’ 부자(父子)의 변신 ‘포니 정’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넷째 동생 세영씨는 외아들 몽규씨와 함께 1999년 3월 현대그룹에서 독립해 건설시장에서 영역을 확실하게 굳혔다. 꼼꼼한 시공과 치밀한 분양으로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도급순위 4위 업체로 키워놓았다.‘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1976년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국산 고유모델 자동차 1호 ‘포니’를 만들어낸 데서 붙여졌다. 이같은 열정과 헌신을 인정받아 87년 형에게서 현대그룹 회장직을 물려받기도 했다. 분가한 뒤로는 현대산업개발 경영에만 매달렸다. 몇 년 전 폐암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희수연을 치렀을 만큼 건강을 되찾았다. 회사 경영은 아들 몽규(회장)씨가 책임지고 있다. 지금의 서울 삼성동 사옥은 몽규씨가 직접 지었다.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대가 맺은 최고위층 사돈도 세영씨 집안에서 나왔다. 큰딸 숙영씨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장남 경수(서울대 교수)씨와 결혼한 것. ●“아… 신영아”-교통사고 아닌 병으로 요절 다섯째 동생 신영씨는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동생이다. 서울대를 나와 동아일보 기자로 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1962년. 처음에 어떤 기자가 교통사고사로 쓰면서 오랜 세월 세상에 잘못 알려졌지만 정확한 사인은 지병이라고 유족은 본지에 밝혔다. 당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일에서 떠나본 적이 없는 정주영 회장이 일주일을 손놓았을 만큼 가족의 슬픔은 컸다. 서울대 음대 출신의 첼리스트였던 미망인 제수씨(장정자)에게 현대학원(현대고)을 경영토록 했다. 지금도 현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정자씨는 남북이산가족 상봉때 대한적십자사 부총재로 남한측 방문단장을 맡았었다. 장홍선 전 극동도시가스 회장의 누나다. 신영씨는 1남1녀를 두었다. 아들 몽혁씨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로 취임해 인천정유(구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고 오일뱅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외자유치와 함께 2002년 전문경영인에서 물러나 그 해 건축자재 유통회사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를 설립해 돌아왔다. 부인 이문희씨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동원 이홍근 선생의 손녀이다. 사업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였던 동원 선생은 평생 모은 문화재 4941점을 198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딸 일경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룸버그대학 회계학과 교수인 남편 임광수씨와 함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리틀 정주영’이 이끄는 KCC 막내동생인 상영씨는 ‘불에 타지 않는 바닥재’ 등으로 유명한 자재 전문그룹 KCC를 이끌고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성격 등이 고 정주영 회장을 가장 많이 닮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린다. 큰형과 나이 차이가 21살이나 나 아버지처럼 따랐다. 장조카 몽구씨와도 2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또 다른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이 자금난에 몰렸을 때 200억원을 선뜻 내놓았을 만큼 의리도 강하다. 그러나 조카의 죽음 이후 현정은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다소 빛이 바랬다. 그룹 경영은 두 아들에게 맡긴 상태다. 큰아들 몽진씨가 대표이사 회장, 둘째아들 몽익씨가 대표이사 부사장이다. 셋째아들 몽열씨는 계열사인 금강종합건설 사장을 맡고 있다.KCC는 몽익씨를 통해 롯데·한진그룹과 사돈으로 연결된다. 몽익씨의 부인 은정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신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이다. 은정씨의 언니 은영씨는 한진해운 조수호 회장의 부인이다. 몽익씨와 조 회장이 동서지간인 셈이다. ●현대가의 여자들 현대가의 딸이나 며느리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화여대(정경희-이양자-현정은-김혜영-정유희 등) 출신에 해외유학(김영명-정지선-황서림-허승원 등)까지 다녀온 재원들이 적지 않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대외활동에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다못해 남편을 따라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유일한 경영자인 현정은씨도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전업주부’였다. 오너 일가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한 관계자는 “지금도 명절 때면 청운동 집(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오랫동안 살던 집)에 몇 대에 걸친 며느리들이 모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직접 장만한다.”면서 “옷차림들도 수수하고 인상이 소박해 언뜻 봐서는 재벌가 며느리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미인들이다. 어떤 이는 그 이유를 ‘유난히 많은 연애결혼’에서 찾는다. ●그룹분리 가속화시킨 ‘경영권 분쟁’ 2000년 ‘형제간 다툼’은 현대가를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핵분열시킨 결정적 계기였다.99년 12월 마지막 날, 고 정몽헌(MH) 회장쪽 인사로 분류되던 박세용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정몽구(MK) 회장 계열의 현대차 회장으로 전격 발령나면서 시작된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은 그룹 후계자로 MH를 지목한 고 정주영 회장의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기까지 석달여에 걸쳐 숨막히게 전개됐다. 효심이 남달랐던 MK는 아버지의 육성이 공개되자 깨끗이 승복하고 자동차 계열사를 이끌고 그룹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픔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의 지배구조를 선진화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1일 왕 회장의 4주기에 모처럼 형제들 모두가 함께 제사를 지낼 예정이다. 이날은 공식적으로 가족화합이 됐음을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현대가에 정통한 소식통은 전했다. hyun@seoul.co.kr ■ 정주영 회장의 ‘빈대론’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은 ‘해당화가 찬란하고 눈(雪)이 많은’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에서 1915년 6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죽어라고 일해도 콩죽을 면할 길이 없는 농군이 진절머리나게 싫고 지겨워”(첫번째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서) 소학교를 졸업한 열네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가출을 시도했다. 무작정 길을 나서 보기도 하고, 아버지의 소 판 돈을 훔쳐도 봤다. 그러기를 네번째. 열아홉살 마지막 가출에 성공해 인천부두 막노동꾼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한 푼이 아까워 몸을 기댔던 곳이 노동자 합숙소. 뼈가 으스러지는 중노동으로 누가 떠메고 가도 모를 만큼 고단했지만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빈대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궁리 끝에 밥상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 빈대들의 공격이 잠시 뜸해지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내 밥상다리를 타고 기어올라와 온 몸을 물어 뜯었다. 다시 머리를 써야 했다. 무릎을 탁 칠 만한 묘안이 떠올랐다. 밥상다리 네 개를 물 담은 양재기 넷에 하나씩 담근 뒤 그 위에 올라가 잔 것이다. 빈대를 밥상다리로 유도해 양재기 물에 익사시키자는 계략이었다. 쾌재를 부른 것도 이틀여. 빈대들은 또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양재기 물을 건넌 것일까.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불을 켜본 젊은 정주영 회장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빈대들이 밥상다리 대신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겨냥해 뚝 떨어져 목적 달성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은 ‘빈대의 노력’을 떠올렸다.“난관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든지 “빈대만도 못한 놈”이라는 단골 지청구는 모두 여기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없는 백사장(울산 염포리)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 투자금액을 유치할 때나,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꼽히던 중동 주베일 공사 입찰전에 뛰어들 때나, 직원들이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칠 때면 “이봐, 해봤어?”라고 불호령을 쳤던 것도 빈대의 집요한 노력을 떠올리면서였다. “자본가가 아니라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했던 정주영 회장은 근검과 노력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평등한 자본금” “한강에 기적은 없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노동이 있을 뿐” “고선지부지설(苦蟬之不知雪;여름철 서늘한 나무 그늘에 앉아 노래만 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없어지는 매미는 한겨울 펑펑 쏟아지는 눈을 알 수 없다)” ‘아산 정주영 어록’에 실려있는 그의 유명한 말들이다. hyun@seoul.co.kr ■ ‘현대家 대모’ 변중석 여사 열여섯살에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살 연상의 고향총각 정주영에게 시집온 변중석씨는 현대가의 산 증인이다. 올해로 84세. 젊어서 남편이 사준 재봉틀 하나를 자신 소유의 유일한 재산으로 여기며 한결같은 근검과 후덕함으로 ‘현대가의 여자’라는 상징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매일 새벽 5시의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동생들과 자식들에게 근검을 가르쳤다면, 변씨는 새벽 3시반부터 손아래 동서·며느리들과 아침 준비를 함께 하면서 “언제나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겸손하라.”고 일렀다. 가혹하리만치 자식 교육에 엄격했던 정주영 회장이 아이들을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며느리들을 보고 “젊었을 때 콩나물 버스에 시달려봐야 나중에 자가용을 샀을 때의 기쁨을 안다.”며 역정을 내자 “손주녀석들 키우는 문제에까지 시아버지가 잔소리를 할 거냐.”며 막아준 이도 변씨였다. 칭찬에 인색했던 정주영 회장도 아내를 가리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했을 정도다.“아내를 보며 현명한 내조는 조용한 내조라는 생각을 굳혔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식을 먼저 땅에 묻는 참척의 고통과 여자로서의 마음고생을 거치면서 ‘살아있는 보살’도 탈이 났다. 거동이 불편해 10년 가까이 병원(현대아산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상 맏며느리인 이정화씨 등 며느리들이 틈날 때마다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정치권 불법로비 해법 없나] 정치권 “필요악… 내외국인 로비 합법화하자”

    입법활동에 있어 로비는 필요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음성적 불법로비에 몸살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16대 국회때부터 양성화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고 17대에 들어 더욱 탄력을 받았다. 다수 전문가들은 로비활동이 양성화되면 정치인들의 불법로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아직 우리사회엔 ‘로비=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로비의 3기’라고 해서 돈·여자·술이 자연스레 통용된 적도 있었다. 또 지연·학연 등 연고주의가 강한 우리사회의 특수성도 로비 양성화의 변수다. 따라서 투명성확보라는 본래 취지에도 불구, 로비법 제정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보사건과 고속철도 등 대형 로비사건의 후폭풍이 몰아쳤던 지난 2001년 정몽준 의원이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과정에 정해진 룰 하에서 외국 당사자의 이익을 반영하는 로비활동을 인정하는 내용이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8월 정몽준 의원이 다시 같은 법안을 제출했고 12월 국회에선 법사위에 상정되면서 활발한 토론까지 진행됐다. 정 의원은 “우리의 국익차원에서 법안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측은 입법화에 기대감을 보였다. 정 의원측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4대 열강에 둘러싸여 있어 외국과의 이해관계가 없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외국대리인에 대한 로비활동을 공개하는 게 투명성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은 부패척결 차원에서 내외국인에게 모두 적용하는 확대판 로비양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로비스트 등록제도를 신설, 활동을 공개하고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로비활동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것을 기본 취지로 법안마련에 착수했다. 로비공개법을 준비중인 이은영 의원은 올 상반기중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하반기에 법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 의원측은 정치권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지난 대선서 대선자금 문제로 홍역을 치른 한나라당도 반대할 처지는 아니다. 학계에서도 로비법 제정에 긍정적 목소리가 많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본 뒤 문제점을 고쳐 나가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남영 교수(숙명여대 외교학)는 “로비를 양성화하면 밀실거래는 없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는 것도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성균관대 경영학부)도 “로비가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정해진 룰에 따라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용범위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방 의회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면 나라 전체가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면서 “일단 국회와 행정부 등에서 실시한 뒤 점차 지방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로비법 제정에 반대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은 “여론수렴이나 전문가 의견 청취가 가능한 청문회나 토론회가 요식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청회나 토론회를 충분히 이용한다면 굳이 로비법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비변호사에게 변호사 활동을 허용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정몽준 의원이 낸 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그러나 대한변협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강해 대한변협 내부 기류도 조금씩 변하는 듯하다. 한 관계자는 “내부회의에서도 찬반의견이 강하게 엇갈렸다.”고 전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로비 양성화 미국에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싱턴 시내 한 가운데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K 스트리트. 이곳에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각종 이익단체와 협회, 기업들의 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지난해 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K 스트리트에는 공화당원 강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당의 아성이랄 수 있는 전미영화협회에서도 로비스트를 민주당원에서 공화당원으로 바꾸는 문제가 거론될 정도다. 미국 정치에서 로비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체가 미국총기협회(NRA)이다. 날마다 수천 건의 총기 사고와 폭력 사건이 발생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총기 소지를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1971년 창립된 NRA는 수석 로비스트 제임스 베이커를 정점으로 전직 국방장관을 포함한 7명의 로비스트를 두고 있다. 이들은 연간 1억달러(약 100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총기 판매나 사용을 규제하려는 의회의 입법 움직임을 철저히 봉쇄해 왔다. 미국에서는 로비가 법률로 보장돼 있다. 그 토대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평화적으로 집회하며 정부에 청원을 제출하는 행위를 기본권으로 인정한다. 청원제출권은 1946년에 로비 활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로비 활동법’을 탄생시켰다.1995년 ‘로비 공개법’이 제정된 뒤에는 로비스트로 등록할 때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일하는가.” 등 구체적인 활동 내역도 보고해야 한다. 현재 미국 상·하원의 기록담당과에 등록된 전문 로비스트는 상원이 2만 5000명, 하원이 1만명 정도다. 그러나 미 의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법을 무시하고 로비 산업에 종사하는 미등록 로비스트를 포함, 워싱턴의 로비스트는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소식 전문지인 ‘더 힐’은 워싱턴 정가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들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연평균 15억달러(약 1조 5000억원)가 넘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집단은 기업을 비롯, 농민단체, 노동조합, 인권·환경 등 공익단체, 이념단체, 종교단체 등이다. 심지어는 백악관과 행정부가 고용한 로비스트들이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정권 실세인 백악관 및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주선해주고 대가를 받는 로비스트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dawn@seoul.co.kr ■ ‘악어와 악어새’ 로비 실태 지난해 정치자금법 개정 등으로 맑은 정치판이 되리라 예상했던 17대 국회 들어서도 전현직 의원 5명이 이런저런 수뢰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사실관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무혐의 처리될 개연성은 있으나, 일부는 끝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30여개 기업이 전직 의원 등 고위공직자를 ‘로비용 사외이사’로 선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잠재적 권력’을 로비로 활용하겠다는 셈법이 보여주듯 정치권력과 로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실감케 한다. 마치 권력 냄새에 ‘검은 돈’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형국이다. ●실태:올해만 5명 줄줄이… 10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과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수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2차 소환됐다. 김희선 의원은 지난 2002년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공천헌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충환 의원의 혐의는 강동구청장 시절인 2003년 철거업체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다. 14일엔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이 대구지검에 소환될 예정이다.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물 로비사건과 관련,1억원을 받은 혐의다. 같은 사건에서 2억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강신성일 전 의원은 이미 구속됐다. 앞서 1월6일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도 다른 사건으로 같은 운명에 처했다. 공통점은 바닥에 청탁 혹은 로비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당사자들이 대부분 혐의 사실을 부인한다는 것이다.“도의적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위법 행위 사실은 전혀 없다.”(김희선)거나 “어떤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혹은 “채권·채무와 관련”(박혁규)됐다거나 “5000만원 받은 뒤 영수증 처리”(강신성일) 등 받은 돈의 정당함을 내세운다. ●원인:정치적 영향력과 검은 돈의 친화력 권력과 로비의 친화력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국가 정책권 등 이들이 지닌 정치적 영향력은 특혜나 불법로비 등에 유혹받을 개연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한다. 이어 “정치자금의 수요는 줄지 않는데 정치자금법 등 ‘도덕적 동아줄’만 강화된 정치 환경도 한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수뢰혐의 사건의 단골로 등장하는 계약·입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점을 지적했던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공사 발주 기준을 객관화해야 한다.”면서 “동일한 기준을 제시한 뒤 최저가 수주인에게 낙찰하면 문제가 없는데 기술성·자금력·신용 등 적격 심사를 이유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넓어서 로비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학연·지연 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 의원은 “선거시 도와준 사람이 부탁할 때나 고교나 고향후배라며 찾아온 사람이 부탁할 때 매정하게 잘라 말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새 경제부총리 이용섭씨 급부상

    청와대는 새 경제부총리 후보에 이용섭(54) 현 국세청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재경부장관을 지낸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등이 압축된 후보군에 포함된다.”면서 “하지만 이 국세청장도 유력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난 2003년 국세청장에 임명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와 이헌재 경제부총리 낙마 과정에서 호된 홍역을 치른 청와대 측으로서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사실이 또 다른 시행착오를 줄일 안전판으로 보는 듯하다는 얘기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노 대통령은 이날 투명사회협약 체결식에서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적용대상을 국무위원으로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며 입각 대상자들에 대한 입법부 차원의 검증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전남 함평 출신으로 학다리고와 전남대를 졸업했으며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을 시작해 재경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등을 지냈다. 이 청장은 국세청장으로 지명된 이주성 후보자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국세청장을 그만두게 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도박과 스포츠 베팅

    최근 억대 내기 골프를 도박이 아니라고 한 판사의 판결이 화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판돈의 크기와 참가자의 재산·소득 등을 기준으로 도박 여부를 판단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화제가 된 판결은 판돈 규모가 아니라 게임의 내용을 이유로 삼았다. 골프는 고스톱이나 포커처럼 운에 따르는 게임이 아니라 실력이 더 중요한 요소여서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러면 도박죄를 구성하는, 운에만 좌우되는 게임은 뭐가 있을까. 고스톱? 포커? 필자는 골프가 운보다는 실력에 따라 스코어가 결정되는 게임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면 고스톱이나 포커는 운이 모든 승패를 결정하는 게임인가? 아니다. 골프보다도 실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임이다. 고스톱은 프로 선수가 없지만 포커는 프로 선수가 있고 그만큼 승률이 높다.90대를 치는 아마추어 골퍼가 PGA 현역 프로 골퍼를 이길 확률이 평범한 사람이 라스베이거스의 프로 포커 선수를 이길 확률보다 더 높다. 스포츠에서의 도박은 베팅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된 스포츠 베팅은 전문가이건 비전문가이건 누구에게나 맞히기가 극히 어려운 확률 게임이라 별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에게는 베팅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가 있기도 하지만, 사실 그럴 필요성도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고정배당률 게임은 문제가 다르다. 배당률이 고정됐다는 점이 경마와는 다르지만 경기 정보의 중요성은 그만큼 더 크다. 특히 선발 투수가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프로야구나 참가 인원 수가 워낙 적은 프로농구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마는 말이라는 동물이라도 있지만 야구나 농구는 모두 인간이 승패를 좌우한다. 두 종목 모두 내부 관계자의 경기에 대한 도박은 영구 추방을 시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안심해서는 결코 안 된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던 선수의 부상이나 컨디션에 대한 정보가 엄청난 의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919년의 월드시리즈에서 베팅 때문에 일어난 ‘블랙삭스 스캔들’은 메이저리그의 신뢰도에 먹칠을 했다. 법정에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관련 선수 8명이 모두 풀려났지만 야구판에서 영구 추방되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고정배당률 게임이 활성화되면 해당 스포츠의 인기 상승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그만 의혹이라도 입에 오르내리면 정당한 승부를 자랑으로 하는 스포츠는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선수는 물론 구단 관계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 등 제도적인 대비가 절실하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사설] 외래종 침입 대책 시급하다

    외래종 동식물이 마구잡이로 국내에 들어오는 데도 사전·사후 관리가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라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식용으로 수입한 황소개구리를 방치해 국내 생태계가 심한 홍역을 치른 게 1990년대 초의 일이다. 그뒤로도 블루길·큰입배스·붉은귀거북 등이 생태 파괴의 주범으로 떠올라 대책 마련에 부심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도 여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외래종 수입 및 관리를 허술하게 해왔다니 한심하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종 수는 지난 20년새 3배 가까이로 늘어나 현재 동식물 합해 500종을 넘어선 상태이다. 게다가 애완용으로만 매년 100종이 넘는 동물을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다니 새로운 외래종이 언제라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수입동물 가운데 일본에서 이미 ‘생태계에 역효과를 주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개체’(침입외래종)로 지정된 몽구스를 비롯해 프레리도그·페릿·햄스터 등은 국내 학계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거론하는 동물들이라고 한다.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4∼5년내 국내 생태계가 교란·파괴되리라는 KEI의 경고를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외래종의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려면 조속히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식물 수입·통관에 관한 법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건과 농림·축산·어업 등 용도별로 나뉘어 있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통합해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침입종에 관한 행정명령’, 일본의 ‘침입외래종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 등 유관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외래종 관리기구를 설치, 사전·사후 관리를 일괄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개별적인 외래종 수입을 자제해 우리 생태계 보호에 적극 동참하기를 바란다.
  • 與 당권 레이스 본격화

    ‘줄줄이 선거속으로.’ 전국 243개 당원협의회장을 뽑느라 한달 넘도록 홍역을 앓던 열린우리당이 오는 18일부터 시·도별 상무위원, 대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4월 말까지 시·도 중앙위원, 시·도 청년위원, 청년중앙위원, 당의장·상임중앙위원 등 줄줄이 이어지는 선거 일정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새로 갖춰질 체제는 곧바로 4월 30일 재·보선 일정으로 연결된다. 굵직한 일정만 보면 당원협의회 구성은 거의 완료됐고 다음달 2일까지 시·도당 상무위원과 대의원을 뽑게 된다.3월 12∼27일 시·도당 중앙위원도 선출한다. 아울러 3월 2일 상임중앙위원 선거 공고에 이어 10일 예비선거를 통해 4·2 전당대회 최종 후보 8명을 선출,3월 1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물론 당 안팎의 주된 관심은 당의장 등 5명의 상임중앙위원 선거다. 이미 재야파 장영달 의원을 비롯해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염동연 의원과 개혁당 출신의 김원웅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설 연휴를 마친 다음주부터 문희상 의원과 국민참여연대 명계남 의장, 구 당권파인 신기남 전 의장, 소장파의 송영길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의장 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1만 3500여명에 이르는 대의원의 정파별 성향에 달려 있다. 이는 ‘조직 투표’가 이뤄질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파별 연대 및 전략 투표를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또 중앙위원 5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점과 1인2표제까지 더해지면서 정파 내부 후보간 교통정리와 후보별 연대 등을 둘러싸고 더욱더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요구된다. 몇차례의 당내 선거를 통해 촘촘히 짜여진 조직망은 당 의장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당 전략기획실 핵심 관계자는 “몇차례의 선거는 당원들의 정치 참여 훈련 및 다양한 대국민 접촉의 기회로서 당의 기간 조직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기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새만금사업 취소·변경 판결] 혈세 2兆 ‘수몰’위기

    [새만금사업 취소·변경 판결] 혈세 2兆 ‘수몰’위기

    법원이 4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계획변경 또는 사업취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지금까지 2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법원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어찌됐든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특히 정부가 지난 3일 지율 스님의 단식중단 대가로 경부고속철 천성산구간에 대해 환경영향 조사를 다시 하기로 하는 등 국책사업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원고인 환경단체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소송 당사자들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방조제 공사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남은 2.7㎞ 구간 공사를 마무리해 방조제를 완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보강공사 年800억… 정부 항소 뜻 일단 정부는 항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초 어느 쪽이 1심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든 대법원(3심)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해온 터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방조제 공사를 일시 중단할 경우, 보강공사를 하는 데만 연간 8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고 태풍이나 해일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법원 판결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농지와 담수호 조성이라는 기존의 사업계획을 일정한 절차를 거쳐 변경한 뒤 새로운 사업계획안을 확정하고 새만금사업을 계속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새 사업계획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단체, 전북도 등 이해 당사자들간의 의견을 절충하기가 쉽지 않고, 설혹 새 사업안을 마련하더라도 환경단체가 막판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에 나서면 또다른 ‘소송 전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무리한 사업 강행탓” 책임론도 새만금사업 외에 경부고속철 공사, 원전수거물관리센터(원전센터) 건립 등 대형 국책사업들이 곳곳에서 홍역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미리 주민이나 환경·시민단체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데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국회와 지율 스님의 뜻을 받아들여 향후 3개월간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천성산 구간 공사는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공사가 완전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조사 기간에는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사에 필수적인 대형 발파작업을 할 수가 없는 탓이다. 이에 따라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은 2010년 말까지도 개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당초 경부고속철 2단계 구간공사를 2008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공사중단시 공사비 증액 등 직접적인 손실은 물론 연간 2조원 정도의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성산 공사중단 피해 年2조원 경인운하(인천 시천동∼서울 개화동 18㎞ 구간의 수로) 건설사업도 환경단체들이 경제성 부족과 환경훼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결국 2003년 9월 사업이 보류된 뒤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보류로 국고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86년부터 추진해 온 원전센터 부지선정 작업도 19년 동안이나 표류하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하프타임] 민속씨름 이사들 이사회 보이콧

    LG 씨름단 해체 등의 사태를 겪은 한국씨름연맹이 김재기 총재에 대한 일부 이사들의 불신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연맹은 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원 선임, 설날대회 예선 집행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김 총재의 직무대행 중지를 요구하는 정인길 신창건설씨름단 단장 등 이사 3명이 불참,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 이공계 박사들 ‘잠 못이루는 밤’

    이공계 박사들 ‘잠 못이루는 밤’

    ‘세계 최초’‘국내 최초’ 등의 수식어를 단 이공계 분야의 연구개발 성과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지속적으로 이뤄진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R&D) 투자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연구성과가 초저금리에 지친 400조원대의 부동자금과 연결고리를 찾을 경우,‘제2의 벤처 붐’을 이끌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한다. 이처럼 시장의 반응과 기대가 뜨거워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박사님’들이 늘고 있다. ●뇌졸중 치료약 로열티만 1조원 아주대 의대 곽병주 교수는 요즘 미국 메이저리그의 고액 연봉자인 박찬호 선수도 부럽지 않다. 곽 교수는 최근 엠코사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뇌졸중 치료 신약 ‘뉴 2000’을 개발했다. 그는 미국 제약회사인 머크에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1조원가량의 로열티를 일시불로 받고, 매출액의 5∼10%가량을 매년 추가로 지급받기로 했다. 머크는 오는 2010∼2012년 뇌졸중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대박’을 터뜨릴 날이 멀지 않았다. 또 지난달 시험장에서 휴대전화를 탐지할 수 있는 ‘휴대전화 이용제어기’를 발명한 경희대 김인석 교수는 정작 자신에게 밀려드는 전화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업체 등의 제작참여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단 자체 제작할 계획이라 업체의 참여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면서 “특히 교육청 등으로부터는 이 장비를 올해 수능시험 부정 방지용으로 도입할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도 걸려 왔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커닝’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정부가 이 장비를 도입할 경우,2만 6000여개 고사실(1000여개 시험장)별로 최소 1대씩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이달중 시제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개당 가격은 대략 수십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험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더라도 당장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이 닦인 셈이다. ●“재주는 곰이 돈은 사람이” 한국화학연구원 전기원 박사는 지난달 ‘DME’(산소 함유 액화석유가스) 생산기술을 개발했다.DME는 석유보다 싸지만 대기오염물질은 적게 배출하는 차세대 청정연료로 향후 5년 안에 대량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발표 직후 관련업체 10여곳으로부터 물밑 접촉이 본격화됐다. 대림산업과 삼성에버랜드 등은 연구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화학공장 건설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전체의 에너지관리를 담당하는 삼성에버랜드측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를 DME로 교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이 기업도시 건설에 뛰어들 경우 기업도시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DME가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기술은 현재 개발비용을 댄 SK기술원으로 특허권 양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개발을 주도한 전 박사 등은 로열티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 박사는 “상업화가 본격화되면 매출이 조단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연구성과이기 때문에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보람으로 여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기관 연구원들은 연구비를 지원한 정부나 민간업체에 연구성과에 대한 권리를 넘기는 게 일반적이다.‘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챙기는’ 셈이다. 쉽게 분해되면서도 생산단가는 기존의 절반에 불과한 ‘생분해성 플라스틱’(PHB) 생산기술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소 김인규 박사도 마찬가지다. 김 박사는 “독점계약 등을 통해 선점 효과를 거두려는 관련업체 7∼8곳이 관심을 표명했다.”면서 “하지만 이 기술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특허 출원 중이며, 그 권리는 정부가 갖는다.”고 말했다. 1회용 플라스틱 용기의 시장규모는 지난 2001년 현재 10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유가격 상승으로 석유합성 플라스틱 가격이 오르는 만큼 PHB의 상용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상업화 문의전화 밤낮없어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연구원들의 성과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기계연구원 강건용·오승묵 박사는 지난해 12월 SK가스와 E1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 LPG버스 엔진기술을 개발했다.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자칫 사장될 우려도 있었던 이 기술은 SK가스에 의해 해외시장 개척이 진행되고 있다. 오 박사는 “중국은 LPG 수요창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해 SK가스가 LPG버스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올해 20억엔(약 200억원)의 예산을 편성,LPG버스 시범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연구자들에게는 ‘스타’ 이상의 국민적 관심이 쏠려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간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재발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 DNA(유전자)칩 임상실험에 성공한 한국원자력의학원 이기호 박사는 밤낮으로 울리는 전화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 박사는 “간암 환자들의 가족 등으로부터 검사를 받게 해달라는 전화가 쇄도해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면서 “검사를 받으려면 임상시험위원회의 심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등 절차가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박사는 임상실험 성공 결과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지 1주일 만에 문의전화를 받는 별도의 직원을 뒀다. ■ 특허 소유권은 특허제도는 발명자에게 특허권이라는 독점적·배타적인 재산권을 부여하고, 일반인들은 발명내용에 대해 기술료(로열티)를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특정 기술을 가장 먼저 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이같은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을 확보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특허권을 얻기 위해서는 개인과 법인,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발명에 대한 권리를 가진 주체가 이를 요구하는 의사표시 행위인 ‘특허 출원’을 해야 한다. 이중 민간기업과 대학·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는 발명자와 특허 소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기관은 연구자에게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특허권을 기관 명의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 등 국립대학의 특허권은 정부에 귀속되다 지난해부터는 대학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설에는 추억이라는 즐거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방 동심으로 빠진다. 마을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며 뛰놀던 일, 마을 동산에서 그네타고 널 뛰던 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젖어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통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심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민속마을이나 한옥마을을 돌아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이랬다.’며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이번 설을 특별히 추억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 긴 설 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옥마을을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고, 자투리 시간으로 민속마을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설을 앞두고 옛 모습을 간직한 채 60여 가구가 다정하게 모여사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다.500년 전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외암리의 풍경속에 빠져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전 과거 속으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충청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등 옛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소박한 충청도의 인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개울 돌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정하게 메아리쳤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과 뒷산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다. 겨울 민속마을은 쓸쓸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던 전자홍(15·천안 목천중 2년)양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초가과 장승, 연자방아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돌담장을 따라 들어가자 고향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부러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 일부 고택을 빼놓고 모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 길이는 모두 5.3㎞. 가옥은 주인의 관직에 따라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있는 장승과 연자방아 등이 정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주가 널려있는 흙담벽의 초가에 들어가자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전형적인 농촌 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군직(39) 이은숙(39)씨 부부.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이씨 부부의 마을 자랑이 시작됐다. 이씨는 “옛 사람은 집터를 정하는데 바람과 물, 주변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면서 “외암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은 지난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326호로 지정돼 보존중이다. 이씨가 마을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참판댁. 조선말기 규장각 직학사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공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민속주인 연엽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누륵에 연근과 솔잎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예전에는 매년 봄에 고종에게 진상되던 술이다. 인근의 송화댁은 최근 도둑이 들어 바깥 문짝을 떼가는 바람에 복원하는 홍역을 치렀다. 마을이 보존된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초가를 없애던 새마을운동의 개량사업 바람이 덜 미쳤기 때문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초가지붕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암리에서는 시인이 된다 외암리의 아침은 고즈넉했다. 닭울음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조금 뒤 개짖는 소리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선잠속에 들렸다. 아침밥을 짓는 장작불의 연기가 구수했다. 늦잠을 청했으나 머리맡으로 다가온 햇살이 잠을 깨웠다. 따끈한 구들방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초가지붕에 소담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65가구가 모여사는 외암리에서는 초가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집이 그리 넓지 않아 한 집에 1∼2가족만 묵을 수 있다. 가격은 4만원. 인심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침에 토종 청국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마을 공방(041-541-0844)이나 외암리 민속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하면 된다. 때마침 마을에서 열린 ‘맹사성 시조캠프’를 찾았다. 인근에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고택이 있어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 마을 서당에 모여 앉아 한복을 입고 한시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열린 백일장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짜리 소년 윤무창군이 ‘신나는 겨울’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어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을 깨치기도 어려운 나이에 운율에 맞춰 시조를 지어냈기 때문. ‘겨울에/친구들과/형들과/함께논다/눈싸움/하고놀고/눈사람/만들면서/너무나/재미있는날/춥지않은/겨울날.’ 무창군은 “형들과 초가에서 잠을 자고 썰매타며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시조문학진흥학회 김준 자문위원장은 “중학생들도 운율에 맞추지 못하는데 취학전 어린아이가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무창군은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원에 버금가는 ‘차상’을 받았다. 무창군의 형 무제(12·아산 송남초등교 5년)군도 ‘하얀 겨울’이라는 시조로 함께 차상을 받았다. ‘저는요/송이송이/눈같은/마음될래요/불타는/내가슴을/차갑게/지울래요/저같은/검은마음도/하얀마음/될래요.’ 외암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이 곳은 넉넉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후하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다른 민속마을처럼 상업화가 되는 것을 꺼려 흔한 음식점이나 토산품점도 없다. 마을 주차장 앞에는 전통음식인 솔뫼장터(544-7554)가 있는데 수수에 동부콩을 넣어 만든 수수부꾸미(4개 4000원)와 잔치국수(3000원)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아산(옛 이름은 온양)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강당골행 버스를 타고 가다 외암리에서 내리면 된다.40분 간격이며 4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온양, 송악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는 외암리 민속마을 관리사무소(041)544-8290. 외암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이곳도 들러보세요 민속마을에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고향의 멋과 맛이 스며 푸근한 곳이다. 설 연휴 잠시 짬을 낸다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생활모습과 전통, 문화를 고소란히 만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멋스러운 한옥을 돌아보며 신명나는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설에는 ‘만사형통만복래 설날 한마당’을 벌여 설 연휴기간인 8∼10일 민요 농악공연과 민속놀이 체험뿐만 아니라 차례상 차리기 강좌, 한복 입는 법, 세배하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우리집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열린다.(02)2266-6937.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한옥인 양통집 21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9세기 전후에 지어진 가옥들은 송지호 호수 뒤편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5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6·25때도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 속초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에 이른다. 문의는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org)나 대표농가(033)631-1902.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생기고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유물을 옮겨와 재현한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옛 농가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보물 528호인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때인 1317년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 이 곳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82번 지방도를 따라 청풍방면으로 가면 된다. 제천시 홈페이지(www.okjc.net)나 관리사무소(043)640-5711. 조선시대 경주지방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 고풍스러운 가옥 150채와 정자와 비각, 강학당 등 전통 가옥 15곳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남부지방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돼 있다. 관리사무소(054)762-4213.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마을. 낙동강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 등 사대부 전통가옥과 함게 흙벽 초가집 등 130호가 모여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로 유명하며 병산탈과 양반탈 등 9개의 하회탈이 국보 제 121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hahoe.or.kr)나 관리사무소 (054)854-3669.
  • ‘바이러스 대공습’ 인류 위협

    ‘바이러스 대공습’ 인류 위협

    웨스트나일 뇌염, 니파 뇌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들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질병들이다. 지난 2년간 동남아를 휩쓸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한 예다. 이들 신종 전염병은 말라리아, 홍역, 페스트 등 ‘과거’의 전염병이 사라진 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 ●생명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으로 이들 전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그동안 바이러스 질환은 가볍게 앓다 저절로 나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적었다. 감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1980년대초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가 나타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통념이 깨졌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체면역을 맡고 있는 T림프구로 침투,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후 바이러스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대상이 됐다. 물론 과학의 발달로 전에는 원인을 몰랐던 질병 원인이 바이러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항바이러스 약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지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물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가 먹이가 될 숙주 세포를 만나면 ‘파괴’ 유전자를 꺼내 놓는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은 숙주 세포의 유전자 복제와 단백질 합성도구를 맘대로 사용, 자신의 유전물질을 무수히 만들어낸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으로 나와 주변의 세포를 공격, 정상세포를 파괴해 나간다. ●인간의 자승자박 최근 들어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것에 대해 서울대 의대 내과 최강원 교수는 “문명발달로 인한 급격한 생태계의 변화로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병원균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공해로 인한 돌연변이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이상기온 현상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라임병은 쥐에서 서식하는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삼림이 파괴되면서 쥐를 잡아먹는 여우와 살쾡이들이 사라졌고 병원균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이상증식했다. 니파 바이러스 뇌염도 같은 경우다.99년 말레이시아에서 농지확충을 위해 삼림을 벌목했고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가 주거지까지 침입했다. 이 과일박쥐에 서식하던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옮았고 다시 인간에게 전염됐다. 93년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에서 처음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은 이상기온 탓이었다. 그해 미국 남서부 겨울철 날씨는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유난히 더웠다. 이 때문에 쥐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설치류의 바이러스인 한타바이러스도 크게 늘었다.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은 남미지역까지 퍼졌고 치사율은 50%다. ●세계화가 또다른 복병 한 곳에서 나타난 전염병은 국가간 이동이 빈번해지고 농축산물 교역이 늘어나면서 다른 곳으로 번지고 있다. 99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웨스트나일 뇌염은 3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비행기를 타고 온 모기에 의해 미국에 전파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년 4000∼5000명이 감염되며 치사율은 5∼15%다. 서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상륙.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원영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방세계로 퍼지거나 누군가 생물테러 무기로 쓴다면 인류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에볼라의 ‘위력’을 설명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였던 에볼라는 76년 아프리카 수단과 자이르에서 주민과 의료진 397명의 사망자를 낸 뒤 사라졌다. 그 뒤 95년 다시 출현, 자이르에서 244명의 사망자를 냈고 96년 가봉,2003년 콩고에서 다시 발생했다. 치사율 90%인 이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복과 같은 보호복을 입은 실험실에서만 연구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이춘규특파원 도쿄이야기] NHK회장 퇴임 이튿날 고문 취임 ‘논란’

    일본 NHK는 영국 BBC와 함께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보도와 품격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을 이유로 국내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단연 세계 공영방송의 모범사례로 두 방송 배우기가 열풍인 시대도 있었다. 그런 두 방송이 잇달아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대응 방식은 천양지차다. BBC는 지난해 초 이라크전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보도 문제로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4개 사로 분사안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후 3년간 직원의 10%인 30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는 등 신뢰회복 조치가 발빠르게 진행중이다. NHK는 BBC의 대응과 대비된다. 직원들의 제작비 횡령과 수신료 착복 등 비리가 지난해 여름 이후 터져나오고, 최근엔 위안부 프로그램에 대한 자민당의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올봄 40만∼50만건의 시청료 거부가 예상되는데도 위기의식이 미약하다는 평이다. 오히려 불씨를 키워가는 기류다.NHK ‘왕당파’의 상징으로 25일 중도하차했던 에비사와 가쓰지(70) 전 회장이 퇴임 하루 만인 26일 고문으로 복귀했다. 중도퇴임한 회장이 임기 2년의 고문으로 취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NHK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경영위원회가 신임 하시모토 회장에 대해 인사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 일부 경영위원이 27일 “절대 승복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등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하시모토 회장이 내부승진한 것이 “자민당과 유착,‘정언일체’의 상징인 에비사와 전 회장이 인사·경영면에서 원격조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NHK 개혁은 이런 상태로는 물건너간 것”이라는 극단적인 평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체질변화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2005년도 예산안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예산을 전년대비 감축했다고 하지만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강하다. 조직비대화 해소를 위한 노력이 미약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에비사와 전 회장의 ‘수렴청정 체제’ 논란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한국 공영방송 KBS도 방송법 개정 움직임에 따른 ‘공영성 논란’이 진행 중이어서 NHK의 추후 개혁 행보는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taein@seoul.co.kr
  •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3)-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다른 성리학자들이 공자의 사상을 다만 학문으로만 연구하고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광조는 공자의 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목숨을 잃었던 순교자였다. 격랑의 역사를 온몸으로 부딪쳐 유가의 도를 실현하려다 산화한 순교자였던 것이다. 종착역이던 안동역까지의 소요시간은 무려 6시간, 아침을 거르고 나온 나는 열차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파는 승무원에게 도시락을 샀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우면서 나는 격세지감을 느꼈다. 열차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예전 그대로의 산야였고, 어쩌다 스쳐가는 강과 계곡은 의구하였지만 피란기차와도 같았던 열차의 내부는 마치 위생적인 병원의 복도처럼 정갈하였고 승무원이 파는 도시락 역시 훌륭하였다. 아침을 먹고 나서 뜨거운 물을 마시며 나는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평일이었으므로 승객들은 만원이 아니었지만 마침 봄이라 드문드문 등산객과 관광객 차림의 사람들이 서로 마주보도록 의자의 방향을 바꾸어 앉아서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철도노선에는 소백산이나 태백산, 치악산 같은 명산들이 있어 산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조춘(早春)이라 산야에는 벚꽃들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피는 진달래나 개나리와 같은 성미 급한 봄꽃들이 홍역을 앓는 어린아이의 몸에 돋아난 붉은 발진처럼 울긋불긋 피어나 있어 그런대로 신열(身熱)이 오른 나른한 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일부러 중앙선열차를 타고 단양까지 가고 있는 것은 참혹했던 청춘의 옛 추억을 반추해 보려는 낭만적인 생각보다는 지난 1년 동안의 역사추적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조광조로부터 시작된 역사추적은 2500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공자로까지 이어졌었다. 조광조가 그토록 실현하고 싶어 했었던 공자의 유교식 개혁정치, 즉 왕도정치가 무엇인가를 나는 공자의 생애를 더듬어봄으로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작업을 통해 나는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조광조가 유가사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애를 쓰다 실패하였던 정치가라면 공자역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키려고 무려 13년 동안이나 주유천하를 하였지만 마침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빈손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실패한 사상가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실패한 정치가란 점에서는 한 개의 수정란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생아처럼 닮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광조는 어째서 공자의 정치적 주유천하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낡은 풍습과 사상을 공자의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개혁정치를 펼치다 역시 실패하여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던 것일까. 어째서 조광조는 이미 실패로 끝난 공자의 왕도정치의 철학을 개혁정치의 신 이데올로기로 맞아들인 것일까. 그렇다면 조광조의 유교적 개혁정치는 처음부터 실패로 끝날 것임이 예정되어 있음이 아닐 것인가. 공자의 왕도정치. 그것은 우선 군주와 힘을 가진 권력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엄격한 도덕주의가 요구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절대 권력자들이 인·의·예·지의 유교적 이념을 철저히 실천하여 군자가 되는 것이 바로 공자의 지치주의인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 [박기철의 플레이볼] ‘스포츠 X - 파일’ 잘 쓰면 약

    이른바 ‘연예인 X-파일’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누구의 잘못이냐는 책임 소재로 시작해 연예인이 과연 공인이냐의 논쟁, 또 인터넷의 폐해 등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요동쳤다. 언제나처럼 이번 논쟁의 초점은 개인 정보의 수집과 공개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하는가다. 결론은 개인정보의 보호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민노당을 중심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관련 입법도 추진 중이다. 본인의 동의가 없는 개인 정보의 수집을 모두 불법으로 하자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불가피하게 개인이나 회사의 정보를 모아서 신용이나 발전 전망 등을 평가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얻기가 불가능하다면 건전한 정보 수집을 위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도 우려된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선수에 밑천을 대고도 잘못된 정보 때문에 본전도 건지지 못한다면 그들은 프로가 아니다. 잃는 게 돈 뿐이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15승을 기대하고 투수를 뽑았는데 5승에 그친다면 운이 나쁘거나 선수를 과대평가한 것으로 돌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선수가 조직과 화합까지 망가뜨린다면 팀은 그 이상의 피해를 입는다. 인기 선수에게 거액의 모델료를 지급한 광고주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30개의 홈런을 날려줄 것으로 알고 거액을 투자했지만 부상으로 시즌 내내 1할대에서 헤맨다면 ‘배팅’을 잘못한 것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선수가 사생활로 구설수에 오른다면 광고를 안 한 것만 못하게 된다. 따라서 구단이나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선수의 경기력은 물론, 그 이상의 세세한 정보들을 담으려고 한다. 인성과 진료 기록 등도 포함된다. 이 경우 해당 선수의 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할까? 일반인의 진료 기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개되거나 수집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선 예외다. 경기력은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이고, 인성과 진료 기록은 그 자산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진료 기록을 공개토록 요구하고 있고, 사전 동의를 통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사생활이나 인성 등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사회적 정서도 공개의 찬반을 결정하는 요소다. 평가의 잣대가 나라마다 틀리기 때문이다. 이혼과 별거가 흔하디 흔한 미국이라면 이 사실 자체가 부정적인 평가는 아닐 뿐더러 대체로 경기력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결국 선수의 보호만을 앞세워 정보 수집을 제한하고, 사회적 정서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프로스포츠에서는 여러 문제가 뒤따른다. 인기에 관계있는 ‘직군’의 정보 수집은 가능케 하는 대신 공개만은 제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tycobb@sports2i.com
  • 서영은 자전적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

    삶이 그에게만 중뿔나게 원한을 품었을 리 없었다. 그에게만 날을 세웠을 리도 없었다. 그랬건만 지난날 그에겐 “인생도 문학도 결딴이 나는 듯”(책 서문에서) 삶의 무게에서 도무지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던 때가 있었다. 피 뜨거운 젊은 날 누구에게나 왔다 가는 피해망상의 홍역이 중진작가 서영은(62)에게도 그렇게 지나갔다.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나무생각 펴냄)은 옹이투성이 삶에서 건져올린 빛나는 기억들의 집합처다. 산문집을 내기는 ‘한 남자를 사랑했네’ 이후 11년 만이다. 교사 자리를 물리치고 수도국 타이피스트로 그냥저냥 살아가던 스물네살.“그저 뭔가를 끼적거리는 게 좋았을 뿐”이었다가 그예 어머니께 작가가 되겠노라고 입밖에 꺼낸 건 그 나이에서였다. 딸에게 반반한 직장, 좋은 혼처를 염원하던 어머니에게 그렇게 한마디 선언하고는 독립의 길을 나섰다.(‘새 출발 혹은 그리움의 시작’) 책은 일곱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면의 허기를 달래줄 무언가를 찾아헤맸던 젊은 날, 일상에 침잠해 고뇌했던 한 시절, 생활인으로서 맞닥뜨렸던 삶의 숙제들, 삭지 않는 문학에의 열정 등.1968년 ‘사상계’로 등단해 문학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스승이자 생의 반려자였던 김동리와의 만남 등이 돋을새김돼 있다. 글의 배열이 연대기로도 손색없을 듯싶다. 이순(耳順)을 넘긴 작가는 생의 순리 앞에 조용히 엎드리는 겸허의 가치를 자주 웅변한다.“덧없음이 아니라 변용을 거쳐 온전한 전체성 속으로 녹아드는 것”(‘결실’)이라고 죽음을 정의하고,“과정으로서의 삶에서는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 오늘의 악은 시간의 변전 속에서 내일의 선으로 바뀔 수 있는 것”(‘오!수정’)이라며 가만한 손길로 인생의 결을 쓸어내린다.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친북과 반북 그리고 뉴라이트/김근식 경남대 남북관계 교수

    남남갈등은 이제 친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북한 및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의견차이로 정의되는 남남갈등은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민족화해가 증대됨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경험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산물이다. 탈냉전의 흐름과 냉전의 익숙함이 착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과도기적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홍역이자 진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남갈등의 전선을 친북과 반북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이중성 즉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적이자, 평화롭게 같이 살아야 할 동포로서의 잠정적 규정 때문에 우리 사회에 남남갈등이 연유하는 것이고 보면, 북한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자 동시에 경계와 조심의 대상이다. 따라서 생산적이고 정당한 남남갈등은 북한을 따뜻하게 이해하려는 경향과 냉정하게 접근하려는 경향 사이의 상대적인 강조점의 차이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뉴라이트로 명명되는 일부 진영에서는 남남갈등의 전선을 친북과 반북의 극단적 논리로 단순화하고 이분법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른바 신보수를 내세운 386 출신들이 과거 친북 노선에 서 있다가 이제 와서 반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나머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건강한 대북인식의 중간지대를 도외시한 것이다. 자신의 고해성사를 무기로 과거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일했던 인사 모두를 친북으로 매도하고 과거 친북이 잘못되었으니 이제라도 반북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다면 우리의 대북관이 극단적 친북과 반북 외에는 설 땅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과 같다. 자신들이 과거 친북주의에 경도되어 있었음을 자인하면서 다른 인사들에게도 똑같은 양심고백을 강요하는 것은 과거 통일운동이 모두 친북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실제로 통일운동에는 북쪽을 남한의 대안으로 간주하는 맹목적인 친북성향 말고도 대부분은 북한을 포용하고 이해함으로써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탈냉전적 요구에 근거한 것이었다. 친북 후 반북의 대열에 나선 뉴라이트 인사들에게 북한은 한때 무조건 옳고 정당한 것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타도해야 할 민주화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마치 죽도록 짝사랑하던 여인이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순식간에 그 여인을 증오하게 되는 스토커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때 여인과 스토커의 관계는 여인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여인을 자의적으로 판단한 스토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과거에 맹목적 북한 찬양에 경도되었던 친북주의가 잘못이었듯이, 지금 뉴라이트가 강요하고 있는 반북주의 역시 잘못된 편향임은 자명하다. 과거의 친북이 북한에 대한 합리적 분석과 객관적 접근이 부족한 데서 나온 것이라면 지금의 반북 역시 북한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올바른 이해가 결여된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뉴라이트가 친북으로 매도하는 과거 통일운동 세력에는 당시 시대상황에 필요한 정당한 가치로서 대북 화해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보수 진영 역시 극단적 반북 말고 북한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진정성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맹목적 친북과 극단적 반북이 일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편향이 지금의 남남갈등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진보 진영은 대북 화해를 기조로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고 보수 진영 역시 대북 신중론을 바탕에 깔면서도 북한과의 화해협력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서 북이 좋아 북에서 살겠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보수 진영에서 북한정권 타도만이 살 길이라고 동의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제 남남갈등이 생산적이고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친북과 반북의 극단적 대결구도가 아니라 ‘애북(愛北)’과 ‘지북(知北)’을 강조하는 상대적 차이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뉴라이트의 지금 반북주의가 결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애북이고 뉴라이트의 과거 친북주의에 부족했던 것이 바로 지북이었다. 지금 우리의 정당한 대북관은 애북과 지북의 결합이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남북관계 교수
  • [구정 이삭]

    ●서울 역삼2동 주민자치센터는 19일(수)까지 요가교실 강사 1명을 모집한다. 요가강사 자격증 취득자 및 경력자에 한한다.(02)562-8730. ●경기 포천시는 19일(수)까지 만18∼30세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행정기관에서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연수자 55명을 모집한다.(031)530-8285∼7. ●서울 성북구는 20일(목)까지 성북여성교실 교육강사 16명을 모집한다. 모집과목은 생활요리, 홈베이킹, 한식조리사반(자격증대비), 헤어디자인(자격증반), 피부경락마사지, 비즈공예 등이다.(02)920-3494. ●서울 양천구 신월문화체육센터는 20일(목)까지 ‘어머니 자원봉사단’과 ‘자원모니터요원’을 모집한다. 참여자는 센터에서 개설된 각종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02)2605-4093∼5. ●서울 관악구는 25일(화) 오전10시30분 관악청소년회관 강당에서 주부들을 위한 생활과학교실을 개강한다. 강의는 봉천1·7동, 신림본·1·6동, 관악청소년회관 등에서 각각 진행되며 일정은 홈페이지(www.gwanak.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02)880-3237. ●서울 서초구는 31일(월)까지 보건소 자원봉사 도우미 25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유니폼 및 식사 등이 제공된다.(02)570-6572∼4. ●서울 서대문구는 다음달 11일(금)까지 구립합창단 단원 15명을 새로 모집한다. 만20∼45세의 여성이면 누구나 가능하다.(02)330-1411∼2. ●서울 강서구는 2005년 초등학교 입학예정자 6000명을 대상으로 홍역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접종 후 홍역예방접종 확인서를 발급해 준다.(02)2657-0133.
  • ‘영어대란’ 행정고시 덮쳤다

    ‘영어대란’ 행정고시 덮쳤다

    지난해 사법시험에서 빚어졌던 영어 대란(大亂)이 올해 행정고시에서 재연됐다. 사법시험·행정고시·외무고시 등 3대 고시 원서접수가 12일 일제히 마감된 결과 사시 지원자가 소폭 늘어난 반면 행시 지원자는 크게 감소했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12일 밤 9시 현재 행시에 1만 2700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마감 직전 접수분과 우편접수분을 포함하더라도 1만 3000명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만 7985명이 지원한 것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행시 지원자가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던 최근의 추세를 뒤집는 결과다. 반면 지난해 영어대란을 겪었던 사시의 경우 지원자가 다소 늘었다. 지난해 사시 지원자는 전년 대비 40% 정도나 급감했지만 올해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번 47회 사법시험에는 총 2만 1000여명(우편접수분 제외)이 지원한 것으로 법무부는 잠정 집계했다. 지원자가 지난해 1만 8894명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영어대체제 여파로 지원자 뚝 올해 행시 지원자가 급감한 주된 원인은 행정·공안직과 기술직에 처음 도입된 영어대체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 1차시험 과목 가운데 영어가 토플, 토익 등 공인영어시험 성적으로 대체됐으나 이에 대비하지 못한 수험생이 적지 않은 것이 지원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잠정집계 결과 행정·공안직은 9900여명이 지원해 지난해 1만 4047명보다 30%나 급감했다. 기술직도 2800여명 지원에 그쳐 지난해 3938명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인사위 인재채용과 관계자는 “행시에 영어대체제와 PSAT가 처음 도입되고 1차시험 면제제도가 폐지되는 등 올해부터 시험제도가 바뀌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상당수 지원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지원자 급감 현상은 외무고시도 마찬가지다.1200여명이 지원해 지난해의 1543명보다 20%나 하락했다. 다만 외시는 지난해부터 영어대체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지원감소 이유가 영어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행시생 여전히 영어공부중 이같은 분위기는 학원가에서도 포착된다. 서울 신림동의 윈글리시어학원 관계자는 “미처 토익, 토플점수를 따지 못한 행시 수험생들이 학원가로 몰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영어강좌 수강신청이 늘었다.”고 전했다. 원서접수 때 영어성적표를 함께 제출하는 사시와 달리 행시는 1차시험 전날인 2월24일까지만 영어점수를 얻으면 돼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1월에도 영어강좌를 찾는 수험생이 많다는 것이다. 신림동의 법학원 관계자 역시 “아직 토익 700점 이상을 받지 못한 학생들도 상당수가 이번에 행시 지원서를 낸 것으로 안다.”면서 “행시 수험생들은 사시 수험생들에 비해 영어시험에 자신감을 보이지만 필기시험 때까지 점수를 못 받는 수험생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사위측은 “1차시험에서 다른 과목성적이 좋더라도 영어성적표를 제출하지 못하면 과락으로 불합격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행시와 달리 지난해 영어대체제가 도입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사시는 올해 비교적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2만 1000여명이 사시원서를 접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면서 “이제는 수험생들이 영어대체제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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