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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클리블랜드에서 만난 파란 눈의 한류팬

     도널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최종 지명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 전당대회장 바깥에서 트럼프의 마지막 연설을 기다리던 한국에서 온 기자들은 미국 대선을 두고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한 미국인 여성이 뭔가를 물어보려는 듯 우리에게 다가왔다.  “Where are you from?”(어디서 오셨어요?)  “South korea”(한국이요)  그는 마치 우리가 한국에서 오길 바랬다는 듯 신이 나서 “Really?”(정말요?)를 연발했다. 미국에 온 뒤로 한국인을 이토록 반겨주는 이가 없었기에 그의 반응이 무척 신기했다.  이 여성은 오는 9월 조지아주 오거스타 대학에 진학하는 그레이스 웰시(18). 공화당 대의원 자격으로 전당대회에 참석한 아버지 마크 웰시를 따라 클리블랜드를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빨리 구글 검색을 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는 조지아에선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올해의 공화당원’에 선정되는 등 ‘차세대 정치스타’로 지역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된 재원이었다.  그가 한국 기자를 그토록 좋아했던 건 뜻밖에도 K팝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한국 음악을 들은 뒤 강렬한 마력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것도 “한국정치를 공부한다”는 핑계로 한국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 K팝 스타들을 보기 위해서란다. 웰시는 교환학생 자격이 주어지는 내년 여름에 주저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생각이다.  요즘 그가 푹 빠진 한류스타는 바로 ‘갓세븐’(GOT7). 자신의 스마트폰 바탕 화면에 저장해 둔 한 멤버의 얼굴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내년에 한국에 가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갓세븐을 직접 만나고야 말겠다며 기자에게 열의를 불태웠다. K팝에 자신의 미래를 건 웰시를 보며 문화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미국에서 전도유망한 친한파 정치 지망생 하나를 거져 얻었으니까.  미국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류 팬은 웰시 뿐만이 아니었다. ‘샤이니’의 열혈 팬을 자초하는 백인 할머니도 보았고, 몇 년 전 ‘소녀시대’가 타임스퀘어에 오자 사람이 너무 몰려 일대가 마비됐었다며 ‘Girl´s generation’을 기억하던 뉴요커도 만났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비(非) 아시아 지역에서는 ‘마니아 문화’ 정도로 폄하되던 한류가 ‘글로벌 문화 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의미있는 영향력을 갖춰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영국 그룹 비틀즈가 1964년 미국 TV에 처음 출연한 ‘미국 침공’ 이후 ‘브리티시팝’은 세계 음악계의 주요 장르가 돼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이제 K팝의 ‘미국 침공’도 블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K팝 뿐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이 융성해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21세기를 이끌 소프트파워의 핵심이 바로 문화니까.  P.S. 갓세븐이 이 기사를 본다면 웰시에게 친필 사인 CD 하나 부탁해요. 이 친구가 너무도 간절히 원합니다. 클리블랜드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애니멀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애니멀 사이언스]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2009년, 남극해에서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학계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몸짓으로 범고래로부터 바다표범을 구조하는 혹등고래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로버트 피트먼 박사 등 연구진은 당시 자신을 향해 바다표범이 다가오자,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사이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게 한 뒤, 범고래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표범이 이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위험에 처해있던 바다표범은 혹등고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전한 유빙에 안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연구진은 이후 혹등고래와 범고래 간의 유사한 사례 112건을 추가로 분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범고래는 혹등고래의 천적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종의 고래는 종종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혹등고래-범고래 간 전체 충돌의 57%는 혹등고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혹등고래는 범고래가 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 접근하며, 범고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를 내고 강한 물살을 만들거나 바다표범과 같은 범고래의 먹잇감을 보호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것.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범고래의 먹잇감이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고래 등 다른 종의 해양생물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 역시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이 ‘포식자 괴롭히기’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힘이 약한 동물이 도리어 힘이 강한 동물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라는 것. 연구진은 “피식자가 포식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자신처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을 도울 수 있다는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이타주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종족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7월 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혹등고래가 ‘용감하게’ 바다표범을 구한 이유는?

    2009년, 남극해에서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있는 바다표범을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학계는 의문에 휩싸였다. 자신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몸짓으로 범고래로부터 바다표범을 구조하는 혹등고래의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로버트 피트먼 박사 등 연구진은 당시 자신을 향해 바다표범이 다가오자, 거대한 가슴지느러미 사이로 바다표범이 올라오게 한 뒤, 범고래가 가까이 다가오자 바다표범이 이를 피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위험에 처해있던 바다표범은 혹등고래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전한 유빙에 안착할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을 본 연구진은 이후 혹등고래와 범고래 간의 유사한 사례 112건을 추가로 분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연구진에 따르면 범고래는 혹등고래의 천적으로,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종의 고래는 종종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미국 국립해양어업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혹등고래-범고래 간 전체 충돌의 57%는 혹등고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혹등고래는 범고래가 내는 소리를 듣고 가까이 접근하며, 범고래 무리가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큰 소리를 내고 강한 물살을 만들거나 바다표범과 같은 범고래의 먹잇감을 보호해주면서까지 이들의 사냥을 방해한다는 것. 혹등고래가 ‘구조’하는 범고래의 먹잇감이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물고기나 고래 등 다른 종의 해양생물이 상당수를 차지한 것 역시 연구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이 ‘포식자 괴롭히기’의 일종으로 해석했다. 즉 힘이 약한 동물이 도리어 힘이 강한 동물을 자극하고 괴롭히는 행동이라는 것. 연구진은 “피식자가 포식자를 괴롭히는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시에 자신처럼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종들을 도울 수 있다는 효과 등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혹등고래의 이러한 행동은 일종의 ‘이타주의’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대신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함으로서 종족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연구결과는 고래 연구 분야 권위지인 ‘해양포유류과학’(Marine Mammal Science) 7월 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엘리트 카르텔, 김영란법 그리고 블록체인/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열린세상] 엘리트 카르텔, 김영란법 그리고 블록체인/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최근 일부 공직자의 막말과 부정, 비리 의혹 그리고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헌재 결정 등등…. 일련의 다소 충격적이고도 ’역사적인’ 사건이 마치 드라마처럼 연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문제는 너무나도 상반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솔직히 이들 현안들에 대해 과연 어떤 시각으로 또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다소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감정이 과연 나만의 느낌일까. 혹자는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 부패 유형으로 분류한다. 학연과 지연 등으로 일부 정치 및 관료 등에서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배타적인 집단을 형성해 부정을 범하는 유형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 집단은 정보 등을 집중 독점하고 배타적인 영역을 구성해 자신들의 집단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관비리 등도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부 특정 전·현직 사이에 일종의 부정적인 담합을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투명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이러한 오해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공직자의 막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즉 일부의 몰지각한 엘리트층 인사가 다른 집단과 자신들을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차별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과대망상적인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나온 언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막말 파동은 그간 상대적으로 피동적이기만 한 국민을 이러한 잠재의식하에서 폄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공직자는 자신의 본분이 단지 국민의 대리인이고 공복에 불과하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논란이 됐던 김영란법의 일부 조항들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마침내 내려졌다. 물론 관점에 따라 이러한 결정에 대해 다소 불만과 비판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결정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한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불필요한 오해는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 즉 이 법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문화라는 비정상적인 문화에서 우리나라가 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이 공직자 등 국민 전반에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따라서 이제 주어진 남은 과제는 이 법을 전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는 훌륭한 법으로 잘 가꾸어 나가는 것 뿐이다. 왜냐하면 이 법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세계 최강 선진 국가로 힘차게 나아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시대에 맞게 사회시스템도 혁신돼야 한다. 공직자의 윤리의식이나 인격에만 막연히 의존하는 불안정한 사회에 더이상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모든 것이 공개 공유됨으로써 합리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변혁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원래 비트코인에서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기술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가히 혁명적이다. 그 기본적인 개념은 모든 정보를 특정 개인이 아닌 상당수의 다수가 시간별로 같이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하에서는 이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정보를 특정인이 집중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자가 이를 공유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공개 공유로의 패러다임 변혁은 절체절명의 현안 과제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 변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은 투명사회 구축을 위한 기초 사회지원 인프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다소 혼란도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경쟁력 등을 도모하는 데에 큰 기틀이 될 것임은 달리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혁신과 그간의 선진화되어 온 국민의식의 고취 등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 앞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일등국가로서의 진면목과 자부심을 전 세계에 펼칠 그날을 감히 기대해 본다.
  • [커버스토리] 첫 난민 대표팀 뛰고 커밍아웃 선수 품고 ‘마이너리티’ 올림픽

    4년 전 런던올림픽이 모든 종목에서 ‘금녀의 벽’을 허문 대회였다면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난민을 품은’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음달 6일 오전 7시(현지시간 5일 오후 7시) 브라질 리우의 마라카낭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개회식에는 120년 근대 올림픽 역사에 처음으로 전쟁과 인권 유린으로 고국을 떠나야 했던 ‘난민 올림픽팀’(Refugee Olympic Team·ROT)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깃발을 들고 개최국 브라질에 앞서 입장하는 감격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그리스 에게해를 건넌 ‘난민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18·수영) 등 세 종목 10명의 선수가 오륜기를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선다. IOC는 지난 3월 “전 세계 모든 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며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 4개국 출신으로 ROT를 꾸렸다. 이번 리우올림픽의 슬로건은 ‘새로운 세상’이다.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세계인의 각성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난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이너리티’ 선수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다이빙 10m 플랫폼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이듬해 ‘커밍아웃’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톰 데일리(22·영국)가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린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성(性) 정체성 논란을 빚은 캐스터 세메냐(23·남아공)와 두티 찬드(20·인도)도 출전한다. 혹독한 차별에 우는 중동 여자 선수들의 메달 획득이 현실화될지도 주목된다. 4년 전 처음으로 여자 선수들을 올림픽에 내보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브루나이는 이번 대회에도 여자 선수들을 파견한다. 또 리우올림픽에서는 전체 선수에서 여성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런던올림픽보다 1% 포인트 높아진 45%를 차지해 여성에게 문호를 가장 넓게 연 대회가 될 전망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北 5차 핵실험 위협만 받고 끝난 ARF

    2016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그제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우리나라는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 북한에 우호적인 회원국들에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외교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패권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설 자리는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의장성명에 회원국들이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을 우려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체면치레를 했다. 중국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사드 배치에 반감을 드러냈고, 미국은 사드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이었다. 북한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벌어진 한·중 관계의 틈을 비집고 핵실험의 정당성을 선전하며 고립에서 탈피하려 안간힘을 썼다. ARF의 최대 관심사인 의장성명은 폐막 하루가 지나서야 채택됐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해 분쟁 등 현안들을 놓고 회원국의 입장이 첨예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해 문제를,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두 패권국에 끼인 우리나라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남중국해 이슈에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중립을 지켰다. 그런데도 중국과 러시아는 의장성명 초안에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포함하려 해 이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안일한 대응으로 혹을 떼려다 되레 혹을 붙인 격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리용수 북한 외무상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에 입국한 뒤 리 외상에게 친밀감을 과시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사드 배치에 따른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윤 장관의 발언 중에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등 비신사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4일 라오스에 도착한 직후 윤 장관을 만나 “최근 한국의 행위는 양국의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사드 배치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설득했으나 그는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ARF에서 보았듯이 외교 무대에서 사드에 관한 한 중국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의 비협조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도 무력적인 방법 외에는 효과적인 대북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을 믿고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외교적으로 더욱 정교한 전략과 지혜가 요구된다. 중국이 남중국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드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사드 외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방어용 사드 배치가 외교 무대에서 우리에게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 [김진영의 여성의학] 여성은 왜 난임으로 고통받을까

    [김진영의 여성의학] 여성은 왜 난임으로 고통받을까

    난임은 남성과 여성 요인이 절반 정도 된다. 여성은 배란이 잘 되지 않는 ‘배란 요인’과 난관이 막히거나 기능이 좋지 않은 ‘난관 요인’이 가장 흔하다. 물론 원인 불명도 상당히 많다. 배란 요인은 난소 기능 및 나이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난소 기능은 배란이 잘 되도록 하는 능력과 일치한다. 이것은 나이에 따라 감소한다. 여성은 태어날 때 난소 안에 난자를 100만~200만개 정도 갖고 있다. 사춘기 때 50만개 정도로 감소해 매달 한 개씩 배란된다. 폐경기에는 약 1000개 정도로 고갈된다. 대개 만 35세가 지나면 난소 기능이 크게 저하되는데 가족력이나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나 만성질환 등으로 나이에 비해 더 빨리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 그래서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이 오기도 한다. 난소 기능이 저하되면 난자의 수가 줄어들면서 질도 함께 떨어져 임신이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난자를 미리 채취해 보관해 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령 이외에 배란이 잘 되지 않는 원인으로는 호르몬 이상에 의한 질환과 관련이 있다. 남성호르몬이 늘어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갑상선호르몬 이상, 유즙분비호르몬 증가, 뇌하수체에서 성선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과도한 체중 증가나 감소, 무리한 운동과 스트레스도 배란 장애의 원인이 된다. 배란이 잘 되지 않으면 생리가 불규칙하게 된다. 따라서 생리불순이 있고 난임이 의심될 때는 호르몬 검사를 하고 이상이 있는지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 난관 요인 중에서는 골반 내 염증이나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복강 내 유착 등으로 난관이 막히는 사례가 많다. 난관은 매우 가늘고 염증에 의해 쉽게 막힐 수 있다. 엑스레이나 초음파로 골반을 촬영하는 ‘자궁난관조영술’ 검사를 시행해 확인할 수 있다. 복막 요인으로 가장 흔한 질환은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내막조직이 자궁밖으로 나가 골반 내의 다른 장기에 부착돼 증식하며 유착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자궁 요인으로는 자궁 모양이 기형이거나 자궁에 생긴 혹이 원인일 수 있다. 자궁근종이 매우 크거나 자궁내막에 수정란이 착상되는 것을 방해하는 위치에 있으면 문제가 된다. 초음파나 자궁난관조영술로 검사를 시행한다. 난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검사와 치료다. 부부 검진을 통해 가임력에 문제가 없는지 조기에 확인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세밀한 임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고령 임신이 예상된다면 결혼, 임신 전 단계에서부터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영양제 복용,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의학적인 치료와 더불어 난임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역시 필요하다. 난임 치료를 위해 필요한 ‘시험관 아기 시술’을 예로 들면 배란 촉진을 위한 주사도 맞아야 하고, 검사와 시술을 위해 자주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에서 나쁜 시선을 받을지 몰라 불안감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직장 여성은 잦은 병원 방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일과 임신, 출산 사이의 균형과 중요 우선순위를 부부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는 계획적 행동이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초저출산 문제가 두드러진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립의 문제다. 특히 난임 부부에 대한 주변의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난임은 절대로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난임 치료 성공률도 매우 높아졌다. 그러므로 난임 부부들도 스트레스로 여기지 말고, 전문가와 당당하게 상담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다면 난임을 극복하고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유창식 두 경기 승부조작… 300만원에 무너진 기대주

    유창식 두 경기 승부조작… 300만원에 무너진 기대주

    판단력 미흡한 젊은 선수 타깃 브로커 접근해 범죄 가담 유혹 프로야구가 ‘승부조작’ 사건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지난 21일 NC 투수 이태양(23)이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4일 KIA 기대주 유창식(24)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수하면서 야구판이 요동치고 있다. 유창식은 이날 오전 9시 KIA 구단 관계자와 함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출석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에서 2014년 4월 열린 2경기에서 3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창식은 7시간가량의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구단과 팬들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양심에 찔려서, 승부조작 터지고 나서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자수하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승부조작은 아는 사람을 통해 제의를 받았다”면서도 승부조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건 말씀 못 드리겠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창식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모두 2건의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유창식은 한화 소속이던 2014년 4월 1일 삼성과의 대전구장 홈 개막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 초 2아웃 후 상대 3번 타자 박석민(현재 NC)에게 볼넷을 내준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첫 이닝 볼넷’을 조작하려는 의도에서 내준 고의사구로 드러났다. 유창식은 그 대가로 브로커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 A씨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창식은 자진 신고한 이 경기 외에 같은 달 19일 LG전에서도 똑같이 1회에 타자 조시 벨을 상대로 고의사구를 던져 진루시키고 1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유창식 외에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더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곧 브로커 A씨와 A씨로부터 승부조작 관련 정보를 넘겨받아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한 혐의를 받는 일반인 3명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창식은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한 2011년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유망주였다. 당시 유창식은 구단 역대 최고인 계약금 7억원을 받아 ‘제2의 류현진’으로 불리며 화제를 모았지만 승부조작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유창식이 고작 300만원에 승부조작으로 인생을 망친 것은 판단력이 덜 갖춰진 젊은 선수들만 노리는 브로커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팬으로 접근해 술자리를 함께하는 ‘아는 형님’으로 친해지고 승부조작에 가담시킨다. 이후에는 선수들이 범죄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승부조작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무서운 형님’으로 변신한다. 프로야구계에서는 2012년 박현준·김성현(당시 LG) 이후 4년 만에 이태양의 승부조작이 드러날 때만 해도 일과성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중간인 2014년 유창식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승부조작이 은밀하고도 꾸준히 진행돼 온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자 프로야구계는 “다음은 누구냐”며 자조 섞인 탄식을 쏟아 내고 있다. 누리꾼들도 돈의 노예가 된 선수들의 ‘도덕 불감증’을 질타하며 ‘무관중 경기’, ‘리그 중단’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드러난 승부조작이 아직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KBO는 이태양 기소 직후 다음달 12일까지 3주간 선수 등 관계자들의 자진 신고와 제보를 받는 동시에 2012년부터 전 경기 전수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KBO는 이날 “자진 신고나 제보가 더 나올 수 있고 부정 경기가 적발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그 무엇도 예단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우병우, 가족회사株 보유…실제 재산 80억 더 많아

    급여 0원… ‘페이퍼컴퍼니’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코리아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우 수석의 재산이 공직자재산공개를 통해 신고한 393억원보다 최소 80억원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 수석은 본인과 부인, 세 자녀가 100% 주식을 갖고 있는 가족회사인 ㈜정강을 통해 80억원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공직자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우 수석 가족은 비상장 법인인 ㈜정강의 주식 5000주를 100% 갖고 있다. 우 수석이 1000주, 부인이 2500주, 세 명의 자녀가 500주씩 보유하고 있다. 우 수석은 재산 신고를 하며 정강의 재산 가치를 액면가인 주당 1만원으로 계산해 50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우 수석의 부인 이모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정강의 지난해 회계감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자산은 81억 2000만원이다. 정강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내역을 보면 부산에 있는 28억원 상당의 빌딩(토지 7억 4457만원+건물 21억원), 서화 4416만원, 단기투자상품 50억 6250만원 등이다. 부채가 77억원으로 기재되어 있었지만 이 중 75억원이 부인 이모씨가 이 법인에 대출한 것으로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우 수석 가족의 자산으로 볼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공직자재산등록 기준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액면가 기재가 원칙이다. 법인 소유 재산 역시 등록의무가 없다. 하지만 우 수석의 재산이 공직자재산 공개 당시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회사 비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비용 지출을 보면 인건비 지출이 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직원이 없거나 직원 월급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접대비 1000만원, 후생복리비 292만원 등을 지출했다. A회계법인 관계자는 “법인을 세워 그 회사에 재산을 돌려놓고,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최선의 무리들은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열렬한 격정에 차 있다.”(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1865~1939)의 시 ‘재림’(The Second Coming)에 나오는 유명한 시구이다. 얼마 전, 봄이었다. 미국 CNN 방송에서 독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생중계했었다. 집에서 무심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대충대충 따라가다 내 귀가 번쩍 놀랐다. 그 특유의 정확하며 재기발랄한 영어로 이슬람 테러리스트 세력인 IS의 위협을 언급하던 오바마의 입에서 내가 즐겨 외우던 시인의 시구가 흘러나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맥락이었다. ‘예이츠 시인이 말했듯이 오늘날 우리 중에 가장 나은 인간들은 신념을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IS는) 열렬한 격정으로 가득합니다.’ 악에 맞서 싸우면서 신념을 잃지 말자, 우리는 IS를 격퇴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자신감을 세계에 천명하는 게 오바마 대통령이 예이츠를 인용한 이유일 것이다. 역시 오바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죽은 시인의 시를, 내가 좋아하는 (살아 있는) 남자의 육성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각별했다. 내 눈과 귀와 감각이 오랜만에 호강한 날이었다. ‘재림’은 예이츠의 후기 작품 중에서 유독 난해하며 기독교적 상징이 풍부해 사실 나는 그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낭만주의자이며 최초의 모더니스트로 불리는 예이츠의 시 세계는 아주 깊고 넓다. 유치한 사랑노래에서부터 ‘이니스프리 호수’처럼 낭만적인 자연 찬미 그리고 짧은 경구 같은 시, 시대와 문명을 아우르는 ‘재림’이나 ‘1916년 부활절’에 이르기까지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감상한, 아일랜드 태생의 배우 리암 니슨이 낭독하는 ‘1916년 부활절’은 색다른 맛이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인. 예이츠의 영어는 어렵지 않다. 중학교 영어 수준의 일상적인 단어들로 인생의 핵심을 건드리며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 젊은 날 나는 예이츠의 시를 영어로 외우며 잠들곤 했다.(불면증으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시 암송을 권하노니, 시가 길수록 좋다.) 요즘은 시를 암송하는 대신에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다 잠들지만, 문학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내 손에 제일 먼저 잡히는 책이 예이츠의 시집이다. 그날그날의 내 기분에 따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편집한다. 수강생들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면,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와 ‘깊게 맺은 언약’을 준비한다.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W B 예이츠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비유가 아주 구체적이고 살아 있지 않은가. 쉬운 것을 어렵게 비비 꼬는 게 아니라, 어려운 것을 쉽게 표현하는 게 진짜 재능이다. ** ‘깊게 맺은 언약’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내 청춘의 한 부분이었던 여자친구와 연락이 끊어지고 십년쯤 지나서, 어느 잠 못 이루던 밤. 예이츠의 시를 외우며 나는 무너졌다.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죄가 어디 있으랴. 오래된 친구와는 헤어져선 안 된다는 것을 예이츠가 내게 가르쳐 주었다. 깊게 맺은 언약(A Deep-Sworn Vow ) Others because you did not keep That deep-sworn vow have been friends of mine; Yet always when I look death in the face, When I clamber to the heights of sleep, Or when I grow excited with wine, Suddenly I meet your face.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기에 기어오를 때, 혹은 술을 마셔 흥분했을 때,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시인 최영미는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출간. 2006년 이수문학상 수상.
  • ‘진경준·우병우 비리’부터 ‘성우 교체’ 논란까지…넥슨의 험난한 4개월

    ‘진경준·우병우 비리’부터 ‘성우 교체’ 논란까지…넥슨의 험난한 4개월

    국내 게임업계에서 손꼽히는 회사인 넥슨이 연일 쏟아지는 사안에 흔들리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의 커넥션 의혹부터 자사 게임으로부터 발생한 논란까지, 약 4개월 동안 넥슨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3월 25일 :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주식 부정거래 의혹 제기 넥슨 비극의 시작은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월 25일, 공직자 재산이 공개되면서 당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매입해 시세차익 약 100억원을 얻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넥슨은 “개인 간 주식거래”라고 해명했지만 지난 4일 진경준 검사장 등이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 회삿돈을 받아 주식 1만주를 산 거래 내역이 포착되며 기업비리 의혹으로 확대됐다. 결국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4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7월 13일 : ‘서든어택2’ 성적 부진과 선정성 논란으로 캐릭터 삭제 경영진의 논란에도 불구, 넥슨은 FPS 게임 ‘서든어택2’와 RPG게임 ‘바람의 나라’ 등을 제작하는데 힘을 쏟았다. 특히 PC방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온 ‘서든어택’의 후속작 서든어택2를 제작하는 데는 300억의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전격 발매한 후 전작에 비해 발전이 없다는 혹평을 들으며 출시 2주 만에 국내 PC방 순위 10위권에서 벗어났다. 넥슨은 발매 일주일만인 13일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서든어택2의 여성 캐릭터 ‘미야’와 ‘김지윤’ 캐릭터를 삭제 조치하게 됐다. 7월 18일 : 우병우 수석 처가 부동산 거래 의혹 이어 18일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넥슨에 1300억 원대의 처가 부동산을 처분했다는 추가 의혹마저 제기되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넥슨과 우병우 수석은 즉시 “양측 간의 관계는 전혀 없었으며 단순히 중개사를 통한 거래였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 이후 우 수석 처가의 근저당이 바로 해결된 점, 넥슨코리아가 20억 가량의 손실을 보면서도 부동산을 되팔았던 점 등이 드러나며 의혹은 커져가고 있다. 7월 19일 : ‘클로저스’성우 교체 논란 다음날인 19일 넥슨은 온라인 액션게임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 담당 성우 김자연을 교체했다. 김자연 씨가 여성혐오 반대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였다.넥슨과 김 씨 측은 ‘부당해고가 아니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트위터 등 일각에서는 ‘#김자연성우를_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넥슨 보이콧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승은 인턴기자 seunging@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상상력과 미적 감각의 산물, 과학

    [남순건의 과학의 눈] 상상력과 미적 감각의 산물, 과학

    요즘 들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강조하는 말들이 자주 들린다.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도 이런 차원 때문일 게다. 흔히들 인문학이 물리학 같은 ‘딱딱한’ 과학보다 훨씬 더 상상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는 말에 더 익숙한 이유도 과학에는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과학에서는)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과학의 발전이 정확한 지식과 이성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창의적 과학 연구는 상상력, 직관력 그리고 미적 감각에 기대는 바가 많다. 과학 분야 연구라는 것이 교과서나 참고서의 문제처럼 주어진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계속 던져 온 근본적인 질문들, 예를 들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자들은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지도에 없는 새 항로를 개척하려는 탐험가들과 같다. 그래서 용기도 필요하고 상상력도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학자 제럴드 홀튼 교수가 1970년대에 당시에는 생소한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다. 혹자는 또 과학은 미적 감각과 가장 거리가 먼 분야라고 이야기한다. 과학에서 미적 감각이란 자연이 보여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과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가 다르게 해석한 형태로 표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에 여러 화풍이 있고 화풍마다 보이는 대상을 달리 표현하는 것과 흡사하다. 다양한 표현들 중에는 보다 많은 호응을 얻는 것도 있고 소수만이 그 가치를 아는 경우도 있다. 과학에서는 이런 방식의 창의적 연구활동들이 모여 엄청난 과학적 성과와 세계관을 만들어 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큰 혜택을 인류에게 가져다줬다. 과학에서 성공하기 위해 또 한 가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행운이다. 비과학적 이야기 같지만 과학에서 행운은 ‘거인의 어깨 위에 앉을 수 있어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하버드대 시드니 콜먼 교수가 이야기한 ‘내 앞에 나보다 키 작은 사람들이 많이 서 있어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의미이다. 이런 행운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창의적 연구성과들이 모일 때 가능한 것이다. 과학에서 창조적 결과를 많이 이뤄낸 경험이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과학자들 스스로 연구 방향과 방법을 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제도와 재원을 마련해 주는 방식으로 과학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빨리, 그대로 답습하고 추격하는 형태의 연구 경험만 있어 항상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만을 기대해 왔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과학을 시작할 때에는 이런 방법이 최선일 수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과학을 할 때가 됐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본연의 과학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창의적 문제들은 간단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실패한 시도들 가운데에 몇 개만 살아남는다.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지도자가 과학적 성취기간을 정하고 선언한다고 해서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인류사회에 큰 족적을 남기는 과학의 산물을 내놓기를 원한다면 겨우 뿌리 내리려 하고 있는 과학생태계를 교란하는 조급한 결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과학자 사회를 믿고 꾸준히 지원하는 국민과 정부를 가진 많은 선진국을 한번쯤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 옥중화 정준호-고수 손 잡았다 “박주미 견제해달라” 시청률 20% 육박

    옥중화 정준호-고수 손 잡았다 “박주미 견제해달라” 시청률 20% 육박

    진세연과 고수가 새로운 운명을 시작하며 ‘옥중화’의 제 2막을 열었다. 이에 시청률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옥중화’의 시청률은 수도권 21.3%, 전국 19.9% 를 기록하며 지난 회보다 각각 0.2%P, 0.3%P 상승하며 무려 23회 연속 동시간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이는 4회 연속 시청률 20%를 넘어선 기록으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연출 이병훈/ 극본 최완규/ 제작 ㈜김종학프로덕션)는 17일 방송된 23회에서 칼에 맞은 옥녀(진세연 분)가 성지헌(최태준 분)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관비로 수청 들 위기에서 벗어나는 반면, 윤태원(고수 분)은 기생 이소정(윤주희 분)의 충고에 따라 정난정(박주미 분)을 견제해달라는 윤원형(정준호 분)의 제안을 수락하며 옥녀와 윤태원이 전혀 다른 신분이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옥녀는 산적 떼에 칼을 맞고도 제 발로 해주에 도착해 쓰러지고, 때마침 좌천되어 해주에 파견 나온 성지헌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한다. 옥녀는 성지헌이 황해도까지 와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혹 저를 변호하신 것이 문제가 되신 것입니까?”라고 염려하고, 성지헌은 도리어 옥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고하지 않겠다며 “관비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마”고 말한다. 옥녀는 성지헌의 그런 행동이 혹여 성지헌에게 누가 될까 걱정하고, 성지헌은 “지금은 니가 살 궁리나 하거라”라며 애틋한 모습을 보인다. 옥녀에게 살 궁리를 하라고 했던 말은 과거 윤태원이 옥녀에게 했던 말이라, 또 다른 로맨스가 시작되지 않을까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성지헌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옥녀는 관비로서 수청을 들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한복을 입고 곱게 단장한 옥녀의 모습이 드러나지만, 수청을 들 생각에 옥녀도 성지헌도 근심이 가득하다. 결국 병이 있다면 수청을 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옥녀는 신내림을 받은 척하며 해주 감영의 관원들을 상대로 연기를 한다. 실제로 신들린 듯 고개를 흔들거리거나 갑자기 눈을 치켜뜨는 등 코믹한 연기로 진세연의 매력을 한껏 발휘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옥녀가 죽은 줄 아는 윤태원은 소소루에서 이소정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호조참판댁 도령에게 주먹을 날리며 “나 윤원형 대감 아들이야. 비록 서자라 해도 호조참판에 꿇릴게 없지!”라며 울분을 토한다. 고수는 얼굴이 벌겋게 된 채 절규를 토해내는 연기로 한 맺힌 심경을 실감나게 연기해냈다. 이날 윤원형은 윤태원을 찾아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네 생각을 많이 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윤원형은 “그 오랜 세월을 말 한마디로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쉽게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윤원형은 “한시적으로 국법에서 적서차별을 철폐하기로 했으니 원하는 것은 모든 내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윤태원은 “나같은 왈패한테 관직이라니, 난 대감 덕을 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원형은 “내가 이런 말까지 하기는 민망하지만 난 지금 난정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윤태원은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의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소정은 “지금 행수님껜 힘이 필요하니까요. 그동안 행수님이 정난정한테 당하신 일들…모두 힘이 없어서 아닙니까?”라며 “행수님이 힘을 가질 절호의 기횝니다. 행수님이 망설이는게 자존심 때문이라면…자존심을 거두고 제안을 받아들이세요”라고 충고한다. 그 충고를 받아들여 윤태원은 평시서 주부가 되고 싶다고 윤원형에게 이야기하고, 관직에 오르게 된다. 윤태원이 관직에 오르는 사이, 성지헌은 옥녀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명종(서하준 분)의 명을 받은 재서에게 옥녀가 죽었다고 거짓 보고를 한다. 성지헌은 옥녀에게 자신의 할아버지 박태준(전광렬 분)의 유언에 따라 유품으로 남긴 지도를 찾으러 함께 떠나자고 제안해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더구나 명종은 어머니 문정왕후(김미숙 분)의 반대에도 정명대감을 등용하고, 정명대감을 돕는 쌍가락지 여인이 “가비의 딸이 살아있다”고 명종의 상궁에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옥녀와 명종의 관계에도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옥중화’는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와 조선상단의 미스터리 인물 윤태원의 어드벤처 사극으로, 사극 거장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2016년 사극 결정판.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 방송. 사진= ‘옥중화’ 영상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길섶에서] 어머니의 안경/최광숙 논설위원

    얼마 전 우연히 장롱 정리를 하다가 어머니가 쓰시던 안경을 발견했다. 어머니의 선글라스는 여동생이 가져가고, 그 안경은 내가 유품으로 남겨 둔 것이다. 동그란 모양의 금테인데 이른바 명품 브랜드다. 20여년 가까이 됐어도 어제 산 듯 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당시 안경점 주인이 비싼 안경을 고른 어머니를 칭송(?)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순전히 장삿속 이문만은 아니었다. 보통 다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진짜 사고 싶은 안경을 두고도 그저 그런 안경을 집어 드는 것과 달리 어머니는 딸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마음에 드는 안경을 골랐다는 것이다. 사실 7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는 그 어떤 값진 것도 살 자격이 있는 분이었다. 어머니의 안경을 써 보니 영 낯설지가 않다. 거울 속 내 얼굴에 어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어머니의 딸 머리에도 흰 눈꽃이 내린 지 오래니 점점 그 안경을 썼던 어머니를 닮아 가는 게다. 좀더 나이 들면 그 안경을 쓸 생각이다. 어머니의 당당했던 선택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혹 어머니 당신만이 아니라 후대의 딸까지 염두에 두고 그 안경을 샀던 것은 아닐까?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아하 우주] 긴 잠 깨어난 주노의 과학기기들…목성 관측 돌입

    [아하 우주] 긴 잠 깨어난 주노의 과학기기들…목성 관측 돌입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주노가 기상 나팔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목성 탐사선 주노의 과학기기들이 NASA의 기상 명령에 응해 본격적인 목성 관측에 들어갔다고 8일(현지시간) 우주전문 사이트 스페이스닷컴이 보도했다. 주노의 9가지 과학기기들은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의 궤도로 진입할 때(7월 4일) 모든 전원을 끈 채 휴면상태에 있었다. 궤도 진입 엔진이 가동하는 동안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기기 고장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NASA의 미션팀은 지난 수요일(7월 6일) 9개의 기기 중 5개의 기기를 작동시켰으며, 나머지 4개는 이달 말 안으로 작동시킬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목성을 53일에 1회 선회하는 궤도를 돌고 있는 주노는 8월 27일로 잡힌 다음의 목성 근접 비행 때 본격적인 과학 데이터를 수집할 모든 채비를 갖추게 된다. "다음 선회 때는 우리는 눈과 귀를 다 열게 될 것"이라고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의 스캇 볼턴 책임인구원이 7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밝히면서 "아마 9월 1일쯤이면 목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총 11억 달러가 투입된 주노 미션은 2011년 8월에 본궤도에 올랐는데, 미션의 주요 항목은 목성의 지기장과 중력장 연구, 목성 내부의 조성, 특히 이 거대한 행성이 어떻게 무거운 원소의 핵을 갖게 되었지는 탐구하는 것이다. 주노의 관측은 태양계 최대 행성인 목성이 언제 어디에서, 그리고 어떻게 생성되었는가에 대해 결정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거라고 미션팀은 확신하고 있다. 나아가, 어쩌면 태양계 자체의 생성에 대해서도 뭔가를 알려줄 수 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주노는 14일간의 고타원 과학궤도에 이를 때 가장 활발한 관측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 탐사선의 고도는 목성 구름층에서 불과 5000km 상공에 이르게 된다. 주노는 그 궤도에 도달하기 위해 10월 19일 22분간 엔진을 점화할 예정이다. 주노는 생을 다하기 전에 모두 37회에 걸쳐 목성 궤도를 돌 예정으로 있는데, 미션이 끝난 후인 2018년 2월 관제실의 명령에 따라 목성의 두터운 구름층을 뚫고 추락할 것이다. 혹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목성 달 유로파를 지구의 미생물이 오염시킬지도 모를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여친 없이도 백화점 간다… 피규어 사고 머리 깎으러

    여친 없이도 백화점 간다… 피규어 사고 머리 깎으러

    “남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라!” 쇼핑을 즐기는 남성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쇼핑하는 남성들이 원하는 제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다시 찾아오게 유도하는 쇼핑 공간을 만드는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유통업계는 정성을 다해 이제 막 지갑을 열기 시작한 남성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百 남성 1인 年지출 64만원·여성은 53만원 1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쇼핑객 중 26.4%를 차지했던 남성 고객은 지난해 28.8%까지 늘어났다. 이 중 아내나 여자친구 등을 따라온 남성이 아닌 실제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찾은 남성의 수는 전체 쇼핑객 증가율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이 백화점 측 설명이다. 특히 패션이나 외모에 관심이 많고 실구매력을 갖춘 30~40대 고객들은 최근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 가장 고마운 손님 중 한 부류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11년 전체 매출 가운데 30.2%에 머물렀던 남성들의 구매 비중은 올 상반기 33.1%로 올라갔다. 일단 백화점을 찾아온 남성들은 쇼핑에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을 찾는 남성들의 1인당 연평균 지출 금액은 64만 3000원으로 여성들의 지출 금액인 53만 6000원보다 10만원 이상 많다. 쇼핑을 하러 와서 제품을 사가는 ‘실구매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높다는 점은 업계가 최근 남성 고객들에게 남다른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쇼핑 온 남성들, 머리 깎고 미용 제품도 구매 최근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분야가 머리를 다듬는 이발소다. 각 유통업체들은 바버숍(이발소)을 쇼핑 공간 안에 배치해 쇼핑 온 남성들이 머리도 함께 자르고 미용 관련 제품도 사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백화점 내에 바버숍을 설치한 곳은 롯데백화점으로 지난 6월부터 소공동 본점 5층에 의류 브랜드 클럽모나코에 바버숍을 결합한 매장인 ‘클럽모나코 멘즈숍’을 운영하고 있다. 클럽모나코 멘즈숍 내 바버숍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위해 하루 4~5명의 손님만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머리를 자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남성 ‘토털 스타일 콘셉트 스토어’를 표방하고 남성 고급 이발소인 ‘클럽모나코 X 바버숍’을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최고급 남성 브랜드 ‘란스미어’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대표 매장)의 문을 열었다. 2개층 430㎡ 규모로 이뤄진 란스미어 매장에는 머리 손질을 받을 수 있는 헤어숍뿐 아니라 구두 수선 및 관리, 꽃다발이나 꽃꽂이 제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플로리스트’ 서비스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쇼핑도 함께 할 수 있다. ●신세계 ‘멘즈 살롱’ 리뉴얼 후 매출 두 배 올라 바버숍을 품은 ‘남자들만의 쇼핑 공간’은 덩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2월 증축을 통해 기존 남성전문관을 발전시킨 ‘멘즈 살롱’을 열어 운영 중이다. 6층 본·신관 전체와 7층 신관 전체를 할애한 총 6446㎡의 공간은 남성 전문 쇼핑 매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신세계백화점은 남성 패션 제품뿐 아니라 고급 사무용품, 피규어 등 취미 생활과 여행에 필요한 아웃도어 제품 등 한 곳에서 쇼핑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상헌 신세계백화점 남성팀장은 “소비 문화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된 ‘휴미락’(休美)을 내세운 체험형 전문관들이 일본, 유럽 등 유통 선진국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쇼핑객들을 집중 공략한 신세계백화점 전략은 매출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멘즈 살롱’은 지난 2월 말 리뉴얼 오픈 이후 세 달 동안 두 배에 가까운 91.2%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남성들이 직접 구매하는 남성 매출구성비 역시 2015년 37%에서 리뉴얼 이후 50%로 늘어났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지난 5월 남성들을 위한 공간인 ‘하비존’을 새롭게 구성했다. 하비존은 만화나 영화 캐릭터를 작게 만들어 놓은 장난감인 피규어를 판매하는 ‘닥터 퍼니스트’와 카메라 전문점 ‘멘즈 아지트’ 등으로 구성됐다. 또 셔츠·타이 액세서리 편집매장을 꾸며 다양해진 남성들의 쇼핑 욕구에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다비드컬렉션’도 이 같은 대응의 일환이다. 속옷을 포함한 의류, 가방과 넥타이 등 액세서리, 여기에 만년필과 다이어리 등 사무용품까지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한 콘셉트 공간이다. 신세계그룹이 오는 9월 국내 최대 규모 복합 쇼핑·문화 공간을 표방하고 경기도 하남에 문을 여는 ‘스타필드 하남’은 쇼핑 공간과 함께 농구와 풋살, 암벽등반 등 다양한 실내 스포츠를 실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몬스터’를 만들어 대놓고 남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고가 장난감 마트 안으로 끌어들여 남성 유혹 최근 몇 년 사이 ‘키덜트’(어린이인 키드와 어른인 어덜트의 합성어) 문화 현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피규어 등 고가의 장난감들은 이제 유통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신세계 이마트가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지난해 6월 처음으로 문을 연 ‘일렉트로마트’는 이 같은 트렌드를 포착해 발 빠르게 움직인 사례다. 피규어나 드론, 3D프린터 등 상대적으로 고가의 ‘장난감’들을 마트 안으로 끌어들여 남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 킨텍스점은 목표인 연 매출 300억원을 10개월 만에 달성하고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와 이마트 영등포점, 경기 판교점에 잇따라 문을 열며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일렉트로마트를 찾은 사람들 중 30~40대가 71%를 차지했다. 남성 고객의 비중도 33.7%로 이마트의 27.8%보다 5% 포인트가량 높았다. 패션에 기술적 요소인 ‘메카닉’을 도입해 남자들을 유혹하는 명품 브랜드도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란스미어 한남동 매장에는 스위스의 디자이너 ‘롤랜드 이텐’이 제작한 벨트버클이 있다. 스위스 시계 메카닉 기술을 도입한 롤랜드 이텐의 벨트버클은 길이를 조절할 때 양손으로 벨트를 풀었다가 다시 고쳐 매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한 손으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스위스 시계에 들어가는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이 벨트버클의 평균 가격은 약 3500만원에 달한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전시용으로 수입했다고 생각한다면 틀렸다. 최근 들어온 이 벨트버클은 두 달 만에 4개가 팔려나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남성 고객들은 여성 고객들과 달리 고급스러움뿐만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 차별성 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을 원하고 이 구매욕이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도 높다”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롤랜드 이튼의 벨트 버클이 판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주요 관심사는 바로 이 같은 남성 고객들의 구매욕을 어떻게 충족시키느냐다”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믿지 말자, 조명·화장발…현장 가자, 입지가 생명

    믿지 말자, 조명·화장발…현장 가자, 입지가 생명

    아파트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모델하우스에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난 1일 문을 연 서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사흘 동안에만 3만 8000명이 몰렸다. 모델하우스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환하다. 잘 빠진 평면에 건설사가 내놓은 새로운 주거 시스템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주변 개발계획 등을 들으면 “이거 놓치면 절대 안 돼”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델하우스가 무엇인가. 건설사와 시행사가 새 아파트를 팔기 위해 온갖 조명발과 화장발(인테리어), 말발을 더한 곳이 아닌가.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이런 ‘겉모습’에만 빠져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일곱 가지 팁을 공개한다. “모델하우스를 보니 역시 새 아파트가 좋구나 하는 생각이 팍팍 들어요. 인테리어도 너무 깔끔하고, 시스템도 예전 아파트보다 훨씬 편하게 돼 있는 거 같아요. 동네에 있던 아파트를 살까, 새로 분양을 받을까 고민을 했는데, 새 아파트를 보고 그냥 분양받기로 했어요.”(서울 마포구 맞벌이 주부 이모씨) 예전이나 지금이나 집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위치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 줄 뿐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물론 교통이나 교육, 주변 환경이 뛰어난 곳이면 길게 자랑을 늘어놓을 것이다. 하지만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라면 지도상에 대충 위치를 보여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면 반드시 현장이 어딘지를 확인하고 방문해 봐야 한다. 혹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시설은 없는지, 학교를 가는데 큰 길을 건너야 하지는 않는지, 주변 주택 단지가 슬럼화된 것은 아닌지, 상권은 학원가로 형성이 됐는지, 먹자 골목인지, 유흥가인지 등 발품을 팔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것들이 너무 많다. 현장을 방문할 때는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좋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는 게 더 좋다. 흔히 분양 광고에 쓰이는 지하철 도보 5분이 올림픽 경보 대표 선수의 걸음인지, 보통 사람의 걸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때가 되면 어떻게 된 것인지 처음 봤을 때보다 작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 아이방에 침대와 책상이 너끈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입구조차 통과하기 쉽지 않다. 이유가 뭘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에 배치된 가구는 그 모델하우스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특히 책상과 침대 등은 방이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작게 제작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천장을 살펴보면 가정집에서는 볼 수 없는 조도가 높은 조명들을 볼 수 있다. 방과 거실을 최대한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의자와 소파 등은 최대한 낮게 제작해 쾌적함을 더하고, 벽지의 색깔도 밝은 톤으로 해 놓는다. 특히 중소형 아파트가 더 심하다. 이 때문에 분양 아파트의 방과 거실, 부엌 등의 실측 사이즈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줄자를 하나 가지고 가서 직접 방 사이즈를 재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델하우스를 둘러볼 때면 미모의 도우미들이 아파트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자재와 설계의 특징, 새롭게 적용된 편의 시스템 등…. 하지만 도우미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건설사나 시행사에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모델하우스의 안내 도우미 대부분이 단기간 교육을 받고 투입되기 때문에 잘못된 설명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옵션 계약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가끔 장난을 치는 건설사가 있기 때문이다. H건설사는 2013년 경기도 삼송지구에서 아파트 분양을 하면서 서비스 면적 확장 옵션 계약에 확장하지 않는 경우 냉난방 등에 효과가 있는 ‘로이(에너지절약형) 유리’를 제공하고, 확장을 하는 경우 일반 유리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입주민이 건설사에 항의 했지만, 해당 건설사는 “법대로 하라”고 대응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비확장 시 일반 유리, 확장 시 로이 유리를 쓴다”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건설사가 꼼수를 쓴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분양가다. 아무리 좋은 입지에 아파트를 잘 짓는다고 해도 주변보다 훨씬 비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분양 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상황에선 주변 아파트보다 가격을 높여 분양하는 곳이 많다. 건설사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앞세우는 가격이 소비자에겐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실거래가 사이트를 보면 된다. 분양받으려는 아파트 주변의 대략적인 실거래가를 파악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근 부동산을 통해 최근 시세나 분위기도 살펴보자. 모든 물건은 이유 없이 싸거나 비싸지 않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조금 낮거나 혹은 높다면 왜 그런지도 파악해야 한다. 모델하우스를 한번 쓱 돌아보면 어디에 지하철이 뚫리고, 한국 최고의 ○○파크 등이 들어선다는 홍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 현장에 아무것도 없는 분양사무소는 더 그렇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아직 ‘추진’ 단계인 사업이 적지 않다. A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 계획은 경기 상황이나 다른 여건 때문에 바뀌는 사례가 많다. 특히 지하철이나 도로 등 교통 계획은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되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면서 “신문 등을 통해 정부에서 확정한 개발 계획이나 교통 계획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실수요자들은 누가 모델하우스에 많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 가운데 그 동네 사람이 많은지, 외지인이 많은지 파악하면 어느 정도 그 아파트의 인기를 알 수 있다. 3~4세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나 임신부가 많이 찾는 모델하우스인 경우 실수요층이 탄탄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동네 주민이라면 새 집도 구경하고, 화장지도 1통 받으러 나올 수 있지만, 먼 길을 그것도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면 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서는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지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이들의 대부분이 30~40대”라면서 “모델하우스 안에 어린이 놀이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실수요층을 잡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모델하우스 구경을 다 마쳤다면 옆에서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분양이 봇물을 이루는 지역이라면 꼭 여러 군데 모델하우스를 들러 보자. 지역의 수요층이 한정된 상황에서 아파트 분양 시장은 전쟁이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라면 옆 모델하우스 관계자들이 새로 오픈한 모델하우스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을 수도 있다. 못 이기는 척하고 한번 따라가 보면 방금 전까지 “지역 최고의 입지”라고 설명을 듣던 그 아파트의 단점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해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옆 모델하우스 이야기를 다 들을 필요도 없다. 들을 말만 듣고 버릴 말은 버리자.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① 진경준 벤츠 실체는 ② 검은돈 거래 내역은

    뇌물 여부 확인할 차명계좌는 못 찾아 ‘넥슨 정보유출 사건 무혐의’ 연루 의혹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 ‘주식 대박’ 사건의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특임검사(이금로 인천지검장)팀이 진 검사장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의 ‘대가성 개입 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타고 다녔다고 알려진 벤츠와 제네시스 승용차가 모두 차명임을 확인하고 친인척까지 자금거래 내역 전반을 훑고 있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8일 “진 검사장이 몰고 다녔다는 진술이 나온 벤츠와 제네시스 둘 다 친인척 명의로 돼 있어 실체를 확인 중”이라면서 “제3자가 사실상 진 검사장 소유로 차량을 건네주며 친척 명의를 도용한 것인지, 대가성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친척 차량을 빌려 타고 다닌 것이라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직무 관련 청탁성 뇌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네시스 차량의 경우 넥슨 측이 다른 사람 명의로 리스해 비용을 대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자금 출처가 제3의 인물로 밝혀질 경우 ‘스폰서 검사’ 의혹으로 번질 수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복수의 금융거래 내역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진 검사장과 가족, 친인척 등에 대한 계좌 추적도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차명 계좌가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최근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진 검사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율우의 정인창(52·연수원 18기) 대표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차량 관련 의혹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검찰 조사에서 소명하겠다”며 “주식 사건과 관련된 말 바꾸기 의혹은 진 검사장 주변의 잘못된 조언에서 기인한 듯한데,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솔직히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로서 주식에 투자한 것 자체가 도덕적·윤리적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인 평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쟁점을 다툴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진 검사장 사건 변호인은 부산지검장 출신인 정 변호사 외에 율우의 김호진·김정은 변호사가 함께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 수사 당시 선임계를 낸 상태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선 진 검사장이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넥슨 관련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데 대해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넥슨은 2011년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대규모 이용자 정보 유출로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에선 관계자들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2012년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그 부분을 확인하고 있지 않다. 포괄적 뇌물수수죄 적용 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사설] 편법 부추기는 무늬뿐인 맞춤형 보육

    논란 끝에 강행된 맞춤형 보육에 잡음이 끊일 새가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소란을 피우며 정책을 바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맞춤형 보육제도는 양육 부담이 큰 맞벌이 가정이 어린이집 종일반을 좀더 원활히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기존의 일률 지원 방식과 달리 전업주부의 아이들은 하루 6시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12시간을 각각 맡길 수 있도록 차등 지원하는 것이다. 우려 속에 강행된 정책은 그러나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민폐 제도로 주저앉은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으로 달라진 것은 전업주부들의 맞춤반 자녀들이 등하원하는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진 것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높다. 바뀐 정책이 맞춤반 아이들을 오후 3시면 데려가도록 유도한 바람에 아이들은 낮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기가 애매해졌다. 전업주부들이 ‘긴급 보육 바우처’를 너나없이 쓰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에서다. 이 제도는 전업주부가 급한 사정이 생겨 아이를 제때 데리러 가지 못할 때를 대비해 한 달에 15시간씩 추가 위탁할 수 있게 하는 돌봄 서비스다. 낮잠을 자거나 오후 간식을 먹는 아이를 중간에 데려오기 난처하니 이 서비스로 위탁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엄연한 편법을 어린이집이 버젓이 권유하고, 정부 당국도 달리 방책이 없으니 모른 척해야 하는 현실이다. 당장 “바우처 안 쓰면 바보”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맞춤반 보육료를 줄이는 차등 지원으로 올해만 375억원쯤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애초 보건복지부의 계산이었다. 그런 것이 시행 하루 전날까지 현장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해 결국 말짱 도루묵의 상황을 만들었으니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혹 떼려다 혹만 더 붙였는데도 현장 혼란에 속수무책인 복지부가 딱하다. 종일반 아이들만 별도 위탁하는 어린이집 설치가 대안으로 거론될 판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에 옥상옥(屋上屋)의 보육 프로그램이 또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책 시행 전 복지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몇 번이나 열었는지 새삼 궁금하다. 차등 지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책이 민생을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불합리한 부분이 수습될 수 있도록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 [메디컬 인사이드] 과잉 진단 논란 갑상선암, 정말 착한 암일까

    [메디컬 인사이드] 과잉 진단 논란 갑상선암, 정말 착한 암일까

    갑상선암 수술 기준 ‘크기+α’역형성암 환자, 사망 위험 높아갑상선 기능 살리는 것이 트렌드 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이나 ‘거북이 암’으로 불립니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1995년 갑상선암 환자 5년 생존율은 94%였습니다. 2013년에는 100%로 늘었습니다. 그래서 논쟁도 많습니다. 과잉진단과 과잉수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미국 갑상선학회(ATA)는 종양의 크기가 1㎝ 미만인 갑상선암은 굳이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확정했습니다. 그래도 환자들은 불안해합니다. “아무래도 암인데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어떤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할까. 갑상선암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3일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갑상선암은 초음파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환자에게 확진을 위한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모두 종양 크기가 1㎝ 이상일 때만 조직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한갑상선학회는 종양 크기가 1㎝ 미만이라도 일부 환자는 조직검사가 필요하다는 세부 기준도 갖고 있습니다. 권형주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는 “종양 크기가 작아도 목에 방사선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 소아기부터 청소년기 사이에 전신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경우, 갑상선 호르몬 ‘칼시토닌’ 수치가 기준을 넘어설 때, 가족 중에 갑상선암 환자가 있을 때는 가급적 조직검사를 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음파 검사상 악성종양 의심 소견이 있을 때도 조직검사를 권할 수 있습니다. 권 교수는 “종양이 조직 깊숙이 파고든 모양이나 조직이 딱딱해지는 석회화 현상이 보일 경우, 종양이 주변부를 파고드는 모양이거나 어두운 색상일 때와 같은 기준이 있다”며 “이런 기준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이면 조직검사를 권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엄격한 진단에 환자 2년새 1만여명 줄어 조직검사에서 악성 종양으로 진단되면 일단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의료진이 무턱대고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크기가 1㎝ 미만이거나 신경, 기도 등의 조직과 가깝지 않은 종양,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가족력이 없는 환자는 병의 경과를 더 관찰한 다음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의료진과 환자의 신중한 선택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08~2014년 갑상선암 수술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2만 4895명에서 2012년 4만 478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4년 3만 2711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갑상선(샘)은 나비 모양의 가로 길이 4㎝에 불과한 작은 기관이지만 신진대사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심장박동과 체온, 호흡, 위장운동을 실시간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장기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수술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단, 종양의 크기가 4㎝를 넘어서거나 주변 조직을 크게 침범한 경우 림프절 전이나 외부 장기 전이가 있을 때는 갑상선 조직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권 교수는 “5~6년 전만 해도 환자의 80~90%가 갑상선 전(全) 절제술을 받았지만 지금은 50대50 정도”라며 “종양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고, 전이 가능성이 낮다면 굳이 조직을 모두 절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두암 90% 최다·역형성암 가장 위험 갑상선암을 치료하려면 암의 종류와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종양이 하나의 종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4가지입니다. 우선 갑상선 호르몬 분비 조직에서 생겨 ‘분화암’으로 불리는 ‘유두암’, ‘여포암’이 있습니다. 미분화암인 ‘역형성암’, 칼시토닌 생성 조직에서 생기는 ‘수질암’도 있습니다. 송정윤 강동경희대병원 여성외과 교수는 “유두암이 가장 흔해 90% 이상을 차지하고 여포암 5%, 수질암 1~2%, 역형성암 1~2%, 기타 림프종 등은 1% 미만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암이 양호한 경과를 보일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두암은 림프절 전이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일부 환자에서는 림프절 절제술을 동시에 시행합니다. 여포암은 림프절 전이 위험이 낮은 대신 진단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대체로 이들 암은 수술 후 예후가 좋습니다. 수질암은 유전 영향이 있습니다. 수질암 환자 중 20~30%는 가족 중에도 갑상선암 환자가 있다고 합니다. 송 교수는 “가족성 수질암은 ‘레트’(RET)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질암은 성장이 느리긴 하지만 다른 장기로의 전이나 재발 위험이 비교적 높습니다. 수술 후 방사성치료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전이를 막기 위해 비교적 많은 부위를 절제하게 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역형성암입니다. 권 교수는 “역형성암은 전이가 없을 때 생존 가능 기간이 평균 6개월,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3개월에 불과하다”며 “더 중요한 사실은 역형성암의 70~80%는 유두암이나 여포암이 진행돼 생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한갑상선학회 등 관련 학계가 갑상선암을 수술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기 발견해 수술하는 환자가 많아 극단적인 사례가 크게 드러나진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조사에서는 저위험군 갑상선암 환자는 20년 이상 생존율이 98%인데 반해 고위험군은 20년 이상 생존율이 50%에 불과했습니다. 권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 합병증은 1~2% 수준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면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며 “10년에 10% 정도에서 재발해 다른 암에 비해 재발 위험이 높긴 하지만, 조기에 치료하면 생명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발병 원인·예방법 아직 못 찾아 갑상선암은 의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권 교수는 “과음이나 비만이 관계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가설일 뿐 확실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갑상선암을 완벽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뚜렷한 증상이 없습니다. 쉰 목소리가 나거나 목에 혹이 만져지는 증상, 음식을 삼키기 곤란할 정도로 목이 붓는 증상은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민간요법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송 교수는 “목 부위 고용량 방사선 노출을 피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3~6개월 뒤 재발을 막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합니다. 환자들은 평균 2회까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수질암과 역형성암 환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가 없습니다. 권 교수는 “치료 전에는 김, 미역, 파래, 다시마 같은 음식을 제한하지만, 이후에는 편하게 먹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갑상선 조직을 모두 절제하면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잘 복용하면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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