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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일 연재 마치는 ‘유림’ 작가 최인호씨

    30일 연재 마치는 ‘유림’ 작가 최인호씨

    작가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그려졌다.3년간의 대역사(役事)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신문에 대하장편소설 유림(儒林)을 연재하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이야기꾼’ 최인호(61)는 그랬다. 아쉽게도 유림은 오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1일 서울 한남동의 집필실에서 만난 작가는 연신 “이처럼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백명의 아이(작품)를 낳았지만 특히 이번에는 명분 있는 아이를 낳았습니다.3년간 꼬박 연재할 때도 그랬지만 작가라는 사실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두시간여 동안 그의 입에서 ‘키워드’들이 툭툭 튀어 나왔다.‘혼돈의 시대, 작가적 충정, 동방예의지국, 선비정신의 부활’. 그가 행복하게 ‘유교의 숲’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이 차츰 조합되기 시작했다. 그는 “21세기에는 하이에나 논리로 가득 찬 서구적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더불어 사는 유교적 자본주의가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때 우리의 훌륭한 유산인 ‘선비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자, 맹자, 순자, 조광조, 율곡, 안향 등 유림의 무수한 주인공 가운데 작가 최인호가 가장 주목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거침없이 퇴계 이황을 꼽았다.“석가모니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과 마찬가지로 공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 사상적으로 완성됐습니다. 일본에서는 퇴계를 ‘해동의 공자’라고 불렀습니다. 퇴계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였습니다.” 퇴계 사상의 골수인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에 주목했다는 그는 “어려운 것을 알기 쉽게 쓰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퇴계가 왜 위대한지, 이기이원론의 정수가 무엇인지 등이 모두 유림속에 농축돼 있다는 것. 그는 유교의 필요성을 교육문제와도 연결지었다. 교육의 난맥상을 해결하는 첫걸음은 선비사상의 부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한 사람의 ‘난 사람’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어서 문제입니다. 백사람의 ‘된 사람’을 기르는 교육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공자는 정치가이자 외교가이자 위대한 교육자였습니다. 유교에 해법이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육필원고를 고집한다. 머릿속의 진수를 짜내는 데 컴퓨터 키보드는 적합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3년간 써내려간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6500장에 이른다. 한동안 가야시대를 다룬 ‘제4의 제국’을 동시에 썼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집필만 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태어나서 가장 초인적으로 써내려간 시기”라고 말했다. 불교(길없는 길), 유교(유림)에 이어 이제 그는 기독교에 숨결을 불어넣으려고 한다.200년 전 이 땅에서 수만명이 순교함으로써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예수 그리스도 사상의 본류를 꿰뚫어볼 작정이다. “불교다운 불교가 남아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고, 유교도 한반도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원형질입니다. 이제 마무리 개념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는 예루살렘 순례 등을 통해 곧 자료수집에 착수,2년 뒤쯤 작품을 ‘출산’할 계획이다. 작가의 창작열을 ‘입덧’에 비유한 그는 스스로 ‘가임(可姙)성 작가’라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글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유림’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최인호 대하장편소설 ‘유림’은 2004년 1월5일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 보다 12∼13년 전 작가의 심장에서는 이미 유림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시 불교를 주제로 한 장편소설 ‘길없는 길’을 집필하던 그는 우리 민족의 혈관 속에 불교뿐 아니라 유교라는 원형질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고 거리낌 없이 다음 작품 주제로 유교를 점찍었다. 곧바로 공자의 고향 곡부를 둘러보고, 공자의 사당이 있는 태산에 올라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까지 미리 정해 두었다. 유림은 연재 시작과 함께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몰고 왔다. 학술서적 외에 유교를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일까, 소설로 형상화된 유교와 유학의 대가들을 만난 독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유교를 다시 보게 됐다.”고 탄복했다. 천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퇴계 이황이 사실상 2000년 유학을 집대성했다는 사실에도 뿌듯해했다. 무엇보다 혼탁 일색인 오늘을 살아가야 할 지혜를 제공해준 작가에게 감사해했다. 연재가 완성되기도 전에 지난해 7월 조광조의 개혁정치(1권), 공자의 주유천하(2권), 퇴계의 군자유종(3권)을 묶어 이례적으로 먼저 1부 3권을 출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식지 않았다. 한 중학생 독자는 TV 교양프로그램에 출연한 작가를 상대로 “서점에서 선 채로 유림을 읽었다. 공자가 이렇게 재밌는지 알게 해줘 고맙다.”고 말해 작가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공자에서 퇴계로 이어지는 유림의 숲을 다룬 4권과 과감히 벼슬을 버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학문에 정진했던 퇴계의 일생을 다룬 5권까지 모두 50만부 정도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출판사(열림원)나 작가 모두 이같은 호응에 깜짝 놀라고 있다. 공자의 생애를 되살린 6권은 내년 1월15일쯤 출간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진화하는 인권 변호사] 시민단체 법률상담등 ‘공익전담’ 로펌 속속 등장

    인권변호사들은 역할과 영역을 빠르게 넓혀 왔다.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부업이 아닌 본업으로 공익활동을 펴는 인권변호사들이 등장했다. 노동·환경 분야 사건만 전문적으로 맡는 법무법인도 등장했다.1988년 설립돼 인권변호사들의 본산 역할을 해온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약간의 정체성 혼돈을 겪으며 활동방향을 잡는 데 주춤하는 동안 생긴 현상이다. 인권변호사 내부의 ‘파워이동’이 생긴 셈이다. ●“민변은 구조조정중” 민변 사무차장인 송호창 변호사는 “지난 5월 출범한 백승헌 체제의 민변은 지금 내부정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어발식으로 여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민변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신규가입 회원이 12명으로 사상 최소였다는 점과 내부 회원들로부터 “민변이 무기력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시위문화를 낯설어하는 90년대 학번 변호사들의 탈(脫)정치성도 민변의 변화를 재촉한다. 민변은 최근 조직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받았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늘어난 위원회의 역할을 조정하고, 신규 회원들에 맞는 세미나와 활동 영역을 개발하는 게 과제로 떠올랐다. 송 변호사는 “로펌에 들어간 젊은 변호사들은 민변 활동을 하기에는 사무실 업무가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10년차 이하 변호사를 유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활동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화모델 ‘노총 법률원’&대안모델 ‘공익로펌’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시민사회가 급속도로 바뀌면서 인권변호사의 활동 방식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일단 시국사건 자체가 줄어든 상태에서 공안사건이 터질 때마다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들이 프로젝트식으로 모여 변론을 대리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변화가 불가피했지만, 참여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민변이라는 조직은 결국 개혁의 기회를 놓치고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새 활동 영역을 찾는 인권변호사의 실험은 계속돼 왔다.2002년 2월 민변이 담당하던 역할 가운데 노동 관련 사건 송무 분야를 민주노총에 소속된 법률원이 맡아 전문성을 길러온 게 대표적이다. 이 법률원 소속 변호사 4명은 연간 200여건의 노동사건을 맡는다. 대리인은 민노총 조합원일 수도 있고, 일반 노동자일 수도 있다. 수임료는 시중의 절반가량이지만, 의뢰인이 못낼 때는 우선 로펌에서 낸다. 노총 산하지만, 정식 로펌이기 때문에 소속 변호사들은 ‘전일제’로 근무한다. 민변이 사람 중심 조직이라면, 민주노총 법률원은 일 중심 조직이다. 금속연맹 법률원과 환경운동연합 산하 환경법률센터 등도 같은 유형에 속한다. 개별사건을 맡다가 입법·정책적 문제점이 발견되면, 변호사들은 노총 또는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대안을 마련한다. 매년 노조나 시민단체 간부를 위한 법률교육도 한다. 판례 대로라면 패소가 예상되지만 구조적 문제점을 밝히기 위한 공익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비영리재단 ‘공감’…인권변호 영역 선점 민변과 민주노총 법률원이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면,2003년 12월 탄생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은 여태껏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 곳은 시민단체처럼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따로 사건별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 이곳 변호사들도 전일제로 일을 한다. 인권변호사라는 말 대신 공익변호사를 쓰는 이유를 묻자 전영주 기획홍보실장은 “공익변호사가 인권변호사에 포함되는 개념이겠지만, 인권변호사라는 말에는 정치색이 약간 들어간 것 같아 꺼리게 된다.”고 털어놨다. 정 실장은 이어 “공감은 ‘자유권’ 보다는 ‘사회권’을 지키는 데 주력한다고 보면 된다.”고 정리했다. 3~4년차인 공감 변호사 5명은 연계된 37개 시민단체에서 파견 변호사로 일한다. 직접 또는 시민단체 간부들을 통해 각 단체 법률상담을 해주고, 단체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다. 미얀마인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소송이나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국가 상대 배상소송, 학대받는 이주 여성들의 이혼 소송을 대리했다. 필요하면 정책보고서도 만들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손잡고 실태조사에 나선다. 변호사들이 1인시위에 나설 정도로 현장밀착 형으로 유명하다. 공감은 변호사의 공익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에는 매년 공감이 맡는 공익소송 10건을 법무법인 충정에서 대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충정은 지금까지 2건의 사건을 맡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인권변호사들의 어제와 오늘 현재 활동중인 인권변호사들은 자신들을 3세대 또는 4세대로 분류한다. 일제시대부터 70년대 초까지 활동하던 인권변호사를 1세대로, 긴급조치 시대인 70년대 말부터 활동한 세대를 2세대로,88년 창립한 민변을 중심으로 활동한 세대를 3세대로 구분했을 때의 얘기다. 민변 회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3세대로 느끼는 반면,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 젊은 변호사들은 자신들을 4세대로 규정했다. 일제시대 허헌·김병로·이인 변호사는 형사변호공동연구회를 중심으로 독립운동가와 사회운동가를 변론했다. 인권변호사 1세대인 이들을 민족변호사 또는 사상변호사라고 불렀다. 유신시대에 접어들며 시국사건 변호를 주로 하는 2세대 인권변호사들이 나타났다.‘인권 4인방’으로 불린 이돈명·황인철·홍성우·조준희 변호사와 한승헌·고영구 변호사가 그들이다.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인권위원을 맡은 박세경 변호사, 재일교포 간첩사건을 맡았던 태윤기 변호사, 광주의 홍남순 변호사도 이 시절에 활동했던 거물들이다. 이들은 86년부터 88년까지 정의실천법조인회(정법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정법회 주요 구성원으로 강신옥·박원순·이돈명·이돈희·이상수·조영래·최병모·최영도·하경철·황인철 변호사 등이 있다. 정법회 후신으로 탄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88년 51명이 모여 출발했다. 창립 멤버로는 천정배, 김갑배, 백승헌, 김선수, 이석태 변호사 등을 들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때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정·관계 인권변호사들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대통령부터 저 모양인데요…. 그 쪽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현장의 인권변호사에게 정치권으로 간 선배들의 활동을 평가해 달라고 하자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참여정부의 인맥풀 역할을 해온 민변은 이 정부 들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성명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문재인·전해철 전·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석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철 전 방위사업청 차장, 박주현 전 청와대 국민참여 수석, 김선수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김준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조정2비서관,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최은순 전 청와대 참여혁신수석실 민원제안비서관, 조준희 전 대법원 사법개혁위원장, 박원순 전 사법개혁위원, 고영구 전 국정원장, 강금실 전 법무장관, 최영도·김창국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민변 출신이다. 열린우리당에는 김종률·문병호·송영길·유선호·이상경·이원영·이종걸·임종인·정성호·조성래·천정배·최재천 의원 등 12명이 있다.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도 민변 출신이다. 사법부 쪽에서도 한승헌 변호사가 대통령 직속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개혁을 주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민변 시절 활동에서 크게 벗어난 입장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재천 의원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의를 주도했다. 문병호 의원은 과거사기본법과 군의문사법 입안을 이끌었다. 정성호 의원은 국민소환제 도입을 추진했다. 천정배 전 장관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지휘를 내렸다. 하지만 민변계 변호사들은 참여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 입장을 공표하고 있다. 정치적인 입지가 단순하지 않다는 말이다. 한 변호사는 “정치권으로 간 인사들의 생각이 변했을 수도 있고, 원래 민변에 있을 때부터 서로 생각이 달랐던 사람들도 있다.”며 민변과 정부내 민변 출신들과의 시각차를 인정했다. 정치권 선배들이 아마추어리즘과 무능력 때문에 비난받는 모습을 본 이들에겐 선배들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현실도 숨길 수 없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책꽂이]

    ●논어금독(論語今讀)(리쩌허우 지음, 임옥균 옮김, 북로드 펴냄) 5·4신문화운동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중국에서 배척받았던 공자의 사상이 중국 제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이 내세우는 인본과 친민(親民)주의는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의와 맥을 같이 한다.‘중국 사상계의 덩샤오핑’이라 불리는 저자는 공자 사상의 진수가 담긴 ‘논어’에 자신만의 해설을 붙였다. 헤겔은 일찍이 ‘논어’를 ‘처세격언’에 불과하다고 비웃었지만, 공자 이후의 동아시아 사상사는 ‘논어’ 다시 읽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3만 9000원.●에라스무스 평전(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아롬미디어 펴냄) 고대언어·문법학자, 종교사상가, 성서번역가 그리고 작가로서 16세기 유럽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에라스무스. 그는 종교전쟁이라는 시대의 혼돈 속에서 모든 극단을 거부하며 가톨릭과 개혁파 사이에서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비록 역사의 현실에서는 패배했지만 광신의 격류 속에서 이성을 지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특히 종교개혁과 관련해 그의 주변 인물들(루터, 후텐 등)과의 관계를 밀도있게 그렸다.9500원.●인상주의의 역사(존 리월드 지음, 정진국 옮김, 까치 펴냄) 인상주의의 등장은 미술사에 획을 그은 엄청난 사건이었다.19세기 후반, 프랑스 화단에서 전개된 인상주의자들의 집단활동은 고전미술의 시대를 마감하고 근대미술의 시대를 열었다. 미국 미술사학계의 거물인 저자는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시슬레, 드가, 세잔, 모리조 등 화풍이 제각각이던 이들이 어떤 인연으로 만나 뭉치고 공동의 운명을 인정하게 됐는가를 밝힌다.2만 9000원.●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이선 지음, 수류산방·중심 펴냄) 궁궐과 향교 등 전통 조경공간에 심은 나무와 꽃 등에 관한 이야기. 성균관이나 지방의 향교 등 교육 공간에는 반드시 은행나무를 심었다. 공자가 제자를 가르칠 때 배경이 됐다는 은행나무는 학문의 공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창덕궁을 들어서면 안내판 뒤에 세그루의 회화나무가 있다. 선비의 지조를 나타내는 회화나무는 영의정과 우의정, 좌의정을 뜻한다.4만 3000원.●기로에 선 미국(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유강은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대표적인 신보수주의(네오콘) 이론가로 꼽혔던 저자(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가 지적하는 신보수주의의 오류. 신보수주의 옹호자였던 저자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후 맹렬한 비판자로 돌아섰다. 저자는 신보수주의를 미국의 외교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지적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라크 전쟁과 북핵 문제를 꼽는다. 이라크 전쟁후 발생한 이라크 내의 혼란은 그 자체가 미국의 실패를 입증하는 것이다.1만 2000원.●김우창의 인문주의:시적 마음의 동심원(문광훈 지음, 한길사 펴냄) 영문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김우창의 학문세계를 인문주의라는 키워드로 조명. 독문학자인 저자는 ‘김우창 인문학’을 구성하는 수많은 주제들 가운데 특히 내면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내면성이란 고립된 자폐적 개념이 아니라, 자아의 내부로부터 외부로, 나아가 주체를 넘어 사회전체로 확장되는 개념이다.2만원.
  • [‘황우석 사태’ 1년] 한국 줄기세포연구 5년 ‘뒷걸음’

    [‘황우석 사태’ 1년] 한국 줄기세포연구 5년 ‘뒷걸음’

    지난해 ‘황우석 쇼크’는 대한민국 전체를 극심한 혼돈과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세계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 복제 줄기세포의 실체가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생명공학 메카를 향한 우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그 후 1년이란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 사이 선진국들은 연구에 박차를 가하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쪽 날개가 완전히 꺾인 채 뒤뚱거리고 있다. 연구 잠재력과 인프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스템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생명공학계에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좌초 이후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가 한참 뒷걸음질쳤다고 진단한다. 줄기세포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모 교수는 “연구 현장에서는 황 교수 사건이 줄기세포 연구를 최소 5년은 퇴보시킨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기반을 쌓기도 전에 퇴출되면서 유능한 연구자들의 이탈 현상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 사실상 중단 게다가 인간 난자를 이용한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올 초 정부가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의 체세포복제배아기관 승인을 취소하면서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연구의 중심틀도 바뀌었다. 기존 서울대와 미즈메디병원에서 연세대 김동욱 교수가 단장인 정부 차원의 세포응용연구사업단과 포천중문의대 정형민 교수를 소장으로 한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가 연구 허브로 자리잡고 있다. 차병원은 하버드대 김광수 교수 등 100명을 영입하면서 국내외 줄기세포 연구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다.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버드대 등 3곳, 영국 에든버러대 등 2곳, 스페인과 중국 각각 1곳 등 4개국 7개 연구팀이 줄기세포 연구 성과 발표 예정을 통보해 왔다. 이탈리아 밀라노대학 연구팀은 우리 연구의 발목을 잡은 ‘윤리문제’ 우려 없는 새로운 개념의 줄기세포를 개발했다. ●“새 판은 위험”, 배아·성체 줄기세포 균형 필요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황우석 전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줄기세포 분야의 일부다. 많은 연구자들이 뚜렷한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서울대 김효수 교수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 대한 획기적인 줄기세포 치료법 성과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국인 연세대 의대 교수팀 등 세계 정상급 여러 연구팀도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동물 복제기술의 경우 국내 30여개팀이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복제 전문가만도 150여명이나 된다. 불임클리닉도 전국에 100개나 돼 줄기세포 연구의 ‘실탄’도 풍부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배아·성체줄기세포 두 분야의 통합적 발전 전략 필요성을 강조한다.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정형민 소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막 걸음마 단계인데 유용성 분석 없이 한 쪽으로 몰린다.”면서 “성체줄기세포만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전체 줄기세포 연구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쪽의 연구성과가 다른 분야의 장벽을 허무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포응용사업단 자문위원인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임정묵 교수도 “새 판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위한 배반포 배양 기술 등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조속 허용해야 현재 생명윤리법은 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보건복지부는 황우석 사건 이후 생명윤리법 개정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국회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하루 빨리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형민 교수는 “이제 허용 여부가 아닌 어떻게 추진할지 전향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리와 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투명하게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지원 전략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생명공학(BT) 분야에 14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에 향후 10년간 43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의·수의학계나 생물학계만의 힘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는 통합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잇따르는 연구 논문 부정 사건들에서 보듯 연구진실성 문제를 해결할 총체적 시스템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라크 美병력 “감축” vs “증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박정경기자|이라크 해법을 둘러싼 미국 정가의 논쟁이 백가쟁명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 이라크 주둔군 감축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오히려 병력을 늘려 마지막 공세를 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쟁을 계속하려면 차제에 징병제를 부활하자는 주장도 민주당에서 터져 나왔다.●2만명 늘려 한판 붙은 뒤 떠나자? 증원론의 대표주자는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그는 19일(현지시간) AP통신 회견에서 “역사상 군사적 해결없이 정치적 해결은 없었다.”면서 2만명의 미군 증파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내년 개원될 110회 의회에서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기로 내정된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의원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4∼6개월 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맞섰다. 레빈 의원은 철군이 이라크 지도자들로 하여금 종파분쟁을 끝내고 정치적 타협을 하도록 만드는 압박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영국 BBC방송 회견에서 “이라크에서 군사적 승리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 주변국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결국 백악관은 일시적으로 병력을 증원해 마지막 일전을 치른 뒤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20일 보도했다. 현재 14만 4000명선인 이라크 주둔군 규모를 16만 4000명선으로 늘려서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대공세를 편 다음 내년 가을쯤부터 단계적 감군을 택할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식축구 경기 종료시점에 무작정 전방을 향해 던지는 ‘해일 매리 패스(Hail Mary pass)’로 부른다고 CSM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일시 증원 후 감축을 하되 이라크 내전위기를 고려, 장기주둔하는 방안을 국방부가 검토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병력 늘리려면 징병제로 의원 자식들도 보내라” 하원 세입위원장으로 내정된 민주당 찰스 랭글 의원은 자신이 이라크전 직전에 제기한 징병제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한국전 참전 용사인 랭글 의원은 CBS 인터뷰에서 “이란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일각의 요구대로 이라크에 병력을 증파하려면 징병제 없이는 할 수 없다.”면서 내년 초 새 의회가 열리면 징병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원 자녀들이 전투에 보내졌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공화당의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육군과 해병대 등 지상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모병제가 징병제보다 낫다.”며 징병제 부활에 반대했다. 미국은 1948년부터 73년까지 징병제를 운용했다.●이라크 혼돈의 도가니…보건차관 피랍 이런 가운데 이라크는 끝모를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주 말 하룻새 최소 112명이 폭탄테러 등으로 숨졌고 암마르 알 사파르 보건차관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이날 마침 이라크를 방문한 왈리드 모알레 시리아 외무장관은 “외국군의 철군 일정이 이라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시리아는 이라크 해결사로 뒤늦게 미국의 ‘구애’를 받고 있다.dawn@seoul.co.kr
  • “정부조직 대대적 통폐합 행자부 업무이관뒤 폐지”

    “정부조직 대대적 통폐합 행자부 업무이관뒤 폐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3일 “미래에는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업무를 중앙인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 뒤 폐지하고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등 성격이 겹치는 부처는 통폐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안전부와 공공주택부, 우주청은 신설할 부처로, 여성가족부와 국정홍보처, 조달청은 폐지해야 할 부처로 꼽았다. 보건·복지·여성·노동은 복지부로 통합하고,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도 자원부로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14일 여는 제299회 ‘정책&지식’ 포럼을 앞두고 미리 공개한 ‘새로운 정부-미래 정부론’이란 발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 기관의 통폐합은 공무원 숫자의 축소를 동반해야 하며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숫자도 크게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최대 약점은 혁신정부란 이미지만 강조하다 실재와 주체는 사라지고 무기력과 허무감만 남은 줄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교육, 통일 등 정부 정책은 실패를 거듭했음에도 현 정부는 아직 작기 때문에 공무원을 늘려야 하고 빚을 지면서까지 분배에 치중해야 한다는 형이상학에 빠져 있다.”고 질책했다. 그는 “특히 현 정부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고, 일만 잘하면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홍보로 실재와 이미지를 뒤바꿔 국민에게 혼돈을 초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정부가 되려면 ▲미래설계를 멋대로 재단하지 말고 ▲작고 효능있게 운영하고 ▲공공자료를 유리하게 조작해서는 안 되며 ▲홍보위주로 실재와 다른 이미지 조작에 급급하지 말고 ▲국제적 감각으로 국제 기준에 맞게 국가운영 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억측 자초한 전·현직 대통령 회동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주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을 방문한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어제도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회동을 ‘떴다방 정치’,‘도박정치’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야당의 반응을 정략적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현직 대통령이 미묘한 시기에 회동함으로써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만남의 모양새가 범상치 않았다. 노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 사저를 공개리에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집을 찾은 것은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청와대측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 개관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며, 정계개편론과 관련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남 자체로 구구한 억측이 나온다면 바로 그게 정치행위인 것이다.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면 방문 시점을 조정하든지, 회동 형식을 바꿨어야 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이 만난 후 정치권에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反) 한나라당 연대에 의기투합했다는 추측이 있고, 김 전 대통령의 대북특사설이 퍼지고 있다. 비밀논의가 없었다는 청와대측의 설명을 우리는 믿고 싶다. 전·현직 대통령이 정계개편 등 정치현안에 적극 나선다면 정국은 일대 혼돈에 빠진다. 지역감정에 기대는 것이라면 더욱 옳지 않다. 또 대북 문제는 전·현직 대통령이 밀실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할 부분이 있으면 합리적 절차와 국민 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전직 대통령은 물론 현직 대통령도 정계개편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정치 전면에서 비켜나 국가안보·경제회생에 전력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파문으로 안보가 흔들리고, 집값 상승 등 민생경제가 말이 아니다. 국정 다잡기가 정치연대보다 난국돌파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 ‘셔우드 홀’의 삶 연극무대 오른다

    ‘셔우드 홀’의 삶 연극무대 오른다

    “나는 아직도 한국을 사랑합니다. 내가 죽거든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사랑하는 이 나라, 또한 내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동생이 잠들어 있는 한국땅에 묻어주시기 바랍니다.” 셔우드 홀이 1984년 한국을 찾아 양화진을 참배한 뒤 남긴 유언. (전략)진찰실에서 웰치 감독과 셔우드가 요양소 건립 문제를 상의중. 셔우드:폐결핵이 외국에서는 20명 중에 한 명꼴로 걸리고 있는데, 여기 조선에서는 다섯 명꼴로 걸리고 있습니다. 하도 많이 죽으니까 결핵에 걸리기만 하면 죽었다 그런 심정이 들어서 자살하는 숫자가 병사하는 수보다 더 많아요. 웰치:심각하군. (중략)소리:두 척의 여객선이 11월6일 제물포항에 기착하니 승선에 차질이 없도록 하시오. 셔우드가 책보 같은 태극기를 소나무에 건다. 메리안:그건 언제 준비하셨어요. 셔우드:해주에서 환송연할 때 간호원이 몰래 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어. 메리안:조선, 이 아름다운 강산에 22년 지냈어요, 우리.(후략) 우리나라에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보급한 캐나다인 선교의사 셔우드 홀 일가의 이야기가 한국 연극계의 거장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손을 거쳐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마포구(구청장 신영섭)는 ‘양화진 성지화 사업’ 홍보의 일환으로 양화진 알리기 연극공연을 추진, 내년 초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오 감독이 직접 대본을 쓴 연극의 제목은 ‘양화진 사랑’으로 벌써 무대연습을 코앞에 두고 있다. 마포구는 지난해 7월부터 희곡의 시놉시스를 공모, 올 5월 모집공고를 통해 오 감독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를 최종 연극 공연업체로 선정했다.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연극은 내년 1월 마포문화센터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양화진 사랑’은 이역만리 조선에 온몸을 바친 뒤 양화진에 묻힌 세 명의 ‘닥터 홀’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셔우드 홀의 부모인 윌리엄 제임스 홀과 로제타 홀은 평양에서 의학과 기독교를 전한 부부 선교사이다. 로제타 홀은 우리나라에 처음 점자를 들여왔고, 조선 여자의과대학을 만들었다. 셔우드 홀(작은사진)은 조선의 결핵 퇴치를 위해 크리스마스 실을 고안, 발행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설립했다.1893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1년 캐나다에서 타계한 그는 유언대로 그의 부모가 묻혀 있는 양화진에 잠들었다. 연극에는 푸른 눈의 의사들이 혼돈기 조선에서 이룬 업적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소녀의 귀신을 쫓겠다며 정수리에 인두질을 하는 무당을 말리던 제임스 홀이 뭇매를 맞는 장면이나 기껏 결핵을 치료해 돌려보냈더니 가족들이 서양 악귀가 붙었다며 생 사슴피를 억지로 먹이고 두들겨 패 끝내 숨진 소년의 이야기 등은 무지했던 우리 민족의 삶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줘 씁쓸한 실소를 자아낸다. 셔우드 홀이 처음 거북선 모양의 실을 고안했다가 애국심을 고취시킨다며 일제에 의해 독립군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밀려오기도 한다. 동·서양의 화합을 상징하는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묘원은 최근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보전 대상지 시민공모전’에서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8곳 중 한 군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에는 셔우드 홀 일가를 비롯해 ‘대한매일신보’를 창설한 베델 선생 등 17개국 575기의 묘가 조성되어 있다. 마포구 관계자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우리나라에 평생을 바친 외국인들의 뜻과 이들이 잠들어 있는 양화진의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연극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고건 ‘지지율 3위’ 돌파구 2일 ‘新黨승부수’ 던질까

    [오일만 기자의 여의도 프리즘] 고건 ‘지지율 3위’ 돌파구 2일 ‘新黨승부수’ 던질까

    줄탁동기( 啄同機).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선종(禪宗)의 공안 가운데 하나다. 10·25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여권은 다시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리는 분위기다. 범여권 통합론이 기세를 올리는 요즘 고건 전 총리는 측근들에게 ‘줄탁동기’라는 말을 즐겨 쓴다고 한다.‘병아리(정계개편)’를 ‘알(정치권)’에서 꺼내기 위해서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요즘 분명 심경의 변화를 겪는 것 같다. 당초 그가 기대했던 ‘범여권 추대’ 구상은 이미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지형은 시시각각 불리하게 돌아간다. 측근들 사이에서도 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자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하다. 고 전 총리는 ‘돌다리를 두들기고도 건너지 않는다.’는 인물로 유명하다. 좋은 말로 신중하지만 결단력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기다림의 달인’으로 불리는 고 전 총리에게 드디어 승부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고 전 총리의 결심이 최근 ‘신당 창당’으로 기울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고 전 총리는 조만간 ‘고건 신당’의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여권을 향해 ‘제3지대 통합론’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헤쳐모여식 여권 통합’의 구상이다. 최종 목표는 지론인 ‘중도개혁세력 통합’이지만 일종의 전술적 노림수 성격이 강하다. 그는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부의 지지 그룹과 물밑접촉을 갖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해 왔다고 한다.“지리멸렬한 여권의 통합을 위해선 구심력을 가진 독자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충고였다. 움직이는 시기는 오는 2일이다. 청주에서 열리는 ‘미래와 경제’ 포럼에서 1차로 ‘애드벌룬’을 띄운다는 복안이다. 내부적으로 정기국회가 끝나고 북핵 위기가 가라앉는 연말쯤으로 창당 시기를 잡아놓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최대 위기는 ‘거품’이 꺼지면서 다가왔다. 지난 9월까지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수위를 달렸지만 한반도 북핵 위기가 몰려오면서 ‘붙박이 3위’로 전락했다. 그동안 실체보다 ‘고평가’돼 왔다는 정치시장의 반응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민심’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이 호남 ‘맹주’로 복귀했고 햇볕정책에 부정적인 고 전 총리를 겨냥하듯 김대중 전대통령은 ‘햇볕정책 사수’을 외치며 호남 민심을 결집 중이다. 고 전 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정치적 자산인 ‘통합의 리더십’과 ‘관리형 CEO’의 이미지가 혼돈의 ‘난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그로서 아픈 대목이다. 최근 ‘불도저’의 이미지를 지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상종가를 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할 것이다. 그가 쌓아 놓은 ‘균형과 통합’의 이미지와 새롭게 요구되는 ‘강력하고 창조적인 리더십’의 어느 선에서 대권의 좌표를 설정할지 두고 볼일이다. oilman@seoul.co.kr
  • [한·미 SCM 합의 도출] 과욕이 부른 총체적 혼선

    |워싱턴 김상연특파원|20일(미국시간) 오후 2시쯤 한미 안보협의회(SCM) 결과 브리핑을 듣기 위해 워싱턴 미 국방부 청사 브리핑룸에 앉아 있던 한국 기자들은 큰 혼돈에 빠졌다. 방금 전까지 한국 국방부가 밝혀온 주요 협상 상황에 대해 미 당국자들이 잇따라 부인했기 때문. 첫 혼란은 한·미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핵우산 구체화 관련 제안을 한국측으로부터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하면서 빚어졌다. 한국 당국자들로부터 핵우산 구체화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들어온 기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윤 장관은 “오늘 SCM에서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공동성명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예년보다 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자 럼즈펠드 장관은 윤 장관을 돌아보며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오, 정말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윤 장관은 “오늘 아침 너무 많은 토픽을 다뤄 럼즈펠드 장관과 제가 혼란스러운 것 같다.”고 수습에 나섰다. 한번 불신을 갖게 된 기자들은 이어진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지난 18일 안기석 합참 전략기획부장이 한미 군사위원회(MCM) 브리핑을 통해 “한·미가 오늘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핵우산 구체화 방안을 마련하라는 전략지침을 하달했다.”고 말한 게 사실인지를 물었다. 이에 고위 관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고, 기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측 말대로라면 국방부가 엄청난 거짓말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보다 6시간이 더 지연된 저녁 8시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다행히(?) ‘확장된 억지력’ 등 새로운 표현이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미측의 태도로 미뤄, 지난해 SCM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도로 핵우산 표현 삭제를 시도한 일이 한국 내에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측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빚어진 불상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다른 ‘진실게임’의 당사자인 안 부장은 미측의 지적이 맞다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다만 “구체적 작전계획과 관련된 질문이라서 비밀유지상 대답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는 해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기록을 보면, 안 부장은 분명 “핵보장을 할 수 있는 전략지침을 주면 연합사령관이 이를 구현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핵우산 표현 삭제 시도 사건으로 악화된 한국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비밀성 사실’을 일부러 공표한 뒤, 미측이 항의하자 꼬리를 내린 것이란 관측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arlos@seoul.co.kr
  •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 ‘12·12부터 하야까지’ 역사의 비밀 품고 영면하다

    [최규하 前대통령 별세] ‘12·12부터 하야까지’ 역사의 비밀 품고 영면하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80년대 초 일어난 격동의 현대사에 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22일 영면했다. 끝내 12·12 등에 대한 진상을 가슴 속에 묻고 떠난 것이다.‘재임 중의 행위’라는 이유로 당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최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밀의 열쇠’를 내보이지 않았다. 결국 숱한 의혹을 낳은 12·12 등의 실체 역시 역사의 베일 속에 가려지게 됐다. 1. 헌정사상 최단명 대통령 최 전 대통령은 분명 10·26에서부터 12·12와 5·18, 대통령 하야에 이르는 혼돈의 정치상황을 거친 ‘비운의 대통령’이었다. 외교관료로 국무총리와 대통령에 올랐지만 8개월 만에 사임, 가장 짧은 임기의 대통령으로도 기록됐다. 최 전 대통령은 80년대 정치적 격랑,‘서울의 봄’ 중심에 있던 국가통수권자였다. 유신체제인 1975년 말 국무총리 서리를 거쳐 이듬해 국무총리로 임명됐다.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대통령권한 대행에 올랐다. 그리고 신군부의 12·12 직후인 같은달 21일 제1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제4공화국과 5공화국 사이의 정치적 격변기에 대통령에 오른 셈이다. 최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상적인 권한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12·12로 실권을 장악한 신군부의 ‘위세’에 눌린 탓이다. 최 전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만인 1980년 8월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특별성명에는 “국익 우선의 국가적 견지에서 임기 전에라도 스스로의 판단과 결심으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정부를 승계권자에게 이양하는 것도 확실히 정치 발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과도 ‘인연 아닌 인연’을 갖고 있다.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고,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 발발하던 당시 최 전 대통령은 아랍을 순방하다 급거 귀국, 이른바 ‘광주사태’의 수습에 나섰다. 광주에 직접 내려간 뒤 광주 시위군 대표와 담판을 지으려다 신군부 측의 만류로 무산된 적이 있다. 최 전 대통령은 사임 때 ‘광주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밝혔다. 2. 신군부 권력장악 음모 묻다 10·26 직후부터 신군부의 권력 장악은 숨가쁘게 전개됐다. 전두환·노태우 등으로 대표되는 신군부는 12·12를 일으켰다. 최 전 대통령은 12·12의 핵심인 신군부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연행에 대한 사전 재가 여부의 진실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5·17 비상계엄 확대와 사임 과정 등도 마찬가지다. 최 전 대통령은 신군부가 정 총장의 연행 재가를 요구하자,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이 들고온 서류를 대강 검토한 뒤 이례적으로 사인 옆에 일자와 시간을 기입했다고 한다. 엄연히 불법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기 위함에서다. 최 전 대통령은 검찰의 ‘12·12 및 5·18 사건’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1996년 11월14일 검찰의 수사와 관련, 강제 구인돼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증인 선서와 증언를 거부했다. 법정에서 “재임 중 행위에 대해 일일이 소명이나 증언을 한다면 국가경영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전례를 만들어 앞으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부담을 주는 것은 국익에 손상이 된다.”며 증언 거부의 변만 남겼을 뿐이다. 물론 검찰 수사 및 공판 기록에 따르면 12·12 당시 최 전 대통령은 신군부의 정 총장 연행 요청에 대한 사전 재가를 거부했다. 최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끝난 뒤에도 당시 신군부와의 구체적인 회유 및 협박 등 갈등 관계에 대해 입을 떼지 않았다. 3. 외교관의 길 최 전 대통령은 1919년 7월16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아호는 현석(玄石)이다. 경성제1고보, 일본 도쿄 고등사범학교 영문과와 만주국립대동학원을 졸업했다. 최 전 대통령은 광복되던 해인 1945년 서울대 사범대 교수로 임용됐지만 이듬해 중앙식량행정처 기획과장으로 공직에 들어섰다.51년 농림부 농지관리국장 서리를 거쳐 외무부 통상국장으로 발탁되면서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방송진행자 높임말 잘못 사용 많다”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으셨다고 하셨잖아요.”(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 아침) “두 분 참 훤하시게 생기시지 않으셨습니까?”(MBC 느낌표) 방송 프로그램의 경어 사용에서 주체를 과다하게 높이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SBS(대표이사 안국정)와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최근 공동으로 개최한 ‘제1회 방송언어 공동 연구 발표회’에서다. 발표회에서 서울대 박사과정 문규원씨는 “그동안 방송언어의 경어법 연구는 경어를 써야 할 곳에 쓰지 않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경어를 쓰지 않을 곳에 쓰는 것이 더욱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그는 선어말 어미인 ‘-시-’를 사용하는 주체높임의 경우, 경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혼돈스러울 때가 많아 표현이 어색하거나 거북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체를 과도하게 높이려는 의식에서 한 문장내 ‘-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미선 SBS 아나운서 등은 방송에서 이름 뒤에 ‘-님’이나 ‘-씨’를 붙일 때 출연자를 다르게 대우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 아나운서는 “방송언어에서 ‘-님’을 사용했을 때 ‘-씨’보다 대상을 높여 대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사회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님’과 ‘씨’를 혼용할 때 경어 사용의 일관성을 잃어 출연자의 지위를 다르게 대우하고 있거나 시청자를 상대적으로 낮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긴급진단-논술 공교육 실태 (상)] 사교육만 바라보는 학교

    [긴급진단-논술 공교육 실태 (상)] 사교육만 바라보는 학교

    통합교과형 논술이 처음 도입되는 2008학년도 입시가 다가오면서 학생과 교사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고 혼돈 상태에 빠지고 있다. 제대로 통합교과형 논술을 가르칠 능력이 없는 일선 고교들은 사실상 두손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특히 지방학교들은 논술전문 사교육업체를 교실로 불러 들이고 있다. 논술 대란에 휘청거리는 공교육의 실태를 상(학교 논술교육 파행 실태), 하(학교 논술교육 파행의 원인과 문제)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지방고교 상당수 서울유명학원 원정특강 의존 토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전북의 한 여고. 정규수업이 끝난 뒤 1학년 30명,2학년 30명이 남아 또다른 수업을 듣고 있다.2개 반 모두 선생님이 판서하고 학생들이 받아 적는 일반 수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수업은 서울의 대형 논술업체 늘품미디어에서 강사가 직접 내려와 진행하는 방과후학교 논술수업이다. ●학원 강사가 학교에서 진행하는 논술수업 이 학교는 올 초 논술 특강으로 유명한 몇개 학원에서 수업 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뒤, 공개강의를 직접 듣고 이곳과 계약을 했다. 학생들은 1인당 36만원씩 내고 토요일마다 3시간씩 총 10회 논술수업을 듣는다. 시간당 1만원이 넘는 셈이지만 돈을 낸다고 해서 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적순으로 수강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워낙 수강비가 비싸 선생님들도 수강을 강제할 수는 없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방과후학교 논술 수업을 수준별 수업의 상위권반으로 여기고 있다. 수업은 내리 3시간 집중적으로 진행되지만,10회 수업을 듣고 논술 실력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 학생과 교사는 별로 없다. 수업 내용은 논술 쓰기의 형식·기초를 알려주는 강의 형식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미리 알려준 주제를 과제로 공부하게 한 뒤 다음 시간에 학생들끼리 토론하게 한다. 그러나 수업의 핵심인 토론은 사실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학원강사가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 과제를 잘 해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경지식이나 독서체험, 토론이 부족한 상태에서 논술 공부는 수박 겉핥기식에 머물고 있다. 또 지방학생들은 아무래도 서울 학생들보다 발표력이 떨어져 수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렇다 보니 주말을 이용해 서울로 ‘원정 논술과외’를 오는 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논술 학원들은 지방학생들을 위한 주말반 수업을 늘리고 있다. ●“논술도 족집게 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수능시험 이후 한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족집게 수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논술 시험 때까지 20회 정도 집중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받는다. 수강료는 100만원 수준. 학원에서는 논술의 주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요약해서 주고 최대한 글쓰기를 많이 시켜 논술에 사용할 표현과 예문을 외우라고 주문한다. 이런 방법으로 중간 정도의 논술 표현력을 속성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서여고 김옥희 교장은 “지방에서 많은 학교가 서울학원 강사에 논술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학교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교육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 이상 징후는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S고교는 학교 선생님들이 일부 학생들을 상대로 논술시험용 ‘무료 과외’도 한다고 했다. 특정 대학의 논술 시험이 임박하면 지원자들만 따로 모아 방과후에 논술을 가르쳐 준다는 것. 이 학교의 한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에게 정규 수업시간에 가르칠 수 없어 원하는 아이들만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출문제 분석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과 관계된 공교육기관은 이제서야 바쁘다. 한국교육개발원 입시제도 연구실은 올 들어서야 논술교육 현황 연구에 착수했다. 이처럼 논술에 대한 분석틀과 교육자료 등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사교육에 의존하는 변질된 형태의 방과후학교 논술수업이 지속될 경우 ‘논술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국어교육과 윤여철 교수는 “학원 강사에만 의존한 논술교육은 자칫 아이들의 글쓰기 욕구마저 사장시킬 위험이 크다.”면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변화를 위한 시도에 인색하지 않고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 논술 이상 과열 왜?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 시장은 물론 공교육 현장에까지 퍼지고 있는 현재의 논술 열기가 부풀려졌다고 진단한다.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한 불안감이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논술거품’의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논술 과열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교육 시장이 부추기고 있는 불안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2008학년도 대입 제도의 변화를 빌미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사교육업체들이 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44곳으로 늘고, 수능 비중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정보가 없다 보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바탕으로 시장이 급속히 커져 거품이 생겼다는 것. 교육방송 논술교육연구소 박정하 부소장은 “사교육업체들이 ‘어려서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릴 때부터 논술 교육을 부추기지만 논술은 어학과는 달리 미리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시기에 맞춰 생각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교과형 논술은 글을 쓰는 기술보다 평상시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마치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학원을)찾아다니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통합교과형 논술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근본적인 공부 방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학원에서는 부모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을 재빨리 반영해 마치 자기들의 프로그램이 본질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논술사업을 하고 있는 일부 일간지들도 논술 관련 기사를 마구 쏟아내면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는 “학부모들이 신문을 보는 순간 불안해지고, 학원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설명회를 계속 열고, 학부모는 마치 지금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이석록 원장은 “논술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남의 얘기만 듣고 이름만 보고 학원을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학교에 논술 관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면서 “학원은 (논술지도에)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학교는 당장 힘들어도 교사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논술을 가장 잘 지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수험생·학부모의 고충 내신-수능-논술로 이어지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수험생과 학부모다. 특히 ‘논술 특강’을 받기가 쉽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저 손 놓고 앉아서 당하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지연(가명·고2·부산시) 여기에선 전교생이 아침 7시 반에 학교에 가서 밤 10시까지 수능이랑 내신을 공부합니다. 그 중 3분의1은 밤 12시 반까지 학교에 남아 온종일 달달 외워서 정답 맞히는 공부를 합니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논술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어요. 하기 쉬운 말로 “수능·내신 공부하면서 논술 연습하라.”고 하지만 머릿속에서 글로 뽑아내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그게 되나요. 논술 수업을 따로 받으려면 밤 12시 넘어 학원 가야 돼요.3학년 언니 오빠들 중에는 ‘한두 달 고생하고 대학 잘 가자.’는 생각으로 방학 때 서울로 논술 과외 받으러 유학가는 사람까지 있대요. 그렇지만 제 주위에는 ‘그렇게 해봤자 점수가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고 위안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죠. 학교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아요. 논술을 잘 아는 선생님은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서울대 같은 곳에선 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가요. 여기서는 대학에서 논술을 점수로 매기는 기준도 몰라요. 대학 들어가는 게 운에 달린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강영애(가명·43·광주광역시) 엊그제 너처럼 고 1인 아이 엄마들을 만나니 논술이 ‘발등의 불’이라고 하더구나. 하지만 엄마는 네게 “논술학원 다니라.”고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어. 아침 6시 반에 학교로 나가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 밤 11시가 되어야 돌아오는 너잖니. 학교에서는 고1한테는 논술을 안 가르쳐 주니 어떤 친구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서울로 논술 과외를 하러 간다지. 그럴 형편 못 되는 것도 속상하지만 네가 느낄 소외감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구나. 주말에라도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있나 시내에 나가봤더니 거기 학원 강사 선생님이 “솔직히 서울 강남의 학원들이 가르치는 것을 베껴다 얘기해 주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더구나.‘통합형’이란 게 논술학원 선생님조차도 감을 못 잡는 생소한 개념이라는데….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침마다 신문을 스크랩해서 화장실에 붙여 주는 것뿐이야. 통합형 논술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네 꿈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線의 뒤엉킴… 그속의 완벽한 질서

    질서와 혼돈은 정반대의 개념 같지만 실은 하나로 통한다고 한다. 마치 부패를 통해서 새로운 생을 피워내는 거름이 만들어지듯, 하나의 개념이 존재함으로써 나머지 다른 개념이 발생함을 이르는 것이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 `수렴과 발산 1996∼2006)´을 갖고 있는 재미교포 조각가 존배(John Pai)는 질서와 혼돈의 이같은 상호보완적 개념을 직감적으로 이끌어내는 작가다. 그는 오로지 용접기 하나에 의지해 강철 선을 다양한 형태로 이어나가는 작업을 통해 선과 면의 조화를 연출해낸다. 용접된 곳들 사이는 각각의 철사를 이어붙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철사로 연결된 유기적 결합체다. 작품을 이루는 수백, 수천개 선의 뒤엉킴은 마치 혼돈의 극을 달리고 있는 듯 보이나 실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완벽한 질서를 이룬다. 결정체나 거미줄, 전자회로, 건축설계 모형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형태와 비형태의 추상적 대조를 빚어내는 긴장감이 서려 있다. 하나의 크고 완벽한 구의 형태가 될 때까지 안에서 밖으로 철선을 겹쳐나간 ‘Weigh of the Way’, 강철 격자판을 교차시킨 듯 보이는 ‘Among Equals’, 여러개의 입방체를 불규칙하게 이어붙인 듯한 ‘To Have and to Hold’ 등 작품들은 하나의 철사로 이루어진 유기체 덩어리를 이룬다. 작가는 “미국 코네티컷의 집 앞에 작은 강이 흐른다. 세상 모든 것이 제각기 끊어져 혼돈스러워보이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흐르는 강과 마찬가지로 관계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존 배는 1949년 12살에 미국으로 이주,15세때 오글베이 인스티튜트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여는 등 어릴적부터 예술적 소질을 보여준 작가다. 이후 프랫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최연소 교수가 되어 2001년 정년퇴임한 뒤 미국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초기부터 현재까지 용접기법을 고집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며, 자연탐구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 인식 등의 시기를 거쳐 지금은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3년 로댕갤러리에서 개최되었던 회고전 이후 갖는 개인전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작품 20여점과 작품 의 특성을 잘 드러낸 드로잉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29일까지.(02)734-6111.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儒林(70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 (52)

    儒林(706)-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 (52)

    제6부 理氣互發說 제2장 四端七情論(52) 퇴계가 자신의 ‘이기이원론’을 말을 탄 사람은 이(理)로, 말을 기(氣)로 비유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理)는 귀하고 기(氣)는 천하게 보는 ‘이우위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즉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릴 때 말이 순조롭게 의지에 순응하여 달리는 경우는 이에 기가 순응하는 것이며, 사람의 의지를 무시하며 말 스스로의 의지로 달릴 때에는 기가 이에 불응하는 것이니, 사람은 마땅히 이로써 칠정, 즉 인간의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음인 것이다. 이러한 퇴계의 독특한 철학은 박택지(朴澤之)에 보낸 서한에서 ‘사람의 한 몸에는 이와 기가 겸비하고 있으나 이는 귀하고 기는 천하다.(人之一身 理氣兼備 理貴氣賤)’라고 표현한 내용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퇴계가 이기론을 인성론 계열로 수용하고 이와 기를 각각 공아(公我)와 사아(私我)에 적용하여 ‘천아무간(天我無間)’을 실현하기 위해 수양의 재료로 삼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점이 퇴계의 이기론이 비록 주자의 이기론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주자의 이기론을 한층 더 심화시킨 퇴계만의 독특한 철학사상인 것이다. 주자는 이를 만물이 갖고 있는 ‘소이연의 이(理)’, 즉 만물이 갖고 있는 원리(原理:principal)로 보고 있지만 퇴계는 이(理)는 인간이면 마땅히 갖고 있어야 할 ‘소당연의 이’ 즉, 이성(理性:reason)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퇴계의 이기론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선언한 데카르트의 이성론을 연상시킨다. 데카르트는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갖고 있는 이성능력을 ‘양식’, 또는 ‘자연의 빛’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이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여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카오스로부터 조화적인 우주의 코스모스로 전환시키는 빛이라고 선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밝은 빛인 이성에 견주어보면 칠정의 감정적 욕망이나 욕정은 어둡고 맹목적인 광기이다. 기쁨, 슬픔, 분노, 욕망, 두려움의 감정은 어둡고 비합리적인 힘으로 내부에서 폭발한 광기인 것이다. 이것을 이성적 의지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면, 정신의 자유성을 지킬 수 없다. 여기에서 이성에 의한 감정지배에는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실천이성(實踐理性)’인 것이다. 퇴계의 이기론은 바로 이러한 데카르트의 실천이성론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퇴계에 있어서 이기론은 주자가 말하였던 ‘만물이 갖고 있던 원리’이기보다는 칠정을 극복하고 사단을 확충하면 하늘과 내가 다름이 없는 ‘천아무간(天我無間)’의 성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수양론과 일치하고 있음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퇴계가 ‘퇴계문집´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데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군자가 학문을 하는 것은 기질의 편법됨을 바로잡고 물욕을 막고 덕성을 높여서 대중지정(大中至正)의 도(道)로 들어가는 것이다.(君子爲學 矯氣質之偏 禦物欲 而尊德性而 歸於大中至正之道)”
  • 유통업계 ‘지역독과점 규제’ 후폭풍

    유통업계 ‘지역독과점 규제’ 후폭풍

    최근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워오던 대형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랜드와 한국까르푸의 기업 결합을 허용하면서 처음 적용한 ‘지역 독과점’ 조항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유통업체의 지역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랜드에 3개 지역에서 점포 1개씩을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이랜드,“조만간 공식 입장 밝히겠다.” 이랜드는 14일 예상치 못한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공식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까르푸의 간판을 ‘홈에버(HOMEEVER)’로 바꾼다고 밝혔다. 최성호 홍보담당 이사는 “법률적 검토를 거쳐 조만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월마트와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을 밟고 있는 신세계도 이날 “(공정위의 심사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힐 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이마트는 해당 지역의 시장점유율, 거리 등을 감안하면 독과점 상권이 서너 곳에 이른다.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쇼핑도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과거 정부 심사에서 두 차례나 부적격자로 떨어진 롯데가 M&A를 통해 공공재인 방송분야에 우회 진출한다는 비난의 여론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통업계 수긍 어려워 공정위는 독과점 지역기준을 수도권은 반경 5㎞, 지방은 10㎞를 적용했다. 업계가 당초 예상했던 범위보다 강화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경기도 성남시와 용인시를 한 지역으로, 군포시와 안양시를 한 지역으로 묶어 시장점유율을 판단하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까르푸 3개 점포 매각과 관련해 할인점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업체를 배제한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할인점 4,5위인 까르푸와 월마트는 각각 이랜드와 신세계에 매각된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점포 옆에 바잉파워(구매력)가 약한 중소업자가 달려들겠느냐.”고 반문했다. 매각 점포는 할인점 용도로만 운영해야 하는 것도 매각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산자부와 공정위의 잣대가 달라 정부 부처인 산업자원부와 공정위가 유통시장을 달리 보고 있다. 업계가 혼돈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산자부는 지난 6월 ‘유통산업발전법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할인점·하이퍼마켓·슈퍼센터 등 기존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대형 마트’로 통칭하고 있다. 다양한 유통업태를 같은 경쟁체제 안에 있는 것으로 보고 같은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번 이랜드와 까르푸 기업결합심사에서 할인점을 백화점·슈퍼마켓·재래시장 등과 구분되는 시장으로 획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할인점이 슈퍼마켓과 경쟁하고, 백화점이 할인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공정위의 잣대가 시장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할인점과 의류 아웃렛은 같은 업종으로 판단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리영희 펜을 놓다

    한국 현대사는 리영희 선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전환시대의 논리’,‘8억인과의 대화’,‘우상과 이성’,‘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등 그의 저서는 한국 사회를 덮고 있는 허구의 논리를 깨트리는 지성의 외침이었다.‘실천하는 참 지식인’,‘사상의 은인’,‘비타협적 진실주의자’ 등 수많은 찬사는 그가 우리 사회에 비춘 진실의 빛에 비하면 가을 기러기 털처럼 가벼울 뿐이다. 리 선생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신적 육체적 기능이 저하돼 50여년간의 연구와 집필활동을 접는다고 밝혔다.21세기 벽두 혼돈 속에 지성의 울림이 더욱 간절한 지금 그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1960년대 기사로,70년대와 80년대 책과 칼럼으로 겨레의 이성을 일깨운 ‘죄’로 그는 아홉 번 연행되고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 재판받고 언론계와 대학에서 두 번씩 쫓겨났다. 반공 성전으로 인식되던 베트남전이 베트남 민중의 해방전쟁이라는 것을 깨우친 것도 그였으며,‘중공(中共)’으로 알려진 사회주의 중국의 현대사에 눈을 뜨게 한 것도 그였다. 수많은 지식인들이 자리와 돈을 좇아 소신을 헌신짝 버리듯 할 때, 그는 사회 발전에 지성의 동력을 제공하는 지성인의 역할에서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이제 지적 활동을 접는다 해도 깨달음을 주는 지성인의 역할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장엄한 석양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고 펜을 놓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과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
  • CNN 女앵커 ‘화장실 수다’ 생중계

    미국 CNN의 여자앵커 키라 필립스(사진 왼쪽)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방송되는 사이 화장실에 들어가 늘어놓은 수다가 미 전역에 생중계돼 망신살이 뻗쳤다. 필립스는 29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찾은 부시 대통령의 카트리나 참사 1주년 연설이 방송되기 시작하자 그 틈을 타 화장실에서 한 여자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문제는 자신의 옷깃에 붙어 있던 무선 마이크가 켜져 있는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던 것. 연설이 중계된 10분 가운데 1분 30초 동안 시청자들은 심각한 표정의 부시 연설과 깔깔 대며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필립스의 목소리를 함께 듣느라 혼돈을 겪어야 했다.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연설 내용이 전혀 들리지 않기도 했다. 더욱 가관이었던 것은 그녀의 남편 자랑이었다. 필립스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자가 남자친구를 가족에게 소개시키려 한다고 말을 꺼내자 “열정적이고 다정다감하고 진짜 진짜 멋진 남자는 있기 마련”이라며 “쉽게 찾을 순 없지만 내 남편이 그런 남자”라고 떠벌였다. 필립스는 또 “남편에 관한 한, 난 정말 운이 좋다.”며 “그는 잘 생겼고 너무너무 사랑스럽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 여자가 “엄마는 남자친구를 맘에 들어하는데 오빠는 어떤지 모르겠다.”고 하자 필립스는 “오빠가 (여동생을) 잘 보호해 줘야 하는데 난 예외야. 오히려 난 남편을 돌보는 편이지.”라고 잘난 척했다. 이때 다른 여자가 들어와 대화가 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다른 앵커가 상황을 수습,‘화장실 수다’는 막을 내렸다. CNN은 즉각 성명을 내고 “대통령 연설을 잘 알아 듣지 못하도록 방해한 데 대해 대통령과 시청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세계의 싱크탱크] (6) 中 사회과학원

    |베이징 이지운특파원|1976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사망과 함께 중국은 극도의 정신적 공황에 휩싸였다. 광풍과도 같던 10년의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린 뒤 인민들은 가치관의 혼돈을 겪고 있었다. 국가적 오류가 속속 밝혀지고 국가의 기본 노선마저 의심받던 그 무렵, 당 중앙은 중국사회과학원의 창설을 지시한다. 1978년 5월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과학원 소속의 철학사회과학학부를 모태로 탄생했다. 마오쩌둥의 비서 출신으로 당대 최고 이론가로 꼽히던 후차오무(胡喬木)가 초대 원장을 맡았다. 내로라하는 학자와 이론가를 불러들인 것은 물론이다. 사회과학원은 바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사회주의 상품경제’ 등의 용어를 생산해내며 개혁·개방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중국 사회의 길잡이 역할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의 탄생 스토리는 국가 싱크탱크로서의 성격과 역할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우선 연구의 범위와 성격에서 다른 싱크탱크와 차별성을 갖는다. 같은 국무원 소속의 발전연구중심이나 국가발전개혁위가 국가의 정책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사회과학원은 이론 연구에 치중한다. 예컨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제시한 ‘과학적 발전관’을 어떻게 추동해나갈 것인가, 다른 싱크탱크가 구체적 정책을 준비할 때 사회과학원은 철학과 이론의 토대를 준비하는 식이다. 그 범위도 방대하다.35개 개별연구소의 이름들이 말해주듯, 문학·역사·고고학·철학·법률·정치·경제·금융·국제문제부터 소수민족과 종교, 문화보전 문제에까지 걸쳐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각 지역 연구소에 라틴어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 다른 곳에선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렇다고 사회과학원의 연구가 학술과 이론 연구에만 머무를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회과학원의 고위층과 학자 30여명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거나 정치협상회의 위원들이다. 이미 국가 정책의 결정권자요 조정자들이다. 일부 학자들은 매년 전인대에서 총리가 낭독하는 ‘정부공작보고’의 초안 작업에 투입된다. 국가 행정의 밑그림을 구성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의료개혁, 사회보장, 부동산, 금융개혁 문제 등 국가현안에 대한 정책 보고서들은 지도자급에 전달되는 것만 연간 270여편이나 생산된다. 일반적 연구의 주제 역시 대단히 구체적이다.‘인터넷 문학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TV광고의 영향과 현상 연구’ ‘호적 문제와 인구의 변화 및 이동 문제’ 등이 연구과제의 제목들이다. 얼핏 일반 대학의 석·박사 과정 논문 제목과 비슷해보이지만, 그 연구결과의 영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적어도 한국사람들에게라면 그 위력을 가늠케 할 만한 단적인 사례가 있다. 고구려사의 중국 편입을 시도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다. 사회과학원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주도로 진행된 것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에는 ‘국민도덕관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1995년 1차 조사에 이어 두번째다. 국민들의 관념·행위에 대한 변화를 관찰·조사하는 일종의 국민 의식조사인 셈이다. 이 조사 결과는 향후 각 행정 단위에 세세한 법률, 규정 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사회과학원이 다른 싱크탱크와 비교해 특장이 있다면 사회 일반에 대한 영향력이다. 중국중앙TV(CCTV)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약방의 감초’격이다. 각종 신문의 칼럼에도 무시로 등장한다. 사회과학원이 담당하고 있는 대국민 선전의 일환이다. 생산해 내는 엄청난 양의 연구, 조사결과는 인문·사회학의 장서로 그대로 남는다. 연간 300여권의 전문서적이 출간되며 82종의 학술 간행물이 나온다.1000건의 조사연구가 이뤄지고 7000편의 논문과 칼럼이 생산된다. 모두 각종 논문의 각주(脚註)로 활용돼 온 재료들이다. 중국 학술계를 기르는 ‘우물’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사회과학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인재 배양이기도 하다. 각 연구소를 한 개의 과(課) 개념으로 운영, 전공별로 직접 교육하고 배양하는 방식으로 대학원(硏究生院)을 운영하고 있다.6개의 교학연구부에 33개 과로 되어 있으며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1998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은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은 인문사회과학의 일류 인재 배양의 기지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jj@seoul.co.kr ■ 中사회과학원 왕옌중 부국장 “사회적 문제 장기적 전략 수립”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왕옌중(王延中) 중국사회과학원 연구국 부국장은 “기초 학문에 대한 연구 없이 좋은 정책을 낼 수 없다.”면서 정책 수립의 밑바탕으로서 인문·철학·사회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왜 학술 연구가 중요하다고 보나. -철학·이론적 토대 없이는 사회 문제를 관통하는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사회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이런 연구를 통해서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사회에서 필요한 여러 방면의 사회 인재가 길러진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때 관련 전문가가 없었고, 그간 준비해놓은 게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연구의 형태는. -크게 대책 연구와 이론 연구로 나눌 수 있다. 당 중앙에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 연간 270여편가량인데, 이중 3분의1 정도가 국가 지도층의 주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연구 측면에서의 장점은. -강의 압박 등이 없으니 연구 환경이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롭다. 사무실에는 주 1∼2회 나오면 그만이다.(3000여명의 연구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또한 전국 각 성·시가 각급 사회과학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학술 교류에 협력하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국가 거시 전략과 여러 지방을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규모는. -35개의 연구소와 3000명이 넘는 연구원이 있다. 여기에 현역 연구원 수보다 많은 퇴역 연구원들이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전히 사회과학원 연구를 돕고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원의 식구는 7000여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교류 현황은. -평균 연간 1000차례 외국의 학자 등이 다녀간다.1년 이상 장기 방문자도 많다. 사회과학원에서도 1000차례 이상 각종 학술대회 참석차 해외로 나간다.20개 나라와는 학술교류 협정을 맺었다.84개 나라 및 지역과의 교류가 진행 중이고 200여개 해외 연구기관 학술단체 대학, 정부 부문과 교류를 하고 있다. jj@seoul.co.kr ■ 사회과학원의 ‘맨파워’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모두가 중국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회과학원의 연구소장들은 분야별로 적어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 관계자가 자랑한 사회과학원의 ‘맨 파워’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직도 맡고 있는 위융딩(余永定)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장윈링(張蘊嶺) 아태연구소장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 그런 사회과학원이 요즘 도전을 받고 있다. 유력 대학과 민간연구소 등으로의 이탈 때문이다. 왕지스(王緝思) 전 미국연구소장은 베이징 대학으로 옮겼다. 요즘 베이징 대학이나 칭화대학 등이 경쟁적으로 인재 모시기에 나서 대학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톈저(天則)경제연구소’를 설립한 마오위스(茅于軾)도 사회과학원 출신이다. 마오위스가 사회과학원 출신들을 불러 모은 톈저경제연구소는 민간연구소이지만, 국가 주요 정책 생산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연구소 역량의 70∼80%는 소장 개인의 전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는 한 연구원의 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다. 특히 고위층과의 관시(關系)와 인맥이 중요시되는 중국 사회에서는 소장 개인의 네트워킹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사회과학원측은, 인재 배출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사회과학원은 최근 35개 연구소를 5개 학부로 묶고 연구 평가시스템 개발에 나서는 등 개혁 작업이 한창이다. 당 중앙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당 중앙 업무보고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국가 영도자들로부터 ‘국가와 사회에 대한 더 많은 공헌을 기대하고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혁과 함께 국민 정신 개조를 밀어붙이고 있는 4세대 지도부가 사상·이론적 뒷받침을, 사회과학원의 분발을 요구한 것이다. jj@seoul.co.kr
  • 강원용 목사님을 보내드리며

    하늘이 흐립니다 목사님 하늘이 흐립니다. 서거하심을 전해 듣고 문득 고개를 드니 하늘이 흐립니다. 빗줄기가 아닌 한줄기 스산함입니다. 목사님 당신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사람 없는 대지에 홀로 우뚝 서 잃어버린 민족의 북두를 가리키신 분입니다. 눈물이 솟지 않습니다. 오늘처럼 흐린 어느 한 날 바람과 물 연구소로 가던 길 위에서 당신은 내게 가르치셨습니다. -하늘의 불인(不仁)은 인간의 불인(不忍) 때문입니다- 그것은 삭풍의 땅, 북간도의 밤길을 홀로 뚜벅뚜벅 걸어오시던 혼돈적 질서요, 혼돈 그 나름의 길이었습니다. 그것이 또한 다름 아닌 바람과 물의 길이었습니다. 목사님 하늘이 흐립니다. 하늘만큼 땅도 흐리고 사람은 더욱 흐립니다. 서러움이 아닌 한줄기 그리움입니다. 목사님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나라 안팎에 사람이 없어 잃어버린 민족의 북두를 이젠 그에 새까맣게 잊어버린 이 혼돈 속을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 혼돈 그 나름의 눈부신 눈부신 흰 길을 가르쳐 주실 분. 눈물도 솟지 않습니다. 오늘처럼 온통 흐린 날 바람과 물 연구소로 가는 텅 빈 우리 모두의 마음의 길 위에서 당신은 다시금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인간의 불인(不仁)은 하늘의 불인(不忍)을 이끌고 옵니다- 안녕히 가옵소서. 김지하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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