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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상담 빙자 성매매 알선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생활정보지에 ‘초혼·재혼 주선’이라는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전모(42·여)씨를 윤락행위등 방지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성매매를 한 박모(42·여)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인터넷 화상채팅사이트에 올린 ‘조건만남’광고를 보고 전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주고 박씨 등과 성관계를 맺은 강모(39)씨 등 12명도 입건했다. 하지만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23일 이후의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특별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전씨는 2000년 10월부터 강북구 미아5동 집에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여성 192명과 남성 2247명의 성매매를 전화로 알선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1억 9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성매매 여성은 대부분 이혼녀로 재혼문의를 위해 전화를 했다가 “연애하고 돈 받아 일부만 나에게 떼어달라.”는 꾐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전씨가 화대의 25∼50%를 가로챘다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결혼비용 집값에 물어봐 ?

    경기 불황 속에도 집값 상승으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3년새 1.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5일 지난해 5대 도시 신혼부부 294쌍의 평균 결혼 비용이 1억 3498만원으로,지난 2000년 평균 7845만원보다 5653만원 늘어났다고 밝혔다.결혼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지난해와 2000년 모두 주택마련 지출로,비용의 60%선이었다.연구소는 “비용 증가는 불황 속에도 내릴 줄 모르는 집값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랑·신부의 지난해 평균 부담액은 각각 9513만원,3985만원으로 조사됐다. 3년 전과 비교할 때 여성의 부담률은 1.6% 상승하는데 그쳐 주로 주택을 마련하는 신랑의 결혼비용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오늘의 눈] 이혼 디바이드의 시대/고금석 수도권부 기자

    얼마전 신문 칼럼에서 읽은 ‘결혼 디바이드(Marriage Divide)’란 용어가 생각난다.서구 사회에서는 사회적으로 안정된 계층이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 결혼 여부가 계층의 ‘격차를 벌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혼 디바이드(Divorce Divide)’란 용어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통계청이 발간한 ‘2002·2003 인구동태통계연보’의 혼인 및 이혼편에 나타난 조(粗)이혼율 통계를 분석(서울신문 8월31일자 1·2·3면 보도)한 결과 서울 강남,서초 등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지역의 조이혼율이 서울 중랑,강북 등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낮게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일일 연속극에서처럼 많이 배우고 돈 많고 잘난 사람이 ‘쿨’하게 이혼을 선택한다고 여겨왔던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렸다.물론 조이혼율만을 가지고 지역간 이혼빈도를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원래 ‘조(粗)’라는 용어가 붙은 통계는 인구 1000명당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현실을 액면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이혼율은 이혼수준을 파악하는 사회학적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데다 이 기준이 정부가 작성하는 공식통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달라진다.이혼문제를 파악하는 적절한 잣대로 사용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의 이혼은 ‘가족문제’로만 치부돼 왔다.그러나 외부환경과 무관한 가족문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이혼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잘 살고 많이 배울수록 이혼을 덜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즉 이혼의 지역적,소득별,학력별 차이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금석 수도권부 기자 kskoh@seoul.co.kr
  • [여성&남성] 2030 미혼남 ‘내 여자의 조건’

    [여성&남성] 2030 미혼남 ‘내 여자의 조건’

    “성격은 흠잡을 데 없지만 외모가 달리는 여자와 외모는 뛰어나지만 성격이 좋지 않은 여자가 있다면 과연 누구를 택해야 할 것인가.” 너무 뻔한 질문일 수도 있다.얼굴이야 성형 수술로 고칠 수 있다고 해도 성격은 아무리 돈을 들여도 고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2030 미혼남들에게 ‘내 여자의 조건’을 들어봤다.지난주 2030 미혼녀들이 꼽는 ‘내 남자의 조건’을 확인한 데 이은 ‘완결판’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5∼39세 남성 12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최근 실시했다.그 결과 ‘이것만은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조건’으로 49.2%가 ‘성격’을 꼽았다. ‘외모’가 25.4%로 뒤를 이었고 건강이 9%,가정환경이 4.9%,몸매가 2.5%,경제력과 종교가 각각 1.6%를 차지했다. 회사원 황경목(28)씨는 “다른 설명 필요없이 성격 안 맞으면 못 산다.”고 단언했다.다른 것은 맞춰가면서 살 수 있어도 성격은 개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절반의 남성이 첫손가락에 꼽는 성격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결혼 2년차의 회사원 김모(30)씨는 ‘포용력’을 꼽았다.그는 “같이 생활하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결혼생활에서는 마음이 넓은 여자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아이에 대한 모성은 포용력에서 나온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서성진(23·학생)씨는 “좋은 성격이란 착한 것”이라면서 “내 부모만이 아니라 친정 어른들한테 잘하는 성격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박준성(31·회사원)씨는 집안의 화목을 유지할 수 있는 자질이 좋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모(29·회사원)씨는 “예쁜 여자가 좋다.”면서 “외모가 최고”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특히 34∼39세 남성의 30.8%는 외모를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흔히 결혼 적령기로 일컬어지는 30∼33세의 18.2%를 크게 앞지르는 등 결혼 적령기가 지난 남자는 외모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경제력’은 여성의 51.5%가 ‘내 남자의 조건’으로 꼽았지만,남성은 1.6%만이 첫째 조건으로 꼽았다.여성의 사회진출이 많기는 하지만 남성들은 아직도 가정의 경제력은 남성이 책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려자를 만나고 싶은 방식’으로는 ‘오랜 친구에서 애인으로’가 29.5%로 가장 많았다.‘주위의 소개나 중매로’가 25.4%,‘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으로’가 23.8%로 뒤따랐다. 이동혁(29·회사원)씨는 “편하게 친구같이 만나다 필(feel)받아서 손잡는 것이 좋다.”면서 “좋아하는 마음도 만나다 보면 생기는 것이지 첫눈에 반해본 적도 없고,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야 이성적으로도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박준성씨도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래 알고 지내면서 서로의 장단점이나 습관까지 아는 사람이 아무래도 편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운명적 만남’을 선택한 신씨도 “같은 직장에서 만나거나,알고 지내던 여성과 사랑이 싹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여성의 48%가 ‘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남성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하는 셈이다. 그러나 권영제(30·회사원)씨는 “옛날에는 동호회나 직장에서 만났으면 했는데,요즘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그냥 중매로 빨리 끝내고 싶다.”고 답했다.‘주위의 소개나 중매’로 만나고 싶다는 남성이 20대는 12.8%에 불과했지만 30대로 접어들면 31%대로 2배 넘게 높아졌다. 신부감의 단점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으로는 ‘외도나 바람기’를 꼽은 사람이 58.2%로 가장 많았다.남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동현(29·교사)씨는 “결혼은 두 사람의 신뢰가 제일인데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또한 여성들의 답변에는 없던 ‘스스로를 가꾸지 않는 게으름’을 택한 남성도 19.7%나 됐다. 가사노동에 대한 질문에는 ‘실질적으로 반반으로 분담할 용의가 있다.’가 44.3%,‘아내가 바쁠 때는 도맡을 용의가 있다.’가 32.8%를 차지했다.대부분의 남성이 가사를 돌볼 용의가 있다고 답한 셈이다. 박준성씨는 “이건 누가 하고 저건 누가 하는 식으로 정해놓고 분담하는 역할분담은 별로”라면서 “그때그때 덜 바쁜 사람이 하면 되지 않느냐.”고 답했다.기계적인 공동부담보다는 융통성 있는 분담을 원하고 있었다. “아내가 동거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는 29.5%가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결정한다.’고 대답했다.‘완전히 끝난 관계라면 상관없다.’와 ‘사랑한다면 가능한 한 인내하고 용서한다.’가 25.4%로 같았고,‘무조건 헤어진다.’도 18.9%였다. 홍동현씨는 “결혼 전 동거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그런 것을 숨기는 건 문제지만 솔직히 털어놓고 다른 미래를 약속한다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장모(28·회사원)씨는 “하지만 일부러 속인 것이라면 보복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라고 말해 ‘쿨’한 답변을 한 속내에도 적지 않은 고민이 있음을 반영했다. 김효섭 이효용기자 newworld@seoul.co.kr
  • [여성&남성] 魔의 서른살 결혼 스트레스 남녀모두 ‘최고’

    [여성&남성] 魔의 서른살 결혼 스트레스 남녀모두 ‘최고’

    “스쳐 지나갈 인연이면 만나지 않게 해주십시오.추억이고 나발이고 이젠 다 귀찮습니다.나를 거쳐 다른 이에게 가는 슬픈 인연의 스리쿠션은 더이상 사양합니다.…파리에선 혼자 밥 먹는 사람도 엄청 많던데,우리나라는 혼자 스테이크 먹는 여자를 마치 외계에서 불시착한 생명체처럼 보고 있습니다.두려울수록 맞서라!” -서른 두 살 여성 3명을 주인공으로 한 MBC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중. 그동안 무수히 많은 매체가 30대 여성을 결혼하지 못해 환장하거나,히스테리 부리는 것을 낙으로 삼거나,아예 포기하고 독하게 일만 하거나,유부남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는 ‘제3의 존재’인 양 그려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심심하면 한번씩 도마 위에 올리는 노처녀·노총각의 에피소드는 이제 철지난 유머다.서른 살을 두고 ‘꺾어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촌스러운 구식 사고방식에 지나지 않는다.당사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은? 평범한 30대 남녀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시기 느긋하게 봐 서울신문은 결혼정보업체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의뢰,지난달 29일부터 이틀동안 전화여론조사로 30대 미혼남녀의 결혼관을 알아봤다.조사에는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에 사는 남성 106명,여성 97명 등 30대 미혼남녀 203명이 응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적령기였다.남성의 결혼적령기를 묻는 질문에 남성은 가장 많은 31%가 32세,20.8%가 30세라고 답했다.하지만 여성들은 22.7%가 33세를 남성의 결혼적령기라고 응답,남성의 결혼 시기를 훨씬 더 늦게 봤다. 여성의 결혼적령기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남성들은 37.9%가 28세,22.3%가 27세,16.5%가 30세라고 답했다.하지만 당사자인 여성은 39.6%가 28세,30.2%가 30세,12.5%가 29세라고 생각했다.30세를 여성의 결혼적령기로 보는 비율이 여성이 남성의 두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노처녀·노총각 인식도’도 흥미로웠다.먼저 응답자 가운데 ‘스스로 노총각·노처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남성 54.7%,여성 54.6% 등 평균 54.7%였다. 30세가 넘으면 혼기를 놓친 것으로 보던 기존의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남성이 자신을 노총각으로 인식한 비율은 30∼31세가 37.5%,32∼33세가 53.3%,34∼35세가 72.4%로 나이가 들수록 뚜렷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하지만 여성은 30∼31세에 노처녀라고 생각한 비율은 51%로 남성보다 확연히 높지만,이후 남성만큼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지는 않았다.34∼35세 여성은 69.2%가 노처녀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오히려 남성보다 낮았다. 주변으로부터 결혼압박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결혼적령기와 거의 일치했다.남성의 대다수인 84.8%가 30세 이후부터 압박을 받기 시작했고,여성의 88.1%가 27세에서 30세까지 결혼압박을 받았다.하지만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은 나이는 남성 32.3%,여성 27.2% 등 남녀 모두 30세를 들어 아직 ‘나이 서른’에 보내는 관심이 여전했다. 조사를 벌인 이희길 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은 “이번 조사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결혼시기를 더 늦게 보고,연령이 높아질수록 적령기를 놓쳤다는 인식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금의 만혼 추세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공감하고 있고,결혼으로 인한 불이익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 여성쪽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듯 ‘미혼이 좋은 이유’에는 ‘일과 자아성취,자아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답한 여성이 12.4%로 남성의 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보였다. ●친구 단란한 가족볼때 가장 결혼하고 싶어 ‘미혼생활의 단점’으로는 남성의 32.1%와 여성의 36.1%가 ‘고독,외로움,허전함’이라고 답했다.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전체의 4.9%로 예상보다 적었다.남성의 응답률이 7.5%로 여성의 2.1%보다 높았다.‘가장 결혼하고 싶을 때’는 ‘친구가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을 때’가 남성의 29.2%,여성의 23.7%를 차지했다.안정적인 가정을 부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30대 남녀들은 대부분 공감을 표시했다.회사원 김미정(32·여)씨는 “결혼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당장 회사는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망설여진다.”면서 “지금까지 쌓아놓은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경훈(35·자영업)씨는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서른 살이 되자마자 하도 결혼을 닥달하는 바람에 헤어졌다.”면서 “혼자 사느라 조금 불편한 건 있지만 결혼문제는 신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지현(31·여)씨는 “느긋하게 마음먹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적당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면서 “아직 혼기를 많이 넘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어렸을 때처럼 치기어린 감정에 치우쳐 결혼을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다음뉴스 키워드] (8월 첫째주)

    (1) 최진실 한낮에 벌어진 최진실-조성민 부부의 폭행시비 파문으로 두 사람의 이혼문제까지 구설수에 올라. (2) 탈북자 탈북자 집단입국으로 인해 남북 장관급 회담이 무산되는 등 급격히 냉랭해진 남북관계에 주목. (3) 폭염 10년만의 무더위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찌는 듯한 폭염이 이번 주에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 (4) 아시안컵 이란전 패배로 8강 탈락한 한국 축구대표팀.일본과 중국이 우승을 다투게 돼 아쉬움은 더하다. (5) 감기약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이 전면 시판금지되면서 식약청,제약회사,국민 모두에 비상이 걸렸다.
  • ‘한국의 가족’ 연구로 박사학위 받는 니콜라

    “이젠 백자가 조선조 어느 때인지,삼국시대 건축물은 백제,신라,고구려 중 어느 나라 건지 보기만 하면 알아요.” 역사나 고고학을 공부하는 한국인 이야기가 아니다.오는 7월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한국 가족의 초상(가제)’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인 이탈리아인 귀세피나 드 니콜라(33 )의 말이다. 니콜라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자원봉사를 했다.지금은 논문 마무리 작업으로 쉬고 있지만 논문이 끝나면 이탈리아에 돌아갈 내년 초까지 다시 자원봉사를 할 생각이다.니콜라는 내년 3월부터 밀라노의 라비코카 대학에서 조교수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자원봉사기간 동안 박물관에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박물관을 안내하고 박물관이 펴내는 각종 자료의 번역작업을 돕는 것이 니콜라의 일이었다.니콜라는 이탈리아어 외에 영어,불어,일어,한국어 등 5개 언어를 할 수 있다.박물관에 온 외국인들은 대부분 신라시대 미술품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조선 백자의 검소함·깨끗함에 대해 많이 질문했다고 회상했다. ●우연히 접한 ‘한글’에 빠져 한국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자원봉사를 오는 한국인은 별로 없다.더군다나 지금까지 외국인 자원봉사는 니콜라를 포함,2명이었다는 것이 박물관측 설명이다.박물관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 유일한 서비스다.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를 한 연유를 물었더니 “사랑에 빠져서”다.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유산에 대해 배운 것이 고마울 뿐이란다. 니콜라의 한국 사랑은 한글에서 시작됐다.대학교 시절 일본어를 배우면서 다른 동양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때 우연히 본 한글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공부를 시작했다.역사를 공부하면서 작은 나라지만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갖고 있고,외세에 시달렸으면서도 ‘외교적 타협’이 뛰어나 독립을 유지하는 독특한 나라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박사학위를 한국에서 따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했다. “아마 그 때로 되돌아간다면 한국에 오는 걸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니콜라는 웃었다.낯선 언어에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는 환경,그리고 여성을 바라보는 다소 경직된 시선.모두가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된 건 어머니였다.서울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96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아버지는 니콜라가 이탈리아에 도착,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장례를 며칠 미뤘다.니콜라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평생 가슴에 남을 것 같단다.“힘들 때마다 내가 공부를 마쳐야만 임종을 지키지 못한 걸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버텼다. 니콜라는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근 8년을 한국에 머물고 있다.현재 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과에서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논문을 쓰기 위해 영어 가정교사를 자청,한국인 가정에서 2001년 한 해를 살기도 했다. ●어른에 대한 존경심 엷어져 안타까워 지금은 본인 스스로가 한국인인지 이탈리아인인지 헷갈리는 ‘정체성 혼란’에 가끔 빠진다고 농담을 던진다.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렇게 낯설었던 연장자에 대한 행동이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다.이제 3∼4명만 모이면 자연스럽게 서열이 정해지고,그래서 상대방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문화가 편안하단다. 니콜라는 한국 젊은이들이 연장자에 대한 존경을 많이 버리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2000년 넘어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개인주의가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결합된다면 훌륭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이런 존경심이 사라지는 데는 학교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니콜라 연구의 중심은 한국의 가족과 결혼문화이다.9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었던 나폴리 동양학대학에서 92년 ‘한국 가족 체계-전통과 변화’라는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니콜라는 지금 한국 가족이 핵가족시대라고는 하지만 핏줄을 중시하는,대가족과 핵가족의 중간쯤 된다고 본다.니콜라 생각에는 중국과 일본이 핏줄을 한국만큼은 중시하지 않는다.아주 옛날의 한국도 그렇지 않았다고 본다.조선시대에 유교문화가 정착되고 외세의 침공을 여러번 겪으면서 핏줄 집착이 생겼다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유럽서도 한국 IT 등에 관심 커져 내년 3월에는 홍콩 중국대 인류학과와 홍콩 인류학회 후원으로 ‘한국 결혼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결혼을 둘러싼 풍토가 많이 변하므로 그 변화를 통해서 사회변화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결혼식,폐백은 물론 야외촬영,결혼앨범 자체 등을 담았다. 중매쟁이로 나서 결혼을 직접 성사시키기도 했다.미국인으로 친한 친구인 북한전문가 티모시 새비지에게 자신이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던 한국 친구를 소개,두 사람이 지난 1일 결혼식을 올렸다.그러나 막상 본인은 미혼이다. 니콜라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유럽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이탈리아만 해도 90년대 말부터 로마나 베니스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한국의 영화나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한국에는 아무 관련 없는 시저나 나폴레옹을 한국인이 아는 것처럼 세종대왕도 유럽인이 알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프로필 ▲1984년 이탈리아 포자 가톨릭국제대학 졸업 ▲1992년 나폴리 동양학연구대학 석사 ▲1992년 전일본항공 밀라노 지사 홍보담당 ▲1994년 밀라노 대학에서 ‘현대 일본’ 강의 ▲2001년 한국외국어대학 이탈리아어과 전임강사 ▲2004년 7월 서울대 인류학과 박사 예정 ▲2005년 5월 ‘한국 결혼 앨범’ 출간 예정 ▲2005년 9월 ‘경제위기 이후의 한국-새 사회문화 정체성을 찾아서’ 출간 예정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 [김영희 이혼클리닉] 청각장애인과 결혼 고집하는 외아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스물일곱살 아들,딸을 두고 제과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장래가 촉망되는 아들이 청각장애인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합니다.아들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청천벽력’이네요.아무리 반대해도 아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어쩌면 좋을까요? 양정미(가명) 양정미씨,자식 마음과 부모 마음은 다른 것일까요?성년이 된 자식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왜 한바탕씩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혼기를 앞둔 자녀를 둔 가정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일부 부모들 중엔 자식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결혼할 당사자가 뒤바뀐 듯 하나에서 열까지 지나친 간섭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물론 부모가 자식 결혼문제에 무관심할 수야 없겠지만,어디까지나 결혼할 당사자는 본인이지 부모가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미국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강력부 부장검사인 정범진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지요.정 검사는 부모를 따라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명문 조지워싱턴대 법학과를 다니던 중 24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습니다.그런데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브루클린 검찰청 강력부 검사가 되어 살인사건전담부 수석검사를 거쳐 부장검사로까지 승진했다고 합니다. 어깨 아랫부분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인 그가 해낸 성공은 ‘인간승리’ 그 자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인종차별이 심한 이국 땅에서,더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으로 역경을 이겨내기까지 겪었을 ‘인내와 좌절’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피눈물 쏟는 고통이었을 겁니다.정말 자랑스럽고 훌륭한 사람이지요.한데 그 정 검사가 오는 10월에 유능한 여성 벤처사업가와 결혼한답니다. “어떤 정상인보다 건강한 분이고,착실하면서도 곧은 성품에 반했어요.몸만 건강하고 마음엔 커다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 몸은 불편하더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어요.” 그와 결혼할 이수영씨가 한 말입니다. 정미씨,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도 안한 채 두 남매를 정신적 지주로 의지하고,아들딸 결혼시켜 착하고 예쁜 며느리·사위 얻어 손자·손녀 돌봐주며 오순도순 여생을 살아갈 생각이었는데,철석같이 믿고 있던 아들이 청각장애인과 결혼을 하겠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충격”이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외로운 삶을 보고 자라온 아들은 어머니의 희망이 자신인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입니다만,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사랑하는 여자보다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편에게 주는 사랑과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 다르듯이 ‘사랑의 길’이 다른 것뿐이지요. 아들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천사같다고 했는데,아들 또한 같은 마음을 지닌 청년인 것 같습니다.세상에는 바르지 못한 사고와 행동으로 살고 있는 정상인도 많습니다.두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한다는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외적인 조건만으로 결혼의 행·불행이 결정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았으련만,눈으로 가슴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나 봅니다. 정미씨,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아들은 지금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아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헤아려 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주십시오.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려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켜보시되 두 사람의 사랑이 ‘필연적’인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다그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아들의 선택을 기다려 보세요. 옳은 선택인지 잘못된 선택인지는,선택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평생을 같이할 인생의 동반자를 아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보십시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김영희 이혼클리닉] 청각장애인과 결혼 고집하는 외아들

    남편과 일찍 사별한 뒤 스물일곱살 아들,딸을 두고 제과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장래가 촉망되는 아들이 청각장애인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합니다.아들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청천벽력’이네요.아무리 반대해도 아들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어쩌면 좋을까요? 양정미(가명) 양정미씨,자식 마음과 부모 마음은 다른 것일까요?성년이 된 자식들이 결혼할 때가 되면,왜 한바탕씩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혼기를 앞둔 자녀를 둔 가정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일부 부모들 중엔 자식 사랑이 지나친 나머지 결혼할 당사자가 뒤바뀐 듯 하나에서 열까지 지나친 간섭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물론 부모가 자식 결혼문제에 무관심할 수야 없겠지만,어디까지나 결혼할 당사자는 본인이지 부모가 아니란 점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미국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강력부 부장검사인 정범진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었지요.정 검사는 부모를 따라 9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명문 조지워싱턴대 법학과를 다니던 중 24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습니다.그런데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브루클린 검찰청 강력부 검사가 되어 살인사건전담부 수석검사를 거쳐 부장검사로까지 승진했다고 합니다. 어깨 아랫부분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인 그가 해낸 성공은 ‘인간승리’ 그 자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인종차별이 심한 이국 땅에서,더구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으로 역경을 이겨내기까지 겪었을 ‘인내와 좌절’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피눈물 쏟는 고통이었을 겁니다.정말 자랑스럽고 훌륭한 사람이지요.한데 그 정 검사가 오는 10월에 유능한 여성 벤처사업가와 결혼한답니다. “어떤 정상인보다 건강한 분이고,착실하면서도 곧은 성품에 반했어요.몸만 건강하고 마음엔 커다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것보다 몸은 불편하더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했어요.” 그와 결혼할 이수영씨가 한 말입니다. 정미씨,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재혼도 안한 채 두 남매를 정신적 지주로 의지하고,아들딸 결혼시켜 착하고 예쁜 며느리·사위 얻어 손자·손녀 돌봐주며 오순도순 여생을 살아갈 생각이었는데,철석같이 믿고 있던 아들이 청각장애인과 결혼을 하겠다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충격”이었을 겁니다. 어머니의 외로운 삶을 보고 자라온 아들은 어머니의 희망이 자신인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입니다만,사랑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사랑하는 여자보다 어머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남편에게 주는 사랑과 자식에게 주는 사랑이 다르듯이 ‘사랑의 길’이 다른 것뿐이지요. 아들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천사같다고 했는데,아들 또한 같은 마음을 지닌 청년인 것 같습니다.세상에는 바르지 못한 사고와 행동으로 살고 있는 정상인도 많습니다.두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한다는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외적인 조건만으로 결혼의 행·불행이 결정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았으련만,눈으로 가슴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나 봅니다. 정미씨,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아들은 지금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아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헤아려 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보여주십시오.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려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켜보시되 두 사람의 사랑이 ‘필연적’인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다그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주고 아들의 선택을 기다려 보세요. 옳은 선택인지 잘못된 선택인지는,선택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평생을 같이할 인생의 동반자를 아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보십시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결혼한 男女’ → ‘두사람의 결합’

    시대의 흐름에 따라 결혼과 부부,가족의 사전적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동성애자는 역사이래 존재해왔지만 ‘동성애 부부 (homosexual couple)’란 단어가 처음 뉴욕타임스에 등장한 것은 1967년에 와서였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부부(couple)’의 의미를 ‘사랑과 결혼으로 결합한 한 남성과 한 여성’으로 표현,성(性)의 구분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출간될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결혼(marriage)을 ‘두 사람의 법적 또는 종교적인 결합’이라고 표기할 예정이다.결혼의 의미에서 성의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다. 1992년 발행된 아메리칸 헤리티지 딕셔너리 3판은 가족을 ‘일반적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그리고 그들의 아이로 구성된 사회의 근본적인 구성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2000년에 발행된 네번째 판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의 부모와 그들의 아이들로 구성된…”으로 구성요건을 수정해 표현했다.부모의 성과 수(數)에서 변화가 생긴 셈이다.아이를 키우는 동성애 커플과 이혼의 대중화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남자나 여자가 많아진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 [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프랑스 ‘死者와의 결혼’ 허용

    서른 네살의 사랑스러운 프랑스 여인 크리스텔.그녀는 지난 10일 ‘죽은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식장인 니스 시청에 나타난 그녀는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짧게 진행된 결혼식에는 40명의 친지가 참석,담담하게 그녀의 앞날을 축복했다. 결혼식장의 신랑 자리는 비어있었다.식장에 나타날 수 없었던 그녀의 신랑은 에릭 드미첼.오랜 연인 크리스텔에게 결혼을 약속했던 그는 지난 2002년 술취한 운전자가 모는 오토바이에 치어 사망했다.결혼식이 열린 날은 에릭의 30번째 생일날이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지만,사자(死者)와의 결혼이 프랑스에서는 합법적이다.사연은 195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그해 프랑스 남부에 큰 비가 내렸고 말파세 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댐 아래 자리잡은 프레주 마을이 삽시간에 수몰되면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드골 대통령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을 때 이렌느 조다르라는 처녀가 울면서 호소했다.그녀는 “사랑을 맹세한 약혼자 앙드레 카프라가 숨졌다.”며 “그가 떠났지만 결혼 약속은 꼭 지키고 싶다.”고 간청했다. 드골 대통령은 “아가씨,꼭 생각해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뒤 파리로 돌아가 입법을 검토하도록 했다. 그달 말에 프랑스 의회는 이렌느가 그의 죽은 약혼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을 입안했다.그후로 지금까지 수백명의 남녀가 망자(亡者)와의 결혼을 간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원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죽은 자와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대통령에게 청원을 해야하며,청원은 법무부장관을 통해 청원자가 사는 지역의 검찰로 넘겨진다. 검찰에서는 청원자가 실제로 망자와 결혼을 계획했는가를 확인해본 뒤 망자의 부모에게 결혼식 동의여부를 묻는다.검찰이 조사결과를 보고하면 대통령은 결혼 허용 문서에 최종 서명하게 된다. 크리스텔은 결혼식이 끝난 뒤 “그는 떠났지만 그와의 결혼은 남게 됐다.”면서 “결국 우리의 사랑은 죽음을 초월하게 됐다.”고 말했다.크리스텔은 앞으로 남편의 성 드미첼을 따르게 되며,공식문서에 ‘미망인’으로 기록된다. 크리스텔의 변호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20명 정도가 죽은 자와 결혼을 하지만 대부분 비밀에 부쳐진다.크리스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이런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니스의 경찰인 그녀는 일상생활로 돌아갔다.그녀의 아파트에는 남편 에릭 대신 에릭의 유해를 담은 납골이 보관돼 있다. 이도운기자˝
  • [월드이슈-흔들리는 전통결혼문화] 同性결혼·동거커플 갈수록 늘어

    결혼의 의미와 형식은 각 민족과 국가의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지만,최근 들어서는 동성애가 지구촌 결혼제도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또 ‘죽은 자와의 결혼’ 등 극단적인 형태의 결혼도 일부 국가에서는 제도화된 풍습이 되어가고 있다. ●동성애가 헌법개정 이슈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주창하면서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보수와 진보층간에 찬반의견이 엇갈리지만, ▲동성간의 결혼은 반대하되 ▲‘시민결합(civil union)’ 등의 형태로 이들의 법적 권익은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동성애자 커플말고도 미국의 결혼문화가 변화한다는 사실은 통계적으로 나타난다.USA투데이가 26일 인구조사국 통계를 인용,보도한 데 따르면 미국 성인 남녀 가운데 59%만이 결혼을 했고 24%는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으며 10%는 이혼,그리고 나머지 7%는 미망인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결혼 통계는 지난 1970년 결혼비율이 72%였던 것에 비하면 13% 정도 줄어든 것이다.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15억 달러를 들여 결혼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결혼보다는 실용적인 동거” 결혼을 장려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동거를 인정하고,이를 법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 유럽국가들이 결혼하지 않은 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동성애자 부부에게도 어느 정도 법적 혜택을 부여하고자 하는 ‘배려’에서 출발했거나,그같은 부수적 목적을 갖고 있다. 동성애 커플의 결혼을 허용한 첫번째 나라는 실용주의 국가인 네덜란드로 2001년 법을 바꿔 4쌍의 게이 커플에게 결혼을 허용했다.같은해 독일이, 2년뒤 벨기에도 동성애 커플의 정식 결혼을 허용했다.스웨덴은 지난해 10월 처음 동성애 커플의 자녀 입양을 인정했다. 영국 정부도 동성애자 커플에게 상속,연금 등의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결합’의 입법을 추진중이다.독일에서도 ‘비결혼 커플’에 대한 법률에 따라 동성애자 부부도 한쪽의 성(姓)을 따를 수 있고,주택 마련 때 차별받지 않는 등의 권리를 갖고 있다.독일에서는 6000명이 비결혼 커플에 등록돼있다. 프랑스에서는 꼭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동거문화가 널리 퍼져 있으며 정부도 시민결합협약(PACS·Pacte Civil de Solidarite)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보호한다.올해 현재 13만 3890명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8년째 PACS를 유지하고 있는 나탈리 라미레즈(28·여·기자)와 디야리 안타르(31·남·교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탈리의 프랑스인 부모와 디야리의 알제리인 부모가 만날 기회가 없었고 ▲두사람의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이 없으며 ▲자녀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약 가입에 따라 교사인 디야리는 정기순환 근무에서 제외돼 나탈리가 일하는 마르세유 지역에서 계속 정착할 수 있었다.또 3년이 지나면서 두사람은 재산권을 공동으로 갖게 됐으며,결혼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세금 혜택도 받았다.만일 두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면 3개월전에 관청에 협약해지를 통보만 하면 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다.다만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정의 파트너’란 프로그램에 등록한다.노르웨이에만 이런 커플이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노르웨이 의회는 상속권 부여 등 이들의 권익을 크게 신장해주기 위한 법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가족중심의 사회인 이탈리아에서도 동거를 인정하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의회에 사상처음으로 결혼하지 않은 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제안됐다.이탈리아는 그동안 동성애자의 권리를 인정하는데는 질색을 해왔다.그러나 결혼하지 않은 커플을 인정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이탈리아에서도 동성애자 부부를 법적으로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유럽의 영향으로 캐나다 정부는 동성애자의 결혼을 인정하는 정책을 추진키로 하고 이를 위한 법률적 기반을 갖춰 나가기로 결정했다.이에 앞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법원이 동성애 남성들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보수적인 남미와 아시아의 변화 가톨릭의 보수적 결혼관이 절대우위인 남미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자는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칠레 의원들은 지난해 6월 게이 및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 커플에게도 법적 지위를 부여해 연금과 재산상속 등의 사회제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회는 2002년 12월 남미에서 처음으로 동성애자에 대해 유사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동성애자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최근 들어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선언하는 ‘커밍아웃’은 있지만 아직 이들의 결합을 결혼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조성돼 있지 않다. ●유엔도 동성애 파트너 인정 나라별로 동성애 커플의 결혼과 관련한 갖가지 움직임이 나타나자 유엔은 지난달 “직원들이 소속한 국가의 법률에 따라 해당자의 동성 파트너를 가족으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국가 출신 유엔 직원의 동성 파트너는 수당,의료보험 등 직원 가족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도운기자 dawn@˝
  • 새해 서울신문 연재/ 김영희 가정법원 조정위원의 ‘이혼 클리닉’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

    대한매일은 새해 서울신문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김영희(사진·60)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의 에세이 칼럼 ‘이혼클리닉-만남,사랑 그리고 헤어짐’을 신설합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혼율 세계 2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이혼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습니다.우리 사회는 위기의 적색선을 넘었는지도 모릅니다.이 칼럼에서 김 위원은 파경 직전의 부부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상담해줄 것입니다.때로는 따뜻하게 설득하고,때로는 엄하게 꾸짖으며 함께 고민을 나눌 것입니다.자녀·교육 등 다른 가정사도 다룰 것입니다. 김 위원은 가정문제 상담 전문가입니다.1997년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7년째 이혼하려는 부부들을 상대로 판결 전에 조정을 통해 이혼을 재고하도록 해왔습니다.그는 70%라는 높은 조정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가 흔들립니다.‘김영희 에세이 칼럼’은 위기를 맞은 부부들에게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우리 사회의 안정성을 높일 것입니다.독자여러분의 많은 상담 의뢰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대한매일(kdaily.com)이나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의 온라인 지면을 통해서도 상담을 받을 예정입니다. ●김영희 위원은 ▲1943년 7월 광주 출생 ▲65년 숙명여대 국문학과 졸업 ▲국제소롭티미스트 한국협회 여성인권 및 지위향상위원장(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현)
  • 1億/ 평균결혼비용 1억3371만원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올해 결혼한 서울 등 전국 대도시의 신혼부부 315쌍을 선정해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평균 결혼비용이 1억 337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은 결혼업체의 소개를 받아 선정했으며, 평균 연봉이 5000만원으로 비교적 경제사정이 나은 신혼부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주택 마련 비용은 8360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신랑측의 평균 결혼비용은 9943만원으로,신부측의 3428만원에 비해 2.9배였다. 응답자 가운데 맞벌이 부부는 85.7%인 270쌍이었으며,평균 연봉은 5000만원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34.4%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신혼집 마련’을 꼽았고,15.6%는 ‘예단비 결정’,13.7%가 ‘예식장 선택’을 들었다.또 각각 47.9%와 30.8%의 응답자가 결혼문화 가운데 ‘예단’과 ‘과도한 혼수’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설문에 응한 신혼부부의 82.6%가 결혼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고,이 가운데 66.5%인 173쌍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로 싸우거나 결혼을 망설였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자녀계획은 2명을 낳겠다는 신혼부부가 66.7%로 가장 많았고 1명이 16.2%,3명이 13.3%로 평균 1.9명으로 집계됐다.또 자녀를 1명만 출산한다면 아들을 낳고 싶다는 답이 60.6%를 차지했다. 이영표기자
  • ‘홧김이혼’ 브레이크?/ 이혼 합의해도 3~6개월유예 검토 개인 행복추구권 위배 논란일 듯

    ‘이혼도 내 맘대로 못하나.’ 앞으로 부부가 헤어지자고 서로 합의를 봤어도 곧바로 이혼하지는 못할 것 같다.합의이혼을 원하더라도 3∼6개월간의 ‘이혼 숙려(熟慮)기간’을 의무적으로 두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서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하더라도 길게는 6개월까지 다시 한번 생각할 냉각기간을 줘서 정식 이혼을 유예하겠다는 뜻이다.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일종의 ‘이혼유예제도’이다.그러나 부부간에 이혼을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릴 때 지금처럼 ‘조정기간’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덜컥 이혼부터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성급한 이혼’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국가 차원에서 개입해 이혼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은 그만큼 이혼문제가 심각해졌음을 방증한다. 이혼율 증가는 독신주의,만혼(晩婚) 풍조와 더불어 이미 심각한 지경까지 이른 저출산율 문제를 갈수록 악화시킬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의 연간 이혼율은 지난해 기준 1000명당 3.0쌍으로 미국(4.0쌍)보다는 낮지만 스위스(2.8쌍),호주(2.6쌍),영국(2.6쌍) 등에 비해서는 높다. ‘젊은 부부’가 더 쉽게 헤어지는 것도 문제다.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생활을 3년도 못하고 소송을 통해 이혼하는 부부가 전체 이혼소송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하루 840쌍이 결혼하고,398쌍이 이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국’이 되면서 가정 해체 현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 설정곤 가정·아동복지과장은 “막상 이혼한 뒤 후회하는 경우가 전체의 80%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면서 “‘충동 이혼’을 미리 막기 위해 사전에 이혼숙려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복지부는 민법이나 건강가정육성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 이미 합의까지 끝낸 부부에게 이혼유예를 강제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당장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논란도 증폭될 전망이다.복지부는 이에 따라 관련 법률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 뒤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sskim@
  • [편집자문위원 칼럼] 여성면과 여성주필

    신문의 여성면은 여성을 위한 지면이 고정적으로 확보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반면 일부에서는 여성 관련 기사를 특정 지면에 몰아놓음으로써 여성 등 일부 독자만 읽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전 지면이 여성의 시각으로 제작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그러나 여성면이 따로 없는 일간지의 경우 전체 지면에서 여성의 시각은 거의 반영되지 못하고 여성 관련 기사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매일은 여성면이 있는 몇 안 되는 신문의 하나로 여성 관련 쟁점을 과감하게 다루고 있어 단연 돋보인다.예를 들어 아내 강간 문제의 경우 오해와 과장으로 여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문제임에도 진지한 토론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대한매일은 2회(7월)에 걸쳐 과감하게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또 여성들이 오랫동안 감수해 왔던 차별을 보상하는 여성할당제 등의 제도가 마련되면서,직접 드러내지 못하지만 남성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현상을 포착해 남성들의 솔직한 생각을 토로하는 좌담을 이끌어낸 기사(8월5일자)도 돋보였다. 그밖에 ‘불륜시대-아내의 외도’(8월19일자),‘오늘의 결혼문화’(9월23일,30일자) 등의 기사는 대한매일이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쟁점을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더구나 이러한 기획기사를 거의 한 사람의 기자가 감당하고 있는 것이 놀랍고 그의 열정과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다만 여성면에서 기획기사 외에 여성계의 움직임에 관한 소식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었으면 한다. 최근 대한매일에는 여성면뿐만 아니라 다른 지면에도 여성 관련 기사와 여성필자의 글이 실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11월6일자에는 마주보는 두 개의 지면(12,13면)에 실린 세 편의 칼럼을 통해 여성필자들이 호주제,아동성폭행,결혼과 이혼 등 여러가지 쟁점을 다각도로 논하고 있다. 그 중에도 임영숙 주필의 칼럼은 그동안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 왔던 그 어떤 글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 임영숙 주필은 국내의 중앙일간지로서는 두 번째로 임명된 여성 주필이다.첫 번째 여성주필의 임명이새로운 장벽을 뚫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었다면,두 번째 임명은 여성도 이제 의심할 바 없이 언론계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영숙 주필은 그동안 칼럼을 통해 따뜻한 시각을 가지고 다양한 사안을 논의해 왔으며,여성들을 대변하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한매일이 여성 관련 기사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높이게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최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에서 가족 개념에 관한 조항이 개정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비로소 사설에서 가족 개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점을 예로 들 수 있다.국무회의에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간에 논란이 되고 난 직후 이러한 문제를 예견,가족개념 조항 삭제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지적해 미리 적극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켰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여성 기자들은 서구와는 달리 여성지위 향상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여성주필이 있는 대한매일이 앞으로도 현실에 더욱 밀착되는 내용으로 여성면을 기획하고또한 적시에 여성 관련 기사를 실을 뿐만 아니라 모든 기사에서 여성의 시각이 결코 무시되지 않는 신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 경 애 동덕여대교수 여성학
  • 구청에 ‘할아버지 택배팀’ 뜰까/송파구살림 아이디어 공모 시상

    “동네 어르신들로 ‘택배팀’을 구성,노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게 어떨까요?” “우리 동네로 전입온 이웃에게 쓰레기 배출일자·방법,거주자우선주차제 등 생활규칙을 자동으로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송파구(구청장 이유택)가 지난 8월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내년도 예산편성과 관련,구민 아이디어를 공모한 결과 구청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생활속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한달동안 무려 791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공원마다 흙길 만들기’ ‘거동불편노인의 정신·영혼문제를 상담해주는 영성케어 상담사 운영’ ‘하천지류 및 서식생물 모형 전시’ 등 당장 사업에 들어가도 될 만한 아이디어도 적지 않았다. 음식물수거통 안팎 뚜껑 색깔을 다르게 하고 별도의 잠금장치를 설치하자는 ‘음식물쓰레기수거통 개선’에는 주부들의 ‘애환’이 담겨있다.건축허가시 국기게양대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애국자’도 있었다.과거·현재·미래가 있는 ‘잠실재건축백서’ 작성,학교를 떠난 10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 운영,‘구민천문대 건립’ 등 굵직한 사업계획도 제시됐다. 구는 21일 가락동에 거주하는 최정윤(여)씨가 제출한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구자체 실버택배제’에 최우수상을 줬다.‘전입시 동네규칙 알려주기’ 등 5건에는 우수상을 시상했다.최우수상에는 표창장과 80만원의 상금이,우수상에는 표창장과 50만원,장려상에는 표창장과 10만원,그리고 노력상에는 5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지급됐다. 구는 접수된 아이디어를 소관 부서별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예산편성에 최우선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송한수기자 onekor@
  • 오늘의 결혼문화 / (하)행복한 결혼준비

    경제력과 상관없이 딸을 결혼시킬 때는 무리하게 마련이어서 딸을 결혼시킨 집은 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가.‘기둥뿌리를 뽑아간’ 뒤 친정에 남겨진 혼수 빚을 메워 나가느라 고민하는 여성들도 적잖다.결혼식을 앞두면 신랑·신부는 물론 어른들도 주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남들은 어떻게 하나?”“흉잡히지 않으려면….”그러나 이런 생각이 결국 과소비를 부르게 된다.그러나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돈으로 ‘구매’한 결혼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는 몇 가정의 행복비결을 공개한다. “다 잘해서 보내고 싶지요.그런데 마음껏 못해 보내는 부모 마음을 안다면 어떻게 ‘잘했네,못했네’타박할 수 있을까요?기성 세대의 이기적인 마음이 젊은 세대의 결혼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차춘자(63·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10월11일 아들의 결혼식이 결정된 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뭘 할거냐?”“뭘 받았느냐?”“뭘 해왔냐?”는 질문을 듣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사람이 아닌 물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결혼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서로 덕담은 주고받아도 그렇게 오가는 물질을 입에 올리는 것은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그러면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습니까.” ●겉치레 싫어하는 시어머니 “특별한 분” 그래서 예비 며느리 한윤경(28·소화아동병원 뇌파검사실)씨는 시어머니를 ‘특별한 분’이라고 주저없이 소개했다.“대부분 시어머니들이 ‘괜찮다.’‘필요없다.’고 사양하는 말씀은 하지만 정작 안하면 섭섭해 하신대요.하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한번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겉치레로 뭘 했다가는 야단치실 걸요.친구들이 ‘너 그러다 나중에 큰일 당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예요.”친구들은 시댁에 인사갈 때에는 10만원을 훨씬 넘는 백화점 과일바구니가 제격이라고들 말하지만,자신은 “2만∼3만원 정도의 과일이나 과자 등 소박한 선물이라야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싸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헤어질 위기에도 처한다면서“저는 결혼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예비신랑과 싸운 적도 없고 여느 친구들과 달리 살이 빠지지도 않았어요.대부분 결혼식을 앞두고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 신부들은 한결같이 살이 마르기 때문에 드레스 치수를 작게 하거든요.하지만 저만은 예외랍니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다음 주말에 사돈댁으로 보낼 함준비에 바쁜 차씨는 ‘사랑과 정성·축복이 듬뿍 든 함’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구색맞추는 일에 신경쓰지 않으니 그리 바쁠 일도 없다는 이 예비 고부는 지난 토요일(27일) 오후,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결혼 5년차 성진영(32·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주위에서 “결혼 잘했다.”는 덕담을 늘 듣는다.결혼할 때,시어머니가 보낸 함에서 나온 편지 덕분이다.“함이 오던 날,저희 친정에 친지들이 모두 모였어요.함을 딱 열었는데 그 속에 시어머니가 붓글씨로 쓰신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어요.저를 며느리로 맞아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말씀을 쓴 글을 보고 저희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감동받았어요.모두 정성을다해 결혼한다지만 정작 이런 인생의 가르침이 될 말을 해주는 어른은 별로 없거든요.” 성씨는 ‘결혼생활이 처음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때때로 어려움도 있고 참아야 할 일도 있겠지만 현명하게 잘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잘 부탁한다.’는 그 편지만 생각하면 웬만한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단다.“물론 시어머니가 정성을 다해서 함을 보내셨어요.그러나 어떤 귀한 패물보다,비싼 옷보다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어요.저희 집에 보낼 함을 위해 붓글씨를 배우셨다는 정성도 대단하시고요.그래서 저희 부부는 시댁이나 친정에 서로 잘 하려고 경쟁할 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결혼 9년째인 길정은(35·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결혼을 앞두고 닥친 친정의 어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결혼해야만 했다. ●함 속에 붓글씨로 쓴 편지 담아보내 그때 시어머니가 보여주신 마음에 지금도 감사한다.“다들 ‘그렇게 시집갔다가는 제대로 못산다.’고들 말했어요.가구까지도 모두 시어머니께서 마련해 주셔야만 했으니까요.솔직히 저나 친정 엄마는 걱정했어요.하지만 시어머니는 ‘형편 나은 편에서 더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친정에서 못해온다고 소홀함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죠.아무것도 안해와도 저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히려 화려한 예단에 지참금까지 갖고 갔던 아이들 중에는 이혼한 친구도 있는데….”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길씨는 “오순도순 잘 사는 게 진짜 선물이고 효도”라는 시어른들의 말씀을 지키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그리고 “혹시 시어머니가 싫은 말씀을 하셔도 그것을 ‘내가 결혼할 때 제대로 안해왔다고 저렇게 야단친다.’고 괜한 자격지심은 갖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색만 갖출 뿐인 예단 대신 시어머니께 김치냉장고를 선물했다는 강혜경(27·서울 성동구 광장동)씨,시누이와 의논해 정말 시어머니가 갖고 싶어하는 응접소파를 바꿔드렸다는 윤영란(2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 등 허례허식에서 벗어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예단 대신 꼭 필요한 제품 선물도 11월13일 아들 결혼 날짜를잡았다는 정유정(56·서울 강남구 잠원동)씨는 주위의 결혼식을 보면서 결심했다.“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결혼준비를 할 것이고,사돈댁에서 보내는 선물은 작아도 반갑게,많으면 고맙게 받는다는 생각입니다.아들이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양가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단순한 커플링만 주고받아도 행복한 젊은이들을 부모가 힘들게 해서는 안되잖아요?”정씨는 주관없이 ‘남들 하듯,남들만큼’이란 기성세대의 생각이 바뀌면 결혼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인성교육원 원장 권명득씨 “함을 싸면서 지갑 속에 100만원짜리 수표를 넣는다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함을 보내는 것 등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사돈댁에 ‘나 이만큼 했다.’거나 ‘이렇게 잘 산다.’는 식의 과시는 오히려 흉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통혼례강좌 강사 권명득(63)한국인성교육원장은 혼례강좌를 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교사 출신의 그가‘예지원’을 비롯,문화센터에서 혼례강좌를 하게 된 것은 전통적 결혼의식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25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전통적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정신이 모두 빠져버린 겁니다.게다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단과 혼수 등의 허례허식은 더해지고 있어요.전통적인 결혼의 의미와 복잡하다고 할 만큼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도 결혼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주자사례(周子四禮)의 혼인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인 의혼(議婚),날짜를 정하는 납채(納采),예물을 보내는 납폐(納幣),혼례식을 올리는 친영(親迎) 등의 복잡한 절차와 의미를 반드시 가르친다.함 싸는 법을 가르치면서 오곡주머니 청홍채단,혼서와 쌍가락지 등을 어디에 어떻게 놓고,어떻게 쌍가락지를 매달아서 풀리지 않게 하라는 설명이 복잡하다.“옛날에는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 함진아비를 선정했어요.‘함사려’하고 소문을 내면서 혼례를 공지하고,또 혼례의 증인이 되는 겁니다.” 다소 복잡한 결혼절차를 통해 쉽게 만나고,쉽게 헤어지는 세태를 바꿔나갈 것을 기대하는 그의 강의에는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주부 학생’들이 혼례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허남주기자 ■결혼정보업체 웨딩매니저 천정아씨 ‘결혼 준비가 즐겁지 않으면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다.’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천정아(29) 웨딩매니저는 말했다.웨딩매니저란 결혼식과 관련된 일을 총체적으로 도와주는 직업인이다.드레스를 비롯해 폐백음식과 촬영,허니문여행까지 신랑·신부와 업체를 연결해줄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가정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일을 평생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결혼 후 직업을 바꿨다는 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동안 100커플의 결혼을 도왔다.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결혼준비과정 중 힘들어하고,때로는 결혼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행복한 준비과정’을 강조했다.“결혼준비가 즐거운 일이 돼야합니다.이 순간부터가 바로 결혼생활의 시작이니까요.” 요즘엔 예식장 예약을 위해 6개월 전부터 결혼준비가 시작돼야 하고,최근 들어 이벤트성 결혼식 등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준비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더불어 문제가 생길 이유도 더 늘어났다.천씨는 “시어머니와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어렵게 생각해서 작은 일을 괜히 오해를 뒤섞어 키우기보다는 직접 물어보고 뜻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는 신랑의 역할론이다.“신랑이 제 역할을 해주면 편안한 결혼식이 됩니다.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양가 어른들에게 ‘휘둘리기’시작하면 끝도 없어요.신랑·신부가 결혼준비부터 주체가 돼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흉잡히지 않겠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무리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라고 답한다는 천씨는 서로가 지나친 기대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 편집자에게/ ‘건강한 결혼’ 지속적 홍보와 계도 필요

    -‘오늘의 결혼문화’기사(대한매일 9월23일자 16면)를 읽고 날로 결혼이 상업화하고 물질적으로 타락하고 있다.특히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젠 보편화되고만 예단비의 폐단은 이루 말할 수 없다.예단비가 많을수록 갈등도 많다는 기사의 지적에 공감한다.현실의 결혼이 이렇게 왜곡되고 있음에도 언론에서 단 한차례도 예단비의 폐해를 지적하거나 바로잡도록 촉구한 기사는 보지못했다.그래서 이 기사가 퍽 반가웠다. 얼마전 들은 이야기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줘.”라고 어떤 부인이 말하자 “강남에 빌딩 있어요?”“그러면 아들이름으로 된 아파트는 있겠지? 몇 평이야?”라고 속사포처럼 질문이 연이어졌단다.“아니요.”라고 두번 대답하자,돌아온 말은 “아니 그러면서 무슨 아들을 결혼시키겠대?”라는 책망이었다 한다.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부모세대의 불건강한 결혼관은 그대로 자녀세대로 이어져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도 부모세대 못잖게 현실적이고 영악하다. 언론에서 건강한 결혼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계도가 필요하다.건강한 결혼을 한 사람들을 언론에 소개하고,알려서 돈이라면 사랑도,사람도 사고파는 속물적인 인간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길 바란다. 이경미 주부·서울 서초구 반포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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