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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대통령 “혼혈인 성공하는 사회로”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방한중인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 올해 최우수선수인 하인스 워드 선수와 어머니 김영희씨를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에서 “영웅이 돼서 돌아왔는데…”라며 말을 꺼냈다. 워드 선수는 노 대통령의 격려에 감사하면서 대화마다 어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노 대통령은 워드의 어머니 사랑에 “말하는 것을 받아 적으면 그대로 교과서다.”라고 농담했다. 워드 선수는 “어머니 도움으로 학교에 다녔지만 부족해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 운동하는 사람이 두뇌 측면에서 무시받지 않기 위해서도 열심히 공부했다.”고 강조했다. 워드 선수는 한국의 혼혈아동에 대해 “이번 방문으로 혼혈 아동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단 1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한국 사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한국에서도 (혼혈인들이) 훌륭하게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워드 선수는 노 대통령의 한국의 전통미가 담긴 다기 세트 선물에 대한 답례로 “노무현 대통령께, 가자 스틸러스로, 아이 러브 코리아(To president Roh Moohyun,Go Steelers,I ♡ Korea)’라고 적힌 풋볼과 슈퍼볼 우승기념 모자와 등번호 86이 새겨진 자신의 유니폼 재킷을 선물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발언대] 국방의무와 혼혈인/윤규혁 병무청장

    얼마전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한국계 혼혈인 하인스 워드가 화제가 되면서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에 혼혈인에 대하여 재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혼혈인의 병역에 관한 문제도 국회 국방위를 비롯한 각 부문에서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동안 병무청에서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에 대하여 제2국민역 처분으로 사실상 병역면제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작년 6월30일자로 병역법의 관련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올해 징병검사를 받는 1987년생부터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의 경우에도 본인이 원하면 현역병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조직생활을 강조하는 군에서 외모나 피부색이 다른 혼혈인의 경우 자칫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병역면제 처분을 하여 왔으나, 오히려 이것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 등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혼혈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혼혈인의 사유로 병역면제를 받은 인원은 연간 10명 내외로 병역자원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인권차별의 소지를 없애는 측면과 병역의무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많은 외침과 전쟁속에서도 단일민족을 유지하여 왔다. 요즈음에는 다원화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글로벌 시대에 해외 외국인들과의 잦은 교류와 국제결혼 등에 의해 많은 혼혈인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개정된 병역법시행령을 계기로 혼혈인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의무를 다하며,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아니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 혼혈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우리 국민이 혼혈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사라지고, 진정한 나의 이웃이라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현행 병역법 관련 규정자체도 폐지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윤규혁 병무청장
  • 5일 방한 하인스 워드 ‘서울 명예시민’ 된다

    미국 프로 풋볼리그(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혼혈 한국인 하인스 워드가 ‘서울 명예시민’이 된다. 서울시는 31일 “하인스 워드가 어머니 김영희씨와 한국을 방문하는 4월5일 하인스 워드에게 ‘서울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뛰어난 기량으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위상을 크게 떨친데다 미국 국적이면서도 뿌리인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점, 남다른 효심으로 한국인을 감동시킨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인사가 서울 명예시민증을 받는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을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두번째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하인스 워드 오피러스 탄다

    혼혈 한국인으로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하인스 워드가 다음달 3∼12일 방한기간에 기아차의 오피러스를 탄다.기아차는 ‘어머니와의 약속(Promise to Mother)’으로 이름붙여진 이번 하인스 워드의 방한기간 공식 의전차량으로 최고급 승용모델인 오피러스 GH380 프리미엄(5300만원 상당)을 제공한다고 30일 밝혔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하인스 워드 “차별받는 한국내 혼혈인 돕고싶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지난달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힌 하인스 워드 선수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 동안 어머니 김영희씨와 함께 한국으로 ‘뿌리 찾기’ 여행을 떠난다. 워드는 3일(현지시간) 소속팀인 피츠버그 스틸러스 구단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방한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이 출발했던 곳, 어머니가 자라고, 말썽부리고, 술마시고 담배피웠던 곳을 찾아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워드는 또 “한국에서 쇼핑도 하고 김치, 불고기를 먹으며 관광도 하면서 한국의 전통에 젖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워드는 한살 때 부모 품에 안겨 한국을 떠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다. 워드는 “나는 나의 뿌리에 관해 궁금한 게 많다. 면서 “우리 모자(母子)가 진실로 즐길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드는 “한국에 이모와 사촌이 있다.”면서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지만 그들은 영어를 거의 못하고 나는 어릴 때 한국인이었던 게 부끄러웠던 탓에 한국말을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 교본을 갖고 있는데 한국에 도착하기 전 한국말을 좀 배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워드는 이번 방한 기간에 펄벅 재단 등 혼혈아들을 돌보는 기관도 격려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드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혼혈아 문제 등 한국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매니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워드는 특히 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고 전하고, 슈퍼볼 우승팀의 선수 자격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오찬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워드는 자신의 뿌리를 가진 두 나라의 대통령을 모두 만나게 되는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국민과 언론, 미국의 한인사회에서 보내준 믿을 수 없는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한국인들이 혼혈인들을 피부색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바라보게 바꾸는 데 이번 방문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표시했다. ‘미국 내의 다른 한국계 운동 선수들에게 조언해줄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 워드는 “그저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워드는 그동안 “‘너는 몸집이 작아 안될 것’이라든가 ‘이게 안되고 저게 안돼서 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지만 오히려 그같은 말들을 동기부여의 기회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워드같은 선수가 꿈”

    “축구할 때는 친구들에게 떳떳하게 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커서 하인스 워드 형처럼 운동선수가 될래요.”(김전·13·남성중1) 15일 전북도교육청은 전주시 웨딩캐슬에서 도내 국제결혼 가정자녀 140명을 초청, 장학금을 전달하고 판소리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우리는 하나’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부모 중 한명이 필리핀, 중국, 일본 등 외국 출신인 혼혈 아동들로 봄 학기부터 초·중·고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입생들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일선교사 등 260여명과 함께 판소리 ‘춘향가’ ‘홀로아리랑’ 등이 펼쳐지는 ‘어울 한마당’ 공연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중국, 필리핀 등에서 건너온 국제결혼 여성들이 서툰 한국말로 타향에서 겪은 ‘시집살이’ 체험기를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전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월드 리포트] 워드의 상품성은 ‘인간적인 매력’

    하인스 워드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흑인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미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까지의 성공 스토리 자체도 충분한 얘깃거리가 될 만하다. 그러나 지난 며칠 동안 애틀랜타에서 워드를 직접 취재하면서 그가 가진 또다른 ‘상품성’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첫째, 워드는 ‘얼짱’이며 ‘몸짱’이다. 가까이 서 본 워드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잘 생긴 남성이었다. 특히 인터뷰를 할 때 깊게 반짝거리는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짧게 기른 코밑 수염도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다. 또 당당한 체구를 가졌지만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육중한 근육질은 아니었다.TV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갸름했고 피부도 고왔다. 워드가 매고 다니는 목걸이의 팬던트는 한(翰)이라는 한자에 보석을 입힌 것이다. 하인즈와 음이 비슷한 한자어라고 워드는 설명했다. 둘째, 워드는 지적인 분위기를 갖춘 인물이다. 흑인 혼혈이지만 워드의 말에서는 흑인 특유의 액센트나 억양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또 워드가 대화 중에 사용하는 어휘는 매우 다양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인 ESPN에서 늘상 봐왔던 다른 풋볼(미식축구) 선수들과는 풍기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셋째, 워드는 매너가 좋았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대단했다. 그는 밤이고 낮이고 집 앞으로 찾아온 기자들은 누구나 만나주고 인터뷰에 응했다. 같은 질문이 세번, 네번씩 반복돼도 미소를 지으며 성실하게 답변했다. 넷째, 워드는 공과 사를 구별하고 자기 관리에도 철저했다. 워드는 인터뷰 도중 사진 찍는 것은 허락했지만 집안으로 기자들이 들어가거나 내부의 사진을 찍는 것은 안 된다고 명확하게 못박았다. 워드는 시즌이 끝났지만 매일 하루에 4시간씩 개인 훈련을 한다고 했다. 워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과잉’이라고 어머니 김영희씨는 꼬집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불었던 워드 열풍은 일과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워드에게는 단순한 성공스토리를 뛰어넘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그것이 워드 본인은 물론 소속 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풋볼의 세계적 확산을 지향하는 NFL에, 그리고 늘 새로운 스타를 갈구하는 국내 언론과 광고주에 주목할 만한 상품 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워싱턴특파원 dawn@seoul.co.kr
  • “흑인이나 혼혈에 언제 관심가졌나”

    “흑인이나 혼혈에 언제 관심가졌나”

    |애틀랜타 이도운특파원|“축하한다, 자랑스러운 아들아!” “생큐 맘(고마워요, 어머니).” 한국계 풋볼 선수인 하인스 워드가 12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뒤 처음으로 어머니 김영희씨를 찾았다. 워드는 지난 5일 열린 NFL 결승전 이후 애틀랜타 근교 맥도너의 자택에서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힘껏 끌어안고 볼과 입술에 뽀뽀를 하며 반가움과 기쁨을 표시했다. 김씨도 자랑스럽고 흐뭇한 표정으로 아들을 꼭 안았다. 워드는 ‘모자(母子)의 상봉´을 취재하려고 몰려든 한국 기자들에게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다. 촬영과 짧은 회견에도 응했다. 김씨는 “이틀전 욕실에서 미끄러져 팔을 다치는 바람에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할 수 없이 내 아들에게 짬뽕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워드도 “짬뽕 좋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워드는 “어머니가 처음에는 풋볼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요즘은 일요일마다 경기를 시청하고 가끔은 코치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로부터 배운 대로 나의 아들도 겸손하게 키우겠다.”면서 “아들의 첫돌 때 한국식으로 잔치를 했는데 아들이 반지와 돈을 집었다.”고 전했다. 워드는 “나는 못하지만 아들에게는 한국말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 책을 몇 권 사뒀다.”고 말했다. ●“아들관심 너무 과잉스러워 거북” 김씨는 기자들과 만난 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직전 한국에서 일고 있는 아들에 대한 ‘과잉 열풍’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김씨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은 일이고, 여러 사람이 찾아와서 고맙긴 하지만 너무 과잉스러워 거북하다.”면서 “내가 원래 나서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김씨는 “과잉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 사람들이 흑인이나 혼혈이라면 언제 사람 대접이나 해줬느냐.”면서 “어렵게 혼자 살 때는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잘되면 쳐다보고 그렇지 않으면 쳐다도 안 보는 것이 한국의 풍토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모자간 포옹을 거듭 요구하자 “동네 부끄럽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아들위해 한국어책 사뒀다” 워드는 이에 앞서 하루 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0년이나 15년 후에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포츠 해설가가 돼 TV에 나올 수도 있고, 고등학교로 돌아가 풋볼 코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과 함께 공부도 아주 잘했던 워드는 “요즘은 학문적인 것 대신 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를 한다.”면서 “부동산 투자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만약 풋볼을 하지 않았다면 공부보다는 사업을 했을 것”이라면서 “어머니에게 배운 강인함 때문에 무엇을 해도 성공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워드는 그동안 집안의 법률 자문을 해주던 한국계 앤드루 리 변호사를 한국 언론 등과 관련한 창구로 지정했다. 따라서 워드가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과 관련한 사업을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dawn@seoul.co.kr
  • [‘워드 신드롬’ 다시보기] “혼혈관심 금세 사라질라”

    경기도 안산 W초등학교 5학년 기운(가명)이는 별명이 ‘아프리카’다.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정모(36)씨 사이에 태어난 그는 ‘코시안’(코리안+아시안)이다. 기운이는 3년 전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 우울증을 앓았다. 아이들이 집단으로 따돌려 언제나 혼자였다.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수도없이 부탁했지만 소용 없었다. 정씨는 “하인스 워드라는 사람 때문에 쏟아지는 혼혈에 대한 관심은 금세 사라질 열풍밖에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냄비근성탓” 냉소적인 국내 혼혈인 한국계 혼혈 하인스 워드가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되면서 국내 혼혈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문·방송이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의 ‘영웅담’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내 혼혈인들은 이런 분위기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냄비근성’에서 비롯된 것쯤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혼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대가 너무나 오랜 기간 강하게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 5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돼 코트를 누비고 있는 장예은(19)양도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장양은 주한 미군이었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장영심(51)씨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장양이 네 살일 때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어머니 장씨는 식당주방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장양을 눈물로 키웠다. 하지만 장양을 괴롭힌 건 가난만이 아니었다. # 오히려 좌절·열등감 줄 우려 차별을 받기는 코시안이나 흑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백인인 지은(가명·15)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할 수 없다. 이전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도 ‘양키’라고 놀리고 괴롭혀 종교계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전학 왔지만 이곳은 정부에서 학력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고등학교에 가려면 중졸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한 혼혈인 지원단체 관계자는 “백인 혼혈이 우대받는 것은 미국 시민권이 있고 경제력을 갖춘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러시아계 백인혼혈 아이들은 어머니가 성매매 여성이거나 돈에 팔려온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는다.”고 덧붙였다. 혼혈인과 관련 단체들은 이번 워드 열풍이 오히려 국내 혼혈인들의 피해의식을 심화시킬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혼혈인협회 박근식 회장은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지금 잠깐 쏠리는 관심은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거친 뒤 학계와 유관기관은 물론 당사자의 의견까지 모두 모아 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혼혈인 수는 민간지원단체인 펄벅재단이 미국계 5000명, 코시안 3만명 등 3만 5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뿐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수치는 없다. # 혼혈인 숫자부터 파악하라 국제가족한국총연합 배기철 대표는 “워드의 성공은 혼혈인들이 희망으로 삼을 박수쳐 주고 싶은 일이지만 이 땅을 지켜온 혼혈인들이 오히려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끼게 될까 두렵다. 워드의 어머니도 훌륭하지만 미국보다 훨씬 못한 국내에서 차별과 싸워온 혼혈인과 가족들도 역시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씨줄날줄] 절반의 한국인/육철수 논설위원

    혼혈인은 대개 전쟁과 사랑의 소산이다. 사랑이나 전쟁은 국경과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다양한 인적 교류도 동반하게 마련이다. 타인종간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혼혈인이라면 축복받을 일이다. 인류평화와 인종간 이해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통 불가항력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면 인생 또한 순탄한 경우가 드물다. 국가·인종간 교류가 흔치 않았던 시대, 혼혈인은 약소국 여성과 강대국 남성 사이에 태어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민족간 교류가 많은 경우, 혼혈인은 민족단위로 형성되기도 한다. 메스티조(백인×인디오), 뮬레토(백인×흑인), 유레이지언(인니·말레이시아인×백인) 등이 대표적이다. 혼혈민족은 전쟁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어엿한 공동체로 성장한 케이스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도 광복 후 미군 주둔과 함께 원치 않은 혼혈의 아픔을 수도 없이 겪었다. 베트남전에서는 가해자가 되어 한인2세(라이따이한)를 양산했다. 최근에는 농어촌 총각들이 아시아권 여성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일이 성행해 ‘코시안’이라 불리는 2세도 늘고 있다.1999년 이후 이런 국제결혼은 11만 5000쌍이나 되고, 조만간 농어촌 초등학교는 재학생의 20% 이상이 이들 2세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지금 한국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프로풋볼 선수 하인스 워드(30)가 온통 화제다. 어머니 김영희(55)씨가 언어장벽과 가난, 이혼으로 이어지는 역경 속에서 아들을 슈퍼볼 최고의 스타로 길러낸 스토리는 눈물겹다. 워드는 팔에 한글이름을 새기고,‘절반의 한국인’임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단다. 어머니한테 헌신·희생·겸손을 배웠고, 효성도 지극하다니 참으로 기특하다. 어머니의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애정, 그리고 미국땅에서 온갖 설움을 견뎌낸 눈물 덕분에 한국은 그에게 모국(母國)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순수혈통을 고집하는 나라 안 분위기 탓에 수많은 한국계 혼혈인들은 사회 부적응과 냉대 속에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워드의 성공을 축하하기에 앞서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제 우리 이웃엔 어린 한국계 2세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들 ‘절반의 한국인’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한국계 하인스 워드 ‘美슈퍼볼 MVP’

    부모의 이혼, 극심한 가난,‘혼혈’에 대한 편견…. 정신적·육체적으로 인생의 쓴맛을 고루 경험했다. 미국 슬럼가 뒷골목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계 소년 하인스 워드(30). 그런 그가 미국프로풋볼(NFL) 최고의 별이 됐다. 워드의 영광 뒤에는 한국인 어머니의 한없는 눈물이 있었다. 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제40회 슈퍼볼(아메리칸콘퍼런스-내셔널콘퍼런스의 챔피언결정전)은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위한 자리였다. 와이드리시버 워드는 시애틀 시호크스와의 경기에서 5리시브,123야드 전진,1개의 터치다운으로 맹활약, 한국계로서는 첫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안으며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섰다. 워드는 21-10의 승리를 견인, 통산 5번째이자 1980년 이후 26년 만에 팀을 우승시켰다. 워드에게는 MVP트로피와 캐딜락 승용차가 주어졌다. 최고의 별이 된 워드에겐 아프고 힘든 과거가 있었기에 이날 승리는 더욱 값졌다. 1976년 서울에서 아프리카계 주한미군 하인스 워드 시니어와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55)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생후 5개월 만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직업이 변변치 않았던 어머니에게 양육권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할아버지에게 보내졌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워드는 8살 때 무작정 어머니를 찾아갔다.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사랑 하나로 이를 악물며 일했다. 접시닦이, 호텔청소, 잡화점 캐셔 등으로 하루 18시간의 중노동을 했다. 자신은 남루한 옷을 입고 끼니를 거르는 일이 허다했지만 아들에게는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운동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워드도 피부색이 다른 어머니의 존재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 앞에 새 눈을 떴다. 고교졸업 때 명문대학으로부터 입단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홀로 계실 어머니가 안타까워 집에서 가까운 조지아공대를 택했다. 프로팀 입단제의도 있었지만 “공부를 계속하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른 것. 못 배운 설움을 되물림하기 싫었던 탓이다. 프로입단 뒤에도 화려하진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다.2001년부터 4년 연속 야구 3할 타율에 비유되는 리시브 전진 1000야드 기록을 세워 이날의 ‘영광’을 예고했다. 워드는 ‘성실’과 ‘겸손’을 강조한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묻고 산다. 경기 뒤 “동료들이 기회를 줬고 나는 뛰기만 했을 뿐”이라면서 자신을 낮췄다. 어머니는 항상 “세상일이 맘대로 안 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면서 아들을 격려했다. 워드는 “어머니가 없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는 4월 우승컵을 안고 갈 어머니 나라로의 첫 효도여행에 벌써 설렌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2006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겨울코트 여왕’ 우리품에

    2006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가 20일 개막, 팀당 20경기씩 80일 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대형 트레이드와 부상선수의 복귀로 6개구단의 전력이 크게 좁혀졌고, 대형 루키와 미여자프로농구(WNBA) 스타플레이어들의 가세로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3강 2중 1약 여름리그 준우승에 그쳤던 ‘호화군단’ 우리은행은 가장 짜임새있는 진용을 구축,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린다. 특급 신인 이경은과 ‘우승청부사’ 타미카 캐칭(사진 오른쪽·185㎝)의 가세로 센터 이종애의 공백도 메워졌다. 김진영과 김보미, 홍현희 등 백업멤버도 돋보인다. 의욕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금호생명은 2년 만에 정상탈환을 벼른다.‘블록여왕’ 이종애(가운데·186㎝)의 영입과 슈터 이언주의 복귀로 내외곽을 알차게 보강했다. 다만 유일하게 WNBA 경험이 없는 트라베사 겐트(183㎝)의 선전 여부가 관건. 여름리그 우승팀 신한은행은 한층 끈끈해진 ‘질식 수비’를 뽐낼 태세다.‘천재가드’ 전주원(왼쪽)이 건재하고 선수진(180㎝) 강지숙(198㎝)의 기량은 부쩍 늘었다.WNBA에서 평균 13.9점 7.3리바운드를 올린 타즈 맥 윌리암스 프랭클린(186㎝)의 가세도 든든하다. ‘더블포스트’ 정선민-신정자가 버틴 국민은행과 붙박이 국가대표인 박정은-변연하의 삼성생명은 나란히 포인트가드가 허전하지만,‘3강’인 우리은행-금호생명-신한은행을 시즌 내내 괴롭힐 각오다.‘득점기계’ 엘레나 비어드(180㎝)와 드래프트 1순위 김정은이 합류한 신세계도 더이상 ‘동네북’이 아님을 과시할 기세다.●‘슈퍼루키’가 뜬다 올 겨울리그는 대표팀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두 대형 신인의 성인 신고 무대. 포인트가드 이경은(176㎝)과 포워드 김정은(181㎝)이다. 선일여고 시절부터 ‘전주원을 능가할 재목’으로 지목된 이경은은 대선배 김영옥을 슈팅가드로 밀어내고 우리은행의 ‘야전사령관’을 꿰찼다. 나이답지 않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 능력, 외곽과 골밑 돌파에도 능하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원핸드슛을 구사하는 김정은은 탄력있는 몸과 수비 한둘은 쉽게 제치는 개인기까지 갖춰 만년 꼴찌 신세계의 희망이다. 다만 고교시절 센터의 습성을 버리고 외곽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과제. 이밖에 혼혈 특유의 탄력을 뽐내는 장예은(우리은행·178㎝)도 눈여겨 볼 재목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쉬어가기˙˙˙] 장예은 빅마마 뮤비 출연

    어려운 환경을 딛고 여자프로농구에 진출한 혼혈 농구선수 장예은(18·우리은행)의 사연이 인기그룹 빅마마의 뮤직비디오에 실린다고. 장예은은 25일 경기도 문산 동초등학교 농구코트에서 훈련하는 장면과 어머니와 성탄 파티를 여는 모습을 촬영했는데, 주한미군이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예은은 네 살 때부터 아버지 없이 자랐다.
  • 월드컵 승리 피보다 진하다

    ■'축구전쟁'…무너진 순혈통주의 월드컵은 민족주의의 각축장이다.4년마다 되풀이되는 세계대전이다.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국가끼리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월드컵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그토록 굳건히 지키던 순수혈통주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간단히 차버리곤 한다.90년,94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예선탈락한 프랑스는 98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프랑스 외인부대가 국적과 전력을 문제삼지 않듯 인종을 따지지 않는 선수 기용이 그것이다. 지네딘 지단은 잘 알려진 대로 알제리 이민자의 2세이다.티에리 앙리는 모로코계이고,마르셀 드자이는 가나,파트리크 비에라는 세네갈 출신이다.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멋진발리슛을 터뜨린 다비드 트레제게는 아르헨티나가 고향이다.사실상 유럽·아프리카·남미 혼성팀이고,전력의 핵심은 오히려 아프리카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 결과 프랑스는 98년 월드컵과 유로 2000,2001 컨페더레이션컵에우승하는 등 삼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월드컵 2연패를 넘보는 등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랑스 팀의 ‘다인종화’가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념적 바탕이 굳건하기 때문이다.역사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이미 19세기 후반에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인종과 언어,종교,이익공동체 및 지리를 초월한다.’고 정의했다.프랑스 국민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프랑스 국민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이 최근 흑인 포워드 게랄트 아사모아를 귀화시켜 월드컵에 출전시킨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독일은 게르만족이라는 혈통과 독일어라는 언어를 국가 구성의 핵심요건으로 삼아 20세기에 두차례나 전세계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민족에 관한 한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다.그럼에도 일찌감치 70년대에 일본계 브라질인 넬슨 요시무라를 귀화시켰다.월드컵을 앞둔 지난 2월역시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 산토스를귀화시켜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한 폴란드도 나이지리아 출신의 올리사데베를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귀화시켰다.폴란드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페르난도 클리모비치(볼프스부르크)의 귀화도 추진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올초만 해도 ‘킬러 부재’에 시달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K리그에서 뛰고 있던 스타를 귀화시켜 기용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시달렸다.비록 한바탕논란으로 끝났지만 ‘단일민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한국조차 ‘월드컵 16강’ 앞에서는 배타성을 접어둘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박록삼기자 youngtan@ ■국적바꾼 스타플레이어 국적을 바꾼 축구스타 가운데 관심을 끄는 선수는 한국과 월드컵 D조에서 만날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와 아프리카 출신으로 순혈주의 게르만의 ‘전차군단’에 합류한 아사모아,그리고 공동개최국 일본의 산토스 알레산드로다. ‘검은 폴란드인’ 에마누엘 올리사데베(27·그리스 파나티나이코스)는 특유의 탄력과 총알 같은 스피드에 동물적인 골 감각을 겸비하여 한국 팀을 크게 위협할 스트라이커.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가 와리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예지 엥겔 폴란드 감독의 눈에 띄어 폴로냐 바르샤바 팀에 발탁됐다.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5년 동안 폴란드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국적 취득 요건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리사데베는 폴란드보다는 나이지리아 대표선수가 되고 싶었다.골 세리머니가 흥분이나 환희와는 거리가멀어 붙여진 그의 별명은 ‘슬픈 스트라이커’. 가나 야산티부족 출신의 독일 미드필더 게랄트 아사모아(23·샬케04)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건너간 뒤 인종차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축구화를 신었다고 한다.그는독일대표로 A매치에 데뷔한 지난해 5월 슬로바키아전에서선취골을 터뜨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98년 하노버 팀 시절 2부 리그 경기에 나섰다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심장질환 판정을 받기도 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극복했다. 일본대표팀의 산토스 알레산드로(25·시미즈 S 펄스)는브라질 출신이다.지난해 11월 일본 법무성에서 귀화승인을 받아 일본인 ‘산토스(三都主)’가 됐다.산토스는 지난 4월17일 코스타리카 전에서 왼쪽 사이드를 완전 점령하는활약으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록삼기자 ■애증의 식민지 역사 피할수 없는 한판승부 “축구로 과거사를 극복한다.” 월드컵을 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공동으로 유치할 수있었던 것은 ‘과거사’에 힘입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축구에 열광하는 나라 가운데 지배와 피지배 역사에 무관한 처지에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가 가진 명분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었던 것도 이때문이다.식민지 역사를 알고 본다면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맞붙는 프랑스-세네갈,스페인-파라과이,잉글랜드-나이지리아 전은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프랑스-세네갈= 북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 세네갈에서는 매년 ‘마갈’이라는 이슬람 축제가 열린다.1800년대 후반 반 프랑스 운동을 주도하다 가봉과 모리타니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밤바’의 귀국을 기념하는 행사다.독립 42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가 지켜볼 월드컵 개막전에서 ‘과거의 지배자’를 격파한다면 감격은 두배로 커질 것이다.“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편안하다.”는 세네갈이 “개막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프랑스를상대로 기적을 일으킬지 두고 볼 일이다. ◆스페인-파라과이= 영화 ‘미션’으로 잘 알려진 과라니족의 나라 파라과이는 1524년 스페인 탐험대가 침입해 오면서 불행이 시작됐다.수세기 동안 스페인의 폭정에 항거하는 ‘코무네로스의 혁명’과 수많은 농민 폭동으로 독립을 끊임없이 갈구했다.나폴레옹군이 스페인을 침공하면서 식민통치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한 틈을 타 1811년 독립을 공포했지만 오늘날에는 원주민은 거의 사라지고 스페인계 혼혈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의 ‘거미손’과 남미 예선에서 29골을 작렬한 공격력도 만만치 않아 450년 전 스페인 군대의 총검에 맥없이 무너져버린 조상들과는 다른 면모를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잉글랜드-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축구의 맹주 나이지리아는 지난 60년 10월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15세기부터포르투갈인들의 노예매매로 고통을 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이보족,요루바족 등이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영국군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독립이후에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영연방 회원으로 남아 있지만 잉글랜드를 꺾고 ‘죽음의 조’를 탈출한다면 모처럼 250여 부족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스트라이커 누앙쿼 카누(아스날),수비수 셀레스틴 바바야로(첼시) 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월드스타 이들을 주목하라] 프랑스 영웅 지단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두뇌플레이의 황제,축구 아티스트…’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31)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현란하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그를 ‘백인대장’이라고 불렀다.지혜롭게 작전을 펴다가,상황에 따라서는 적진에 직접 뛰어들어 ‘제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적장의 머리를 베는 로마군 전투력의 핵심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지단이 축구에서 보여주는 역할과 꼭맞아 떨어진다.'중원의 지휘자'로서 지능적으로 볼을 공급한다.여의치 않으면 수비수 두 세명쯤은 직접 제치고 대포알같은 슈팅을 터뜨린다. 98 프랑스월드컵도 마찬가지였다.우승컵을 안기까지는 티에리 앙리,다비드 트레제게 등 ‘정예 병사’들이 많았다.하지만 이들을 톱니바퀴 돌듯 움직이게 하여 '전공'을 이끌어낸 힘은 고스란히 지단으로부터 나왔다. 지단은 그러나 상대의 거친수비에 종종 흥분을 참지못하여 구설수에 오르고 팀을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한다.역시프랑스월드컵 예선 3차전에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수를고의로 밟아 퇴장과 함께 2게임 출장정지를 당했고,유벤투스에서 뛰던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함부르크의수비수를 머리로 들이받아 팀을 탈락시켰다. 지단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아버지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프랑스군으로 참전했다.1962년 민족해방전선(FLN)의 주도로 알제리가 독립하자 ‘정치적 이유’로 프랑스에 귀화했다.남부 마르세유에서 태어난 ‘알제리계 혼혈꼬마’는 가난과인종차별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흙먼지 날리는 골목에서 축구공을 차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지난 88년 16살의 나이로 프랑스 1부 리그에 이름을 올린 지단은 94년 체코와의 친선 경기에서 대표팀에 발탁됐다.2-0으로 뒤지던 후반 교체선수로 투입된 뒤 5분 동안 2골을 몰아치며 프랑스인들의 머리속에 ‘지단’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새겼다. 지단의 몸값은 세계 최고다.지난해 레알 마드리드는 그를 데려오기 위해 유벤투스에 이적료 6553만 4000달러(820억원)를 지불했다.그는 올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축구사에 기록될만한 예술적 발리슛으로 팀을 정상에 등극시킴으로서 자신의 몸값이 '이유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단은 자신에게 찬사를 보낸 시오노 나나미에게도 할말이 있을지 모른다.로마군에 백인대장은 수백명이지만 프랑스 축구에 지단은 오직 하나라고.누군가 지단을 대신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그런 그의 발끝은 벌써 월드컵2연패의 시동을 힘차게 걸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프로필 ◆출생지 프랑스 마르세유 ◆생년월일 1972년 6월 23일 ◆체격 185cm 80㎏ ◆포지션 미드필더 ◆소속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번호 10번(대표팀),5번(레알 마드리드) ◆경력 94프랑스 1부리그 신인왕,98프랑스월드컵 최우수선 수,98년 유럽 최우수선수,98·2000년 FIFA 최우수선수 ◆출생지 프랑스 마르세유 ◆생년월일 1972년 6월 23일 ◆체격 185cm 80㎏ ◆포지션 미드필더 ◆소속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번호 10번(대표팀),5번(레알 마드리드) ◆경력 94프랑스 1부리그 신인왕,98프랑스월드컵 최우수선 수,98년 유럽 최우수선수,98·2000년 FIFA 최우수선수
  • 北챔프 홍창수 서울서 KO승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린 프로복싱 남북대결에서 북한홍창수(27)가 승리했다. 북한 국적의 조총련계 세계 챔프 홍창수는 2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WBC(세계권투평의회) 슈퍼플라이급 2차방어전에서 도전자 한국의 조인주를 5회 45초만에 KO로 눌렀다. 지난해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타이틀전에서 홍창수에게 패배,타이틀을 잃었던 조인주는 은퇴불사를 내걸고 설욕에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홍창수는 당시 일방적인 열세가 예상됐지만 결국 심판전원 일치의 판정승을 거둬 북한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에 올라 화제가됐었다. 이날도 초반부터 양선수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적극 공세로 나섰다.특히 홍창수는 적지인 점을 감안,KO승을 노리며 맞섰다. 대등했던 경기는 4회부터 홍창수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홍창수보다 다섯살이 많은 조인주는 체력저하를 의식해 초반에 승부를 결정지으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홍창수는 조인주의성급한 공격을 빠른 발로 피하면서 날카로운 왼손 잽과 스트레이트로 조인주를괴롭혔다.홍창수는 4회 종료직전 강력한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적중시키면서 5회전의 ‘빅뱅’을 예고했다. 홍창수는 5회전이 시작되자 마자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를 조인주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왼손은 빗나갔지만 오른손 스트레이트는 무방비상태에 있는 조인주의 왼쪽 턱을 정확하게 맞췄고 조인주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가 떨어졌다.승부가갈린 순간이었다. 홍창수는 승리가 확정된 뒤 눈물을 글썽이면서 대형 한반도기를 흔들었고 “We are the one(우리는 하나)”을 소리높여 외쳤다. 이날 승리로 홍창수는 24승(6KO)1무2패를 기록했다.조인주는 18승2패.대전료로 홍창수가 900만원,조인주가 2,000만원을 받았다. 한편 경기에 앞서 혼혈가수 쏘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고 홍창수를 응원하기 위해 입국한 250여명의 조총련계 동포들은 경기 내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홍창수’를 연호했다. 박준석기자 pjs@
  • LA폭동 8주년 기념 인종화합 권투대회

    [로스앤젤레스 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 4·29 폭동 8주년을 맞아 다인종간화합을 위한 권투대회가 열렸다. 재미대한권투협회(회장 정왕기·46)는 29일 오후 12시30분부터 LA 코리아타운 내샤토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인종화합 권투대회를 열어 아시아·흑인·중남미·백인계간의 우애를 다졌다. 올해로 여섯번째인 이날 대회에는 6∼33세 아마추어 권투선수 40여명이 지원,나이와 체중이 비슷한 10명이 5체급에서 자웅을 겨뤘으며 친지와 주민 100여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특히 81∼82년 WBC(세계권투평의회) 세계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을 지냈던 김철호(40·LA에서 개인사업)씨가 특별손님으로 초청돼 이목을 끌었다. 혼혈인 정회장은 “청소년들에게 체력단련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종간 화합을 다지는 계기로 삼기 위해 권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 프로농구 美서 트라이아웃

    ‘흑진주를 찾아라’-.프로농구 99∼2000시즌에 국내무대에서 뛸 외국인선수 트라이 아웃이 31일부터 3일동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다. 10개구단이 이번 트라이 아웃에서 선발할 선수는 모두 15∼16명.현대의 재키 존스와 조니 맥도웰,삼성 버넬 싱글튼,대우 카를로스 윌리엄스 등 4명은재계약이 확정됐고 LG의 버나드 블런트는 구단과 막판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6피트 9인치(205.74㎝) 이하의 장신 28명과 6피트 4인치(193.04㎝) 이하의단신 33명 등 모두 65명이 최종 참가할 예정. 고교시절 전미올스타에 뽑힌 슈팅가드 데이먼 플린트를 비롯해 한국계 혼혈센터 제로드 스티븐슨,3점슛이 좋은 파워포워드 브라이언 마일스,93년 시카고 불스에 드래프트됐던 앤더슨 헌트 등이 벌써부터 주목의 대상으로 꼽힌다. 또 에릭 이버츠(나산) 제이슨 윌리포드, 클리프 리드(이상 기아) 등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9명의 재지명 여부도 관심거리. 31·1일 이틀동안 6개팀으로 나눠 3차례씩의 연습경기를 가진 뒤 드래프트순위에 따라 지명한다.드래프트 순위는 98∼99시즌 정규리그 7∼10위에 1차라운드 1∼4위,1∼4위에 7∼10위가 배정되며 2차라운드는 1차라운드의 역순으로 진행된다.다만 SK는 재키 존스와 1차지명권을 맞바꾼 상태이기 때문에현대가 원하는 선수를 1차지명해야 한다. 오병남기자 obnbkt@
  • 책임감/유시왕 동서 경제연구소장(굄돌)

    미국의 마스터스 오픈 골프대회에서 혼혈흑인인 타이거 우즈가 압도적인 점수차로 정상에 올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런데 동료선수인 퍼지 조엘러가 사적인 자리에서 타이거 우즈에 대해 인종 편견적인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조엘러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공식사과를 했고 반성의 의미에서 다음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자숙하겠다는 책임있는 행동을 하여 많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비록 사소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이 양식있는 선진국민의 자세가 아닐까? 불행히도 요즈음 한국에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조차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않고 쉽게 번복한 뒤 구차한 변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한보사태와 관련하여 많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말을 책임지지 못했고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대기업체나 그들의 모임인 전경련도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을 느껴 위기극복에 매진하기보다는 정부에 책임을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가 높고 금융비용이 커서 기업의 경쟁력이 없다며 정부에 금리를 낮추기 위해 통화공급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한국의 연간 통화증가율이 선진국인 미국,일본의 6배가 넘고 경쟁국인 대만보다도 높은데 반해 기업체의 부채비율은 미국,일본,대만의 두세배 이상이 되어 기업들이 빚덩이에 앉아있고 물가도 통화증가율과 같이 우리가 가장 높은 나라인데도 통화를 더 풀어 빚을 더 얻어 쓰겠다하니 걱정이다. 하지만 기업체의 지나친 차입에 따른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와 기업체들의 부실한 투자로 인한 과다한 불량채권 발생이 고금리의 원인이란 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숙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겠다.
  • 기념공연 「혼자사는 세여자」 연습 구슬땀 원로배우 백성희씨

    ◎연극은 내 신앙… 영원한 현역으로 남을터”/한줌의 연기위해 우주만큼 생각해야/「나도 인간이…」 혼혈가수 나타샤역이 가장 인상적 『내일을 꿈꾸어도 오로지 무대만 보이고 어제를 뒤돌아 보아도 무대만 펼쳐져 있다』 원로연극배우 백성희씨(70).자신의 삶의 모든 것을 연극이라는 번제에 희생제물로 바쳐온 그는 요즘 어느 때보다 「현역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극을 신앙삼아 무대를 지켜오기 52년,연극인생 반세기를 넘긴 그앞에 자신을 위해 후배들이 정성을 담아 마련한 「백성희 연극인생 52주년 기념무대」가 놓여져 있기 때문이다.오는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될 「혼자 사는 세 여자」(이반 멘첼 작·정일성 연출)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는 백성희씨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나 보았다. ­이번 공연은 범 연극계가 뜻을 모아 축제형식으로 치러진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로 연극인생 52주년 기념공연을 갖는 소감은 어떤 것입니까. 『지난해 「노부인의 방문」공연 때부터 기념공연 얘기가 나왔습니다.하지만 저의 미욱하다할 정도의 고지식한 성격때문에 선뜻 수락을 못했죠.저를 핑계삼아 나른한 연극계에 한판 잔치를 벌여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이번에 용기를 내게 됐습니다』 ○43년 「봉선화」로 데뷔 ­국립극단 단장 재직중 「창작활성화 운동」까지 벌였는데 왜 하필 번역극을 올립니까 『적정인원과 예산에 맞는 소품을 찾다보니 불가피했습니다.다행히 이 작품이 동양적 정서를 바탕으로 중년여성의 새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하는 잔잔하고 재미있는 연극인 만큼 잔치분위기엔 썩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정통연극의 본류에서 점차 멀어져가는 「대학로연극의 슬럼화」경향에 우려를 표시하는 백씨는 이번 무대를 통해 중년관객들이 차분히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진정 어른스런 연극을 보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극의 세계에 입문하게된 어떤 극적인 동기라도 있었는지요. 『연극에 대한 제 동경심의 뿌리는 국민학교시절까지 맞닿아 있습니다.5학년땐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외삼촌이 일본 「일활소녀가극단」에서 발행하는 월간지를 한권 사다 주셨습니다.실크 해트에 연미복을 입고 파리풍의 춤을 추는 소녀가극단의 원색사진이 어찌나 멋있게 보였든지…저는 그때 3학년 때부터 가슴속에 묻어뒀던 「배우」라는 단어를 새로 발견했습니다』 ­그 무대배우에의 꿈은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를 만나 이루어지게 되었습니까. 『동덕여고 3학년때 신문에 난 「빅타무용연구소 단원모집」광고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한달음에 연구소로 달려갔고,5대1의 경쟁을 넘어 당당히 합격했죠.일활소녀가극단에 대한 환상만 없었어도 그 길로 달려가진 않았을 거예요.결국 월간지 한쪽이 제 인생을 바꾸어 놓은 셈입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양반집 규수가 연극을 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본격적인 연극활동은 언제부터였습니까. 『「빅타무용연구소」에 들어간 이듬해 어쩌다 대역으로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의사당)무대에 선 것이 인연이 돼 43년 극단 현대극장에 정식 입단하게 됐습니다.데뷔작은 함세덕 작·유치진 연출의 「봉선화」였어요.무명의 신인이 일약 주인공을 따내 화제가 됐었죠.아버님의 호된 반대로 사흘씩이나 앓아 누운 끝에 얻은 자리라 더욱 값진 것이었습니다』 ­『결혼을 잘한 덕분인지 연극을 시작할 때는 힘들었지만 그 이후로는 연극이외의 문제로 고통받지 않았다』고 언젠가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결혼생활에 대해 말씀좀 해주시죠. 『지난 44년 열아홉살 되던 해 소설가 나도향의 친동생인 나조화씨(66년 작고)와 결혼했습니다.저보다 열네살 연상인 남편은 배재고보,연희전문을 거쳐 일본대 창작과를 나온 희곡작가로 한때 야구선수로 활약한 적도 있어요.바깥 양반은 저의 연기스승이자 후원자,평론가였으며 지금도 영원한 정신적 귀의처입니다』 ­부군은 퍽이나 다감한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제가 먼저 집에 돌아와 대본을 읽고 있다가 그분이 들어오는 기척이 나 뛰어나가 맞으면 그분은 극구 말리곤 했어요.그냥 계속 대본을 보라는 거죠.당신은 늘 연극에만 신경쓰라고 다독거렸고,저는 마음놓고 연극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스승·후원자 ­데뷔이래 4백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배역은 무엇입니까. 『유치진 선생이 직접 쓰고 연출하신 반공극「나도 인간이 되련다」(57년 작)를 단연 대표작이자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들고 싶어요.서울 토박이인 제가 맡은 역은 거센 함경도 사투리를 쓰는 혼혈 여가수 「나타샤 김」인데 너무 추해 최은희씨도 황정순씨도 모두 거절했던 역이죠.말로만 듣던 러시아 「꽃박춤」을 배우느라 했던 고생은 또 어땠구요.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72∼75년,90∼93년 두차례에 걸쳐 국립극단 단장직을 맡으셨습니다.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사실 두번이나 사표를 썼었습니다.무대에만 몰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행정가보다는 순도 높은 무대예술인으로 남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연극단체장은 되도록이면 추대형식으로 뽑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배우에게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고 합니다.자신을 작중인물화하는 배우와 작품속의 인물을 자기화하는 배우중 어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작중인물을 자기화해 스타로서의 개성을 떨치는 것도 좋지만 저는자신을 작중인물화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전 배역을 맡으면 제자신을 철저히 지워버리는 일부터 합니다』 ­연극배우 백성희를 압축하는 말로 태강즉절이란 표현을 종종 씁니다.너무 대가 강해 꺾어지기 쉽다는 뜻일 텐데요. 『일면 수긍이 갑니다.고집스러움 없이 어떻게 「냉정한」연극무대를 50년넘게 외곬으로 지킬 수 있었겠어요.시류를 외면하고 하고싶은 연극만 한다해서 가끔씩 「외계인」「탱크」라는 소리도 듣습니다』 ○외계인·탱크 별명도 ­연극배우로서 갖춰야 할 이상적인 조건과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확한 대사와 치밀한 동작,폭넓은 연기와 성실성을 우선 꼽고 싶습니다.모래알 만큼의 연기를 위해서도 우주만큼의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 연극인만큼 연극배우에게는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본명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부모님이 본래 지어주신 이름은 이어순이입니다.백성희는 예명으로 신극운동의 선구자이셨던 서항석 선생이 붙여주셨어요』 ­고희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몸매)유지 비결이라도 있는지요. 『요가를 응용해 제가 직접 개발한 자리운동(일종의 맨손체조)을 수십년째 아침마다 30분씩 해오고 있어요.배우는 몸이 바로 예술의 도구인 만큼 끊임없이 다듬고 단련해야 합니다』 그는 지금도 자신이 주연한 연극「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새털같이 가벼운 여자 블랑시에 손색없는 24인치의 허리와 여전히 낭랑한 미성을 뽐내고 있다. ­은퇴시기는 언제쯤…. 『그런 말 하지 마세요.지팡이를 짚고라도 언제까지나 무대에 서고 싶거든요』 무대이외의 삶이란 없고 연기가 생리처럼 돼버려 오히려 연극을 안하고 있으면 불편을 느낀다는 「영원한 현역」백성희씨.그는 현재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조그만 빌라에서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외아들 결웅(50)씨 내외와 함께 결곱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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