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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뇌염 매개 ‘작은빨간집모기’ 발견

    일반뇌염 매개 ‘작은빨간집모기’ 발견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가 울산에서도 발견됐다. 울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22일 실시한 ‘모기 밀도 조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작은빨간집모기를 발견했다고 25일 밝혔다. 올해 발견 시점은 지난해 5월 27일보다 한 달가량 늦다. 이 모기는 논이나 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며 암갈색 작은 몸집을 가졌다. 이 모기에 물리면 대부분 사람은 무증상이지만, 극히 일부는 고열, 두통, 경련, 혼수상태 등 급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 이하 아동은 표준 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예방 접종하고 야외활동 시 기피제 사용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는 지난 3월 24일 제주와 전남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확인됐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북에 갔다 사망한 웜비어 3주기에 어머니 “변한게 없어”

    북에 갔다 사망한 웜비어 3주기에 어머니 “변한게 없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고 압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디 웜비어는 이날 웜비어 사망 3주기를 맞아 미국 비정부기구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오토가 죽은 지 3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날 미 상원이 웜비어 사망 3주기 추모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데 대해 “그들은 오토를 잊지 않고 북한의 인권 부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전날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결의안은 웜비어의 죽음과 관련해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미국이 지속해서 북한의 인권 유린 행위를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 및 금융기관이 미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한 ‘웜비어법’ 등 대북 제재는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실험의 검증가능한 중단을 약속하고 미 정부를 포함한 다자간 회담에 합의할 때까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디 웜비어는 정체 상태인 북미 외교와 관련해 “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웜비어의 부모는 지난해 9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만찬을 가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그건 나를 화나게 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지성호 통합미래당 국회의원은 전날 서울에서 열린 웜비어 3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며 “오토 웜비어는 북한 정권의 무도함과 잔인함의 실상을 온 세상에 알린, 투사와도 같은 마지막 삶을 살았다”며 “부검 결과 장기간 뇌에 산소‧혈액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밝혀져 북한 정권의 고문 가능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 여행을 갔다 2015년 12월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17개월 동안 억류됐던 웜비어는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2017년 6월 19일 사망했다. 지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더 노력해 달라”고 부탁하며 아들의 유품인 넥타이를 선물로 준 웜비어 부모를 기억한다며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다짐했다. 웜비어 3주년을 맞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무부가 아닌 개인 트위터 계정에 추모 글을 올렸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트위터에 ‘잊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신인선 신곡 ‘신선해’ 대기업 홍보송으로…‘트로트 대세’ 입지 굳힌다

    신인선 신곡 ‘신선해’ 대기업 홍보송으로…‘트로트 대세’ 입지 굳힌다

    가수 신인선이 최근 발표한 신곡 ‘신선해’가 대기업 홍보송으로 낙점되며 트로트 대세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속사 빅컬쳐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신인선이 지난 11일 발매한 신곡 ‘신선해(fresh)’는 한화생명 사내 홍보곡으로 사용됐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신선해’의 밝은 기운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것. ‘신선해’는 ‘신선해 신선해 신선해’가 반복되는 쉬운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와 CM송으로 제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신인선은 자신의 곡 ‘신선해’가 공개되자마자 대기업의 홍보송으로 발탁돼 감회가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한편 신인선은 지난 11일 신곡 ‘신선해’를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곡 5장르라는 독특함을 매력으로 한 ‘신선해’는 영탁의 ‘찐이야’, 박현빈의 ‘샤방샤방’, 송가인의 ‘서울의 달’ ‘가인이어라’, 김호중의 ‘나보다 더 사랑해요’ 등을 히트시킨 플레이사운드의 작곡가 김지환과 알고보니혼수상태의 곡이다. 신인선은 오는 7월에는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에 합류해 뮤지컬 배우로서도 활약을 펼칠 계획이다. ‘모차르트!’에서 신인선은 오페라 ‘마술피리’의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며 배우이자 프로듀서인 다재다능하고 매력 넘치는 엠마누엘 쉬카네더 역을 맡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태, 댄스 트로트로 여름 달군다

    ‘최장수 혼성그룹’ 코요태, 댄스 트로트로 여름 달군다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으로 불리는 코요태(김종민, 신지, 빽가)가 신곡을 들고 여름 가요계에 출격한다. 소속사 KYT엔터테인먼트는 코요태가 오는 20일 오후 6시 신곡 ‘히트다 히트’를 발매한다고 19일 밝혔다. 이 곡은 1980년대 롤러장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댄스 트로트 곡으로, 신나는 드럼 비트와 신스 사운드로 듣는 흥을 돋울 예정이라고 소속사는 소개했다. 영탁의 ‘찐이야’, 박현빈의 ‘샤방샤방’ 등을 만든 작곡팀 플레이사운드 소속 작곡가 김지환, 알고보니혼수상태, 진실이와 ‘코러스계 대모’ 김현아가 작업에 참여했다. 1998년 데뷔한 코요태는 20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가요계 대표 혼성 댄스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신나고 경쾌한 한국형 댄스 음악으로 사랑받으며 ‘순정’, ‘만남’, ‘파란’, ‘실연’ 등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이번 신곡은 지난해 2월 낸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리본’(REborn)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섭씨 40도 넘는 혹서에 반려동물 ‘입원행렬’

    [여기는 베트남] 섭씨 40도 넘는 혹서에 반려동물 ‘입원행렬’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28년 만에 최장의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열사병에 걸린 반려동물들이 동물 병원에 몰리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는 5월 말부터 하노이의 기온이 치솟기 시작해 최근에는 섭씨 40도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밤에도 28도 이상의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낮에는 체감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돈다. 이는 1993년 이후 최장의 고온 현상을 기록한 것으로 이로 인해 애꿎은 반려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반려견들은 코피를 흘리거나 호흡곤란, 사지 경련 등의 증세를 보이는데,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한 에어컨이 켜진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산책하러 외출하면서 갑자기 고온에 노출되면서 호흡기 염증을 일으키는 반려견도 늘고 있다. 이처럼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하루 50~60마리의 반려동물이 병원에 입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 병원에 입원한 반려동물들은 정맥(IV)주사를 맞고 휴식을 취하면 증세가 호전된다. 한 반려견 주인은 “강아지가 열사병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3일 입원 후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전했다. 일부 반려동물 주인들은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털을 바싹 깎아 주는데, 이로 인해 애완 미용실도 때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월드피플+] 전신 85% 화상 입은 여성, 초상화 사진 공개… “나를 위한 큰 발걸음”

    [월드피플+] 전신 85% 화상 입은 여성, 초상화 사진 공개… “나를 위한 큰 발걸음”

    전신 80% 이상에 화상을 입고 흉터를 안은 채 살아가는 한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의 초상화 사진을 공개했다.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53세 여성 캐롤 메이어는 20년 전 집에 발생한 화재로 생명이 위중할 정도의 화상을 입었다. 당시 의료진은 메이어의 전신 85%가 불탔고, 목숨을 건진 확률은 50%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후부터 이 여성은 매 순간 목숨을 건 삶을 살아야 했다. 흉측하게 타버린 피부와 머리카락, 미소지으려 할수록 일그러지는 얼굴을 받아들이기까지, 숱한 죽음의 유혹이 잇따랐다. 게다가 메이어는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자신의 고향에서 열린 미인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기에, 지난 20년간 타인의 시선만큼이나 뾰족하고 아픈 마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봐야 했다. 8주가 넘는 시간 동안의 혼수상태, 이후 100회가 넘는 수술을 받는 동안 그녀는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했고, 결국 이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 변함없이 그녀를 지지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받아온 심리치료 덕분이었다. 메이어가 이번에 공개한 작품은 화상으로 얼룩진 자신의 피부를 모두 내보인 누드 초상화 사진이다. 그녀는 “화상의 기억과 흉터, 고통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면서 “처음에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졌고, 결국 결의와 결단력으로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을 공개할 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2011년 당시 처음으로 메이어에게 초상화 사진을 제안한 것은 호주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의 사진작가 브라이언 캐시였다. 브라이언은 그녀가 보인 삶에 대한 의지와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을 찍길 원했고, 메이어는 ‘나를 위한 큰 발걸음’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허락했다. 최근에는 타 버린 머리카락과 울퉁불퉁해진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난 초상화 사진을 공개했고, 이 사진은 호주와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극찬을 받았다. 메이어는 브라이언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뒤, 옷을 벗는 것보다 머리띠를 벗어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한 그녀는 “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브라이언은 “비슷한 사고로 화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실제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작품 배경을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취중생] “도장 찾았다”…그 뒤로 할머니 전재산이 빠져나갔다

    [취중생] “도장 찾았다”…그 뒤로 할머니 전재산이 빠져나갔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임을 내세우며 할머니들을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 광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공익제보한 직원들 일동)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나눔의 집 시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법령상 노인주거복지시설입니다. 그동안 나눔의 집 시설과 이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나눔의 집 법인)은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했습니다. 나눔의 집 법인에 지난해 모인 후원금만 약 26억원입니다. 매달 2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한 후원금이지만, 나눔의 집 법인과 시설이 후원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쓰지 않은 사실이 직원들의 공익제보를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출근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 스님의 급여로 5300만원이 후원금에서 지급됐고, 자산취득비로 사용할 수 없는 후원금 6억원이 토지 취득비로 쓰였습니다. 시설의 후원금 관리는 부실했습니다. 후원자에게 후원금 수입 및 사용 내역을 통보하지 않았고, 후원금 수입·사용 결과서를 법인·시설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나눔의 집 시설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라온 연도별 후원금 사용 내역을 봐도 각 지출 항목별로 후원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만큼 사용됐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또 나눔의 집 시설은 할머니들의 생신축하금, 추가 부식비, 명절위로비 등으로 사용돼야 할 보조금을 상하수도요금으로 지출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조금 전체 예산 약 3억원 중 0.3%의 비율에 불과한 할머니들의 위로금마저 할머니들에게 모두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법인 운영도 문제입니다. 후원금 모집 계좌 총 19개 중 6개가 개인 계좌였습니다. 나눔의 집 법인은 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운영하면서 입장료 등의 수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관청인 광주시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역사관 입장료·판매 수입만 약 7643만원입니다.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비영리법인은 법인의 설립 목적에 반하지 않는 정도의 사업을 위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수익사업을 통해 거둬들인 돈은 그 수익사업에 재투자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수익사업을 주무관청에 알리지 않으면 그 수익사업으로 거둬들인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할머니들 기부약정서 위조 정황 이게 끝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는 나눔의 집 시설 운영진이 할머니들의 기부약정서를 위조한 정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경찰은 현재 이 기부약정서 위조 정황에 대해 내사(수사개시 전 단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7일 김대월 나눔의 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전직 사무국장 책상 서랍에서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서류를 발견합니다. 전직 사무국장은 후원금을 횡령한 정황이 발견된 지난해 10월부터 시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김 실장이 발견한 문서는 고 김화선(2012년 6월 별세·86) 할머니와 고 배춘희(2014년 6월 별세·91) 할머니 이름으로 작성된 기부약정서였습니다. 시설에서 20년 가까이 할머니들을 간호한 원종선 간호사조차 그 문서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이 중 김 할머니의 약정서를 보겠습니다. 작성 날짜는 2011년 10월 1일로 적혀 있습니다. 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약 8개월 전입니다. 할머니의 자필 서명 없이 도장만 찍혀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화선은 2011년 10월 1일부로 가지고 있는 전재산(예금통장, 적금통장, 현금, 생활용품, 기타)을 나눔의 집에서 추진하는 김화선 인권센터 건립 기금과 추모관 건립 기금으로 전액 기부합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생전에 나눔의 집 시설에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말을 하거나 그런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 공익제보 직원들의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할머니 개인 통장에 있던 돈 약 6046만원이 ‘국제평화인권센터’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 계좌에 2012년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입금됐습니다. 이 통장은 전직 사무국장이 관리했습니다. 그리고 전직 사무국장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개인 통장과 개인 도장을 시설 사무실 내 자신의 책상 서랍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약정서가 발견된 바로 그 서랍입니다. 공익제보 직원들은 김 할머니 건강이 좋지 못해 이런 기부를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 할머니 건강상황 일지를 보면, 김 할머니는 전부터 고혈압, 당뇨, 천식, 관절염, 근육통 등의 여러 질환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 할머니는 2010년 치매 진단을 받습니다. 김 할머니의 2011년 6월과 9월 병원 일반진단서를 보면 병명 기입란에 ‘알츠하이머형의 노년성 치매’라고 적혀 있습니다. 약정서가 작성된 2011년 10월 1일 전의 일입니다. 당시 할머니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렵고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밤에 자고 일어나시면 ‘밤에 남자 둘이 창문 넘어 들어와서 내 옷을 다 훔쳐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반혼수상태일 때도 있으셨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식사를 잘 못 드셨어요. 입으로 식사를 못 하셔서 비위관(L-tube·코를 통해 식도를 거쳐 위 속으로 삽입하는 유연한 고무 또는 플라스틱 관)을 삽입해서 음식을 드셨고…. 돌아가시기 전에 약 1년 6개월 동안은 비위관을 사용하며 생활하셨어요. 침상에 누워서 지내셨고. 워낙 몸이 약하셨기 때문에 병원에 갈 일도 많았고, 중환자실이랑 응급실을 오가며 입원 치료를 많이 받으셨죠. 전반적으로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셨어요.” (원종선 간호사)경찰 ‘약정서 위조’ 내사 진행 중 김 할머니는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던 2012년 6월 13일 오후 8시 25분쯤 별세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쯤 전직 사무국장이 당시 병원에서 할머니 장례 준비를 하고 있던 원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 도장 가지고 빨리 (나눔의 집 시설) 사무실로 와달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원 간호사는 연락을 받고 나눔의 집 시설로 향했습니다. 사무용 책상 서랍에 있는 막도장을 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막도장은 여성가족부에서 할머니들에게 지원하는 간병비를 신청할 때 사용하는, 즉 할머니 개인 도장이 아니라 간병비 신청 서류에 사용하는 도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원 간호사가 나눔의 집 시설로 가는 중에 전직 사무국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 ‘할머니 도장 찾았으니까 다시 병원에 돌아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9일 뒤인 2012년 6월 22일 김 할머니 이름으로 ‘국제평화인권센터’ 통장에 5937만 8279원이 입금됩니다. 약 한 달 뒤인 2012년 7월 20일에는 김 할머니 이름으로 108만 7950원이 입금됩니다. 합하면 약 6046만원입니다. 공익제보 직원들은 김 할머니뿐만 아니라 배 할머니의 기부약정서도 위조됐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직원들은 “배 할머니의 약정서가 작성된 2014년 4월 10일은 할머니가 119를 불러 요양병원에 입원한 날”이라면서 “할머니가 기부약정서를 작성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약정서 위조 정황과 관련해 직원들이 따로 수사기관에 고발한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진상을 확인할 가치가 있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현재 이 사건 내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원 간호사와 김대월 학예실장에게 할머니들 이름으로 작성된 기부약정서를 발견한 시점과 약정서 작성 시점 당시 할머니들의 건강 상태 등을 묻는 등 약정서 위조 정황과 관련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경찰 내사 처리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내사 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내사를 종결하고 수사를 개시해야 합니다.나눔의 집 법인 ‘책임 회피’ 비판 김 실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눔의 집을 할머니와 국민 품으로 되돌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김 실장은 이 글을 통해 평소 나눔의 집 법인 이사진과 시설 운영진이 할머니들의 건강과 생활복지 증진, 복리후생 등에 관심이 없었고, 후원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수십억원의 토지를 구매하거나 법인 이사장 자서전 구입 비용 등으로 지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국민신문고 민원 등을 통해 나눔의 집 법인·시설 운영상의 문제점을 알리자 나눔의 집 법인이 시설 직원 2명을 새로 채용해 나눔의 집 시설 회계를 관리한 전직 사무국장 사무실 책상을 가져갔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또 “지난 3월 10일부터 직원들이 국무총리실, 여성가족부, 경기도, 경기 광주시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서류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직원들은 구체적인 증거와 관련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은 그 자료들은 가져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드러난 문제점들은 나눔의 집 법인이 단순히 시설장 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일 이사회를 열어 정관과 운영규정을 개정하기로 했지만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에 대해 법인 이사회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 법인 정관에 할머니들의 건강 유지와 복시 사업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것도 법인 이사회 책임입니다. 그리고 시설로부터 사업 보고 및 세입·세출 보고를 받는 법인 이사회가 그동안 나눔의 집 시설에 할머니들의 신체·정신건강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법인 이사회가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나눔의 집에 후원한 시민들이 나눔의 집 법인을 상대로 후원금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만큼 국민들이 느낀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나눔의 집 시설이 정말로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시설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과 비판이 동시에 필요할 때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쓰레기” 폭언·‘커튼봉’ 폭행… 경비원 현실은 더 비참했다

    “쓰레기” 폭언·‘커튼봉’ 폭행… 경비원 현실은 더 비참했다

    분리수거 지적에 문구용 칼로 위협받아 층간소음 불만 주민에 폭행당해 사망도 재판에 넘겨진 13건 중 실형 선고 3건뿐주민과의 위계 관계·고령 탓에 피해 노출 경비원 때린 주민 출국금지… 소환 예정“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임시 계약직 노인의 삶을 다룬 ‘임계장 이야기’ 저자 조정진(63)씨가 경비원 일을 하면서 관리소장에게 들은 말이다. “나는 인간 대접을 받자고 이 아파트에 온 것이 아니다”라며 체념하자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는 조씨의 고백은 경비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꼬집는다. 최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최모(59)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주민 갑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서울신문은 경비원이 경험하는 주민 갑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 확정된 관련 사건 판결문 13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폭행·상해·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주민 중 실형이 선고된 건 3명뿐이었다. 나머지 10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대다수 경비원은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해고가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임계장’들은 경비원으로서 마땅히 할 업무를 했을 뿐인데도 불만을 품은 주민들에게 갑질 피해를 입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A씨는 2018년 2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주민에게 “커튼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가 1m짜리 커튼봉으로 머리를 맞았다. 그러고도 분을 이기지 못한 주민은 문구용 칼을 집어 들고 A씨의 얼굴을 수차례 위협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또 다른 경비원 B(65)씨는 순찰을 돌던 중 술에 취해 1층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는 주민을 발견해 다가갔다가 “××새끼야, 빨리 문 열라”는 욕설을 들었다. “왜 욕을 하느냐”고 따지자 주민은 되레 B씨의 얼굴과 머리를 123회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전치 4주의 상해 피해가 발생했지만 가해 주민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경비원 대다수는 신체적·정신적 위협에 더 취약한 60~70대 고령자이지만 입주민과의 뚜렷한 위계 관계로 인해 쉽게 폭언과 폭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C씨는 2018년 10월 특급우편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이 들어 가지고 명태 눈깔이 돼 글도 모르나. 쓰레기보다 못한 경비××야” 등의 폭언을 들었다. 그는 주민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지만 처벌은 벌금 80만원형에 그쳤다. 층간소음 문제를 겪던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죄 없는 경비원이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 주민 최모(47)씨는 수년간 층간소음 민원 문제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2018년 10월 술에 취해 경비실을 찾아 경비원 D(당시 71세)씨를 넘어뜨린 뒤 머리를 발로 밟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D씨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다음달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지난 2월 상고심에서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한편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0일 숨진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최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주민을 전날 출국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쓰레기만도 못한 경비XX”… 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쓰레기만도 못한 경비XX”… 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판결문 속 ‘임계장’ 경비원 갑질 백태최근 2년간 관련 사건 13건 재구성“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임시 계약직 노인의 삶을 다룬 ‘임계장 이야기’ 저자 조정진(63)씨가 경비원 일을 하면서 관리소장에게 들은 말이다. “나는 인간 대접을 받자고 이 아파트에 온 것이 아니다”고 체념하자 비로소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는 조씨의 고백은 경비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꼬집는다. 최근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경비원 최모(59)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주민 갑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2일 서울신문은 경비원이 경험하는 주민 갑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최근 2년간 확정된 관련 사건 판결문 13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폭행·상해·모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 주민 중 실형이 선고된 건 3명 뿐이었다. 나머지 10명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대다수 경비원은 억울한 일을 겪어도 해고가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임계장’들은 경비원으로서 마땅히 할 업무를 했을 뿐인데도 불만을 품은 주민들에게 갑질 피해를 입었다.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경비원 A씨는 2018년 2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주민에게 “커튼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가 1m짜리 커튼봉으로 머리를 맞았다. 그러고도 분을 이기지 못한 주민은 문구용 칼을 집어들고 A씨의 얼굴을 수차례 위협했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또다른 경비원 B(65)씨는 순찰을 돌던 중 술에 취해 1층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는 주민을 발견해 다가갔다가 “XX새끼야 빨리 문 열어라”는 욕설을 들었다. “왜 욕을 하느냐”고 따지자 주민은 되레 B씨의 얼굴과 머리를 123회 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전치 4주의 상해 피해가 발생했지만 가해 주민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경비원 대다수는 신체적·정신적 위협에 더 취약한 60~70대 고령자이지만, 입주민과의 뚜렷한 위계 관계로 인해 손쉽게 폭언과 폭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해 주민들은 주차 문제나 배송 문제 등 아파트 단지 내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 책임을 경비원에게 돌렸다. 부산 북구의 아파트 경비원 C씨는 2018년 10월 특급우편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이 들어가지고 명태 눈깔이 되어 글도 모르나. 쓰레기보다 못한 경비XX야” 등 폭언을 들었다. 그는 주민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지만 처벌은 벌금 80만원형에 그쳤다. 층간소음 문제를 겪던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죄 없는 경비원이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서울 홍제동의 아파트 주민 최모(47)씨는 수년간 층간소음 민원 문제로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2018년 10월 술에 취해 경비실을 찾아 경비원 D(71)씨를 넘어뜨린 뒤 머리를 발로 밟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D씨는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혼수상태에 빠져 다음달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지난 2월 상고심에서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미국 법원, 웜비어 부모에 은행 보유 북한 2천만달러 공개 허가

    미국 법원, 웜비어 부모에 은행 보유 북한 2천만달러 공개 허가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국 후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의 부모가 미국 법원으로부터 북한 관련 자금 2379만달러(약 291억원)의 정보를 공개 허가를 얻어냈다. 5억114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은 웜비어 가족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2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은행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뉴욕멜론에 대해 보호명령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보호명령은 은행들이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고객 비밀 누설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치다.앞서 웜비어씨의 어머니는 지난 8일 법원에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했다. 요청서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는 대북 제재법에 의거해 동결된 북한 자산 1757만 달러를 보유 중이고 웰스파고는 동결자금 294만달러와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법 위반 자금 7만달러 등 301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뉴욕멜론에는 모두 321만 달러가 명시됐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들이 재무부에 의해 동결된 북한 자금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웜비어 가족이 자동적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자금이 이체될 때 제3자 개입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웜비어씨는 2016년 북한을 여행하던 중 선전물을 훔치려한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017년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온 지 엿새만에 사망했다. 웜비어 부부는 지난 2018년 아들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5억114 달러의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역병과 정치에 염증난 조선 선비의 자가격리

    역병과 정치에 염증난 조선 선비의 자가격리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감염을 극복할 근본 해법은 아직 없다. 물리적 거리두기로 전염 속도를 줄이는 것이 유일하다. 300년 전 더 참혹한 역병 속에서 한 지식인은 반생의 노력으로 안전하고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치사율 30% 넘는 역병에 정중기가 택한 방역법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은 무릉도원으로 불릴 정도로 이상적인 영일 정씨들의 씨족마을이었다. 1719년 이 지상 낙원을 전염병 두창이 휩쓸었다. 두창은 천연두의 옛 이름으로 전염력이 강하고 치사율이 30%를 넘으며, 회복되더라도 피부가 얽어 곰보가 되는 무서운 역병이었다.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니 두창 여신을 ‘별성마마’라고 극존칭으로 대접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라의 선덕왕도 앓았으니 역사가 오래됐고, 청나라 황제 강희제도 앓았다니 국제적인 역병이었다. 조선의 숙종도 감염돼 한때 혼수상태로 위중했다니 귀천도 가리지 않았다. 선원마을의 유지, 35세의 선비 정중기(1685~1757)는 이때의 두창으로 부친을 잃었고, 그 전해에 모친도 잃었다. 부모 봉양을 위해 과거시험도 거부했던 정중기는 절망에 빠졌다. 이제 선원동은 부모를 앗아간 상실의 땅이며, 언제 역병에 걸릴지 모르는 위험 지역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피두지’가 지금의 삼매리, 매곡이었다. 이곳에 간소(艮巢)라는 서재를 짓고 틈틈이 머물며 공부했다. ‘간’이란 주역 팔괘 중 하나이며, ‘소’란 나무에 얼기설기 지은 둥지를 뜻한다. 소박한 초가였지만 철학적 의미를 지닌 만만찮은 집이었다. 43세에 과거에 응시해 장원급제, 수석으로 합격했다. 곧바로 등용돼 고향을 떠나 벼슬길에 올랐다. 그러나 세속은 꽃길이 아니었다. 그는 워낙 출세와 성공 따위에 초연한 성품이었다. 기뻐해야 할 출발 길부터 “원래 얻고 잃음은 모두가 운명이기에/ 어느덧 마음속에 생각이 아득해지네” 하며 마땅찮아 했다. 당시 정계는 노론의 세상이었고, 그가 속한 영남 남인들은 소외된 재야 세력이었다. 나이 많고 꼿꼿한 신참 비주류 선비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계에서 버티려니 험한 자갈길에 아득할 수밖에 없었다. 46세에 관직을 사양하고 잠시 낙향했다. 이듬해 선원동을 비롯한 경상도 일대에 천연두가 더 심각하게 창궐해 정중기의 사촌과 친아우들이 목숨을 잃었다. 실의 속에서 다시 벼슬길로 떠났다가 결성현감을 끝으로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56세 때 고향인 선원동을 아우 중보에게 넘겨주고 아예 매곡으로 이주하게 된다. 장자로서 말년에 고향을 떠나 오지로 가는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했다. 친척은커녕 인적조차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첩첩산골에 그만의 세계를 꾸준히 만들어 나갔다. 64세에 오록서당을 건립해 후학을 길러내고, 68세에 멋진 산수정을 지었다. 간소 자리에 살림집을 새로 짓다가 세상을 떴고, 아들 일찬이 완공한 집이 바로 지금의 매산고택이다. 참혹한 전염병과 지저분한 세속을 피하기 위한 정중기식 거리두기는 멀리 떠나서 새로운 낙원을 만드는 일이었다.●정중기와 후손이 120년 4대에 걸쳐 이룩한 매화골 매곡, 매화의 골짜기는 선원동으로 이어지는 선원천의 상류에 자리한다. 도가나 선가에서 상류란 미지의 근원을 뜻한다. 마치 시냇물에 흘러 내려온 복숭아 잎을 보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신선들의 도원을 발견했듯이. 영천의 주산인 보현산이 흘러 기룡산에 이르고 그 지맥이 매곡에 이른다. 정중기는 이곳을 겹겹이 싸인 산과 돌아 흐르는 시냇물 사이에 우묵하게 들어간 곳이라 했다. 풍수가들은 ‘매화낙지형’이라 하여 뒷산이 매화나무이며 그 가지가 늘어진 곳이 마을 자리라 한다. 둥글한 앞산 봉우리들은 매화를 향해 날아드는 나비 형상이다. 매화가지 끝에 간소를 짓고, 나중에 매산고택을 증축해 꽃을 피웠다. 앞산에 정중기는 산수정을, 후손들은 산천정을 지어 한 쌍의 나비를 완성했다. 후대에 다른 매화가지에 향양정을 지어 매화골을 완성하게 된다. 120년 4대에 걸친 노력의 결과였다. 정중기는 자신의 호를 매산으로 지을 정도로 매화를 사랑했다. 매화는 사군자 중 으뜸으로 강인한 기품과 고결한 향기를 상징한다. “매화는 은둔하고 낙향하는 선비를 위한 나무다. 도시보다는 시골의 나무이며, 젊은이보다는 명상의 맛을 아는 중년에 어울린다.” 마치 정중기에 맞춘 것 같은 이 비평은 그보다 350년 전 정도전이 쓴 글이다. 매곡이야말로 매화 마니아를 위해 준비해 둔 땅이었다. 그리고 그와 후손들은 매화 동산을 훌륭하게 가꾸었다. (실물 매화는 드물고 풍수적 상징이다.) 정중기가 태어나고 자란 선원마을에 조카 일룡이 건립한 연정고택이 있다. 연정고택은 4동의 독립건물이 모여 마당을 감싸는 ‘튼ㅁ자집’이다. 별당인 연정도 본채와 떨어져 있다. 또한 건물들은 나지막하게 땅에 붙어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다.반면 매산고택은 건물이 모두 하나로 이어진 ‘막힌ㅁ자집’이다. 높은 축대 위에 누마루 사랑채와 2층 안채를 세웠다. 전체적으로 수직적이며 폐쇄적이다. 사촌 간인 두 집은 8㎞ 남짓 거리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매산고택의 폐쇄성은 격리와 보호를 위함이고, 수직성은 펼쳐진 자연을 음미하기 위함이다. 정중기의 건축관과 자연관이 강하게 반영된 집이다. 균형 잡힌 형태와 날렵한 누각형 사랑채 등, 가장 아름다운 살림집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맞은편 절벽에 지은 산수정의 의미는 더욱 명확하다. “우뚝 솟은 청산은 천년의 빛이요/ 길게 달리는 벽간은 만리를 흐르는 소리다/ 자연의 물상을 관찰해 인과 지의 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산과 물이란 인(仁)과 지(智)의 상징이다. 논어에 “인자한 이는 산을 즐기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즐긴다”고 했다. 3칸 정자는 절벽에 반쯤 걸려 뒷면에서 출입한다. 1층 집인 줄 알고 들어오면 툭 터진 산수의 경관이 펼쳐진다. 대청 양옆의 방 이름은 인수재와 지급재다. 산수정이란 인과 지의 집으로, 자연과 인문학이 하나가 된 철학적 정자다.●그때도 지금도 거리두기와 희망만이 치료제 1347~1350년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해 인구의 3분의1 정도가 죽었다. 페스트의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었다. 단지 온몸이 시커멓게 굳으며 죽는다고 흑사병이라는 이름만 붙였다. 믿었던 교회가 알려준 치료법이란 비둘기 피 바르기, 담배 피우기, 피 뽑기 등으로 흑사병마를 몰아내는 정도였다. 인문주의자 보카치오가 발견한 최상의 방법은 격리와 피신, 그리고 이상향의 희망이었다. 그의 소설 데카메론은 피렌체 교외 피에솔레의 고립된 별장에 남녀 10명이 피신해 10일 동안 풀어놓은 100개의 이야기다. 데카메론 에피소드 중에 이상적인 정원들이 종종 등장한다. 둘째 날 이야기 무대인 빌라 팔미에리의 레몬 정원을 지상 천국으로 묘사했다. 사방이 담으로 막히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그리고 향초와 약초가 있는 치유의 장소다. 생지옥 같은 도시를 탈출한 피난자들이 갈구하는 이상적인 빌라와 정원이었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천연두의 원인과 치료법을 몰랐다. 기껏 치료법이란 제사와 성생활을 금지해 별성마마를 공손히 모시는 수준이었다. 1721년 전국적인 천연두 감염 앞에서 국왕 영조는 “전염은 거센 불길 같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예전의 처방이 전혀 없고 의원조차 어떤 증상인지 모른다”고 한탄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맑은 정신을 가진 정중기는 안전한 골짜기로 떠나는 것만이 근본적인 대책임을 알았다. 일시적 피난이 아니라, 아예 마을을 새로 만들고 정착해 후손들까지 보호하려 했다. 집안의 아우 정윤문 역시 역병을 피해 남쪽으로 잠시 대피하려 하자 이렇게 조언했다. “임시로 피하는 것보다 인근 길지를 찾아 한 마을을 만들고 굳건히 대대로 사는 것이 낫다.” 뚜렷한 봉우리가 없는 매곡 같은 지형은 재복이 머물지 않고 흘러나간다고 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겹겹이 싸여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천혜의 격리지이다. 임진왜란 때 여기에 성곽을 쌓고 영천고을의 피란처로 운영한 적도 있었다. 정중기는 이러한 지리적 장점 때문에 매곡을 택했다. 풍수적 단점이란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어서, 지속적인 건축과 조경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건축과 철학적 의미 부여를 통해 매화가지로 나비가 날아드는 치유의 낙원을 만들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었던 암울한 시대에 가능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격리와 거리두기, 그리고 새로운 희망만이 백신이자 치료제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트럼프의 친구 체라 코로나19로 운명, 브리핑 불참 이유?

    트럼프의 친구 체라 코로나19로 운명, 브리핑 불참 이유?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이며 부동산 개발업자로 대통령 선거 때 기부도 많이 한 스탠리 체라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체라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숨진 것으로 뉴욕 부동산 업계 소식을 다루는 ‘더 리얼 딜’이 처음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친구 한 명이 의식을 잃고 많이 아프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체라였던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체라가 창업한 크라운 애퀴지션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으며 고인의 나이는 70대 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의 한 관리도 12일 체라가 숨진 것이 맞고 대통령과 친구 사이인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 도중 “친구 한 명이 병원에 갔는데 나보다 나이가 더 많다.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하지만 그는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날 병원에 갔다가 혼수상태로 유도됐다. 그는 잘 이겨내지 못했다. (감염력도) 빠르고 사악할 정도다. 특히 사람을 제대로 고르면 끔찍하다.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뒤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픈 친구들이 있다. 우리 생각에 그들은 그냥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례의 그는 의식이 없다. 코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마치 아는 사람이 코로나19로 아픈 것이 그의 태도를 바꾼 것 같다는 인상을 심어줬고 나중에 브리핑 도중 이런 질문이 나오자 자신은 통계를 보고 급증하는 감염자 수를 보고 그랬을 뿐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유세 때 체라를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건설업자이며 부동산 업계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하고 “그는 대단한 남자며 처음부터 나와 함께 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틀 연속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일부에선 그가 너무 많은 말을 해 오히려 위신과 지도력을 깎아먹으며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이 마뜩찮아 그런 것으로 짐작됐는데 친구를 잃은 개인적 아픔과 충격도 작용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볼 수 있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란, 코로나19 ‘자가 치료’ 위해 메탄올 삼켰다가 300명 사망

    이란, 코로나19 ‘자가 치료’ 위해 메탄올 삼켰다가 300명 사망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이란에서 약 300명이 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독성이 강한 메탄올을 삼켰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란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자 이란의 SNS 사용자 사이에서는 잘못된 치료법에 대한 가짜뉴스가 돌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는 고농도의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가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된다는 루머였고, 몇몇 사람들이 직접 자가 테스트에 나섰다. 이들이 삼킨 것은 메탄올 또는 메틸알코올로 부르는 물질로, 맛과 냄새는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유사하다. 독성이 강해 시신경 손상이나 영구 실명, 혼수상태 더 나아가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당국은 잘못된 정보로 메탄올을 삼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소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메탄올과 더불어 코올 베이스의 손 세정제를 삼키거나 알코올이 다량 함유된 위스키 또는 꿀 등으로 코로나19를 자가 치유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메탄올을 삼켜 이미 사망한 사람들 외에도, 같은 방법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특히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해자 중에는 5세 남자아이도 포함돼 있다. 호흡곤란 등으로 기도삽관술을 받은 이 남자아이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실명판정을 받았다. 이란 안팎에서는 이란 사회가 코로나19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만큼, 가짜뉴스에 대한 선별 능력도 높지 않아 유사한 사건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란의 메탄올 중독, 한국과 유럽 등지의 소금물 소독 등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생겨난 대표적인 인포데믹(Infordemic)으로 꼽힌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지는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은을 녹인 액체를 마시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내용의 방송이 전파를 타 논란이 일었고, 국내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소금물로 입을 헹구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고 이를 행동에 옮기기도 했다. 한편 이란 보건부는 현지시간 29일 정오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2901명 늘어 3만8309명이 됐다고 집계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보다 123명 증가해 2640명이 됐다. 사진=AP 연합뉴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 독감 사망자만 2만 명인데…코로나19 확산은 호들갑일까?

    美 독감 사망자만 2만 명인데…코로나19 확산은 호들갑일까?

    8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521명, 사망자는 21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이번 시즌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이 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A형 인플루엔자는 물론 B형 인플루엔자까지 동시에 유행하면서 전역에서 약 3400만 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35만 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2만 명이 사망했다. 2월 29일을 기준으로 3주 전부터 확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사망자가 2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코로나19보다 독감이 더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번지고 있다. 독감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19에 대한 현재의 불안감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다.특히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중 0~4세 사이의 소아도 136명이나 포함돼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시즌 미국에서 독감으로 입원한 아동의 규모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아이오와 주의 4살 여아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독감에 걸렸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새해 첫 날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시력을 잃었다. CNN은 지난 1월 퇴원한 소녀가 몇 주 후 기적적으로 시력의 일부를 회복했으나, 급성괴사성뇌증이라는 합병증을 얻어 투병 중이라고 전했다. 급성괴사성뇌증은 환자의 3분의 1이 사망하고, 생존자도 절반은 말하고 걷는 등 기본적 기능 장애가 남는 희소질환이다.이 때문일까.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독감으로도 사람들이 죽는다”라고 밝힌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코로나19 감염이 곧 사망선고는 아니”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6일 “미국 내 확진자는 며칠 안에 0명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사망자 수만을 놓고 코로나19를 독감과 비교하고, 현재의 우려를 ‘호들갑’으로 치부해도 되는지에 대한 전문가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특히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토안보위원회 위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 위원을 지낸 제임스 로울러 박사의 시나리오는 최악에 가깝다.미국 네브래스카대학병원 제임스 로울러 박사는 지난달 26일 미국병원협회 세미나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미국에서만 약 9600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이며, 이 중 48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에서도 노인이 입는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로울러 박사는 코로나19 감영시 80세 이상은 14%, 70~79세는 8%, 60~69세는 3.6%가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정했다. 8일 로울러 박사의 전망을 소개한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네브래스카대학병원은 이 같은 주장을 “현재 이용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적 해석이며, 추가 정보에 따라 예측은 바뀔 수 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박사는 코로나19가 계절독감보다 10배 더 심각하다며 만반의 대비를 주문했다. 한편 미국에서 폐렴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은 매년 25만 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5만 명에 이른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中보다 높은 치사율… 伊 밀라노·베네치아까지 봉쇄

    中보다 높은 치사율… 伊 밀라노·베네치아까지 봉쇄

    레드존 11곳 추가… 1600만명 이동 제한 이란 女의원 사망… 중동 6200여명 확진 94개국 10만명 확진… 전문가들 “팬데믹”하루 새 확진환자가 1200명 넘게 늘어 코로나19 유럽 최대 발병국이 된 이탈리아가 급기야 밀라노, 베네치아가 포함된 북부 지역을 봉쇄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중동에서도 누적 확진환자가 6000명을 돌파하는 등 세계 94개국에서 확진환자가 10만명이 넘어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대유행(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7일(현지시간) 북부 롬바르디아주 전역과 에밀리아-로마냐·베네토·피에몬테주의 11개 지역을 추가로 ‘레드존’으로 지정하는 봉쇄령에 서명했다. 여기엔 밀라노와 베네치아 등 자국의 관광·금융·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지역들이 포함됐다. 봉쇄 지역은 북부의 3분의1에 해당하며, 이로써 인구의 약 4분의1에 해당하는 1600만명의 이동이 제한됐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확진환자는 전날 대비 1247명이 늘어나 총 5883명이 됐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36명 늘어난 233명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민주당의 니콜라 진가레티 대표도 페이스북에 “나도 걸렸다”며 확진 사실을 알렸다. 이날 이탈리아 내 치사율은 3.96%로 각국 평균(3.4%)이나 중국(3.84%)보다 높다. 65세 이상 인구가 23%(세계 2위)에 달할 정도로 고령자가 많은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동 13개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전날에 비해 1155명 늘어나 6218명이 됐다. 특히 이란에선 사망자가 21명 추가돼 모두 145명이 숨졌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테헤란을 지역구로 둔 여성의원 파테메 라흐바르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5일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이날 사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기저질환을 가졌던 64세 남성이 사망하며 남미 첫 사망자로 기록되는 등, 중국을 제외한 각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됐다. WHO에 따르면 7일 오전 기준 전 세계에서 10만 18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환자 발생을 보고한 나라는 94개국이다. WHO는 코로나19에 대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창궐하는 ‘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극지방을 제외하고 모든 대륙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클 오스터홈 미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지금이 대유행 단계라는 것은 명백하다. WHO는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망선고 후 10시간…매장 직전 깨어난 할머니 사후세계 증언

    사망선고 후 10시간…매장 직전 깨어난 할머니 사후세계 증언

    우크라이나에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지 최대 영어신문 키예프 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빈니차주 스트리쟈브카 마을에서 숨진 80대 노인이 장례식 도중 깨어났다고 보도했다. 노인은 묘지 안장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크세니야 디두크(83) 할머니는 지난주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심전도 검사(EKG)에서도 맥박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할머니의 딸은 “아침 6시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머니는 얼마 후 숨을 거두셨다”라고 설명했다.가족들은 슬픔 속에 할머니의 장례식을 준비했다. 미사 집도를 위해 사제를 부르고, 장례식 만찬도 준비했다. 무덤을 파기 위해 인부들도 고용했다. 입관 후 매장만을 남겨둔 그때, 시신이 꿈틀 움직였다. 할머니의 딸은 “죽었던 어머니가 다시 살아났다. 이마와 겨드랑이에 손을 대보니 온기가 느껴졌다. 사망진단서를 찢어버려야 했다”라고 밝혔다. 멈췄던 맥박이 돌아왔고, 체온도 회복됐다. 같은 날 저녁 7시 30분, 사망 선고 10시간 만이었다.부랴부랴 병원으로 옮겨진 할머니에게 의료진은 혼수상태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얼마 후 할머니는 의식을 차렸고, 의료진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할머니는 자신이 사후세계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하늘나라였다”면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서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다 눈을 떴는데 여전히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여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의사들이었다고 덧붙였다. 할머니는 “천국인 줄 알았는데, 신이 내게 자비를 베풀었다”라고 말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믿기지 않는 상황에 의사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빈니차주 지역 병원 테야나 카틸로바 박사는 “20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본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사 집도를 위해 달려왔던 로만 페트릭 신부는 “신이 이 노부인을 살렸다”라면서 “난생처음 겪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집에 불나자 “불이야!” 외쳐 가족 구하고 세상 떠난 앵무새

    집에 불나자 “불이야!” 외쳐 가족 구하고 세상 떠난 앵무새

    “불이야!”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레버넌에 사는 바바라 클라인(63)과 래리 클라인(61)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방에는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 화재였다. 부엌에서 시작된 불길은 거실 바닥으로 번졌고 곧 집안 전체를 집어삼킬 기세로 뻗어 나갔다. 할머니 바바라는 “남편이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물을 들이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았고 겨우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 안에는 반려견 네 마리와 앵무새 ‘루이’가 아직 남아 있었다. 아내와 손녀의 안전을 확인한 할아버지는 다시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할머니는 “남편은 우리가 안전한 걸 확인하고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앵무새 ‘루이’와 강아지 네 마리, 그리고 시할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기신 기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불길은 점점 거세졌고 검은 연기는 할아버지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숨이 가빠지는 할머니는 “남편이 계속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쳤다. 공황에 빠진 나는 어서 집에서 나오라고 소리쳤고 남편은 가까스로 기어 나왔다”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불을 피해 차에 올라탄 세 사람은 할아버지를 인근 병원으로 데려갔다.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구하려 불길로 뛰어든 할아버지는 손과 얼굴 화상 및 폐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며칠을 누워있던 할아버지는 손녀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다행히 의식을 회복했고 화재 열흘이 지난 12일 퇴원했다.할머니에 따르면 가족 모두 살아남은 건 다 ‘불이야’라고 외치며 화재 사실을 알린 ‘낯선 목소리’ 덕이다. 할머니는 그 낯선 목소리의 주인공이 키우던 앵무새 ‘루이’였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앵무새가 평소 ‘불’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이 날은 계속해서 ‘불이야’를 외쳐댔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루이는 진정한 영웅”이라며 “루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불이 난 줄도 모르고 계속 자고 있었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앵무새가 가족 모두를 살린 셈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앵무새 ‘루이’와 반려견 네 마리는 모두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앵무새에게 ‘목숨 빚’을 진 가족들은 이제 태어난 지 두 달 된 다른 앵무새를 기르고 있다. 할머니는 “화재로 오갈 곳이 없어진 우리를 위해 누군가 3개월간 집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그는 우리 곁을 떠난 앵무새 대신 다른 새끼 앵무새 한 마리도 주었다”라고 전했다. 새끼 앵무새에게 ‘루이 주니어’라는 이름을 붙여준 가족들은 죽은 ‘루이’를 기리는 마음으로 정성껏 앵무새를 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코마 환자 치료법 찾을까…무의식 원숭이, 뇌 ‘전기자극’으로 의식 회복

    코마 환자 치료법 찾을까…무의식 원숭이, 뇌 ‘전기자극’으로 의식 회복

    외부 또는 내부 자극으로 인해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또는 인간의 의식과 연관된 뇌의 가장 정확한 부위를 찾는 것은 신경과학자들의 오랜 숙제 중 하나였다. 최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진은 오래된 궁금증의 해답이 될 만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짧은꼬리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마취약을 이용해 원숭이를 깊은 마취 상태에 빠지게 한 뒤 뇌의 특정 부위를 전기자극 한 결과, 마취약이 여전히 투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되찾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초점을 맞춘 부위는 전뇌에 위치한 중심외측시상(central lateral thalamus)이다. 연구진은 해당 부위에 주기적으로 50헤르츠 크기의 전기자극을 준 결과, 모든 신경 활동이 깊은 마취상태에 빠지기 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연구진이 전기자극을 멈추자 단 몇 초 사이에 다시 깊은 마취 및 무감각 상태로 돌아갔다. 연구진은 피질의 더 깊은 층과 중앙외측시상 사이에 특수한 연결고리가 있고, 이것이 신경과 자극의 엔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진이 사용한 전기 자극제는 작고 민감한 뇌에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맞춤 형태’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위스콘신-매디슨대학의 부교수 유리 살만은 “우리는 다양한 뇌 부위를 동시에 자극해 뇌의 전체적인 시스템의 움직임을 관찰하고자 했다”면서 “중심외측시상이 자극되자마자 원숭이의 의식이 돌아왔고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극을 멈추자 원숭이는 곧바로 마취 및 무감각 상태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장애에 빠진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임상적으로 가장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는 뇌 부위를 찾는다면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의 의식을 되찾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뉴런 저널‘(Journal Neuron) 최신호(12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숨이 멎을 듯, 풍경 자체가 예술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파리로 향하는 유럽횡단 기차 안에서 주인공 제시(이선 호크 분)와 셀린(줄리 델피 분)은 처음 만난다. 부부 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고 셀린이 자리를 옮기다가 미국인 청년 제시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대화는 서로를 향한 친밀감과 호감을 키우고, 그러다 도착한 빈에서 헤어지기 아쉬운 제시가 셀린에게 하루 동안 빈 여행을 같이하자고 깜짝 제안을 한다. 빈에 함께 내린 둘은 발길 닿는 대로 빈을 여행한다. 아무 카페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랑, 죽음, 인생, 성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 가고 사랑을 싹 틔운다. 아침과 함께 다가온 이별의 순간, 두 사람은 다시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떠나보낸다. 영화에서 빈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로 그려진다. 셀린과 제시가 산책하는 장면에 등장한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대관람차가 있는 프라터, 알베르티나 박물관 등 이 영화에 등장한 장소를 돌아보는 상품도 많이 나와 있다. 대부분의 장소가 한 번 나오지만 단 한 곳,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하루 동안 빈 곳곳을 돌아다닌 제시와 셀린이 알베르티나 미술관 2층 발코니에 올라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키스를 나눈 장소로, 두 번째는 다음날 아침 헤어지기 직전 미술관 발코니에 위치한 동상 아래 무릎을 베고 누워 사랑을 속삭이는 장소로. ●미술관에서 보내는 행복한 시간 빈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 가운데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신디 셔먼, 모리야마 다이도 등 현대사진 거장들의 작품을 오리지널 프린트로 만날 수 있다. 이들 작품 앞에 서면 사진은 왜 오리지널 프린트로 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인터넷이나 잡지, 사진집에서 만나던 사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아우라를 가진 작품 앞에서 머리칼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 뜬금없는 말 같지만 제시도 셀린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사진을 찍는 거야. 널 영원히 기억하려고.”‘비포 선라이즈’는 빈을 아주 로맨틱하게 그려 내는 영화다. 실제 빈을 로맨틱하게 만들고 있는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키스’가 아닐까. 빈 남동쪽에 위치한 벨베데레 궁전에는 오스트리아가 배출한 거장 클림트의 ‘키스’ 원화가 걸려 있다. 그림과 실제로 마주하는 감동은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림 앞에 서면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림 앞에 서지만, 온몸을 덮쳐 오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다. 머릿속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은 압도적이고 기이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눈물을 훌쩍이는 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박물관 안은 촬영 금지인데, 굳이 촬영 금지 표지를 붙여 놓지 않아도 될 듯.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들지 않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현대미술을 논할 때 클림트와 함께 이야기할 예술가가 한 명 더 있다. 에곤 실레다. 스물여덟이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천재.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레오폴트 미술관으로 향해야 한다. 박물관의 원주인이자 미술 애호가였던 루돌프 레오폴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곳으로, ‘박물관 지구’(Museum Quartier) 안에서도 최고로 사랑받는 미술관이다. 실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그와 가까이 지냈던 클림트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상설전시 외에도 근현대미술과 관련한 특별 전시회가 자주 열리기에 빈 시민들도 새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을 수시로 방문한다. 빈이라는 도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예술일 것이다. 1273년 루돌프 1세를 시작으로 1918년 카를 1세에 이르기까지 무려 645년 동안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본거지로 삼았고 대대로 어마어마한 미술품을 수집했다. 지금이야 합스부르크 왕조는 패망했고 오스트리아 역시 유럽의 소국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의 향기는 아직도 빈 시내 곳곳에 남아 이 도시의 고고함과 우아함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컬렉션을 모아 놓은 곳이다. 100여분의 러닝타임에서 3분의2 이상이 빈 미술사 박물관을 무대로 삼은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을 정도다. 영화의 줄거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사촌 동생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빈으로 향한 주인공 앤이 미술사 박물관에서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요한을 우연히 만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는 것이 내용의 전부다. 그런데 미술사 박물관에 발에 들여놓으면 이 말도 안 되는 영화가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4세기부터 18세기까지 세계 미술사를 아우르는 눈부신 회화 작품들과 조각 및 공예품, 고대 이집트 유물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하루는커녕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깨닫게 된다.●어깨 위를 흐르는 왈츠의 선율 빈을 찾은 많은 사람이 미술관부터 달려가지만 빈은 음악의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 쇤베르크가 이곳에서 태어났다.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와 같은 유명 작곡가들도 빈과 인연을 맺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 정상급의 교향악단이며,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다. 빈에서는 꼭 무지크페어아인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보시길. 음악 감상은 빈에서는 놓치기에 너무 아까운 기회다. 빈 필이 들려주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를 듣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빈의 오페라 극장은 좌석에 앉아 보려면 정장을 해야 하는데, 입석표를 사면 자유로운 복장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요금은 4유로 정도. 공연 약 2시간 전에 가면 입석표를 구할 수 있다. 빈 곳곳에서 열리는 야외공연 역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성 슈테판 대성당 뒤편에 자리한 피가로 하우스는 모차르트 추종자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장소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를 작곡하기 위해 머물렀던 곳인데, 모차르트는 이곳에서 1784년부터 1787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시내 중심지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오르면 4층에 한때 베토벤이 머물렀던 방이 있다. 그 방에는 베토벤이 쓰던 피아노와 편지,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이곳에서 교향곡 4, 5, 7, 8번을 작곡했다. 도시 남동쪽에 자리한 시립공원은 수수한 영국식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슈베르트를 비롯해 요한 슈트라우스, 레하르, 브루크너 등 빈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의 기념상을 볼 수 있다. ■ 별처럼 빛나는, 한겨울 밤의 낭만●합스부르크 왕가의 자존심을 간직한 건축물 빈 시내 곳곳에는 ‘해가 지지 않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번영을 만날 수 있는 호프부르크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도 등장한다. 호프부르크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제인 카를 1세가 퇴위할 때인 1918년까지 황실의 궁전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지금도 오스트리아 대통령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20여개의 박물관과 도서관, 성당, 승마학교,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13세기 초반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해 20세기 초까지 개축과 증축이 계속돼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호프부르크로 들어서기 전 미카엘 광장에 주의 깊게 볼 건물이 있다. 미카엘 문 바로 건너편에는 주변의 화려한 건물과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적이고 심플한 건물이 서 있다. 1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돌프 로스의 작품이다. 이 집이 지어질 당시 빈 시민들과 언론은 당시 빈 건축양식의 전통을 반역했다며 일제히 혹평했고 심지어 아돌프 로스는 경찰청에도 불려 갔다고 한다. 결국 창문틀에 화분을 장식하는 것으로 극적인 타협을 했다고 한다. 로스하우스 바로 옆에는 왕궁에 커피와 과자를 납품하던 데멜 카페가 있는데, 슈테판 대성당을 나와 호프부르크로 가기 전 이곳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빈의 남서쪽 교외에는 1996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쇤브룬궁전도 있다. 쇤브룬궁전은 합스부르크가의 여름 별궁으로 궁전 안에는 자그마치 1441개의 방이 있다. 이 중 45개 방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유일의 여제이자 가장 강력하게 왕조를 주도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프랑스 혁명 중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만 그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던 방과 초상화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작은 베르사유궁전이라 불리듯 1.7㎞에 달하는 정원도 볼거리다.●신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 준 빈 시청 호프부르크 건너편에 자리한 빈 시청은 프리드리히 폰 슈미트에 의해 완성된 신고딕 양식 건물로 보는 이의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에는 필름페스티벌,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스케이트장 개장 등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시청 가까이 자리한 국회의사당은 옛 그리스의 신전 같은 외관이 매우 독특한데, 그리스에서 발생한 민주주의가 오스트리아에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빈을 1박 2일 정도 여행한 후 체코나 인근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빈은 사나흘 아니 일주일은 충분히 머물러 있을 만큼 볼거리가 많고 아름다운 도시다. 미술관을 구경하고 빈 필하모닉을 듣고 부드러운 멜랑지 커피를 마시며 영롱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도시다. 빈에서의 마지막 날은 카페 스펄에서 보내 보자. 1880년 문을 연 카페다.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곳이다. 바로크풍의 실내장식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제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건 끝이 있어.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야.” 인생도 여행도 언젠가 끝이 나니까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헤어진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비포 선셋’을 보면 된다.
  • 英서 “죽은 사람 정자 기증 허용해야” 연구 결과

    英서 “죽은 사람 정자 기증 허용해야” 연구 결과

    영국에서 사망자의 정자 기증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를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의학윤리학저널에 실린 이 연구는 사망 이후 정자 기부를 숨지기 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 방법으로 기증 정자 보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 영국에선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아기가 2345명에 달했다. 하지만 규제가 엄격해 전국적으로 정자 보유량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정자는 남성이 사망한 뒤에도 전립선 전기 자극이나 수술을 통해 채취할 수 있으며, 냉동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죽은 남성에게서 채취한 정자가 사망 뒤 48시간 내에 회수될 경우 건강한 임신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근거를 확보했다. 연구에 참여한 레스터대 내이선 홋슨 박사 등은 정자 기증 역시 장기 기증과 유사한 영역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홋슨 등은 “질병 등을 겪는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생명 존중 차원에서 자신의 조직을 기증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불임과 같은 다른 형태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수혜자 동의와 가족들의 거부권 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기증자 익명성에 관해서도 우려가 많다는 것을 이들도 인정했다. 하지만 셰필드대 앨런 페이시 교수는 차라리 기증자가 살아있을 때 정자 기증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는 편이 좋다고 반박했다. 그는 “젊고 건강하며 신념을 가진 기증자가 앞으로 오래 건강하게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모집하는 데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사자 정자 기증이 법적으로 허용된 선례는, 1997년 여성이 죽은 남편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사례다. 스티븐 블러드는 1995년 2월 아내 다이앤과 가정을 꾸린 지 두 달 만에 뇌수막염에 걸렸고, 정자 샘플을 채취했지만, 사후 정자가 사용될 수 있도록 서명하기 전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1990년 제정된 영국법에 따라 처음에 법원은 블러드 부인이 남편 동의 없이 정자를 사용하는 걸 금지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영국이 아닌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임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블러드 부인은 2002년 남편의 냉동 정자를 이용해 아들 조엘을 낳았다. 이듬해 고인이 된 남편이 조엘 아버지로 인정받게 하는 법정 투쟁을 진행했고, 승리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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