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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환 추기경 추모] 추기경이 남긴 가르침

    [김수환 추기경 추모] 추기경이 남긴 가르침

    ■ 최종태 조각가 병 중에도 남 배려한 휴머니스트 김수환 추기경님을 처음 만난 것이 40년 전인 69년 말입니다. 나는 이화여대 가톨릭학생회의 지도교수였는데, 학생들의 일부 행사가 관행에서 벗어났습니다. 당황해 하는데, 행사장인 이화여대 중강당에 추기경님이 장익 신부님과 함께 행사 5분 전에 나타났습니다. 모든 염려가 물안개처럼 사라지고 행사는 잘 마무리됐습니다. 그 때 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저 분만 만나면 모든 것을 풀 수 있겠다!’ 이후 열 살 위 큰 형님하고 노는 것처럼 추기경님이 그냥 좋았습니다. 그 분이 서울교구장직을 놓으시고 혜화동에 계실 때입니다. 동서남북 이야기가 번지다가 문득 마음 비우는 데로 이어졌습니다. 마음 비우는 일이 잘 안되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나도 그래~.”하시는 것입니다. 그러시면서 “죽어야 돼.” 하시고 또 “(사람이 죽은 뒤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는) 15분이 지나야 돼.” 그래서 모처럼 시원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그 시절의 비서 수녀님이 오라 해서 여의도성모병원에 갔습니다. 추기경님은 옷을 깨끗이 입고 반듯이 앉아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30분 내내 방문객을 즐겁게 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은 며칠 전 아침 미사를 빠뜨렸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인 즉 ‘한국의 추기경께서 늦잠 자다가 아침미사를 빠뜨렸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실이 폭소판이 됐는데 추기경께서 내게 속삭이는 말씀이 “밖에 나가서는 얘기하지 마!” 하십니다. 그래서 “말로가 아니라 내가 만천하에다 글로 쓸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저 분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그러셨구나 싶어서 가슴이 울컥하였습니다. 인천 소래의 사르트르 성바오로 수녀원 피정의 집 바깥 산에 14처 조각을 설치할 때입니다. 현장에는 전날 오신 추기경께서 나오셨습니다. ‘예수 사형선고를 받으심’ 제1처의 예수님의 이마에 월계수 가지를 만들었습니다. 추기경님이 돌작품을 꼼꼼히 보고 계시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이마에 원래는 가시관을 만들었는데 어쩐지 마음에 안 들어 지우고 월계수 가지를 붙였습니다. 혹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하고 물었습니다. 추기경님 말씀이 “아니다. 이 사형수에게는 이미 승리가 예고된 집행이기 때문에 승리의 월계관을 미리 붙인들 무어가 잘못이겠느냐.”고 하셨습니다. 그 때 용기를 얻어서 나는 한국의 교회미술 개척의 탄탄대로를 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고치라고 하셨다면 오늘의 최종태는 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누가 있어 세상에다 그 큰 사랑을 또 쏟으실까요. 파도를 잠재운 큰 강물 같은 김수환 추기경님, 당신의 어깨에는 너무도 큰 짐이 실려 있었습니다. 다 벗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 추기경 구명운동으로 사형 면한 양동화씨 “억울한 사람들의 든든한 성벽” “엄혹했던 시절, 추기경님은 스스로 고난을 감내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큰 어른의 표상을 보여 주셨습니다.” 양동화(51)씨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어렸다. 1986년 그가 전두환 정권 최대의 간첩조작사건인 ‘구미(歐美)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김수환 추기경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그에게 견진성사(堅振聖事·가톨릭 교회의 7성사 가운데 세례성사 다음에 받는 의식)를 주러 온 것을 계기로 적극적인 구명운동을 펼침으로써 1988년 무기징역 감형, 1998년에는 광복절 특사로 나올 수 있게 도와 준 이가 김 추기경이었다. 양씨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김수환 추기경은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이 기대는 곳,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아’가 지친 몸을 의탁하는 곳이었다. 양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직후인 1989년부터 출소 전까지 김 추기경과 120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모든 내용이 당시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에 보고돼 자세한 얘기는 쓰지 못했다. “고생하고 있으니 좋은 일 있을 거다. 고통은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이다.”가 전부였다. 양씨는 “그 말을 거듭 새기며 수감 생활을 견뎠다.”고 회고했다. 편지를 주고 받다 보니 10년간 양씨의 옥바라지를 해온 연인 민연자씨에 대해서도 김 추기경은 알고 있었다. 1998년 양씨가 출소한 직후 찾아간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다짜고짜 “결혼은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물었다. “이제 해야죠.”란 대답에 추기경은 “주례는?” 했다. 조심스레 부탁을 하니 추기경은 기다렸다는 듯 “날짜를 잡아 봐라.”고 말했다. 그렇게 김 추기경은 양씨의 결혼식 주례까지 자청했다. 출소 4개월 뒤 양씨는 결혼식을 올렸다. 지난 16일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들은 양씨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은연 중에 추기경님은 오래 사실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생전에 추기경님과 ‘인중이 길어 장수하실 것’이라는 농담도 주고 받았습니다.” 18일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의 시신을 보고서야 양씨는 가슴 속에 큰 구멍이 뚫리는 것을 느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날 빈소를 방문하는 것을 보며 김 추기경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고 그는 말했다. 양씨는 “추기경님은 그동안의 고난을 피할 길이 있으셨는 데도 온몸으로 묵묵히 받아 내셨다. 그분이 오래 앓아 오신 불면증은 그분의 남모를 고통의 방증”이라면서 “그래서 많은 분들이 추기경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부재(不在)를 슬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힘내라 대한민국’ 네티즌 재치랩 만발

    청와대가 올해 3·1절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나라사랑 캠페인’의 일환으로 랩송을 제작해 인기 가수들에게 부르게 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이 재치있는 랩을 앞다퉈 만들어내고 있다.  청와대는 전문가에 의뢰해 일명 ‘힘내라! 대한민국(가칭)’ 등의 랩송을 만들어 인기그룹 ‘빅뱅’을 비롯한 여러 유명 가수들이 돌아가면서 부르게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디 cur***를 쓰는 한 블로거는 일단 빅뱅에게 ‘애도’를 표한 뒤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을 개사한 ‘푸른 운하’를 선보였다.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는 ‘난 네가 싫은데(u-hu I hate you sir) 뉴스엔 온통 너뿐(whole in the world) 귀를 틀어 막아도 라디오에선 네 목소리만 들려오네’로 바뀌었다.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을 이젠 볼 순 없겠지만/ 후횐없어 그저 바라볼 수 있게 붉게 타주오’ 부분 역시 ‘아름다웠던 747곡선 이젠 볼 순 없겠지만/ 상관없어 그저 환율만 어떻게 유지해주오’로 개사됐다.  팬들 역시 빅뱅이 나라사랑 랩송을 부르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많았다. 네티즌 박모씨는 “대한민국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YG 수장이자 한 때 문화계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며 내 성장기를 가로질러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그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라고 빅뱅을 키워 낸 양현석씨에게 당부했다.  다음은 ‘푸른 운하’ 가사의 전문이다.    Let‘s go yes girl we’re back again with 이명박  fresh collaboration 2009 it‘s bigbag    그댄 아시나요 있잖아요 예전이 너무 그리워요  삽을 놓고 땀을 훔쳐요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꼭 이렇게 내 취직자린 정해져야만 했는지  너만 생각하면 머리 아퍼 독하디 독한 술같어    술뿐이겠어 병이지 매일 앓아누워 몇번인지  내일이면 또 잠깐 잊었다가 또 모레 쯤이면 생각나겠지만  그래도 어떡해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데  매일 퇴임 카운터만 보는데 4년 후만 기다리는데    (*chorus)  난 네가 싫은데(u-hu I hate you sir)  뉴스에는 온통 너뿐(whole in the world)  귀를 틀어막아도 라디오에선 네 목소리만 들려오네    혹시 그대가 염치가 있다면 국민 얼굴 보기 두렵다면  sir 운하 생각 하덜덜덜 마 너만봄 열이 펄펄펄 나    양파 같은 그대 얼굴 저 많은 오핼 닮아 더 뻔뻔해지는 걸    Oh baby baby 다 지나간 시간 땀흘리며 한 삽질 잊지 않을게요  만약 4년이 지나 투푯날이 되면 투표장에 달려갈게요    (*repeat)    아름다웠던 747곡선 이젠 볼 순 없겠지만  상관없어 그저 환율만 어떻게 유지해주오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Let’s go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sing a together  Come on    물가 뜨고 월급 지네 내통장은 메말랐네  환율 뜨고 주가 지네 떡락 속에 나 또한 무뎌지네    물가 뜨고 월급 지네 내통장은 메말랐네  환율 뜨고 주가 지네 떡락 속에 나 또한 무뎌지네    (*repeatx2)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Let‘s go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Now Who ? The BIG - BAG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女談餘談] 강호순과 에쿠스/나길회 국제부 기자

    [女談餘談] 강호순과 에쿠스/나길회 국제부 기자

    며칠 전 동네 사우나 한증막에서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강씨의 얼굴 공개를 두고 아주머니 예닐곱명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한 사람이 범행에 사용된 차가 고급 승용차인 에쿠스였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왜 남의 차를 덥석 얻어 탔는지 모르겠다. 차가 좋으니까 혹한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요즘 애들은 겁도 없다.”며 피해자를 나무랐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 ‘에쿠스를 탄 게 잘못이라면 티코였으면 괜찮다는 거냐. 왜 피해자들을 그런 식으로 몰아가냐.’라고 쏘아붙일까 고민하는 사이 또 다른 사람이 입을 열었다. “에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당시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몸으로 낯선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는 것도 우스운 것 같아 말을 섞지 않기로 하고 한증막을 빠져나왔다. 언제부터인가 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들의 부주의가 더 부각되고 있다. 마치 그 사람이 그날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가해자가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졌거나 부유함을 과시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 ‘그럼 그렇지.’하는 시선이 피해 여성과 그 가족을 괴롭힌다. 강호순 사건에서도 이런 ‘해괴한 여론몰이’가 반복되고 있다. 사우나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처럼 남의 차를 탄 것을 사건의 시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은 ‘여성 손쉽게 태우려고 에쿠스를 구입했다.’는 강의 말을 여과 없이 제목으로 뽑아가며 ‘피해자들을 강제로 태운 적 없다.’는 강의 말을 사실상 변호했다. 범죄 예방 차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옛말이 지겹도록 인용되는 데는 그만 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 제3자는 알 수 없다. 설사 피해자 스스로 차에 올라탔다 해도 그것이 죽음에 이를 정도의 잘못인가. 선의를 믿은 이와 선의를 악용한 사람 가운데 누가 돌을 맞아야 할까. 나길회 국제부 기자 kkirina@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만화경]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 ‘재즈시대 이야기’(1922년)에 수록된 작품이다. 평론가 패트릭 오도넬은 펭귄판 ‘재즈시대 이야기’의 서문에서 “‘벤자민 버튼’이 (장차) 영화화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첫눈에 보아도 이 이야기는 단순하며 영화적 판타지에 적합하다.”고 썼다. 이윽고 데이비드 핀처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벤자민 버튼’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의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만듦새마저 인정받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뉴올리언스에서 여든 살 남자의 얼굴을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수치심에 아버지가 양로원 계단에 내다 버린 아이는 그곳의 살림을 도맡은 한 흑인여성의 보살핌 아래 자란다. 곧 죽을 거라는 의사의 진단과 달리 생명을 부지해 나가던 아이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나이를 먹을수록 외모가 차츰 젊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느 날, 소년은 할머니를 찾아온 소녀 데이지에게 첫사랑을 느끼는데,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랜 질곡의 세월을 통과하게 된다. ‘신체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라는 설정만 같을 뿐, 영화와 원작의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굳은 껍질을 뒤집어쓴 사회와 역사에 대한 풍자를 바탕으로 써진 피카레스크 소설은 영화로 옮겨 오면서 두 남녀의 끈질긴 인연과 사랑을 주제로 삼는다. 다른 장르인 문학과 영화를 일일이 비교하면서 잘잘못을 따지는 건 옳지 않거니와, 필자 또한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옷을 갈아 입은 이야기가 새롭게 얻은 건 무엇이고,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벤자민 버튼’은 핀처의 영화라기보다 각본을 쓴 에릭 로스의 산물로 보는 게 맞다. 첫째, 영화의 주제, 스타일, 분위기가 핀처의 전작들과 판이하고, 둘째 영화의 내용과 전개방식이 로스의 대표작이자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인 ‘포레스트 검프’의 그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남다른 조건을 부여받은 채 태어난 인물이고, 자기의 의지와 별 상관없이 격동의 시간과 사회를 헤쳐 나가며, 어릴 때 만난 첫사랑이 두 남자의 평생을 좌우한다. ‘검프’의 세상살이와 사랑 만들기에는 감동이 있다.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남자가 착실함과 진실함으로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한 여인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결실을 본다는데 목석처럼 바라볼 관객은 드물다. 반면 버튼과 데이지의 삶에는 적극성이 결여되어 있다. 두 사람은 기묘한 인연으로 맺어졌음에도 정작 사랑 앞에서 무책임하고, 때론 상대방을 거부하며, 현실에서 벗어나 도피하기 일쑤다. 영화는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벤자민 버튼’의 두 주인공은 가히 실격감이다. 혹자는 ‘벤자민 버튼’의 지고지순한 로맨스로부터 감동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일생 동안 지속되는 사랑. 물론 좋은 소재이며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그러나 버튼과 데이지의 사랑과 그 전개과정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부서지고, 어떻게 끝을 맺는지 하나씩 떠올리면 껄끄러움과 불편함이 온몸을 감싼다.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이라는 감상은 영화에서 주어진 게 아니라, 혹시 영화와 별개로 관객의 머릿속 상상으로 구한 게 아닐까. 어쩌면 착각할 법한 게, 두 주연 배우 -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란쳇은 드물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배우인 데다 성실한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 게다가 ‘벤자민 버튼’의 촬영·음악·미술·의상·분장은 한 치의 모자람이 없이 영화의 예술성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나는 ‘벤자민 버튼’에 대한 열광을 ‘미혹’이라 여긴다. 영화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영화의 주제에 진정성이 있는지, 감동의 실체가 진정으로 느껴지는지, 다시 한 번 질문해 보기 바란다. 원제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감독 데이비드 핀처, 12일 개봉. 영화평론가
  • [인사청문회] “딸에 준 8000만원 증여세 내겠다”

    [인사청문회] “딸에 준 8000만원 증여세 내겠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 인사청문회에서 장녀 주택 구입에 대한 편법 증여와 배우자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말했다. 금산 분리 완화 문제, 참여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 재임 전력 등에 대한 질의에는 뚜렷한 소신을 보였다. 여당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질의를 하기에 바빴고, 야당 의원의 질의도 날카롭지 못해 다소 ‘맥 빠진 청문회’였다. 기재위는 청문회 직후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청문절차를 마쳤다. ●장녀 편법 증여 및 배우자 땅 투기 의혹 도마에 오른 것은 장녀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이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이 “윤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해 3월 지인 2명과 공동명의로 8억 8000만원 상당의 서울 삼청동 주택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8000만원을 지인에게 빌려 딸에게 주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자는 “부족한 것을 집사람이 대처한 모양”이라며 “이것을 수정해야 하면 수정신고를 하고 증여세를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 명의로 지난해 경기 양평군 용문면 중원리 436의3과 436의2 두 개 필지를 취득한 것과 관련, 임 의원이 “제출한 영농계획서를 보면 10월에 채소를 재배하겠다고 했는데 가보니 밭이 아니라 전원주택단지가 됐다.”며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집사람이)개인 사정으로 가슴에 병을 앓고 있어 나머지 생을 보내려고 산 것인데 이 문제로 논란이 돼 집사람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땅이 좋지 않아 채소를 심을 수 없었다.”면서 “(그 땅을) 처분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완화 반드시 필요 윤 후보자는 “금산 분리를 완화하면 재벌이 은행을 갖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질의에 “국내 자본의 역차별을 막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완화하자는 것”이라면서 “은행에 대한 지분 참여 주체를 왜 재벌로만 보느냐.”고 맞섰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금감위원장을 지내고 철학이 다른 현 정부에서 경제부처 수장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민주당 오제세 의원의 주장에 대해 “정권의 컬러(색깔)가 바뀔 때마다 공무원에게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가 수치스럽게 거론되고 있다.”면서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갖고 일을 할 때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는 그것을 받쳐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무소속 강운태 의원의 질의에는 “색깔이나 소신이 없었다면 그런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라며 뚜렷한 주관을 갖고 행동해 왔음을 강조했다. ●본지, 청문위원 26명 전원 확인 기재위는 이날 경과보고서에서 “공직경력과 경륜이 상당하고 탁월한 리더십과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서울신문이 이날 밤 기재위 소속 의원 26명 전원을 취재한 결과 19명이 적격 의사를 밝혔다. 반면 민주당 김효석 의원 한명만 부적격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 6명은 입장을 유보했다. 김태균 주현진기자 windsea@seoul.co.kr
  • 골반통… 비정상적 출혈… 잦은 소변… 혹시 자궁근종?

    골반통… 비정상적 출혈… 잦은 소변… 혹시 자궁근종?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의 20∼30%,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생기는 흔한 자궁 양성 종양이다. 호르몬의 영향 탓에 폐경기가 지나면 근종이 위축되어 크기가 줄기도 하지만 반면 임신 중에는 더 커지기도 한다. 문제는 최근 미혼 추세에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젊은 여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흔한 증상이 자궁출혈 자궁의 근육세포에서 형성되는 자궁근종은 가족력이나 여성호르몬 이외의 다른 호르몬 작용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으나 전체의 20∼50%에서는 근종의 수와 크기, 위치, 근종의 변성도에 따라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골반통 및 골반압박감 ▲빈뇨 ▲생식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이중 가장 흔한 증상이 자궁출혈이다. 출혈 양상은 월경과다나 부정 자궁출혈을 보이거나 두 가지가 동시에 올 수도 있으며, 이 때문에 빈혈과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초래된다. 골반통은 월경곤란증 또는 골반염증이나 자궁내막증과 동반된 경우 성교통을 유발하거나 골반의 압박감을 초래한다. 또 근종이 방광이나 요관을 압박하면 빈뇨가 나타나며, 특히 근종이 클 때는 요관을 부분적으로 막기도 하는데 이런 현상은 30∼70%의 환자에게서 보일 만큼 흔하다. 근종이 생식기능 이상을 초래하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어느 부위에 생기느냐에 따라 구분 자궁근종은 어느 부위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크게 장막하근종, 근층내근종과 점막하근종으로 구분한다. 장막하근종은 혹이 주로 자궁벽 바깥쪽으로 자라는 경우이고, 근층내근종은 혹이 자궁근육층 안에서 자란다. 이에 비해 점막하근종은 혹이 자궁 안에서 혀처럼 매달려 자란다 ●출혈·골반통 일으키면 수술 고려를 자궁근종이 비정상 자궁출혈이나 골반통을 일으키는 경우라면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근종으로 인한 빈혈, 골반통 모두 활력과 노동력 상실을 초래,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자궁근종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간혹 악성으로 변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폐경기 후 근종이 갑자기 커지거나 자궁출혈이 동반되면 암의 일종인 육종성 변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궁 질환은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어 자가진단이 어렵다. 그러다 종양이 커지면 하복부에 살이 찐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변비·빈뇨가 오거나 생리의 양과 기간의 증가로 빈혈이 오기도 한다. 출혈, 복통 등으로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자궁근종은 내진으로 쉽게 발견되나 점막하근종은 초음파검사로도 70% 정도만 진단이 가능해 자궁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자궁내시경을 이용하거나 자궁내막 소파검사 또는 MRI·CT촬영을 하기도 한다. 치료법은 크게 호르몬요법과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호르몬치료는 특정 호르몬을 투여, 생리를 멈추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여성호르몬 결핍상태를 만들어 근종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치료하면 여성호르몬이 부족해 골다공증 등 부작용이 오므로 수술 전 자궁근종으로 인한 빈혈치료나 당장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사용한다. 수술은 크게 근종절제술, 부분자궁절제술, 자궁절제술로 나눈다. 이전에는 개복수술이 대세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복강경수술과 질식, 자궁절제경(점막하근종)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술 대상이 되는 경우는 빈혈을 동반한 비정상 자궁출혈이나 월경·성교·요통 및 하복부 동통 같은 만성 골반통이 있는 경우, 유경성 근종 등으로 급성 통증이 있거나 신부전 등 비뇨기계 증상을 초래한 경우, 불임이나 유산이 잦은 경우 등이다. ●비만·빠른초경·가족력 있으면 주의 확실한 자궁근종 예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위험인자로 알려진 비만, 빠른 초경, 피임, 동물성 지방식, 가족력 등이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는 “자궁근종 가족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없더라도 30대 이후의 기·미혼 여성은 연 1회 이상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특히 월경통, 빈뇨, 변비 등의 증상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산부인과 유은희 교수
  • “17개월간 담아낸 독도 다큐 우리 자신의 문제 찾는 여정”

    “17개월간 담아낸 독도 다큐 우리 자신의 문제 찾는 여정”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식코´ 등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던 사람들 아마 적지 않을 테다.‘우린 왜 저런 다큐영화가 없을까´라며….‘미안하다 독도야´는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민감한 이슈를 다루지만,영화는 매운 고추냉이가 아닌 구수한 청국장에 가깝다.그렇다고 감동만 있는 건 아니다.쉬 가시지 않는 청국장 냄새처럼,‘관심´이라는 묵직한 화두가 가슴 속에 자리잡는다. ●“극장 개봉 못하게 협박전화도 걸려왔죠” 24일 서울 논현동 지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최현묵(47) 감독과 서경덕(34) 기획 PD는 개봉을 앞두고 긴장감과 설렘에 가득차 있는 듯했다.“17개월의 긴 여정이었다.지난해 7월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 올 11월에야 영화를 완성했다.”(최) ‘미안하다 독도야’가 첫 연출작인 최 감독은 2002년 6월 말 영화 ‘블루’ 제작 현장에서 처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당시는 한·일 월드컵대회 터키전이 열리던 때.온 나라가 함성으로 들떠 있는 분위기였지만,한쪽에선 북한의 서해 NLL 침범으로 젊은 청춘이 스러지는 현실을 보고 국토의 소중함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리고 2007년 여름.마침 서 PD가 대형 태극기를 독도 앞바다에 띄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바로 의기투합했다.서 PD는 한국홍보전문가로,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독도·위안부·동북공정 문제를 알리는 광고를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태극기 프로젝트는 애초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서 PD가 창립한 대학연합동아리 ‘생존경쟁’이 기획한 것이다.그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국기를 만들어 서울 여의도 광장에 펼칠 계획이었는데,정작 여의도 광장 폭이 모자라 무산됐다.”고 설명했다.그렇게 묻혔던 프로젝트는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그런데 그 사이 기네스북에는 가로 659m,세로 100m짜리 이스라엘 국기가 오른 상태.계획은 수정됐다.서 PD는 ‘생존경쟁’ 후배들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제작하는 국기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다.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 띄워진,6000명의 손도장이 찍힌 태극기(가로 30m,세로 20m)는 이렇게 탄생했다.이 태극기는 현재 한국 기네스북에 등록된 상태이며,세계 기네스북에는 항목 신설을 신청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처음부터 메가폰을 잡을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지오엔터테인먼트 대표로 ‘맨발의 기봉이´,‘식객´,‘블루´ 등 줄곧 제작만을 맡아 왔던 그가 선뜻 연출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았다.“접촉한 감독이 몇몇 있지만,끝이 안 보이는 작업을 마냥 맡기기가 힘들었다.또 독도를 잘 알아야 하는 만큼,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하기가 미안했다.그래서 서툴지만 내가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또 일반적으로 다큐 시장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존재하는데,나는 ‘없다.’에서 출발했다.‘만들어 가자.’고 생각했다.이런 무거운 짐을 함께 안고 갔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더했던 것 같다.”(최) 지난해 11월 말 시작한 촬영.폭우와 강풍으로 독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포항과 울릉도에서 기다리는 때가 잦았다.뜻있는 투자배급사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영화를 완성하고 나서도 배급사 대표에게 “극장 개봉을 하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 왔고,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잘 먹겠스므니다’라는 카피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포스터 심의를 반려하기도 했다. ●“소프트한 구성에 정곡 찌르는 멘트 버무려” “독도 영화를 만든다 하면,흔히 일본 우익세력과 한국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거나,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길까 질까 등을 다룰 것을 예상한다.하지만 우리는 보다 소프트하게 접근하고 싶었다.영화는 ‘우리 자신에게서부터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최) 아니나 다를까.첫 화면부터 심상치 않다.독도 한 가운데 선 지표석.‘독도’라는 지명 아래 고유영문명 ‘Dokdo’가 아닌 독도영유권을 희석시키는 명칭인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가 새겨져 있다.몇 년째 방치되던 이 초석은 ‘미안하다 독도야’ 팀이 문제제기를 한 뒤에야 최근 사라졌다. 영화의 이야기는 감성적인 우회 노선을 걷지만,다른 요소들은 주로 직설화법을 구사한다.배경음악으로 ‘애국가’,‘홀로 아리랑’,‘아리랑’이 흐르고 김장훈의 내레이션은 나직하면서도 정곡을 찌른다.게다가 수정된 포스터는 또 어떤가.우동그릇에 일장기 꽂힌 독도가 담겨 있는 그림 위로 ‘날로 드시게요?’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최 감독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소프트한 만큼,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요소들을 강하게 깔았다.”고 귀띔했다. 혹자는 독도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인데 왜 자꾸 건드려서 오히려 분쟁지역화를 조장하느냐고 말한다. ”그런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결과론적으로 잘못됐다.이미 분쟁지역화 돼있고 일본 땅으로 인식하는 세계인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세계 유력사이트 100곳 중 독도가 단독 표기된 사이트는 5곳 가량이다.거의가 ‘다케시마’로 표시하거나 병기하고 있다.”(최) ”어떤 교수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일본 정부와 우리나라 정부는 둘 다 ‘조용한 외교’를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고.일본은 세상 사람 모르게 조용히 다 ‘바꾸고‘ 있다면,우리 정부는 말 그대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서) 최 감독은 ‘미안하다 독도야’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후속편도 기획하고 있다.서 PD는 내년 7~8월쯤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미안하다 독도야’ 영상을 활용한 광고를 한다는 계획이다.‘미안하다 독도야’는 31일 롯데시네마 등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다.진정성 가득한 울림에 관객들은 문득 이런 인사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고맙다 독도야! 우리 곁에 있어줘서.”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가수 김장훈 내레이션… 주연은 독도 “한국 최초의 독도 주연 영화입니다.” 지난 23일 ‘미안하다 독도야’(감독 최현묵,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31일 개봉) 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관계자는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그 말대로 ‘미안하다 독도야’는 독도를 소재로 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이다.그동안 충무로에서 안용복,홍순칠,최종덕 등 독도를 거쳐간 실존인물들을 그린 극영화 제작이 종종 거론되긴 했지만,성사된 적은 없다. ‘미안하다 독도야’는 독도의 유일한 상주민이자 이장을 맡고 있는 김성도·김신열 부부 이야기를 씨줄로,대형 태극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학연합동아리 ‘생존경쟁’의 도전을 날줄로 엮어 나간다.김성도 이장의 손자인 초등학생 김환이 독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대학생들이 독도 관광객 및 울릉도 주민 등 6000명의 핸드프린팅을 받아 태극문양을 완성해 가는 과정,한 달에 걸쳐 만든 태극기를 지난 5월26일 독도 앞바다에 띄우는 장면 등이 눈물겹게 펼쳐진다. 민간외교 사이버 사절단인 반크(VANK)의 활약도 등장한다.박기태 단장이 독도 관련 인식을 높이기 위한 강연을 진행하고,반크 최고령 회원인 80세 최종성씨가 독도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영어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해서 찍은 분량은 60분짜리 영상 250개 남짓.순제작비는 7억원가량이 들었다.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뤘지만,외교적 논란이나 학술적 주장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평범한 일반인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 관심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영화사 측은 해외영화제 출품을 통한 국제 홍보와 DVD를 해외 한인회와 한인학교 등에 교육자료로 제공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한인방송국 등에서 구입 문의가 들어오는 등 각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레이션은 반크 홍보대사이기도 한 가수 김장훈이 맡았다.김장훈은 감독의 내레이션 제안을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으며,결정한 뒤에는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녹음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훈훈한 책임감과 열성을 보였다는 후문이다.상영시간 98분.전체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50)양반의 기생 놀음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50)양반의 기생 놀음

    몇 해 전 우연히 TV 사극을 보는데,이상한 장면이 나왔다.사극의 배경은 임진왜란 훨씬 이전,곧 조선 전기였다.광통교 부근에 기방이 있었고,그 기방에 고관대작 몇이 모여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쓴 웃음을 지었다.과문한 탓인지 나는 조선 전기의 서울 시정에 기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앞에서 누차 언급했듯 기방은 기생이 손님에게 가무(歌舞)와 술,그리고 성(性)을 판매하는 공간이다.그리고 기방과 기생은 기부(妓夫)가 지배한다.이런 형태의 기방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끝난 뒤에 서울 시정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물론 기방의 성립 과정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이런 이유로 해서 임진왜란 이전 시대에 고관대작들이 기방에 드나들었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 것이다.박정희 시대 때의 요정 정치를 조선시대 속에서 애써 찾다 보니,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다. ●기방은 역관·의관·서리 등 중간층이 주로 찾아 조선 후기에 기방이 시정에 출현한 뒤에도 양반들은 기방에 출입하지 않는다.기방은 주로 역관이나 의관 등의 중인,각 관청의 하급관리인 서리,시전상인,군교(軍校),별감,승정원 사령,의금부 나장 등 중간층들이 주로 찾는 곳이었다.게다가 전에 소개했듯 기방에는 까다로운 규칙들이 있어서 어길 경우,시비가 벌어지고 때로는 주먹질이 난무하였다.이런 까닭에 양반들은 기방 출입을 꺼렸고,만약 기방 출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 뒷날 벼슬을 하는데 적지 않은 흠이 되었던 것이다.한데 양반 중 문반만 그렇다는 것이고,무반은 꼭 그렇지도 않다.무과에 합격하여 무반관직을 지내려면 세상 물정을 알아야 하기에 한량으로 무예를 익힐 때부터 기방에 드나드는 것이 허용되었던 것이다.이런 무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양반들은 기방에 출입할 수 없었다.꼭 기방에 들어가려면 어느 집 ‘청지기’라고 말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양반이 기생과 즐기고 싶다면,기생을 불러와야만 하였다.관청에서 부르는 경우도 있고,때로는 개인이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개인이 부를 경우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이제 그 광경을 신윤복의 ‘연못가의 가야금’(그림 1)에서 확인해 보자.이 그림의 화제(畵題)를 보자.“자리에는 늘 손님이 가득하고,술단지는 비어본 적이 없으니,나는 아무 걱정할 것이 없다.”(座上客常滿, 尊中酒不空, 吾無憂矣).이 그림에는 술단지가 보이지 않지만,벗이 있고 음악이 있고 아름다운 여성이 있으니 흥겹지 않겠는가. 그림에는 남자 셋,기생 셋이 등장한다.기생 셋을 부른 것이다.남자들은 모두 지체 높은 양반들이다.두 사람은 갓을 쓴,말하자면 의관을 제대로 갖춘 정장 차림이고 맨 왼쪽의 양반은 갓이 없다.이 남자는 원래 갓을 썼던 것이 아니고 정자관을 쓰고 있다가 옆에 벗어 놓고 있다.서 있는 남자와 앉아 있는 두 사람은 도포의 빛깔이 다른데 중국에서 수입한 고급 비단으로 지은 것이 분명하다.갓끈 역시 호사스럽기 짝이 없다.서 있는 사람의 갓끈은 밀화(蜜花),곧 호박으로 만든 것으로 당상관 이상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이 사내의 벼슬은 적어도 정3품 당상관인 것이다.이런 것으로 보아 연못가에 모인 사내들은 모두 고급 관료들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가 금기(琴妓)이고 누가 가기(歌妓)일까 이 그림의 공간은 어디인가? 먼저 오른쪽을 보자.소나무 아래에 기와담장이 보인다.그리고 그림 상단부에는 돌로 축대를 이단으로 쌓아 나무를 심었다.그 너머에 다시 돌각담이 보인다.아래로 오면 단정하게 다듬은 돌로 마무리를 한 연못이 있다.이곳을 관청의 정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18세기 이후 서울의 거대한 양반가문이나,역관이나 상인으로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의 저택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이 집은 누구의 집인가? 맨 왼쪽의 정자관을 벗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아마 자신의 집이기 때문에 관을 벗고 풀어진 자세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은 당연히 기생이다.담뱃대를 쥐고 있는 여자가 쓰고 있는 것은 가리마다.가리마는 기생들이 큰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오른쪽의 악기는 거문고가 아닌 가야금이다.거문고는 현을 뜯는 짤막한 대나무 막대기,곧 술대가 있어야 하지만,이 그림에는 그것이 없고,직접 손가락으로 현을 뜯고 있다.가야금인 것이다.가야금을 특기로 삼는 기생을 금기(琴妓)라 하고,노래를 특기로 삼는 기생을 가기(歌妓)라고 한다.세 기생 중 어떤 기생은 가기일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에 등장한 3남 3녀 중 가장 웃기는 사람은 맨 왼쪽의 남자다.왼쪽 발을 보건대 남자는 두 다리를 둥글게 벌리고 자신의 몸 위에 기생의 둔부가 올라오도록 앉힌 것이다.그리고 오른손은 기생의 아랫도리에 가 있다.이 양반은 눈동자가 약간 풀린 채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그 일이 정말 어떤 일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 뿐이다. 이제 신윤복의 그림 중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 ‘검무(劍舞)’(그림 2)를 보자.기생 둘이 공작 깃털을 단 벙거지를 쓰고 붉고 푸른 화려한 치마 저고리를 입고 옷자락을 날리면서 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구경꾼들의 면면을 보자.그림의 왼쪽 중간에 있는,왼손에 부채를 쥐고 갓끈을 단정하게 묶고 있는 사람이 이 연회의 주최자일 것이다.아니면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일 것이다.왜냐고? 이 사람이 앉아 있는 돗자리는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럽고,죽부인에 기대어 앉아 있는 품이 당당해 보이기 때문이다.이 사람 바로 위의 무릎을 세우고 손깍지를 끼고 있는 사람 역시 양반이다.다시 그 위의 갓을 쓰고 있는 앳된 얼굴은,장가를 간지 얼마 안 되는 이 집안의 자제인가 보다.이 햇병아리의 옆에 기생 둘이 있고,다시 그 오른쪽에 초립을 쓴 장가를 가지 않은 젊은이가 앉아 있다.그림 오른쪽의 담뱃대를 들고 오는 아이는 상노다.담뱃대가 없는 기생에게 가져다 주려는 것인가,아니면 갓을 젖혀 쓴 양반에게 가져다 주려는 것인가? ●검무는 18세기에 가장 인기 있던 춤 춤을 감상하는 양반 관객들은 모두 그림의 상단에 있는데,유독 하단의 악공들이 앉는 줄에 양반 한 사람이 끼어 있다.하단 맨 왼쪽의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사내다.이 사내는 왜 구차하게 악공들과 같은 줄에 앉아 있는 것인가? 이 양반이 왼손에 쥐고 있는 물건이 실마리를 제공한다.이 물건은 사선(紗扇) 또는 차면(遮面)이라는 물건으로 남녀가 내외를 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물건이다.상주가 외출할 때 관원이 길을 나설 때 결혼식을 할 때 남성이 얼굴을 가리는 것이다.무언가 자기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할 사정이 있는 것인데,춤 구경에 그 사정을 잊고 말았던 것이다.아래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사선을 쥐고 있는 양반을 제외하면 모두 악공이다.맨 왼쪽은 해금을 연주하고 있고,그 오른쪽 두 사람은 자세를 보아 아마도 피리를 불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그 다음은 젓대,그 다음은 장고,그 다음은 북이다. 조선후기에는 장악원의 악공과 기생들이 팀을 이루어 민간의 초청을 받아 영업하는 일이 흔히 있었다.이름이 알려진 팀도 있다.예컨대 노래를 잘 부르기로 유명했던 가기(歌妓) 추월(秋月)과 역시 가곡창(歌曲唱)의 달인이었던 가객(歌客) 이세춘(李世春),거문고의 명인 금객(琴客) 김철석(哲石),그리고 또 다른 기생인 매월(梅月) 계섬(桂蟾) 등으로 구성된 팀이 가장 유명하였다. 기생 둘이 추는 검무는 아주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더욱이 두 기생의 복색은 색채가 선명하게 대조된다.왼쪽은 청색 벙거지,녹색 저고리,붉은 치마인데,오른쪽은 흑색 전모,청색 저고리,푸른 치마이다.지금 검무는 진주 검무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검무는 18세기에 가장 인기가 있는 춤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 검무는 칼이 작고 또 칼날과 자루가 분리되어 움직이지만,18세기의 검무는 보다시피 그냥 칼이다.어떤 사정이 있어서 바뀌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박제가(1750-1805)는 ‘검무기(劍舞記)’란 글을 써서 검무의 동작을 세밀히 묘사하고,또 밀양 출신 기생 운심(雲心)이가 당시 검무의 제일인자로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혹 아는가,위 검무를 추는 두 기생 중 하나가 운심인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Seoul In] 동파예방 문자메시지 서비스

    금천구(구청장 한인수)내년 2월까지 겨울철 수도계량기 등 시설물의 동파 사고를 막기 위해 주민들에게 동파예방 문자메시지(SMS) 알림 서비스를 실시한다.영하 8도 이하 혹한 예보 때 지역 통·반장과 서비스를 신청한 주민들에게 동파 예방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동파예방 문자서비스는 동 주민센터에 접수하면 된다.치수방재과 2627-1867.
  • [케이블·위성방송]

    ●시네마TV 07:00 세나의 신혼일기 09:00 파니와 엘비스 11:00 어썰트타켓 14:00 유닛시즌2 17:00 에어리프트 20:00 첨밀밀2 23:00 X파일 시즌2 03:00 매혹 ●SBS드라마 플러스 08:00 여명 1개월의 신부 10:00 바람의 화원 12:40 야심만만 예능선수촌 14:00 골드미스가 간다 17:00 떼루아 21:10 스타킹 22:20 패밀리가 떴다 ●애니원 07:30 뽀롱뽀롱 뽀로로 08:30 도라에몽 4기 13:00 포켓몬스터AG 14:00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5 17:30 도라에몽2기 20:00 윙스 프렌즈 22:00 돌아온 형사 가제트 ●WOW 한국경제TV 07:00 주식콘서트 09:00 WOW메디컬 센터 13:00 창업정보센터 17:00 별난직업 별난사람 18:00 마켓리더에게 듣는다 22:30 한밤의 증시카페 ●히스토리 채널 09:00 엄마를 바꿔라 10:00 신비의 사막 사하라 13:00 대국굴기 17:00 밀리터리 19:00 컬러 오브 워 21:00 몬스터 01:00 세상을 바꾼 사람들 ●중화TV 07:00 꼬마요리사 푸푸 11:00 오락폭풍 12:00 심정밀마 15:00 도전! 중국 기네스 16:00 댜오만 공주 19:00 환환애 23:00 도전! 중국 기네스 24:00 오락폭풍 ●한방건강TV 09:00 라이프 매거진 15:10 오감만족 기혈순환 마사지 16:30 좋은 사람 좋은 만남 18:00 살림의 여왕 21:00 사랑의 진맥
  • ‘당뇨환자의 수렁’ 겨울 조심하세요

    ‘당뇨환자의 수렁’ 겨울 조심하세요

    당뇨는 연중 관리해야 하지만 겨울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날씨가 추우면 활동량과 운동량이 줄고,추위로 혈관이 수축돼 당뇨합병증인 고혈압이 생기기 쉬워서다.특히 연말이면 이어지는 망년회와 잦은 회식은 당뇨환자들에게는 가히 ‘수렁’이라 할 만하다.당뇨환자들의 겨울나기,어떻게 할까? ●당뇨인들의 일상적 건강관리 ▲무서운 독감·감기 환자들이 겨울철에 신경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감기와 독감,폐렴 등 호흡기질환.이런 질환에 감염되면 몸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해 고혈당 상태가 된다.따라서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감기나 독감 증상이 나타날 때는 주치의와 상의해 약제의 용량을 조절하는 게 현명하다.보통 종합감기약은 큰 문제가 없지만 간혹 혈압·혈당을 높이는 약제가 들어가기도 하므로 감기약을 처방 받을 때는 반드시 당뇨환자임을 밝혀야 한다. ▲발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겨울에는 혈관이 수축되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각질에 의한 상처가 나기 쉽다.이런 작은 상처가 족부궤양이나 괴저 등으로 발전하므로 발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먼저,미지근한 물과 비누로 매일 발을 씻은 뒤 잘 말린다.발가락 사이를 피해 발등과 발바닥,발 뒤꿈치에 로션을 발라 주는데 이 때 물집이나 상처 티눈 부기 등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발톱은 일(一)자로 넉넉히 깎고 양말은 통기성이 좋고 땀을 잘 흡수하는 면제품을 사용한다. ▲화상·동상 ‘조심조심’ 환자들이 혈당 조절을 소홀히 할 경우 말초혈관과 신경 장애로 피부감각이 둔해진다.이 때는 통증이나 뜨거움 등을 잘 느끼지 못해 화상·동상 위험이 크다.따라서 환자들은 전기장판이나 난로 등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사우나,찜질방 등에서도 열탕 대신 온탕을 이용하도록 한다.스키장이나 산행시 손발 등에 동상이 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기본이다. ▲낙상·골절은 치명적일 수도 겨울에는 노약자들이 낙상이나 골절을 당하기 쉽다.따라서 눈이 오는 등 악천후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하며,앉고 일어 설 때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걸려 넘어질 수 있는 물건을 실내에서 치우거나 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당뇨환자의 운동 ▲아침운동보다 오후 운동을 겨울에는 추운 기온 탓에 혈관이 수축,혈압이 평소보다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특히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상승해 뇌졸중·심근경색 등 치명적 응급상태를 맞을 수 있으므로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관상동맥질환,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아침운동을 오후 운동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오후 운동이 여의치 않은 경우 겨울만이라도 헬스·수영장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충분한 준비운동 후 본운동을 실외운동이나 외출시 복장은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적당하게 껴입는 게 좋다.추위 속 체열의 대부분이 머리와 손 등 말단부위를 통해 손실되므로 모자와 장갑도 반드시 착용한다.특히 추운 곳에서는 체온이 잘 오르지 않고,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몸에 열이 충분히 날 만큼 평소보다 많은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혹한 때는 바깥운동보다 실내운동을 겨울에는 추위로 관절이나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운동량을 줄여 주는 게 좋다.또 운동 후에는 적절한 정리운동으로 피로감을 풀어 주며,땀을 흘렸다면 체온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빨리 마른 옷으로 갈아 입도록 한다. 운동을 하려는 의지는 좋지만,추위가 심할 때는 차라리 쉬는 게 운동보다 낫다.대신 실내에서 빠르게 걷기,제자리 걷기,음악을 틀어 놓고 춤추기 등으로 일정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박철영 교수
  • [박연차씨 소환] 꼬리에 꼬리 문 ‘박연차 의혹’

    [박연차씨 소환] 꼬리에 꼬리 문 ‘박연차 의혹’

    검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이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의혹은 깊어지고,또 다른 의혹들도 불거지고 있다.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형국이다. ●추가되는 의혹 검찰은 박 회장이 2006년 농협 자회사 휴켐스를 저가에 인수한 뒤 이뤄진 주식 거래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박 회장은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 참여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 21%에 대한 콜옵션을 모 금융사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에 팔아 300억원이란 거액을 챙겼다.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옵션계약에 따라 주식을 시가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에 넘겼다.검찰은 그 배경과 경위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최근 박 회장의 아파트 부지 위장 거래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 확인에 나섰다.태광실업의 자회사인 정산개발이 2006년 박 회장 소유로 의심되는 건설 시행사 2곳에 경남 김해시 아파트 부지를 팔아 100억원을 남겼고 시행사도 아파트 개발로 300억여원의 이익을 봤다는 것이다.검찰은 이들 시행사가 박 회장 소유로 판명나면 배임이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자신의 회사 정원토건의 자금을 빼돌려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 주식 10억원어치를 샀다는 의혹에도 박 회장이 얽혀 있다.박 회장이 리얼아이디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깊어지는 의혹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는 회계 자료 조작 의혹도 제기된다.당시 매각 적정가격 평가에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던 2005년도 재무제표에서 휴켐스의 경영이익이 전년도에 견줘 4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휴켐스는 이 때를 제외하고 꾸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특히 박 회장이 인수한 뒤 경영이익은 다시 치솟는다.검찰은 헐값 매각을 위해 회계 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 회장이 2006년 1월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에게 건넨 20억원이 휴켐스 인수 외에도 남해화학 인수 로비와 얽혀 있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정 전 회장이 휴켐스와 남해화학 매각을 동시에 추진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검찰은 현대차 뇌물사건으로 구속됐던 정 전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해화학 매각을 다시 시도했으나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되는 바람에 매각이 좌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지민 오이석기자 icarus@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차범근과 유재학이 각광받는 비결

    ‘히딩크 효과’라고 했던가.몇 해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이 네덜란드 사람이 한국에서 거둔 빛나는 성취를 축구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분석도 하고 이른바 ‘벤치 마킹’도 한 일이 있다.그의 ‘효과’ 혹은 방법이란 우리 축구계나 이 사회가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시행해 보지 못한 그런 것들이었다. 치밀한 계획 아래 학습과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거나 그라운드에서 맘껏 축구를 즐기라는 충고는 비단 히딩크만의 것은 아니었다.우리 말에도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성취하라는 ‘호시우행’이란 말이 있었다.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공자의 가르침도 있었다. 몰라서 못 했던 건 아니었다.되레 잘 알면서도 못 하는 것,혹은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였다.선수 개인이나 구단,축구계 전체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잘 알면서도 못 한다면 그것은 능력 부족이요,만일 하지 않는다면 그건 남과 자신을 속이는 일이 된다. 수원이 K-리그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운재 선수를 비롯해 수원의 많은 선수들이 한 해의 노력에 걸맞은 자리에 올랐다.그러나 역시 최고의 수훈갑은 차범근 감독이다.컵 대회 우승과 리그 1위,그리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그는 선수 시절 명성에 걸맞은 지도자의 위상을 갖게 됐다.축하할 일이다. 차 감독이 우승을 일군 비결 가운데 첫 번째 꼽히는 것이 ‘명성보다는 실력’이라는 단순한 명제에 충실했다는 점이다.이보다 더 확실한 비법이 따로 있을까.지도자는 선수의 실력과 컨디션을 유일한 척도로 삼아야 한다.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한 해 시즌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감독이 언제나 이를 관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수원처럼 재정도 안정적이고 스타 선수도 많은 곳이라면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차 감독은,누구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을 했고,그것이 우승에 굳건한 바탕이 됐다.프로농구 2라운드에서 7연승을 거둔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비법도 이 단순명쾌한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학연이나 명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는 것은 선수들이다.각 구단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리를 못 잡는 선수들도 제법 있다.대체로 화려한 명성과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이다. 뛰어난 스타 선수들은 중·고교 때부터 팀 내에서 상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우승이나 진학이 그 선수에게 다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 흘러간 옛 영화의 한 장면들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오직 실력과 컨디션이다.감독은 최상의 컨디션을 요구한다.팬들은 매혹적인 경기를 갈망한다.그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실력이다.몇몇 스타 선수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잘 알고 있다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김성주ㆍ신애라, ‘닥터스’ 통해 목소리 기부 동참

    김성주ㆍ신애라, ‘닥터스’ 통해 목소리 기부 동참

    방송인 김성주가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주변의 어려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스타들의 목소리를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소리 도네이션’을 펼친다. 김성주는 MBC ‘닥터스’의 ‘목소리 도네이션’ 첫 번째 주자로 선정 오늘(8일) 방송되는 ‘민창이의 일기, 맑음’ 편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이번 ‘목소리 도네이션’은 절망 속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의료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담은 ‘닥터스’의 ‘미라클’ 코너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스타들이 각자의 출연료를 사회단체에 기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김성주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정애리, 최화정, 신애라 등이 릴레이로 참여할 예정이다. 김성주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할 ‘민창이의 일기, 맑음’ 편은 18세 강민창 군의 사연이다. 148cm에 30kg, 열 여덟 살 남자 아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왜소한 체구의 민창이. 135도로 휘어 혹처럼 튀어나온 척추 때문에 민창이는 옆으로 누워서 겨우 잠을 잔다. 게다가 두 줄로 난 치아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상태는 형편없다. 그대로 둔다면 신경을 망가뜨려 걷는 것도 불가능해 질 수 있다. 연말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선 스타들의 목소리 기부, 그 첫 번째 주자 김성주의 목소리는 오늘(8일) 저녁 6시 50분 MBC 에서 함께 할 수 있다. 서울신문NTN 서미연 기자 miyoun@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8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최근 스트레스와 흡연,음주,고지방식 등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40~50대의 뇌졸중이 증가하고 있다.갑자기 쓰러진다고 하지만 결코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 뇌졸중.위기의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번 발병하면 환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앓아야 하는 뇌졸중의 모든 것을 알아본다. ●인간극장(KBS2 오후 7시25분) 모두가 잠든 깊은 밤,트럭 한 대가 천천히 골목을 누빈다.뭔가를 찾아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는 스물 셋 청년 김상범.아직도 고등학생처럼 앳된 모습의 초보 고물상이지만 종이 한 장,공병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가장 밑바닥부터 배운다는 각오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마다않는 열혈청년이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키 148cm에 몸무게 30kg,열여덟 살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체구의 민창이.두 줄로 난 치아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 상태는 형편없고,135도로 휘어 혹처럼 튀어나온 척추 때문에 간신히 옆으로 누워서 잠을 잔다.지적장애에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강민창군의 사연과 함께한다 ●떼루아(SBS 오후 9시55분) 일주일 안에 가게를 비우라는 태민의 말에 격분한 우주는 이른 아침부터 태민을 찾아간다.강회장의 지시를 받고 태민을 설득하기 위해 오피스텔에 도착한 조이는 씩씩거리는 우주를 보고 의아해한다.당장 나가라는 태민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리던 우주는 조이가 휴지를 건네자 금세 표정이 바뀐다.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오늘도 밤 11시가 넘도록 잠자리에 들지 못하는 초등학교 3학년 성진이.아직 어린 나이라 엄마도 일찍 재우고 싶지만 낮 시간에는 온통 노느라 할 일을 아직 다 못 끝낸 상태이다.3학년 성진이의 하루를 살펴보고,책상에 앉아서도 집중을 못하는 아이의 공부 습관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지중해의 마지막 남은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스페인의 포르멘테라 섬.길이 18km,너비 12km 정도로 하얀 백사장이 특징인 포르멘테라는 에게 해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이런 이유로 사람들로 붐비는 여행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각광 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8) 홀로 있는 기녀의 속마음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8) 홀로 있는 기녀의 속마음

    기생을 한 번 클로즈업 시켜 보자.그러면 신윤복의 ‘전모를 쓴 기생’(그림 1)처럼 된다.이 여인이 기생인 것은 머리에 쓴 모자를 보고 알 수 있다.이 둥글고 누런 모자를 ‘전모’라고 부른다.전모의 용도는 햇볕을 가리는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여성은 피부 관리에 지극한 정성을 들인다.오늘날 생산되는 엄청난 종류의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피부를 어린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직사광선은 피부를 거칠게 하는 주범이다.전모는 곧 얼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것이다.   ●햇볕 가리는 ‘전모’ 기생 외엔 거의 안써 그런데 풍속화를 보면 꼭 기생만이 이 모자를 쓰고 다닐까?조선시대 여성들은 남편이 당상관 이상의 벼슬을 하면,그 아내는 외출 때 유옥교,곧 지붕이 있는 가마를 탈 수 있는 것이다.앞서 기생이 단풍놀이를 떠나는 신윤복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그때 그 기생은 뚜껑이 없는 가마,즉 가마바탕을 타고 있었다.가마바탕은 햇볕을 차단하지 못한다.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는 사람들의 의복이나 장신구까지도 간섭하고 있었다.예컨대 상민 부녀자는 비단옷에다 금은주옥으로 만든 장신구로 자신을 치장할 수 없었다.그것이 법이었다.기생만은 이 제한에서 예외여서 사치스런 옷과 장신구로 자신을 꾸밀 수 있었다.하지만 기생에게 유옥교만은 허락되지 않았다.이 때문에 외출할 때 햇볕으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한 도구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곧 전모가 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사실 옛 풍속화를 보면 기생 외에는 전모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물론 의녀도 전모를 쓰지만,의녀가 곧 기생이었으니,그게 그거다.  이 기생이 전모 아래 쓴 것은,가리마다.이번 기회에 가리마에 대해 좀 더 소상히 알아보자.유득공은 ‘경도잡지’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의원,혜민서에는 의녀가 있다.또 공조와 상의원에는 침선비가 있다.모두 관동 지방과 삼남(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서 뽑아 올린 기생들이다.잔치가 있을 때는 이들을 불러다가 노래하고 춤추게 한다.내의원 의녀는 검은 비단의 가리마를 머리에 쓰고 나머지는 검은 베의 가리를 쓴다.가리마는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가리는 물건’이다.그 모양은 편지봉투처럼 생겨서 머리를 덮을 수 있다.”    가리마는 편지봉투처럼 생겨 머리를 덮을 수 있다고 했으니,아마도 이것은 기생의 가발,곧 가체(加髢, 다리머리)를 덮어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원래 내의원의 의녀는 가리마를 비단으로 만들게 했으니,내의원 기녀를 옥당기생이라 해서 가장 높은 축으로 친 사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그림을 보자.‘전모를 쓴 기생’에서 기생이 입은 저고리는 소매의 끝동만 흰 색이고 나머지 동정과 깃,고름은 모두 자줏빛 천으로 댄 반회장 차림이다.치마를 올려서 끈으로 질끈 묶어 바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신발은 붉은 가죽신이다.다른 유별난 장신구는 없지만 젊고 무언가 새치름한 표정이 사람의 시선을 끈다.  이 그림은 범상해 보이지만,당시의 맥락으로는 결코 범상하지 않다.배경을 일체 없애서 여성만 도드라지게 만들었는데,이렇게 여성의 표정까지 잡아내면서 여성의 모습을 클로즈업 하는 것은 전에 없던 것이다.그림 오른쪽에 ‘전인미발가위기(前人未發可謂奇)’라 적혀 있는데,‘예전 사람들이 그린 적이 없는 것을 그렸으니,기이하게 여길 만하다.’는 뜻이다.한국 회화의 역사에서 여성을 전면에 클로즈업 시키는 것,그리고 그 여성이 기녀라는 사실은 놀라운 사건이다.   ●신분제에 의해 강요된 신신한 삶 역시 신윤복의 작품인 그림(2) ‘연못가의 기생’을 보자.그림의 아래쪽은 연못이다.연잎이 너푼너푼 하고 활짝 핀 연꽃 한 송이,그리고 그림의 중앙 부분에는 아직 봉우리로 있는 연꽃 둘이 있다.연못이 연못인 것은 연꽃이 있어서 연못이다.연꽃이 없어도 연못이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정약용은 ‘아언각비’서 비판했지만,이 그림의 연못은 연꽃이 있는 명실상부한 연못이다.여자는 마루 끝에 홀로 앉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무엇인가 주시하고 있다.조용한 한낮이다.여자의 옷차림은 수수하다.그림(1)의 기생처럼 외출 중이 아니기에 수수한 차림으로 있는 것이다.여자는 왼손에는 장죽을,오른손에는 생황을 쥐고 있다.문득 찾는 이 없는 조용한 한낮에 무료하여 생황을 꺼내 한바탕 불었다.여자의 왼손 바로 위에 약간 튀어나오게 그린 것이 생황의 취구(吹口)다.생황을 불고 나니,담배 생각이 난다.하여,장죽을 물었던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기생은 찾아오는 손님이 없는 날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기생은 한가로울 때가 있었을 것인가?한가하다면 무엇을 하는가?또 기생은 평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정말이지 장죽으로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내뱉은 뒤 저 기생은 어떤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것일까?  혹 그것은 자신에게 강요된 직업에 대한 싫증이 아닐까?기생이란 직업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신분제에 의해 강제된 것이다.기생의 업은 남자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니,기생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다.기생은 오직 강제에 의해 타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살아야 하는 타율적 존재다.흔히 기생이라 하면 아름답고 호사스럽고 잘 생긴 남성과의 로맨스를 떠올리지만,그것은 현대인의 생각,특히 남자의 생각일 뿐이다.기생은 어떤 한 남자와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없다.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져야 행복하다는 보장은 없지만,일반적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어떤 남자와도 영원히 삶을 함께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괴로움은 엄청나게 컸다.기생의 삶은 실로 신산(辛酸)했던 것이다. ●기생의 내면 엿볼 수 있는 가사 ‘청루별곡’  기생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청루별곡(靑樓別曲)’이란 가사가 있다.청루는 기방이니,곧 기방 기생의 심사를 노래한 것이다.일부분을 읽어보자.“이팔청춘 이 내 몸이 나비 눈에 꽃이로다/한궁(漢宮)에 비연(飛燕)이오,초대(楚臺)의 신녀(神女)로다/ 함양(咸陽)의 유협객과 오릉(五陵)의 귀공자로/가무를 수작하니,천금이 일소(一笑)로다.”여자는 자신을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설적인 미인에 견주며 협객과 귀공자와 어울려 놀았던 세월을 회고한다.그러던 중 사랑하는 정인(情人)이 생긴다.“마음 안에 풍류랑을 황혼 가약 굳이 맺고/연리지(連理枝)에 천년 기약 운우몽(雲雨夢)이 잦았어라/은하수 오작교에 견우랑이 건너는 듯/앵무배에 자하주를 월하에 흘려 부어/금루의(金縷衣) 한곡조로 나 잡고 님 권하니/부용장(芙蓉帳) 비취금(翡翠衾)에 봄도 깊고 밤도 짧다.”봄날 정인과 함께 보내는 밤은 짧기만 하다.사랑은 깊어져서 용천검 같은 날카로운 보검으로도 끊을 수 없고,시뻘건 화로불로도 태울 수가 없다.해서 “공명도 허사이오,부귀도 꿈밖이라/굶고 <먹고,먹고 굶고,떠나 살지 마쟀더니.”라고 하면서 세상의 부귀공명을 모두 초개처럼 여기고 굶든지 먹든지 오직 헤어지지 말자고 약속한다.하지만 조물주가 시기를 하는지 귀신이 장난을 치는지,“금석 같이 굳은 맹세,구름 같이 흩어진다.”남자는 떠나고 소식이 영원히 끊어진다.이후 ‘청루별곡’은 남자를 기다리지만,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여성의 고통을 길게 노래한다.“보고지고 님의 거동 듣고지고 님의 소리/전생에 무삼 죄로 우리 양인 생겨나서/천리에 걸어두고 주야상사(晝夜相思) 그리는고?/박명(薄命)한 이내 인생 이별할 제 왜 살았노?”하지만 한 번 떠난 정인은 돌아오지 않고 여자는 “금생에 그리던 님을 후생에나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청루별곡’과 비슷한 내용의 가사는 여럿 전한다.작품이 그리고 있는 기생의 삶과 내면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나는 늘 ‘연못가의 기생’을 볼 때마다 홀로 있는 기생의 속생각이 궁금했고,또 ‘청루별곡’ 기생의 하소연이 떠오르곤 하였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학생부군신위’ 출연 오정해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학생부군신위’ 출연 오정해

    죽은 자의 한을 풀어낸다.산 자의 죄를 어루만진다.켜켜이 쌓였던 업보의 마디마디를 허공에 흩뿌린다.‘북망산천 멀다더니 눈감으니 황천일세,님의 가슴 부여잡고 울어 울어도,뿌리치며 속절없이 떠나가네 ,어쩌면 이렇게도 야속하게 가시나요,부질없는 세상사만 홀로 남겨두고,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 꽃상여 타고 이승을 떠나는 시아버지를 향해 효성지극한 며느리가 목놓아 부르는 효부곡(孝婦哭)이다.누가,왜 그토록 처절하게 울어댈까? 연기자이자 소리꾼으로 잘 알려진 오정해(38)씨.그는 요즘 자신이 직접 작창(作唱)한 소리와 함께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마당놀이 무대에서 팬들과 만나고 있다.한창 배꼽을 잡고 웃다가도 가슴을 후벼파는 오씨의 효부곡이 나오면 다들 눈물바다를 이룬다. ●내년 뉴욕공연·음반 출시 그의 마당놀이는 연극,영화,판소리,뮤지컬 등에 이어 연기자 생활 15년만에 또 하나의 장르를 허물고 있어 눈길을 끈다.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연 중인 마당극 ‘학생부군신위-환장하겠네’(1월4일까지)에서 마음씨 착한 만삭의 효부로 등장한다.삶과 죽음의 경계,인연이 끊어짐에 대한 애달픔,그리고 북망산천으로 떠난 이의 죽음을 노래하는 역할을 가슴 ‘찡하게’ 소화해낸다. 오씨는 이번 마당놀이를 시작으로 내년 초에 있을 뉴욕 공연과 음반 출시 등 말 그대로 새로운 ‘예인의 길’을 걷고 있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생겨 지난 주 오씨를 만났다.장소는 공연장 인근 카페.인터뷰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그는 영화 ‘서편제’의 송화로 이미 스타가 된 지 오래이기에 팬들이 잘 모르는 부분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감기약을 먹어서인지 좀 취하네요.”라고 인사말을 건넨다.“대사를 까먹으면 어떡하느냐.”고 하자 “공연 시작할 때쯤 깨지 않겠느냐.”며 웃었다.솔직털털한 성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고 조리가 있었다.“책을 많이 읽어 말을 잘 하느냐.”고 했더니 “책을 끼고 살 정도로 좋아하지만 달변이라는 얘길 안 들을 만큼만 읽고 있다.”고 했다.에구! 대화가 거듭될수록 원숙한 여인의 향기가 양파껍질처럼 벗겨진다고나 할까. 자연스럽게 삶의 주변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됐다.알고 보니 그는 바느질 솜씨가 수준급이다.재봉틀이 애지중지 목록 1호란다.틈만 나면 동대문시장에서 원단을 사다가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다.하루종일 재봉틀을 껴안고 있는 경우도 많다.그렇게 만든 옷을 입고 외출하면,동료들이 ‘옷이 참,이쁘다.´고 칭찬한다.그러면 얼른 그 자리에서 옷을 벗어줄 정도로 마음이 약하다. ●남편 식당서 자장면 배달도 그의 남편은 두 가지 사업을 한다.하나는 전공(시애틀대학 국제경영학)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양에서 퓨전 중식당을 경영한다.오씨는 공연이 없는 날에는 식당에서 자장면 배달도 마다하지 않는다.오는 손님들에게 90도 각도로 머리를 숙여 맞이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럴 때마다 손님들은 ‘오정해 자장면’을 주문한다.오씨가 갖다주는 자장면이 더 맛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갑인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낸다.영화,독서 등 취미도 둘 다 비슷하다.12년 전 뮤지컬 ‘쇼 코미디’에 출연할 때 동료 배우 최정원씨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얼마나 천생연분이었기에 만난 지 4일만에 오씨는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승낙을 했다.그것도 점심시간 국수집에서 말이다.오씨는 거절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고 얼떨결에 ‘알았다.’고 대답했다.이름 석자도 제대로 모를 때였다.이를 두고 오씨는 ‘기네스북감’이라며 웃는다. ●다도 접하면서 마음의 공간 커져 12살된 아들과는 반드시 존칭어로 대화를 나눈다.이때 두 가지 원칙을 꼭 지킨다.‘공부해라.’와 ‘왜,그걸 안 하느냐?’는 식의 말은 절대 안 한다.대신 ‘해야 되는 이유’를 조근조근 설명해준다.또 인사와 예절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남에게 자신을 가장 잘 알리는 첫번째 방법이라는 설명도 곁들인다.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인사성이 밝은 아이로 귀여움을 받는다. 화제를 바꿨다.마당놀이에서 다루는 ‘죽음’으로 옮겼다. →나이보다 앞선 세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삶과 죽음이란 어떻게 다가오던가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죽음이 가깝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아직은 30대이지만 주변에서 누가 죽었을 때마다 인생을 더 가치있게 살아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죽음이 가까이에 있으면 욕심이 없어집니다.욕심이라는 생각에서 부작용이 생겨나고 그것이 나를 짓누르겠지요.또 욕심에서 무엇을 쥐어본들 얼마나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가장 긍정적인 데서 내 안의 행복을 찾으려고 합니다.” →올해 연예인들 죽음이 많았습니다.왜 그럴까요. “스타라는 사람은 대개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습니다.때문에 그걸 잃으면 공허함에 빠지고 맙니다.어린 나이에 기획사와 계약을 하고 모든 것을 군대처럼 움직여야 하고,그러다보니 정서적인 불균형이 생기고 그걸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예절교육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인터넷이 어느날 갑자기 나왔거든요.이에 대한 폐해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악플을 달지 말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예절교육이 없었습니다.연예인들이 바로 그 첫번째 희생자가 된 것이지요.저 같은 경우는 10년 전 다도(茶道)를 접했습니다.차 한 잔을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갖고 향기와 꽃,다기의 아름다움을 감상했지요.마음의 그릇이 커지는 것을 느겼습니다.엄마는 엄마의 모습,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가장 기초는 엄마가 아니겠습니까.찻잔 앞에 앉아 있을 뿐인데,찻잔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 안의 모습을 자주 끄집어냅니다.요즘 젊은 연예인들도 공허함과 정서적 불균형을 메울 어떤 것을 생각하고,또 자신의 속을 보여줄 친구나 가족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합니다.” →연기자와 소리꾼,어느쪽으로 더 애정을 쏟는지요. “둘 다 최선을 다하는 편입니다.어릴 적에는 연기자가 되고 싶었어요.여섯살 때 고전무용을 배우다가 우연히 국악원에 들어갔고 김소희 선생님의 문하생이 됐지요.1992년 미스 춘향 진 선발 당시 임권택 감독에게 발탁되면서 영화로 데뷔했지요.” →그때 김소희 선생의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잘못 알려진 것입니다.영화 서편제 이전에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이원승씨와 함께 연극 ‘하늘천따지’에 출연했지요.김소희 선생님 몰래 했습니다.한 달이 지나 말씀드렸더니 화를 내시면서 반대를 하셨지요.서편제 출연할 때에는 임 감독님이 선생님한테 찾아가 인사드리고 흔쾌히 허락까지 받았습니다.” ●10년 뒤엔 더 성숙해질 것 →내년에는 어떤 계획을 세웠습니까. “지난 10월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한국의 전통소리 공연이 있었지요.그때 저도 출연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귀국하면서 내년 2월쯤 뉴욕 브로드웨이극장에서 공연약속을 하고 왔습니다.한국의 판소리와 미국의 재즈를 접목시켜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생각입니다.웬만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보다 인기 끌 자신도 있습니다.브로드웨이에 한국전용관이 생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또 내년에는 새로운 곡을 만들어 단독 음반을 꼭 낼 생각입니다.” 그는 현재 원광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논문만 곧 완성하면 이력 하나 더 붙게 된다. 논문 주제는 ‘심청가’라고 한다.올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중간에서 뒤를 돌아보았다면 내년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그런 한해가 될 것이라고 의미부여를 했다. “(인생이나 연기,소리 등에서) 깊이의 첫단계로 삼을 것입니다.혹 좌절하고 느려지더라도 10년 뒤에 보면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게 말이죠.”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71년 목포에서 출생했다.여섯살 때 고전무용을 시작하다가 우연히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이후 인간문화재 김소희 선생의 직계제자가 됐다.‘춘향가´ 이수자인 그는 학창시절부터 국악경연대회나 명창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1992년 미스 춘향 ‘진’으로 선발되면서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 ‘서편제’(1993년)로 데뷔했다.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관객 100만 돌파 등 최고의 흥행기록을 한 ‘서편제’로 일약 스타가 된다.이후 태백산맥(1994년),축제(19 96년),천년학(2007년) 등에 출연하면서 이 시대의 연기자이자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에는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전통소리 공연을 가져 호평을 받았으며,지금은 마당극 ‘학생신위부군’에 출연하고 있다.중앙대 국악예술학 석사를 거쳐 현재 원광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남편과는 1997년 결혼했으며 슬하게 아들 하나 두었다.
  • ‘히트맨’ 방시혁 “‘스타 작곡가’를 꿈꾼다면…” (인터뷰)

    ‘히트맨’ 방시혁 “‘스타 작곡가’를 꿈꾼다면…” (인터뷰)

    ‘신들린 감(感)’을 자랑하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은 일명 ‘히트맨(HIT MAN)’으로 통한다. 비, 박진영, 김건모, 원더걸스, 임창정, GOD, 보아, 에픽하이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앨범 다수가 그의 감(感)에서 탄생됐다. 10곡도 넘는 1위곡 보유자며 빌보드 가수에게 러브콜을 받는다. 광고계에선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샐러드송, 달라송, 뉴웨이즈 올웨이즈 등 그가 손을 댄 CM송들은 하나같이 광고 음악계를 진두지휘해왔다. 이 시대 가요계 최고의 ‘흥행 수표’ 방시혁을 만났다. ‘쑥맥 서울대생’에서 ‘잘 나가는 작곡가’로, 자신 안에 잠재된 ‘음악적 창조성’을 발견하기까지…. ‘200%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 남자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인기 작곡가이자 NO.1 프로듀서인 이 남자의 성공법은 무엇일까. ○ 박진영과의 인연 “시류를 잘 만난 작곡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95년 제 6회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작곡가의 길’에 들어섰다. 중학교 밴드 시절 기타를 배운 것이 전부다. 작곡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었다. 스승도, 정보를 얻을만한 창구도 없었지만 두렵지 않았다. 가슴을 꽉 매운 ‘음악 열정’ 하나 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물론 ‘재능과 열정’이 넘쳐나도 ‘운(Luck)’이 따르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진영을 만난 방시혁은 운이 좋았다. 그는 스스로를 “시류(時流) 를 잘 만난 작곡가”라고 일컬었다. 시기는 거슬러 올라가 97년. 방시혁의 데모 음반을 들은 박진영의 마음이 흔들렸다. “파트너가 되지 않겠냐.”는 제의에 2000년 함께 JYP를 창립했다. 이후 방시혁은 박진영 3집을 시작으로 비, 별, 노을, 박지윤 등 소속 가수에게 수많은 인기곡을 안기며 명실공히 ‘JYP 수석작곡가’로 우뚝 서게 됐다. “90년대 말 대중문화가 열리던 시점에 박진영이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났으니 ‘기가 막힌 시류’를 탄 셈이죠. 지금도 무명 제작자를 만났으면 묻혔을 꺼란 생각에 감사해요. 그렇다고 막연한 기회를 바라는 것은 금물이에요. 기회는 노력하는 이에게 오는 행운이죠.” ○ “곡 쓸 땐 신내림”… 내 안의 그녀를 끌어내라.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이수영·백찬 ‘무슨 사랑이 그래요’, 비의 ‘I do’, 박진영 ‘Kiss me’, 임정희 ‘Music is my life’,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등 모두 한 순간의 영감으로 써내린 곡이다. “옆에서 보면 ‘신들린 사람’ 같대요.(웃음)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갑자기 음상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이죠. 행여 그 음상을 잃어버릴까 악보에 옮기는 순간까지 수백번씩 읊조리곤 해요. 가사와 멜로디를 한꺼번에 써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대개 단 몇 분도 안걸려요. 전율이 오는 순간이죠.” 특히 그가 작사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남자 작곡가’라 믿기 힘들 정도다. 벌거벗은 여심(女心)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 섬세하고 날카로운 필체는 ‘혹 연애왕은 아닐까’하는 의구심 마저 불러 일으킨다. 방시혁은 “다만 내 안에 여자가 살고 있을 뿐”이라며 놀라운 발언을 던졌다. “곡을 쓸 때, 내 안에 숨어있던 여자가 나와요. 남자가 못느끼는 감정을 읽어내는 거죠. 여자들은 사랑을 할 때 남자들보다 센서티브(민감)하잖아요. 곡을 쓰는 순간 만큼은 완전히 그 당사자가 되는거죠. 그래야 풍부한 글귀가 나올 수 있고요.” 그렇다고 ‘영감’만으로 쉽게 작업하는 작사가로 보면 안된다. ‘완벽주의자’인 방시혁은 곡을 완성한 후 주변 여성들에게 일일히 모니터 받는 꼼꼼함을 잊지않고 있었다. 물론 반응은 매한가지. “오빠, 소름 끼칠 정도로 딱! 여자마음이야.” ○ 감(感)을 얻고 싶거든 ‘순간 집중력’을 높여라. 음악적인 ‘감’은 타고나는 것일까. 100% 선천적이 아니라면, 소위 후천적으로 ‘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시혁은 명쾌한 답변을 안겼다. 바로 ‘순간 집중력’을 높이라는 것. ’감’과 ‘집중력’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감이 최고조에 이를 때 최고의 히트곡이 탄생하죠. 중요한 건 ‘순간 집중력’을 높이는 거예요. 거짓말처럼 집중력이 쫙 올라가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에 함몰되는 기적같은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을 놓치면 안되죠.” 하지만 유명 작곡가라고 해서 주기적으로 히트곡을 양산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곡가의 숙명이자 딜레마인 이 점에 대해 방시혁은 “나 역시 늘 슬럼프를 달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단 몇 개월만 히트곡이 없어도 주변인에게 ‘감 잃은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려요.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닌데…혼자 끙끙 앓고 괴로워했죠. 사실상 ‘슬럼프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하면 감을 좋게 할 수 있을까’하고 매일 같이 고민하던 방시혁은 ‘새로운 경험’을 접하기로 결심했다. “낮에는 되도록 많은 예술계 인물들을 만나 대화를 가졌어요. 밤에는 유행하는 클럽을 찾아 시세를 파악했고요. 대중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앞서 짚으려 노력했죠.” 그가 택한 방법은 정통했다. 방시혁은 댄스 장르 아이돌 그룹이 점령한 현 가요계에 돌파구를 뚫었다. 발라드 음악의 갈증나 있지만 댄스음악에 길들여져 있는, 그러나 늘어지고 지루한 느낌의 발라드에 실증난 대중들에게 귀에 착 감기는 음악을 제시한 것. 비트감과 리듬감을 살리되, 애절한 가사가 특징인 일명 ‘방시혁표 네오 발라드’는 이미 가요계에서 선전하고 있다. 단 몇 초 만에 써내려간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은 단박에 1위를 차지, 그의 진보적인 프로듀싱력을 입증해 보였다. ○ ‘미친 열정’있는 ‘당신’만 도전하라. 작곡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라고 딱 자르는 방시혁의 대답에 당혹스러웠다. 그는 ‘작곡가’란 직업이 낭만적으로 미화되어 비춰지는 것을 우려했다. “음악 외 어떠한 인생의 대안도 없다고 판단되야 합니다. 진심으로 다른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정말로 안하면 못살 것 같은 ‘미친 열정’을 가진 분만 도전하세요.” 단순히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설픈 용기로 작곡가의 길에 들어서고 중도하차해 ‘원치않는 삶 2장’을 연 이들을 숱하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재능, 운, 지구력의 3박자가 맞아야 해요. 이 모든 것을 부르는 것은 ‘노력과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데모 테잎 하나를 만들 때도 쏟을 수 있는 모든 정성을 투영했어요. 건반을 칠 땐 다리 사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기타를 칠 땐 안고 잠들 정도로 했고요…. 노력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곡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200%’라는 숫자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 이상, 어떻게 더 좋겠습니까!”라며 환하게 웃는 이 남자,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즐기는 이를 누가 이길 것인가…. 스타 작곡가를 꿈꾼다면 방시혁 처럼. 바로 ‘그’ 안에 답이 있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4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빠지는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대머리 걱정은 여성들도 피해갈 수 없다.이런 탈모를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방치할 수 없다.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을 짚어보고 올바른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2008 피즘 아시아 1위 스무 살의 마술사 임재훈을 만나본다.17살에 최연소 국제대회 우승기록을 세우고 학교를 자퇴한 후 재일교포 마술사 유지 마스다의 제자로 들어간 이야기를 들어본다.임재훈의 주특기 마술인 비둘기 마술.그만의 특별한 비둘기 훈련법과 비둘기 사랑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한국으로 시집 온 꾸안미젠 씨.임신 8개월 무렵,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줄만 알았던 뱃속의 아기에게 뜻밖의 문제가 발견됐다.초음파 검진에서 발견된 태아의 병명은 그 이름 자체도 생소한 ‘천미추 기형종’.태아의 엉덩이에 태아의 머리보다도 훨씬 큰 혹이 함께 자라고 있어서 태아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는데…. ●TV로펌 솔로몬(SBS 오후 8시50분) 정석은 동창생을 죽인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형을 받고 수감된다.끊긴 기억으로 인해 본인이 살인자인줄로만 믿었던 정석.하지만 곧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정석은 여자친구 선아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진범이 운전기사임을 직접 밝혀낸다. ●실버퀴즈 노노클럽(EBS 오후 7시50분) 김준호,손심심 부부가 어르신들과 한바탕 놀아드리는 시간,이번 시간에는 경기도 남양주시 노인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세대 간의 차이를 알아보고 젊은이들의 생각을 이해해보는 ‘세대공감퀴즈’.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과연,마음만은 이팔청춘이신 어르신들이 1위를 맞힐 수 있을까?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인도 말라푸름의 코딘지 마을에는 100쌍이 넘는 쌍둥이가 살고 있다.산부인과 의사는 10년 동안 100~150쌍의 쌍둥이를 받았으며,세 쌍둥이도 5~6쌍이 된다고 말한다.또 쌍둥이 출산 수가 지난 18~20년 사이에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자세하게 조사해봐야 하는 일이지만 현재까지는 그 어떤 과학적인 설명도 없는 상태다.
  • [여성&남성] 골드미스·싱글남의 ‘행복과 슬픔’

    [여성&남성] 골드미스·싱글남의 ‘행복과 슬픔’

    가정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자기계발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이른바 ‘골드미스’,‘싱글남’들이 늘고 있다. 번듯하게 자리잡은 아들, 딸이 ‘언제 손자를 안겨줄까.’기다리는 부모님의 걱정어린 눈길과 잔소리만 없다면 이들에겐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특화된 상품을 찾고, 다른 걱정 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휴가때면 홀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골드미스’,‘싱글남’들의 삶은 행복하기만 할까? 당당한 싱글들도 조금은 외로울 것 같은 겨울 초입. 이들이 느끼는 행복과 말 못 할 슬픔을 들어보자. ●버는만큼 투자… 20대 못지않은 감각 유지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이모(38·여)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패션리더’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골드미스인 덕에 20대 못지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달 있었던 대학 동기의 결혼 피로연장에 가슴이 깊게 파인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아줌마’가 돼버린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유행에 민감한 이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패션 동호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주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여성들이다. 이씨는 회원들과 패션 정보는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이야기하며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는 가끔 오프라인에서 회원들을 만나 클럽 등 ‘밤문화’를 즐기기도 한다.“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쳐 있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혼자 살다보니 저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고 그 시간에 나이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며 젊은 감성을 유지할 수 있죠.” 회계 법인에 다니는 이모(35)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씨의 취미는 자전거타기.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자전거만도 넉 대다. 산악용 MTB는 물론, 산책용 미니벨로(바퀴가 작은 자전거)에 통학용 사이클, 여행용 사이클까지 자전거 가격만 합쳐도 일반 회사원들 초봉과 맞먹는 수준이다. 부품 업그레이드 비용이나 관리비용 등을 따지면, 다른 친구들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이씨는 취미생활에 투자하고 있다. ●정 들자 떠나는 친구·동료 보면 외로워 교사인 백모(36·여)씨는 ‘재색’을 겸비한 골드미스다. 명문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백씨는 학창시절부터 줄곧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왔다. 하지만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다.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백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백씨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까닭에 직장 동료들을 잘 챙긴다. 동료들의 대소사는 물론이고, 아플 땐 약을 사 집에 찾아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정을 쌓았던 동료들은 하나둘 결혼하며 떠나갔다. 백씨는 시간이 갈수록 덩그러니 혼자 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공허하다고 고백한다. 백씨는 최근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반쪽’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자신도 가정을 꾸려야겠다는 강박을 느끼는 탓이다.“골드미스가 화려해보이는 건 잠시뿐이에요. 저도 빨리 짝을 찾아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한국 무역회사 중국지사에 과장으로 근무하는 최모(34·남)씨는 잘 나가는 직장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입사했고 성실성과 외국어 능력을 인정받아 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무역을 담당하는 해외파견 업무를 맡게 됐다. 그곳에서는 생활비 외에도 한국에서 받던 임금의 1.5배를 받게 되면서 노후 설계도 착실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 있는 날은 1년에 채 두 달이 안 된다. 맡고 있는 업무가 많다 보니 한국에 와서도 시간을 내서 연애를 하기 힘들다. 선을 봐도 중국에 와서 살겠다는 여성이 없다. 남들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출세해 지금도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퇴근하고 불 꺼진 집에 돌아오면 외로워 미칠 지경입니다.” ●한곳에 푹빠져 오직 ‘나’를 위한 삶 외국계 홍보회사에서 일하는 남모(34·여)씨는 뮤지컬 마니아다. 한 번 ‘꽂힌’ 뮤지컬은 몇 번이고 다시 본다. 몇몇 유명 뮤지컬 배우들도 그녀를 알고 있을 정도다. 헤드윅, 싱글즈 등 소공연장 작품은 물론이고 캐츠, 라이언킹 등 큰 스케일의 작품도 섭렵했다. 남씨는 “동호회에서 표를 단체로 예매하면 1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뮤지컬을 조금은 저렴하게 볼 수 있다.”면서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남씨를 “뮤지컬에 미쳤다.”고 말한다. 여가시간 대부분을 뮤지컬에 매달려 지내다보니 남자 만날 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남씨는 “뮤지컬 배우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10대 소녀팬이 된 것 같다.”면서 “가끔 뮤지컬 배우들과 연애하는 상상도 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결혼을 했다면 이렇게 뮤지컬에 빠질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주변 선배들 중에 30대 미혼이 많거든요. 그래서 제 상황이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평생 결혼을 못해도 상관없어요.” 국제선 항공기의 부기장인 이모(34)씨는 이른바 ‘골드 싱글남’이다. 깔끔한 외모에 직업상 다져진 매너와 친절함, 그리고 넉넉한 수입까지 모든 것을 갖췄다. 일정하지 않은 비행스케줄 때문에 생활이 안정적이진 않지만, 부기장 6년차인 그는 이런 불규칙한 생활마저 ‘다이내믹’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에 아직도 설렌다. 도착지에서 하루 정도 쉬었다가 다시 한국으로 오는 고된 일정이지만 이씨는 “현지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른 문화를 접할 수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연애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바쁜 삶이지만, 아직은 비행이 더 좋다. ●챙기는 사람 없어 나도, 가족도 아프면 안돼 수학과외로 한 해 1억 5000만원을 버는 문모(36·여)씨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 없이 아파야 했기 때문이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문씨는 올해 큰 수술을 네번이나 받았다. 수술을 준비하기 위해 전신CT 촬영을 받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뇌에서 종양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방암 수술보다 뇌수술이 더 시급하다는 의사의 말에 당장 수술에 들어갔다. 종양이 주요 신경부위를 누르고 있는 터라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었고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CT촬영을 해보니 뇌에 물이 찬 것이 보였다. 문씨는 재수술을 받았다. 두 번의 뇌수술을 거친 후 문씨의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또 지난 7월 유방암 수술을 받아야 했다.10월 검진에서는 자궁에도 혹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2주 전 자궁암 수술까지 받았다. 경북 포항에 사는 어머니는 서울에 올라와서 문씨를 간병하고 있다.“아플 때 혼자 있는 것만큼 서러운 일이 없어요.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남편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골드’ 없으면 그냥 ‘미스·미스터’ 대학 교직원인 이모(36·여)씨는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취업 전부터 유럽 전역, 미국, 캐나다, 인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취업 후에도 이씨는 주말을 이용하거나 휴가를 내 중국, 일본 등지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른바 여행중독이다. 그녀의 월급 대부분은 여행비로 지출됐다. 이런 이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바로 애인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 하지만 만나는 사람 대부분 여행을 싫어했다. 한 번은 함께 여행을 간 남자와 사귀게 됐다. 하지만 곧 이씨가 남자의 스케줄도 고려하지 않고 해외여행 가자고 조르자 갈등이 생겼고, 어김없이 헤어지고 말았다. 또 버는 돈 모두를 여행 비용으로 사용해 버리는 그녀의 씀씀이에 남성 대부분이 그녀를 꺼렸다. 회사원 장모(33)씨는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난다. 하루가 멀다하고 잔액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동년배에 비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빠듯한 생활을 한다. 수입의 상당부분을 음주와 외식 등 소비에 지출하는 그의 경제적 습관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계획적인 경제생활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들이 결혼한 후 아내와 함께 재테크 계획을 세우며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는 데 반해 장씨에게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뚜렷한 목적도 없고 외식으로 지출이 많아도 따로 관리해줄 사람이 없다.1년 전만 해도 친구가 결혼을 해서 아내에게 통장을 맡기고 카드 사용내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듣고 답답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친구들이 부럽다.“저에게도 옆에서 돈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결혼을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없었지만, 곧 집도 장만해야 하고 앞으로 가정을 꾸리려면 목돈이 많이 필요할 텐데 이대로라면 결혼자금이나 장만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용어클릭-골드미스(Gold Miss) 30대 이상 40대 미만의 미혼 여성 가운데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계층을 지칭하는 새로운 마케팅 용어다. 자기성취욕이 높으며, 자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 구매력이 높다. 결혼을 늦게 하는 사회적 변화, 직장에서의 성차별이 약해짐에 따라 독신생활을 즐기면서 특히 쇼핑과 해외여행 등 감성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행위를 주로 한다. 이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의 남자들을 싱글남(Single-男)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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