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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대구참사 빨리 수습하라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100일째다. 시간이 흐른 만큼 변화도 적지 않다.‘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검은색 현수막이 걷히고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홍보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대구가 끔찍했던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이제 그날의 참사를 이야기하는 시민들도 드물다. 그러나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구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졸지에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슬픔이야 10년이 지나도 치유될 수 있겠는가.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 시민회관에는 아직 유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고 희생자 합동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게 대구참사 100일의 현주소다.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중앙로역사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채 참사 당시의 참혹한 모습 그대로다.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던 불량 내장재로 이뤄진 대구지하철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시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대구시의 사고수습 마무리도 더디기만 한 느낌이다.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을 둘러싼 희생자대책위와 대구시의줄다리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희생자대책위는 대구대공원 등에 희생자 공동묘역 등 추모공원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구시는 법적으로나 주민정서상 도심지나 공원에 추모묘역 조성이 어렵다는 의견이다. 사고전동차 등에서 어렵사리 수습한 희생자 시신 191구 가운데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은 6구를 제외한 185구 중 122구가 가족들에게 인도돼 개별 장례를 치렀다.그러나 63구는 아직 누울 곳을 찾지 못한 채 월배차량기지에 냉동 보관돼 있다.이대로 가면 대구 참사는 언제 마무리가 될지 모를 상황이다.지구촌 젊은 대학생들의 축제인 대구유니버시아드가 코앞에 다가왔다.전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는 대구 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도 참사는 영원히 기억하되 사고 수습은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황경근 전국부기자 kkhwang@
  • 5·18기념행사 차질 안팎 / 盧대통령 가로막은 기습시위

    노무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23주년을 맞아 18일 광주를 찾았다.그러나 한총련 소속 학생들의 시위로 대통령이 행사장에 늦게 참석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나머지 일정도 어그러졌다. ●당혹한 청와대 청와대는 이날 기념식에 앞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기습시위를 통해 노 대통령의 행사장 진입을 저지하자 크게 당혹스러워 했다.이로 인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에 대처능력이 이 정도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사회 보수층의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한총련 (합법화)문제를 좋게 해결해 주려고 하는데,학생들의 이런 행동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서 “국가행사에 차질을 빚음으로써 무슨 득을 얻을 수 있느냐.”고 유감을 표시했다. 또 “한총련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있었으나,당초 피켓시위 정도를 예상했다.”면서 “현장 경찰의 대응 미숙으로 학생들이 과격하게 나온 것인지,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는지 등을 경찰청 자체에서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학생들의 표현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전날 모인 학생들이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예우해 드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같이 행동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대통령 진입 왜 저지했나 한총련은 당초 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 저지 여부를 둘러싸고 전날 오후까지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노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장관이 한총련 합법화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합법화 문제에 대해 여론이 불리해지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 대통령이 방미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이 ‘대미 자주외교’를 주장해 온 평소 발언과 배치된다고 판단해 이같은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광주·전남지역대학 총학생회연합(남총련)은 이날 “노 대통령은 친미 외교를 5월 영령앞에 사과하고 한·미 공동성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대통령,전남대 특강 노 대통령은 묘역을 참배한 뒤 전남대에서 특별강연을 갖고,“광주·전남의 시민들이 저를 이해하고 신뢰했기 때문에지난해 3월 16일 광주(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고,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중학교때의 한 선생님이 ‘브루노라는 사람은 지동설을 굽히지 않고 주장하다가 화형당했고 갈릴레이는 역시 지동설을 신봉했지만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부인해 살았다.’는 말을 했는데,그 당시는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어 “어떻든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브루노를 좋아하는 쪽이었다.”고 덧붙였다.대통령이 되고 보니 갈릴레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원칙론도 중요하지만,현실과 실리도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미관계가 순조롭지 않고 갈등과 대립이 생기면 북핵문제를 푸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한반도에 전쟁이 날 듯한 대단히 불안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이번 방미(訪美)행보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곽태헌기자 tiger@
  • 클로즈업/KBS1TV ‘일요스페셜‘

    베트남 종군기자였던 독일인 힌츠페터가 23년 전 광주에서 처음 본 것은 거리에 널린 시체들과 병원에 줄줄이 놓인 관이었다.전쟁보다 참혹한 현장을 낱낱이 카메라에 담은 필름을 과자상자에 담아 몰래 독일로 운송했고,NDR TV는 5월22일 저녁 뉴스에서 이를 방송했다.아시아 변방국가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건이 전 세계로 처음 전파되는 순간이었다. 외신기자가 몸으로 체험한 광주민주화항쟁의 진실이 KBS1 ‘일요스페셜-80년 5월,푸른 눈의 목격자’(오후 8시)에서 재조명된다. 그가 제작한 50분짜리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은 80년대 대학가와 성당 등지에서 은밀히 유통되며,군부 정권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 86년 서울의 한 시위현장에서 사복경찰의 구타로 부상을 입고,후유증으로 기자생활을 끝낸 힌츠페터가 기억하는 광주의 진상이 생생하게 드러난다.독일 방송국이 보관하고 있는 필름과 비디오 원본이 최초로 공개된다. 이순녀기자 coral@
  • [사설] 군사대국으로 가는 일본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이 우려된다.일본 중의원이 그제 유사(有事)법제 관련 3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군사력 강화를 막아왔던 중요한 족쇄가 또 하나 풀린 것을 의미한다.참의원의 통과를 남겨 놓고 있지만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에 의례적 절차에 불과하다.유사법제는 외부로부터 공격받았을 때를 가정한 법이다.그러나 전쟁에 대비한 법을 만드는 것은 일본 국방정책의 중대한 전환을 뜻한다.전쟁에 관한 법은 그동안 금기사항이었다. 일본은 군사력 증강을 위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악용하고 있다.보수우익세력의 북한 위협론은 군비강화를 반대하던 여론의 힘을 급격히 약화시켰다.젊은 보수주의자 정치인들은 ‘방어적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집권 자민당은 군대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하려고 한다.일본의 이러한 총체적인 우경화는 매우 걱정되는 일이다.군사력 강화를 그런 대로 막아오던 반대 여론과 제도라는 견제장치들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러한 변화는 군사대국화의 탄탄대로를 만드는 것이다.그러나 일본은 군사대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과거 침략전쟁과 잔인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사죄를 우선해야 한다.잔혹한 과거사 반성 없는 군사력 증강은 또 다른 침략전쟁을 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일본은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신뢰를 얻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을 초래할 것이다.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유사법제를 비난하고 나섰다.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일이다.
  • 한은 콜금리 왜 내렸나 / 북핵·사스에 금리인하 급선회

    13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로 경기부양 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콜금리 4.0%는 2001년 9·11테러 직후 경기부양 때와 같은 수준으로 콜금리 목표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사스로 성장률 0.3%P 하락 예상 지난달 17일 국회 재경위원회 보고 때까지만 해도 한은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현 경기침체가 국내사정보다는 국외사정에 의한 것이어서 금리조절이 올바른 처방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그러다가 지난달 30일 박승 총재가 북핵문제와 사스(SARS)를 들어 정책 번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인하는 시장에서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비롯해 경제전문가,시민단체 등이 부동산투기 과열 가능성 등을 들어 인하에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금리인하 여부는 혼미한 상황에 빠졌다.최근 한은이 사스로 인한 성장률 0.3%포인트 잠식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부각시키면서 막판에 인하론이 힘을 받았다. ●“투기엔 세금·행정조치 바람직” 이날 금통위의 최대 쟁점은 금리를내렸을 때 우려되는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었다.경제에 ‘혹한’(경기침체)과 ‘폭염’(부동산투기)이 공존하고 있어 난로를 켤지 에어컨을 켤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경기·고용문제를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고,부동산 쪽을 보면 동결시키거나 올려야하는 압박이 있다.그러나 한은은 최근의 부동산 투기는 특정지역에서 특정계층이 하는,부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조정보다는 세금·행정조치로 1차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금리인하를 통해 가계대출 230조원,중소기업대출 220조원의 상환부담이 줄어들고,신용불량자 300만명도 큰 도움을 얻을 것으로 봤다. ●자금 부동산시장으로 이동 우려 금리인하의 효과와 관련,한은은 소비는 다소 늘겠지만 설비투자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데 동감하는 분위기다.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콜금리 인하의 목적은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는 데 있다지만 카드사 문제 등 소매금융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소비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는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시장 과열 가능성은 보유과세 강화와 분양권 전매금지 등 정부정책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 효과는 금방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파트 투기 등 부작용은 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풍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특히 과잉 유동성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별다른 투자수단이 없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대한포럼] 금융업과 도박의 차이

    ‘카드영업 3불문(不問)’이란 말이 한동안 우리 금융계에 회자됐다.지금은 부실 금융기관의 대명사처럼 돼버렸지만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1∼2년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은행과 카드전업사들은 회사마다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이 쏟아지자 전직원 총동원령을 내려 회원 늘리기 경쟁에 나섰다.‘카드영업 3불문’은 카드업 호황기에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벌인 무모한 영업확장 행태를 빗댄 말이다. 3불문의 첫째는 ‘신용 불문’이다.신용이 있는 사람이건,없는 사람이건 아무나 잡히는 대로 카드를 발급해준다는 것.노숙자에게 발급해준 사례도 있다.3불문의 둘째는 ‘리스크 불문’이다.남대문 시장 통로에 옷가지를 늘어놓고 손뼉 장단에 맞추어 ‘골라 골라’를 외치는 좌판 상인들처럼 십여가지 카드를 늘어놓고 가입자가 원하는 대로 한꺼번에 발급해준다는 것.이른바 ‘몽땅 세일’이다.3불문의 마지막은 ‘장소 불문’.길거리에는 행인이 있고,유원지에는 행락객이 있고,시장에는 장바구니 든 주부들이 있다.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든 따라가는 ‘떴다방’식 출장영업이다. 한 사람에게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해주면 1인1장씩 발급할 때보다 위험도가 훨씬 커진다.자산 운영을 본업으로 삼는 금융기관들이 이런 기본 상식을 외면하고 영업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금융업은 대출금리·조달금리·손실률의 3각관계에서 매우 정교한 영업을 해야 한다.그런데도 금융기관이 가장 비금융업적인 영업행태를 취했다는 것은 금융인들의 수치다.리스크 관리 개념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금융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도박에 가깝다. 도박도 항상 따기만 한다면 그 이상 좋을 게 없다.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잃을 때가 온다.잃을 때에 대비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국내 카드사들은 그런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과거 2∼3년간 수조원의 뭉텅이 이익이 쏟아지자 이에 현혹돼 대책 없이 올인 베팅을 한 것이 화근이다.신용이 없는 불량 고객에까지 카드를 마구 발급해주다 보니 일부 카드사의 연체율이 16%까지 치솟고 있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아무리 악성 채무라도 족치기만 하면 충분히받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만약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카드를 발급해주는 도박적 영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제 그 믿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가혹한 빚독촉이 시작됐다.때맞춰 금융감독당국은 ‘가족들에 대한 빚독촉도 눈감아 줄 게.’라는 사인을 넌지시 보냈다.금융당국은 채무자의 빚내역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지난달 슬그머니 풀어버렸다.딸의 빚을 대신 갚으라는 독촉을 견디지 못한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이 터진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그럼에도 당국이 이를 묵인하는 것은 카드사의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즘 카드사들 주변에서 슬슬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고 있다.자금력이 취약한 몇개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게 되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이미 검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 지역 금융전문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이번 주초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외신에 따르면 그는 “한국 정부가 갬블러(도박꾼)들을 인위적으로 구제하는 것은 자본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살아남을 수 없는 카드사들을 공적자금으로 구제해주는 것은 과거식의 금융사회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모한 도박판을 벌인 ‘갬블러’들에게 이제 정부가 책임을 물어야 할 차례가 왔다.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염 주 영 논설위원 yeomjs@
  • 이런 책 어때요 / 남부군

    이태 지음 두레 펴냄 세계 유격전사상 그 가혹함과 가열성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리산 빨치산의 수기.북한정권에마저 버림받은 채 남한의 산중에서 사라져간 영혼들의 메아리 없는 절규,냉혹한 자가숙청 같은 빨치산 내부의 적나라한 모습,한계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 등이 에누리 없이 담겼다.5년여에 걸친 소백·지리지구 빨치산 토벌전에선 피아 2만명의 생명이 희생됐다.이 책은 88년 출간된 초판에 남부군단 대원으로 활동한 저자(본명 이우태)의 연보를 곁들인 증보판.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개인사를 접할 수 있다.1만 2800원.
  • “4·3사건 이승만前대통령에 책임”진상규명위 최종보고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高建 국무총리)는 6일 이 사건과 관련,이승만(李承晩·사진) 전 대통령을 집단 인명피해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한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배포했다. 보고서는 지난 2000년 1월 관련 특별법이 제정된 뒤 지난 3월29일까지 진상규명위의 활동 결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사건배경과 피해상황 등 580여쪽에 달한다. ▶관련기사 11면 보고서는 “1948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6개월 동안 전체 희생의 80% 이상이 발생했다.”면서 “집단 인명피해의 지휘체계를 볼 때 이 기간 작전지휘를 맡은 9연대장과 2연대장에게 1차 책임이 있지만 최종 책임은 강경작전을 지시한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고,1949년 1월 국무회의에서 ‘제주도,전남사건의 여파를 완전히 발근 색원해야 미국의 원조는 적극화할 것이며,지방 토색(討索) 반도 및 절도 등 악당을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여 법의 존엄을 표시할 것이 요청된다.’는 발언을 했다고 기술했다.4·3사건의 발발 원인에 대해서는 “남로당 제주도당이 47년 3·1절 발포사건을 계기로 조성된 제주사회의 긴장상황을 5·10 단독선거 반대투쟁에 접목시켜 지서 등을 습격한 것이 4·3무장봉기의 시발”이라고 설명했다.보고서는 또 “4·3 사건은 미군정 하에서 시작됐으며 미군 대령이 제주지구사령관으로 직접 진압작전을 지휘했다.”며 미군정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4·3사건의 사망·실종 등 희생자와 관련해서는 “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수는 1만 4028명이나,여러 자료와 인구변동 통계 등을 감안해 잠정적으로 인명피해를 2만 5000∼3만명으로 추정했다.”며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진상조사 보고서 내용 / “제주 4·3사건 인명피해 3만명”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4·3 진상조사 보고서’는 이 사건을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으로 규정했다.보고서는 사건으로 2만 5000∼3만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주민들이 희생됐기 때문에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추모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집단 인명피해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이 있고,미 군정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관심을 모았다.다음은 보고서 내용 요약. ●경찰의 발포사건으로 촉발 4·3사건은 광복 이후 급격한 인구 증가와 실직,생필품 부족,콜레라 발생,흉년 등의 악재 속에 47년 3·1절 발포사건이 도화선이었다.3·1절 발포 사건은 경찰이 시위군중에게 발포해 6명 사망,8명 중상의 피해를 입혔고,희생자 대부분이 구경하던 일반 주민이었다. 이에 남로당 제주도당은 조직적 반경(反警) 활동과 ‘3·10총파업’을 벌였다.총파업은 관공서·민간기업 등 제주도내 전 직장 95% 이상이 참여한 한국 최초의 민·관 합동 총파업이었다.4·3사건 직전까지 1년 동안 2500명이 구금됐고,3건의 고문치사 사건이 발생했다.결국 1948년 4월3일 오전 2시 350명의 무장대가 12개 지서와 우익단체들을 공격하면서 무장봉기가 시작됐다. ●인명피해 2만 5000∼3만명 위원회에 신고된 희생자 수는 1만 4028명이지만 미신고·미확인 희생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돼 정확한 규모파악은 어렵다.위원회는 당시의 인구 변동 통계 등을 감안,인명피해를 2만 5000명∼3만명으로 추정했다. 위원회는 “1950년 4월 김용하 제주지사가 밝힌 피해자 2만 7719명 등을 감안한 숫자지만 향후 더욱 정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 사건으로 전사한 군인은 180명,경찰은 140명 안팎으로 추정됐다. ●대량 희생의 최종 책임은 ‘이승만’ 48년 10월부터 49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전체 희생자의 80%가량의 희생자가 나왔다.이 기간에 작전을 지휘한 9연대장과 2연대장에게 1차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1949년 1월 국무회의에서 “미국측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많은 동정을 표하나 제주사건 등의 여파를 완전히 발근색원(拔根塞源)해야 미국의 원조는 적극화할 것”이라며 “지방 토색 및 반도 및 절도 등 악당을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해 법의 존엄성을 표시할 것이 요청된다.”고 강경작전을 지시했다. ●미 군정 개입도 밝혀져 사건은 미 군정 아래에서 시작됐으며,미군 대령이 제주지구 사령관 자격으로 직접 진압작전을 지휘했다.미군은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도 한·미간의 군사협정에 의해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계속 보유했고,제주 진압작전에 무기와 정찰기 등을 지원했다. 중산간마을을 초토화한 9연대의 작전을 ‘성공한 작전’으로 높이 평가했다.군사고문단장 로버츠 준장이 송요찬 연대장의 활동상을 널리 알리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한 기록도 있다. ●미완의 진상규명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위원회의 평가다.경찰 등 주요기관의 관련문서 폐기와 군 지휘관의 증언거부,미국 비밀문서 입수 실패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게 위원회의 지적이다.보고서는 “국가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그 유족을 위로하고 적절한 명예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알고 탑시다] 과잉정비

    자동차 정비는 경제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타이밍벨트 교환주기는 8만㎞,엔진오일 교환주기는 대략 1만㎞로 정해져 있다.또 자동변속기 오일은 아무리 가혹한 조건이라도 5만㎞에 한번 교환하면 된다.그러나 자동차 상식이 없는 운전자들은 다른 사람의 얘기만 믿고 쓸데없이 차에 돈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행중 핸들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업소로 달려가 무조건 휠얼라인먼트를 맞춰 달라고 주문하는 운전자들도 있다.그러나 쏠림이 생기면 타이어의 공기압부터 확인해 봐야 한다.점검 순서를 바꾸는 것도 과잉정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부품은 단품으로 공급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고가의 물건을 일체형으로 교환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다.조립시 정밀도가 높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품이 단품으로 공급된다.따라서 고가의 부품을 교환해야 할 때는 단품 공급 여부를 확인한 뒤 정비를 받는 것이 좋다. 과잉정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를 살 때 받은 해당 차종의 취급설명서 권장 기준에 따라 정비를 받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대자동차 고객지원팀 이광표차장
  • 윤리위 판정 ‘유해게임’ 정통부선 “우수 콘텐츠”

    청소년 유해 게임물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중복 수상 논란을 벌이는 등 웃지못할 촌극을 빚었다. 정보통신부는 온라인게임 ‘A3’를 1·4분기 디지털 콘텐츠 대상으로 지난달 선정했다가 1일 시상식 직전 이를 전격 취소했다.정통부는 시상식 40분전인 오전 9시쯤 ‘A3’제작업체인 액토즈 소프트에 수상 취소를 통보했다. 정통부측은 “‘A3’가 지난달 30일 문화관광부에서 ‘4월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했다.”면서 “수상에 따른 중복지원 문제가 제기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통부의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최근 이 게임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사실이 밝혀져 정부 부처의 온라인 게임 시상 및 지원 체계에 문제점을 드러냈다.정보통신윤리위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서로 싸움을 할 때 화면에 선명한 색깔의 피가 튀고,칼로 사람의 몸을 토막내는 등 잔혹한 장면이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유해매체 결정을 내렸다. 일부 게임업체에서는 “정보통신윤리위의 유해판정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청소년 유해매체를 지원하겠다고 정부 부처가 앞다투어 나선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온라인게임 ‘A3’는 게임제작업체 액토즈 소프트가 지난해 말 선보인 성인용 게임이다.서비스를 시작한지 1개월 만에 동시 접속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출시 이전부터 팬클럽 등을 만들었던 열렬 게이머들도 크게 환호했다. 정통부와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해매체이긴 하지만 성인용 게임이므로 청소년들은 사용할 수 없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하지만 게임의 연령 등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박지연기자 anne02@
  • 자격증 대해부 / (하)민간자격증 1000여종…취업보장 ‘말만’

    “취업과 창업이 보장된다는 말만 믿고,50여만원을 들여 민간자격증을 땄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자격증을 땄지만 연수 등의 명목으로 30여만원의 추가비용을 내라는 말에 분통이 터집니다.” 1000여종으로 추정되는 민간자격증이 쏟아지고 있지만 어렵사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민간자격증을 다루는 자격기본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자격증 숫자에 비례하는 자격사의 불만 지난 97년 자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가 이외의 법인,단체,개인 등 누구나 자격증을 신설해 관리·운영할 수 있게 됐다.이때부터 민간자격증은 우후죽순처럼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들 민간에서 다루는 자격증들은 취업보다는 단순한 능력을 인정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민간자격증 광고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민간자격증이라고 밝히지 않을 뿐더러 광고주와 교재 가격,교재 인도시기 등 소비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신 ‘고소득 보장’,‘취업 보장’ 등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거나,국가공인을 받게 된다는 등의 미확정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소보원에 접수된 자격증 교재관련 소비자불만 및 피해사례는 올들어 4월말까지 1217건.지난해 3493건,2001년 4485건,2000년 4089건 등이다. 민간자격에 대한 주무부처는 노동부와 교육부,민간자격 국가공인 등의 업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으로 구분돼 있지만 민간자격증은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현황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자격 관리 제도 시급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르면 동일한 명칭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일부 민간자격은 국가기술자격과 비슷한 명칭을 사용해 수험생들을 현혹한다.예컨대 민간자격에 ‘XX기능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식이다. ‘컴퓨터활용능력평가’는 국가공인 자격증이지만 민간에서는 ‘PC활용능력평가’로 포장을 하고 있다. 이런 탓에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는 민간자격관련 민원전화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이어지고 있다.공단 관계자는 “국가자격과는 달리 민간자격에 대한 관리 및 운영은 전적으로 해당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면서 “자격취득을 준비하기 전에 자격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민간자격 양산의 원인인 자격기본법 개정·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자격기본법은 민간자격의 제한대상을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격,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 등으로 정하고 있다.바꿔말하면 이런 분야를 제외하면 민간자격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자격증은 수험생들이 믿고 취득할 수 있는 공신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의 건전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관리·감독·공인업무 등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 문명의 이름으로 저지른 ‘인간사냥’ 백인들은 야수였다?

    야만의 역사 김남섭 옮김 /한겨레신문사 펴냄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음 석기시대 종족인 북아프리카의 관체족(Guanches)은 유럽의 팽창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사람들이었다.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족 또한 유럽 팽창기에 절멸당했다.15세기 말 500만명에 이르던 아메리카 인디언은 백인의 이주로 인해 1891년에는 5%인 25만명만이 살아 남았다.1898년 수단의 옴두르만 전투에서는 1만1000명의 수단인이 살해됐다.이에 반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영국인의 희생은 48명에 불과했다.전투의 승리로 영국은 수단을 점령하고,나일강의 해상운송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백인들의 ‘야만’ 사례가 어디 이뿐이랴.독일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인 17세기 ‘30년 전쟁’처럼 서구 국가들간의 살육도 상상을 초월했지만,백인들의 비(非)서구지역에 대한 잔혹성은 야수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 대학살 스웨덴 출신의 작가이자 진보적 저널리스트인 스벤 린드크비스트는 ‘야만의 역사’(김남섭 옮김,한겨레신문사 펴냄)라는 저서를 통해 19세기 아프리카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적인 인종대학살,그 참혹한 기억의 흔적을 한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여행기 형식을 빌려 비극적인 인종 말살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공간적 여행과 역사 속의 시간 여행,그리고 저자의 기억 속 내면 여행이 겹쳐지는 복합적인 구조를 띤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면서 경유지마다 얽힌 역사적 사연들을 되짚어간다.과거 유럽인들의 잔학상을 떠올리며 역지사지의 사유를 시도한다.내가 인간사냥의 대상이 됐다면 어떻게 느꼈을까.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일종의 ‘회개를 위한 순례’이다. 이 책은 폴란드 태생의 영국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 나오는 한 문구를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책의 원제이기도 한 ‘모든 야수들을 절멸하라(exterminate all the brutes)’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저자는 유럽인들이 비서구에 대해 가졌던 태도의 핵심,즉 ‘야수(비서구인)의 절멸이야말로 최선’이라는 유럽인들의 ‘학살주의’의 사상 계보를 상세히 들춰낸다.무기를 제외하고 기술과 자원이 부족했던 유럽은 16세기부터 학살이나 강탈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그런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요구됐던 것이 학살주의 이데올로기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유례없는 폭력 경험은 그들의 뼛속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나아가 ‘인권’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 그들이 감히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하는 인종주의로 구체화돼 있다.저자가 유럽인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아프리카에서 저지른 학살행위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의 직접적인 선례가 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홀로코스트를 유럽의 민주주의 전통에서 완전히 일탈한 사건으로 보려하거나,기껏해야 구소련의 강제수용소나 대숙청에서 그 기원을 찾으려 하는 것은 유럽인의 수치스러운 역사를 은폐하려는 기도일 뿐이라는 얘기다.저자는 이와 관련,‘나치의 유태인 말살은 유일한 것인가.’라는 이른바 ‘역사가들의 논쟁’을 촉발한 독일의 우익 역사가 에른스트 놀테의 예를 든다. 놀테는 제3제국에 의한 유태인 말살은 독창적 행위가 아니라 반작용이나 왜곡된 모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1930년대 소련에서 있었던 쿨락(kulak,부농)들의 절멸과 스탈린의 숙청을 히틀러가 모방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소련에서의 부르주아 계급학살은 나치에 의한 인종대학살의 논리적·사실적 선례라는 게 그의 견해다. ●19세기 백인의 잔혹성 꼬집기 이 ‘역사가들의 논쟁’에서는 누구도 히틀러의 어린 시절,남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독일인에 의한 헤레로족 말살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프랑스인,영국인,미국인들에 의해 자행된 이와 비슷한 학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학살주의 시대의 망령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는 셈이다.저자는 이 지점에서 “‘역사가들의 논쟁’에 참여한 모든 독일 역사가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즉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야만성이라는 주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종속이론의 대가인 안드레 군더 프랑크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과 문필가들이 이를 연구했다.그들은 ‘지리상의 발견’ 이래 약탈적으로 이뤄져온 유럽의 팽창은 다름 아닌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과정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 책은 이러한 기초적 사실을 토대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의 만남을 시도한다.서구 열강에 의해 자행된 학살의 역사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이 괴롭혀온 죄의식에 대한 고해성사도 곁들인다. 역사의 진실은 종종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바로 그 ‘진실의 이면’에 존재한다.저자가 던지는 메시지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씨줄날줄] 오렌지병

    서울 강남의 ‘오렌지병’에 물들어 유흥비와 명품 구입비용을 도둑질하다 덜미를 잡힌 어느 대학 휴학생의 얘기가 충격적이다.지방의 도시에서 강남으로 이사와 돈깨나 있는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을 가고 명품옷을 걸치며 호사스럽게 생활했다.친구들의 소비수준을 맞추려 부족한 돈을 훔쳐 외제승용차를 빌려타고 남의 주민등록증으로 강남구민 행세까지 했단다.일부 일그러진 20대의 자화상과 그를 만든 사회상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 강남,특히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에서 젊은 세대의 문화 및 소비풍조를 일컫는 귀족병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1980년대부터 시작돼 오렌지족,야타족,명품족,보보스족 등으로 불리며 요즘도 활개친다.미국 유학생 중심의 차별화된 미국풍을 가리켜 오렌지족과 아류인 낑깡족이 있고,고급 외제승용차를 소유해 상대를 유혹한다 해서 야타족,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빚내 고급외제품은 지녀야 성이 찬다는 명품족,보헤미안과 부르주아의 합성어로 예술적 취향에 따라 돈을 물쓰듯 한다는 보보스족… 보는 시각과세대에 따라 달리 불릴 뿐 본질은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황금족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인 제임스 B 트위첼은 저서 ‘럭셔리 신드롬’에서 “사치호사품은 저속하고 천박하며 역사도 없고 보존할 가치도 없다.그러나 기이하게도 민주적이고 결속력이 있다.”며 명품족의 양면성을 갈파했다.호화사치를 손가락질하면서 그렇게 해보고픈 소비심리를 지적한 것일 게다.데보라 실버먼은 ‘문화의 판매’에서 “부가 축적되면 상류층에서 중하류층으로 흐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계층을 넘어간 것은 부가 아니라 호사 취미였다.”고 꼬집었다.명품을 지향하는 소비적 특성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자본주의의 발달은 사람들에게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소비욕구를 갖게 했다.애정결핍,스트레스 해소,보상심리에 연유하든 남들과 다르고 싶은 소비욕구는 정도의 차이일 뿐 모두가 갖고 있다. 저축이 미덕이란 시대가 있었듯 명품구입을 위해 존재한다는 문화코드도 존재하는 오늘이다.문제는 지나치면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이다.한 대학생의 사례가 우리사회 부정부패의 만연과 교육 황폐화,젊은층의 방황을 보여주는 단층촬영 필름이라면 지나친 걱정일까. 박선화 논설위원pshnoq@
  • 인터넷 광고 “막나가네”

    한 인터넷 포털업체의 초기 화면 오른쪽 구석에는 ‘사장님 야동(야한 동영상) 찾으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떠 있다.마우스를 대고 클릭하면 한 성인사이트로 바로 연결된다.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는 ‘1000만원 상담 후 5분내 대출’이라는 광고가 네티즌을 유혹한다. 띠 형태의 광고를 싣는 ‘배너 광고’,홈페이지 접속시 작은 창이 뜨는 ‘팝업 광고’ 등 인터넷 광고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18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이미 새로운 광고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음란·도박사이트를 아무 거리낌없이 선전하거나 과장된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중소 인터넷 업체일수록 이 같은 불건전 광고가 몰린다.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굵직한 인터넷 광고는 모두 대형업체로 몰리고 있어 중소업체들로서는 광고의 내용까지 따질 처지가 못된다.”고 털어놨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허위·과장,소비자 기만,부당한 비교,비방적인 내용이 있는 표시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인터넷 광고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만 지금까지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피해 사례에 비해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가 드물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직접 피해를 입지 않으면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제한없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도 음란·도박 등의 광고가 노골적으로 떠올라 인터넷 사이트 등급에 따른 광고의 제약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5월 축제 풍성 “야! 신난다”/ 엄마 아빠, 여기 놀러가요

    5월이 가까워오면서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파란 하늘만큼이나 높이 들떠 있다.어디 자녀와 함께 동심에 빠져볼 만한 곳은 없을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겨냥해 선보이는 지방 축제에 눈을 돌려보자.4월 하순부터 새달 초순까지 전국에서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안면도에선 지난해에 이어 꽃세상이 열리고,함평에선 화려한 나비 수만마리가 동심을 유혹한다.장성에선 의적 홍길동을,아산에선 성웅 이순신 장군을 만나보자.또 연천으로 ‘선사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봄은 어떨지. ●온양문화제(충남 아산) 26일부터 28일까지 아산시 신정호 국민관광단지 일대에서 열린다.올해로 42회째.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은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스토리 전개형 체험축제라는 점.마치 소설 속 이야기를 축제장으로 옮긴 듯한 형식으로 진행된다.축제장 안으로 들어가면 용 머리를 형상화한 거북선관 입구가 나오고,내부로 진입하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조선시대 무기,무술 등이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좀 더 들어가면 조선시대의 기와집을 재현한 마을이 펼쳐지는데,이곳에서 제기차기·절구질·키질 등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또 광주리를 방패삼아 목검을 휘두르며 이순신 장군이 어린시절 즐기던 전쟁놀이를 직접 체험하고,그가 치른 무과시험에도 응시해볼 수 있다.아산시청 문화관광과(041-540-2404). ●안면도 꽃축제(충남 태안) 지난해 엄청난 관람객 몰이에 성공했던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올해 ‘2003안면도꽃축제’로 이름을 바꿔 개최된다.2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꽃지 해안공원. 올해는 유채와 튤립을 중점적으로 가꿔 행사장 앞 바다의 푸른 빛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 것이 포인트.초화원,분재원,장미원 등을 야외에 두어 다양한 꽃을 차례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꽃과 생활정원’엔 염색 및 약용,식용식물 등 8000여본을 식재했다.실내의 야생화관엔 생활도구나 고사목을 이용해 야생화를 키운 작품 400여점을 전시했다.요금은 성인 5000원,어린이 2000원.행사기간 중 극단 아리랑 및 충남 국악단의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 행사가 마련된다.(042)251-2274. ●함평 나비대축제(전남 함평) 가장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꼽히는 함평 나비축제가 새달 3일부터 9일까지 함평천 수변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올해로 5회째.생태체험 학습행사,문화예술 행사 등 65종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선 나비관엔 테마별로 호랑나미,배추흰나비,노랑나비 등 6만여 마리의 나비를 날려 아이들이 나비와 어우러져 동심을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또 나비가 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변하는 나비 일대기를 전시하고,북한 나비 200여마리 등 국내외 희귀 나비 및 곤충 표본 2만 마리도 선보인다. 야외생태체험관에선 미꾸라지 잡기,보리·완두 그스르기(껍질만 살짝 태우는 것),곤충 만들기 등이 진행되고,각종 애완동물과 반달곰·오소리 등이 전시된다.수변공원 일대 1000만평에는 나비들과 함께 자줏빛 자운영과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061)320-3224. ●장성 홍길동축제(전남 장성) 의협심의 대명사 홍길동을 테마로 새달 3일부터 5일까지 장성 공설운동장과 홍길동 생가터 등지에서 열린다.홍길동은 소설속 허구적 인물이었으나 최근 각종 문헌과 학술 연구를 통해 실재 인물이었다는 점과 생가터가 장성군 황룡면 아치실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5회째 맞는 이번 행사는 ‘렛츠고! 길동랜드!’란 주제로 홍길동 생가에서 홍길동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추모제를 시작으로,홍길동 선발대회,마당극 홍길동전,홍길동 씨름대회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 홍길동을 주제로 한 그림·글짓기,검무 시연,활빈당 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며,짚풀공예와 국악기 연주 등 체험마당도 열린다.(061)390-7223.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경기도 연천군) 새달 3일부터 5일까지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 일원에서 펼쳐진다.이곳 축제의 특징은 다양한 체험스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직접 석기와 토기를 만들고,움집을 지을 수 있고,유물도 가상으로 발굴해 볼 수 있다.또 문화행사로 전국노래자랑,난타공연,군악대 공연,가족 레크리에이션,아동인형극,그림그리기,글짓기 등이 진행된다.(031)839-2952. 임창용기자 sdargon@
  • 성인사이트 살아남기 몸부림

    “섹티즌(섹스와 네티즌을 합친 조어)을 확보하라.” 국내 성인사이트에 비상이 걸렸다. 다음달부터 성인사이트 초기화면에 노골적인 그림이나 동영상을 올리는 행위가 전면 금지되는 데다 해외에 서버를 둔 포르노사이트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업체들은 초기화면에 ‘맛보기’ 동영상을 내보내지 못하면 신규 회원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폭탄세일,상호제휴,업종전환 등으로 살길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박리다매형 일부 업체는 회원 요금을 종래의 30% 수준으로 낮춰 ‘하루 100원이면 성인사이트를 볼 수 있다.’며 파격세일에 나서고 있다.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모두 망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선 살고 보자.’는 위기감으로 앞다투어 요금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격파괴를 선언한 성인사이트 S사 관계자는 “이달 안으로 일정 수의 회원 확보에 실패하면 문을 닫아야 할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또 사이트에 가입하면 다른 성인사이트 10곳을 무료로 링크해 주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사이트간 제휴 사례가잇따르자 이를 대행해 주는 업체까지 생겼다. ●튀는 콘텐츠형 몇몇 사이트들은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네티즌을 유혹한다. E사이트는 ‘영어와 섹스하자.’라는 광고를 내걸고 성인 동영상과 영어교육을 접목한 콘텐츠를 내놓았다.회원들은 야한 동영상을 보며 영어문장을 익히고,여성 IJ들의 지도에 따라 이를 반복한다. 회사측은 “정확한 영어발음을 위해 거액을 투자해 현직 영어강사를 스카우트했다.”면서 “수업 중간중간에 에로 배우가 상황을 직접 연출하기 때문에 암기효과가 탁월하다.”고 주장했다. ●수익다변화와 업종전환형 국내 1위의 유료회원수를 확보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B사는 오는 7월 케이블방송을 통해 오프라인 진출을 꾀하고 있다.한 관계자는 “투자라기 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최근에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성인 동영상을 제공하는 등 수익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성인방송 방문자 수로 10위권에 들었던 C사는 최근 일반 영화사이트와 쇼핑몰 등을 묶은 종합 커뮤니티 사이트로 업종을 전환했다. ●해외도피형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여성 IJ들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LA 등으로 건너가 포르노사이트를 개설하는 업자들도 늘고 있다.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문을 연 L·A사 등이 대표적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 3,4명의 소규모로 시작했다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면서 10명 이상을 고용하게 된 곳도 있다.업체 관계자는 “국내의 성인사이트 운영 여건이 나빠지면서 한달에 2,3개 업체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인터넷성인문화협회 임만수(45)회장은 “정부가 성인사이트를 철저히 규제하려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회원을 모집하는 포르노사이트의 접속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영규기자 whoami@
  • 공무원 행동강령 5월19일부터 본격 시행 / “경조사비 5만원·선물 3만원”

    공직사회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다음달 19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전국 320개 중앙·지방행정기관들이 부패방지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다음달 4일까지 기관별 행동강령 마련 작업에 부심하고 있다.자연히 공무원들의 촉각은 행동강령안에 쏠린다.공무원들은 현재 시행중인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동강령이 현실성을 갖고 있다고 긍정 평가를 내리고 있다.하지만 위반하면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껄끄럽게 여기는 분위기다.부방위의 지침을 바탕으로 공무원들의 행동양식이 어떻게 바뀌는지 미리 짚어본다. ●경조사비는 5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조사비는 직무 관련성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5만원 이내로 결정될 전망이다.이는 직무관련자 등으로부터 경조사비를 받을 수 없고,공무원간에도 3만원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한 10대 준수사항보다 완화되면서 구체화된 것이다. 부방위의 표준지침은 직무관련자 또는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경조사를 통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예외규정으로 자신이 근무하고 있거나 과거 근무했던 기관 소속 직원에게 통지하거나 신문·방송을 통한 공지는 가능하도록 했다. 경조금품의 경우 ‘공무원은 경조사와 관련해 5만원을 초과하는 경조금품 등을 주거나 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구체적인 액수는 기관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게 된다.부방위가 지난해 4월 경조금품 금액기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일반국민 74%와 공무원 88%가 5만원이 적정한도라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3만원 이내의 선물은 가능하다 공무원이 직무관련자나 직무관련 공무원으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향응을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하지만 직무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1인당 3만원 이내의) 간소한 식사와 통신·교통 등의 편의는 제공받을 수 있다. 공식행사에 참석해 제공받는 편의,직원상조회에서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금품 등은 3만원 한도적용을 받지 않는다.국·공립 교원은 졸업식과 스승의 날 등의 행사에서 꽃·기념품 등 간소한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공무원들도정상적인 방법으로 빚을 받는 행위도 할 수 있다. ●자비(自費) 골프와 호화 결혼은 허용 직무관련자로부터 골프접대나 향응을 제공받는 것은 금지된다.하지만 자비로 골프를 치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그렇다고 편법으로 골프접대나 향응 등을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에는 각 기관의 인사위원회를 통해 강도높은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그동안 10대 준수사항으로 제한되던 호화결혼,호화유흥업소 출입,공직자 부인모임 등도 부패와 관련이 없다면 가능하다.부방위 관계자는 “이 규정은 그동안 공무원들로부터 종교인에게나 적용가능한 가혹한 규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기관별로 행동강령 준수여부 점검 4급 이상 기관장이 있는 기관은 행동강령책임관을 지정한다.책임관은 소속기관의 행동강령 준수여부를 점검하고,위반행위 신고와 함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 상담,신고서 접수,이해관련 직무회피 관련 상담을 받는다. 중앙행정기관과 광역 시·도,지방교육청은 감사담당관이 겸직을 하고,시·군·구는 기획감사담당관이,지역 교육청과 지방노동청은 관리과장이 맡게 된다.철도청 지역사무소와 관리역 등은 감사담당관 또는 관리과장이,경찰서는 청문담당관이,초·중·고등학교는 교감이 각각 책임관이 된다. ●위반하면 징계가 뒤따른다 대통령령으로 제정되는 행동강령은 지난 1999년 공직사회 부패를 막기 위해 총리 지시사항으로 마련된 10대 준수사항과 달리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차이를 갖고 있다.행동강령을 위반한 공무원은 소속기관의 장에게,기관장과 차관급 이상 공무원은 부방위에 직접 신고하도록 했다.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소속 기관장이 해당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있으며,위반한 금품 등은 반환된다. ●논란의 여지도 적지 않다 기관별 행동강령에도 자의적인 해석이나 이로 인해 악용될 수 있는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다.예를 들어 직무관련자가 아닌 자로부터 골프 등의 접대·향응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서 공무원들이 편법을 이용해 ‘직무관련자가 아닌 사람’이라고 발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지적이다.경조사비를 악용,로비스트 등을 통해 편법으로 부정한 돈을 건네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현석기자 hyun68@
  • [공직자 에세이] 세계와 같이 호흡하기

    “질서 잡힌 세계는 질서가 아니다.” 요즘 공직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이른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대변하는 말이다. 기존의 질서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영락없이 뒤처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시대이다.정년이 보장되리라는 믿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생존’과 ‘도태’라는 냉혹한 단어가 주위에 윙윙거릴 뿐이다. 과거 같으면 공직을 통해 꿈을 키웠지만 이젠 기업체의 샐러리맨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썩 유쾌하지 못한 느낌에다가,얼마나 더 오래 근무할 수 있을까라는 이른바 살아남기 위한 ‘코드 맞추기’에 바쁘다.평소 존경하던 상사들이 핫바지 방귀 새듯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모습에서 남은 자들의 미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민간기업에선 ‘사오정’(45세 정년)이 일반화된 마당에 공직이 온전하리라는 믿음을 가진 자체가 큰 실수이자 오판인지 모른다.기업들의 상시구조조정 문화 속에서 미래에 대비한 경력관리와 자기계발에 게으르지 않는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이제 공직에도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낀다.얼마 전에 읽었던책내용이 생각난다.친한 친구 2명이 강가의 물을 마을까지 길어오는 일을 했다.물동이를 나르는 만큼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A는 계속 그 일을 했고 돈도 모았다.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이 부치기 시작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았던 돈을 술로서 탕진하고 만다. 하지만 B는 물동이를 나르면서 동시에 강과 마을간에 파이프를 잇기 시작했다.물론 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기에는 힘이 들고 주위에서 무모한 짓이라고 놀렸지만 늦은 밤까지 믿음을 갖고 계속 진행했다.시간이 지날수록 파이프를 놓은 만큼 물동이를 나르는 거리는 줄어들고 마침내 파이프라인이 완성되었을 때 힘들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게 됐다. 누구나 한가지 능력만을 믿고 제자리에 안주할 경우 결국 A와 같은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교훈이다. 지지난해 미국의 대만출신 차오 노동부장관이 말한 것을 보면 실감난다.평균 32세의 미국 근로자들을 조사해보니 이미 직장을 9번이나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만약 60세까지 이직횟수를 조사한다면 훨씬 많을 것이다.미국의 경우 고용시장이 오픈되어 있어 우리나라와는 취업여건이 다르다고 하지만 우선 횟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변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며,시대변화에 맞추어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역설한다. 59∼90년까지 싱가포르의 번영을 주도한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 경제발전의 비결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첫째는 “우리는 결코 학습을 멈추지 않았다.”.두번째는 “우리는 세계와 호흡을 같이한다.”였다.과연 공직자들이 세계와 호흡하면서 흐름을 같이하고 있는지 또 새로운 앞선 트렌드에 얼마나 학습하며 준비하고 있는지 되묻는 말이다.앞으로 공직자들에게 평생직장을 보장해주지 못할 바에는,세계의 흐름에 함께할 수 있고 개인의 단가와 생산성을 높을 수 있도록 새로운 학습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또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퇴직이후 20년간의 멋진 커리어 인생을 살기 위해서도 중요해졌음은 물론이다. 정 부 효 행자부 상훈담당관실 행정사무관
  • 3월 카드대환대출 19% 껑충/ 연체율 줄이기 ‘눈가림’ 지적

    지난 3월 카드사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1년만에 떨어진 반면 연체대금을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연체율 하락이 연체 채권을 대환대출로 돌려막은데서 비롯된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개 전업계 카드사들의 지난달 대환대출 규모는 총 10조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이는 지난 2월의 8조 8300억원에 비해 1개월만에 18.9% 증가한 것이다.대환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7조원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반면 3월 전업계 카드사의 연체율은 9.8%로 2월 대비 0.6%포인트 떨어져 지난해 3월 이후 1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대환대출 급증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업계 카드사 단체인 ‘신용카드채권관리협의회’는 소득이 없는 사람들도 보증인만 세우면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대환대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카드사의 연체율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환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한 비율은 30%를 웃도는 등 대환대출에서 비롯되는 연체의 3분의1 이상이 회수불능”이라면서 “이는 카드사 전체 연체율의 하락세에도 불구,카드사의 잠재부실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금감위 관계자는 “대환대출에는 부실채권에 적용되는 가혹한 충당금 적립이 요구되는데다 카드사마다 대출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어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과장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정숙 김미경기자 j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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