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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모호한 주의조치로 끝난 金産法 조사

    청와대가 정부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만들어진 경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엊그제 발표했다. 그러나 제재 대상을 적시하지 않은 채 관련 부처 협의과정이 다소 미진했다며 주의조치를 내리는 선에 그쳤다. 어정쩡한 조치는 행정과정의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본다. 앞으로 입법 방향을 놓고 당정갈등이 격화됨으로써 금산법을 둘러싼 혼선은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금산법 개정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 선진 경제질서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했다. 원칙에 충실하면 잡음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를 ‘삼성 봐주기’ 논란으로 비치게 한 자체가 정부의 실책이다. 그런 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청와대가 재경부 등이 금산법 개정안을 만든 과정을 조사한다고 했을 때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설령 금품로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과정상의 오류는 분명히 밝혀지리라 믿었다. 그런데 “부처간 자세한 배경설명을 않았다.”며 ‘단순실수’로 종결지으려는 것은 석연치 않다. 그 정도 사안이었다면 이토록 일을 벌이지 않은 편이 나았다. 정부가 지난 7월 마련한 금산법 개정안 부칙은 삼성측에 사활이 걸린 내용이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는냐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와 이재용씨의 경영권 세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안을 놓고 재경부와 공정거래위, 법제처 사이에 협의·검토가 미진했던 점을 ‘단순실수’로 치부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금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5%룰 초과지분 보유를 인정하는 정부안을 한나라당이 지지하는 반면 상당수 여당 의원은 삼성이 5년의 유예기간 동안 초과지분을 강제매각토록 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보유분은 인정하되,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초과보유분은 매각케 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부·여당부터 입장 정리를 명쾌하게 하고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옳은 순서라고 본다.
  • 지방의회 활성화 ‘공무원 워크숍’

    지방의회 활성화 ‘공무원 워크숍’

    지방의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지방의회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의회 소속 공무원 25명과 25개 자치구의회 소속 공무원 50명 등 70명의 공무원들은 28일부터 30일까지 속초시에 위치한 서울시 공무원 수련원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특히 이번 워크숍을 통해 사무처 직원들은 무려 19편에 달하는 지방의회 발전방안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우수논문으로 선정된 9편은 의원이나 학계의 논문보다 더욱 현실성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제시해 호평을 받았다. ●심사과정 보완 통해 법안 발의 촉진토록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에 근무하는 이혜영(전문위원실 계약 나급)씨는 서울시의회의 부족한 의원발의 실태를 꼬집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씨는 우선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조례안 등 법안발의가 미흡한 것은 발의과정과 심사과정의 미비로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의원입법권의 간접적인 침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991년 제3대의회부터 지금의 6대의회까지 서울시장이 접수한 조례안은 1164건인 데 반해 의원발의 조례안은 74건으로 10%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국회의 경우 제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발의 법안이 정부안의 5배를 초과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이처럼 미진한 법안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원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현재 지방의회에서 의원들은 의원입법을 집행부입법에 대한 보충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본회의동안 의원발의 조례안을 심의, 처리하는 별도의 과정을 둬 침체된 의원 입법활동을 촉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복식부기제 등 도입 결산검사 효율성 제고 성동구의회에서 근무하는 이춘근(의사계장)씨는 기초의회에서 행해지는 결산업무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했다. 이씨는 우선 현재 기초단체에서 작성되는 결산서의 정보가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결산서가 전통적으로 현금의 통제 및 예산의 준수여부에만 초점을 맞춰 정확한 재무상태, 운영수지결과, 현행서비스원가 등을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또 매년 5월에 결산검사가 이뤄져 지방선거 시기 때는 검사 자체가 소홀해 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복식부기제도 도입 ▲연결재무제표 작성 ▲독립회계기준 제정 ▲검사위원에 감사권, 징계·고발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무국 직원 전문화 절실 동대문구의회에 근무하는 이영선(의사관리팀장)씨는 ‘의결정족수에 관한 올바른 이해’라는 논문을 통해 의결정족수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회의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혼선방지책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의사정족수와 의결정족수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조례안별로 서로 다른 의결정족수의 숙지를 강조했다. 현실적으로는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정확한 개념 및 관련 법규를 숙지한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의사정족수는 의회의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원수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지방자치법에는 재적의원의 3분의1 이상 출석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의결정족수는 의장·부의장 불신임 결의에 대해서는 재적의원 4분의1 이상발의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등 사안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의회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사무국 직원들의 전문화가 요구되며, 의회직렬직 신설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교황 선출방식이 비리 부채질 마포구의회 이수병(의사계장)씨는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방법 개선에 관한 연구’논문을 통해 현재의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논문을 통해 그동안 의회별로 의장단선거와 관련돼 뒷돈이 거래되고 의원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황선출방식으로 진행되는 의장단 선거방식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광역·기초의회는 의장단선거를 후보자 없이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1,2차 나눠 실시하며 과반수 이상의 득표에 성공한 의원이 의장 또는 부의장이 된다. 이런 선출방식은 물밑선거활동을 야기시켜 의원 개개인간의 담합과 뒷거래를 부추기게 된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후보자등록과 정견발표를 허용하는 방식의 선출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내년 지방선거 나갈 생각없다” 진대제 정통, 불출마 재확인

    “내년 지방선거 나갈 생각없다” 진대제 정통, 불출마 재확인

    “서울시장 출마설로 조직 기강이 많이 해이됐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국정감사 직후인 26일 열린 첫 간부회의에서 “(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거론되면서 조직 기강이 상당히 느슨해졌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다.”고 거듭 밝혔다. 진 장관은 출마설이 나올 때마다 부인해 왔다. 그는 이어 “앞으로 40∼50년 먹을 거리를 만드는 데만 매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진 장관의 질책은 국장들의 불성실한 수감 태도, 발신자번호표시(CID) 등에 대한 장관과 국장의 발언 혼선 등과 관련,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진 장관은 “10월초 직원 월례조회(전략회의)때 분위기 쇄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사설] 차세대 전투기 무용지물 안 돼야

    오는 11월 전력배치를 앞둔 차세대 전투기 F-15K가 핵심 기능인 공대지(空對地) 미사일에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투기가 제기능을 하려면 7∼8개의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공중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 미사일의 경우, 고정 주파수를 확보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공군측은 대안이 있어 훈련이나 유사시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5조 4000억원이나 투입된 새 전투기들이 이런 결정적인 흠을 가졌다면 큰일이다. 공군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F-15K의 공대지 미사일에 필요한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 PCS·IMT2000과 중복돼 혼선이 우려된다고 한다. 주파수를 함께 쓰면 전파간섭으로 인해 미사일 오폭(誤爆)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민간이 선점한 이 주파수 대역은 세계적으로 사용 중이어서 변경할 수 없으며, 공대지 미사일용 고정 주파수의 확보도 전파자원의 제한 때문에 어려운 모양이다. 번거롭기는 하나, 주한 미군과의 공용 주파수를 활용하면 전시에도 문제가 없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더라도 공군과 관계부처는 다른 대안을 찾아내서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1990년대 초부터 추진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예산과 정치적 이유 등으로 10년 이상 지연된 탓이다. 기종결정과 사업승인이 안 난 상태에서 미군이나 제작사인 보잉사로부터 주파수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주파수 신청도 늦어져 빚어진 일이다. 마침 공군 측이 미해군 및 보잉사와 주파수 교체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 중이라니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정통부 등 관련부처도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새 전투기가 무용지물이란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 F15K機 미사일운용 차질우려

    군은 올 연말 실전배치되는 차세대 전투기 F-15K에 장착될 공대지 미사일의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해 미사일 운용에 차질이 우려된다. 22일 국방부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 2월 말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정보통신부에 F-15K와 장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SLAM-ER’를 연결하는 데이트링크용 주파수 허용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부는 공군이 요청한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 PCS와 IMT2000이 이미 점유하고 있어 혼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공군이 SLAM-ER 미사일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사일 활용도가 높은 F-15K의 전투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군은 F-15K 제작사인 미 보잉 측에 주파수 대역 관련 소프트웨어 교체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보잉측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공정위·정통부 정면충돌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정보통신부 통신요금 규제제도 개선을 공식요구하겠다고 밝혀 통신 주무부처인 정통부와의 갈등 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공정위 김병배 경쟁국장은 이날 KT 등 유선통신업체에 부과한 시외·국제전화 요금 담합에 대한 257억 4000만원 과징금 문제와 관련,“요금 등 통신분야의 약관인가제와 약관신고제는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약관을 한번 신고하면 사업자가 요금을 낮추고 싶어도 다시 신고를 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의 이같은 주장은 통신정책 주무부처인 정통부의 현행 통신요금정책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정책 혼선과 관련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유선통신업체들이 요금 담합을 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가 없는 정통부의 ‘행정지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업자들이 당초 신고한 약관보다 낮은 요금으로 가입자를 모집하려고 했으나 정통부가 신고된 약관 준수를 요구, 사업자들이 담합을 하게 됐다는 풀이다. 공정위의 주장은 지난 5월 KT 등 유선통신업체에 부과한 과징금 1200억원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다.KT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 중이다.또 ‘칼을 쥔’ 공정위로서는 이 기회에 결단코 ‘물러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정통부는 이에 대한 브리핑에서 “관련법에 따른 정당한 행정지도와 담합과는 구분돼야 하고, 통신시장의 특수성과 당시 시장경쟁 상황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공정위가 받아들여 과징금도 감액됐다.”고 밝혔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정통부 기자실에 들러 “‘당근과 채찍’처럼 통신시장에서는 산업 정책과 규제 권한을 각각 떼어놓으면 발전이 없다.”며 요금정책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아드보카트에 바란다

    ●조영증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최고의 대안이라고 본다. 특히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온다는 점에 대해 많은 신뢰가 간다. 사실 베어벡 코치는 우리나라 축구 문화, 유소년 축구, 대표선수들의 장·단점 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훈련 방식 등 구체적인 부분은 베어벡 코치가 거의 맡아서 할 정도였다. 또한 고집이 센 아드보카트 감독과 축구협회, 선수 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내국인 코치를 잘 선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신문선 SBS해설위원 기대감 속에서도 썩 개운하지는 않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한국 축구가 급격히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감독은 자동차 또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어떻게 운전하고 프로그래밍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코엘류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해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두 번이나 실패한 기술위의 플래닝 능력이 의심스럽다.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김호곤 전 국가대표 감독 그동안 검토했던 감독 후 보중 최우선순위와 계약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상황은 훈련시간 문제, 선수단 구성 등에서 2002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축구는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유럽·남미 축구와 여러 측면에서 다른 만큼 자신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되 그전까지는 주변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 감독 선임을 축하한다. 내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 베어벡 코치가 한국 축구와 선수들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으니까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일찌감치 차분히 준비했다면 이런 혼선은 방지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신임 감독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 ‘극장 간판장이’서 몽타주 전문수사관 1호로 박만수 경위

    ‘극장 간판장이’서 몽타주 전문수사관 1호로 박만수 경위

    중학교만 졸업한 극장 간판공 출신 경찰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몽타주 전문 수사관이 됐다. 충북경찰청 과학수사계 박만수(49) 경위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몽타주 전문가다. 지난달 31일 외국대학의 석·박사 등 내로라는 학력의 후배 경찰들을 제치고 ‘몽타주 전문수사관’으로 발탁됐다. 올해 처음 도입된 전문수사관은 10만 경찰 중 단 92명만이 가질 수 있는 베테랑의 영예다. 그는 충북 청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생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배움보다는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게 더 급했다. 이일 저일 닥치는대로 하다 스물이 거의 다 돼 잡은 일이 청주 시내 극장에서 영화간판을 그리는 일이었다. “미술공부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지만 손재주 하나는 타고 났던 모양입니다. 박노식씨나 문희씨 등 당대 스타들의 얼굴이 그려진 간판을 극장에 올리면 관객이건 지나는 사람들이건 모두 입을 벌리고 쳐다봤죠.” 돈벌이도 쏠쏠했다. 남들이 ‘뼁끼꾼’이라고 불러도 별로 싫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러기를 6년.20대 중반 청년의 마음 속에는 푸른 경찰제복에 대한 동경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다. 1980년은 그에게 새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난생 처음 해본 밤샘공부 덕에 당당히 순경 공채에 합격했다.82년 인천에서 근무하던 그에게 색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치안본부(현 경찰청)에서 몽타주 전문요원을 찾고 있었다. 주저없이 응시했다.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MBC 드라마 ‘수사반장’의 주인공 최불암씨의 얼굴을 그리는 게 시험문제였다. 수많은 스타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그의 손은 거침없이 수사반장의 얼굴을 그려냈다. 몽타주 요원으로서 생활은 생각만큼 녹록지는 않았다. 사진을 보며 똑같이만 그리면 되는 영화간판 일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그림을 구체화시켜나가는 몽타주 작업은 완전히 달랐다.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좇아 그리고 지우기를 수만장을 반복했다. 목격자들의 기억이 정확하면 30분만에도 몽타주를 완성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3∼4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그의 업무철칙 하나. 목격자가 진술을 자주 번복한다든지 기억이 흐리면 몽타주 그리는 걸 중단한다.‘무리한 몽타주 작성은 결과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덕분에 범인 검거 후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똑같다.”며 놀라워한다. 25년의 경찰생활 동안 그의 몽타주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검거된 범인이 얼추 45명에 이른다. 모두 살인, 강도, 연쇄강간 등 강력사범들이었다. 박 경위는 “99년에 몽타주 제작이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바뀌었지만 최종 마무리는 손으로 해야 한다.”며 수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몽타주도 음식처럼 ‘손맛’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 경위는 후배경찰들에게 “다들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실제 경찰 안에서는 과학수사부서가 인기가 없어 안타깝다.”면서 “자기 일을 즐기며 최선을 다할 때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수시2학기 인성·적성검사 ‘혼선’

    올해 대입 수시2학기 모집 전형에서 인성·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논술고사 기준 때문이다. 기준은 인·적성검사를 합격·불합격(pass/fail)의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면 상관없지만 이를 점수화해 반영하면 본래 의미의 인성·적성검사인지 논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경희·한양대 “당락기준으로만 활용” 문제는 대학들이 인·적성검사 결과를 모두 점수화하는 것을 전제로 수시2학기 전형 요강을 마련해 이미 수험생들에게 공지했다는 것. 현재 수시2학기에 인·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경희대, 아주대, 인하대, 한양대, 한성대, 홍익대 등 모두 6곳이다. 전형별로 30∼60%씩 반영한다. 이 대학들은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오는 10일까지 불과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형방법을 바꾸자니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강행하자니 자칫 교육부의 사후 제재를 받을 수 있어서다. 경희대와 한양대는 일단 전형 방법을 조정해 최대한 빨리 재공지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인·적성검사와 학생부, 논술·면접 등을 합쳐 100점 만점으로 처리하는 일괄합산 방식에서 단계별 전형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적성검사를 1단계에서 합격·불합격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고,2단계에서는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양대도 각 단계별로 반영하려던 전공적성검사를 1단계에서 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인하대 “수험생 혼란 없게 예정대로” 학생부와 적성평가고사 성적 등을 일괄합산해 반영하는 인하대는 예정대로 전형을 추진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수험생들과 한 약속이 있는데 장난도 아니고 어떻게 갑자기 전형을 바꾸란 말이냐.”면서 “교육부가 최소한 대학별 제도조차 조사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아주·홍익·한성대 “정부 무책임” 원망아주대와 홍익대·한성대는 머리만 싸매고 있다. 아주대 한 관계자는 “전형을 바꾸려면 교내 전형위원회와 교무위원회 논의를 거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도 협의해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정부가 일을 너무 무책임하게 처리한다.”며 답답해했다. 수시모집 전문사이트인 유니드림 김동욱 입시분석실장은 “현재로선 인·적성검사의 변별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대학들에서는 학생부 등 다른 전형요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黨혁신 ‘쳇바퀴’

    한나라당이 31일 강원도 홍천에서 이틀 일정의 의원연찬회를 마쳤다. 의원들은 자정 가까이 격론을 벌이면서 ‘세금과의 전쟁’ 등 민생을 챙기는 법안을 비롯,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불법도청특검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을 둘러싼 당 전략수립을 놓고 머리를 맞대었다. 그러나 정작 당 안팎에서 관심을 모은 혁신안과 관련, 당내 이견만 쳇바퀴 돌리듯 재연하고 어정쩡한 상태의 결론만 내려 내분의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다. 논의 자체도 지지부진했다는 게 중평이다. 이는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전날 핵심 쟁점인 ‘2월 조기 전대’와 관련,‘박 대표 임기보장’을 단서조항으로 삽입하면 된다고 설명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쟁점이 희석된 상태에서 ‘수용 촉구’와 ‘조기 전대 불가’를 놓고 논의가 겉돈 셈이다. 결국 혁신안 수용을 촉구하는 의원들과 지도부의 갈등은 혁신안을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에 넘기는 방법론 차이로 변했다. 이 과정에 일부 의원들이 고성을 터뜨리고 단상으로 뛰쳐나와 잇따라 발언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는 쟁점사항과 관련, 표결에 가까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의원들의 최종 입장을 운영위에 넘기자고 주장했다. 이에 남경필 의원 등은 “적당히 몇 시간 토론하고 어설픈 표결로 논의를 종결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당 관계자는 “이런 미완의 봉합 때문에 앞으로 혁신안이 어떤 형태로 수정되고 또 운영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지를 놓고 내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홍천 이종수기자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주택통계/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주택통계가 발표 기관마다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국세청, 건설교통부가 각각 다른 수치를 내놓아 엉터리 통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통계가 허술하면 이를 토대로 수립된 주택정책이 성공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관련 기관중 어느 한 곳도 서로 다른 통계에 대해 설명이 없다. 전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9일의 행자부 발표에 따르면전국 1777만 세대 가운데 971만 세대가 1119만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대략 무주택자가 800만 세대이고,1주택 보유자는 880만 세대이며, 나머지 90만 세대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총세대 가운데 50%는 1주택을,5%는 다주택을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무주택 세대의 비율이 45%나 된다. 행자부의 발표가 맞다면 주택보급률은 63%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주택정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의 통계는 이와는 너무 다르다. 바로 한달 전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이미 102.2%를 기록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었다. 통계는 작성하는 기관에 따라 작성 목적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행자부의 경우 주택보유의 주체를 주민등록상의 ‘세대’로 삼은 반면, 건교부는 주거생활을 함께 하는 ‘가구’로 삼았다고 한다. 동일 가구원이라도 부부나 자녀의 세대분리가 가능하므로 양자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1가구 다세대’인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행자부가 전국의 세대수를 1777만으로 발표했지만 주거의 개념으로 보면 가구수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가구수를 기준으로 한 무주택자 비율은 행자부가 발표한 45%보다 훨씬 낮아지고, 주택보급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행자부의 63%와 건교부의 102.2% 사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어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전문가들은 주택 관련 통계는 세대가 아니라 가구를 기준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행자부가 주택정책의 주무부처인 건교부를 제치고 이런 부적절한 통계를 왜 불쑥 발표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측면지원용인가.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참여정부 반환점] ‘후반기 국정운영’ 각계 제언

    우리 사회의 전문가와 여론주도층 인사들 다수가 25일 임기 후반기를 맞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게 무엇보다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정 운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과 서울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정치 과잉’에 대한 우려도 집중 제기됐으며, 적극적으로 전문가 기용을 주문하는 의견도 많았다.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교수는 23일 “대통령 임기를 10으로 보면 과거사 정리에는 5만 채우고 나머지 5는 미래를 조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임기 절반까지는 과거에만 집착하느라 미래를 잃은 것 같다.”면서 “이런 면에서 지금까지 각 부처가 제시한 로드맵은 잘 모르고 만든 측면이 있는 만큼 제대로 다시 만들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박원순 변호사는 “정치 영역의 갈등이 되풀이되고 사회 양극화 현상이 증폭되는 등 대통령이 우리 시대의 큰 비전을 세우지 못한 것 같다.”면서 “이제부터라도 대통령은 통합 노력을 경주하고 화합의 정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왕좌왕했던 부동산정책이 보여주듯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내놓거나 부처간에 조정이 안된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었는데, 이같은 ‘정책 콘텐츠 빈약’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지난 일을 바꾸려는 데 너무 치중하다 보니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이런 가운데 기업의 투자심리 약화, 경제침체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능력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인사를 하다 보니 능력있는 인사들의 조력을 받지 못했고 ‘아마추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나 교수는 “현재의 잘못된 분위기는 정치 쪽에 너무 갈등을 일으켜 생긴 것”이라며 ‘정치 과잉’을 거론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국민들은 경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은 너무 정치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어 경제가 정치에 압도당하는 형국”이라며 정치 과잉을 우려했다. 박 전 의장은 “후반기에는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친정체제로 흐르기 쉽다.”면서 “무엇보다 인사정책에 신경을 써서 ‘회전(문) 인사’,‘코드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과제를 하나씩 정리하는 쪽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손 총장은 동시에 “개혁과제 수행 과정에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고, 이제는 경제 살리는 일에 매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중권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흐트러진 민심이 지금 20% 안팎의 정권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국민적 불신이 깊은 상황인 만큼 민심 수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참여 정부인 만큼 전문가를 기용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빗물이용시설 확대 得이냐 失이냐

    빗물이용시설 확대 得이냐 失이냐

    남부 아프리카의 고원에 위치한 보츠와나란 나라는 이색적인 화폐단위를 쓰고 있다. 풀라(Pula)와 테베(Thebe)인데, 둘 다 ‘빗방울’이란 뜻이다. 즉 우리나라에선 100원,200원 셈하는 것을 이곳에선 100빗방울,200빗방울로 부르는 것이다.“빗물을 돈으로 여기는 이유는 워낙 가뭄이 심하기 때문”(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이라고 한다. 보츠와나처럼 전형적인 물 부족국가뿐 아니라 인류에게 물은 곧 생명이다. 갈증을 해소하고 논밭 작물을 키우는데 쓰이며, 심지어 배설물을 치우는 데도 없어서는 안될 생존의 필수품이다. 사람 몸의 구성비율처럼, 지구표면의 4분의 3을 덮고 있을 만큼 지구상의 물은 많지만, 쓸 수 있는 물은 극히 제한돼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집계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물 가운데 97.5%는 바닷물이고, 인간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0.01%뿐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2003년 현재 1520㎥로, 유엔 통계에 따르면 180개국 가운데 136번째다. 인구증가와 산업성장 등 요인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도 2000년 ‘물절약 종합대책’을 세우면서 앞으로의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해 오고 있다. 누수 수도관을 교체하고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도요금을 점차 올려나가는 한편 중수도 활용 등 절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둬 왔다.‘빗물이용시설의 확대’도 주요한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인데, 현재 법령 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운동장이나 체육관 건설시에만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를 이보다 더욱 확대하도록 독려해 오던 정책은 최근 갑자기 철회됐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수립해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물수요관리종합계획과 관련,2002년 보낸 지침 중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세우라.’는 내용을 삭제한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의 경우 공공·민간건축물에 대해 대대적인 빗물이용시설 확대를 꾀하려다 부랴부랴 이를 철회하거나 축소하는 등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수자원 정책 방향이 선회한 이유는 환경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에서 “빗물이용시설의 설치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20년 이용해도 비용 못건져” 빗물이용시설은 건물 옥상이나 바닥 등에 빗물을 모으는 저류조와 배수관을 설치해 여과 과정 등을 거친 뒤 청소·조경·화장실 용수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전국적으로 법적 의무가 없는데도 빗물이용시설을 설치, 활용하고 있는 곳은 30여개에 이른다. 연구용역은 이 가운데 서울대학교 기숙사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대전월드컵경기장 등 3곳을 대상으로 시설 설치 및 관리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빗물이용시설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부정적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시설을 활용하더라도 3곳 모두가 편익(상수도요금 절감비용)보다 비용(시설설치비+유지·관리비)이 훨씬 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대 기숙사의 경우 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편익은 170만원(편익가치=0.17)에 불과했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전월드컵경기장도 편익가치가 각각 0.51과 0.2에 그쳤다. 강우량의 70%가 하절기에 집중되는 등 기후 특성상 빗물이용시설의 겨울철 사용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경제성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윤주환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과)는 “적어도 경제성만 놓고 보면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확대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실 보고서로 정책 성급하게 변경” 환경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당초 지자체에 내려보냈던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확대하는 쪽으로 물수요관리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침을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절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이 경제성 분석이라는 단편적인 측면만 고려한 나머지 진지한 성찰 없이 성급하게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빗물이용시설로 인한 상수도 요금 절감 등 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성만 감안했지 홍수나 국지성 호우 등에 대비한 ‘방재’ 기능적 측면 등 빗물이용시설 확대 설치로 인한 사회적 가치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대가 유엔환경계획과 함께 설립한 ‘빗물이용센터’의 관계자는 이 때문에 “환경부 용역결과는 빗물이용의 공익적·환경적 측면 등을 감안하지 않은 ‘고려할 가치도 없는’ 내용”이라고까지 폄하했다. 그는 “경제성 분석도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한 사람이나 단체의 ‘사적 편익’만 감안할 게 아니라 ‘공적 편익’도 계산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하천 물을 고도로 정수처리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이에 대한 정부 예산을 비롯, 홍수조절에 기여하는 효과 등을 경제적으로 환산해야 하지만 이를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빗물이용센터에 따르면 현재 가정에서 사용하는 고도정수처리된 상수도 물의 50%가 화장실 용수나 세탁용으로 쓰인다. 이를 빗물로 대체 이용해 고도정수처리비용을 줄이고, 빗물이용시설의 홍수조절 기여 효과 등을 감안할 경우 경제성 분석 결과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도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이번 연구용역이 물의 생태적 순환 등 환경적 가치를 다루지 않고 개인 측면에서의 경제성만 분석한, 단편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전문가 검토 등 절차를 더 거친 뒤 빗물이용시설 설치 확대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올 연말까지 각 지자체가 수립한 ‘물수요관리 종합대책’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불과 2개월 전에 ‘확대 설치’에 대한 정책 변경을 통보한 상태여서 그 때까지 빗물이용시설 설치 확대와 관련한 정부의 최종 입장정리가 나오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CNG버스 보급 제동 걸리나

    CNG버스 보급 제동 걸리나

    매연이나 소음이 많은 경유버스를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버스인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고가 다시 발생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고가 CNG버스 보급 계획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이 때문에 액화석유가스(LPG)버스의 실용화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CNG버스 폭발,‘우려가 현실로’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동 CNG 충전소에서 가스를 충전 중이던 한 시내버스의 연료통이 폭발했다. 운행 중인 CNG버스의 연료통이 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고로 가스를 주입하던 충전소 직원 이모(36)씨가 연료통 파편에 맞아 팔을 다쳤다. 옆에 있던 버스 운전사 김모(34)씨도 폭발음에 고막이 손상됐다. 또 연료통 파편에 의해 충전소 사무실 대형 유리창과 컴퓨터 등 내부 집기가 부서졌다. 경찰은 과다 충전이나 연료통 불량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CNG버스 제작업체에서 차량 출고를 위해 가스를 주입하다 연료통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CNG 연료통에 가스 충전을 완료한 뒤 충전호스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연료통 결함으로 지목됐다. 이번 사고는 전문가들이 CNG버스의 경우 LPG버스에 비해 안전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CNG자동차를 보급한 인도에서도 운행 중인 차량의 연료통이 폭발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작년말 6121대 보급… 충전소는 63곳뿐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CNG버스를 도입하는 운송업체에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과 함께 대당 22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업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압충전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업체는 예산상의 이유로 충전소 설치를 기피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 2002년까지 5000대를 비롯,2007년까지 도시권 시내버스 2만대를 CNG버스로 교체할 계획이었다.CNG버스 2만대를 도입하려면 400여곳의 충전소가 필요하지만, 지난해말 현재 63곳만 확보됐다. 이 때문에 CNG버스가 5000대를 넘어선 것은 당초 계획보다 2년 가까이 늦은 지난해 7월이었으며, 지난해말 현재 6121대가 보급됐다. 게다가 가스를 충전하던 CNG버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의 CNG버스 보급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CNG버스는 환경오염과 운영비용,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PG버스 실용화 여부 연말쯤 결론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등은 이달부터 저공해 LPG 버스 실용화 여부를 결정할 예비타당성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오는 12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실용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LPG차량은 그동안 최고 출력이 낮아 소형차 위주로 보급됐다.LPG버스보다 CNG버스가 우선 보급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한국기계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액상 분사 방식의 터보엔진 기술을 적용,LPG버스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특히 LPG버스의 경우 고압충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는 CNG버스와 달리 기존 1200여곳의 LPG 충전소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선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기관에 따라 LPG버스의 친환경성과 성능 및 경제성에 대한 평가 결과가 크게 달라 혼선이 빚어졌다.”면서 “LPG버스는 연료저장 형태나 1회 주유시 운행거리 등에서 우수한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실용화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김윤규부회장 대표직 해임

    김윤규부회장 대표직 해임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이 ‘개인비리’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16년간 애정을 쏟아온 대북사업에서 한발 물러서게 됐다. 현대그룹은 19일 현대아산 이사회를 열고 최근 경영감사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적발된 김 부회장에 대해 현대아산 대표이사직에서는 해임하되 부회장 직함은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김윤규·윤만준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윤만준 사장 단독 체제로 재편됐다. 김 부회장의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사회는 “김 부회장이 기업경영인으로서 갖지 말아야 할 바르지 못한 처신을 함으로써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사업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현대그룹과 남북경협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해 부회장직을 유지, 대북사업에 일정한 역할을 맡도록 했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김 부회장이 이날 이사회에 앞서 이사회 불참과 함께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정은 회장과 이사회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남북경협사업이 잘 진행되도록 힘껏 돕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이사회 결정에 반발, 현대측에 반격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자기 무덤을 파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김 부회장이 부회장직 제의를 거절하고 회사를 완전히 떠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 부회장은 이날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현대측은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민적 기업인 현대아산은 그 어느 회사보다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윤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현 회장의 발언으로 미루어 일각에서 제기돼 온 금강산 온정각 시설 분양에 주변인사들이 참여하는 등 적절치 못한 처신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또 “지난 3월부터 대북업무는 김 부회장이, 대내업무는 윤 사장이 맡는 공동대표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이원화된 업무에 혼선이 생기는 등 업무 추진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과 김 부회장의 ‘갈등설’을 간접 시인한 셈이다. 한편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이 최근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현대측은 “대북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2003년 8월 정몽헌 회장 사후 김 부회장이 북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현대측 대표를 맡아왔지만 지난 3월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개편된 뒤 김 부회장의 역할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1969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마치고 현대건설에 입사한 김 부회장은 89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했을 때 수행을 시작으로 대북사업과 인연을 맺었다.98년에는 현대그룹의 남북경협사업단 단장을 맡았고 99년부터 현대아산의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고 정몽헌 회장이 유서에서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은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할 정도로 현대 대북사업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70여명이 숨진 89년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의 항공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김 부회장은 2001년 현대건설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일어섰고,KCC와의 경영권 분쟁때도 사표를 냈지만 전문성을 인정받아 재신임됐다. 올초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힘이 많이 빠지자 지난달 현 회장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을 성사시키면서 ‘회생’하는 듯했지만 결국 개인비리라는 ‘덫’에 걸려 타격을 입게 됐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사설] 청와대 시스템 정비 기대한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후속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25일로 참여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아선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단순한 인물 교체 차원을 넘어선다. 집권 후반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을 효과적으로 실천해 나갈 청와대의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후임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모양이다. 노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정무기능을 보완하는 인사여야 한다는 등의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벌써부터 몇몇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가 비서실장이 되느냐 보다 그를 통해 청와대의 국정시스템이 어떻게 정비되느냐가 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최근 행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지난달 등장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논란이나 엊그제 제기한 국가범죄 공소시효 배제 제안 등을 지켜보면서 과연 청와대의 국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구상은 모두 ‘노 대통령의 문제제기-여권내 혼선 및 위헌 시비-여야간 논란-노 대통령의 추가 설명-야당의 반발-구상 철회 또는 보완’의 수순을 밟고 있다. 대연정 구상의 경우 노 대통령은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2개월 가까이 토론했고, 국가범죄 시효배제 제의를 담은 광복절 경축사 역시 참모들과의 독회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권내 혼선과 위헌시비, 불필요한 여야 갈등을 낳은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겠으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위헌 여부를 관련부처와 충분히 따져보고, 야당의 기류도 면밀하게 살폈다면 소모적인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따라서 김우식 실장 교체로 이뤄질 후속 인선에서는 이같은 청와대 시스템운영상의 허점을 찾아 보완하는 정비작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 與 “특별법이 대안” 틈새 벌리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최근 한나라당과 야3당이 공조해 발의한 ‘도청 특검법안’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양상에 접어 들었다. 파문의 진앙은 특검법의 수사대상(2조) 가운데 ▲2항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결과 발표 ▲3항 위법 사실이 확인된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 공개 등이다. 이를 놓고 위헌 논쟁을 벌인 한나라당은 곧 지도부와 율사 출신 의원들이 만나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공동발의한 민주노동당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서 파생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은 논의의 여지도 없고 2항은 ‘공조의 전제조건’이었다.”며 한나라당이 입장을 바꿀 경우 공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일단 한나라당의 태도를 관망하고 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은 이 상황을 야4당공조의 ‘틈새 벌리기’ 차원에서 최대로 비집고 들어갈 태세다. 특검법 입안을 주도한 의원들은 이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안의 틀을 마련한 장윤석 의원은 “큰 틀은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도청을 수사하는 것이기에 수사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된 내용을 기소하고 공개하는 것은 헌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고 말했다.지도부를 비롯, 율사 출신 의원들은 약간의 혼선이 있더라도 위헌소지를 거르고 가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김기춘 의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나 도청된 내용을 직접 수사의 단서로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위헌 여지를 없앤다는 원칙에 공감하고 있어 이번주 내 접점 찾기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특검법의 문제점을 강조하며 특별법 추진에 고삐를 바짝 죄는 한편 야4당간 공조의 혼선을 적극 활용할 낌새다. 전병헌 대변인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4당이 합의해 놓고도 지금와서 딴 소리가 나오는 것은 한나라당의 특검법 주장이 현 정국을 물타기하려는 의도였음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단수석부대표는 15일 “한나라당의 이견 조율을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특검법안의 2·3항을 수정하면 공조가 힘든 게 아니냐.”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주부터 불법도청 내용 공개에 적법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당과 특별법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종수 황장석기자 vielee@seoul.co.kr
  • 울산 국립대 설립 표류 市-출신의원 ‘불협화음’

    당초 6월 확정 발표될 것으로 기대됐던 정부의 울산 국립대 설립 발표가 지연돼 울산시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와 지역 출신 정치권의 국립대 설립을 위한 협조체제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울산시는 정부가 울산국립대 신설 계획을 지난달쯤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고 11일 밝혔다. 울산시는 부산에 있는 국립대학 이전이 무산됨에 따라 울산지역 특성에 맞는 국립대학을 신설하는 쪽으로 올 들어 교육부와 의견을 모았다. 대학 신설에 드는 비용 일부를 울산시도 부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구체적인 신설계획을 확정해 6월말쯤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립대학 신설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고심하는데다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지역 형평성 등의 이유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신설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지역출신 여권 국회의원이 울산국립대 신설 비용가운데 울산시 부담이 지나치게 많다며 관련 부처에 문제를 제기했다. 울산 출신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도 국립대설립과 관련해 지역의 보고소홀 등에 불만을 표시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울산시와 지역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국에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울산 강원식기자kws@seoul.co.kr
  • 광복절 한거리 동시행사 ‘신경전’

    광복절 60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가 신경전을 펼쳐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의 경복궁에서 남대문(숭례문)으로 이어지는 대로상에서는 비슷한 시간대에 3개의 행사가 제각각 펼쳐진다. 우선 문화관광부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북궁 앞에서 ‘차없는 거리축제’를, 행정자치부는 오후 7시10분부터 9시까지 숭례문에서 ‘새로운 시작, 평화의 노래’를 주제로 대중음악회를, 서울시도 저녁 7시30분부터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를 각각 연다.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한 성격의 공연이 이뤄지는 만큼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치적인 배경까지 가미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숭례문에서 열리는 대중공연 노랫소리 등이 시청앞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시작한 행사인데 행자부가 나중에 끼어 들어 혼선이 생겼다.”면서 “야당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행자부는 “예정된 행사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사시간대 교통통제도 시빗거리다. 차량통제로 한쪽으로 차량이 몰리면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점을 우려한다. 이와 관련, 이명박 서울시장은 10일 “경찰이 숭례문과 광화문 쪽에 대해서는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고, 그 중간인 서울광장 옆은 안 한다더라.”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청중의 동원도 양측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 행사에는 의자가 마련돼 있는 만큼 서서 관람하는 숭례문 행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숭례문 행사가 젊은층이 몰리는 대중공연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문제가 꼬이면서 해당 부처와 서울시가 협의를 벌였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숭례문쪽 행사의 경우 서울역 쪽으로 무대를 배치, 두 행사간 음향간섭을 줄이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은 “광복절 행사마저 정치적인 이해로 갈등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오는 10월1일 청계천 복원 기념행사도 이 지경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盧대통령 “테이프 공개 특별법 만들어야”

    盧대통령 “테이프 공개 특별법 만들어야”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밝혀야 하고, 그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도청은 정·경·언 유착보다 훨씬 심각하고 더 중요한 문제이고, 인권침해가 국가권력에 의해 국민에 대해 가해지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것”이라면서 “정말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도청문제는 파헤친 게 아니고 그냥 터져나온 것”이라면서 “아무런 정치적 의도도, 음모도 없다.”고 민주당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당 죽이기’라면서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이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불법도청의 진상규명 등을 위해 특별법 제정과 특검 발의 등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 “공개의 문제와 수사의 문제가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어디까지 공개하고 어디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냐는 것은 수사의 문제와는 전혀 다르고, 법에 따라야 한다.”고 특별법 제정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특검 하면 특별법을 안 해도 되느냐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별법에서는 공개여부와 자료의 관리에 대한 것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자료를 폐기할 것이냐, 보존할 것이냐, 보존한다면 앞으로 누가 관리할 것이냐, 공개할 것이냐 비공개할 것이냐의 문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국회가 (특별법 제정에)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1600명의 검찰 조직이 도청사건 하나 조사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조직이냐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 4당은 이날 불법도청 파문과 관련해 9일 중 특별검사제 도입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은 불법도청 테이프의 공개 정도를 결정하기 위한 가칭 ‘구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처리에 관한 진실위원회법’을 9일 확정, 단독 발의할 방침이다. 종교계와 법조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 5∼7명으로 구성될 진실위원회는 활동기한을 6개월로 하되 한 차례에 한해 최고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도청여부에 대해 “국정원과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결과를 보고 참여정부에서 도청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박찬구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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