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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읽는 동화] 물고기 꽃다발/이림

    [엄마와 읽는 동화] 물고기 꽃다발/이림

    “아유, 냄새!” 분홍장미가 찡그리며 말했다. “우후! 냄새!” 줄돔이 벙글거리며 말했다. 서울 명동 노다지 횟집. “사장님, 이 것 잠시 좀 맡아주시겠어요? 지하철 타고 갔다 올 일이 있어서요.” 점심 식사를 마친 초등학교 졸업생 어머니가 계산대에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분홍 장미 한 아름에 버들개지 두어 가지, 또 다른 꽃들도 섞여 있었다. 꽃다발 속에는 벌써 봄이 와 있었다. “어이, 주방장!” 꽃다발은 주방 안으로 건네어졌다. 횟감용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수족관 위 선반 위에 올려졌다. “아유, 기분 나빠!” 분홍장미는 오후 내내 수족관 위 선반 위에서 코를 쥐었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물고기 냄새가 역겨웠다. “우후! 기분 좋아!” 줄돔은 오후 내내 수족관 안에서 코와 입을 활짝 열고 헤엄쳐 다녔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장미 향기가 황홀했다. “그 아주머니, 곧 우리를 데리러 올 거야… 늦둥이 아들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얼마나 정성들여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버들개지가 분홍장미를 달랬다. 버들개지는 꽃다발 꽃 중에서 하나뿐인 야생 꽃이다. “코 좀 다물어. 흔적만 남은 코를 벌름벌름, 발름발름… 너, 힘 빠지면 바로 회로 썰어진다는 것 알지?” 볼락이 줄돔을 나무랬다. 볼락은 수족관 물고기 중에서 하나뿐인 자연산 횟감이다. 값비싼 눈요기용 횟감인 줄돔 뒤에 숨어 다니며 뜰채를 피해 다니는 꾀돌이다. 밤이 왔다. 주방 안은 어슴푸레 밝다. 뽀르르 뽈뽈~ 웅~ 수족관 산소 방울 소리에 냉장고 소리가 가끔씩 더해지고 있다. “아유, 냄새!” 분홍 장미는 밤늦도록 코를 쥐고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우후! 냄새!” 줄돔은 코를 벌름거리며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뭐? 수족관에서 물고기 냄새가 올라온다고?… 그만 자. 그 아주머니, 내일은 틀림없이 올 거야.” 버들개지가 분홍 장미 잠을 재촉했다. “그만 자. 잠을 잘 자야 하루라도 더 생생하게 버티지.” 볼락도 줄돔 잠을 재촉했다. 다음 날이 왔다. 사장과 주방장은 하루 내 선반 위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바빠서 꽃다발이 거기 있다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밤이 되도록 졸업생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유, 냄새. 훅…” 분홍 장미는 몹시 목이 말랐다. 벌써 겉잎이 다 말라 자줏빛 테를 두르고 있었다. “우후, 냄새. 헉…” 줄돔은 온몸이 나른했다. 까만 줄무늬에 하얀 거품 같은 것이 끼고 있었다. 자정 무렵이었다. “훅! 훅!…” 분홍 장미는 목이 탈 대로 탔다. 속잎까지 꾸덕꾸덕 마르고 있었다. “헉! 헉!…” 줄돔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뼈없는 물고기처럼 온몸이 흐물거렸다. “좋은 수가 있어!” 버들개지가 말했다. “분홍 장미야, 우리 저 수족관 물에 뛰어들자.” “뭐라고?” “아무리 꽃다발 꽃이라지만 이렇게 날로 말라 죽긴 싫어.” “?” “너처럼 비닐하우스 속에서만 큰 꽃은 모르겠지만, 내 고향 시냇물 속에도 물고기가 많았어! 물고기가 발을 간질러 주면 힘이 막 솟곤 했지.” “저 비린내 나는 물에?… 싫어, 싫어.” 분홍장미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수가 있어!” 볼락이 말했다. “줄돔아, 우리 저 꽃다발 속으로 뛰어들자.” “뭐라고?” “어차피 너나 나나 내일을 못 넘겨. 손님들 눈요깃감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너부터 바로 회로 썰어질 거야! 난 이런 감옥 같은 데서 죽음을 맞긴 싫어.” “?” “너처럼 양식장 속에서만 자라온 물고기는 모르겠지만, 내 고향 바다 속에는 물풀도 많았어. 검푸른 물풀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힘이 막 솟아나곤 했지.” “저 고운 냄새 나는 꽃다발 속에?… 좋아, 좋아. 그런데 어떻게 저 높은 곳에 뛰어들어?” 줄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뛰어들어야지 뭐. 아님 내려오게 해서 들든지...” 볼락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말했다. 뽀르르 뽈뽈~ 웅~ 사작사작 삭삭 끙~ (“분홍장미야, 몸을 밀어 봐.” “싫어, 버들개지야. 무서워!” “내려가야 한다니까!”) 뽀르르 뽈뽈~ 웅~ 철버덕 철버덕 슉! 풍덩~ (“돌돔아, 뛰어 올라.” “그렇게 높이? 난 볼락 너처럼 몸이 가볍지 않아!” “그래도 더 높이 뛰어야 해!” “이렇게?” “그래. 그래야 꽃들이 우리 지느러미를 잡고 내려오게 하지.) 밤새 노다지 횟집 주방 안은 수선스러웠다. 늘 나던 수족관 산소막대 소리에 안간힘을 쓰는 소리들이 더해졌다. 날이 밝았다. 삐삐~ 띠띠~ 문이 열리고 사장이 들어왔다. 주방장도 들어왔다. 수족관 앞으로 간 사장이 소리쳤다. “아니, 주방장, 꽃다발이 왜 수족관 안에 떨어져 있어? 선반이 기울어진 것 아니야?” “아닌데요. 똑 바른데요!” “그럼 왜 널따란 선반에서 꽃다발이 떨어져?” “그, 글쎄요… 꽃다발이 발을 달았나? 아님 혹, 혹시 우리 주방 안에 쥐가?…” 사장과 주방장은 주방 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닐 옷 입은 아저씨가 들어왔다. ‘우주수산’이란 글씨가 새겨진 파란 통을 들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 횟감 진짜 좋습니더. 바로 넣겠습니더.” 우주수산 아저씨가 수족관 앞으로 왔다. 물 속에 떨어져 있는 꽃다발을 보고 소리쳤다. “아이, 이게 뭐꼬? 이 꽃들 바보 아이가? 짠물에 뛰어들어서 김치가 될라 카나… 에잇!” 우주수산 아저씨는 꽃다발을 문밖으로 휙 날려버렸다. “사장님, 어제 회 특대 시킨 사람이 있었어예?” “왜요?” “줄돔 큰 것 없앴네예.” “아니, 아직 잡지 않았는데요?” “잔고기들도 거의 다 팔았고요.” “아닌데?… 어젯밤 퇴근할 때만 해도 있었는데?… 가만! 꽃다발 속에?” 사장이 얼른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주방장도 따라 나갔다. “사장님, 그 고기들, 다 꽃다발 속에 숨어 든 게 틀림없어요.” “빨리 꽃다발을 찾기나 해. 큰 돔 값이 얼만데!” “예, 예!” 사장과 주방장은 꽃다발을 찾느라 횟집 앞 주차장을 헤매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꽃다발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꽃, 꽃다발이 어디 갔어?” “정말, 그새 어디로 간 거야? 흔적도 없어.” “…저, 저기!” 뒤따라 나온 우주수산 아저씨가 소리쳤다. “어디?” ”어디요?“ “저기, 저기예!” 대성당 위로 로켓 모양 물체 하나가 올라가고 있었다. 분홍 몸체에 줄무늬 문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줄무늬 문 안으로 오글오글 바글바글 손님들이 타고 있었다. “비행접시다! 제보해야지.” 징-칙! 지나가던 청년이 디카를 눌렀다. “미사일이다!” 찰칵! 지나가던 초등생도 손전화를 눌렀다. “물고기 꽃다발, 삼각산 너머로 가버렸지요?” “낮달 속으로 들어갔어!” “우주로 날아갔습니더!” 사장과 주방장, 우주수산 아저씨는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 하나가 가던 길을 되돌아와 소리를 질렀다. “누구예요? 남이 싣고 가는 시험용 폭죽에다 꽃다발을 던진 사람이… 폭죽 값이 얼만지 알아요? 오늘 연구소에서 발사 시험을 해야 하는 거란 말이에요… 근데 저 폭죽이 왜 터지지 않고 날아가기만 하지?” ●작가의 말 지난 겨울, 아들 졸업식이 있었다. 2월 하순은 꽃들에겐 추운 날씨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꽃다발 속 꽃들에게 참 미안했다. 축하 오찬을 하러간 횟집 수족관 물고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에게 찰나적인 즐거움을 위해 바쳐진 그 순간이, 저들에겐 한평생 온힘을 다해 일군 가장 빛나는 순간인 것을. 그들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기 위해 이 동화를 썼다. ●약력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가작. 제13회 계몽사 아동문학상 장편동화 부문 당선. 경남아동문학상 수상. 영남 아동문학상 수상. 제7차 교육과정 5학년 국어교과서에 ‘울타리속 비밀’ 수록. 펴낸 책으로는 ‘아빠는 짜리몽땅’, ‘안녕하세요?’ 등 다수가 있다.
  • 손석희 MBC ‘100분 토론’ 자진하차 선언

    손석희 MBC ‘100분 토론’ 자진하차 선언

    MBC의 간판 시사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을 8년간 진행해 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자진하차 의사를 밝혔다. 최근 갑작스레 KBS ‘스타골든벨’에서 개그맨 김제동이 퇴출되면서 손 교수 역시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프리랜서는 회사 입장에 따를 뿐”이라고 밝혔으나 22일 직접 프로그램 하차를 선언했다.  손 교수는 ‘100분 토론’ 진행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이미 퇴진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모두에게 부담만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혹 ‘100분 토론’에 남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이어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으며, 행간의 의미를 찾으실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의 글에 유능한 진행자를 더 이상 TV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젠 100분 토론 볼 자신도 없고 또 세상문제에 무관심하게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보가 될까 두려워진다.” “손석희 없는 100분토론 보지 않겠다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다니 이제 100분토론 보지 않겠다.” 등 아쉬움의 글이 넘쳐났다.    다음은 손석희 교수가 쓴 글의 전문이다.    ‘100분토론’을 사랑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손석희입니다.  제가 ‘100분 토론’을 두 번 진행한 뒤인 지난 2002년 1월 26일에 이 게시판에 처음으로 인사차 글을 올린 후 7년 10개월 만에 두 번째 글을 올립니다.  제 거취 문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열흘 가까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걱정도 해주셨고 격려도 많이 받았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저를 아껴주시는 차원에서 조언도 많이 주셨습니다. 물론 저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회사측도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보도된 것처럼 제 문제는 노사관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제가 입장을 좀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회사측의 결정에 따른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퇴진이 결정된다는 전제하에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결국 이 글은 마지막 인사차 올리는 글입니다. 이미 저의 퇴진 문제가 공론화된 마당에 모두에게 부담만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혹 제가 ‘100분 토론’에 남게 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정치적 배경도 없으며, 행간의 의미를 찾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7년 10개월 전에 제가 이 게시판에 올린 첫 글에 “저는 어떠한 정치적 당파성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100분 토론’을 진행하면서 이 약속을 크게 어긴 적은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부에선 저의 퇴진 문제를 논하면서, 편향된 면은 있었지만 퇴진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 봤습니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자칫 이것은 인상 비평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그랬다면 ‘100분 토론’이 오늘날 대표적 토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토론진행자로서 허물이 없을 순 없겠지만 8년을 진행하고 물러나면서 가질 수 있는 이 정도의 자부심은 허락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저의 퇴진문제가 프로그램의 새로운 출발과 연관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의 퇴진문제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사실 지난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하루씩은 거의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밤샘에서 해방됩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했던 회의에서도 벗어나게 됩니다. 남는 시간은 학업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좀 더 매진하는 데에 쓰겠습니다. 그 동안 새벽 두시가 돼서야 끝나는 프로그램을 시청해주시느라 함께 고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동시에 저나 ‘100분 토론’을 아프게 비판해주신 분들께도 특별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한 비판 덕분에 또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개편 때까지 이제 저의 진행은 네 번 정도 남았습니다. 11월 26일부터는 새로운 진행자와 함께 한 단계 더 도약하는 ‘100분 토론’을 저도 시청자가 되어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佛 정치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佛 정치영화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불법체류 문제를 다룬 영화 ‘낙원은 서쪽이다’(2008년)가 끝나자, 코스타 가브라스(76) 감독이 입장했다.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관객 한명은 앞으로 달려나가 꽃다발을 안겼다. 울고 웃으며 영화를 봤다는 대학생, 젊은 시절 감독의 영화를 본 뒤 정치학을 전공하게 됐다는 중년 관객 등…. 질문에는 하나같이 존경어린 헌사가 섞여 있었다. Q&A 시간이 끝나자 이번에는 우르르 감독을 에워쌌다.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느라, 상영관 앞은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마스터클래스, 관객과의 대화 때 무척 감동을 받았어요. 사실 한국 오기 전엔 대강 짐작만 했는데,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 줄은 와서야 알게 됐네요.” 인터뷰를 위해 만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첫마디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정치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는 그리스 군사정권을 비판한 ‘Z’(1969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범죄를 폭로한 ‘의문의 실종’(1982년), 유대인 학살 문제를 소재로 한 ‘뮤직박스’(1990년) 등 유럽사회의 첨예한 쟁점을 다룬 작품들을 잇따라 발표해 왔다. 풍자와 유머로 오락성 역시 겸비한 그의 영화들은 늘 대중적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세번째 영화 ‘Z’는 한국에선 20년 동안 상영 금지되다 1989년에야 극장에 걸리기도 했다. 이번 부산영화제는 그의 작품 중 ‘Z’와 ‘낙원은 서쪽이다’ 2편을 선보였다. 처음 찾은 한국에서 팬들의 사랑은 물론 부산영화제 자체도 깊은 인상을 안겨준 듯했다. “제가 프랑스 국적이어선지, 오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계 최고의 영화제는 칸영화제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여기 와보니 칸영화제와 가장 가까운 영화제가 부산영화제란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부산이 더 나은 점도 있어요. 칸이 언론과 영화관계자 위주인 반면 부산은 모든 관객에게 열린 영화제란 점이죠. 열정적인 젊은 관객들의 모습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스 출신인 가브라스 감독은 19세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러시아 이주민인 아버지가 좌파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그리스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자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랑스로 건너가게 된 것이다. 이후 소르본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파리 영화고등연구소(IDHEC)에서 영화를 배웠다. “어릴 땐 흔히 배우를 꿈꾸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보 같은 생각이란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대학시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발견하곤, 그리스에선 검열에 걸려 볼 수 없었던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이미지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영화학교에 들어갔죠. 행운이었어요.” 현재 그는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초기작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던 감독은 이젠 휴머니즘과 희망을 얘기한다. 작품세계의 변화에 대해 그는 “나도 변하고 그 사이 세상도 변했다.”는 말로 설명했다. “40년 전 세상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이분화돼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는 매체죠. 세상과 사람이 바뀌었을 때, 당연히 영화도 변하게 됩니다.” 시대의 요구로 무거운 영화를 만들긴 했지만 사실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가르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저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을 뿐”이라면서.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전달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낙관주의’라고 이야기한다. “세계는 빈곤, 환경, 대기업 독과점 등 3가지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소통을 통해 해결점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이라 봅니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라는 영화 철학이다. “관객들에게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정치 담화도 아니고 대학 강의도 아니기 때문이죠.” 이는 정치문제를 다루면서도 항상 상업영화 틀 안에서 작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방가르드’ 정신을 놓치지도 않는다. 그는 “아방가르드 영화에는 자본 등 여러 난관이 따른다.”면서 “그래도 그런 영화를 만들 때 조금씩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이 다시 아방가르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의 2005년작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 박 감독의 ‘박쥐’와 확장판 ‘박쥐’(10여분 증가)를 모두 인상적으로 봤다는 가브라스 감독은 “그렇게 재능 많은 감독이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산에서 박 감독을 만났을 때도 “나는 어떤 의견도 주고 싶지 않다. 당신을 믿기 때문이다.”며 “내가 할 일은 완성작을 보러가는 것뿐”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혹시 고국 그리스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그리스가 민주화된 이후 지금은 거의 유럽화됐어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더욱 좋아졌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꼭 한번 그리스로 돌아가서 영화를 찍고 싶어요.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아마 그의 팬들도, 세계의 영화계도 그렇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부산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 [정부 2010 예산안] 장병 생일에 떡케이크 비인기종목 20억 지원

    내년부터 장병들에게 생일축하용 쌀떡 케이크가 지급된다. 비인기 체육 종목의 청소년 대표팀 운영비도 예산에서 지원될 예정이다. 공공기관에서 퇴직한 공공서비스 전문가를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사업도 시작된다.28일 정부가 발표한 2010년 예산·기금안에는 다양한 이색 사업이 포함돼 있다. 먼저 핸드볼, 펜싱, 역도, 카누, 복싱 등 15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억 6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들 종목이 훈련이나 경기 여건이 열악한 만큼 청소년 대표팀과 물리치료사 운영 등을 지원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폐막 이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 지원 확대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결과 예산이 마련됐다.”고 말했다.●퇴직 공무원 개도국 기술자문 파견장병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도 있다. 정부는 생일을 맞는 장병 47만여명에게 1인당 1만원짜리 쌀케이크를 지급, 사기 진작과 쌀 소비 촉진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예산 47억원이 신규로 배정된다. 한여름에 40도 이상 올라가는 활주로에서 근무하는 정비사 등을 위해 얼음조끼를 지급하고,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 혹한기용 안면 마스크를 개인별로 보급하는 데에도 13억 8400만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공기업에서 퇴직한 전문가들이 개도국의 정부나 공기업에 기술자문관으로 파견될 수 있도록 주거비나 활동비, 항공료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전력·물관리, 교통 시스템 등 공공서비스를 수출상품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42억원이 투입된다.매립 등으로 훼손되거나 오염 방치된 폐(廢)염전과 폐양식장 등을 갯벌로 복원, 생태계 기능을 회복하고 생태관광을 활성화하는 사업도 15억원을 들여 진행한다. 전북 고창, 전남 순천, 경남 사천 등 3곳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다. 천연기념물인 황새의 사육지도 충남 예산에 조성된다. 이를 위해 황새 서식지를 조성하고 황새 연구를 위한 실험동이 건립된다. 새 축제 등 다양한 생태관광 프로그램도 개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첫 민영 여주 소망교도소 내년 10월 개소먹거리 안전을 위해 멜라민 과자나 석면 베이비파우더 등 위해(危害) 상품이 발견되면 전국 유통매장에서 판매를 중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1억원을 들여 확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환경부 등에서 나온 위해상품 정보를 유통업체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이다.내년 10월에는 10억원 정도의 예산 지원을 받아 민영교도소(여주 소망교도소)도 처음으로 문을 연다. 범죄피해 서민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범죄피해자복지센터 설립에도 30억원을 쓰기로 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Healthy Life] (42) 대장 용종

    [Healthy Life] (42) 대장 용종

    “대장내시경 한번 해봐야 할 텐데….”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대장 용종(colon polyp)을 걱정한다. 자라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용종은 성인에게 흔한 종양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성인의 20∼30%가 용종을 경험했거나 가지고 있다. 대장 벽의 상피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처럼 돌출된 용종은 우려처럼 모두 악성 종양, 즉 암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선종성 종양 등 일부가 무서운 대장암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있는 경고다. 방치하면 암이 되지만 암의 원인을 손쉽게 제거할 수도 있어서다. 이런 대장 용종의 실체를 소화기 전문 비에비스 나무병원의 민영일 병원장을 통해 짚어본다. ●대장 용종이란 무엇인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혹처럼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그 모양이 마치 피부에 생긴 사마귀 같으며 크기는 보통 0.5∼2㎝ 정도지만 더 크게 자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대장 용종은 그냥 두었을 경우 악성 종양으로 발전하기 쉬운 ‘선종’ 등 종양성 용종과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비종양성 용종으로 구분한다. ●대장 용종은 왜 생기는가? 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긴다. 환경적 위험인자로는 서구식 식생활에 따른 과도한 지방 섭취와 섬유질 부족, 운동 부족과 비만 등이 꼽힌다. 실제로 최근 들어 식생활 및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대장 용종 및 대장암 발생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0년 8648명이었던 연간 대장암 환자수가 2005년에는 1만 5233명으로 5년새 40% 넘게 증가했다. 발생 건수로는 2000년 당시 위암·폐암·간암에 이어 4위였으나 2005년에는 2위로 올라섰다. ●소장 등의 용종과 달리 왜 유독 대장 용종이 문제가 되는가? 소장과 대장은 용종 발생 빈도가 다르다. 소장에는 용종이 거의 생기지 않지만, 대장에는 용종이 매우 흔하게 발생한다. 국내 조사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30% 가량이 대장 용종을 갖고 있다. ●흔히 대장 용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하기 쉽다고 한다. 왜 그런가?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장암은 대장 용종의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러 유전 및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정상 대장 점막에 변화가 와 용종이 생기고 이 용종을 방치하면 계속 변이해 결국 국소적 암세포로 바뀐다. 대장 용종을 ‘대장암의 씨앗’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장 용종 중 암으로 발전하는 용종은 얼마나 되는가? 대장 용종을 그냥 두었을 경우 10년 후 대장암이 될 확률은 약 8%, 20년 후 대장암이 될 확률이 약 24%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 선종에서 대장암으로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10년 정도로 본다. 보통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현미경적 조직 소견상 융모 형태의 세포가 많을수록, 또 세포의 분화가 나쁠수록 암으로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암 발생률도 높다. ●대장 용종이 암화하는 과정을 설명해 달라. 앞서 거론한 식생활 요인 등이 작용해 대장 점막세포가 변성되면서 대장 용종이 되는데, 사실 이 단계의 용종은 암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용종을 방치하면 점차 크기가 커지면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용종이 된다. 주로 이 상태의 용종에서 국소적 대장암이 생기고 이런 암은 시간이 지나면서 침윤성·전이성 암으로 발전한다. ●대장 용종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용종을 찾는 검사로는 가장 일반적인 대장내시경 외에 대변 잠혈검사·S상결장경·대장조영술 등이 있다. 대변 잠혈검사는 용종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피의 성분이 대변에 묻을 경우 이를 분석해 암 여부를 가리는 검사이나 모든 용종에서 출혈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또 출혈이 있다 해도 대변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 있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S상결장경은 대장의 일부인 S상결장과 항문에서 30∼40㎝ 정도까지의 직장을 관찰하는 검사법이다. 상당수의 대장질환이 S상결장에 생기기 때문에 이 검사를 시행하지만 S상결장이 아닌 곳에서도 병변이 생길 수 있어 완전한 검사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장조영술은 항문으로 조영제를 투입한 뒤 대장 내부를 촬영해 이상 여부를 살피는 검사로 내시경에 비해 사전 처치나 검사과정은 간편하지만 내시경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 전체를 검사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특히 협대역 내시경(NBI) 등 최신 검사장비를 이용하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조직검사 및 용종 절제술까지 시행할 수 있는 등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이 검사를 받으려면 대장 속 대변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장세척액을 마시고 대장을 비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용종이 생겨서 커지고, 암화하는 과정에서 특이 증상이 나타나는가? 대부분의 단순 용종은 증상이 없다. 1∼2㎝ 정도의 크기인 용종은 마치 사마귀처럼 대장 점막에 붙어 있어 특이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용종이 큰 경우에는 간혹 대변에 피나 끈끈한 점액이 묻어나오는 경우가 있으며 드물지만 커진 용종이 대장을 막아 변비·설사·복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본인이 자각할 수는 없는가? 혈변·점액변이 보이거나 변비·설사·복통 등이 나타나면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용종은 자각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40세 이후의 연령대라면 매 5년마다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대장 용종은 어떻게 처리, 치료하는가? 용종은 클수록 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종의 경우 크기가 1㎝ 미만이면 암 발생률이 1% 이하지만, 2㎝ 이상이면 35% 이상에서 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장 용종이 발견되면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용종은 내시경 절제술로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보통은 대장내시경 검사 때 현장에서 바로 제거하지만, 용종의 수가 많거나 크기가 큰 경우에는 따로 입원해 제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내시경적 점막하 절제술을 이용해 예전에 절제술로 제거할 수 없었던 종류의 용종이나 점막에 국한된 조기 대장암까지도 배를 열지 않고 제거할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씨줄날줄] 반기문 리더십/진경호 논설위원

    ‘invisible man’(보이지 않는 남자), ‘nowhere man’(어디에도 없는 남자). 올 들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갖다 붙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롱 어린 별칭이다. 유엔 수장으로서 존재감이 보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달엔 “반 총장과 유엔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본국 정부에 보낸 노르웨이 유엔주재 대사 모나 율의 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을 낳기도 했다. 혹평만 있는 건 아니다. 영국 BBC방송은 “진짜 위기 때 반 총장은 단호하게 결정했다.”고 옹호했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미국 메릴랜드대의 국제리더십조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이어 세계지도자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막 넘긴 반 총장에 대한 평점은 대체로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임기 2년 반 동안 지구를 30바퀴 돌았다면 마땅히 ‘어디에든 있는 남자’로 평가받아야 할 그가 이처럼 혹평을 받는 까닭은 뭘까. 유엔과 국제외교가에선 그 배경으로 유엔 내부의 유대계 신보수주의자들의 음모론과 그의 친미(親美)적 행보 등을 꼽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조용한 외교(low key outreach) 스타일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강력한 목소리로 상대를 비난하기보다는 막후 대화로 해결을 도모하는 그의 리더십이, 당장의 성과를 앞세우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조바심 어린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지적처럼 장군(general)보다는 비서(secretary)에 가까운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으로서의 동양적 리더십을 서방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용한 반기문’이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제64차 유엔총회다. 22일 기후변화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반 총장은 피츠버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식량위기·신종플루·기아 극복 등 다양한 정상회의와 각료급 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석한다. 범지구촌회의의 의장인 셈이다. 스스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유엔총회’라고 한 이번 회의에서 그가 어떻게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견을 좁혀 지구온난화 대책을 진전시키느냐에 지구촌과 반 총장의 운명이 달린 듯하다. 반기문 리더십의 승리를 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굿모닝 닥터] “고환이 주먹보다 커졌어요”

    20대 중반의 청년을 진료실에서 만났다. 한 달 전부터 오른쪽 고환이 점점 커지더니 1주일 전부터는 자신의 주먹보다도 커져 병원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의 오른쪽 고환을 검사해 보니 반대쪽 고환보다 2배 이상 커져 있었다. 성인 남성에서 고환이 커질 수 있는 질환으로는 고환암·음낭수종·고환염·부고환염 등이 있다. 이 중 고환암은 서구의 통계자료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3~6명에서 생길 정도로 드물지만 비뇨기암 중에서는 비교적 많이 생기는 암이다. 주로 20~40대의 젊은 남성, 특히 20~34세의 남성에게 가장 많다. 원인은 많지만 선천적인 잠복고환에서 가장 흔하며, 고환에 외상을 입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고환암의 증상은 통증은 없는데 한쪽 고환이 커지는 것이다. 고환 표면이 울퉁불퉁 불규칙적으로 변하면서 압통이 없는 큰 덩어리가 만져지고, 음낭 전체가 커지면서 단단해진다. 보통은 통증이 없지만 약 10% 정도에서는 고환 내 출혈 등으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고환암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고환에 혹이 느껴지는 것 말고는 통증이 없어 병이 진행돼도 모르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고환에 딱딱한 덩어리가 있는지, 혹시 고환이 커지진 않았는지 평소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고환암은 조직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게 때문에 고환적출술을 통해 고환암의 조직 형을 나누게 되고, 전이 여부, 임파절 침범 여부에 따라 추가적 치료 없이 추적 관찰을 하거나, 방사선 및 항암치료, 임파절 절제술 등의 치료방법을 택하게 된다. 다행히 고환암은 치료 예후가 좋고, 치료반응도 다른 암에 비해 좋은 편이다. 모든 암이 그렇지만 조기발견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므로 젊은 남성의 한쪽 고환이 통증이나 열감은 없는데 자꾸 커진다면 고환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 경우라면 병원 찾는 것을 미룰 이유가 없다. 바로 병원을 찾는다면 완치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형래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다른기사 보러가기] 신종플루 7번째 사망자 발생 징계경찰 44% 구제 공무원의 두 배 수컷 한마리에 암컷 20마리 앙증맞은 아기들 잠꼬대 57만가구에 근로장려금 4405억 지급 발레리나 황신혜 어떨지 598만원짜리 ‘김혜수 청바지’
  • [열린세상]작곡가 김동진의 고료/최창일 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열린세상]작곡가 김동진의 고료/최창일 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오래전 대학에서 근무를 하던 시절에 김동진 작곡가에게 교가 작곡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경희대학교의 음학대학장을 역임하신 김동진 선생은 잘 알려졌듯이 ‘가고파’, ‘목련화’, ‘봄이 오면’, ‘뱃노래’ 등 주옥같은 수많은 곡을 작곡한 유명한 작곡가이셨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 아침 대(大)작곡가를 만난다는 들뜬 기분으로 가사를 들고 서울 내자동 제과점에 들어섰다. 손님이 드는 시간으로는 이른 시간, 종업원으로 보이는 처녀가 분주히 일과를 준비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김동진 선생님을 만나 본 적이 없는 나는 나름대로 그의 외모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그때는 흑백 텔레비전이 있던 시절이었고 유명 작곡가라 해도 지금처럼 작곡가의 얼굴이 널리 알려지지 못한 때였다. 제과점 안에는 마른 편의 중후한 노인이 가죽 점퍼 차림으로 연탄난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소매 끝은 달아서 너덜거렸다. 머릿속에 그린 모습은 아니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과점에 다른 사람이 없던 데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제과점서 만나기로 약속할 사람이 드물 것이라는 짐작에서였다. “김 선생님이시죠?”라고 묻자 그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반가이 나를 맞아 주었다. 작곡할 가사를 앞에 두고 배경설명을 했다. 많은 작곡을 경험한 선생이신지라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짧은 대면이었다. 곡을 약속한 지 한 달이 지난 뒤 같은 장소에서 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은 근처가 집이니 함께 가서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들어 보라 하신다. 내자동 골목길을 들어서자 아담한 한옥이 눈에 들어왔다. 가족들은 외출했는지 인기척이 없다. 선생님은 피아노 의자에 앉으시더니 가까이 오라며 옆에 앉게 하신다. 눈을 지그시 감고 열정 어린 모습으로 건반을 두드린다. 마치 무대 위의 피아니스트처럼 진지하게 몸동작까지 살려서 연주를 했다. 연주를 끝낸 선생님은 “최 선생, 어때?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구먼….” 하고 말을 건넸다. 한국이 낳은 대작곡가의 천진하고 소탈한 물음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때 필자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마치고 수많은 관중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무대 위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작곡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선생님은 손수 그린 악보에 사인을 하셨다. “최 선생, 베토벤의 악보 사인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는지 아시오. 이 사인된 악보를 소중하게 간직하세요. 대학의 학장실에 걸어 두어도 좋을 것이오.” 한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음악가가 손수 사인을 한 악보를 손에 쥐고 다시 그분을 바라보았을 때 보푸라기가 일어난 소매 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보푸라기가 소탈하다 못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다. “선생님, 고료는 얼마로 해야죠?” 그렇게 여쭙자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않고 계셨다. 한참 후에야 “최 선생 생각은 어떻소?”라고 되물었다. 사실 작곡료의 사례를 모르기에 선생님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당신 대학의 학장(종합대학이 되기 전은 학장이라 하던 시절)의 한 달 봉급이 얼마요? 예술가의 고료는 권위와 존경심이 포함되니 당신 학장의 한 달 봉급으로 책정하시오.”라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당시에 선생님은 경희대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하시고 명예교수로 강의를 하고 계셨다. 시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선생님의 고료 책정은 참으로 당당한 가르침이라는 판단을 했다. 선생님이 노력한 수고비를 받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만한 경력을 지녔으니 이 정도의 고료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예술가가 지니는 사회적 예우와 권위를 고료의 잣대로 책정하는 지혜로운 모습이었다. 선생님께서 95세로 천국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며 추운 겨울날 제과점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다가왔다. 최창일 시인·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 막걸리집 주인장의 ‘이태원살인사건’ 바라보기 (인터뷰)

    막걸리집 주인장의 ‘이태원살인사건’ 바라보기 (인터뷰)

    사람을 만나다 보면 고급스러운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 보다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탁주 한 사발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오 꿈의 나라’, ‘선택’, ‘세번째 시선’ 등 소외 계층과 인권문제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품어온 홍기선 감독이 그렇다. 실제 자그마한 막걸리집의 주인장이기도 한 홍기선 감독, 그런 그가 바라본 1997년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은 어땠을까? ‘이태원살인사건’에서 박대식 검사로 분한 배우 정진영은 이 영화를 두고 “할리우드식 스릴러가 아닌 한국식 막걸리 스릴러”라고 표현했다. 홍기선 감독은 미스터리의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맥주도 아니고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독주도 아닌, 막걸리처럼 담백하면서도 진득한 그런 영화를 만들어 냈다. “범인이 누구인지 심증은 가지만 얘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용의자들이 한국을 무시하는 또 우리 스스로도 한국을 비하하고 있는 현실, 바로 그 정체성의 상실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태원살인사건’은 12년 전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용의자는 미국 국적의 한국계 청소년 두 명이지만 대한민국 수사기관과 사법부는 판결에 애로사항을 겪으며 결국 모두 무죄로 석방된다. 영구미제 사건도 아닌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인 만큼 표현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홍기선 감독이 겪는 어려움도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햄버거 가게 아닙니까? 계열 로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매장은 물론이고 상표 디자인 등 어떤 유사한 것만 나오더라도 법적 대응하겠다고요. 장소 섭외는 불가능이었죠. 꼼꼼한 변호사 자문이 필요했습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불합리한 한미관계의 갈등을 다룰 것이라 예상하는 측면도 적지 않았다. 홍기선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태원살인사건’은 이야기를 그저 ‘담담히’ 풀어나간다. 아니, 오히려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웃음) 답답함을 느끼는 게 당연할 것입니다. 관객들은 미스터리를 끝내고 싶으니까요. 처음부터 커머셜(상업적)로 시작된 영화가 아닙니다. 왜 우리가 이 답답함을 느껴야 하는가를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의 ‘이태원 살인사건’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소박한 영화였다. 그러다 배우 정진영과 장근석이 캐스팅되고 이들의 호연과 홍기선 감독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다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 “장근석이 사실 미남형은 아니잖아요? 우리끼리 농담으로 눈매가 범죄형이라고….(웃음) 때로는 어린 아이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살인자 같은 모습으로 돌변하는 얼굴, 이중적인 캐릭터의 전형을 훌륭히 소화해 냈습니다. 물론 정진영은 말할 것도 없죠.” 홍기선 감독에 따르면 주연배우 정진영과 장근석을 비롯해 거의 모든 스태프들이 노 개런티나 마찬가지일 만큼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덕분에 많지 않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완성될 수 있었다. 그들이 이 영화를 위해 그토록 헌신적으로 발 벗고 나설 수 있던 이유는 뭘까? 바로 홍기선 감독에 대한 믿음과 개인의 욕심을 포기할 만큼 우리에게 던져줄 가치 있는 메시지가 분명 영화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이제 관객의 몫으로 남았다.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 / 사진 = 강정화 기자
  • 여환자 성폭행 의사 법정구속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종문 부장판사)는 3일 진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불구속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36)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가 환자의 신뢰를 어긴 채 진료 도중에 성폭행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이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자신이 일하던 전주시내 한 병원에서 난소에 생긴 혹을 치료하러 찾아온 B씨를 진료하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고교생 10일째 행방 묘연 “친구만나고 오겠다” 연락 끊겨

    고교생 10일째 행방 묘연 “친구만나고 오겠다” 연락 끊겨

    부산 북부경찰서는 부산의 한 고교생이 10일째 행방이 묘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의 한 공고에 다니는 이모(17)군이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10일째 연락이 끊긴 것이다. 경찰은 북구 구포동 자신의 집을 나선 이군이 인근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장면과 지하철역을 지나가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 TV화면을 확인했다. 또 집을 나선 지 5시간 만인 22일 오후 7시쯤 부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부산발 제주행 배를 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군의 휴대전화는 24일 전남 완도에서 신호가 떴으며, 그 뒤로는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다. 경찰은 이군 가족 요청으로 인상착의와 특징을 담은 전단을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에 나서는 한편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이군의 행적을 조사하고 있다. 이군의 실종은 지난 27일 이군의 누나(18)가 모 인터넷 게시판에 ‘남동생 실종사건’이란 제목으로 동생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다음은 이군의 누나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이런 일로 여기에 글을 올리게 될줄은 정말로 몰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설마 우리집에 이런일이 생길까 싶었는데 실제로 일어나서 당황스럽기만 하네요...  혹시나 톡커분들께 말하면 찾을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다 읽어주시면 정말로 감사드리고요...ㅠㅠㅠㅠ  다 안읽으셔도 좋으니 제 동생 얼굴만이라도...꼭 봐주세요...  제동생 보시분은..꼭!! 연락 좀 주세요.......ㅠㅠㅠ 부탁드려요  저는 빠른 91이라, 학년상은 두터울 차이나지만; 나이는 1살차라  많이 친했기에 더 마음이 아픕니다ㅠㅠㅠㅠㅠ 부탁드려요ㅠㅠ  집에 찾아보니 동생이 그날 입고 나간 옷 차림 그대로의  사진이 있어서 첨부합니다ㅠㅠㅠㅠㅠ  동생의 이름은 이OO입니다. 부산시 북구 구포2동에 살고있고요.  그날 회색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고 흰색에 남색 나이키 무늬와  밑부분도 남색으로 되있는 운동화를 신고 나갔습니다.  (가방같은건 안들고간...아주 가벼운 차림이였습니다)  키는 178cm정도에 많이 마른체형에 컴을 많이한터라 거북목이되서 많이 구부정한 자세입니다. 얼굴은 위에 있는 사진 그대로에요..  얼굴에 여드름 좀 나있고요...나이는 현재 18살, 고2입니다.  많이 내성적인 성격에 말수가 적고, 목소리톤은 낮은 편입니다.  장애나 그런건 전혀 없고요, 게임하는 걸 좋아하는 애고...  방학내내 밖에 안나가고 게임하거나 책보는게 다인 애였어요.  말수는 적어도 가끔 저랑 대화도 잘하는 편이라서  얘기해봤는 데 딱히 협박당하거나 그런건 못느꼈고요..  현재 생활에 별 불만도 없었습니다.  누가 돈 많이 벌게해줄게라고 한다고 따라갈 그런 애도 전혀 아니고 가출을 할 애도 아니에요..친한 친구들하고도 같이 놀러가는 연락하고 나간것도 아니였고요 혼자서 일단은 나간 것밖에 모릅니다.   현재 형사분들이 노력해주셔서 영장이 발급되었고,동생이 쓰는 노트북을 보내서 사이버수사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동생아이디도 다 작성해서 드린 상태고요...)  동생과 같이 놀았던 분이나 토요일에서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어디서 봤다 하시는 분은 꼭 연락주세요...  동생이 어떻게 됐을까봐 너무너무 걱정됩니다...  제발..제발...좀 도와주세요  동생을 찾고있습니다ㅠㅠㅠ 도와주세요ㅠㅠ
  •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도시와 산] (22) 청양 칠갑산

    ‘충남의 알프스’를 아시나요. 계룡산, 가야산, 오서산, 충남하면 선뜻 떠오르는 산이 이 정도여서 혹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라는 가수 주병선이 부른 가요는 아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칠갑산입니다. 국민이 애창하는 가요이다 보니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산입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로 유래가 깊은 산이기도 합니다. 백제의 얼과 혼이 담긴 천년 사적지 청양의 칠갑산(561m)은 백제가 사비성 정북방의 진산(鎭山)으로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하늘과 산악을 숭앙해 왔다. 산 끝자락이 백제의 옛 도읍지인 공주의 서쪽과 부여의 북쪽과 맞닿아 있다. 칠갑산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일곱가지 ‘지수화풍공견식(知水火風空見識)’을 뜻하는 ‘칠(七)’자와 천체 운행의 원리가 시작되는 ‘갑(甲)’자를 써 이름이 지어진 영산으로 알려졌다. 백제 때 서북방의 요새로 나·당연합군과 36일간 전투가 벌어진 백제 부흥의 근거지였다. 또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가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이라 칠갑산이 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칠갑산 남쪽 기슭에는 850년 통일신라 문성왕 때 보조선사 체징(體澄)이 창건한 ‘천년고찰’ 장곡사가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중건되고 보수된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웅전이 2개인 절이다. 장곡사의 목조문화재지킴이 노재관(67)씨는 “상대웅전은 신라, 하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 각각 지어졌다.”면서 “각기 다른 시대의 건축 양식을 띤 대웅전이 한 사찰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상대웅전 바닥이 마루가 아닌 연꽃 모양의 벽돌로 깔린 것도 특이하다. 이 절에는 국보 58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 등 2개의 국보와 보물 162호, 181호인 상하대웅전 등 4개의 보물이 있다. 유형문화재 151호 설선당 등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갖고 있다. 코끼리 가죽으로 만든 지름 1.5m의 큰북도 있고, 스님들이 밥통으로 쓰던 길이 7m의 통나무 그릇도 있다. 옛날에는 상당히 큰 사찰이었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주지스님 1명뿐이다.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색깔 다른 등산로들 충남의 산이 으레 그렇듯 완만해 보인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정상에서 만난 길성묵(46·충남 홍성)씨는 “예로부터 ‘지리산에 들어간 간첩은 잡아도 칠갑산에 들어온 간첩은 못 잡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면서 “산세가 순하지만 무척 깊다.”고 말했다. 칠갑산은 7개 등산 코스가 있다. 문화해설사 김명숙(45·군의원)씨는 “험한 길 부드러운 길, 코스마다 색깔이 다르다.”면서 “장곡사 주차장~지천로~삼형제봉~정상을 거쳐 사찰로로 내려오다 중간에서 휴양림으로 빠지면 5시간 이상이 걸려 등산하는 맛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짧게는 2시간여짜리도 있다. 가장 타기 좋은 코스는 옛길에 있는 칠갑광장에서 산장로를 타고 정상을 거쳐 사찰로를 통해 장곡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광장 위쪽에 면암 최익현(1833~1906)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대원군 정책을 비판하다가 제주도로 유배되고, 의병활동을 하다 잡혀 쓰시마에서 단식 중에 순절한 그의 기개가 오롯이 서린 듯하다. 이 거대한 동상은 1973년 세워졌다. 칠갑산 정상을 쳐다본다. ‘콩밭 매는 아낙네상’은 군에서 건립한 것은 없고, 작가 등 개인이 만들어 세워놓은 것들이 있다. 1㎞쯤 올라가면 지난달 28일 문을 연 천문대가 있다. 가상 우주체험을 할 수 있고, 돔형 입체 영상관은 천체 속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이현배 천문대 대장은 “국내 최대 304㎜ 굴절 망원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낮에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정상에서는 남동쪽에 계룡산, 서쪽으로 오서산이 아득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 산들이 모두 발아래에 엎드려 있다. 문화해설사 김씨는 “칠갑산이 주변 산들을 거느리는 듯해 봄철이면 많은 등산객이 몰려와 시산제를 지낸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칠갑산은 육산이다. 큰 바위가 드물고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면서 “겨울에 눈이 오면 또렷한 산등성이와 상고대가 아름답다. 봄에는 새싹이 꽃보다 예쁘고, 여름에 등산로마다 나무 그늘이 드리운다.”고 치켜세웠다. 길씨는 “높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귀띔했다. 산 정상 숲 속의 밤나무에는 탁구공 크기만 한 밤송이들이 매달려 있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했다. 남편, 아들과 함께 장곡사에서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던 김경(58·서울 일원동)씨는 “처음 칠갑산을 찾았는데 흙이 많아 걷기가 좋다. 길이 부드러워 여자들도 등산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칠갑산 옛길의 정취 물 좋고 땅 좋고 출렁다리 재미있고… 충남 청양의 칠갑산에도 옛길이 있다. 1981년 청양~공주간 3번 국도에 대치터널이 뚫린 뒤 폐도된 한티고개이다. 사람들은 이를 ‘칠갑산 옛길’이라고 부른다. 길이는 3㎞쯤 된다. 숲이 우거져 하늘이 잘 보이지 않고, 경치가 아름답다. 길은 차 한대 지날 정도로 좁고, 매우 구불구불해 옛길다운 정취가 풍긴다. 데이트를 하거나 오붓하게 걷기에 그만이다. 이 속에 조그만 한티마을과 샬레호텔이 있다. 좀더 가면 작은 터널처럼 생긴 칠갑문이 나온다. 칠갑문 위가 등산길인 산장로 초입 칠갑광장이다. 이 문은 당초 광장 옆 최익현 선생 동상을 구경하고 등산하는 데 쉽도록 고갯길 위에 만든 다리였으나 지금의 성문 형태로 개축됐다. 칠갑문을 지나 내려가는 옛길 옆에 ‘칠갑산 맑은물’ 공장이 있다. 유신준 청양군 칠갑산맑은물 계장은 “예로부터 칠갑산 물이 맛 있기로 소문이 나 2000년부터 생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m의 관정을 뚫어 뽑는 것으로 현재 충남과 서울에서 판매 중이다. 칠갑광장·천문대와 인접한 옛길과 10여분 떨어진 출렁다리 사이에는 오는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하루 10차례 오간다. 출렁다리는 지난달 28일 인공호수인 천장호 위에 설치됐다. 길이 207m로 출렁다리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평일에도 관광객이 몰려 북적댄다. 걸을 때마다 물 위에서 다리가 출렁거려 좀 어지럽다. 명헌상 군 교통행정계장은 “셔틀버스가 없어도 옛길이나 출렁다리로 가는 시내·외 버스가 30분마다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청양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역시 미실 아들”…비담, 대담+총명함 닮았네

    “역시 미실 아들”…비담, 대담+총명함 닮았네

    역시 ‘미실의 아들’ 비담은 남달랐다. 지난 25일 방송된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ㆍ연출 박홍균 김근홍) 28회에서 비담 김남길의 활약이 돋보였다. 비담은 신라를 쥐고 흔드는 천하의 미실(고현정 분)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뻔뻔하게 연기를 펼쳤다. 덕만(이요원 분)을 도와 미실파를 혼란시키라는 미션을 받고 궁으로 잡혀 들어온 비담은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혹세무민 죄로 잡혀온 자신의 죽음을 예측해 보라고 하자 비담은 “폐하보다 3일 먼저 죽을 운명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을 죽이면 진평왕(조민기 분)도 죽게 될 것이라는 협박조의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미실은 “미실이 한판을 졌습니다. 총명하고 뛰어난 자 입니다.” 라며 비담의 재치에 감탄했다. 또 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비담은 문노(정호빈 분)에게 배운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빠른 전개로 3회 연속 40%를 돌파했다. 사진 = MBC ‘선덕여왕’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의·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되게 하소서”

    “정의·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되게 하소서”

    여의도의 하늘은 오늘따라 구름 한 점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님은 맑고 깨끗했습니다. 소외자에게는 한없는 배려의 햇빛이었습니다. 다시 불러 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 님은 절절한 사랑의 마음으로 국민들에게 늘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랬기에 더욱 서럽고 억울합니다. 남들은 쉽게 가는 길도 님은 늘 어렵고 힘들게 가시고, 넘어지고 만신창이가 되시면서도 끝내 목표에 도달하고 기적을 이루어 내시는 걸 저희들은 여러 번 보았으니까요. 그리고 죄송합니다. 한때는 무서운 세상에 겁먹어 당신을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늘 주눅들어 살아온 게 이제야 죄송해서 너무너무 눈물이 납니다. 그 마음을 담아 정희성 시인의 시에서 한 구절을 골라 가시는 길에 감히 뿌려 봅니다.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이미 여러 번 살해 당한 사람./그대여/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개벽 세상에 나가 거듭나시라.’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당신은 참으로 정 많고 문화를 사랑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멋진 분이셨습니다. 오래전 일로 기억합니다. 이희호 여사님과 공연을 보러 오셨던 당신이 공연이 끝나자 저를 차에 태우고 댁으로 가셨습니다. 잠시 응접실에 앉아 있는데 이 여사님이 봉투 하나를 들고 나오셨습니다. “공연을 보시면서 내내 걱정을 하셨어요. 너무 여위었다고. 이거 얼마 안 되지만 꼭 맛있는 것 사 먹고 몸 좀 추스르라고 하셨어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는 내내 울었습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 만날 때마다 누구에겐 따뜻한 밥 한 끼를, 누구에겐 작은 선물 하나를 잊지 않고 쥐여 주며 등 두드려 주시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 보면 그냥 눈물 글썽거리는 그렇게 정에 무른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춥고 바람 부는 벌판에서 힘없고 가난한 백성을 위해 온몸으로 싸워 주셨던 당신. 내가 그렇게 국민을 절절하게 사랑하는데 국민들은 왜 날 사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짝사랑의 비애를 호소하시던 당신이셨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오늘 저희는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너무나도 늦었지만 진심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그 절절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며 가시는 길을 막고 울고 있습니다. 저희들을 용서하시고 혹 섭섭함이 계셨더라도 모두 풀고 떠나십시오. 그 무거운 짐 모두 내려 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고이 가십시오. 저희는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당신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남은 자의 몫으로 살겠습니다. 정의로운 세상,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흔적을 우리 땅의 화해와 평화, 통합을 위한 밑거름으로 받들어 영원히 꽃을 피우겠습니다. 손숙 연극인·前환경부장관
  • 김민선 ‘피소 논란’…사회적 파장 확산

    김민선 ‘피소 논란’…사회적 파장 확산

    배우 김민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과 배우 정진영, 그리고 또 다시 인터넷 매체 ‘빅뉴스’의 변희재 대표까지… 일명 ‘청산가리 발언’으로 시작된 ‘김민선 피소 사건’이 정치권은 물론 각종 시민단체를 비롯한 네티즌들까지 가세, 전국민적인 이슈로 대두될 만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며,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동안의 일지를 정리해 본다. 2008년 5월 = 지난 해 광우병 파동 당시 배우 김민선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2009년 8월 10일 = 이와 관련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는 지난 10일 김민선과 MBC ‘PD수첩’ 제작진 5명을 상대로 3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장을 서울남부지법에 접수했다. 당시 에이미트는 서울신문NTN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광우병 파동 당시 김민선의 악의적인 발언과 ‘PD수첩’의 왜곡 보도로 총 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며 “피해액의 일부분에 대한 민사 책임을 물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 단체 및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일자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불길을 지폈다. 8월 11일 = 전여옥 의원은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연예인의 한마디-사회적 책임 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전 의원은 이 글에서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 손짓 하나하나가 ‘공적 신호’로 코드화되는 것을 우리는 하루 종일 확인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 한마디 보다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이 더 영향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끝으로 “”공인인 연예인들은 ‘자신의 한마디’가 늘 사실에 기초하는가라는 매우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며 지난 광우병 파동의 책임이 일부 연예인에게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8월 12일 = 결국 전 의원의 글이 논란이 되자 배우 정진영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썼다. 정진영은 이 글에서 “우선 이 글은 정치적 견해 표명이 아닌 문화적 견해 표명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전 의원의 말을 꼬집으며 “시민의 말을,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다고 하여 막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진영은 “혹 ‘사실도 잘 모르는’ 연예인들 입조심하라는 섬뜩한 경고로 들려 마음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8월 13일 = 이런 와중에 인터넷 매체 ‘빅뉴스’의 변희재 대표는 “김민선과 TN엔터, 시장에서 퇴출시켜야”라는 글을 올렸다. 변 대표는 이 글에서 “공인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매우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또한 김민선은 물론 정진영조차도 사회적으로 파장을 미칠 자기 의견을 개진할 지적 수준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14일 = 김민선을 상대로 소송을 낸 에이미트의 박창규 회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민선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고 이 소송을 진행한다. 말조심하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PD수첩’과 김민선은 촛불집회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미국산 쇠고기 홍보대사가 되거나, 판매 마케팅을 해준다면 (소송 취하) 생각해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제공=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조우영 기자 gilm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열린세상] 제대로 소통하기/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제대로 소통하기/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갈등 심화와 대립 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혹자는, 이런 추세라면 ‘우리’라는 공동체의식마저 붕괴되지 않을까 두렵다고도 한다. 극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이를 빨리 극복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는 구성원들의 공통인식은 이미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그 전제조건 내지 핵심요소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소통의 필요성’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소통부재가 오늘날의 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며, 소통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현재의 위기를 상당부분 극복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소통은 법률이나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목소리 큰 몇 사람의 노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자세를 전향적으로 바꾸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물론, 서로의 다른 점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나의 신념이나 생각, 인생관, 가치관 등에 대한 확신 혹은 자부심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할 수 있다. 또, 서로 다른 신념 등을 가진 구성원들 사이의 건전한 소통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나의 신념 등에 대한 확신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배타성으로 표출되는 순간 우리 사회의 소통은 곤란해지기 시작한다. 신념이나 인생관·가치관 등은 잘잘못의 판단 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누구도 간섭하거나 침해할 수 없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의 신념 등이 법질서를 부정하는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그런 주장이 시작되면서 우리 사회의 본격적인 해체도 시작된다.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나와 신념 등을 달리 하는 타인의 시각에서 세상사를 바라보지 않는 한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고, 그런 상태에서의 소통 시도는 공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과정에서의 의사표현 방식이나 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본론과 무관하게 지나치게 자극적인 용어와 표현, 무리수를 남발하는 정치권이나 노동계의 투쟁현장을 지켜보면 매우 착잡해진다. 저렇게 하면 오히려 일을 망치겠다 싶고, 어쩌다 일시적 타협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결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학적 표현방식이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만연되어 있음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출연자들끼리 서로의 약점이나 치부를 들추며 막말을 하거나 웃음거리의 소재로 삼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거친 표현에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무릇, 제대로 소통하기를 원한다면 상대방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부재로 초래된 우리 사회의 현재 위기에 대한 구성원들 각자의 책임의식과 극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다. 혹, 우리 사회의 오늘날 모든 갈등과 대립·혼란은 정치가 잘못되어서, 욕심 많은 자본가들 혹은 과격한 노동자들 때문에, 가진 자들의 탐욕 혹은 없는 자들의 억지 때문에, 꼴통 보수 혹은 철부지 좌파들 때문에 초래되었고, 나는 오직 피해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네 탓’ 의식과 책임 공방이 오늘날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며, ‘내 탓’임을 자인하는 것이 그 극복을 위한 출발점이다. 차제에 ‘내 탓이오’를 일깨우는 시민운동이라도 한 번 했으면 좋겠다. 자기 승용차 뒷유리창에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여놓고 남들에게 보라는 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실천하는 방식으로. 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문화마당] 쿨한 세대의 쿨한 사랑/장유정 극작·연출가

    [문화마당] 쿨한 세대의 쿨한 사랑/장유정 극작·연출가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너 때문에 돌아 내가 독한 나로 변해 내가/ 널 닮은 인형에다 주문을 또 걸어 내가/ 그녀와 찢어져 달라고.” 요즘 각종 음악방송과 음반 차트에서 1위를 휩쓸고 있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라는 노래다. 이 곡은 단순히 노래로서만 유명한 게 아니라 가수의 화장술과 패션 스타일, 심지어는 앞머리가 날리는 모습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특히 팔짱을 끼고 두 다리를 버틴 채 춤추는 모습은 어찌나 당당하고 섹시해 보이는지 여자가 봐도 반할 만큼 뇌쇄적이다. 일명 시건방 댄스라고 일컬어지는 이 안무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가수들 하나하나가 세상 거칠 것이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찬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가사 역시 도발적이다. 착했던 내가 애인 있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급기야 그가 애인과 헤어지게 해달라고 주문까지 걸게 된다는 내용인데 박진감 넘치는 비트의 전자 사운드가 가사의 강렬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한마디로 쿨한 세대의 쿨한 노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노래 속에는 항상 말하는 자, 즉 화자의 시선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화자는 나름의 캐릭터를 지녔는데 앞서 말한 곡의 화자는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다. 사랑을 갈구하는 방식에도 각자 다른 개성과 특징이 있다.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으니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달라는”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순정파, “언제나 니 앞에 서면 준비했었던 말도 반대로 말해놓고 돌아서 후회하는” 소심하고 수줍은 낭만파,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나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다는” 어딘지 모르게 속세를 초탈한 것 같은 초현실파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브라카다브라’의 경우 ‘이러다간 내가 미치겠으니 널 가져야겠고 그러기 위해선 뭐든 하겠다.’는 걸 보면 감정에 솔직하고 말보다 행동이 빠른 적극적인 성격의 행동파라고 할 수 있다. 예전 세대에 비하면 요즘 세대들은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극단적이고 치명적이며 자신만만하다. 그런 현상은 특히 걸 그룹(Girl group)에서 두드러진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와 애프터스쿨의 ‘ah’는 “잘빠진 다리와 외모 때문에 너는 내게 반할 것이며 니 머리에 있는 이상형이 바로 나”라고 외치고 있다. 혹시나 그녀들을 배신한다면 그 응징의 수위도 꽤 높아진다. 티아라의 ‘좋은 사람’과 2NE1의 ‘I don’t care’ 중 “날 버린 걸 땅을 치고 후회할걸, 차라리 홀가분해 너에게 난 과분해”는 그나마 가벼운 편이다. “빌어먹을! 날 이렇게 만들어 버린 너 같은 가식 덩어리 다 필요없어, 두고 봐 kill you! 보기 좋게 복수할 테니 흘려듣지 말고 새겨들어, 잘 가라 good-bye!”라고 저주하는 카라의 ‘증오’는 정녕 압권이다. 이제 더 이상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 잊는” 촌스러운 정서는 만사에 쿨한 그들에겐 당치도 않다. 누군가는 이와 같은 현상이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양상이라고 비판할지 모르나 실은 사랑을 말하는 또 하나의 패턴이자 세대를 대변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결국 공중전화에 동전도 못 넣는 소극적인 세대를 산 필자는 그들의 연애가 거침없고 자유롭게 느껴져 부럽기까지 하다. 다만 사랑이란 이성 바깥의 일이라서 감정의 조절이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 과연 언제까지 미련과 상처 없는 쿨한 사랑을 즐길 수 있을지 아주 조금, 걱정될 뿐이다. 장유정 극작·연출가
  • 웨딩 피부관리 -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을 만들어야

    여름이 한풀 꺾이고 난 9월, 아름다운 피앙세가 될 기분에 한껏 들떠있는 J양(27). 그러나 남모르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진정되지 않는 피부다. 바쁜 결혼준비와 스케줄로 인해 피부는 갈수록 칙칙해지고, 탄력도 감소하여 평소에 발견하기 힘든 잔주름까지 나타나게 되는 등의 피부 트러블이 생길까봐 여름휴가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J양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신부들에게 우선 급한 것은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고, 굳어진 안면근육을 풀어야 한다. 결혼식 과정 뿐 아니라, 평생 남게 될 사진 촬영을 위해 아름다운 미소를 띤 얼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스로 치유하기 힘든 범위의 피부 진정에 대한 관리이다. 당장 눈앞으로 결혼식이 다가오게 되었다면 화이트닝 및 재생관리를 통해, 잔주름을 예방하고 피부톤을 한 단계라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부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피부과까지 가서 피부관리를 받을 필요는 없다. 더욱이, 최근의 경향은 피부과에서도 주변 에스테틱 샵과 연계하여 관리를 하고 있으니, 피부관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에스테틱 샵에서 관리를 받는 것이 단기간 동안 효과를 볼 수 있는 보다 나은 방법이다. 강남에 위치한 토탈스킨케어 센터 레드라이프에서는 이에 대하여 결혼컨설팅업체인 마이웨딩과 연계한 웨딩케어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직장생활, 결혼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피로, 긴장으로 거칠어지거나 혹은 피부에 나타난 트러블을 전체적으로 관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저하된 면역기능과 피부 조절기능을 향상시켜 웨딩드레스에 어울리는 순백의 피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또한 드레스 착용 시, 최근의 경향은 드레스 위로 등이나 목, 팔 등이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지방이 모여 있거나, 혹은 피부에 여드름이 모여 있거나 하는 등의 피부 트러블이 있다면 경락 관리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레드라이프에서는 이외에도 생체발열마사지를 통하여, 단지 외부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피부의 변화 뿐 아니라 건강까지 관리할 수 있는 마사지를 통해 장기의 울혈과 대장, 소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숙변을 제거하여 신체의 내부로부터의 근본적인 조치를 하고 있다. 이외 신부입장, 사진촬영 등에 필요한 곧은 허리를 만들기 위해 포토스캔 분석을 통해 척추정렬 및 근육 밸런스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과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하여 비만 및 체형개선에 도움을 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혼 후에 남는 것은 앨범과 시디, 즉 사진과 영상일 것이다. 혹 그 안에 트러블로 상한 얼굴과 피부가 담겨 있다면 큰 후회가 들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운 결혼식과, 이후의 아름다움 및 행복을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 이병헌 “조연·왕따, 할리우드서 겪은 공부” (인터뷰②)

    이병헌 “조연·왕따, 할리우드서 겪은 공부” (인터뷰②)

    “어려움과 서운함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모두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만든 경험이고 공부였습니다.” 배우 이병헌은 젊을 때 부딪쳐보자는 심정으로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이병헌으로 하여금 할리우드의 제작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게 한 아주 잘된 선택이었다. ◆조연·왕따 취급, 이해하고 극복하는 수밖에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이병헌은 톱스타이자 주연배우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갓 입성한 그는 인지도 낮은 동양인 조연일 뿐이었다. “할리우드는 특히 주인공 위주의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니 분장사부터 배우들 쉬는 장소까지 주연과 조연의 차이는 정말 커요.” 촬영이 없는 날은 미리 얘기해줄 법도 한데 새벽부터 오후까지 현장에서 내내 기다리게 만들고는 그냥 돌아가게 만든 적도 있었다며 이병헌은 씁쓸하게 웃었다. “다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을 즐기고 싶기도 했구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경험해 보겠습니까?” 하지만 동료배우들과의 우애는 아주 돈독했다. 29일 ‘지아이조’ 내한 기자회견장에서도 이병헌은 동료배우 시에나 밀러 등을 아주 소박하고 진실한 사람들이라 칭찬했던 바 있다. “여기도 사연이 있어요. 영화 초반에 저 약간 ‘왕따’였어요. 저는 예의바르게 행동하려던 건데 ‘지아이조’ 팀에서는 저를 과묵하고 건방진 사람으로 생각했답니다.”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적극적인 대화보다 대답에 충실했던 이병헌을 할리우드는 ‘동양에서 온 무게 잡는 배우’로 오해한 것이다. “좀 있다 보니 오해도 풀리고 굉장히 친해졌지만 초반에 이 문제로 마음고생도 약간 했죠. 나중엔 다들 그런 적 없다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걸요. (웃음)” ◆영화 속 ‘스톰 쉐도우’ 부분 편집, 서운했다 ‘지아이조’의 스톰 쉐도우라는 악역 캐릭터에 대해 묻자 이병헌은 여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영화 속 스톰 쉐도우는 단순한 ‘악당’이잖아요. 원래는 선과 악의 구분이 애매한 캐릭터였거든요. 완성된 영화에는 이런 부분이 다 편집돼 좀 서운합니다.” ‘지아이조’의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정신없는 영화에 주인공들까지 애매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단순 노선을 택했다. 선과 악의 캐릭터에 명확한 선을 그은 것이다. 이는 속편을 의식한 연출로 보인다. 이병헌은 현재 ‘지아이조’ 3편까지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톰 쉐도우로 분한 이병헌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모른다.”는 신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8월 개봉 이후 영화의 예매율과 성공 여부 등의 사안에 따라 속편 제작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원래 스톰 쉐도우는 복잡한 과거와 비밀에 쌓인 캐릭터에요. 속편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부각되지 않을까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네요. (웃음)” 국내에서 8월 6일에 개봉할 ‘지아이조’는 이병헌에게 하나의 전환점이다. ‘달콤한 인생’이 세계 영화인들에게 이병헌을 인식시킨 뜻밖의 영화가 된 것처럼, ‘지아이조’ 역시 세계 관객과 만나는 통로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이병헌은 소망했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올여름 한옥마을서 “1박2일”

    올여름 한옥마을서 “1박2일”

    “올여름엔 전주 한옥마을에서 ‘슬로시티’의 진수를 만끽하세요.” 한옥마을은 ‘맛과 멋의 전통도시’ 전북 전주시의 상징이다. 전주는 700여채의 고풍스러운 기와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전국 최대 한옥 주거공간을 자랑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기능 위주의 다른 지역 ‘민속촌’과 달리 주민들이 실제 살아가고 있는 삶의 공간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압축돼 있는 생활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주 700여채 기와집 즐비해 전주 한옥마을은 1920, 30년대 형성됐다. 전주 중심가를 일본인들이 차지하자 우리 터를 지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풍남동·교동 일대에 집중적으로 한옥이 들어섰다. 이 덕분에 전주 한옥마을에는 조선시대에 지어진 대궐형 집부터 서민형까지 다양한 한옥이 섞여 있다. 솟을대문에 행랑채, 사랑채, 안채 등으로 구성돼 전통 한옥의 운치를 간직한 고택이 적지 않다. 오랜 세월 삶의 향기가 배고 손때 묻은 한옥들이 최근 들어선 체험시설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락원, 승광재, 설예원, 아세헌 등 9개 체험시설에는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과 휴일은 다음 달 말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툇마루에 앉아 한가로이 매미소리를 듣고 밤이면 마당에서 보름달을 즐길 수 있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다소 불편하지만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전통예절, 다례, 비빔밥만들기, 판소리, 한복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 학생들뿐 아니라 연인과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크게 늘었다. 연간 130만명이 다녀가는 새로운 명소가 됐다. ●풍성한 볼거리·먹거리로 관광객 유혹 한옥마을은 천천히 걸으면서 느림의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은행나무길과 태조로를 걷다 보면 세월이 비켜간 듯한 옛 한옥에 절로 빠지게 된다. 공예품전시관, 술박물관, 공예공방촌, 명품관, 강암서예관, 최명희문학관, 경기전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발길을 잡는다. 전통문화센터에서는 주말마다 판소리 무료 공연과 투호,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골목골목 돌며 온갖 사연이 담긴 고택들을 살펴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내로라했던 명문가와 부자들이 살았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둘러보면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학인당은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전주 대부호 백낙중이 경복궁 중건에 거금을 내고 고종으로부터 대저택 건축을 허가받아 지었다고 전해진다. 은행나무길 동락원은 주인이 아들의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지었다. 가정집이었으나 한국은행, 기전대학 등으로 주인이 바뀌어 체험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오교장 댁’은 조선 말기 궁녀가 전주로 내려와 지었다고 해서 ‘궁녀의 집’으로 불린다. 먹거리도 다양해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한정식, 비빔밥, 칼국수 등이 유명하다. 전통찻집은 한옥의 정취를 느끼면서 다례를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공짜 안주가 많기로 유명한 전주 막걸리집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을 국제적인 명소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우선 한옥마을을 사대문 안으로 확대해 ‘한스타일 특구’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느림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동체인 국제 슬로시티(Slow City)에 가입해 지구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옥마을에 대규모 회의와 숙박체험이 가능한 전통 한옥형 컨벤션도 오는 9월 완공된다. 한옥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가문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사업도 함께 추진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갈 곳 잃은 노 前대통령 추모 표지석 은행 연차쓰면 보너스 휴가 이현세 “생애 첫 온라인 만화 연재” 英 동성애 군인이 표지모델로 인터넷 시세 300만원짜리 팔러가니… 박물관·미술관으로 ‘문화 피서’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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