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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쇠말뚝’ 배후의혹

    옛날 무당은 신이 들리면 덕을 닦아서 제사를 드리는 데 온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무당의 권한이 점점 파행에 이르러 민심을 혼란시키자 생육신의 한사람인 추강 남효온(南孝溫)은 “사람의 병은 원기가 고르지 못한 데서 생기고 사람의 복과 화는 자기행동의 선악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무당은 귀신 탓으로 돌려 제사를 지내게 하거나 화를 입는다고 위협해 쓸데없는 비용을 허비하게 하므로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해하는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다”고 했다. 요즘 일련의 묘지 식칼·쇠말뚝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 무속인이 저지른 우매함이 나라를 온통 어지럽게 한다는 느낌을 갖는다.충무공 이순신(李舜臣)장군 묘소훼손 사건의 범인이 이번엔 세종대왕릉과 효종릉에도 식칼과 쇠말뚝을 꽂은 것으로 밝혀져 우리 모두를 아연케 한다.쇠말뚝이 땅의 혈을 막아 남의 집안이나 나라를 패망시키려는 의도로 쓰여졌다는 것은 일제가 우리땅에 박은 쇠말뚝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바다.범인은 자신의 병을 고치려 했다는 얘기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다.한두 군데도 아니고 역사적으로 유명한인물의 묘소에 전국적으로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부터가 복잡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물량도 그렇고 자금문제도 의심스럽다.불학무식이나 정신병자의 소행으로 방치하기엔 그 범행이 치밀하고 사전 계획적이며 의도적이다.또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다. 개인적인 사주를 받았건 불순분자가 개입했건 사적(史蹟)으로 보호되는 문화유산에 칼을 찌르고 쇠말뚝을 박았다는 것은 나라와 선조를 치욕적으로 가해한 행위나 다름없다.무덤속의 시신에 또 한번 칼을 꽂은 셈이다.이번 일을 그대로 지나치면 모방심리로 인한 변종 범죄가 얼마든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된다.어떤 망발의 배후가 있었는지,왜 그런 가당치도 않은일을 꾸몄는지 음모의 동기를 샅샅이 파헤치고 사회의 건전한 기풍과 질서를 혼란시킨 진의가 뭔지도 밝혀내야 한다. 어리석음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따라서 어리석은 자는 참혹한 끝을 당해봐야만 세상에 눈뜨게 된다.무당의 명령에 놀아날 정도라면 단단히 병든 자이며 그 병은 몸속에번져 쉽게 쾌유되기 힘들다.다시는 그런 미신 따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엄벌로 다스려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눈을 크게 뜨고 우주를 바라보자.지금은 달과 화성에 가면서 컴퓨터 하나로 전쟁을 컨트롤하는 시대다.그리고 우리는 바로 첨단과학시대의 주인공이다. [李世基 논설위원]
  • [제2공화국과 張勉]18-봇물터진 통일론(下)

    ‘중립화 통일론’이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장면(張勉)정부는서둘러 불끄기에 나선다.1960년 11월2일 장면총리는 담화를 발표해 오스트리아식의 중립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장총리는 그 이유로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지정학적 차이점을 제시했다.‘소련·중공과 인접한 한국이 전략적인 가치가 훨씬 높다’는 점을 비롯 ▲침략을 당하면 오스트리아는 즉각 지원 받을 수 있지만 한국은 지원군이 바다 건너 있다 ▲중립국이 되기 전 오스트리아는 단일정부를 유지했지만 한국은 남북으로 갈려 전쟁까지 치렀다는 사실 들을 지적했다.따라서 “유엔 감시하남북총선거가 현정부의 유일한 통일방안”이라고 장총리는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민의원도 ‘대한민국 헌법 절차에 따라 유엔 감시하에 인구비례로자유선거를 실시하는’통일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해 이를 제15차 유엔총회에 전달키로 했다.‘대한민국 헌법 절차를 따른다’는 전제조건을 단 민의원 결의는 장면정부의 통일정책보다 더욱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장면정부를 긴장케 한 요인은 혁신계도,중립화 통일론도 아니었다.4월혁명의 주역인 학생세력이 통일논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학생들은 4월혁명으로 이승만(李承晩)정권이 무너지자 이에 만족하고 ‘혁명과업 수행’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듯했다.이들은 학교로 돌아가 학도호국단 대신 학생회를 구성하고 어용교수 퇴진과 재단 민주화를 요구하는 등 학원민주화운동에 나섰다.또 공명선거·농촌계몽·국산품애용 같은 국민계몽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일논쟁이 확산되자 학원가는 그 흡인력에 급속히 빨려들어갔다.각대학에는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동아리가 들어섰고 크고작은 토론회·강연회가 잇따랐다. 11월18일 서울대에서 300여 학생이 참여해 ‘서울대 민족통일연맹(民統)’을 결성했다.이들은 ▲통일에 관한 국민의식을 높이고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며 ▲통일방안을 정부·사회에 제시해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공표했다.아울러 ‘북한 학도’들에게는 “4·19로 이승만정권을 타도했듯이 김일성(金日成)정권을 타도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이들의 통일론은 한마디로 ‘기성 정치인은 믿지 못하니 남북의 학생들이 직접 나서자’는 것이었다. 61년 들어 정부의 ‘유엔 주도하 통일’방안에 충격을 주는 사태가 발생했다.4월12일 제15차 유엔총회 정치위원회에서 한국문제 토의에 남북한을 동시에 초청하자는 안이 나왔다.당시 중립국이던 인도네시아가 제출한 ‘동시초청안’이 높은 지지를 받자 미국대사 스티븐슨은 ‘북한이 유엔의 권위와 권능을 수락할 경우에만 초청한다’는 수정안을 냈다.‘스티븐슨 안’은 59대 14로 통과된다. 그동안 유엔이 통한(統韓)문제를 토의하면서 늘 남한 대표만을 초청해 왔기때문에 조건부라 해도 북한이 함께 초청받은 사실은 국내에 큰 영향을 미쳤다.‘스티븐슨 안’자체를 반대하던 장면정부는 막상 수정안이 통과되자 다음날 환영 성명을 발표한다. 장면총리는 “공산측이 기왕의 파괴적 태도를 청산하고 이 획기적인 결의의모든 조건을 성실히 충족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북한이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을 받아들여 그 임무수행을가능케 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는 달리 사회 분위기는 “스티븐슨 안은 미국이 북한과 타협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고 보수계 신문들은 “정치인들이 충격을 받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보도했다. 남한 사회는 이제 통일논쟁으로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혁신계와 급진 학생세력이 ‘어떻게든 통일만은 이루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공격적으로나온 반면 장면정부는 기존 원칙만을 고수하며 소극적·방어적으로 대응할수밖에 없었다.북한은 북한대로 혁신계·학생세력을 부추기는 제안을 끊임없이 해댔다.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도 한국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변해갔다. 그 달구어진 용광로의 문을 열어제끼려고 한 세력은 학생들이었다.‘중립화’니 ‘남북교류’니 논쟁 차원에 머물던 통일문제에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4·19 1주년 기념일을 맞아 민통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통일을 기피하고 민족통일세력을 탄압하는 현정권은 피를 보기 전에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이어 5월3일 남북문화교류의 전제로서 남북학생 모임을 갖자고 북한 학생들에게 제의했다. 이틀뒤 전국 18개 대학과 경북고 대표가 ‘민족통일전국학생연맹(민통학련)’결성준비대회를 열고 판문점에서 남북학생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다.혁신계 정당과 사회단체들은 즉각 이를 환영했으나 집권 민주당과 신민당(민주당 구파)등 기성 정치권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 대변인인 정헌주(鄭憲柱)국무원 사무처장은 ”학생들의 주장은 정부 방침에 어긋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면서 “순진한 학생들이 공산당의 흉계에 넘어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정부에게 있다”고 단호한입장을 밝혔다. 5월13일 민통학련은 ‘남북학생회담 및 통일축제’개최 원칙을 공개했고 정부는 이에 대해 “학생들이 판문점에 가면 전원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그러나 3일후부터 통일논의는 쿠데타군의 총검에 눌려 전면중단된다. ‘가자 북으로,오라 남으로’를 외치던 학생이건,‘중립화’를 꼭 이뤄야 하느냐 아니냐로 다투던 혁신계건 그 운명은 장면정부와 다르지 않았다.박정희(朴正熙)시대에 ‘통일지상주의자’들은 자유당정권 때보다도 훨씬 가혹한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분단의 역사에서 통일은 우리 민족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임에 틀림없다.민주주의가 활짝 꽃핀 제2공화국에서 통일논의가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것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체제간 경쟁이 엄존한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에만 치우친 통일론,자파(自派)의 세력 확장에 급급해 중구난방 식으로 쏟아부은 통일론은 급기야 스스로가 발디딘 토대마저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이용원기자 ywyi@
  • [독자의 소리] 도덕성 해치는 불법폰팅 근절을

    정부가 불법 폰팅영업 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하겠다고 나서는 데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적극 환영한다.문명의 이기인 전화를 이용해 폰섹스를 요구하거나 원조교제를 유혹한다니 보통사람들로선 선뜻 납득하기가어렵다.하기야 우리 사회의 전통적 도덕성과 윤리관이 깨진 지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시중에 배포돼 있는 생활정보지나 성인잡지에도 성 관련 광고들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 상태다. 나이 든 사람들이 자식 같은 청소년들을 섹스 대상으로 삼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못하고,일부 청소년들은 금전에 유혹돼 자신의 소중한 성까지 팔고 있다. 정부는 이번 불법 폰팅 단속을 일시적인 단속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근절하는 조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윤숙[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 항공기업문화 이렇게 바꾸자(하)-권위주의 일변도 처벌개선

    대한항공 조양호(趙亮鎬)회장(전임 사장)과 아시아나항공 박삼구(朴三求)사장의 대조적인 경영스타일은 건교부 내에서도 화젯거리다.부하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박 사장이 지나칠 정도로 개방적인 반면 조 회장은 너무 권위주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너무 대조적인 사장스타일 박 사장은 조종사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다.이들을 만나면 먼저 덥석 끌어안은 뒤 “캡틴,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여러분들이 잘해주고 있기에 회사의 앞날이 밝습니다”라는 식의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옆에서 보면 제스처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와는 달리 조 회장은 좀처럼 조종사나 정비사를 만나려 들지 않는다.20년 경력의 조종사가 회장을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푸념할 정도다.대인기피증세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혹평도 있고,사원들의 경영진을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막혀버린 상하 대화통로 대한항공에는 ‘중역제안심의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일선 현장에서 올라온 각종 제안을 경력 많은 임직원들이 심사해 회사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도입했다.그러나 이 기구는 이름만 있을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94년부터 ‘처벌지양 보고제도(Penalty Free)’를 운영해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안전 저해요인을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사람을 포상함으로써 사고원인을 사전 색출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권위주의 일변도 처벌 인하대 박기찬(朴基贊)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의권위주의 풍토 탈피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청년중역회의(Middle-Up-Down System)’ 신설을 제안했다.기업문화 속성상 경영진이 실무자들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기가 어려운 만큼 부·과장급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강화,이들이현장의 소리를 경영진에 여과 없이 전달토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라는 얘기다. 건교부 관계자는 ‘일벌백계식’을 고집하는 대한항공의 권위주의적인 처벌문화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최고경영자는 사고발생시 당사자 처벌만을 능사로 하지 말고 사고와 관련된 진실을 숨김 없이 고백토록 해서 유사사고 방지에 힘을 써야한다는 설명이다. 폐쇄적인 조종석문화 대한항공 조종석 내의 위계질서는 유별나게 엄격해부기장이 기장에 절대복종하는 것이 오랜 전통처럼 돼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부기장의 가치와 개성이 철저히 무시되는 바람에 비상사태시 기장이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부기장이 조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상호 협조적인 조종석문화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괌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양해야 할 정치권 로비 대한항공의 정치권 로비설은 건교부 안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지난해 11월 국감때는 몇몇 의원들이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징계의 부당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비난을 받았다.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에서 어떤 의원은 “특정사를 거론하며 가혹한 제재를 해선 곤란하다.대한항공은 세계 10대 항공사로 규모가 큰 만큼 아시아나항공보다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사고가 날 때마다 정치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릇된 태도가 결과적으로 신뢰를 잃게 만든다”며 최고경영진의 사고방식 전환을 촉구했다.
  • 독자의 소리-용수관리 과학화로 물부족 대비를

    세계 도처에서 집중호우와 가뭄·혹한 등 이상기후로 인한 예측불허의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우리나라도 봄이나 농사철이 되면 항상 물이 부족하고제한급수를 하는 지역이 많아지고 있다. 국제 수자원 전문기관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현재는 물이 부족한 나라가 25개국이지만 2025년엔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댐 건설 등 물 공급정책과 효율적인 물관리 등 수요관리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정부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에 대한 중수도 의무화,상·하수도 개·보수에 의한 누수방지,물값 인상 등 절수정책을 세워야 한다.이와 함께 용수관리의 자동화·전산화 등한정된 자원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도 관심을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응춘[서울 영등포구 신길4동]
  • 이장호 감독 월드컵 영화 3편 제작

    2002년 월드컵을 기념한 영화시리즈 3부작이 제작된다.영화감독 겸 판 엔터프라이즈사의 대표인 이장호 감독은 19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부터 2002년까지 ‘히아신스’‘붉은 악마’‘허그(HUG)’등 월드컵소재 영화 3편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95년 ‘천재선언’이후 한동안 작품활동을 중단했던 이 감독이 야심차게 기획한 이 시리즈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련된 대형프로젝트.이 감독에 따르면 1부 ‘히아신스’는 한국전쟁 직후 첫 월드컵출전을 배경으로 전쟁속의 희망과 축구속의형제애를 보여주게 된다.내년 1월1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부 ‘붉은 악마’는 한일응원단을 소재로 양국의 자존심을 건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양국 젊은이의 투지와 우정을 그린 영화.한·일 공동제작을 구상하고 있다.3부 ‘허그’는 남북단일팀 구성이라는 민족의 희망을 반영한 작품으로 남·북한과 일본 3국이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국내 최초의축구영화,연속 기획영화로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쳤다”며 “국민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시바스리갈 18년産…영국여왕 방한계기로 국내 첫 선

    위스키에 ‘18년’이 뜬다. 스카치 위스키의 주령(酒齡)은 술의 맛과 품위 그리고 값을 결정짓는 가장중요한 요소.‘박대통령(朴正熙)술’로 널리 알려진 시바스 리갈이 18년산을 내놓아 한국인의 입맛을 유혹한다. 두산씨그램은 19일 ‘시바스 리갈 12년’을 능가하는 슈퍼 프리미엄급 위스키 ‘시바스 리갈 18년’을 국내시장에 선보였다.3년전 출시돼 전 세계 면세점에서는 한정판매하고 있지만 일반판매하기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씨그램측은 한국에 상륙한 지 18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작명(作名)’이라고 말했다.또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한국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18년산을 내놓았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실제 한국사람들에게 낯익은 ‘로얄 살루트 21년’은 엘리자베스 2세여왕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제조된 위스키.공식행사에서 21발의 축포를 발사한 데서 얻은 이름. 정설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발렌타인 17년산’을꺾기 위해 한 살 많은 18년산을 내놓았다는 설도 있다. 또 골프의 18홀,노래의 18번 등유달리 ‘18’을 좋아하는 정서를 감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소비자가는 12년산(700㎖)이 6만3,000원인데 반해 18년산(750㎖)은 13만원이다. 두산씨그램 이천공장 이종기(李鍾玘·45)공장장은 “위스키원액은 오크통속에서 1년에 2∼3%정도 증발,18년동안 묵힐 경우 40%정도 밖에 남지 않을 만큼 숙성의 극치를 이룬 술”이라고 평가했다.
  • ‘축제가 있는 토요일’ 즐거운 거리의 주말

    이번 주말에는 만발한 꽃내음 속에 아늑한 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거리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진다. 신명나는 사물놀이와 풍물굿,빠른 리듬의 락과 팝,감미로운 통기타 연주,아름다운 곡선의 부채춤,화관무 등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행사가 남녀노소의 발길을 유혹한다. 특히 실내공연으로만 보던 클래식이나 가곡,전통무용 등을 실외에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서강대 성신여대 홍익대 등 대학동아리의 풋풋한 공연도 곁들여진다. [최여경기자]
  • [기고] 臨政정신 계승 새천년을 준비하자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지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1910년 국권상실로 시작돼 동족상잔의 비극 6·25를 안고 국제통화기금 체제로 막을 내리게 된 20세기 우리 국민이 겪어야 했던 시련을 딛고 이제 21세기를향해 새 천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국민 모두가 화합과 단결로 나라사랑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 때,80년전 일제치하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서릿발같은 지조와 구국이념으로 항일투쟁하신 선열들의 불굴의 애국정신을 되새겨 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으셨던 선열들! 자신의 몸을 초개처럼 던지면서 살신성인하였던 투혼의 독립투쟁 정신을 계승하여 발전시키는 일이야말로 오늘 ‘제2의 건국’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근간이 되는 일이라생각한다. 뭐라해도 우리 민족이 가장 고난을 받았던 시기는 일제치하 36년간이 아닌가? 이 시기에 한민족의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던 것이다.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되어 나라를 빼앗긴 지 9년만에 민족의 대표기구로 수립되어 1945년 8월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기까지 27년이란 긴 세월동안을 꾸준히 독립운동 기구로서 일제에 맞서 투쟁하며 활발히 활동하였던 것이다. 때론 임시정부 요인들의 의지와는 달리 일제의 탄압과 방해로 인해 좌절과시련을 겪어야만 하였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어두운 장막을 헤쳐나갔던 것이다. 이렇듯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민족의 대표기구로 수립된 임시정부의 존재는독립운동사에서뿐만 아니라 민족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먼저,임시정부는 우리 역사상 전 민족의 독립의지를 반영한 최초의 정부였다는 점과,임시정부 수립으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가 최초로 전제군주제 국가에서 민주공화제 국가로 바뀐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또한,오늘날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로부터의 정통성과 법통성이 계승된 것이며 지금 우리는 임시정부에서 이어져 온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이렇듯 임시정부는 우리 민족사가 단절되지 않고 그 맥을 잇게 한 구심체였다하겠다. 이제 조국이 광복된지 54년이란 반세기가 지났다.우리나라가 비록 지금은국내외적으로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한 때는놀라울 만큼 성장을 이루어 세계 속에 한국의 이름을 빛낸 적도 있지 않은가? 우리 민족은 일제의 단말마적인 가혹한 압제 속에서도 민족 모두가 하나가되어 단합된 힘과 의지로 투쟁하여 시련을 극복한 저력을 갖고 있는 민족이다. 지난날 민족의 자존을 높이고 민주,번영,평화의 활기찬 새 세계를 열고자한 선열들의 높은 뜻을 되새기며,선열들의 희생정신과 애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국난극복의 계기로 삼는 것은 바로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 임무평 서울지방보훈청장
  • [21세기 내고장 역점사업](12)강원 강릉시/沈起燮시장

    강원도 강릉시가 21세기 해양과학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시는 한국해양연구소 동해기지 유치와 수산업의 관광화,기르는 수산자원 육성,수산기반시설 확충 등 수산정책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모두 48.3㎞에 이르는 해안선을 끼고 동해안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유리한입지여건도 해양수산도시로의 도약을 부추기고 있다.청정 동해바다가 황금의바다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수산연구의 메카 육성 동해바다의 각종 개발과 해양오염 등을 연구하게 될한국해양연구소 동해기지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지난 95년부터 유치가 추진돼온 동해기지 건립은 최근 안현동 순포개마을 일대 2만2,000여평의 부지 확보와 국고지원 문제만을 남겨놓고 막바지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해양연구소 동해기지가 들어서면 21세기 환동해권 해양 중심지역으로 역할을 수행할 연구기지 및 대단위 해양과학 교육단지가 조성된다.해양관측탑과 3,000t급이상 선박의 부두접안시설 등 각종 첨단 해양시설도 아울러 국비로 지원된다. 수산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해 주문진에 강원도립전문대학도 세웠다.내년부터는 수산관련 11개학과에서 매년 440여명씩의 전문인력이 배출돼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수산 생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천면과 대전동지역에 들어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원이 해양과학연구분야를 갖춰 2000년대 초쯤 들어서면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해양과학의메카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한국과학기술원 분원 설치는 예산확보의 어려움으로 늦어지고 있으나 일부 부지 매입을 이미 끝내놓은 상태다. 관광수산 육성 수산물관광시장의 설립과 활어횟집,숙박시설 정비,체험어촌관광마을 육성,해양박물관 건립,바다요트·수상스키 전용항구 개발 등 해수욕장과 지역의 수산업을 연계한 관광상품화에도 주력하고 나섰다. 이미 지난달 주문진에 대규모 유통시설을 갖춘 관광수산시장이 건립됐다.30억원을 들여 지하3층 지하1층 규모로 지어진 관광수산시장은 어항주변에 난립해 있는 각종 수산물 가공 판매장을 흡수,깨끗한 이미지속에서 관광객들에게 싼 값에 수산가공품을 판매하는 등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모래시계와 해돋이로 잘 알려진 강동면 정동진 어촌마을에 체험어촌관광마을을 조성한다. 전시관 수족관 영상관 등을 갖춘 200억원 규모의 해양박물관도 건립된다.올해부터 2003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추진되는 해양박물관에는 수족관·표본관 등 관람시설과 고기모형 어업모형도 시청각실 등 교육시설,수중전망대,아이맥스영화관,기념품 판매장 등 다양한 문화위락시설이 들어선다. 수산자원 조성 오징어·명태·청어 등 단순 어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사천리 등 14개 연안수역을 대상으로 기르는 양식어업을 활성화하고 있다.지난 97·98년 각각 건립된 연곡면 동덕리 국립종묘배양장과 강원수산양식시험장에서의 넙치·우럭·전복 등 고부가가치 어패류 종묘 배양이 올해부터 결실을 거두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97년부터 오는 2001년까지 중단기계획으로 인공어초 투하사업도 집중 시행되고 있다.산란과 서식에 적합한 각종 모형의 인공어초는 이기간동안 1만2,800㏊의 바다에 투하할 계획이다.지금까지 30%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연구기관을 통해 바다 수질환경을 수시로 조사하고 지역별로 패류·어류·해류 등 개발 가능한 품종의 특화개발도 집중 유도하고 있다. 전복·성게 등 고소득 수산품종의 양식을 위한 먹이자원으로 쓰기 위해,바위에 붙어사는 미역,다시마,구멍쇠미역 등 해조류 양식의 활성화도 꾀하고있다. 수산기반시설 확충과 유통구조 개선 어선의 자유로운 입·출항은 물론 선·하적의 편리를 위해 강문·심곡·도직항 등 어항을 확충할 계획이다.주문진항 등 특정항에 물량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항 기능이 약한 지역에 소규모 어항을 따로 개발한다는 중기발전 전략도 마련했다.장기적으로는 FRP조선소를 설치해 소형선박의 공급과 선박 수리능력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수산물 직판장·위판장·가공처리장을 설치해 유통구조 개선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강릉시 수산관계자는 “냉동가공시설도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 및 수급 조절에 커다란 역할을 하기때문에 대폭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沈起燮시장 인터뷰-“첨단과학-어업-레저 접합”“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바다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중요한 자산입니다” 沈起燮강릉시장은 미래 해양과학도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해양과학산업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어촌마을 대부분이 통합시 발족 이전에는 군지역이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개발에도 그만큼 어려움이 많지만 시운(市運)을 걸고 각종 어업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어업인구는 시 전체 인구의 5.7%인 7,000여명에 불과하지만 고부가가치의개발잠재력은 어느 산업 못지않게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沈시장은 우선 “어려운 처지의 어민들이 정착하고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과 미래를 내다보는 중·장기정책을 함께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당장 어자원이 고갈된 바다에는 기르는 어업을 추진해 어민들의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沈시장은 “지역 대학의 수자원연구소를 통한 인공종묘 생산,어병 치료 등의 기르는 어업 관련 기술과 자원조성,관리기술 등의 개발이 지금은 초기단계지만 점차 활성화시켜 어민들에게 무상 공급까지 할 방침”이라고말했다. 중·장기정책으로는 한국해양연구소 동해기지 유치에 진력하고 있다.강릉시가 해양과학도시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남 거제시와 인천시 옹진군 등 남·서해에 각각 1곳씩 설치된 해양연구소 기지가 동해안에 설치되면 황금의 바다로 알려진 동해의 각종 자원파악과 어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최적지는 강릉이라는 것이다. 沈시장은 “첨단과학이 접목된 관광·문화·어업·해양레저 등 다양한 문화의 도시로 발전시켜 국민 누구나가 한번쯤 살고 싶어하는 도시로 가꿔나가는 것이 강릉시의 목표인 만큼 당장은 해양과학도시 추진에 매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 l 曺漢宗- 정동진에 ‘체험관광어촌’ 조성 강릉시가 바다와 관광을 연계한 ‘체험어촌관광’을 야심있게 추진한다.내년부터 개발에 나서 2001년말쯤이면 문을 연다.잘사는 어촌을 개발해 강릉시 발전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체험어촌마을은 모래시계와 해돋이로 잘 알려진 강동면 정동진 어촌마을에조성된다.해돋이 관광지로 각광받는 여세를 몰아 아예 어촌 체험을 겸한 다양한 관광단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어촌체험은 정동진 앞바다 1마일 내외의 해상에서 인근 어민들과 함께 고기잡이 체험도 하고 양식장을 돌아보게 한다는 구상이다. 스킨 스쿠버들은 깨끗한 바다밑을 가르며 복합양식장에서 길러지는 우렁쉥이 가리비 홍합 미역 전복 등을 마음껏 채취하기도 한다. 해수욕장에서 괴방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산림욕장과 산책로로 이용된다. 해변에는 30t급 유람선 2척이 하루 7차례씩 뜬다.인근 금진항에서 심곡항∼정동진 해돋이 조망지역∼안인항 포구 등을 1시간씩 돈다.바다에서 기암괴석이 어울어진 육지를 바라보며 관광을 즐길 수 있다. 해상레포츠단지에서 출발한 요트와 카누 제트스키 수상스키 등이 유람선 사이를 질주한다. 부근에 있는 통일안보전시관과 북한군 잠수함,고려성터,등명락가사,산성우리,삼한성등 다채로운 볼거리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먹거리를 위한 횟집단지와 특산물 판매장도 정동진 진입로변에 들어서게 된다. 이같은 해양관광은 더이상 사이판이나 괌지역 등만의 얘기가 아니다. 바다 고기잡이 체험과 함께 강릉 정동진 앞바다에서도 꿈의 해양문화를 접할날도 멀지 않았다. 강릉 l 曺漢宗
  • 유고,코소보 알바니아계 추방 혈안

    코소보내 알바니아계에 대한 유고군의 ‘인종청소’가 본격화되면서 조직적인 강제추방작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신들은 1일 일제히 코보소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유고군의 노골적인 강제추방을 전하며 하루에도 수천명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국경너머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고등판문관(UNHCR)의 크리스 자놉프스키 대변인 역시 “지난 며칠동안 코소보에서는 16만명 이상이 고향에서 쫓겨나 이웃 알바니아와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으로 향하는 난민행렬에 합류했다”며 특히 이들의 행렬은 제2차 세계대전때 수십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던 참혹한 광경을 그대로 연상시키고 있다고 비유했다. 목격자들은 공습전 인구 20만명에 달하던 코소보의 주도 프리슈티나가 이제는 주민 한명도 남아있지 않은 텅빈 유령도시가 됐다고 전했다. 세르비아 민병대를 포함한 유고의 군경은 알바니아 주민들의 집과 차량 현금 등을 몰수한뒤 이들을 강제로 마케도니아행 기차에 태워,국경밖으로 내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실제 강제추방된 주민들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한결같이 마스크와 제복차림을 한 이들로부터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다’는 위협을 받았었다고 밝혀,강제추방이 계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증언했다. 한편 유고측의 노골적인 추방작전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이 구사하고 있는 일종의 ‘난민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나데시다 미하일로바 불가리아 외무장관은 “밀로셰비치가 대규모 코소보 난민추방으로 발칸지역 국가들에 불안을 유발한데서 나아가 궁극적으로 유럽전체의 안정을위협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금지문화 금지인생 이제야 말한다-통일문제연구소장’백기완’

    사자의 갈귀를 연상케 하는 삐죽 솟은 머리칼에 검은 두루마기.지난 87,92년 대통령선거에서 서릿발같은 유세로 강한 인상을 풍겼던 ‘민중운동가’백기완의 모습은 한결같다.마치 통일의 한 우물을 파온 그의 일관된 삶을 보는 것 같다. 수많은 집회장에서 때론 포효하며 때론 할머니같은 구수한 얘기로 ‘성난눈동자’의 용기를 북돋워 주던 그가 정작 우리 문화운동의 선구자였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농민·빈민운동 등 재야운동을 통해 ‘외국어 내몰기’ ‘우리 춤사위 연구’ ‘전래 민담 발굴’등에 앞장섰고 시집 3권을 비롯 다양한 저술활동을 펴왔다. 그가 펴낸 책중 지난 79년 나온 수상록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시인사)는 희한한 기록을 갖고 있다.출판사의 인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발간 24시간만에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던 것이다.물론 저자도 끌려갔다. “지레 겁을 먹은 인쇄소에서 신고를 한 겁니다.중앙정보부에서 ‘왜 이런책을 냈냐’고 묻길래 ‘평소 내 생각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대답했죠. 신문에 신간안내나 서평은 커녕 광고조차 못내고 중앙정보부에서 전량을 회수했습니다”. ‘자옥휘’(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 줄여서 부르던 책이름)에 어떤 내용이 담겼길래 이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이 책은 72년∼79년 ‘씨알의 소리’에 연재한 것을 묶은 것으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다.글마다 나오는 “담아…”는 백씨의 딸인 원담·록담·현담을 일컫는 말이다.딸에게 ‘참된 여인상’을 들려주면서 사회의 모순을 깨뜨리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담아,내 딸 삼형제부터 나서거라! 시애비의 재산이나 늘려줄 맏며느리의 우상부터 때려부숴라.일하는 일꾼의 알통의 미학이 아니라 돈의 조화물인 고른 영양상태의 퇴폐적 아름다움 따위엔 관상볼 것 없이 먹칠을 해 버려라!…” 부잣집 맏며느리에 집약된 허위의식과 가진 자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꼬집는 대목이다.비슷한 시대에 나온 ‘전환시대의 논리’(이영희,창작과 비평사)나 ‘우상과 이성’(〃)이 논리와 이성으로 무장했다면 ‘자옥휘’는 쉽고명료한 문장과 살갗에 다가오는 내용으로 감동을 주었다.주입식 교육에 길러져온 대학 ‘새내기’(백기완소장이 만든 말)들이 껍데기를 벗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건전한 세계관,노동자·농민에 대한 사랑,분단을 넘어선 자주통일의 문제 등이 담겨져 있다.그리고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발에서 뿜어내는 소리였기에 더욱 호소력이 컸다. 책이 아니더라도 ‘반골 기질’로 일관된 백기완소장의 삶 자체는 가진 자의 눈에는 가시였다.갖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민중·통일운동의 전선을 누볐다.수많은 시위현장을 뛰어다니며 선동성 강한 연설로 젊은이들의 혈기를지피던 걸음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문’이 덮쳤다. 12.12 쿠데타의 주역 전두환 군부에 끌려간 80년,참혹한 고문을 받았다.82kg이나 나가던 몸무게가 43kg으로 준 것도 이 무렵.고문 후유증으로 똥오줌을 싸며 물 한모금 마셔도 토해내던 때 ‘감옥 천장을 보며 입으로 쓴’ 시를모아 낸 시집이 ‘젊은 날’(80년 비매품으로 냈다가 90년 도서출판 민족통일에서 간행)이다. “모이면/논의하고 뽑아대고/바람처럼번개처럼/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좋았다…그렇다/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기완아/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군사독재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나는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구르는 마루바닥에/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표제시 ‘젊은 날’ 일부) 고문에 몸은 허물어졌지만 기개는 꿋꿋했다.망가진 몸을 추스르고 달구질하며 15촉 전등만이 희미하게 빛나는 외로운 독방에서 창너머 별을 보며 남몰래 외워둔 시들이다. “강원도 덕소에서 요양하고 있는데 찾아온 전채린교수(충북대 불문학)가사비를 털어 병수발하는데 보태라고 주면서 ‘옥중에서 쓴 시들을 시집으로모아 아는 사람들만 돌려보게 출판하자’고 해서 비매품으로 낸 시집이 ‘젊은 날’입니다.나중에 시집을 강매(?)한 돈을 또 주더군요”.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 노랫말도 이 시집에 들어있었다. 이후 민주·노동운동가들도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등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대학가의 베스트셀러’이자 ‘서점의 금서’였던 ‘자옥휘’도 92년 한울사에서 증보판으로 당당히 얼굴을 내밀었다.그리고 ‘자옥휘’의 진솔한 목소리는 문화·노동운동판을 거친 딸 원담씨가 95년 ‘색동저고리 입고 꼬까신 신고’(한울)라는 책으로 자신의 딸에게 대물림하였다. 하지만 백기완소장의 ‘외딴 생활’은 여전하다.비록 “살인적 고문보다는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이 더 무섭다”고 쓸쓸한 심정을 밝혔지만 그의 초심(初心)은 변하지 않았다. '백기완' 그의 길●33년 황해도 은율 출생●46년 월남●53년 자진녹화대운동을 시작으로 농민·빈민·통일·민중운동 전념●71년 백범사상연구소 건립.‘항일민족론’(사상계)●84년 통일문제연구소 건립●86년 첫 시집 ‘이제 때는 왔다’(풀빛)●87년 민중후보로 대통령선거 출마.‘통일이냐 반통일이냐’(형성사)●89년 시집 ‘백두산 천지’(민족통일)●90년 ‘우리 겨레 위대한 이야기’(민족통일).시집 ‘젊은 날’(민족통일)●91년 ‘이심이 이야기’(민족통일)●92년 대선 출마.‘나도 한때 사랑해본 놈 아니요’(아침)●94년 ‘장산곶매 이야기’(우등불)李鍾壽
  • 서방언론·심리학자들 분석…밀로셰비치는 ‘다중 인격자’

    잔학한 ‘인종청소’작업을 수년째 계속하고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57).무엇이 그를 인류문명사를 후퇴시킨 ‘살육자’로 만들었을까. 보스니아 전쟁의 피가 채마르기 전에 재연된 ‘인종 청소’로 충격받은 서방언론과 심리학자,역사학자들은 밀로셰비치의 성장과정과 심리상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다중인격’‘자아도취’‘정신분열증’.참혹한 가족사가 그를 권력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냉혈한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슬로보단이라는 이름의 뜻은 ‘자유’.그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5살때 밀로셰비치와 부인을 버리고 가출했다가 밀로셰비치가 21살되던 해 총으로 자살했다.또 밀로셰비치가 아버지 대신 따르던 삼촌(군인)도 역시 총으로 자살했다.음울한 성격의 공산주의자인 어머니와 살던 밀로셰비치는 10년 뒤 그어머니마저 거실 전등에 목을 매 자살하는 참극을 겪어야했다. 극도의 정신적 충격과 혼란속에 성장기를 보낸 밀로셰비치는 자연스레 비사교적이고 차가운 성격으로 변했고 권력과 타인에 대한 지배욕망은 본능처럼밀로셰비치를 지배했다. 밀로셰비치는 항상 흰색셔츠와 검은색 양복 차림을 고집하는 일종의 ‘결벽증’도 갖고 있다.스포츠와 외출을 극도로 기피한다.고교시절 만난 마르크스 이론교수인 부인 미랴나 마르코를 빼면 개인적인 친구는 아무도 없다.‘침실 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밀로셰비치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는 부인 미랴나의 어머니도 2차대전중 목숨을 잃은 공산주의자였다. 밀로셰비치의 비인간적인 면모는 이제까지 한번도 세르비아 병사들의 막사나 병원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부상한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로 던지지 않았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권력이 그의 손에서 떠나려 하는 순간,그는 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할 것이다”세르비아의 한 전직관리는 밀로셰비치 독재의 막이 내리는 순간을 이렇게 내다봤다. 金秀貞
  • 선정·폭력 게임CD롬 번진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불법 외제 CD롬이 10대 청소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밀반입돼 대량 복제된 이들 CD롬은 PC게임방이나 가정에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고 들고 있다.대부분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제품들이다. 복제업자들은 은밀한 장소에서 대량 복사한 뒤 점조직망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PC통신에 게재된 판매자의 호출번호를 호출하면 판매자는 전화로 CD롬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다.용산이나 청계천 주변의 노점상 등에서도 은밀하게 거래된다.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가 ‘연소자 불가’ 판정을 내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PC방에 가면 10대 청소년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지난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이 CD롬은 60만개 이상이 불법 복제돼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동서게임유통 全承顯대리(26)는 “시중에 유통되는 CD롬의 60∼70%가 불법 복제품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체가 잘리는 잔혹한 장면이 많은 ‘폴아웃 2’라는 게임과 여학생을 꾀어 성적인 접촉을 하는 내용의 ‘동급생 1’이라는 게임도 청소년 사이에 번지고 있다.‘던전키퍼’라는 게임은 악마가 인간을 잔인하게 죽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최근 불법 CD롬 유통과 대여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 스타크래프트게임을 청소년에게 대여한 혐의로 서울 신사동 N인터넷 게임방 업주 崔모씨(30) 등 PC게임방 업주 40여명을 입건했다.
  • [외언내언] 文藝峰

    한 시대를 풍미한 시인 묵객 등 예술가나 성공한 사람의 일생을 살펴보면그들이 걸어온 인생의 뒤안길은 영욕과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슬픔이있는가 하면 성취의 기쁨이 만발하고 절망이 있는가 하면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오기가 도사린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계의 경우는 예민한 감수성으로인해 시대적 아픔과 사상적 배경을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예가 흔하다. 엊그제 타계한 북한배우 文藝峰의 경우는 북한 배우 이전에 1930년대와 40년대 우리 영화 초창기를 풍미한 최고의 배우였다. 지난 32년 이규환감독에게 발탁되어 ‘임자없는 나룻배’에서 나운규와 공연했고 고전적인 용모와청초미로 인해 당장 3,000만의 연인으로 부상됐는가 하면 최초의 발성영화인 ‘춘향전’의 타이틀롤로 인기절정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몇푼의 돈을 위해 화면에 눈물과 웃음을 팔며’ 식민지 배우로서의 설움과 고통이해방 후에도 가시지 않아 민족문화예술이 난만(爛漫)하는 이북이야말로 희망의 등대라는 판단아래 월북을 단행했다고 한 수기에서 밝히고 있다.월북의감격에 대해서도 ‘엄혹한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계절이 시작되던 그 3월의 봄은 예술가로서의 저의 인생에서 과거와 영원히 결별하고 새출발한 인생전환의 뜻깊은 봄이었다’고 했다. 월북 다음해인 49년부터 십수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지난 65년,영화전문지 조선영화 4월호에 ‘아리랑’의 감독 나운규를 ‘청사에 길이 빛날 천재’로 찬양한 것이 빌미가 되어 협동농장으로 추방되는 등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80년대 이후 복권되었고 86년에는 북한 예술영화촬영소가제작한 ‘봄날의 눈속에’가 성과작으로 평가를 받긴 했지만 그의 영화의 삶은 월북 15년만에 막을 내린 셈이다. 배우는 정치적 사상이나 이념 등 자신이 맡은 역할 외엔 언제나 예술에 뜻을 두고 예술밖에 모르는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다. 그래서 괴테는 ‘예술가는 그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가 엄혹한 북한체제에서 나운규를예찬한 것은 바로 예술가의 순수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50여년전 봄에 과거와 결별하고 월북으로 인생을 전환한 것처럼 금강산 관광등 남북교류의 변화가 빈번해진 봄날에 그가 파란많은 생애를 마감했다니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나 이념과는 상관없이 그의 공적이 북한에서 ‘인민배우’로 호칭된 것처럼 우리 영화사에서도 무성영화시절과 최초의 발성영화 출연배우로서의 활약상 등으로 그 이름이 기억될 것이다. 이세기/논설위원
  • [외언내언] 왕따소송

    ‘왕따’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병든 사회의 단면이다.남을 모욕하고따돌릴 권리란 누구에게도 있을 수 없다.푸른 꿈에 젖어 장래를 설계할 나이에 남이나 괴롭히는 비겁한 일에 몰두한다면 그가 자라서 무엇이 될 것인지는 뻔한 노릇이다.인격형성이 잘못되어 가는 기색이 보이면 어른들이 올바로 잡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같은반 친구를 따돌리고 죽음으로 몰아가거나 정신병에 시달리게 한다면 그보다 더 잔혹한 노릇은 다시 없을 것이다.그만한 나이에 있을 수 있는 문제로 방치하다보니 왕따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왕따를 방치하면 남을 따돌리는 풍조가 만연되어 서로 불신하고외면하고 개개인이 따로 노는 불건전한 사회로 퇴락하기 십상이다.상대방을존중하고 남과 나는 성격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한다. ‘집단 따돌림’ 또는 ‘왕따’를 가한 가해학생들에 대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하지 않은 검찰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결정이 나왔다.헌재의 결정은 심각한 왕따현상에 대해 국가가 ‘적극적으로제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이번 학생의 경우는 1년 4개월 동안 고의적으로 폭행 협박 등 수모를 당하는 바람에 휴학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느라 고교진학까지 포기했다는 것이다.일생을 망칠 수도 있는결과다.그런데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굳건하게 일어서야 한다는 충고는 한낱입에 발린 형식에 불과하다.자신이 닥치면 억울하고 분하고 부당하면서 남의 문제에서는 냉정하게 외면하는 현대인의 이기심이 사회를 한층 살벌하게 만든다.살인만이 중죄가 아니다.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면 그역시 범죄가 분명하다.비뚤어지게 성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잔혹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물론 선도하고 설득하는것이 먼저다.그러나 상습적으로 남을 괴롭히는 데 재미와 쾌감을 느낀다면그것은 비정상임에 틀림없다.피해를 입은 학생에게 정신적 인격적으로 회복의 기회를 주고 사회가 부당함을 방치하지 않고 정의감으로 다스린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은 중요하다. 학교는 청소년기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장소이다.더구나 청소년기의 친구란장래 사회에 나가서 서로가 기댈 언덕이 되는 혈육이나 다름없는 관계다.친구를 겨냥한 ‘왕따’ 용어 자체를 교실에서 추방해야 한다.남의 일이 아닌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이를 뿌리뽑는 데 힘을 모아야겠다. 이세기 논설위원
  • 슈뢰더 독일총리의 ‘아직 시간은 있다’

    - 각계에 보낸 편지통해…‘아직도 시간은 있다’는 현실적 이상주의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가 총선 직전 사회학자 울리히 벡,페레스 전 이스라엘총리,작가 귄터 그라스,바이체커 전 독일대통령,빈스방어 생태경제학 교수 등 각계 인사 26명에게보낸 공개서한 형식의 책이다. 그는 편지를 통해 노동·경제·외교·인권·유럽통합·교육·문화·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참여민주주의형 사회이지,비사회적이고 비연대적인 엄혹한 팔꿈치 사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이 책을 번역한 김누리 중앙대교수는 팔꿈치 사회는 다른 사람을 팔꿈치로밀어내야만 자신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치열한 사회로 미국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이 책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체제로서 ‘독일모델’을 다각도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무한경쟁과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미국형 자본주의를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한다”고 말한다.생각의 나무 8,800원
  • [대한광장]’개강 공포파’의 변명

    ‘개공파(開恐派)’란 개강을 공포스러워하는 학파(?)의 줄임말이다.대학가에서는 의외로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모임이다. 3월 봄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거의 예외없이 개강 공포증이 고개를 들기시작하는데,내 경우는 조금 유별난데가 있다.강의실에 강의노트를 안 가지고 들어가서 허둥대는 꿈,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는 꿈은 기본이고,언젠가는 강의실에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모두 돌아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공포스러워하다 깬 적도 있다. 학생들에게 꿈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동정은 커녕 “선생님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셔서 꿈도 SF 스타일로 꾼다”며 오히려 놀리는 것이 아닌가. 개강이 공포스러운 이유가 무얼까,곰곰 생각해보았다.아무래도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으련만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게으름이 가장 큰 탓이요,새일을 시작할 때마다 적당한 조바심과 불안감에 시달림은 사람이 모자란 탓,새로운 얼굴을 만날 때마다 낯가림과 어색함을 겪음은 사람이 어린 탓일 게다. 그래도 모든 것을 내탓으로만 돌리려니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어 변명의 여지를 찾아보련다.요즘은 98학번도 99학번으로부터 세대차를 느낀다는데 386세대에도 못 끼는 ‘전설의 학번’인 나로서야 세대차를 논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긴 하지만 말이다. 학생들은 영상언어의 재미와 감각을 몸으로 느끼며 즐기는데 나는 여전히책의 재미를 모르고서는 지성인이라 할수 없다고 우긴다.학생들은 만화가 주는 무한대의 상상력에 열광하면서 만화의 예술성을 주장하고 있는데,나는 여전히 만화는 불량학생들의 전유물일 거라 믿고 싶어한다. 학생들은 자신들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고,밸런타인 축제도 모자라 화이트 데이,블랙 데이,로즈 데이,실버 데이…등 끊임없이 축제를 만들어가며 젊음을 발산하고 있는데,나는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상품화하는 자본의 논리를 간파하여 물질의 노예가 돼서는 안된다는 진부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가하면 취업에 목매달고 있는 학생들의 초조한 눈빛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대학이 이미 취업준비실로 전락한 지 오래인 현실에서 순수학문의 위기를 우려하는 대학교수들의 모습이 너무 낭만적으로 비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학생들 이야기인즉,요즘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니 과제를 조금만 내달란다.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기에 시간이 없을까 내심 대견해했었는데,알고 보니 취직시험 준비가 ‘진짜 공부’고 학교 강의는 그저 졸업장 따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구색 갖추기라는 걸 알고는 정말 기분이 씁쓸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신문과 방송매체에서는 대학도 구조조정의 무풍지대가아님을 공언하고 있다.이제는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학생 고객을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다.구구절절 옳은 소리다.그 와중에 교수들이야말로 지금까지 가장 편안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소리가 들리니,학생들 눈에 비치는 이 시대 교수의모습이 얼마나 한심할 것인지,생각만해도 식은땀이 난다. 강의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정작 학생들이 향유하는문화의 한 자락도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대학강의가 그들의 삶에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어찌 개강이 공포스럽지 않을수 있으리요. 한데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세대차를 느끼며 당혹해하는 것은 항상 기성세대의 몫일 뿐,정작 학생들은 세대차조차 느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래저래 ‘개공파’ 회원수가 늘어만 갈 것 같다. 성인희 이화여대교수·사회학
  • [대한광장]景氣의 바닥에 서서

    경기나 환율 같은 것이 하락할 때 영어권에서는 ‘남쪽으로 향한다(head south)’는 표현을 쓴다.실제로 우리나라쯤에서 지구의(地球儀)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결국에는 남극이라는 바닥에 이르게 된다.재미있는사실은 남극의 극점에서는 어느쪽으로 움직이든,즉 앞 뒤 오른쪽 왼쪽 할 것 없이 어느쪽으로 발을 내딛든지 그것은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된다는 것이다. 다만 다같은 북쪽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가느냐 아니면 뒤쪽으로 가느냐에따라 그 중간결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다.가령 앞으로 계속 올라가면 한국쪽으로 갈 수 있다고 할 때 반대편으로 올라간다면 중남미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경기도 마찬가지다.일단 바닥에 주저앉은 경기는 어느쪽에서 끌든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록된다는 것이다.민간소비,설비투자,건설,정부지출,수출 중 어느 하나라도 급격하게 증가한다면 경기는 회복 기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그뿐 아니라 물건이 팔리건 말건 생산만 더 많이 하게 되면 역시 지표상으로 경기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게된다.안 팔리고 남은 물건들은 재고 증가라는 이름하에 기업이 그만큼 ‘투자’를 늘린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느 요인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도착하게 될 중간역은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국내 경기가 지난해 10월쯤 이미 바닥을 지났으며 12월부터는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고 발표한 바 있다.통계청 보고에 따르면 생산은 지난 1월 중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나 늘어나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출하도 12.8% 증가함으로써 두달째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경기대책의 재점검이 필요하지 않을까.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정책 당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올 예산을 상반기 중에 집중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경기의 바닥이 올 상반기쯤일 것이라는 예상하에 세워진 전략이었던 것이다.경기 저점이 언제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바닥을 예측하지 못한 당국을 탓할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나온 지표들을 제대로 해석해 새로운 대응방안을 준비해 알려야 할 시점에 온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어느 요인들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 가야할 것이다.환란을 겪은 우리로서 가장 바람직한 경기회복 수순은 수출 회복부터 시작하는 것이다.수출 확대로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나면서 가계소득이 증대해 이것이 소비증가를 불러오고 다시 투자로 연결되는 순환이 그것이다. 물론 소비나 건설 또는 정부지출쪽에서 주도해 경기회복이 시작된다고 해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실업률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이다.그러나 1월 중 소비재 수입과 해외여행객의 대폭 증가,2월 중수출의 대폭 감소,일부 아파트 청약에서 나타난 과열투기 등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금융·재정·세제·부동산·외환 등과 관련해 정부정책의 어딘가에 허점이 없는지 꼼꼼히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아울러 각 부문의 구조조정과 노사 및 실업문제에 관한 정부 입장도 더 확실하게 표명돼야 한다. 남극이나 경기의 바닥은 혹한이 몰아치는 곳이어서 누구나 한시라도 빨리탈출하고 싶어할 것이다.그러나 제대로 준비를 갖추고 방향을 잡아 빠져나와야지 그렇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다시 그 곳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노성태 한화경제연구원장
  • 소비자우롱 기업 잇단 철퇴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거짓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한 악덕기업들이 잇따라 철퇴를 맞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엔진오일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세진상사(대표 趙鐘勳)에 대해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법위반사실을 중앙일간지에 게재하라고 강제명령했다. 세진상사는 지난 97∼98년에 걸쳐 ‘SP-2000’이라는 엔진오일을 신문·전단 등에 광고하면서 객관적인 실험결과나 근거자료도 없이 ‘무교환,17만㎞주행’이라는 표현을 게재,마치 SP-2000을 한번만 주입하면 17만㎞를 달릴수 있는 것 처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세진상사는 또 지난해 9월 사은행사를 하면서 신문 등에 ‘고객 선착순 300명에게 가정용 정수기를 무료로 드립니다’라고 광고해놓고 실제로는 6만9,000원을 지불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정수기를 제공했다.이에앞서 공정위는 12일 일간신문에 기만적인 방법으로 광고를 한 모토로라 반도체통신(대표 조지 윌리엄 터너)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중앙일간지에 법위반사실을 게재하라고 강제명령했다.특히 모토로라는 지난해 5월에도 광고에 휴대폰을 무료로바꿔주는 것 처럼 표현해놓고 실제로는 돈을 받고 판매,부당광고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은 적이 있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국내 양대 소주제조업체인 두산과 진로가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광고를 게재한 사실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두산이 신문광고에 진로소주를 떠올리게 하는 청색 소주병을 세워놓고 ‘흘러간 노래’라고 표현한 것과,진로가 ‘왜 그런소주를 마셨는지 모르겠다’는 표현을 사용해 두산의 그린소주를 연상시킨 것이 상대방 제품에피해를 주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할 방침이다.金相淵 car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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