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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 황금종려상에 ‘더 차일드’

    제58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벨기에 영화 ‘더 차일드’가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제작 전원사)은 수상에 실패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에밀 쿠스트리차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벨기에 작가주의 감독인 장 피에르-루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원제 L’Enfant)를 선정했다. 구걸과 도둑질로 살아가던 10대 후반의 두 남녀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로, 이로써 다르덴 형제 감독은 1999년 ‘로제타’에 이어 두번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 대상은 미국 독립영화 짐 자무시의 ‘브로큰 플라워즈’, 감독상은 ‘히든’의 프랑스 감독 미하일 하네케가 받았다. 또 남우주연상에는 ‘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식’을 직접 연출하고 주연한 미국의 중견배우 토미 리 존스, 여우주연상에는 ‘프리 존’의 이스라엘 여배우 한나 라슬로가 각각 선정됐다. 올해 아시아 영화의 수상성적은 초라했다. 심사위원상을 받은 중국 왕샤오솨이 감독의 ‘상하이 드림’이 유일한 아시아권 수상작. 막판에 전격 초청돼 기대가 컸던 ‘극장전’의 수상실패 배경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홍 감독 작품 특유의 대사의 뉘앙스가 미비한 불어·영어 번역 등으로 현지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듯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비경쟁부문 감독주간에 초청된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는 국제비평가협회상,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장률 감독의 ‘망종’은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을 받아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은 경쟁부문의 기타 수상작. ▲각본상=‘멜키아데스 에스트라다의 세번의 장례식’(길레르모 아리아가) ▲황금 카메라상=‘버려진 땅’(비묵티 자야순다라)·‘너와 나와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미란다 줄리) 공동수상 ▲단편부문=황금종려상 ‘나그네’(이고르 스트렘비트스키), 특별언급상 ‘클라라’(반 소워와인)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초신감독 ‘제 58회 칸영화제 현장중계’

    정초신감독 ‘제 58회 칸영화제 현장중계’

    지중해의 찬란한 햇빛 대신 올해 칸은 이틀에 한번 꼴로 비를 흩뿌리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국영화만큼은 ‘강렬한 햇살’이다. 올해 칸은 한국영화에 지나치리만큼 높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칸의 스크린을 장식하는 한국영화는 모두 7편. 경쟁부문에 홍상수의 ‘극장전’,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에 김기덕의 ‘활’, 감독주간에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 비경쟁부문에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과 류승완의 ‘주먹이 운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심민영의 ‘조금 더 걷기’, 칸 클래식 부문에 정창화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 등이다. 이번에 초청된 아시아 영화의 절반을 한국영화가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프랑스가 한국영화를 어느 위치에 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평일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어온 한국영화의 현주소는 영화제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홍상수와 김기덕을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진입시키려는 언론과, 아직은 ‘함량미달’로 치부하는 언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두 대표 감독의 칸 영화제 동반진출에 리베라시옹과 르몽드, 카이에 뒤 시네마 등 프랑스 유력언론의 비평가들이 흥분하는 것은 사실이다. 일찌감치 상영된 김기덕의 ‘활’은 기대만큼의 호평을 끌어내진 못했다. 반면,19일 공개된 홍상수의 ‘극장전’에 대한 수상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가 하면 민감한 현대사를 건드린 통에 국내에서 정당한 평가를 유보당했던 임상수의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한 프랑스의 시선은 한없이 따뜻했다. 시사회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이 웃지 못했던 곳에서 웃어주었고 한국 관객이 울지 못했던 곳에서 울어주었다. 반백의 짧은 머리를 한 임상수 감독은 내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또 다른 동양액션의 세계’라는 평가와 주목을 이끌어낸 김지운, 류승완 감독의 칸 진입은 홍상수와 김기덕에게서 더 이상의 새로움을 찾을 수 없다며 난감해하던 프랑스 언론을 흥분시키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지나치게 출제유형(?)에 익숙해진 수험생이라는 악의적 평가를 받기도 하는 홍상수와 김기덕의 경우와는 사뭇 상반된 반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내 단관개봉으로 말이 많았던 김기덕의 ‘활’에 대해 리베라시옹은 “‘섬’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빈집’만큼 공허한 작품이며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시기에 맞추어 영화를 준비하는 지나치게 평가절상된 감독”이라는 혹평을 던졌다. 지난해에 “더 이상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정말 지루한 영화만 만드는 감독”이라며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 등을 돌렸던 현지 언론들이 과연 어떤 입장을 표명하는가에 남은 기대가 쏠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칸이 슬슬 새로운 인물 탐구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애정을 당분간 더 고수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두 감독의 미래는 구로자와 기요시나 왕 샤오슈아이의 명성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허우 샤오시엔이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반열에 오를 것인지가 결정되리란 주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세계적 경제위기는 올해 칸 영화시장에서도 역력하다. 예년에 비해 바이어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2005년 칸의 전반적 특징.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한 한국 영화의 밤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외국인들로 크게 붐벼 세계 영화계에서의 한국영화의 위상을 입증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한산해진 마켓 상황에서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아서 한국영화 상영관은 연일 인파로 북적이고 시네마서비스,CJ, 쇼박스를 비롯한 10여개의 한국 부스에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다.“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김기덕 등의 감독과 송강호, 설경구 등의 배우가 관여한 작품들은 시놉시스만 보고 입도선매하는 외국 수입사들이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몇 편의 단편이 영화제에 진출했다고 흥분하던 때가 불과 5년 전이다. 경쟁·비경쟁 부문에 7편을 쏟아낸 현실이 새삼 ‘격세지감’이다. 세계무대에서 받는 뜨거운 시선을 유지해갈 수 있을지 외면 당할지는 한국의 영화계, 영화인들이 함께 풀어야할 무거운 숙제일 것이다.22일 막내리는 2005년의 칸은 우리에게 어디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인가를 짚어낼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칸(프랑스) 정초신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 [그 영화 어때?]칸 초청받은 홍상수의 ‘극장전’

    지루한 일상의 탈출을 희망하기 때문일까. 현실과 꿈의 경계를 뭉개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꿈의 공장’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면 그 욕망이야 말할 것도 없이 더욱 강렬할 것이고. 홍상수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 ‘극장전’(제작 전원사)은 꿈에서 미처 덜 빠져나왔을 때처럼 나른한 미소를 흘리게 만드는 드라마다. 홍 감독의 작품 목록 가운데서도 유쾌지수가 유난히 돋보이는 편안한 작품이라고 장담해도 될 듯싶다. 1,2부에 다르게 붙여진 두가지 한자 제목은 영화가 관객들과 어떤 메시지로 소통하고 싶어하는지를 재치있게 보여준다.1부 ‘극장전(傳)’은 말뜻 그대로 영화 이야기. 수능시험을 마치고 거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19세 고교생 상원(이기우)이 우연히 중학교 때의 첫사랑 영실(엄지원)을 만나면서 돌발적인 로맨스 드라마를 빚어나간다. 영화의 기조는 내내 경쾌하다. 재회한 첫날 여관에 함께 들어간 남녀는 수면제를 사모아 동반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긴장은커녕 청춘 특유의 즉흥성과 유약함에 스크린은 번번이 즐겁게 이완된다. 감독은 영화에 ‘형식의 묘미’를 부여했다. 돌발사고처럼 하룻밤 섹스를 했을 뿐 모든 것이 미완으로 마침표를 찍는 영실과 상원의 짧은 만남인 1부는, 알고본즉 감독 지망생인 동수(김상경)가 극중에서 보고나온 영화 이야기. 두 10대의 이야기가 ‘영화 속 영화’였다는 사실에 관객들은 뜻밖에 반전의 묘미까지 맛본다. 감독의 이런 능청스러운 재치 덕분에 관객들은 2부 ‘극장전(前)’을 좀더 쫀쫀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10년째 감독 데뷔를 준비해온 동수는 선배가 만든 단편영화를 보고 나오다 영화 속 여배우 최영실(엄지원)을 우연히 만난다. 째째하고 엉뚱하되 아직 철부지 소년 티를 벗지 못한 캐릭터의 동수는 막무가내로 영실의 꽁무니를 쫓아다닌다. 30대 남자주인공으로 바뀐 2부는 그대로 1부의 ‘복기’다. 영실을 따라다니다 ‘사고처럼’ 여관방을 찾게 되는 수순까지 동수의 하루는 그가 본 영화속 이야기와 닮았다. 동수의 꿈이 극장앞을 나서면서 현실로 ‘형질변경’하는 과정에도 소소하고도 유쾌한 파장이 계속된다. 일상에 카메라를 디밀어온 감독은 이번 영화를 좀더 사유화했다는 인상이 짙다. 감독을 꿈꾸는 동수의 소시민적이면서도 순수를 잃지 않은 면모, 영화속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동수의 하루 등은 홍 감독 자신의 ‘생활 속 발견’이 아닐까 싶다. 탐미적 영상, 신경 곤두설 극적 내러티브가 있을 리 없는 ‘홍상수표 영화’에는 그럼에도 지루할 틈이 없다. 세상이 다 알 만한 익숙한 골목과 동네병원 간판을 클로즈업하고,‘88라이트’‘말보로 레드’ 등 담배이름까지 시시콜콜 언급하게 한 감독의 의도가 관객에게 온전히 먹혀들었다. 영화가 생활 속에 함께 들어와 있다는 구체적 동질감에 관객은 자발적으로 화면에 꽁꽁 묶이는 셈이다. 엄지원이 1인2역 했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홍상수 ‘극장전’ 칸 경쟁부문 초청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제작 씨네와이즈필름)이 11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58회 칸 국제영화제의 장편경쟁 부문에 전격 초청됐다.4일 영화제 사무국이 밝힌 추가 초청작 목록에 따르면 ‘극장전’은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극장전’의 막판 합류로 올해 경쟁부문에서 경합할 작품은 총 21편이다.
  • 칸 영화제 새달11일 개막 ‘달콤한 인생’등 5편 비경쟁 초청

    새달 11∼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58회 칸 영화제는 거장들의 신작 경합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 20일(한국 시각)발표된 공식 경쟁부문 리스트에는 구스 반 산트(마지막 날들), 라스 폰 트리에(폭력의 역사), 빔 벤더스(두드리지 마), 데이비드 크로넨버그(폭력의 역사), 로버트 로드리게즈(신 시티), 짐 자무시(망가진 꽃들)등 내로라하는 거장 감독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한국 영화는 경쟁부문에 한편도 초청받지 못한 가운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미드나잇 스크리닝), 김기덕 감독의 ‘활’(주목할 만한 시선),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감독주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감독주간), 심민영 감독의 ‘조금만 더’(심민영, 시네파운데이션)등 다섯편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해 ‘올드보이’(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홍상수)가 경쟁부문에 초청돼 ‘올드보이’가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다소 맥빠지는 결과. 김기덕 감독은 이번 칸영화제 진출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 이어 3대 영화제를 섭렵하게 됐다. 개막작은 프랑스 영화 ‘레밍’(도미니크 몰), 폐막작은 영국 영화 ‘크로모포비아’(마르타 핀네스)가 선정됐다. 공식 경쟁부문은 ‘레밍’을 비롯해 13개국 20편.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이라크 영화가 1편씩 진출했다. 공식 섹션 비경쟁부문에는 ‘달콤한 인생’과 함께 우디 앨런의 ‘매치 포인트’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등이 초청됐다. 일본 스즈키 세이준 감독과 중국 장쯔이 주연의 ‘오페레타 너구리궁전’과 지난해 ‘미치고 싶을 때’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독일 파티 아킨 감독의 ‘크로싱 더 브리지’도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칸 클래식을 통해 멕시코 영화 회고전과 함께 ‘영원한 반항아’의 상징, 제임스 딘의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캐치온등 이은주 추모영화 특집

    케이블·위성 채널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배우 이은주를 추모하기 위해 고인이 출연한 영화를 특집 편성했다. 캐치온은 24일 오후 8시30분부터 고인이 출연한 ‘태극기 휘날리며’와 고인이 시각장애인으로 분한 ‘안녕! 유에프오’를 연속으로 방송한다.MBC무비스는 28일 오후 10시40분에 홍상수 감독의 흑백영화 ‘오!수정’을 마련했다. 고인은 이 작품에서 문성근과 정보석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정역을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았다.OCN은 다음달 1∼3일 오전 7시에 고인이 실제 사망날짜와 같은 2월22일에 교통사고로 죽는 연기를 한 ‘번지점프를 하다’를 시작으로 ‘연애소설’‘하늘정원’을 연속 방영한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프랑스 영화계의 ‘한류’ 열풍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프랑스 영화계의 ‘한류’ 열풍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 한국영화 ‘올드보이’와 ‘사마리아’ 등이 칸, 베를린, 베니스 등 국제영화제의 상을 휩쓸면서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 영화는 홍콩이나 일본의 영화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프랑스 관객들에게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이제 프랑스의 영화팬들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영화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밑거름이 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사회·문화·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영화 봇물 많은 영화들이 극장가에 소개되면서 몇몇 감독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다. 외과의사인 베로니크(50·여)는 “최근 본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면서 “다른 한국 영화들도 찾아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웬만한 영화팬들은 임권택,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감독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한국 영화가 프랑스의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제 뉴스가 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만 32만 관객을 모았던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등 다양한 영화가 극장가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주한미군과 혼혈아 문제 등 한국의 독특한 역사를 소재로 한 김기독 감독의 2001년 작품 ‘수취인 불명’도 9일부터 극장에 소개되고 있다.19일에는 파리의 소르본대학 인근에 있는 샹포극장에서 자정부터 새벽까지 3편의 영화를 패키지로 묶어 관람하는 ‘한국 영화의 밤’ 행사를 연다.4월에는 ‘빈집’이 개봉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영화제에서 필수 프로그램으로 환영받고 있다. 지난해 포룸데이마주와 도빌아시아 영화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을 마련했고 제11회 베술아시아영화제(2월22일∼3월1일)에서도 이두용 감독의 영화 8편을 특별전을 통해 소개한다. ●한국 영화의 힘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영화들이 홍수를 이루는 영화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영화팬들은 한국 영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프랑스의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특징을 ‘다양성’과 ‘에너지’라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피에르 리시앙은 “한국 영화가 지니고 있는 힘은 풍부한 에너지와 독특한 작품세계를 지닌 감독층이 두텁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의 영화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내려고 하는 것과 달리 한국 영화는 한국의 문화와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베라시옹의 사무엘 두에르 기자는 “최근 한국 영화는 모든 장르를 포괄하는 다양한 영화세계를 제시한다. 극단적으로 다양한 한국 영화이지만 모든 작품의 저변에는 통속적이면서도 맹렬한 힘, 강한 외형적 힘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평했다. 모철민 주불 한국문화원장은 “중국, 일본 영화의 대안 영화로서 한국 영화를 찾았던 관객들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의 심리묘사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에 매료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모 원장은 “중국이나 일본 영화를 통해 프랑스의 관객들은 동양 영화에 익숙해진 상태”라며 “이같은 기반에서 한국 영화가 세계적 영화제 수상으로 검증을 받으면서 프랑스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 ‘봄 여름 ‘이 프랑스에서 20만명, 독일에서 24만명 등 유럽 각국에서 고르게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화의 흥행성적은 기대치보다 낮았다는 분석이다. 배급가와 마케팅 비용에 비해 흥행성적이 기대치를 밑돌기는 했지만 프랑스에 한국 영화의 저력을 확인시키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고정적인 마니아층을 확보하는 수확을 거뒀다. 세르주 투비아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장은 “상업영화, 비상업영화, 폭력물, 애정물, 코미디물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각각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면서 “놀라운 활력과 함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한국 영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프랑스의 배급회사들 사이에서는 좋은 한국 영화를 발굴하고, 배급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수취인 불명’의 배급사 주트루프필름의 질 불랑제 대표는 “좀 잠잠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의 배급권을 따내기 위한 배급사간 경쟁이 치열하고 배급가격도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MK2처럼 영화 제작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배급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제작사도 있다.MK2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이해의 폭 넓혀가는 영화팬들 프랑스 관객들은 한국 영화에 대한 발견 단계를 거쳐 한국 영화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특이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지난달 6일부터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한국 영화 회고전’이 열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불 한국문화원과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공동주관한 이번 회고전은 1994년 퐁피두센터에서 최초의 한국 영화 회고전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총 50편의 대표적인 한국영화들을 통해 연대기별 대표감독과 대표작을 포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 영화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우리에게서조차 잊혀졌던 60년대와 70년대 한국 영화의 매력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시네마테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한달 동안 56회가 상영된 가운데 5222명이 관람했다. lotus@seoul.co.kr ■‘한국영화 회고전’ 기획 장 프랑수아 로제 |파리 함혜리특파원|1950년대 이후 한국 영화 반세기를 조망할 수 있는 ‘한국 영화 회고전’이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고전은 한국 영화가 걸어온 역사와 특이성을 프랑스 관객들에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장 프랑수아 로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램 기획국장을 만나 이번 행사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회고전을 어떻게 평가하나. -완전히 모르던 영화세계를 프랑스 영화팬들이 발견하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신상옥, 김기영, 유현목, 김수용, 이만희 감독 등 상영관에서 접하지 못했던 감독들의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입소문을 통해 관객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퐁피두센터의 한국 영화 회고전을 보지 못한 젊은 관객들에게 최근 한국 영화의 배경에 또 다른 영화들이 있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해야 할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흡족하다. 이번 회고전이 성공한 이유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는 다양하고 자유로우며 깊이가 있다. 프랑스의 관객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다. 영화전문지 ‘카이에뒤시네마’가 이번 회고전에 맞춰 발간한 한국 영화 특집호도 한국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프로그램 선택에는 어떤 기준이 적용됐나. -이번 회고전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만큼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각 시기별 주요 감독과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화 등 각 요소를 감안해 50편을 추렸다. 문화관광부와 주불 한국문화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적극 협조해 준 덕분에 구하기 어려운 필름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 단계에 대한 구상은. -이번 회고전의 가장 큰 성과는 한국 영화의 재발견이다.‘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상록수’ 등 신상옥 감독 초기의 작품들을 비롯해 ‘하녀’ 시리즈로 유명한 김기영 감독, 사실주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오발탄’의 유현목 감독은 집중적으로 재조명할 가치가 있는 감독들이다. 특히 리얼리즘, 표현주의, 모더니즘을 뒤섞어 놓은 듯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지닌 김기영 감독은 이번 시네마테크의 회고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다.1∼2년 내에 각 감독에 초점을 맞춘 회고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는 개인적 이유는. -한국 영화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때로는 무지막지하게 폭력적인 면도 있지만 영화의 주제를 전개해 나가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영화 전문가로서 한국의 영화산업이 발전한 방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스크린쿼터라는 독특한 제도는 국가의 간섭과 보호라는 모순을 지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영화 장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문화적인 예외’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lotus@seoul.co.kr
  • 홍상수 ‘극장전’ 극장앞 촬영현장

    홍상수 ‘극장전’ 극장앞 촬영현장

    서울 종로의 시네코아 극장 앞에 촬영팀이 세팅을 끝내자, 구경꾼 수십명이 에워싼다.“어, 엄지원이다. 김상경이다.” 저마다 카메라폰을 들고 찍어대니 스태프들은 이들을 막느라 분주하다.“슛 들어갑니다. 조용 조용. 후레쉬 터트리시면 안 됩니다.” ] 홍상수 감독의 여섯번째 영화 ‘극장전’의 촬영현장.10년째 영화감독을 준비중인 주인공 동수(김상경)가 선배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영화속 여배우 영실(엄지원)을 따라나서는 장면이다. 극장 문이 열리자 주황색 선글라스를 쓴 엄지원이 총총히 걸어나온다. 스산한 겨울 바람을 느꼈는지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끼고 옷깃을 여민 뒤 뒤도 안 돌아보고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파란 파카에 머플러를 맨 김상경은 몇걸음 뒤에서 잔뜩 움츠린 채 걷는다. 찌든 표정은 지금껏 홍 감독의 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인물 군상들과 닮았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이내 담배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엄지원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컷.” 두 배우와 홍 감독이 모니터를 보더니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NG를 낸다. 다시 걸어나오고 뒤따라나오고…. 간단한 촬영이지만 영화의 2부를 시작하는 중요한 장면이어서인지 7∼8번이나 반복 촬영이 이어졌다.“표정이 좋아.”라며 “OK”를 내는 홍 감독.‘까다로웠던’ 이유를 묻자 “장면마다 달라서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직감’에 의존하는 감독다운 대답이다. 영화 ‘극장전’은 고교를 막 졸업한 남녀가 우연히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는 영화 속 영화인 1부와, 그 영화를 보고 나온 감독 지망생과 영화속 여주인공의 우연한 만남을 그린 2부로 나뉜다.1부에선 엄지원과 ‘클래식’‘돌려차기’의 이기우가,2부에선 엄지원과 김상경이 주연을 맡았다. 이날 촬영현장에서 처음으로 함께 카메라 앞에 선 배우 김상경과 엄지원은 “편하고 재미있었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생활의 발견’에 이어 두번째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김상경은 “첫 영화를 찍을 때는 좋아하는 것이나 사물에 대한 느낌이 비슷해 놀랐는데, 이젠 서로의 기분까지 빨리 알아채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감독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영화 속 의상인 파란 파카와 머플러도 홍 감독의 것. 감독 역시 김상경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했다. “원래 많이 준비하는 꼼꼼형”이라는 엄지원은 홍 감독의 ‘즉석 대본’에 처음에는 “신기하고 불안했다.”고 말했다.“‘촬영전까지 계속 놀아라.’고 해서 막연했지만 첫 촬영이 끝나고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에너지를 느꼈어요. 놀라운 경험이었죠.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게 연기하고 있어요.” 김상경도 “‘어떤 사람인가.’‘어떤 행동을 하는가.’라는 큰 틀만 잡은 채 순간에, 하늘에, 내 감정에 모두 맡긴다.”고 연기 방식을 설명했다. “제작비를 현실화하고 총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홍 감독이 직접 차린 영화사인 전원사에서 제작한 첫 작품이기도 한 ‘극장전’은 순제작비로 9억원이 들었고, 프랑스의 MK2사가 공동제작 형태로 참여해 20만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5월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홍상수 감독의 ‘내 새영화’ ‘극장전’은 영화속 영화와 그 영화를 닮은 현실을 대칭적으로 배치한 작품.“어렸을 때 마초가 나오는 영화를 본 뒤 길거리에서 인상 쓰고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하나의 곱씹어보고 싶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모티브에 대한 홍상수(44)감독의 설명이다. ‘극장전’의 ‘전’은 앞과 이야기라는 두 의미를 모두 내포하고 있어 ‘극장 앞에서 일어난 일’을 표현하는 제목이란다. 액자구조로 영화속에 들어가있는 또 다른 영화의 제목도 ‘극장전’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영화와 현실이 부딪치며 빚는 역학관계를 그릴 예정이다. 1부에 해당하는 영화속 영화에서는 홍 감독이 처음으로 10대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어린애들이니까 전작들에서 보여준 비아냥이나 비판이 덜할 수밖에 없죠. 비난받기에는 어린 나이니까요.” 내레이션이 삽입되고 줌을 활용하는 등 형식도 많이 달라졌다.“의도했다기보다는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김상경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던 배우고, 엄지원은 벽에 사진을 붙여둔 여러 여배우 가운데 가장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했다. 이기우는 영화 ‘클래식’을 본 뒤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홍 감독은 술마시는 장면에서 배우에게 술을 ‘진짜로’ 먹이는 걸로 유명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상경이 리허설때 술을 마시고 쓰러져서 촬영을 못했을 정도다.“술을 이용한 연기의 일종”이라는 그의 주장처럼 그는 삶과 가장 밀착한 연기와 풍경을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래서 구질구질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가슴 깊은 곳을 아프게 찌른다. 이번 영화에는 “보다 따듯한 시선이 담겼다.”고 하니 한번 그의 변화를 기대해보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시네드라이브] ‘제작비 30억원’ 한국영화의 덫인가

    언제부터인가 한국 상업영화의 제작비는 30억원이 표준가처럼 정해졌다. 몇 편의 블록버스터로 인해 올해 편당 평균제작비는 42억여원이 됐지만, 일반적인 상업영화의 경우엔 30억원 안팎에서 결정되는 게 보통. 문제는 이 만만치 않은 액수인 ‘제작비 30억원’의 표준화가 창의성과 다양성을 사장시킨 채 ‘상업영화의 표준화’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데 있다. 제작비 30억원을 건지려면 적어도 100만명의 관객을 모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흥행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외되거나 채택되더라도 상업성에 맞춰 ‘난도질’당한다. 제작과정에서도 대다수의 감독들은 ‘작품’보다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린다. 한 신인감독은 “한 번에 뜨지 않으면 감독으로서 생존이 위험하다보니 검증된 장르나 흥행요소를 끼워넣을 수밖에 없다.”면서 “좀 더 적은 제작비라면 훨씬 창의성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최근 한국영화의 흐름을 보면 이같은 경향이 여실히 드러난다. 얼마전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대박 흥행 영화의 패턴 반복’을 한국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톡톡 튀는 고교생용 영화, 실화를 다룬 감동 드라마, 가족애를 강조하는 휴먼 드라마 등 뭐 하나가 크게 터지면 우후죽순 아류들이 줄을 잇는 건, 제작비 30억원을 건지겠다는 ‘안전 지상주의’의 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기덕·홍상수 감독의 영화 등 ‘30억 상업영화’의 환경에서 벗어난 영화들도 한국 영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그 수가 적을 뿐더러, 상업영화의 거품을 뺏다기보다 감독의 지명도에 기댄 ‘저예산 예술영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보다는 상업영화의 제작환경에서 적은 제작비의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순제작비 3억원만으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영화 ‘철수♡영희’(새달 7일 개봉)의 황규덕 감독은 “100만원 수표로 딜을 하는 곳에 5000원짜리 들고 끼는 놈 취급을 하더라.”며 저예산영화는 투자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순제작비 6억원에 광고·마케팅비 2억원의 영화가 제작되는 토양을 만드는 기획자가 되겠다.”는 그의 희망이 꿈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는 영화 제작·투자자들 그리고 ‘저예산영화는 재미없다.’는 관객의 인식까지 바뀌길 기대한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윤정희 “나이떠나 멋있게 늙고 싶어요”

    #퀴즈 하나.최근 회갑나이를 전후해 더욱 완숙된 모습으로 새로운 스크린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멀리 떠나 있어도 늘 가까이에 있는 여인이다. 비록 10년 가까이 영화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언제나 ‘대스타’로 인정받는 불멸의 여배우다. 사람들은 그를 ‘은막의 영원한 꽃’이라 부른다.1976년 두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 결혼해 당대 최고의 로맨스를 뿌린 주인공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윤정희씨. 그는 60∼7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함께 국내 영화계의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스크린을 휩쓸었다.‘청춘극장’‘눈꽃’‘안개’‘위기의 여자’ 등 300편의 영화에 출연, 청순한 이미지로 수많은 남성과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남편 국내 공연 위해 잠시 귀국 최근 그의 복귀소식이 조심스럽게 들려왔다. 지난 25일 문득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윤씨의 친정집에 전화를 걸었다. 때마침 윤씨가 국내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달 중순 남편 백건우씨의 국내 공연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모 영화상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26일 오전 서울 용산역의 한 극장라운지에서 윤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고국의 팬들을 위해 짬을 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기꺼이 수락했다. 회색 목도리와 긴 드레스형 옷차림,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와 조화를 이루는 옷맵시였다. 특히 깨끗한 얼굴색 피부와 특유의 미소는 옛날 스크린에서 봤던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얼른 연상케 했다. 정말 올해가 회갑인 1944년생이 맞느냐고 물었다. 망설임도 없이 그는 “아녜요,44년생이 아니라 44살로 해주세요.”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는다. 회갑잔치는 어떻게 했느냐고 거듭 묻자 그는 “얼마 전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오붓하게 지냈다.”고 대답했다. 그는 원래 해마다 가을쯤이면 이런저런 남편의 행사를 뒷바라지 해주려고 잠시 서울을 다녀간다. 스크린 복귀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제가 스크린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심사숙고할 뿐이죠.”라면서 국내 복귀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도 무작정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지 않으냐며 여지를 두었다. 그는 또 최근 시나리오 4편을 손에 쥐고 천천히 읽어 보며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복귀시기에 대해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럴 때면 국내 팬들에게 ‘배우 윤정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로 이때 오는 2006년이면 데뷔 40년을 맞는 소중한 해라고 말꼬리를 살짝 흐렸다. 아직 구체적으로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러번 강조하는 바람에 되묻지는 못했지만 늦어도 1∼2년후에는 국내팬들과 만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역할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배우는 악기다. 악기는 녹슬지 않아야 좋은 소리가 난다.”면서 “요즘 우리 영화는 너무 젊어졌다. 정치도 물론 그렇지만. 모든 것이 세대간 조화가 있어야 아름답다. 부잣집 며느리 역할이든, 가정부 역할이든 매너있고 깨끗한 역할이라면 만족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영화배우라는 것은 가장 자랑스럽고 불안하지 않은 인생의 직업이지요. 또 영화는 한 시대를 담아내고 인생을 치열하게 그려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나이가 필요없지요.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나이에 걸맞은 역할이 다 있는 것입니다.” ●2006년 영화데뷔 40주년 요즘 한국영화의 수준에 대해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를 눈여겨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영화는 요즘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윤씨 자신도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지인들에게 ‘한국의 배우’로서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웃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예술가나 평론가들로부터 김기덕을 아느냐고 물어와요. 이때마다 ‘나도 팬이다.’고 대답하면 그들도 아주 좋아해요.” 일반 관객의 경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시작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김기덕 감독 외에 이창동·홍상수·박찬욱 감독 역시 인기반열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윤씨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집으로’‘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이라고 했다. 특히 ‘집으로’ 같은 여성영화는 자주 선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곁들였다. 허진호·송해성·봉준호 감독 역시 좋아하는 감독이라며 웃었다. 자신이 출연했던 300편의 영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데뷔작인 ‘청춘극장’, ‘안개’ 등을 꼽았다. 강신성일씨는 최근 윤씨를 만난 자리에서 함께 출연한 ‘위기의 여자’가 최고의 작품이 아니냐고 거들기도 했다. 윤씨는 강씨와 모두 99편의 영화를 촬영했으며 지금도 남편과 함께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말했다. 남정임씨와의 안타까운 추억담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1993년 어느날, 윤정희·문희·남정임씨 등 셋은 평소 아는 선배와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러자 남씨가 불쑥 2차를 가자고 고집부렸다. 평소 같으면 1차가 끝나면 집으로 가던 남씨였다. 이날따라 2차가 조금 길어졌다. 그런데 남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집으로 옮겨 한잔 더 하잔다. 윤씨는 속으로 “오늘따라 얘가 왜 이렇지?”하면서도 거듭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셋은 남씨 집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며칠 후 남씨는 유방암으로 입원하게 됐고 얼마 못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남씨가 자신의 병을 알고 나서 이들 둘을 집으로까지 초청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윤씨는 국내에 올 때마다 문씨와 고은아씨 등과 만나 안부를 묻고 왕년을 회고한다. ●72년 뮌헨올림픽때 남편 만나 “우리 부부는 아름다운 들꽃만 봐도 너무 감동하고, 구름과 달,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려도 흥분을 잘 합니다. 결혼은 인생의 아름다운 조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에는 가정부를 한번도 둔 적이 없어요. 제가 직접 반찬도 만들고 과일도 깎고 그러지요. 이런 부엌의 사랑이 조금씩 쌓이면 나중에 아름다운 큰 조각이 되지 않겠어요.” 윤씨와 남편,27살된 딸 등 세식구가 25년째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식구들은 모두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윤씨는 요리할 기회가 하루에도 몇번씩 있단다. 남편이 유럽으로 연주회를 떠날 때면 그는 김치와 된장을 반드시 챙긴다. 딸은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효녀심청’이 맺어주었다.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제 때 영화 ‘효녀심청’이 초청됐다. 주연배우였던 윤씨는 이때 신상옥 감독과 함께 뮌헨에 도착했다. 때마침 윤이상씨의 오페라 ‘심청’이 초연됐다. 윤씨는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면서 백씨와 처음 만났다. 이후 백씨는 74년 파리에 정착했다. 이때 윤씨도 파리로 유학가면서 둘은 운명처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윤씨 부부는 결혼 후 지금까지 한번도 자가용을 두지 않았다.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버릇이 됐기 때문이다. 또 미용실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이 역시 집에서 거울보며 직접 머리단장을 했던 습관 때문이다. “멋있게 늙고 싶어요. 나이를 떠나 멋과 매력이 있게 말이에요.” km@seoul.co.kr ■ 주요 출연작품 ▲1966년 합동영화사 신인모집으로 영화계 데뷔 ▲67년 ‘청춘극장’ ▲71년 ‘분례기’ 대종상 여우주연상수상 ▲이후 ‘청춘만세’‘안개’‘장군의 수염’‘화려한 외출’‘감자’‘독짓는 늙은이’ 등 300여편 출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봄이 오면 산에 들에’ 출연 ▲전남여고와 우석대 졸업. 중앙대 석사. 프랑스 파리3대학원 석사
  • 프랑스 가을, 한국 문화에 물들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에서 한국 영화 붐을 일으키기 위한 ‘한국영화축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파리 시내 르플레 메디시스 극장에서 개최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주불 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파리 지사가 공동 개최하는 한국영화축제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프랑스에서 호평 속에 상영되는 분위기에 맞춰 세계 영화의 중심지에서 감성을 통한 한류 바람을 일으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상영작은 ‘공동경비구역 JSA’,‘강원도의 힘’,‘서편제’,‘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박하사탕’ 등 20여편. 임권택,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이창동 등 프랑스에서 일정 팬을 확보한 감독들의 작품들이 선정됐다. 상영작이 대부분 90년대 이후 작품이지만 이두영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내시’ 같은 80년대 작품도 소개되고 코미디물인 ‘엽기적인 그녀’와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처럼 한국의 발랄한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영화도 포함됐다. 스위스와 접경지역인 소도시 모르토는 올해 영화 페스티벌 주제국으로 한국을 선정해 27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한국영화 23편을 상영하고 한국 춤 공연, 한국 음식 시식회 행사도 갖는다. 26일 오후에는 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기메 박물관에서 한국 전통건축의 우수성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린다.1999년 ‘한국의 정자와 사찰’을 출간한 박물관 수석 학예연구관 프랑시스 마쿠앵이 한국 목재건축 양식의 영구 보존성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밖에 카루젤 뒤 루브르 전시장에서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미술 전시행사인 ‘아트 파리 2004’에 방혜자, 곽수영, 임동락씨 등 작가 6명이 참가한다. 또 박수관 명창이 이끄는 한국예술단이 재불 한인회 주관으로 21일 오후 생 자크 교회에서 ‘한국의 소리’ 공연을 갖고 동부 민요를 선보인다. lotus@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안방서 즐긴다

    부산을 찾지 않고도 부산국제영화제(PIFF)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잡은 ‘제9회 부산영화제’(7일∼15일)의 개막을 맞아 케이블·위성채널들이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과 영화를 준비했다. Home CGV는 10월 한 달간 PIFF 특집을 마련했다.개막일인 7일 오후 9시 30분에는 영화제의 주요 상영작과 게스트 등을 소개하는 ‘2004 PIFF Preview’를 방송한다.매주 금요일 오전 2시에는 ‘마이 브라더 톰’(8일),‘패스트푸드 패스트우먼’(15일),‘오구’(22일),‘한밤의 쇼핑’(29일) 등 역대 상영작들을 매일 2편씩 방영한다.폐막식 다음날인 16일 오후 9시30분에는 ‘2004 PIFF Review’를 통해 영화제를 정리한다. OCN도 7일(오전 8시10분,밤 12시 40분) 그동안의 영화제 발자취와 올해 상영작들을 알아보는 ‘PIFF 8년간의 기록’을 방영한다.영화제 기간 매일 3차례 영화정보 프로그램 ‘2004 INSIDE PIFF’를 편성,주목할 만한 작품의 하이라이트도 방영한다.17일 오전11시와 밤 12시20분에는 영화제를 결산하는 ‘2004 PIFF REPORT’를 내보낸다.캐치온은 11일부터 15일까지 ‘세상끝에서’(11일) 등 역대 상영작 다섯 편을 마련,매일 밤 11시에 방영한다. MBC MOVIES는 부산영화제 역대 상영작 가운데 최고의 한국영화 화제작만을 선별한 ‘한국영화 파노라마’를 특집 편성했다.박종원 감독의 ‘송어’(12일),홍상수 감독의 ‘오!수정’(13일),박기용 감독의 ‘모텔 선인장’(14일),김기덕 감독의 ‘파란대문’(15일)등 4편이 나흘 동안 오전 1시에 방영된다.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특집을 방영해 온 KBS KOREA는 개막식을 생중계하고,서울 본사와 부산 총국이 함께 제작하는 특집 ‘영화의 바다로’를 편성해 영화제 관련 소식들을 전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빈집’ 수상으로 한국영화 올 3대 국제영화제 석권

    ‘빈집’ 수상으로 한국영화 올 3대 국제영화제 석권

    한국영화가 ‘꿈의 그랜드슬램’을 이뤄냈다. 김기덕 감독의 ‘빈 집’이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올해 우리 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김 감독 ‘사마리아’),5월 칸국제영화제(박찬욱 감독 ‘올드보이’)의 수상에 이어 한국영화의 상복이 터진 셈이다.세계영화제에서 우리보다 앞서 주목받아온 일본 중국 타이완 이란 등 아시아권 ‘영화제 강국’들도 세우지 못한 이색기록이다.이번 수상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무엇보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의 독자적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 점이다. 사실 김 감독의 ‘빈 집’이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됐을 때 수상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한 감독의 작품이 국제영화제에서 한 해 연거푸 주요상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은근히 자존심 경쟁을 벌이는 3대 영화제가 경쟁영화제의 수상 감독에게 잇따라 굵직한 상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제가 진행되면서 이례적인 수상기록의 조짐은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기 시작했다.현지 호응이 기대치를 훨씬 웃돌자 국내 영화관계자들은 ‘빈 집’이 영화제의 경쟁부문(베네치아 61)에 ‘깜짝초청작’(Film Sorpresa)으로 특별대우를 받으며 진출한 대목에 새삼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김 감독의 ‘상복’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고 영화계는 입을 모은다.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 이른바 ‘감독 브랜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하는 평가가 지배적이다.1990년대 말부터 거의 해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온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영화를 보는 세계의 눈은 크게 달라졌다.지난 5월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그 분위기는 단적으로 읽혔다.당시 경쟁부문에 진출한 우리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등 2편.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복수로 진출한 첫 사례였다.최근 몇년 동안 한국영화는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임상수 송일곤 등 작가주의 ‘브랜드 감독’군을 형성한 영화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저예산 영화제작으로 정평난 김 감독은 대자본,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충무로 제작관행에도 일침을 가한다.이춘연 영화인회의 대표는 “저예산에 독자적 시스템을 채택하는 김 감독의 제작행태는 충무로에 교훈이 될 만하다.”면서 “그러나 소자본으로 해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이 국내흥행에서도 밀리지 않는 영화보기 풍토가 확립돼야 제2,제3의 김기덕 감독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김기덕은 누구인가 “스태프들과 사랑하는 가족,제가 살아온 인생에 감사드립니다.”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현지 시상식에서 밝힌 소감이었다. ‘파격’과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그의 작품세계는 한국영화계에서 늘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눈을 감게 만드는 극악한 화면,소외된 인간군상을 부각시키는 등 낯설고 과감한 표현법으로 팬과 ‘안티팬’이 뚜렷이 엇갈려온 감독이었다.“살아온 인생에 감사한다.”는 수상소감은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확신을 완곡어법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1960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그는 1996년 ‘악어’로 감독데뷔했다.영화계에 입문하기 이전에 정식으로 영화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중학교를 중퇴하고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감독은 1990년 그림공부를 하러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정식학교에 등록하지 않은 채 2년여 그곳에서 자유롭게 미술공부한 경험이 영화 화면 구상에 결정적 도움이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파란대문’‘나쁜 남자’‘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드러난 강렬한 장치는 바로 감독의 이같은 감식안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있다.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파란대문’(1998) ‘섬’(2000) 등을 거쳐,‘빈 집’은 그의 11번째 작품.한 부랑자의 밑바닥 삶을 그린 데뷔작 ‘악어’가 그랬듯 그는 매춘여성 등 소외받는 아웃사이더들을 주요 캐릭터로 동원해 왔다.‘섬’‘파란 대문’‘나쁜 남자’ 등은 여성비하 문제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동정없는 끔찍한 화면방식으로도 유명하다.지난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한 ‘섬’의 한 장면은 현지 시사회장에서 관객을 졸도시켰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먼저 따라붙는 수식어는 뭐니뭐니해도 ‘저예산 감독’.50억원이 평균치가 된 한국영화 제작현장에서 그는 주류 영화시장의 자본논리와 멀찍이 떨어져 소예산 제작을 고수했다.‘빈 집’의 순수제작비도 불과 10억원.‘사마리아’때부터는 아예 독립제작사(김기덕필름)을 차렸다. 스타배우에 기대지 않고 신인 등 과감한 캐스팅을 하는 것도 ‘김기덕 스타일’이다.‘빈 집’에서도 위안부 누드 파문에 휩싸인 이승연을 뜻밖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그가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 ‘섬’이 출품되면서부터.이후 ‘수취인불명’(2001,베니스) ‘나쁜 남자’(2002,베를린) 등 지금까지 5차례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출품해 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 연보 ▲2004년 ‘빈 집’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사마리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2003년 ‘YMCA야구단’ 후쿠오카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바람난 가족’ 스톡홀름영화제 여우주연상·촬영상▲〃 ‘살인의 추억’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최우수감독상·신인감독상▲〃 ‘지구를 지켜라’ 모스크바영화제 감독상▲2002년 ‘집으로‘ 블라디보스토크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나쁜 남자’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대상▲〃 ‘오아시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신인배우상▲〃 ‘취화선’ 칸영화제 감독상▲1999년 ‘오!수정’ 도쿄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밴쿠버영화제 용호상▲1993년 ‘서편제’ 상하이영화제 감독상·여우주연상▲1992년 ‘하얀전쟁’ 도쿄영화제 대상▲1991년 ‘은마는 오지 않는다’ 몬트리올영화제 감독상·여우주연상▲19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로카르노영화제 그랑프리▲1989년 ‘아제 아제 바라아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1987년 ‘씨받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1961년 ‘마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
  • [남규철의 DVD 폐인]DVD도 한국이 만들면 명품

    국내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우리나라 DVD가 외국의 많은 영화 팬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한류열풍과 우리나라 영화의 빠른 발전,그리고 다양한 자막과 더빙 지원이라는 DVD만의 장점에 힘입은 결과입니다.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DVD전문 포럼이나 아시아 영화 사이트 등을 방문해 보면,생각 외로 무척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영화와 DVD에 대해 높은 관심과 애정,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번 주에는 이렇게 세계적인 DVD전문 사이트들 등에서 널리 얘기되고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DVD타이틀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움켜쥔 순간부터 우리나라 많은 팬들이 ‘올드보이’의 DVD출시를 기다려 왔습니다.그에 못지않게 외국의 많은 애호가들도 이 작품의 DVD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외국에서 공식적으로 개봉하기 전에 ‘올드보이’를 볼 기회는 DVD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지요.어쨌든 타이틀이 출시된 지 며칠이 지나자,외국의 거의 모든 DVD 전문 포럼 등엔 ‘올드보이’의 DVD에 대한 여러 리뷰가 올라왔고 대단한 인기를 모으며 화제를 이끌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올드보이’가 최근 가장 각광 받은 타이틀이라면,이 타이틀은 우리나라의 DVD타이틀 중 외국에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이면서 지금도 판매순위 10위 내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가장 대표적인 우리나라 타이틀입니다.동남아 등지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며 최근에는 유럽과 미주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해당 국가의 언어로 여러 번 DVD로 제작됐지만,우리나라에서 제작된 DVD가 가장 많은 사랑과 높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여주인공인 전지현씨에 대한 인기도 무척 높아서,외국의 DVD판매 사이트 등에선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DVD타이틀은 항상 판매가 잘 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해외에 잘 알려진 김기덕,홍상수 감독이나 이창동 감독 등의 작품들도 높은 관심을 받는 타이틀로 꼽힙니다.이 분들의 작품들은 DVD로 출시될 때 마다 구미의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옵니다.아시아에선 ‘겨울연가’나 ‘가을동화’ 같은 TV시리즈들이 각국에서 DVD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최근엔 국내에서는 아직 DVD로 발매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TV시리즈들이,외국에서 먼저 DVD화하여 출시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만큼,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남규철의 DVD 폐인]DVD도 한국이 만들면 명품

    [남규철의 DVD 폐인]DVD도 한국이 만들면 명품

    국내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 대부분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습니다.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우리나라 DVD가 외국의 많은 영화 팬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몇 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한류열풍과 우리나라 영화의 빠른 발전,그리고 다양한 자막과 더빙 지원이라는 DVD만의 장점에 힘입은 결과입니다.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DVD전문 포럼이나 아시아 영화 사이트 등을 방문해 보면,생각 외로 무척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영화와 DVD에 대해 높은 관심과 애정,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번 주에는 이렇게 세계적인 DVD전문 사이트들 등에서 널리 얘기되고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DVD타이틀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움켜쥔 순간부터 우리나라 많은 팬들이 ‘올드보이’의 DVD출시를 기다려 왔습니다.그에 못지않게 외국의 많은 애호가들도 이 작품의 DVD출시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외국에서 공식적으로 개봉하기 전에 ‘올드보이’를 볼 기회는 DVD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지요.어쨌든 타이틀이 출시된 지 며칠이 지나자,외국의 거의 모든 DVD 전문 포럼 등엔 ‘올드보이’의 DVD에 대한 여러 리뷰가 올라왔고 대단한 인기를 모으며 화제를 이끌었습니다. ●엽기적인 그녀 ‘올드보이’가 최근 가장 각광 받은 타이틀이라면,이 타이틀은 우리나라의 DVD타이틀 중 외국에 가장 많이 판매된 타이틀이면서 지금도 판매순위 10위 내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가장 대표적인 우리나라 타이틀입니다.동남아 등지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며 최근에는 유럽과 미주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해당 국가의 언어로 여러 번 DVD로 제작됐지만,우리나라에서 제작된 DVD가 가장 많은 사랑과 높은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여주인공인 전지현씨에 대한 인기도 무척 높아서,외국의 DVD판매 사이트 등에선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DVD타이틀은 항상 판매가 잘 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해외에 잘 알려진 김기덕,홍상수 감독이나 이창동 감독 등의 작품들도 높은 관심을 받는 타이틀로 꼽힙니다.이 분들의 작품들은 DVD로 출시될 때 마다 구미의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여옵니다.아시아에선 ‘겨울연가’나 ‘가을동화’ 같은 TV시리즈들이 각국에서 DVD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최근엔 국내에서는 아직 DVD로 발매가 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TV시리즈들이,외국에서 먼저 DVD화하여 출시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만큼,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칸(프랑스) 이종수특파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제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심사위원대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받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다음 가는 상으로 한국 영화가 세계 3대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하는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편 ‘올드보이’와 함께 경쟁부문에 진출해 관심을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수상에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감독상에는 뿌리를 찾아 알제리로 돌아가는 프랑스 젊은 남녀의 내면을 다룬 ‘에그자일즈’의 토니 개틀리프 감독이 받았다.최민식의 수상이 점쳐졌던 남우주연상은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Nobody Konws)’의 14세 소년 야기라 유야,여우주연상은 ‘클린(Clean)’에서 열연한 홍콩 배우 장만위(張曼玉)가 각각 차지했다. 영화제 내내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 앳 미(Look at Me)’는 각본상 수상에 그쳤다.심사위원상은 실험성이 돋보인 태국 작품 ‘트로피칼 맬래디(Tropical Malady)’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코언 형제가 연출ㆍ각본을 맡은 ‘레이디 킬러(The Ladykiller)’의 배우 이르마 P 홀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vielee@
  • ‘올드보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칸(프랑스) 이종수특파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제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다.심사위원대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받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다음 가는 상으로 한국 영화가 세계 3대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하는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편 ‘올드보이’와 함께 경쟁부문에 진출해 관심을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수상에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감독상에는 뿌리를 찾아 알제리로 돌아가는 프랑스 젊은 남녀의 내면을 다룬 ‘에그자일즈’의 토니 개틀리프 감독이 받았다.최민식의 수상이 점쳐졌던 남우주연상은 일본 영화 ‘아무도 모른다(Nobody Konws)’의 14세 소년 야기라 유야,여우주연상은 ‘클린(Clean)’에서 열연한 홍콩 배우 장만위(張曼玉)가 각각 차지했다. 영화제 내내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 앳 미(Look at Me)’는 각본상 수상에 그쳤다.심사위원상은 실험성이 돋보인 태국 작품 ‘트로피칼 맬래디(Tropical Malady)’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코언 형제가 연출ㆍ각본을 맡은 ‘레이디 킬러(The Ladykiller)’의 배우 이르마 P 홀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vielee@˝
  • 무슨 영화 볼까

    ●트로이 장르/예매율 서사액션/78.2%(15세) 감독/배우는 볼프강 페터슨/브래드 피트·에릭 바나·올란도 블룸·다이안 크루거 어떤 줄거리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멜로와 액션으로 포장. 이래서 좋아 ‘마초영웅’이 된 근육질의 브래드 피트. 이래서 별로 신화에 충실한데,스토리 압축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 ●하류인생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8.6%(15세) 감독/배우는 임권택/조승우·김민선 어떤 줄거리 50년대 후반∼70년대초 한 건달의 삶을 통해 격동의 현대사 조명. 이래서 좋아 빠른 장면전환 속 액션을 보노라면 야성미가…. 이래서 별로 에피소드만 이어붙여 밋밋한 전개엔 어쩐지…. 홈피 반응은 “장면마다 군더더기 없이 엑기스만…” ●효자동 이발사 장르/예매율 휴먼드라마/7.1%(15세) 감독/배우는 임찬상/송강호·문소리·이재응 어떤 줄거리 대통령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이래서 좋아 밀도있는 송강호의 부성애 연기. 이래서 별로 굴절된 현대사가 픽션에 애매하게 가려졌네∼ 홈피 반응은 “온국민이 봐야 할 영화같네요.” ●아라한 장풍대작전 장르/예매율 무협액션/2.6%(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류승범·윤소이·안성기·정두홍 어떤 줄거리 평범한 순경이 도(道)를 깨달아 도시를 구하는 이야기. 이래서 좋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사실액션. 이래서 별로 도대체 왜 득도(得道)해야 되지? 홈피 반응은 “윤소이 언니,포스터가 너무 멋져요.” ●클레멘타인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1.2%(15세) 감독/배우는 김두영/이동준·김혜리·스티븐 시걸 어떤 줄거리 이종격투기 선수의 삶의 곡절과 가족이야기. 이래서 좋아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이 ‘잠깐’ 나온다나? 이래서 별로 액션,멜로,신파의 짬뽕. 홈피 반응은 “…” ●범죄의 재구성 장르/예매율 범죄스릴러/0.9%(18세) 감독/배우는 최동훈/박신양·백윤식·염정아 어떤 줄거리 5명의 사기꾼들,한국은행을 털다. 이래서 좋아 치밀한 이야기 구성,흠잡을 데 없는 연기. 이래서 별로 화끈한 범죄스릴러가 되기엔 약한 반전. 홈피 반응은 “스피디한 전개,매혹적인 시나리오” ●킬 빌 2 장르/예매율 액션/0.8%(18세) 감독/배우는 쿠엔틴 타란티노/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마이클 매드슨 어떤 줄거리 보스에게 버림받은 여성 킬러의 복수극. 이래서 좋아 마카로니 웨스턴과 홍콩 무협이 손잡은 액션. 이래서 별로 타란티노의 ‘발칙한 상상’은 대체 어디로 갔지? 홈피 반응은 “무엇보다 영화음악이 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장르/예매율 로맨틱 드라마/0.3%(18세) 감독/배우는 홍상수/김태우·유지태·성현아 어떤 줄거리 대학 선후배가 사랑한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 이래서 좋아 일상적 대화에서 재미를 끄집어내는 유머와 재치. 이래서 별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끝내 버린 듯한 아쉬움. 홈피 반응은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홍 감독의 작품”˝
  • ‘한국영화 돌풍’ 칸을 휘감다

    |칸(프랑스) 이종수특파원|‘잔잔하게 밀려오는 변화의 파고.’종반에 접어든 제57회 칸영화제는 관심을 확 끌 만큼 도드라진 작품이 없기 때문인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차분하다.개막작인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을 비롯해 아네스 자우이의 ‘이미지처럼’,일본 고레에다 히로가즈의 ‘아무도 모른다’,박찬욱의 ‘올드보이’ 등이 호평받고 있지만 특정 작품에 시선이 고정되지 않은 채 고만고만한 관심을 모은다. 특히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됐던 에밀 쿠스트리차의 ‘삶은 기적이다’의 수준이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심이 아네스 자우이의 ‘이미지처럼’,코엔 형제의 ‘레이디 킬러’,왕자웨이의 ‘2046’ 등으로 옮겨졌다.그러나 그 잔잔한 분위기 이면에는 변화를 향한 몸짓이 역력하다. ●아시아와 젊은 작가들의 도약 먼저 젊은 작가의 도약이 두드러진다.지난해 거장들의 이름만 믿고 범작이나 신작을 대거 진출시켰다가 비판에 시달린 것을 자성하듯 신인들의 작품을 대거 발탁했다.허우샤오셴의 작품이 경쟁부문에서 탈락한 것은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반영한다.“기존의 틀을 깨고 칸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고심했다.올해는 우리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해가 될 것이다.”라는 티에리 프레모 예술감독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아시아 작품들의 약진을 들 수 있다.19편의 공식 경쟁부문 작품중 아시아 영화가 6편(한국 2편)이나 된다.한국의 박찬욱·홍상수,태국의 아피차트퐁 위라세타쿨 감독과 왕자웨이 등에 대한 현지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평론가 김영진씨는 “지난해의 실패를 만회하려는 모색과 실험 정신이 느껴진다.”며 “유럽,특히 프랑스의 작품들이 부르주아적 세계관을 답습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아시아의 작품에서는 활력이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셋째는 상업주의와 작가주의 작품의 균형이다.평론가 심영섭씨는 “칸의 특징은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균형인데 이번 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이 역력하다.”고 말했다.상업주의와 작가주의의 균형감각을 유지해온 전통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프랑스인들에겐 할리우드의 공룡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카메룬 디아즈,안젤리나 졸리,우마 서먼,안토니오 반데라스,에디 머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나타날 때마다 환호의 물결이 넘쳤고 ‘슈렉2’의 반응도 뜨거웠다. ●질적 도약,대중적 성공 거둔 한국영화 경쟁부문에 두 편이 뽑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영화제가 열리기 전부터 높았다.르 몽드는 지난 13일자 전면을 할애해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를 집중 조명했다.‘질적 도약,대중적 성공’ 제목의 기사에서는 홍상수·김기덕 등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들이 흥행 면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분석했다.‘실미도’’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상황 등 한국 영화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상세하게 다루었다. ‘스크린’지는 아예 6개면에 걸쳐 한국 영화의 오늘과 미래를 보도했다.영화 관련 잡지들도 한국 영화와 함께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 필름 마켓에 참여한 작품들을 소개했다.한편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 작품은 내용·형태의 차이만큼 현지 반응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스크린·브라이어티 등 미국 영화전문지들은 박 감독의 미학세계에,르 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홍 감독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14일 열린 기자 시사회에서 1000여석의 홀이 꽉 차고,공식 시사가 끝난 뒤 5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는 등 좋은 반응을 얻은 ‘올드보이’에 대해 스크린지는 그때까지 개봉한 작품 가운데 두 번째 높은 점수를 준 반면 ‘시놉시스’ 등은 최저 점수를 주었다.편차가 심한 반응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엇비슷하다.시사회 전까지 르 몽드와 ‘르 필름 프랑세’ 등 프랑스 언론의 호평 속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16·17일 두 차례 기자 시사회와 기자회견장의 반응은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때문인지 이전 열기에는 못미쳤다. ●즐거운 표정의 한국 필름마켓 8500여명이 참가하고 2500여개의 작품이 진출한 올 필름 마켓은 전체 판매규모가 낮을 것 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3월에만 열리던 ‘아메리카 필름 마켓’이 올해부터 11월 등 두 차례로 분산됐기 때문이다.하지만 8개사가 참여한 한국의 실적은 짭짤하다.화제를 모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미국 컬럼비아 픽처스와 배급권 협상을 매듭짓고 올 9월 미국 30∼50개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그동안 판매협상을 하지 않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과의 판매협상도 완료했다.전반적인 특징은 공포물의 강세.미로비전의 ‘분신사바’는 영국에 10만달러 정도에 판매하기로 한 데 이어 프랑스와도 협상 중이다. 시네클릭의 ‘인형사’도 3∼4개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밖에 ‘바람의 파이터’가 일본 SPO사에 200만달러(22억원)에 선판매됐고 ‘청풍명월’은 올 가을 이탈리아에서 개봉될 예정이다.‘올드보이’도 미국측과 계약했고 시네마서비스의 ‘아라한 장풍대작전’,CJ엔터테인먼트의 ‘우리 형’도 바이어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vielee@seoul.co.kr˝
  • 佛 르몽드 “홍상수를 주목하라” 집중조명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가 제 57회 칸 영화제 개막에 맞춰 한국영화와 홍상수 감독을 자세하게 다뤘다. 르몽드는 13일자에서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홍상수감독)와 ‘올드보이’(박찬욱 감독) 등 2편의 한국 영화와 홍 감독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 영화 2편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동시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르몽드 이외에 권위있는 영화전문지 ‘영화수첩’이 최근 홍 감독을 소개하는 등 현지 언론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르몽드는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43%인데 반해 자국 영화 점유율은 53%”라며 “한국 영화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신문은 이어 “한해 최고 영화 10편 중 8편이 한국영화”라며 “10여년전부터 영화계에 진출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작품을 제작해온 젊은 제작자들에 힘입어 한국영화는 크게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르몽드는 “일부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스크린 쿼터제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불화의 씨가 되고 있지만 한국 문화 수호자들에게는 상징적 가치를 지닌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홍 감독과 김기덕 감독이 각각 독자적인 방법으로 한국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며 “홍 감독은 지극히 정제된 구조속에서 성찰과 지성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을 그리는 반면 김 감독은 가장 원초적인 충동과 부딪히는 인물의 묘사로 충격적인 작품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파격적이고 과감한 작품의 개봉이 그리 많지는 않으나 새로운 연출방식을 추구하는 독창적인 작품과의 만남이 점차 늘고 있다.”며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제작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관객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징조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고는 대중매체나 영화에 의해 여과된다.나는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하고자 하며 이미 조작된 것을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관객들을 설득할 의도가 없고 관객 각자 나름대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l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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