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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안 한다던 여권 ‘잠룡’ 유시민, 팟캐스트 개시

    정치 안 한다던 여권 ‘잠룡’ 유시민, 팟캐스트 개시

    “노무현 전 대통령 비방 ‘가짜뉴스’ 대응 혹세무민 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 일각 정계복귀 신호탄 해석엔 ‘손사래’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여권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방하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직접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한다. 여권 잠룡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유 이사장이 팟캐스트 방송으로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추계예술대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서 “재단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하나 하기로 했다”며 “진행은 제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근거 없이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비방하는 데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며 “성명을 낸다고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된다고 해서 시작해 볼까 한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제가 어용지식인 은퇴를 비슷하게 했는데 여기서 다시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큰 관심 갖는 국가 정책 이슈 보도를 챙겨 보고 있으면 깝깝하다”며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혹세무민 보도가 넘쳐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해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계복귀 선언이 아니냐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유 이사장은 “제가 이걸 하면 또 ‘정치복귀 몸풀기’ 보도가 나올 거 같다”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서 대선주자 여론 조사할 때 넣지 말라는 본인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안내문을 언론사에 보내 달라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보해양조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데 대해 그는 “그 회사 대주주가 괜찮은 일을 하려고 해서 도움이 될까 맡은 것”이라며 “제가 선거에 나갈 것도 아니고 저를 그만 좀 괴롭혀라”고 밝혔다.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최근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유 이사장을 꼽으면서 유 이사장이 원하지 않더라도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한국은 불법 쓰레기 수출국] 허술한 통관에 판치는 브로커… 쓰레기, 플라스틱 명찰달고 수출

    [한국은 불법 쓰레기 수출국] 허술한 통관에 판치는 브로커… 쓰레기, 플라스틱 명찰달고 수출

    “브로커들은 상품코드를 플라스틱으로 속여 물류업체에 전달하죠. 플라스틱과 다른 이물질들이 섞여 있어도 세관에서 걸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불법 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떠넘기는 셈이죠.” 8년여간 재활용업계에 몸담았던 김상돈씨(가명)는 16일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이 수출품으로 둔갑해 해외로 보내지고 있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다가 현지 세관에 적발된 폐기물만 6500t에 달했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불법 수출되는 폐기물이 연간 20만t에 이른다”며 “한 번에 벌크선으로 2만t씩 내보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수거·선별·재활용을 맡은 민간 업체가 보조금에 의존해 생명력을 유지하는 지금의 ‘재활용 체계’를 손보지 않는 한 불법 폐기물 수출이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통관을 강화해 수출 길이 사실상 막혔지만 통관이 느슨해지면 ‘저렴한 폐기 비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전까지 국내 어딘가에 불법 쓰레기 집하장을 조성하거나 불법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재활용 폐기물처리 시장은 ‘흑자’가 나야 생존할 수 있는 민간 영역이다. 폐기물관리법 제14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일반 생활폐기물과 달리 분리 배출되는 재활용품들은 민간업체가 수거해 선별업체에서 분류하고 재활용업체에서 다시 제품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선별 후 나온 잔재 폐기물’이다. 잔재 폐기물은 선별업체들이 재활용할 수 있는 폐기물을 골라내고 남은 것을 의미한다. 전체 수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용할 수 없으니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선별업체들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재활용업체에 넘긴 실적을 바탕으로 환경부 산하 법인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서 보조금을 받지만 잔재 폐기물 처리에 대한 보조금은 없다. 결국 잔재 폐기물은 선별업체의 ‘혹’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보통은 잔재 폐기물을 지자체 매립장과 소각장 등에 보내 국내에서 처리하는 게 ‘적법한 절차’이지만 처리 비용이 t당 15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해외로 몰래 빼돌리는 방법은 이보다 싼 10만~12만원 수준이다. 한 선별장에서 1년에 1만t 정도를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김씨는 “잔재 폐기물을 싸게 처리하려다 보니 편법과 탈법이 발생한다”며 “재활용업체들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선 해외로 불법 수출되는 폐기물이 사라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활용할 수 없는 폐기물의 해외 수출에는 먹이사슬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수출품에 대한 통관 조사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제도적 맹점도 악용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폐기물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홍 소장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민간 선별업체에 접근해 12만원 정도의 처리 비용을 제시하고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을 수거해 간다. 브로커는 몇 단계를 거쳐 화주를 대신해 수출 업무를 처리하는 ‘포워딩 업체’로 보낸다.이 과정에서 수출신고필증은 잔재 폐기물이 아닌 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으로 둔갑한다. 폐기물은 규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처리를 통제하는 ‘바젤협약’에 따라 유해 폐기물을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게 금지돼 있다. 현재 환경부는 수출입폐기물 포털시스템인 ‘올바로 시스템’에서 수출입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다. 수출입 폐기물은 바젤협약으로 수출할 수 없는 ‘수출입 규제 폐기물’과 관리에 따라 수출할 수 있는 ‘수출입 관리 폐기물’로 나뉜다. 브로커들이 잔재 폐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것은 환경부에 폐기물을 수출 신고하는 과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신고증명서를 제출하고 조건을 갖추면 수출 허가가 나온다”면서 “현장 확인은 첫 승인 후에만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세관도 컨테이너를 검사하지만 수출품인 데다 반입국의 ‘수입자’가 명시돼 있고, 무게가 맞으면 별다른 조사 없이 그대로 통관시키고 있다. 특히 선별 조사에 대비해 컨테이너 문쪽에 정상적인 플라스틱 제품을 놓고 뒤쪽에 폐기물을 숨기는 ‘커튼 치기’ 수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쓰레기 처리시설이 부족하고 선별업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것도 불법 수출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지적된다. 홍 소장은 “선별장에서 얼마만큼의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이 나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잔재 폐기물의 양을 허위로 신고하고 나머지는 싼값에 해외로 빼돌리는 게 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불법 쓰레기 수출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수출국은 오명을 쓰게 되고, 반입 국가는 처리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재활용 수출품’이라는 말만 믿고 물건을 받아들인 포워딩업체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브로커들은 포워딩업체의 거래 특성을 노렸다. 포워딩업체는 통상적으로 ‘후불’로 거래를 진행한다. 현지에서 수입자가 물건을 인수하면 운송 대금을 지급받는 체제다. 통상 운송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컨테이너 안의 물건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후불로 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일은 드물다. 컨테이너 운송비가 300만원 정도인데 운송비보다 컨테이너 안 물건의 가격이 적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내용물이 폐기물이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물건을 인수하면 오히려 처리 비용까지 떠안게 돼 피해액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동남아 국가 세관의 검사가 강화되면서 폐기물이 발각돼 컨테이너가 통관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적발된 한국발(發) 폐기물 사태가 대표적이다. 결국 포워딩업체는 물건 값도 받지 못하고, 수출한 현지에서 폐기물까지 처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한국의 브로커는 이런 상황까지 노리고 포워딩업체에 접근해 ‘통관 브로커’를 소개해준다. 컨테이너가 항구에 오랜 시간 체류하면 여기서 나오는 ‘지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더욱이 해운업체에서 컨테이너를 빌려 물품을 운송하기에 컨테이너를 반납해야 하는 업역 특성상 브로커의 이런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을 우려한 포워딩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브로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에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을 수출하고 통관조차 하지 못한 A포워딩업체는 통관 브로커 비용으로 3000만원, 폐기물 처리 비용으로 2000만원을 지불한 후에야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 폐기물 관리를 총괄하는 환경부는 이런 불법 쓰레기 수출 과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 불법 수출하다가 적발된 재활용 업체를 예외적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불법 쓰레기 수출이 적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재활용업체가 매우 드문 경우”라면서 “현재로서는 다른 불법 수출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막 내리는 홍영표·김성태 ‘7개월 투톱’…12월 국회는 빙하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군소 정당과 입장 차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와 회동도 취소 野 3당 선거제 개혁 논의 임시국회 요구 지난 5~12월 국회 협상 파트너로 한솥밥을 먹어 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투톱 체제’가 약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공교롭게도 이들 원내대표 임기의 시작과 끝은 단식과 함께하는 모양새가 됐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1일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를 마친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김 원내대표를 찾았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9일째 곡기를 끊고 있었다. 같은 노동계 출신으로 김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홍 원내대표는 “선거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왔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니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설득했다. 11일 임기를 마치는 김 원내대표는 7개월 만에 본인이 단식 농성장을 찾는 입장이 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 3당의 선거제 개혁 요구를 외면한 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자 71세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단식 중인 손 대표를 찾아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가동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임기가 조금 더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예산 처리 과정에서 야 3당이 함께하지 못한 부분에 아픔이 있다”며 “70세가 넘은 손 대표와 이 대표가 단식하고 있지만 제1야당으로서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혹한 속에 야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듯 12월 국회는 그야말로 빙하기다. 예산안 처리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하는 군소 정당과 원내 제1·2당의 입장 차는 크기만 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여야 5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었지만 바른미래당 등이 불참 의사를 전하며 연속 회동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국회를 원하고 있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은 안정적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할 수 있도록 12월 임시국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항의 방문한 뒤 “단 하루만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민주당이 과연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예산처리 과정에서 상임위가 무력화된 만큼 시스템 복원을 위한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내가 학교를 다닐 때(30여년 전쯤)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욕의 의미로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학교에선 유대인이 모욕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고, 유대인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조차 유대인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독일 외교관 펠릭스 클레인, 50세) “교실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반(反)유대인 정서를 가르칠 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유대인이라는 단어가 욕설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계 사회 교사 미할 슈바르츠, 42세) 1945년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은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또다시 반(反)유대주의가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CNN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반유대주의학술정보원(RIAS)은 지난해 베를린에서만 유대인 혐오 사건이 전년보다 61% 많은 947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이 언어폭력이었지만 신체적 폭행도 18건에 달했다. 한 16세 소녀는 학교 친구로부터 “유대인에게 가스를!”이라는 말을 들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발로 차이고 공기총에 맞은 14세 소년도 있다. 무슬림 이민자 늘면서 증오 범죄 확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악몽이 각인된 유럽 사회에서 그동안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금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홀로코스트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옛 조상의 땅에 강력한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시오니즘)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슬람권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유대주의도 확산됐다는 논리가 제기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유럽 내 무슬림 인구는 1950만명으로 전체 유럽 인구의 3.8%였지만 2016년 2577만명(4.9%)으로 증가했다. 프랑스(8.8%), 스웨덴(8.1%), 영국(6.3%), 독일(6.1%) 등은 이슬람권 인구가 5%를 넘는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기조를 강화하자 분노한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반유대주의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파리 근교 도시 사르셀에서 한 여덟 살 유대인 남자아이가 10대 청소년 두 명에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소년들은 종교시설로 향하던 소년이 ‘키파’를 쓴 모습을 보고 길에 쓰러뜨린 뒤 주먹으로 때린 뒤 달아났다. 키파는 유대교 남성들이 쓰는 모자다.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해 ‘작은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사르셀에서 이런 폭행사건이 일어난 데 프랑스 유대인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유대인 인구가 1만 5000여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도 지난해 12월 9일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유대교 회당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10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홀로코스트 기억하는 세대 줄어…교사들도 곤혹 하지만 유럽을 휩쓰는 반유대주의가 온전히 유럽 내 이슬람 인구의 급증 때문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유럽인들 마음속에 내재된 반유대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영문 매체 ‘더로컬’은 독일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2015년 독일 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1366건 가운데 78건만 이민자들의 소행이고 1246건은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반유대 증오범죄 1453건 중 1377건이 극우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후 70년이 지나도 네오나치 등이 발호하는 등 반유대주의 정서가 독일인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음을 반영한다. 독일에서 유대인 증오가 확산되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CNN 조사에 따르면 독일 18~34세 성인의 40%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거의 알지 못한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반 이민, 독일우선주의 등을 기치로 하는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열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독일 학생들은 14~15세 때 제3제국(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배운다. 교육 과정에는 인근 포로수용소 현장 학습도 포함된다. 하지만 베를린 상원 교육국의 사라야 고미스 차별조사위원은 “요즘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는 그저 과거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유대주의가 퍼지면서 독일 교사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베를린 중·고등학교 선생님인 유대계 레이첼(가명)은 지난해 학생들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학교를 옮겼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 “학생들은 교과서에 하켄크로이츠(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그렸고, 수업시간에는 나에게 ‘이봐, 유대인!’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특히 유럽 내 우파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지난해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는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논란이 됐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7월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권이 유대인 1만 3000명을 억류했다 나치 수용소로 보낸 일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자유당의 우도 란트바우어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의원은 올해 초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의 부의장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가 행사 때 쓰는 ‘나치 노래책’에 유대인 학살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했다. 유럽인 28% “유대인이 경제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 행사한다” 미국의 유대인 전문 매체 ‘포워드’는 이런 반유대 정서가 전통적인 ‘음모론’, 즉 유대인이 인류에 기생해 인류를 해치려 한다는 뿌리 깊은 유럽인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징조라고 평가했다. 유대인들은 로마 시대 이후 유럽에 흩어져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일이 금지돼 주로 상업·금융업 등에 종사했다. 이로 인해 다른 민족을 깔보고 돈만 밝힌다는 편견과 함께 미움을 샀다. CNN이 지난달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7 개국에서 709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44%의 유럽인들이 반유대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럽인의 28%는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포함한 경제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20%는 유대인의 정치·언론계 파워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으로 유대인을 꼽았다.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약 5%의 유럽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4%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점유할 자격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응답자의 32%는 이스라엘 때문에 유대인이 싫다고 말했다. 약 31%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고, 약 28%는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악행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분출되는 반이스라엘 정서와 극우 민족주의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반유대주의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유럽에서 지금과 같은 난민 유입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무슬림 인구는 75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계기로 EU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EU가 추구하던 자유주의적 관용의 가치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고개 기울어져 도움이 필요했던 유기견, 세 여성 덕에 웃다

    고개 기울어져 도움이 필요했던 유기견, 세 여성 덕에 웃다

    늦은 밤, 길거리에서 떠도는 개를 돕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우는 사람은 흔치 않다. 30일(현지시간) 미 동물 전문매체 더 도도에 따르면, 밤 10시, 유기견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단체(At-Choo Foundation) 대표 일레인 시먼스, 레베카 알타미라노와 힐다 토레스 세 여성은 멕시코 티후아나에 임시로 마련한 중성화 클리닉에서 막 자원봉사를 끝내고,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때, 도로 한복판을 총총 걸음으로 지나가는 유기견 두 마리가 토레스의 눈에 들어왔다. 한 마리는 몸이 좋지 않아보였는데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데다 귀 아래 혹처럼 보이는 덩어리도 있었다. 토레스는 개들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황급히 차를 세웠다. 같이 차에 타고 있던 시먼스는 “차 속도를 줄이자 우리 쪽으로 개들이 다가오더니 토레스가 차에서 내리니까 도망가기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먼발치서 침착하게 기다리자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진 개 한마리가 결국 걸음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담요로 그 개를 감싸서 차에 태웠고, 곧장 수의사에게 달려갔다. 개가 어떤 연유로 길거리를 전전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의 애완견이었던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개에게 ‘토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시먼스는 “유기견들의 평균 수명은 3살인데, 토미는 9살이었다”면서 “그동안 잘 먹고 지낸 것 같았고, 몸도 청결한데다 피부병도 없었다”며 “그래서 우리는 아마 주인이 토미를 더 이상 원하지 않아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 진료소에 도착한 토미는 걱정과 달리 사람들을 잘 따랐다. 수의사는 “토미가 다른 개에게 공격 받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귀 도관이 손상됐고, 그의 신경을 갉아먹는 감염으로 인해 머리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전했다.머리, 얼굴과 목 부분 전체에 혹도 있었지만 토미는 한 번도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진찰대에 얌전히 앉아 자신이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를 아는 듯했다. 시먼스는 “토미가 완쾌하면 미국으로 데려가 가족을 찾아줄 것”이라며 “다시는 길거리로 보내지 않을 것, 그것이 치료를 참고 견딘 토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보상”이라고 밝혔다. 사진=더도도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대통령은 동분서주, 직원들은 비위 의혹…靑 대대적 쇄신 목소리

    대통령은 동분서주, 직원들은 비위 의혹…靑 대대적 쇄신 목소리

    靑, 특별감찰반 비위 행위 11월 초 인지 수사권 없어 檢 이첩… 文대통령에 보고 ‘주중 단체 골프’ 의혹엔 靑 “오보” 부인 민정실 다른 직원들의 주말 골프는 확인 檢, 향응 가능성 등 골프비용 추적 예정 靑, 김 수사관 ‘승진 셀프인사’ 포기시켜청와대 일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경제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정작 대통령을 실무적으로 보좌해야 할 청와대 직원들은 안이하다는 방증이어서 일벌백계 차원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순방길에 오른 사이 불거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직원들의 비위 의혹은 충격적이다. 공직자의 비위를 감찰할 임무를 맡은 이들이 되레 비위 행위를 저지른 셈이기 때문이다. 물의를 일으킨 특감반원들은 여당 출신이 아니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이들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을 지휘·감독해야 할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부적절한 골프 회동 의혹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 소속 김모 수사관의 비위를 청와대가 처음 인지한 것은 11월 초다. 검찰 출신의 김 수사관은 경찰청에 지인의 뇌물사건을 캐물은 것이 드러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로부터 감찰을 받았다. 감찰 과정에서 김 수사관이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동료 특감반원들과 부적절한 골프 회동을 가졌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청와대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원 전원을 지난달 29일 원래 소속된 기관으로 복귀 조치하면서 소속청에 진상을 조사해 징계 등의 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수석은 지난달 30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특감반 중 일부가 비위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특감반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달 14일 김 수사관에게 검찰 복귀 지시를 내리고 검찰에 감찰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끝까지 조사하지 않은 것은 강제수사권과 징계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중 특감반원의 비위 연루 의혹에 대한 상황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 골프 의혹 일부 언론은 김 수사관과 반부패비서관실 동료 특감반원들이 주중 근무시간에 단체로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단 “오보다.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들이 부적절한 ‘골프 향응’을 받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골프 비용을 추적할 예정이다. 한 매체는 감찰 도중 김 수사관이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과도 골프를 친 정황이 드러났으나 근무 시간이 아닌 주말에 했다는 점, 경비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민정수석실 소속 다른 직원 일부도 주말에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안별로 평가해 소속청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지위 악용 셀프 인사 의혹 6급인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으로 일하다 다른 정부 부처로 승진하려고 시도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그는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방직 5급 사무관 공모가 나오자 응모했다. 과기부는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의 감찰 대상으로, 김 수사관이 ‘인사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과기부 5급 채용에 지원한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인지하고 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해 지원을 포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동물의 사생활’ 혹등고래 마주한 이하늬 “모성애에 감동”

    ‘동물의 사생활’ 혹등고래 마주한 이하늬 “모성애에 감동”

    ‘동물의 사생활’ 이하늬와 성열이 드디어 혹등고래와 마주한다. KBS2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하 ‘동물의 사생활’)은 스타들의 동물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광경, 스타들의 좌충우돌 다큐멘터리스트 도전, 그리고 동물과 인간의 교감과 공존을 이야기하며 금요일 밤 힐링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지난 방송에서는 이하늬, 박진주, 인피니트 엘, 성열은 혹등고래의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첫 항해를 떠났다. 드넓은 남태평양 한 가운데, 보이는 건 수평선뿐인 망망대해에서 혹등고래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거친 파도, 끝없는 기다림과 싸워가며 혹등고래와 만나기만을 기다린 멤버들. 그러나 아쉽게도 첫 수중 촬영은 실패로 돌아가 아쉬움을 남겼다. 30일 방송되는 ‘동물의 사생활’ 2회에서는 이하늬, 박진주, 엘, 성열이 그토록 기다리던 혹등고래와의 만남이 그려질 전망이다. 특히 이하늬와 성열은 다시 한번 수중 촬영에 도전해, 혹등고래 모자(母子)의 모습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사전 인터뷰에서 이하늬는 이번 다큐멘터리에 혹등고래 모자가 나란히 유영하는 모습을 찍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던 바. 이날 이하늬와 성열은 어미 혹등고래와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혹등고래 모자와 마주했다. 자연이 허락한 감동적 광경에 멤버들은 모두가 뭉클함을 쏟아냈다는 전언이다. 혹등고래를 만난 후 이하늬는 “너무 짠했다. 엄마가 새끼를 보호하는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가슴 울컥한 광경을 생생히 전했다. 실제 혹등고래의 거대한 크기에 깜짝 놀란 성열은 “정말 어마무시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장면과 마주한 멤버들. 혹등고래의 모성애에 압도당한 이들의 모습이 상상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동물의 사생활’ 2회에서는 타히티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혹등고래가 선사할 경이로운 장관부터 혹등고래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까지 펼쳐져,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자연이 허락한 신비롭고 장엄한 볼거리를 담아낸 ‘동물의 사생활’ 2회는 오늘(30일) 밤 8시 55분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우리들의 밧모섬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우리들의 밧모섬

    로마시대 정치범을 유배 보내던 에게해의 파트모스섬은 세계에서 ‘유배로 악명 높은 10개의 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기독교인들에게는 ‘밧모’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며, 로마 황제가 사도 요한을 유배 보낸 곳으로 유명하다. 사도 요한은 이곳에서 ‘요한계시록’을 썼고 그래서 유네스코(UNESCO)에서는 1999년 ‘성 요한 수도원과 파트모스섬 요한계시록 동굴’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마르틴 루터는 1520년 로마 가톨릭교회로부터 파문을 받고 바르트부르크성에 숨어서 지냈다. 이곳에서 루터는 질병과 두려움에 시달리며 교황에서 벗어난 그리스도교를 구상했고, 성서를 번역했으며, 방대한 저작물들을 남겼다. 이곳에서 루터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열정과 집중력을 발휘함으로써 일약 그리스도교 사상의 정점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루터는 바르트부르크성을 “나의 밧모섬”이라고 불렀다. 한말의 3대 시인이었던 강위는 제주 유배 중이던 김정희를 찾아가 보고 “달팽이집에서 10년간 가부좌를 트셨다”(蝸廬十載跏趺膝)며 스승의 유배지를 ‘달팽이집’에 비유했다. 윤선도 역시 ‘어부사시사’에서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이 둘러 있다”고 하면서 작고 누추한 자신의 유배지를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니까 김정희나 윤선도에게 달팽이집은 그들의 ‘밧모섬’이었던 셈이다. 로맹 가리는 가장 권위 있는 프랑스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1956년에는 본명으로, 1975년에는 가명으로 2회 수상했던 특이한 작가다. 그는 굴레를 벗은 자유로운 말이라는 뜻의 ‘시마론’이라는 별장에서 온종일 글을 썼다. 그런데 하수구를 별장 근처에 만들려 하자 홧김에 그 집을 팔아 버린다. 그 후로 그는 햇볕이 작열하는 또 다른 은신처를 찾아 끊임없이 헤맨다. 그의 ‘밧모섬’을 찾아 헤매었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각자의 ‘밧모섬’이 필요하다. 적어도 ‘다른 길과 다른 가치와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을 원한다면 자신의 ‘밧모섬’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연암 박지원은 “경조사도 폐하고 혹 며칠씩 세수도 않고 혹 열흘간 망건도 쓰지 않고 지냈다”고 했다. “잠이 오면 자고, 깨면 책을 보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막 배운 악기를 연주하기도 하고, 어쩌다 친구가 술이라도 보내오면 마시고 취하기도” 했다. 이렇게 무엇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두지 않고, 몸과 마음이 하자는 대로 지내는 동안 박지원은 이용후생학(利用厚生學)이라는 다른 상상을 할 수 있었다. 혼자 있으면 쓸쓸하다고 이를 달래기 위해 ‘쓸쓸비용’을 지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 써도 되지만 혼자인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쓰는 것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그렇다. 1인 가구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팽창 중이다. 이런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밧모섬에서 쓸쓸함을 이겨 내는 사람들도 많다. 도서관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들이 그들 중 하나다. 나만의 서재, 나만의 작업 공간으로 느껴져 자주 찾는다는 그들에게 도서관이야말로 나의 ‘밧모섬’인 것이다. 이렇게 각자의 ‘밧모섬’에서 소위 ‘셀프 유배’를 하는 동안 어느덧 ‘다른 길과 다른 가치와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을 하게 됨은 물론 더욱이 몸과 마음도 따라서 건강해지니 놀랍고 신기한 일일 수밖엔 없다. 그래서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도 “유배 와서야 세상사 끊고 기쁨 얻었네”(謫來?喜世情?)라고 했었는지도 모른다. 한 해가 화살처럼 가는데 더 늦기 전에 각자의 밧모섬에서 제대로 기쁨을 맛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 권위 회복하려던 ‘조선의 주자’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 권위 회복하려던 ‘조선의 주자’

    “우리나라는 작고 힘이 약하여 비록 큰일을 할 수는 없으나 항상 ‘억울함과 애통함을 품은 채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을 그대들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천지가 만물을 낸 것이나 성인이 만사에 응하는 것은 오직 ‘올곧음(直)’일 뿐이었고, 공자와 맹자 이래로 전해온 것도 오직 올곧음뿐이었다. 주자가 임종시에 문인들에게 고했던 말씀도 이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니, 제군들은 기억하도록 하라.” -윤봉구가 지은 송시열 묘지(墓誌)송시열이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훈계한 내용이다.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주자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것, 그 가르침은 바로 타협하지 않는 ‘올곧음’이라는 것이다. 송시열의 일생의 좌우명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위기의 시대에 어젠다를 제시하다 우암(尤菴) 송시열(宋時烈·1607~1689년)은 효종, 현종, 숙종 3대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치인이자 학자이다. 병자호란 때 나라의 치욕을 목도한 이후 송시열은 벼슬할 생각을 접고 산림에 은거해 학문에 몰두했다가 효종 때에 올린 ‘기축봉사’와 ‘정유봉사’를 통해 이후 나라가 지향해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암은 여기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학문적 성과를 드러낸다. 그 내용은 세제를 바로잡고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할 것, 궁궐과 신하들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 궁중의 사치를 금하고 검약을 실천할 것, 내수사를 혁파할 것, 왕이 학문에 힘쓸 것, 속오군이나 대동법 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시행할 것, 공자-주자로 이어지는 학통을 확립할 것, 북벌을 위해 내정을 개혁할 것 등이다. 구체적인 정책뿐 아니라 병자호란 이후 무너진 국가의 기강을 다시 세우고자 북벌을 제시하고 주자학을 이념화해 사상을 단속함으로써 기존의 권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 것이다. 병자호란은 임진왜란 때보다 지배층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전 국토가 유린당한 사태는 왜란 때보다 덜했다. 그러나 왕이 직접 항복했다는 치욕과 정신적 지주인 명나라의 멸망으로 사대부 층에서는 기존의 가치와 권위가 흔들리는 혼돈을 겪었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무엇을 제안해야 할 것인가. 주자를 깊이 연구해왔던 송시열은 오랑캐의 위협 하에 있는 당시 조선의 상황이 주자가 처했던 남송시대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리하여 대외적인 문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 학문 등 모든 방면에 걸쳐 주자의 권위와 의리를 내세워 주장하게 된 것이다. #이적을 물리치려면 내치부터 닦아야 ‘송시열’ 하면 ‘북벌론’을 떠올린다. 그는 병자호란으로 땅에 떨어진 나라의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중화를 존숭하고 이적을 물리쳐야 한다(존왕양이·尊王攘夷)’라는 명분을 시대의 사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송시열의 북벌론에 관해서는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많이 한다. 한편으로 ‘효종은 진심이었으나 송시열은 명분만 동조했을 뿐 실제 결행 의지는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송자대전’을 보면 송시열의 처지에서 북벌은 언제나 내치의 수행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정사를 잘 수행하여 이적을 물리친다는 것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공자가 ‘춘추’를 지어 ‘대일통(大一統)’의 의리를 천하 후세에 밝히셨으니, 혈기를 지닌 자라면 중국을 존숭해야 하고 이적을 추악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중략)…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 오랑캐는 군부의 큰 원수이니 맹세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라고 마음을 굳게 정하여 원한을 잊지 말고 원통함을 품고서 공손한 언사 속에 분노를 더욱 깊이 감추고 예물을 바치는 중에 와신상담하는 마음을 더욱 절실히 가지십시오.” -‘기축봉사’ 효종: 내가 밤낮으로 애써 생각하는 것은 오직 병력을 기르는 일이오, 경이 전에 말하기를 ‘병력을 기르는 일과 백성을 기르는 길은 반드시 서로 방해가 된다’ 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방해가 되지 않겠소? 송시열: 그것은 신의 말이 아니라 바로 주자의 말씀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재력에 관계되는 것을 일절 함부로 쓰지 말고 모두 군수(軍需)로 돌리면 군수가 점차 넉넉해질 것입니다. 효종: 주자의 말씀은 과연 하나하나 모두 행할 수 있는 것이오? 송시열: 옛 성인의 말씀에는 간혹 시대와 형편이 달라 시행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주자의 말씀은 시대와 형편이 지금과 매우 가깝고 또 주자가 만났던 시대상도 오늘날과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신은 그 말씀을 하나하나 모두 행할 수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대설화’ 명나라를 존숭한다는 것은 단지 사대의 의리나 임진왜란 때 구원해준 의리 때문만이 아니다. 명나라는 중화라는 문명의 상징, 정주학이라는 도학의 근원지로 사대부층에는 정신적으로도 부모의 나라였다. 따라서 북벌론은 당시의 급격한 상실감을 메우고 자존심을 부지해주기 위한 하나의 치유책으로 일정한 역할이 있었다고 보인다. 즉 송시열에게 북벌은 실행 가능성의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흩어진 민심을 단속하고 내치를 다지며 국가의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동력이었다. #주자를 믿고 이단을 물리치라 송시열: 윤휴의 죄 중에는 무슨 일이 가장 큰가? 권상하: 역모죄가 가장 큽니다. 송시열: 그대의 궁리공부(窮理工夫)가 깊지 못하구나. 권상하: 그렇다면 주자를 모욕한 것이 가장 큰 죄입니까? 송시열: 그렇다. 사람치고 성현을 모욕한다면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하겠느냐? -권상하가 기록한 어록 송시열은 주자의 사상이 조선을 이끌어줄 대안이라 여겼다. 그 자신도 주자학에 조예가 깊어 수십 권의 관련 저서를 남겼다. 이러한 주자학에 대한 신념과 타협을 모르는 강직하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주자와 대치되는 학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과 배척을 가했다. 청나라의 현실적 패권을 인정하고자 했던 허적은 역모로 숙청됐다. 경전에 대해 주자의 해석과 다른 해석을 하고 우암의 예설에 반론을 제기했던 윤휴에게는 ‘사문난적’의 이름이 더해졌다. 역모보다 주자를 모욕하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여겼기 때문에 역적의 누명은 후에 신원되더라도 사문난적이란 오명은 벗어날 수 없었다. 심지어 역적을 편드는 무리가 역적보다 더 나쁘다는 논리로 윤선거나 윤증과 불화하여 서인 내에 노론과 소론이 갈라지는 계기가 됐다. 송시열은 숙종 15년(1689년) 사약을 받고 죽었다. 그에 대한 평가도 당파에 따라 극명하게 다르다. 노론이 편찬한 ‘숙종실록’의 송시열 졸기에서는 “송시열이 윤휴와 윤증을 배척할 때에 비록 송시열을 존중하는 자라도 혹 너무 지나치다고 하였으나 그 끝에 가서는 마침내 모두 송시열의 말과 같았으므로 세상에서 모두 그 선견지명에 탄복하였다”라고 했다. 그러나 소론이 편찬한 ‘숙종보궐실록’의 송시열 졸기에서는 “한마디 말이 회덕(懷德·송시열)에서 나오면 사람들이 감히 어기지 못하였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견과 거슬리는 바가 있으면 비록 평생을 복종해 섬긴 자라도 곧 불화하였으니, 의논하는 자가 깊이 이를 근심하였다”라며 그 실상을 보여준다. 숙종 때 당파 간 교체가 있었지만, 영조 이후로 노론이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면서 송시열은 동방의 주자라는 칭송을 받고 ‘대로(大老)’라 불린다. 그리고 그의 노선은 이후 200여년간 노론의 의리가 되었다. 김성애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송자대전’은 왕명으로 편찬·간행… 성에 ‘子’ 붙인 제명 전무후무 문집은 숙종 43년(1717년)과 정조 11년(1787년), 1927년 모두 세 차례 간행됐다. 숙종 때는 활자본으로, 정조 때는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두 번 모두 국가의 지원 하에 왕명으로 편찬하고 간행했다. 특히 정조 때 236권 102책이란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간행한 ‘송자대전(宋子大全)’은 성에 ‘자(子)’를 붙인 제명부터 유례없는 전무후무한 것이다. 문집의 제목은 대개 저자의 호나 시호, 관직명을 붙여 ‘00문집’, ‘00유고’ 등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숙종 때 발간한 ‘우암선생문집’이 그렇다. ‘우암선생’과 ‘송자’라는 명칭은 우암의 공식적인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후 우암의 저서와 행적을 정리하고 편찬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루어져 습유, 속습유, 부록 등을 모두 합치면 261권 113책이란 거질이 된다. 원문은 현재 한국고전종합DB에서 서비스한다. 또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1980년대 ‘송자대전’ 주요 작품을 뽑아 번역해 ‘국역송자대전’을 출간했는데, 현재 완역 중이다.
  • [월드피플+] 유방암 환자에게 모유 기부해 선행 실천한 간호사들

    [월드피플+] 유방암 환자에게 모유 기부해 선행 실천한 간호사들

    ‘선행은 돌고돈다’는 말이 있다. 동료에게 도움을 받은 한 간호사는 암 투병 중인 여성에게 자신의 모유를 기부해 진정한 선행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ABC에 따르면,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케이티 하노버(29)는 지난해 11월 예정일보다 5주나 일찍 딸 매기를 낳았다.미숙아로 태어난 매기는 NICU에서 일주일 가까이를 보냈고, 1개월 더 빨리 출산을 경험한 동료 애비 블랙은 당시 모유가 잘 나오지 않던 하노버에게 자신의 모유를 기부했다. 블랙은 “NICU에서 일하며 모유의 가치와 중요성을 교육받아왔다. 식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기에 모유 기부는 동료를 위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이후 하노버는 자신의 힘으로 딸을 키울 수 있을 만큼 모유양이 충분해지자 자진해서 모유를 기부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같은 병원의 수유 컨설턴트에게 유방암 환자 카타 카터(34)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녀에게 모유를 기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지난 3월 염증성 유방암 진단을 받은 카터는 생후 3개월 된 막내딸 로지에게 모유를 먹이다가 유방에서 혹을 발견했다. 암 진단 즉시 모유 수유를 멈춘 카터는 “암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딸에게 더 이상 모유를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은 더욱 절망적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원 친구를 통해 하노버와 인연을 맺게 된 카터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하노버는 600~800온스(약 17~23kg)의 모유를 가져왔다. 그 후로 몇 개월 동안 동료 블랙에게 받은 모유를 포함해 수백 온스의 모유를 더 주었다”면서 “화학치료 외에 유방절제술과 방사선치료를 겪어야했던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고 말했다.이에 하노버는 “같은 엄마로서 딸에게 모유를 먹일 수 없는 감정을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받은 것을 보답하고 싶었기에 오래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고 답했다. 두 간호사의 모유 기증은 또 다른 연쇄 반응을 일으켰고, 카터의 친구들은 모유 기부 뿐 아니라 모유를 저장할 수 있는 냉동고를 구매해 집에 설치해주었다. 카터는 “지난 7개월 동안 내가 기부 받은 모유만 수천 온스에 달한다”며 “이는 내가 지금껏 받은 소중한 선물들 중 하나다. 가능하다면 받은 호의를 당장 되돌려주고 싶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사진=Community Hospital North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2030 세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한승혜 주부

    얼마 전 작은 소동이 있었다. 오랜만에 친정을 방문한 김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를 타고 돌아오게 됐는데, 내리고 보니 핸드폰이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음식점에 두고 온 것 같아 다시 택시를 타고 가게로 향했다. 물론 핸드폰은 없었고, 한 시간가량 헤매던 끝에 포기하고 귀가했다. 그런데 돌아와서 현관문을 열다가 정말이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온 집안에 불이 켜져 있고, 잠들어 계실 줄 알았던 부모님은 초조하게 거실을 왕복하고 계셨다. 엄마의 한쪽 손에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핸드폰이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알고 보니 핸드폰은 처음 탔던 택시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늦게까지 연락이 없자 부모님이 전화를 거셨는데 다행히 기사님이 받아서 가져다주셨다고. 문제는 핸드폰은 돌아왔지만 정작 한 시간도 더 전에 집 앞에 내려줬다는 핸드폰의 주인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기겁한 부모님은 실종신고를 하러 경찰서로 가기 직전이셨다. 이야기를 듣는데 참으로 민망하고 죄송스러운 한편, 어린아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걱정을 하셨을까 의아함이 들었다. 회사 다니던 때도 회식이다 뭐다 늦게 귀가한 일이 처음도 아니고. 다음날 아침 엄마가 말씀하셨다. 세상이 워낙 험하잖아. 뉴스 보다 보면 온갖 생각이 다 들어. 듣고 보니 걱정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상황이었다. 당장 그날만 하더라도 폐지를 줍던 여성 노인이 지나가던 행인에게 살해당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25일에는 한 남성이 상견례를 앞둔 여자 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전날인 24일에는 남성이 교제하던 여성과 헤어진 후 애인의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모두 만나던 당시에는 ‘멀쩡해’ 보이던 사람들이었다.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사람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르는 남성의 손에 죽은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그 이후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하루 걸러 하루꼴로, 아니 요즘 같아선 거의 매일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 온갖 사건 사고를 접하다 보면 여성으로서 오늘날까지 죽거나 다치지 않고 멀쩡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혹자는 최근의 페미니즘은 성 대결을 유발하며 남녀의 갈등을 조장하는 과격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맞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혹은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장면이 찍힐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 앞에서, 모든 남성이 똑같지 않다는 이야기는, 성별 관계없이 폭력과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문제라는 주장은 얼마나 공허한가. 나는 남성을 미워하지 않는다. 모든 남성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당연히 아니다. 신뢰하는 남성 지인들도 많다. 다만 수많은 남성 중에서 누가 위험한 사람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알아볼 방법을 모르고, 그래서 두려워할 뿐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女기상캐스터를 전사로 만든 한국형 신형 전투장비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女기상캐스터를 전사로 만든 한국형 신형 전투장비

    최근 육군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뭐니 뭐니 해도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그동안 가장 값싼 소모성 전투 자원으로 인식되어왔던 개별 전투원을 정예화해 전투원의 전투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하겠다는 한국형 미래 보병체계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신형 전투복 등 피복류 10종, 신형 방탄헬멧 등 전투장구 10종, K2C1 소총 등 신형 전투장비 13종으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홍보됐다. 일단 이 워리어 플랫폼을 입기만 하면 군대 다녀오지 않은 50대 여성도 특등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육군 측의 주장이었다. 지난 8월, 육군은 자문위원들을 대거 초청해 이 장비의 체험 행사를 가진 바 있었다. 당시 참여한 자문위원들 대부분 10발 중 8~9발 이상이 표적지 중앙에 명중한 사격 결과를 받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바 있었는데, 사실 당시 참여한 대부분의 자문위원들이 과거 사격 교육을 받은 ‘군필자’였기 때문에 “누구든 입기만 하면 특등사수가 된다”는 군 당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워리어 플랫폼이 마치 SF 영화 속의 ‘아이언맨 슈트’처럼 누가 입어도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라면 군사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착용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군 당국 주장대로 입기만 하면 특등사수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육군 측에 공개 실험을 요청했다. 실험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공인 가운데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을 주요 피실험자로, 군대에 다녀온 지 오래된 예비역들을 비교 대상 실험군으로 삼아 실험을 실시했다. 여성 피실험자로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출신 기상 캐스터로 유명하지만 군대라고는 면회도 가본 적 없는 모 방송국 남혜정 기상캐스터가 섭외됐다. 비교 대상 실험군으로는 군 생활 중 소총 사격은 별로 해본 적 없다는 전역 30년차 예비역 병장인 50대 대학 교수, 전역 10년차 예비역 장교인 30대 직장인 각 1명이 섭외됐다. 피실험자 3명은 경기도 모처의 백마부대 실내 사격장에서 사격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K-1A 소총 사격을 먼저 실시했는데, 25m 거리에서 A4 용지 크기의 표적지에 10발을 사격한 결과는 예상한대로 3명 모두 엉망이었다. 생전 처음 소총 사격을 해본 남혜정 기상 캐스터는 단 1발도 표적지에 맞추지 못했다. 심지어 표적은 고사하고 표적지로 사용된 A4용지조차 맞추지 못해 그녀가 사격한 총탄은 모두 엉뚱한 곳에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소총 사격이라는 것이 난생 처음이기도 했고, 170cm의 큰 키에 40kg대 깡마른 체구가 소총의 강한 반동을 제대로 제어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 캐스터가 사격한 총탄은 반동 억제 불량으로 인한 상탄(上彈), 즉 대부분 표적지 상단의 천장이나 벽에 박혀 있었고, 표적지 종이에는 그을음만 잔뜩 묻어 있었다.두 번째 사수로 나선 전역 30년차 50대 대학교수는 군필자답게 비교적 안정적인 탄착군을 보였다. 10발 중 9발이 표적지에 명중했으나, 표적지 중앙의 검은 원(8~10점)에는 단 1발도 맞추지 못하면서 총점 54점을 기록했다. 이 교수는 시력 때문에 표적지가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사격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세 번째 사수였던 전역 10년차 30대 직장인은 가장 최근에 군대를 다녀온 피실험자답게 10발 모두를 표적지에 맞추기는 했지만, 단 2발만 검은 원에 맞췄을 뿐 나머지 8발은 중구난방으로 표적지에 맞춰 총점 56점을 기록했다. 이 직장인 역시 시력 저하로 인해 표적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미필자 0점, 군필자 평균 55점을 기록했던 워리어 플랫폼 미착용 사격 실험 종료 후 피실험자들은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하고 다시 10발 사격에 나섰다. 우선 소총에 워리어 플랫폼 장비인 레일과 3배율 확대경, 도트사이트 및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장착하고 워리어 플랫폼 장구류인 방탄복과 헬멧 등을 착용했다. 장비를 착용한 뒤 동일한 25m 거리 표적에 대한 사격을 실시한 결과는 놀라웠다. 장비 미착용 사격에서 10발 중 2발만 표적 중앙을 명중시켰던 전역 10년차 30대 직장인은 8~10점대 표적지에 10발 모두 명중시키며 85점을 기록했고, 전역 30년차 50대 교수 역시 조준 착오로 인한 3발을 제외한 7발 전부를 표적지 중앙에 명중시키며 70점을 기록했다. 가장 극명한 효과를 보여준 것은 유일한 여성 참가자였던 남혜정 기상 캐스터였다. 장비 미착용 상태에서 단 1발도 표적지 종이에 명중시키지 못했던 남 캐스터는 워리어 플랫폼 장비를 착용하고 10발 모두를 표적지에 명중시켰다. 심지어 10발 중 6발이 표적 중앙에 명중했으며, 이 가운데 4발은 거의 같은 지점에 명중하며 총점 86점으로 단숨에 1등을 차지했다. 0점에서 86점으로 점수가 급상승한 이유는 바로 워리어 플랫폼이었다. 소총에 부착된 수직 손잡이와 신형 개머리판 덕분에 보다 안정적인 소총 파지와 견착이 가능해 안정적인 사격을 도왔고, 3배율 조준경과 도트사이트는 쉽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조준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장비들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는 총이라고는 쏴본 적 없는 가냘픈 체구의 여성이 90%에 육박하는 명중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야간사격이었다. 원래 우리 군의 K2 소총에는 가늠쇠 부분에 야광물질인 트리튬(Tritium)이 삽입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야간 사격 하도록 되어 있지만, 트리튬의 수명이 짧고 발광 능력이 약해 이를 이용해 야간 사격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워리어 플랫폼을 이용한 야간 사격은 주간 사격처럼 표적이 환하게 보이는 가운데 주간사격만큼이나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우선 실내 사격장의 전등을 모두 소등해 칠흑 같은 어둠을 만든 뒤 방탄헬멧에 장착된 야간투시경을 착용, 전원을 켜자 전방이 대낮처럼 밝게 보였다. 소총에 장착된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켜고 표적 중앙에 레이저를 조준한 뒤 방아쇠를 당기자 총탄은 마술처럼 표적지 중앙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격 결과 실험 대상 3명 모두 모두 표적지에 10발을 명중시켰으며, 최고점은 90점, 최저점은 73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워리어 플랫폼은 육군이 구상하는 3단계 발전 구상 가운데 1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육군은 1단계 워리어 플랫폼을 2023년까지 보급해 개선·보완 방향을 모색한 뒤 2026년부터는 개인과 전술지휘통제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동한 3단계 워리어 플랫폼 보급을 시작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3단계 워리어 플랫폼이 전력화될 경우 육군의 보병은 게임 상에서 ‘치트 코드(cheat code)’를 썼다고 표현할 정도의 가공할 전투 능력을 갖게 된다. 일부 게임에서는 게임 중 특정 치트 코드를 입력하면 캐릭터가 무적이 되거나 모든 적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어드밴테이지가 주어진다. 3단계 워리어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워리어 플랫폼 3단계 장비에서는 개인 또는 분대 단위로 지급되는 소형 단말기 화면을 통해 자신과 주변 전장 환경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다. 가령 적이 몇 미터 전방 어느 건물 몇 층 몇 번째 창문 뒤에 숨어있는지, 어느 벽이나 언덕 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단말기 화면에 표시된다. 과거 전쟁처럼 제압사격으로 수백발의 실탄을 낭비할 필요 없이 위치가 파악된 적을 수백 미터 밖에서 고배율 조준경으로 조준해 단발에 제거하거나 지능형 유탄 혹은 아군 지원화력을 요청해 간단하게 제압하면 된다. 이러한 가공할 시스템을 갖추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현재 시스템 기준 개인당 약 600만원이다. 2026년 이후부터 지급될 3단계 Block II형은 헬멧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는 차세대 소총, 일체형 전투복 및 근력증강 시스템 등이 통합되어 있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선진국 유사 체계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시스템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개인에게 엄청난 비용을 써가면서까지 워리어 플랫폼이라는 것을 추진하는 군에 대해 “이번에는 또 얼마를 해 먹으려는 것이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훈련과 정신력으로 극복 가능한 것을 돈으로 메우려는 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워리어 플랫폼은 비용 등 다른 제반 이슈들을 떠나 그동안 사람을 가장 값싸고 무가치한 자원으로 인식해왔던 한국군이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갖기 시작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이 그간의 개혁 시도와 같이 잠깐의 이벤트로 흐지부지되도록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인식 전환과 개혁 시도는 오랫동안 ‘괴짜’나 ‘파격’의 꼬리표를 달고 비주류 취급을 받았던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등 소장파 장성들이 육군 수뇌부에 자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개혁은 개혁에 대한 의지가 자리에 대한 욕심보다 강한 사람들이 주요 직위에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처럼 육군의 개혁이 전군의 환골탈태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뇌부가 자리를 걸고 덤벼든 개혁과 혁신의 불꽃이 중간에 꺼지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이 강력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이호준 시간여행] 물레방아 돌던 시절

    [이호준 시간여행] 물레방아 돌던 시절

    모처럼 찾은 강원도 정선 백전리는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하다.얼마나 골이 깊은지 하루 종일 사람 하나 구경하기 힘든 곳이다. 깊어 가는 가을을 가로질러 먼 길을 달린 것은 겨울이 오기 전에 물레방아를 보기 위해서다. 전국을 누비며 찾아본 결과로는 백전리 물레방아가 이 땅의 마지막 물레방아였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해마다 한 번씩은 정선에 들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가긴 하지만 백전리 물레방아도 이제 ‘현역’은 아니다. 마지막 물레가 돌아간 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방아를 찧었지만 이제 물줄기는 가늘어지고 물레는 이끼에 덮여 있다. 슬그머니 방앗간 문을 밀고 들어가 봐도 곡물을 찧은 흔적은 없다. 결국 이 땅에 방아를 찧는 물레방아는 더이상 없는 셈이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중략)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우리의 문학작품이나 옛이야기에는 물레방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소설에 나오는 물레방앗간은 곡물을 찧는 것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 특히 남녀가 ‘밀회’를 즐기는 장소로 자주 쓰인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 허생원의 하룻밤 사랑이 그랬고, 나도향의 ‘물레방아’ 속 신치규 역시 물레방앗간에서 욕망을 푼다. 물레방앗간은 물길 따라 짓다 보니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 마련이었다. 또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으니 남의 눈을 피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을 터였다.가수 조영남씨가 팝송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를 번안해 불렀던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노래에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구절을 통해 우리는 왜 물레방아가 민초들의 정서를 상징하는지 엿볼 수 있다. 어차피 삶이란 물레방아 같은 게 아니던가. 고개를 넘고 산모롱이를 돌고 돌면서 한생을 저어 가는…. 욕심을 내어본들 무엇하랴. 주어진 대로 둥글둥글 살아갈 수밖에. 물레방아의 구조는 크게 물레 부분과 방아 부분으로 나눠진다. 물레는 말 그대로 쏟아지는 물의 힘으로 돌아가는 수차를 말한다. 물레 좌우에 십자목을 설치해 물레가 돌아가면서 생산한 에너지로 방아를 찧는다. 방아공이와 곡식을 담는 돌확은 방앗간 안에 있다. 쏟아지는 물이 나무바퀴, 즉 물레를 돌리면 굴대에 꿴 넓적한 나무가 방아채의 한 끝을 눌러 번쩍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리면서 공이로 돌확에 담긴 곡물을 찧는다. 방아채와 공이의 동작이 자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없어도 방아를 찧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물레방아를 볼 수 없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였다.동네마다 기계식 도정 시설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퇴출됐다. 물레방아도 방앗간도 시간을 따라 삭고 무너져 자연 속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은 물레방아를 보기 어렵지 않다. 지자체 등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하는 것은 물론 장식으로 물레방아를 달아 놓은 음식점도 많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물레방아가 아니다. 방아가 없이 물레만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물 대신 전기의 힘으로 돌아간다. 전시용 물레방아가 아무리 많아도 물레방앗간만의 정서는 다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돌이와 순이 역시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니까.
  • [월드피플+] 유방암 환자가 ‘SNS 수술 생중계’ 선택한 이유

    [월드피플+] 유방암 환자가 ‘SNS 수술 생중계’ 선택한 이유

    유방암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이 자신과 동병상련에 처해 있는 많은 여성들을 위해 라이브 수술을 결정했다고 미국 인사이드에디션 등 현지 언론의 25일 보도했다. 텍사스 주에 사는 50세 여성 소니아 존슨은 지난 해 12월 메더디스트 찰턴 메디컬 센터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곧바로 치료를 시작했다. 암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방사선 치료가 시작됐지만,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제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만약 그녀가 조금 더 일찍 암을 발견했더라면, 유방절제술 없이 암세포만 떼어내도 됐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암세포 제거를 위한 유방절제 수술 과정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결정한 것. 혹시 모를 의료사고를 방지하거나 의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술에 한해 생중계가 실시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수술 생중계가 이뤄지는 일은 흔치 않다.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수술 생중계를 권하는 의료진의 의사에 거부의 뜻을 밝히는 환자들도 있지만, 존슨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수술 전 과정을 되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보길 원했다.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빨리 병을 진단받아 치료의 선택권을 넓히고 생존율을 높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병원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된 그녀의 수술 장면은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봤다. 수술실 밖에서는 다른 전문의들이 수술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질의에 곧바로 답변을 달아주기도 했다. 존슨은 수술이 시작되기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암환자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나는 암환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나의 경험이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유방암으로 싸우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그녀는 매우 용기있는 결심을 했다. 자신의 몸을 사람들에게 내보이면서도 암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러시아, 초안 쓴 ‘INF 유지결의안’ 유엔서 부결

    러, 美 등 서방국가 일제히 반대하자 당혹 러시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에 반발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유엔총회 결의안을 추진했다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의 일방적 탈퇴에 대한 여론몰이를 시도하려다 핵군축 문제에서 미국보다 신뢰가 낮은 러시아의 초라한 입지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초안을 작성해 제출한 INF 지지결의안이 찬성 31개국, 반대 55개국으로 부결 처리했다고 미 자유유럽방송이 27일 전했다. 반대한 국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등 미국의 우방국들이다. 찬성한 국가에는 러시아, 중국, 이란, 시리아 등이 포함됐다.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군축담당 대사는 “러시아의 이 같은 결의안은 매우 정치적일 뿐 아니라 결의안 제출 시한인 18일을 넘긴 무리한 시도였다”며 부결을 지지했다. 하지만 한 서방 외교관은 AP통신에 “이 문제는 유엔총회보다 세계 안보를 다루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질 성격의 문제”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들이 반대 또는 기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미국뿐 아니라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반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안드레이 벨루우소프 러시아 외무부 군축국장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가와 기권한 국가들이 대부분 핵군축과 INF 유지를 지지한다고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미·영 등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으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남과 여/심현희 · 사랑/김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남과 여/심현희 · 사랑/김중

    남과 여 / 심현희 캔버스에 아크릴, 130×162㎝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 미대·대학원 졸업사랑 / 김중 곱추 여자가 빗자루 몽둥이를 바싹 쥐고 절름발이 남편의 못 쓰는 다리를 후리고 있다 나가 뒈져, 이 씨앙놈의 새끼야 이런 비엉-신이 육갑 떨구 자빠졌네 만취한 그 남자 흙 묻은 목발을 들어 여자의 휜 등을 친다 부부는 서로를 오래 때리다 무너져 서럽게도 운다 아침에 그 여자 들쳐 업고 약수 뜨러 가고 저녁이면 가늘고 짧은 다리 수고했다 주물러도 돌아서 미어지며 눈물이 번지는 인생 붉은 눈을 서로 피하며 멍을 핥아줄 저 상처들을 목발로 몽둥이로 후려치는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얼마나 어렵고 독한 것인가? 말이 쉽지 사랑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을까. 힌두교의 경전 베다는 이렇게 말한다.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할 때 그리하여 두 몸이 하나가 될 때 그 짧은 순간 인간은 잠시 신이 된다.” 내가 지닌 모든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상대방에게 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헌신과 희생과 마음의 순결함으로 보를 쌓은 이 시간을 사랑이라 부른다. 빗자루 몽둥이를 후리는 곱추 여자를 둘러업고 약수터로 가는 절름발이 남편. 한 푼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 사랑. 당신, 혹 사랑 때문에 마음 아픈 적 있는가? 빗자루 몽둥이를 휘두른 아내를 업고 약수터로 가는 한 사내를 생각하자. 곽재구 시인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2%만 내는 종부세로는 불평등 해소 못해…모든 땅에 국토세 매겨 15조원쯤 걷으면 1인당 기본소득 30만원씩 나눠줄 수 있어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2%만 내는 종부세로는 불평등 해소 못해…모든 땅에 국토세 매겨 15조원쯤 걷으면 1인당 기본소득 30만원씩 나눠줄 수 있어

    국토보유세(국토세)가 화제다. 집값을 잡으려면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놓고 입씨름을 할 때 한쪽에서는 전 국토에 보유세를 물리고 여기서 나오는 15조 5000억원의 재원을 국민 1인당 30만원 기본소득으로 돌려주자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국토보유세다. 가뜩이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부동산이 뜨거운 이슈가 된 시점이다. 국민이라면 ‘혹’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하자는 것이냐”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전형적인 ‘표(票)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는 일단의 학자군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이들의 주장은 상당 부분 우리의 정책 속에 녹아 있다. 그 핵심에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가 있다. 국내에 대표적인 헨리 조지 연구모임인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을 만나 국토보유세에 대해 알아봤다.→토지+자유연구소는 출범한 지 얼마나 됐나. -2007년 11월 4일이 창립일이다. 벌써 11년이나 됐다. 나는 당시 전임연구위원이었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경제통상학부) 교수가 초대 소장이다. →헨리 조지를 연구하는 모임인데 헨리 조지는 대부분 소셜리스트(사회주의자)로 안다. -한국에서는 헨리 조지를 치우친 학자로 본다. 그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본다. 그러나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시장주의자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제도하에서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으니 지대에 세금을 부과해 건강한 시장을 만들자는 게 헨리 조지의 주장이다. →국토보유세가 화제가 되고 있다. 요체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사유지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또 사람별로 모든 토지에 합산한다는 것이 두 번째다. 세 번째로 국토세는 국세로, 지방세인 재산세의 토지분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수는 전액 국민에게 똑같이 기본소득처럼 나눠 준다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유사한 것 아닌가. -종부세는 너무 상처가 많이 났다. 처음에는 가구별 합산이었는데 위헌 결정이 났다. 주택도 1주택자는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중간에 장기보유자는 빼주었다. 또 농지 등도 빼주다 보니까 유명무실해졌다. 그래서 종부세로는 한계가 많으니 그것을 폐지하고 명실상부하게 국토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헨리 조지의 이론이 낡은 이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대다. 요즘에는 오히려 헨리 조지의 영향력이 좀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 자본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자본세 도입을 주장하는데 그 불평등의 핵심이 자산이고, 그중에서도 부동산이 또 핵심이다. 결국에는 자산 불평등의 원인이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인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산세 특히 토지세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학 교수다. 그가 바로 준(準)헨리 조지스트다. 지대에 강하게 세금을 부과해야 경제 불평등도 완화되고, 사회갈등도 줄어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헨리 조지의 생각과 똑같다. →국토세를 도입하려면 법은 무엇을 고쳐야 하나. -헌법상으로는 인별 합산만 준수하면 된다. 종부세를 폐지하고 국토세를 도입해 과세구간을 정하고, 세율도 정하고 그렇게 해서 실행하면 된다. 물론 법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 만든다면 ‘국토보유세법’이 맞다고 본다. →조세저항이 우려되는데. -저항이 있을 것이다. 토지배당을 붙여 놓은 게 그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종부세는 2%가 내는 세금인데 이 2%가 힘이 세고, 이를 싫어한다. 그런데 그 국토세는 모든 사람이 내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보수적으로 잡아도 15조 5000억원을 거둬서 기본소득으로 한 사람당 30만원씩 나눠 주면 95%는 혜택을 더 보게 된다. 5%는 아마 내는 게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땅을 한 평도 안 가진 40.1%는 내는 것 없이 현금을 받는다. 경제적인 이익이 꼭 정치적인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80% 이상이 이 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 1인당 30만원을 나눠 주라고 한 것은 포퓰리즘 아닌가.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보유세를 강화해야 하는데 재산세를 강화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그것을 강화해야 정상적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투기가 진정이 되고 불평등이 완화된다. 하지만 저항 때문에 안 된다. 강력한 지지그룹을 만들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30만원이 얼마 안 되지만 “아,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구나” 하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농지 등 용도에 따라서 용적률이 높기도 하고, 개발이익을 더 보는 땅도 있을 텐데 일률적인 세금 부과는 문제가 아닌가. -1989년 토지공개념이 도입될 때 종합토지세라는 게 있었다. 그때 모든 토지에 세금을 부과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세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농지도 분리과세라고 해서 아주 저율로 과세를 한다. 종부세도 농지는 제외한다. 그런 식의 꼼수는 안 하는 게 좋다. 토지를 많이 보유한 사람은 많이 내는 게 맞다. 우리는 농지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수도권 인근 농지도 도시인이 많이 소유하는데 투기 목적으로 산 경우가 많다. 그러니 농지가 너무 비싸 실제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짓기가 어렵다. 농지에 국토세를 부과하면 투기 수요는 줄어들고, 농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될 것이다. →5층짜리 빌딩에 속한 토지와 20층짜리 빌딩에 속한 토지 가치가 다른데, 단일 세율을 적용하면 공평한가. -하나의 빌딩 가격은 땅값과 건물값을 합친 것인데 처음 지을 때 건축비가 있다. 그때의 건축비와 감가상각을 계산해서 전체 가격에서 건물 가치를 빼면 땅값이다. 위치가 좋은 것은 땅값이 비싼 것인데 그러니까 그 땅값만 계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국가라는 저서에서 통일한국의 적합한 제도라고 주장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북한도 체제 전환을 해야 한다. 시장경제로 가야 하는데 시장경제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제도다. 자본주의는 토지나 특권으로 발생한 지대를 용인하고, 지대 추구를 방임한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안 맞는다. 지대를 환수해야 시장경제가 돌아간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혀서 얻는 것도 지대라고 할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지대다. 이런 특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대를 환수해야 시장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간다. 북한에 그런 시장경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공주의’(地公主義·모든 사람은 토지에 대한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상) 시장경제라고 한다. 토지를 사적으로 소유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익을 개인이 갖는 이런 시장경제를 해봤는데 불평등을 양산했다. 그러니 북한에는 시장경제 말고, 토지 투기 없는 시장경제를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연구소야 보유세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정부에서 시늉만 내고 있어서 이걸 문제로 삼는 시민단체들과 시민행동을 만들었다. 보유세라고 하는 특정한 세금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로 움직이는 시민단체는 처음이다. 구성한 지가 보름이 지났는데 그것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sunggone@seoul.co.kr
  • 나란히 유방암 진단받은 남편과 아내…위기 극복 비결은?

    나란히 유방암 진단받은 남편과 아내…위기 극복 비결은?

    미국 오하이오 주(州)에 사는 켄 그렘링(75)은 2017년 말 샤워를 하던 중 가슴에서 혹(덩어리)이 만져졌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 및 정밀검사 끝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미국 암학회(ACS)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보고되는 여성 유방암 환자의 수는 한 해에 25만 명에 이르지만, 남성 유방암 환자는 2500명에 불과하다. 6개월 후, 켄은 남성인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아내인 제인(66)역시 유방 엑스레이 검사 도중 암이 발견된 것. 두 사람 모두 오른쪽 가슴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이때부터 부부는 함께 유방암과 싸우기 시작했다. 부동산중개업을 공동 운영하던 부부는 같은 요일에 같은 병원을 함께 찾아가 치료를 받았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두 사람은 수술도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같은 의사에게서 받았다. 남편 켄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아내 제인은 암세포가 퍼져있는 오른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유방암에도 부부는 긍정을 잃지 않았다. 아내인 제인은 “남편과 47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공유해왔는데, 이건 좀 과하다 싶었다”며 웃으며 말했고, 남편인 켄은 “내가 먼저 겪기 시작한 것들이 아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을 치료한 담당 의사는 “대다수의 남성들은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남자인 내가 왜’ 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여성들과 함께 유방암 치료실에 있는 것도 불편해 한다. 하지만 켄은 달랐다. 그는 자신의 유방암을 묵묵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유방암 초기였기 때문에 치료는 매우 순조로웠다”면서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유방암 투병에 대해 공유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이 이들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켄과 제인 부부는 향후 5년 간 함께 유방암 치료제를 복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요?

    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제요?

    1990년대 초반 지어진 신도시의 대단위 아파트.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약사 세영은 온 동네 소식이 고여드는 약국에서 누구의 물음에도 적당한 수준의 온기로만 답하는 사람이다. 대학 강사를 그만둔 남편 무원은 아버지의 유산인 지방의 호텔을 경영하며 아파트의 재건축위원회 일을 맡아보고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이 가족은 올해도 10년째 아내의 생일을 무심히 넘겼다.겉으로라도 평온해 보였던 가정은 딸 도우의 중학교 학부모회 일을 맡아보던 세영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불참하면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한다. 그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고, 피해 학생은 어느 날 화단 앞 시체로 발견된다. 정이현(46) 작가의 신작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현대문학)는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할 수 없을 것이다’는 말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집필 계기를 묻는 질문에 2007년 출간된 ‘오늘의 거짓말’에 실린 단편 ‘어금니’를 떠올렸다. “아들이 낸 음주운전 사고를 해결하는 남편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한 여성의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마지막 독백 ‘아마도 나는, 나와 영원히 화해할 수 없을 것이다’에서 그 ‘것이다’라는 어미가 오랫동안 저를 붙들었습니다.” ‘그 것’이 자식을 위해 방관자일 수밖에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인지 혹은 그 자책을 넘어선 반성인지, 작가는 궁금했다. 전작 ‘상냥한 폭력의 시대’(2016)는 도시인들의 상냥한 얼굴 뒤에 숨겨진 섬뜩한 폭력을 다뤘다. ‘알지 못하는…’에도 예의 그 ‘상냥한 얼굴’은 등장하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비롯되는 폭력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나’를 여성으로 알고 있는 이들의 오해를 바로 잡으려 들지 않고(무원),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는 학폭위에 ‘다 아는 애들’이라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세영) 식이다. 작가는 그 ‘하지 않음’ 이후의 시간이 궁금했다.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일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여전히, 어쩌면 더 무겁고 깊은 책임감이 존재를 내리누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 않음’은 ‘나중에’라는 말로 변형돼 자기 합리화에 일조한다. 그 회피 이후의 시간까지 논하기에,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중편 분량이 적당해 보인다. 그는 “일반적 단편 3개 정도의 분량은 처음이었기에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다”며 “문장의 긴장도가 높은 단편의 호흡으로 가는 게 맞는지, 상대적으로 서사의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장편의 호흡으로 가는 게 맞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혹시 험한 꼴을 당할까 두려워 조문을 만류하는 세영에게, 딸 도우는 말한다. “나중에… 언제요? 엄마, 시간이 없어요.”(122쪽) 그때 하지 않으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아이는 어리석은 어른들을 일깨운다. “사실 밖에서 볼 때 세영 가족들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고통이 더는 타인의 것만이 아님을 인식하는 순간 더 이상 예전처럼 회피하며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마냥 ‘남 일’은 없음을 인식하는 순간 그들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꿈틀’ 움직였을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백성뿐”… 민본·신분제 타파 외친 혁명가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천하에 가장 두려운 존재는 백성뿐”… 민본·신분제 타파 외친 혁명가

    “역적 허균, 하인수, 현응민, 우경방, 김윤황을 서쪽 저잣거리에서 사형에 처하였다.”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10년(1618년) 8월 24일 기사에는 허균의 마지막을 이렇게 기록한다. 그의 나이 50세 때의 일이다. 허균의 처형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기자헌은 “예로부터 매를 치며 심문하지도 않고, 사형을 결정하는 최종 문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단지 진술 내용만을 가지고 사형에 처해진 죄인은 없었으니, 훗날 반드시 다른 논의가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의 사관은 기자헌의 이 말을 허균의 죽음에 이어 실록에 기록해 두었다. 이렇듯 당시에도 허균의 역모사건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고, 현재까지도 그 진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역모를 도모했는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썼는지를 떠나, 허균의 의식 속에는 분명 당시의 사회질서 체계를 바꾸고자 했던 혁명의 뜻이 있었던 듯하다.#백성을 ‘항민’·‘원민’·‘호민’으로 구분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은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오직 백성뿐이다(天下之所可畏者 唯民而已)”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 글에서 허균은 백성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일상에 매여 순순히 윗사람이 시키는 것을 따르는 ‘항민’(恒民), 수탈에 고통받으며 윗사람을 탓하는 ‘원민’(怨民), 평소에는 본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혹 시대적 변고가 일어나면 자신의 바람을 이루려고 일어나는 ‘호민’(豪民). “호민이 나라의 빈틈을 엿보며 일을 실행할 만한가를 살펴 밭두둑 위에서 팔을 치켜들어 한번 소리치면 ‘원민’이란 자들이 그 소리를 듣고 모여 서로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함께 소리치고, ‘항민’이란 자들도 살길을 찾아 호미, 고무래, 창 자루 등을 들고 그들을 따라가 무도한 자들을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략)… 하늘이 임금을 세운 것은 백성을 잘 살게 하기 위함이지 한 사람이 위에서 방자하게 눈을 부릅뜨고서 끝도 없는 욕심을 채우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중략)… 견훤과 궁예 같은 사람이 나와 몽둥이를 휘두른다면 시름하고 원망하던 백성들이 그를 따르지 않는다고 어찌 보장할 수 있겠는가.”(호민론 중) 백성을 위하지 않는 임금은 하늘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니, 더이상 임금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는 혁명의 대상에 불과하다. 허균은 그 혁명의 지도자인 호민의 출현을 갈구했다. 어쩌면 자신이 그러한 호민이 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시대가 품지 못한 주변의 인물들 허균의 아버지인 허엽(1517∼1580)은 대사성, 부제학 등을 지냈다. 큰형인 허성(1548∼1612)은 이조판서까지 지낸 인물이다. 양천 허씨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자신 또한 재주가 뛰어났기에 당시 사회 질서에 적절히 순응했다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문장으로도 당대에 이름을 날렸을 것이다. 그러나 허균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또 그만큼 허균 자신도 많은 애정을 쏟았던 인물들은 당시 사회가 감당하기 어렵거나 제도적으로 품어 안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허균보다 18살 많았던 둘째 형 허봉은 허균에게는 형님이자 스승이었다. 22세 젊은 나이에 문과에 급제할 정도로 뛰어난 재주가 있었지만, 임금에게까지 바른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강직함으로 인해 결국 귀양을 갔고 더이상 관직을 제수받지 못한 때 술로 세월을 보내다 38세로 생을 마감했다. 바로 위 누이인 허초희는 ‘왜 조선에 태어났는가’, ‘왜 여자로 태어났는가’, ‘왜 김성립의 아내가 되었는가’라는 세 가지 불행 속에서 자신의 재주를 펼치지 못한 채 27세의 짧은 생을 마쳐야만 했다. 형과 누이를 차례로 보내며 허균은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사회에 절망했을 것이다. 또 뜻을 같이해 교유한 사람 중에는 서얼들이 많았다. 서얼 출신의 이달을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고, 자신이 영달했을 시절에는 항상 불우했던 서얼 친구들을 후원하며 가까이 지냈다. 허균은 이들과 편견 없이 마음을 주고받으며 시대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천하는 넓은데, 서얼 출신이라고 하여 그의 훌륭함을 버렸단 말은 듣지 못하였고, 어머니가 개가하였다고 하여 그 재주를 쓰지 않았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어머니의 신분이 천하거나 개가한 사람의 자손은 모두 벼슬에 나아갈 수가 없다. …(중략)… 하늘이 내렸는데 사람이 버린다면 이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늘을 거스르고서, 하늘에 빌어 나라를 영원히 보존할 수 있었던 자는 있지 않다.”(유재론 중)#‘장생전’ 등 소설 속에서 이룬 이상사회 자신은 정통 양반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었지만 신분에 대한 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하며 당시의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허균의 시선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비렁뱅이 천민의 신이한 이야기를 다룬 ‘장생전’(蔣生傳), 중인으로 도술에 능한 인물을 다룬 ‘장산인전’(張山人傳) 등 그가 ‘전’(傳)이라는 양식으로 형상화한 인물들은 모두 신분적으로 미천한 사람이었다. 허균이 꿈꾸던 이상사회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듯, 허균이 실제 역모를 도모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의 많은 글과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혁명을 꿈꾸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그렸던 혁명은 단순히 왕조의 성씨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함께할 동지들은 당시 사회에서 소외됐던 서얼 등이었다. 하지만 공고한 신분제 질서 속에서 꿈을 현실화하지는 못하고 소설이라는 가상 세계에서의 구현에 만족해야만 했다. 작자에 대한 다소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허균의 삶의 궤적과 주장을 살펴볼 때에 ‘홍길동전’을 허균의 작품이라 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듯하다. 서얼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이 세력을 형성해 정의를 구현하고, 결국 병조판서에 올랐다가 무리를 이끌고 나라를 떠나 따로 율도국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허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혁명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세상과 타협 거부한 채 ‘자유분방한 삶’ 26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뛰어난 재주로 중국의 문단에까지 이름을 널리 알렸으나, 그의 벼슬길은 순탄치 않았다. 행실이 경박하고 규범에 맞지 않는 처신을 한다고 번번이 파직을 당했다. 삼척부사에 부임했을 때에는 불과 13일 만에 파직되기도 하는 등 부침의 반복이 광해군 집권 초기까지 이어졌다. 이후에는 광해군의 신임을 받아 동부승지, 형조판서, 좌참찬 등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결국 아무런 변명도 소용없는 역모라는 죄명을 받고서 형장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허균은 자신의 호를 ‘교산’(蛟山)이라 했는데, 출생지인 강릉에 있는 뒷산의 이름을 딴 것이다. ‘교’(蛟)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뜻한다. 소설 ‘홍길동전’에서의 홍길동은 아버지 홍 판서가 청룡의 꿈을 꾸고 낳았다고 묘사했는데, 결국 꿈을 이루고 용이 됐다고 하겠다. 허균은 홍길동처럼 용이 돼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이무기로 남았지만,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한 채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살았다. 예의 가르침이 어찌 나를 구속하리오 禮敎寧拘放 인생의 부침을 그저 마음에 맡길 뿐 浮沈只任情 그대들은 그대들의 법도를 따르시게 君須用君法 나는 스스로 나의 삶을 이루겠노라 吾自達吾生. -‘파직 소식을 듣고서 짓다(聞罷官作)’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성소부부고(惺所覆藁)는 허균이 자신의 글 정리한 문집…총 64권 중 필사본 26권만 남아 문집은 일반적으로 저자 사후에 문인이나 후손들이 남겨진 글을 모아 간행한다. 그러나 허균의 문집은 허균이 생전에 직접 자신의 저작을 간추려 편집하고 문집의 이름까지 지어두었다. 43세인 1611년 귀양지에서 시(詩), 부(賦), 문(文), 설(說)의 4부로 나누어 64권으로 엮어 ‘부부고’(覆藁)라고 명명했다. 이 문집에 ‘호민론’ 등이 실려 있다. ‘성소’(惺所)는 허균의 호이고, ‘부부’(覆)는 장독 덮개라는 말이며, ‘고’(藁)는 원고이니, 성소부부고는 ‘허균이 지은 장독 덮개로나 쓰일 변변치 못한 글들’이라는 뜻이다. 장독을 덮는다는 것은 자신의 글에 대한 일종의 겸사이지만, 실상은 중국의 대문장가인 양웅에게 자신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부’란 말이 양웅이 지은 ‘태현경’(太玄經)을 지칭해 쓴 말이기 때문이다. 허균은 역모로 탄핵을 받은 50세에 앞날을 예측했는지, 자신의 편집 원고를 사위인 이사성에게 보내 보관하게 했다. 이후 역적으로 몰려 죽은 탓에 정식 간행은 하지 못한 채 필사본만이 남게 됐다. 편차와 수록 내용도 원래의 모습과 다소 달라진 채 26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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