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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대법관등 650명 “李 지지”

    박우동(朴禹東) 전 대법관과 홍성우(洪性宇)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이세중(李世中)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변호사와 법무사 650여명은 11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박 전 대법관 등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에뽑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치문화를 개혁하고 세대간·계층간·지역간통합을 이루며 냉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라며“이회창 후보가 그러한 소명을 수행할 가장 적절한 후보”라고 말했다. 오석영기자 palbati@
  • 퇴근길 시민 혹한속 대혼란/크레인 선로 덮쳐...지하철 2호선 5시간 불통

    공사장 크레인이 인근 지하철 선로를 덮쳐 지하철 운행이 5시간 가까이 중단되는 바람에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1일 오후 5시쯤 서울 구로동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대림역 방향 지상 선로 300m 지점에 인근 아파트 공사장에서 시운전 중이던 30여m 길이의 35t 크레인이 전복,선로 위로 쓰러졌다.이 때문에 선로 위 전동차 전력공급선이 절단돼 신도림역∼대림역 구간을 포함,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홍대입구역 구간과 신도림역∼까치산역 구간 양방향 전철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퇴근길 시민들이 버스·택시로 바꿔 타기 위해 지상으로 쏟아져나오면서 일대 도로에서 심각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또한 전철역마다 일부승객들이 요금 환불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는 소동도 빚었다.일부 승객들은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경찰·역무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심한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국철 1호선을 이용,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일부 승객들은 열차 내에서 사전에 안내방송을 해주지 않아 불편을 겪게 됐다며불만을 토로했다.시내에서 방배동 집으로 가던 회사원 김모(41)씨는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역까지 가는 동안 2호선 운행 중단에 대한 안내방송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미리 알려줬더라면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탔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지하구간에 멈춰선 전동차에서는 6000여명의 승객이 20∼30분 동안 갇혀 있었고,일부 승객들은 걸어서 지하통로를 빠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잠실역을 거쳐 홍대입구역을 왕복하는 반대편 순환구간은 지하철 회차를 통해 정상 운행됐다. 지하철공사는 사고 직후 긴급 복구작업을 벌여 이날 밤 9시55분부터 운행을 재개했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크레인 운전기사 김모(34)씨는 “이전까지 25t 크레인을 몰다 얼마 전 처음으로 30t 크레인을 몰게 돼 시험삼아 운전을 하던 도중 크레인이 오른쪽 옆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크레인을 고정시키는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운전을 하다 크레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한편 지하철공사측은 지하철 운행이 5시간이나 중단돼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사과하고,사고를 유발한 크레인 업체에 대해 피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법정관리·화의 신청 즉시 퇴출/내년부터 상장.코스닥 종목 폐지기준 강화

    내년부터 상장기업도 최종부도가 나면 코스닥기업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 곧바로 퇴출된다.부도가 나기 이전에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해도 시장에서 즉각 퇴출된다.상장·등록기업 모두 마찬가지다. 또 주가나 시가총액이 일정 기준에 못미치면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이 폐지된다.지금은 코스닥기업에 한해 ‘최저주가 제한’만 적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증권시장 퇴출기준 강화방안’을 마련,내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40개 안팎의 기업들이 강화된 퇴출 기준에 걸려 자구노력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무더기 퇴출되거나 관리종목으로 ‘강등’되는 사태를 빚을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 이두형(李斗珩) 감독정책2국장은 “시장에 미칠 충격을 감안해 사안별로 짧게는 반년,길게는 1∼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면서 “부실기업을 빨리 솎아냄으로써 시장 전체의 신뢰도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금감위는 침체에 빠진 코스닥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년상반기까지 시장진입 기준 개선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퇴출기준 어떻게 강화되나. 주가와 시가총액 ‘데드라인’(최저 기준선)을 도입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중이다.우리나라는 코스닥 등록기업에 한해 최저주가 제한만 적용하고 있으나 내년 7월부터 상장기업까지 전면 확대했다.최저 시가총액 기준도 함께 도입했다.주가가 한달 이상 액면가의 20∼30%를 밑돌거나 시가총액이 10억∼25억원에 못미치면 관리종목으로 강등되고,이 상태가 더 지속되면 퇴출된다.예컨대 액면가는 5000원인데 시가는 500원 밖에 안되는 ‘깡통 주식’들을 그때 그때 솎아내겠다는 얘기다.다만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거나,9·11테러 등과 같이 시장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때에는 최저주가 및 최저 시가총액 모두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기업이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해도 즉시 퇴출된다.지금까지는 일단 관리종목으로 편입시킨 뒤 1∼2년마다 심사를 통해 퇴출시켰지만 ‘신청=퇴출’로바뀐다.기업에게는 가혹한 조치이지만 개별기업 정보에뒤처질 수 밖에 없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어장치다.현재 법정관리나 화의가 진행중인 55개 기업은 2004년말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다.2년 뒤에도 법정관리 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퇴출된다.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거나 회계법인의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이 ‘부적정’으로 나와도 퇴출기준을 적용받는다.지금은 별다른 제한이 없다. ◆무더기 퇴출사태 오나. 강화된 퇴출기준을 지난 11월말 현재 시점을 적용할 경우,거래소시장에서는 34개 기업이,코스닥시장에서는 7개 기업이 퇴출된다.관리종목으로 강등되는 기업만도 각각 30여개다.이두형 국장은 “제도 시행일까지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해당기업들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퇴출 기준 범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증시 전문가들은 새 퇴출기준이 전면 시행되는내년 하반기에는 퇴출 도미노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리종목으로의 무더기 강등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안미현기자 hyun@
  • 당신 가족을 누군가 훔쳐본다면 ‘스토커’

    “가족사진에는 웃음만이 있다.잊고 싶은 걸 찍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사진 뒤에 숨은 실제 가족의 모습은 어떨까.‘스토커’(One Hour Photo·6일개봉)는 겉모습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곪아터진 현대사회와 가족을 스릴러 형식으로 포장한 영화다. 대형 할인마트점의 사진현상소에서 일하는 사이(로빈 윌리엄스)는 완벽하게 사진을 뽑는 걸 업으로 하는 성실한 직업인.하지만 가족 하나 없는 그에게사진 속 삶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특히 10여년간 훔쳐본 니나(코니 윌슨)의 가족사진은 각별하다.그 가족의 삼촌이라는 망상을 품게 될 정도다.그러나 니나의 남편 윌(마이클 바탄)이 바람 피우는 걸 목격하면서 믿음은 무너진다.사이는 이제 스토커로 돌변해 윌을 위협하게 되는데…. 영화는 닮은꼴인 두 축으로 구성된다.우선 주인공 사이.그는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선사하지만,내면은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이다.미로 같은 진열대 안에서 피를 쏟는 꿈은,친절로 포장된 대형 할인마트가 실은 냉혹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곳임을상징한다.다음은 니나의 가족.사진에서는 웃고 있지만,서로 소통하지 못한 채 다른 길을 간다. 영화는 겉모습과 다른 인간의 내면을 차갑고도 섬뜩하게 잡아내고 있다.사람 하나 다치지 않고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특히 ‘인썸니아’에서부터 악역으로 변신한 로빈 윌리엄스의 사이코 연기는 압권이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가졌으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윌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는 교훈적인 결말은 싱겁다.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로마넥 감독의데뷔작. 김소연기자
  • 책/ 할아버지,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DMZ’

    “(비무장지대)DMZ로 가는 기차나 버스는 없다.DMZ는 어디일까.어떤 이는 서울 북쪽에 있다고 했다.어떤 이는 그곳이 높은 산이라고 했다.넓은 들판이라고 했다….그곳은 막연히 남한의 북쪽 끝에 있었다.” 가깝고도 먼 땅,멀고도 가까운 땅 DMZ가 한권의 책 속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강원일보 논설위원인 함광복씨가 DMZ 연구에 매달려온 20여년의 소사(小史)를 담은 책이다. 오매불망 북의 고향을 그려온 실향민이라면 울컥 울음부터 치솟고 말 제목,‘할아버지,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이스트워드 펴냄). 지은이가 “스크래치 기법으로 그린 듯한 커다랗고 멋진 그림”에 비유한 책 갈피속 DMZ는 우선 서럽도록 목가적이다.그가 언젠가 만난 실향민 할아버지의 기억을 빌리자면,그곳은 지난날 금강산행 전기열차가 무성영화의 한 장면처럼 들녘을 지나곤 했었다.왼쪽으로 신계천.패천,오른쪽으로 명파천.북천을 거느린 남강이 있었다.믿을 수도,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이야기도 있다.장수하늘소와 연어가 지천으로 널렸고,오래되고 아름다운 성 ‘고미성’(古美城)이야기는 DMZ의 서슬 속에 전설로 갇혔다. 20여년을 부지런히 다리품 팔아가며 챙긴 기록 속의 DMZ는 종국엔 늘 엄연하고 냉혹한 현실이 되어 마침표가 찍힌다.“낙엽이 떨어지는 바스락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며,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흙탕물이 흘러온다면 가까운 상류에서 토목공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속수무책으로 잊혀지는 자잘한 이야깃감이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도 한다.강원도 양구가 고향이었던 화가 박수근의 일화.1950년 금성교회 신자였다가 공산당에 쫓겨 남행길에 오른 박수근이 김화 남대천 DMZ에 그림단지를 묻은 후일담은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다. 앞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책은 모두 6개 장으로 짜여졌다.때로는 다큐멘터리같고,또 때로는 애상짙은 기행문이다.그러나 행간행간에는 생생한 ‘현장 육성’의 울림이 가시지 않는다.젊음의 한 허리를 비무장지대 언저리에 미련없이 묻은 지은이의 열정 덕분일까. 1979년 강원도 양구군 해안분지에서 일어난 민통선 토지분쟁 사건을 계기로 함씨는 DMZ와 민통선 문제를 화두로 붙들고 살았다.1988년 한국민속사대관에 방대한 분량의 ‘민간인 통제구역’항목을 기술하는 중책을 맡은 것도 그 열매였다.주변 자연생태계에도 관심이 많아 DMZ 관련 학술 심포지엄에 단골로 참석해온 건 물론이다.한국 DMZ 생물종다양성보전협회 등을 앞장서 만든 것도 그다. 에필로그에 이르면 마음약한 독자는 참았던 눈물이 솟구칠지도 모른다.“고미성도,연어도,장수하늘소 이야기도 다 허풍이었다.”며 지은이는 그 모두를 DMZ의 전설로 돌리고 만다.세상사람들이 그곳을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고민없이 이름붙이는 것도 영 마뜩찮다.어렵고 조심스럽게 DMZ를 연구해온 그의 관점에는 “벌판 가득 지뢰가 민들레 꽃씨처럼 뿌려진,전쟁생태계의 전시장”이기 때문이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
  • [데스크 시각] 지방분권 강화 이번엔 될까

    지방분권 강화를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로 전국이 시끌시끌하다.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당 후보들을 압박하기 위해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시·군·구의원들이 연일 모여 구체적인 지방자치 활성화 조치를 요구한다. 민간기구로 지방분권국민운동본부도 최근 발족,중앙정부로 집중된 권한과 서울로 몰린 자원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라고 한다.이의근 경북지사측이 얼마전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선출을 앞두고 ‘회장은 서울시장만 하란 법이있느냐.’며 한때 반기를 든 일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서울에 대한 지방의 뿌리깊은 소외감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지방의회가 구성된 지 1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중앙정부가 충분한 권한과 재정을 지방정부에 넘겨주지 않는 탓이다. 지방이양 대상으로 확정된 국가사무 689건 중 23%인 165건만이 이양 완료됐다.124건은 6월 말까지 법령을 개정하기로 해당 부처가 약속했으나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올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 비율은 67대 33이다.국세와 지방세는 올해 80.6대 19.4다.단체장 민선이 시작된 95년의 78.8대 21.2에 비해 지방세 비중이 오히려 감소했다.선진국은 6대 4정도란다.재정자립도 전국평균은 올해 54.6%이고,지방세 수입만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59%인 146개에 이른다.지방교부세나 국고보조금 등에 의존하며 허덕이는 형편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 때문에 지방분권특별법 제정과 함께 내국세의 15%인 지방교부세율을 20% 이상으로 올리고 지방소비세 도입 등 지방세목 확대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다.행정수도나 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대선 공약도 나오지만 지방의 기초체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공허한 얘기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특히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 공천 유지 여부는 지방자치의 목적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한 정당정치의 구현과,정치색을 탈피한 순수 생활자치 주력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하느냐 하는 상징적 문제다. 기초단체장들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정당공천제가 지구당위원장이 단체장 등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자치행정에 정치색이 개입되고,공천 헌금 때문에 자치단체장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비리 통제는 사법처리와 주민소환제로 대처할 문제라는 주장이다.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배수진도 쳤다.리서치 앤드 리서치가 지난해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2.7%가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에 반대했다.올 지방선거에서도 3선에 도전하던 ‘유능한’ 자치단체장이 지구당위원장의 견제 등으로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고,‘꼭 필요한 인재’가소속 정당 때문에 낙선됐다는 말도 들린다.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에 대해 이회창·정몽준 후보는 막연하게 긍정 검토 입장을 밝힌 반면,노무현·권영길 후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책임정치를 위해 원칙적으로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작 법개정권을 거머쥔 국회의원들은 대개 정당공천권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진정 어떤 모습의 지방분권을 요구하는지를 정치권은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냉철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제대로 안 되면 되도록 하는 데 국민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그래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 않는가. 김주혁 전국팀장 jhkm@
  • 탈북자 17명 中당국 억류

    탈북자 17명이 지난 13일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들어가다 검거돼 현재 광시 장족 자치구 수도인 난닝(南寧)시 핑샹(憑祥) 변방무장 경찰대대에 억류돼 있다고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가 20일 밝혔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탈북자들은 베트남 국경수비대에 검거돼 추방된 뒤 억류됐다.”면서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베트남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 단체 관계자는 “이들이 북송된다면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16일 외교통상부와 미국 디펜스포럼 등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주중 공관을 통해 진상을 파악하는 한편,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송환만은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억류된 탈북자들은 7개월,4살 짜리 어린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한솥밥 동료에 어떻게 ‘칼’을…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구속기소된 홍경영 전 검사의 첫 공판을 앞두고 검사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金庸憲)에 배당돼 오는 29일 첫 재판이 열리지만 홍 전 검사를 수사했던 대검 감찰부 검사들과 서울지검 파견검사들이 서로 공판을 맡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검사들의 기피 이유는 홍 전 검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데다 무엇보다도 한솥밥을 먹던 동료의 목에 칼을 겨눠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다는 것. 홍 전 검사의 책임을 밝히기 위해 철저히 수사했지만 법정에서 또다시 조우하고 싶지는 않다는 인간적인 심정이 작용했다.수사 검사들이 기피하자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공판부 검사들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특수·강력부에서 기소한 인지사건은 수사 검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홍 전 검사의 사건처럼 유·무죄의 판단이 당사자의 가혹행위 지시 여부에 대한 규명에 있는 만큼 공판부 검사보다는 수사 검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지난 6일 홍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과정에서도 수사 검사들이 자신의 이름이 기재되는 것을 꺼려해 대검 감찰1과장 검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후문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책/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 - 세상을 유혹한 전설의 ‘코르티잔’

    15세기 베네치아를 주름잡은 베로니카 프랑코,18세기 프랑스의 숨은 권력자 마담 드 퐁파두르,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의 모델 블랑시,벨 에포크(1900년 전후의 황금시대) 때 프랑스를 풍미한 리안 드 푸지,베르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마리 뒤플레시스….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당대 최고의 코르티잔(courtesan)이었다는 점이다.코르티잔의 사전적 의미는 ‘부유한 남자들이나 귀족과 관계를 가진 고급 창녀 또는 정부’.그러나 시몬 드 보부아르는 코르티잔이야말로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하며,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으로서 유례없는 지적 자유를 누린 존재”라고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코르티잔,매혹의 여인들’(수전 그리핀 지음,노혜숙 옮김,해냄 펴냄)은 이러한 보봐르의 관점에서 코르티잔 이야기를 풀어간다.그런 만큼 독자들은 이 책에서 여성의 사회적·경제적·성적 제약을 비웃으며 자신들의 힘으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움켜쥔 특별한 여인들의 삶을 만나게 된다. 코르티잔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서구 문화예술사의 흐름은 물론현대인의 감성도 달라졌을지 모른다.코르티잔은 직접 시와 소설을 썼고,물랭 루즈에서 캉캉을 고안했으며,폴리베르제르에서 눈부신 연기를 보여주는 등 당대 문화사의 중심에 있었다. 코르티잔은 문인·화가·조각가들의 작품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보들레르는 ‘악의 꽃’에서 아폴로니 사바티에라는 여인을 노래했고,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줄거리 한가운데에 코르티잔이 놓여 있다.또한 그리스 조각가 프락시텔레스가 당시의 유명한 코르티잔인 프리네를 모델로 비너스를 조각한 이래 티치아노,베로네세,라파엘로,조르조네,부셰 등 많은 작가들이 코르티잔을 모델로 여신을 그렸다. 한국의 전통적인 기생이나 일본의 게이샤가 그랬듯이 코르티잔은 높은 교양을 갖춰야 했다.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 또는 뮤지컬 ‘마이 페어레이디’에서처럼 그들은 상류층의 말투와 옷 입는 법,우아하게 걷는 법,춤추는 법을 배워야 했다.식사예절뿐만 아니라 때로는 궁중의례를 포함한 예법도 알아야 했다.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코르티잔이 지닌 특별한 매력과 유혹의 기술을 일곱 가지 덕목으로 나눠 소개한다.특히 기회를 행운으로 바꿀 줄 아는 타이밍 감각,벨 에포크의 분위기를 주도한 쾌활함,여성의 부드러움과남성의 힘을 동시에 지닌 양성적 우아함 등은 그들의 삶을 이끈 강력한 무기였다. 프랑스에서 코르티잔은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온 전통의 일부였다.적어도 벨에포크 이전 수백년 동안 파리는 코르티잔과 코르티잔 후보들,그리고 그들과 함께 마법을 추구한 남자들을 끌어들었다.실제로 제2제정 시대에는 코르티잔들이 너무 활개를 쳐 “파리는 코르티잔이다.”라고 한 발자크의 말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코르티잔은 사라졌다.그 어떤 아름다움과 재능으로 세상을 유혹한다 해도 코르티잔이라 불리지 않는다.20세기 초 사라져가는 코르티잔의 역사에 마지막 생명을 불어넣은 인물은 미국에서 공연된 ‘춘희’의 여배우사라 베르나르.관중을 사로잡은 그녀의 음성은 황금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대 그리스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유럽 사회에서 사교계를주름잡으며 자유분방한 삶을 살다 간 코르티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그것이 서구의 문화예술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29일 개봉 ‘피아니스트’, 중년 독산녀 광기의 사랑게임

    오스트리아 출신 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La Pianiste·29일개봉)는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었다.외신들이 ‘핵폭탄’‘프로이트의 잃어버린 파일에서 발견한 이야기’등으로 떠들 만큼 논쟁의 여지가 많은 심리드라마였기 때문이다.이 영화는 끝내 그랑프리와 남녀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명망 있는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수인 에리카(이자벨 위페르)는 도도하고 냉철한 중년의 독신녀.늙은 어머니와 사소한 일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스크린 밖의 관객은 어리둥절해진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혼자 들른 섹스숍에서 포르노비디오를 보며 성적 만족을 얻는 대목에 이르면 비로소 범상찮은 심리드라마의 전조를 읽어낼 수 있다. 연주회에서 만난 공대생 클레메(브누아 마지멜)는 건조하고 완벽한 연주를 하는 에리카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다.열렬히 구애하는 클레메를 차갑게 따돌리면서도 에리카의 속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얼핏 영화는 중년 독신녀와 젊은 제자의 불온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 같다.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얼개에만 머물지않는다.우아한 외피에 숨은 에리카의 야성적 본능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이내 영화는 마조히즘으로 얼룩진 성적 일탈을 펼쳐 보인다. 충동적 본능에 기대 클레메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에리카의 모습은 때로 인상을 찌푸리게 할 만큼 불쾌하고 음란하다.온전한 사랑의 방식을 거부하는 에리카가 클레메에게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고 스스로 성기를 훼손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 등은 그 자체가 도발이다.이유없는 폭력의 광기를 드러낸 감독의 전작 ‘퍼니 게임’의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고집스럽게 감성에 기대 다가서는 청년과,마조히즘의 광기와 냉혹한 이성의 꼭지점을 불안하게 오가는 중년 여성의 사랑게임에 초점을 맞췄다.평이하지 않은 치정극의 구성에 자칫 불편해질 관객에게 영화가 던지는 ‘보너스’는 음악.남녀 심리변화의 떨림을 재현하는 레슨실에서 혹은 살롱 연주회에서 흐르는 피아노 음률이 영화의 격조를 책임진다.피아노 소나타 제10번,겨울나그네 등 슈베르트의 곡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만으로도 영화는‘본전생각’나지 않게 해줄 것 같다.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아 프랑스 간판배우로 떠오른 브누아 마지멜은 줄리엣 비노쉬의 남편.지난해 국내 개봉한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에서도 열연했다. 황수정기자 sjh@ 알고봅시다 “대체 이건 어떤 ‘피아니스트’야?” 똑같은 제목의 ‘피아니스트’두 편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와 내년 1월3일 개봉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원제도 같다.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프랑스어로 ‘La Pianiste’.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영어로 ‘The Pianist’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에 똑같은 제목에 대한 제재 항목은 없다.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민감한 작품이 아니라면 동명의 제목은 가능하다는 것.결국 영화팬들이 주의할 수밖에! 하네케의 작품은 18세, 폴란스키 작품은 15세이상 관람가.
  • 日 아키타현·야마가타현 온천

    (아키타·야마가타 주현진특파원) 일본을 수식하는 말이 한두 가지일까마는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천국임에 틀림없다.전국 곳곳에 산재한 노천 온천이 하얀 증기를 뿜어내며 일상에 지친 여행객들을 유혹한다.게다가 두꺼운 피부 각질과 여드름 등의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라면 치료효과도 얻고 ‘피부 미인’도 될 수 있으니 매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그 중에서도 각질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효과가 탁월해 일명 ‘미인탕’으로도 불리는,혼슈(本州)의 동북 지방에 위치한 아키타(秋田)현과 야마가타(山形)현의 온천지대를 찾았다. ◆아키타(秋田)현의 도로유(泥湯) 아키타는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600㎞ 떨어진 현으로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그 지방에 가보면 왜 미인이 많은지를 금세 알게 된다.현내에 온천이 100여 곳이나 된다는데 이번에 찾은 도로유(泥湯) 온천에는 유백색 온천물이 흘렀다.유황 성분이 특히 많다는 이 온천은 유황 냄새가 강해 5분만 몸을 담가도 머리가 아플 정도.유백색 물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가을이나 겨울밤에 찾으면 운치가 한층 더 깊다. 도로유 온천지에는 4채의 여관이 있으며,모두 남녀 혼탕과 남·여탕을 구비하고 있다. 단순유화 수소천과 산성유화 수소천으로 구성돼 있어 고혈압·동맥경화 등에도 효능이 크다는 게 주민들의 자랑.열흘 넘게 장기 투숙하면서 병을 치료하러 오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아키타현 온천지대의 또 다른 특징은 스키장과 연계돼 있다는 점.아직은 스키 시즌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스키장이 문을 열면 스키로 땀을 뺀 뒤 온천을 즐기는 맛이 더할 나위 없다고 한다.이 일대 스키장은 12월 초 개장해 4월말까지 이어진다. ◆야마가타(山形)현의 자오(藏王) 도쿄와 아키타현의 중간쯤에 야마가타 현이 있다.전체 면적의 72%가 숲으로 이뤄진 이 지방 역시 가는 곳마다 노천 온천이 눈에 띈다.산 전체를 뒤덮은 단풍 속에서 노천욕을 즐기는 기분은 신선놀음이라도 하는 듯 황홀하다. 자오 연봉(連峰)에 있는 온천은 pH 1.5의 강산성.화산에서 분출된 아황산가스가 물에 녹으면서 황산을 형성,pH 1.5의 강산을 만들어 온천의 냄새와 맛이 시큼하다.자칫 온천물에 담갔던 손으로 눈이라도 비벼대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아리고 따갑다.얼굴 여드름이 있는 부분은 피부과에서 갓 스케일링이라도 받은 듯 붉게 달아오르면서 화끈거린다.일부 온천숙소에는 스키·골프 시설이 딸려 있다.루센토 다카미야 호텔의 경우 골프 18홀 코스를 도는데 11만원 정도 든다. ◆온천의 효과 아키타·야마가타 지역 온천의 미용 효과는 유황 성분과 강산성의 수질에서 나온다.유황 자체만으로도 각질을 제거하는 스케일링 효능이 큰 데다 pH 1.5의 강산성 물은 곰팡이가 사는 피부의 각질층을 벗겨내는데 위력적이다.병원에서 각질을 벗기기 위해 쓰는 약물의 산도는 pH 1.5∼3 사이다. 따라서 유황온천·강산성 온천은 각질층이 두꺼워 모공이 막혀 생기는 종류의 여드름·무좀 등 피부질환에 효과가 높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오랜 시간 온천물에 담그면 자칫 피부에 과도한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하며,특히 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가 얇아 생긴 피부병 환자들은 강산성 온천을 삼가야 한다. 온천을한 뒤 2∼3일만 지나면 논바닥 갈라지듯 피부가 크게 상한다는 지적이다.문의 일본국제관광진흥회(02)732-7530,733-7525. jhj@ ■여행가이드/ 닭육수로 끓인 우동 일품 ◆향토음식 아키타현 아키타를 대표하는 전통요리는 기리탄포 전골.히나이 토종닭,기리탄포라는 이름의 쌀꼬치 그리고 미나리 등 야채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내 끓인 맛이 담백하다.간단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나니와 지방의 전통 우동인 이나니와 우동도 좋다.닭고기 국물로 만든 육수와 매끈매끈한 면발이 일품이다. 야마가타현 고급 쇠고기 산지인 남부 요네자와 지방에서 들여온 쇠고기에 싱싱한 버섯·야채와 당면을 넣어 끓인 스키야키는 온천욕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차게도,따뜻하게도 먹는 메밀국수와 토란·쇠고기를 넣고 끓인 토란탕도 야마가타현의 대표 음식이다. ◆항공편 대한항공이 아키타 직항을 주 3회(월 오후 4시45분,목·토 오전 9시50분)운항한다. 서울에서 야마가타로 가려면 센다이(仙臺)로 간 뒤 신칸센이나 리무진버스를 타고한 시간 가량 가야 한다.아시아나 항공은 센다이 직항을 매일 한차례(오전10시20분)운항한다.
  • 국제갤러리 ‘김흥주전’ - 꽃들의 아름다움 극사실적 표현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한다.따라서 극사실화는 추상화의 또 다른 이름 아닐까.국제갤러리는 31일부터 새달 23일까지 ‘김홍주전’을 연다.‘꽃 그림’연작전으로 100∼200호 크기의 ‘대형 꽃잎’12점과 설치 1점,드로잉 7점이 전시된다. 극사실적으로 그린 꽃들은 수국 연꽃 장미 등을 연상시키지만,실제와 닮지 않았다.때론 불꽃이나 복숭아 같기도 하고,인공위성으로 찍은 항공사진(지도)같기도 하다.또 어떤 꽃들은 미국의 여류화가 조오지 오키플의 그림처럼 에로틱해 여인의 살냄새가 풍겨나오는 듯하다.작가도 “분홍 꽃잎을 그리다가 여인의 살결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작품 제목들은 보는 이들의 자유로운 연상을 위해서인지 모두 ‘무제’.밑작업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눈썹 2∼3개 굵기의 세필로 그린 작품들을 가까이서 보면 소용돌이 치는 듯한 섬세한 결들이 살아있다. 세필로 200호 크기의 한 작품을 완성하려면 하루 종일 매달려도 3∼4개월이 걸린다.올해 초 심장 수술까지 한 57세의 작가에겐 엄청난 노동이다.이 진땀나는 노동의 현장에서 그러나,꽃들은 환상적인 향기를 내뿜으며 관객을 유혹한다.(02)735-8449. 문소영기자 symun@
  • 인질극 진압 이모저모/ 작전개시 40분만에 ‘상황 끝’

    (모스크바 외신종합) 러시아 특수부대의 전격적인 진압 작전으로 58시간만에 막을 내린 모스크바 ‘돔 쿨투르이’(문화의 집)극장안 진압작전 현장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시체들이 뒤엉켜 널브러져 있고 극장 벽 곳곳에는 탄흔이 그대로 남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서로 뒤엉켜 나뒹굴고 있는 인질과 인질범들의 시체와 객석 의자에 놓여진 각종 사제 폭발물들,객석에 고꾸라진 채 숨진 흑색 스카프 차림의 여성 인질범의 시체 등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참혹한 현장이었다. ◆마취가스 살포 뒤 진입 진압작전은 인질범들이 인질 살해시한으로 정한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간 오전 11시)에 앞서 5시15분쯤 몇대의 장갑차(APC)에 나눠 탄 알파부대 등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이 극장 쪽으로 접근하면서 시작됐다.이들 특수부대원은 오전 6시20분쯤 인질범들이 인질 2명을 살해하자 극장 출입구 옆의 벽에 구멍을 뚫은 후 마취가스 등을 분사하며 극장 안으로 진입,진압작전에 돌입했다.2∼3분 뒤 마취가스가 새어들어와 진압작전이 시작됐음을 직감한 체첸반군 인질범 일부는 몸에 두른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고 자동화기 등을 난사하는등 강력하게 저항했다.20여분 뒤 특수부대원들이 극장 안으로 진입하면서 큰 폭발음이 들리는 등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총격전이 벌어진 지 조금 지난 오전 7시쯤 극장 쪽으로 앰뷸런스 20여대가 몰려들고,의료진의 부축을 받은 인질들이 걸어나오면서 작전이 끝났다.작전에 소요된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특수부대원의 사망자는 없었지만 인질과 인질범들의 인명피해는 최악이었다.인질은 118명 정도가 희생됐고,주범 모프사르 바라예프 등 인질범 50여명이사망했다.특히 몸에 자폭용 폭탄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TV에 방영된 체첸 여성 결사대원 18명도 모두 사망했다. ◆과잉진압 증언 잇따라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무력 진압 이틀째인 27일 러시아 당국이 먼저 유독성 가스를 살포하며 공격을 시작했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과잉 진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증언은 뮤지컬 관객들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던 체첸 인질범들이 먼저 인질들을 살해해 어쩔 수 없이 무력 진압에 나섰다는 당국 발표를 뒤엎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극장 관계자인 게오르기 바실리예프(40)는 “인질극 진압 작전은 26일 오전 5시쯤 극장 환풍구를 통해 가스가 주입되며 시작됐다.”면서 “그 이전까지 극장은 평온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극장 관계자(42·여)도 “가스가 주입되며 인질들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지자 인질범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며 “가스가 주입되기 이전까지 그들은 살해 위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건해결의 공신 체첸 반군들은 러시아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인질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으나,이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이 진압작전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미 NBC방송은 인질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면 가족들은 연방보안국(FSB) 요원에게 전화를 바꿔줬다고 보도했다.FSB 요원은 “예”,또는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인질범의 숫자,인질 등 중요 정보를 수집,작전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고 이 방송은전했다.
  • 축제 속으로/ 보성 소리축제-부산 세계 합창올림픽-원주 세계 평화 팡파르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음악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선보여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다.전남 보성에서는 녹차밭을 배경으로 한 판소리가,강원도 원주에서는 세계 군악대가 펼치는 웅장한 팡파르가,부산에서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퍼진다.가족들과 나들이를 겸해 음악에 흠씬 취해보자. ■보성 소리축제 - 녹차향에 취하고 가락에 덩실 덩실 귀뚜라미가 울어대는 가을밤,구성진 판소리 가락이 남녘의 녹차밭을 적신다. ‘제5회 보성 소리축제’가 25∼26일 녹차밭을 배경으로 막이 올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맘을 들쑤셔 놓고 있다.텔레비전의 ‘수녀와 비구니’ 광고로 널리 알려진 오롯한 차밭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보성소리 전남 보성은 녹차와 함께 판소리의 고장이다.보성소리는 동편제,서편제와 함께 국내 판소리를 대표하는 유파의 하나다.밋밋하고 남성적인 동편제와 애간장을 녹이고 부침세가 심한 서편제를 아울러 장점만을 추스른 독특한 소리다. 조선조 말 서편제의 비조로 흥선대원군이 ‘천하제일’이라 칭송했던 강산 박유전 선생이 보성에서 소리꾼을 길러냈다.보성소리 창시자는 정응민(鄭應珉·1896∼1964)이다.정응민은 강산의 가르침을 받은 백부 정재근을 사사해 보성소리를 완성했다.그의 제자로는 성창순·성우향·조상현·정권진 등이 계보를 잇는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25일 보성체육공원내 체육관에서 식전행사로 농악 한마당과 사물놀이가,식후에는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단 초청공연,여수 민속예술단의 모듬북과 전통춤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오후 2∼4시 천하제일 명창무대는 축제의 백미로 기대를 모은다.국창조상현과 송순섭·김일구·김영자·유영혜가 차례로 나와 심청가·적벽가·수궁가·춘향가·흥보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을 한대목씩 불러 제껴 무대를 달군다. 또한 25일에는 공원내 서편제·보성소리 전수관에서 대통령상을 놓고 명창부와 일반·신인·중고등·초등부 등 5개 부문에 걸쳐 기량을 겨루는 예선전이 26일 본선을 앞두고 열린다.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은 상금 1000만원이다. 한편 하루 2시간씩 열리는 소리난장은 관광객 참여마당이다.누구나 소리 한대목을 부르고 기념품을 받으며 우수자에게는 따로 푸짐한 상품이 주어진다. ◆가볼 만한 곳 보성읍내에서 승용차로 10분거리인 봇재 주변,득량만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는 만져보고 싶은 드넓은 녹차밭이 펼쳐져 있다.셔틀버스를 타고 인근 유적지와 연계한 판소리 성지순례도 좋다.체육공원∼다원∼소리 유적지∼해안도로∼율포 해수 녹차탕∼정응민 생가∼웅치 휴양림∼서재필 박사 기념공원∼대원사∼백민 미술관을 돈다. 이밖에 대마·쪽물 물들이기 체험장,녹차 시음장,향토 특산물 직판장과 음식점에서 눈요기를 하고 배고픔을 달랜다.득량만의 가을 진객인 전어 무침을 빠트려선 곤란하다.축제에 앞서 24일 회천면 영천리 도강마을에서는 8억원을 들여 3년만에 복원한 정응민 선생 생가 준공식이 열린다. 하승완(河昇完) 군수는 “격조 높은 소리축제를 통해 판소리 본향으로서 위상을 세우고 소리문화의 저변확대는 물론 보성소리 유적지와 녹차밭,해수녹차탕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성 남기창기자 kcnam@ ■부산 세계 합창올림픽 - 25개종목 독특한 하모니 선사 “깊어가는 가을,합창의 바다에 푹 빠져보세요.” 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합창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초대형 ‘합창올림픽’이 부산에서 열려 가을 정취를 더욱 진하게 발산하고 있다. 지난 19일 개막된 ‘2002 부산 세계합창올림픽’은 오는 27일까지 부산벡스코,문화회관,시민회관,금정문화회관,을숙도문화회관,중앙교회 등지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세계 합창올림픽은 격년제로 열리며 올해가 2회째.첫번째 대회는 2년전 오스트리아 리츠에서 열렸다. 올림픽정신 아래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합창을 통한 인류의 평화적인 대통합을 이루는 세계 최대 합창제다. 국제합창올림픽위원회(ICOC)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39개국 175개팀,6958명이 참여해 아름답고도 웅장한 하모니를 선사한다. 25개 종목별 경연이 치러지며 올림픽과 같이 금·은·동메달이 수여된다.경연 부문은 어린이,청소년,혼성,여성,남성,민요,재즈와 팝,종교음악,현대음악 등이다. 행사기간동안 경연외에도 특별 이벤트인 챔피언콘서트,주제별로 무대에 서는 갈라합창콘서트,불교음악페스티벌,거리 갈라콘서트,음악박람회,우정음악회,세계합창심포지엄 등이 열려 부산을 축제의 마당으로 달군다. 특히 불교음악페스티벌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금정산 범어사에서 개최된다. 만남의 콘서트는 세계유수의 합창단들이 교회·학교·기업체 등과 함께 부산역 광장,백화점 등 시내 14곳에서 부산 시민들을 만나 자국의 전통음악을 들려준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음악박람회는 음악전문전시회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세계 40개국에서 음악전문가,바이어 등 2만여명이 참석한다. 우정의 음악회는 벡스코 등 각 경연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참가자들이 합창으로 우정을 나누는 화합의 무대다.합창단들은 이 무대를 위해 20분짜리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개·폐막식을 비롯한 경연은 모두 무료이나 부대행사는 유료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원주 세계 평화 팡파르 - 웅장한 선율 군악대 진수 보여 “세계 군악대와 함께 사랑과 평화의 선율을 느껴보세요.” 지구촌 화합의 군악대 축제인 ‘2002 세계평화팡파르’가 23일부터 28일까지 강원도 원주 치악체육관 특설무대에서 펼쳐진다. 화려하고 번쩍이는 군악대원들의 복장과 절도 있는 행진,웅장한 선율이 단풍이 장관인 원주의 가을거리와 어우러져 관광객을 유혹한다. 행사기간동안 특설무대에서 하루 2차례씩의 정기연주외에 거리퍼레이드가 매일 원주 시가지를 수놓게 된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원주를 찾아 각국의 독특한 군악대 마칭에 빠져 보는 보는 것도 좋은 올 가을의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0년 처음 선보인 후 2년만에 열리는 행사로 참가국가도 많고 내용도 알차게 꾸며졌다고 주최한 강원도와 원주시,1군사령부 관계자들이 자랑한다. 참가국과 팀은 국내 육·해·공·해병대 등 5개팀을 비롯해 프랑스,러시아,미국,몽골,일본,영국,뉴질랜드,태국 등 모두 9개국 13개팀,773명의 군악대원들이 참가한다. 이들 가운데 일본의 자위대와 몽골의 국방부 군악대가 처음 참여하고 러시아 극동함대오케스트라는 군악대 이상의 연주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특히 이번 행사는 아시아 유일의 군악축제일 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군악축제로 관심을 더하고 있다.영국의 ‘에든버러 타투’(Tattoo)와 캐나다의 ‘노바스코시아 타투’에 이은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타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강원도와 원주시도 행사를 격년제로 정례화해 관광상품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22일 전야제 행사는 원주시청앞에서 원주천 둔치까지 1.5㎞에서 거리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도립무용단과 유명 가수들의 공연도 함께 열린다. 23일 개막식 당일부터 6일간 치악체육관에서 펼쳐지는 ‘내셔널 데이’(National Day) 공연행사에는 매일 2개팀씩 나서 각국의 독특한 연주솜씨를 뽐낸다.시간은 오후 2시와 7시 두차례 100분씩 공연된다.공연 중간에는 우리나라 1군사령부와 국방부,해병대,여군의장대의 시범이 있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한다. 분단국가의 화합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철원 노동당사 앞(24일, 육군·뉴질랜드팀)과 고성 통일전망대(27일, 육군·일본 육상자위대),서울 용산 전쟁기념관(25일, 육군·러시아),원주북원여고(27일, 프랑스·러시아)에서도 하루 두차례씩 공연이 이어진다. 행사장인 치악체육관 주변에는 군악대 홍보관이 별도로 마련돼 각국의 군악대 사진과 VTR영상,군복 등이 전시되거나 상영된다. 입장권은 현장에서 구입하면 어른 6000원(예약 4000원),어린이 3000원(예약 2500원)이고 65세이상 노인이나 장애인,국가유공자,20인이상 단체는 우대된다.(033)741-2801∼4.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
  • [사설] 北 핵개발 실체 직접 밝혀라

    북한이 전격 시인한 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 문제에 대해 미국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한반도 내의 핵 존재를 원천 거부하는 대원칙아래 북한의 핵 집착을 이해와 설득으로 포기시키고자 해온 한국민은 미국의 평화적 방침에 안도하고 동감을 표한다.그러나 북한은 ‘평화적’이란 말을 자기 위주·편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미국의 평화적 방침은 군사적 해결수단 동원의 일시적 배제나 전략적 연기를 의미할 뿐,어떤 암묵적 용인이 섞여들 여지가 전무하다.북한은 앞으로 전투 못지 않게 냉혹한 미국의 ‘평화적인’외교 압박과 공세 아래 놓일 것이다.북한 핵 문제가 진정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소망하는 한국민은 우선 북한이 이 비밀 개발의 실체를 남한에 직접 밝힐 것을 요구한다. 한국민은 한반도 내 핵무기의 존재,실체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할권리가 있다.북한 핵 문제는 처음부터 한국 정부와 한국민의 정당한 목소리가 상당폭 배제된 가운데 국제문제화했다.북한은 벼랑 끝 전술과 함께 한국을 따돌리고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열을 올렸고,미국의 ‘한·미공조’ 언명은 형식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북한의 이번 핵무기 개발 시인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뤄졌고,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전해 들은 형태다.핵무기가 아무리 초 지역적인 파괴력과 파장을 갖는 국제적 문제라 하더라도,북한의 핵 문제는 한국민이 제일의 당사자다.전격 시인의 정황은 그렇다치고,이제 알려진 이상 북한은 남한의 정부와 국민에게 직접 밝혀야 한다. 대북 ‘햇볕정책’이 남남갈등의 곡절 속에서도 실체화한 지금 우리의 이요구는 어느 때보다 당위적이고, 초 이념적이다.남한의 햇볕정책과 대북 지원에는 같은 민족에 대한 관심과 신뢰,결국 우리의 선의와 진정이 통하고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이 들어 있다.북한의 핵무기 비밀 개발은 이같은 신뢰와 믿음에 타격을 줬다.북한은 비밀 개발의 연유와 실체를 한국민에 밝혀 신뢰회복에 나서야 한다.그것이 평화적 해결의 첫걸음이다.
  • 책/ 빼앗긴 얼굴 - 아프간여성 삶의 시계 멈췄다

    브룩 실즈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열여섯살 소녀가 있었다.내전과 테러로 끊일 새 없는 포염은 여린 꿈들을 싹부터 잘라갔다.여자란 이유만으로 외출이 금지됐고 학교조차 문을 닫아걸었다.존재의미가 조각났다.그렇게 보낸 시간이 4년.스무살이 된 소녀는 용기를 내서 책을 썼다.조국 여성들의 빼앗긴 자유와 짓밟힌 인권을 세상에 고발할 길은 그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태어나 자란 소녀의 이름은 라티파.이레에서 펴낸 ‘빼앗긴 얼굴’(최은희 옮김)은 탈레반 정권의 여성억압 실상을 비밀일기처럼 솔직하게 써내린,그녀의 수기다. 이슬람 독재로 악명높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세상사람들은 오랫동안 별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지난해 9·11테러와,이후 미국의 반격 속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큰 관심이 한꺼번에 쏠린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라티파의 수기는 열여섯살이던 1996년 9월27일 아침부터 시작된다.소련 강점기와 17년의 내전을 겪은 폐허 속에서도 그녀의 집은 나름대로 행복한 카불의 중산층이었다.장사로 성공한 아버지,의사인 어머니 덕이었다.그러나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그해 9월16일,여성들의 삶의 시계는 멈춰버렸다.탈레반 임시정부는 가혹한 법령을 발표했다.여자를,숨을 쉬는 존재로조차 인정치 않는 법령이었다. 부녀자는 가정 이외의 장소에서 어떤 일도 해서는 안된다.불가피하게 외출할 때는 남성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버스는 여자용,남자용으로 나눈다.부녀자들은 부르카를 착용한다.여자는 남자 보호자 없이는 택시를 탈 권리가 없다.젊은 여자가 젊은 남자와 이야기하면 그 즉시 그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 컴컴한 집안에서 볼륨을 낮춘 채 라디오 방송에나 귀기울이는 게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오전 11시면 성가곡이 울리고 이슬람 성직자가 발표하는 금족령으로 기계적인 하루가 시작됐다.라티파는 일기를 썼다.“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 아침을 증오한다.” 분노에 떨다 위험을 무릅쓰고 보란듯 부르카를 벗어던지기도 해봤다.“그물로 된 이 작은 창은 마치 카나리아의 새장같다.카나리아는 바로 나다.나는분노와 수치심을 느끼며 부르카에서 빠져나왔다.내 얼굴은 나의 소유이다.탈레반은 내 얼굴과 모든 여성들의 얼굴을 빼앗겠다는 것인가.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렇게 2년여.더 이상 무의미한 나날을 보낼 수 없다는 자각 끝에 라티파는 한가닥 새 희망을 붙들기도 했다.교육의 기회를 원천봉쇄당한 여자아이들,코란만 배우길 강요당하는 남자아이들을 모아놓고 비밀수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더 우렁찬 목소리를 내줄 창구가 절실히 필요했다.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프랑스의 한 사회단체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억압받는 현실을 증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2001년 4월.라티파는 엄마와 함께 극비리에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가난한 나라의 대사가 되기로 했던 것”이다. 책은 프랑스의 세계적 잡지 ‘엘르’의 후원으로 지난해 말 빛을 보게 됐다.9·11테러로 아프가니스탄이,아니 그 속에서 참혹하게 억압받는 여성들까지 통째로 ‘악의 집단’으로 내몰린 시점이었다. 실화를 옮긴 책은 극적 구성이 소설만큼 흥미롭다.하지만 다음 순간,독자는 라티파와 진심으로 공분(公憤)을 나눌 것이다.스물을 갓 넘긴 여자의 삶을 무엇이 이토록 극적으로 몰아갔는지! 멀리 이국땅에서 라티파는 아직도 희망의 실타래를 감고 있다. “탈레반의 검은 터번이 우리의 악몽에서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면,우리는 되찾은 희망과 자유를 이야기할 것이다.” 8000원. ▶ 라티파 지음 /최은희 옮김 /이레 펴냄 황수정기자 sjh@
  • “”日,北에 외눈박이 분노””, 獨언론 “”자신치부 외면””지적

    (베를린 연합) 북한 공작원의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충격과 분노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는 한반도 식민지배와 당시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는 외면하는 ‘외눈박이의 분노’라고 독일 언론이 지적했다.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16일 “북한에 납치됐다 24년 만에 일본을 찾은 일본인 생존자 5명이 겪었던 운명은 냉전의 시대가 빚어낸 산물이며,북한 정권의 매우 잔혹한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일본인들이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일본 내의 집단적 분노에는 유감스러운 부작용(副作用)도 동반돼 있다.”면서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한 분노 표출로 북한과 일본간에 상존하는 또 다른 역사적 문제를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일본 내의 논쟁에서는 과거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당시 자국이 저지른 범죄행위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이 수만명의 한반도 여성들을 강제로 일본군 종군위안부로 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던 사실을상기시키는 북한의 주장은 정당한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하면서 “역사적 범죄는 서로 상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 [열린세상] 일본의 ‘북방정책’ 표류

    전격적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방북으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그간 일본 사회의 반응을 보면서 일본이 과연 어느 정도 전략적 견지에 선 큰 틀의 외교가 가능한지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고이즈미 방북과 평양선언은 일본의 좁은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외교교섭의 역사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승리’이자 업적이다.상황을 이용한 기민한 움직임으로 그동안 10여년에 걸친 북·일 교섭의 많은 과제를 일거에 해소하고,일본 요구대로 북한의 전면적 양보를 획득한 ‘작품’이다. 이번 방북을 무대 뒤에서 지휘한 외무성의 다나카 아시아 대양주국장이 “지금처럼 외교의 진수를 맛본 적이 없다.”고 술회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방북,북·일 수교교섭 재개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날로 식어가고 있다.초기에 70%를 상회했던 수교 지지도는 40%대로 곤두박질했다.납치의 잔혹한 진상이 드러난 직후에도 일반적 여론이 그렇게 감정적인 것은 아니었다.이성적 반응이 예상보다는 많았다. 그러나 연일계속되는 매스컴 보도가 보디블로처럼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5일부터 보름 정도 납치 생존자 5명의 일본 일시 귀국이 허용됐다.당초 북한의 태도에 비하면 이 또한 엄청난 양보이며,예상을 넘는 신속한 결단이다.가족들을 북한으로 불러서 제한된 상황에서 짧은 면회를 허락하는 안을 고집하던 입장에서 갑자기 후퇴했다. 북한으로서도 29일부터 재개되는 북·일 수교교섭 재개를 앞두고,강경화되는 일본 국내 여론을 어느 정도 무마할 필요를 통감했을 것이다. 보다 크게는 납치사건 전면 인정이 어떠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건 간에 대내적인 개혁 개방정책, 대외적인 관계정상화라는 정책전환의 기조에는 변경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제는 이 되돌아온 공을 일본이 어떻게 받아치는가 하는 점에 있다.전략적 국익과 감정적 여론 사이에 낀 고이즈미 총리와 외교당국의 고민은 매우 깊다. 돌이켜보면 올해 들어 일본 외교당국은 ‘북방정책’의 부재라는 오랫동안의 과제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중국,한반도,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 기반에 올려놓기 위한 작업이다. 이것이 또한 유동화하는 국제정세 하에서 일본의 자주외교의 발판을 마련하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인식이 배경에 있다.9·11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이 반테러 전쟁이라는 깃발 아래 미·중간의 재접근,미·러 군사협력 등 새로운 양상을 보인 것이 더욱 박차를 가했다.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준가맹,선진국(G8) 수뇌회담에의 정식가입 등의 조치가 일본과 밀접한 협의없이 진행된 것도 일정한 자극제가 됐다.일본도 에너지 자원 확보 측면에서 큰 관심을 가져 온 중앙아시아,동북아시아 구도에 있어 미·러 관계가 커다란 요소로 등장한 반면,일본의 전략적 존재감은 더욱 축소됐다. 중·일 국교 30주년을 계기로 한 중·일 관계 강화,내년 1월로 예정된 고이즈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통한 러·일간의 다각적인 전략협의 틀 형성 등의 과제가 정부 내에서 검토,추진돼 온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북·일 관계에의 전격적인 외교 이니시어티브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아야 할것이다. 그러나 대중관계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이유로 중국이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을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난관에 부딪혔다.러·일 관계도 북방영토라는 가시가 걸려 일진일퇴를 거듭해 오고 있다. 모처럼의 외교적 성과인 북·일 평양선언도 일본 국내의 뿌리 깊은 편견과 반감에 휩쓸려갈 기세다. 직접적으로는 현재 일본의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외교적 표류의 큰 원인이다. 고이즈미 총리도 취임 당시에는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누렸지만 원래 정치적 기반은 취약한 정치가다.희망이 있다면 구조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지지를 회복하고 그 여세로 총선거를 실시해 정계개편을 포함한 정치적 기반 구축의 가능성이다. 이 경우 외교는 한층 적극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본내의 역사인식, 대아시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 국제정치학
  • 김치냉장고 고르는 법-다기능·실용성 따져 보자

    김장철이 성큼 다가오면서 김치냉장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김치냉장고의 수요가 늘면서 용량·용도·기능·가격면에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고객들을 유혹한다.어떤 제품을 고르는 게 좋을까. ●실속과 쓰임새가 선택기준 무조건 용량이 큰 것보다 가족수를 감안해 용량을 결정하는게 좋다.김치 전용이라면 4인가족 기준으로 20∼30포기를 담는 90∼100ℓ급이 적당하다.냉장육·야채·과일·생선·반찬 등을 함께 보관하려면 150ℓ 이상 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이 경우 표시용량과 실제용량은 제품별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김치냉장고의 형태는 크게 뚜껑식과 서랍식으로 나뉜다.서랍식은 김치통을 꺼내기 쉽다.하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저장용량이 작은 게 흠이다.냉장강도도 직접냉각방식을 사용한 뚜껑식이 서랍식보다 세다.이같은 장단점 때문에 최근에 김치는 뚜껑식,야채·육류는 서랍식으로 보관하는 콤비형 김치냉장고가 인기다. 김치냉장고는 수분이 많은 김치를 보관해야하기 때문에 용기의 재질과 밀폐성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아울러 제품에 표시된 소비전력량을 확인,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사고 계기판 조작이 쉬운지도 살펴봐야 한다.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데 불편이 없도록 구입 전에 제품제조 연월일과 품질보증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품별 장점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대용량,다기능,고급화 모델들이 장악했다. 삼성전자의 고급제품 ‘하우젠’은 김치종류에 따라 최적을 맛을 내도록 숙성온도를 설정하는 ‘2단계 숙성시스템’ 기능을 보강했다.김치통은 국물이새지 않고 맛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타파웨어 용품을 사용했다.색상은 다크월넛,트로피컬레드,아쿠아실버,드림브라운 등 4가지로 다양화했다. LG전자 ‘1124’는 입맛에 맞는 김치맛을 오래 지키도록 한 ‘맛지킴 기능’을 보강했다.김치냉장고에서 원하는 김치맛이 됐을 때 버튼을 누르면 맛을 유지할 수 있다.쌀 보관기능과 살얼음 기능,정전시 이전까지의 숙성기간을기억토록 한 정전보상 기능 등 ‘숙성’관련 기능을 강화했다.양문형냉장고 외관에 사용한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고급화를 지향했다. 만도위니아 ‘딤채’는 용기전문회사인 네덜란드 커버사의 황토생생용기를 사용했다.김치 숙성 및 보관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제어판이 커 작동 상태와 오작동 확인이 편리하다.푸른색 계열의 부드러운 색상이 특이하다. 대우 ‘진품’은 쌀을 햅쌀처럼 맛있게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칸마다 독립제어가 가능해 김장철에는 모두 김치냉장고로 쓸 수 있다.평상시에는 일부 칸을 쌀보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
  • 책/ 페르시아인의 편지,몽테스키외 지음-프랑스사회 ‘촌철살인’ 비판

    18세기 초 프랑스 사회는 중앙집권체제를 완성한 루이 14세가 신의 대행자임을 자처한,왕권신수설을 주장하며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종교 또한 엄청난 권력체로서 만인 위에 군림했다.그런 삼엄한 상황에서 당시 사회를 비판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세상에 흩어진 지식을 집대성하려 한 ‘백과전서’의 정신이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백과전서’의 집필을 주도적으로 이끈 백과전서파의 핵심사상은 계몽주의였고,몽테스키외는 바로 이 사상의 한복판에서 살면서 당대뿐 아니라 후대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몽테스키외가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그냥 넘겼을 리가 없다.1721년 출간된 ‘페르시아인의 편지’(몽테스키외 지음,이수지 옮김,다른세상펴냄)는 한마디로 촌철살인의 프랑스 사회비판서다. 법·군주·종교·인권·자유·개인·덕·정의 등 책에 드러난 몽테스키외의 언어들을 좇다보면 당시 사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으로 흐르고 있었는지,국민이얼마나 권력자들의 우롱에 찬 행태에 휘둘리고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책은 페르시아 이스파한의 하렘을 소유한 우스벡을 주축으로 그의 친구들,하렘에 있는 처첩들과 관리인들,그리고 종교인들이 주고받은 총 161통의 편지로 구성돼 있다.편지들을 읽어가다 보면 현재의 모든 제도적 장치나 이데올로기를 국민 스스로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무지한 채로 있다가는 어느 사이인가 자기도 모르게 당하고 만다는 것,정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이나 당연한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는 몽테스키외의 외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인간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데 적절치 않게 가혹한 형벌은 오히려 반란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나,부패한 절차로 임용된 관리는 본전을 뽑으려고 마치 점령자처럼 마을을 약탈하여 황폐화한다는 것 등은 읽는 이에게 사색에 잠기게 하는 그 무언가를 던져준다. “가장 완벽한 정부는 작은 노력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정부인 것 같다.다시 말해 국민의 성향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식을 빌려 통치하는 정부가 가장완전한 거지.”“국민이 형벌이 좀 가혹하다고 해서 법에 더 복종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형벌이 가벼운 나라 국민은 형벌이 포악하고 끔찍한 나라 국민만큼이나 형벌을 두려워하는 법이거든.”“인간은 덕성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으며 정의는 인간이 실존한다는 사실만큼이나 당연한 인간 고유의 특성이네.” 비록 체계적으로 몽테스키외 자신의 의견을 저술한 사상서는 아니지만 오히려 명료한 사상서보다도 더 뚜렷하게 당시의 시대정신,즉 계몽의 모티프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책에서 그린 인물상들과 권력자들의 행태는 여전히 우리 세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사회의 병든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1만4000원. 김성호기자 ki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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