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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쟁점] 韓電민영화 타당한가

    한국전력공사의 분할매각을 핵심으로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 벽에 부닥쳤다.정부가 제출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이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로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이에 따라 연말부터매각작업에 착수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고,일각에선 구조개편의 백지화까지 점쳐지고 있다.한전은 과연 어디로 가야 하나.“전력산업을경쟁체제로 전환, 경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개편론과 “섣부른 민영화는 국민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개편반대론이 팽팽히 맞선 상황을맞아 지면을 통해 양측 주장을 들어본다. ◆찬성 “경쟁체제로 생산성 높여야” 시장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경쟁이 독점보다 낫다는 것이다.대형 유통점들의 가격파괴 경쟁에서 보듯이 경쟁은 소비자에게 정직하다. 전력산업도 마찬가지이다.정부는 한전 발전부문을 분할해서 6개의 자회사로나누고 이들간의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이른바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추진중이다.발전소들끼리 경쟁하게 되면 전력생산의 원가가 크게 절감된다.지금까지 독점기업으로서 한전이 보여왔던 여러가지 비효율성,공기업으로서의 타성,불친절한 소비자 서비스도 상당히 개선된다.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을 하려면 정부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게 손발을 묶지 말아야 하고 그러자면 민영화를 단행하여야 한다. 한전 민영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타난다.국부유출이다,전기요금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헐값으로 기간산업을 매각한다,재벌이 전력산업을 지배하게 된다는 식의 다소 감정적인 반대까지도 나타난다. 발전소가 공기업인 한전의 소유에서 민간기업의 소유로 넘어간다고 해서 또는 외국인의 소유로 넘어간다고 해서 발전소를 떼내어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득을 보고 치고 빠지는 ‘히트 앤드 런’을 하는 단기적인 금융자본이나핫머니의 움직임과는 달리 전력산업에 대한 투자는 20∼30년을 바라보는 장기투자이다.주식이나 채권과는 달리 발전소는 한 순간에 쉽게 팔아치울 수있는 자산이 아니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를 보자.한전은 약 68억달러의 해외차입금을 보유하고있다.삼성전자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도 외국으로부터 상당한 차입을 하고 있다.꼬박꼬박 이자가 지불된다.이렇게 간접투자는 어차피 열어놓고 있으면서 직접투자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치 성을 지키는데 남문은 열어놓고,북문은 닫아 걸은 채 북문쪽 성벽위에올라가서 성을 지키는 것과 흡사하다.보다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명분보다는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혹자는 급격한 구조개편을 하지 말고 기존의 공기업 체제 속에서 경영개선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키자는 주장을 펴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잭 웰치나 리 아이아코카가 북한에 간다고 해서 북한경제가 얼마나 나아지겠는가? 한 두 사람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제도적인 정비가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다. [趙成鳳 에너지경제硏 연구위원] ◆반대 “실익없고 국민부담만 가중”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시장경쟁 체제로 효율성을 강화하여 소비자의 이익을실현하겠다는데 정부의 목적이 있다.여기서 경쟁의 필수요건은 비용의 절감,특히 생산비용의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연료비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절감하느냐에 있다.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단행한 영국의 경우도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복합화력 발전방식 때문에 가능했다.건설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천연가스의 가격이 싼 덕분에 경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일부 무연탄을 제외한 발전연료 대부분을 수입해다 써야 하는 상황이라 발전소간에 경쟁이 될 수 없다.연료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대책이 없는 것이다. 경쟁체제의 또다른 필수조건은 안정된 전력수요와 적정한 설비예비율이다. 저장이 불가능한 전력의 특성상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공급자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정부는 한전의 발전소를 6개의 자회사로 분할하여 이를 매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를 분할매각하게 되면 대부분 해외자본에 넘어가게 된다.전력산업이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자본에 넘어가면 국가경제나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례로 미국의 AES라는 전력회사가 인도에서 전력사업을하던 중 태풍으로인해 약 6,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AES사는 인도정부에게 이를 보상할것을 요구했다.또 우리나라의 한화 인천발전소 매각협상에서도 AES사는 연간 15% 이상의 이익보장을 요구하고 또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전력사업을 못하게 되었을 때는 한국정부가 발전소를 다시 매입해야 된다는 조건을 걸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도 수반한다.구조개편에 따른비용이 천문학적이고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이 인상돼야하며, 그동안 공익을 위해 한전이 떠안아 온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된다.현재 원가보다도 싼 농사용·산업용 전기요금도 현실화를 명분으로 오르게 되고 무연탄·가스산업에 대한 보조금도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결국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해외자본에게는 막대한 이익을,국민에게는 엄청난부담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더욱이 이는 지금 세대 뿐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까지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李慶鎬 전국전력노조 홍보국장]
  • [굄돌] 가끔은 내 것을 포기하고 싶다

    가끔은 엉뚱하게 원시사회를 상상해 본다.그때는 소유의 개념이 존재하지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넉넉했을까 싶다.내 것,네 것이 없어서 각박하지 않았을 것 같다. 공중목욕탕에서 자주 보고 또 겪는 일이다.남탕은 모르지만 여탕에서는 내자리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들을 종종 본다.“내가 맡아 놓은 자리인데…”하면 그 곳에서 얼마나 씻고 있었던 간에 상관없이 자리주인(?)의 요구대로 목욕하고 있던 사람은 비누거품인 채라도 바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비어 있는 곳이 없는 것도 아니고 돈을 더 낸 것도 아닌데 먼저 와서 자리를 잡았다고,그것도 한참 뒤에 나타나 자리를 비우라는 것이다.목욕용품을 들고조금만 움직이면 될 것을 굳이 내 자리를 고집하는 것이 이해하기가 힘들 때가 있다. 지금도 그런 지 모르지만 학창시절에는 도서관 자리 맡아 놓기가 성행했다. 벗 중 하나가 새벽에 가서 친구들의 자리를 맡아놓기 위해 있는 책을 하나씩,책의 갯수가 부족하면 외투라도 자리에 올려 놓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맡아 놓은 자리에 올 친구가 늦게 혹은 아예 안 나타나기도 한다. 혹은 자리를 맡아 놓고는 나가서 밤 늦게 돌아와 본인의 자리라고 주장하면서 그 자리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주섬주섬 책을 챙겨 다른 자리로 옮겨야 하는 모습을 떳떳하게(?) 지켜 보기도 하였다. 아주 사소한 내 것에 대한 집착이 내 자리뿐만 아니라 내 집,내 자식으로이어져 지나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비약을 해 본다.내 것이기에 어떻게 해도 남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식의 모습들 말이다.내 돈이니까 내 맘대로 쓸 수 있고,내 아파트 값이 내려가지 않게 쓰레기 통이 다른라인의 현관으로 옮겨야 하고,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가 장애인학교 근처에있으면 안 되고,내 식구이기에 구타하는 것도 또는 극단적으로는 죽일 수도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남의 것이 있기에 ‘내’ 것이 있고 상대방이있기에 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것,‘내’ 권리를 소중히 하기 위해, 남을 배려하여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가끔은 굳이 ‘내’ 것을 주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싶을때가 있다.그러면 내 자신이라도 원시사회의 넉넉함과 따뜻함을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김미경 펄벅재단 한국지부 대표
  • [오늘의 눈] 돈 풀며 인플레 걱정하는 韓銀

    한국은행은 물가를 진정 걱정하는가,아니면 단지 ‘외교적 수사(修辭)’를구사하는 것인가. 지난 9일자 도하 각 신문에 난 한국은행발(發) 두 기사를 본 국민들은 어느 것이 한국은행의 속마음을 담고 있는지 아리송하다.“한국은행이 시장금리안정을 위해 1조원을 푼다”와 “한국 잠재성장률 4%대 하락,인플레 압력 가능성 우려”가 그것이다. 이날 한국은행은 ‘손으로는 돈을 풀겠다고 하면서,입으로는 물가걱정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비쳐졌다.당장 정부 관리들이나 금융계 인사들은 “한국은행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어리둥절해 했다. 전말은 이렇다.한은은 8일 오전 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와 가진 금융정책협의회에서 ‘시장안정을 위해 협력’키로 하고 1조원의 채권을 매입키로 했다.공교롭게도 정책협의회 직후 한국은행은 사전 예고없이 ‘잠재 GDP(국내총생산) 및 인플레 압력 측정결과’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자본,노동 등 경제변수를 수학적 공식으로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이4%대로 하락,내년에 물가상승압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은측은 “자료 배포이유에 대해 별다른 배경이 없다”고 설명했다.물론이같은 한은의 행동은 “현재는 돈을 풀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압력이우려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그러나 통화신용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책임있는 당국으로서의 자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혹시 정부에 끌려다녀 어쩔 수 없이 돈을 풀지만 인플레를 걱정하는 속마음을 내비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그렇다면 정부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독립기관-한은’의 눈치작전 또는 소심함이 국민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것이다. 만일 뚜렷한 의도없이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면? 당장 재경부에서는 이자료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따라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료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쓰도록 한은이 조장한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 당국자들이 국민들을헷갈리게 하기 보다는 경제에 대한 일관되고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으면 싶다. 이상일 경제과학팀차장 bruce@
  • 김종환 대투사장이 진단한 금융시장 전망

    “대우채에 대한 대규모 환매 우려를 씻고 올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최고 1,100포인트까지 오를 것입니다.정부가 대우채에 대해 2000년 2월8일 환매시까지 원금의 95%를 확실히 보장한 만큼 국내 경제의 견실한 성장에 힘입어 주가는 내년에 1,400∼1,500포인트까지 오를 것입니다” 김종환(金鍾煥) 대한투자신탁 사장은 9일 대우채 환매사태 가능성에 대해“전혀 걱정할 게 없다”며 금융시장의 안정세를 낙관했다. 10일부터 개인이나 법인이 대우채권의 80%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과연 환매규모가 얼마나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걱정할 게 없다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고강도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나온데다 금리가 떨어지는상황인 만큼 현명한 투자자라면 굳이 지금 투신사에서 돈을 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투자신탁과 한국투자신탁 양대 투신사에 3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이투입되고 가시적인 시장대책으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기업들의 자금난이 극심하고 개인들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원금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돈을 빼가던 지난 8월 환매때와는 사정이 판이하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환매규모와 관련,“업계 전체로는 수탁고의 2∼3% 수준인 4조∼6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대투의 경우 수탁고 25조원 가운데 아파트 분양자금 마련용 등 5,000억∼8,0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말했다. 특히 이같은 금액이 환매되더라도 이미 1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업계 전체로도 당장 37조원을 확보,유동성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같은 근거로 “개인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해소된데다 내년 2월에 정부와 업계가 원금 95% 지급을 보증한 점이 환매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면서“특히 주식형펀드와 공사채형 펀드를 동시에 투자하는 복수가입자가 많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임에 따라 투신사를 이탈할 자금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투는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지 7조원에 이르는 대우채를 신상품으로 대거흡수한다는 경영전략을 짜고 투자자들에게 앞선 경영기법을 통해 최고의 수익을 보장하는 신뢰감을 심어나간다는 전략이다.환매자금을 주식형이나 분리전환형,하이일드(투기채·그레이)펀드,클린펀드 등 3단계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혹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더라도 연 15%이상의수익이 보장되는 하이일드펀드로 내년 2월까지 2조원을 유치할 수 있다”고자신했다. 박건승기자 ksp@
  • [대한시론] 국가적 명분의 허와 실

    “기무치는 김치가 아니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에 젓갈을 넣고 발효시킨 것이지만 ‘기무치’는 그렇지 아니한 ‘아사즈케’(淺漬)라는 ‘겉절이’ 김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Kimchi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인정한 김치의 국제적 표기이므로 일본의 아사즈케는 2001년부터 Kimuchi로 표기해 수출해야지 김치로 표기할 수 없다. 이렇게 되자 일본은 기무치를 김치의 국제규격에 포함시키려는 방향으로 물꼬를 트려고 하며,우리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문제는 일본 시장의 80%를 기무치가 차지하며 기무치가 이미 세계 김치시장의 78%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기무치가 국제규격을 갖추지 못한다 하더라도 세계시장에서 김치가 기무치를 극복하여 이기지 못한다면 기무치가 배추를 원료로 한 반찬의국제적 대명사로 되고 김치는 한국 등 일부에서만 선호하는 국지적 먹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김치로 먼저 길들여놓는 것이 실(實)이고 김치의 원조가이러하며 규격이 저러하다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사안이지만 실은 허(虛)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명분의 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1603년 일본은 교토(京都) 천왕은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실권을 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정이대장군(征夷大將軍)으로 일본 통치의 대권을 잡고 에도(江戶·지금의 도쿄)에 막부(幕府)를 세워 260년 이상 지속한다.천왕이 상징하는 정당성과 쇼군(將軍)이 ‘칼’로 보여주는 실효성의 균형이 팽팽하게 이어져 온 것이다.신적인 존재로까지 떠받들어진 쇼군의 치세는 그러나 1853년에도 근방 우라가(浦賀)에 무쇠덩어리로 만든 미국 페리제독의 흑선(黑船)의 함포 앞에 무력하게 스러진다. 지구의(地球儀)에서 본 먼 곳의 저들을 올 수 있게 한 흑선을 만든 서양오랑캐의 기술이 칼잡이 무사들의 마음을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어놓았다.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세계는 넓으며 육지보다 더 광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통해서 쉽게 이동할수 있는 서세의 동점(東漸)에 굴복하지 않을수 있는유일한 길은 선진기술의 습득,이를 가능케 하는 교육,사회 전체가 뒷받침할수 있는 체제의 개편 등이었다. 그 몫을‘지사’라고 불리는 일군의 개혁가들이 담당하였고 그들 대부분은 칼을 업으로 하는 무사들이었다.기득권으로서 칼을 버리고,신분을 버리고,그리고 자기를 버렸다.명치유신은 이로써 이루어졌다.그들에게 명분은 천왕과 쇼군이었겠지만 흑선 제조라는 실질,즉 국가적 명분을 위해 버렸다. 우리의 김치가 이름에서 기무치를 이겼음을 일간지가 반은 대견하고 반은호기심으로 보도했을 때 적어도 인터넷으로 뒤져 본 일본의 중요 일간지에서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명분의 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한 것일까. 명치유신을 이끈 일군의 지사라 불리는 자들은 혐한파(嫌韓派),정한론자(征韓論者)들이 많았다.페리제독이 했던 수법과 똑같이 운양호라는 흑선을 몰고 와 속칭 ‘강화도조약’을 체결케 하고 그들 중 질이 나쁜 낭인은 우리의명성황후를 자살(刺殺)하였다.국가란 무엇이고 국익은 또 무엇이며 국부는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이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지식인들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북한 대포동 미사일에 온 일본이 2년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미·중의 원격조정까지 유도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여 결국 자위대의 세력을 키워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연자약한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일본 방위청 장관인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의 핵무장과 대동아공영권 발언에대범한 그런 우리들이야말로 일본 문화의 전면 개방이 임박한 21세기 한국의 진로를 어렵게 한다. 김치에 관하여 끝을 맺자면,오늘의 컴퓨터 시대를 주도하는 n세대,햄버거와 샐러드를 즐기는 신세대들은 혹 소금으로 절여 젓갈로 삭힌 김치보다 겉절이로 매콤하게 만든 ‘기무치’를 샐러드와 함께 더 찾을지도 모르겠다. 姜 京 根 숭실대교수·헌법학
  • 중앙일보 언론중재신청 내용 및 본지 반박 내용

    언론중재위원회는 최근 중앙일보가 홍석현(洪錫炫) 사장의 구속과 관련,대한매일에 실린 기사 7건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한데 따라 지난 18일 1차 중재회의를 열고 대한매일과 중앙일보의 입장을 청취했다.대한매일(본보 19일자 22면 보도)과 중앙일보의 주장을 정리한다. ● 중앙일보 입장 대한매일은 10월 2일자 ‘언론의 자유와 횡포’라는 칼럼에서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이 보광그룹 회장을 겸하고 있다고 했으나 홍사장은 보광그룹의 대주주일뿐 회장은 아니다.같은 칼럼에서 “중앙일보가 보광그룹 수사를 ‘언론탄압’으로 비방하는 것은 국가를 능멸하며 언론의 자유를 오용해온 재벌언론의 ‘횡포’의 진면목”이라고 했으나 중앙일보는 국가를 능멸하며 언론의 자유를 오용해온 재벌언론이 아니다. 5일자 ‘중앙일보 주장에 관한 정부 반박’이란 기사에서 “중앙일보측은당초 홍사장의 탈세혐의에 대해 인정했다”고 했으나 중앙일보는 홍사장의탈세혐의를 인정한 사실이 없으며 홍사장의 법적 책임이 있다면 의연하게 책임질 것을 밝혔다. 6일자 ‘중앙일보 97 대선보도 불법선거운동죄 해당’이란 기사에서 “대선 한달전 중앙일보 등은 교묘한 편집기술을 써가며 이후보를 지지했고 이후보가 패하자 특정지역 출신 기자를 상대로 문건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인사조치를 강행했다”고 했으나 중앙일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고 특정지역 출신 기자를 상대로 인사조치를 강행하지 않았다.동일자 7면 ‘언론자유를말할 수 있는 입’이란 칼럼에서 “그동안 중앙일보가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왔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했으나 중앙일보는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해오지 않았으며 중산층과 서민을 포함한모든 계층을 대변해왔다. 동일자 15면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못한 단적 사례’라는 기사에서 중앙일보를 “재벌소유의 언론사”라고 표현했으나 중앙일보는 지난 98년 4월 삼성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독립언론’이다.같은 기사에서 “중앙일보와 기자들이 홍사장의 ‘보호’에 앞장서고 있고,이는 일부 기자들이 내일을 보장받기 위해 사주의 옹호세력으로 나서는 것”이라고 했으나 중앙일보는국민의 공기(公器)로서 ‘중앙일보’의 언론자유 보호에 앞장선 것이다. 8일자 1면 ‘언론개혁 기폭제 삼아야’란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지면을 사주의 개인적 병기(兵器)로 활용해왔다고 했으나 사주의 개인적 병기로 악용된적이 없으며 중앙일보의 지면은 중앙일보 독자와 국민의 것이다.동일자 9면‘중앙일보 사태 언론개혁 계기로’란 기사에서 “개인이 주식 또는 지분이90% 이상을 차지하고 신문이라는 공기업을 사유물처럼 지배했다”고 했으나홍사장의 주식지분은 36.8%이다. ● 대한매일 입장 10월 2일자 칼럼과 관련,중앙일보 사장 홍석현씨는 보광그룹 대주주일뿐 회장이 아닌데도 허위사실을 썼다는 주장에 대해 보광그룹 대주주가 ‘회장’의 직함을 쓰든 안쓰든 회장이라는 보통명사가 실제적 그룹 통제권자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여지는 것이 관례이므로 보광그룹의 대주주이고 실제 통치권자를 ‘회장’이라고 칭하는 것은 허위사실이 아니다. 5일자 기사와 관련,‘중앙일보는 홍사장의 탈세혐의 인정한 사실 없다’는주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10월 1일자 사설에서 ‘홍사장이 수사받는 것에 대해 독자와 국민께 송구스러움을 금하지 못한다’고 밝혔다.또한 중앙일보는지난 1,2일 국세청 발표가 과장됐다고 강조했지만 혐의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6일자 관련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고 특정지역 출신 기자를 상대로 인사조치를 강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지난 97년 대선때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를 취재하면서 이같은 피해를 당했던 중앙일보 전직 기자를 통해 당시 이회창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했고,문건 유출 의혹을 받은 기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음을 확인했다.동일자 7면 칼럼에서 ‘중앙일보가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해오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대한매일은 중앙일보가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해왔다고 쓰지 않았으며,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일반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객관화했다.재벌관련 중앙일보의 보도태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재위가 제3자(여론조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일자 15면 기사와 관련,중앙일보는 ‘재벌언론’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우선 해당 문장에서 중앙일보가 재벌언론이라고 적시하지 않았고,홍사장이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이 인척관계인 삼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8일자 1면 기사와 관련,‘중앙일보가 지면을 사주의 개인적 병기(兵器)로활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지난 2일자부터 5회에 걸쳐 정부의 ‘언론탄압’ 실상을 보도했다.이는 일반적인 신문제작 행태로 볼때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서 기사를 보도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도 1년여가 지났고추가된 사실도 없는 상황에서 ‘폭로’시리즈를 실었다.이런 점으로 미뤄볼때 지면을 통해 홍사장을 보호하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동일자 9면 기사에서 “홍사장은 중앙일보 주식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않다’는 주장에 대해 90%라는 말은 한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사장’의 권한에 대해 일반론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재벌언론’을 총칭한 것이다.칼럼 및 해설기사에서 가치판단과 주장은 당연한 것이며 거기에 보편성과 공익성,논리성을 띤 것이라면 더욱 타당하다.그것이 혹 틀린 판단과 주장이라 할지라도 매체를 통해 논박하면 될 것이며,이는 건전한토론문화를 활성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 김미경기자 chaplin7@
  • [‘99 자랑스런 공무원] 농림부 장동욱 행정주사

    정부가 나라살림을 꾸려가다보면 사업계획이 바뀌면서 집행되지 않은 예산이 생긴다.이른바 ‘불용예산’이다. 지난해 10월 초 농림부 농산물유통국 시장과 행정주사(6급) 장동욱(張東旭·44)씨는 이 불용예산을 놓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묵히지 말고 좀더 효과적으로 쓸 방법이 없을까’ 전국에 건설중이던 농수산물도매시장 15곳 가운데 서울 서남과 경북 포항등 4곳이 설계변경과 문화재 출토 등의 이유로 건설이 중단되면서 182억여원의 예산이 남게 된 것이다.물론 이듬해에 다시 타쓸 생각으로 불용처리하면그만이었다.그것이 오랜 관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장씨 생각은 달랐다.좀더 요긴하게 쓸 곳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어디에 쓸까…’ 며칠을 궁리하던 장씨는 문득 지난 93년 분당의 24평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일이 생각났다.중도금과 잔금을 앞당겨 지불하면서 분양금 4,200만원 가운데 400만원을 할인받았던 것이다. 장씨는 부랴부랴 도매시장 건설사업 관련서류를 뒤졌다.그리고는 마침내 ‘투자처’를 찾았다.대전 노은동에 건설중이던 대전 제2농수산물 도매시장.99년 말 완공예정으로 땅 주인이던 토지개발공사에 중도금과 잔금 220여억원을 99년 말까지 나눠 지불토록 돼 있었다. 혹시 이를 앞당겨 지불하면 토지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장씨는 토개공에 전화를 걸었다.“지불액의 16%,즉 31억4,600만원을 탕감해주겠다”는 답신이 팩스로 날아왔다.때마침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토개공이 ‘토지대금 선납(先納)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던 터였다.장씨는 즉각 담당사무관과 상의,상부로부터 결재를 받아내고는 건설이 유보된 4곳의 사업비 182억원을 몽땅 대전 시장 대금으로 지불했다. 장씨의 현재 급여는 연간 2,500만원.30년을 공직에 몸담는다 해도 모두 합쳐 10억원을 넘기기가 어렵다.평생 받을 임금의 3배를 장씨는 정부에 예치(?)한 셈이다.“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인데 잘했다니 그저 쑥스럽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자기 돈 이상으로 아끼려는 마음이 묻어 나왔다. 진경호기자 jade@
  • [대한광장] 책읽기의 기술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쓰러졌을까?/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집을 잃고/ 햇볕에 말랐을까?// 한 뭉치에 백권씩 이백 뭉치의 책 더미를,아니 나무등걸을/ 숲을/ 천장에 닿을 때까지 쌓는다…// 이 중에 몇 권이 꼭 만날 사람을 만나/ 그를 오랫동안 창가에 혹은/ 길모퉁이에 세워둘까?’(장천권,‘얼마나많은 나무들이’) K군.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좋은 책을 골라달라는 요청에 오늘 늦게나마 답하게 되었습니다.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 따로 있겠습니까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어는 그런대로 쓸 만한 말 같군요.날씨는 선선하고 하늘은 푸르고 우리의 정신도 덩달아 고양되는 계절에 조용한 장소에 앉아 좋은 책을 읽는 것만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을 느낄수 있는 때는 그리 많지 않겠지요.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어보라는 말은 해줄 수가 없군요.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듯이,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대껴 본 사람일수록 사람을보는 눈이 넓어지고 깊어지듯이 책읽기 또한 스스로 경험을쌓고 안목을 키워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다만 책과 더 잘 사귈수 있는 기술에 대해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몇 가지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다른 취미도 별로 없고 또 직업상 오랫동안 책과 함께 살다보니 책을 고르고 읽는데에도 그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혹 참고가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우선,꼭 필요한 책을 구입할 때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기본적으로 책은 쌉니다.한 권의 좋은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지식과정보를 다른 방법으로 얻으려면 그 수십 배,수백 배의 비용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서점에 갈 때는 사정이 허락하는 한 돈을 넉넉하게 가지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돈이 부족하면 간담이 작아져서 정작 필요한 책을 못 사게 되거나 다른 책과 비교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책을 선택해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남이 하는 말을 듣거나,저자의 명성에 속아,또는 겉 표지나 목차의 꾐에 빠져 덜컹 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 읽어보면 기대와는 전혀 딴판의 것일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그러나,쓰라린 실패의 고통 없이 탁월한 선택의 능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실패도 안목을 기르기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해버리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손이 닿는 곳에 두지않아도 좋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또,남들이 다 읽는다고 해서 자기에게 맞지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식에 비해 내용이 떨어지는 책을 읽는 일도 읽는 시간만큼 손해라고 봅니다.‘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매력적인 이성이 옆자리에앉아 감동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볼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단,책을 수면제 대용으로 애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베고 자기에 알맞은 두께를 가진 책을 고르는 것도 무방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한권의 책으로 만족하지 말고,같은 주제나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비슷한 종류의 책을여러권 읽고 나면 좋은 책의 장점이 확연히 눈에 띄고 시각이 좁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 땐 무엇보다 의심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활자로 인쇄돼있으면 강아지가 짖는 소리도 그럴듯해 보일수 있습니다.고전이나 베스트셀러 중에도 거짓말이나 엉터리주장을 나열해 놓은 책이 얼마든지 있습니다.책을 읽다가 무언가 의심쩍은 대목이 있으면 원전이나 사실 확인을 통해 의문을 끝까지 확인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번역서에는 또 잘못된 번역이나 나쁜 번역이 많습니다.번역서를 읽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만나면,자신의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전에 오역(誤譯)이 아닌가 의심해보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두서없이 늘어놓은 나의 말들이 참고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을 주지 않았나 걱정되는군요.부디 이 가을에 K군을 더욱 깊게 만들 좋은 책을 만나기를 바랍니다.아,참.가장 중요한 기술을 깜빡 잊고 전하지 못할 뻔했군요.“책읽기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즉시 중지하고 그 일을 할 것”. 金 武 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 [기고] 민족번영·보존의 초점은 언어

    새로운 세기,아니 새로운 천년의 문턱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 너무 얽매여과연 다음 세기에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일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며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물론 한 세기 앞을 내다본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허황한 얘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돌이켜보면 지난 세기에 우리 민족은 향후 겪어야 할 일들에 관한 준비는커녕 아무런 예상마저도 없이 맞이한 새로운 세기에서 어떤 고난을 겪어야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이 ‘세계화’를 엄청나게 큰 파도에 비유한 일이 있다.이 파도가 우리를 미래의 약속된 낙원으로 데려다줄 수도,아니면 우리를 흔적도 없이산산이 부수어버릴 수도 있다.세계화는 아시아대륙의 작은 반도에서 수천년동안 끊임없이 강대국들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명맥을 이어 온 한국인이 세계의 중심에 뛰어들어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개척할 기회가 될 수도,우리 존재를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맞아 민족의 번영과 보존이란 전략적 문제의 초점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바로 우리의 언어다. 근대화 과정에서 수많은 민족들이 그들의 언어를 상실했다.위스키를 볼 때마다 술이름 하나를 제외하고 말을 잃어버린 스코틀랜드가 생각난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위스키는 ‘생명의 물’이라는 스코틀랜드 말의 변형이다.스코틀랜드인들은 우수한 술을 만들어 인류에 기여함으로써 어휘 하나를 남긴 셈이다.혹 우리도 백년 후에 ‘김치’라는 단어 하나로 기억될지 모른다. 태고시절 공룡이 있었음을 화석을 통해서 알아보듯 한 민족의 독특한 경험과 경륜,이상과 정서,삶과 죽음을 대면하는 자세 등은 언어로 나타난다.때문에 자신의 언어를 지키는 일은 민족의 정체성과 존재를 유지하는 일인 것이다.언어를 지키는 데는 원어들을 대체할 국어 어휘를 만들어내는 소극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세기와 세계화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괴테나 헤겔·톨스토이·도스토예프스키·솔제니친을단순히 문학가나 철학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모국어를 살리고 생각을 정리한 사람들로 평가할 수 있다.솔제니친은 단지 공산주의 통치하에서 정치적저항을 한 문학가만이 아닌 억압과 왜곡 밑에서 스러져가는 러시아인의 경험과 정서를 언어의 재발견과 복구를 통해 살리고 지킨 사람이기도 하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정치적인 실험도 러시아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것이다.이들로 인해 지난 세기 중엽에 이르면 적어도 고급활동의 영역에서별 의미가 없다고 여겨지던 독일이나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홍명희의 소설을 대할 때마다 새로운 감명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그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그것은 식민지 통치하에서 억압돼 왜곡되고 변질돼가는 한민족의 경험에 관한 웅변의 증언이다. 근세 초 서양인들은 해도도 없이 바다를 항해하며 곳곳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그리고 새로운 개념과 범주로 세계를 가늠하기 시작했다.그들이 거기서 얻은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였듯 다가오는 새 세기와 천년에 해도도 없이 대양을 탐험한 서양인들처럼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찾아가는 언어의 바다에서 모험의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들의 존재 자체,삶과 죽음,시장과 분배 등 새로운 세기에 맞이할 모습들을 우리 언어로 새롭게 이해하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이 험난한 모험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다가오는 큰 파도를 안전하게 약속된 미래의 항구로 가게될 것이다.나아가 이렇게 해서 얻은 우리 언어가 세계 사람들이 매일 부닥치는 문제를 푸는 빛과 길라잡이가 되도록 하자. 나종일 경희대교수
  • [데스크시각] 말문을 트며

    지난 여름은 참 뜨거웠다.사람의 뇌를 온통 익힐 만큼 지글거렸다.가을빛이점점 완연해지는 9월이 되어도 아침 저녁으로만 선선할 뿐 한여름의 끝자락은 역시 뜨겁다.9월의 햇살은 오곡을 여물게 해주는 참 고마운 햇살이다.그러나 도시사람들에게는 땀흘려 땅을 일궈 심은 곡식들이 잘 익기를 바라는농민들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너무 덥다고 투덜거린다. 지난 여름이 참 뜨거웠지만 그 못지않게 또 뜨거운 일이 많았다.그 때문에뇌는 더 익어버렸으리라.뇌가 익어버렸으니 생각인들 제대로 할수 있었겠는가.호들갑만 떨 수 밖에.그래서 세상은 온통 시끄러웠다. 신문이나 방송은 조세형,신창원,권희로 등으로 이어지는 ‘의적만들기’,‘투사만들기’에 바빴다. 또 고급옷로비사건,파업유도사건 청문회 등 사건의 ‘본질’보다는 거기서떨어져 나온 ‘구파발 출신 김봉남(앙드레 김)’과 같은 부스러기 이야기에더 관심을 가지면서 더운 날씨로 축 늘어진 우리 국민들을 웃겨주었다. 그러나 이제 9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한가위를 코앞에 두고 날씨도 선선해져‘뇌’가 정상을 되찾았을테니 잠시 지난 일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조세형,신창원,권희로.그들이 ‘대도’이고 ‘의적’이며 ‘투사’인가.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본명이 ‘구파발 출신 김봉남’이라는 사실이그렇게 ‘낄낄거릴’ 만큼 우스웠는가. 그러한 일들로 온통 세상이 냄비 끓듯 끓고 있을 때 한 독자가 이런 말을하는 것을 들었다.‘아이들이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청소년들이 뭘 배우겠는가’.혹 ‘나도 이 다음에 크면 대도가 될테야’. 그러지는 않을지…. 세상은 바야흐로 고관대작이나 부잣집을 털어,마음 가는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조금 도와주면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된다.사람에게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남을 불쌍히 여겨 언짢아 하는 마음이 있다.그래서 제 아무리 흉포한 살인마라고 할지라도 유순하고 착해질 때가 있다. 그러한 때 어려운 사람을 조금 도와줬다고 해서 ‘대도’,‘의적’이다,해도 될 것인가. ‘투사’도 그렇다.지금이 일제시대처럼 ‘의열투쟁’하는 시기도 아니요,단지 빚문제로 야쿠자들과 다투다가 ‘조센징’이라는 민족차별적 언사에 살인까지 한 사람의 귀국을 마치 무슨 ‘투사의 귀국’이나 되는 것처럼 방방떴어야만 했는지.그런 식으로라면 재일동포들 모두가 ‘투사’가 돼 있어야하지 않겠는가.순전히 개인적인 일로 비롯된 사건을 그가 단지 한국인이란이유로 민족감정을 앞세워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은 아닌지. 그보다는 그의 귀국을 계기로 일본내에서의 민족차별 문제를 되짚어보고 한편으로 우리사회에서도 점차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혹시 우리도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인권적 차원에서 한번쯤 생각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권씨가 겪은 ‘차별’은 재일교포 1세대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일이다.그리고 그런 차별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그것은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겪을수 밖에 없는 운명과 같은 것이다.어디 일본 뿐인가,미국에서도그렇고 그밖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가끔 주변사람들에게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불만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대개는 공감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많다.요즘은 그런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진지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이다. [朴燦 특집기획팀장]
  • 서울市-자치구‘가정도우미’로 속앓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가정도우미 제도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제도에문제가 많아 개선책을 마련,시행하려다 가정도우미들이 노조를 결성,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바람에 개선은 고사하고 이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가정도우미 제도는 시가 유급으로 봉사자를 고용,거동불편 노인이나 중증장애인들을 도와주도록 한 것으로 지난 96년 4월부터 시행돼왔다.현재 구청별로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총 620명이 월 52만∼70만원의 활동비를지급받으며 활동중이다. 시는 그동안의 운영결과 봉사자의 함량부족,활동시간내 사적 용무,서비스소홀 등 문제점이 많다고 보고 개선안을 마련,지난 3월 말부터 시행하도록각 구에 시달했다.개선안은 활동시간을 8시간 전일제에서 4시간 파트타임제로 바꾸고 1년단위의 재위촉 제도를 도입,부적격 봉사자들을 해촉할 수 있게했다. 20∼65세인 연령도 30∼60세로 제한하고 중풍이나 치매환자를 돌볼때지급되던 특별서비스수당도 폐지했다. 이에 대해 가정도우미들은 사전협의 결여와 봉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고 나섰다.각 구청 대표들은 ‘서울시 가정도우미 노동조합’을 결성,시와 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시는 처음 이들의 노조결성 자격을 문제삼으며 교섭요구에 불응했지만 노동부에서 결성 자격을 인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리자 어쩔수 없이 교섭에 응하기로 했다.교섭테이블은 조만간 마련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자 시는 연월차수당,퇴직금,의료보험료 등을 부담하는 것은 물론활동비 인상요구에까지 직면,혹떼려다 혹붙인 꼴이 됐다.당장 올해 59억원이던 예산을 내년에는 69억원으로 늘려 편성해야 했다. 이옥동 노조위원장은 “제도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부당노동행위를 더이상 참을수 없어 노조를 결성했다”면서 “앞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는데 모든 힘을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노인복지과 여창권(呂彰權) 사무관은 “8시간 활동체제는 시간의 누수가 너무 많다”면서 “이 제도를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대한광장] 盜聽은 수사의 正道 아니다

    모두가 직장에서 일할 시간인 낮에도 서울시내 교통이 언제나 혼잡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우스개퀴즈가 있다.정답은 많은 시민들이 전화도청을 피해 직접 만나 이야기하려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란 것이다.처음 들었을 때는 모두들 큰소리로 웃지만 웃음소리의 여운이 사라질 때쯤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불안감과 불쾌감이다. 전화,팩시밀리,E메일에 대한 감청(監聽),감시(監視),도청(盜聽)이 늘어나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94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모두 37억여원을 들여 650여종의 감청장비를 구입,활용하고 있다고 한다.또 유무선 통신업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건수는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9만3,000여건에 달하며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건수도 지난해 1만7,000여건에서 4만8,000여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과 감시가 늘어나는 것은 수사방법이 점점 기본을 벗어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본다.개인의 통신정보에 대한 감청은 영장이나 협조의뢰서가 발부되는 한에 있어서 합법이고 증거확보의 신속성·확실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이것이 수사의정도(正道)는 아니다.또 우리나라의 윤리관으로 보아서도 떳떳하게 내세울만한 방법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담당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범죄를 보다 교묘하게 하고지능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하는 수사방법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그러나 위험하고 나쁜 것은 전화,팩시밀리,E메일 등의 정보유통시스템이나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범죄자들이다.이들을 잡아내는 데 쓰이는 방법이 법적으로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정당한 수단이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개인의 정보통신내용에 대한 감청이 늘어날수록 통신상의 비밀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은 더욱 개발되고 세련되게 된다.전화통신 이용자들은 통화자간의 보다 확실한 비화기능(秘話機能)을 원할 것이며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 이용자들은 더 안전한 암호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E메일뿐만 아니라 음성통화의 보안성까지도 완벽에 가깝게 유지할수 있는 암호화기술이 개발돼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따라서 과학적 수사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이미 ‘감청수사’가 효율적인 수사방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설사 특정한 범죄용의자의 통신정보에 대한 감청에 성공한다 해도그것에 암호가 걸려있을 때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해독하지 않으면 안되고,암호를 풀었다고 해도 그것이 범죄를 입증하는 정보가 아니었을 경우비용과 인력의 낭비가 클 뿐 아니라 다른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사기관들이 풀어야할 숙제는 범죄자들과의 사이에서엿듣는 것과 엿듣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개발에 무한경쟁을 벌이는 일이 아니다.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기반으로 과학적이고도 떳떳한수사방법을 개발하고 실행할 때,우리 사회에 범죄가 들어설 공간을 확실하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감청수사의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합법적인 감청이든 불법적인 도청이든 이것이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는 것을 의미하는 이상,비밀을 쥔 자의 범죄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바로 며칠 전에도 대구의 한 경찰관이 경찰서장 명의의 공문서를 위조해 전화국에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전화통화내역서를 민간에 유출시키다가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례만 가지고 극히 일부의 몰지각한 소행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한다면,백번 양보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그동안 감청·감시한 방대한 양의 정보중에서 정말로 범죄에 직·간접으로 이용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 재간이 없는것 또한 사실이다.혹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이 드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니다.관계당국이 이러한 의문에 대해 납득할수 있는 해답을 주기 위해서는 올해 각 통신회사에 제공을 요청한 15만여건의 통신정보 중에서 감청이나 분석에 의해 범죄자를 기소했거나 범죄사실을입증하는 자료로 삼은 정보가 몇건인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감청정보가 범죄수사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점,이것이야말로 감청수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중에서 일반 시민들이 가장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측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 [대한광장] 앙드레 김을 통해 웃는 사회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옷로비사건청문회에 나와 증언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앙드레 김으로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의 이름이 구파발 출신 ‘김봉남’으로 구겨져내리자 사람들의 심금을 치는 묘한 카타르시스가세상을 대소(大笑)하게 만든 것이다. 왜 그랬을까.혹자는 ‘화려함’의 상징인 앙드레 김이 ‘김봉남’이란 우리주변의 친근한 이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애정의 결과라고들 진단한다.이질적인 앙드레 김이라는 이름보다는 봉순이,봉남이 같은 촌스럽고 만만한 이름에 친화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논리는 맞지 않는다.이것은 앙드레 김과 마주선 국회의원,기자나시민의 생각일 뿐이다. 당사자인 앙드레 김의 입장에선 어떨까.앙드레 김은증언대에 출석하면서 우리나라 패션계의 대명사처럼 잘알려진 ‘앙드레 김’대신 본명인 ‘김봉남’이라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기자들에게 부탁했다고 한다.호적 속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이름이지만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의식 속에는 왠지 기억해내고 싶지않은이름일지 모른다는 추론을 가능하게하는 일이다. 상상하건대 그가 태어났던 1935년의 구파발의 모습과 ‘김봉남’이란 흔한이름은 그의 성취와 성공과 맞물릴수 없는 그림이다.그 때문에 그는 출생에관한 사항은 가슴속에 그냥 묻어두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그래도 될 것은 ‘김봉남’이라는 이름이 궂이 옷로비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런데 앙드레 김의 기대는 무참하게도 뭉개졌다.사람들은 그의캐릭터처럼 굳어진 독특한 의상에까지 시비를 걸었다.모든 언론이 이 에피소드를 희화화하기 시작했다.그의 나긋나긋한 말투와 나이,의상,‘김봉남’이라는 이름을 특필로 다루면서 사람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신문들이 옷로비사건의 규명과는 동떨어진 앙드레 김의 에피소드를 유독 초점화 한 이유는 무엇일까.이유는 간명하다.시대가 앙드레 김과 같은 사냥감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시대란 어떤 시대인가.격려금을 받아 배우대표에게 건네줬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장관을 무참히 내쫓은 사회다.배고픈것은 잘 참아도 배아픈 것은절대 못참는 사람들이 사는 시대다. 혹자는 출구없이 가로막힌 우리 특유의 정치 경제사회적 조건이 만들어 놓은 후유증이라 하지만 아무튼 남 잘되고 잘난 것 앞에는 한없이 인색한 것이요즘 사람들이다. 천신만고끝에 성취하고 성공한 사람을 존경하기보다 끌어내려 짓밟고 짓이기고 싶은 이들로 득실거리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잘 나가는 사람들의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 흠집을 낸 다음에서야 못난 자신들의 열등감을 보상받는다. 열등감의 극복방법치고는 꽤나 가학적이고 병리적인 모습이 아닐수 없다.언제부턴가 언론도 이런 집단새디즘적 광기에 편승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김봉남’이라는 본명을 밝히게 해서 전국민을 웃겨준 우리 선량도 크게는 국민과 언론과 한패라는 생각이 든다.옷사건 규명을 기화로 성공한 디자이너를 향한 ‘김봉남 네까짓게 별 거냐’는 하는 식의 모욕과 질시가 의회의 엄숙주의 안에서 위장 구현되는 순간 병든 우리사회는 참으로 묘한 쾌재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유명인은 공인이라서 어느 정도 인권과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불가피론 뒤에 몸을 숨기며 이 기막힌 카타르시스를 공범이 돼 즐기지않은 자 있으면 손들고 나와 보라.앙드레김을 통해 대소(大笑)했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특히 무소불위의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그렇게 잘난 당신들은가슴속 깊이 감추고 싶은 구파발출신 ‘김봉남’같은 이름 한두 개쯤 없는지.누구도 ‘김봉남’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洪思琮 정동극장장]
  • 수원 프로축구 전관왕 노린다

    ‘가자 전관왕으로’-.수원 삼성이 올 시즌 프로축구 ‘싹쓸이’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시즌 전관왕은 97년 부산 대우가 단 한차례 달성한 대기록.그해의 부산과지금의 수원은 세대교체와 용병 영입에 성공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닮은 꼴이다. 슈퍼컵(3월) 대한화재컵(5월)에 이어 11일 안양 LG를 꺾고 아디다스컵마저손에 넣은 수원은 18일 2라운드가 재개되는 K리그에서도 10승3패 승점 28로선두를 달려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디다스컵에서 4강전까지 ‘1.5군’을 투입하고도 정상에 오른 데서 보듯수원은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지녀 레이스를 압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혹서기에 서정원 샤샤 고종수 등 주전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줬고 조현두 이병근 등 2진급 선수들이 주전과 별 차이 없는 기량을 갖춘 것이 최대강점이다.고종수 박건하 이기형 등 창단 당시의 신인들이 주축으로 성장한 것도 수원 질주의 바탕을 이룬다. 수원의 전관왕 달성 관건은 결국 수비력.고참 신용기가 수비의 핵으로 버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허약한 편이다.공격형 시스템인 4-4-2 전법을 주로 구사하는 수원에게는 이 허점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숙제다. 김호감독은 “선수 모두가 제몫을 다해주기 때문에 경기를 풀어가기 쉽다”며 전관왕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송한수기자 onekor@
  • [義烈 독립투쟁] (1-1) 역사적 의의와 성과 전문가 좌담

    대한매일은 광복 54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에 의열투쟁에 몸바친 의사·열사들의 독립투쟁 활약상과 애국정신을 되새기는 ‘의열 독립투쟁’을 주간 특집기획물로 연재한다.의열투쟁은 주로 개인차원에서 전개됐으나 중국의 장개석이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두고 ‘중국 군인 30만이 못하는 일을 고려청년한 사람이 해냈다’고 할 정도로 그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의·열사가운데 상징적인 몇 분을 제외하고는 낯선 이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연재에 앞서 전문가 좌담을 통해 의열투쟁의 의의,성과 등을 짚어보기로 한다. 김삼웅 주필 지난해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꾼 이래 민족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본지는 친일파들의 반민족행위를 고발한 ‘친일의 군상’에 이어이번에 새로 일제강점기 의열투쟁에 몸바치신 의사·열사들의 일대기와 항일정신을 되새기는 연재물을 기획하였습니다.그동안 이 분야에 대한 학계의 연구성과는 더러 있었다고 생각됩니다만 언론매체에서 이를 집중 조명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이번 좌담모임은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의열투쟁사 연재에 앞서 의열투쟁의 성과나 역사적 의의 등을 짚어보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먼저 역사학계에서 내리고 있는 의사·열사의 용어 정의부터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동양의 고전에서는 열사는도덕적 행위,의사는 사회적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조동걸 교수 우선 ‘의열투쟁’이라는 용어나 개념은 1975년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에서 ‘의열투쟁사’를 편찬해낸 이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의·열사를 정의한 것을 보면,의사는 ‘정의를 위해 목숨을 던져 행동으로 실천한 분’으로 대표적으로 안중근,윤봉길 의사같은 분을 들 수 있겠지요.반면 열사는 ‘절개를 지키기 위해 자결로 저항한 분’으로 이준 열사가 대표적인 분이라고 할수 있죠. 채영국 연구원 의·열사 구분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보이는 특이한 형태가 아닌가 합니다.중국에 갔을 때 ‘혁명열사기념탑’ 같은 것은 봤습니다만 ‘의사’라는 용어는 거의 사용치 않는 것으로 압니다.두 용어를 구분하는것은 우리만의 특이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신용하 교수 의암 유인석 선생이 선비의 저항정신으로,첫째 무기를 들고적과 싸우는 유형,둘째 외국으로 망명,몸을 깨끗이 보존하는 유형,셋째 국내에서 자결,자정(自靖)하여 지조를 지키는 유형 등 세 유형을 들고는 그 가운데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첫번째 유형이라고 하였습니다.바로 이 저항정신이 의·열사의 정신으로 계승됐다고 봅니다.그 중에서도 의사는 개인차원이나혹은 집단적으로 특공작전을 한 분으로 개인 차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안중근 의사를,집단적인 차원으로는 의열단,한인애국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김 주필 그러면 이같은 의·열사들의 의열투쟁은 언제,무슨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어떠한 행태를 띠고 있었는지,또 의병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있는지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어떤 책에서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격분을 참지 못해 현지에서 자결한 주영공사 이한응(李漢應)선생의 순국을 의열투쟁의 효시로 보는 견해도 있더군요. 조 교수 1904년 ‘한일의정서’가 체결된 이후부터 의열투쟁이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의열단체로는 1905년 ‘을사조약’ 체결 이후에 등장한 ‘오적(五賊)암살단’이 최초라고 봅니다.본격적으로 의열투쟁은 1908년 전명운·장인환 의사의 친일 미국인 스티븐스를 처단한 것이며 본 궤도에 오른 것은 아무래도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부터라고 봅니다. 신 교수 의열투쟁의 계보는 1906년 나철(일명 나인영)·오기호(일명 오혁)등이 ‘오적’ 암살을 모의한 것이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물론 이들의 오적 처단계획은 도중에 발각돼 좌절됐지만 이를 계기로 1909년 민족종교인 대종교가 탄생하였죠.전명운·장인환 두 의사의 의거는 국내의 민족지 ‘대한매일신보’는 물론 미국 신문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돼 당시 세계적인 반향을불러 일으켰습니다.흔히 일제하 의사들의 의거를 ‘테러’로 규정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는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왜냐하면 제국주의 하에서 약소민족이 국가가 없는 상태에서 행한 의열투쟁은 일종의 ‘특공작전’으로 봐야한다고 봅니다. 조 교수 미국이나영국 같은 나라들이 약소국의 그런 행위를 ‘테러’로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미군의 OSS작전 같은 것도 그렇게 따진다면‘테러’지요.주임무가 주요기관 파괴·요인 처단 아니었습니까? 채 박사 의열단이나 한인애국단의 ‘선언서’나 ‘격문’ 등에 나타난 의열투쟁 정신은 근본적으로 생존권 획득과 인류의 자유·행복추구를 목적으로 했다는 차원에서 피지배민족으로서는 정당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가 한국인 독립운동가를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고 불렀듯이 우리입장에서 보면 일제는 ‘강도(强盜)’나 다름없었지요. 김 주필 일제하 의열투쟁은 개인차원에서 결행된 것이 대부분이지만 독립진영에 미친 그 성과는 대단했다고 생각됩니다.안중근 의사의 의거나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의열투쟁의 전개양상과시기별 특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신 교수 무기를 사용한 의열투쟁은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전쟁적 성격 ▲유격전 성격 ▲특공작전 등 세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병전을 전면전이라면 유격전은 전쟁중 적을 기습공격한 후 재빨리 빠져나와 계속 작전을 하는 방식입니다.반면 특공작전은 강대한 적의 목표물을 공격,치명타를 입힌 후 특공대원 자신도 자폭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조 교수 의열투쟁의 원칙 가운데 하나가 특공대원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결행한다는 신 교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반면 일제말기 ‘가미가제(神風)’의 경우 자기의 의사와 무관하게 죽음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이는 학살로 봐야 한다고 봅니다. 신 교수 의열투쟁의 경우 거사의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여러 의사 가운데는 의거에 성공한분도 있지만 더러는 사전에 정보가 누설돼 거사 전에 좌절됐거나 또 거사는결행했지만 실패한 분들도 있습니다.그러나 ‘살신성인’의 정신은 어느쪽할 것 없이 모두 파급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채 박사 1910년대에 작성된 한 문건에 따르면,안중근 의사의 의거 이후 간도지역에서는 조선동포들이 안중근 의사의 위패를 만들어 모시고 아침 저녁으로 절을 하면서 신(神)처럼 받들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시기별 의열투쟁의 특징으로는,우선 1910년 경술국치 이전에는 대개 ‘국권수호’를 내걸었습니다.1910년대의 의열투쟁은 의병의 세력이 쇠퇴한 상황에서 만주에서 의열투쟁을 준비한 기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본격적인 의열투쟁은 1920년대 들어 의열단 결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3·1의거후 고조된민족의식과 의열투쟁의 여건이 성숙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독립운동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있던 1930년대에는 중국을 무대로 활동한 임시정부 산하한인애국단의 활동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겠죠. 김 주필 끝으로 의열투쟁이 독립운동사 측면에서의 의의나 평가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일제강점기를 통틀어 보면 의열투쟁은 독립운동이 침체기에 빠져있거나 또는 일제의 통치가 전환점을 맞을 때마다 주로 터져나왔습니다.이로써 일제에게는 큰 타격을 준 반면 우리 민족진영에는 활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조 교수 일제하 독립운동은 처음에는의병이나 계몽운동의 형태로 출발했다가 점차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의열투쟁은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그런데 의열투쟁은 개인차원의 독립운동치고는 성과가 컸고 또 다른 형태의 독립운동에 활력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독립운동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의거후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가리켜 ‘안중근과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부른 경우라든지 또 윤봉길 의사의거후 중국의 장개석 정부가 임정을 주목,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수 백명이 일본군과 맞서 싸운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큰 것이었지요.백범김구 주석이 환국후 그 복잡한 정치상황 하에서도 의·열사들의 유해봉환을중대사업으로 취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 안의사와 윤의사 두 분의 의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안의사가이토(伊藤博文)를 처단한 후 일본과 러시아의 만주분할 계획이 좌절되자 중국의 언론과 지사들은 안의사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였고 이것이 인연이 돼만주와 중국땅이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무대가 됐습니다.또 ‘만보산사건’으로 생겨난 한·중 간의 적대감은 윤의사의 의거후 곧바로 봄눈 녹듯이사라지고 말았으며 당시 장개석은 ‘30만 중국군대가 못한 일을 고려청년 한 명이 해냈다’며 극찬했습니다.‘김구-장개석회담’이 바로 윤의사 의거 직후에 처음으로 성사됐으며 중국측의 지원도 이 때부터 공식 시작됐지요.제국주의자들의 이론을 극복하고 의열투쟁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이론정립이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주필 일제하 선열들의 의열투쟁정신은 해방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일부 계승된 점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은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의열투쟁의 정신이 더욱 값진 교훈으로 다가온다고 하겠습니다.오늘 좌담에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리=정운현기자 jwh59@
  • [대한광장] 워커선장 추적기

    7년 전 어느 한글신문에 ‘대미 관계개선 한국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잡문을 쓴 일이 있다.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지만 그때 그런글을 쓴 것은 아직도 옳다고 생각한다.그때까지 미국의 대한(對韓)정책에 대한 지나친 사시(斜視)의 반성이기도 했다.그 글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그 해 1993년 1월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한 한국인과 미국인 교류 140년이되는 해로 1883년 1월 미국인 한 가족이 표류가 아니라 인도주의를 표방한방문으로 한국땅을 처음으로 밟았다.실제 보트를 내려 땅을 밟았다.한국인들은 ‘금발미녀’인 선장부인과 어린 네 살 짜리 사내아이를 보려고 미국배로 몰려와 구경하였고 미국술과 한국술을 교환해 마시며 파티를 갑판 곳곳에서열었다. 미국선원은 한국인의 인상에 대해 글도 지었다.미국배는 구출한 일본 표류선원 2명을 인도하고 갔다.당시 일본정부는 중국이나 조선에서 송환하는 일본인 표류민들은 받았으나 양인(洋人)이 송환하려는 일본인은 잘 받지 않았다.그리스도교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따라서 미국배의 우회송환은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조선조정은 일본선원 두 사람에게 선물을 잔뜩 안겨 일본으로 송환했다.매우 아름답고 흐뭇한 사건이었으며 포함(砲艦)외교와는 거리가 멀었다.즉 조·미관계는 친선적인 접촉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미국의 동아시아여러나라 접촉의 시작이 한 가족의 평화적인 방문으로 이루어진 예가 어디있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조·미관계는 잘 발전하지 못했다.세계 대세에 대한 조선조정의눈이 어두웠던 것도 큰 원인중의 하나였다.1853년 1월에서 140년이 되는 93년 1월 필자가 이 사건을 조명하려 했던 것은 당시 대두하는 듯 보였던 미국 우익의 ‘구미 제국주의 재긍정론’에 자극받아서였다.글의 부제(副題)를‘한·미접촉의 시작과 그 현대적 의미’라고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글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 역사적과제”라고 맺었다. 이 시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여기서 다루려는 것은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나의 추적고심담이라기보다 아직도풀리지 않는 미국인 선장이 풍기는 수수께끼를 나눠보고 싶어서다.워싱턴 티 워커(Washington T.Walker)선장은 매우 성공적인 포경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신문기사를 종합하면 그는 지략과 상업적 재능에 뛰어난 인물이었던 것 같다. 뉴 잉글랜드 뉴 베드포드라는 포경선 항구 부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느 과부의 딸과 결혼했으나 그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동생과 결혼했고 그녀도 결핵으로 사망하자 막내동생과 결혼했다.막내동생도 결핵으로 사망했다.고심끝에찾은 그의 무덤에 세자매의 무덤이 나란히 있는 것이 가관이었다. 그가 포경여행과 한국에 데려온 여인은 두번째 부인으로 그녀를 매우 사랑했던 흔적이 많다.포경선 위에서 가축을 기르며 신선한 육류를 공급했다.때로는 소가 있는 섬에 상륙,소를 강탈하고 대금을 놓고 가곤 했다.그가 한국에 데리고 온 아들 헨리군도 사망했는데 역시 ‘결핵’이었다. 그는 한국행에 앞서 하와이 왕국 주둔 미국영사관과 접촉했는데 미국영사관쪽에서 한국행에 대해 어떤 주문을 했는지도 알수 없다.혹 한국과의수교가능성을 타진하라는 문건이 존재한다면 대단한 발굴이 될 것이다.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역사가 한 단계 올라가기 때문이다.남북전쟁이 한창일 때사망했는데 그의 사망기사는 어느 신문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매사추세츠 주정부 사망기록부에는 그의 사망기록이 있는데 ‘결핵’이 사망원인으로 돼 있다.이것도 수상하다.링컨정부의 비밀명령을 받아 모종의 해상작전에 종사하다가 전사했을 가능성(많은 포경선 선장들이 그랬다)과 남군과 밀무역을 하다가 어떻게 됐을 경우(이 경우에 그는 반역자가 되므로 신문에 날 까닭이 없다)등등 여러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그의 무덤에 가끔씩 꽃을 놓고 가는 사람이 있다는 묘지관리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후손이 남아 있고 좀더 자세한 이야기나 초상화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워커선장은 한·미관계사에 워낙 중요한 인물이므로 이런 가능성에 희망을 품고 무엇이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方善柱 한림대 객원교수 재미사학자]
  • [대한광장] 교수들은 왜 거리로 나섰을까

    지난 8일 1,000여명의 교수가 ‘두뇌한국 21(BK 21)사업’의 백지화를 외치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4·19혁명 이래 교수들만으로는 처음이라는 이 행사를 놓고 일부 언론은 “교수들의 제몫 챙기기”라고 자못 소리높여 비판의목소리를 돋우었다.겉으로는 BK21 사업을 반대하는 듯하지만,속을 들여다보면 교수계약제·연봉제 철폐를 주장하는 등 교수 신분 유지에 급급하고 대학개혁 일정 자체를 전면 포기하라는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매였다는 것이다. 우선 명확히 할 것은 거리로 나선 교수들이 대학개혁을 반대하기는커녕 현행의 대학체제와 관행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라는 점이다.이들은 우리대학의 낙후성을 통감하고 이를 극복해 ‘독자적인 학문생산체제’를 수립하자고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여러 방안을 제시해 왔다.문제는 BK21 사업에서 교육부가 그것을 대학의 구조조정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즉 이 사업을 대학구조 및 입시제도 개혁과 연계해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이 반대한 것은 대학개혁이나 그 취지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고등인력 육성사업과 연계한다는 점이었다.이들은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양자는 별개로 진행돼야 하며 오히려 연계가 대학개혁의 규모와 긴박감을 떨어뜨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즉 이들은 개혁을 반대한 것이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을 제약하는 연계를 반대한 것이다. 더욱이 이들이 신분 유지에 급급했다는 지적은 이들에 대한 엄청난 모독이다.이는 언론이 정부의 발표만 믿은 결과다.정부와 여당은 BK21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7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사업을 보완하기로 결정했다.이들은 보완책의 하나로 BK21 사업을 당초 계획과는 달리 연봉제·계약제와 연계시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이는 BK21에 대한 교수들의 반대가 이것때문인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지엽적인 문제로 그동안 교수들이 BK21에 반대한 주된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 대학의 서열화,중앙·지방의격차 심화,기초학문의 붕괴,입시경쟁의 격화 등 대학교육의 황폐화다. 정부가 그 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국민들에게 마치 교수들이 연봉제와 계약제 때문에 반대를 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며 일부 언론이 여기에 맞장구를 친 것이다. 지식정보화의 국제사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갈 창의력 있는 인재를키운다는 BK21 사업의 근본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문제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절차상의 결정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혹 여론수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합의가 나눠먹기식 결과밖에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가능하다. 대학사회의 현실이 그 반론을 쉽게 외면하기 어렵게 만든다.대학은 참으로개혁돼야 한다.하지만 그렇다고 교육부가 지원사업을 직접 관장할 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을까?그렇게 된다면 과거에도 그렇듯이 이번에도 ‘되는 것도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교수들은 생각한다. 대학사회가 병든 데는 자율적인 대학기구를 꾸리겠다는 교수들의 의지를 교육부가 끊임없이 꺾어온 것이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현재 대학은‘공론’을 형성하기 어려운 불구의 상태를 보이고 있음이 사실이다.그렇다고 하여 교육부가 마구 통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뿐이다. 사학재단의 비리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대학을 옥죄는교육부를 교수들은 신뢰하지 않는다.교육당국에 대한 이 뿌리깊은 불신이 교수들을 거리로 내몬 것이다.이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어떠한 교육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현 정권은 지금이라도 대학의 자율성을 보듬어 주어야 하며 교육부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현 상태에서 BK21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별도의 ‘고등교육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다. [崔甲壽 서울대 교수·서양사]
  • [굄돌]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는가

    “뉴스는 왜 범죄자를 저렇게 크게 내주지…?” 신창원에 대한 요란한 뉴스를 보면서 아홉 살 아이가 중얼거리는 말이다.나는 처음에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그러다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저러다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공명심에 혹 이상한 모방을 하고 싶어지지는 않을까,문득 걱정이 됐다. 엊그제 아는 여고생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을 들은 생각이 났다.“내 친구는 신창원이가 좋대.눈이 사슴처럼 예쁘게 생겼대.팬이래.수배되었을 때도안잡혔으면 좋겠다 그랬어.” 그 때도 뭐라 금방 할 말이 생각이 안났었다. 마음만 복잡하게 움직였다. 뇌물먹은 도지사와 남편보다 더 많이 먹은 그의 부인도 화면에 크게,몇번이나 반복하여 나왔다.아직 잔상이 채 가시지도 않은 듯한 옷로비 사건 때도누군가가 그런 옷 한 번 입어봤으면 하고 그런 것과 너무나 멀리 있는 자기의 신세를 한탄했었을 것이다.그런 걸 주고 받을 만한 위치에 한 번만이라도 올라가 봤으면 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뇌물 가방에 가득 찬 돈 뭉치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했을까? 몇억씩 빼앗긴 사람,귀중품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다 어디 있을까? 왜 한 사람도 신고를 안했을까? 뇌물로 받은 돈들은 또 어디로 사라졌을까? 누구에게 전해졌을까?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사람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끝이 없도록 매스컴이 만들어 간다.방향도 없다.급기야는 법을 어긴 사람들이,범법자들이 텔레비전에 대문짝만하게 나왔기 때문에,그들이 ‘유명인사’가 되었기 때문에,어떤 아이는 그들의 팬이되고,어떤 사람은 부러워 하기에 이르른다. 아이들은 내용과 상관없이 그림만을 보고,유명해지는 법을 배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텔레비전에 대대적으로 나오니 무슨 프로 운동선수나 인기연예인과동일시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조금 영리한 아이라면 이미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해 버렸을 것이다.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아주 다르다는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지도층은 왜 지도층일까? 부모들은 이미 자식들이 하는 질문들에 대하여 명확한 답변을 못한 지가 오래일 것이다.아이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는 일들 뿐이니,집에서또는 학교에서 아무리 바른 생활과 윤리를 가르친들 그게 먹히기나 하겠는가? 어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게 가치의 기준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
  • [대한광장] 패거리문화에서 동인문화로

    우리 사회의 ‘학교’란 묘한 울타리와 끈을 맺어주는 곳이다.누구나 이 끈에 묶여 고등학교 혹은 대학 동창회에 한번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시절은 순수했고 아름다운 열정으로 빛났으므로 사회인으로서 다시 만남은 기쁨 그 자체이다.그러나 그런 티없는 만남으로 기쁨만을 나누기에는 사람들이 세태에 한없이 구겨져 있다.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구겨진 삶의 주름을 펴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지만,속마음은 언제나 세속적이다. 특히 학창시절에 일면식도 없던 출세한 동창생에게 학연의 끈을 빌미로 유대를 돈독히 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혹 그이가 권력의 실세라고 한다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이 경우 동기뿐만 아니라 누대의 동창생 조직도 몽땅 가세하여 그이를 중심으로 한 유대의 소중함을 서로에게 알린다. ‘우리는 동창생’으로 시작되는 학연의 종착논리는 다음같은 선언으로 귀결된다.‘동창생만큼 소중한 인연은 없다.따라서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한다.끌어주고 밀어주어야 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힘으로세상도 바꾸어야한다’. 말인즉슨 옳다.황량한 세상에 서로가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끈조차도 우리는 부정할 수 없기에. 지연도 크게 봐 이와 다름아니다.연말이면 대형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예외없이 펼쳐지는 향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출세한 고향사람들과의 인사와 긴밀한 유대를 꿈꾼다.이런 모임에는 지역정치인의 참여가 필수적이다.지역정치인의 이해와 사람들의 소망이 묘한 결합을 이루며 펼쳐지는 행사의 주제는대부분 ‘우리 지역이 뭉쳐서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저마다 소속된 조직 안에서도 동향끼리 은밀한 모임은 이어진다.처음 만나는 사람끼리도 동향이란 전제는 조건없이 친화하는 매개다.고향을 떠나온 사람에게 고향사람만큼 반가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그러나 그 끈끈한 연대가무조건적인 친화로 이어지면서 무리를 짓고 ‘힘이 모이면 세상도 바꿀 수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이처럼 세상까지 바꿔보자는 이 학연과 지연의 진정한 본질이다.학연과 지연으로 얽혀 들끓는 우리 사회의 속내를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된다.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창시절이나 지역사회에서서로 면식이 별로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둘째,면식이 없기 때문에 상대가 어떠한 이상과 뜻을 지니고 사는지,인격과품성이 어떤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그냥 학교와 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힘을 모아 세상까지 바꾸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뭉쳐진 동질의 집단과 패거리 권력이 바꾸어낼 세상은 상상만 해도 섬뜩하다.뜻이 다른 개인들이 서로의 이해를 감추고 학교,혹은 지역이라는 깃발 아래 묵계로 뭉쳐서 가는 세상의 끝간 데는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이의 폐단을 실감이나 하듯 요즘 뜻있는 사람들의 ‘동인’모임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동인 집단에게 학교와 지역은 서로를 묶는 데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다.그들은 다만 뜻이 같고 이상이 같은 사람들과 소중한 만남을 중시한다.같은 이상과 가치관으로 맺어지는 연대는 세상을 사는 맛과 서로에게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동인문화도 상부상조의 미덕을 중시하고 때로는 세상까지 바꾸자고 주장하지만,패거리문화가 바꾸어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결국 동인집단이 바꿔내려는 세상은 건강하고 이상적인 사회의 미래 모습인 셈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연과 지연의 패거리문화로부터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못하고 있다.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패거리들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고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패거리들의 손에 놓인 세상을 이상과 꿈이 같은 동인의 손에 옮겨주는 뜻있는 이들의 자각과 의식개혁 운동이 필요한 때다.정치개혁도 이같은 이상의 바탕 위에서 펼쳐지면 어떨까.뜻을 모아야 나라도 산다. [洪 思 琮 정동극장장]
  • [현장] “경품에 눈어두워…” 어느 주부의 후회

    “경품 하나 타보려는 마음에….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주부 이모씨(38·서울 은평구 신사동)는 지난달 21일 서울 M백화점 정문 앞에서 힘없이 주저 앉았다.10일간 백화점에서 실시했던 ‘경품잔치’의 마지막날,당첨자 명단 어디에도 이씨의 이름은 없었다. 경품행사 첫날 백화점에 들렀던 이씨는 물건을 3만원어치 이상 사면 매일 20명을 추첨해 최신형 에어컨과 선풍기를 준다는 말에 솔깃했다.‘이번 여름에는 에어컨을 1대 장만하자’는 생각에 이틀에 한번꼴로 백화점에 갔다.꼭필요하지도 않은 아이들 옷과 여름용품들을 샀다. 이씨는 ‘한번은 붙겠지’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경품 행사에 응모한 횟수는 8번이나 됐다. 그러나 응모 다음날 발표되는 당첨자 명단에 이씨의 이름은 한번도 오르지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행사가 끝나기 전날 7만원짜리 옷 한벌을 사고경품티켓 2장을 받아 또 응모했다.그것도 허사였다. “경품을 탈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랬는지….쓸데없이 돈만 낭비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이씨가 백화점 경품행사의 유혹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달6일부터 13일까지 서울 L·H백화점에서 5만원 이상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실시한 ‘자동차 20대 경품행사’에도 친구들과 함께 응모했다.매일 자동차를 3대씩 준다는 말에 넘어가 충동구매를 했다. 혹시 자동차를 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0만원어치나 물건을 샀다.결과는헛수고였다.남은 건 뼈아픈 후회뿐이었다. 백화점 여름 세일 경품잔치가 또 돌아왔다.아파트며 자동차,해외여행 티켓같은 고가경품들이 이씨의 마음을 흔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어리석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며 “다시는 경품에 현혹돼 쓸 데 없는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사회팀 김미경]chapli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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