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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지로 본 1940년대 문단秘史] (7)임화의 처 지하련

    1940년대 이후 모윤숙의 내면세계를 읽을 수 있는 편지가 두 통 있다.“일요일날 선희랑 도오깐(김동환)상이랑 또아바이(안호상)랑 윷놀이 하면 어떠냐”는 편지의 윗 부분에 “나는 황도학회(皇道學會,1940.12.25.결성) 이틀 가서 졸고 이틀 빠지고 오늘 또 가는데 조선호텔 케익 먹은 죄로다”라는 구절이나,“청년회관에 가서 저축 연설”을 해야 된다는 등등은 일말의 양심에 조금은 어줍잖아 했었던모습과 함께 친일의 대가를 호사롭게 받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네 여인 중 개방적이고 가장 말을 아끼지 않았던 모윤숙은 종종 친구들 사이에 말썽을 일으켰는데,대개는 비밀 누설과 험담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가 나중에사과하는 내용들이다.노천명의 편지에도 모윤숙 때문에 신문사를 그만 둬야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나오는 걸로 미뤄볼 때 그녀가 야기시킨 말썽은 적잖았던 것 같다. 네 여인 중 둘(이선희.최정희)은 어쨌건 결혼을 했고,하나(노천명)는 연애의 불꽃이라도 타올랐으나,그녀 하나(모윤숙)만은 사랑에 관한 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탓으로친구들을 만날 때 심사가 약간은 뒤틀렸대도 할 말이 없다.여류문인 좌담회에 나와 달라는 최정희의 요청에 “놈팽이나 좀 끼면 몰라도” 우리끼리 무슨 재미냐고 맞대거리할 배짱은 모윤숙 밖에 없었다.“정신의 고향도 몸의 고향도 다 잃어버린 유랑녀의 심금”이었던 모윤숙에게 민족사적인 과업은 춘원을 향한 사랑처럼,조선호텔 케익처럼 녹아버렸을 터이다.8.15직후 종이가 귀했을 때 모윤숙은 일제 시기의 봉투와 편지지를 그대로 쓰고 있다.최정희가 덕소에 머물렀던 주소를 “경경선(京慶線,오늘의 중앙선.완전 개통은 1942.4.1)덕소역전 김동환 방”이라고 쓴 걸 보면 한가한 시골풍경이 떠오른다.출판 기념회를 한다는 구절은 두 번째 시집 ‘옥비녀’(1947)를 가리킨 것이기에그때 쓴 편지이다. 이 무렵 모윤숙의 활약은 너무 유명하여 소개하기조차 쑥스럽지만 간략히 개관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1945년 11월 이기붕의 연락으로 이승만을 만난 그녀는 친일파 결속과남한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절명의 과제를 위하여 적극 협력하게 되었다.당시 유엔 소총회는 한국의 단정 수립을 반대했던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을 구성,쿠마라 P.S.메논 위원장을 한국에 파견(1948.1.8)했는데,그 접대를 모윤숙이 맡아 메논의 정치적인 신념을 뒤바꿔서 거뜬히 이승만의 소망을 성취시켜 주었다.실로 국제 첩보전의 박력을 느끼게하는 이 대목,하지 중장의 감시 눈초리를 피해 이승만과메논의 단독대좌 자리를 마련하는 등 그녀의 활동은 역사를 바꿀 만큼 민첩했는데,그 와중에도 연인 이광수를 초치하여 메논과 셋이서 심야의 정담을 나눌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1948년 2월 26일,유엔소총회는 유엔한국위원회가 접근 가능한 지역(남한)에 국한하여 선거를 실시할 것을 결의함으로써 남북한 분단은 고착되었다.모윤숙은 회고록에서 노골적으로 메논에 대하여 “고마운 사람! 나만 아는 잊을 수없는 은인,그는 정치가라기 보다 우정과 신의에 가득찬 영혼을 가진 세계의 외교관이었다.이박사는 실로 그 은혜를잊을 수도,또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호반의 밀어’)고 썼다.못잊는 건 이박사만이 아니다.삼천만 겨레의 운명이 어쨌건 그녀로 말미암아 한순간에 바뀌었기에 우리들도 못 잊는다.위대한,그러나 때로는 추악해질 수도 있는 여성의 능력을. 근대 문단사에서 뭇 남성의 시선을 모았던 여성으로 이현욱(李現郁)을 빼놓을 수 없다.이름만으로는 남성스럽지만당대 문단의 총아 임화(林和)를 사로잡은 여인이라면 그고혹성은 입증될 법하다.오죽했으면 이미 임화가 임자인줄 알면서도 서정주가 넌지시 넘보며 회기동 집엘 들락거렸겠는가(필자가 서정주 생존시 직접 청취한 말임).그는노골적으로 이현욱의 글재주가 “임화보다 나았다”(‘광복 직후의 문단’)고 할 정도였으니 사태의 추이를 상상할만 하다.이현욱은 1912년 거창에서 태어나 도쿄 소화(昭和)여고를 나온 뒤 “아무런 경력도 없음”이랄 정도로 마산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있었다.그녀는 소설 ‘결별’로 ‘문장’지(1940.12)를 통해 ‘지하련(池河連)’이란 필명으로 등단했는데,추천자 백철은 약간 파격적인 소개를 했다. “지하연씨는 모 친우의 부인되는 분으로 내가 기왕부터경애하는 분이다.”바로 임화의 부인이란 뜻이다.초기의다다이즘적 도시의 아이 문학을 거쳐 카프로 방향전환한임화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그리 좋지 않다. 무일푼 시절 임화를 거둬 준 것은 박영희였는데,아랫방에 눌러 앉아 밥을 갖다 주면 “먹은 다음에 얼른 상이나 번쩍 들고 나와서 안으로 갖다 놓을 줄 알아야 하겠건만 임은 그러지 않고서 밥을 다 먹고서도 그냥 앉은자리에서 담배 한 대를 모두 피운 다음에 밥그릇 두껑에다 비벼 꺼버리고 담뱃재는 밥상 위에다 함부로 털어놓기 때문에,박의어머님께서는 몇 번이나 아들더러 임을 얼른 딴데로 보내버리라고 꾸중”했었다.“그를 속으로는 싫어하면서도 데리고 있다가 노자까지 장만해 주어 일본으로 보냈던 것”인데,정작 임화가 귀국하여 처음 한 활동은 카프로부터 박영희를 규탄하는 것이었다(김팔봉 ‘카프문학 시대’). 임화가 동료 평론가 이북만(李北滿)의 누이동생 이귀례(貴禮)와 사실혼을 한 게 1930년,이듬해 귀국한 그는 카프차세대 주자로 시인·평론가·영화인 등 전천후의 능력을발휘하다가 두 차례나 구속당했지만 곧 석방되었다.특히카프 2차검거(1934) 때는 압송 중 졸도하여 지병이었던 폐결핵 때문에 석방,마산 결핵요양소에서 휴양생활을 했는데,여기서 민족운동을 했던 청년을 통하여 그의 누이동생으로 제2의 아내가 될 여인 이현욱을 만나게 되었다.임화의아내 이현욱 보다는 여성작가 지하련으로 일약 유명해진이 재색을 겸비한 여인은 애인을 따라 이내 상경,신설동 361-1과,회기동 64-15에 기거했는데,통상 이 시기에 임화와 동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편지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임화는 들락날락한 것으로 보인다. 지하련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는 다분히 의혹에 휩싸여있다.꼭 와 달라는 간곡한 편지에다 그녀는 “혼자 오시기 뭐하시건(면) 회남(安懷南)씨나 임화씨와 함께 와 주십시오”라고 끝맺는다.왜 여자 집에 여자가 혼자 오기 뭣할까란 어리석은 질문이 나올법하다.다른 한 편지를 보자.“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나,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입니다.나는 다시금 잘알 수가 없어지고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구 까지합니다.혹 나는 당신 앞에 지나친 신경질이었는지는 모르나,아무튼 점점 당신이 멀어지고 있단 것을 어느 날 나는확실히 알았었고.…그래서 나는 돌아오는 걸음이 말할 수없이 허전하고 외로웠습니다.” 편지에 따르면 이미 이들은 지하련이 시골에 있을 때부터 익히 알았을 뿐만 아니라 꽤나 보통 이상의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순리대로라면아마 지하련의 편지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도저히 몇 차례의 서신 왕래로는 다다를 수 없는두 사람만의 은밀한 정서적인 합일점이 있었던 것 같다. “정희야.나는 네 앞에 결코 현명한 벗은 못 됐었다.그러나 우리는 즐거웠었다.내 이제 너와 더불어 즐거웠던 순간을 무덤 속에 가도 잊을 순 없다.하지만 너는 나처럼 어리석진 않았다.물론 이러한 너를 나는 나무라지도 미워하지도 않는다.오히려 이제 네가 따르려는 것 앞에서 네가 복되고 밝기 거울 같기를 빌지도 모른다.정희야.나는 이제너를 떠나는 슬픔을,너를 잊을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구 한다.하지만 정희야,이건 언제라도 좋다! 네가 백발일 때도 좋고,내일이래도 좋다! 만일 네 ‘마음’이-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네 별보다도 더 또렷하고,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나를 찾거던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던,너는 부디 내게로 와다고!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 일인지 모르겠다.네 적은 입이 좋고,목덜미가 좋고,볼다구니도 좋다! 나는 이후 남은 세월을 정희야,너를 위해,네가 다시 오기 위해 저 야공(夜空)에 별을 알아보듯 잠잠이 살아가련다.…” 무엇이 이 두 여인으로 하여금 이토록 뜨겁게 갈구토록만들었을까.우정이나 어떤 이해관계,혹은 지하운동? 너무먼 이야기다.아마 이들은 파격적이고 첨단적인 사랑을 나눴는지도 모른다.편지는 그만 두자면서도 계속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어떤 마력에 이끌려 본의와는 상관 없이 억누르려는 그리움과 다시 만나고픈 욕정이 뒤엉켜 새로운문장을 만들어 내곤 한다. “당신이 날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만나 드리겠습니다.그러나 이제 내 맘도 무한 흩어져 당신 있는 곳엔 잘 가지지가 않습니다”는 대목은 이제까지의 절절했던 사연과는 판이한,글을 쓰는 동안에도 쾌락추구 욕구와 도피의식이란심경의 격변이 반복되는 현상을 간파할 수 있다.그러면서도 욕망의 활화산을 잠 재우지 못한 채 “금년 마지막 날,오후 다섯 시에 ‘후루사토(故鄕)’라는 집에서 만나기로합시다”고 끝맺는다.그 뒤 이들은 어찌 되었을까? 지하련은 8.15후 창작집 ‘도정’(1948)을 내는 등 맹활약하다가 월북,임화의 남로당계 비판과 함께 비참하게 사라졌다. 임헌영 문학평론가·중앙대 겸임교수
  • 청소년대상 성범죄 명단공개 찬반

    ■””죄의식 없어 극약처방 필요””. 지난 98년 말부터 99년 초 사이 향락문화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10대들이 성산업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에 여성 및 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향락문화 추방 캠페인,학교교육현장 방문 등을 통해 개선을 유도했지만 문제는여전히 남아있었다. 결정적으로 성인들이 10대들의 성을 사고 파는 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겉으로는 “어떻게 청소년의 성을 사고 팔 수 있냐”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뭐가 죄가 되는지모르겠다’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에 대해,특히 아동이나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방증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이들의명단을 공개하는 것이다.청소년 성범죄자로 명단이 공개될경우 대상자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다른 사람들에게는 극약 처방에 따른 예방의식을 심어줄 수있다. 일부에서는 신상공개는 이들에 대한 공개처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인권침해라고 하는 이도 있다.그러나 이름,나이,사는 동,직업만을 공개하는 것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될수는 없다.구체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거나 직장명을 밝히지않기 때문에 이들은 지은 죄에 비해 인권을 보호받고 있는것이다.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폭력을행사하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사회적으로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명화 YMCA 청소년성문화센터 관장. ■””살인이 더큰 범죄 형평잃어””.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성범죄자는 반드시 엄벌해야 한다.이들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현재 대상자 중 한명이 헌법재판소에 명단공개 가처분신청을 해놓은 상태다.위헌 판결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성범죄자 명단공개는 여러가지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사상이나 철학을 떠나 법논리로 볼때 성범죄보다는 살인이나 가정파괴 등이 더욱 극악무도한 범죄이다.그러나 살인자,가정파괴범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성범죄자만 만천하에 드러내 이중처벌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살인,가정파괴 등은 피해자가 성인이나 청소년 성매매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심각하다고 한다.그렇다면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하는 것은성과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범죄보다 덜 잔인하고,가정파괴범에 의해 아들,딸들이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직접적 성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성범죄보다 가볍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신원이 추측가능한 명단을 인터넷으로 공개해 이들을 전국적인,세계적인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이는 사실상 연좌제나 다름없다.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이들과 비슷한 신원을 가진 동명이인들이 주위로부터 의심을 받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징역형보다 개인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이번 명단공개의최종판단기관이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에서 처리했다는 것도 문제이다. 청소년 성범죄의 예방효과를 위해서라는 취지는 충분히 수긍하지만 명단공개 과정이나절차가 균형을 잃은 현 시점에서 이에 찬성할 수 없다. 최용석 오세오닷컴 대표변호사
  • [데스크 칼럼] JP의 순리와 역리

    미국과 중국을 무대로 해운업을 하는 선배가 있다.요즘 수출부진으로 타격이 심각한 모양이다.만나기만 하면 경제위기 타령이다.그러다 정치얘기만 나오면 화부터 낸다.“도대체 누가 관심을 갖는다고 정치인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지면에 소개하느냐”고 핀잔이다.데스크 칼럼이라도 쓰는날이면 “서민생활과 하등 관련없는 글”이라며 면박부터준다. 정치가 이 지경의 대접을 받는데도 저마다 경륜을 들먹이고 대세론이니,대망론이니 하며 떠든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대통령의 제의에 진실성이 문제’라며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고,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는 ‘나라를 위한다’는 취지에서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공조를 말한다.한결같이 ‘국민대망론’이다.그런 자민련이 건교부장관 경질 과정에서 또다시 몫을 확실히 챙겼다. 며칠전 “민주당과 공조다운 공조가 없었다”고 했는 데 정말 ‘현란한 운신’이 아닐 수 없다. JP가 서슬퍼런 민주계의 팽(烹)전략으로 민자당을 탈당한뒤인 지난 95년 겨울,국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소회를 물었더니 창밖을 응시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순리(順理)와 역리론(逆理論)을 폈다.“순리는 답답하고 지루하게 보이고,역리는 화려하고 시원스레 보입니다.그러나 두고보세요,시간이 지나면 순리가 역리를 이기는 법이오” 그러고선 “때가 됐는 데 손님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며 햄버거로점심을 냈다.소탈한 JP의 정치연륜을 느꼈음은 물론이다. 돌이켜보면 JP 자신은 순리였고,자신을 몰아낸 민주계는역리였다.대선패배로 야당이 된 민주계와 달리,JP는 공동정권의 2인자로 정부인사의 핵인 총리를 부동의 몫으로 챙겼으니 순리의 위력은 컸다. 마당에 오동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다는 것을안다고 했던가.풍운의 정치인 JP가 이제 선거철을 알리는풍향계로 자리매김했다고 인구에 회자해서 하는 얘기다.‘JP 대망론’이나 ‘JP 후보론’도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열악한 당세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무성하다.혹 그의 표현처럼 ‘저녁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싶은’ 노(老) 정치인의 꿈일 수도 있으리라. 설사 그렇더라도모든 일에는 진퇴(進退)가 있는 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자민련도 책임져야 할 국가적 재난이다.경기는 장기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평양대축전에 참가했던 일부인사들의돌출행동으로 나라가 보·혁갈등에 휘말리면서 두동강이 날 기세다.그런데도 공동정권의 책무에 진력하는 JP를 찾아볼 수가 없다.평양대축전으로 야기된 정국불안을 풀기 위해청와대와 머리를 맞대는 경륜과 헌신의 모습보다는 평일 골프를 즐기며 뒷전에서 약간의 성의를 보이는 노회함뿐이다. 연륜과 경륜은 나라위기가 아닌 선거때 쓰려고 아껴두고 있는 것인지….지난해 총선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아무리 민주당과 결별을 선언해도,더이상 혹해 넘어갈 유권자는 없을것 같다. ‘JP의 순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정치얘기에 늘 못마땅해 하는 선배가 “쓸데없는 물음”이라며 또다시 나무랄지 모르겠다. 양 승 현 정치팀장 yangbak@
  • 박은식선생 유저 ‘檀祖事攷’ 발굴

    한말 대한매일신보 주필과 상하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선생의 미공개 저서 ‘단조사고(檀祖事攷)’가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백암의 유저(遺著)로 책이름만 알려진 이 책이 햇빛을 보게된 것은 백암연구는 물론 단군과 고대사연구 등문화사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백암은 시베리아와 중국 등 해외망명생활을 하면서 민족독립운동을 고취시키기위해 역사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백암은 ‘한국통사’를 써서 일제의 침략과정을 폭로했고‘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저술하여 한민족의 투쟁과정을서술했다. 이들 저서에 못지 않은 ‘단조사고’는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과 고대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백암은 망국기에 단군과 고대사연구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1911년 서간도에서 프린트본으로 이 책을썼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신념으로 단군과 고대사를 정리한 것이다. 백암의 모든 사서(史書)는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단조사고’는 독립운동가로서 중국연변에 살던 김정규옹이 장서 수천권을 연변대학에 기증한 것으로 문화대혁명때 홍위병들이 장서를 소각·파손하는 와중에 다행히 재난을 면하게 되었다. 김옹의 사후 유족들이 남아있는 장서를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찾아 복사본을 최근 대한매일과 동방미디어가 공동추진중인 ‘박은식·양기탁전집편찬위원회(위원장 윤병석)’에 기증했다. A4용지 70쪽분량에 순한문으로 씌어진 책의 첫장에 ‘배달족원류-단군혈통’을 도표로 표시하고, 다음에 단군조선의 강역(疆域)을 지도로 정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달단(타타르)해협과 흑룡강, 서쪽으로는 흥안령, 남쪽으로는 한반도가 강역이었음을 표시했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백암이 사망한 1926년 11월 기관지 ‘독립신문’의 백암 특집호를 발행하면서 백암의 저술 목록을 상세히 정리했다. 이 특집에 따르면 ‘학규신편’‘왕양명 실기’에 이어 세번째가 ‘단조사고’이다. 이어서 ‘한국통사’‘안중근전’‘동명성황실기’등 16권의 저서 목록이 보이고 “만근에 대동민족사를 저술하다가 미필하다”라고 부기했다. 백암은 책머리에서 “단조의 유사(遺事)가 여러 학자의책에 번갈아 가며 나오는 것이 자못 많다. 그러나 모두 어지러지고 완전하지 못하여 돈사(惇史:역사가 돈후한 덕을기록한 역사)가 없으니 한탄스럽도다! 이에 널리 고증하고 요약하여 채록하였는데 말이 허망하고 간사한 말은 물리쳤고 사실이 혹 모순되는 것은 분별하여 억지로 한권의책을 만들어 이름을 단조사고라 하였으니 과거에 질정하여 징험함이 있다. 그러나 견문이 좁고 소략하여 미래의 어질고 밝은 사람을 기다리니 무릇 우리 동포가 된 자에게고루 바람이 있노라.”고 저술 의도를 밝혔다. 전집편찬위원회는 ‘단조사고’의 내용과 필체 등을 검토한 결과 백암의 저서로 확인하고 연말에 간행될 전집에 전문과 한글번역문을 게재키로 결정했다. 백암의 ‘단조사고’가 발굴되면서 단군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편찬위원회는 이 자료를 북한학계에도 보내고 전집출간후남북학계의 단군연구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CULTURE & JOB] 이랜서(Elancer)

    출퇴근 시간은 내 편한대로,근무하다 머리가 아프면 영화한 편 즐기고,쉬고 싶으면 훌쩍 휴가를 떠나고…. 하지만직장에 매여사는 봉급쟁이들로서는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하기 싫은 일도,보기싫은 상사도 ‘참을 인’자를 새기며견뎌야하는 게 조직생활의 생존법칙 아니던가.그래서 여건만 허락한다면,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프리랜서는 직장인들에게 꿈의 직업이다.막 동터온 21세기,전문지식과 실력으로 무장한 채 인터넷을 누비며 일감을 따내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신종직업 ‘이랜서(Elancer)’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사무실.컴퓨터 모니터 앞에 모여 뭔가에 몰두중인 젊은이 4명의 첫인상은 ‘날티’가 물씬 풍겼다. 자유분방했다.염색한 머리를 갈기처럼 기른 이,여성용 철사 헤어밴드로 머리를 올려붙인 이….하나같이 편안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걸쳤고 맨발로 조리 스타일 슬리퍼를 찍찍끌고 다녔다. 그래픽 디자이너 최성우(31),웹 디자이너 조현철(31),의류패션과를 휴학하고 멀티디렉터로 나선 한상규(22),전문학교를 갓 졸업한 한영렬씨(20).이들은 모두 이랜서들의 모임‘레드 브레인’의 주멤버들이다.경력 1∼5년차로,겉모습과는 달리 각 분야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꾼’들이다.그동안 기업체 홈페이지,교과서CD롬 제작등을 함께 해왔다. 이랜서는 전자(Electronic)와 프리랜서(Freelancer)를 합친 신조어.보통 인터넷 중개사이트를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해 일한다.분야는 다양하지만 주로 정보기술(IT)관련 일이70∼80%를 차지한다. 최씨는 스티커 사진기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 IMF때 퇴직금조로 받은 매킨토시 컴퓨터를 밑천으로 독립했다. “처음에는 저도 ‘나홀로’족으로 활동했어요.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 혼자 할 수는 없고 포기하기는 아까운 일감을 따기위해 작년말 뜻 맞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었죠.” ‘레드 브레인’은 일이 생기면 모이고 일이 끝나면 흩어진다.큰 프로젝트때는 10여명이 넘는 전국의 이랜서들이 긴급소집된다.팀장격인 최씨는 “첫미팅때 한번 만나고 나면인터넷으로 연락을 취하니까 얼굴 볼 일이 없어요.돈도 온라인으로 부쳐주죠.팀원에게 또다른 일거리가 생기면 병행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은 들쭉날쭉하다.많게는 1달에 900만원까지 벌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빨아야한다. 생활리듬도 불규칙하다.이상하게 밤이 돼야 생기가 돌기때문에 밤샘작업하기 일쑤다.아침에 잠들고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난다. 남들 눈에 ‘백수’로 보이기 딱 좋다.결혼 1년차 최씨는“낮 1∼2시에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면 사람들이 ‘쯧쯧’하는 얼굴로 쳐다보더라”면서 “최근에는 아침운동을 하려고 애쓴다”고 웃었다. 그렇다고 되는대로 살지는 않는다.이 바닥에서 꽤 유명한‘플래시’ 전문가로 한달에 5∼7건씩 일이 쏟아진다는 한상규씨는 “일이 끝나면 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괜찮다고 소문난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새 노하우를 익히고 다음 일을 준비한다”고. 혹시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취업난의 또다른 도피처는 아닐까 궁금증이 생겼다.그러나 이구동성 “IT쪽은 얼마든지 일자리가 있어요.하지만 충분한 자유를 주는 회사라면모를까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다”고 대꾸한다. 이랜서는 국경도 없다.중개사이트에 올린 프로필을 보고해외 프로젝트도 심심치않게 들어온다.최씨는 미국 오하이오주 한 디자인 회사와 켄터키주 명상서원 ‘달마’의 홈페이지 이미지컷을 작업했다. 마냥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시간’만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한번 납기를 어기면 두고두고 꼬리표로 남아 업체의기피대상이 되기 때문. 마감이 임박하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다.팀원중 막내인 한영렬씨가 “승우형은 평소에는 좋은 데 잠깨울 때는무섭다”고 흉을 보자 최씨가 겸연쩍게 변명했다.“날은 밝아오고 마감은 다가오고 애가 바짝바짝 탑니다.깨우는 나도 가슴이 찢어지지만 시간은 우리의 생명줄이거든요.” 전날의 피로 때문인지 충혈된 눈을 끔벅이던 이들은 “밤샘 작업이 막노동 못지않게 힘들다”며 엄살을 부리다가도일 얘기가 나오면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돈은먹고 살 만큼만 벌면 족하다.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라는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들에게서 IT의 광야를 내달리는 ‘야생마’의 모습이 스쳤다. 허윤주기자 rara@. ■이랜서, 10만명 활동…시장규모 5兆.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제작해줄 웹디자이너 구합니다.기한은 9월말입니다.” “경력 3년차입니다.그동안 작업한 작품들을 참고하시고연락주십시오.입찰가격 300만원입니다.” 대표적인 이랜서 인력시장 ‘이랜서’(www.elancer.co.kr)는 오늘도 일꾼을 구하고,일감을 찾으려는 이들로 분주하다.지난해 5월 오픈한 ‘이랜서’는 8월 현재 가입자가 1만5,000명을 넘었고 3,400여건의 프로젝트가 성사됐거나 진행중이다.‘이랜서’ 이창섭 마케팅팀장은 “현재 국내 활동중인 이랜서는 10만명,시장규모는 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랜서라는 신조어가 공론화된 것은 MIT대 경영대학원 토머스 말론 교수가 ‘이랜스 경제의 출발’이란 논문을 발표한 지난 99년부터. 일반 프리랜서들은 주로 인맥을 통해 일을 구하지만 이랜서는 실력만 있다면 인터넷을 매개로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랜서’가입자중 30%인 4,600명은 해외프로젝트에도 참가한다.제휴사인 미국의 ‘이랜서 닷컴(www.elancer.com)’은 160개국에서 35만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IT시장의 급팽창,전문인력의 부족은 이랜서 열풍의 촉매제가 됐다.신세대들의 개인주의 성향 증가,평생직장 개념의붕괴,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경영전략도주요인이다.직장생활보다 더 많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큰 매력이다. 하지만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이랜서로 나선 프로그래머 진미영씨(23·여)는 “자유롭긴 하지만 가끔씩 직장생활의 회식,동료들과의 수다도 그립다”면서 “고용보험이 없고신용카드 가입이 어려운 점 등 애로도 많다”고 어려움을털어놓았다. 현재 이랜서들의 활동영역은 웹 프로그래밍,그래픽디자인등 IT분야가 주종.그러나 이랜서의 영역은 앞으로 퇴직한대기업 간부,관료,가정주부 등으로 갈수록 확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유목민으로 시작해 농경시대,산업혁명을 거치며 정착생활을 해온 인류가 첨단 정보통신기기와 인터넷을 이용해 다시 유목민적인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사이버 공간에 펼쳐지는 새 일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흘러다니는 ‘정보 유목민’(Nomad)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함께 작업을 하다가도 끝이 나면 뿔뿔이 흩어지고,새로운일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다시 길을 떠나는 ‘이랜서’의 출현은 ‘신 유목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지 모른다.
  • 독자의 소리/ 시내버스 안내방송 상세히

    중학교 3학년 학생이다.내가 살고 있는 곳은 부산 해운대이다.이곳 해운대는 천혜의 해수욕장이 있어 전국각지에서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안내방송이 처음 찾는 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6일 저녁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운전기사쪽으로 가서 해수욕장을 가려면 어디서 내리면 되느냐고 묻고 있었다.약 30여분 타고 오는데 무려 10여명이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내방송을 유심히 들어보니 해운대 해수욕장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단지 ‘해운대’라고만방송이 흘러나왔다. 내 생각에는 ‘이번 정류소는 해운대역입니다. 혹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가실 승객은 이곳에서하차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방송을 한다면 참 편리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아시안 게임,2002년 월드컵 경기 등 국제행사가부산에서 많이 열리게 된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장애인들도 불편이 없도록 진정한 승객위주의 시내버스 환경개선사업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수영 [부산 해운대구 좌동]
  • ‘현대 불안’ 서서히 걷힌다

    현대그룹의 건설·전자·상선·석유화학 등 이른바 ‘빅4’ 문제가 서서히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아직 불안요소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지만 큰 얼개는 잡힘으로써 하반기 우리경제는 큰 짐을 덜게 됐다. ■현대상선에도 1조원 만기연장= 채권단은 4일 올 연말까지만기가 돌아오는 금융권 여신 1조원을 만기연장해주기로 했다.현대상선이 자구노력을 통해 2조9,000억원의 빚 가운데1조원을 줄인다는 전제이다. 산업은행 최익종(崔益鍾)팀장은 “적자사업인 금강산사업에서 손을 뗀데다 현대계열 지주회사 역할을 포기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현대상선의 큰 혹 2개가 해결됐다”면서 “핵심사업이 금융비용을 충당할 만큼 충분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어 신규지원 없이 만기연장만으로도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상선은 올 상반기 3,000억원의 자구노력을 이행,올 목표치(4,079억원)의 74%를 달성했다.국내외 6개 터미널을 매각하는 등 자구규모를 1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해서도 6,200억원이 지원된다. 다만정몽헌(鄭夢憲)회장의 지분포기 각서제출이 남은 과제다. ■현대유화는 막판 힘겨루기= 완전감자후 국내외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은 대주주의 완전감자 수용과 현경영진 퇴진을 전제로 6,221억원의 단기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 등 일부주주가 완전감자에 반발하고 있어 자금지원을 유보하고 있다.이 바람에 현대유화는 신용장(LC) 개설이 안돼 나프타를 현금으로 들여오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있다.지난 3일 만기가돌아온 1,000억원 회사채도 신속인수가 이뤄지지 않아 연체된 상태다.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은 ‘선 완전감자 동의서제출-후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2금융권에도 3,089억원의 만기연장을 요청했다. 덴마크 보레알리스사와 롯데계열의 호남석유화학을 상대로매각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건설·전자는 한고비 넘어= 건설은 채권단으로 주인이바뀌었고 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계열분리됐다. 채권단으로부터 2조6,594억원을 수혈받은 건설은 계동사옥도 금융감독원이 매입을 재추진하고 나서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그러나 당초 수혈계획보다 2,406억원이 모자라 부채비율 300%미만 달성에는 실패,하반기 공사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자는 12억5,000만달러 DR(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해 회생발판을 마련했다.반도체값의 회복이 관건이다.현대투신운용에 대한 정부와 AIG간의 외자유치 협상도 막바지단계에 와있다. 안미현 주현진기자 hyun@
  • [오늘의 눈] 곱씹어봐야할 美 대북정책

    2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4개월만에 처음 열린 양국 군최고 당국자간의 회담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부시 행정부의 ‘신 국방정책’에 대한 입안자로 알려진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부터 신 정책에 대해 직접 설명을듣고 대북정책의 방향을 조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때문이다.실제 럼즈펠드 장관은 미사일방어(MD)체제,대북대화재개 3대 의제 등의 정책을 직접 구상하고 입안하는것으로 전해진다. 럼즈펠드 장관은 취임이후 곧바로 김동신(金東信)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 공식방문을 제의한 바 있다.이는전면에 나서길 극히 꺼리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럼즈펠드 장관이 우방국 국방장관 자격으로 유일하게보낸 초청장이었다.이날 회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럼즈펠드 장관은 자신이 처음 국방장관을 지냈던 지난 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때 육군 소령으로 연락장교를 지냈던 김 장관이 육군대장을 거쳐 장관이 됐다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 결과에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했다.남북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의 재래식무기 감축 논의를 우리가 요구한 대로 주도할 수 있는 길을 튼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또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해 온 럼즈펠드 장관이 우리의 대북포용정책을 강력히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도 ‘소득’으로 후한 평점을 매겼다. 여기에는 초대 국외정책과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면서 미국 군부인사와 폭넓고도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은‘미국통’ 김 장관과 국방부 실무진들의 노력 및 철저한준비가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진행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미국의 변화에 다소의 혼란을 떨칠 수 없었다. 혹시 그 이면에는 우리 정부의 해외 무기도입을 염두에둔 미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불안감이 스쳤다. 워싱턴에서 노주석 정치팀 차장 joo@
  • 남는 機內食 이웃사랑에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기내식(機內食)이 사회복지시설의 급식으로 재활용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일 인천국제공항의 도착편 여객기에서 매일 폐기되는 6∼7t의 기내식을 오는 15일쯤부터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친구들(www.friends.or.kr)’을 통해 전국의 고아원과 양로원 등에 보내기로 했다.외국항공사도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선 항공기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는 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에서 전량 소각하도록 돼 있어 관련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항공업계는 이웃돕기에 쓰일 기내식은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어서 진공상태의 포장만 뜯지 않았다면 예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건설교통부 등 관계당국은 필요하다면 항공기에 실었던 기내식을 공항 밖으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한 산업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내식을 불우이웃돕기에 활용하는 방안은 결식아동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랑의 친구들’이 청와대에 건의하면서 성사됐다.청와대 성인숙(成仁淑) 제2부속실장 등은 지난달30일 인천공항을 방문,항공사의 기내식 시설을 둘러본 뒤 관계 부처에 관련 규정 개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에서는 매일 150여편의 항공기에서 빵과 딸기잼,버터,과자류,음료수 등 6∼7t의 멀쩡한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 혹시 상할 것을 우려해 밥 종류는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 물품반입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라도 일정한 검사만 거치면 기내식의 자국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국제봉사단체와 함께 버려지는 기내식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푸드뱅크(Food Bank) 운동’을 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식 재활용은 밝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한몫을 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延大생 ‘조선바보’ 창간…주간 4면 발행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이 재단이사장으로 있는 연세대에서 ‘안티조선운동’이 본격 시작돼 주목을 끌고 있다. 연세대 학생과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조선일보반대 연세인 모임’(조반연, freechal.com/cby)은 지난달 30일 ‘조선바 보’창간준비호를 선보였다. ‘조선일보 바로보기’를 의미하는 ‘조선바보’는 타블로 이드판 주간신문(4면)으로,조반연 회원들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발행한다. 편집장을 맡은 차기현씨(24·신방과 3년)는 “조반연은 안 티조선운동에 공감하는 연세인들이 이달초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이라고 말했다. 창간준비호 1면에서는 조반연 소개와 창간사격인 ‘왜 지 금 조선일보를 말해야 하는가’,그리고 지난달 18일 조선일 보 사옥 앞에서 벌어진 ‘안티조선 1인시위’를 소개했다. 이어 ‘키워드로 본 안티조선운동의 현주소’라는 기획기사 에서 안티조선운동의 ‘이데올로그’격인 전북대 강준만 교 수,‘아웃사이더’와 그 논객들,안티조선 사이트인 ‘우리 모두’(www.urimodu.com),안티조선운동의 ‘원조’격인 민 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그리고 조선일보와 ‘유착’의 혹을 받고있는 문학권력이 소개됐다. 한편 ‘조선바보’는 ‘성역없는 비판의 일상화’를 모토 로 연세대내 친조선 지식인들을 비판한 ‘연세 친(親)조선 인물열전’(오승훈 편집위원 집필)을 시작했다. 첫 회에는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비판대에 올랐다. ‘조선바보’는 모든 기사에서 기자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운현기자
  • [건강칼럼] 서양 음식과 서구화 질병

    서구화 과정에서 닮아서 좋을 것과 닮지 말아야 할 것들이있는데,닮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것이 질병의 형태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우리 환자들의 질병 양상이 뚜렷이 서양화되어 가고 있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서양에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고 믿었던질병들이 갑자기 증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부터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장병의 발생률이 급증하고 있으며,퇴행성 관절염도 매우 증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화기 질병 중에는 독한 위액이 식도로 거꾸로 역류하여식도 하부에 염증이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는 병이있다.한번 걸리면 일생동안 약을 먹어야 하고 수술도 많이하게 되는 이 병이 최근 우리나라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궤양성 장염과 크론병도 젊은 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의사들이 배가 아프고 체중이 주는 환자를 만나면 이병을 먼저 의심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는 위암이 많고 대장암이 적은 반면 서양은 위암은 거의 볼 수 없고 대장암이 가장 흔한 소화기 암이다.대장내시경을 하다보면 대장암의 전 단계로 간주되는 대장 폴립이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 폴립이라는 것은 용종(茸腫)이라고 하여 일종의 버섯처럼 돋아나는 혹을 말한다.미리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지만 어째든 폴립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담석도 서양형 담석이라고 일컬어지는 콜레스테롤 담석이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서구화 경향을 띠는 질병들이 최근 많이 발견되는것은 진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 몰랐던 병을 찾아내는경우도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서구식 음식의 섭취이다.가까운 일본에도 이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분이 많은 서구식 음식 특히 피자,햄버거,치킨 등 요즘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 질병도 서구에 많이 나타나는 것에 걸리기 쉽다. 우리에게는 우리 음식이 가장 적합하다.앞으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 고유의 음식을 먹이겠다는 부모의 의식이 절실하다. 민영일 서울중앙병원 건강센터 소장.
  • 시청률 질곡에 뉴스 왜곡된다

    우리나라 TV 뉴스는 때로는 드라마보다 재미있다.카메라앵글을 일부러 흔들어 긴박감을 주는가 하면 기자가 직접‘출연’해 범죄현장 등을 재연하기도 한다.이런 한국의뉴스는 일본과 어떻게 다를까. 한국방송협회가 펴내는 월간 ‘방송문화’는 최근 ‘한일TV뉴스 비교’라는 기획코너를 마련하고 임병걸 KBS 도쿄특파원과 이토 리오지 NHK 서울지국 기자 등 두사람으로하여금 한국의 TV뉴스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들의 지적은 방송에 국한돼 있지만,우리 언론풍토를 되돌이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담아 들을 만하다. ◇임병걸 특파원=일본 공영방송 NHK를 보면 대형 사건·사고,중대 발표현장이 아닌 한 취재기자가 직접 등장하는 일이 드물다.기자가 보낸 기사를 앵커 또는 아나운서가 읽는다.화면도 뉴스 PD가 전담해,기자는 현장취재에 전념할 수 있다.이는 기자가 취재,기사 작성,제작과 편집 등 전체과정을 모두 맡는 우리의 시스템과 크게 다르다.한국에서는기자가 1인다역을 맡다보니 가장 중요한 취재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선정적인 편집도 문제다.한국은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급한 속도의 줌인을 남발한다.심층,현장추적,고발등 자극적인 로고를 사용해 메시지를 강요한다.취재원에대한 몰래 촬영도 일상적이다.반면 NHK는 매우 안정된 샷을 사용한다.한국사람의 눈으로 보면 밋밋하다못해 따분하기까지 하다. 일어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뉴스라고 할 때 한국의 뉴스는 여기서 한참 벗어나 있다.시청률경쟁에 휘말려 뉴스가 왜곡되고,기자들의 왜곡된 눈이 다시 사회현상을 왜곡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토 기자=한국 TV뉴스를 보노라면 기자들의 탁월한 순발력과 재치가 번뜩여 감탄할 때가 많다.하지만 정확성이뒷전으로 밀리는 행태는 눈에 거슬린다. TV뉴스의 해외보도를 보노라면 ‘워싱턴 포스트에 의하면…’‘CNN에 의하면…’이란 인용이 너무 많다.해외 미디어에 대한 일종의 사대주의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런 식의 보도는 한국 주재 특파원으로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선별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높다. 혹시 이러한인용보도가 속보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나머지,확인작업을 통해 정확성을 확보하려는 일에 소홀한 것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허윤주기자 rara@
  •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제작 명필름)가 올해대종상영화제의 최우수작품상,남우주연상,미술상,음향상 등4개부문을 휩쓸었다.남우주연상은 송강호가 수상했다.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3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는 또 한지승감독의 ‘하루’가 감독상,여우주연상,심사위원 특별상,여우조연상 등 4개부문의 상을받았다.여우주연상의 영예는 고소영이,여우조연상은 윤소정이 각각 차지했다.양윤호 감독의 ‘리베라 메’도 촬영상,조명상,편집상,특수효과상 등 4개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이날 저녁 2시간40분동안 진행된 영화제는 심사의 공정성을확보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예선을 거치지 않는 단심제심사방식을 도입했다.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신인감독상=임상수(눈물) ▲신인여우상=이은주(오 수정) ▲신인남우상=류승범(죽거나혹은 나쁘거나) ▲각본상=고은님(번지점프를 하다) ▲촬영상=서정민(리베라 메) ▲조명상=신준하(〃) ▲편집상=박순덕(〃) ▲음향상=김석원(공동경비구역JSA) ▲미술상=김상만(〃) ▲기획상=이미영(인터뷰) ▲음악상=황상준(단적비연수) ▲신인기술상=이후곤(번지점프를 하다) ▲의상상=김민희(비천무) ▲특수효과상=정도안(리베라메) ▲영화발전공로상=유재형(촬영감독)·마용천(조명감독)황수정기자 sjh@
  • [기고] 교과서 왜곡과 한일교류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와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개방에서 비롯된 한·일 양국의 우호적 분위기는 두 나라사이를 가로막던 지난 역사의 어두운 장막을 걷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혹 이러한 표현이 지나친 감상이라면월드컵 공동개최와 대중문화 개방을 통해 한·일 두 나라가 ‘매우 뜻깊은 진전’을 이루어냈다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이는 화해와 우호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면 누구나동감할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조마조마하고 마음을 졸여온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그것은 다름아닌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다. 모처럼 맞이한 화해 분위기를 초석삼아 21세기 한·일 관계에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나아가고자 열의를 품은 사람들에게 ‘교과서 왜곡’은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아닐 수없다.특히 필자처럼 민간교류에 몸담은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다. 국제관계는 모름지기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물론 자국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다만 상대방과의 역사적 관계,현재 상황,미래 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선린외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유아독존 식의 외교관계를 성립할 수 있는 나라는 과거에 없었고,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전면에 나서기 전부터,그러니까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대중문화개방으로 비롯된 해빙무드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일 양국에는 미묘한 흐름이 일어왔다.독도 영유권 분쟁,일본 정치인들의 망언,군대위안부 등의 과거사 문제….그럼에도 그것들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것은 비단 해묵은 문제들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모처럼 조성된 화해무드를 흐리지 말자는 양국사이 무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필자는 바로 이런 부분이 현명한 정치요,외교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이번 ‘역사교과서 문제’는 경우가 다르다.교과서란 말 그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침이요,그 나라의 정체성과도 연관된매우 중요한 사안이다.교과서,그것도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중학생들의 교과서에 주변국과의 선린외교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건분명 잘못된 일이다.일본 국내에서 아무리 객관적 평가를 한다 해도 주변국들이 반발한다면거기엔 그럴 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시시콜콜 교과서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겠다.다만‘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단체와 그들을 후원하는 일부 정치가·학자·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자학에 빠진 일본 교과서를 바로잡는 것”을 반대하는 많은일본인들은 그렇다면 누구인가? 일선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본 교직원조합,야당인 민주당과 자유당 정치지도자들,또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400년 전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의 비극적 삶과 그 후손들이 겪은 갈등을 엮은 연극이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한·일 합작으로,그것도 교과서 문제로 시끄러운 이때공연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걸 쓴 이가 일본이 자랑하는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본에서 극우가 전부는 아니다.우리는 양식 있고 선린관계를 원하는 일본인들과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 강 성 재 한일문화교류센터 대표
  • [대한광장] ‘和而不流’의 상생 정치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 민주당 이인제최고위원은 최근 국회 대표연설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시국관을 극명히 보여주었다.여당은 과거 정권으로부터 파산직전의 경제를 물려받아 경제재건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데 반해,야당은 “지난 수십년 동안 국민이 피땀으로 쌓아온 것이 지난3년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모든 책임을 정부에 떠넘겼다.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이렇게 다르니 대화와 협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한 김대중정부가 보다 치밀한 정책구상과 단호한 의지로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의약분업을 설계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그러나 한나라당은 과연오늘의 경제난국에 책임이 없는가? IMF위기의 여파를 몸으로 체감하는 많은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일이다. 우리사회에는 오늘날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우여곡절과진통이 컸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역사의 방향을 지켜온 셈이다.그러나 이제는 방향성이 없는 혼탁한 기류가 감정과 삿대질로 번져가고 있다.이쪽 아니면 저쪽이라는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지역정서가 판을 친다.집단이기주의가 창궐하면서 힘있는 집단은 예외 없이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다.이것이 우리의 보수주의라면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불투명의 상황에서 이회창총재가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라면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다.민주주의의진전,남북 화해와 협력,지식정보 강국의 건설 등은 정권에관계 없이 우리 민족이 이어가야 할 과업이 아닌가.그러나이총재는 미래의 비전 제시에 매우 소극적이다.정부 실정을겨냥하여 국정의 일대 혁신을 주장하지만 민족사적 개혁의방향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정치는 ①지연과 학연에 따른 분열구조의 확대 재생산,②국민통합 기능의 실종,③매사를 대권 전략에 맞추는 권력지상주의,④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립의 심화,⑤DJ 지지와 반대의 단순한 이분법,⑥집단 떼쓰기등으로 사회발전을 촉매하기보다 오히려 걸림돌로 변하고있다.그 상처가 너무도 크기에 혹시 과거의 당쟁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렇다면 그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오죽하면 탕평책을 내건 정조가 당시의 상황을 빗대어 “마치 큰 병이든 사람이 진원이 허약하여 혈맥이 막혀버리고 혹이 불거지게 된 것과 같은 꼴”이라고 했겠는가.당쟁은 나라의 원기를 소진시키는 불치의 암과 같은 것이다.우리는 이 암의 극복에 앞장설 때가 되었다. 중용 10장을 보면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강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공자는 너그러움에 기초한 남방의 강함과 죽음을 불사하는 북방의 강함을 비교한 후,대안으로서화이불류(和而不流)를 제안한다.화(和)란 역지사지의 의사소통,즉 상생(相生)을 뜻하며 불류(不流)란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부동(不同)처럼 자신의 주체성을 지킨다는 뜻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정당정치의 중심이 정책에 있다고할 때,원칙이 뚜렷한 정책개발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되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하라는 뜻이다. 우리의 척박한 풍토에서 상생의 정치는 요원한 이상이라는견해도 있다. 그러나 꿈을 접을 수는 없다. 이에 관해 나는이회창총재가 ‘국민 우선의 정치’를 주창한 것에 일말의기대를 걸고 싶다.이것은 김대중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민생의 안정과 안위는 여야를 떠나 국민 모두의 바람이 아닌가. 국민은 정치대결에 식상해 있으며 여야가 민생문제에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서로 밉더라도 악수할 것을 요구한다.양질의 정책 경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의 체질개선을 기대한다. 특히 교육개혁은 여러 집단의 동의와 협력이 성공의 필수조건인 만큼,“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중립적·전문적 기구”를 설치하자는 야당총재의 제안은 음미해볼 만하다.야당의 참여는 국정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고 화이불류의 상생정치를 시험해볼 수도 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 어느 공무원의 성과금 소회

    서울시가 26일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성과상여금을 지급했다.직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과금을 받은 한 직원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성과금을 둘러싼공무원들의 복잡한 심경을 엿보게 한다. ‘나는 나’라고 밝힌 직원이 27일 서울시 홈페이지(www. metro.seoul.kr) ‘직원광장’ 코너에 ‘내게 성과금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것.다음은 글의 요약이다. 오늘(26일) 점심시간 후 집에 전화를 걸어 혹시 성과금이들어왔는지 확인해 보라고 아내에게 말했다. 기대는 하지말라는 말과 함께…. 그런데 조금 후 아내가 기쁜 목소리로 40여만원(본봉의 50%)이 입금됐다고 전해왔다.이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잠시 담배 한모금 빨고서 그 돈을 어디에 쓸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집사람에게 화장품을 사줄까,옷을 한벌 사줄까,아니면 몇년째 입는 내 점퍼를 개비할까.이런저런 생각에 일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혹 다른 동료들이 받지 못했을까봐 눈치도 보였다.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찌개에 반주까지 챙겨놓고 나를 반긴다. 하지만 성과금을 못받은 동료직원들 생각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공무원이 직장일을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닌데…….혼자서다 챙겨도 될까.어떤 직원은 성과금을 받으면 밀린 공과금을 낸다고 했는데 과연 그 직원은 성과금을 받았을까.혼자서 씩씩거리며 포장마차를 헤매고 있진 않을까. 결국 아내에게 말했다.“이 돈 말이야.당신이 10만원만쓰고 나머진 10만원씩 봉투 세개에 나눠 못받은 사람에게주고 싶은데” 하지만 이것도 고민이다.고맙다며 그냥 받아줄까.거절하지는 않을까. 여하튼 성과금 때문에 온통 난리다.직장분위기 생각해서지혜롭게 쓰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 김용수기자 dragon@
  • 안방극장 두 악당 “천벌 받았습니다”

    KBS2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와 MBC 월화드라마 ‘아줌마’가 18·20일 54부작을 끝으로 잇달아 막을 내린다.비열하고 가식적인 속물교수 장진구(강석우 분)로,야망을 위해친구와 연인까지 내팽개친 냉혈한 강민기(유준상 분)로 각각안방극장 팬들의 미움을 산 두 악당이 드디어 몰락의 뒤 안길로 사라진다. 재미있는 것은 4월1일부터 방송되는 MBC 새 일요아침드라마‘어쩌면 좋아’에서도 두사람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뭉친다는 사실.강석우는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증권에 투자하다아파트까지 날린 뒤 식솔과 함께 과부누나 집에 얹혀사는 무능력하지만 낙천적인 인물로 등장한다.또 유준상은 결혼정보회사 직원으로 ‘착하고 정직하게 살자’가 좌우명인 우직한청년으로 얼굴을 바꾼다. ‘아줌마’는 오삼숙에게 당당한 홀로서기와 함께 새로운사랑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한편 장진구에게는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뒤 쓰라린 가시밭길을 걷게 한다.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작품인데 끝내기가 섭섭하지않냐고 강석우에게 묻자 “속이 시원합니다.너무 힘들었거든요.스파게티,가스총 세례 등 얼마나 비참하게 당했다고요”라면서 악역을 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더란다. 혹시 5∼6개월 함께 한 장진구를 위해 준비한 항변은 없을까.“그런 거 없어요.남에게 피해주고 요령피는 장진구는 몰락해도 마땅하죠.” 50부작이 넘는 긴 작품에다 대본도 워낙 늦게 나와 밤새기일쑤였다며 시원섭섭함을 거듭 강조한다. 정작 자신은 아내의 가사도 거들고 요리까지 해주는 자상한남편이라고 주장하면서 “드라마 ‘아줌마’를 계기로 그동안 무시만 당한 아줌마들이 좀 더 기펴고 사는 날이 올 것같다”는 아부성 멘트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회 분 촬영이 한창인 유준상은 14일 밤늦게까지 환자복 차림으로 위암과 투병중이었다.“어젯밤 대본을 받아들고그냥 펑펑 울었어요. 드라마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좀더일찍 이 모든 것을 깨달았더라면…’하는 민기의 심정이 절절히 느껴지더라고요.” 아픈 연기를 하니까 진짜 몸이 아픈것같다며 연신 엄살이다. 위암판정을 받은 민기는 백혈병 아들에게 골수를 기증하고지숙과호태의 용서 속에 숨을 거두게 된다. 선한 얼굴에 사람좋은 웃음. 어디서 그런 연기가 나오냐고슬쩍 떠보니 “사실 거리에서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직접보니까 욕 못하겠네’하더라구요”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호태에게 칼을 맞는 장면.운명의 덫에 짖눌려 몸부림치는 민기가 불쌍해 절로 눈물이 흐르더라며 “저는 민기를 이해해요”라고 변호한다.“실제 상황이라면 사랑을 택할 거예요.성공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요”라는유준상은 다음달 13일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더 플레이어’연습까지 하느라 요즘 ‘바쁘다 바뻐’를 연발하고 있다. 허윤주기자 rara@
  • “정권 재창출 위해 합당을”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송석찬(宋錫贊)의원이 13일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2여 합당을 간곡한 어조로 건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송 의원은 건의문에서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대통령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헤아려 주시리라 믿는다”“과거에도 그러했고,지금도 그러하듯 저 송석찬은 앞으로도…저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표시했다. 송 의원은 합당을 건의한 배경에 대해 “정책 혼선이 잦은공조체계에서는 정권 재창출은 말할 것도 없고,지방선거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현 상황을 대통령님과 민주당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며 하루 속히강력한 정부가 탄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보수와 진보의 첨예한 대립성격을 지닌 자민련과 민주당의 조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역과인맥으로 형성되고 유지돼 온 우리나라 정당정치에서 진정한보수와 진보의 의미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이고, ‘나라와국민을위해서’라는 단 한가지 명백한 목표 앞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혹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에게) 당권을 맡김으로써 파생될지 모르는 권력 분산의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듯이 당원들이 한마음이 돼 한 치의 착오도생기지 않도록 대통령님 곁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여야 재선거 대비 ‘바닥훑기’

    8일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경북 봉화·울진에 쏠렸다.이 지역 선거무효소송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하루 앞두고 판결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재선거 가능성을 염두에 둔듯분주한 모습이었다. ■민주당 선거무효 판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재출마를 당연시하고 이미 현지 조직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우리 당으로선 중대한 사건이며 여야가 총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9일 예정된 당 지도부의 대구 방문이 선거운동용이라는 의혹을 받자 이를 씻어내려 애썼다.김성호(金成鎬)대표비서실장은 “대구 방문은 전국 시·도지부 순방의 일환으로,대법원 판결날짜가 잡히기 전에 정해졌다”면서 재선거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1대1 구도로 짜여지면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나라당 민주당 김 대표의 출마 가능성과 관련,선공(先攻)을 시도했다.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9일 민주당의대구 고위당직자회의를 놓고 “재판결과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고 혹 있을지도 모를 재선거에 대비한 바람몰이”라고 몰아세웠다. 현직 봉화·울진 의원인 김광원(金光元) 의원은 “만약 선거무효 판결이 나온다면 이는 독재정권의 전형적 사법부 통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하지만 김 의원은 현지에서 밑바닥을 훑으며 재선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선거무효소송이 이긴 전례가없다”고 호언했지만,당에는 집권당 대표와의 일전 가능성에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지운 김상연기자 jj@
  • [네티즌 칼럼] 성희롱,성해방에 대한 규칙들

    최근 지식인들과 재야 활동가들의 과거 성희롱 문제가 폭로되고 있어 화제다.나는 여기에 대해 성범죄가 증가한다거나혹은 지식인들이 특별히 타락했다기보다는 가치판단의 기초가 되는 규범이 마련되지 않은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자유주의 성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염려된다. 물론 여성단체나 일부 사회운동 단체에서 성범죄와 관련,특별히 원칙을 정한 적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성범죄에 대한 여러 가지 공방 속에서 주요한 원칙에 대해 다시재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주지하다시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존재할 때 적용해야 한다.더욱 구체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거나 혹은 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인지돼야 한다.친목모임에서 만나 남자가 술에 취해 이상한 행동을 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성희롱을 적용할수는 없는 것이다.다중이 보고 있고,여성도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여성의 방어책임도 강조돼야 하는 것이다. 둘째,여성이 현장에서 거부의사를 표현해야 한다.성희롱이일어난 시점에 가만 있다가 나중에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경우는 인정될 수 없다고 본다.거부의사를 표현한 후 가해가 중단되었다면 성희롱이 아닌 것으로 간주돼야 한다.왜냐하면 현장을 재현해 보일 수 있는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없는한 누구도 그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불명확한 사유는 피의자의 이익으로 간주되는 게 정당하다. 현장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불분명한 사실을 확실히 하기 위하여 양쪽이 다 사실을 과장하게 되므로 규칙이 필요하다.적어도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은 ‘의미 없음’인 것이다.여성은 적극적으로 방어할 책임이 있으며,분명히 거부의사를 표현함으로써 정황증거를 구체적으로 남겨야 한다.물론 완력이나 위협에 의하는 경우는 예외로 해야 할 것이다. 셋째,성희롱의 처벌기준은 피해자가 자의적으로 정한다.피해자가 굴욕감을 느끼는 순간 범죄가 성립하는 것이다.만약어떤 하한선을 정한다면 그 하한선 안에서의 가벼운 성희롱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고로 처벌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왜 이런 규칙이 필요한가 하면,성희롱인가 아닌가의 여부보다 거기에 제 3자가 개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문제되기 때문이다.즉 사법적 판단이라는 제3자의 개입에 있어서는 판단가능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판단불가능의 경우는 전적으로피의자의 이익이 되게끔 해야 한다. 물론 여성의 적극적인 거부의사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성희롱은 성희롱이다.그러나 제3자가 그것을 문제삼을 때는,혹은 피해자가 제3자에게 공개할 때는 반드시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성희롱 사실을 공개하는 그 자체로 또한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말하자면 성희롱이나 간통 등 친고죄의 영역에 있는 경우 개인의 도덕성에 맡겨져야하고 제3자의 개입은 그만큼 신중해야 할 것이다. 과거엔 겉으로 근엄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까는 시대였고 미래사회는 겉으로 자유분방하면서 뒤로는 엄격한 시대가 된다.야구규칙처럼 복잡해져만 가는 규범을 마련하고 학습하지않으면,또 그것을준수하지 않으면 성의 해방,자유로운 사회생활은 불가능하게 되고 만다.참된 자유는 사회를 향해 더많이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에서 얻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김 동 렬 심플렉스인터넷 고문] drkim@simplex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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