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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銀 신입 선발 때 행장 결정권 배제 추진

    면접관도 임원 1명·전문가 2명 타 은행들 채용 혁신안 내놓을 듯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은행권 채용 비리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신입 행원 채용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미 채용 비리 폭탄을 맞은 우리은행은 신입 선발 과정에서 행장의 결정권을 배제하고 공채 과정을 ‘아웃소싱’(외주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방식의 투명성 강화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 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전 행장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겪은 우리은행은 채용 혁신을 위해 절차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1차 서류전형에서 최종 면접까지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칠 계획이다. 통상 최종 면접에 3명의 임원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2명의 외부 전문가와 1명의 임원이 면접을 보는 등의 형태로 개선한다. 특히 우리은행은 채용 과정에서 은행장의 결정권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고위 임원은 “채용을 진행할 때 은행장 결재권을 없애고 채용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적절히 이용해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채용 비리 후폭풍으로 다른 은행들도 100% 블라인드 도입, 필기전형 강화 등 채용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감독원 현장검사에서 KB국민, 신한, KEB하나 등 국내 주요 은행들에서도 대거 채용 비리가 저질러진 사실이 적발됐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면접 불공정 사례 등이 드러난 만큼 공정한 채용 시스템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신한과 우리는 필기전형 없이 서류, 인·적성, 면접만으로 신입 행원을 뽑고 있다. 여기에 국민, NH농협, IBK기업은행은 논술과 객관식 시험 등을 추가로 보고 하나은행은 시사상식 시험 등을 본다. 채용 과정 전체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데 대한 반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입 채용은 금융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작업”이라면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을 외부에만 맡기면 자칫 적절한 인재를 뽑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공공기관 대상 채용 비리 조사 결과에 맞춰 전 금융권에서도 채용 비리가 근절되도록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평창패럴림픽 준비하는 북한 스키 선수 둘 “지난달 처음 타봤다”

    평창패럴림픽 준비하는 북한 스키 선수 둘 “지난달 처음 타봤다”

    북한이 오는 3월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사상 처음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영국 BBC가 독일 오베리드에서 21일 막을 올리는 패러 노르딕스키 월드컵에 참가하는 북한 장애인 스키 선수 2명을 19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방송은 마유철(27)과 김정현(19)이 좌식 스키에 앉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출전을 준비하는 모습과 인터뷰를 상세히 보여줬다. 딱딱한 슬로프에 폴을 찍어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유철은 영락 없는 프로 선수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지난달 처음 스키를 타봤다. 전에는 장애인 탁구 선수로 활약했다. 4년 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고 2013년에는 북한에서 개최한 아시아유스 패러게임스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그는 “스포츠는 정말 도움이 된다. 신체 장애를 갖게 되면 가장 힘든 것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인데 자꾸 훈련하고 극복하고 훈련하고 극복하면서 자신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좋은 성적을 올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데이터베이스에 이름을 올려 평창동계패럴림픽 진출권을 따겠다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안되면 와일드 카드(특별 출전권)를 얻어내겠다고 했다. 김정현 역시 이번 대회가 첫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그는 “금메달을 따고 싶고 우리 조국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장애인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왔지만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인 카탈리나 데반다스 아귈라는 북한을 다녀온 뒤 많은 진전을 목격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서 장애인들의 삶을 의미있게 개선시키는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장애인보호연맹(KFPD)의 고위 간부인 장국현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보호 대상으로만 여겼는데 지금은 그들을 고무시키고 확신을 주려고 노력한다. 스키를 타고 싶다고 말하면 이제 그들에게 등을 토닥거리며 ‘널 믿는다’고 말해준다.” 2005년 이후 북한의 장애인 선수들을 돕는 비정부 기구(NGO) 킨슬러 재단의 수 킨슬러는 “스키를 배운 지 얼마 안됐는데 저렇게 빨리 잘 타니 감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홍역을 앓아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딸 때문에 고립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40년 가까이 장애인들을 도왔지만 여전히 편견과 대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아와 장애인을 돕는 사람인데도 내가 북한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이유 만으로 늘 공산주의자란 낙인이 따라붙는다.” 북한의 핵 무장과 탄도미사일 실험 때문에 국제 제재가 강화되고 있다. 장국현씨는 제재 때문에 어려움이 닥친 장애인과 노인들을 도울 길을 조국이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재는 이들 취약한 계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비영리 단체와 시민사회 조직들과 소통할 통로가 완전히 막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0월 또다른 UN 특별 보고관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는 의료 장비와 휠체어처럼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장비도 제재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상= BBC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홍준표 “조국, 사시 통과못한 분풀이로 권력기관 개편” 주장

    홍준표 “조국, 사시 통과못한 분풀이로 권력기관 개편” 주장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6일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해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본인의 한을 풀기 위해 분풀이로 권력기관을 전부 악으로 단죄하고 개편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날 마포구의 한 행사장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 “청와대의 ‘조국’인지 ‘타국’인지 나와서 설치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과 못 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권력기관 개편하고 검찰의 힘을 빼고 있다”며 “참 나는 측은하다고 생각한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권력을 잡았다고 한 철을 날뛰는 것을 보면 참 측은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조 수석이 사시를 통과 못했다’고 말했지만, 조 수석은 과거 언론인터뷰 등에서 스스로 사시를 보지 않고 법학자의 길을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최근 영화 ‘1987’을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1987’ 영화를 보고 울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질질 울면 안 된다. 지도자는 돌아서서 우는 것이지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며 “걸핏하면 질질 울어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일으킨 것은 경찰인데 안보수사권 등 모든 것을 경찰에게 줘서 경찰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권력기관은 견제와 균형이 유지돼야지, 한 기관에 전부 몰아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홍 대표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남북대화를 언급하면서 김대중(DJ)·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남북정상회담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로 하지 않고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에 휘말려 지금 화려하게 또 남북회담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그것은 북한의 핵 완성 시간을 벌어주는 작당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현송월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이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대표로 참가한 것과 관련해 “모든 언론은 현송월이라는 어떤 여자 이야기만 썼던데 이제는 국민이 안 속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를 핵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은 사람이자 출발점은 DJ다. DJ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정치쇼를 이용해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는데 북한의 핵 개발은 그때부터 본격화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수십억 달러를 북한에 제공하고 남북정상회담 쇼를 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을 검토했던 것과 관련해선 “정부는 가상화폐에 (자금이) 몰려들어 까딱하면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 같으니까 없애겠다고 성급히 발표했던 것”이라며 “그러다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정을 담당할 능력이 없는 좌파 실험정부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美中 패권경쟁·북핵 완성…불확실한 갈림길 선 2018년

    美中 패권경쟁·북핵 완성…불확실한 갈림길 선 2018년

    中 시진핑 2기 ‘1인 천하’ 본격화 유럽 ‘포퓰리즘 당’ 열풍 지속 주목 러, 월드컵으로 이미지 쇄신 기대 2018년은 점증하는 불확실성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경쟁자’로 선언하고 힘의 우위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지속할 의사를 내비쳤고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에 본격 들어선 중국은 정치·경제·군사적 자신감에 힘입어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동북아에서는 북한이 추구하는 ‘핵무력 완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며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유럽에서는 기성 정치권에 도전하는 포퓰리즘 바람이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모든 도전에 직면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정권의 향배를 좌우할 중간평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의 군사정보 전문업체인 IHS 제인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2018년 세계 군사비 지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한 해 인류의 군사비 지출이 1조 6700억 달러(약 1784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 대비 3.3% 증가한 액수로 2010년의 1조 6300억 달러를 상회하는 냉전 이후 최대 지출액이다. 2018회계연도 국방 예산만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비 지출 확대와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장 등 더욱 불안해진 세계를 반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중국을 특히 ‘경쟁자’로 못박아 협력 대신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한 해가 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첨예한 대결이 지구 종말(아마겟돈)을 초래하는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동북아 평화에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북한이 극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지수가 낮아지면서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평창올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도록 한·미 연합군사훈련 일정을 연기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일정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시사해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달 말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2중전회)와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가직 인선을 마무리한다. 중국에 있어 2018년은 시 주석의 ‘1인 천하’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한 해다. 시 주석은 지난해 당대회에서 3연임을 통한 15년 집권의 길도 텄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경제권역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봉쇄망을 돌파하려 한다. ●日 안보 불안 편승해 재무장 가속화 반면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북한의 핵 위협 및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국민의 안보 불안감에 편승해 일본의 재무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서는 오는 3월 4일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 관심이 쏠린다. 2017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에서 진행된 선거 결과는 포퓰리스트의 기세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이탈리아 제1야당이자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이 집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 투표 가결로 홍역을 치른 스페인은 지난 21일 실시한 카탈루냐 조기 지방선거의 결과도 독립파의 우세로 나와 올해도 정국 불안이 지속되게 됐다. 마땅한 국내 경쟁자가 없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오는 3월 18일 대통령 선거에서 4번째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 이번 선거에 승리하면 푸틴은 2000년 첫 대통령 취임 때부터 2024년까지 러시아의 1인자(실세 총리로 재직했던 2008~2012년 포함)로 군림하게 된다. 29년간 권좌에 앉았던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못지않은 ‘현대판 차르’가 되는 셈이다. 러시아는 오는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을 주최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푸틴 정부는 이번 월드컵을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등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의 글로벌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 사례에서 보듯 러시아 대표팀 성적이 부진하면 푸틴의 지지율도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4월 19일 쿠바에서는 최고 권력자 라울 카스트로(87) 국가평의회 의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를 통해 1959년 혁명 이후 반세기에 걸쳐 지속된 카스트로 형제의 시대가 종식될 예정이다. 카스트로 의장은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2016년 사망)가 건강상 이유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국가평의회 의장직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5년 임기가 끝나면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었다.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등 개혁 가속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오는 6월 24일부터 여성에게 금기사항이던 자동차 운전이 허용된다. 사우디는 1980년대 초 금지했던 상업 영화관 영업을 오는 3월부터 다시 허용하기로 하는 등 젊은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33)이 이끄는 사회 체제 개혁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점 쇠약해지는 고령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왕세자에게 조만간 양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동 정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 선언으로 여전히 불안하다. 아랍 지역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가자 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와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고 있는 정당 ‘파타’ 간 통합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건 성향의 파타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지만 하마스는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계기로 폭력 저항 노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중남미에서는 2017년 온두라스와 칠레 대선을 달구던 ‘우파 바람’이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가장 큰 승부처는 10월 7일로 예정된 브라질 대통령 선거다. 좌파 바람을 이끌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2003~2010년 집권) 전 대통령이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채 대선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오는 24일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에서 받은 징역형이 확정되면 출마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2018년은 누구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시험대이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미국은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가운데 적절한 제재와 외교적 압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11월 6일로 예정돼 있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재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진다. 이번 중간선거는 하원의 435석 전체를 뽑고 상원 100석 가운데 33석을 새로 선출한다. 현재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하원은 민주당에 뺏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간 선거 이후 어느 당이 의회를 주도하기 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0%는 민주당, 39%는 공화당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 개혁을 통과시킨 것은 성공으로 평가되지만 이득은 기업과 부유층이 향유한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비롯해 환경 보호규정이나 오바마 케어 등을 폐기하거나 약화시키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각계각층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말 무인우주선 화성 진입 예상 11월 26일에는 전 세계의 시선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세계 인류는 NASA가 5월 5일 발사한 무인 우주선 ‘인사이트’가 이날 초속 3.2㎞의 빠른 속도로 화성의 대기권에 진입해 착륙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민간 우주 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올해 안에 우주관광객 두 명을 태운 우주선을 달 인근까지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1972년 이후 처음으로 인간이 지구 저궤도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 2018년이 우주 개발의 전기를 맞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카타르, 월드컵 때 음주 허용…45℃ 사막 위에서만

    카타르, 월드컵 때 음주 허용…45℃ 사막 위에서만

    카타르가 오는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책을 부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타르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물론 외국에서 술을 반입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허가를 받은 외국인만 술을 구매할 수 있으며, 주류 판매를 허가받은 호텔만 외국인을 상대로 술을 팔 수 있다. 지난달 하산 알 타와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월드컵 경기장 내부와 주변에 술이 반입되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경기장은 물론 거리와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 조직위원회의 강경한 ‘경기장 금주 정책’에 FIFA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FIFA의 공식 스폰서인 맥주 업체 버드와이저에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직위원회 측은 “다만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만 허용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는데, 최근 허용 장소가 월드컵 경기장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지역이라고 밝혀 팬들을 또 한 번 실망시켰다. 영국 더 선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카타르 조직위원회가 밝힌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는 월드컵 주경기장에서 차로 최소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사막으로, 이곳 온도는 무려 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FIFA 관계자는 더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정책을 고수한다면) 누가 아랍국가에서 사막까지 나가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겠냐”면서 “버드와이저 같은 스폰서들 역시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러한 정책 때문에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를 10년 앞둔 2012년부터 ‘최고 50도에 달하는 낮 기온’, ‘유치 비리’ 등 많은 논란으로 홍역을 앓으며, 국제 스포츠계의 근심 어린 시선을 받아왔다. 지난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중동 수니파 4개국은 카타르와 이란의 우호 관계 및 테러조직 지원 등을 명분으로 단교를 선언했고, 이것이 월드컵 개최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해외여행 땐 생존배낭 챙겨야 하나

    해외여행 땐 생존배낭 챙겨야 하나

    지구촌 곳곳서 대형 사고 태풍에 정전, 산불까지…. 지구촌 곳곳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태풍 필리핀 강타… 30명 사망 제26호 태풍 ‘카이탁’이 강타한 필리핀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약 30명이 숨지고 부상자와 실종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필리핀에 상륙한 카이탁은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화됐지만 18일 현재 팔라완섬으로 이동하면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현지 온라인매체 래플러가 전했다. 필리핀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다쳤다고 공식 집계했지만 집중 피해를 입은 중부 빌리란주에서만 산사태로 최소 26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주 정부가 밝혔다. 일부 지역이 홍수와 도로 단절 등으로 고립된 점과 실종자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피해 지역에서는 주민 8만 8000명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필리핀 중부 유명 관광지 보라카이섬에는 한국인 관광객 약 400명을 포함해 1200명이 태풍으로 배편이 끊겨 사흘째 발이 묶였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세부분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16일부터 선박 운항이 중단돼 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면서 “오늘 새벽부터 선박 운항이 재개돼 섬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풍으로 인한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 인명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승객 수송량을 자랑하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국제공항은 이날 정전으로 홍역을 치렀다.●애틀랜타 공항선 1173편 결항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1173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승객 수만명이 항공기 탑승 지연으로 불편을 겪었다. 정전의 원인은 지하 전기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이라고 AP는 전했다. 이 공항에 전기를 공급하는 조지아전력은 정전이 발생한 지 11시간이 지나서야 공항 일부 구역에 전기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승객들은 어둠 속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SNS에는 불 꺼진 공항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승객들의 사진이 대거 올라왔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미 위스콘신으로 가는 길이던 에밀리아 두카는 AP에 식당과 상점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은 물론 자판기까지 먹통이었다고 전하며 “말 그대로 갇혀 있었다. 악몽 같은 순간”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애틀랜타 공항은 하루 2500여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며 27만 5000명을 수송한다. 한편 대형 산불에 휩싸인 캘리포니아 남부는 2주째 점점 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CNN 등은 이날 산불 확산 원인인 ‘산타 아나’ 강풍이 주말부터 거세지면서 대피령이 내려져 집을 버리고 빠져나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 중 가장 규모가 큰 ‘토머스 파이어’는 이날 현재까지 27만 에이커(1093㎢)를 태워 캘리포니아주 역대 3위의 산불로 기록됐다. 그러나 진화율은 45%에 불과해 완전 진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1월 첫 주까지 불길을 잡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잡고 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1억 간다며?” 은퇴자들 ‘흥분’… “새벽 먹통!” 직장인 분통

    “1억 간다며?” 은퇴자들 ‘흥분’… “새벽 먹통!” 직장인 분통

    “주식 위험해 비트코인에 투자”인터넷 접속도 못하는 5070가입절차 이해 못해 문의 쇄도주부·직장인 점심시간에 ‘들락’ “주식에 넣은 수천만원을 가상화폐로 옮기려는데, 이메일 인증이 안 돼요.” “비밀번호에 영어 대문자를 넣으라고요?” 14일 서울 중구 광화문 ‘빗썸’ 고객센터는 오전부터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려는 50~60대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 13일 미성년·외국인과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투자를 금지하며 제동에 나섰지만,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점퍼 차림으로 70대로 보이는 은퇴자들도 있다.“온라인 회원가입을 어떻게 하느냐”는 60~70대 남성의 기초적인 질문에 고객센터 직원은 “회원가입을 할 때 인증번호를 치셔야 한다”고 절차를 설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오프라인 고객센터 개장이 늘고 있다. 빗썸은 강남과 광화문에 이어 지난 12일 부산 해운대에도 고객센터를 열었다. 고객 불만 상담을 위해서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도 어려운 투자자들은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은행 점포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가입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60대 신규 투자자들을 전담 마크했다. 강남 고객센터에는 30대의 가정주부로 보이는 여성부터 30~40대 직장 남성과 은퇴자 등 다양한 연령층이 대기석을 가득 채우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한 채모(60)씨는 “15년 동안 주식 투자를 했다”며 “주식이 더 위험한 거 같아서 비트코인에 돈을 옮기려고 거래소에 왔다”라고 말했다. 직원 도움을 받아 회원가입을 마친 직장인 김모(55)씨는 “비트코인이 1억원까지 오른다는 얘기도 떠돌던데요?”라며 목소리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가상화폐는 내재 가치가 없고 변동성이 높아 위험하다고 정부나 언론이 경고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경고를 귓등으로 듣는 것처럼 보였다. 강남 고객센터는 ‘점심 특수’로 붐볐다. 한 30대 남성은 “로그인도, 계좌도 잘 안 돼서 어제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전화를 계속했다”라며 “250명의 콜센터라면서 일부러 안 받는 거 아니냐”며 고객센터에 큰소리로 항의했다. 초보 투자자로 가장해 역삼동 강남 고객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직원은 “비트코인이 인기가 많지만, 처음 투자하는 분들은 가격이 싼 리플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리플을 두고 절대 오르지 않는다’며 ‘리또속(리플에 또 속는다)’이라는 농담이 오간다. 거래소 홈페이지에서 가상화폐 공개(ICO)나 하드포크(일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시세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 ‘공시’되는지 물었다. 직원은 “그런 내용은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빗썸 관계자는 “전문 상담사들이 사전 교육을 받고 상담을 한다”며 “어느 가상화폐가 인기 있는지는 공개를 하지만, 시세 전망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상황이다. 빗썸에 따르면 광화문 센터를 찾는 고객의 90%는 신규 투자자다. 전문가들은 규제 기관이 독립적으로 규제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 보호가 훨씬 중요한 상황에서 ‘혁신’이 성역화돼 규제기관이 움직이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블록체인협회들이 자율규제안을 만든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와 별도로 규제기관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암호화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금융권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상화폐 계좌로 고객들의 뭉칫돈들이 들어오면 은행은 저원가성 요구불 예금이 들어오고, 거래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어 짭짤하다”면서 “그러나 신뢰가 생명인 은행으로서는 카드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 리스크를 대비하고 정부 정책 판단을 고려해 신규 계좌 발급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진통 뒤엔… 정부·지자체 간 곪은 상처

    국립한국문학관이 만인의 환영을 받으며 세워질 수 있을까. 출발부터 요란한 잡음이 일더니 해를 넘겨도 쉬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첩첩산중이다. # 용산부지 의결에… 서울시 “市 배제한 일방결정” 국가 차원에서 우리 문학 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복원·보존하고 이를 연구·전시·교육하는 기능을 갖춘 허브이자 우리 문학 진흥의 거점이 국립한국문학관의 요체다. 문학계의 숙원 사업인 국립문학관 건립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1월부터다. 관련 내용이 담긴 문학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부지 공모를 벌였다. 반응도 후끈 달아올랐다.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다시피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16개 시·도에서 모두 24곳이 신청했다. 영남권 신공항 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정부는 문학관 유치를 놓고도 과열 경쟁이 빚어지고 있다고 판단, 5개월 만에 공모 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문인 중심으로 꾸려진 문학진흥 TF(태스크포스)는 지난해 12월 대표성, 상징성, 확장성, 접근성, 국제교류 가능성을 면밀하게 따져본 결과 서울의 3곳(문화역서울284, 국립극단 부지, 용산공원 내 부지)으로 건립 후보지를 추렸다고 발표했다. 문학진흥법에 따라 올해 출범한 문체부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가 TF의 바통을 이어받았고, 위원회는 지난달 8일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에서 용산공원 내 부지 일부(국립중앙박물관 부지 내 일부)를 최적 후보지로 의결했다고 공개했다. # 문체부, 불협치 논란에 뒤늦게 “市와 협의할 것” 해당 부지는 오랫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의 이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곳이었다. 한때 민속박물관 용산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다가 지난해 내부적으로 검토 방침을 철회했던 서울시는 곧바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일제가 군용지로 조성하면서부터 100년 넘게 시민 품을 떠나야 했던 용산을 온전하게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 미8군 기지 부지의 반환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미 국방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이 세워진 마당에 계속 정부 기관이 들어서면 온전한 용산국가공원 조성이 힘들다는 것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일련의 결정 과정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가 배제됐다고 혀를 차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문제의 부지가 어느 곳의 소유이며, 공원 부지에 포함됐는지 안 됐는지 여부 등을 떠나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후보지를 공개한 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모토인 지방 분권, 협치 실현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 공무원은 “위에서 협치를 표방한다고 해도 실무선에서 일방의 수직 행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협력적 거버넌스와 수평적 행정이 선행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체부는 지난달 23일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문체부는 “용산공원 내 부지가 최적 후보지라는 문학계 의견을 무겁게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 “부처·지자체 조율할 총리급 컨트롤타워 필요” 서울시는 문체부의 이 같은 제안도 마뜩잖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을 기정사실화한 추진위라면 서울시가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부지를 검토한다 해도 서울시 참여는 다른 지자체 등의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학관 건립 문제를 떠나 용산 문제가 얽히고설킨 것은 그간 중앙 정부 부처와 지방 정부 간 입장을 제대로 조율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총리실급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발 크다고 놀림당한 전 미스 러시아 출신 모델

    발 크다고 놀림당한 전 미스 러시아 출신 모델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비키니 사진을 공유한 전 미스 러시아가 때아닌 발 사이즈 때문에 조롱을 받았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전 미스 러시아 결선 진출자였던 아나스타샤 레시토바(Anastasia Reshetova·21)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사진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14년 미스 러시아 2위 출신 모델 아나스타샤는 아름다운 외모에 섹시한 몸매로 러시아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녀가 비키니 차림으로 고급 요트에 앉아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일부 팔로워들의 놀림을 당했다. 오렌지색 비키니를 입고 요트 내 소파에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분위기 아주 멋지죠! ”란 글을 남긴 그녀를 향해 팔로워 ‘pavira2004’는 “우리는 분위기를 못 본다. 사이즈를 본다...”라고 말하거나 심지어 일부 팔로워들은 “잠수부들이 사용하는 오리발 같다”고 놀려댔다. 이에 일부 팬들은 그녀를 두둔하고 나섰다. 한 팬은 “나는 41 사이즈의 신발을 갖고 있지만, 발 사이즈는 실제 42사이즈다. 발을 위해 멋진 신발을 구입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알게 뭡니까?!”란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팬 ‘elena_bucatelií’은 “여러분들! 증오심을 버리세요.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외모부터 먼저 확인해 보세요”라고 당부했다. 아나스타샤는 과거 학창 시절에 큰 키와 뾰족한 턱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우울증에 시달린 적이 있으며 구타로 생긴 얼굴의 멍과 상처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한 모습을 본 남자 친구의 칭찬에 힘입어 2014년 미스 러시아 대회에 나간 사실을 언론에 당당히 밝혀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나스타샤는 현재 인스타그램에 150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대스타다. 사진·영상= volkonskaya.reshetova Instagram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행정사무감사 약일까 독일까

    [관가 인사이드]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행정사무감사 약일까 독일까

    “광역의회의 기초단체 행정사무감사는 독일까 약일까.” 광역의회가 기초단체 행정사무감사에도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중복감사’ 등을 우려하며 거센 거부감을 표출하고 있다.19일 충북도의회 등 전국 광역의회에 따르면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도비가 지원되는 시·군 사업을 시·도의회가 살펴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 “규모 작은 시·군, 단체장과 비리 연루 다반사” 김종문 충남도의원은 “도비 집행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것은 도의원들의 책무”라며 “시·군의회가 시·군 행정사무감사를 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시·군들은 단체장과 군의원들이 한통속이라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충남도 전체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조 9000억원이 시·군에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운 충북도의회 운영위원장은 “시·군이 도비를 받아 제대로 쓰고 있는지를 도의원들이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중복감사가 우려된다면 문제가 있는 도비 지원사업만큼이라도 도의회가 감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이 되면 비슷한 시기에 전국 시·도의회가 이를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시·군 공무원 “일년 내내 감사판” 거센 반발 하지만 시·군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이들은 2년에 한 번 정도 받는 도 종합 감사, 1년마다 진행되는 시·군의회 행정사무감사, 수시감사, 특정감사, 테마감사 등 감사가 넘쳐나고 있는데 도의회까지 감사에 나선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화영 음성군 공무원노조 지부장은 “군의회가 해마다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군 사업을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도의회까지 감사하면 이는 분명한 중복감사이자 월권행위”라며 “자신들의 권한 확대를 위한 도의원들의 지나친 욕심”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군의회 행정사무 감사를 받으려면 자료 준비기간만 15일 정도 걸리는데 도의회까지 감사하면 군청 공무원들이 감사준비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행정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게 뻔하다”며 “도의회가 이를 강행한다면 도내 시·군 공무원들이 연대해 강력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홍역 치른 충남… 중앙부처, 도의회 손 들어줘 충남은 이미 이 문제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충남도의회는 지방자치법이 ‘기초단체장이 위임받아 처리하는 시·도 사무에 대해 도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애매한 상황을 발견하고 중앙 부처에 질의를 했다. 그 결과 행정자치부와 법제처가 상위법을 존중해 도의회의 손을 들어 줬다. 이에 힘을 받은 충남도의회는 ‘기초단체 행정사무감사를 할 수 있다’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월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그러자 전공노 세종·충남지역본부 간부들이 삭발식까지 하며 강력 반발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공무원 조직의 사활을 걸고 전국적인 투쟁을 벌이겠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이에 충남도의회가 시·군 행정사무감사 시행을 1년간 유보하기로 했다. 울산시의회도 충남도의회에 이어 조례 개정에 나섰다가 개정 작업을 중단했다. # “효율성 위해 시·군의회 감사때 도의원 참여를” 이와 관련,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비가 지원되는 사업은 시·군비도 함께 투입되는 매칭 사업들이라 시·군의원들이 꼼꼼하게 감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도 감사를 하면 행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등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도의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만큼 시·군의회가 행정사무감사를 할 때 도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언론을 4부라 했나/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언론을 4부라 했나/진경호 논설위원

    난감한 세상이다. 먼저 서해순씨 앞에서 난감하다. 가수 김광석과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드라마틱한 의혹 앞에서 맨몸으로 뜯어먹혔다. 경찰의 재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이들에게 서씨는 남편과 딸을 죽인 악마였고, 연쇄 살인마였다. 진실을 모른다면 사실이라도 붙들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으로 판단하고 재단해야 한다. 그게 야만을 깨우친 인간의 약속이다. 지난 몇 달 이 약속은 파기됐고, 서씨는 유린됐다. 표적을 잃은 화살이 고발뉴스 기자 이상호에게로 쏠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으로 서해순을 소환한 그가 관객 9만 8200명을 끌어모아 7억 7241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기사가 따라붙는다. 앞서 세월호의 참극 앞에서 영화 ‘다이빙벨’로 의혹을 팔아 매출 3억 4859만원을 거둔 ‘전과’도 붙어 있다. 이상호를 두둔할 생각, 추호도 없다. 한데 정말 서씨를 팔아 돈을 번 게 이상호뿐일까. 언론은? 온종일 서씨 얼굴을 내보내며 장안의 ‘평론가’들을 죄다 불러모아 갖가지 상상을 부추긴 종합편성채널들과 수천 인터넷 매체들은? 누구도 집계한 바 없으니 알 길 없으나 영화 ‘김광석’ 매출의 수십, 수백 배는 챙겼을 것이다. 이상호의 주장, 서해순의 반격, 평론가들의 관전평…. 다 돈이 됐다. 사실 확인은 경찰에 맡기고, 그저 양측 공방을 중계하는 것으로 마녀사냥의 앞줄에 서서 시청률 높이고, 클릭 수 늘리고, 돈을 챙겼다. 이 공방도 다 사실이니 보도하는 데 주저할 것 없다는 자기 합리화로 무장한 채 거침없는 굿판을 벌였다. 반성이 타성처럼 뒤따른다. 딸아이를 놓친 엄마의 울부짖음을 외면했다는 ‘240번 버스 기사’ 오보 소동 등을 들먹이며 무분별한 여론몰이를 질타한다. 그러나 달라질 게 없음을 우린 안다. 며칠 지나면 또 잊힐 이런 법석조차 진부하다. 서해순 너머로 더 난감한 건 KBS·MBC 경영권을 둘러싼 정치권 싸움이다. 박근혜 정부 때 자리에 앉은 두 방송 경영진의 퇴진을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발로 꼽은 집권세력과 이를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로 꼽는 야당의 공방이 날 새는 줄 모른다. 1998년 첫 정권 교체 이후 정연주 KBS 사장 임명을 둘러싼 공방 이래 정권 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 공영방송 쟁탈전의 본질은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운동장 기울이기’다. 두 방송 종사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사람들이 이들의 파업과 방송 파행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두 방송의 영향력은 보잘것없어졌다. 그런데도 언론을 제 발밑에 두려는 여야의 탐욕은 끝을 모른다. 3년마다 정부로부터 방송사업 승인을 받아야 하는 종합편성채널의 처지도 공영방송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지난 정권과 가깝다는 민영방송 회장이 알아서 물러나는 판에 현 정권에 밉보인 붙박이 평론가를 단칼에 잘라 ‘화근’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다. 권력에 눌리고 자본에 묶인 게 이 나라 언론의 초상이다. 언론은 4부(府)가 아니며 5부, 6부도 못 된다. 선정보도와 편향보도를 비난하며 언론의 각성을 촉구하지만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뉴스를 만들어도 돈은 네이버 같은 ‘뉴스 소매상’이 버는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 클릭 수를 하나라도 늘리려 더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기사를 갈아 끼우는 처절한 선정 경쟁은 옳고 그름의 차원을 벗어나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경영권과 논조, 보도 방향을 놓고 홍역을 치르는 언론의 정치 예속 구조에서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것도 번지수 잘못 찾은 얘기다. 바른 언론, 공정 보도를 바란다면 이제라도 척박한 언론 환경, 언론을 짓누르고 있는 정치와 자본의 굴레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작업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뉴스가 제값 받는 구조를 만들어 활자 매체의 숨통을 터 줘야 하고, 정부가 틀어쥔 방송 사업권을 시민사회 진영의 독립기구로 넘겨 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KBS·MBC 경영진 교체가 목전에 다다랐다. 문재인 정부가 정녕 정상을 염원한다면 이제라도 방송법을 바꾸고 언론 환경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5년 뒤에 보잔 말, 이제 그만들 하자. jade@seoul.co.kr
  • [커버스토리] 예산 빼돌려 군수 부인 땅에 석축공사…블랙리스트 만들어 인사 좌지우지

    [커버스토리] 예산 빼돌려 군수 부인 땅에 석축공사…블랙리스트 만들어 인사 좌지우지

    공무원들이 선출직 단체장의 비리에 연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승진과 요직 등 인사 특혜를 노리고 스스로 비리에 가담하거나 단체장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해 동참하기도 한다. 또 일부는 단체장의 요구를 거부하다 승진에서 빠지거나 좌천되기도 한다.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사무관(5급), 기초단체 내 자체 승진으로 최고위직인 서기관(4급).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 모두 단체장의 낙점이 필요하다. 단체장의 불합리한 요구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다.# “승진이 걸려서…” 단체장 선거 때마다 줄서기 단체장의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는 사례도 있다. 충북 괴산군 A사무관은 군수의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받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군수의 지시를 받은 A사무관은 군수 부인의 땅을 허가 없이 용도변경하고, 태풍 피해를 본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 군청 예산 1400만원까지 들여 석축공사를 했다. A사무관은 2014년 3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충북 보은군에서는 2015년 군수 비서실장 B씨와 행정계장 C씨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공직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은 지역 주민 개인정보를 각 실·과에서 빼내 이를 군수와 그의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벌금형을 받은 C씨는 사무관으로 승진해 현재 면장으로 일하고 있다. B씨는 군청에서 계장으로 일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C씨는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 처벌을 받았고, 승진 대상자 가운데 순위가 높아 승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 거부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자체 사무관은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을 주지 않을 정도로 단체장과 가까운 직원이 아니고서는 단체장 지시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권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공무원은 단체장으로부터 받은 은혜(요직·승진)를 갚으려다가 스스로 범법자가 되기도 한다. 경북지역 한 군청의 D면장은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09년 1월부터 3월 초순까지 경로당과 마을총회에 맥주, 음료수 등을 제공하며 “나는 군수의 은혜를 입었고, 사무관 승진을 시켜 줬기에 군수를 찍어 줘야 한다”고 말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청송군수, 공무원 400명 성향 나눠 리스트 제작 특히 단체장 비리는 각종 사업 관련 특혜와 인사 청탁에 집중되고 있다. 그중 인사 비리는 선거 승리를 위해 주로 악용된다. 지난 5월에는 공무원 인사평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된 전남 해남군수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 확정판결을 받고 군수직을 상실했다. 또 지방공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뇌물수수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9월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한모 경북 청송군수는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공무원 400여명의 성향을 조사, ‘청송판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청송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문건은 군수에 대한 공무원의 성향을 ‘우호’와 ‘반동분자’로 분류·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4월 울산지방경찰청에 ‘한 기초단체의 사무관 승진과 관련해 수천만원이 오갔다’며 실명과 날짜를 기록한 투서가 접수됐다. 경찰 조사 결과 범법행위는 없었지만, 한동안 공직사회가 홍역을 앓았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이 선거와 관련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승진 등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청송군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 만연한 문제”라며 “단체장을 선거로 뽑기 때문에 ‘내 편’, ‘네편’으로 나누는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승진이 걸린 문제라 줄을 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신이 미는 단체장이 당선되면 앞길이 탄탄대로가 되고, 반대쪽 사람이 당선되면 다음 선거 때까지 한직으로 좌천돼 때를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강조했다. # “잘못인 줄 알지만… 지시 거부하기 힘들어” 단체장의 지시를 거부하다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승진에서 빠진 공무원들도 있다. 전북 김제시에 근무하는 A계장은 2009년 가축 면역증강제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사업을 추진한 L시장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다른 부서로 전출됐다. 당시 L시장은 법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적인 인연에 얽매여 고교 후배인 J(62)씨가 경영하는 회사로부터 14억 6000만원 상당의 가축보조사료와 1억 4000만원 상당의 토양환경개선제를 납품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시장직에 복귀했으나 아직도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전북 군산시 B계장도 2014년 세풍제지 부지를 상업 및 주거용지로 도시계획을 변경해 주는 시 방침에 반대했다가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세풍제지 공장부지 도시계획 변경은 다른 계장으로 바뀐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무원들이 단체장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사무관과 서기관 승진에 목을 매는 이유는 실·과 예산과 직원 근무평정 등 ‘실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인 시·구·군청 과장(사무관)은 실·과 예산, 주요 업무 결정, 직원 근무평정 등의 실권을 가지고 있다. 또 이들이 읍·면·동장으로 나가면 지역 최고의 유지 대우를 받는다. 공무원들이 승진에 목을 매는 이유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예방접종, 우리 이웃을 지키는 선행/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월요 정책마당] 예방접종, 우리 이웃을 지키는 선행/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며칠 전 한 직원이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렸다며 한숨을 쉬는 것을 봤다. 당분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데 주변에 아이를 맡아 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하루빨리 수족구병 백신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간절한 소원은 예방접종이 감염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최선의 장치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백신은 ‘두창’(천연두)을 막기 위해 처음 개발됐다. 치명률이 30%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인 두창은 놀랍게도 백신을 개발한 지 200여년이 지난 1979년 전 세계에서 완전히 박멸됐다. 백신 접종으로 병에 걸리거나 옮기는 사람이 크게 줄어 유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로 백신의 ‘집단면역’ 효과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에는 디프테리아, 일본뇌염 같은 감염병이 흔했지만 이제는 퇴치를 앞두고 있다. ‘인류의 보건향상에 백신보다 큰 효과를 나타낸 것은 깨끗한 물 말고는 없다’는 말이 있는 이유다. 이렇듯 예방접종의 긍정적 효과가 무척 크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에 대한 예방접종 지원을 늘리는 데 힘써 왔다. 현재 만 12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17종의 백신을,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는 폐렴구균과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예방접종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한다. 우선 내년부터 학생 독감 예방접종을 어린이집 원아와 유치원생 48만명, 초등학생 277만명에게 무료로 해 준다. 지난해 겨울 독감이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했는데 앞으로는 예방접종으로 전파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감으로 인한 등교 중지도 줄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부모들의 간병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고등학생에게도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큰 임신부나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일부 백신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적 제약사들이 우리가 사용하는 백신의 공급을 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예방접종 백신 중 77%를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해외 제조사 사정이나 세계 시장 유통 여건이 국내 백신 공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결핵을 예방하는 ‘피내용 BCG’와 소아마비를 막는 ‘폴리오 백신’이 부족해 보호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런 백신 부족 사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백신 공급·유통 구조를 개편하고자 한다. 먼저 안정적 공급을 위해 수입원 다양화와 계약방식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공공백신센터’를 통해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백신 자급화를 적극 뒷받침해 백신 주권 확보에 힘쓰고자 한다. 백신을 통한 감염병의 근절은 역설적으로 유행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백신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그러나 백신 거부는 유럽과 미국에서 거의 퇴치할 뻔했던 홍역을 다시 유행시키고 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예방접종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어 걱정스럽다. 어떤 사람들은 예방접종이 오로지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올해 이탈리아에서는 백혈병을 치료하고 있던 6살 남자아이가 백신을 맞지 않은 형에게 홍역이 옮아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백신을 거부할 권리만 주장한다면 의학적 이유 등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호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예방접종은 개인을 위한 현명한 선택임과 동시에 질병에 취약한 우리 이웃을 지키는 선행이기도 하다. 우선 당장은 매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행하는 독감 예방접종이 필요한 시기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무료접종 지원 기간은 의료기관은 이달 15일까지, 보건소는 백신을 소진할 때까지로 아직 접종하지 않으신 분들은 서둘러 가까운 지역에서 접종을 받길 권한다. 생후 6~59개월 어린이는 내년 4월 30일까지 무료접종을 지원하니 예방접종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한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 “악마와 손잡나” 국민의당 내홍 격화

    “악마와 손잡나” 국민의당 내홍 격화

    이상돈 자진 탈당 주장도 나와 ‘어수선’ 21일 끝장토론서 접점 찾을지 미지수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으로 촉발된 국민의당 내홍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불거졌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와 당 지도부를 ‘아마추어’라고 표현한 이상돈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 주장까지 불거지며 이날 당 안팎은 더욱 어수선했다.이날 회의에 참석한 박주현 최고위원은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당 안팎이 혼란스럽다”며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최고위원은 “합리적인 정책을 갖고 합의를 이루어 내겠다는 다당제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그저 생존을 위한 다당제라는 허울만 남았다”면서 “다당제의 존립 방식인 합리적인 협치를 해야지 악마와 손을 잡아서 할 일은 결코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바른정당을 ‘악마’에 비유하며 보수진영과의 통합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다당제의 리더십은 여러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는 리더십이지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유아독존형 리더십이 아니다”라며 안 대표의 당 운영 방식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친안(친안철수)계는 수습에 나섰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노선투쟁 홍역은 꼭 한번 거쳐야 하는 성장통”이라며 “이번에 우리 당이 지킬 가치가 무엇인지 철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우 최고위원은 이 의원을 겨냥해 “당에 미스터리한 발언을 계속하는 비례대표 의원님께 또다시 한 말씀 올린다”면서 “당 지도부를 아마추어라고 하지 마시고 프로라면 프로답게 결단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음 순번에 아주 훌륭한 분이 계신다”며 사실상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이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당기윤리심판원에 접수돼 이르면 13일 관련 회의가 진행될 예정으로, 징계 수위에 따라 당 안팎은 더욱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21일 당의 진로를 논의할 ‘끝장 토론’을 앞두고 있지만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 대표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도통합론 이후 불신이 커졌다”면서 “안 대표 측이 수습에 나서도 계속 오해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성추행 파문’ 조덕제, 반박 기자회견 “정확한 사실을 밝히겠다”

    ‘성추행 파문’ 조덕제, 반박 기자회견 “정확한 사실을 밝히겠다”

    여배우 성추행 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배우 조덕제가 반박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7일 배우 조덕제(50)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해명의 시간을 갖는다. 조덕제 측은 “지금까지 여배우 측, 감독, 단체 등의 주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상황과 관련 정확한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앞서 여배우 A 씨는 지난 2015년 영화 촬영 중 상대 배우인 조덕제가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추행을 했다고 주장,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조덕제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 조덕제는 “감독의 디렉션과 촬영 대본에 따라 연기했다”며 “여배우 바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조덕제가 이 사태에 억울함을 호소한 가운데 지난달 말, 한 매체는 해당 영화의 감독인 장훈이 배우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등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긴 2분짜리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1일 장훈 감독은 “해당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tvN ‘막돼먹은 영애씨’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비싼 가격’ 논란 ‘조민아 베이커리’ 문 닫는 이유는?

    ‘비싼 가격’ 논란 ‘조민아 베이커리’ 문 닫는 이유는?

    가수 쥬얼리 출신 조민아가 ‘조민아 베이커리’ 문을 닫게 된 배경을 밝혔다.6일 조민아(34·조하랑)가 지난 4년 동안 일궈온 베이커리 공방 문을 닫기로 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조민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악성댓글 때문에 문을 닫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강 문제 때문에 폐점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월 어깨 근육 파열로 수술을 했다”면서 “수술 뒤에도 건강이 호전되지 않아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건강도 좋지 않아 약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서울 마포구에 자신의 이름을 딴 베이커리 ‘우주 여신 조민아 아뜰리에’를 연 조민아는 그간 베이커리 위생 문제, 상품 가격과 품질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지난달 16일에는 도를 넘은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악성 댓글을 단 10여 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점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악성 댓글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조민아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카메라 뒤에서 제품만 찍던 지난 4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아픔도 있었지만 열정을 불태울 수 있어서, 넘치는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나눌 수 있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편 조민아는 지난 1995년 조진주라는 이름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아역 배우로 활동한 그는 2001~2006년 가수 쥬얼리 멤버로 박정아, 서인영, 이지현 등과 함께 활동했다. 쥬얼리 탈퇴 후 조하랑으로 개명, 솔로 가수 활동을 이어가다 2013년 서울 마포구에 베이커리를 차렸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포토 다큐] 커지는 펫케어… 침도 맞아요

    [포토 다큐] 커지는 펫케어… 침도 맞아요

    조선시대 침으로 말을 치료하던 마의(馬醫)로 이름을 떨치다 임금의 병을 고치는 어의(御醫)의 자리까지 오른 ‘백광현’이란 인물이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마의’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현대수의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반려동물의 노령화로 생기는 특정 질환에는 백광현이 말을 치료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전통 한방을 접목시킨 동물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한방수의학과 같은 대체수의학은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동물 치료법이다.●홍역·디스크 등 치료 불가능했던 질병, 침·뜸으로 효과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동물제중원 금손이. 여느 동물병원처럼 치료를 받으러 온 애견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다른 동물병원과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은은하게 풍기는 쑥뜸 냄새다. 이 병원 이름은 동물 애호가였던 조선시대 숙종 임금의 고양이 ‘금손이’에서 따왔다. 침과 뜸 같은 전통 한방수의학으로 동물을 치료하는 것이 색다르다. 동물제중원 금손이의 강무숙 원장은 13년 전 전통한방학회에서 한방수의학을 수료했다. “수의사 초기 시절인 20년 전에는 홍역과 파보바이러스 등 전염성 질환과 디스크는 치료가 불가능했는데, 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더 해 주고 싶었어요.” 강 원장이 밝히는 한방수의학을 배우게 된 동기다. 한방수의학 수료 후 첫 진료 대상은 디스크 때문에 걷지 못했던 세 살배기 페키니즈였다. 치료가 끝난 뒤 건강하게 걷는 모습을 본 강 원장은 동물 한방 진료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녹용·홍삼으로 만든 반려동물용 한약… “노령견에 좋아” 충북 제천의 충북테크노파크 천연물연구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방발효동물영양제 제조업체인 ‘내몸애’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한약을 만든다. 한의사인 김영수 연구원은 유기견이었던 자신의 애견 ‘해피’가 사료를 잘 먹지 않아 몸이 약해지자 동물 한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 제품은 사람의 한약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었지만 강아지들이 잘 먹지 않자 과립 형태로 바꿔 사료와 섞어 먹이거나 바로 먹일 수 있도록 했다. 한약의 주재료로는 녹용, 홍삼, 당귀, 산수유 등을 사용한다. 김 연구원은 “특히 설사가 잦은 노령견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약의 효능을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이러한 동물 한약이 많지 않아 반려동물에게 책을 참고해 쌍화탕과 십전대보탕 같은 한약을 직접 만들어 주는 동물 애호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1000만 반려동물 시대에 반려동물은 이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단순히 동물을 기르는 수준을 넘어 몸과 마음 등 반려동물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관리를 해 주는 ‘홀리스틱 펫 케어’(Holistic pet care)가 유행이다. 한방수의학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수의학계 일각에서는 맹신적으로 한방수의학을 따르기보다는 사람처럼 양방과 병행하기를 권한다. 한방 진료는 부작용이 적은 대신 양방 진료에 비해 치료 기간이 비교적 길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열린세상] 노벨문학상, 수상의 공식은 없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노벨문학상, 수상의 공식은 없다/김종면 서울여대 국문과 겸임교수

    인간에게는 누구나 남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이른바 인정욕망이다. 그것은 흔히 인정투쟁의 형태로 나타난다. 10월 노벨상 시즌을 보내며 우리는 또 한번 홍역과도 같은 연례행사를 치렀다.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노벨문학상은 왜 우리를 매번 비켜 갈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소설을 1917년 이광수의 ‘무정’으로 본다면 한국 근현대문학의 역사는 꼭 100년이다. 프랑스 시인 쉴리 프뤼돔이 톨스토이, 입센, 카르두치 등을 제치고 첫 노벨문학상을 탄 게 1901년이니 우리는 한 세기 넘게 노벨상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 온 셈이다. 송수권 시인의 말마따나 시인공화국의 전통을 지닌 우리로서는 겸연쩍은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노벨문학상이 한 나라의 문학 수준을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물론 아니다. 노벨상 등 해외문학상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문학 토양을 오히려 허약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의 작품은 세계 출판시장에 선보이고 세계문학의 장으로 편입된다. 노벨상을 받는다고 곧바로 문학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벨상 효과’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한국문학이 노벨상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로 늘 꼽히는 게 번역의 문제다. 부실한 번역이 한국문학 세계화의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면피용 구실에 불과하다. 한국문학번역원을 비롯한 공공, 민간의 번역 인프라는 이전에 비해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영어로 번역돼 맨부커상도 받았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시는 번역하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번역불가론’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번역은 그만큼 어렵다. 원작의 아우라까지 온전히 번역해 내기란 시시포스의 바위 굴리기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번역은 계속된다. 한국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번역에 견딜 수 있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말한 작가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러나 번역을 의식해 쓸 글을 쓰지 못한다면 난센스다. 원문이 좋으면 번역도 좋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번역의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작가에게 번역만큼 큰 수련도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번역가다. 하루키가 번역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을 “위대한 작사가”라며 그를 통해 처음으로 초현실주의 가사와 만났다고 말했다. 이시구로 역시 작사가다. 그는 수상 자격 논란을 낳은 이 대중음악 가수에게서 그런 점을 배웠다. 노벨문학상이 여러 변수들의 영향을 받지만 수상자에게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노벨문학상을 타지 못하는 이유를 단지 번역이나 세계시장에서의 출판·유통 문제에서 찾는 것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더욱더 고민해야 한다. 이시구로의 수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그동안 중시했던 민주화 운동이나 탈식민주의 같은 정치적 요소보다는 작가의 독특한 목소리와 방식에 주목했음을 보여 준다. 이시구로는 판타지, SF, 추리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작사까지 넘나드는 그야말로 르네상스형 광폭 작가다. 카우보이 문화도 숭배했다고 한다. 현대 영미문학을 이끌어 가는 정통 문학가로 평가받지만 그의 문학의 토대는 장르 문학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근엄한 ‘낡은 문법’에서 자유분방한 상상력은 나오지 않는다. 나이가 젊다고 생각도 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도 노벨문학상 후보군부터 ‘연경화’(年輕化)할 필요가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리는 한 원로 작가는 언젠가 ‘한국문학 노벨상 20명설’을 내놓은 적이 있다. 허장성세라기보다는 우리 문학에 관심을 갖고 우리 스스로 문학적 자존과 정체성을 지켜 나가자는 뜻일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특별한 공식이란 있을 수 없다. 문학의 본령에 충실하면 된다. 이시구로의 경우에서 보듯 문학적 진정성을 잃지 않고 자기 쇄신을 거듭하는 길밖에 없다. 실력을 갖추면 언제든 탈 수 있는 것이 노벨문학상 아닌가.
  • 루마니아·이탈리아 여행시 홍역 조심하세요

    루마니아·이탈리아 여행시 홍역 조심하세요

    루마니아, 이탈리아 홍역 확산세...1만 2000여건 훌쩍 넘어 루마니아와 이탈리아에서 홍역 전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 이 지역 여행자들은 주의해야겠다.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주간 감염병위협보고서 최신호에서 루마니아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부 유럽과 동부 유럽 일대에서 홍역이 유행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루마니아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유행하기 시작한 홍역으로 올해 확인된 환자만 77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지금까지 사망자만도 35명이나 된다. 이탈리아에서도 올 들어 홍역이 4617건이 발병했고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에서는 지난 한 주에만도 100명 이상이 감염되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역은 백신 접종으로 손쉽게 예방되는 전염병임에도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루마니아는 백신 공급이 부족해 유독 감염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번 홍역 확산도 이런 백신 접종 반대 캠페인 때문인 것으로 보건 당국은 보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 홍역 환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아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8명과 16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은 절정, 일러 무삼하리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붉은 절정, 일러 무삼하리오

    꼭 높은 산에 올라야 예쁜 단풍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부신 가을빛은 들녘에도, 두메의 야트막한 산자락에도 고르게 내려앉습니다. 어르신, 장애인 등 여행 약자들도 차를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자연이 벌이는 빛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는 거지요. ‘과로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직장인 역시 그럴 것이고요. 그렇게 단풍이 걸개그림처럼 걸려 있는 곳들을 찾아 나선 길입니다. 차문만 열면 단풍이 훅하고 밀려들 만한 곳들을 겨눴습니다. 목적지는 설악산과 오대산. 두 단풍 명산을 휘휘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이번 주말께 설악이 먼저 절정에 이를 듯하고, 오대는 비로소 흐드러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내려선다. 이어 속초·인제 방면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약 6㎞ 정도 직진하면 철정교차로다. 한계령을 겨냥해 가는 이들은 대부분 여기서 직진한다. 인제를 거쳐 한계령까지 빠르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데 가을 단풍철엔 제법 차량 통행량이 많다. ‘단풍 정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도 따라 빠르게 가는 길이라 단풍 물든 풍경과 제대로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해결책은 우회다. 이번엔 경로를 달리해 철정교차로에서 451번 지방도 상남·내촌·국군홍천병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홍천을 우회해 한계령까지 가는 길이다. 길 이름은 아홉사리로. 홍천과 인제가 경계를 이루는 아홉사리고개에서 이름을 따온 도로다. ●홍천 우회 구곡치… 수수한 단풍 레이스 아홉사리는 한자로 구곡치(九曲峙)라 쓴다. 이름 그대로 길이 구절양장 휘돌아 간다. 아홉사리로에서 만나는 단풍들은 수수하고 곱다. 아찔하거나 현란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깊은 맛이 있다. 아홉사리로를 따라 인제 상남면 소재지까지 간 뒤 31번 국도로 갈아탄다. 이쯤에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필례약수로 바꿔도 좋겠다. 이어 기린면 진방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다 진다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땅이 기름지다 해서 진다리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다. 외길이나 다름없는 산길을 구불구불 넘어간다. 산길이라 해도 포장이 잘돼 있어 어려울 건 없다. 곳곳에서 만나는 두메의 가을 소경은 그야말로 풍경의 덤이다.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곧 귀둔리. 저 유명한 홍천의 ‘삼둔’처럼 인제의 ‘깡촌’으로 통하는 곳이다. 다시 고개 넘어 하추리 갈림길과 군량밭 등을 줄줄이 지난다. 군량밭은 조선말 의병들의 양식을 조달하는 밭이 있었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계곡 주변의 단풍이 곱다. 필례약수는 한계령 바로 아래 있다. 길섶으로 단풍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완연히 물들지는 않았지만, 그마저도 빼어나다. 필례는 약수터 주변 지형이 베 짜는 여자, 필녀(匹女)와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1900년대 초 심마니들이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약수는 위장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필례약수에서 한계령 휴게소까지는 5.4㎞ 정도다. 한 작가가 필례약수에 머물며 소설을 썼다고 해서 이 구간을 따로 은비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길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일러 무삼하리오’(굳이 이야기해 봐야 무엇하겠는가)다. 중언부언할 것 없이 여기서부터 입이 딱 벌어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한계령 정상에서 굽어보는 양양 쪽 풍경이 빼어나다. 단풍 물든 암릉이 구름과 만나 희롱하는 모습이 압권이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분재를 보는 듯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인제 방향 44번 국도를 되짚어 장수대까지 다녀오길 권한다. 암봉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들이 즐비하게 펼쳐진다. 한계령 정상에서 오색약수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불길’이다. 거리는 대략 8㎞ 정도. 내려가는 동안 단풍 곱기로 소문난 흘림골 들머리와 주전골 들머리를 차례로 만난다. 이 길 중간쯤에 만경대가 있다. 지난해 46년 만에 개방하면서 밀려드는 등산객들로 홍역을 치른 곳이다. 올해는 탐방예약제로 운영된다. 평일 2000명, 주말과 공휴일엔 5000명으로 등산객을 제한한다. 탐방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예약통합시스템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개방은 오는 11월 14일까지다. 체력이 된다면 만경대 아래 주전골은 꼭 걸어 보길 권한다. 설악의 험준한 암봉 사이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들머리인 오색약수에서 주전골까지 2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계곡물 따라 수채화 풍경 속에 들어간 선재길 이제 오대산권으로 넘어간다. 산정의 단풍은 이미 절정을 넘어섰고 산 아래는 이제 물들고 있다. 이번 주와 다음주 사이 절정에 이를 듯하다. 첫손 꼽히는 곳은 선재길이다. 단풍철에 한한다면 ‘오대산의 진리’라 해도 틀리지 않을 길이다. 선재길은 오대천 옆으로 446번 지방도가 나기 전, 스님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옛길이다. 거리는 9㎞. 길은 평탄하다. 일반적인 산행에 견줘 그렇다. 걷기 불편한 이들이라면 목재데크가 깔린 무장애 탐방로를 걷는 게 좋겠다. 순환형 구간으로 거리는 약 1㎞ 정도다. 해탈교, 금강교, 월정사 전나무 숲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선재길은 혼자는 넓고, 둘이라면 딱 좋을 너비다. 숲길을 걷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다시 숲길에 드는 과정을 반복하며 상원사까지 이어진다. 숲속 옛길은 조붓하다. 나뭇잎이 켜켜이 쌓여 푹신하고, 졸졸대는 계곡물 소리와 산새 소리도 정겹다. 숲에 깃든 공기 역시 청량하기 그지없다. 길섶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늘어섰다. 단풍나무는 붉게 물들었고, 자작나무는 흰 수피를 드러내고 있다. 여태 초록빛의 나무가 있는가 하면, 거무튀튀한 고목도 있다. 노란 잎의 활엽수도 드문드문 섞였다. 해마다 가을철에 오대산이 펼쳐 보인다는 ‘오색단풍’의 자태가 여기에 있다. 오대산 비로봉(1565m)에서 내려온 불길은 진고개를 거쳐 남하하는 중이다. 고도가 얼추 1000m에 달하는 진고개 휴게소에 서면 겹겹이 늘어선 산등성이와 오대산 다섯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붉게 물든 오대산 단풍과 햇빛에 비친 산이 만들어 내는 음영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이처럼 수려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고개 휴게소는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으로 내려서는 등산로의 들머리다. 거리가 제법 길어 예닐곱 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 구간의 단풍은 아직 영글지 않았다. 10월 하순부터 제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진고개에서 동대산을 거쳐 오대산 선재길까지 가는 등산로도 있다. 다만 제법 발품을 팔아야 한다. 오대산은 크게 월정사 지구와 소금강 지구로 나뉜다. 소금강 지구는 암봉으로 이뤄진 산을 단풍이 뒤덮고 있는 곳. 대한민국 명승 1호다. 금강산과 견줄 만큼 빼어나다고 해서 이름도 소금강이다. 산 이름은 율곡 이이가 지었다고 전한다. 소금강에서 노인봉까지 오르는 구간도 제법 험하다. 소금강 들머리의 단풍만 감상해도 충분하지 싶다. 오대산을 먼저 본 뒤 설악산 쪽으로 짚어 올라가겠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빠르다. 홍천·인제·양양 angler@seoul.co.kr■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필례약수터 앞 필례식당(463-4665)은 산채비빔밥을 낸다. 고향집(461-7391)은 두부전골이 맛있다. 기린면 진방삼거리 오른쪽에 있다. 피아시 매운탕(462-3334)은 잡어 매운탕이 맛있다. 양념이 강하지 않아 약한 불로 끓여 가며 먹어야 맛있다. 인제 쪽 내린천변에 있다. 한계령 너머 범부리의 범부막국수(671-0743)는 이른바 ‘가성비’ 뛰어난 맛집이다. 막국수와 메밀만두를 잘한다. 외양은 투박하지만 맛은 차지고 부드럽다. 오대산 진고개 일대에선 꾹저구탕을 맛볼 수 있다. 꾹저구는 한국 특산 어류로 영동 지역 수계에서 주로 발견된다. 꾹저구를 갈아 추어탕처럼 걸쭉하게 끓여 낸다. 연곡꾹저구탕(661-1494)이 알려졌다. 오색약수 등산로 주변의 식당들에선 제철 맞은 도루묵구이를 판다. 막걸리 한 사발 곁들여 얼요기하기 딱 좋다. 양양에선 홍합을 ‘섭’이라 부른다. 이 섭으로 전골, 칼국수 등을 끓이는데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별미다. 양양군청 인근의 수라상(671-5857)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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