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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성 황반변성’ 환자 6명 중 1명 실명

    치료를 위해 안과를 찾은 ‘습성 황반변성’ 환자 6명 중 1명이 실명 판정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황반변성은 녹내장·당뇨병성망막증과 함께 국내 3대 실명질환으로, 노화에 따라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들이 죽는 ‘건성’과, 망막의 황반 부위에 신생 혈관이 자라면서 시야를 잠식하는 ‘습성’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8.5대1.5 정도로 건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특히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맥락막 신생혈관’에 의해 망막 중앙에 위치한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야의 가운데부터 시력을 잃어 종국에는 완전 실명으로 이어지며, 아직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방법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망막학회(회장 윤일한)는 전국 주요 병원에서 2005년과 2010년에 습성 황반변성으로 치료받은 환자 985명을 조사한 결과, 약 16%에 해당하는 157명이 시력 0.02 이하로 측정돼 법적 실명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대부분이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이런 가운데 학회가 전국의 노인대학생 660명을 대상으로 황반변성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가 황반변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시력이 떨어졌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이유로 응답자의 70%가 ‘자연스러운 노안현상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해 황반변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낮음을 보여줬다. 윤일한 회장은 “황반변성은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노안과 혼동하거나 증상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습성 황반변성은 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후 수개월 내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경제 브리핑] ‘저축은행장’ 호칭 ‘저축은행 대표’로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자율규제위원회를 열어 기존의 ‘저축은행장’ 대신 ‘저축은행 대표’로 호칭을 바꾸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중앙회 관계자는 “은행장과 저축은행장의 호칭이 혼동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면서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확정된다.”고 말했다.
  • 식약청 “아모레퍼시픽·애경 샴푸광고 과장광고… 2개월 정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모레퍼시픽의 기능성 샴푸 2종과 트리트먼트 1종, 애경산업의 기능성 샴푸 1종 등 4개 제품에 대해 화장품법상 과장광고 혐의로 각각 광고업무정지 2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행정처분 대상은 아모레퍼시픽의 ‘미쟝센 데미지 케어 극손상용 샴푸’, ‘미쟝센 데미지 케어 곱슬머리용 샴푸’, ‘미쟝센 데미지 케어 콥슬머리용 트리트먼트’, 애경산업의 ‘케라시스 살롱케어 극손상 영양집중 샴푸’ 등이다. 식약청은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제품들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모발 윤기’ 등의 효과가 개선된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1개 제품만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기능으로 혼동할 여지가 있다.”면서 “애경산업도 마찬가지로 자사 제품 기능의 우월성을 과장 광고해 행정처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대북정책 원칙과 유연성의 불편한 진실/유호열 고려대 교수 북한학과

    [열린세상] 대북정책 원칙과 유연성의 불편한 진실/유호열 고려대 교수 북한학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되었던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남북 수석대표 회담이 이미 2차례 개최되었고 조만간 2차 미·북 간 회담도 성사될 전망이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여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정부에 대해 보완책을 주문하였다. 7대종단의 대표단 역시 평양을 방문하여 북측과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하기로 합의하고 돌아왔다. 러시아 천연가스 송유관의 북한지역 통과 등 남북한-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경협이 가시권에 들어오기도 하였다. 아직까지 이러한 일련의 변화 조짐을 놓고 현 정부의 대북정책 근간인 ‘비핵-개방-3000’이나 원칙 있는 대북 접근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연한 상호주의, 신축성 있는 접근, 실용적 대북정책 등 변화를 암시하는 수식어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혼선을 초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통일부장관이 교체되고, 싫든 좋든 조기에 선거 정국으로 접어든 이상 정부로서는 신속히 입장을 정리해야 그마나 레임덕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하고자 할 때 핵심은 천안함 폭침 이후 발표된 5·24조치의 존치 여부일 것이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등 북한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규모 식량원조나 경협을 통해 북한의 비위나 맞추고 적당히 화해협력의 모양새를 갖추려 했던 방식은 남북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도 하다. 반면 정책의 원칙보다 당면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소위 유연한 접근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고, 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되 이를 위한 우호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5·24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려는 복안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개성공단을 방문한 뒤 우리 입주업체의 민원을 청취하는 형식을 빌려 개성공단 내 건축이나 금융제재 완화, 개성과 개성공단 간 도로 보수, 통근 버스 운행 등 5·24 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을 정부에 건의했다.이처럼 원칙을 고수하며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노력은 남북관계의 경색에 대한 안팎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지 않더라도 임기말까지 원칙을 고수할 경우 차기 정부에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유연한 접근은 남북관계의 경색과 이로 인한 한반도 정세의 긴장국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나 북한의 태도나 반응에 그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타협책이다.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칙의 고수가 역사적 접근이라면, 유연성은 보다 정치적이고 정무적 판단에 기초한 접근법이다. 대북정책의 원칙을 고수할 때 장단점이 있듯이 유연한 접근 역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대북정책의 전환기에서 원칙과 유연한 접근이 혼동되거나 무분별하게 혼용되어서는 안 된다. 원칙과 유연성을 단순 합성하여 중간자적 입장에서 문제를 풀려고 할 경우 자칫 냉탕, 온탕을 왔다갔다하며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되면 안 된다. 유연한 접근은 방법이자 전략이다. 원칙만 있고 전략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원칙 없는 전략은 더더욱 위험하다. 대북정책은 어느 한 정권의 임기 내에 완성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인도적 지원 확대, 사회문화 교류협력과 개성공단 활성화 등 새롭고 유연한 접근이 지난 3년반 동안 지속된 원칙의 일관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단계적이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거시적이고 역사적인 안목을 갖고 차분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박지원, 박태규와 자주 만난 11명 공개

    박지원, 박태규와 자주 만난 11명 공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기소)씨와 자주 접촉한 정·관계 인사 11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또 이름에 오른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별보좌관이 박 의원에게 항의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돼 국감이 중단되는 사태를 낳았다. 박 의원은 오전 국감에서 “(박씨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로비개입으로 당·정·청, 재계, 지방정부가 다 관련이 있다.”며 이름을 일일이 말했다. 박 의원은 당 인사로 안상수 전 한나라당대표, 이상득 의원, 고위 공무원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청와대 인사로 정정길 전 대통령 실장, 이 언론특보, 김두우 전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 재계 인사로 조석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지방자치체 인사로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언급했다. 박 의원은 “만난 분들이 모두 금품 수수를 하고 비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서 로비하니까 큰 역할을 한 것”이라면서 “박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이자 장로이고,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로 이상득 의원과 자주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국감장은 뒤숭숭해졌다. 국감이 재개되자 박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이 언론특보가 오후 1시 18분쯤 자신에게 “인간적으로 섭섭합니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 몰랐습니다.”라는 문자를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며 공개했다. 국감장은 다시 술렁거렸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국회를 얼마나 경시하는지를 보여 준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당장 이 특보를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특보가 이런 식으로 말한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 특보의) 사과를 받아내고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법사위는 오후 2시 30분쯤 청와대에 경위 파악을 요구하기 위해 20여분간 국감을 중단했다. 이 특보는 한참 뒤 청와대 측을 통해 “여러 차례 해명했음에도 믿지 못한다니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냐’는 취지를 전하려 한 것이었다.”면서 “개인적 차원에서 섭섭함을 표명한 것일 뿐 결코 국회를 무시하거나 경시한 게 아니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상득 의원 측도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의원이 종종 대화를 나눈 소망교회 장로는 박태규씨가 아닌 박규태씨”라며 “박 의원이 이름을 혼동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한상대 검찰총장은 이날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 “박태규 리스트는 없다.”고 밝혔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판치는 민간자격증에 소비자 혼동

     ‘제8회 퀀텀(양자)에너지 관리사. 국가공인 민간자격증.’  이화여대 물리학과 이모 교수는 최근 학생이 가져온 전단지 한 장을 보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학자들조차 미지의 영역으로 여기는 양자에 대한 관리사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광고로 생각했던 이 교수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고 깜짝 놀랐다. 자격증이 실제로 존재하는 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돼 있어서다. 이 교수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수맥을 찾는다’, ‘신물질’이라는 식으로 실제 양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07년 민간자격증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범람하고 있다. 단체나 기업은 물론 개인도 서류신청만으로 등록할 수 있다. 관리·감독 규정이 전혀 없는 탓이다. 심지어 미등록 상태에서 자격증을 발급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2167개에 이른다. 지난 3월 1842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300개 넘게 늘었다. 그러나 국가가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은 한국어능력시험, 텝스, 한자능력검정시험, 회계관리사, PC관리사 등 8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등록만 한 비공인민간자격증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1997년 민간자격증제가 도입되면서 시대상황과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요건을 두지 않고 자율에 전적으로 맡겼다.”면서 “소비자 피해와 사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2007년 자격기본법이 도입됐지만, 이 역시 민간자격증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를 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피해도 급증세다.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격증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08년 1531건에서 지난해 2094건으로 급증했다. 소비자원 측은 “국가 공인이라거나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수십만~수백만원을 내고 자격증 시험을 보고 난 뒤 비공인 자격증이라는 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피해 보상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고 밝혔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각광받는 점을 노려 10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고 ‘억대 연봉 SNS 자격증’을 발급한다는 단체와 학원이 난립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경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방과후학교 제도가 도입된 뒤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방과후 학습’ 관련 자격증도 66개에 이르지만 모두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다. 특정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친 뒤 자격증을 발급하거나 ‘웃음’ 등 한 가지 소재로 수십건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도 많았다.  정부는 민간자격증의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자격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과부 측은 “자격증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미등록이나 부실 자격증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강료나 시험에 대한 지도 및 감독 권한을 마련하고 자격증 범람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1560년, 수년간 ‘진짜’ 마르탱 게르 행세를 한 ‘가짜’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이 파리 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희대의 사건은, 재판 말미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출현하는 대반전을 거쳐 가짜 마르탱 게르가 처형당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을 전해들은 몽테뉴는, 이 사건의 진실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짜 마르탱 게르는 최선을 다해 진짜 마르탱 게르로 살았고, 진짜의 죽마고우도 아내도 모두 가짜 마르탱 게르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법이 진실을 판단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가. 몽테뉴가 보기에 마르탱 게르 사건은 법이나 지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모순성과 삶의 불가해함, 사실을 넘어선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 루터파냐 칼뱅파냐를 기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가짜 마르탱 게르’처럼 온전히 자신의 행위와 말과 정신으로 자립(自立)하기를 갈망했던 자. 삶의 진실을 신에게 묻지 않고 자신의 걸음 속에 담고자 했던 자. 스스로 미친 자가 되어 길을 떠난 돈키호테보다 조금 앞서, 여기, 자신을 탐색함으로써 광기의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자, 몽테뉴가 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힘을 다해서 하여라. 네가 장차 들어갈 무덤 속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다.” 몽테뉴는 ‘전도서’의 구절을 12개나 발췌하여 서재 천장에 명문으로 새겨 놓았다고 한다. 몽테뉴가 인용한 유일한 성서 구절이다. 살벌한 ‘종교의 시대’에 몽테뉴는 대담하게도,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그는 고전 속에서 자기 시대와 인간을 읽었으며, 고전을 통해 전란의 늪에서 재생(Re-naissance)할 수 있었다. 흔히 르네상스를 찬란한 빛과 색의 시대로 상상하지만, 정작 16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과 죽음이다. 1598년에 낭트칙령이 공포됨으로써 기나긴 종교전쟁이 막을 내리기 전까지, 가톨릭과 이에 ‘항의’하는 프로테스탄트, 종교를 내세운 왕과 귀족들의 대규모 살육경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거기에 기근과 페스트까지, 16세기는 흡사 태피스트리처럼, 화려한 문예부흥의 뒷면에 상상할 수도 없는 상처와 모순을 깔고 있었다. 휴머니즘? 그런 건 헛되고 헛된 이상에 불과했고, ‘그리스도의 이름’은 살육에 필요한 명분일 뿐이었다. “기독교의 적개심만큼 격렬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신앙심은 우리의 증오심, 잔혹함, 야심, 탐혹, 중상모략, 반역의 성향을 조장할 때는 참으로 놀랄 만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의 종교는 악덕을 근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악덕을 감추고 키우고 부추기고 있다.” 전란의 한복판에서 몽테뉴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절제된 태도를 견지한 채 광신의 결과를 묵묵히 응시했다. 에라스무스의 자유주의 교육을 신봉하고, 칼 대신 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간파한 부친은 몽테뉴에게 두 살 때부터 라틴어를 교육시킨다. 우리로 치면, 모두가 한글을 쓰는 시대에 한문으로만 말하고 쓰게 하는, 기이한 조기교육을 실행한 셈이다. 몽테뉴가 어떤 종교나 정파와도 거리를 두며 보신(保身)할 수 있었던 데는 부친의 이런 ‘반시대적’ 조기교육이 공헌한 바가 크다. 청년기에 파리 왕립교수단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몽테뉴는 유학을 마치고 고향 보르도로 돌아온 1557년부터 고등법원에서 조세심의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어떤 절차로 법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법관이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법률이 신뢰를 얻는 것은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법률이 가진 권위의 불가사의한 근거이고, 그 밖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어쨌든 늘 공허하고 판단이 불안정한 인간이 법률을 만든다.” 몽테뉴의 ‘몽테뉴다움’이 여기 있다. 그는 한번도 자신이 서 있는 지반을 확신한 적이 없다. 법관으로 근무할 때는 법의 판단력을, 파리 궁정에서 왕의 시종무관으로 근무할 때는 국가와 군주권력의 토대를 의심했다. 가톨릭이었지만 프로테스탄트에 적대적이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새것’을 만들려는 일체의 개혁주의에 진저리를 쳤다. 확신으로 움직이는 제도와 권력에 대한 주의 깊은 거리감 때문인지, 후대는 그를 비겁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몽테뉴는, 모든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유토피아’를 상상한 대가로 처형된 토머스 모어보다는, “우리 인간은 얻어맞거나 걷어차이면서도 왜 이처럼 참을성 있게 폭군의 굴레와 족쇄를 감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에 주목한다. 나는, 인간은 왜 이토록 무력한가. 인간이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고, “자신에 대해 절대적으로, 단순하게, 결정적으로, 혼란이나 혼동 없이, 단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신을 끔찍하게 미워했던 어머니와, 동생과 바람난 아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음경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 신장결석증을 앓으면서도 병원 한번 찾지 않고 고통을 감내한 것도, 어떤 것도(그것이 심지어 병이나 죽음일지라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내쳐서는 안 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일생의 화두는 이런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1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마흔 살이 된 몽테뉴는 고향으로 내려가 이 문제에 대한 탐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에세’, 전장에서의 산책 “무언가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냈다’, ‘찾을 수 없다’, ‘아직 찾고 있다’ 가운데 어느 하나로 귀착한다.” 몽테뉴가 주목한 것은 ‘아직 찾고 있는 중’이었던 회의론자들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입증될 수 없다. 판단의 주체도, 판단의 대상도 끊임없는 변화와 동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을 필요로 하는 건, 결정하고 선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전제를 의심하기 위해서다. “회의론자는 온갖 의견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반대되는 판단은 나를 분개시키지도 흥분시키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눈뜨게 하고 단련할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 식의 회의였고, 때문에 그의 회의는 가볍고 명랑하다. 1572년부터 거의 죽기 직전까지 수정과 첨삭을 거듭하며 집필한 ‘에세’는 그의 명랑하고도 예리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흔히 ‘수상록’으로 번역되는 ‘에세’(Les Essais)는 몽테뉴 자신의 말을 빌리면 “정신의 잡동사니”이자 사유 시험(essai)이라고 할 수 있다. 몽테뉴는 “평화가 그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 일이 전혀 없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즉흥적 사유를 기록하는 일에 몰두한다. “여기에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내 타고난 능력의 시험(essai)일 뿐, 후천적으로 얻은 능력의 시험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남들이 내 무지를 공격해도 별로 곤란할 건 없다.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장 아름답고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흐트러진 걸음걸이라도 평소의 자연스러운 내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싶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침착함과 단순함, 종종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명랑한 어조 때문에 ‘에세’를 읽으며 화약냄새와 총포 소리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몽테뉴는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판단을 중지한 채 의심하고 회의한다. 그는 신 앞에서 맹세의 언어를 남발하는 권력자보다는 시장의 언어로 삶의 지혜를 기록하는 은자(隱者)가 되길 꿈꿨다. 무도한 세상이 종종 그의 판단과 능력을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갔다가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펜으로 걸었다”. “인생은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대가 인생에 마련해 주는 자리의 좋고 나쁨에 따른다.”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서 인간과 자연과 이성을 사유한 몽테뉴가 터득한 지혜다. ●니체·푸코가 회의주의 본받아 세상을 편히 사는 법을 알아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몽테뉴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던 니체는, 손을 떨게 하거나 눈물을 글썽거리게 하지 않는, 겸허하면서도 용기 있는 그의 사상을 예찬했다. 우리는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만 말할 수 있을 뿐, 인간의 본질이라든가 의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푸코 역시 몽테뉴의 회의주의를 한편에 늘 품고 있었다. 우리 자신의 최고 걸작품은 “떳떳하게 살아가는 일”이라며, 과(過)도 부족도 없이 “분수에 맞는 평이하고 건강한 지혜”를 최고의 지혜로 삼았던 몽테뉴. 이 죽음과 불안의 시대에, 나 역시 그의 가르침을 본받고 싶다. “나는 그날그날을 살고 있다. 그리고 실례인 줄 알면서도, 단지 나만을 위해 살고 있다. 내 목적은 그것뿐이다.” 채운 남산강학원
  • [생명의 窓] 이런 지도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이런 지도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기원전 6세기에 중국의 노자가 썼다는 ‘도덕경’ 제17장에 보면 지도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내성외왕(內聖外王)”, 곧 속으로 성인 같은 자질을 갖추어야 그것이 밖으로 표출되어 훌륭한 왕이 된다는 도가 특유의 정치철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밑에서부터 한번 생각해 보자. 최하질의 지도자, 즉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지도자는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부산하게 조석으로 법령·훈령을 내려도 사람들이 콧방귀를 뀔 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불신 사회, 혼동과 혼란의 사회가 있을 뿐이다. 그 다음 유형의 지도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법치주의(法治主義) 지도자이다. 법과 형벌로 다스려 백성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지도자들, 진시황제나 히틀러, 비록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보는 독재형 정치 지도자들이다. “데려 가서 맛을 좀 보여주라.”는 식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유형이다. 그 다음이 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고 찬양하는 지도자들이다. 이른바 덕치주의(德治主義) 지도자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왕들이 지향하던 지도자 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도덕경’에 의하면 이런 덕치주의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지도자도 최상의 지도자는 못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칭송하고 좋아한다는 자체가 벌써 그 지도자를 의식하고 산다는 뜻이다. 사람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든지, 자식이 어머니의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든지, 무엇이나 너무 크고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의 일상적 감지 대상 밖이다. 그뿐 아니라 신발이나 안경이 꼭 맞으면 내 몸의 일부처럼 되어 별도로 의식되지 않는다. 의식된다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상의 지도자는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 백성들의 필요에 따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이슬처럼 다스리는 이른바 ‘무위자연’의 다스림, ‘가만둠’의 다스림을 실천하는 지도자, 그래서 뭐든지 잘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하게 하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장자’라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노자에게 “명왕(明王)의 다스림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 요즘 우리가 쓰는 말로 바꾸어,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떠받드는 강력한 지도자, 민첩하고, 박력있고, 두뇌 회전이 잘되고, 사물의 앞뒤를 훤히 뚫어 보고, 때에 따라 정의니 평화니 하는 말도 섞어 쓸 줄 알고, 적절히 자기 선전에도 신경을 쓰는 그런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냐 하는 질문에 노자는 이런 지도자는 잔재주를 부리면서 부산하게 설치느라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정치 기술자나 정치꾼일 뿐이지 결코 참된 지도자, 명왕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런 지도자는 제 꾀에 넘어지고, 자기 방귀에 자기가 놀라는 사람,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도가사상에 의하면, 결국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춘 사람은 한마디로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무명’(無名),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무기’(無己), 자기의 공로를 의식하지 않는 ‘무공’(無功)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다스림을 ‘영적 정치’(spiritual politics)라 하고 이런 지도자적 자질을 ‘변화형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라 하는 서양 학자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 같은 각박한 정치 현실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모두 잠꼬대 같은 일이 아닌가? 도대체 지금 이런 지도자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러기에 더욱 생각해보게 되고 그리워지는 지도자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손이 저리다고요? 목을 체크하세요!

    손이 저리다고요? 목을 체크하세요!

    칼에 손가락이 베이면 당연히 손가락이 아파야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인체 조직에 병이 생기면 주변의 신경을 자극해 엉뚱한 곳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 때문에 몸은 불편한데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디스크나 턱관절 장애가 ‘병 따로, 통증 따로’인 대표적 질환이다. 허리디스크 허리디스크는 허리통증과 다리가 아프고 저린 증상이 대표적이다. 대개 허리보다 다리에 더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다리통증은 주로 허리나 엉덩이에서 시작해 허벅지와 장딴지 뒤쪽 또는 바깥쪽을 타고 발등이나 발바닥까지 뻗치는 방사통 양상을 보인다. 디스크는 주로 척추 뒤쪽이나 뒤 바깥쪽으로 밀려나면서 척추신경을 누르게 되는데, 대부분 엉덩이나 다리, 발바닥 등에 저릿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 이런 허리디스크는 체중 부하가 크고 운동 범위가 넓은 4·5번 요추 사이와 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에서 전체의 90%가 생긴다. 4·5번 요추 사이의 신경이 눌리면 엉덩이에서 다리 바깥쪽을 타고 내려가면서 엄지발가락까지 저리고 당기는 통증이, 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저리고 당기는 증상이 엉덩이에서 발꿈치까지 나타난다.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백경일 과장은 “다리 마비가 나타나고, 앞·뒤꿈치 걷기나 한발 뜀뛰기를 하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디스크 손·팔저림 증상이 대표적인 목디스크는 5·6번 경추(목뼈)와 6·7번 경추 사이에서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목이나 어깨에서 시작해 팔과 손가락으로 뻗치는 방사통인데 이는 경추 사이의 디스크가 삐져나와 손이나 팔로 가는 신경을 누르기 때문이다. 특히 어깨·팔·손가락의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이 눌리면 근육의 힘이 빠져 글씨를 못 쓰거나 물건을 들다가 놓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목디스크는 손목터널증후군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검지·중지와 손바닥이 저리며,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반면 목디스크로 인한 손저림은 어깨 주변과 어깨에서 팔꿈치 사이의 상완과 손끝에서 나타나며,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저림의 정도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목디스크는 초기에는 목덜미가 뻣뻣해지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피로증상으로 여겨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턱관절장애 턱관절은 수많은 신경과 근육들이 연결되어 있어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턱관절뿐 아니라 머리 부위에서 더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턱관절장애 환자의 70%가 두통을 호소하는데, 이는 턱관절 스트레스로 이를 악물면 관자놀이를 둘러싼 측두근이 긴장하게 되고, 이 때문에 혈류가 원활하지 못해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어깨·목으로 번져 어깨결림이나 목덜미가 뻣뻣해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턱관절질환은 입을 벌렸다 다물 때 딱딱거리는 관절 잡음, 입이 잘 벌어지지 않는 개구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이 상태에서 방치하면 턱관절 디스크가 관절염으로 발전해 입을 움직이기도 어렵게 된다. 백경일 과장은 “이런 통증이 나타나면 섣불리 자가진단을 하기보다 정밀검사와 통합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서동상 부원장 부평힘찬병원 신경외과 백경일 과장
  •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⑪ 늘어가는 황혼 웨딩마치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⑪ 늘어가는 황혼 웨딩마치

    최동진(60·가명)씨는 3년 전 성격차이로 아내와 이혼한 뒤 주저하다가 한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그는 “자녀를 모두 결혼 시킨 뒤 귀농할 생각인데 고향에서 함께 노후를 보낼 배우자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미(55·여·가명)씨는 전 남편과 경제적인 문제로 헤어진 뒤 최씨와 마찬가지로 배우자를 찾고 있었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했던 두 사람은 업체의 주선으로 처음 만나 급속도로 사이가 가까워졌고, 2개월만에 재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씨의 자녀들이 재혼을 반대했던 것. 두 사람은 잠시 교제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결국 서로를 잊지 못해 다시 만남을 가졌다. 그동안 최씨는 결혼에 대한 확신을 자녀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자식들이 걱정하는 경제적인 지원 문제도 이미 자립한 상태라며 차근 차근 설득했다. 두 사람은 결국 결혼식을 마치고 귀농해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최씨는 “민감할 수 있는 문제를 꾸준히 대화로 잘 풀어나갔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재규(64·가명)씨도 부인과 사별한 뒤 교육과 양육 문제로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사별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재혼을 추진하다보니 갈등이 생겼고, 결국 어렵게 성사된 결혼은 1년 만에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홀로 어렵게 자식 둘을 키우면서 ‘내 삶’을 잊고 살았으나 이제는 여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신중하게 여성을 고르던 중에 역시 사별의 아픔을 가진 이희숙(54·여·가명)씨를 소개받았다. 같은 상황을 겪은 탓인지 두 사람의 호감도는 급속히 높아졌다. 두 사람 모두 등산이라는 취미생활을 갖고 있어 마음이 더 잘 맞았다. 6개월의 교제 끝에 재혼한 두 사람은 “처음부터 거창하게 재혼에 목표를 두기보다 교제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던 것이 잘 맞았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여생을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젊은층 “부모 재혼 원하면 적극 고려” 노년기에 다시 웨딩마치를 울리는 ‘황혼 재혼’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세 이상 남성의 혼인 건수는 1만 8791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990년 5014건의 4배에 가깝고, 2000년 8928건의 2배 수준이다. 전체 혼인 건수 가운데 50세 이상 남성의 비중은 1990년 1.3%에서 지난해는 5.8%로 크게 늘어났다. 60세 이상 남성의 혼인 건수도 1990년 1570건에서 2000년 2291건, 지난해 4812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여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세 이상 여성의 혼인 건수는 지난해 1만 956건으로 남성과 비례해 역대 최대치다. 1990년 2081건에서 2000년 4145건으로 늘었다가 10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60세 이상 여성의 혼인 건수도 같은 기간 394건, 758건, 1857건으로 증가했다. 경기도 지역만 놓고 보면 60세 이상 재혼자가 1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의 고령자 재혼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도내 60세 이상 재혼자 수가 2000년 508명에서 지난해 1438명으로 10년 사이 2.8배나 증가했다.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노년기 재혼자가 늘고 있는 것은 황혼 이혼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노인들의 재혼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자식들의 눈치를 보거나 주변의 인식이 좋지 않아 재혼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재혼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쪽으로 노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부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뒤 홀로 사는 것보다 서로를 돌보며 생활하는 것이 더 좋다는 노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젊은 층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부모가 혼자일 경우 재혼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자녀가 많아졌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이 지난해 국내 미혼남녀 974명을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한 결과 부모의 황혼재혼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남성 61%, 여성 84.7%로 나타났다. 노인들의 경제적인 여건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황혼재혼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연금 등으로 노후를 보장받는 노인이 늘면서 자식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우울증 등 고려땐 재혼 큰 도움” 재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노인들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복지단체도 황혼미팅 등 만남을 가질 수 있는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 재혼 의사가 있다면 이들 기관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좋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부터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어르신 합독(合獨)사업’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 초에는 남성 50명과 여성 50명을 직접 만나게 하는 행사도 가졌다. 노인 전문가를 초빙해 각 지역을 순회하며 노인들의 재혼 문제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청은 지난 7월 ‘황혼의 멋진 만남-골드미팅’ 행사를 가졌다. 강동구에 사는 만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초대해 전문 MC 이상용씨와 함께 미팅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노인들은 게임과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친분을 쌓고, 서로에 대해 더 알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노인이 인생의 파트너를 새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재혼을 했다고 해도 다시 사별 등의 이유로 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혼을 하기 전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여성은 남성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홀로 사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술의 발달로 생존기간이 크게 늘어나 홀로 오랜 기간을 지내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등 각종 문제를 생각한다면 재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기민 한국노인복지관협회 사무총장은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은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시에 여생을 안심하고 편안하게 누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다만 함께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약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용·이영준기자 junghy77@seoul.co.kr
  • ‘아이폰5’ 짝퉁 ‘하이폰5’ 中서 인기리에 판매

    ‘아이폰5’ 짝퉁 ‘하이폰5’ 中서 인기리에 판매

    아직 출시도 안된 아이폰5의 ‘짝퉁’ 하이폰5(HiPhone5)가 중국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 북경신보는 10일 “평균가격 500위안(약 8만원) 정도인 짝퉁 아이폰5가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 이라며 “1달 사이에 7500개를 판매한 쇼핑몰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 쇼핑몰들은 ‘한정판 iPhone5 발매! 도매 가격과 뛰어난 품질’ , ‘마침내 발매! iPhone5를 한 발 앞서’ 등 진짜 상품과 혼동될 정도의 광고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 ‘하이폰5’는 7mm의 얇은 두께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아이폰5의 예상 디자인을 흉내낸 것이 특징이다.       하이폰5을 판매하는 한 쇼핑몰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염가의 부품 만을 모아 만들어 품질을 전혀 보증할 수 없다.” 며 “운이 나쁘면 몇일 만에도 고장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이폰5의 출시일정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오는 9월 5일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폰5는 10월이나 되야 나올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IT전문 매체들은 “아이폰5는 스크린은 4인치, 홈버튼은 기존보다 더 커져 미니 터치패드 기능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탈리아 연구팀 “마르코 폴로 ‘동방견문록’은 가짜”

    이탈리아 상인 마르코 폴로(1254~1324.1.8.)가 동방을 여행한 내용을 기록한 책 ‘동방견문록’이 폴로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 아닌, 여러 상인들의 이야기를 짜깁기한 내용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 대학 다니엘 페트렐라 교수가 이끄는 고고학 연구팀은 “수년간 일본의 사료를 검토한 결과 ‘동방견문록’은 폴로가 직접 체험한 내용을 실은 것이 아니며, 심지어 그가 동방을 여행한 적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방견문록’(세계 경이의 서)은 폴로가 1971년부터 24년 간 동방을 여행한 내용을 작가 루스티첼로에 기록하게 한 책. 역사적으로 이 책은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의 계기가 되는 등 지리상 발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주장은 ‘동방견문록’ 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탐험가를 부정하기에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연구팀은 “폴로가 베네치아 상인으로 동방여행을 떠나 각지를 여행하고 원나라에서 관직에 올라 17년 동안 살았다고 밝혔으나, 일본 및 중국의 사료를 비교 검토한 결과 ‘동방견문록’에서 폴로가 한 묘사에 수많은 모순과 부정확성이 발견됐다.”고 역사잡지 ‘포커스 스토리아’(Focus Storia)에서 지적했다. 연구팀은 “폴로가 원나라 쿠빌라이(세조)에게 관직으로 있을 당시인 1274년과 1281년 두차례에 걸친 일본 침략을 서술한 부분이 있는데, 첫 번째 탐험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좌초됐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좌초는 1281년에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직접 목격한 일을 무려 7년 뒤 발생한 일과 혼동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 또 폴로가 묘사한 원나라 함대의 형태와 돛대 개수 등 역시 실제 발굴한 내용과 큰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방견문록’에서 폴로가 파도를 설명하면서 ‘추남’(chunam)이란 용어를 언급했는데 이 단어는 중국어도 몽골어도 아닌 페르시아어였다. 이 점을 들어 연구팀은 “페르시아 상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한 실수일 것”이라고 의심했다. 폴로가 관직에 오른 기록이 중국의 어떤 사료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의혹을 키웠다. 연구팀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동방견문록’의 역사적 부정확성이 지나치게 많다.”면서 “아마도 폴로는 흑해를 건너가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을 것이며 13세기 흑해를 오가던 상인들에게 동방에 있는 의문의 땅에 대해서 전해 듣고 이를 짜깁기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동방견문록’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의 고고학자도 1995년 ‘마르코 폴로가 정말 중국에 갔을까’(Did Marco Polo go to China?)란 책을 발간 역사적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8)평창 약수리 느릅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8)평창 약수리 느릅나무

    북유럽 신화 속 최초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오딘은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거대한 물푸레나무가 있는 신비의 숲에서 인간을 만들었다. 오딘은 물푸레나무의 밑동에 숨결을 불어넣어 남자를, 곁에 서 있는 느릅나무로 여자를 만들어 냈다. 인류 최초의 남자와 여자다. 느릅나무가 서양 문화권에서 여성성의 상징으로 이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현대 작가 유진 오닐이 그의 대표적 희곡 ‘느릅나무 아래의 욕망’에서 물질을 향한 탐욕에 대비하여 음울한 여성성과 본능적 모성, 혹은 열정과 감성을 상징하기 위해 거대한 느릅나무를 배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느티나무와 자칫 혼동하는 느릅나무 “군청 사람들이 알려줘서 알았지, 처음엔 그저 느티나무인 줄 알았죠. 이제 와서 생뚱맞게 바꾸긴 뭘요? 왜 식당 이름을 잘못 지었냐 하면 그냥 웃고 말죠.” 강원도 평창군 약수리의 국도 31호선 가장자리에서 하늘을 이고 서 있는 느릅나무 앞의 식당 ‘느티나무 가든’의 주인 강태일(58)씨 이야기다. 도로가 개통되기 전 이 나무 앞에 있던 옛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강씨는 옛 어른들도 모두 이 나무를 느티나무로 알았다고 한다. 느릅나무와 느티나무는 모두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가까운 친척 관계의 나무로, 널리 퍼지는 품이나 오래 자라는 생명력이 서로 닮았다. 물론 꼼꼼히 짚어 보면 잎 모양이나 줄기 껍질 생김새 등에서 적잖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연구자들의 몫이다. 정작 나무에 삶을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나무 이름 정도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강씨의 말대로 나무 이름이 틀렸다 하면 그저 한번 웃으면 그뿐이다. 분명한 옛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느릅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살아왔다. 이를테면 ‘삼국사기’에는 느릅나무를 좋은 건축재로 여기고, 일정 수준의 벼슬을 하지 않은 백성이 느릅나무로 집 짓는 걸 금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지만, 흔치 않은 까닭에 이를 아끼려 했던 조치였지 싶다. 실제로 오래된 느릅나무는 느티나무에 비해 그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된 느릅나무는 현재 58그루에 불과하다. 그중 34그루가 강원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느릅나무가 익숙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다.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가 무려 5300그루가 넘는 느티나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마을의 평화를 지켜온 700년 된 나무 “단오 때 저 나무에 쌍그네를 매고 사람들이 놀면 한 해 동안 마을에 평화가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어요. 그래서 한 십년 전까지만 해도 단오 때만 되면 어김없이 그네를 맸지요.” 그 사이에 느릅나무 주변의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강씨가 자라던 어린 시절만 해도 나무 앞으로 조붓한 흙길이 있었고, 강씨가 살던 집은 읍내 장터에 가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주막이었다. 강씨는 이 주막집에서 느릅나무를 바라보며 태어나고 자랐다. 나무 앞을 흐르는 평창강을 스쳐온 강바람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지만, 강변에는 꽤 높은 강둑이 쌓아 올려졌다. 흙먼지 날리던 길은 번듯한 국도로 포장됐고, 사람들을 태우고 장터로 이끌던 소달구지 대신 온갖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친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지만, 이곳에 살던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다. 그네를 매고 즐길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쌍그네를 매고 놀던 일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어른 키보다 조금 높은 부분에서 줄기가 둘로 나뉘며 솟아오른 약수리 느릅나무는 키가 25m, 줄기 둘레도 5.5m나 된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느릅나무 가운데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느릅나무로 봐도 틀리지 않는다. 포장된 도로가 바로 곁으로 나는 바람에 생육 공간이 넉넉지는 않으나 아직 건강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 “보호수 안내판에는 455살이라고 돼 있지만, 우리 마을 사람들은 700살은 훨씬 넘은 나무로 알고 있어요. 저 나무가 옥황상제가 보낸 세 아들 가운데 하나거든요. 옥황상제는 나무의 모습으로 세 아들을 우리 마을에 보내면서, 모두가 잘 살면 마을이 잘될 거라고 했는데, 그중의 한 그루가 죽었어요. 그 바람에 마을에 그리 잘되는 집안이 없다고들 하죠.” 강씨가 말하는 다른 한 그루는 마을 안쪽의 들판을 거느리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지만 강변의 느릅나무만큼 크지는 않다. “어떻게 돼야 잘되는 집안이냐.”는 질문에 강씨는 “요즘 같은 시절에야 부자 되는 거죠.”라고 한다. ●온 누리의 평화를 지켜줄 큰 나무 “땅값이나 좀 오를까? 그래 봐야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진부 쪽에 해당하는 이야기겠지요. 여기는 좀 외져서 별다른 영향은 없을 거예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뒤 평창은 뉴스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평창 주민의 생활에는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다. 큰 도로 주변에 나부끼는 ‘축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과 공공기관에서 붙인 축하 포스터를 빼면 달라진 게 없다. 굽이굽이 굽어 도는 평창강을 따라 평창읍에서 조금 남쪽으로 떨어진 약수리 역시 아직은 예전 그대로다. 평창 약수리는 옥황상제가 세 아들을 보낼 곳으로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를 짚어볼 수 있을 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변 마을이다. 쌍그네를 띄우지 않아도 저절로 지켜질 견고한 평화다. 천년의 평화를 지켜온 한 그루의 나무가 하늘의 위엄을 간직한 채 이곳을 찾을 낯선 외국인들과 함께 온 누리의 평화를 지키는 큰 나무로 남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장맛비를 머금은 먹구름이 나뭇가지를 휘감아 돈다. 글 사진 평창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 BC카드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얌체 상술… 소비자 뿔났다

    BC카드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 얌체 상술… 소비자 뿔났다

    국내 유명 신용카드사가 고객의 신용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낚시성 텔레마케팅’을 펼쳐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입월 무료를 전제로 가입자를 모집한 뒤 무료기간 종료 후 일 년 치 요금을 한꺼번에 청구하는 등 얌체 상술을 벌이고 있다. 최근 잇따른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불안감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건드린 돈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체와 소비자들에 따르면 BC카드사에서 판매하는 ‘신용정보보호서비스’(BCIC)는 “한 달 동안 체험한 뒤 사용을 결정할 수 있다.”면서 가입을 권유한 뒤 가입월 1개월 무료 체험자들에게 일 년 치 요금을 한번에 부과해 소비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BCIC 서비스란 가입자에게 신용정보 변동 내용과 명의 도용 여부를 휴대전화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종류에 상관없이 BC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이용료는 한 달 700원, 1년 단위로 가입할 경우에는 7800원이다. 문제는 가입월 무료 기간이 종료된 고객들에게 유료 서비스로 변경되는 시점에 1년 치 요금 7800원을 일시에 청구하는 경우 등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월 무료 기간이 지난 뒤 고지서가 날아오고, 이후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두 달 치 요금인 1300원을 제하고 돌려준다는 것이다. 무료 체험자 김모(35)씨는 “안내원은 ‘한 달에 650원이고 1년에 7800원’이라는 설명만 했다. 분명히 1년 치가 결제된다는 얘기는 없었다.”면서 “1만원도 안 되는 돈이라 환불을 하는 사람이 적어 그냥 어물쩍 넘어가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생 신지혜(22·여)씨는 사용하지 않는 체크카드 앞으로 1년 치 요금이 부과돼 은행으로부터 연체 통보를 받기도 했다. 신씨는 “내가 연장해 달라고 하지도 않은 서비스 때문에 하마터면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C카드 측은 “가입월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유료 서비스로 전환될 때 고객들에게 일 년 치 결제를 할 것인지를 묻는 등의 절차를 거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가입 권유 전화를 받은 고객들이 서비스 연장 절차 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해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BC카드 측은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입월 무료 사용 기간’이라는 말을 썼지만 오해하는 고객들이 있어 ‘체험 사용 기간’이라는 말로 용어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C카드의 용역을 받아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상담원은 “체험 기간이 끝나고 유료 서비스로 전환되는 시점에 해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자동 연장이 되기 때문에 고객들이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BC카드 홍보부 관계자는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원치 않는 유료 연장 등으로 피해를 본 고객의 상담 내역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등 고객 민원 해결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가입월 무료기간에 참가한 고객을 자동으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되도록 하는 조항은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 조항이므로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무료 서비스 사용 후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서비스로 전환돼 발생한 피해’의 경우 ‘유료로 전환된 시점에서 부과된 요금 환불 및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평창, 꿈을 이루다] 워싱턴포스트 1면 대서특필

    [평창, 꿈을 이루다] 워싱턴포스트 1면 대서특필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7일 자 1면 머리기사로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사진을 실었다. 사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발표되는 순간 이명박 대통령과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대표단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신문은 세 번째 도전 끝에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점을 염두에 두고 ‘올림픽을 향한 한국의 집념이 보상받았다’라는 제목과 함께 가로 5단에 걸치는 통단에 가까운 사진으로 이 뉴스를 보도했다. 신문은 사진 설명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 대표단이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로 선정되자 감격해 환호하고 있다.”면서 사진에 등장하는 이 대통령을 비롯해 조양호 평창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피겨 여왕 김연아, 한국계 미국 올림픽 스키 대표 선수 토비 도슨 등의 이름을 일일이 소개했다. 신문은 1면 사진 기사에 이어 스포츠 면에 ‘2018년의 매력-한국이 올림픽을 얻어냈다’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상세히 보도했다. 특히 그래픽으로 북한까지 포함한 한반도 지도를 그려놓고 ‘평창’(Pyeongchang)과 ‘평양’(Pyeongyang)을 적시함으로써 미국인 독자들이 둘을 혼동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신문은 “결과가 발표된 순간 한국 대표단은 펄쩍펄쩍 뛰고, 태극기를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면서 “평창의 두 차례 실패에 이은 세 번째 연속 도전은 (올림픽의) 관습을 벗어난 것이었다.”고 했다. 또 뉴욕타임스도 “참을성과 인내가 승리했다.”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발언 등을 토대로 “평창이 인내한 덕에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편, 독일의 ‘히든카드’로 나서 뮌헨의 동계 올림픽 유치를 도왔다가 실패한 ‘축구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유럽국들이 이기심 탓에 뮌헨과 (프랑스) 안시에 표를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유럽국 출신 IOC 위원들이 훗날 자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비유럽국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평창에 몰표를 줬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잉락 친나왓의 운명/김종면 논설위원

    “기업은 일종의 국가다. 국가는 하나의 기업이다. 둘은 같다.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전 총리 탁신 친나왓(62)은 그런 소신대로 나라를 경영한 정치 비즈니스맨이었다. 그러니 국가와 자신의 사업을 혼동했다. 돈으로 권력을 얻고, 그 권력으로 다시 돈을 벌어들인 위험한 재벌정치가. 하지만 빈민과 농민층에겐 소외받는 대중을 일으켜준 영웅으로 통했다. 엘리트 경찰에서 동남아 최고의 통신재벌로, 총리에서 마침내 극좌 혁명가가 되기까지 극적인 삶을 산 그를 빼고 태국의 정치를 말하긴 어렵다. 태국의 현재 모순과 미래의 전망이 그의 한몸에 응축돼 있다. ‘탁신의 제국’ 태국에서 지금 거대한 정치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제 치러진 총선거에서 탁신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승리, 태국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가 남긴 부(負)의 유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외신에선 잉락에게 온갖 달갑잖은 수식어를 갖다 붙인다. ‘탁신의 트로이 목마’ ‘탁신의 아바타’ ‘태국의 에바 페론’…. 이쯤 되면 ‘남매 총리’ 기록을 세운 잉락에겐 반면교사도 정면교사도 탁신일 수밖에 없다. 잉락은 과연 탁신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제2의 에바 페론 운운하는 불명예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심각한 경제난에도 모든 농민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겠다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으니 뒷수습이 문제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은 ‘포퓰리즘의 대명사’였다. 잉락이 에바의 길을 가느냐 않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다. 에바와 잉락의 포퓰리즘은 뿌리가 다르다. 그런 만큼 전개 양상 또한 다를 수 있다. 가난한 농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에바의 포퓰리즘이 한맺힌 핏빛 포퓰리즘이라면, 유복한 가정의 유학파 잉락의 그것은 단순한 선거용 장밋빛 포퓰리즘일지 모른다.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18차례나 군부에서 들고 일어난 ‘ 쿠데타의 나라’. 어렵사리 점화된 민주화의 기운이 또다시 압사당해선 안 된다. 태국의 민주주의가 홍등가에 넘실대는 화려한 불빛만큼이나 허황한 것이란 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탁시노믹스’(탁신경제) 향수 속에 봇물을 이룬 태국판 포퓰리즘을 보는 우리의 소회는 착잡하다. 포퓰리즘 망국론까지 나오는 대한민국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얘기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소비자 인지도·오인 여부 따라 ‘엇갈린 운명’

    소비자 인지도·오인 여부 따라 ‘엇갈린 운명’

    카페베네, 장수돌침대, 페라가모, 아디다스, 라코스테…. 모두 상표권 분쟁으로 법정에 선 브랜드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이름, 디자인 등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화, 음악, 미술 등의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관련 민사소송도 매년 늘어 2006년 90건에서 지난해 22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상표권을 판단할까. 상표권은 입체적 형상, 색채, 홀로그램, 동작 등 다양하지만 실제 소송은 디자인과 상품명이 대부분이다. 이를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이다. 누구나 아는 단어라면 독자적 상표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는 독자성을 인정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식별력 있는 상표인가  경기도 지역에서 ‘피자베네’라는 가게를 운영하던 최모씨는 지난해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를 상대로 서비스표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베네’(bene)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선’(善)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식별력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베네’라는 문자를 포함하는 레스토랑이 다수 존재하고, 오히려 수요자들이 어떤 관념을 도출해 내기 어려워 식별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씨는 항소했고 항소심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기택)는 최씨가 카페베네 측으로부터 현금 5000만원을 지급받고 상표권을 이전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일반 상표가 유명 브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드물지만, 반대로 유명 상표가 일반 상표를 상대로 하거나 대기업들끼리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소송은 흔하다. 하림은 교촌의 ‘핫골드윙’이 자사의 ‘핫윙’ 상표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두 상표의 이름은 비슷하지만, 핫윙이라는 단어가 닭 날개를 지칭하는 단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장수돌침대도 마찬가지다. ㈜장수산업은 대리점을 운영하던 직원이 ㈜장수돌침대를 차려서 나가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장수돌침대’는 제품의 종류를 나타내는 ‘돌침대’에 오래 산다는 뜻의 ‘장수’를 결합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름이 비슷해 상표권 침해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LG생활건강의 샴푸 브랜드 리엔(ReEn)은 웅진코웨이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Re:NK)를 상대로 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승소했다. ●혼동할 우려가 있나  디자인은 상표명보다 난해하다. 1심과 2심 판결이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강아지 모양 액세서리로 유명한 아가타는 스와로브스키가 유사한 모양의 목걸이 펜던트를 판매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두 제품이 외관이나 관념이 유사해 수요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두 상표가 외관상 유사하지 않고, 유사 상품에 다양한 형태의 개나 강아지를 형상화한 상표가 존재하는 점에 비춰 볼 때 수요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라코스테와 싱가포르 크로커다일이 악어 로고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는 라코스테가 이겼다. 대법원은 “외관상 차이는 있지만 호칭과 관념이 동일하고, 상표 위치가 티셔츠 왼쪽 가슴으로 동일해 수요자가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페라가모가 금강제화를 상대로 구두 장식 오메가(Ω) 상표를 침해했다며 낸 소송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금강 제품의 장식은 약간 변형됐지만 전체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금강은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아디다스의 3선 줄도 독일 본사가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스포츠 의류 수요자 대다수가 이 표시를 아디다스로 인식한다.”면서 승소 판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한우 1등급’ 최고급 아니다?

    한우의 육질을 따질 때 1등급은 최고급 육질을 가리키는 것일까. 고깃집을 찾다 보면 1등급 한우만 사용한다는 문구를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소비자의 오해를 부르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5개 단계 중 중간수준… 1++가 최고급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우의 육질 등급은 1++, 1+, 1, 2, 3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일반 소비자가 흔히 최고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1등급 한우는 실제로는 세 번째 등급에 해당한다. 최고급이 아닌 중간 수준 육질인 셈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한우 1등급이 최고 육질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식육판매 표지판을 개선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1등급일 경우 기존에는 등급란에 ‘1’이라는 숫자만 쓰면 됐다. 하지만 새달 1일부터는 1++, 1+, 1, 2, 3은 물론 ‘등급 외’까지 나열한 뒤 해당 등급에 동그라미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방침은 식육판매점에만 적용될 뿐 식당에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일반 소비자는 1등급 한우라는 문구에 현혹될 소지가 많다. ●축산평가원, 새달부터 표지판 개선 축산당국은 그동안 꾸준한 품질 개량으로 1등급보다 더 나은 등급이 생겼을 뿐 1등급도 좋은 품질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우의 등급별 출현율을 살펴보면 1++등급 9.6%, 1+등급 23.3%, 1등급 31.1%, 2등급 25.1%, 3등급 10.3%로 1등급은 가장 흔한 육질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축산업자도 배려해야 하지만 소비자도 분명히 보호 대상인 만큼 최고 5등급에서 1등급까지 분류하는 일본처럼 1~5등급이나 A~E 등급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혼동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악덕 부모의 항변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1932년 영국 런던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훗날 ‘세기의 미녀’로 추앙받게 될 아이였지만, 당시 모습은 너무 끔찍했다. ‘다모증’ 때문에 갓 태어난 원숭이 새끼보다 털이 많았다. 엄마에게조차 “지금까지 본 아기들 중 가장 이상한 아기”였으니 말이다. 15개월째 겨우 일어서고, 두 돌이 지나서야 원숭이 같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 아이는 그때부터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변하듯,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빼어난 외모는 그녀에게서 유년기를 빼앗아 갔다. 이후의 삶 또한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얘기다. 열한 살이 된 ‘리즈’는 1943년 ‘녹원의 천사’라는 영화에서 말을 타고 장애물 경주에 참가하는 ‘벨벳’ 역할을 따낸다. 그러나 체구가 너무 작은 것이 문제였다. 영화사는 이듬해 1월까지 크랭크인을 미뤘는데, 이 사이 극성스러운 엄마 사라 테일러는 호르몬 약제 등을 동원해 불과 4개월 만에 딸의 키를 7㎝나 키워 놓는다. 외모 탓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배우 출신 엄마의 욕망 때문에 리즈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우로 자라난다. 리즈는 삶과 허구를 혼동할 만큼 배역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면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무려 여덟 번이나 결혼을 하고, 술과 약물에 의존하기도 했다. 훌륭한 위인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자식들을 끔찍이 학대하거나 혹은 자식에게 광적으로 집착하거나, 반대로 철저히 방치한 부모 밑에서 특별한 재능을 꽃피운 자식들이 나오기도 한다.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 지음, 강희진 옮김, 미래의창 펴냄)은 괴물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천재의 부모들을 폭군형과 교관형, 집작형, 이기적 부모 등 네 유형로 나눈다. 독일 성직자 마르틴 루터는 ‘폭군형 부모’를 뒀다. 어린 시절 호두 한 알 때문에 피가 나도록 맞기도 했는데, ‘자비로운 아버지’에 대한 루터의 이상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곤 한다. 모차르트와 마이클 잭슨 등은 교관형 부모 아래서 자랐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린 아들의 몸이 다 망가질 정도로 혹독한 연주여행을 강요했고,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는 일곱 살의 어린 마이클을 새벽 2시에 깨워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독일어 원제를 번역하면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다. 부모들의 항변은 동서가 같고, 고금이라고 다르지 않은 게다. 1만 3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건망증과 치매 중간단계 ‘경도인지장애’ 아시나요

    건망증과 치매 중간단계 ‘경도인지장애’ 아시나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치매 역시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지만 점차 상태가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다만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고, 진행이 느려 알아채기 어려울 뿐이다. 따라서 기억의 문제가 생기면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이런 증상이 ‘치매로 가고 있다’는 마지막 경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도인지장애에 주목 이런 관점에서 최근 의료계에서는 ‘경도인지장애’에 주목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MCI)란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단계, 즉 알츠하이머 치매로의 이행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건망증이라도 무언가를 자주 기억하지 못할 때는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기억력 저하가 오고 이전에는 잘하던 일을 갑자기 못하게 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진다. 물론 판단력과 지각·추리능력 등은 정상이어서 건망증과 경도인지장애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최근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27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매년 10∼15%가 치매로 발전했으며 6년간 80%가량이 치매로 이행됐다. 따라서 건망증이나 기억력 이상이 잦다면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조기 검진이 최선의 예방 최근 들어 다양한 치매 진단·치료법이 속속 제시돼 조기에 발견하면 효과적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은 “치매가 의심되면 먼저, 간단한 문답형 검사인 치매 선별검사(MMSE)로 1차 파악이 가능하며, 신경인지기능검사(SNSB)를 통해 더 정확한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전 단계에서 치매 가능성을 알고 싶다면 양전자방사단층(PET) 촬영으로 뇌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찾아내거나 혈액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이런 증상 지나치지 않아야 -우울증세를 보인다=증상이 치매와 비슷한 노인성 우울증을 방치해 치매로 발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채승희 과장은 “노년기 우울증은 치매로 혼동되거나 동반 악화될 수 있어 치매의 예방·치료에는 우울증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 환자의 30∼40%에서 보이는 우울 증세는 활동 및 지적 장애를 더 심하게 한다. 흔히 치매는 인지장애여서 기분장애인 우울증과는 다르다고 여기지만 치매와 노인성 우울증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갑자기 몸무게가 준다=미국 시카고대학 러시메디컬센터 연구팀이 평균 75세의 가톨릭 성직자 820명을 대상으로 최대 10년간 연구한 결과, 체질량지수가 계속 떨어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35%나 높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발병이 뇌뿐 아니라 음식물 섭취나 신진대사와 관련된 뇌부위의 손상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숙한 냄새를 못 맡는다=일상적으로 맡아 온 냄새를 구분하지 못할 때 알츠하이머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시카고러시대학 로버트 윌슨 박사는 “후각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일반인보다 알츠하이머의 예고 신호인 인지 기능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50%나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54∼100세 노인 600명을 대상으로 후각 기능과 인지 기능을 비교 분석했는데, 인지장애 상태에서는 양파·레몬·계피·후추 등 익숙한 냄새를 구분하지 못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세란병원 신경과 채승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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