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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SEC, 탄소배출량 공시 의무화 추진… 기후 금융규제 시작되나

    美SEC, 탄소배출량 공시 의무화 추진… 기후 금융규제 시작되나

    [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미국 증권당국, 이르면 5월 기후 관련 기업 대응 공시 의무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1일(현지시간) 기업의 탄소감축 현황 같은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기업 공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상장기업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1)과 제품 생산용 열·전기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간접 배출량(스코프 2)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일부 기업엔 납품업체와 협력사 활동·제품 사용 과정에서의 배출량(스코프 3)까지 공시하게 한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측정, 평가하는 금융규제의 서막”이라고 총평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기업의 기후 대응 관련 정보가 표준화되길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이번 제안이 도출됐다고 설명했다. ESG(환경·이해관계자·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이 개별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개했지만 일관된 기준이 없어서 기업별 비교를 하기 어려웠다고 겐슬러 위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탄소감축 노력이 연차보고서 기재 항목이 되면 기업과 투자자 모두 명확한 기준에 따른 정보를 얻게 된다”고 밝혔다. 정보의 명확성을 강조했지만 실상 SEC의 이번 제안은 환경단체 의견이 대거 반영된 안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미국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 어록까지 동원하며 기업의 기후변화 적극 대응을 위한 선행조치로 공시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다. 반면 재계와 공화당은 기후대응 공시 정책에 반대해 왔다. 스코프 3은커녕 스코프 2마저도 개별 기업 홀로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개별 기업에 공시 의무를 부담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SEC가 기업 공시 제안을 공식화하기 전 두 달여 동안의 이의제기 기간 반대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일원이라 할 수 있는 SEC가 환경단체의 편에 서는 전향적 결정을 내린 이면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홍수, 큰 산불, 강한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기후위기 체감도가 높아졌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 수석리더팀의 데이브 맥글린치 연구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뉴스만 틀면 홍수, 가뭄, 산불 소식이 나오고 있다. 더이상 기후변화에 둔감해질 수 없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SEC의 제안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로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던 ‘주주 자본주의 시대’가 저물고 주주와 직원, 지역사회의 공존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후변화 저지 노력 역시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기후행동을 독려하는 시민단체인 기후보이스를 이끄는 빌 웨일 페이스북 지속가능 이사는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 움직임에 지지의 뜻을 설명했다. 기업도 이미 관련 행보를 펼치고 있다. SEC는 2019년, 2020년의 기업 연차보고서 7000개를 검토한 결과 이미 이들 기업의 3분의1이 기후 대응 관련 공시를 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의 명단에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기업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다만 이 기업들이 스스로의 탄소배출 노력을 객관적, 과학적으로 공개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임 행정부와 다르게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 역시 SEC의 이번 제안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은 “선출 권력도 아닌 금융 당국이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에 은밀히 개입하는 시도”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제안을 채택할지를 결정짓는 투표에 참여한 SEC 상임위원 4명 중 3명이 민주당 측 인사여서 제안은 무난하게 가결될 수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2% 감축,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 0)를 달성하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참여 없이 이룩할 수 없는 목표이기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SEC의 결정에 반색하고 나섰다. 백악관 국가기후 자문역인 지나 매카시는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노력과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SEC의 이번 결정은 기업과 미국 국민에게도 잘된 일일 뿐 아니라 연기금 투자수익율에 따라 은퇴 형편이 연동되는 은퇴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 2020년 수해 피해 주민들에 1483억 5700만원 지급

    2020년 수해 피해 주민들에 1483억 5700만원 지급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 장마가 발생한 2020년 8월 댐·하천 관리 부실로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총 1483억 5700만원 지급이 결정됐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으로 홍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수자원공사 간 분쟁조정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7월 경남 합천군을 비롯해 17개 시군 주민들이 정부, 지자체, 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조정을 신청하면서 시작돼 이달 초 조정결정이 난 뒤 지난 16일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간인 14일이 지나면서 모든 절차가 종료됐다. 당초 피해주민 8430명이 총 3763억 56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조정위원회는 7733명에게 1483억 57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조정을 받아들인 7671명에게는 조정금액이 곧 지급될 예정이나 조정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결정에 불복한 62명과 하천구역·홍수관리구역 피해라는 이유로 조정종결된 697명이 권리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같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 환경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의 원인조사 결과 댐·하천 관리 미흡이 드러난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까지 겹친 점을 감안해 분쟁조정 신청 약 6개월만에 조정결정을 내렸으며 30% 정도 증액한 금액을 지급키로 했다. 그렇지만 역대급 장마라는 천재지변이라는 점도 고려해 그동안 수해 관련 판례, 피해지구별 피해원인, 유역별 강우빈도 등을 종합해 섬진강댐 48%, 용담댐 64%, 대청댐 51%, 합천댐 72%, 남강댐 64% 등 차등 산정했다. 이에 따라 배상액 1인당 최고 금액은 11억 726만 9000원으로 나왔고 최저 금액은 1만 710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결정된 조정금은 정부가 57%인 852억 1800만원, 수자원공사가 25%인 370억 600만원, 지자체가 18%인 261억 3300만원이 분담해 지급토록 했다. 신진수 중조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하천수위 변화로 인한 분쟁을 다룬 첫 사례이면서 중조위 설치 이후 총액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분쟁조정이었다”며 “결과에 대해 모든 당사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큰 고통을 겪은 주민분들이 상처를 딛고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광주 산정지구 공공주택 개발로 도심습지 훼손 우려”

    “광주 산정지구 공공주택 개발로 도심습지 훼손 우려”

    광주·전남 환경단체들이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지구에 있는 도심 습지 가야제를 생태·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해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LH가 이곳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짓기 위해 앞으로 개발할 예정이어서 훼손이 불가피하다. 환경단체들은 광주시가 도심습지 보전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습지보전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과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12개 환경·시민단체는 최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를 흡수하고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도심 습지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정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1만3,000호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2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한데 이어 11월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제출하고 현재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문제는 개발 대상지 안에 수남제와 가야제, 산정제 등 도심습지 3곳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수남제에는 맹꽁이(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가 많이 살고 있고 가야제와 산정제에는 가시연(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 서식해 이들은 생물다양성이 큰 도심습지로 손꼽히고 있다. 아파트 개발계획에는 가야제와 수남제, 산정제 모두 공원으로 설정돼 있다. 환경단체들은 “대규모로 오랫동안 개발공사를 하면 비산먼지와 토사유입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 공원으로 운영되면 비점오염 등 환경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야제는 2017년 생태계보전부담금 반환사업에 선정돼 5억 원의 국비가 투입됐고 주민참여사업으로 가시연 서식처를 복원하기도 했다. 또 이곳은 도시생태현황지도 1등급, 국토환경성평가지도 1등급 지역으로 보전의 가치가 매우 큰 도시의 허파”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앞으로 가야제 일대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광주시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탄소를 흡수하고 도시홍수를 막아 줄 뿐 아니라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도심습지를 보전하기 위해서다. 광주시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는 강골검사… ‘살아 있는 권력’에 칼 겨눠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는 강골검사… ‘살아 있는 권력’에 칼 겨눠

    ①회초리 맞아도 버티던 맏이 “아버지, 어머니, 신원이 보세요. 집을 떠나 숲에 가서 지내는 날이 벌써 하루가 지났읍(습)니다. 첫날 저녁에는 배가 고파서 3그릇이나 저녁밥을 먹었어요. 3일 밤만 집을 떠나 지내는데도 집 생각이 나는데 커서 미국 유학을 가서 3~5년이나 집을 떠나게 되면….” 1971년 당시 11세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름성경학교에서 집으로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윤 당선인은 여동생 신원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 경기에서 경품을 받으면 동생을 위한 크레파스로 바꿔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어릴 때 부모님한테 회초리를 맞으면서도 스스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 더 맞는 일도 있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②재판장 윤석열 “전두환, 무기징역” 윤 당선인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등 군사정권에 분노한 서울대 학생들이 학생회관에 모여 즉석에서 ‘전두환 모의재판’에 나섰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동기인 신용락 변호사는 “윤석열이 덩치도 좀 있고 해서 재판장 역할을 맡았다”며 “5·17 계엄 확대가 발표된 직후, 석열이는 외가가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도피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며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③맷집 키운 ‘사법시험 9수’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에서 9수를 했다. 윤 당선인은 잇단 낙방에도 낙관적이었고 친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몇 번의 낙방에도 수험장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과 장충동 족발집에 가서 소주 한잔할 생각에 마지막 형사소송법 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9수 경험담’도 있다. 1985년 10월 낙방 후 동기 신용락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마음을 달래려 먹는 술은 도리어 이를 더욱 격하게 하는 것 같아 가급적 감상적 음주는 삼가고 있다. 약간의 체념이 사람을 단순하게 하고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는 20대 청년 윤석열의 감성이 담겼다. 윤 당선인은 31세에 사시에 합격해 당시 20대 엘리트 검사가 즐비하던 서초동에서 34세에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훗날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할 때도 “사시를 9수 해 인내심은 갑(甲)”이라며 주변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④“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윤 당선인의 이름 석 자가 처음으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 진행을 못 할 정도의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수사팀장이던 윤 당선인은 직속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국감장에 나온 윤 당선인은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며 공개 항명했다. 정권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와 국민들의 첫 만남이다.⑤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2017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윤 당선인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당시 윤석열 검사를 임명했다. 전 정권에서 권력에 맞서다 좌천돼 전국을 떠돌던 윤석열의 화려한 컴백이었다. 윤 당선인의 윗기수만 40여명에 달했으나 옷을 벗은 선배 기수는 없었다. 5월 22일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 첫 출근, 2년 선배 노승권 1차장이 90도로 인사해 신임 지검장을 맞았다. ⑥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2019년 6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제43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검찰총장에 오른 윤 당선인은 199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검찰총장이 됐다. 여권과의 극한 대립에도 문 대통령은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그를 정의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계 진출 만류와 경고로 해석됐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3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스스로 그만뒀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87체제 이후 처음으로 ‘10년 주기설’(정권교체에 10년 소요)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⑦살아 있는 권력의 수사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취임 두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의 거센 반발 속에 수사를 밀어붙었다. 광화문 태극기와 서초동 촛불로 국론은 분열했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윤 당선인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도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꺼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당선인의 참모들을 모두 쳐냈다. 2020년 10월 22일. 검찰총장으로 다시 국감장에 선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추 장관의 후임이 된 박범계 당시 민주당 의원에게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때렸다.⑧평생 검사에서 20대 대선 앞으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2021년 3월 4일 오후 2시 서초동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을 떠났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3월 3일 대구 고검 방문)이라고 직격한 지 하루 만이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를 버텼으나 결국 검찰을 떠났다. 대선판이 요동쳤고, 윤 당선인의 정계 진출 알람이 울렸다. 검찰총장 사퇴 117일 만인 2021년 6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윤 당선인은 “모든 국민과 세력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 내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며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정권교체 민심도 요동쳤다. ⑨0선 제1야대선후보 2021년 11월 5일. 0선의 정치 신인이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빅4 경쟁 끝에 최종 후보가 됐다. 3월 검찰총장 사퇴, 6월 대선 출마 선언, 7월 국민의힘 입당 후 초고속 성장이다. 후보 선출 후 윤 당선인의 여의도 적응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과의 갈등 끝에 선대위를 뛰쳐나간 이준석 대표를 울산과 의원총회에서 2번 붙잡았고, 삼고초려 끝에 원톱을 맡겼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했다. 여의도 문법을 하나씩 깨며 ‘윤석열식 정치’를 밀고 나갔다.⑩부산에서 시작된 승리의 어퍼컷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월 15일 부산 서면. 윤 당선인의 첫 번째 어퍼컷이 나왔다.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정치 신인 윤석열이 스스로 택한 퍼포먼스였다. 선대위 붕괴와 배우자 의혹, 지지율 하락 등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윤 당선인의 반전이 시작됐다.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어퍼컷인지 홍수환 전 세계챔피언의 권투 어퍼컷인지를 두고 다투는 지지자들도 생겼다. 지지자들은 유세 현장마다 ‘어퍼컷’을 연호했고, 윤 당선인은 전국에서 사방으로 방향을 바꿔 가며 어퍼컷으로 화답했다. 경쟁 후보들이 태권도 발차기, 야구 스윙을 급조했으나 원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2022년 3월 9일 윤 당선인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여의도 당사에서 승리의 어퍼컷을 날렸다.
  • 검찰 떠난 뒤 대선판 요동… 여의도 문법 깨며 승리의 어퍼컷

    검찰 떠난 뒤 대선판 요동… 여의도 문법 깨며 승리의 어퍼컷

    ①회초리 맞아도 버티던 맏이 “아버지, 어머니, 신원이 보세요. 집을 떠나 숲에 가서 지내는 날이 벌써 하루가 지났읍(습)니다. 첫날 저녁에는 배가 고파서 3그릇이나 저녁밥을 먹었어요. 3일 밤만 집을 떠나 지내는데도 집 생각이 나는데 커서 미국 유학을 가서 3~5년이나 집을 떠나게 되면….” 1971년 당시 11세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름성경학교에서 집으로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윤 당선인은 여동생 신원에 대한 마음이 애틋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달리기 경기에서 경품을 받으면 동생을 위한 크레파스로 바꿔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어릴 때 부모님한테 회초리를 맞으면서도 스스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 더 맞는 일도 있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②재판장 윤석열 “전두환, 무기징역” 윤 당선인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등 군사정권에 분노한 서울대 학생들이 학생회관에 모여 즉석에서 ‘전두환 모의재판’에 나섰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동기인 신용락 변호사는 “윤석열이 덩치도 좀 있고 해서 재판장 역할을 맡았다”며 “5·17 계엄 확대가 발표된 직후, 석열이는 외가가 있는 강원도 강릉으로 도피를 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며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③맷집 키운 ‘사법시험 9수’ 윤 당선인은 사법시험에서 9수를 했다. 윤 당선인은 잇단 낙방에도 낙관적이었고 친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몇 번의 낙방에도 수험장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과 장충동 족발집에 가서 소주 한잔할 생각에 마지막 형사소송법 시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9수 경험담’도 있다. 1985년 10월 낙방 후 동기 신용락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마음을 달래려 먹는 술은 도리어 이를 더욱 격하게 하는 것 같아 가급적 감상적 음주는 삼가고 있다. 약간의 체념이 사람을 단순하게 하고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다”는 20대 청년 윤석열의 감성이 담겼다. 윤 당선인은 31세에 사시에 합격해 당시 20대 엘리트 검사가 즐비하던 서초동에서 34세에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훗날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할 때도 “사시를 9수 해 인내심은 갑(甲)”이라며 주변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④“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윤 당선인의 이름 석 자가 처음으로 국민에게 각인됐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수사 진행을 못 할 정도의 외압을 받았다”고 했다. 수사팀장이던 윤 당선인은 직속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국감장에 나온 윤 당선인은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며 공개 항명했다. 정권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와 국민들의 첫 만남이다.⑤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2017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윤 당선인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후임으로 당시 윤석열 검사를 임명했다. 전 정권에서 권력에 맞서다 좌천돼 전국을 떠돌던 윤석열의 화려한 컴백이었다. 윤 당선인의 윗기수만 40여명에 달했으나 옷을 벗은 선배 기수는 없었다. 5월 22일 윤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 첫 출근, 2년 선배 노승권 1차장이 90도로 인사해 신임 지검장을 맞았다. ⑥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2019년 6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제43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검찰총장에 오른 윤 당선인은 199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최초의 검찰총장이 됐다. 여권과의 극한 대립에도 문 대통령은 2021년 새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그를 정의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계 진출 만류와 경고로 해석됐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3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스스로 그만뒀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87체제 이후 처음으로 ‘10년 주기설’(정권교체에 10년 소요)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⑦살아 있는 권력의 수사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취임 두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 나섰다.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의 거센 반발 속에 수사를 밀어붙었다. 광화문 태극기와 서초동 촛불로 국론은 분열했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윤 당선인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도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꺼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통해 윤 당선인의 참모들을 모두 쳐냈다. 2020년 10월 22일. 검찰총장으로 다시 국감장에 선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추 장관의 후임이 된 박범계 당시 민주당 의원에게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며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을 때렸다.⑧평생 검사에서 20대 대선 앞으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2021년 3월 4일 오후 2시 서초동 대검찰청 1층 현관에서 윤 당선인은 검찰을 떠났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3월 3일 대구 고검 방문)이라고 직격한 지 하루 만이다.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와 징계를 버텼으나 결국 검찰을 떠났다. 대선판이 요동쳤고, 윤 당선인의 정계 진출 알람이 울렸다. 검찰총장 사퇴 117일 만인 2021년 6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윤 당선인은 “모든 국민과 세력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뤄 내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며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확인된 정권교체 민심도 요동쳤다. ⑨0선 제1야대선후보 2021년 11월 5일. 0선의 정치 신인이 정치 입문 4개월 만에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빅4 경쟁 끝에 최종 후보가 됐다. 3월 검찰총장 사퇴, 6월 대선 출마 선언, 7월 국민의힘 입당 후 초고속 성장이다. 후보 선출 후 윤 당선인의 여의도 적응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과의 갈등 끝에 선대위를 뛰쳐나간 이준석 대표를 울산과 의원총회에서 2번 붙잡았고, 삼고초려 끝에 원톱을 맡겼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결별했다. 여의도 문법을 하나씩 깨며 ‘윤석열식 정치’를 밀고 나갔다.⑩부산에서 시작된 승리의 어퍼컷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월 15일 부산 서면. 윤 당선인의 첫 번째 어퍼컷이 나왔다.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정치 신인 윤석열이 스스로 택한 퍼포먼스였다. 선대위 붕괴와 배우자 의혹, 지지율 하락 등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윤 당선인의 반전이 시작됐다.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어퍼컷인지 홍수환 전 세계챔피언의 권투 어퍼컷인지를 두고 다투는 지지자들도 생겼다. 지지자들은 유세 현장마다 ‘어퍼컷’을 연호했고, 윤 당선인은 전국에서 사방으로 방향을 바꿔 가며 어퍼컷으로 화답했다. 경쟁 후보들이 태권도 발차기, 야구 스윙을 급조했으나 원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2022년 3월 9일 윤 당선인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여의도 당사에서 승리의 어퍼컷을 날렸다.
  • 2020년 섬진강댐 수해 2차 조정도 ‘관련 기관 48%만 책임’ 인정

    2020년 여름 발생한 섬진강댐 수해 피해에 대한 기관들의 책임이 2차 조정에서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섬진강 수해 남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 주민들에 대한 피해 배상에 대해 1차 때와 동일한 조정 결과를 내놨다. 배상 비율을 기존처럼 청구액의 48%로 한정했고, 기관 간의 분담 비율도 지난 1월과 동일하게 그대로 유지했다. 섬진강 댐 대량 방류로 피해를 본 전북·전남·경남의 7개 시·군 신청인에게 청구액의 48%를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이다. 댐 및 국가하천 관리청인 환경부가 60%, 댐 관리 수탁자인 한국수자원공사 25%, 지방하천 관리청인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기초단체가 각각 7.5%를 분담해 내야한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번에도 제외됐다.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등 이들 7개 시·군 주민들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직무 유기 및 방임 책임을 지고 4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지난해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주민들은 홍수기임에도 댐 수위를 높게 유지하다 방류를 해 피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분쟁조정위는 관계 부처 합동 조사보고서와 자체 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댐 관리 및 운영 미흡,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부족, 국가·지방 하천에 대한 예방 투자와 정비 부족 등의 이유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섬진강 유역에 집중 호우가 내린 점과 이들 기관의 기술적·재정적 한계 등을 참작해 부담 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 탈원전, 친원전… 누가 당선돼도 ‘폐기물 처리시설 공론화’ 서둘러야[논설위원실의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탈원전, 친원전… 누가 당선돼도 ‘폐기물 처리시설 공론화’ 서둘러야[논설위원실의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폭염,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비상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 등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약속한 이유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고 차기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짚어 본다.●정부, 탈원전 정책에서 궤도이탈?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기조는 ‘탈원전’이다. 100대 국정과제 중 60번째 과제에서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못박고 있다. 원전 신규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단계적 원전 감축이 골자다. 이에 따라 삼척(대진 1, 2호기), 영덕(천지 1, 2호기)의 신규 원전 4기 건설이 중단됐다. 2012년 11월에 30년간의 설계수명이 만료된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10년간 연장 운전하기로 했으나 2018년 6월에 경제성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원의 효율성 등 경제성을 겨냥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이었다. 2011년 3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경주(2016년 9월), 포항 지진(2017년 11월) 이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면서 에너지 효율성보다는 생명과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치판단에 대전환이 일어났다.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면서 “신한울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는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 발생, 국내 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 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달라진 발언에 대해 탈원전 비판 진영에서는 탈원전 정책 포기에 대한 사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이 지목한 신한울 1, 2호기는 2011년 건설 허가 당시 각각 2017년 6월, 2018년 4월에 상업 운전이 예정됐었다. 신고리 5, 6호기 역시 각각 지난해 10월, 올해 10월 상업 운전이 목표였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3년 가까이 밀렸다. 또 정부 방침대로라면 2029년이 되면 수명이 끝나는 월성 2~4호기, 고리 2~4호기 등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 연장 없이 폐쇄해야 한다. 하지만 오는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돼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원전의 경제성 이런 가능성은 지난 5년간 원전 비중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 발전량은 15만 8015기가와트시(GWh)로 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14만 8427GWh)과 비교해 6.5% 증가했다. 전체 발전량 가운데 원전 비중도 26.8%에서 27.4%로 올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원전 비중 증대 원인은 에너지원별 경제성 비교 수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국자원경제학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균등화 발전비용 메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1㎾의 전기 생산비용을 에너지원별로 비교한 결과, 원전은 사고위험비용과 폐기비용 등 외부비용을 포함해 97.55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가정용 태양광(3㎾) 100.33원, 대규모 태양광 발전(3㎿) 113.21원, 가스복합 130.16원, 육상풍력 144.28원, 석탄화력 163.89원, 해상풍력 265.81원이었다. 원전 의존도가 여전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에는 전체 에너지원의 20.8%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 비중은 7.5%에 그쳤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은 지형적 여건과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는 산악지대가 60% 이상인 데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적게 불면 발전량이 떨어진다. 가스발전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으나 연료비와 유지·보수비 등 높은 원가가 부담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탄 감축 기조를 유지하려다 보니 원전발전 비중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들 입장은?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유세 과정에서 나온 발언, 그리고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분석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후보들의 서면답변 등을 종합하면 대선후보들은 에너지 정책에서 탄소중립 기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다. 그러나 추진 방법에서는 재생에너지 중심파와 원전 중심파로 구분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재생에너지를 성장동력원으로 키울 심산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스마트 그리드 전력망에 따라 사고팔아 탈탄소 산업으로 전환하고 지역균형도 도모한다는 것이다. 원전의 경우 신규 건설은 반대하나 2017년 공사를 중단한 신한울 3, 4호기는 공론화 전제로 재개 가능성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탈원전 정책은 백지화하고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놨다. 편향된 이념이 아닌 전문가 의견 등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원전을 포함한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는 물론 월성 1호기 재가동도 검토한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확충에 의욕적이다. 2030년까지 전력효율 향상을 통해 전력 수요를 관리하고 수요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석탄화력발전은 2030년까지 전면폐지하고 원전도 수명 연장 없이 단계적으로 폐쇄해 2030년에는 그 비중을 23%로 낮춘다.●방사성폐기물 처리 방안 논의 시급 에너지 정책은 지구적 과제인 기후위기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이행 방식은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면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 등 신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바람직하나 정부가 제시한 2030년 20.8%라는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처럼 반복적인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전력을 생산하는 양수발전을 늘리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설명한다. 원전 비중은 신한울 3, 4호기에 대한 공사 재개 의사를 밝힌 후보 가운데 당선자가 나오면 지금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차기 당선자가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다. 원전 발전 부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국민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지난달 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논란 끝에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면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가동계획 제출을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이 없다. 1978년 첫 원전(고리 1호기) 가동 이후 지금까지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방사성폐기물을 쌓아 놓고 있어 안전성 우려가 있다. 게다가 2031년 고리,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저장시설은 포화 상태에 이른다. 역대 정부에서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장 건설을 1986년부터 10차례나 시도했으나 지역사회 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전 추가 건설은커녕 가동 중인 원전도 운영 중단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은 기본계획에서부터 건설까지 최소 30년 이상이 걸린다. 탈원전 당선자든, 친원전 당선자든 누가 당선되더라도 사용후핵연료 영구 처리시설을 짓기 위한 공론화에 나서야 한다.
  • “5G 시대 디지털 전환”… 울산 올해 629억 투입

    “5G 시대 디지털 전환”… 울산 올해 629억 투입

    울산시가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를 맞아 올해 디지털 전환에 629억원을 투입한다. 울산시는 올해 디지털 전환에 629억원을 투입하는 ‘2022년 울산시 정보화 시행계획’을 수립·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이 계획은 ‘고품질·맞춤형 스마트행정 구현’이라는 추진 목표 아래 7개 분야, 91개 사업으로 구성됐다. 올해 사업비는 629억원이다. 우선 ‘5G 시대 울산시 디지털 전환 추진’을 위해 행정정보자원 클라우드 전환·통합, 울산이노베이션스쿨 운영, 실감 콘텐츠 제작 거점센터 운영, 확장현실(XR) 기반 조선해양 공정시스템 구축 등 16개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는 397억 3000만원을 투입한다.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 확대 분야에서는 온라인 주민감사 청구시스템 구축,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지원, 지능형 교통관리체계(ITS) 보강·확장 등 22개 사업을 추진한다. 또 재난재해 예방 대응체계 강화를 위해 유해화학물질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 홍수재해관리시스템 고도화, 스마트 해안 안전사고 대응 시스템 구축 등 10개 사업을 추진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행정업무 고도화 분야에서는 대기오염 측정망 전산시스템 재개발, 전자회의시스템 고도화 등을 진행한다. 이밖에 ‘정보격차 해소와 정보역량 강화’ ‘안전하고 신뢰받는 정보보안 기반 강화’, ‘빅데이터 활용 시행계획’ 등 3개 분야에 총 24개 사업이 포함됐다. 시는 정보화 시행계획 추진으로 일자리 570개 창출, 중소 정보통신기업 성장 견인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시는 현재 중점 추진하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를 확대하고, 앞으로 ‘(가칭)울산 디지털 공무원’도 도입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는 차량등록·상수도·여권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 민원상담을 인공지능이 24시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이다. 대중교통, 환경, 사회복지, 감염병 등 시정 전반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5G, 자율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촌에 간 尹 “與에 속지 말라”

    신촌에 간 尹 “與에 속지 말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경선 상대였던 홍준표 선거대책본부 상임고문,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정책본부장과 ‘원팀 유세’를 펼쳤다. 이준석 대표까지 총출동한 자리에서 이들은 오는 4~5일 사전투표와 9일 본투표를 통해 정부·여당을 심판하고 “정직한 정부, 정직한 대통령”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윤 후보는 홍 고문, 유 전 의원, 원 본부장, 이 대표와 유세차에 올라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지난해 11월 5일 윤 후보 선출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윤 후보는 유권자를 향해 “(민주당에) 절대 속지 마시라”면서 “정권 교체가 정치개혁이다. 저와 같은 신인이 정부를 맡게 되는 것이 엄청난 정치개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니라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과 부패한 이재명·민주당 세력의 대결”이라며 ‘부패정권·세력 심판’을 거듭 주장했다. 또한 “(북한의)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한 벙어리 행세를 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TV토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코미디언 출신에 초보라고 해서 전 세계가 분개하고 있다”면서 “이런 후보 뽑으면 대한민국 망신이고 문재인 정권 5년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홍 고문은 “윤 후보 선제타격론 얘기에 민주당에서 전쟁광이라 몰아세웠는데 윤 후보는 국가권리인 자위적 선제타격을 말한 것”이라며 비호했다. 원 본부장은 “저는 윤 후보와 경쟁했던 사람이지만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면서 “제가 겪어 본 윤 후보는 정직하고 거짓말할 줄 모른다. 용기가 있고 포용력이 크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신촌 유세에는 주최 측 추산 7000명의 인원이 집결했다. 윤 후보는 전 세계 복싱 챔피언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이 선물한 글러브를 받고 어퍼컷 세리머니로 지지를 호소했다. 신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6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연설 중 피습을 당한 곳이자, 2017년 문재인 당시 후보의 유세에 3만 5000명이 운집하는 등 정치적으로 선거와 뗄 수 없는 상징적 장소다. 앞서 윤 후보는 삼일절을 맞아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했고, 윤봉길 의사 손녀 윤주경 의원, 백범 김구 선생 증손녀 김영 선대본 외교특보가 함께했다. 동작구 중앙대병원 앞 유세(주최 측 추산 3000명)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국민 통합정부 구상에 대해 “썩고 부패한 사람이 통합하자면 누가 호응하겠나. 집에 갈 준비해야 할 사람이 무슨 국민 통합이냐. 갈라치기만 해 왔으면서”라고 비판했다. 이날 마지막 유세 일정으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보 진영 지지자들로 알려진 ‘깨어 있는 시민연대’와 만났다. 그는 “여러분과 제가 중간에 서로 오해도 있었지만 결국 부정부패 없고 깨끗한, 바른 나라 만들자는 생각은 같다”면서 “제가 정부를 맡더라도 저와 당을 비판하고 견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 “가뭄으로 세계 40억명 물부족… 생물종 3분의2는 멸종 불가피”

    빙하 녹는 속도 1.5~2배 빨라져 현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가뭄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져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명이 물부족에 시달리고 3분의2에 가까운 생물종은 멸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제55차 총회 및 제12차 제2실무그룹 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번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지구 평균기온이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2~3도 정도만 높아지더라도 60% 이상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절반 이상의 종은 서식지를 지금보다 북쪽이나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식물의 3분의2는 봄철 생육이 빨라져 웃자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해양 생물은 10년마다 59㎞씩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1.5~2배 빨라지고 있다. 폭우가 잦아지면서 연간 총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 간 편차가 커지면서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 증가에 비해 기후 적응대책 속도가 따라가질 못해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도시 인구 3억 5000명, 2도 상승할 경우 4억 1000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극한 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이 커 심각한 식량, 물 안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며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의 심각한 피해 발생이 전망됐다.
  • 2도 상승시 지구 생물 3분의2 멸종 불가피… IPCC 6차 제2실무그룹 보고서

    2도 상승시 지구 생물 3분의2 멸종 불가피… IPCC 6차 제2실무그룹 보고서

    SF에서 미래 지구는 극심한 가뭄과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 대부분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거나 그렇지 않은 곳은 사막화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지금 같은 수준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가뭄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져 전 세계 절반 이상인 40억 명 이상이 물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3분의2에 가까운 생물종이 멸종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2월 14일부터 27일까지 제55차 총회 및 제12차 제2실무그룹 회의를 온라인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2실무그룹 보고서’와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2040년까지 지구온난화 마지노선인 평균온도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IPCC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보고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2~3도 정도만 높아지더라도 60% 이상 생물종이 멸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절반 이상의 종은 서식지를 지금보다 북쪽이나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식물의 3분의2는 봄철 생육이 빨라져 웃자랄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1950년대 이후 해양 생물은 10년마다 59㎞씩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후변화로 빙하 녹는 속도는 전 세계적으로 1.5~2배 빨라지고 폭우도 잦아지면서 연간 총 강수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지역간 편차가 커지면서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 명이 물부족을 겪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기후 적응대책이 뒷받침하고 있지 못해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도시 인구 3억 5000명, 2도 상승할 경우는 4억 1000명이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화석연료 의존도가 타 지역에 비해 극한 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이 커 심각한 식량, 물 안보 부문 위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인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해지고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홍수로 인한 도시 기반시설에 심각한 피해 발생이 전망됐다. IPCC는 오는 4월 초에는 제3실무그룹 평가보고서, 10월 초에는 제6차 IPCC 종합보고서를 발표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아시아 지역 평가 결과를 참고해 적응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 [서울포토] 보트타고 대피… 기록적 폭우에 물바다 된 호주

    [서울포토] 보트타고 대피… 기록적 폭우에 물바다 된 호주

    28일(현지시간)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과 뉴사우스웨일스주 리스모어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침수지역을 벗어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주택과 다리, 차량이 물에 잠기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호주 당국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현재까지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100년에 한 번 있을’ 규모의 홍수로 고통받은 적 있는 브리즈번은 11년 만에 다시 한번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EPA 연합뉴스
  • 창원 도심 콘크리트 하천, 잇따라 생태하천으로 복원

    창원 도심 콘크리트 하천, 잇따라 생태하천으로 복원

    경남 창원시 도심을 흐르는 콘크리트 하천이 잇따라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시민 친수·휴식공간으로 바뀌고 있다.창원시는 22일 성산구 양곡동 봉산마을 공영주차장에서 ‘양곡천 생태하천복원사업’ 착공식을 갖고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양곡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양곡동 양곡삼거리에서 남천 합류지점까지 모두 1.8km 구간에 진행된다. 총 사업비 76억원을 투입해 하천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수생식물을 심어 생태서식처를 조성한다. 생태하천 복원과 함께 홍수에 대비한 홍수 방어벽을 설치하는 등 주민 안전을 위한 치수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앞서 창원시는 생태환경이 훼손된 양곡천에 대해 수생태계 건강성을 회복하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2016년부터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수생태계 복원계획, 하천기본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해 10월 실시설계를 완료했다. 창원시는 2010년부터 도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창원천, 남천, 산호천, 삼호천, 장군천, 교방천, 봉림천 등 7개 하천 25.41km 구간에 대한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진해구 대장소사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오는 10월 준공 예정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양곡천을 옛 하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춘 생태하천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친수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재명 “文정부 잘한 것 많지 않은가, 경제부스터샷 필요”

    이재명 “文정부 잘한 것 많지 않은가, 경제부스터샷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방역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이 후보는 21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리는 TV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 민주당 3기 정부가 방역의 상당한 성과를 낸 것 자체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전세계에서 감염자가 제일 적었고, 경제 회복률 가장 높았다” 이날 이 후보는 “전세계에서 신규 사망률이 제일 낮았고 감염자가 제일 적었고 경제 회복률이 가장 높았다”며 “이런 점들까지 폄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 본인 마스크 잘 안 쓰지 않는가. 부인도 잘 안 쓰시던데 규칙을 안 지키신다”며 “지금 신천지 대구에서 사람들 죽어나갈 때 압수수색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안 했지 않느냐. 국가의 방역에 가장 비협조적인 분이 방역 자체의 성과를 폄훼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코로나가 나름 지금 진화해서 과거에는 치명률이 높은 굼뜨고 큰 존재였다면 지금은 정말로 작아지고 빨라지고 대신 치명률은 낮은 존재로 바뀌었기 때문에 방역체계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후보는 “(요즘 코로나는) 원천봉쇄가 어렵게 됐다. 보로 홍수의 물을 마을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이럴 때는 보를 계속 올릴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방역 자체를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바꿔야하고 3차접종까지 맞아서 위험성 떨어지면 밤 12시까지 이용업소들 이용해도 상관없을 것”이라며 “이런 점들이 문 정부 관료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지 않는가. 그거 자체를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거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문재인 정부 잘한 것 많지 않은가, 앞으로 경제부스터샷 필요”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잘한 거 많지 않은가. 그런 거 다 승계하고 부족한 것 있으면 채우고 잘못한 거 있으면 고치고 필요한 거 있으면 더해서 새로운 정부가 될거라고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앞으로 경제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다. 지금 경제 매우 어렵고 특히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 서민들만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좋아진 쪽도 많아 양극화 심해졌으니 양극화를 줄여가고, 정부의 재원 지출도 어려운 사람들 중심으로 하되 소상공인 지원도 꼭 현금 지원보다, 사실 소상공인들 매출 올려주길 바라기 때문에 매출 올려주기 위한 방법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1차 재난지원금 유용했지 않았나. 3달 동안 전국이 다 대목이었는데 그걸 부정할 필요는 없고 지금은 당장 급하니까, 급한대로 소상공인 대상 특별 지원 특별 보상 먼저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국민을 위한 경제 부스터샷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윤석열 “야당 코스프레 하지 마라” 윤 후보가 “오늘 이 후보가 대선 이후 코로나 대응이 확 바뀐다고 선언했다”면서 “정부의 방역정책 실패를 인정했는데 민주당이 대선에서 책임져야 한다. 야당 코스프레 하지 마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날 발표한 코로나 피해극복 방안을 두고 윤 후보는 “말씀이 작년부터 바뀌는 걸 보니 오늘 선언한 내용도 지켜질지 믿기 참 어렵다”고 했다. 심 후보와 안 후보는 거대 양당 모두에 책임을 돌렸다. 심 후보는 “(지원액) 35조니 50조니 소상공인을 위하는 척하면서 여당은 정부 탓, 야당은 여당 탓하며 책임공방하는 데 신물이 난다”면서 “이런 걸로 공방 말고 손실보상법을 개정해 그 기준에 따라 집행할 수 있도록 각 당에 협력을 지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거듭된 추경은 국가 재정을 누더기로 만드는 일이고 거대 양당 모두가 책임이 있다”면서 “코로나19 특별회계 만들면 빚을 얻지 않고도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네 명의 후보가 모인 TV토론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처음으로 열리는 TV토론이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토론은 오는 25일(정치), 3월 2일(사회) 2차례 더 열린다.
  • “하루도 갑옷 안 벗고 필사즉생”… 박진, 왜군 보급로 끊어 북상 저지

    “하루도 갑옷 안 벗고 필사즉생”… 박진, 왜군 보급로 끊어 북상 저지

    임진왜란 개전 초기 경상좌도 방어전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 밀양부사 박진(1560~1597)이다. 그는 500명 남짓의 병력으로 소산역과 작원관 전투를 잇따라 치르며 왜군의 북상을 최대한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병력의 절대 열세로 패퇴는 불가피했지만, 조선이 이후의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몫을 해냈다. 한편으로 그는 임진왜란 역사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은 장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진이 밀양방어전을 치른 황산과 작원의 잔도(棧道)는 한양과 동래를 잇는 영남대로의 일부다. 경부선 철도가 두 잔도를 이어 놓인 것도 남북을 잇는 최단거리 루트라는 것을 보여 준다. 낙동강변 산비탈의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정도의 위태롭고 좁은 길이다. 선조수정실록은 ‘왜적이 밀양 지역에 들어오니 부사 박진이 작원강의 잔교를 지켰는데 좁은 잔교를 점거하여 활을 쏘면서 버티자 적이 여러날 진격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진은 이렇듯 소수 병력으로 왜군 선봉대의 북상을 한동안 지체시켰다. 앞서 4월 13일, 왜적이 몰려오고 있다는 급보가 전해지자 경상도관찰사 김수는 관할지역에 전군 동원령을 내렸다. 제승방략(制勝方略)에 따른 분군령(分軍令)을 발동한 것이다. 주변 군진의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켜 대규모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는 조선 특유의 군사 전략이다. 경상좌도의 1차 저지선은 동래성, 2차 저지선은 울산병영성이었다. 가까운 군진의 병력이 모인 동래성에서 시간을 벌어 주는 사이 경상좌도 관할 다른 군진 병력이 울산병영성에 집결해 전투태세를 갖춘다는 작전 개념이다. 박진은 밀양부 병력을 이끌고 동래성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전투가 시작된 다음이었다. 4월 15일이다. 박진은 겁에 질려 동래성을 빠져나온 경상좌도병마절도사 이각과 소산역에서 마주쳤다. 동래성 북쪽의 소산역은 오늘날의 부산시 금정구 선두구동이다. 박진은 이각에게 “소산을 지키지 못하면 영남은 우리 것이 아니오. 내가 앞에서 적을 견제할 터이니 공은 뒤를 지키고 있다가 내가 패하면 공이 구원하고 내가 이기면 공은 협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동량(1569~1635)의 ‘기재사초’에 나오는 이야기다.박진과 밀양부 군사는 중과부적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이각은 더욱 전의를 상실해 울산병영성으로 달아났다. 이후 그의 행각은 선조실록에 나오는 그대로다. ‘이각은 본영에 돌아와서도 성을 지킬 생각은 하지 않고 밤에 첩을 탈출시키면서 창고에 간직해 둔 무명 1000필을 함께 싣고 가게 했다. 이각 역시 새벽을 틈타 도망하니 모든 군사가 크게 무너지고 적병이 몰려들어 왔으나 감히 항거하는 자가 없었다.’ 1차 방어선과 2차 방어선이 모두 허무하게 뚫려 버린 중심에 이각이 있었다. 5월 14일 임진강변 도원수 김명원의 막사에 이각이 모습을 드러내자 선조는 선전관을 보내 목을 벴다. 박진 부대는 4월 16일 밀양으로 이어지는 황산과 작원의 잔도를 가로막으며 강력히 저항했다. 그러자 왜군의 본대는 험준한 천태산 능선으로 크게 우회해 작원관을 포위하려 했다. 휘하 군관 이대수와 김효우가 병력을 이끌고 산골짜기로 올라가 적을 저지하려 했지만 결국 전원이 전사하고 말았다. 작원관 옆 산비탈에 보이는 ‘작원관 위령탑’은 이때의 순절자들을 추모한다. 박진은 전세가 기울자 밀양읍성으로 돌아가 적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군기고와 군량창고를 불태우고 창녕 영산 방면으로 단신이다시피 퇴각했다. 현재의 작원관은 원래 위치보다 서쪽으로 옮겨 1995년 복원한 것이다. 경부선 철도 부설 직후의 사진을 보면 강변 벼랑에 문루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1936년 낙동강 대홍수로 집터까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작원관은 영남대로를 오가는 관원의 숙소이자, 낙동강 일대를 출입하는 사람과 화물을 검문·검색하고 왜적의 침입도 막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이제 작원관에 가려면 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 나들목에서 삼랑진 읍내로 들어선 뒤 철길을 따라 동쪽 낙동강변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원관 아래 철길로는 ITX새마을이며 무궁화호 열차는 물론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가 쉴 새 없이 지난다. 임지인 밀양을 버렸다는 이유로 박진의 초기 평판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경상도관찰사 막하로 들어간 이후에는 조정에서 ‘진이 하는 일을 보니 이미 사생을 각오하고 반드시 적과 싸워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라고 했을 만큼 시선이 달라졌다. 선조실록은 ‘진이 밀양성을 나온 뒤 하루도 편히 쉬지 않고 하루도 갑옷을 벗지 않고 동서로 달리며 칼날을 무릅쓰고 돌진하여 싸웠다. 진만이 이렇게 하니 영남에서 온 사람은 그의 공을 대단히 칭찬했고, 전후의 장계도 모두 진에 의해 왜적의 실정을 알게 한 것이니 조정에서도 가상하게 여겼다’고 적고 있다. 33세의 종3품 밀양부사 박진은 5월 들어 종2품 경상좌도병마절도사로 품계가 수직상승했다.박진은 고위관리의 천거로 관리를 등용하는 제도에 따라 선전관으로 처음 무관직에 들어선 뒤 1584년(선조 17) 별과무시에 급제한다. 함께 급제한 인물로는 진주대첩의 영웅 김시민과 역시 진주수성전에 좌익장으로 참여해 적탄에 쓰러진 김시민을 대신해 전투를 지휘한 이광악, 영천성 탈환의 주역 권응수, 전라좌도수군절도사 이순신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경상우도수군절도사 원균에게 건의하고 이후 이순신 막하에서 활약한 이운룡이 있다. 박진이 결정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589년(선조 22) 비변사가 능력 있는 무인을 파격적으로 승급시켜 등용한 불차채용이 계기가 됐다. 이순신과 부산진첨절제사 정발도 이때 이름을 올렸다. 박진은 이후 빼앗긴 읍성들을 되찾고 적의 보급로를 끊는 데 전력투구했다. 우선 안동부의 왜군을 몰아내고, 경상좌도의 지휘체계를 잡아 갔다. 그러자 개전 초기 무기력하게 흩어졌던 군사들도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의 지휘로 7월 28일에는 영천성, 9월 8일에는 경주성을 탈환했다. 언양에서 울산, 울산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한 것이다. 경상좌도 요충을 잇따라 상실한 왜군은 부산에서 한양에 이르는 보급로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조정은 ‘박진이 영남좌도를 수복한 공로는 이순신의 공과 다름없는 것’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왜군은 점령지의 수령으로 조선인 협력자를 임명해 다스리게 했는데, 승(僧) 찬희도 그런 인물의 하나였다. 이른바 순왜(順倭)다. 그런데 ‘찬희가 밀양성에 들어와 군민(軍民)을 꾀어 모으는 것을 박진이 몰래 잡아서 죽였다’고 그 자신 의병장이었던 조경남(1570~1641)이 ‘난중잡록’에 썼다 이런 박진이지만 1593년 정월 21일 선산 인동의 왜군을 포위 공격하는 과정에서 조총 탄환을 맞은 뒤 일선에서 지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의 불행은 이후 내·외직을 오가면서 더욱 심각해진다. 1593년 7월 18일 선조실록에는 임금이 ‘명나라의 관유격(遊擊)이 심유경(沈惟敬)의 말을 듣고 왜적을 비호하여 박진 등 네 장군을 묶어다가 곤장까지 치고 온갖 치욕을 보였다고 하니 통분함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박진은 임시 관직인 독포사(督捕使)였다. 7월 18일이라면 제2차 진주성 전투 전날이다. 명나라의 무도함은 일본과 휴전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왜적에 강력히 대응하려는 조선군이 못마땅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597년 5월 29일 선조실록은 박진이 명나라 장수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는 더욱 황당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실록은 ‘죽은 뒤 보니, 가슴뼈가 부러져 있었다 한다. 국가의 일로 죽은 것이니,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욱 참혹하다’고 했다. 폭행한 명나라 장수는 누승선(婁承先)이다. 군량 공급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다. 선조는 그럼에도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훗날 임란 선무공신 명단에 박진의 이름을 넣지 못한 것도 철저하게 명나라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 폭우 내린 브라질은 전쟁터 방불... 사망자 71명으로 불어나

    폭우 내린 브라질은 전쟁터 방불... 사망자 71명으로 불어나

    집중 폭우가 내린 브라질에서 사망자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초토화된 현장에선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6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페트로폴리스에서 홍수와 산사태로 사망한 주민은 최소한 71명에 이른다. 사망자는 11명, 35명, 44명, 58명, 71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불어나고 있다. 사망자가 계속 불어나자 페트로폴리스는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소방당국은 "아직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주의 관광지 페트로폴리스에선 15일 오후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약 6시간 동안 줄기차게 폭우가 내리면서 도시는 쑥대밭이 댔다.  브라질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페트로폴리스에 내린 비는 259mm, 1달 강우량에 맞먹는다.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는 페트로폴리스 곳곳에선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했다. 당국이 집계한 산사태만 최소한 189건에 달한다.   페트로폴리스 당국은 "모로데오피시나 동네에서만 가옥 80여 채가 파손됐다"면서 "비슷한 피해를 본 동네가 최소한 6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흙에 덮이거나 물에 잠긴 집을 버리고 학교 등지에 설치된 임시수용소로 대피한 주민은 300명을 웃돈다.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상인 엔리케 페레이라는 "너무 빨리 물이 차올라 물건을 꺼낼 수도 없었다"면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힘들었는데 순식간에 모든 걸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대피한 주민 중 일부는 구조대를 도와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다. TV만 들고 구사일생 집을 빠져나왔다는 청년 웬데르 로렌소(24)는 "임시수용소에 갔다가 곧바로 소방대를 도와 구조활동에 참가했다"면서 "흙에 파묻혀 있던 한 여자어린이를 발견해 구해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장에선 소방대와 민방대, 군이 합동으로 구조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구조작업에는 10여 대의 헬기와 보트, 4륜 구동차 등 가용 자원이 모두 투입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 클라우디오 카스트로는 "거의 전쟁을 치른 곳 같다"면서 "전봇대에 걸려 있는 자동차, 전복된 차량이 곳곳에 널려 있고, 여전히 흙과 물이 뒤엉켜 있다"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에선 지난해 12월부터 폭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가 꼬리를 물고 있다. 현지 언론은 "농업과 광업이 마비될 정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마다 인명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리우데자네이루 산악지대에선 잇단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 9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 폭우를 기후변화의 탓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브래드피트 ‘친환경’ 집…곰팡이로 주민 사망 “믿었는데”

    브래드피트 ‘친환경’ 집…곰팡이로 주민 사망 “믿었는데”

    독성 곰팡이 등 발생, 주민 1명 사망피트에 소송 “약속이 깨졌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자선 사업을 통해 지은 주택이 독성 곰팡이로 번져 주민 1명이 사망했다. 주민들은 브래드 피트를 믿고 집을 구매한 만큼, 브래드 피트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3일(현지시간) 호주 언론사 뉴스콥오스트레일리아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로어 나인스 워드에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브래드 피트는 운영 중이었던 재단 ‘메이크 잇 라이트’를 통해 건축 사업을 계획, 약 100여채의 주택을 15만 달러(약 1억7902만원)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모금 운동을 진행했고, 홍수에 대비할 수 있다는 ‘친환경 주택’을 건설했다. 해당 주택은 지역의 열대 기후를 고려하지 못한 탓에 악성 곰팡이와 흰개미로 가득 찼고 결국 주민 한 명이 사망했다. 끊임없이 방수와 습기 문제가 발생하고, 계단이 무너지거나 배관이 파열되기도 했다.“피해자들은 브래드 피트를 믿었다” 주장 피해자측 론 오스틴 변호사는 2018년 해당 주택을 산 피해자들을 위해 브래드 피트와 재단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스틴은 인터뷰를 통해 “당시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집들은 곰팡이로 가득 찼다”며 “이로 인해 주민 한 명이 죽었지만, 불행히도 브래드 피트와 그의 재단은 모두 폐쇄돼,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브래드 피트를 믿었다”며 “불행히도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깨진 약속’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 측은 2018년부터 자선단체와 거리를 둬왔으며, 주택 관여에 건설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서울시립대,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와 업무협약

    서울시립대,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와 업무협약

    서울시립대학교 국제도시과학대학원은 지난 11일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양 기관은 ▲공동연구사업 추진 및 학술행사 공동 개최 ▲연구 및 인턴십, 교육과정 관련 인적 교류 ▲연구자료 및 간행물 상호 교환 ▲물과 환경 관련 연구와 지원 등을 통한 상호 협력 등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박현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장은 “최근 기후변화와 도시화의 심화로 도시 홍수피해 해소, 대체 수자원 확보, 도시 신재생에너지 시설구축 등이 개발도상국의 큰 관심 대상”이라며 “양 기관의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도시가 겪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역량 강화 사업을 펼치는 등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봉우 유네스코 물안보 국제연구교육센터장은 “이번 협약은 물과 도시라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두 분야의 기술과 경험을 상호 교류하고 협력할 좋은 기회”라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확산하기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습니까?/문학동네 편집자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습니까?/문학동네 편집자

    낯설고 어색한 자리,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노라면 저기서 누군가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띠고 다가온다. 드디어 말 상대가 나타났다 싶어 신나게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내 그가 본심을 속삭인다. “편집자님, 실은 제가 책을 내려고 오래전부터 글을 써 왔는데요. 부담 없이 한번 봐 주시겠어요?” 책은 갈수록 덜 팔리고 독자는 줄어드는데, 작가 지망생들은 왜 점점 늘어나는 기분이 들까? 이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부동의 평균소득 최저 직업군인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이다지도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투고 메일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나는 여기저기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만난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편집자에게 가볍게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원고란 없다. 남의 글을 예능 프로그램 보듯 훌훌 재미로만 읽을 수 있다면 그건 편집자가 아닐 터이다. 나는 굉장한 부담을 갖고 원고를 읽고 책을 만드는 것이 업인 사람이다. 이것은 곧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갖고 어떤 원고를 확실히 반려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고가 애매한데 안면에 기대어 섣불리 덤비기엔 출판은 비용과 인력과 시간이 너무나 많이 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흥에 겨워 술값 내듯 “뭐 까짓것 내가 만들죠” 할 수가 없다. 그건 나와 내 동료들의 땀과 시간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일이기에.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금방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보면 당신을 빠르고 쉽게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작가 양성 코스들이 성업 중이다. 엄청난 인세 수입이 찍힌 통장 내역까지 까며 작가 지망생들의 절박한 마음을 자극한다. 무조건 당신을 작가로 만들어 주겠다고, 지금 바로 결제하면 당신도 나처럼 반드시 작가가 된다고.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이슬아, 하미나 작가 등 걸출한 에세이스트를 줄줄이 배출한 글쓰기 교사이자 작가 어딘은 최근 그 놀라운 글방 이야기를 담은 책 ‘활활발발’을 펴냈다. 그런데 어딘글방에 굳이 찾아온 이들에게 그는 노상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행복한 독자로 살지 왜 굳이 작가가 되려 해. 글 쓰는 거 힘들어. 안 쓰고 살 수 있으면 쓰지 말고 살아.” 웬만하면 얼쩡거리지도 않는 게 훨씬 나을 그 지독한 글쓰기의 세계를 기를 쓰고 견뎌 내는 이들이 있다. 일상의 환란 속에서도 매일 매주 기어이 글을 완성하고야 마는 집념의 청년들이 있다. 작가는 이렇게 탄생한다. 작가가 되는 속성 코스란 절대 없다. 그러니 책 내는 일을 식은 죽 먹기처럼 말하는 이들을 믿지 말라.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당신의 열망으로 제 배를 불리려는 사기꾼들일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순우리말 중에 ‘에움길’이란 단어가 있다. ‘목적지로 직행하지 않고 빙 둘러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나는 작가가 되는 길은 오직 ‘에움길’뿐이라고 생각한다. 지름길을 찾아다닐수록 당신은 작가의 길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 어떤 유혹과 조급함에도 흔들리지 말고, 이 세상이 당신에게 안기는 숱한 거절과 실망을 견뎌 내며 당신만의 고요하고 우직한 에움길로 뚜벅뚜벅 걸어가길 바란다. 유일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당신이 그 에움길을 다 걸은 뒤에 언젠가 우리가 다시 작가와 편집자로 만난다면 더 좋겠다. 그때는 대작가가 된 당신이 과거 당신의 원고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나를 두고두고 놀려 주기를. 내가 원고 반려 메일에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더없이 흔한 말이지만 언제나 ‘쓰는 사람’의 척추를 곧추세우게 하는 글쟁이들의 인사말이다. ‘부디 건필하시길.’
  •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태종에게 쏜 화살이 꽂혔나… 백성 분노 달래던 곳, 황량함만 스치네

    한양 사방 어귀에 자리잡은 ‘院’조선시대 민간 숙박소이자 쉼터학교 앞 표석만 남은 ‘전관원 터’한강서 잘 버텨낸 살곶이다리잊힌 역사와 애통한 전설만이■전관원터-성동구 왕십리로 189, 행당중학교 정문 왼쪽 보도 ■이태원터-용산구 두텁바위로 60, 용산고등학교 정문 오른쪽 보도 ■보제원터-동대문구 약령시로 2, 안암오거리 이화수전통육개장 앞 보도(우신향병원 방면 101·1017 버스 정류장 옆) ■홍제원터-서대문구 통일로 416, 새마을금고 홍제2동지점 앞 보도 ‘여행과 이야기를 즐겼던 조선 사람들’ 1874년 파리에서 ‘조선천주교회사’라는 이색적인 책 한 권이 출간된다. 프랑스 신부 클로드 샤를 달레가 조선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다블뤼(한국명 안돈이) 주교의 비망록과 보고서, 편지들을 바탕으로 펴낸 자료집 겸 소개서였다. 책 내용 중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 사람들이 “천성적으로 여행과 이야기를 즐긴다”는 대목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맹률이 78%에 달하는 지경에 이야기를 즐기는 게 가능한 일인지, 막강한 신분제에 얽매인 이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인지? 그나마 이야기는 전기수(傳奇叟) 같은 전문 낭독가를 통하거나 구전으로 접했다 치고, 거의 평생을 향촌 사회의 붙박이로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여행을 즐겼다는 것일까? 오늘날 관광사회학이 전근대의 여행(travel)과 근대의 여행(tourism)을 구별하듯 다분히 시기적 특성이 반영된 표현일 테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엮은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에 따르면 18세기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여행 붐이 일어났던 시기다. 조선 중기까지는 과거길, 유배길, 암행어사 행차길 등 목적이 뚜렷한 행차가 고작인 데 비해 후기 들어 양반 계급이 아니더라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욕망이 싹텄기 때문이다. 예인들이 스승과 무대를 찾아 방랑길에 오르는가 하면 상업의 발달로 보부상의 장삿길이 넓어진다. 견문을 넓히고 비경을 즐기고자 떠나는 유람도 흔해져서 화보와 기행문이 쏟아졌고 14세의 원주 소녀 김금원이 남장을 하고 팔도를 누비기도 한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금강산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사람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었다니, 우리 조상들이 고립되고 가난하고 억압당한 ‘한(限)의 민족’이라는 해석은 코끼리의 코나 다리만을 더듬어 생긴 오해일지 모르겠다.갈 곳이 많다. 동선도 길다. 4개의 원이 있던 자리가 지방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사방의 어귀이기 때문이다. 중종 25년(1530) 펴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제원은 흥인문 밖 3리, 홍제원은 사현(모래재) 북쪽, 이태원은 목멱산(남산) 남쪽, 전관원은 살곶이다리 서북쪽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동대문 밖에 보제원, 서대문 밖에 홍제원, 남대문 밖에 이태원, 그리고 동대문 아래 남소문(南小門)인 광희문 밖에 전관원이 있었던 게다.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지만, 소설가는 사람들 사이에 길이 있다고 말하련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길 위에서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빚어진다. 새로운 길이 생기고 있던 길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뜻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욕망과 삶의 양상이 다양해졌다는 뜻이렷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도로가 발달하면서 역(驛)과 원(院)의 중요성도 커졌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역이 중앙의 공문을 지방에 전달하고 벼슬아치에게 마필을 제공하는 등 공무와 관련된 관영기관이었다면, 고려 때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 원은 일반 여행자들에게도 무료로 숙박을 제공하는 민간 숙박소였다. 한양의 4원은 그 외에도 외국 사신을 쉬게 하고 병자를 치료하고 빈자를 구휼하고 은퇴한 관리들을 위한 기로연을 베푸는 등 다양한 쉼터의 기능을 담당했다.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교통편과 숙소지만, 보통의 조선 여행자라면 여벌의 짚신 외에 준비할 교통편이 따로 없었을 게다. 최저가 검색을 통한 숙소 예약도 불가능했다. ‘하멜 표류기’에 묘사된 바로는, 여행하다가 날이 저물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자기가 먹을 만큼 쌀을 내놓으면 집주인이 그 쌀로 밥을 지어 반찬과 함께 차려 내놓았다고 한다. 그토록 고단했을 조선의 여행길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한양 어귀에 다다랐을 때 멀리서 반짝거리는 원의 불빛은 얼마나 반가웠을까? 무용담과 객소리가 뒤섞여 왁자지껄했을 이야기의 경연장, 발 냄새와 걸쭉한 팔도의 입담이 뒤엉켰을 그곳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입구역 4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내려오면 덕수고등학교와 나란한 행당중학교가 보인다. ‘전관원 터’ 표석은 바로 행당중학교 정문 왼편에 있다. ‘전관원 터: 조선 시대 일반 길손이 머물 수 있던 서울 근교 네 숙소(四院)의 한 곳’낙엽 따위를 넣은 쓰레기 자루 두 개가 표석에 기대어 있다. 대단한 우대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잊힌 역사에 대한 홀대가 씁쓰레하다. 겨울방학을 맞은 학교 운동장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 몇뿐인데, 그들에게 이 터가 조선시대 무엇이었는지 아냐고 물으면 정신이 온전치 않은 아줌마 취급을 받을 게다. 나보다 나어린 이들에게는 무어라도 함부로 말하지 않으련다. 자신이 오른 삶의 여행길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춘기에는 그냥 열심히 공이나 차면 된다. 열심히 차다 보면 데굴데굴 구르다가 어느 수풀엔가 공이 머물 날이 있으리라. 그때 행여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오면 두런두런 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만이다.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 나그네들이 전관원에서 만난다. 한강을 건넜지만 도성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서울이 낭이라더니 매일 일경삼점(오후 7시께)에 치는 인정(人定) 종에 따라 야멸치게 성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다. 도성 문이 열리는 오경삼점(오전 4시께) 전에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그들은 꼭두새벽 전관원을 나와 살곶이다리를 건너 동으로 강릉에 가거나 송파에서 광주·이천을 거쳐 충주에 이르는 길에 오를 것이다. 설렘과 긴장으로 들떴을 여행자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표석을 뒤로하고 살곶이다리를 향한다. 전관원 위치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의 가장 길고 큰 다리이자 지난달 찾았던 낙천정 터의 주인공인 태종과 관련된 장소이기도 하다. 2011년 보물 제1738호로 지정된 살곶이다리는 한눈에 보아도 튼튼하고 멋진 다리다. 홍수 등으로 유실되어 원형 그대로 복구되지는 못했으나 최대한 조선의 석재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살곶이다리에는 함흥차사 고사와 맥락을 같이하는 전설이 있다. 도읍지를 떠나 떠돌던 태조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복형제들까지 죽이고 왕위에 오른 태종을 향해 쏜 분노의 화살이 꽂힌 장소로 알려져 있는데, 실록에는 그런 기록이 전무하다. 어쨌거나 화살이 꽂힌(살꽂이→살곶이) 내력 자체는 확실한지 ‘태종실록’에 ‘(태종이) 살곶이[箭串] 냇가에 술자리를 베풀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일대의 강변이 너르고 풀과 버들이 무성해 말을 먹이고 군대를 훈련시켰다니 그 와중에 혹 누군가의 화살이 다리에 꽂혔던 것일 수도 있다.서민층의 집단 창작인 야사(野史)와 전설은, 동대문 일대가 단종과 정순왕후 송씨의 사연으로 뒤덮인 것처럼 사실을 말하는 일이 통제될 때 발설할 수 없는 비밀을 폭로하는 대체물이다. 어쩌면 백성들은 이런 은밀한 생각으로 애꿎은 다리에 태조와 태종을 끌어다 붙여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기세 좋게 스스로 왕이 되더니 천륜을 저버리고 골육상쟁까지 벌였구나. 그렇게 권력이 좋으면 아비가 자식에게 화살을 쏘는 일도 어렵지 않겠네. 에라, 이 콩가루 집구석!”(㉻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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